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할 수 있는 자유는 과학에서 중요한 문제이며,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다고 나는 믿는다. 이 자유는 오랜 투쟁의 결과로 얻게 된 것이다. 의심할 수 있도록, 확신하지 않도록 허락받은 것 자체가 투쟁이었다. (중략) 끊임없이 의심하는 자유의 가치를 알리고, 의심이 결코 공포의 대상이 아니며, 인류의 새로운 잠재 능력을 가능케 하는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다음 세대들에게 가르쳐야 할 책임을 느낀다. 무엇이든 확실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개선의 여지는 언제든지 열려 있다. 나는 미래 세대들에게 바로 이 자유를 요구하고 싶다.

 


(리처드 파인만, 과학이란 무엇인가중에서, 44~45)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불완전한 텍스트를 대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텍스트는 불완전하다. 항상 어딘가 빠진 부분이 있다. 빈 부분에 대해서는 해석이 필요하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중에서, 203쪽) 



김 교수가 말한 불완전한 텍스트는 해석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경전을 뜻한다. 예를 들면 성경, 유대인 경전 <탈무드>, 유교 경전이다.
















* 김상욱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변화의 시대,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동아시아, 2026)




학술 논문뿐만 아니라 과학 도서, 과학을 주제로 한 칼럼도 불완전한 텍스트과학자들은 과학적 견해가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검증한다과학자들도 가끔 틀리기도 하고, 잘못된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 텍스트가 불완전하다고 해서 과학이 부실한 학문을 뜻한다는 것은 아니다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Richard Feynman)은 표현을 빌리자면, 과학은 의심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며 스스로 교정하는 학문이다.

 







김 교수는 자신을 소개할 때 모든 것에 의심을 멈추지 않고 자신의 이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과학적 태도를 널리 알린다고 했다. 이 과학적 태도가 바로 회의주의(skeptic).
















* 마이클 셔머, 류운 옮김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바다출판사, 2007)


* [절판]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시간 여행은 가능한가: 한국 스켑틱 1호(바다출판사, 2015)


*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마이클 셔머, 제임스 랜디 외 여러 명의 필자 참여), 김보은 · 류운 · 하인해 외 옮김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 스켑틱 10주년 베스트 에세이(바다출판사, 2025)




회의주의자는 모든 견해를 불신하거나 특정 신념에만 마음의 문을 닫는 사람이 아니다.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는 국내에서 발행된 지 11년이 된 잡지 <Skeptic>(스켑틱 코리아) 편집장이다그가 쓴 회의주의 선언」(A Skeptical Manifesto) 회의주의의 원칙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글이다.[주1] 셔머는 이 글에서 올바른 회의주의자 특정 지식에 관한 주장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회의주의는 교조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한다
















* 리처드 파인만, 정재승 · 정무광 함께 옮김 파인만의 과학이란 무엇인가?(승산, 2008)




올바른 회의주의자는 정직하다. 자신의 오류와 무지한 점을 인정한다. 파인만은 정직해지려고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과학적 사고라고 말했다파인만이 말한 정직함은 단순히 정확한 사실만 전달하는 태도를 뜻하지 않는다. 확실한 정직함은 다른 사람들이 과학적 사고를 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 이음 편집부 과학 잡지 에피 Epi 36: 펙트체커(이음, 2026)




회의주의자는 팩트체커(fact-checker)’. 팩트체커는 AI가 만든 진짜 같은 가짜 정보를 의심해야 한다.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는 과학자가 팩트체크에 동참하려면 비판적 읽기(critical reading)’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주2] 학술논문의 결론을 의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 과정 전체를 꼼꼼하게 따지는 것이다. 과학의 팩트체크는 오류를 확인하고, 이를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다.


과학 도서를 읽을 때도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김 교수의 글에 회의주의적 관점으로 생각해 볼만한 대목이 있다.



 지구상의 많은 동물이 양성생식으로 번식한다. 암수가 만나 둘의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여 자식을 만든다는 뜻이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혼과 사랑의 불안한 동맹」, 103쪽)



생물의 생식 방식은 크게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이 있다. 무성생식은 암수 교배를 하지 않고, 자가 분열을 해서 새로운 개체를 생산한다. 그래서 무성생식을 한 생물종의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유전자는 동일하다















* 데이비드 베이커, 김숲 옮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섹스의 역사: 20억 년간 작동해온 생존과 욕망의 진화(RHK, 2026)




암수 교배, 즉 유성생식으로 태어난 생물종은 암수 유전자 절반씩 물려받는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유전자가 섞이면 생물종이 다양해지며 급격하게 변하는 환경에 잘 적응한다섹스(sex, 성행위)는 단순히 성적 쾌락을 느끼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음란하고 불결한 행위인 것도 아니다섹스를 즐기는 우리는 섹스의 진화적 이점을 잘 모른다섹스는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김 교수가 표현한 양성생식은 유성생식과 동일한 의미. 유성생식과 양성생식이 익숙한 사람들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개의 생물학적 성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정상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생물의 번식 방식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생물학자들은 성적 이분법(gender binary)을 반박한다.
















