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페데리치(Silvia Federici)《캘리번과 마녀》(갈무리, 2011) 리뷰에 미처 쓰지 못한 내용을 여기 페이퍼에 따로 쓰게 됐다. 책에 고쳐야 할 (사소한) 부분이 있어서 쓴 글이다.

 

 

 

 

 

 

 

 

 

 

 

 

 

 

 

 

 

 

 

*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갈무리, 2011)

 

 

 데카르트는 『명상록』(Meditation, 1641) 전반에서 “이 신체는 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실제로 그의 철학에서 신체는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인간]의지가 그 지배의 대상으로 고려하는, 시계와 다를 바 없는 일련의 물질들을 결합시켜 놓은 것이다.

 

(황성원 옮김, 207쪽)

 

 

《캘리번과 마녀》의 번역자는 두 명이다. 본문의 1~2장은 김민철 씨, 3~5장은 황성원 씨가 번역했다. 내가 인용한 문장은 3장에 있다.

 

 

 

 

 

 

 

 

 

 

 

 

 

 

 

 

 

 

* 르네 데카르트 《성찰》(책세상, 2018)

* 르네 데카르트 《성찰》(문예출판사, 1997)

 

 

 

결론부터 말하자면, 데카르트(Descartes)가 쓴 저서 ‘Meditation’은 ‘명상록’보다는 ‘성찰’이라고 부르는 게 더 낫다. Meditation은 명상과 성찰, 두 가지 뜻을 가진 단어이다. 데카르트의 《성찰》의 원제는 ‘Meditationes De Prima Philosophia’이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제1철학에 대한 성찰’이다. 책은 여러 번 판이 바뀌면서 부제를 포함한 제목이 조금씩 변경되었지만, ‘제1철학에 대한 성찰’이라는 큰 제목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한 철학자이다. 절대적인 진리로 인정되던 신의 존재 자체도 의심했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부정한다 해도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진리가 딱 하나 있다고 주장했다. 그게 바로 ‘나’라는 존재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진정 옳은 것인가, 이렇게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을 때까지 계속 의심하고 반성하는 과정을 통하여 인간은 참된 자기 존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데카르트가 추구한 ‘성찰’이요, 철학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현대지성, 2018)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도서출판 숲, 2005)

 

 

 

 

 

 

 

 

 

 

 

 

 

 

 

 

 

* 에픽테토스 원작, 샤론 르벨 엮음 《새벽 3시》(싱긋, 2015)

* 에픽테토스 《왕보다 더 자유로운 삶》(서광사, 2013)

 

 

 

‘명상록’은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제는 ‘Tōn eis heauton diblia’, 우리말로 풀이하면 ‘자기 자신에게’라는 뜻이 된다. 이 황제는 내면적인 삶의 가치를 강조하고 마음을 닦음으로써 내면의 행복에 도달하는 것을 추구하는 스토아학파(Stoicism)의 영향을 받았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라는 신분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성찰에 충실했던 인물이었다. 그에게 영향을 준 스토아학파 철학자는 에픽테토스(Epictetos)이다. 그는 다리가 불편한 로마 노예 출신이었지만, 자신의 처지를 불행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세상만사가 자기 뜻대로 이뤄지기를 바라는 헛된 생각을 버리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현실에 뜻을 맞추라는 것이다. 완벽한 신체, 재산, 신분, 명성 등은 내 능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이다. 반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생각, 감정, 의지 등은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에픽테토스는 자신의 내적인 삶에 있어서만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으며, 자신의 마음을 보살핌으로써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경지다.

 

 

 

 

 

 

《캘리번과 마녀》 270쪽 왼쪽 상단에 작은 도판이 있다. 16세기 프랑스에서 인쇄된 『죽음의 춤』 시리즈 중 하나이다. ‘죽음의 춤’은 중세에 생겨난 죽음을 주제로 한 도상이다. 이 도상에서 죽음은 의인화된 해골의 모습으로 등장해 춤을 추면서 망자들을 데려가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책 270쪽에 있는 도판 설명에 ‘영거(Hans Holbein the Younger)의 <죽음의 춤>’이라고 적혀 있다. <죽음의 춤>을 ‘영거’라는 화가가 그렸다는 뜻이 되는데, '영거(younger)'는 사람 이름이 아니다. ‘한스 홀바인 디 영거’를 ‘영거’로 잘못 표기되는 바람에 엉뚱한 문장이 나왔다. 문장을 ‘한스 홀바인의 <죽음의 춤>’으로 고쳐야 한다.

