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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를 타고 내려온 시월에 시를 읽고 싶어졌어요. 어떤 시집을 읽을 것인지 서재에 채워진 책들을 살펴봅니다. 시집에 살고 있던 시인들이 종이를 흔들면서 저를 부르네요.



르시아 로르카

루다

킨슨

라르메

들레르

익스피어

폴리네르

크 프레베르

고르

트라르카

이네



읽고 싶은 시집은 너무 많은데, 알고 싶은 책도 너무 많습니다. 책 욕심이 많은 제 머리는 너무 작습니다. 책 읽는 시간은 너무 빨라요. 

 

그런데 유독 한 권의 시집은 특이해요. 어째서 시집에서 한 사람이 아닌 무려 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걸까요? 알고 보니 이 시집에 세 명의 시인이 같이 살고 있어요. 리카르두 레이스, 알베르투 카에이루, 알바루 드 캄푸스


세 명의 시인은 태어난 날, 성격, 관심사, 작문 스타일까지 모든 게 다 달라요. 하지만 놀랍게도 이 세 사람 전부 한 사람이에요(!). 시집의 주인은 하나이면서 여럿인사람이에요. 리카르두 레이스, 알베르투 카에이루, 알바루 드 캄푸스는 한 사람이 만든 이명(異名), 즉 다른 이름이에요. 이 시인은 이명보다 본명이 더 유명해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10월의 시인‘1+n개의 이명으로 글을 쓴 포르투갈의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입니다. 페소아가 살면서 만든 이명이 70여 개나 된다고 해요.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명은 앞서 언급한 세 사람입니다. 페소아가 생전에 발표한 책은 단 한 권의 시집이었어요.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 시인의 유품인 트렁크 속에 3만 장이 넘는 원고가 발견되었어요. 트렁크에 영원히 갇힐 뻔한 페소아의 글들은 지금도 분류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원고를 분류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페소아의 새로운 이명이 발견될 수 있어요. 페소아는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은 작가예요.


페소아 그리고 이명으로 활동한 수많은 페소아들이 생전에 쓴 시가 엄청 많습니다. 그래서 국내에 출간된 시집은 시 선집입니다.

















* 페르난두 페소아, 김한민 옮김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페르난두 페소아 시가집》 (문학과지성사, 2018)


페소아 본인 이름으로 쓴 총 81편의 시를 모은 시 선집입니다.

















* 페르난두 페소아, 김한민 옮김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민음사, 2018)

 


페소아, 리카르두 레이스, 알베르투 카에이루가 쓴 시가 같이 수록된 시 선집입니다.








 



 

 






* 페르난두 페소아, 김한민 옮김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민음사, 2018)


알바루 드 캄푸스의 시 선집입니다.




재미있게도 세 권의 시집은 201810월에 태어났어요.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105일에,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1010일에 태어났습니다. 포르투갈어로 된 페소아와 페소아들의 글에 우리말을 입힌 번역자는 김한민입니다.

















* 김한민 《비수기의 전문가들》 (워크룸프레스, 2016)




페소아의 시와 산문을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작가예요. 김한민 작가의 그림책 비수기의 전문가들독서 모임 <우주지감-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20188월의 책이었어요. 당시에 독서 모임이 오전과 오후(저녁)로 편성되어 진행되었는데, 제가 오전 모임과 오후 모임에 출석했었네요. 페소아 전문 번역자로 활동한 작가답게 비수기의 전문가들에 페소아가 언급됩니다. 오랜만에 이 책을 펼쳐봐야겠어요.


페소아 + 페소아들 + 는 지난 달 읽기 모임 당신의 에르노의 진행 방식과 비슷합니다. 제가 소개한 세 권의 시집 중에 한 권만 읽으면 됩니다. 페소아의 무한한 글쓰기를 알고 싶으면 이명으로 쓴 페소아의 시들도 같이 읽어보셔도 됩니다


여러분이 고른 시집에 살고 있는 페소아와 페소아들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주세요. 희미하면서도 정확하지 않은 페소아와 페소아들의 무한한 생각을 마음껏 독해를 해보세요.

 




사물들이 온 세상 앎의

파편들이라면,

나는 나의, 부정확하고

다양한 조각들이어라.


