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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

 

EP. 31









풀무질


202566일 금요일

오전 11~오후 1220분경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인문 서적 · 사회과학 도서 전문 서점<풀무질><그날이 오면>이다. <풀무질>1985년 성균관대학교 앞에서 태어났고, <그날이 오면>1988년 서울대학교 근처 신림동 고시촌에서 태어났다. 두 서점은 지식에 목마른 학생들이 찾는 오아시스였고, 민중을 억누르는 권력에 맞서 저항하는 학생들에게는 소중한 아지트였다.












풀무는 불을 피울 때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다. 서점 이름이 된 풀무질은 바람을 일으켜 생긴 불로 전두환 정권에 저항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올해로 마흔 살이 된 <풀무질>2019년에 커다란 위기를 만난 적이 있었다. 1993년에 <풀무질>을 운영하기 시작한 은종복 대표가 서점을 이어받을 사람이 없으면 서점을 닫겠다고 선언한 것이다다행히 세 명의 청년<풀무질>을 이어받으면서 다행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서점을 이어받은 청년 중 한 사람인 전범선 대표는 록밴드 양반들의 리더이며 동물권 단체 사단법인 <동물해방물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315일에 <풀무질><동물해방물결>이 용산에 함께 살게 되면서(한살림)’ 한층 더 젊은 서점으로 변신했다.













<동물해방물결> 회원을 <풀무질>에서는 살리미라고 부른다. ‘살리미환경 문제, 동물권과 채식주의(veganism)를 알고 싶은 사람들이다. <풀무질>에 정기적으로 살리미를 위한 공부 모임 또는 독서 모임들이 진행된다때로는 공연도 열리기도 한다








<풀무질>에 구매할 수 있는 책들 대부분은 헌책이다. 책장을 잘 살펴보면 곳곳에 꽂힌 신간 도서들을 찾을 수 있다. 책뿐만 아니라 커피와 와인, 비건(vegan)을 위한 베이글과 쿠키를 판다








<풀무질>에 처음 방문해서 구매한 책들은 세 권이다. 더 사고 싶은 책들이 있었지만, 다음으로 가야 할 서점(!)을 위해서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책을 골랐다.












 






















* 제러미 벤담, 강준호 옮김 도덕과 입법의 원칙에 대한 서론(아카넷, 2013)

 

* 존 스튜어트 밀, 박상혁 옮김 존 스튜어트 밀의 윤리학 논고(아카넷, 2020)

 

*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존 스튜어트 밀 선집(책세상, 2020)

 

* [리커버판-절판]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공리주의(책세상, 2018)

 

* 헨리 R. 웨스트, 김성호 옮김 밀의 <공리주의> 입문(서광사, 2015)





공리주의 하면 벤담(Jeremy Bentham)(John Stuart Mill), 이 두 철학자가 가장 많이 언급된다나는 지금까지 아주 작게 축소된 상태가 된 철학자 벤담을 알고 있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벤담의 공리주의를 상징하는 표어가 되었다. 그런데 이 표어가 어느 책에 적힌 문장인지 모르고 있었다. 도덕과 입법의 원칙에 대한 서론은 벤담 공리주의의 온전한 모습이 담긴 책이다.

 
















* 존 롤스, 황경식 옮김 정의론(이학사, 2003)

 




지난달 마지막 금요일에 한 독서 모임(<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조약돌 님이 벤담의 공리주의를 언급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존 롤스(John Rawls)정의론에 인용된 벤담의 공리주의였다. 오래전에 정의론을 읽은 적이 있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도 롤스는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가 희생되는벤담의 공리주의를 비판했던 것 같다.


밀은 벤담의 공리주의를 계승하면서도 이 철학적 방법론의 한계를 이해했고, 이를 보완하는 대안으로 자신만의 공리주의를 발전시킨다. 밀과 벤담의 공리주의를 비교할 때 항상 언급되는 밀의 저서는 1861년에 나온 공리주의. 하지만 밀은 조숙한 10대 때부터 이미 벤담의 공리주의에 심취했다. 그는 아버지 제임스 밀(James Mill)의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랐으며 아버지가 친하게 지낸 학자는 벤담이었다


그러나 20대의 밀은 회의적인 시선으로 공리주의를 바라본다. 그는 모든 공리주의의 이상이 실현된다고 해도 자신은 절대로 행복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밀은 헛헛한 정신을 채우기 위해 다른 유럽 지식인들의 사상을 공부했다. 밀이 발견한 벤담의 단점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공감이 부족하다. 1838년에 쓴 벤담(Essay on Bentham, 존 스튜어트 밀의 윤리학 논고》에 수록)아버지가 만든 벤담의 공리주의적 그늘에 벗어나 벤담 철학을 본격적으로 비판한 논문이다그러므로 벤담과 밀의 공리주의를 비교하면서 이해하려면 벤담의 대표작 도덕과 입법의 원칙에 대한 서론과 밀의 논문 벤담을 겹쳐서 읽어야 한다.


