* 강병철, 백조원, 이주원, 오승재, 효록 함께 썼음 성소수자_LGBT(Q)(알마, 2018)




이성애주의(heterosexism)남성과 여성이 사랑하는 것을 정상으로 규정한다. 이성애주의는 성적 이분법을 강화한다. 성적 이분법의 기준에 벗어난 동성애와 젠더퀴어(genderqueer)비정상이 된다. 앤 파우스토-스털링(Anne Fausto-Sterling)이성애주의를 옹호하는 생물학을 비판한 페미니스트 생물학자다.[주2] 파우스토스털링은 성적 이분법의 한계를 넘어선 다섯 개의 성을 제안했다. 다섯 개의 성 중에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의 성은 간성(intersex)’이다. 간성은 여성과 남성의 몸을 모두 가진, 성별 구분이 모호한 사람이다과거에 간성을 남녀한몸증또는 자웅동체라고 불렀지만, 차별적인 의미가 반영되어 있어서 쓰지 않는다(성소수자_LGBT(Q)》 용어집 참조).















   


* 앤 파우스토-스털링, 홍승효 옮김 섹싱 더 바디: 젠더 정치와 섹슈얼리티의 구성(후마니타스, 2026)

 

* 퍼트리샤 오노니우 케이시언, 노승영 옮김 자연은 퀴어하다: 장소에 토박이가 된다는 것, 속한다는 것, 그리고 자연의 온갖 퀴어함에 관하여(에이도스, 2026)

 

* 모로하시 겐이치로, 김종현 옮김 자연은 성을 둘로 나누지 않는다(바다출판사, 2026)




자연은 매일 퀴어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자연스러운 퀴어 퍼레이드는 인간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다초기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원시 물고기는 턱이 없는 무악류인데, 이들은 정자와 난자를 모두 지닌 간성이었다. 대부분의 원시 척추동물 종은 양성애적 짝짓기를 했다.[주3]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물고기인 흰동가리는 무리 내 암컷이 죽으면 수컷은 암컷이 되어 알을 낳는다. 점박이하이에나는 암수 성기를 모두 가지고 있다. 홍학과 까마귀는 같은 성별의 새에게 구애하고, 함께 살아간다.


모든 생물이 자손을 최대한 많이 낳기 위해 유성생식만 하는 것은 아니다. 거의 모든 동물 개체군에 ()번식성 이성애를 하는 개체가 존재한다. 이들은 생물학자들이 관찰하면서 증명된 번식 주기를 따르지 않으며 새끼를 낳지 않는다하지만 여전히 몇몇 생물학자와 동물학자는 동물의 번식 욕구를 자연스러운 본능으로 여기며, 동성애와 비번식 개체를 비정상으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퀴어한 생물을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암묵적으로 은폐한다.


그래서 파우스토-스털링과 퍼트리샤 오노니우 케이시언(Patricia Ononiwu Kaishian)과 같은 페미니스트 생물학자와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생물학자들은 퀴어의 삶과 존재 방식을 잘 이해하기 위한 퀴어 생물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 브루스 배게밀, 이성민 옮김 《생물학적 풍요: 성적 다양성과 섹슈얼리티의 과학(히포크라테스, 2023)

 

* 조안 러프가든, 노태복 옮김 변이의 축제: 다양성이 이끌어온 우리의 무지갯빛 진화에 관하여(갈라파고스, 2021)

 

* 티에리 오케, 변진경 옮김 셀 수 없는 성: ‘두 개의 성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오월의봄, 2021)


* [절판] 이음 편집부 과학 잡지 에피 Epi 9: 두 개로 나뉘지 않고 무한히 펼쳐지는, ‘젠더 스펙트럼(이음, 2019)




퀴어 생물학의 고전을 꼽으라면 나는 이 세 권을 소개할 것이다. 파우스토-스털링의 섹싱 더 바디(Sexing the Body, 2000), 브루스 배게밀(Bruce Bagemihl)생물학적 풍요(Biological Exuberance, 1999), 조앤 러프가든(Joan Roughgarden)변이의 축제(Evolution’s Rainbow, 2004)다.


생물학적 풍요1,000쪽이 넘는 벽돌 책이지만, 지금까지 관찰된 퀴어한 도물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았다. 그리고 동물 동성애 연구의 역사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동물학 연구 과정에 개입된 동성애 혐오를 지적한다조앤 러프가든은 트랜스젠더 생물학자다. 변이의 축제2010년에 원서 제목을 그대로 이어받아 진화의 무지개(노태복 옮김, 뿌리와이파리)로 출간된 적이 있다러프가든은 퀴어한 동물들을 설명할 때 배게밀의 책을 참고했다성적 이분법을 과학적으로 비판한 세 권의 퀴어 생물학 고전은 완독하기가 부담스러운 분량이다. 발췌 독서를 한다면 세 권의 책이 한 번 이상 인용되었거나 참고한 책들(자연은 퀴어하다, 셀 수 없는 성, 과학 잡지 에피 9)을 읽으면 된다.


