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데미안의 십자가 수난 이야기. 싱클레어의 반감.

 

나는 몹시 당황했다. 이 십자가 수난 이야기는 내 자신이 내 집처럼 편안히 확신해도 된다고 믿었는데 지금 비로소, 얼마나 개성 없이, 얼마나 상상력과 환상 없이 내가 그것을 듣고 읽었었는지 알았다. 그럼에도 데미안의 새로운 생각은 내게 숙명적으로 들렸고 그 존속을 내가 고수해야 한다고 믿었던 내 안의 개념들을 전복시키려 위협했다. 아니다. 그렇게 아무나, 지고(至高)의 성인(聖人)까지도 마구 함부로 다룰 수는 없었다.”(82)

 

나는 몹시 당황했다. 이 십자가 수난 이야기는 내 자신이 내 집처럼 편안히 확신해도 된다고 믿었는데 지금 비로소, 얼마나 개성 없이, 얼마나 상상력과 환상 없이 내가 그것을 듣고 읽었었는지 알았다. 그럼에도 데미안의 새로운 생각은 내게 불쾌하게 들렸고 그 존속을 내가 고수해야 한다고 믿었던 내 안의 개념들을 전복시키려 위협했다. 아니다. 그렇게 아무나, 지고(至高)의 성인(聖人)까지도 마구 함부로 다룰 수는 없었다.”

 

독일어 원문: Ich war sehr bestürzt. Hier in der Kreuzigungsgeschichte hatte ich ganz heimisch zu sein geglaubt, und sah erst jetzt, wie wenig persönlich, mit wie wenig Vorstellungskraft und Phantasie ich sie angehört und gelesen hatte. Dennoch klang mir Demians neuer Gedanke fatal und drohte Begriffe in mir umzuwerfen, auf deren Bestehenbleiben ich glaubte halten zu müssen. Nein, so konnte man doch nicht mit allem und jedem umspringen, auch mit dem Heiligsten.

 

fatal = 여기서는, ‘불쾌한’, ‘번거로운’, ‘귀찮은’.

 

데미안의 낯선 생각이 싱클레어를 불쾌하게 했고, 세계관을 무너뜨리려고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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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싱클레어의 신앙.

 

종교 문제에 있어 나의 신앙은 그 사이 많은 빈틈을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전적으로 데미안의 영향을 받은 나의 생각은, 완전한 불신을 굳이 내보이는 동급생들의 생각과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불신을 굳이 내보이는 학생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들이 이따금씩 흘리는 말은, 어떤 신을 믿는다는 건 우스꽝스럽고 인간으로서 품위 없는 일이라느니, 삼위일체에 관한 이야기나 예수의 동정녀 탄생과 같은 이야기들은 그저 웃기는 일이라느니, 오늘날까지 그런 잡동사니를 가지고 다니는 행상이 있다는 것은 수치라느니 하는 것이었다. 나는 결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았다.”(80, 띄어쓰기 수정인용)

 

종교 문제에 있어 나의 신앙은 그 사이 많은 빈틈을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전적으로 데미안의 영향을 받은 나의 생각은, 완전한 불신을 굳이 내보이는 동급생들의 빈틈과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불신을 굳이 내보이는 학생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들이 이따금씩 흘리는 말은, 어떤 신을 믿는다는 건 우스꽝스럽고 인간으로서 품위 없는 일이라느니, 삼위일체에 관한 이야기나 예수의 동정녀 탄생과 같은 이야기들은 그저 웃기는 일이라느니, 오늘날까지 그런 낡아 빠진 것을 마구 퍼뜨리는 것은 수치라느니 하는 것이었다. 나는 결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았다.”

 

독일어 원문: Meine Gläubigkeit in den Fragen der Religion hatte inzwischen manche Lücken bekommen. Doch unterschied ich mich, in meinem durchaus von Demian beeinflußten Denken, sehr von denen meiner Mitschüler, welche einen völligen Unglauben aufzuweisen hatten. Es gab einige solche, und sie ließen gelegentlich Worte hören, wie daß es lächerlich und menschenunwürdig sei, an einen Gott zu glauben, und Geschichten wie die von der Dreieinigkeit und von Jesu unbefleckter Geburt seien einfach zum Lachen, und es sei eine Schande, daß man heute noch mit diesem Kram hausieren gehe. So dachte ich keineswegs.

