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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의 주석이 달린 장미의 이름》 #3


아리마스포이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수도사 호르헤는 고령인데도 학식이 뛰어나다. 젊은 수도사들은 책을 읽거나 공부하다가 어려운 구절을 만나면 그에게 찾아가 자문한다. 호르헤가 성자나 동물을 묘사하는 수도사들을 위해 조언할 때마다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다.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면서 묘사하지 말 것. 그리고 독자를 웃게 만들지 말 것.

















*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장미의 이름》 (열린책들, 2009)



 “성자나 동물을 어떤 모습으로 묘사해야 할지 묻기 위해 그를 찾았다. 질문을 받으면 그는, 있지도 않은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면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느 책 어느 쪽을 읽고 있는 것처럼, 가짜 선지자는 차림새로 말하면 주교와 흡사하나 자세히 보면 입에서 예언 대신 개구리가 나온다거니, 신성한 예루살렘 성벽은 어떤 돌들로 꾸며져 있다느니, 아리마스포이가 사는 산은 사제왕(司祭王) 요한이 통치하던 땅 근방에 표시해야 한다느니, 그리고 그 괴물 같은 산을 그릴 때는 상징적으로 알아볼 만하게 그리면 그만이지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유혹을 느끼게 하거나 웃게 만들면 안 될 것이라는 등의 조언을 들려주고는 했다.

 


(《장미의 이름: 디 에센셜 1, 양장 합본》 224~225)



장미의 이름》의 역자 이윤기 선생은 아리마스포이라는 생소한 명칭에 대해 아주 짤막하게 설명한 각주를 붙였다. 각주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 이렇다. 스키타이에 산다는 전설 속의 외눈 부족이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 [개정판] 헤로도토스, 천병희 옮김 역사(도서출판 숲, 2022)




아리마스포이가 최초로 언급된 문헌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us)역사역사4권에 스키타이족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스키타이족은 러시아 남부에 해당하는 초원지대에서 살았던 유목민이다하지만 아리마스포이는 역사3권에 처음 언급된다헤로도토스의 기록에 따르면 아리마스포이는 그륍스로부터 금을 빼앗는다(3116). 그륍스는 독수리 머리와 날개에 사자 몸을 가진 괴물인 그리핀(Griffin)의 헬라스어(그리스어) 이름이다. 신화 속 그륍스는 신들의 보물이나 금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종종 묘사된다.


헤로도토스는 4권에서도 다시 한번 아리마스포이를 언급한다. 이번에는 출처 밝혔다. 프로콘네소스(Proconnesus) 출신의 음유시인 아리스테아스(Aristeas)가 쓴 서사시 <아리마스포이족 이야기>(Arimaspea)아리스테아스는 신(아폴론)에게 영감을 받아 아리마스포이가 사는 지역을 여행했고, 이를 소재로 서사시를 썼다고 한다(413, 27).
















* 류싱 세계 괴물 백과: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현대지성, 2020)




헤로도토스는 외눈 부족 이름의 뜻을 풀이하는데, 스키타이족 말로 아리마하나라는 뜻이고, ‘스푸는 눈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세계 괴물 백과: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의 저자는 헤로도토스의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아리마스포이는 좋아하다라는 뜻의 아리아마이라는 뜻의 아스파가 합쳐진 합성어다. 그러면 말을 좋아하는 민족’이라는 뜻이 된다. 아리마고독하다, ‘스포망보다를 뜻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 견해대로라면 아리마스포이는 고독한 파수꾼이라는 새로운 의미로 쓰이게 된다.
















