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누락(3)

 

그것은 추악하고도 꺼림칙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강렬했으며 깊은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느낌은 그 어떤 다른 생각보다도 더 단단하게 내 비밀과 죄에 나를 결박하였다. 어쩌면 지금쯤 그 크로머 녀석은 벌써 경찰한테로 가서 내 이름을 댔겠지. 천둥 번개가 이제 내 머리 위로 몰려오지.

여기까지 이야기한 이 모든 체험에서는 이 순간이 [...]”(26, 부분삭제 인용)

 

그것은 추악하고도 꺼림칙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강렬했으며 깊은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느낌은 그 어떤 다른 생각보다도 더 단단하게 내 비밀과 죄에 나를 결박하였다. 어쩌면 지금쯤 그 크로머 녀석은 벌써 경찰한테로 가서 내 이름을 댔겠지. 천둥 번개가 이제 내 머리 위로 몰려오지. 한데 집에선 나를 어린애 취급하고 있는데!

여기까지 이야기한 이 모든 체험에서는 이 순간이 [...]”

 

독일어 원문: Es war ein häßliches und widriges Gefühl, aber es war stark und hatte einen tiefen Reiz, und es kettete mich fester als jeder andere Gedanke an mein Geheimnis und meine Schuld. Vielleicht, dachte ich, ist der Kromer jetzt schon zur Polizei gegangen und hat mich angegeben, und Gewitter ziehen sich über mir zusammen, während man mich hier wie ein kleines Kind betrachtet!

Von diesem ganzen Erlebnis, soweit es bis hier erzählt ist, war dieser Augenbli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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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누락(2)

 

“<집에 가는 게 뭐 그리 급하냐.> 프란츠가 웃었다. <우린 가는 길이 같잖아.>

어슬렁어슬렁 그 애는 계속 걸어갔고, 나는 감히 딴 데로 가지 못했다. 그런데 그 애는 정말로 우리 집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가 다 왔을 때, 우리 집 현관문과 묵직한 구리 문손잡이, 어머니 방의 커튼이 보였을 때 나는 깊이 숨을 내쉬었다. 오 집으로 돌아왔구나! 오 축복받은, 선한 귀환, 집으로, 밝음 속으로, 평화 속으로 귀환!”(18, 문장부호 및 띄어쓰기 수정인용)

 

“<집에 가는 게 뭐 그리 급하냐.> 프란츠가 웃었다. <우린 가는 길이 같잖아.>

어슬렁어슬렁 그 애는 계속 걸어갔고, 나는 감히 딴 데로 가지 못했다. 그런데 그 애는 정말로 우리 집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가 다 왔을 때, 우리 집 현관문과 묵직한 구리 문손잡이, 창문에 비치는 태양, 어머니 방의 커튼이 보였을 때 나는 깊이 숨을 내쉬었다. 오 집으로 돌아왔구나! 오 축복받은, 선한 귀환, 집으로, 밝음 속으로, 평화 속으로 귀환!”

 

독일어 원문: [...]

Langsam schlenderte er weiter, und ich wagte nicht auszureißen, aber er ging wirklich den Weg gegen unser Haus. Als wir dort waren, als ich unsre Haustür sah und den dicken messingenen Drücker, die Sonne in den Fenstern und die Vorhänge im Zimmer meiner Mutter, da atmete ich tief auf. O Heimkehr! O gute, gesegnete Rückkunft nach Hause, ins Helle, in den Frieden!

 

빠진 부분 보완: die Sonne in den Fens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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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프란츠 크로머와 에밀 싱클레어.

 

“<너도 알겠지.> 프란츠가 나직이 말했다. <모퉁이 물방아 곁 과수원이 누구네 것인지?>

<아니, 난 몰라. 물방앗간 주인 거겠지 뭐.>

프란츠는 내 어깨에 팔을 두르더니 나를 자기한테로 바짝 끌어당겼다. 이제 나는 바로 코앞에서 그애의 얼굴을 보아야만 했다.”(19, 문장부호 수정인용)

 

“<너도 알겠지.> 프란츠가 나직이 말했다. <모퉁이 물방아 곁 과수원이 누구네 것인지?>

<아니, 난 몰라. 물방앗간 주인 거겠지 뭐.>

프란츠는 팔로 나를 휘감더니 나를 자기한테로 바짝 끌어당겼다. 이제 나는 바로 코앞에서 그애의 얼굴을 보아야만 했다.”

 

독일어 원문: [...]

Franz hatte den Arm um mich geschlungen und zog mich nun ganz dicht zu sich heran, daß ich ihm aus nächster Nähe ins Gesicht sehen mußte.

 

den Arm um mich schlingen = 팔로 나를 휘감다.

