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5월의 세계 문학





아사이 료

민경욱 옮김

정욕(正欲): 바른 욕망

리드비

2024









2025년 5월 31일 금요일

저녁 8시~10시 35분

장소: 인더가든





<5월의 세계 문학>을 만든 독자들


[진행도서 추천, 발제]

향기


[보조 진행북클럽투르기윤색, 사진]

최해성


[참여]

조약돌김성현이우리이금재이문수




※ 북클럽투르기(bookclubturgy, bookclubtur+)


독서 모임 후기 엮은이

북클럽투르기는 공연 제작을 위해 희곡과 연극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작업 또는 이러한 작업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드라마투르기(dramaturgy)’에서 따온 말입니다.






()’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 단어입니다. 성은 내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알려줍니다. 대다수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하나의 성을 인식하면서 살고 있어요(cisgender). 하지만 성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다양해요.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특성을 같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intersex). 한 개의 성을 정한 채로 평생 살아가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어요(non-binary).


()(마음 심)’(날 생)’이 만나서 생긴 단어입니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났을 때 생기는 성적 끌림과 성욕,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드러나는 성적 취향한 사람의 마음(psyche)에서 생기는 것들입니다물론 마음()에서 태어난() ()이라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천성(天性)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은 살아 있습니다(). 생생한 성은 호기심(psyche)을 느끼며 변화에 민감합니다. 주변 환경이나 자주 만나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으면 미처 알지 못했던 성적 취향을 발견하고, 어떻게 하면 성적 만족을 느낄 수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성욕두 개의 뜻을 가진정욕입니다. 정욕(情欲)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욕구를 뜻한다면, 정욕(情慾)은 성적 욕망을 뜻해요. 앞서 제가 말한 마음에서 태어난 성을 떠올린다면, 정욕(情欲)과 정욕(情慾)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성욕을 두 개의 뜻이 포개진정욕으로 이해하고 싶어요.


여기에 일본의 작가 아사이 료(朝井リョウ)는 성욕에 자신이 생각하는 세 번째 정욕의 뜻을 얹었습니다. 그가 제시한 세 번째 정욕바른 욕망을 뜻하는 정욕(正慾)입니다정욕(正欲)’2021년에 나온 작가의 소설 제목이기도 합니다.

















* 막스 베버, 전성우 옮김 직업으로서의 학문(나남출판, 2017)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유능한 교수라면 이렇게 가르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유능한 교수는 학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불리한 사실(inconvenient facts)을 인정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불리한 사실학생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견해와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불리한 사실편안한 지식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도전하는 지식입니다.

 

아사이 료의 소설 정욕: 바른 욕망은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주류에 반하는 소수의 의견과 가치관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차원에서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다양성은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를 보호하는 방패와 같은 단어입니다. 그러나 소설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고, 때로는 착각하기 쉬운 다양성의 한계를 보여주기 위해 불리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다양성, 이 단어 속에는 축복과 비슷한 이미지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인정하자.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더라도 당당하게 가슴을 펴자. 나답다는 데 당당해지자. 타고난 속성을 다른 이가 판단하는 건 틀렸다.

 가슴이 상쾌해질 정도로 축복이 반짝이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결국, 소수자 가운데서도 주류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자 말하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의 자신과 다른 것에만 해당하는 말입니다.

 상상을 초월한 나머지 이해하기 힘든, 직시할 수 없을 만큼 혐오스러운 거리를 두고 싶어지는 것에는 단단히 뚜껑을 닫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죠.


(8~9쪽)

 



소설에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 이상 성욕을 가진 인물들이 나옵니다. 수도꼭지를 틀자마자 힘차게 뿜어나오는 물에 성욕을 느끼는 남자는 수도꼭지만 떼어내 훔칩니다. 소설 주인공은 이성과의 성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해 불만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성관계 도중 이성의 눈동자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면 쾌감을 느낍니다.


우리는 소설 속 인물들의 정욕(성욕)과 성적 취향이 상당히 낯설고 이해하기 힘들어도, 그들을 차별하지 않기 위해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다양성은 우리에게 불쾌감을 주고, 도덕과 상식에 완전히 벗어난 정욕을 위한 방패가 되어주질 못합니다. 소설은 다양성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에 그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편안하게 쓰는 독자들을 향해 불리한 사실을 계속 던지고 있습니다. 결국 다양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정욕은 자신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다수가 지극히 정상적인상식(또는 도덕)에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것입니다소수(비주류)가 다수(주류)의 기준에 맞춰야 하고, 끝내 다수에 동화되는 사회. 이런 사회에 다양성은 살아 있지 않습니다.







5월 마지막 날, 5월의 마지막 금요일.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세속) 모임 날은 아사이 료의 생일이었습니다. 모임 후기 글을 쓰기 시작한 주말에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어요.























정욕: 바른 욕망을 추천한 향기 님은 네 개의 발제문을 만들었습니다향기 님은 독립 출판물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그래서 집에서 직접 팸플릿 형태의 인쇄물을 만들 수 있어요이번 모임에 참석한 <세속> 독자들을 위해 발제문이 있는 팸플릿을 만들었습니다발제문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향기 님이 발췌한 작가의 인터뷰 내용도 있습니다.


팸플릿을 유심히 잘 보면,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종이로 만들어진 것노란색 종이로 만들어진 것이 있는데요, 노란색 종이는 사탕수수로 만든 종이라고 합니다.


<세속> 독자들은 정욕: 바른 욕망읽는 내내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어요. 소설의 주제가 성욕이라서 성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밝히기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바른 정욕에 부합하는 성욕을 떠올리는 것도 쉽지 않고요그리고 작가가 지적한 다양성의 한계를 보완해 줄 만한 단어가 잘 떠올리지 않았을 거예요성과 성욕에 대해 심오하면서도 묵직한 문제들을 툭 던져놓기만 하고 이야기를 써 내려간 작가의 글쓰기가 불친절하다고 느낀 <세속> 독자들도 있었어요그래도 소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독자들이 있었습니다이금재 님은 마음에 든 소설의 문장 두 개를 언급하면서 작가의 표현력이 좋았다고 했어요

 

소설 뒤표지에 보면 이런 문구가 적혀 있어요.


