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누락(26)

 

크로머의 휘파람 소리와 싱클레어.

 

특별한 충동이 나로 하여금, 어린 시절의 소년들의 놀이를 다시 해보게 했다. 나는 얼마만큼은 나보다 어린, 아직 선하고 자유롭고 죄 없고 안정감 있는 소년의 역을 했다. 그러나 그 한가운데로, 늘 예상하고 있음에도 늘 놀라게 하는 크로머의 휘파람 소리가 그 어딘가로부터 울려와, 줄을 탁 끊었고, 상상들을 짓부수었다. 그러면 나는 가야 했다.”(33, 띄어쓰기 수정인용)

 

특별한 충동이 나로 하여금, 어린 시절의 소년들의 놀이를 다시 해보게 했다. 나는 얼마만큼은 나보다 어린, 아직 선하고 자유롭고 죄 없고 안정감 있는 소년의 역을 했다. 그러나 그 한가운데로, 늘 예상하고 있음에도 늘 소스라치게 방해하고 놀라게 하는 크로머의 휘파람 소리가 그 어딘가로부터 울려와, 줄을 탁 끊었고, 상상들을 짓부수었다. 그러면 나는 가야 했다.”

 

독일어 원문: [...] ein sonderbarer Trieb hieß mich, Knabenspiele früherer Epochen wieder aufzunehmen; ich spielte gewissermaßen einen Knaben, der jünger war als ich, der noch gut und frei, unschuldig und geborgen war. Aber mitten hinein, immer erwartet und immer doch entsetzlich aufstörend und überraschend, klang der Kromersche Pfiff von irgendwoher, schnitt den Faden ab, zerstörte die Einbildungen. Dann mußte ich gehen, [...]

 

빠진 문구entsetzlich aufstörend를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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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누락(25)

 

싱클레어는 자기 집 현관 복도에서, 크로머에게 붙잡혀 협박을 당한다.

 

놀라서 나는 그애를 응시했다. 내 팔을 움켜쥔 그애의 손은 무쇠처럼 단단했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그애가 대체 무슨 속셈을 가졌는지, 혹시 나를 괴롭히겠다는 것인지. 지금 내가 소리를 지른다면, 나는 생각했다. 요란하게 소리를 지른다면, 누군가가 위에서 제때 나를 구하러 내려올 것인가? 그러나 나는 포기했다.”(18-19)

 

놀라서 나는 그애를 응시했다. 내 팔을 움켜쥔 그애의 손은 무쇠처럼 단단했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그애가 대체 무슨 속셈을 가졌는지, 혹시 나를 괴롭히겠다는 것인지. 지금 내가 소리를 지른다면, 나는 생각했다. 큰소리로 요란하게 소리를 지른다면, 누군가가 위에서 제때 나를 구하러 내려올 것인가? 그러나 나는 포기했다.”

 

독일어 원문: Erschrocken sah ich ihn an. Sein Griff um meinen Arm war fest wie Eisen. Ich überlegte, was er im Sinn haben könnte, und ob er mich etwa mißhandeln wolle. Wenn ich jetzt schreien würde, dachte ich, laut und heftig schreien, ob dann wohl schnell genug jemand von droben dasein würde, um mich zu retten? Aber ich gab es auf.

 

빠진 낱말laut을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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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또 하나의 세계.

 

아름답고 무시무시한, 거칠고도 잔인한 그 모든 일들이 사방에, 바로 옆 골목, 바로 옆집에서 있었고 경찰 끄나풀들과 부랑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주정뱅이들이 아내를 패고 저녁때면 젊은 여자들의 무리가 뒤엉켜 공장에서 꾸역꾸역 나왔다.”(11, 띄어쓰기 수정인용)

 

아름답고 무시무시한, 거칠고도 잔인한 그 모든 일들이 사방에, 바로 옆 골목, 바로 옆집에서 있었고 순경들과 부랑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주정뱅이들이 아내를 패고 저녁때면 젊은 여자들의 무리가 뒤엉켜 공장에서 꾸역꾸역 나왔다.”