* 니콜라이 베르자예프, 이종진 옮김 도스토옙스키의 세계관(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 2016)

 

* [절판] 니콜라이 베르자예프, 주용택 옮김 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관: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대문호(행복한박물관, 2011)





나에게 니콜라이 베르자예프(Nikolai Berdyaev, 베르다예프로 표기되기도 한다)가 누군지 처음으로 알려준 책은 그가 쓴 도스토옙스키의 세계관이다. 러시아의 사상가 베르자예프는 본인의 정신에 큰 영향을 준 작가도스토옙스키(Dostoevskii)를 꼽았다. ‘세계관의 의미를 한마디로 쉽게 풀이하면 사상이다. 도스토옙스키 사상의 중심에는 자유가 있다. 베르자예프는 자유를 응시하는 도스토옙스키의 눈을 자신의 종교 철학에 이식했다

















* 이디스 클라우스, 천호강 옮김 러시아 문학, 니체를 읽다: 도덕의식의 혁명에 관하여(그린비, 2022)




그는 또 서구 유럽의 철학 이론과 사상을 흡수한 러시아 지식인들 사이에서 유행한 니체(Nietzsche)의 철학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덕적 가치 및 관습에 도발하는 니체 철학에 매료된 젊은 러시아 지식인들은 구세대 지식인들의 목표였던 사회적 책무보다는 자아 발견과 자아실현에 더 관심이 많았다.

 

베르자예프의 저서들은 1980년대에 출판되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세계관1979에 이미 번역된 적이 있다(이경식 옮김, 현대사상사, 알라딘 미등록 도서). 하지만 베르자예프의 책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용히 절판되었고, 그의 철학은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채 잊혔다. 최근에 베르자예프의 책들이 출간되었지만, 여전히 그의 사상을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러시아 지성사》(이경식 옮김, 종로서적, 1980년)는 알라딘에 등록되지 않은 베르자예프의 책이다. 러시아 지성사원제는 러시아 공산주의의 기원이다. 어째서 원래 제목을 숨기고 다른 제목이 붙여진 것일까? 이 책이 나온 시기의 사회적 분위기를 알면 출판사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러시아 지성사의 초판 발행 날은 1980820이다. 쿠데타를 일으켜서 국가를 장악하는 데 성공한 군인 전두환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날은 1980827일이다. 전두환이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하기 전부터 이미 신군부의 문화공보부(문공부)는 반정부적 목소리를 내는 잡지들을 폐간시켰으며 문공부의 심의를 통과해야만 책을 출판할 수 있었. 전두환의 제5공화국은 그야말로 금서 공화국이었다. 자본주의 비판 서적, 마르크스주의, 노동 관련 서적들은 금서로 지정되었다. 러시아 공산주의의 역사에 관한 책에 붙여진 러시아 지성사는 금서 공화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든 가명이었다.



















* 전혜은 퀴어 이론 산책하기(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21)





퀴어(Queer)성 소수자를 나타내는 용어다. 장애학(Disability Studies)의 정의는 무척 다양한데, 그동안 개인적인 문제로 인식되어 온 장애인의 차별 경험을 사회학적 관점으로 분석하는 학문이다. 장애학이 다루는 주제는 매우 광범위하다. 예를 들면 장애의 범주, 장애인의 자율성, 장애를 규정하는 의학의 실태, 장애인 돌봄 문제 등이 있다. 장애학이 등장하기 전에 이런 주제들은 비장애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장애인의 삶과 몸의 다양성은 결함또는 불완전성으로 치부되면서 평가 절하되었다.












전혜은 님퀴어 페미니즘 장애학 연구가. 2019년에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일반인을 위한 페미니즘 학습 공동체 페미 스쿨을 주최했다. 4개월로 진행되는 페미 스쿨 커리큘럼의 주제는 상호 교차성 페미니즘’, ‘퀴어 페미니즘 장애학’,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였다. 전혜은 님은 페미 스쿨 강사로 초빙되었다당시에 전혜은 님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던 퀴어 이론들을 한 권에 담아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 책이 바로 퀴어 이론 산책하기.