 





마지막 장에 도달하는 순간, 찾아오는 혼란을 감당할 수 있는가?

그간의 가치관을 격렬하게 뒤흔드는 충격의 걸작!


 


김성현 님은 이 소설에 본인의 감정과 가치관을 크게 뒤흔들만한 커다란 반전이나 충격적인 반전이 나오지 않아서 마무리가 허전했다고 말했습니다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정욕인 소아성애바른 정욕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 [개정판] 존 스튜어트 밀, 김만권 옮김 자유론(책세상, 2025)

* [구판_절판]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자유론(책세상, 2005)

 




향기 님의 첫 번째 발제우리에게 과연 타인의 욕망을 판단하는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이었어요. 성현 님은 타인의 욕망을 판단하는 자격을 비판적으로 봤습니다. 누구나 이러한 자격을 가지게 된다면 타인의 욕망 또는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행위에 지나치게 간섭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타인의 삶에 개입하고 간섭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개인의 개별성은 소외되고 억압받습니다. 성현 님은 타인에게 (육체적 · 정신적 · 경제적)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개인의 정욕을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성현 님의 견해는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 강조한 자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 [개정판_절판] 제러미 벤담, 신건수 옮김 《파놉티콘》 (책세상, 2019)

[구판_절판] 제러미 벤담, 신건수 옮김 《파놉티콘》 (책세상, 2007)




저도 타인의 욕망을 판단하는 자격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타인의 욕망을 지나치게 간섭하면서 판단하는 일상이 익숙해지면 타인을 감시하게 됩니다. 타인의 욕망을 판단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망 또한 누군가가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요. 이렇듯 서로서로 감시하면서 자연스럽게 타인의 욕망을 규제하고 검열하는 사회는 개인을 못살게 구는 거대한 감옥과 같아요. 이 감옥은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이 수많은 죄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구상한 파놉티콘(panopticon)’입니다. 벤담이 살아있을 때, 파놉티콘은 실제로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카페 스몰토크 <푸코 읽기> 모임(2023년) 두 번째 책, 모임 미참석]

* [개정 2] 미셸 푸코, 오생근 옮김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나남출판, 2020)




그렇지만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감시와 처벌에서 파놉티콘 특유의 통제 방식이 사회에 정착되는 순간, ‘감옥화된 사회가 탄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감옥화된 사회의 권력자는 힘들이지 않고, 개인을 통제합니다. 왜냐하면 피지배자인 대중, 즉 우리가 서로를 감시하고, 감시당하고 있기 때문이죠. 파놉티콘 사회는 개인이 서로서로 감시하는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향기 님은 바른 욕망의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고,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고 했어요. 이와 관련된 세 번째 발제바른 욕망의 기준이 개인에서 시작되었는지, 아니면 사회가 만든 것인지 알아보는 질문이었어요. 이우리 님은 타인의 욕망에 대한 사적인 판단이 다수의 기득권층을 위한 법으로 만들어지는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벤담은 최대 다수의 행복을 최고로 여기는 공리주의자입니다. 이우리 님은 벤담식 공리주의에 따르는 입법자들을 비판했습니다. ‘정상도덕적 올바름에 조금이라도 벗어나기를 두려워하는 대중은 다수를 위한 법에 따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법에 세뇌당한 대중은 ‘다수를 위한 올바름에 맞춰가면서 살아갑니다. 그들은 사회가 인정하는 정상에 속하고 싶어 해요.


















[서재를 탐하다 & 읽다익다 <우주지감-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20202월의 책(83번째 책)

추천자: 최해성

모임 날짜: 2020227(코로나 유행으로 취소)]

*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2024)




소설에는 ‘올바름’에 벗어난 타인의 정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이상해’, ‘우스워(비웃음)’, ‘미쳤다라고 쉽게 내뱉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이런 발언을 한 사람들은 자신이 느낀 것을 표현했을 뿐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할 것입니다. 조약돌 님은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선량한 차별주의자라고 했습니다일본의 임상 심리학자가 쓴 소설의 해설 속 문장을 빌리자면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자기들이 바르게 살아가고 있고, 언제나 사회는 옳다고 굳게 믿고(정욕바른 욕망》 해설, 444쪽)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성과 성적 지향을 가까이 다가가서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저는 성과 성적 지향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정확하다고 알려진 성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성 지식에 호기심을 느끼고, 선뜻 다가갈 수 있습니다.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기획 페미 스쿨(201971~1028)’ 

세미나 지정 도서]

* 오드리 로드, 주해연 · 박미선 함께 옮김 시스터 아웃사이더(후마니타스, 2018)





미국의 흑인 퀴어 페미니스트이자 시인인 오드르 로드(Audre Lorde)시는 사치가 아니라라는 글에서 우리 삶을 성찰하는 일에 친숙해지면, 우리를 침묵하게 만든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시스터 아웃사이더》, 39쪽). 저는 성을 눈에 띄지 않게 숨기려는 침묵을 깨서, 성의 다양한 얼굴을 바라보려면 우리 삶에 가까이 있는 성을 성찰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한 성을 성찰하는 일성교육과 성 공부입니다. 성교육과 성 공부는 어린이와 청소년만 해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인간이라면 죽을 때까지 해야 합니다.


















* [절판] 빌헬름 라이히, 윤수종 옮김 오르가즘의 기능: 도덕적 엄숙주의에 대한 오르가즘적 처방(그린비, 2005)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빌헬름 라이히(Wilhelm Reich) 을 은폐하고, 성 담론을 침묵하게 만드는 사회는 개인의 성욕과 성적 지향을 억압한다고 했습니다. 라이히는 성을 불결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인습에 사로잡힌 사람소인배(a little man)’로 비유합니다소인배들은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바른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자신과 다른 타인을 괴롭히고, 차별하고 있습니다라이히는 변화를 거부하는 소인배들이 많아지면 민주주의가 절대로 발전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보호받는 인민대중이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삶을 습득하고계속 점점 더 나은 삶의 형식들로 전진할 모든 가능성을 갖게 되는 힘들고 긴 과정이다그러므로 진정한 민주주의는 노인들이 즐겨 회상하는 영광스럽고 전투적인 과거와 같은 종결된 발전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들새로운 발견들그리고 새로운 삶 형식들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씨름하는 과정이다.