* 헤시오도스, 천병희 옮김 신들의 계보(도서출판 숲, 2009)




저자는 또 아리마스포이가 헤시오도스의 서사시 신들의 계보 304행에 언급된 아리스모이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세계 괴물 백과》 202~203쪽). 그런데 아리스모이가 아니라 아리모이(Arimoi)’아리모이가 구체적으로 어느 곳인지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다신들의 계보를 번역한 천병희 선생은 각주에서 아리모이가 지명인지 부족 이름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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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의 주석이 달린 장미의 이름》 #2


중세인들의 목욕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은 베네딕트회 수도사인 멜크의 아드소가 쓴 수기(手記)를 바탕으로 쓰였다. 에코는 당연히, 이것은 수기이다라는 제사(題詞)를 썼다. 서문에 등장한 화자(움베르토 에코)는 아드소가 실존 인물임을 확인한다. 하지만 아드소는 소설을 위해 에코가 만든 허구적인 인물이다. 아드소의 수기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문헌이다.

















*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2009)


 


아드소는 바스커빌의 윌리엄과 함께 장서관이 있는 수도원에서 7일 동안 머무른다. 그는 7일 동안 일어난 일들을 베네딕트 수도회의 전례 시간에 맞추어 썼다. 아드소가 기록한 23시과(오전 9시 전후)’ 편의 묘미웃음의 기능을 놓고 윌리엄과 호르헤가 설전하는 장면이다. 호르헤는 웃음을 허용하면 신의 절대적인 권위가 흔들리게 되고, 결국 신의 뜻을 부인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신을 믿는 인간이라면 웃음과 우스갯소리를 경계해야 한다. 반면에 윌리엄은 웃음이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그는 웃음을 목욕으로 비유하면서 웃음의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한다.

 


 “나는 웃음이라는 것은 좋은 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웃음은 목욕과 같은 것이지요. 웃음은 사람의 기분을 바꾸어 주고, 육체에 낀 안개를 걷어 줍니다.” 


(장미의 이름: 디 에센셜 1, 양장 합본》 227)

 


호르헤도 목욕의 순기능을 인정한다. 목욕은 흐트러진 기분을 올바르게 세워 준다. 그러면서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가 비탄을 사라지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목욕을 권장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웃음을 부정적으로 보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중세를 암흑시대라고 믿는 대다수 사람은 중세인들이 고대 로마인들의 목욕법을 잊어버린 채 살아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즉 중세인들은 목욕하지 않았다고 단정한다.
















 

* 캐서린 애쉔버그 시시콜콜 목욕의 역사(써네스트, 2019)


* [절판] 캐서린 애셴버그 목욕, 역사의 속살을 품다(예지, 2010)

 



목욕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 많지 않다. ‘목욕역사’, 이 두 개의 단어가 포함된 제목이 붙은 책이 단 두 권뿐이다. 시시콜콜 목욕의 역사목욕, 역사의 속살을 품다가 있는데, 이 두 권의 책을 쓴 저자는 같은 사람이다. 두 권의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끊임없이 변화해온 목욕과 청결의 정의를 보여준다. 그리고 시대별로 유행했던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목욕법도 소개한다.

 

윌리엄과 호르헤는 목욕을 좋게 보고 있지만, 실제로 성인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씻지 않았다. 성 히에로니무스(St. Jerome, 성 제롬)는 목욕하면 신에 관한 관심을 잃을 수 있다고 믿었다. 성인들의 가르침을 물려받은 기독교인들은 더러움을 성스러움의 징표로 여겼다. 아시시의 프란체스코(St. Francis of Assisi)는 때를 찬양했다고 한다. 우리는 피부에 묻은 더러운 때를 없애기 위해 씻고 있지만, 중세 성인들은 때를 소중하게 여겨서 일부러 씻지 않았다.

 














 

* 자크 르 고프, 니콜라스 트뤼옹 공저 중세 몸의 역사(이카루스미디어, 2009)

 

* [품절] 쥘 미슐레, 정진국 옮김 마녀: 마녀의 탄생, 마녀축제, 마녀재판과 화형의 역사 또는 슬픈 추방자들을 위한 자유의 이야기(봄아필, 2012)

 


 