 

(페소아, 경계 있는 영혼은중에서, 1930824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81)

 

 

발제는 없습니다. 발제를 안 만들어도 됩니다. 그 대신에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을 낭송합니다입으로 시를 먹으면서 맛보지 않는 시 읽기 모임은 시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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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10-01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휴일 잘 보내셨나요.
외국어로 쓰여진 책이 번역되어서 한국어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원서를 읽는 것도 좋겠지만, 언어를 배우고 번역하는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이 작가는 여러 이름으로 출간한 책이 많다는 게 신기합니다.
내일 아침 기온이 많이 내려갑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4-10-03 15:57   좋아요 2 | URL
페소아가 예전에는 애서가들만 아는 작가였는데, 배우 한소희가 페소아의 <불안의 서>를 추천한 이후부터 페소아가 더 많이 알려졌어요. 당연히 <불안의 서>도 많이 팔렸어요. 그런데 저는 유명한 <불안의 서>보다 시를 읽고 싶었어요.

확실히 지난달과 다르게 날씨가 서늘해요. 그래도 아침만 서늘하고, 낮에 덥네요. 제가 지금 에어컨을 켜지 않은 카페에 있어요. 더워서 입고 있던 겉옷을 벗었어요. ^^;;

북깨비 2024-10-03 16:37   좋아요 1 | URL
사이러스님 말씀을 듣고 한소희와 불안의 서를 같이 검색해보니 한때 완판이 되어 중쇄를 찍었다고 기사가 나오네요. 과연 요즘 가장 핫한 인플루언서 중 한 명입니다. 저는 아직 불안의 서밖에 읽지 않았는데 (시집도 한권 사두긴 했지만) 지금 갖고 있는 시집 내가 홀로 있는 방식과 위에 언급하신 나머지 시집들도 읽어봐야 겠어요. 몰라서 안 읽는 것이지 한번 알게되면 푹 빠질수밖에 없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한소희님을 통해 많이 알려지게 되어 좋네요. 페소아 팬들이 많네요. 안토니오 타부키도 그렇고. ㅎㅎ

북깨비 2024-10-0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이 70여개!? 엄청나게 다양한 자아들이 페소아 안에 공존했나봅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라는 표현이 낭만적이에요. 마르지 않는 샘물같은 작가라는 말씀 넘넘 공감합니다.

cyrus 2024-10-03 16:00   좋아요 1 | URL
최근에 <이명의 탄생>이라는 페소에의 에세이가 나왔어요. 시만 읽으면 페소아를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페소아를 더 알려면 에세이도 같이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

2024-10-03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03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03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계문학 전문 읽기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당신의 에르노


2024927일 금요일 저녁 8, 수르채그

https://blog.aladin.co.kr/haesung/15817604





아니 에르노(Annie Ernaux)가 쓴 책들은 대체로 판형이 작고, 분량이 가볍다. 어떤 책은 100쪽이 안 될 정도로 얇다. 그런데 이런 책들을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다고 허세를 부리지 마시라. 왜냐하면 에르노의 글은 만만치 않다. 작가의 성향을 알지 못한 채 에르노의 글을 읽으면, 중도에 책을 덮어버릴 수 있다.



















* 아니 에르노, 신유진 옮김 빈 옷장(1984Books, 2022)


* 프랑수아 라블레, 유석호 옮김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문학과지성사, 2004)




에르노는 글을 그악스럽게 쓰는 가르강튀아(Gargantua)와 팡타그뤼엘(Pantagrue)’이다. 가르강튀아는 프랑수아 라블레(François Rabelais)의 소설에 나오는 거인국의 왕이다. 팡타그뤼엘은 가르강튀아의 아들이다이 거인 아버지와 아들은 고대 학자들의 책을 섭렵했고, 엄청나게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똑똑한 대식가글의 재료와 단어를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에르노는 그것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면서 글을 쓴다. 에르노의 거대한 머릿속으로 들어간 수많은 단어는 종이에 배출되어 에르노의 글이 된다.


에르노가 1974년에 발표한 첫 작품 빈 옷장 자전적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드니즈 르쉬르(Denise Lesur)다. 그녀는 작가의 분신이다. 그래서 에르노의 글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대표작보다 첫 소설 빈 옷장을 먼저 읽는 것이 좋다이야기 곳곳에 항상 로 시작되는 작가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화자의 목소리를 쭉 따라가다 보면 글 쓰는 작가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



 나를 매료시키는 그 단어들을 붙잡아 내게 두고, 내 글 속에 넣고 싶다. 나는 그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빈 옷장중에서, 90)



에르노는 자신의 부모, 사랑한 남자들, 부모가 운영한 식료품 가게의 음식들, 더 나아가 자신을 매료시킨 모든 것을 집어삼키면서 글을 썼다. 에르노의 작품을 여러 권 읽었고, 이번 달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에르노 읽기 모임 당신의 에르노가 이루어지는 데 기여를 한 JH님은 아르노를 담쟁이덩굴과 같은 여자라고 했다.



















