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가까이서 보면 희곡

멀리서 보면 연극


No. 8









6회 실험극 페스티벌 in 골목 실험 극장 작가 시대

(1018~113)


<갈망>

 

창작19(일구다) & 살판협동조합

· 연출 강현욱

공연 장소: 골목 실험 극장

 

20241019일 오후 7시 공연 관람

 





열쇠가 없어서 열 수 없는 술병 진열대탄탈로스(Tantalus)’라고 한다. 탄탈로스는 그림의 떡과 비슷한 뜻의 관용어다. 열쇠를 잃어버린 술병 진열대의 주인도 탄탈로스로 변한다. 그는 진열대에 보관된 술을 꺼내서 마실 수 없다. 탄탈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다. 그는 신들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술을 훔친 죄로 지옥에서 끔찍한 형벌을 받는다. 눈앞에 음식과 물이 있는데도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탄탈로스의 마른 입술이 음식과 물에 닿으려고 하면, 음식과 물은 저 멀리 도망가 버리거나 사라진다. 탄탈로스는 영원히 갈증과 굶주림에 시달린다.








6회 실험극 페스티벌 첫 번째 참가작 <갈망> 탄탈로스의 기갈(飢渴)’과 같이 만남과 대화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인간관계를 음악, , 오브제(무대 소품)로 표현한 작품이다극은 드럼(연주 김재영)과 베이스(연주 강현욱, <갈망> 창작자 겸 연출가)에서 흘러나오는 사이키델릭(Psychedelic)풍 음악이 흐르면서 시작된다. 음악에 맞춰 무용수(하서정)가 춤을 춘다여자(양지선 분)는 우연히 만난 남자(도윤호 분)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녀는 남자와 매일 만나면서 대화를 나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어질수록 여자의 방에 남자와 관련된 물건이 하나둘씩 놓인다여자의 방은 한 남자를 위한 갤러리가 된다(이 작품의 다른 제목이 <누구의 갤러리_갈망>이다).


극은 남자와 여자가 남남에서 연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단순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남자는 무대 위에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두 개의 텔레비전 화면에만 나온다. 여자는 텔레비전에 갇힌 남자와 대화한다. 이때 텔레비전 한 대에 남자가 말하는 영상이 나오고, 다른 텔레비전 화면은 ‘의문의 영상을 보여준다얼굴이 아닌 여성의 상체를 클로즈업한 영상남자의 말 속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성적 욕망을 암시한다. 하얀 가면을 쓴 수수께끼 인물의 얼굴도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데,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 거짓으로 꾸민 자아로 해석할 수 있다두 사람은 인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불길한 대화를 이어나간다. <갈망>에 묘사된 대화는 두 사람의 관계가 애초부터 어긋난 채로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여자의 방에 놓인 남자의 물품 중 하나인 피노키오 인형진실하지 않은 감정 또는 중독에 가까운 성적 욕망을 상징한다.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할수록 그의 코는 커진다. 대화를 많이 해도, 남자가 여자의 방에 자주 들어와 몸으로 섹슈얼한 대화를 해도,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잘 모른다. 상대방을 알고 싶어서 자주 만나고 대화를 시도해 보지만, 그들은 만족하지 못한다반복된 만남에도 두 사람의 관계는 텅텅 비어 있고, 친밀감은 서늘하다.


극 중간에 관객들에게 간식과 음료를 주는 퍼포먼스가 있다. 관객들에게 제공한 음료 중에 도 있다(이 공연은 만 19세 이상 관객만 볼 수 있다). 아주 짧으면서도 달콤한 인터미션(intermission, 쉬는 시간)일 수 있겠지만, 간식과 음료에 입을 댄 관객들도 무대 밖에 있는 배우가 된다. 몇몇 관객이 간식을 먹은 후에 배가 고프군,’ ‘간식 하나 더 먹고 싶은데라고 느꼈을 수 있다. 그런 감정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생리적인 갈망이다. 갈망의 형태는 다양하. 어떤 사람은 물질에 대한 강렬한 갈망을 가지며 어떤 이는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성공했는데도 계속 성공하고 싶은 갈망을 느낀다. 인간관계가 지속되기를 갈망하는 이들도 있다하지만 갈망이 너무 커지면 원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진다<갈망>은 관객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알려준다인간은 지옥에 가지 않고도 탄탈로스가 될 수 있다자꾸만 갈망을 부추기는 이 세상이야말로 지옥이다.