* 비사이드 콜렉티브 · 전혜은 · 루인 · 도균 함께 씀 퀴어 페미니스트, 교차성을 사유하다(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18)

 

[도란스 기획 총서 1]

* 권김현영 · 정희진 · 루인 · 류재희 · 한채윤 함께 씀 양성평등에 반대한다(교양인, 2016)

 

[도란스 기획 총서 2]

* 권김현영 · 정희진 · 루인 · 엄기호 · 한채윤 · 준우 함께 씀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교양인, 2017)

 

[도란스 기획 총서 3]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선정 도서(20184)]

* 권김현영 · 정희진 · 루인 · 한채윤 · <참고문헌 없음> 준비팀 함께 씀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교양인, 2018)

 

[도란스 기획 총서 4]

* 권김현영 · 정희진 · 루인 · 한채윤 함께 씀 미투의 정치학(교양인, 2019)





퀴어 페미니즘 장애학 관련 교재는 전혜은 님이 집필진으로 참여한 퀴어 페미니스트, 교차성을 사유하다라는 책이었다이 책의 집필진 중 한 사람인 루인한국 퀴어의 역사를 모으면서 정리하는(archiving) 연구자루인은 정희진, 권김현영 등과 함께 도란스 기획 총서집필진에도 참여했다전혜은 님의 퀴어 이론 산책하기추천 글은 루인이 썼다.


















* 리아 락슈미 피엡즈나-사마라신하, 전혜은 · 제이 함께 옮김 가장 느린 정의: 돌봄과 장애정의가 만드는 세계(오월의봄, 2024)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선정 도서(2020년 4~5)]

* 일라이 클레어, 전혜은 · 제이 함께 옮김 망명과 자긍심: 교차하는 퀴어 장애 정치학(현실문화, 2020)

 

* [절판] 수잔 스트라이커, 루인 · 제이 함께 옮김 트랜스젠더의 역사: 현대 미국 트랜스젠더 운동의 이론, 역사, 정치(이매진, 2016)





전혜은 님은 장애학과 퀴어에 관심이 많은 페미니스트로 활동하는 제이와 함께 두 권의 책을 함께 썼다. 망명과 자긍심가장 느린 정의. 루인과 제이가 함께 쓴 책은 성 소수자 운동 역사의 고전인 트랜스젠더의 역사.









   


Thanks to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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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5-06-09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플무질이 아직도 있네요. 대부분 헌책이라..그럼 헌책방이 된건가요? 베르자예프의. 러샤지성사..저도 갖고 있는 책인데 풀무질에서는 얼마에 파나요? 전 헌책방에서 오래전에 2천원 주고 샀습니다만...흙서점에서요..

cyrus 2025-06-10 06:44   좋아요 0 | URL
작년에 나온 책들도 섞여 있었어요. <러시아 지성사>처럼 너무 오래된 책들은 많이 없어요. 풀무질 책방에 있는 대부분 헌책은 1990년대에서 2010년대까지 나온 책들이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1980년대에 출간된 헌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풀무질에서 구매한 <러시아 지성사> 가격은 4천 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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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9






<인스크립트> 1막

(2025년 2월 1일 토요일)




2023624일, 연희동에서 연극 놀이(play)를 시작했던 희곡 가게 <인스크립트>222일 토요일에 막을 내렸다.


<인스크립트>의 폐막은 1월 중순에 이미 알고 있었다. 1월 중순 토요일에 방문했을 때 <인스크립트> 부부 주인장의 남편 권융스크립트역을 맡고 있는 권주영 배우님이 희곡 놀이터를 지키고 있었다. 권 배우님은 나에게 <인스크립트> 영업 종료를 미리 알려주셨다.




































연희동 <인스크립트>를 마지막에 방문한 날은 21일 토요일이었다. 이날이 지나면 연희동에 갈 일이 없고, <인스크립트>를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가게 앞모습과 가게 주변 골목길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사진에 담았다. 책방 내부 전체를 샅샅이 훑어보면서 사진 여러 장 찍었다








 

나는 권 배우님과 박 배우님이 <인스크립트>에 함께 있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었는데 그날은 <인스크립트> 부부 주인장의 아내 세인스크립트의 박세인 배우님이 혼자 있었다. 그날 권 배우님은 감기에 걸려 집에 쉬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사진 촬영을 원하는 나를 위해서 <인스트립트>에 오셨다.







