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1월의 세계 문학








퍼시벌 에버렛

송혜리 옮김

제임스

문학동네

2025




2026년 1월 30일 금요일

저녁 8시~10시 20분

장소: 인더가든









<1월의 세계 문학>을 만든 독자들








[북 큐레이터(도서 추천)]

정현정, 조약돌, 최해성

 


[진행북클럽투르기윤색]

최해성



[사진]

김성현, 최해성



[<세계 문학> 독자]

정현정, 조약돌, 김성현히시마

꽃잎(첫 참석), 윤지현(첫 참석)

 


 


※ 북클럽투르기(bookclubturgy, bookclubtur+)

 

독서 모임 후기 엮은이.

북클럽투르기는 공연 제작을 위해 희곡과 연극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작업 또는 이러한 작업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드라마투르기(dramaturgy)’에서 따온 말입니다.








<인더가든>(In the Garden)은 널따란 카페입니다. 수제 케이크와 쿠키를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세계 문학 전문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세속’)매달 마지막 금요일 밤이 되면 번화가에 있는 널따란 정원으로 갑니다. <세속>이 정원에 드나든 지 정확히 일 년이 되었어요. <세속>을 위해서 대화하기 편한 자리를 마련해주는 <인더가든> 모녀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최근 <인더가든>두쫀쿠를 만들었어요. 두쫀쿠는 두바이 쫀득 쿠키의 줄임말입니다.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들도 알 정도로 아주 유명한 디저트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만든 케이크와 쿠키를 자주 먹을 정도로 디저트를 좋아합니다책을 읽거나 서평을 쓸 때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와 함께 디저트를 먹습니다. <인더가든>의 두쫀쿠도 먹어봤어요. 올해 첫 모임을 만든 <세속> 독자님들을 위해 독서 모임장인 제가 두쫀쿠를 샀습니다.



















* 마크 트웨인, 김욱동 옮김 허클베리 핀의 모험(민음사, 1998)




퍼시벌 에버렛(Percival Everett)의 장편소설 제임스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대표작 허클베리 핀의 모험안티테제(Anti these)’입니다. ‘테제가 명제라고 한다면, 안티테제는 명제와 대립합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주인공 허클베리 핀(Huckleberry “Huck” Finn)톰 소여(Thomas “Tom” Sawyer) 탈출한 흑인 노예 (Jim)을 도와주는 동료입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둘 중에서 어느 하나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나는 숨을 죽이고는 잠시 생각한 끝에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좋아, 난 지옥으로 가겠어.’ 그러고는 편지를 북북 찢어 버렸습니다.

 그것은 끔찍스러운 생각이었고 무서운 말이었지만 벌써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뱉은 말을 취소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었지요. 그러고는 이제 두 번 다시는 마음을 고쳐먹는 일에 대해서 신경을 끄기로 했습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중에서, 김욱동 옮김, 461)

 

 

허클베리 핀은 도망친 짐을 신고하는 대신 침묵을 선택합니다그는 짐의 우정과 자유를 위해 지옥에 가기로 결심한 것이죠탈출한 노예를 방조하는 일은 노예제에 반하는 비도덕적 행위입니다. 하지만 허클베리 핀은 노예제를 옹호하는 가짜 도덕을 송두리째 무시해 버립니다허클베리 핀의 지옥행은 국가와 학교, 교회가 합심해서 만든 노예제를 뛰어넘어 자유로 도약하는 중대한 전환점입니다.


제임스에서 지옥으로 가기로 결심한 사람은 허클베리 핀이 아니라 짐입니다. 짐은 백인들이 어리숙하게 행동하는 그를 부를 때 쓰는 이름입니다. 흑인 노예들은 주인인 백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또는 가혹한 학대를 피하려고 일부러 스스로 낮췄습니다. 은 흑인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백인들의 시선이 뭉쳐져서 생긴 가짜 이름입니다. 주인공에게 어울리지 않은 가명(家名)인 거죠.


제임스의 흑인 노예는 제대로 말할 줄 알고, 생각이 깊습니다. 그리고 글을 쓸 줄 압니다. 그의 진짜 이름은 제임스입니다그는 자신도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인간임을 깨닫습니다. 자유와 평등을 말로만 강조하는 백인 철학자들의 위선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각성한 제임스는 팔려 간 가족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을 감행합니다.


<세속> 독자들은 제임스가 가독성이 좋아서 술술 읽혔다고 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전에 제가 추천한 문학 작품들은 대체로 문장이 어렵고, 난해했고, 이야기의 분위기가 엄청 무거웠거든요


조약돌 님백인들의 기분을 맞추는 대로 살아간 흑인 노예들의 삶이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노예로 태어나서 노예로 생을 마친 흑인들은 평생 자신의 진짜 능력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똑똑했지만 온통 하얀 세상 앞에서 좌절하여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한 흑인들도 있을 거예요. 교육을 제대로 받은 흑인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으려고 백인의 언어를 습득해 보지만, 점점 더 백인 같은 인간이 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왜냐하면 백인은 언어에 능통하고 똑똑해진 흑인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기묘한 존재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결국 흑인은 백인들이 칠해놓은 하얀 세상 속에 갇혀서 무기력하게 살아갑니다.