김상욱 교수는 변하지 않는 것은 이미 존재하고 있어서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변하지 않는 것을 제대로 알면 불확실한 변화의 방향이 대충 어디로 갈지 알 수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10년 후에도 배울 수 있다. 김 교수는 역사, 철학,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수학, 물리, 화학, 생물학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라서 맨 먼저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회의주의를 변하지 않는 것의 목록에 추가하고 싶다편견과 교조주의, 그리고 나쁜 일에 쓰이는 AI에 속지 않으려면 회의주의의 기본 원칙을 배워야 한다. 회의주의의 기본 원칙은 금방 배울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나도 틀릴 수 있음을 받아들인다. 내 생각과 완전 정반대인 견해가 낯설고 불편해도 친절한 호기심을 발동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세상이 회의주의자를 속여도

그들은 계속 질문하고 항상 배운다.







 회의주의적 독자 cyrus의 주석

 







[주1] 회의주의 선언은 셔머의 저서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11장 전체 내용이다. 2015한국판 <스켑틱> 창간호 특집 연재 회의주의란 무엇인가의 첫 번째 글로 게재되었다. <스켑틱>에 수록된 17편의 글을 선별한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에 서문으로 수록되었다. 셔머의 글이 있는 세 권의 책 모두 바다출판사가 펴냈다. 



[주2] 권석준, AI 과학자 시대, 팩트체크의 재정의, 과학 잡지 에피 Epi 36: 펙트체커, 이음, 2026, 36.


















* 폴라 보글, 이지훈 옮김 운전 배우기(지만지드라마, 2019)

 

* 질 돌런, 최석훈 옮김 연극 그리고 섹슈얼리티(교유서가, 2025)



[주3] 파우스토-스털링은 레즈비언이다. 그녀의 연인은 극작가 폴라 보글(Paula Vogel)이다. 보글의 희곡 운전 배우기는 작품성이 뛰어난 퀴어 연극으로 평가받았고, 1998년 퓰리처상 희곡 부문 수상작이다





[주4] 데이비드 베이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섹스의 역사, RHK, 2026, 52~57.





*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168




   

 1863년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드 마네가 <올랭피아>에서 특정 매춘부[주5]의 누드화를 그렸을 때, 그는 예술로서의 누드화 규칙을 깬 것이었다.



[주5] 마네(Édouard Manet)의 대표작 <올랭피아>(Olympia)매춘부의 누드를 그린 그림이 아니다


























<참고 문헌> 


* 스테파노 추피, 최병진 옮김 마네: 전통에 반기를 든 근대의 화가(마로니에북스, 2009)

 

* 자비에르 질 네레, 엄미정 옮김 에두아르 마네(마로니에북스, 2006)

 

* [개정판] 이주헌 그리다, 너를: 화가가 사랑한 모델(아트북스, 2015)

 

* [구판, 절판] 이주헌 화가와 모델: 화가의 붓끝에서 영원을 얻은 모델 이야기(예담, 2003)



마네는 매춘부를 연상시키는 여성의 누드를 그렸고, 당시 보수적인 비평가와 관람객들은 <올랭피아>를 매춘부를 그린 그림이라고 비난했다. 그림의 모델은 마네를 비롯한 여러 화가의 작업을 위해 모델이 된 빅토린 뫼랑(Victorine-Louise Meurent)이다. 뫼랑은 모델 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화가였다. 1876년에 뫼랑의 작품이 살롱에 전시되었고(마네는 이 해에 열린 살롱에 낙선되었다), 그 후로도 뫼랑은 여러 번의 전시회에 작품들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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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변호하다 -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의 삶과 생각
박한희 지음 / 한티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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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큰 무지개가 가득히 떠오를 때면
작은 무지개들이 희망을 만들러 큰 무지개를 따라갔었죠.

(※ 조규찬이 부른 「무지개」의 노랫말을 바꿔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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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서평은 배보다 배꼽이 큰 글이다서평은 한 권의 책 속에 있는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비평한 글이다. 그런데 내가 서평을 쓰면 한 권의 책만 다루지 않는다. 서평으로 소개할 책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거나 그 책을 비판하기 위해 다른 책들을 끌어들인다. 배보다 배꼽이 큰 서평에서 배꼽에 해당하는 책을 정식 용어로 표현하면 참고 문헌이다. 읽고 싶어서 산 책보다 서평 한 편을 쓰기 위해 구매한 책이 더 많다















* 김상욱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변화의 시대,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동아시아, 2026)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전공 이외의 학문이나 주제에 관한 글을 쓰면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 것보다 참고 문헌에 의존한다고 했다김 교수는 칼럼에 참고 문헌의 제목을 언급한다. 그는 또 참고 문헌이 어떤 내용인지 간략하게 소개하기도 한다. 김 교수의 칼럼은 참고 문헌에 대한 한 줄 평으로 볼 수 있다한 줄 평만으로 참고 문헌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글쓴이가 참고 문헌을 언급하는 것도 독자의 관심(과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북 큐레이팅(book curating)이다.