대구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가게 앞에 서 있는 두 배우님의 모습을 사진 찍었다. 사진을 어설프게 찍는 똥손이라서 못난 사진이 나올까 봐 내심 걱정했다. 셀카를 즐겨 찍는 선남선녀답게 두 배우님의 모습이 잘 나왔다(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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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0



<인스크립트> 2막

(2025년 4월 5일 토요일)




연극 놀이터 <인스크립트> 1막이 끝나고, 45일 토요일에 <인스크립트> 2막이 시작되었다. <인스크립트> 2막의 새로운 무대 장소는 이화동이다이화동에서 제일 가까운 행정구역은 혜화동이다. 이화동과 혜화동을 지나는 대학로에 크고 작은 공연장과 극단들이 모여 있다한 달 동안 부부 주인장은 인스크립트 크루로 알려진 동료 배우들과 함께 이화동에서 연극 놀이터를 새로 심었다.


44일 관악구에서 탄핵의 밤을 즐겁게 보낸 나는 연희동이 아닌 이화동으로 이동했다. <주책필름><그날이 오면>을 방문한 이후로 가방이 더 무거워졌다.








이화동 <인스크립트>3층 건물에 있다. 건물 입구가 상당히 작다. 입구 주변에 책방 이름이 적힌 나무 간판이 있다. <인스크립트>로 안내하는 이 간판을 잘 찾아야 한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빨간색 방이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인스크립트>. 내부 공간이 더 넓어졌다. 창문 밖을 볼 수 있는 1인석 자리가 늘어났고, 빨간색 원형 탁자가 새로 생겼다
















원형 탁자는 네 개의 책상으로 분리할 수 있는데, 형태가 마치 거대한 피자처럼 생겼다. 원형 탁자를 분리해서 치우면 넉넉한 공연장을 만들 수 있다.


<인스크립트> 2막은 정오에 시작했다. 나는 희곡 놀이터 2막이 시작한 지 40분이 지난 뒤에야 이화동에 도착했다. 내가 <인스크립트>에 들어왔을 때, 책방 안에 어떤 여자 한 분이 계셨다. 처음에 나는 그분을 <인스크립트> 2막에 처음으로 방문한 손님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분은 손님이 아니었다. 책방 영업을 돕기 위해 출근한 인스크립트 크루소속 배우였다. 이화동 <인스크립트>의 첫 번째 손님은 바로 나였다. 그리하여 나는 두 번 연속으로 책방 개업 날(2023624, 202545)에 첫 번째로 방문한 손님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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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4-21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희동보다는 대학로가 더 친근하네요.
언제 꼭 가봐야겠어요.~^^
좋은 장소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cyrus 2025-04-27 23:00   좋아요 1 | URL
대학로에 자리 잡은 인스크립트는 물 만난 물고기 같아요. 대학로에 활동하는 연극, 뮤지컬 배우들, 연출가들, 공연 관계자들이 자주 이곳에 방문할 거예요. 운 좋으면 유명한 배우들도 만날 수 있답니다. 최근에 박소담 배우가 인스크립트에 방문해서 본인 인스타 계정 스토리에 인증샷을 올렸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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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8



그날이 오면

(2025년 4월 5일 토요일)









내 정신은 순결하므로

내 기도는 영원했으므로

전신이 토막나서 없어진다 해도

땅속 깊이깊이 묻힌다 해도

에헤라 그날이 오면 나는 되살아나겠네

불같이 타올라 아아 그 5월이 오면

한라에서 백두까지 마구 지천으로 피어나는 감자 꽃이겠네

민주의 넋이겠네

 

 

김용락

그날이 오면중에서,

 푸른 별》(창비, 1987년)에 수록





새벽 두 시에 서 씨와 헤어졌다. 되우 작은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졌다. 눈을 떠보니 아침은 세우(細雨)에 젖어 있었다.


이번에 처음 와본 신림동을 그냥 떠나기가 아쉬웠다. 아침을 맞이한 신림동의 풍경을 보고 싶었다신림동에 도림천이라는 하천이 흐른다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하천이 흐르는 방향에 따라 <그날이 오면>이 있는 동네까지 걸어서 갔을 것이다.
