* 아니 에르노, 최정수 옮김 단순한 열정(문학동네, 2012)




에르노의 대표작 단순한 열정작가의 불륜 경험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여자는 러시아 외교관인 연하의 유부남을 사랑한다. HJ님은 단순한 열정을 읽으면서 울었다고 했다HJ님은 작가의 불륜을 옹호할 수 없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온통 한 남자만 끊임없이 생각할 정도로 사랑하는 작가의 감정 상태에 몰입했다고 말했다솔직하면서도 아주 세밀하게 글로 표현된 작가의 힘겨운 사랑이 슬펐다고 했다.


















* 아니 에르노, 이재룡 옮김 부끄러움(비채, 2019)




HJ님은 부끄러움이라는 작품을 소개하면서 에르노를 용기 있는 작가라고 높이 평가했다HJ님은 에르노가 인류학자와 같다고 했다. 에르노는 마치 인류학자처럼 자신을 관찰한다. 본인 안에 있는 가장 깊은 밑바닥 감정까지 들여다보고, 들춰내면서 글을 쓴다.


















* 피에르 부르디외, 최종철 옮김 구별 짓기: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새물결, 2005, 2)




에르노는 자신의 글이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영향을 받으면서 썼다고 했다. 그녀는 먹고, 마시고, 사람과 친분을 맺고, 사랑하고, 섹스하는, 이 모든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이 사회 현실과 맞닿아 있음을 글로 보여주려고 했다.


빈 옷장의 르쉬르는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놀이터나 다름없는 식료품 가게에서 자유를 만끽하지 못한다. 학교는 모든 학생을 통제하는 기관이다. 르쉬르의 눈앞에 식료품 가게에서 자주 먹던 음식이 아른거린다. 하지만 수업 도중에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오줌이 나오기 직전인데 화장실에 가려면 선생님에게 교실 밖으로 나가도 되는지 물어봐야 한다. 르쉬르에게 학교는 재미없는 감옥이다. 반면에 교사와 또래 친구들은 방종하게 행동하는 르쉬르가 저급하다고 느낀다. 르쉬르는 학교 안에 만난 낯선 타자들을 만날 때마다 스스로 구별 짓는. 구별 짓기는 자신을 스스로 낮추는 동시에 타자와 타 집단으로부터 배제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다. 나와 타자를 구별 짓는 체험과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차별과 불평등이 생긴다.


















* 아니 에르노, 김선희 옮김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열림원, 2021)




이번 모임에 처음 참석한 구름님은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를 읽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화자(작가)의 어머니. 화자는 치매에 걸려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는 어머니를 돌본다. 화자는 점점 늙고 병들어가는 어머니를 죽는 순간까지 지켜보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진솔하게 기록한다. 구름님은 이 책에서 만난 아르노가 성실하게 글 쓰는 작가로 느껴졌다고 했다.



















* 아니 에르노, 조용희 옮김 탐닉(문학동네, 2022)

* [개정판] 아니 에르노, 신유진 옮김 남자의 자리(1984Books, 2024)

* [구판 절판] 아니 에르노, 임호경 옮김 남자의 자리(열린책들, 2012)