이번에 나온 김 교수의 신작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그동안 발표한 칼럼들을 모은 책이다김 교수의 칼럼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칼럼 한 편에 교수가 인용한 참고 문헌이 한두 권 나온다. 책의 뒤쪽에 참고 문헌 목록이 있다. 외국 저자가 쓴 책을 번역한 역자 이름이 빠져 있지만, 참고 문헌을 만든 출판사 이름과 발행 연도가 표기되었다그리고 참고 문헌 목록에 김 교수가 칼럼에서 언급하지 않은 책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 정도면 잘 만든 참고 문헌 목록이다.
















[개정판] 에드워드 윌슨, 이한음 옮김 인간 본성에 대하여(사이언스북스, 2011)




그런데 칼럼에 언급되었는데도 참고 문헌 목록에 없는 책들도 있다. 책의 첫 번째 글 우리는 왜 자꾸 남을 따라 할까의 주제는 유전자-문화 공진화론(gene-culture coevolutionary theory)이다이 이론을 소개하기 전에, 김 교수는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의 대표작 사회생물학인간 본성에 대하여 언급한다. 두 권의 책이 참고 문헌 목록에 없다


윌슨은 인간의 행동 방식에 진화론을 적용해서 분석하는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윌슨은 1975년에 발표한 사회생물학(Sociobiology: The New Synthesis)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사회행동이 유전적인 요인으로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견해는 진화생물학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논쟁의 시작점이 된다


사회생물학》은 두 권의 번역본(이병훈 · 박시룡 함께 옮김 사회생물학: 해파리에서 인간까지》, 민음사, 1992)으로 출간되었지만 절판되었다. 도서관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희귀 도서다. 인간 본성에 대하여사회생물학을 어려워하는 대중을 위해 쉽게 풀어 쓴 개론서인 동시에 사회생물학 비판론자에 응수하는 반박서다.















 

* 스티븐 제이 굴드홍욱희 · 홍동선 함께 옮김 《다윈 이후: 다윈주의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말하다(사이언스북스, 2009)


* 스티븐 제이 굴드, 김동광 옮김 《인간에 대한 오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잘못된 척도에 대한 비판(사회평론, 2003)


* 앤 커 · 톰 셰익스피어 함께 씀, 김도현 옮김 장애와 유전자 정치: 우생학에서 인간게놈프로젝트까지(그린비, 2021)




사회생물학 비판에 앞장선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사회생물학에서 지나치게 강조된 생물학적 결정론이 이데올로기와 결합하면 제2의 우생학이 될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윌슨과 사회생물학을 비판한 굴드의 견해를 알고 싶으면 지금 절판되지 않은 굴드의 주저 다윈 이후32생물학적 잠재력과 생물학적 결정론인간에 대한 오해7적극적 결론-지금의 모습으로 머무르리라를 참고하면 된다()우생학 운동을 주도하는 장애학자들도 윌슨의 사회생물학을 비판한다장애와 유전자 정치유전공학을 만난 우생학이 죽지 않고 살아남은 과정을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들은 현대 우생학 계보에 사회생물학을 추가했다.








 





















케빈 랠런드 · 길리언 브라운 함께 씀, 양병찬 옮김 센스 앤 넌센스: 20세기를 뒤흔든 진화론의 핵심을 망라한 세계적 권위의 교과서(동아시아, 2014)


* [절판] 존 올콕, 최재천 · 김산하 함께 옮김 사회생물학의 승리: 다윈 에드워드 윌슨과(동아시아, 2013)

 

* [절판] 최재천, 장대익, 전중환, 김동광, 이병훈 외 사회생물학 대논쟁(이음, 2011)

 

* [절판] 프란츠 M. 부케티츠, 김영철 옮김 사회생물학 논쟁: 유전자인가, 문화인가(사이언스북스, 1999)

 



생전에 윌슨은 사회생물학이 악명 높은 우생학으로 취급받는 것이 불편하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사실 그는 유전적 요인이 진화 과정에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생물학적 결정론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지 않았다. 문화와 양육이 진화에 미치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간 본성에 대하여에서 언급했다센스 앤 넌센스, 사회생물학의 승리, 사회생물학 대논쟁, 사회생물학 논쟁은 사회생물학에 대한 지나친 오해를 한 꺼풀 벗긴 책이다.


사회생물학 논쟁은 오스트리아의 진화생물학자 프란츠 부케티츠(Franz M. Wuketits)가 쓴 책이고, 사회생물학 대논쟁최재천 교수를 포함한 국내 진화생물학자와 사회학자들이 함께 만든 책이다. 최재천 교수는 윌슨의 제자다이 책은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탄생 200주년이었던 2009년에 열린 사회생물학 관련 심포지엄에 발표된 여섯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에드워드 윌슨 · 베르트 휠도블러 함께 씀, 임향교 옮김 《초유기체: 곤충 사회의 힘과 아름다움, 정교한 질서에 대하여(범양사, 2015)


* [개정판] 에드워드 윌슨 · 베르트 휠도블러 함께 씀, 이병훈 옮김 개미 세계 여행(범양사, 2015)

 

* [절판] 에드워드 윌슨, 이병훈 옮김 자연주의자(사이언스북스, 1996)



당시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병훈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나라 1세대 진화생물학자다. 이병훈 교수는 윌슨의 사회생물학》, 《개미 세계 여행》, 《자연주의자를 번역했다. 