 





 

















* 프란츠 파농, 노서경 옮김 검은 피부, 하얀 가면(문학동네, 2022)

 

* 프라모드 K. 네이어, 하상복 옮김 프란츠 파농 새로운 인간(앨피, 2015)

 

* 이경원 파농: 니그로, 탈식민화와 인간해방의 중심에 서다(한길사, 2015)

 

* [절판] 알리스 세르키, 이세욱 옮김 프란츠 파농(실천문학사, 2013)





저는 약돌 님의 견해에서 프란츠 파농(Frantz Fanon)의 탈식민주의 철학을 덧붙여보려고 합니다파농이 누군지 소개하기에 앞서, 제임스에서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Voltaire)평등의 의미를 언급한 대목을 기억하십니까? 제임스는 꿈속에 나타난 볼테르와 철학적 논쟁을 펼칩니다. 그는 볼테르가 말한 평등의 한계를 비판하고 거부합니다. 제가 그 문장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아프리카인도 유럽인의 방식으로 쉽게 교육받을 수 있을 거야. 인간은 본래 타고난 모습을 넘어서 예절과 기술을 배움으로써 동등해질 수 있다네.”

 “그게 평등의 의미. 바로 동등해질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거라네. 마르티니크에 있는 흑인이 프랑스어를 배워서 프랑스인이 되듯, 인간은 평등에 필요한 기술을 획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동등해질 수 있다네.”

 “난 당신이 싫어요.” 내가 열과 오한 속에서 말했다. [중략]

 “어쨌든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네. 그게 내 요점이고, 하지만 우리가 악마라고 부르는 모습이 자네 아프리카인들에게 내재되어 있다는 건 인정해야 하네.” 


(제임스중에서, 72)





저는 프랑스어를 배워서 프랑스인이 되려는 마르티니크 출신 흑인을 언급한 볼테르의 말을 보는 순간, 프란츠 파농이 떠올렸습니다. 마르티니크(Martinique)는 카리브해에 있는 섬으로, 프랑스의 영토입니다. 과거에 프랑스 식민지였고, 이 섬에 파농이 태어났습니다. 파농은 프랑스에서 정신분석학을 공부한 정신과 의사입니다. 그는 프랑스어를 배운 흑인들의 정신을 분석했습니다. 파농의 분석에 따르면 백인의 언어를 쓰는 흑인은 자신을 백인이라고 믿었습니다. 백인 행세를 하면 검은 피부색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흑인 정체성을 탈피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이죠. 하지만 그들은 착각했습니다. 여전히 백인은 프랑스어에 유창한 흑인을 차별했습니다. 파농은 백인의 삶, 백인의 언어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흑인의 종속된 삶을 하얀 가면으로 비유했습니다. 파농의 저서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은 흑인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면서까지 하얀 가면을 쓴 흑인의 정신적 파산 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임스는 대처 판사(Judge Thatcher)의 서재에 몰래 들어가서 책에 담긴 유럽 백인 철학자들의 생각을 만났습니다. 처음에 노예제에 비판하는 그들의 생각에 공감했지만, 제임스는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자유와 평등에 대한 유럽 철학을 섭렵하면서도 철저히 비판적으로 접근합니다. 제임스가 볼테르와 존 로크(John Locke)의 견해에 반박하는 태도는 프랑스 유학 시절 파농의 삶과 일치합니다. 파농은 하얗게 칠한 유럽 철학의 장점을 흡수하되, 흑인 차별과 흑인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유럽 백인 우월주의를 경계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철학을 만들어갔습니다. 그러한 치열한 탐색 끝에 나온 철학이 바로 탈식민주의입니다. 탈식민주의는 제국주의와 서구 중심주의에 대항하는 철학입니다.


<세속> 독자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펼쳤습니다. 정현정 님 다름을 인정하는 방식이 서투르면 타자를 배제하거나 배척하는 상황이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남성 중심적 사고가 많이 반영된 사회일수록 남성의 언어는 세상을 바라보는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오랫동안 남성의 언어는 여성을 통제하는 권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번 모임에 처음으로 참석한 윤지현 님남성 언어의 권력화를 지적했고, 이에 따라 여성은 남성의 언어에 종속된 채 스스로 말하기를 검열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한다고 말했습니다.































* 유진 피터슨, 김순현 · 윤종석 · 이종태 · 양혜원 옮김 메시지 묵상 모세오경(복있는사람, 2023)

 

* 유진 피터슨, 김순현 · 윤종석 · 이종태 · 양혜원 옮김 메시지 묵상 신약(복있는사람, 2023)

 

* 크리스틴 헤이스, 김성웅 옮김 구약 읽기: 역사와 문헌(문학동네, 2022)

 

* 데일 마틴, 권루시안 옮김 신약 읽기: 역사와 문헌(문학동네, 2019)




이번 모임은 다른 모임에 비하면 종교에 관한 대화의 비중이 컸습니다. 소설에서 제임스는 자신을 (Ham)의 저주를 타고난 희생자라고 표현합니다(80). ‘함의 저주구약성경》 『창세기 920~27을 뜻합니다.