이렇듯 중세가 경건한 기독교적 삶을 강조하는 시대이다 보니 중세를 오해하는 우리는 중세인들은 목욕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역사가 쥘 미슐레(Jules Michelet)마녀에서 중세 천 년 동안 목욕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썼다. 하지만 중세사 연구의 권위자인 자크 르 고프(Jacques Le Goff)는 미슐레의 주장에 반박한다. 중세인들은 목욕했다. 중세에도 공중목욕탕이 있었다. 십자군 전쟁이 끝난 뒤에 고국으로 돌아온 전사들은 튀르키예식 목욕을 전파하여 발전시켰다. 그래서 중세의 공중목욕탕에는 한증탕이 따로 설치되어 있다. 중세인들은 씻기 전에 먼저 몸에 증기를 쐬었고, 나무로 만든 욕조에 몸을 담갔다. 중세의 공중목욕탕은 혼탕이었는데 중세의 남자와 여자는 벌거벗은 몸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혼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당연히 공중목욕탕 안에서 매춘이 성행했다.


호르헤는 기독교적 교리에 부합하지 않은 것을 이교도적이라고 규정하면서 배격한다. 그런 보수적인 수도사가 목욕을 긍정적인 행위로 보고 있는 점은 의외다. 호르헤는 신의 권위를 어떻게든 지키고 싶어 한다. 그래서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은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하면서 살았던 성인들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그런데 호르헤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아퀴나스가 웃음을 권장했다는 사실을. 아퀴나스의 스승은 알베르투스 마그누스(Albertus Magnus). 그 역시 웃음의 기능을 긍정적으로 인식한 신학자다. 장서관에 보관된 모든 책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은 호르헤가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만약에 윌리엄이 웃음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 마그누스와 아퀴나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호르헤를 논박했다면, 호르헤는 자신이 너무 늙어서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얼렁뚱땅 넘어갔을 것이다그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 무너질 수 있는 다른 견해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면서 무시한다. 이런 얍삽한 인간을 실제로 만나서 대화하면 답이 안 나온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시시콜콜 목욕의 역사》 중에서, 58


 사람들은 흑사병이 쥐를 통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들어왔고 쥐의 몸에 기생하는 벼룩 때문에 인간에게까지 전염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최근에 일부 과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흑사병은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고[주] 한다.



[] 흑사병, 즉 페스트의 가장 주된 감염 경로는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에 기생한 벼룩이다. 이 벼룩에게 물린 사람은 패혈증성 페스트에 걸린다. 폐렴형 페스트페스트 환자가 배출한 침과 콧물이 호흡기에 전파될 때 발생한다따라서 좀 더 정확하게 써야 한다. 폐렴형 페스트는 페트스 환자의 몸에서 나온 비말(침방울과 콧물)이 공기를 통해 전염되면서 일어나는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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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blog 2024-02-03 08:30 
    [개썅마이리딩-천의 얼글] : 알라딘
 
 
 






cyrus의 주석이 달린 장미의 이름》 #1


생 빅토르의 후고






이번 달부터 장미의 이름을 읽기 시작했다. 매일 10분씩 읽는다. 5년 전에 완독한 책인데도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재미있다. 처음 읽었을 때 무심코 쓱 스쳐 지나갔던 문장과 단어들이 눈에 띈다. 장미의 이름양장 합본(교보문고 한정판) 146에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5년 전에 보지 못했던 이름이다.

















*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장미의 이름 1(열린책들, 2009)

 


 호르헤의 말에 윌리엄 수도사가 겸손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아페오파기타가 가르치고 있듯이, 하느님께서는 가장 왜곡된 것을 통해서만 명명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생 빅토르의 위고가 일렀듯이, 직유법이 상이한 것을 유사한 것으로 묶을수록, 진리가 끔찍하고 상식을 벗어난 모습으로 드러날수록 인간의 상상력은 세속적인 재미를 누리지 못합니다. 따라서 기괴한 형상에 깃든 비밀은 체득이 빠른 법입니다.