윌슨은 곤충학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독일의 곤충학자 베르트 휠도블러(Bert Hölldobler)와 함께 개미를 연구했다. 1990년에 두 사람은 개미를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얻은 성과들을 정리한 <The Ants>를 발표했다. 이듬해에 이 책은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 되었고, 윌슨은 1979년에 이어 두 번째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에게 첫 번째 퓰리처상을 안겨준 책이 1978년에 출간된 인간 본성에 대하여개미 세계 여행대중을 위해 쉽게 쓴 <The Ants>’. <The Ants> 원서도 사회생물학못지않은 벽돌 책이라서 두 학자는 <The Ants>의 핵심을 압축한 개미 세계 여행을 썼다.


초유기체(superorganism)’는 윌슨과 휠도블러가 만든 용어가 아니다. 두 사람은 개미와 꿀벌과 같은 사회성 곤충의 군집(群集)을 진화론적 관점으로 설명하기 위해 초유기체라는 개념을 가져왔다. 사회성 곤충은 여러 개체가 협동하면서 살아간다. 이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집단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인 것처럼 행동한다.


유전자냐, 환경이냐로 갈라서서 서로 물고 늘어지는 논쟁은 끝난 지 오래 됐다. 오히려 모든 진화생물학자는 한쪽 요인이 우세하다고 강조하는 결정론을 비판하고 있다.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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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그 너머로 - 지구와 태양계, 그리고 블랙홀까지 우주를 가로지르는 아찔하고 흥미로운 지적 모험
닐 디그래스 타이슨.린지 닉스 워커 지음, 김소정 옮김 / 현암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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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지구의 주인도, 이 세상의 주인도 아니다. 그러나 지구를 함부로 대하는 버릇은 여전하다돈이 될만한 자원을 찾느라 지구 여기저기 들이쑤신다지구가 아파하자, 위기를 느낀 인간은 건강한 제2의 지구를 찾는다.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인간은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우주 식민지 시나리오를 제안했다.[주1] 지구를 떠난 인간은 달이나 화성에 정착하면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 수 있다우주를 점령한 우주인은 우주의 주인이다.







우주(宇宙)는 거대한 집(宇宙)이다.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우주에서 온 별의 먼지로 만들어진 별의 자녀들이다. 밤하늘의 별을 올려보는 것은 아득한 집을 구경하는 것이다우주여행은 대기를 뚫고 아득한 집을 방문하는 일이다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우주여행을 해본 부호들이다. 자칭 우주인들은 우주를 개척하려고 한다. 인간은 우주의 주인(우주인)이 될 수 있을까?


대부분 과학자는 우주여행을 주제로 대화하기 시작하면 과학적 회의주의자( Scientific Skeptic)가 된다과학적 회의주의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한다. 대중과 언론이 민간 우주여행에 열광하고 있을 때 과학적 회의주의자는 우주여행 광풍의 이면에 주목한다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은 과학적 회의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천체물리학자다. 그가 생각하는 과학의 목표는 어떤 견해와 무관하게 우주의 진실을 찾는 것이다.[주2] 과학은 증거에 기반한 학문이다. 과학에서 진실을 확인하는 기준은 객관적인 자료다. 과학자도 인간이라서 오류에 빠지며 편견을 피할 수 없다. 열의에 차 있는 과학자의 견해는 검증되어야 한다.









타이슨의 책 무한 그 너머로(To Infinity and Beyond: A Journey of Cosmic Discovery, 2023)우주여행 광풍에 가려진 우주의 진실을 보여준다그는 베이조스와 브랜슨이 홍보한 우주여행을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대중은 우주선에 탑승해서 지구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우주여행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우주의 경계가 제각각 달라서 우주선을 타고도 우주여행이라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지구 대기권의 경계는 미터 단위로 깔끔하게 나눌 수 없다. 편의상 킬로미터를 쓰고 있지만, 대기와 우주를 명확히 구분하는 경계가 모호해서 만장일치로 결정되지 않았다NASA가 규정한 우주의 경계는 해발 80킬로미터 이상이다. 두 억만장자는 NASA가 공인한 우주의 경계에 도달하지 못해서 우주인이 아니다.


일생에 단 한 번, 우주여행을 할 기회가 없는 대중은 과학소설과 SF 영화를 보면서 간접적으로 우주를 체험한다하지만 과학소설과 SF 영화 속 우주는 실제 우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한다타이슨은 우주를 묘사한 과학소설과 영화에 나온 특정 장면을 언급하면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검토한다.