에르노의 글은 느슨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글이 절대로 아니다. 조약돌님은 탐닉을 읽었을 때 너무 답답해서 힘들었다고 했다. 탐닉‘S’라는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S단순한 열정에 나오는 남자의 동일 인물이다문수님(첫 모임 참석자)은 작가의 아버지를 묘사한 남자의 자리(문수님이 읽은 책은 2012년에 나온 열린책들 출판사의 책이었다. 1984Books 출판사에서 새로운 번역본이 출간되었다)를 읽었는데, 역시 이야기에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당신의 에르노는 단순히 에르노를 읽는 모임이 아니라 여섯 명이 만나면서 느낀 에르노의 다양한 모습들을 하나로 포개어 놓으면서 알아가는모임이었다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에르노를 만날 의향이 있는가? 그녀의 글을 읽는 일은 무척 힘들다. 읽는 도중 지치거나 답답하면 책을 덮으면 된다. 다만 작가의 글쓰기가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저급하다는 식으로 비난하지 마시라. 글만 가지고 문학인지 아닌지 구별 짓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 [절판] 수전 손택, 홍한별 옮김 문학은 자유다: 수전 손택의 작가적 양심을 담은 유고 평론집(이후, 2007)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에르노를 만날 의향이 있는가? 그녀의 글을 읽는 일은 무척 힘들다. 읽는 도중 지치거나 답답하면 책을 덮으면 된다. 다만 작가의 글쓰기가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저급하다고 비난하지 마시라. 글만 가지고 문학을 구별 짓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양한 언어와 목소리, 감정들을 진실하게 담아야 할 문학을 이것은 옳고 저것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구별 짓고 쪼개진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남는 건 보기 좋게 잘 꾸며진 텅 빈 문장 덩어리다. 비어 있는 문장 덩어리만 가득한 문학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미국의 평론가 수전 손택(Susan Sontag)은 작가가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일이 바로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문학은 자유다, 206).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모습을 독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아니 에르노는 50년 전부터 진실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도 한결같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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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독서 모임은 잘하셨나요?” 몇몇 분이 제게 독서 소모임이 잘 진행되었는지 묻곤 합니다. 저는 짤막하게 대답합니다. , 어수선하게 진행되다가 잘 마무리되었어요.”

 

어수선하다. 표현은 사물이 얽히고 뒤섞인 상태를 뜻해요. 제가 생각하는 어수선한 분위기의 독서 모임은 책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지는 상황을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독서 모임 선정 도서가 어땠는지 얘기를 나누다가 또 다른 책이 언급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저는 여러 권의 책이 언급되는 어수선한 이야기를 즐깁니다. 상대방이 언급하거나 추천한 책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습니다. 제가 한 번도 읽지 않은 책이라든가 제가 모르고 있었던 작가의 책도 제 머릿속에 있는 책장에 꽂아둡니다. 언젠가 읽게 될 책들이죠.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소모임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신 ‘HJ’라는 분이 있어요. ‘HJ’ 님은 독서 편력이 넓은 분입니다. 본인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이나 다른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서 읽은 책을 종종 얘기합니다. HJ님은 첫 번째 소모임이 있던 날에 그 작가’를 말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그 작가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작가가 쓴 책을 한 번도 읽지 않았어요. HJ님은 이번 달 소모임에서도 그 작가의 글이 정말 좋다고 추천했어요. 당연히 제 머릿속 서재에 그 작가의 책들이 있어요. 이제 그 책들을 내 눈앞에 펼쳐야 할 때가 왔다고 느꼈어요. 저는 HJ님이 추천한 그 작가의 책을 다음 달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소모임 선정 도서로 정했어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9월의 작가는 아니 에르노(Annie Ernaux)입니다. 2022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입니다. 국내에 번역된 에르노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에르노의 책들은 거의 분량이 얇아요. HJ님은 에르노의 문장에 제대로 푹 빠지기 시작하면 에르노의 책 두 권을 단숨에 읽게 된다고 했어요. 에르노의 대표작은 단순한 열정(문학동네, 2012)입니다. 사실 다음 달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선정 도서를단순한 열정으로 정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독서 소모임을 진행해 보고 싶었어요.

 

독서 소모임에 참석하는 모든 분이 에르노의 책 한 권을 읽고 오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에르노의 책 한 권을 선택해서 읽는 것입니다. 독서 소모임 참석자는 자신이 읽으려고 하는 에르노의 책 제목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9월 소모임은 상대방이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독서 모임으로 진행됩니다. 각자가 고른 에르노의 책에 집중하면 됩니다. 각양각색의 감상이 모여서 새롭게 만들어진 아니 에르노는 어떤 모습일까요?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에르노의 책을 두 권 이상 읽고 오셔도 돼요. HJ님은 추석 연휴 기간에 에르노의 책 여러 권을 잔뜩 읽을 거라고 하셨어요. 과연 HJ님은 다음 달에 에르노의 책을 몇 권까지 완독할 수 있을까요?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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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4-09-01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블라인드 독서 모임‘ 이라니 게다가 아니 에르노의 책이라니 참석자분들이 부럽습니다.^^ 사이러스님은 머릿속에도 책장이 있었군요. 👍

cyrus 2024-09-01 22:25   좋아요 1 | URL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지 않아요. 제 머릿속 서재에 임시 보관한 다음에 책을 살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는 순간이 오면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아서 구매해요. ^^