 

함은 대홍수를 피하려고 거대한 방주를 만든 노아(Noah)의 세 아들 중 한 사람입니다. 노아는 방주에서 나온 후 포도밭을 가꾸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재배한 포도로 술을 만들었고, 포도주를 너무 많이 마셔버리는 바람에 벌거벗은 상태로 잠들고 말았습니다. 술에 취한 아버지를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이 함입니다. 그는 큰형 (Shem)과 막내 야벳(Japheth)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두 사람은 적나라하게 드러난 아버지의 하체를 천으로 가렸습니다. 잠에서 깬 노아는 벌거벗은 자신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형제들에게 알린 함을 저주했습니다. 노아가 내린 저주로 인해 함의 후손들은 두 형제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 김형인 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 성서로 보는 미국 노예제(살림, 2003)




노예제를 옹호하는 보수적인 미국 기독교인들은 함의 저주를 자주 인용했습니다. 그들은 성경 속에 노예를 지배해야 하는 타당한 근거가 있다면서 과장된 견해를 내세웠습니다. 이에 맞서서 노예제를 비판하는 기독교 종파신약성경마태복음712, 누가복음631을 인용했습니다













* [절판] 대한성서공회 편집부 새 한글 성경과 시편(대한성서공회, 2021)



* 대한성서공회, 《새 한글 성경: 신약과 시편》, 마태복음 712절, 16쪽

 

 “그러므로 남들이 여러분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여러분 자신들도 그대로 남들에게 해주세요.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핵심이니까요.”



대한성서공회, 《새 한글 성경: 신약과 시편》, 누가복음 6장 31절, 155쪽

 

 남들이 해주기를 여러분이 바라는 대로똑같이 남들에게 해주세요.”



* 유진 피터슨, 메시지 묵상 신약55쪽(마 7:12), 168쪽(누 6:31)

 

 “여기, 간단하지만 유용한 행동 지침이 있다. 사람들이 너희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겠는지 자문해 보아라. 그리고 너희가 먼저 그들에게 그것을 해주어라. 하나님의 율법과 예언자들의 설교를 다 합한 결론이 이것이다.”




두 구절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의미와 맞닿아 있습니다. 노예제에 반대한 기독교인들은 노예제가 양심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어기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어떤 분은 독서 모임에 종교를 너무 많이 이야기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것입니다. 저는 무신론자이고 비종교인입니다. 그러나 종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지성적인 태도로 종교를 과격하게 비난하는 태도를 경계합니다. 저는 성경이 가장 오래된 문학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서양 문학과 기독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종교적 영향이 짙게 나타난 문학 작품이 상당히 많이 있고요, 작가들은 성경 속 구절을 인용하여 문장을 쓰기도 합니다.

 






























* 유진 피터슨, 김순현 · 홍종락 · 이종태 · 양혜원 옮김 메시지 묵상 시가서(복있는사람, 2023)

 

* 김동훈 옮김 욥의 노래(민음사, 2016)

 

* 에라스뮈스, 김남우 옮김 우신 예찬(열린책들, 2011)

 

*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류시화 옮김 기탄잘리(무소의뿔, 2017)

 

*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장경렬 옮김 기탄잘리(열린책들, 2010)

 

* 아우구스티누스, 성염 옮김 고백록(한길사, 2025)




구약성경》의 시가서에 해당하는 『욥기(Book of Job)욥의 노래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정현정님이 기독교를 설명하면서 언급한 에라스뮈스(Erasmus)우신예찬은 권위에 취한 기독교를 우화 형식으로 풍자한 작품입니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Tagore)기탄잘리는 고전 목록에 포함되는 작품이며 비종교인이 읽을 수 있는 종교 문학 작품입니다(현정 님은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기탄잘리를 추천했습니다). 조약돌님은 최근에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지정 도서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고백록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중세 문학사와 중세 철학사에도 거론되는 기독교 고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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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6-02-02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cyrus님!
독서 모임의 리더는 이 정도로 깊은 것을 알고 계시고 탐구하시는군요.
대구에 살면 꼭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두쫀쿠 먹어 봤는데
그냥 한 번이면 될 것 같았어요.
 














I’m on your side

When times get rough

And friends just can’t be fou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저는 당신 편이에요.

힘든 시간이 다가오고

친구를 찾을 수 없을 때

험한 물 위에 있는 다리처럼

제가 다리가 되어 드릴게요.



-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

Bridge Over Troubled Water(1970) 노랫말 -







니체(Nietzsche)의 철학적 분신 차라투스트라(Zarathustra)는 인간이 위대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위대한 인간을 다리(bridge)’에 비유합니다.



