소설 원작의 영화 <마션>(The Martian, 2015)우주인을 날려 버리는 화성의 모래 폭풍이 나온다. 타이슨은 위력적인 화성의 모래 폭풍이 옥에 티라고 지적한다. 실제 화성의 모래 폭풍은 산들바람 수준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과학적이지 않은 장면을 지적하면서 영화를 보는 방식에 반감을 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과학소설에 대한 칼 세이건의 견해를 들어보자. 그는 과학적인 사실이 제대로 반영된 과학소설이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과학을 공부하는 데 유용한 교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세이건은 과학 이론을 완전히 무시하거나 왜곡한 과학소설을 경계한다. 독자들에게 잘못된 과학 지식을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기 때문이다. SF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각본가는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과학적 사실을 약간 무시할 수 있다. 그렇지만 SF 영화에 엉터리 과학이 인상 깊게 나오면 관객의 머릿속에 각인되고, 계속 언급되면 사실로 굳어진다


대부분의 과학자는 과학소설 마니아다. 과학소설이 그들을 과학자로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과학소설에 나온 어설픈 묘사가 아쉽다고 지적해도 과학소설을 절대로 깎아내리지 않는다. 우주여행을 주제로 한 SF 영화는 과학자들에게 자문하면서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크리스토퍼 놀런(Christopher Nolan) 감독의 SF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인터스텔라> 자문을 맡은 S. (Kip S. Thorne)은 절친한 호킹과 함께 블랙홀을 연구한 천체물리학자다이 영화에서 우주인들은 망가진 지구를 대체하는 행성을 찾으러 떠난다. 우주여행은 토성 근처에 열린 웜홀(wormhole)에서 시작된다웜홀이란 서로 다른 두 시공간(우주)을 잇는 가상의 통로다웜홀을 통과하면 멀리 떨어진 항성에 최대한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웜홀을 통한 우주여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그렇지만 킵 손의 조언 덕분에 거대 블랙홀 가르강튀아(Gargantua)’가 실감나게 묘사되었다.


인간에게 우주는 오래된 별 먼지들이 떠도는 아득한 집(宇)이고, 아늑하지 않은 집(宙)이다. 우주의 미세 먼지는 탐사선의 수명을 닳게 만든다. 그리고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인간이 제2의 지구에 정착하려면 미세 먼지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미세 먼지 앞에 힘을 못 쓰는 인간은 우주인이 될 수 없다. 우주의 주인도 아니다. 



우주가 뭔지 모르는 인간은 

무지하고 유한한 먼지다.









책의 우주를 떠도는

cyrus가 만든 주석과 정오표




[1] 스티븐 호킹, 배지은 옮김,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까치, 2019), 8우리는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어야 하는가?



[2] 닐 디그래스 타이슨, 배지은 옮김, 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 천체물리학자의 우주, 종교, 철학, 삶에 대한 101개의 대답들(반니, 2020년, 절판), 126쪽. 






* 13






 이 작은 우주탐사선[보이저 1]에는 지구와 지구 생명체들의 소리와 노래, 우연히라도 만나게 될 외계 존재에게 건네는 인사말, 고독한 우리를 제발 구원해 달라는 인류의 애원을 담은 황금 레코드가 실려 있다[주3]





[주3칼 세이건과 그의 아내 앤 드루얀(Ann Druyan)보이저 1호와 2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개발에 참여했다. 지구의 속삭임(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6)은 골든 레코드 프로젝트에 합류한 과학자들의 증언과 골든 레코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세하게 정리한 책이다.






* 43




 

 기상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제임스 글레이셔가 전문 열기구 비행사인 헨리 트레이시 콕스웰과 함께 목숨을 건 항공 실험을 진행했다. [중략] 1871년에 출간한 자신의 책 대기 속 여행[주4]에서 글레이셔는 물었다. “대기라는 바다의 파도. 그것은 이름 없는 해변에서 화학자, 기상학자, 물리학자들의 손으로 찾아낼 수천 가지 발견을 담고 있지 않을까?”



[주4] 대기 속 여행의 번역본은 열기구 조종사: 하늘길 여행자 에어로너츠(정탄 옮김, 아라한, 2020)이다. 정탄은 러브크래프트 전집(7, 황금가지, 2009, 2012, 2015)을 번역한 정진영의 필명이다.






* 86




 

 영화 <그래피티>[주5]는 캐슬러 효과라고 부르는 이 참사를 정확하게 묘사했다. 물론 잘못 묘사한 점도 있다. 샌드라 블록의 앞머리는 무중력상태인 궤도에서 자유롭게 흩날려야 했는데 영화에서는 눈썹 위에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주5] 그래비티(Gravity)의 오자.






* 204




 

 아서 코넌 도일의 1913년 작 단편소설 하늘의 공포[주6]에는 우주비행사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날아다니는 거대한 해파리가 나온다.



[주6코난 도일(Conan Doyle)의 단편 과학 소설 세 편을 모은 마라코트 심해(이수현 옮김, 행복한책읽기, 2014, 절판)에 수록되어 있다.