 

(빌헬름 라이히오르가즘의 기능》 중에서, 30)



처음에 제가 언급한 마음에서 태어난 성이 살아 있으려면 을 종이에 적힌 글자로만 남아선 안 됩니다여전히 낯설고 두렵지만우리는 입으로 을 말해야 합니다. 우리 삶에 아주 가까이에 있는 ‘을 우리의 입말우리의 대화 속에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우리의 말은 성을 숨(psyche) 쉬게 합니다.










Thanks to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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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








[15번째 선정 도서]




 


피에르 다르도, 크리스티앙 라발, 피에르 소베트르, 오 게강

정기헌 옮김

내전, 대중 혐오, 법치: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원더박스

2024






 

   

2025517일 토요일

오전 10~오후 1

장소: 컬처플렉스 더숲(노원구 상계동)


 

 



<생각이 멈추지 않는 수레바퀴를 돌리고 

책에 불꽃을 피운 독자들>









 

서한용(진행, 발제, 참여, 간식)

김지용(서평)

이진범(발제, 참여)

보람(발제)

최해성(발제, 참여, 북클럽투르기 · 윤색)




북클럽투르기(bookclubturgy, bookclubtur+)


독서 모임 후기 엮은이

북클럽투르기는 공연 제작을 위해 희곡과 연극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작업 또는 이러한 작업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드라마투르기(dramaturgy)’에서 따온 말입니다.

 





자유란 무엇일까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를 자유라고 합니다. 자유의 반대말결박구속입니다. 이 두 개의 단어는 우리의 삶을 더욱 비좁게 만듭니다. 결박은 자유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차꼬입니다. 구속은 자유를 가두는 감옥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유를 못살게 구는 사람들은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말합니다. 자신이야말로 자유를 정말 정말,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하네요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어요. 자유를 괴롭히고 있는데 자유를 사랑한다는 자유주의자라? 다시 생각해 봐도 무언가 잘못되었어요. 그러나 자칭 자유주의자는 뻔뻔합니다. 오히려 자유를 괴롭히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하네요. 자칭 자유주의자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야말로 자유를 짓밟는 이라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까지도 자유를 무시하는 적으로 몰아세웁니다


도대체 그들이 사랑하는 자유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를 돌아가게 만드는 경제적 자유입니다. 자칭 자유주의자는 개인과 기업이 이익을 더 많이 얻으려면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은 자칭 자유주의자는 기업의 자유를 더 좋아합니다. 그들이 말하길 기업이 잘 돌아가면 나라가 잘 돌아간다나 뭐라나. 거대한 자본주의 마당 안에서 기업이 알아서 돈을 벌면 모든 사람이 풍요로워지고 잘 살 수 있다고 하네요. 


자유는 누구나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단어입니다. 자유의 의미는 다양합니다. 그런데 자칭 자유주의자는 자유를 독차지하고 있어요. 그들은 자유를 너무나도 사랑한다고 믿는 자신의 태도가 자유를 괴롭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그들이 자유를 여러 번 떠들고 다닐수록 자유는 점점 더러워지는 단어가 됩니다. 자유는 이기적이고 건방지고, 오만한 단어가 되고 말았어요.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자칭 자유주의자를 가리켜 신자유주의자라고 말합니다


신자유주의자는 정직하게 생각하고,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주의자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자유주의자는 자유를 방해하는 권력을 비판하고 저항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상식에 반하는 권력에 아부하지 않습니다. 반면 신자유주의자는 자신의 자유를 문제 삼는 타인을 굴복하기 위해 권력을 사용합니다. 특히 기업과 친한 정부 앞에서는 아부를 잘합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광장의 민주 시민들, 노동자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기업의 경제 활동에 동참하지 않는 노동조합. 신자유주의자가 보기에 민주주의와 노동조합은 자유를 침해하는 세력들입니다. 그래서 신자유주의는 정부와 기업에 반하는 생각들을 결박하고 구속합니다. 심지어 그들이 더 이상 살아나지 못하도록 폭력을 쓰기도 합니다.

































*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김이석 옮김 노예의 길(자유기업원, 2024)


* 밀턴 프리드먼 · 로저 프리드먼 함께 씀, 민병균 외 옮김 

선택할 자유(자유기업원, 2022)

 

*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 루트비히 폰 미제스 외, 전용덕 옮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 이론(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 [절판] 애덤 테블, 이화여대 통역 번역 연구소 옮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아산정책연구원, 2013)

 

* [절판] 이근식 신자유주의: 하이에크, 프리드먼, 뷰캐넌(기파랑에크리, 2009)




내전, 대중 혐오, 법치는 자유를 왜곡하면서까지 기업과 권력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민낯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신자유주의자들은 대체로 하이에크(Hayek)라는 경제학자의 신념을 따릅니다하이에크는 1947년 스위스 몽펠르랭에서 반공주의 지식인들이 모인 몽펠르랭 협회(Mont Pelerin Society)를 설립합니다. 여기에 모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비판하고, 시장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일명 오스트리아학파경제학자입니다








하이에크는 사회주의와 노조의 기세가 오르면 자유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마저 무너진다고 진단했습니다. 그가 쓴 책 중 가장 유명한 노예의 길사회주의로 인해 자유가 억압받으면, 개인은 결국 노예가 된다고 경고한 책입니다. 하이에크의 자유 지상주의기업과 친한 보수주의 정치인들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자유에 미친 하이에크는 민주적인 목소리를 내는 시민마저 자유를 반대하는 적대 세력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릅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유주의적 독재 정권의 반민주적 정치를 눈감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신자유주의자와 보수 우파들은 나라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자유를 위한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평등을 지향하는 좌파와 사회 진보적인 운동은 신자유주의자들의 적이 됩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물불 안 가리는 분노와 뒤돌아볼 줄 모르는 폭력입니다.


