 


생 빅토르의 위고(Hugh of St. Victor, 라틴어: Hugues de St-Victor). 이 이름을 보자마자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 Hugo)를 떠올리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혹은 프랑스 작가 이름을 따온 가상 인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생 빅토르의 위고는 실존 인물이다. 중세에 살았던 위고는 후고로 표기해야 한다. ‘() 빅토르의 후고로 표기하는 저자도 있다.

 

생 빅토르의 후고는 12세기의 수도사다. 신학, 성경, 신비주의 등에 관한 여러 편의 글을 남겼으나 그에 관한 자세한 삶은 알려지지 않았다. 후고는 독일에 태어났지만, 프랑스에 있는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의 성 빅토르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사가 되었다. 그는 평생 그곳에서 살았으며 말년에 수도원장이 되었다.

 

호르헤 수도사는 우스꽝스러운 묘사로 가득한 채색 사본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러자 윌리엄 수도사는 후고의 말을 인용하면서 세속적인 웃음을 부정하는 호르헤의 견해에 맞선다.

















* 이반 일리치, 정영목 옮김, 텍스트의 포도밭: 읽기에 관한 대담하고 근원적인 통찰(현암사, 2016)

 

* 정지인 엮음, 공부의 고전: 스스로 배우는 방법을 익히기 위하여 (유유, 2020)

 



생 빅토르의 후고는 성경 읽기를 위한 지침서인 <디다스칼리콘>(Didascalicon)이라는 책을 썼다. 부제는 읽기 공부에 관하여라고 되어 있다. 성경, 신학, 수사학 등을 공부하는 성 빅토르 수도원 학생들을 위해 쓴 글이다. 이반 일리치(Ivan Illich)텍스트의 포도밭에서 <디다스칼리콘>읽기 기술을 소개한 최초의 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쇄술이 보급되기 전에 이미 책 중심 읽기행위가 시작되었으며, <디다스칼리콘>의 등장으로 읽는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공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서구 지식인들의 글을 선별한 공부의 고전에서 첫 번째로 나오는 글이 <디다스칼리콘>. 이 책에서는 <디다스칼리콘> 서문, 1, 3권의 일부만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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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5-11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넌 이제 독서가 경지에 이르렀구나.
그렇지 않아도 장미에 이름 번역이 좀 아쉽다고 하던데
이참에 번역에도 도전해 보면 어떨까?^^

cyrus 2023-05-15 06:29   좋아요 2 | URL
그건 너무 힘든 일이에요. 번역을 지적하려면 이탈리아어를 공부해야 해요... ㅋㅋㅋㅋ
 




니체 읽기 모임에 참석한 이후로 니체의 저서와 니체 관련 도서를 꽤 많이 샀다내가 가지고 있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번역본은 총 4이다. 민음사(장희창 옮김), 펭귄 클래식(홍성영 옮김), 열린책들(김인순 옮김), 청하(최승자 옮김)이다. 책세상 판본(정동호 옮김)과 사색의숲 판본(백승영 옮김) 살지 말지 고민 중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김인순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열린책들, 2015)

 

* 프리드리히 니체, 홍성광 옮김, 서문 레지날드 J. 홀링데일, 서문 옮긴이 진은영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펭귄 클래식 코리아, 2009)

 

* 프리드리히 니체, 장희창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민음사, 2004)

 

* 프리드리히 니체, 최승자 옮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청하, 1984)




책이 많아졌지만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펼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보면 미처 보지 못한 오자를 발견할 때가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박찬국 옮김 아침놀》 (책세상, 2004)

* 호메로스, 천병희 옮김 오뒷세이아(도서출판 숲, 2015)




번역자가 쓴 주석에 있는 오류도 종종 발견한다. 박찬국 교수가 번역한 아침놀3번 역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르케(Kirke)에 대한 설명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법에 뛰어난 여신인 키르케는 오디세우스를 유혹해 돼지로 변하게 한다.

 

(박찬국 옮김, 아침놀424)

 


키르케의 마법으로 돼지로 변한 사람은 오디세우스가 아니라 그의 부하들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박찬국 옮김 우상의 황혼》 (아카넷, 2015)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데, 박 교수의 역주 오류는 우상의 황혼에도 있다. 재미있게도 잘못 쓴 역주 역시 키르케와 관련이 있다.