<그날이 오면>1988년에 태어난 인문 사회과학 전문 서점이다. 서울대 앞 녹두거리에 있다. 카페에서 책을 보다가 10시 조금 넘었을 때 서점으로 향했다. 불이 켜진 서점을 금방 찾았다. 하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서점 자동문에 외출 알림판이 달려 있었다.








 

알림판에 연락처가 적혀 있어서 처음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처의 주인은 받지 않았다. 10분 뒤에 연락처의 주인으로부터 곧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오래 기다릴 수 없어서 서점에 언제 돌아오는지 바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답변이 오지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빗방울은 굵어졌다.


더 기다려보고 11시가 되면 대학로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신림동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고, 서점 근처에 있는 버스 정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때 마침, 서점 문을 열기 시작한 직원을 만났다!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그날이 오면> 첫 방문이 이루어졌다.


서울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그날이 오면>에 있는 모든 책을 천천히 살펴본 후에 책을 샀을 것이다. 사야 할 책을 고르는 시간이 적어도 한 시간(!)이다. 눈동자를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책장을 주마간산으로 구경해보니, 사고 싶은 책이 5권 넘었다. 책을 너무 많이 사면 가방이 무겁다. 게다가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가방 앞쪽이 젖어서 가방 안에 있는 책도 젖는다.












10분 동안 책장 전체를 다 훑어본 후에 숨어 있는 책’ 다섯 권을 골랐다. 다섯 권 모두 절판(또는 품절)된 상태다. 이 중에 한 권은 알라딘에 등록되지 않은 책이다.


신림동에서 대학로로 가는 버스를 타면 한 번 갈아타야 한다. 도착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이것은 마치‥… 연희동에 있었던 서점으로 가는 분위기와 비슷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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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4-0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쳇, 책을 좋아하면 좋아했지 꼭 똥폼을 잡는단 말야. ㅎㅎ
평생 심심하진 않겠어. 우리나라 서점 다 돌아다니려면...^^

cyrus 2025-04-14 06:42   좋아요 1 | URL
서울에 안 가본 책방이 몇 군데 더 있어서 전국 책방 투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하루 만에 서울 책방 세 군데 둘러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네요. 이러다가 주말에 서울에 가면 1박 2일 할 수도 있어요. ^^;;

yamoo 2025-04-10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날이 오면..대학동까지 방문하셨네요! 아직도 건재하다니, 놀랍습니다. 그 옆에 길 건너 헌책방들은 다 없어졌는데...그 건물 옆에 버스 종점이 있었는데...152번인가..ㅎㅎ

cyrus 2025-04-14 06:43   좋아요 0 | URL
<그날이 오면>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는데, 신간 도서 소개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실제로 가보니까 인터넷 서점에 구매할 수 없는 구간 도서도 있었어요. 아날로그 서점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

페크pek0501 2025-04-12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겨운 나들이, 이십니다. 저도 알라딘을 알기 전까지는 동네 서점을 애용했어요. 매달 책을 사니까 주인 사장님이 저를 단골로 알고 친절하게 책을 구해 주시곤 했어요. 그 푸른 시절이 떠오릅니다.

cyrus 2025-04-14 06:46   좋아요 0 | URL
날씨 빼면 1박 2일 서울 여행이 즐거웠어요. 가방은 무거웠지만, 좋은 책들을 건졌습니다. ^^;;

Comandante 2025-04-14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서점 가셨군요^^ 사진을 보니 또 이사를 간 모양입니다. 고시촌 안에서 계속 이사를 하네요 ㅎㅎ

cyrus 2025-04-15 19:44   좋아요 1 | URL
맨 처음 생긴 위치에서 지금까지 쭉 오래가는 서점이 흔하지 않아요. 서점 운영하신 분들에게는 서점을 옮기는 일이 고역이겠지만, 서점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독자들과 단골은 서점이 어디든 자주 찾아오게 되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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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7


주책필름

(2025년 4월 4일 금요일)






44일 금요일. 용산 독재자가 파면되었다. 오전 11시 22분. 그 순간 탄핵의 날이 되었다. 소리 높여 독재자에 저항한 광장의 시민들이 이겼다.