* 존 스튜어트 밀, 김만권 옮김 자유론(책세상, 2025)

 

* [구판 절판]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자유론(책세상, 2018)

 

* [절판]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여성의 종속(책세상, 2018)

 

* [절판] 이근식 존 스튜어트 밀의 진보적 자유주의(기파랑에크리, 2006)

 

* 이사야 벌린, 박동천 옮김 이사야 벌린의 자유론(아카넷, 2014)





저는 자유주의자, 온건 보수주의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자유주의 사상가는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입니다. 이 두 사람은 다른 생각과 사상을 존중했고, 자유주의의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할 줄 아는 겸손한 자유주의자였어요







밀은 시대를 앞서 나간 진보적인 자유주의자입니다. 지적인 동지인 아내 해리엇 테일러(Harriet Taylor)를 만나면서 여성의 평등을 옹호했습니다. 이사야 벌린은 한 사회 안에서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하는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 문제를 오직 단 하나의 방식으로만 해결하려는 태도를 반대했습니다.


자유주의자인 저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만 쏙 빼놓고 민주주의를 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볼 때마다 늘 아쉬웠습니다. 신자유주의자들에게 더럽히진 자유를 원래의 올바른 모습으로 되돌려야 한다면 자유 또한 민주주의 못지않게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편, 서한용 작가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가 극우마저 함부로 쓸 정도로 흔해졌고,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수록 경제적 평등에 초점을 맞춘 사회민주주의가 주목받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권력에 아부하는 신자유주의는 정부와 자신들의 세력에 유리한 법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들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진보적인 정당의 정치 행위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거나 이를 규제하는 행정 기관을 설치합니다. 결국 자기들을 위한 법을 만들겠다는 거죠. 보람 님은 작년 정부의 퇴행적인 계엄령과 탄핵 과정을 지켜본 이후로 헌법에 관심을 가져서 공부를 시작했다는데요, 본격적으로 대선 시간에 접어들수록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7월의 도서]

* 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블랫 함께 씀, 박세연 옮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어크로스, 2024)





한 번 만들어진 헌법은 영원히 좋은 법으로 남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소수의 극우 정치 세력들은 잘 만들어진 법을 정적을 공격하거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라는 책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헌법을 점진적으로 고치거나 수정하지 않으면 민주주의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합니다. 헌법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정치인은 헌법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헌법을 제대로 뜯어고쳐야 하는 일에 소극적입니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를 쓴 미국 출신 두 명의 저자는 미국 헌법이 민주주의 세상에서 가장 수정이 힘든 헌법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고 봐요. 개헌 논의가 점점 미뤄지거나 잠잠해지면 미국처럼 개헌에 소극적인 여론이 상당히 오래 지속될 수 있어요.


진범 님은 신자유주의자의 생각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지만, 왜 주변 사람들이 보수주의자로 살아가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고 말했어요. 자유주의자 또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개인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합니다. 진범 님이 만난 보수적인 사람들(우파 성향의 정치적 보수주의자가 아닌, 정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은 개인의 이익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최대한 더 많이 누리기 위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타인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포기하거나 타인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개인의 이익을 제한하는 상황을 마주하면, 갑작스러운 변화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믿어 왔던 생각과 신념이 현실에 맞지 않거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순간, 당황하게 되고 두려움을 느낍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위협하는 듯한 불안과 두려움이 클수록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하기보다는 오히려 타인의 의견을 필사적으로 거부하고 반대하는 성향이 더 커집니다.






 












* 디디에 에리봉, 이상길 옮김 랭스로 되돌아가다(문학과지성사, 2021)


* 디디에 에리봉, 박정자 옮김 미셸 푸코, 1926~1984(그린비, 2012)




서한용 작가는 본인을 포함한 진보적인 사람들의 마음속에 크고 작은 보수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서 작가는 보수성을 무조건 숨겨야 하고 나쁘다고 봐야 할 성향이 아니라 내 안의 모순과 불일치를 인정할 수 있는 인생의 한 지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내 안의 모순복잡한 개인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과 같아요. 이 거울이 불편하다고 해서 부술 순 없어요. 우리 안에 자리 잡은 거울을 잘 들여다본다면 자신의 정체성과 정치적 신념이 부딪힐 때 제대로 고민할 수 있어요. 







내 안의 모순을 탐사하는 일을 긍정한 서 작가는 이와 관련해서 프랑스의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Didier Eribon)랭스로 되돌아가다를 추천했어요. 이 책에서 디디에 에리봉은 동성애자로서의 성 정체성과 노동자 계급 출신으로서의 사회적 정체성이 교차하면서 생기는 내적 갈등을 분석합니다. 여담으로, 디디에 에리봉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평전을 쓴 저자로도 유명한데요, 내전, 대중 혐오, 법치푸코의 신자유주의적 통치술 분석에 바탕으로 만든 책이에요.


신자유주의자와 극우 과두제를 비판한 내전, 대중 혐오, 법치의 공동 저자들은 신자유주의에 제대로 저항하려면 이미 과거에 실행된 중도적인 대안 정치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들의 진단에 따르면 자유주의가 조금이라도 가미된 좌파의 중도 정치는 좌파 정책을 지지하는 인민 계급들을 뒤돌아서게 했으며, 신자유주의에 날개 하나 더 달아준 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들이 바라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새로운 좌파의 모습은 교차성(Intersection)에 초점을 맞춥니다. (), 인종, 민족 등 여러 정체성의 평등이 보장되면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좌파 안에서의 정체성 내전또는 계급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신자유주의에 저항할 수 있는 결집력이 약해집니다. 저자들은 기성 정당 중심의 사회운동이 아닌 소규모 사회운동 플랫폼, 협동조합, 노동조합 등이 서로 연결된 사회운동을 제안합니다. 김지용 님은 내전, 대중 혐오, 법치서평에서 저자들이 제시한 급진적인 대안 역시 한물간 실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내전, 대중 혐오, 법치신자유주의를 미워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비판하고 싶은 좌파라면 꼭 읽어봐 할 책입니다. 그리고 참된 자유의 의미를 인지하고, 자신과 다른 견해에 경청하고 토론하는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독자들도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신자유주의자는 기고만장한 상태입니다. 이 기세라면 온건한 보수주의자들도 신자유주의자가 일으킨 내전에 휘말릴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점진적인 개혁마저 시도하지 못하게 됩니다.


