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년 넘게 대구와 서울을 넘나들면서 독서 모임에 참석했다. 독서 모임을 통해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그윽하면 국어사전이 알려주는 ‘취향’의 뜻을 바라본다. 취향이라는 단어가 평소와 다르게 보인다. 그 순간 반드시 해야겠다는 의욕이 샘솟는다.
취향(趣向):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연극인들이 활동하는 ‘대명 공연 거리’가 있는 대구 남구 대명동에 <일글책>이라는 책방이 있다. 토요일 아침에, 이곳에서 고전 읽기 독서 모임이 진행된다.
*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 옮김 《니코마코스 윤리학》 (도서출판 숲, 2013년)
올해 두 살이 된 독서 모임이다. 나는 이 모임이 처음 시작된 작년에 참석했다. 지금은 독서 모임 정회원이 아니다. <일글책> 독서 모임 회원들이 읽고 있는 책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다.
고전 읽기 모임 회원 중에 ‘향기’라는 분이 있다. 향기 님은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다. 향기 님의 자택 지하실은 본인이 구매한 추리소설들이 가득 꽂혀 있는 서재다. 고전 읽기 회원들은 향기 님의 서재를 ‘향기 도서관’이라고 부른다.
향기 님은 추리소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면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본인은 대구에 ‘추리소설 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싶어도 자신의 취향과 같은 사람들을 모이기 어렵다고 했다.
* [일시 품절] 에드거 앨런 포, 황소연 옮김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윌북, 2022년)
추리소설 읽는 ‘취미’를 혼자 즐겼던 향기 님이 이번 달에 드디어 자신의 ‘취향’을 듬뿍 담은 독서 모임을 진행하게 되었다! 독서 모임 이름은 <토요 미스터리 극장>이다. 모임 장소는 <일글책>이다. 독서 모임 선정 도서는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윌북)이다. 어제가 첫 번째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이 모임은 이렇게 진행된다. 책에 실린 포의 단편소설을 두 편씩 읽는다. <일글책>에 모여서 넷플릭스 드라마 『어셔가의 몰락』(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을 시청한다. 드라마 『어셔가의 몰락』은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작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향기 님은 드라마 속 배경과 드라마에 패러디된 포의 작품들이 어떤 것인지 알기 쉽게 정리한 ‘노트’를 직접 만들었다. 향기 님은 이 노트를 만들기 위해서 드라마 <어셔가의 몰락>을 두 번 이상 봤다고 했다. 어제 모임은 드라마 1, 2회를 봤다. 1화 제목은 ‘어셔가의 몰락’이고, 2화 제목은 ‘붉은 죽음의 가면극’이다. 드라마 회차 제목은 포의 단편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 에도가와 란포, 김소연 옮김 《에도가와 란포》 (손안의책, 2017년)
향기 님의 독서 모임 덕분에 나는 이번 달 중순에 진행하게 될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선정 도서를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의 소설 선집으로 정했다.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에 에드거 앨런 포의 추리소설을 소개한 작가다. 포를 좋아해서 그의 이름을 딴 필명 ‘에도가와 란포’로 지어서 문필 활동을 했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분들을 만나면 힘이 난다. 그분들을 만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생긴다. 이런 분들은 내겐 소중한 ‘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