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교미하라!

 

내가 전체주의라고 표현한 까닭은 키치를 훼손하는 모든 것은 삶으로부터 추방당하기 때문이다. 모든 개인주의의 발현(모든 부조화는 미소 짓는 연대감의 얼굴에 내뱉는 가래침이기 때문이다.) 모든 회의주의(사소한 세목에 대한 의심하기 시작하는 자는 마침내 있는 그대로의 삶, 그 자체를 의심하기 마련이다.) 아이러니(키치의 왕국에서는 모든 것이 진지하게 간주되어야 하기 때문에.) 뿐만 아니라 가족을 버린 어머니나 여자보다 남자를 좋아해서 교미하여 번식하여라.”라는 신성불가침한 슬로건을 위협하는 남자.”(406-407, 문장부호 교정인용)

 

내가 전체주의라고 표현한 까닭은 키치를 훼손하는 모든 것은 삶으로부터 추방당하기 때문이다. 모든 개인주의의 표명(모든 부조화는 미소 짓는 연대감의 얼굴에 내뱉는 가래침이기 때문이다.) 모든 회의주의(사소한 세목에 대한 의심하기 시작하는 자는 마침내 있는 그대로의 삶, 그 자체를 의심하기 마련이다.) 아이러니(키치의 왕국에서는 모든 것이 진지하게 간주되어야 하기 때문에.) 뿐만 아니라 가족을 버린 어머니나 여자보다 남자를 좋아해서 생육하고 번성하라.”라는 지극히 신성한 슬로건을 위협하는 남자.”

 

프랑스어 원문: [...] toute manifestation d’individualisme (car toute discordance est un crachat jeté au visage de la souriante fraternité), [...] mais aussi la mère qui a abandonné sa famille ou l’homme qui préfère les hommes aux femmes et menace ainsi le sacro-saint slogan « croissez et multipliez-vous ».

 

교미하라!”

 

모욕적인, 이상한 명령!

 

원인은 착독(錯讀).

 

croissezcroisez로 한순간, 잘못 읽은 것.

 

croissez = croître자라다’, ‘증가하다의 명령형.

 

croisez = croiser교차시키다’, ‘교배시키다의 명령형.

 

(이 문구의 출전은 구약성서 <창세기>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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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단어 뜻의 성급한 적용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카레닌을 낙원의 아담과 비교하는 대목.

 

낙원에서 샘물을 들여다보던 아담은 자기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몰랐다. [...]

[......]

[...] 그 낙원의 아담은 샘물을 들여다보는데, 나르키소스와 달리, 물 위에 나타난 창백하고 노란 흔적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480)

 

마지막 문장의 핵심을 정리해 보자.

 

아담: 물에 비친 모습이 자기라는 사실을 안다.

 

나르키소스: 물에 비친 모습이 자기라는 사실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첫 번째 문장의 진술과 모순되고, 또 고대 신화의 나르키소스와 다르다.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아보고, 그것을 사랑한 게 나르키소스.

 

따라서 위 핵심은 뒤바뀌어야 한다.

 

낙원에서 샘물을 들여다보던 아담은 자기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몰랐다. [...]

[......]

[...] 그 낙원의 아담은 샘물을 들여다보는데, 나르키소스와 달리, 물 위에 나타난 창백하고 노란 흔적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한다.”

 

 

프랑스어 원문: se douter짐작하다는 뜻이고, 마지막 문장은 이것의 부정.

 

의심치 않는다는 번역은 se douterdouter의심하다를 바로 적용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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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재룡 옮김, 민음사, 1999(12).

 

책 등

 

일하던 호텔 술집에서 테레사는 한 엔지니어를 알게 된다.