* 프리드리히 니체, 장희창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민음사, 2004)

 


* 프리드리히 니체, 박찬국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을 위한, 그리고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아카넷, 2025)

 


[카페 스몰토크 <니체 읽기> 지정 도서(2022)]

* 프리드리히 니체, 김인순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열린책들, 2015)

 


[펭귄클래식 독서 모임(<달의 궁전> 전신) 20113월의 책,

발제자: cyrus]

* 프리드리히 니체 · 레지날드 J. 홀링데일 서문, 홍성광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하는 데 있다.

 나는 사랑한다. 몰락하는 자로서 살 뿐 그 밖의 삶은 모르는 자를. 왜냐하면 그는 건너가는 자이기 때문이다.

 

(장희창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중에서, 19)




목적에 맞춰서 행동하는 인간은 안정적으로 살아갑니다. 목적에 완전히 벗어난 삶의 경로를 피해 다닙니다. 반면에 다리형 인간은 유동적입니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나를 추구합니다. 그러려면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변화를 시도해야 하며 과거의 한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다리형 인간은 몰락을 간절히 원합니다초인(Übermensch)이 되고 싶은 몰락하는 자는 과거가 된 세계관과 가치관을 해체합니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는 다리와 같은 독서 모임입니다. 과거에 읽은 책을 소환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읽습니다. ‘재독(rereading)’은 과거에 책을 보면서 느낀 것과 생각을 되돌아보는 행위입니다.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서 책을 읽거나 한 해 동안 한 번 완독한 책들의 목록을 만들려는 목적형 독서는 다시 읽을 수 있는 시간적인, 정신적인 여유가 부족합니다.

















[서재를탐하다 & 읽다익다 <우주지감

이 작가의 책’ 20195월의 책, 추천 독자읽는 인간’ 천성은]

* [절판] 오에 겐자부로, 정수윤 옮김 읽는 인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위즈덤하우스, 2015)



 

[서재를탐하다 & 읽다익다 <우주지감

이 작가의 책’ 20196월의 책, 추천 독자읽는 인간 천성은]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54월의 세계 문학

추천 독자: 정현정]

*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을유문화사, 2009)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는 천성은 독자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천성은 독자의 별명은 읽는 인간입니다. 독서를 주제로 한 오에의 강연들을 엮은 책의 제목 읽는 인간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책에서 오에는 예전에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면 전신운동을 하고 난 뒤의 상쾌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재독은 과거에 읽었을 때보다 더 깊이, 더욱 치열하게 읽어야 합니다. 다시 읽기는 과거에 읽으면서 몰랐던 책의 내용을 몇 번이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대구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 202511월의 소설]

* 앨리스 워커, 고정아 옮김 컬러 퍼플(문학동네, 2020)

 


* [절판] 앨리스 워커, 안정효 옮김 컬러 퍼플(청년정신, 2007)









<고라니 울고>는 김성현 독자와 정현정 독자가 소속된 독서 모임입니다. <고라니 울고>의 작년 11월 지정 도서는 미국 소설가 앨리스 워커(Alice Walker)컬러 퍼플이었습니다워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입니다. 소위 말하자면 흑인입니다. 젊은 시절에 흑인 민권 운동에 뛰어들었으며 잊힌 흑인 여성 작가들을 발굴하기도 했습니다. 컬러 퍼플은 열네 살에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흑인 소녀가 정신적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이 소설이 성공하면서 워커는 1983년에 전미도서상과 흑인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소설가로도 활동한 안정효가 번역한 컬러 퍼플을 읽었는데요, 이 책은 절판되었어요. 이 책의 앞표지에 소설 속 주인공의 실루엣이 그려져 있어요. 실루엣의 출처는 원작을 토대로 만든 영화 <컬러 퍼플> 포스터입니다


소설 주인공은 처음에는 맞춤법과 문법이 어색한 흑인 토속 영어로 말합니다. 안정효 번역가는 흑인 영어 특유의 발음과 억양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맞춤법이 틀린 우리말로 번역했습니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61월의 세계 문학]

[서울 독서 모임 <달의 궁전> 2025년 12월의 책]

* 퍼시벌 에버렛, 송혜리 옮김 제임스(문학동네, 2025)

 


[그라디언트 <이 작가의 책>

미국 근대 문학 읽기’ 20267월의 책

추천 독자: ‘읽는 인간천성은]

* 마크 트웨인, 김욱동 옮김 허클베리 핀의 모험(민음사, 1998)

 


* 마크 트웨인, 이화연 옮김 톰 소여의 모험(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올해 1월의 세계 문학 작품의 주인공은 흑인 노예 남성입니다. 이 남성의 이름은 제임스(James)’입니다. 백인들은 그를 (Jim)’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모험심이 강한 백인 소년들이 구출한 흑인 노예로 기억합니다. 짐의 탈출을 도와준 소년들이 바로 허클베리 핀(Huckleberry “Huck” Finn)톰 소여(Thomas “Tom” Sawyer)입니다.


