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채로 땅에 묻힌 까마귀

 

얼음이 언 추운 날 아침. 테레자는 카레닌과 아침 빵을 사오는 길.

 

"그녀는 손바닥만 한 밭과 정원이 딸린 집들 사이로 조성해 놓은 커다란 공터를 따라 걸어왔다. 카레닌이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한쪽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그녀는 카레닌이 잡아끄는 대로 따라가 보았다. 그녀는 황량한 공터의 얼어붙은 진흙땅 위에서 부리가 긴 까마귀의 작은 머리를 발견했다."(260)

 

"그녀는 주택단지를 따라 걸어왔고, 거기 집들 사이의 넓은 공터에는 손바닥만 한 밭과 작은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카레닌이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한쪽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그녀는 카레닌이 잡아끄는 대로 따라가 보았다. 그녀는 아무것도 심어져 있지 않은 화단의 얼어붙은 진흙땅 위에서 부리가 긴 까마귀의 작은 머리를 발견했다."

 

프랑스어 원문: Elle longeait un lotissement où l’on avait aménagé sur de grandes parcelles entre les maisons de minuscules champs cultivés et de petits jardins. [...] au-dessus de l’argile gelée d’une plate-bande déser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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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시공사, 2014(4).

 

고등학교 2학년 진급. 새 학급 편성.

 

미하엘의 내면 풍경.

 

나는 이미 여자를 알았다. 그래서 침착하게 친구처럼 행동할 수 있었다. 여학생들은 그걸 좋아했다. 이제 나는 이 새로운 반에서 그들을 내 마음대로 다룰 것이고 또 그렇게 해서 남자아이들에게서도 좋은 반응을 얻게 되리라.”(89)

 

나는 이미 여자를 알았다. 그래서 침착하게 친구처럼 행동할 수 있었다. 여학생들은 그걸 좋아했다. 이제 나는 이 새로운 반에서 그들과 잘 지낼 것이고 또 그렇게 해서 남자아이들에게서도 좋은 반응을 얻게 되리라.”

 

독일어 원문: Ich würde in der neuen Klasse mit ihnen zurechtkommen und dadurch auch bei den Jungen ankommen.

 

mit jemandem zurechtkommen = ‘누구를 마음대로 다루다는 지나친 해석.

 

다음의 적절한 번역을 참고할 것.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느냐는 나의 질문에는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나는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104)

 

독일어 원문: Auf meine Frage, was sie quäle, reagierte sie unwirsch. Ich kam damit nicht gut zure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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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완성되는 공간

 

노란 벤치.

 

거기 앉아 토마시는 테레자를 기다린다.

 

거기 앉은 토마시가 숙명 지워진남자임을, 테레자는 알아본다.

 

우연이 완성되는 공간은 공원’.

 

건너편, 더럽고 조그만 마을 한가운데에 그녀에겐 언제나 아름다움의 작은 섬이었던 쓸쓸하고 한적한 광장이 있었다. 포플러나무 네 그루, 잔디밭 벤치, 수양버들, 개나리가 있었다.”(90)

 

건너편, 더럽고 조그만 도시 한가운데에 그녀에겐 언제나 아름다움의 작은 섬이었던 쓸쓸하고 한적한 공원이 있었다. 거기에는 포플러나무 네 그루 심긴 잔디밭, 벤치들, 수양버들, 개나리가 있었다.”

 

프랑스어 원문: En face, au milieu de la petite ville sale, il y avait un square morne et clairsemé qui avait toujours été pour elle un îlot de beauté : une pelouse avec quatre peupliers, des bancs, un saule pleureur et des forsythias.

 

square = ‘광장이 아니라 공원’.

 

집을 뛰쳐나와 운명을 바꿀 용기를 테레자에게 주었던 것은 마지막 순간 그가 그녀에게 내밀었던 이 명함보다는 우연(, 베토벤, 6이라는 숫자, 광장의 노란 벤치)의 부름이었다.”(91)

 

집을 뛰쳐나와 운명을 바꿀 용기를 테레자에게 주었던 것은 마지막 순간 그가 그녀에게 내밀었던 이 명함보다는 우연(, 베토벤, 6이라는 숫자, 공원의 노란 벤치)의 부름이었다.”

 

이 대목도 공원’.

 

그는 그녀의 팔을 잡고 몇 년 전 두 사람이 종종 산책하던 광장으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광장에는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벤치가 있었다.”(238)

 

그는 그녀의 팔을 잡고 몇 년 전 두 사람이 종종 산책하던 공원으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공원에는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벤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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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시공사, 2014(4).

    

고등학교 2학년 여름.

 

한나의 집은 미하엘이 최우선으로 시간 배정을 하는 공간.

 

두 번째로 중요한 공간은 수영장, 미하엘 반 친구들이 모이는 사교의 공간.

 

또한 내가 그곳에서 일어나는 그 어느 것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곳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한나에게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수영장에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에 대해서 나 스스로에게 묻지 않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7월 나의 생일날에 나는 수영장에서 친구들의 생일 축하를 받았고 친구들이 아쉬워하는 가운데 그곳을 빠져나와 일 때문에 지친 한나로부터 형편없이 기분 나쁜 대접을 받았다. [...] 그녀의 나쁜 기분은 나를 화나게 만들었고, 나는 그곳에서 도망쳐 나의 친구들이 있는 수영장으로 가서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농담하고 게임을 하면서 시시덕거리는 가벼운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다.”(97, 부분삭제 인용)

 

또한 내가 그곳에서 일어나는 그 어느 것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곳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한나에게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수영장에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나는 오랫동안 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7월 나의 생일날에 나는 수영장에서 친구들의 생일 축하를 받았고 친구들이 아쉬워하는 가운데 그곳을 빠져나와 일 때문에 지친 한나로부터 형편없이 기분 나쁜 대접을 받았다. [...] 그녀의 나쁜 기분은 나를 화나게 만들었고, 나는 그곳에서 도망쳐 나의 친구들이 있는 수영장으로 가서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농담하고 게임을 하면서 시시덕거리는 가벼운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다.”

 

독일어 원문: Ob ich lieber im Schwimmbad wäre als bei Hanna, habe ich mich lange nicht zu fragen gewagt.

 

공간의 우선순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흔들린 것은, 생일날 한나가 보인 반응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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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유일성

 

토마시는 의료 활동을 시작한 후 처음 십 년 동안 오로지 인간의 뇌만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자아를 포착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히틀러와 아인슈타인 사이나, 브레즈네프와 솔제니친 사이에는 차이점보다는 유사성이 훨씬 더 많았다.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한다면 그들 간에는 100만 분의 1의 상이점과 99999의 유사한 점이 있다.”(321-322)

 

토마시는 의료 활동을 시작한 후 마지막 십 년 동안 오로지 인간의 뇌만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자아를 포착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히틀러와 아인슈타인 사이나, 브레즈네프와 솔제니친 사이에는 차이점보다는 유사성이 훨씬 더 많았다.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한다면 그들 간에는 100만 분의 1의 상이점과 100만 분의 99999의 유사한 점이 있다.”

 

프랑스어 원문: Tomas, qui pendant les dix dernières années de son activité médicale s’était occupé exclusivement du cerveau humain, savait qu’il n’est rien de plus difficile à saisir que le m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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