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인칭대명사(1)

 

 

문광훈 선생님께

 

 

궁정화가 고야는 알바 공작부인을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작부인이 초대한 연극의 밤 행사 후, 고야는 자신의 무지를 깨닫습니다. 고야는 공작부인을 이제까지 제대로 본 적이 없었습니다.

 

 

돈 프란시스코는 계속 응시했다. 그는 공작비를 종종 만났고, 그녀의 초상화를 사심 없이 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제대로 되지 못했다. 그는 마드리드 사람들이 그렇게 자주 즐겨 말하는 이 대단한 부인의 얼굴을, 마치 놀이하듯이, 정중하지만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여러 초안에서 활용했다. 그는 그 초안들을 왕실 궁정에 걸 고블랭 걸개에 쓰려고 제작했다. 그러나 그때도 초안을 알지 못했고, 이전에 결코 본 적도 없었다. 저 사람이 알바 부인인가?”(19)

 

돈 프란시스코는 계속 응시했다. 그는 공작비를 종종 만났고, 그녀의 초상화를 사심 없이 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제대로 되지 못했다. 그는 마드리드 사람들이 그렇게 자주 즐겨 말하는 이 대단한 부인의 얼굴을, 마치 놀이하듯이, 정중하지만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여러 초안에서 활용했다. 그는 그 초안들을 왕실 궁정에 걸 고블랭 걸개에 쓰려고 제작했다. 그러나 그때도 이 대단한 부인 알지 못했고, 이전에 결코 본 적도 없었다. 저 사람이 알바 부인인가?”

 

독일어 원문: Don Francisco indes starrte weiter. Er hatte die Herzogin oft getroffen, er hatte ein Porträt von ihr gemalt, unbeteiligt, es war auch nichts Rechtes geworden, er hatte spielerisch das Gesicht der großen Dame, von der Madrid so viel und so gerne sprach, in den galanten, unverbindlichen Entwürfen verwandt, die er für die Gobelins der königlichen Schlösser anfertigte. Nun aber erkannte er sie nicht, er hatte sie niemals gesehen, und war das die Alba?

 

 

Nun aber erkannte er sie[=die große Dame] nicht, er hatte sie[=die große Dame] niemals gesehen, und war das die Alba?

 

= 그런데 그는 이 대단한 부인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이 대단한 부인을 결코 보지 못했던 것이다. 정녕 그 대단한 부인이 이 알바 부인이었단 말인가?

 

 

여기서 문법적으로, sie가 가리키는 대상은 초안이 아닌, ‘이 대단한 부인 = 알바 부인입니다.

 

(자기가 그린 초안(草案)을 알지 못하고, 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화가는 없을 것입니다.)

 

내용적으로도, 핵심은 동일한 한 대상에 대한 인식의 변화입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대상은 알바 부인이고, 이 동일한 대상을 바라보는 주체의 인식이 보지 못했음에서 으로 바뀐 것입니다.

 

 

2018. 4. 7.

 

박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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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문광훈 선생님께

 

 

12장 앞부분, 알바 공작부인의 저택에는 세 공간이 등장합니다.

 

연극 공연장, 회화관, 응접실.

 

이 거대한 홀인 응접실, 한쪽에는 연단이 설치되어 있고 그 위에 연회의 주인공, 알바 공작부인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습니다.

 

응접실 입구에서는 고야가 알바 공작부인의 시어머니 마르케사 부인과 환담을 하며, 연단 위에 앉아 있는 알바 공작부인을 바라봅니다. 고야는 자기 눈을 의심하며, 알바 공작부인의 모습에 정신을 잃습니다.’ 그래서 마르케사 부인의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늙은 마르케사 부인은 그사이에 계속 말했을지도 모르고, 아마 그도 대답했을 것이다. 그는 알지 못했다. 어쨌든 그는 그때 무뚝뚝하고도 예의 없이 그녀를 떠나, 연단의 홀을 가로질러갔다.”(20)

 

어쩌면 늙은 마르케사 부인은 그사이에 계속 말했을지도 모르고, 아마 그도 대답했을 것이다. 그는 알지 못했다. 어쨌든 그는 그때 무뚝뚝하고도 예의 없이 그녀를 떠나, 홀을 가로질러 연단으로 갔다.”

 

독일어 원문: Vielleicht hatte die alte Marquesa inzwischen weitergesprochen, vielleicht hatte er geantwortet. Er wußte es nicht. Jetzt jedenfalls verließ er sie brüsk, unmanierlich, und ging durch den Saal der Estrade zu.