 

‘The Younger’는 성(姓)과 이름이 같은 부자(父子)나 형제 중에 아랫사람을 가리킬 때, 그 사람의 이름 뒤에 쓴다. 영거의 반대말, 즉 아버지와 큰형의 이름 뒤에 붙는 단어는 ‘The Older’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다. 가정에서 아내가 남편을 제쳐놓고 나서면 집안일이 잘 안 된다는 옛날 속담이다. 나아가 여성의 행실과 지위를 한계 지우는 말이기도 했다. 말 많은 여자를 부정적으로 본 것은 동서양이 공통이다. 서양에도 여성의 수다스러운 모습을 암탉의 우는 소리에 비유한 속담이 있다.

 

 

 

 

 

 

 

 

 

 

 

 

 

 

 

 

 

 

 

* 미네케 스히퍼 《세계 여성 속담 사전》 (북스코프, 2010)

* 새뮤얼 애덤스 드레이크 《신화와 미신 그 끝없는 이야기》 (책읽는귀족, 2017)

 

 

 ‘소녀들이 재잘대고 암탉이 시끄럽게 울어대면, 언제나 끝이 좋지 못하다.’

 ‘여자가 재잘대고 암탉이 우는 것은, 신에게도 남자에게도 좋지 못하다.’

 

(새뮤얼 애덤스 드레이크, 윤경미 옮김,

《신화와 미신 그 끝없는 이야기》, 74쪽)

 

 

 

《세계 여성 속담 사전》(북스코프, 2010)은 역사적으로, 또 전 세계적으로 여성차별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준다. 여성의 부정적인 면모는 속담의 단골 소재다. 속담의 기원이나 표현법은 달라도 여성에게 악마적 힘을 부여하고, 그 위험을 경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런 속담을 만들고 발화하는 쪽은 주로 남성이다. 세계 여성 속담을 수집한 네덜란드의 문화연구가 미네케 스히퍼(Mineke Schipper)는 여성을 부정적으로 그린 속담 속에 숨겨진 ‘여성에 대한 남성의 열등감’에 주목한다.

 

중국에서는 여성의 수다를 조롱하는 의미를 가진 ‘여자는 7달만 지나도 8개 언어로 잡담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여성의 한계를 가정의 울타리에 묶어두려는 속담도 있다. 독일 속담인 ‘아내가 바지를 입는 곳에서는 악마가 집주인’은 바지를 입은 여성에 대한 구시대적 편견이 반영되어 있다. 19세기까지 여성의 복식은 치마 형태의 옷차림이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여성은 바지를 입기 시작했는데 이는 본래 남성만 입을 수 있는 옷이었다.

 

 

 

 

 

 

 

 

 

 

 

 

 

 

 

 

 

 

* 섀너 코리 글, 체슬리 맥라렌 그림 《치마를 입어야지, 아멜리아 블루머!》 (아아세움, 2003)

* 제인 세인트 클레어 글, 마리아 크리스티나 로 카시오 그림 《여자는 왜 바지를 입으면 안 되나요?》 (스마일북스, 2014)

* 재키 플레밍 《여자라는 문제》 (책세상, 2017)

 

 

 

과거 미국의 여성들은 허리를 꽉 조이게 하는 드레스를 입고 다녔다. 19세기 중반 여성 운동가 아멜리아 블루머(Amelia Bloomer)는 이런 불편한 복장 풍속을 거부하고 드레스 안에 바지를 입었다. 당시 사람들은 남성의 전유물인 바지를 여자가 입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지는 그녀의 이름을 따서 ‘블루머’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 블루머의 확산을 도운 것이 바로 자전거였다. 자전거의 빠른 확산은 여성 의복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블루머는 자전거를 타는 여성에게는 편리하고 실용적인 복장이었지만, 곧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여성이 바지를 입게 되면 남성과 차이가 없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테네시주에 속한 어느 지역에 여성의 블루머 착용을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주1]. 블루머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여성들은 ‘레즈비언’이라고 비난받았다[주2]. 바지가 여성의 일상복이 되기까지는 백여 년의 긴 투쟁이 필요했다. 여성들의 바지에는 성 억압에 맞선 여성들의 저항 의식이 녹아 들어있다. 참고로 올해는 아멜리아 블루머가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 플로랑 켈리에 《제7대 죄악, 탐식》 (예경, 2011)