44일 금요일서울에 갔다. 다행히 그날은 일이 일찍 마쳤다. 오후 722분. 서대구역에서 출발하여 서울로 가는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관악구로 향했다. 그곳에 희곡 및 영화 전문 가게 <인스크립트>와 비슷한 책방이 있다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이 서점은 <인스크립트>와 다른 매력이 있다책을 읽으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서점이다당곡역에 내려서 골목길을 조금만 더 걸으면 늦은 밤에도 불빛이 흘러나오는 서점을 만날 수 있다. 그곳이 바로 책과 술, 그리고 영화가 있는 서점 <주책필름>이다


주책잡기(酒冊雜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술을 마시는 일)의 달인인 나는 오래전부터 <주책필름>에 가보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었다. 



















<주책필름>영화와 책을 좋아하는 부부가 운영한다. 아내인 ()사장님은 1230분까지 <주책필름>을 운영하고, 남편인 ()사장님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작당모의>를 운영한다. <극장 작당모의>는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있다.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극장 작당모의>에서 단편 독립영화들이 상영되는데, 하루에 세 편의 영화가 나온다.










<주책필름> 안에 영화와 관련된 소품들로 가득하다. 서점의 벽에는 독립영화 포스터로 채워져 있다. 책방 한구석에 비디오테이프로 만든 탑이 있다. 아날로그 텔레비전으로 비디오테이프 영화를 볼 수 있다. <주책필름>관악구의 시네마 천국이다.










희곡 전문 서점이라면 반드시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드라마에서 펴낸 보랏빛 표지의 희곡들이 있어야 한다<주책필름>에서 지만지드라마 책을 사면 사장님이 직접 비닐 책 커버를 씌워 준다비닐 책 커버는 책 표지의 손상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손끝에 남아있는 기름기가 책 표지에 묻히는 것을 방지한다.









































* 와즈디 무아와드, 임재일 & 최준호 함께 옮김 화염(지만지드라마, 2019)

 

* 와즈디 무아와드, 임재일 옮김 연안 지대(지만지드라마, 2019)

 

* 나탈리 사로트, 이광호 & 최성연 함께 옮김 아무것도 아닌 일로(지만지드라마, 2023)

 

* 팔로마 페드레로, 박지원 옮김 변신(지만지드라마, 2023)

 

* 아리스토파네스, 이희원 옮김 리시스트라타(지만지드라마, 2024)

 

* 페드로 칼데론 데 라 바르카, 김선욱 옮김 살라메아 시장(지만지드라마, 2024)

 

* 세르히오 블랑코, 박지원 옮김 테베랜드(지만지드라마, 2024)




<주책필름>에 판매하는 지만지드라마 책 중에 이미 구매한 책은 총 일곱 권이다. 이 책들의 절반은 <인스크립트>에서 샀다.







<주책필름> 한가운데에 너덧 명의 손님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탁자가 있다. 혼자 오는 손님과 커플 손님들은 동네 풍경을 훤히 볼 수 있는 작은 탁자를 선호한다. 나는 커다란 책상에 앉아서 술과 안주를 주문했다. 저녁 식사를 거르고 바로 서울로 간 나는 책벌레보다는 술고래가 되고 싶었다.







첫 번째 저녁 메뉴는 팝콘과 버터 맥주였다. 팝콘은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온다. 팝콘을 아주 좋아하거나 같이 온 손님이 있으면 큰 대접의 팝콘을 주문할 수 있다. 먹다가 남으면 봉지에 담아서 가져가도 된다. 나는 큰 대접의 팝콘을 주문했는데, 밥 한 공기와 같았다. 그 자리에서 팝콘을 다 먹었다.







여사장님은 서비스로 땅콩과 피스타치오를 주셨다. 그리고 탄핵의 날기념으로 작은 위스키 잔에 따른 달콤한 탄핵 주()’도 얻어 마셨다.









 

저녁 식사 두 번째 메뉴는 치즈와 막걸리 하이볼이었다. 하이볼을 금방 다 마셔서 아마‥… 맥주를 주문했다. ‘아마‥… 맥주는 아마겟돈 맥주의 줄임말이다.