<Trivia>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연출가가 긴 글이 적힌 종이를 나눠주었다. 글 위에 아래의 시를 읽어주세요라는 지시문이 있다. 시는 사라 케인(Sarah Kane)<갈망>(crave)이다. 여기서 케인의 글이 시로 소개되어 있지만, 사라 케인은 시인이 아니다. 영국의 극작가 겸 연출가다. 그녀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해럴드 핀터(Harold Pinter)의 극찬을 받은 동시에, 파격적인 표현과 연출을 선보여서 논란을 일으킨 극작가다. 케인은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총 다섯 편의 희곡과 영화 한 편을 남긴 채 1999년에 자살했다. 이때 그녀의 나이는 28세였다. <갈망>1998년에 초연된 케인의 단막극이다. 종이에 적힌 케인의 글은 <갈망>에 나오는 ‘A’라는 인물의 독백 대사다. 사라 케인 원작의 <갈망>2012년 우리나라에 초연된 적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런, 세 번 연속으로 글머리에 철학자 레비나스(Emmanuel Levinas)가 나올 줄 이야. 요번 글은 레비나스를 위한 글이 아니다. 연극 공연 일정을 소개한 글이다. 그래도 레비나스가 한 말을 언급하면서 이 글을 시작해야겠다.

















에마뉘엘 레비나스김도형 · 문성원 · 손영창 함께 옮김

전체성과 무한외재성에 대한 에세이》 (그린비, 2018)



 작품은 언제나 어떤 의미에서는 실패한 행위다


(레비나스, 전체성과 무한중에서, 342)



레비나스가 말한 작품은 만든 물품이다. 일하면서 나오는 결과물, 즉 제작물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예술 작품과 다르다그렇지만 예술가가 작품을 만드는 것 또한 노동이다. 그림 그리기, 조각품 만들기, 작곡하기. 극장 안에도 예술가가 있다. 그들 모두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연 무대를 설치하는 무대 감독과 조명 기사. 만들어진 무대 위에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하면서 연기 연습하는 배우들. 배우들이 자신의 배역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지휘하는 연출가.


연극은 실패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다. 연출가와 배우는 무대에 올릴 희곡을 철저히 읽고 분석하면서 희곡에서 드러난 메시지를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하지만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채 공연이 끝나는 경우가 있다. 관객들은 공연이 난해하다고 느끼면 당혹스러워한다. 연출가, 배우, 극작가는 극장에서 실패를 맞닥뜨리는 예술가들이다.


















안톤 체호프강명수 옮김 갈매기》 (지만지드라마, 2019)



 

유명한 연극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는 단막극을 발표하면서 극작가로 성공했다. 그는 야심 차게 장막극 갈매기를 선보였지만, 첫 공연 때 참담한 결과를 눈앞에서 지켜봤다. 이 작품 발표 이후로 체호프는 한동안 장막극을 집필하지 않았고, 갈매기두 번째 공연을 만든 연출가의 제안을 처음에 거부하기도 했다. 그래도 체호프는 실패를 예감하면서도 꿋꿋하게 갈매기를 썼다그는 실패를 두려워했지만, 실험은 두려워하지 않았다기존 장막극과 다르게 등장인물의 수를 늘렸으며 관객들의 상상력이 펼칠 수 있는 다소 독특한 결말로 극의 마무리를 지었다.








10월은 대구 연극인들이 작품을 선보이는 달이다. 한 달 동안 대구 대명 공연 거리의 분위기는 뜨겁다. 10월 초에 이미 씨어터 페스티벌 실패주의가 개최되었다. 이번 공연 페스티벌의 표제어는 실험을 뜻하는 엑스페리먼트(experiment).


첫 번째 공연작은 부산에 활동하는 극단 극예술실험집단 초 <20000원 내고 우리 작품 보러 올 바에 차라리 그 돈으로 치킨을 한 마리 사 먹겠다>.