* 질리언 라일리 《미식의 역사》 (푸른지식, 2017)

 

 

 

가톨릭은 모든 죄의 근원을 ‘일곱 개의 죄악’으로 분류한다. 이 일곱 개의 죄악은 탐욕, 음란, 분노, 탐식, 오만, 시기, 태만이다. 탐식은 특히 성욕을 자극한다는 이유에서 죄의 근원으로 보았다. 필요 이상의 음식을 섭취할 경우 인간의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져 육체적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종교의 영향력이 막강한 시대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저지른 죄악은 ‘탐식’이었다. 도덕적으로 부패한 상류층 가톨릭교도들은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재료로 만들어진 풍성한 음식을 즐겼다. 《제7대 죄악, 탐식》 (예경, 2011)은 중세 이래 현대에 이르기까지 탐식에 대한 시대적 인식과 그에 파생된 문화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주는, ‘탐식 혹은 미식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여성의 미식 행위는 ‘음란한 탐식’으로 여겨졌다. 각종 그림에 묘사된 음식과 식문화를 들여다본 《미식의 역사》(푸른지식, 2017)에서는 ‘먹고 즐기는 여성’을 부정적으로 그려진 중세의 도시 괴담이 나온다. 13세기 프랑스에서는 ‘파리의 세 여인’이라는 도시 괴담이 퍼지게 되었다. 이 괴담에 묘사한 세 명의 여인은 기름진 음식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면서 즐기고, 소리 높여 수다를 떠는 모습이다. 만찬을 즐긴 후에 세 여인은 술에 취해 잠들었는데,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녀들이 죽은 줄 알고 공동묘지에 묻으려고 했다. 다행히 세 여인은 잠에서 깨어났고 생매장을 피할 수 있었다. 그녀들은 일어나자마자 음식과 술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 이 도시 괴담은 ‘과식하면서 수다 떠는 여성’에 대판 편견을 확산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미식가 브리야사바랭(Brillat-Savarin)은 여성을 미식과 무관한 존재로 인식했다. 그에게 여성은 그저 ‘달콤한 맛만 즐기는 존재’였다.

 

문화의 세계 속에서 남성은 자유로운 주체였지만, 여성은 그렇지 못했다. 남성의 언어는 '독백'이다. 독백은 청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 남성의 독백은 타자, 즉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유도한다. 진실과 무관한 남성의 독백이 비판 없이 하나의 상식으로 자리 잡는 과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건 상식이 아니라 편견이다.

 

 

 

 

[주1] [주2] 재키 플레밍, 《여자라는 문제》, 책세상, 27쪽.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8-10-19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머라는 옷이 사람의 이름에서 온 거네요. 저는 색상이나 원단의 재질 같은 것을 떠올린 적도 있었어요.
cyrus님, 점심 맛있게 드시고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cyrus 2018-10-19 17:16   좋아요 1 | URL
저는 블루머가 사람 이름인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블루머의 기원을 알게 됐어요. ^^;;

페크pek0501 2018-10-19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서 읽으면서 여성을 무시하거나 인종에 대한 편견을 나타낸 글을 발견하면 의아해지더군요. 그렇게 똑똑한- 공부를 많이 한 철학자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싶어서요.

cyrus 2018-10-20 11:15   좋아요 1 | URL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철학을 공부하는 남자들 중에 여성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여성 혐오를 하는 남자도 있습니다. 페미니즘 독서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하긴 지적으로 자뻑이 심한 남자들은 자신들의 편견과 망언이 얼마나 심각한 건지 잘 몰라요.
 

 

 

어제 stella.K이 보내준 선물을 받았어요. 이틀 전에 stella.K님이 선물을 확인할 때 깜짝 놀라지 말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그 말을 듣고 많이 기대했어요. 예상한 것보다 선물이 집에 일찍 도착했어요.