 

독일어 원문: Alle diese schönen und grauenhaften, wilden und grausamen Sachen gab es ringsum, in der nächsten Gasse, im nächsten Haus, Polizeidiener und Landstreicher liefen herum, Betrunkene schlugen ihre Weiber, Knäuel von jungen Mädchen quollen abends aus Fabriken, [...]

 

Polizeidiener = 경찰관, 순경

    

단어 뜻을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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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기술적 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심철민 옮김, 도서출판 b, 2017(4).

 

심철민 선생님께

 

1

원본과 필사본, 원문과 번역문 사이에는 질적 차이 외에도 양적 차이가 존재합니다.

 

누락이 좋은 예입니다.

 

 

2

영상언어Bildsprache는 아직 충분히 무르익었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 눈이 아직 그것에 부응할 만큼의 힘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상언어로 표현되어 있는 것에 대한 숭배Kult도 아직 충분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48)

 

영상언어Bildersprache는 아직 충분히 무르익었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 눈이 아직 그것에 부응할 만큼의 힘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상언어로 표현되어 있는 것에 대한 경의도, 숭배Kult도 아직 충분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3

독일어 원문: Die Bildersprache ist noch nicht zur Reife gediehen, weil unsere Augen ihr noch nicht gewachsen sind. Noch gibt es nicht genug Achtung, nicht genug Kult für das was sich in ihr ausspricht.

 

 

4

한 단어Achtung, 프랑스어 원문: respect가 빠져서 보완했습니다. 아울러, Bildersprache의 표기도 바로잡았습니다.

 

 

5

누락은 번역자의 원죄(原罪)’일지도 모릅니다. 출판사 편집자가 대조독을 통해 원문과 번역문을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박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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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기술적 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심철민 옮김, 도서출판 b, 2017(4).

 

심철민 선생님께

 

1

번역문, 원문에 명사 ‘Natur’가 다섯 차례 나옵니다.

 

그 가운데 한 문장입니다.

 

 

2

So wird handgreiflich, daß es eine andere Natur ist, die zu der Kamera als die zum Auge spricht.

 

 

3

81, 번역문:

 

이리하여 카메라에게 말을 거는 자연은 육안에게 말을 거는 자연과는 다른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진다.

 

이리하여 카메라에게 말을 거는 특성은 육안에게 말을 거는 특성과는 다른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진다.

 

 

4

무언가 착각을 하신 것 같습니다. 여기서 ‘Naur’자연이 아닙니다.

 

자연(自然), 정관사 die와 함께 씁니다: die Natur.

 

 

부정관사eine와 함께 쓰면, ‘특성이나 본질을 의미합니다.

 

 

5

기존 번역본을 살펴보겠습니다:

 

따라서 카메라에 나타나는 것은 육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성질의 것임이 분명하다.(반성완)

 

따라서 카메라에 나타나는 것은 육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성질의 것임이 분명하다.(최성만)

 

이렇게 볼 때 카메라를 통해서 나타나는 것과 육안을 통해서 포착되는 것은 다른 성질의 것이라는 점이 쉽게 이해될 수 있겠다.(차봉희)

 

 

6

하지만, 반성완과 최성만도 유사한 실수를 하고 있습니다.

 

벤야민의 다른 글, <사진의 작은 역사>에 위쪽의 독일어 원문과 비슷한 대목이 나옵니다.

 

 

(벤야민은 이 대목을 나중에 <기술적 복제시대의 예술작품> 216절과, 313절에 끼워 넣은 것입니다.)

 

 

7

Es ist ja eine andere Natur, welche zur Kamera als zum Auge spricht [...]

 

카메라에 비치는 자연은 눈에 비치는 자연과 다르기 때문이다.(반성완)

 

카메라에 비치는 특성은 눈에 비치는 특성과 다르기 때문이다.

 

 

카메라에 비치는 자연은 눈에 비치는 자연과 다른 법이다.(최성만)

 

카메라에 비치는 특성은 눈에 비치는 특성과 다른 법이다.

 

 

8

김화영은 알베르 카뮈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기존 번역본특히, 이휘영의 번역을 참고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상적인번역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선학(先學)들이 축적해 놓은 원문 텍스트 이해와 한국어 표현 가능성을 살펴보고, 그 토대 위에서 자신의 이해와 표현 가능성을 확장해 가는 번역 방법과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박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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