* 254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1848에세이 유레카[주7]에서 올베르스의 역설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천문학자들이 그 역설을 풀기 위해 수십 년 간의 축적된 자료가 필요했던 시기에 소설가가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주7번역본: 에드거 앨런 포, 노승영 옮김, 유레카(읻다, 2022)






* 279쪽





에드윈 허블의 책 성운의 왕국[주8]



[주8번역본: 에드윈 허블, 장헌영 옮김, 성운의 왕국(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 371쪽 (더 읽을거리)





Galilei, Galileo, Sidereus Nuncius, 1610.

Dialogus de systemate mundi, 1641. [주9]


Newton, Isaac, Philosophiæ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1687.

 [주10]




[주9<Sidereus Nuncius> 번역본:

갈릴레오 갈릴레이, 장헌영 옮김, 갈릴레오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승산, 2009), 구판: 장헌영 옮김,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갈릴레이의 천문 노트(승산, 2004).

 

<Dialogus de systemate mundi> 번역본:

갈릴레오 갈릴레이, 이무현 옮김, 새로운 두 과학: 고체의 강도와 낙하 법칙에 관하여(사이언스북스, 2016).



[주10] <Philosophiæ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번역본:

아이작 뉴턴, 박병철 옮김, 프린키피아(휴머니스트, 2023).

아이작 뉴턴, 배지은 옮김, 버나드 I. 코헨 해설, 프린키피아: 해설서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승산, 2023).






* 372쪽 (더 읽을거리)





블랙홀에서 살아남는 법, 유유, 2020[주11]



[주11번역본 출간 연도는 202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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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6-06-14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킵손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영화 만들 때 이런 든든한 물리학자의 자문이 있으면 훨씬 더 정합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을 테니 부럽다 생각했어요.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cyrus 2026-06-15 06:55   좋아요 0 | URL
킵 손이 영화 <콘택트> 제작에도 도움을 주었다고 해요. 이 영화의 원작은 칼 세이건이 쓴 과학 소설이에요. ^^
 
하늘과 땅과 사람의 과학 -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우리 과학 이야기
김연희 지음 / 이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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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이 된 공자천명(天命)을 깨달았다. 논어》 위정(爲政) 4에 주석을 단 주희(朱熹)는 천명을 사물의 이치또는 하늘이 내린 사명으로 해석했다. 공자와 고대 중국 사람들은 하늘을 특별하게 생각했다. 그들에게 하늘은 땅 위에 있는 모든 존재에 영향을 미치는 초월적인 존재(천제, 天帝)였다중국의 유학을 공부한 조선의 유학자들도 하늘을 무심코 바라보지 않았다. 하늘의 움직임(기상 현상)은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공자의 손자 자사(子思)가 쓴 중용에 언급된 하늘은 만물을 덮은 우주다. 







今夫天, 斯昭昭之多, 及其無窮也

日月星辰繫焉, 萬物覆焉.

 

 지금 저 하늘은 이처럼 밝은 빛이 많이 모인 것이니, 무궁한 곳에 이르면 해와 달과 별들이 거기에 매여 있고, 만물이 [그것에] 덮여 있다.


(중용269, 김원중 옮김)




동양철학자 김충렬 교수는 하늘의 도(天道)를 논한 중용26장에 유가 우주론이 펼쳐져 있다고 주장했다. 유가 우주론은 고대 그리스의 우주론인 코스모스(cosmos)와 비슷하다. 만물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우주


천지인(天地人)은 단순히 하늘과 땅과 사람을 아울러 일컫는 말이 아니다. 하늘의 질서를 이해하려는 천지인은 하늘과 땅 모두와 짝할 수 있는(配天, 配地, 중용265) 사람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과학은 한국사 수업 시간에 접하기 힘든 과학 하는 천지인들을 조명한다한국의 전통 과학은 천문학에서 시작되었다고대 천문학은 군주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학문이었다. 군주는 하늘의 명령을 따르는 아들(天子)’이다. 하늘의 아들은 천체의 운동을 알고 있어야 했다. 군주의 곁에는 태양과 달, 별을 매일 관측하고 기록하는 천문학자들이 있었다. 하늘을 읽는 신하들은 홍수와 가뭄, 역병을 하늘이 내린 재앙으로 해석했다. 일식과 월식은 국가에 불길한 일이 생길 징조로 여겼다질서와 안정을 깨뜨리는 괴이한 현상을 옛말로 재이(災異)라고 한다. 재이가 일어나면 군주는 자신이 알아야 할 천명이 무엇인지 천문학자들의 조언을 받았다. 천명을 깨달은 군주는 부국강병과 민생 안정에 힘썼다.


고대 천문학은 점성술과 기상 관측, 동양철학(‘하늘개념)과 종교가 혼합되어 있다. 오늘날의 시선으로 고대 천문학을 바라보면 비과학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고대 천문학자들은 태양과 달의 주기(週期)를 이미 알고 있었으며 관측해서 얻은 정보를 활용하여 역서(曆書, 달력)를 만들었다하늘을 관측하는 조선 시대의 유학자들은 관상감(觀象監)’이라는 관청에 들어가 역서 간행, 일식과 월식 예보 등의 업무를 맡았다. 