1월의 세계 문학은 퍼시벌 에버렛(Percival Everett)의 소설 제임스입니다. 작가는 앨리스 워커와 같은 조지아주 출신 흑인입니다. 제임스마크 트웨인(Mark Twain)허클베리 핀의 모험흑인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두 백인 주인공의 시선으로 흑인 짐과 노예제도를 바라본 고전입니다. 이와 반대로제임스의 제임스는 흑인 노예가 백인 중심의 미국 사회를 관찰합니다.


제임스도 백인 앞에서 의도적으로 맞춤법이 틀린 채 말합니다. 소설에서는 흑인 영어를 노예 말투라고 번역했습니다실제로 흑인 노예들은 백인들에게 잘 보이려고 우스꽝스럽게 말했습니다. 우월감에 빠진 백인들은 문맹인 척하는 노예들을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겼습니다.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202011~12월의 책]

 

[그라디언트 <이 작가의 책>

미국 근대 문학 읽기’ 202612월의 책

추천 독자: ‘읽는 인간천성은]

* 토니 모리슨, 최인자 옮김 빌러비드(문학동네, 2014)












천성은 독자가 이끄는 독서 모임 <이 작가의 책>의 올해 큐레이션은 미국 근대 문학 읽기입니다. 7월 지정 도서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고, 12월 지정 도서는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빌러비드입니다. 제가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에 활동했을 때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중 한 작품이 빌러비드였습니다.

 

제임스지금까지 소개한 다른 독서 모임 지정 도서들을 연결해 주는 다리입니다. 컬러 퍼플빌러비드를 다시 읽고 싶거나 예전의 독서 경험을 다시 떠올리고 싶은 독자를 위해서, 그리고 허클베리 핀의 모험빌러비드를 읽으려는 독자를 위해서 제임스를 선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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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온종일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과 놀았다. 즐거우면서도 괴로운 시간이었. 지젝이 쓴 책 잉여향유가 지난주 토요일 오전에 진행되었던 서울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 지정 도서라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읽었다.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 열여덟 번째 모임(12) 지정 도서]

* 슬라보예 지젝, 강우성 옮김 잉여향유: 당황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길잡이(북스힐, 2024)




어영부영 이 책, 저 책 읽는 못된 독서 습관 때문에 독서 모임 지정 도서에 열심히 눈길을 주지 못했다결국 잉여향유》 를 끝까지 다 읽지 못했다지젝이 많이 인용하고 언급하는 헤겔(Hegel), 마르크스(Karl Marx),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사상을 깊게 이해하지 못해서 읽는 속도가 더디었다.

















































* 이찬용, 배세진 감수 마르크스주의 입문: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바꾸기 위해(오월의봄, 2025)


* 피터 싱어, 노승영 옮김 마르크스》 (교유서가, 2019)

 

* 한형식 마르크스 철학 연습: 세상을 직시하게 하는 한 권의 철학》 (오월의봄, 2018)

 

* 미카엘 뢰비 · 엠마뉘엘 르노 · 제라르 뒤메닐 함께 씀, 배세진 옮김 마르크스주의 100단어(두번째테제, 2018)


* 양자오, 김태성 옮김 《자본론을 읽다: 마르크스와 자본을 공부하는 이유》 (유유, 2014)


* 김수행 자본론 공부: 김수행 교수가 들려주는 자본 이야기(돌베개, 2014)


* 존 몰리뉴, 천형석 옮김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철학 입문(책갈피, 2013)




잉여향유는 라캉이 고안한 정신분석학 용어다. 잉여는 마르크스의 경제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잉여가치(Mehrwert, surplus value)와 관련이 있다.








노동자가 일을 해서 상품을 만드는 시간은 상품의 가치와 동일하다. 상품이 팔리면서 나온 이익은 노동자가 받는 임금이다. 그런데 노동자가 일하는 시간은 고정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노동자를 고용한 자본가는 노동자의 노동력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이윤을 더 많이 얻기 위해 노동 시간을 늘린다. 노동자의 일이 늘어날수록 상품의 가치가 증식된다. 이것이 바로 자본가가 획득하는 잉여가치. 자본가는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생기는 잉여가치로 이익을 얻는다.






























* 칼럼 닐, 이미라 옮김 라캉을 읽기 위한 기본(yeondoo, 2025)

 

* 숀 호머, 김서영 옮김 라캉 읽기(은행나무, 2014)


* 브루스 핑크, 이성민 옮김 라캉의 주체: 언어와 향유 사이에서(도서출판b, 2010)

 

* 김석 에크리: 라캉으로 이끄는 마법의 문자들(살림, 2007)

 

* 딜런 에반스, 김종주 옮김 라깡 정신분석 사전(인간사랑, 1998)




향유(jouissance, 주이상스)쾌감을 뜻하는 용어다. ‘향락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주이상스는 우리말로 번역하기 애매한 개념이다소크라테스(Socrates)가 시민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철학을 했듯이 라캉은 자신의 사상을 말로 설명하는 강의와 세미나를 중시했다. 그의 이름이 저자로 표기된 저작물은 강연과 세미나 내용을 편집해서 만든 것이다.