 

sich von denen[=den Lücken] unterscheiden = 그것들[=빈틈들]과 구분되다.

 

차이의 대상은 생각이 아니라, ‘빈틈이다.

 

von 뒤에는 복수 3den Lücken이 와야지 단수 3dem Gedanken이 올 수 없다.

 

 

mit A hausieren gehen = A를 마구 퍼뜨리다

 

아울러 숙어의 뜻도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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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금지된 것’, 데미안, 싱클레어에게 설명하다.

 

지나치게 편안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자신의 판결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금지된 것 속으로 그냥 순응해 들어가지. 늘 그러게 마련이듯이 그런 사람은 살기가 쉬워. 다른 사람들은 운명을 자기 속에서 스스로 느끼지. 그들에게는 어느 명예 있는 남자건 날마다 하는 일들이 금지되어 있어.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폄하되는 다른 일들은 허용되어 있어. 그러니 누구나 자기 자신 편에 서야 해.”(86)

 

지나치게 편안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자신의 판결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지금 있는 그대로의 금지된 것 속으로 그냥 순응해 들어가지. 그런 사람은 살기가 쉬워. 다른 사람들은 계명을 자기 속에서 스스로 느끼지. 그들에게는 어느 명예 있는 남자건 날마다 하는 일들이 금지되어 있어.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금지된 다른 일들은 허용되어 있어. 그러니 누구나 자기 자신 편에 서야 해.”

 

독일어 원문: Wer zu bequem ist, um selber zu denken und selber sein Richter zu sein, der fügt sich eben in die Verbote, wie sie nun einmal sind. Er hat es leicht. Andere spüren selber Gebote in sich, ihnen sind Dinge verboten, die jeder Ehrenmann täglich tut, und es sind ihnen andere Dinge erlaubt, die sonst verpönt sind. Jeder muß für sich selber stehen.

 

Gebot(e) = ‘법칙’, ‘명령’, ‘계명’; verpönt = 금지된

 

단어 뜻을 바로잡고, 문장도 일부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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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매달린 두 도둑. 싱클레어에게 들려주는 데미안의 설명.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매달린 두 도둑에 대한 이야기 말이야. 거기 언덕 위에 십자가 세 개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굉장하지! 하지만 우직한 도둑들에 대한 감상적인 선교 전단용 이야기야! 도둑은 처음에 수치스런 행위를 저지른 범죄자였어. 신은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어. 그런데 이제 막판에 와서 마음이 누그러져 그런 개전과 회개의 징징거리는 축제를 치르는 거야! 무덤에서 두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하는 그런 회개가 (너한테 묻겠는데) 무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81)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매달린 두 도둑에 대한 이야기 말이야. 거기 언덕 위에 십자가 세 개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굉장하지! 하지만 우직한 도둑에 대한 감상적인 선교 전단용 이야기야! 도둑은 처음에 수치스런 행위를 저지른 범죄자였어. 그게 뭐가 됐든 분명히. 그런데 이제 막판에 와서 마음이 누그러져 그런 개전과 회개의 징징거리는 축제를 치르는 거야! 무덤에서 두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하는 그런 회개가 (너한테 묻겠는데) 무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독일어 원문: Nämlich die Sache mit den beiden Schächern. Großartig, wie da die drei Kreuze auf dem Hügel beieinander stehen! Aber nun diese sentimentale Traktätchengeschichte mit dem biederen Schächer! Erst war er ein Verbrecher und hat Schandtaten begangen, weiß Gott was alles, und nun schmilzt er dahin und feiert solche weinerliche Feste der Besserung und Reue! Was für einen Sinn hat solche Reue zwei Schritt vom Grabe weg, ich bitte dich?

 

도둑들도둑으로 바로잡았다.

 

여기서는 두 도둑을 모두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우편에 달렸던 도둑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weiß Gott = ‘정말로’, ‘확실히’.

 

아울러 숙어에 따라, 문장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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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싱클레어, 피스토리우스의 집을 방문한다.