 

이 엔지니어는 테레사를 집으로 초대하고, 테레사는 그를 방문한다. 음료수를 가지러,

 

[엔지니어]가 커튼 뒤로 사라지자, 그녀[테레사]는 책꽂이 쪽으로 다가갔다. 책 한 권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대왕 번역본이었다. 모르는 남자의 집에서 이 책을 보니 참으로 묘한 느낌이 들었다! 몇 년 전, 토마스는 자세히 읽어보라면서 이 책을 그녀에게 주었고 꽤 긴 시간 동안 이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생각을 신문에 발표했고, 그 기고문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뒤죽박죽 뒤집어놓았던 것이다. 그녀는 이 책의 뒷면을 보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마치 토마스가 여기에 그의 흔적, 자기가 미리 다 준비해 두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메시지를 일부러 남겨둔 것 같았다. 그녀는 책을 뽑아 펼쳐보았다.”(177-178)

 

[엔지니어]가 커튼 뒤로 사라지자, 그녀[테레사]는 책꽂이 쪽으로 다가갔다. 책 한 권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대왕 번역본이었다. 모르는 남자의 집에서 이 책을 보니 참으로 묘한 느낌이 들었다! 몇 년 전, 토마스는 자세히 읽어보라면서 이 책을 그녀에게 주었고 꽤 긴 시간 동안 이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생각을 신문에 발표했고, 그 기고문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뒤죽박죽 뒤집어놓았던 것이다. 그녀는 이 을 보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마치 토마스가 여기에 그의 흔적, 자기가 미리 다 준비해 두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메시지를 일부러 남겨둔 것 같았다. 그녀는 책을 뽑아 펼쳐보았다.”

 

 

프랑스어 원문: le dos de ce livre = 이 책의 등

 

내적 모순: 테레사가 책의 뒷면을 보았다면, 이는 테레사가 이미 책꽂이에서 책을 뽑아든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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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변기의 배설물

 

소설에는 건축과 건축물에 관한 통찰이 꽤 등장한다.

 

다음은 화장실 변기에 관한 관찰.

 

현대식 변기가 하얀 수련 꽃처럼 바닥 위로 솟아 있다. 변기 끈을 잡아당겨 물이 꾸르륵 소리를 내며 휩쓸려 내려가면 육체는 자신의 추한 꼴을 잊고 인간은 자기 내장의 배설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도록 건축가가 불가능한 일을 실현한 것이다. 하수관은 아파트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지만 우리 시선으로부터 세심하게 감춰져 있다.”(256)

 

현대식 변기가 하얀 수련 꽃처럼 바닥 위로 솟아 있다. 수조(水槽)에서 나온 물이 꾸르륵 소리를 내며 휩쓸려 내려가면 육체는 자신의 추한 꼴을 잊고 인간은 자기 내장의 배설물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도록 건축가가 불가능한 일을 실현한 것이다. 하수관은 아파트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지만 우리 시선으로부터 세심하게 감춰져 있다.”

 

프랑스어 원문: [...] l’homme ignore ce que deviennent les déjections de ses entrailles quand l’eau tirée du réservoir les chasse en gargouillant.

 

devenir = ‘이 되다’, ‘어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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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테레자의 시골 생활

 

테레자는 소 떼를 끌고 나아갔다. 소를 뒤에서 몰고 가다 보면 경박한 어린 송아지는 길에서 벗어나 옆길로 뛰어다니기 때문에 항상 야단쳐야 하는 송아지가 한 마리쯤 있게 마련이었다. 카레닌은 테레자를 동반했다. 소몰이를 하는 날마다 그녀를 따라다닌 지도 벌써 두 해째다. ”(466)

 

테레자는 소 떼를 끌고 나아갔다. 소를 뒤에서 몰고 가다 보면 경박한 어린 송아지는 길에서 벗어나 밭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항상 야단쳐야 하는 송아지가 한 마리쯤 있게 마련이었다. 카레닌은 테레자를 동반했다. 소몰이를 하는 날마다 그녀를 따라다닌 지도 벌써 두 해째다

 

프랑스어 원문: Tereza s’avance avec son troupeau de génisses, elle les pousse devant elle, il y en a toujours une qu’il faut gronder parce que les jeunes vaches sont folâtres et s’écartent du chemin pour courir dans les champs. Karénine l’accompagne. Voilà déjà deux ans qu’il la suit jour aprés jour au pâtu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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