주이상스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고통스러운 과도한 쾌락이다지나치게 쾌락에 빠지면 자기를 파괴하는 상황에 이른다. 극단적인 욕망의 끝은 죽음 충동과 맞닿아 있다따라서 주이상스는 죽음으로 향하는 통로이면서도 동시에 죽도록 즐기고 싶은매혹적인 쾌락이다


지젝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잉여향유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분석한다그가 자본주의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된 사상의 도구 틀이 너무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헤겔, 마르크스, 라캉을 자주 사용하며 이 세 사상가를 다르게 해석한 동시대 학자들의 견해까지 가지고 온다.

















* [절판] 자크 라캉, 홍준기 · 이종영 · 조형준 · 김대진 함께 옮김 에크리(새물결, 2019)




잉여향유1장에서 유심히 읽은 내용은 <과학 없이도 자본주의도, 자본주의에서의 탈피도 없다>라는 소제목의 글이다. 이 글에서 지젝은 라캉의 에크리의 제일 마지막에 있는 <과학과 진리>라는 강연 글의 한 대목을 인용한다.







 과학에는 기억이 없다. 일단 구성되면, 과학은 자신이 존재하게 된 순환 경로를 조작한다. 달리 말하면, 과학은 정신분석이 진지하게 작동시키는 진실의 차원을 망각한다


(잉여향유, 88)


 과학을 기억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과학은 구성되었을 때는 태어날 때의 우여곡절을 망각한다. 즉 정신분석이 거기서 명백히 작용시키는 진리 차원을 말이다


(라캉, 에크리, <과학과 진리> 중에서, 1029)



라캉이 바라본 과학은 합리적인 지식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반면에 정신분석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주체를 연구 대상으로 삼으며 주체의 무의식에도 주목한다. 따라서 정신분석학은 무의식적 주체를 규명하는 과학이다


지젝은 라캉이 표현한, ‘기억 없는 과학을 여러 번 강조하면서 과학을 비판한다. 그의 비판 지점들을 열거하자면, 주체의 차원을 폐제하는(폐지해 없애 버린다) 과학진실로 둔갑한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외면하는 과학의 태도, 연구 결과가 오용되는 상황에 신경 쓰지 않는 과학자들의 문제, 그리고 자본주의에 복무하는 과학이다.


과학이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것에 우려하는 심정으로 과학을 강도 높게 비판한 지젝의 견해에 동의한다. 하지만 기억하지 않는 과학은 사실이라고 규정한 라캉의 견해에 반대한다.


라캉의 의도와 다를 수 있지만(오독할 가능성이 높지만), 나는 기억하지 않는 과학을 이렇게 해석한다. 미신과 종교를 비판하면서 합리적이고 실증적인 학문으로 자리매김한 과학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와 문제점들을 드러냈다. 목록을 작성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많다. 우생학, 성차별, 실험 조작, 비윤리적 실험, 원자 폭탄이나 무기 개발에 협조한 과학자들, 담배 회사와 손잡고 흡연의 해로움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과학자들. 그런데도 여전히 과학은 과거의 문제점들을 답습한다. 따라서 라캉이 말한 기억하지 않는 과학은 성찰하는 주체가 없는 학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결국 지식을 성찰하는 주체가 없는 상태의 과학은 자본주의와 인종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에 휩쓸린다.


하지만 오늘날의 과학은 연구실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어서 생각이 완전히 멈춰진 학문이 아니다연구실 안에서든 밖에서든 과학을 성찰하는 과학자들이 있다이들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과학의 치명적인 한계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다른 과학자들이 잊고 싶은 과학의 어두운 면을 누누이 언급하고, 대중에게 알린다. 그러면서 예비 과학자들에게 과학적으로 성찰하는 태도를 가지라고 당부한다.

















* 스티븐 제이 굴드, 홍욱희 · 홍동선 함께 옮김 다윈 이후(사이언스북스, 2009)

 

* 스티븐 제이 굴드, 김동광 옮김 인간에 대한 오해(사회평론, 2003)




미국의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과거에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잘못 포장된 사이비 학문, 양심을 저버린 과학자들, 우생학을 지지한 과학자, 성차별을 옹호한 과학을 비판한 글을 주로 썼다. 굴드처럼 과학의 약점을 기억하는 과학자는 그것을 교훈으로 삼아 인간다운 삶과 자연과 공생하는 관계를 모색하는 과학을 지향한다. 그리고 과학이 성숙해지려면 과학을 비판하는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젝은 오늘날 과학은 어느 때보다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과학 그 자체가 이 일을 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잉여향유》, 92쪽). 그는 여기서 또다시 라캉을 인용한다. 기억이 없고, 진실의 차원을 무시하는 오늘날의 과학은 자본주의에 저항하지 못한다. 지젝은 과학이 개선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과학과 진리>1965년부터 1966년까지 진행된 라캉의 세미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에 라캉이 생각한 과학은 너무 오래됐고 낡았다. 그때의 과학은 오늘날의 과학은 다르다. 그런데도 지젝은 과학에서 비롯된 문제점들을 허심탄회하게 인정해 왔고, 개선하기 위해 자성의 목소리를 낸 과학의 노력마저도 불신한다. 과학을 오해하고 있는 듯한 지젝의 냉소적 태도가 불만스럽다.