 

“<책이 참 많으시군요!> 나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 일부는 우리 아버지 장서요. 아버지 댁에 살고 있거든. 그래 젊은이, 난 아버지 어머니 집에서 살아. 그러나 자네를 부모님께 소개할 수는 없어, 나의 교우관계가 여기 집안에서는 큰 존중을 못 받거든. 나는 버려진 자식이오, 아시겠지. 우리 아버지는 빌어먹게 존경할 만한 분이시지, 이 도시에서 유명한 신부님이고 설교자시지. 그런데 나는, 바로 환히 알아두시도록 말하자면, 그 분의 재능 있고 장래가 촉망되는 아드님이시고. 그러나 궤도를 벗어나 어느 정도 돌아버린 아들이지. 나는 신학도였는데 국가고시 직전에 그놈의 답답한 대학을 그만두어버렸소. [...]>”(137-138, 문장부호 수정 및 부분삭제 인용)

 

“<책이 참 많으시군요!> 나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 일부는 우리 아버지 장서요. 아버지 댁에 살고 있거든. 그래 젊은이, 난 아버지 어머니 집에서 살아. 그러나 자네를 부모님께 소개할 수는 없어, 나의 교우관계가 여기 집안에서는 큰 존중을 못 받거든. 나는 버려진 자식이오, 아시겠지. 우리 아버지는 빌어먹게 존경할 만한 분이시지, 이 도시에서 유명한 목사이고 설교자시지. 그런데 나는, 바로 환히 알아두시도록 말하자면, 그 분의 재능 있고 장래가 촉망되는 아드님이시고. 그러나 궤도를 벗어나 어느 정도 돌아버린 아들이지. 나는 신학도였는데 국가고시 직전에 그놈의 답답한 대학을 그만두어버렸소. [...]>”

 

독일어 원문: »Wieviel Bücher Sie haben!« sagte ich anerkennend.

»Ein Teil davon ist aus der Bibliothek meines Vaters, bei dem ich wohne. Ja, junger Mann, ich wohne bei Vater und Mutter, aber ich kann Sie ihnen nicht vorstellen, mein Umgang genießt hier im Hause keiner großen Achtung. Ich bin ein verlorener Sohn, wissen Sie. Mein Vater ist ein fabelhaft ehrenwerter Mann, ein bedeutender Pfarrer und Prediger in hiesiger Stadt. Und ich, damit Sie gleich Bescheid wissen, bin sein begabter und vielversprechender Herr Sohn, der aber entgleist und einigermaßen verrückt geworden ist. Ich war Theologe und habe kurz vor dem Staatsexamen diese biedere Fakultät verlassen. [...]

 

 

주석으로 만든 작은 문패가 문 앞의 가스등 불빛 속에서 반짝였다.

<수석 신부 피스토리우스>라고 적혀 있었다.”(139)

 

주석으로 만든 작은 문패가 문 앞의 가스등 불빛 속에서 반짝였다.

<수석 목사 피스토리우스>라고 적혀 있었다.”

 

독일어 원문: Ein kleines Schild aus Messing glänzte im Schein der Gaslaterne vor der Tür.

»Pistorius, Hauptpfarrer«, las ich darauf.

 

 

<우습게 들리겠지.> 피스토리우스가 말했다. <내가 한때 신학도였고 신부까지 될 뻔했다는 게 말이야. [...]>

<그렇다면 사실 사제가 되실 수도 있었겠는데요.> 내가 말했다.(148, 문장부호 수정 및 부분삭제 인용)

 

<우습게 들리겠지.> 피스토리우스가 말했다. <내가 한때 신학도였고 목사까지 될 뻔했다는 게 말이야. [...]>

<그렇다면 사실 목사가 되실 수도 있었겠는데요.> 내가 말했다.

 

독일어 원문: »Es klingt komisch,« sagte Pistorius, »daß ich einmal Theologe war und

beinah Pfarrer geworden wäre. [...]«

»Dann hätten Sie,« meinte ich, »aber eigentlich doch Pfarrer werden

können.«

 

Pfarrer = 목사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의 아버지는 개신교 목사.

 

피스토리우스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사가 되려고, 한때 신학 공부를 했다.

 

상식: 가톨릭 신부에게 결혼은 허용되지 않는다.

 

 

 

수정: 2017.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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