 빵과 서커스는 독재자들이 대중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 제공하는 음식과 오락을 가리킨다. 키르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마녀로, 자신의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물에 빠져 죽게 했다


(18)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한 존재는 키르케가 아니라 세이렌(Siren)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박찬국 옮김 《비극의 탄생》 (아카넷, 2007)







 반성이 아니라 참된 인식이, 무서운 진리에 대한 통찰이 햄릿은 물론이고 디오니소스적 인간에게도 행동을 유발하는 모든 동기를 말살해 버린다. [중략] 인간은 한 번 보게 된 진리를 의식하고 있는 한, 도처에서 삶의 공포 혹은 삶의 부조리를 보게 된다. 이제 그는 오 리아의 운명이 상징하는 것을 이해한다


(117)



오 리아햄릿(Hamlet)의 연인 오필리아(Ophelia)의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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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09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책 덕후이십니다. 👍👍👍
아 저는 진짜 같은 책을 출판사 다르다고 사지는 않아요. ㅎㅎ

cyrus 2022-10-10 13:32   좋아요 2 | URL
같은 내용의 책을 안 사는 게 현명한 결정입니다. ^^
 




독서 모임을 위해 읽어야 하는 책 중에 나랑 맞지 않는 책이 종종 있다. 그런 책을 만나면 읽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그래도 끝까지 다 읽으려고 노력한다.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으면 책 읽기를 포기하고, 다음 모임에 불참한다. 지난 8월부터 읽기 시작한 페미돌로지는 날 힘들게 한 책이다.







  평점


  3점 ★★★ B







[레드스타킹 8~9월에 읽은 책류진희허윤김주희 외 페미돌로지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 (빨간소금, 2022)



 

 


나는 아이돌 팬덤 문화를 모르고, 그 유명한 BTS의 노래를 단 한 곡이라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노래 제목만 알고 있다. 이 책에 BTSBTS 팬덤인 아미(A.R.M.Y)를 페미니즘적 관점과 퀴어 관점으로 분석한 글이 여러 편이 있는데, 읽는 데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페미돌로지를 읽은 다른 분들도 독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그래도 끝까지 읽긴 잘했다. 오탈자와 글쓴이의 오류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 57





민혜경 민해경






* 59~60

 

 남성 연예인들의 무교양은 종종 풋풋한 미성숙이나 거침없는 용감함으로 여겨졌다. 보이그룹은 멤버의 역사 인식과 관련한 논란이 생기더라도 당사자가 아닌, 대체로 소속사 차원의 해명 혹은 사과 표명으로 신속히 마무리됐다. 비슷하게 역사 관련 퀴즈에 오답을 외치거나, 설사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논란이 되어도 특별히 남성 아이돌은 인구에 회자하거나 인상에 각인되지 않았다.[]

 강조컨대 역사 인식 부족에 따른 사회적 불쾌감이 유독 걸그룹을 통해서 더 강렬하게 일어난다. 이는 글로벌을 주장하는 초국적 한류가 오히려 민족의식을 촉발하는데, 유독 이 민족국가 사이의 경계가 여성을 통해 상상되기 때문이다.



[] 전범기는 전쟁 범죄의 줄임말 전범()’를 조합한 신조어. 일본 자위대의 공식기(公式旗) 명칭은 욱일기(旭日旗).


욱일기 논란에 휘말린 국내 가수는 다음과 같다.



1. 2000, 서태지

모 스포츠신문이 서태지 6집 타이틀곡 <울트라맨이야> 뮤직비디오에 욱일기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발단은 드럼에 그려진 무늬였는데 사실은 태극기를 형상화한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보도문은 스포츠신문이 꾸민 조작인 것으로 판명됐다. 본래 드럼의 무늬는 검은색이었으나 신문사 측이 붉은색으로 바꾼 것이었다.