내 인생에 깊이 새겨진 단어 자유가 극우로 더럽혀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생각하고, 공부하고, 다른 사람의 견해에 똑바로 경청해야겠어요. 누구나 인정하는 진짜 자유주의자가 되고 싶지 않고요,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유주의자로 살아가고 싶어요신자유주의자들이 네가 생각하는 자유는 틀렸어!’라고 비난해도 개의치 않습니다틀렸으면 이를 인정하는 자유주의자. 나와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일이라면 익숙한 과거를 거부하고, 과거보다 더 나은 현재를 만들 수 있는 변화에 동참하는 자유주의자.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면 뇌는 굳어지고, 변화를 거부합니다. 생각을 멈춘 뇌는 자유와 반대되는 비상식적 상황에 침묵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나를 보호해 주며 편안하게 해주는 폭신한 이불과 같은 권력에 복종하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거대한 이불 속에 갇힌 자유는 건강하지 않습니다.


















[희곡 전문 서점 <인스크립트> 낭독서 모임: 연기 실험실’ 5월의 희곡]

* 에드몽 로스탕 원작, 김태영 각색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제철소, 2024)

 

* [절판] 미셸 옹프레, 곽동준 옮김 바로크의 자유사상가들(인간사랑, 2011)


 


연극과 뮤지컬에서 연애편지를 잘 쓰는 낭만적인 시인으로 묘사된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는 실제로 자유를 사랑했고, 자유를 억압한 권력을 비판하는 글을 쓴 바로크 시대의 지식인입니다







비록 창작물에서 나온 가상의 말이지만, 시라노의 연설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일깨워줍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또다시 힘 있는 보호자를 찾아 그를 주인으로 섬겨야 합니까? 혼자 힘으로 날아오르는 대신 나무 둥지를 휘감아 돌며 껍질을 핥아대는 덩굴처럼 술수로 기어올라야 합니까? 재력가에게 찬미의 시구를 지어다 바쳐야 합니까? 아니면 어릿광대처럼 그들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길 바라는 천박한 희망을 품어야 합니까? 매일 밥 먹듯 굴욕을 삼켜야 합니까? 허리를 더 유연하게 굽히는 연습을 해야 합니까? 아니, 그것도 나는 싫습니다


 나는‥… 노래하고, 꿈꾸고, 웃고, 지나가고, 혼자 있고, 자유를 즐기고, 똑바로 보는 눈과 떨리는 목소리를 가지고, 마음이 내킬 때 이 펠트 모자를 비스듬히 쓴 채 찬성 혹은 반대를 위해 싸우거나 시를 쓸 겁니다. 명예나 부를 위해 일하지 않고, 달라나 여행을 꿈꿀 겁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어이, 친구. 참나무나 떡갈나무는 못 되더라도 

그에 빌붙어 사는 덩굴이 되진 말게!”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중에서,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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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5-19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투르기! 네가 붙인 직함인감? 암튼 꽤 괜찮게 들린다. 아무나 뭣할 것 같고 너 같이 책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나 할 수 있을 것 같아. 급료는 받나? ㅋㅋ

cyrus 2025-05-25 21:02   좋아요 1 | URL
네, 제가 만든 직함, 직업명이에요 ㅎㅎㅎ 급료는 없지만, 독서 모임 참석자분들이 사 오는 간식과 음식을 얻어먹을 수 있으면 만족합니다. ^^

Comandante 2025-05-19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자유주의 통치의 무서운 점은 대다수 사람들을 현실에 안주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나는 책도 많이 읽고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환경보호에 앞장서니 좋은 일을 하고 있겠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만들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현실에 서서히 굴복하게 만들지요.
소위 3차원적 권력의 작동입니다.
시장 영역 외의 모든 영역도 하나의 이데올로기 국가기관처럼 만들면서, 충실한 복종을 저항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점, 이게 신자유주의 통치의 용서할 수 없는 점입니다.

cyrus 2025-05-25 21:09   좋아요 1 | URL
실제로 신자유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는 페미니스트들도 있어요. 이들 중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에 신자유주의가 스며든 것을 모를 수도 있고, 또 다른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신자유주의 전략을 취하기도 해요. 신자유주의적 페미니스트도 여성을 위한 자유를 강조해요.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강조하는 자유는 친기업 자본주의를 위한 것이고, 여성 빈곤이나 경제 불평등 문제에 무관심해요.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 문학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현대문학 

2009







2025년 4월 25일 금요일

저녁 8시~10시 45분

장소: 인더가든



<4월의 세계 문학>을 만든 독자들

정현정(진행), 조약돌김성현

천성은최승민, 최해성(모임 후기 엮은이)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장편소설 개인적인 체험은 독자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릿한 이야기가 흐르거든요오에와 아들 히카리(大江光)의 관계를 조명한 책을 쓴 영국의 언론인 린즐리 캐머런(Lindslry Cameron)개인적인 체험》이 내용상 심각한 책이지만, 매우 재미있어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절판] 린즐리 캐머런정주연 옮김 빛의 음악장애 아들을 작곡가로 키운 오에 겐자부로의 이야기》 (이제이북스, 2007)




소설 주인공 버드(Bird)는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남편입니다. 뇌에 이상이 있는 아기를 살려야 말지 외롭게 고민하는 와중에 옛 여자 친구 히미코(火見子)를 만납니다. 두 사람이 만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버드의 성적 욕망도 솟아오릅니다대부분 독자는 작가의 지나친 성적 묘사가 상당히 거슬린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캐머런은 가차 없는 솔직함이 이 책의 눈에 띄는 매력이며 오에의 작품과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구별 짓는 요소라고 말하네요.