 









* 장태준 《6월 26일》 (지만지드라마, 2019)


* 레오노르 콩피노, 임혜경 옮김 《벨기에 물고기》 (지만지드라마, 2019)




두 번째 공연작은 대구 극단 열혈단<626>이다.

 

세 번째 공연작은 대구 극단 연극저항집단 백치들 <벨기에 물고기>.









10월 중순에 또 다른 공연 페스티벌 6회 실험극 페스티벌 in 골목실험극장이 개최된다. 페스티벌 표제어는 작가 시대.


10월 중순에 또 다른 공연 페스티벌 6회 실험극 페스티벌 in 골목실험극장이 개최된다. 표제어는 작가 시대.

 

 

첫 번째 공연작은 창작 19살판협동조합이 함께 만든 <갈망>이다.

 

두 번째 공연작은 투드림<백열등: 주광성 벌레들>이다.

















* 안톤 체호프, 박현섭 옮김 《상자 속의 사나이》 (문학동네, 2024)


* [절판] 안톤 체호프, 안지영 옮김 《사랑에 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과 대표 단편들》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세 번째 공연작은 창작집단 진창극단 골목이 함께 만든 <롯실드의 바이올린>이다. 원작은 체호프의 단편소설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4-10-19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든 첫번에 성공하는 건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지. 설혹 성공한다고 해도 다음번엔 어쩔거야? 근데 우리의 체홉 아저씨 너무 자신을 과신하셨나 보다. ㅋ
실험극 페스티벌도 하는구나. 난 이해가 안되면 막 화가 나거나 실망하게 되더라. 갖다오면 후기 오려 봐. ㅋ

cyrus 2024-10-20 12:13   좋아요 1 | URL
어젯밤에 <실험극 페스티벌> 첫 번째 참가작 공연을 봤고요, 오늘 오후 3시에 <실패주의 페스티벌> 마지막 참가작 공연을 봐요.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어서 어제 공연 감상문 썼어요. ^^

서니데이 2024-10-19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서점도 다녀오시고, 독서모임도 하시고, 공연관람도 하시려면 주말 시간이 많이 바쁘시겠는데요. 그래도 문화생활은 좋은 점이 많을 것 같아 부럽기도 합니다.
여기는 비가 오면서 기온이 내려가는데, 대구는 조금 덜 차가웠으면 좋겠네요.
cyrus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cyrus 2024-10-20 12:16   좋아요 1 | URL
주말 일정이 많아질수록 쓰는 돈도 많아져요. 교통비, 책 구입비, 공연비 등등.. ㅎㅎㅎ 어제 밤바람이 너무 차가웠어요. 긴 겉옷은 입고 있었는데, 속에 반팔티를 입고 있어서 추웠어요.. ^^;;
 




가까이서 보면 희곡

멀리서 보면 연극


No. 7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


철학극장

원작 요코야마 다쿠야

연출 / 무대 디자인 고해종


2024년 6월 8일 토요일 오후 3시 공연 관람





친구는 가까이하고, 적은 더욱 가까이하라(Keep your friends close, but your enemies closer).’ 영화 <대부 2>에 나온 대사다


친구와 가까이 지내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갈등이 생긴다. 쩍 벌어진 관계의 틈에서 미운 감정이 새어 나온다. 친구와 오랜 우정을 유지하는 일은 어렵다. 크게 싸운 후에 부서질 뻔한 가냘픈 우정이 더 단단히 굳어져서 더 친해지는 친구가 있다. 하지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친구는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은 적이 된다. 내 몸과 마음에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친구는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은 적이다. 과거에 친했던 친구의 얼굴이 불현듯이 떠올리면 그의 이마에 이라는 글자를 크게 새긴다. 분이 풀릴 때까지 증오심이 가득 묻힌 화살을 적의 얼굴에 계속 쏜다.