 

 

durch den Saal der Estrade zugehen

 

= 홀을 가로질러 연단으로 가다

 

여기서, der Estrade2격이 아니라 3격입니다.

 

연단의 홀이 아니라, ‘어디로 가다는 뜻의 동사 zugehen과 결부되는 간접목적어입니다.

 

 

(일반적으로 2격이라면, 그 형태는 전체의 부분의 꼴을 취합니다. ‘홀의 연단이라는 표현은 가능하지만, ‘연단의 홀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얼굴의 점()’이 일반적인 표현입니다. ‘()의 얼굴은 시적(詩的) 언어일 것입니다.)

 

 

독일어 단수 여성명사는 2격과 3격의 형태가 동일해, 섬세한 독해를 요구합니다.

 

 

2018. 4. 6.

 

박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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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문광훈 선생님께

 

 

알바 공작부인이 주관하는 사교모임이 한참입니다. 하지만 고야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밖으로 나와 귀갓길에 오릅니다.

 

 

건물 밖에서는 좋지 않은 날씨가 그를 맞았다. 바람에다 눈비가 뒤섞인 소나기가 퍼붓는 마드리드 특유의 성가신 1월 저녁 날씨였다. 제복을 입은 하인이 마차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알바 공작비로부터 초대받았을 , 그는 궁정화가로서 이 마차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마차를 그냥 보냈다. 사람들은 놀라워했지만, 그는 집으로 걸어가는 걸 더 좋아했다.”(24)

 

건물 밖에서는 좋지 않은 날씨가 그를 맞았다. 바람에다 눈비가 뒤섞인 소나기가 퍼붓는 마드리드 특유의 성가신 1월 저녁 날씨였다. 제복을 입은 하인이 마차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알바 공작비로부터 초대받았을 때는, 하인이 딸린 마차를 대동하고 오는 것이 궁정화가의 격에 맞았다. 하지만 그는 마차를 그냥 보냈다. 사람들은 놀라워했지만, 그는 집으로 걸어가는 걸 더 좋아했다.

 

독일어 원문: Draußen empfing ihn unwirtliches Wetter, eine jener unangenehmen Madrider Januarnächte, voll von Wind und Schauern schneevermischten Regens. Sein Wagen wartete, mit livrierten Bedienten, das gehörte sich so für den Maler des Hofes, wenn er bei der Herzogin von Alba eingeladen war. Aber zur Verwunderung seiner Leute schickte er den Wagen fort. Er zog es vor, zu Fuß nach Haus zu laufen, [...]

 

 

das gehörte sich für A

 

= 그것은 A라는 신분에 어울렸다

 

 

수정 전 번역문에는, 알바 공작부인이 궁정화가 고야를 위해 마차를 준비해준 것처럼 번역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원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누가 누구를 위해 마차를 준비했다는 게 아닙니다. 원문의 핵심은 하인이 딸린 마차가 어떤 사람의 신분이나 격에 어울린다는 점입니다.

 

 

궁정화가로서 품위 유지를 위해, 고야는 적지 않은 지출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말과 마차에는 비용이 많이 들었고, 하인들은 뻔뻔스러워져 점점 더 많은 것을 원했으며 훔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궁정화가가 인색하게 굴 수는 없었다.”(27)

 

독일어 원문: Der Wagen und die Pferde waren kostspielig, die Bedienten waren unverschämt und verlangten immer mehr, auch stahlen sie, aber man konnte nichts machen, ein Hofmaler konnte sich nicht lumpen lassen.

 

 

2018. 4. 5.

 

박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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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문광훈 선생님께

 

 

알바 공작부인이 개최한 연극의 밤.

 

무대에서는마리 앙투아네트의 고난이 상연되고, 홀에서는 관객들이 이를 지켜봅니다:

 

많지 않은, 그러나 대부분 명문가 신사와 숙녀였던 관객들은 널따란 홀에서 길을 잃었다. 왜냐하면 무대 위 사건을 더 잘 비추느라 홀의 조명은 약했기 때문이었다.”(12)

 

 

저는 이 번역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얼마나 넓은 홀이기에, 홀에서 길을 잃을까?

 

독일어 원문: Die Zuhörer es waren ihrer nicht viele, zumeist Herren und Damen des Hochadels verloren sich in dem weiten Saal, der nur mäßig erhellt war, auf daß die Vorgänge auf der Bühne besser beleuchtet seien.

