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판의 의미

 

파리의 사비나.

 

토마시와 테레자의 사망 소식.

 

몽파르나스 묘지 산책.

 

그녀의 시선이 구덩이 곁 한구석에서 기다리고 있는 바위에 멈췄다. 이 돌은 그녀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녀는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하루 종일 그 바위에 대해 생각했다. 무슨 이유로 그 바위가 그토록 두려웠던가?

그녀는 이렇게 답을 내렸다. 무덤이 이 바위로 폐쇄된다면, 죽은 자는 더 이상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죽은 자는 어찌 되었던 무덤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진흙 밑이거나 바위 아래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아니다, 마찬가지가 아니다. 무덤을 바위로 덮는 것은 죽은 자가 되돌아오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거운 돌이 거기 그대로 있어!’라고 죽은 자에게 말하는 것이다.

사비나는 그녀 아버지의 무덤을 떠올렸다. [...] 아버지가 석판으로 덮였다면, 그녀는 결코 아버지가 죽은 뒤에 그에게 말을 걸거나, 그가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는 목소리를 [...]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

[...] 왜냐하면 여기에서 죽으면 그녀는 바위 아래에 갇힐 것이며, 멈출 줄 모르는 여자에게 있어 뜀박질 도중에 영원히 멈추는 것은 생각만 해도 참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204-205, 부분삭제 인용)

 

그녀의 시선이 구덩이 곁 한구석에서 기다리고 있는 석판에 멈췄다. 이 돌은 그녀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녀는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하루 종일 그 석판에 대해 생각했다. 무슨 이유로 그 석판 그토록 두려웠던가?

그녀는 이렇게 답을 내렸다. 무덤이 이 석판으로 폐쇄된다면, 죽은 자는 더 이상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죽은 자는 어찌 되었던 무덤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진흙 밑이거나 석판 아래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아니다, 마찬가지가 아니다. 무덤을 석판으로 덮는 것은 죽은 자가 되돌아오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거운 돌이 거기 그대로 있어!’라고 죽은 자에게 말하는 것이다.

사비나는 그녀 아버지의 무덤을 떠올렸다. [...] 아버지가 석판으로 덮였다면, 그녀는 결코 아버지가 죽은 뒤에 그에게 말을 걸거나, 그가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는 목소리를 [...]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

[...] 왜냐하면 여기에서 죽으면 그녀는 석판 아래에 갇힐 것이며, 멈출 줄 모르는 여자에게 있어 뜀박질 도중에 영원히 멈추는 것은 생각만 해도 참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어 원문: pie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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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구조

 

얼마 전 나는 기막힌 감정의 불꽃에 사로잡혔다. 나는 히틀러에 관한 책을 뒤적이다 사진 몇 장을 보곤 감격했다.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가족 중 몇몇은 나치 수용소에서 죽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이, 되돌아갈 수 없는 내 인생의 한 시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 줬던 히틀러의 사진에 비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히틀러와의 화해는 영원한 회귀란 없다는 데에 근거한 세계에 존재하는 고유하고 심각한 도덕적 변태를 보여준다. 왜냐하면 이런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처음부터 용서되며, 따라서 모든 것이 냉소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11)

 

얼마 전 나는 기막힌 감정에 사로잡혔다. 나는 히틀러에 관한 책을 뒤적이다 사진 몇 장을 보곤 울컥했다.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가족 중 몇몇은 나치 수용소에서 죽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이, 되돌아갈 수 없는 내 인생의 한 시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 줬던 히틀러의 사진에 비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히틀러와의 화해는 영원한 회귀란 없다는 데에 근거한 세계에 존재하는 고유하고 심각한 도덕적 도착(倒錯) 보여준다. 왜냐하면 이런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처음부터 용서되며, 따라서 모든 것이 냉소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어 원문: Il n’y a pas longtemps, je me suis surpris dans une sensation incroyable : en feuilletant un livre sur Hitler, j’étais ému devant certaines de ses photos ; [...]

Cette réconciliation avec Hitler trahit la profonde perversion morale inhérente à un monde fondé essentiellement sur l’inexistence du retour, car dans ce monde-là tout est d’avance pardonné et tout y est donc cyniquement per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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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 줄 수 있는 기억

 

19688, 소련의 체코 침공.