stella.K 2024-09-01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모임 잘 안 된다고 징징대더니 그래도 그동안 뭔가했구나. 축하해! 그렇지. 원래 책은 책을 불러오는 법이지. 잘하고 있는거야. 앞으로도 쭈~욱 번창하길 바라. 홧팅이다! 👍

stella.K 2024-09-01 15:38   좋아요 1 | URL
아, 근데 읽어서 세계문학속으로 이름 잘 지었다. HJ닝 누군지 궁금하네. 사실 내 본명 이니셜이 같아시 말이지. ㅋㅋ

cyrus 2024-09-01 22:32   좋아요 2 | URL
감사하게도 첫 번째 모임에 오신 분들 모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주셨어요. 하지만 이분들이 개인 사정이 있거나 취향이 변하면 독서 모임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어요. 기존 회원만으로 독서 모임을 진행하다 보면 언젠가 한계가 생길 거고, 이를 극복하려면 신입 회원이 참석해 줘야 하는데 현재까지 독서 모임에 참석하길 원하는 분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어요. ^^;;

구름모모 2024-09-01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라인드 독서모임이라 솔깃해지네요.^^

cyrus 2024-09-01 22:32   좋아요 1 | URL
이 모임 진행 방식이 괜찮으면 또 한 번 시도해보고 싶어요. ^^
 




안녕하세요, 여러분. 갈매기를 읽고 계시나요? 아니면, 다 읽으셨는지요? 희곡이 소설과 달라서 읽기가 수월하지 않았을 거예요. 사실 저는 갈매기를 처음으로 읽었을 때 적지 않은 등장인물의 성격을 단번에 파악하기 힘들었어요. 여러 번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대사들도 있었어요. 어렵더라도 끝까지 읽어주세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세 번째 선정 도서]

안톤 체호프강명수 옮김 갈매기》 (지만지드라마, 2019)




발제를 공개합니다. 아마도 조금은 낯설 거예요. 여러분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첫 번째 발제]

희곡이나 연극을 좋아하세요? 좋아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요. 갈매기전에 희곡을 읽었거나 연극 공연을 본 적이 있었나요? 인상 깊게 읽었던 희곡 또는 잊을 수 없는 연극이 있었으면 한 편 소개해 주세요.

 


[두 번째 발제]

체호프는 갈매기희극이라고 했어요. 희극에는 웃길 만한 사건이 나옵니다. 어째서 체호프는 불행한 사람들이 나오는 갈매기를 희극으로 여겼을까요? 갈매기를 읽으면서 웃음이 나온 대사나 장면이 있었어요?

 


[세 번째 발제]

트레플료프는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추구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의 예술관이 어떤지를 보여주기 위해 직접 대본을 쓰고, 공연 연출을 맡습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 아르카지나는 아들의 연극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결국 굴욕을 느낀 트레플료프는 공연을 중단시킵니다. 여러분이 보기에 갈매기의 극중극은 어땠어요? 여러분이 트레플료프라면 대본을 어떻게 쓰고 싶으세요?


 

[네 번째 발제]

배우로서 성공하고 싶은 열망이 강한 니나는 트리고린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결심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부부 생활은 너무 빨리 마침표를 찍게 되고, 니나는 트리고린에게 버림받습니다. 삶이 만신창이가 된 채 쓸쓸하게 소린 저택으로 돌아와서 트레플료프를 만납니다. 니나는 다시 그와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떠납니다. 여기서 니나는 유명한 대사를 남깁니다. 저는 갈매기예요... 아니, 그게 아니에요.” 니나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다섯 번째 발제]

갈매기를 읽으면서 인상 깊은 인물의 대사가 있었나요? 그 인물의 감정 속으로 들어간 배우가 돼서 낭독해 봅시다. 무성의한 로봇 연기’, 국어책을 읽는 듯한 낭독은 금합니다







훌륭한 연기를 하신 분에게 연극쟁이인 제가 다음 독서 모임 혹은 <수르채그>에 방문하실 때 크림치즈 크래커와 음료 한 잔 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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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8-19 0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네가 사주는 크림 치즈 크래커를 먹으려면 대구까지 가야하는 거구나. 에고, 언제고 가는 날 있겠지. ㅋㅋㅋ

cyrus 2024-08-20 23:28   좋아요 2 | URL
제가 서울에 가게 되면 꼭 만나요. 기다려보세요. 🤭

stella.K 2024-08-21 09:57   좋아요 1 | URL
ㅋㅋㅋ 이모티콘 붙인 게 웃겨! ㅎㅎㅎㅎ

청아 2024-08-27 13:36   좋아요 2 | URL
저도 거기 끼고 싶어요! ^^

cyrus 2024-09-01 08:08   좋아요 1 | URL
모임 추진해 보겠습니다. 좋은 모임 장소는 찾았어요. ^^
 




책방 <수르채그>에 가면 소리가 들립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이 소리는 책에서 나오는 소리입니다. 귀가 아닌 눈으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예요.소리 나는 책이 바로 희곡(戲曲)’입니다. <수르채그>는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희곡도 있는 책방입니다.