개인적인 체험을 추천한 <세속> 독자 정현정 님은 이 어려운 책을 어떻게 봤을까요? 속독하면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천천히 읽으면 생각 덩어리가 많이 나오는 책이라고 말했습니다여섯 명의 <세속> 독자들은 각자 머릿속에 안고 온 소설에 관한 생각 덩어리들을 하나둘씩 꺼내보았습니다.


조약돌 님은 소설 밖에 있는 이야기를 알고 싶어 했습니다. 버드와 아내의 관계가 상당히 부자연스럽고, 친밀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궁금한 것이죠. 결혼은 자유의 무덤이에요. 버드는 불편한 진실을 모르고 결혼한 것일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결혼한 것일까요?
















* 이상희 인류의 진화: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우리가 우리가 되어 온 여정(동아시아, 2023)




약돌 님은 여행하기 쉽지 않은 아프리카에 버드가 왜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지 궁금했습니다약돌 님이 던진 질문을 받은 천성은 님은 아주 흥미로운 견해를 제시해 주셨는데요, 최초의 인류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아프리카입니다지금도 여전히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진화론자와 진화인류학자들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는 학설을 지지합니다버드가 꿈꾸는 아프리카는 단순히 미지의 여행지일 수 있고요, 성은 님의 진화론적 관점이 투영된 아프리카는 진정한 나(개인)의 정체성이 시작된 집과 고향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시간이 쏜 화살에 맞습니다. 현실에서 미래로 거침없이 나가는 시간의 화살. 우리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가는 시간의 화살에 관통당한 채 살아갑니다. 화살 방향을 절대로 바꿀 수 없듯이 과거를 그리워해도 돌아갈 수 없어요. 버드의 아프리카는 현재보다 자유로웠던 과거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최승민 님은 소설에서 반영된 당시 일본의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싶어서 ChatGPT를 이용하면서 책을 읽었다고 했습니다. ChatGPT로 소설과 작가와 관련된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미리엄 실버버그, 강진석 · 강현정 · 서미석 옮김 

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 근대 일본의 대중문화(현실문화, 2014)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4년 7월의 세계 문학]

에도가와 란포김소연 옮김 에도가와 란포》 (손안의 책, 2021)


* 박경리 일본산고: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박경리 유고 산문(다산책방, 2023)




개인적인 체험에는 성적 묘사와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종종 나옵니다. 캐머런이 말한 것처럼 웃긴 장면도 있습니다. 저는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초반 근대 일본에 유행하기 시작한 문화 양식 에로 그로(테스크) 난센스의 취향이 이 소설에 묻어나 있다고 느꼈어요에로 그로 난센스는 야하고, 엽기적이고, 우스운 것을 뜻합니다에로 그로 난센스가 넘치는 192, 30년대에 활동한 작가 중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고, 동시에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가 바로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입니다.


김성현 님은 토요일 아침에 하는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의 모임장입니다(현정 님과 승민 님도 <고라니 울고> 소속 회원입니다). 성현 님은 <고라니 울고> 선정 도서로 읽었던 박경리의 산문 일본 산고의 내용 일부를 언급하면서 개인적 체험에 스며든 일본인의 인생관을 짚어주었습니다.


일본 산고토지를 쓴 작가가 쓴 일본 문화론입니다. 박경리반일 작가로 유명합니다. 이 책은 작가 사후에 나온 미발표 원고를 묶은 것입니다. 작가의 원고 속에 일본 문화에 대한 자신의 소회가 담겨 있는데요, 작가가 보고 느꼈던 일본인들은 내세관이 희박해서 유한을 잘 소화하는 민족입니다. 일본 민족 종교는 샤머니즘인데, 일본의 신은 내세가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본인들의 정서에 어둡고 캄캄한 허무주의가 배어 있습니다허무주의에 짓눌린 일본인들은 체념에 빠져 자살을 선택합니다. 모든 일본인이 현실적 고통에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다만 극단적인 취향을 마음껏 즐기면서 현실의 고통을 애써 잊으려고 하죠. 저는 이 극단적인 취향’이 만든 일본 특유의 문화가 바로 에로 그로 난센스라고 생각해요.


개인적 체험의 버드는 절망적인 현실(장애인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과 불투명한 미래(아프리카 여행) 사이에 껴서 괴로워하는 인물입니다. 버드는 혼자만의 고통을 잊기 위해 에로스에 집착하고 있어요. 승민 님이 말씀하신 대로 성적 욕망과 에로티시즘이 가득한 히미코의 집은 버드의 유일한 도피처입니다.


개인적 체험은 히카리가 막 태어났을 때 쓴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사실을 인지하면서 읽는 독자는 당혹스러울 것입니다. 버드를 작가와 동일시한 독자는 아내에 무심하고, 옛 여자 친구에 매달리는 버드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개인적 체험》을 읽고 실망한 독자는 작가를 오해하게 되고, 오에 겐자부로는 한순간에 오해 겐자부로가 됩니다.
















* 헨리 나우웬, 김명희 옮김, 아담: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IVP, 2022)




현정 님은 가톨릭 사제이자 신학자인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의 책 아담: 하나님이 사랑하신 자을 읽은 이후로, 장애를 둘러싼 편견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아담19962월에 세상을 떠난 장애 청년 아담 아네트(Adam Arnett)를 가리킵니다. 헨리 나우웬은 아담의 삶을 회상하고, 아담을 만나면서 느낀 하나님에 대한 사랑의 의미를 발견합니다아담이 세상을 떠난 지 7개월 후에 헨리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아담의 이야기가 사라질 뻔했어요다행히 헨리와 친분이 있는 종교인들과 아담 유가족의 보살핌을 받은 유고는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었습니다.


헨리는 장애인의 삶에 헌신하도록 당신을 자극한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항상 아담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헨리는 사랑이 무엇인지, 하나님이 누구인지 등등 종교적 질문을 하면 거기에 빛을 비춘 사람이 아담이었다고 말합니다. 헨리에게 아담은 자신을 새롭게 태어나게 만든 존재였습니다.