커다란 탁자는 여사장님과 <주책필름>의 단골들이 주로 앉는다. 내가 앉은 자리 바로 건너편에 멋진 수염을 기른 서 씨라는 청이 있었는데, <주책필름>의 단골 중 한 사람이다. , 여사장님, 청년, 우리 세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주고받았다. 여사장님의 고향은 포항이며 서 씨는 대학생 때 경산에 생활한 적이 있었다<극장 작당모의> 영화 상영을 마무리한 남 사장님이 <주책필름>에 돌아오셨고, 운이 좋게도 <주책필름> 첫 방문에 부부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 백상현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 그림으로 읽는 욕망의 윤리학(책세상, 2014)




서 씨는 프로필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가<주책필름>에 오면 주로 위스키를 마신다고 했다이분도 책을 좋아하는 열혈 독자. 그분이 <주책필름>에 왔을 때 손에 들고 있던 책은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이었다


<주책필름>이 끝나는 시간이 되자, 서 씨는 자신이 자주 가는 위스키 바가 있다면서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나는 흔쾌히 수락했고, 우리는 걸어서 위스키 바에 갔다. 자정이 지나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갔던 <블렌더스>라는 이름의 위스키 바는 건물 지하에 있다. <블렌더스>는 새벽 2시까지 영업하며 위스키뿐만 아니라 포도주와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우리는 포도주 한 병 주문하여 함께 마시면서 대화했다. 우리는 독서 취향이 비슷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면서 경험한, 크고 작은 서글픈 순간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가슴속에 눌러앉아 있던 나의 감정들을 경청해 준 서 씨가 정말 고마웠다. 우리는 포도주 한 병을 비우고 헤어졌다. 다음에 또 <주책필름>에 오게 되면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서 씨는 토요일에 시간이 되면 관악구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 <그날이 오면>에 꼭 가보라고 추천했다. <그날이 오면>1980년대에 문을 연 사회과학 전문 서점이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서점 이름만 들으면 책을 사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은 금방 녹아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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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5-04-08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년 서 씨와 위스키 바 간 거 너무 드라마 같은데요? 저는 술을 끊었지만 하이볼을 부르는 페이퍼네요.

cyrus 2025-04-09 20:03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술을 많이 마셨어요. 낯선 곳에서 밤에 혼자 술 마시는 것이 사실 무모한 일이라 조금은 두려웠어요. 다행히 크게 취하지 않아서 서 씨가 집으로 가는 것을 확인하고, 숙소에 무사히 돌아왔어요. ^^

stella.K 2025-04-0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덕분에 눈요기한다. 나도 한때는 그랬는데 말야.ㅠ

cyrus 2025-04-09 20:04   좋아요 0 | URL
누님도 과거에 술을 좋아했었나요? ㅎㅎㅎ

stella.K 2025-04-09 21:20   좋아요 0 | URL
아니. 오히려 그 반대지. 근데 사람들이 술 잘하게 생겼대.
내가 어디 봐서...? 치! ㅎㅎ

Comandante 2025-04-08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이 오면 서점 꼭 가보시면 좋겠습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꼭 가볼만한 곳입니다.

cyrus 2025-04-09 20:04   좋아요 0 | URL
다음 날 아침에 <그날이 오면>에 갔습니다. 역시나 좋은 서점이었습니다. ^^
 





전망 좋은 []

 

EP. 26



인스크립트






고즈넉한 동네 서대문구 연희동에 가면 애서가와 연극쟁이를 위한 놀이터 <인스크립트>(Inscript)를 만날 수 있다. <인스크립트>는 희곡 가게다. 국내외 희곡과 연극 관련 서적을 만날 수 있는 서점이다







<인스크립트>가 처음으로 문을 연 날

2023624일 토요일 오전 10시




희곡 가게는 작년 624일 오전 10시에 태어났다. 서점이 태어난 날을 잊지 못한 이유는 내가 <인스크립트>를 처음 방문한 손님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게 내부에 들어왔을 땐 이미 남자 손님이 먼저 서점 내부를 구경하고 있었. 나는 <인스크립트>에 두 번째로 방문한 손님이면서도 이곳에 처음으로 방문한 비() 서울, 지방 출신 손님이다












이 날 마신 음료는 토마토 에이드. 구매한 책 두 권 모두 희곡이다.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닫힌 방. 악마와 선한 신(민음사, 2013)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해피 데이스(문학동네, 2020)사실 이 두 권을 읽고 싶어서 산 건 아니다. 아주 유명한 작가가 쓴 희곡이고, 서재에 없는 책이라서 샀다일단 사놓으면 언젠가는 읽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합리화하면서 산 책들이 산더미다.