 

여기서, sich verlieren = nicht mehr wahrnehmbar sein = ‘(시야에서) 사라지다는 뜻입니다.

 

많지 않은, 그러나 대부분 명문가 신사와 숙녀였던 관객들은 널따란 홀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대 위 사건을 더 잘 비추느라 홀의 조명은 약했기 때문이었다.”

 

 

무대 위와 무대 아래 홀, 두 공간은 조명의 차이로 인해 한쪽은 밝고 다른 한쪽은 어둠에 묻혀 있습니다. 그래서 넓은 홀에 있는 관객들을 알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 상황은 연극 공연이 끝나고, 조명을 밝히자 해소됩니다:

 

더 많은 촛불이 켜졌다. 그래서 누가 그곳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15)

 

독일어 원문: Mehr Kerzen wurden angezündet. Man konnte sehen, wer da war.

 

 

(참고로 적습니다.

 

포이히트방어가 물리적인 의미에서, “길을 잃었다라는 표현을 하고 싶었다면, sich verirren이라는 표현을 썼을 것입니다.

 

 

다음은 그림 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두 남매가 숲에서 길을 잃은 장면입니다:

 

Sie suchten nach den Brotbröckchen; aber die Vögel hatten alle aufgepickt. So fanden Hänsel und Gretel ihren Weg nach Haus nicht mehr und verirrten sich immer mehr im Wald.)

 

 

2018. 4. 4.

 

박진곤

 

 

 

<헨젤과 그레텔> 독일우표(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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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문광훈 선생님께

 

 

알바 공작부인은, 고야에게 한 희극 작품을 언급하며 이를 모티프 삼아 부채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다시 이전 어조를 회복했다. “시간 날 때, 뭔가 다른 걸 그려주겠어요, 돈 프란시스코?” 그녀가 물었다. “이를테면 부채 같은 것 말이에요. 내게서성직자와 마하El Abate y la Maja그리고 싶나요?” 그러나 그것은 라몬 데 라 크루스의 막간극수도사와 마하El Fraile y la Maja였다. 작지만 대담한 이 희극은 연인의 은밀한 생각 때문에 공개 상연이 금지된 작품이었다.”(21-22)

 

그러는 사이 그녀는 다시 이전 어조를 회복했다. “시간 날 때, 뭔가 다른 걸 그려주겠어요, 돈 프란시스코?” 그녀가 물었다. “이를테면 부채 같은 것 말이에요. 내게성직자와 마하El Abate y la Maja그려줄래요?” 그러나 그것은 라몬 데 라 크루스의 막간극수도사와 마하El Fraile y la Maja였다. 작지만 대담한 이 희극은 공개 상연이 금지된 작품이어서, 연극 애호가들이 사적으로 몰래 공연했다.

 

독일어 원문: Sogleich indes nahm sie den früheren Ton wieder auf. »Wollen Sie mir in der Zwischenzeit etwas anderes malen, Don Francisco?« fragte sie. »Einen Fächer vielleicht? Wollen Sie mir El Abate y la Majamalen?« Es war aber »El Fraile y la Maja«, »Der Mönch und das Mädchen«, ein Zwischenspiel von Ramón de la Cruz, eine gewagte kleine Komödie, die, für die öffentliche Aufführung verboten, in einer heimlichen Liebhabervorstellung gespielt worden war.

 

 

Liebhabervorstellung = 아마추어 공연

 

die[=Komödie], für die öffentliche Aufführung verboten, in einer heimlichen Liebhabervorstellung gespielt worden war

 

= 이 희극은, 공개 상연이 금지되어, 애호가들의 은밀한 공연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오독의 원인은 한 단어 때문입니다: Liebhabervorstellung.

 

= Liebhaber + Vorstellung = 연인 + 생각 연인의 생각.

 

 

독일어 Liebhaber의 경우, 연인(戀人)정확히 말하자면, 정부(情夫)이라는 의미가 워낙 강해 다른 뜻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오독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인 단어의 뜻을 텍스트에 강요해, 뜻을 억지로 끼워 맞췄기 때문입니다.

 

다만 단어를 대할 때, 일대일(一對一) 대응 방식이 아닌, 일대다(一對多) 대응 방식으로 유연하게 생각하고 독해하는 습관만이 오독을 피할 수 있는, 번역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일 것입니다.

 

 

2018. 4. 3.

 

박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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