오에는(히카리)이 없었으면 자신은 소설가로 살아가지 못했다고 말합니다히카리는 오에가 소설을 쓸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나는 당황과 혼란 속에서 출생신고서와 사망신고서를 함께 준비하며 직관적으로 그 아이의 이름을 히카리()라고 지었다. 나의 직관은 옳았다. 그 아이의 존재는 내 의식의 밝은 면뿐만 아니라 어둡고 깊은 곳까지 구석구석 밝혀 주었으니 말이다.

 

(빛의 음악중에서, 12)

 


개인적인 체험은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없고, 애매한 소설인 것은 맞아요. 하지만 어둡기만 하고, 칙칙하고, 혼란스러운 소설은 아니어요. 작가와 버드를 무조건 일치시켜서 바라보는 독서는 오해 겐자부로를 만날 수 있어요. 진짜 오에 겐자부로를 제대로 만나려면 개인적인 체험만 봐서는 안 됩니다. 빛(히카리)이 성장할수록 오에의 문학은 성숙해졌습니다. 개인적인 체험》 이후에 나온 소설들을 꾸준하게, 천천히 읽으면 빛나는 오에를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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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4-28 0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천히 읽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 같은 생각입니다. 오에 겐자부로의 책 중 가장 좋았습니다.

cyrus 2025-05-01 09:19   좋아요 1 | URL
소설 속 인물들은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되게 독특했어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데요... ㅎㅎㅎ 그날 독서 모임에 오신 분들이 어려운 책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제가 추천한 책은 아니지만... ^^;;).
 









‥… 쉽지 않겠어.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소설 개인적인 체험을 절반 정도 읽다가 갑자기 뇌에서 탄식의 한 줄 평이 삐져나왔다개인적인 체험》은 오에의 대표작이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2024년 11월의 세계문학]

* 실비 제르맹, 김화영 옮김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문학동네, 2006)

 




내가 기억하기로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약칭 세속’) 독자이자 개인적인 체험을 추천한 정현정 님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년 11월의 세계문학 도서였던 실비 제르맹(Sylvie Germain)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를 힘겹게 읽었다고 했어요. 솔직하게 말해서 이 책을 선정한 나도 어려웠다.


개인적인 체험에 종종 비현실적인 묘사들이 나온다무엇보다도 소설 속 인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주인공 버드(bird)’뇌에 혹이 달린 첫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 도피형 인간이다괴로운 버드는 옛 여자 친구 히미코(火見子)를 만나고그녀와 섹스를 한다개인적인 체험을 먼저 읽은 대다수 독자는 버드와 히미코의 성관계 묘사가 장황하다고 지적했다그리고 과거에 히미코를 강간한 자신의 야만적인’ 행동을 반성하면서도 히미코에게 찾아가 정욕(情慾)을 채우는 유부남 버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독자의 반응도 있었다.




















* 오에 겐자부로, 박승애 옮김 오에 겐자부로: 사육 외 22(현대문학, 2016)

 

*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옮김 변신: 단편 전집(솔출판사, 2017)

 

* 프란츠 카프카, 전영애 옮김 변신. 시골 의사(민음사, 1998)

 




오에의 단편 소설 공중 괴물 아구이(단편 선집 오에 겐자부로: 사육 외 22에 수록되어 있다)개인적인 체험과 비슷한 설정의 작품이다실제로 이 두 작품은 1964년에 발표되었다. 아구이(アグイー)머리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영혼이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D’라는 이름의 음악가. 소설에 묘사된 아구이의 모습이 특이하다. 아구이는 캥거루만 한 크기의 커다란 아기의 모습이고, 면으로 된 속옷만 입고 있다. D는 공중에 있던 아구이의 영혼이 가끔 어깨에 내려와 앉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구이가 보이지 않는다. 공중 괴물 아구이카프카스러운(Kafkaesque)’ 소설이다. ‘카프카스러운은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작품에서 유래된 용어. 카프카의 소설들에서도 황당무계하고, 불쾌한 묘사들이 나오는데, ‘Kafkaesque’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어두운 분위기를 뜻한다.


















* 볼프강 카이저, 이지혜 옮김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아모르문디, 2023)




‘Kafkaesque’의 의미와 유사한 문학 용어가 그로테스크(grotesque). 그로테스크는 비합리적이고, 우스꽝스럽고, 괴이한 것을 뜻한다. 카프카의 소설들 역시 그로테스크하다고 할 수 있다.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 아주 유명한 그로테스크한 소설이다.





















* 오에 겐자부로 & 오자키 마리코

윤상인 & 박이진 함께 옮김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문학과지성사, 2012)



* 린즐리 캐머런, 정주연 옮김 빛의 음악: 장애 아들을 작곡가로 키운 오에 겐자부로의 이야기(이제이북스, 2007)





카프카(Kafka)’갈까마귀를 뜻하는 체코어 단어이기도 하다. 오에는 처음에 첫 아이의 이름을 가라스(からす: 까마귀)’로 정했다. 그러나 작가의 어머니는 아들의 작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오에는 어머니에게 사과하고, 이름을 다시 지었다고 한다. 오에 히카리(ひかり: ). 까매질 뻔한 아이의 이름은 다행히 빛을 받으면서 환해질 수 있었다.


















오에는 도쿄대학 불문학과 출신이다. 그를 가르친 스승은 프랑수아 라블레(Francois Rabelais)를 일본에 소개한 와타나베 가즈오(渡辺一夫)라는 불문학자다. 라블레의 소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가득하다. 문학청년 오에는 스승이 번역한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를 읽고,자유 검토의 정신을 처음으로 이해했다고 회상한다. 자유 검토의 정신은 학교에서 배운 상식을 자유롭게 조사하고 검토하는 태도이다. 자유 검토의 정신을 문학으로 습득한 덕분에 오에는 개인의 자유와 인간성을 억압하는 일본 사회제도와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지식인이 될 수 있었다.


