 

2. 2007, 빅뱅의 탑과 GD

탑과 GD가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입었다. 양현석 대표가 사과했다. GD가 입은 문제의 옷에 프린팅된 것은 욱일기라기보다는 욱일기가 떠올리게 하는 무늬에 가깝다.

 

3. 2012, 걸스데이의 혜리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연습 무대에 올라 논란이 됐다. 문제의 티셔츠는 일본 팬이 준 선물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소속사는 사과했으며 걸스데이 외국 팬 페이지에도 사과문이 공개되었다.

 

4. 2012. VIXX(빅스)

욱일기가 그려진 모자를 착용하고 출연했다.

 

5. 2013. 트러블메이커(현아, 장승현)

현아와 장승현은 트러블메이커 활동 당시 욱일기가 있는 후드티를 입고 셀카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러나 문제의 디자인은 욱일기가 아닌 꽃봉오리 모양이다.

 

6. 2016. 티파니

광복절 전날에 소녀시대의 티파니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욱일기 이모티콘을 올렸다. 티파니는 자필로 쓴 사과문을 공개했다. 나무위키에 티파니 광복절 욱일기 게시 사건항목이 있다. 워마드는 티파니를 향한 대중과 미디어의 과도한 비난 여론이 여성 혐오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티파니 방송 하차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태극기와 욱일기를 합성한 사진을 게시했다. 반면 소녀시대 팬들은 이러한 워마드의 반응에 반감을 드러냈다.





* 108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레코즈(ILLIONAIRE RECORDS)의 사장 도끼[2]는 기획사 음악의 대척점으로 인디 정신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하는 이야기는 진짜라는 점을 강조한다.



[2] 일리네어레코즈의 영문 표기는 ‘1LLIONAIRE RECORDS’. 앞 글자는 알파벳 I가 아니라 숫자 1이다


일리네어레코즈는 도끼(Dok2)더 콰이엇(The Quiett)이 함께 설립한 힙합 레이블이다. 2018년에 도끼는 미국 활동을 위해 레이블 대표직을 그만두었으며 202026일에 탈퇴했다. 페미돌로지의 초판 발행일은 2022225일이다. 따라서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레코즈 전() 대표 도끼라고 써야 한다.






* 115쪽 각주






사림 사임






* 129

 

 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Insane in the Brain에서 많이 빌린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 백 홈[3]과 미국 힙합 문화의 강력한 영향은 아이돌 팝 장르 전반에 뚜렷이 보인다.



[3] 많이 빌린이라는 표현은 표절의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1995<Coma Back Home>을 둘러싼 표절 논란이 일어나자 서태지 측은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Coma Back Home>을 사이프레스 힐에게 보내겠다고 해명했다. 1996년에 잡지 <뮤직라이프>를 통해 표절 의혹을 반박했다. 서태지 측에 따르면 <Coma Back Home>이 담긴 테이프는 사이프레스 힐에게 전달되었고, 표절이 아니라는 사이프레스 힐의 답변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서 KBS <연예가 중계>는 사이프레스 힐과의 인터뷰를 기획했으나 표절 논란 이슈가 한참 지나버린 탓에 인터뷰 기획을 접었다고 한다. <Coma Back Home> 표절 논란은 흐지부지 마무리가 된 탓에 지금도 <Coma Back Home>이 표절곡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유튜브에 <Coma Back Home>이 표절곡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올린 동영상이 있다.






* 195




 

 더 과거에는 오마이걸바나나 알러지 원숭이[4]라는 곡을 내고 활동하자, 성인 여성의 불필요한 유아화와 그에 대한 물신화의 위험성에 항의하기도 했다.



[주4]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효정, 유빈, 아린으로 구성된 오마이걸의 유닛 그룹인 오마이걸 반하나의 타이틀곡이다.






* 235, 237






인쇄 오류. 9장 제목(‘아이돌의 자필 사과문: 소비하는 팬덤, 소진되는 팬심’)이 있어야 할 자리에 10장 제목(‘다시 만나는 여덕’)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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