 

 

 

 

 

    

상자를 열어보니까 제가 좋아하는 간식과 책이 들어 있었습니다. stella.K님이 제가 단짠단짠간식을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아셨는지 단맛이 나는 과자(맛동산)와 짠맛이 나는 과자 한 봉지(프레첼)씩 넣어주셨네요. 그리고 제 건강을 생각해서 영양바 두 개도 챙겨 넣으셨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책은 나오미 울프버자이너입니다. stella.K님이 이 책을 읽고 리뷰를 남겼어요.

 

 

[버자이너는 고발한다] (작성자: stella.K)

http://blog.aladin.co.kr/hjk4429/10166475

 

 

stella.K님의 리뷰 덕분에 책의 존재를 알게 됐어요. 그러나 버자이너가 출간된 지 두 달 정도 지났지만, 대구광역시 모든 공공도서관에 찾을 수 없는 책이에요. 한동안 책의 존재를 잊고 지내다가 stella.K님이 선물로 주셔서 읽을 수 있게 됐어요. 일용할 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stella.K.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북프리쿠키 2018-09-16 1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콩달콩하네요~어릴 때 최고의 선물이었던 과자종합선물 세트 같아요.
선물받은 책은 아무래도 더 정성껏 읽게 되고 기억에도 오래 남던데~
두분의 우정 응원합니다^^

카알벨루치 2018-09-16 21:26   좋아요 2 | URL
남매지간은 우정이 아니고 사랑이 아닙니까? 북프리쿠키님은 쿠키 좋아하나요? 우정을 위해 제가 쿠키 하나 보내드려요? ㅎㅎ 근데 여기 싸이러스님 블로그에서 이럼 안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yrus 2018-09-17 12:11   좋아요 1 | URL
To. 북프리쿠키님 / 상자 안에 과자만 들어있는 줄 알았어요.. ㅎㅎㅎ

cyrus 2018-09-17 12:15   좋아요 2 | URL
To. 카알벨루치님 / 8년 전에 유럽식 철제 상자에 담은 쿠키가 알라딘에 판매된 적이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책 선물할 때 쿠키도 같이 주문할 수 있었어요. 쿠키 참 맛있었는데. 그 시절이 좋았어요. 반값으로 책을 살 수 있었던 시절.. ^^

서니데이 2018-09-16 2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께서 맛있는 과자 보내주셨군요. 미니프레즐은 먹어보지 않은 과자라서 맛이 궁금합니다. 좋은 책도 한 권 있는, 북프리쿠키님의 말씀처럼 종합선물 세트 같습니다.
cyrus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cyrus 2018-09-17 12:17   좋아요 1 | URL
매콤한 맛이 나는 프레즐입니다. 편의점에 가면 구할 수 있는데, 제가 자주 사 먹습니다. ^^

stella.K 2018-09-16 2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거 반칙인데...?!
이렇게 광고할 줄은 몰랐다.
그런 것으로 봐서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간식을 보낸다는 말에 쫄았구나?ㅋㅋㅋㅋㅋ
좋아. 너 하는 거 봐서 다음에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책 보낼 때 간식을 또 보내줄지 말지를 결정하겠스~ㅋㅋㅋ

암튼 없는 책 보내게 되서 나도 뿌듯하다.
책 내용이 좋아서 좀 더 간직하고 싶었지만
간직만하지 막상 다시 읽을 것 같지는 않더라.
네가 이쪽에 관심이 많으니까 주인 찾아 갔다고 생각해.
부디 잘 읽어주길 바래.
(근데 나 같은 누나가 어딨냐?
너 당떨어질까봐 에너지바도 넣어주고.
허세 좀 쩔어도 되지?ㅋㅋ)

카알벨루치 2018-09-16 21:27   좋아요 2 | URL
좋다 나도 누나가 있음 좋겠네요 난 여동생 둘이라 이번에 책 두권씩 보내줬습니다 ㅎ

cyrus 2018-09-17 12:21   좋아요 0 | URL
누님의 선행은 당연히 널리 알려야죠. 이 기분 좋은 일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잊어버려요. 이제는 제가 누구에게 무슨 책을 선물로 줬는지도 잊어가고 있어요.. ^^;;

stella.K 2018-09-17 18:44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니까 네가 엄청 나이든 것 같아.ㅋㅋㅋㅋ

