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즐거웠던 배움의 시간은 오히려 내게 어떤 두려움을 남겼다. 즉 세상에는 바닷가에 있는 모든 조약돌을 뒤집어 보듯 텍스트를 읽어내는 이들이 있다는 것, 그러므로 땅에 떨어진 남의 깃털을 주워 아무리 몸을 장식하려 해도 결국 누군가에게는 들킨다는 것을 그때 나는 배웠다.

 

김현호, <경향신문>, 2023.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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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투이는 베트남전 중에는 깊은 구덩이나 지뢰처럼 예측할 수 없는 위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고 했다. “저희 어머니는 항상 혹시 구덩이에 빠지게 되면 하늘을 올려 보라고 하셨어요. 생의 마지막 순간을 껌껌한 굴이 아니라 푸른 하늘로 기억하라면서요.”

 

백수진, <조선일보>, 2020.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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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의 사전적 의미는 스스로 일어선다는 겁니다. 저한테 자립의 의미는 달라요. 식물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산이나 들에서 나무를 관찰할 일이 많아져요. 처음에는 나무가 혼자서 잘 자란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보다 보면 나무도 땅에, 물에, 바람에 기대서 살고 있어요. 또 다른 생물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죠. 저는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생기고,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게 자립이라고 생각해요.

 

변희원, <조선일보>, 2020.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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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걱정의 말은 곧 어머니가 늘 말한 ‘사랑의 말’이다. 그 말은 언제나 타인에 대한 관찰에서 나왔다.


허윤희, <한겨레>, 2020.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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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머니의 폭력, 애정과잉, 꾸지람을 성격의 개인적인 특색으로 보지 않고 어머니의 개인사, 사회적 신분과 연결해 보려고 한다.” 한 인간이 처한 사회 구조, 모순과 욕망의 지도를 읽어내기를 포기하지 않고 감정의 실개천까지 포착한 글들은 사모곡을 넘어선 인간 탐구서가 됩니다.

 

은유, <경향신문>, 2020.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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