<끔찍한 오역에 관한 cyrus의 주석>









잉여향유의 번역자는 지젝이 인용한 라캉의 에크리문장을 직접 번역했다. 캔터는 무한을 연구한 독일의 수학자 게오르그 칸토어(Georg Cantor)를 영어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독일인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어설프게 표기한 것은 가볍게 봐줄 수 있어도 끔찍한 오역은 지나칠 수 없다.






* 잉여향유89

 

 그는 무한이라는 개념의 혁명으로 인해 내적 혼란을 겪어 광기의 극한으로 치닫고 심지어 식인 행위를 하게 된 캔터를 언급한다.



[원문]

 He mention Cantor whose revolutionizing of the notion of infinity triggered an inner turmoil which pushed him to the limit of madness and even led him to practice coprophagia.

 


 

89쪽의 ‘식인 행위를 하게 된 캔터는 오역이다. 칸토어는 혼자서 무한집합론을 연구했는데, 당시 동료 수학자들은 칸토어의 무한 연구를 평가절하했다.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칸토어는 말년에 우울증과 조현병에 시달렸고, 이상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coprophagia는 대변을 먹는 식분증을 뜻한다



















* D. 배로, 전대호 옮김 무한으로 가는 안내서: 가없고 끝없고 영원한 것들에 관한 짧은 기록(해나무, 2011)

 

* [절판]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함께 씀, 알레코스 파파다토스 · 애니 디 도나 함께 그림, 전대호 옮김 로지코믹스: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RHK, 2011)

 

* 아미르 D. 악젤, 승영조 · 신현용 함께 옮김 무한의 신비: 수학, 철학, 종교의 만남(승산, 2002)




무한으로 가는 안내서무한의 신비칸토어의 삶과 업적을 상세하게 다룬 책으로, 무한을 주제로 한 연구가 정신 나간 연구로 취급받게 된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다







로지코믹스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을 수학자로 유명하게 만든 저서 <수학의 원리>의 탄생 배경을 그래픽노블로 구성한 책이. 이 책에 러셀이 태어나기 전에 활동한 수학자들이 나오는데정신 질환에 걸린 칸토어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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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낫지 않는 질병에 걸리면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건강이 나빠진 상태를 보여 주기 싫어서 병에 걸린 사실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이런 사람에게 충언할 때 쓸 수 있는 속담이 있다.







병 자랑은 하여라.’ 병에 걸린 사실에 혼자 불안해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겪는 증상을 알려서 치료법을 찾으라는 뜻이다.


몸과 정신이 아픈 경험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러나 질병을 터놓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모든 아픔이 동등하게 관심받는 것은 아니다누군가의 아픔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동정심을 일지만, 다른 누군가의 아픔은 외면받거나 의도적으로 지워진다어떤 아픔은 마땅히 치료받아야 할 대상이 되지만, 또 어떤 아픔은 질병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 찔린다아픈 사람의 목소리는 소거된다. 결국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침묵당한 아픔은 불평등과 차별을 유발한다. 정확하게 진단하는 의료 기기가 갖춰진 병원이 많이 생겨도 아픔을 말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5년 12월의 세계 문학]

* 비키 바움, 박광자 옮김 크리스마스 잉어(휴머니스트, 2023)




오스트리아에 태어나 독일과 미국에 활동한 비키 바움(Vicki Baum)의 단편 소설 <>아픔을 말하지 못한 여성이 느끼는 소외감이 잘 묘사되어 있다1924년에 발표된 <>토마스 만(Thomas Mann)이 극찬한 작품으로, 국내에 유일하게 출간된 바움의 단편 선집 크리스마스 잉어에 실려 있다.


<>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픔을 참는 주부의 이야기다주인공은 새 옷장을 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집안일하는 주부는 경제적 자유가 없다. 그녀는 옷장을 사는 데 필요한 돈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돈을 쓰려면 남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답답한 일상은 주부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결국 그녀는 알 수 없는 몸의 통증에 시달린다몸에 이상을 느낀 주부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아파서 쉬게 되면 해야 할 집안일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자기 대신에 식사를 차려 줄 사람이 없다참다못한 주부는 남편에게 자신의 증상을 밝힌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가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주부는 자신의 아픔을 가볍게 여기는 남편에 실망한다도통 낫지 않아서 병원에 가보지만, 의사는 그녀의 병을 감기로 진단을 내린다. 주부는 의사의 진단을 믿는다.