 

‘um mich’는 어깨가 아닌 몸 전체를 감싸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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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집 앞에서, 싱클레어에게, 크로머는 돈을 가져오라는 협박을 하고 사라진다.

 

내가 방으로 들어섰을 때, 아버지께서 내 젖은 구두만 보신 것이 나에게는 다행이었다. 그것이 관심을 돌려, 아버지는 더 나쁜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셨다. 그 비난을 나는 남몰래 다른 것과 연관시켰다. 그때 마음속에서 이상하게도 새로운 느낌 하나가 불꽃처럼 번득였다. 뽑히지 않는 미늘들이 가득 박힌 듯한 날카롭고 불길한 느낌이었다. 나는 내가 아버지보다 우월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한순간, 아버지의 무지에 대해 약간의 경멸을 느꼈던 것이다. 젖은 장화에 대한 비난은 내게는 소소해 보였다.”(25-26)

 

내가 방으로 들어섰을 때, 아버지께서 내 구두가 젖었다고 꾸짖은 것이 나에게는 다행이었다. 그것이 관심을 돌려, 아버지는 더 나쁜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셨다. 아버지의 비난은 견딜만했고, 그 비난을 나는 남몰래 다른 것과 연관시켰다. 그때 마음속에서 이상하게도 새로운 느낌 하나가 불꽃처럼 번득였다. 뽑히지 않는 미늘들이 가득 박힌 듯한 날카롭고 불길한 느낌이었다. 나는 내가 아버지보다 우월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한순간, 아버지의 무지에 대해 약간의 경멸을 느꼈던 것이다. 젖은 장화에 대한 비난은 내게는 소소해 보였다.”

 

독일어 원문: Es war mir lieb, daß mein Vater sich, als ich eintrat, über meine nassen Schuhe aufhielt. Es lenkte ab, er bemerkte das Schlimmere nicht, und ich durfte einen Vorwurf ertragen, den ich heimlich mit auf das andere bezog. Dabei funkelte ein sonderbar neues Gefühl in mir auf, ein böses und schneidendes Gefühl voll Widerhaken: ich fühlte mich meinem Vater überlegen! Ich fühlte, einen Augenblick lang, eine gewisse Verachtung für seine Unwissenheit, sein Schelten über die nassen Stiefel schien mir kleinlich.

 

sich über A aufhalten = A를 비방하다, 나무라다.

 

빠진 부분도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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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누락(1)

   

이따금씩 내 삶의 평화로움에 놀라곤 했다. 나는 워낙 오래 홀로였고, 포기를 연습하고, 내 자신의 고통으로 힘들게 허우적거리는 데 익숙했던 터라 H시에서의 이 몇 달은 꿈의 섬처럼 느껴졌다. 거기서 나는 요술에 걸린 듯 편안하게 오직 아름답고, 유쾌한 일과 생각들 속에서 살 수 있었다. 이것이 우리가 구상하는 보다 높은 새로운 공동체의 전조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나는 넘치는 만족과 쾌적함 속에서 숨 쉬도록 태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고통과 쫓김이 필요했다.”(210-211, 띄어쓰기 수정인용)

 

이따금씩 내 삶의 평화로움에 놀라곤 했다. 나는 워낙 오래 홀로였고, 포기를 연습하고, 내 자신의 고통으로 힘들게 허우적거리는 데 익숙했던 터라 H시에서의 이 몇 달은 꿈의 섬처럼 느껴졌다. 거기서 나는 요술에 걸린 듯 편안하게 오직 아름답고, 유쾌한 일과 생각들 속에서 살 수 있었다. 이것이 우리가 구상하는 보다 높은 새로운 공동체의 전조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때때로 이 행복 너머로 나를 사로잡은 것은 깊은 슬픔이었다. 이 행복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넘치는 만족과 쾌적함 속에서 숨 쉬도록 태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고통과 쫓김이 필요했다.”

 

독일어 원문: Zuweilen wunderte ich mich über die Friedlichkeit meines Lebens. Ich war so lang gewohnt, allein zu sein, Verzicht zu üben, mich mühsam mit meinen Qualen herumzuschlagen, daß diese Monate in H. mir wie eine Trauminsel vorkamen, auf der ich bequem und verzaubert nur in schönen, angenehmen Dingen und Gefühlen leben durfte. Ich ahnte, daß dies der Vorklang jener neuen, höheren Gemeinschaft sei, an die wir dachten. Und je und je ergriff mich über dies Glück eine tiefe Trauer, denn ich wußte wohl, es konnte nicht von Dauer sein. Mir war nicht beschieden, in Fülle und Behagen zu atmen, ich brauchte Qual und Hetze.

 

빠진 부분을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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