17세기 이후 조선의 유학자들은 중국에 유입된 서양 천문학, 지리학, 의술을 접했다. 최한기지동설과 뉴턴(Isaac Newton)의 중력 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성리학의 틀 안에서 천체 운동을 이해하려고 했다. 말년의 다산 정약용박제가와 함께 청나라의 의학 서적들을 참고하여 천연두의 예방법인 종두법을 연구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과학유학과 성리학에 가려진 우리나라의 전통 과학을 들여다본 책이다. 우리나라의 과학 지식이 어떻게 수용되어 발전되었는지 알 수 있는 사료와 유물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동양 및 한국 고전 속에 숨은 우리나라 과학 문화를 살핀다. 논어하늘을 만물의 근원으로 여기는 고대인들의 자연관을 엿볼 수 있다. 삼국유사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인 첨성대를 언급한 문헌이다. 조선을 대표하는 유학자 퇴계 이황은 유가 우주론을 깊이 연구했으며 천체 관측 기구인 혼천의(渾天儀)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또 의술을 독학하여 학자들과 주고받은 편지에 자신의 의학적 견해를 밝혔다. 이황 사후에 간행된 문집 퇴계전서20여 건의 질환에 대한 이황의 처방법이 적혀 있다.


과학 하는 천지인들온고지신(溫故知新, 논어위정 편 11)의 자세로 과학을 공부했다. 그들은 과거의 과학 지식을 깊이 익히면서도 새로운 과학 지식도 배웠다후세 사람들은 과학 하는 천지인들을 모르거나 그들을 여전히 유학자로만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과학 하는 천지인들은 평생 책과 짝하면서 지낸 서생과 다른 삶을 살았다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꼭 책을 읽어야만 배우는 것인가?”라고 묻는다(논어선진[先進] 편 24)한문으로 된 하늘()을 해석하는 일에만 매달리는 공부는 변화가 없는 좁은 세상을 답습하는 일과 같다. ‘과학 하는 천지인들의 눈은 책 속에 갇힌 하늘만을 향하지 않는다. 변화무쌍하고 무한한 하늘이라는 책을 우러러본다.








책과 짝하면서 살아온 

서생 cyurs의 주석




* 191~192







 

 고대 한반도인이 (, 전염병)’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는 논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기원전 2세기에 편찬된 논어에는 이라는 표현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역귀(疫鬼)를 쫓는 나례(儺禮) 의식이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공자가) 마을 사람들이 나례를 행할 때 예복을 입고서 동쪽 섬돌에 서 계셨다라는 대목[주1]이 나온다. 이어서 역은 역귀가 일으키는 것이며, 그것은 쫓아내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이를 위한 의식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엄숙하게 치러져야 한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또 논어에는 병에 대처하기 위한 기도의 내용도 실려 있다.

[주2] 이는 중병에 걸렸을 때 하늘과 땅에 기원하는 의식이 일반적으로 행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때 사용하는 기도문을 뇌문(誄文)이라 하며, 이러한 의식이 한반도에도 전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1, 2] 논어의 문장을 인용하거나 간접적으로 언급할 땐 논어의 어느 편, 몇 장에 나오는 문장인지 밝혀야 한다. 나례 의식이 언급된 구절은 향당(鄕黨) 10에 있다. 병에 대처하는 기도는 술이(述而) 34에 나온다.







서평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논어를 읽었다.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가 공자의 생애와 논어를 재해석한 두 권의 책 《새롭게 만나는 공자: 결기(), 윤리(), 배움()에 대한 다른 해석》(이음, 2021년)와 금서의 귀환, 논어도 곁들어 참고했다


김 교수공자 철학의 핵심 개념 ()’을 어질고, 온화한 마음가짐으로 해석하는 관점을 비판한다. 그동안 과거의 논어주석가들은 이 자기 내면의 수양을 중시한 공자의 메시지가 함축된 단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저자는 을 왜곡한 과거 주서가들의 해석을 거부한다. 저자가 바라본 진짜 공자의 모습은 위기에 빠진 세상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리고 올바른 도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투쟁하라고 가르친 반항적인 지식인이다.





 

* 273, 용어 해설





산해경: 고대 중국과 주변국을 다룬 지리서[주3]








[3] 산해경》은 신화집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 책에 중국 지도에 없는 지명들이 나온다. 허구적인 지명의 풍속과 그곳에 있는 동식물과 광물이 백과사전 형식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림으로 묘사된 상상 동물의 형태는 괴물에 가깝다.









[주4] 하늘과 땅과 사람의 과학한국 과학사의 일부만 정리한 책이다. 화약과 무기를 만든 최무선의 업적이 언급되지 않았다. 동의보감이 몇 번 언급되지만, 허준이 조선 시대의 의약(醫藥)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나오지 않는다한국 과학기술사의 주요 장면을 소개한 책 한국인의 발명과 혁신1장은 최무선, 2장은 장영실, 3장은 정약용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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