 

세계문학 전문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세 번째 선정 도서는 희곡입니다. 세 번째 선정 도서를 쓴 이 작가는 소설, 특히 단편소설을 많이 썼어요. 대부분 독자는 이 작가단편소설의 대가라고 칭송합니다. ‘이 작가는 희곡도 썼는데, 본인 스스로 극작가라고 생각했어요.


올해는 이 작가를 기리는 해입니다. 715일은 이 작가의 손에 쥔 펜이 관 속에 영원히 잠든 날입니다. 그날은 이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120주년이 되는 날이었죠. 715일에 이 작가의 단편소설 선집을 펴낸 출판사들이 작가를 기렸습니다. 당연히 자신들이 펴낸 책도 겸사겸사 홍보했죠. 그런데 이 작가가 쓴 희곡을 소개한 출판사는 많지 않았어요.


이 작가의 단편소설은 분량이 짧고, 쉽게 읽히는 글입니다. 그래서 이 작가의 단편소설 선집은 독서 모임 도서로 많이 선정되는 편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작가의 단편소설 선집 중 두 권은 제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독서 모임 선정 도서였어요. 그래서 저는 이 작가가 친숙해요. 작가의 이름을 들으면 저는 맥주(Hof)’가 생각나요.

















각설하고, 책을 좋아하는 여러분에게 이 작가의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장막극 갈매기입니다갈매기는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 한 편입니다. 장막극이란 2막 이상으로 이루어진, 말 그대로 긴 희곡을 뜻해요. 4막으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눈으로 읽는희곡, 즉 대본의 분량은 얇아요. 하지만 눈으로 보는연극 갈매기는 생각보다 길어요. 공연 시간이 두 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아무튼 연극갈매기는 정말‥… 재미있어요, 따봉! 최고예요!







1갈매기눈으로, 입으로 읽기 : 823일 금요일 저녁 8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8월 모임은 특별히 ‘1‘2으로 나누어서 진행됩니다. 1막에 갈매기를 눈으로 읽고, 입으로도 읽어 봅니다. 희곡을 읽고 느낀 점을 감상하고, 인상 깊은 극 중 대사를 골라서 연극 배우가 된 것처럼 읽어 봅시다. 부끄럽다고요? 희곡 속 인물의 감정에 이입되어 대사를 직접 낭독하면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2갈매기눈으로 보기: 831일 토요일 낮 1


비록 영상이지만, 소극장에서 연극을 보는 느낌이 나도록 2막이 진행되는 시간에 <수르채그> 전체를 대관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2막에 오시는 분들은 대관비 10,000을 내야 합니다. 대관비는 책 구매비와 음료 구매비와 별개입니다두 시간 조금 넘은 공연을 보고 난 후에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연극 감상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2막 진행 시간은 넉넉히 잡아서 3시간입니다. 1막에 참석하지 않은 분들도 2막에 참석할 수 있습니다.










2막은 연극 갈매기<수르채그>에서 함께 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갈매기는 장막극이라 공연 시간이 길어요. 그래서 2막은 토요일에 진행됩니다. 유튜브에 갈매기공연 실황 영상이 있어요. <수르채그>비장의 무기(?)’ 빔 프로젝터로 연극 갈매기를 함께 봐요. 연극 준비 볼 완료됐어요.

 

사모바르로 끊인 홍차 같은 소설가체호프의 맛에 익숙한 애서가라면 8월 모임을 놓치지 마세요. 오래 숙성된 1860년산 보드카 맛이 나는 극작가체호프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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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7-24 15: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유, 추워~~~
고맙다. 더워 죽는 줄 알았는데...ㅋㅋㅋㅋ

cyrus 2024-07-29 06:37   좋아요 1 | URL
MZ 세대가 알만한 밈(유행어)을 섞어서 써봤는데, 정작 독서 모임에 오질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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