서점 주인장은 연극 배우로 활동 중인 젊은 부부이며 고양이 집사다. 희곡 가게는 연극 배우들을 위한 놀이터 겸 소극장이 되기도 한다. 이곳에 정기적으로 희곡 낭독 모임과 낭독극 공연이 펼쳐진다배우와 연극쟁이들이 만나는 희곡 가게의 축제에 나도 함께 즐기고 싶지만, 지방에 살고 있어서 축제 소식을 멀리서 접하고 있다. 내게 희곡 가게에서 하는 모임과 공연은 하늘 위에 열리는 축제.








운이 좋게도 <인스크립트> 첫 번째 낭독극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공연작은 나탈리 사로트(Nathalie Sarraute)의 희곡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나탈리 사로트이광호 · 최성연 옮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지만지드라마, 2023)




작년 1214일 목요일 저녁 8시 공연을 봤는데, 이날 공연은 박세인 배우문가에 배우가 진행했다. 박세인 배우는 <인스크립트>를 운영하는 주인장이며 이분의 남편 권주영 배우가 낭독극 연출을 맡았다.


공연 날의 날씨가 정말 짓궂었는데, 겨울비가 찬 바람과 같이 내리고 있었다. 권주영 배우는 저녁을 먹지 못한 나를 위해 연희 곰탕이라는 식당을 추천해 주었다. 곰탕집은 희곡 가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날 처음으로 곰탕을 먹었는데, 허전한 배 속을 든든히 채울 수 있었다. 여기에 잔술을 곁들어 마셨다. 연희동에 식사하게 되면 무조건 가는 곳이 곰탕집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2인극이지만, 아주 잠깐 남성 1명과 여성 인물 1이 등장한다.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 이름이 없다. 주인공 두 명은 남자 1’남자 2’. 그 외의 인물은 남자 3’여자 1’이다. 박세인 배우와 문가에 배우는 남자 1’남자 2’를 연기했다. ‘남자 3’여자 1’ 연기는 이날 공연을 보러 온 두 명의 관객이 하게 되었는데, 나는 남자 3’을 연기했다. 낭독극 연기가 처음이라서 NG를 내고 말았다. 작은 공연장은 한순간에 웃음바다로 변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부끄럽구먼. 침착하게 남자 3’의 대사를 읽었다. 영혼 없는 뻣뻣한 낭독이 되지 않으려고 남자 3’이 말하면서 느꼈을 감정을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읽었다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정말 잊을 수 없는 공연이었다.














<인스크립트>을 알게 된 이후부터 희곡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외국 극작가의 희곡뿐만 아니라 국내 극작가의 작품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희곡 가게에 가면 제일 눈에 띄는 책은 지만지 드라마.지식을 만드는 지식이라는 출판사가 펴내는 희곡 시리즈. 책의 색깔이 분홍빛이라 눈에 확 띈다. <인스크립트>에는 절판된 몇 권의 책을 제외한 지만지 드라마 시리즈가 전부 다 있다. 이곳에 가서 제일 많이 구매한 책이 지만지 드라마에서 나온 책이다. 오늘 지만지 드라마에서 나온 희곡 두 권을 구매했는데(알라딘 주문), 내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출고일을 며칠 지나서 받아야 하는 책들도 있다. 이런 책은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하지 않고, <인스크립트>에 직접 가서 구매한다. 다음 주 토요일에 <인스크립트>에 가서 희곡 한 권 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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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9-21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비서울 지방출씬.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여간 갖다 붙이기는.ㅎㅎ
마크가 익살스럽네. 이런 가게 때문에 울나라 희곡 좀 읽게 되려나? 나부터도 희곡은 잘 안 읽으니. 책 전체를 다 낭독하나? 몇분하디? 곰탕국은 맛있었니? ㅋ

cyrus 2024-09-22 19:48   좋아요 1 | URL
제 생각인데, 극작가 욘 포세가 작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부터 희곡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어요. 오래전부터 희곡을 즐겨 읽은 탄탄한 독자들이 있었다면, 욘 포세가 알려지면서 희곡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새로운 독자층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지만지 드라마 출판사는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출판된 희곡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어요. 여기에 영향을 받아서 ‘연극과인간’ 출판사도 인스탄그램 계정을 만들었어요.

텍스트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합니다. 아마 제가 한 대사를 모으면 1분도 안 될걸요 ㅋㅋㅋ 제 기억으로는 남자 3 대사가 세 개뿐이거든요. ^^;;

다음에 인스크립트 방문 후기를 올리면 곰탕 사진도 꼭 올리겠어요. 저는 맛있었어요. 봄에 계절 한정 메뉴로 미나리곰탕도 나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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