   











* 베티 프리단, 김현우 옮김 여성성의 신화: 새로운 길 위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갈라파고스, 2018)

 

* 김선희 페미니즘의 방아쇠를 당기다: 베티 프리단과 <여성의 신비>의 사회사 (푸른역사, 2018)




<>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 삶에 만족하는 가정주부이미지가 허상임을 보여준다. 이 소설이 나온 지 40여 년 후에 가정주부의 아픔을 본격적으로 주목한 책이 나온다이 책이 바로 미국의 페미니스트 베티 프리단(Betty Friedan)여성성의 신화(The Feminine Mistique). 바움이 미국 할리우드에서 세상을 떠난 지 3년 후에 출간되었다주부에게 집은 일터다. 집안일은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여성으로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일로 여긴다. 주부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스스로 묻지 못한 채 살아왔다. 가정에 헌신하는 여성은 의사도 명확히 진단 내리기 어려운 신체적 증상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거나 정신적인 공허감을 느낀다프리단은 주부들의 속앓이를 이름 붙일 수 없는 문제(problem that has no name)로 명명한다.


















* 아서 프랭크, 최은경 · 윤자형 함께 옮김 아픈 몸을 이야기하기: 육체, 질병, 윤리(갈무리, 2024)

 

* 아서 프랭크, 메이 옮김 아픈 몸을 살다(봄날의책, 2017)




한 사람의 아픔에도 이야기(narrative)가 있다. 아픈 이야기는 한 사람의 삶 속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다. 말하지 못한 아픈 이야기는 약을 먹거나 치료해서 금방 사라지는 가벼운 증상이 아니다병을 자랑하는 이야기는 병을 치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에 아픈 이야기는 질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이야기가 아니라 질병이 삶의 일부가 된 이야기. 아픔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픈 몸의 취약함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도 자기 비하로 빠지지 않는다질병, 장애 등이 포개진 아픈 이야기를 듣는 일은 지금 아프기 시작했거나 과거에 아팠던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을 읽는 방식이다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도 언젠가는 아플 수 있다아픈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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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어요. 요즈음에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어요. 지난달 모임 도서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읽을 때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서곡만 여러 번 들었네요.

 

11월의 세계 문학 도서는 클래식 음악을 같이 들으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에요. 책 제목은 유명한 음악 제목과 같습니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11월의 세계 문학]

자우메 카브레

권가람 옮김

겨울 여행

민음사

2025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11월의 세계 문학은 자우메 카브레(Jaume Cabré)의 단편 소설집 겨울 여행입니다.










<겨울 여행(Winterreise, Winter Journey)>은 오스트리아의 음악가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의 연가곡집입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제목은 겨울 나그네입니다. ‘겨울 나그네는 의역한 제목이라서 원문에 살짝 벗어나 있어요. ()가곡은 이야기가 있는 가곡을 뜻합니다.








빌헬름 뮐러

김재혁 옮김

겨울 나그네

민음사

2017





<겨울 여행>은 총 24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5보리수가 유명합니다. 가곡의 노랫말들은 독일의 낭만주의 시인 빌헬름 뮐러(Wilhelm Müller)가 쓴 동명의 시입니다. 슈베르트는 뮐러의 시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에도 곡을 붙여 연가곡집을 썼습니다. <겨울 여행>,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백조의 노래>는 슈베르트의 3대 연가곡집입니다.

 

자우메 카브레는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 작가입니다. 카탈루냐의 주도는 바르셀로나입니다. 카탈루냐는 17세기부터 자치 정부를 세웠습니다. 그 이후에도 카탈루냐는 네 차례 공화국 선언을 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2014년에 정권을 잡은 카탈루냐 민족주의자들은 다시 한번 독립을 선언합니다. 하지만 스페인과 대부분 국가(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어요)는 카탈루냐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겨울 여행14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어요. 소설 한 편의 분량이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아요. 적당해요. 슈베르트의 음악이 언급되는 단편 소설이 있고요, 음악과 관련 없는 줄거리가 전개되는 단편 소설들도 있어요.

 

겨울 여행예술 소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소설에 슈베르트뿐만 아니라 아주 유명한 음악가와 화가도 나옵니다. 겨울 여행을 직접 읽어보시면 알 수 있어요.








 

대구에서 오래된 음악 감상실인 하이마트 음악 감상실에서 같이 슈베르트의 가곡을 듣는 모임을 추진해 보려고 합니다. 히시마 님이 하이마트 음악 감상실을 추천했습니다. 한 번 방문했는데, 음악 감상하기에 쾌적했습니다. 세계 문학 모임 속 작은 예술 즐기기 모임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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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1-09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장소가 있었군요. 대구에서 성장했지만 떠난 지가 오래되어서 이를 몰랐네요.

cyrus 2025-11-09 09:07   좋아요 0 | URL
대구 토박이인 저도 최근에 알았어요. 혼자 가기 좋은 장소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