 

체코의 사진기자와 촬영기사는 그들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먼 미래를 위해 강간 장면을 보존하는 것. 테레자는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그 일주일 동안 거리에서 소련 군인과 장교 들의 사진을 찍었다. 소련군들은 속수무책으로 사진에 찍혔다. 그들은 누가 그들에게 총을 쏘거나 돌을 던질 경우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서는 정확한 지침을 받았지만, 카메라 렌즈 앞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아무도 그들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다.”(120-121)

 

체코의 사진기자와 카메라맨은 그들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먼 미래를 위해 불법 침공 장면을 보존하는 것. 테레자는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그 일주일 동안 거리에서 소련 사병과 장교 들의 사진을 찍었다. 소련군들은 속수무책으로 사진에 찍혔다. 그들은 누가 그들에게 총을 쏘거나 돌을 던질 경우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서는 정확한 지침을 받았지만, 카메라 렌즈 앞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아무도 그들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다.”

 

프랑스어 원문: Les photographes et les cameramen tchèques comprirent l’occasion qui leur était donnée de faire la seule chose qu’on pouvait encore faire : préserver pour l’avenir lointain l’image du viol. Tereza passa ces sept journées-là dans les rues à photographier des soldats et des officiers russes dans toutes sortes de situations compromettant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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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보리수

 

토마시와 테레자, 카레닌의 주말 온천 나들이.

 

그들은 차를 광장에 세우고 내렸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예전에 머물렀던 호텔과 그 현관의 사향 나무가 맞은편에 그대로 있었다. 호텔 왼편으로 오래된 목조 회랑이 이어졌고, 그 끝에서 광천수가 대리석 수조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271-272)

 

그들은 차를 광장에 세우고 내렸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예전에 머물렀던 호텔과 그 현관 앞에 보리수(菩提樹) 노목 맞은편에 그대로 있었다. 호텔 왼편으로 오래된 목조 회랑이 이어졌고, 그 끝에서 광천수가 대리석 수조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프랑스어 원문: Ils garèrent la voiture sur la place et descendirent. Rien n’avait changé. En face se trouvaient l’hôtel où ils étaient descendus cette année-là, et le vieux tilleul devant l’entrée. A gauche de l’hôtel s’étendaient d’anciennes arcades en bois et, tout au bout, l’eau d’une source ruisselait dans une vasque de marb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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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장과 문헌학자

 

그녀는 벽장을 열고 한 구석에 처박혀 잊힌 카메라를 찾았다. 토마시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나중에 이 사진을 보면 무척 기쁠 거야. 카레닌이 우리 삶의 한 부분이었으니까.>

<뭐라고, 한 부분이었다고?> 하고 테레자는 뱀에 물린 듯 화들짝 놀랐다. 카메라가 장롱 속에 있는데도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475, 문장부호 수정인용)

 

그녀는 벽장을 열고 한 구석에 처박혀 잊힌 카메라를 찾았다. 토마시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나중에 이 사진을 보면 무척 기쁠 거야. 카레닌이 우리 삶의 한 부분이었으니까.>

<뭐라고, 한 부분이었다고?> 하고 테레자는 뱀에 물린 듯 화들짝 놀랐다. 카메라가 벽장 속에 있는데도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프랑스어 원문: placard

 

비행기가 방콕에 착륙했다. 의사, 지식인, 기자 사백일흔 명이 국제 규모 호텔의 큰 홀로 들어갔다. 거기에서 다른 의사, 배우, 가수, 철학자 들이 수첩과 녹음기, 사진기, 촬영기를 갖춘 또 다른 기자 백여 명을 대동하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421)

 

비행기가 방콕에 착륙했다. 의사, 지식인, 기자 사백일흔 명이 국제 규모 호텔의 큰 홀로 들어갔다. 거기에서 다른 의사, 배우, 가수, 문헌학자 들이 수첩과 녹음기, 사진기, 촬영기를 갖춘 또 다른 기자 백여 명을 대동하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프랑스어 원문: philolog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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