2018-09-17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9-17 12:22   좋아요 0 | URL
금요일 저녁, 토요일은 시간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토요일에 만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가장 궁극적인 철학적 혹은 종교적 질문 가운데 하나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나의 정체성을 묻는 것이다. 나의 정체성을 알려면 그 ‘나’라는 존재 속에 채워진 내용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 내용은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치부를 포함한다. 이렇게 시간을 중심으로 나의 정체성을 묻는 실마리는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고백록》을 통해서 했던 작업이다.

 

 

 

 

 

 

 

 

 

 

 

 

 

 

 

 

 

 

*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대한기독교서회, 2003)

* 문시영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읽기》 (세창미디어, 2014)

 

 

 

《고백록》이 고전이 된 것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젊은 시절 자신의 방탕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참회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책에 보여준 그의 신앙 고백은 신학적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다. 《고백록》에서 완성된 신학은 역사에서 사라진 수많은 교부(敎父) 중의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던 아우구스티누스를 기독교 역사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교부로 재탄생시킨 힘이 된다. 오늘날 기독교 하면 떠오르는 ‘원죄설’은 아우구스티누스가 확립한 것이다. 창세기에서 아담(Adam)하와(Ḥawwāh)가 선악의 열매를 먹으면서 원죄를 짓게 되었고, 인간은 신으로부터 소외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창세기를 인간의 속박에 관한 이야기로 읽고, 인간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자신에 내재한 죄를 스스로 극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인간은 신의 도움, 즉 구원을 받을 존재이다.

 

아우구스티누스만큼 자신의 내면세계를 잘 분석한 사람도 없다. 결국 아우구스티누스가 알고 싶었던 ‘나’는 죄를 짓고 살아왔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이다. 《고백록》을 읽어보면 그가 어렸을 때 지은 범죄와 그 범죄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기록되어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나무에 달린 배를 훔친 절도 행위의 동기에 대하여 분석했다(《고백록》 제2권 4장). 자기가 배를 따 먹은 것은 배가 고파서일까? 아니면 훔쳐서 팔고 싶어서였을까? 그는 배를 따서 맛만 보고는 모두 버렸다. 그러면 왜 배를 훔쳐 먹었을까?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을 인간 내면의 원죄 의식에서 찾았다. 인간 내면에는 원죄 의식이 자리 잡고 있고 이것 때문에 죄를 짓게 되었다는 것이다.

 

 

 

 

 

 

 

 

 

 

 

 

 

 

 

 

 

 

 

* [품절] 일레인 페이절스 《아담, 이브, 뱀》 (아우라, 2009)

* G. R. 에번스 《중세의 그리스도교》 (예경, 2006)

 

 

 

종교사학자 일레인 페이걸스(Elaine Pagels)는 자신의 책 《아담, 이브, 뱀》(아우라, 2009)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원죄설이 기독교 교리의 근간으로 자리 잡게 된 과정과 그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다. 이 책과 관련해서 기독교인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준 기독교의 변천 과정을 압축해서 정리한 《중세의 그리스도교》(예경, 2006)도 참고할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원죄설은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로 확립되던 시기에 가장 중요한 교리로 발전하게 됐다. 초기 기독교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던 ‘소수의 종파’였고, 이로 인해 숱한 박해를 받았다. 박해를 받아 수많은 순교자를 낸 기독교는 313년 콘스탄티누스 1세 황제(Constantinus I)밀라노 칙령으로 공인을 받으면서 신앙의 자유를 보장받았다. 그 뒤 여러 가지 난관이 있었으나 이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로 개종하고, 로마에 기독교가 합법화되면서 기독교는 대중적인 종교로 발전한다. 아우구스티누스를 비롯한 교부들은 교회에 들어온 신자들을 가르치는 과거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리하여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떻게 기독교인이 되는가?’를 가르치기 위해 《고백록》을 쓰게 된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기 전부터 사악한 존재이므로 인간의 자유의지는 왜곡될 수 있다. 이게 바로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록》을 통해 증명한 범죄의 원인이며 ‘원죄설’을 입증하는 증거이다. 페이걸스는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로 발전하면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원죄설은 개인을 통제하는 정치적 수단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녀의 주장은 권력과 종교의 야합, ‘권력화된 종교’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기독교는 과거를 잊은 듯 권력자 또는 박해하는 자의 위치가 되어 다른 종교에 대해 비관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서구에서 타인의 종교를 인정하는 관용이 자리 잡는 것은 백여 년간 지속한 종교전쟁의 값비싼 희생을 치른 후의 일이다.