 

* 오에 겐자부로, 이민희 옮김, 남휘정 해설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론의 결정판!(오에 컬렉션 1, 21세기문화원, 2024)


* 오에 겐자부로, 남휘정 옮김

읽는 행위: 부서지는 인간, 활자 너머의 어둠(오에 컬렉션 2, 21세기문화원, 2024)


* 오에 겐자부로, 정상민 옮김 쓰는 행위: 문학 노트(오에 컬렉션 3, 21세기문화원, 2024)





그래도 몇몇 독자들은 비판적인 지식인이 소설에 야한 묘사를 많이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오에는 자신의 소설 속에 성적인 요소를 도입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우리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때로는 애써 숨기거나 부정하는) 성적인 것에 대한 기괴한 열정을 소설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위가 성적인 열정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일상에 일어난 어두운 균열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오에의 소설과 문학론을 주제로 한 글을 읽으면 세계문학 지도를 여러 장 만들 수 있다이 세계문학 지도만 있으면 오에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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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4-0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독서 모임의 멤버는 정해져 있지 않나요?
누구나 참여 가능?

cyrus 2025-04-08 06:49   좋아요 1 | URL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 참여가 어려우면 책 리뷰를 쓰는 것도 괜찮아요. ^^

stella.K 2025-04-0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쉽지 않겠어.’ ㅎㅎ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가지고 있는데 아직도 안 읽고 있다. ㅠ
그런데 오에 되게 좋은가 보다.

cyrus 2025-04-08 06:51   좋아요 0 | URL
어려운데 계속 읽고 싶은 소설이에요. 그런데 오에의 소설을 읽고 독서모임 발제를 만들면... 어려울 것 같아요.. ㅎㅎㅎ (이번 달 독서 모임 발제는 제가 만들지 않습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약칭 세속’) 도서 선정 투표에 총 20명이 참여했습니다. 투표에 참여한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책을 고민 없이 정할 수 있었습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




가장 많은 득표수는 9였습니다. 9표를 받은 책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

)의 장편소설 개인적인 체험입니다. 개인적인 체험를 추천한 세속 독자는 정현정 님입니다. 현정 님은 작년에 프랑스의 작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를 추천했던 분입니다. 9월 말에 진행된 <세계문학 속으로>의 표제는 당신의 에르노였습니다.[주] 각자가 읽은 에르노의 작품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속이 읽는 일본 문학은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 20247월의 세계문학)에 이어서 두 번째입니다.











올해는 오에 겐자부로가 태어난 지 9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개인적인 체험1964년에 발표된 오에의 장편소설입니다. 장편, 중편, 단편소설들을 아우른 오에의 초기작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입니다.


1963년에 오에의 아들 히카리(大江光)가 태어났습니다. 히카리는 발달장애가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할 히카리를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종용했지만, 오에는 수술을 통해서 히카리를 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듬해에 나온 개인적인 체험장애인의 아버지로서 살아가게 되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 스며든 자전적 소설입니다.

 

현정 님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보이지 않는(보여서는 안 되는) 문제로 취급되는 장애에 대해 논의해 보고 싶어서 개인적인 체험을 추천했습니다.

















* 장 폴 사르트르, 임호경 옮김 구토(문예출판사, 2020)

* 장 폴 사르트르, 방곤 옮김 구토(문예출판사, 1999)




지난주 토요일에 개인적인 체험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이 소설은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이라기보다는 유럽 작가의 소설처럼 느껴졌어요. 오에는 어렸을 때부터 서양 문학 작품들을 즐겨 읽었습니다. 대학 시절 불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논문 주제는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Jean-Paul Sartre)였어요. 개인적인 체험에 주인공인 버드(Bird)가 구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를 연상시킵니다.



















* [절판] 오에 겐자부로, 정수윤 옮김 읽는 인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위즈덤하우스, 2015)

 

* 윌리엄 블레이크, 서강목 옮김 블레이크 시선(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 [절판] 윌리엄 블레이크, 김종철 옮김 천국과 지옥의 결혼(민음사, 1990)




버드의 옛 여자 친구 히미코(火見子)는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시집 천국과 지옥의 노래지옥의 잠언에 있는 구절을 인용합니다. 오에는 정신적으로 힘들 때마다 블레이크의 시를 원문으로 자주 읽었다고 합니다. 블레이크는 오에의 문학 세계에 큰 영향을 준 작가입니다. 오에의 소설을 읽기 전에 오에의 문학 강연을 모은 읽는 인간을 먼저 읽는다면 서양 문학이 녹아든 오에의 문학 세계를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책에 오에와 블레이크의 문학적 연관성을 알 수 있는 글이 있습니다.










오에가 1994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자, 이듬해에 본격적으로 오에의 작품들이 우후죽순 국내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반일 정서가 지금보다 심했음에도 국내 작가와 지식인들은 일본의 군국주의와 핵무기 개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오에를 민주주의자로 평가했습니다. 90년대 출판계를 주름잡았던 출판사 고려원24권으로 구성된 오에 겐자부로 소설 문학 전집을 기획하여 출간했습니다. 개인적인 체험을 포함한 몇몇 작품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그 외 나머지 작품들은 절판되어서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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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3-24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에가 됐구만. 좀 어렸잖나? 난 노벨문학상 알러지가 있는지 무조건 다 어려운 줄 알아. ㅋㅋ 지난번 채식주의자도 겨우 읽었다. 😂

cyrus 2025-03-31 22:29   좋아요 0 | URL
역시 노벨문학상 작가의 소설은 어렵네요.. ㅎㅎㅎ 그래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흥미로워요. ^^

카스피 2025-03-2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에 겐자부로 전집중 몇권이 있는데 SF경향이 있는 작품만 수집하다보니 다 모우지 못한 것이 좀 아쉽더군요.

cyrus 2025-03-31 22:30   좋아요 0 | URL
제가 자주 가는 헌책방에 고려원 오에 겐자부로 전집 3권이 있어요. 두 권은 타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고, 나머지 한 권은 재출간되지 않은 작품인데, 이 한 권이 가격이 제일 비쌉니다.. ㅎㅎㅎ

그레이스 2025-03-24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 체험, 좋았던 작품요!

cyrus 2025-03-31 22:33   좋아요 1 | URL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도 계속 읽고 싶어져요. 오에의 문학 취향을 알고 나니까 소설 내용을 조금 이해가 되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