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정체성(밀란 쿤데라 전집 9),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2(21).

 

매일 아침 샹탈은 출근하기 전에 우편함을 열고 자기 편지를 확인한다.

 

한 통의 편지를 발견한다.

 

그 편지에는 샹탈의 이름만 적혀 있고, 주소도 우표도 없다.

 

발신인이 손수 그 편지를 우편함에 넣은 모양이라고, 샹탈은 순간 생각한다.

 

조금 시간에 쫓긴 그녀는 봉투를 뜯지 않고 핸드백에 넣은 뒤 버스 쪽으로 서둘러 갔다. 자리에 앉자 봉투를 뜯었다. 편지에는 단 한 문장만 씌어 있었다. <나는 당신을 스파이처럼 따라다닙니다. 당신은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

첫 번째 느낌은 불쾌함이었다. [...] 그녀는 그것을 장난 편지라고 생각했다. 한번쯤 이런 쪽지를 받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으랴? 그녀는 편지를 다시 읽고는 옆집 여자도 그것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편지를 가방에 다시 넣고 주위를 한번 돌아보았다. 창가에 앉아 우두커니 거리를 보는 사람들, 이를 드러내며 웃는 여자 둘, 출입문 곁에서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키가 크고 멋진 젊은 흑인 하나, 필경 아직도 한창 읽어야 끝날 법한 책에 코를 박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평소 버스를 타면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50-51)

 

조금 시간에 쫓긴 그녀는 봉투를 뜯지 않고 핸드백에 넣은 뒤 버스 쪽으로 서둘러 갔다. 자리에 앉자 봉투를 뜯었다. 편지에는 단 한 문장만 씌어 있었다. <나는 당신을 스파이처럼 따라다닙니다. 당신은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

첫 번째 느낌은 불쾌함이었다. [...] 그녀는 그것을 장난 편지라고 생각했다. 한번쯤 이런 쪽지를 받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으랴? 그녀는 편지를 다시 읽고는 옆 좌석 여자도 그것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편지를 가방에 다시 넣고 주위를 한번 돌아보았다. 창가에 앉아 우두커니 거리를 보는 사람들, 이를 드러내며 웃는 여자 둘, 출입문 곁에서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키가 크고 멋진 젊은 흑인 하나, 필경 아직도 한창 읽어야 끝날 법한 책에 코를 박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평소 버스를 타면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

 

프랑스어 원문: [...] Elle relut la lettre et se rendit compte que la dame á côtè d'elle pouvait la lire aussi. [...]

 

la dame á côtè d'elle = 그녀 옆에 있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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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자아의 유일성

 

토마시는 의료 활동을 시작한 후 처음 십 년 동안 오로지 인간의 뇌만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자아를 포착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히틀러와 아인슈타인 사이나, 브레즈네프와 솔제니친 사이에는 차이점보다는 유사성이 훨씬 더 많았다.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한다면 그들 간에는 100만 분의 1의 상이점과 99999의 유사한 점이 있다.”(321-322)

 

토마시는 의료 활동을 시작한 후 마지막 십 년 동안 오로지 인간의 뇌만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자아를 포착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히틀러와 아인슈타인 사이나, 브레즈네프와 솔제니친 사이에는 차이점보다는 유사성이 훨씬 더 많았다.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한다면 그들 간에는 100만 분의 1의 상이점과 100만 분의 99999의 유사한 점이 있다.”

 

프랑스어 원문: Tomas, qui pendant les dix dernières années de son activité médicale s’était occupé exclusivement du cerveau humain, savait qu’il n’est rien de plus difficile à saisir que le m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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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국가 지도자들

 

사비나는 미술 대학에 등록을 했지만 피카소처럼 그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것을 의무적으로 그려야 했고, 미대에서는 공산주의 국가 우두머리의 초상화를 만들어 냈다.”(156)

 

사비나는 미술 대학에 등록을 했지만 피카소처럼 그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것을 의무적으로 그려야 했고, 미대에서는 공산주의 국가 지도자들의 초상화를 만들어 냈다.”

 

프랑스어 원문: Elle s’inscrivit à l’école des Beaux-Arts, mais il ne lui était pas permis de peindre comme Picasso. Il fallait alors obligatoirement pratiquer ce qui s’appelait le réalisme socialiste, et aux Beaux-Arts on fabriquait des portraits de chefs d'Etat communis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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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테레자의 시골 생활

 

테레자는 소 떼를 끌고 나아갔다. 소를 뒤에서 몰고 가다 보면 경박한 어린 송아지는 길에서 벗어나 옆길로 뛰어다니기 때문에 항상 야단쳐야 하는 송아지가 한 마리쯤 있게 마련이었다. 카레닌은 테레자를 동반했다. 소몰이를 하는 날마다 그녀를 따라다닌 지도 벌써 두 해째다. ”(466)

 

테레자는 소 떼를 끌고 나아갔다. 소를 뒤에서 몰고 가다 보면 경박한 어린 송아지는 길에서 벗어나 밭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항상 야단쳐야 하는 송아지가 한 마리쯤 있게 마련이었다. 카레닌은 테레자를 동반했다. 소몰이를 하는 날마다 그녀를 따라다닌 지도 벌써 두 해째다

 

프랑스어 원문: Tereza s’avance avec son troupeau de génisses, elle les pousse devant elle, il y en a toujours une qu’il faut gronder parce que les jeunes vaches sont folâtres et s’écartent du chemin pour courir dans les champs. Karénine l’accompagne. Voilà déjà deux ans qu’il la suit jour aprés jour au pâtu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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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걸음걸이

 

토마시가 왜 100만 분의 1의 상이성을 섹스에서만 찾으려고 했는지에 대한 물음도 당연히 제기될 수 있다. 예컨대 그들의 행동, 입맛, 혹은 아름다움의 선호도에서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322)

 

토마시가 왜 100만 분의 1의 상이성을 섹스에서만 찾으려고 했는지에 대한 물음도 당연히 제기될 수 있다. 예컨대 그들의 걸음걸이, 입맛, 혹은 아름다움의 선호도에서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프랑스어 원문: [...] Ne pouvait-il le trouver, par exemple, dans leur démarche, dans leurs goûts culinaires ou dans leurs préférences esthétiques ?

 

참고할 것: “바로 그날 테레자는 길거리에서 넘어졌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휘청거렸다.”(109-110)

 

[...] Sa démarche devint hésitan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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