 

 

 

 

 

* Trivia

 

선한용 신부가 번역한 《고백록》은 2003년에 ‘문화관광부(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추천우수학술도서’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이 책에 고쳐야 할 오류가 있다.

 

68쪽 역주는 유노(Juno)‘주피터(Jupiter)이자 부인’으로 설명되어 있다. 유노는 로마 신화의 최고 여신이며 그리스 신화의 헤라(Hera)와 같은 인물이다. 주피터는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Zeus)의 동일 인물이다. 주노가 주피터의 부인인 건 맞다. 그러나 주피터의 딸은 아니다. 주노는 주피터보다 먼저 태어난 누나이다.

 

 

 

 

 

 

 

 

 

 

 

 

 

 

 

 

 

 

* 아풀레이우스 《황금 당나귀》 (현대지성, 2018)

* [구판 절판] 아풀레이우스 《황금 당나귀》 (매직하우스, 2007)

 

 

 

오자는 아니지만, 79쪽 역주에는 《황금 당나귀》(현대지성, 2018)의 저자 아풀레이우스(Apuleius)‘아플레이우스’라고 표기되어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9-12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9-12 17:27   좋아요 1 | URL
태어난 순간부터 원죄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비관적인 생각 아닐까요? 요즘 쾌락주의자, 이신론자에 관한 책을 읽어서 그런지 종교의 교리에 맞춰가면서 사는 삶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
 

 

 

 

 

 

 

 

책방에 가면 책방 주인이 소중히 여기는 책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책들은 살 수가 없다. 오직 책방에서만 읽을 수 있다. 책방을 찾는 손님이 보기에는 그냥 언제든지 팔 수 있는 책이지만, 책을 가진 주인 입장에서는 아무에게나 주고 싶지 않은 보물이다. 그 마음,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읽다 익다책방 주인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글을 좋아한다. 그 분은 헤세가 쓴 작품뿐만 아니라 헤세 읽기에 도움이 되는 책도 모으고 있다. 물론 책 모으는 일에만 열중한 분은 아니다. 책방 주인이 수집한 헤세의 책은 독서모임을 하면서 읽은 것들이다. 내가 보기에 읽다 익다책방 주인은 건강한 애서가이지, 심각한 책 중독자는 아닌 것 같다.

    

 

 

 

 

 

 

 

 

 

 

 

 

 

 

 

* 톰 라비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돌베개, 2011)

* 니콜라스 A. 바스베인스 젠틀 매드니스(뜨인돌, 2006)

* 구스타브 플로베르 애서광 이야기(범우사, 2004)

    

 

 

자신을 책 중독자라고 밝힌 작가 톰 라비(Tom Raabe)는 책 중독을 깊은 수렁에 비유한다. 그가 말하는 책 중독자에는 세 가지 부류가 있다. 장서광, 애서가, 수집가이다. 장서광은 책을 사고 또 사는 사람이다. 애서가는 책을 읽고 또 읽는 사람이다. 책의 겉모습에 열광하는 사람은 장서 광이고, 책의 내용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애서가이다. 수집가는 책의 사소한 차이에 열광한다. 그들은 저자 친필 사인이 있는 초판본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수집가와 애서광의 경계는 모호하지만, 책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애서광은 남이 갖고 있지 않는 책을 본인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갖고 있다[1]. 19세기 초 미국 정치가 프랭클린 토머스(Franklin Thomas)는 도서수집가인 할아버지를 가장 고귀한 질병, 애서광에 푹 빠진 분이라고 표현했다. 애서광은 고귀한 광기(gentle madness)이다.

 

톰 라비는 옷보다 책을 사는 것을 좋아했다. 톰 라비가 친구에게 서점에 같이 가자고 말했을 때, 친구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옷을 샀던 날이 언제인지 기억나나?” 책 중독자는 기본적인 소비생활을 잊어버리거나 포기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일이 잘 없다. 영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나 언제든지 빌려 볼 수 있고, 사서 볼 수 있는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책을 사거나 읽는 행위를 삶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책 중독자는 심책(審冊)주의자이다. 프랑스의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Francois Truffaut)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아픈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주2]. 책을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 책 중독자들은 어딘가 모자란 사람들이다.

 

    

 

 

 

 

 

 

 

 

 

 

 

 

 

 

* 정희진 혼자서 본 영화(교양인, 2018)

    

 

 

 

 

 

 

 

 

 

 

 

 

 

 

 

 

 

 

*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문학동네, 2015)

*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민음사, 2008)

 

    

 

정희진폭식을 해도 괜찮고, ‘숙취도 없는 것이 바로 영화라고 했다[주3]. 책도 마찬가지다. 보들레르(Baudelaire)의 시구(詩句)처럼 술이든, 시든, 덕이든, 그 어느 것이든 취할 수 있다. 취하라! 그대가 원하는 책에. 책에 취해도 취한 것 같지 않다. 책을 많이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 자고 일어나면 책 중독자를 유혹하는 새 책들이 나오는데 지루할 틈이 어디 있겠는가.

    

 

 

 

 

 

 

 

 

 

 

 

 

 

 

 

* 알베르토 망겔 서재를 떠나보내며(더난출판사, 2018)

 

 

책 중독자의 정체를 알고 싶으면, 그가 소중히 여기는 애독서를 살펴보면 된다. 그러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알베르토 망겔(Alberto Manguel)서재를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했다[4]. 서재에 있는 모든 책은 책 중독자의 살덩어리요, 피다. , 책 중독자는 예수가 아니다. 모든 책 중독자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책을 애지중지하게 여기는 심책주의자는 책을 빌려주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책 중독자 말고 책을 잘 빌려주는 마음씨 좋은 애서가를 만나길. 나처럼 어딘가 모자라고, 책밖에 모르고, 책을 빌려주지 않는 책 중독자, 심책주의자는 되도록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다.

 

 

 

 

 

[1] 플로베르, 이민정 옮김, 애서광 이야기, 범우사, 2004, pp. 62.

[2] 정희진, 혼자서 본 영화, 교양인, 2018, pp. 8.

[3] 같은 책, pp. 11.

[4] 알베르토 망겔, 이종인 옮김, 서재를 떠나보내며, 더난출판, 2018, pp. 8.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호랑이 2018-09-06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이 맞다면 cyrus님의 예전 서재 사진보다 많이 정돈된 느낌입니다^^:)

cyrus 2018-09-07 19:33   좋아요 1 | URL
제가 사진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네요. 제 서재는 아니구요, ‘읽다 익다‘ 책방에 있는 책장이에요. 책방지기님이 헤세의 글을 좋아해서 사서 모은 책들을 책방에 꽂아둔거예요.. ^^

2018-09-07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9-07 19:38   좋아요 0 | URL
애서광은 책의 노예라고 하던데, 이 말 그대로 굿즈광도 굿즈의 노예네요.. ㅎㅎㅎ

대부분 외국의 술 도수는 소주보다 높던데 술 잘 마시는 외국인들은 소주를 물처럼 마실거예요. 특히 러시아인들은요. ^^

양철나무꾼 2018-09-07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겨울호랑이 말씀처럼 왜 이렇게 단출해졌죠?^^
님도 미니멀라이프들 격하게 실천하고 계신건 아니겠죠?

이제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도 살랑~ 불고 책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cyrus 2018-09-07 19:41   좋아요 0 | URL
‘읽다 익다‘ 책방지기님의 책이에요. 책방에 있는 책장을 제가 사진으로 찍은거예요. ㅎㅎㅎ

요즘은 지출이 많아서 책 구입 횟수가 줄어들었어요. 그래도 원하는 책을 만나면 반드시 구매합니다. ^^

2018-09-07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8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0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0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8-09-08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멈춤없이 흐르고 계시는군요. ㅎ 멋져요

cyrus 2018-09-09 20:45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저를 기억해주시고, 반가운 인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