미로 같은 서울 을지로 4의 골목길에 소극장 을지 공간이 숨어 있다. 예전에 낭독극으로 선보였던 요코야마 다쿠야(横山拓也)의 희곡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이 을지 공간에서 정식으로 초연되었다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엮음 현대일본희곡집 10》 (연극과인간, 2022)

<만나러 갈게비는 오지만수록 (이혜정 번역)




일본 희곡을 무대 위에 올린 철학 극장(philotheatre)’연극으로 철학 하기를 지향하는 극단이다. 극단 대표 겸 연출자 고해종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자크 라캉(Jacques Lacan), 알랭 바디우(Alain Badiou)의 철학을 접목한 연극을 만들고 있다.







무대는 단순하다. 다다미가 깔린 좁은 직사각형 형태의 개방형 무대. 무대 위에 나무로 만든 작은 창살문 두 개가 있다. 극 중 인물들은 창살문 사이에 두고 대화한다. 대화하는 도중에 직접 문을 옮기기도 한다. 객석은 무대 양쪽에 있다. 객석과 무대가 상당히 가깝다. 배우들의 표정 연기뿐만 아니라 건너편 객석에 있는 관객들의 표정까지도 볼 수 있다







연극은 관객들에게 과거(1991년 여름)와 현재(2018년 겨울, 2019년)가 겹쳐진 불편한 상황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에 그림 실력이 뛰어난 오사와 준(大沢 潤, 권주영 분)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왼쪽 눈을 크게 다친다. 그는 평생 오른쪽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아간다준의 왼쪽 눈을 다치게 만든 사고에 휘말린 가나모리 기미코(金森 君子, 박수진 분). 그녀는 <명탐정 메에>라는 그림책을 발표하여 신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기미코의 얼굴에 반쪽이 된 기쁨의 표정이 서려 있다. 어린 시절에 일어난 사고가 기미코의 기쁜 표정을 완전히 펼치지 못하게 꽉 잡고 있다. 기미코는 죄책감에 지배당한 채로 성장한다. 그녀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친하게 지냈던 준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든 가해자라고 생각한다.


불의의 사고는 준과 기미코의 우정뿐만 아니라 두 가족의 평범한 일상마저 무너뜨린다. 기미코의 아빠 유타로(悠太朗, 박승현 분)는 자신이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일찍 세상을 떠난 기미코의 엄마를 대신해 조카를 친딸처럼 돌본 마이코(舞子, 심은우 분)는 준의 부모(준의 아빠: 황규찬 분, 준의 엄마: 고은민 분)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준의 부모가 사이타마로 이사하게 되면서 준과 기미코는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


준의 사연을 들은 가자미 마사시(風見 匡司, 최준하 분)기미코의 그림책에 어린 시절 준이 그렸던 양 그림과 비슷한 삽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가자미는 준의 왼쪽 눈을 다치게 한 것도 모자라 준의 그림을 도용한 기미코를 용납하지 못한다. 가자미는 준과 기미코의 만남을 주선한다. 그는 준에게 기미코를 만나면 사과와 보상을 제대로 받으라고 재촉한다


연극에 몰입한 관객은 준의 명예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자미를 옹호할 것이다. 가자미의 감정에 이입하면 기미코는 준의 친구가 아니다. 준의 왼쪽 눈에 회복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었고, 준의 그림 실력을 훔친 적이다.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강제로 이별하게 된 준과 기미코는 27년 만에 다시 만난다하지만 여기서도 관객들은 또 한 번 불편한 상황을 눈앞에서 본다







기미코는 자기 때문에 준이 평생 힘들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준의 한쪽 눈을 잃게 만든 본인을 스스로 용서하지 못한다. 그런데 준은 평범하게 살아왔고 말한다그는 진심으로 사과하는 기미코를 이해하지 못한다오히려 기미코에게 사과하지 말라고 한다기미코를 너그럽게 대하는 준의 태도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그렇지만 준의 얼굴에 철학이라는 조명을 비추면 그가 기미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준의 얼굴은 철학자의 얼굴과 비슷하다.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와 자크 데리다. 이 두 철학자의 얼굴이 포개져 있다두 철학자의 관심사는 용서환대.

















[레비나스 철학 읽기 모임 첫 번째 선정 도서(6~8월)]

* 레비나스, 강영안 · 강지하 함께 옮김 《시간과 타자》 (문예출판사, 2024)




레비나스는 라는 주체가 타자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탐구했다. 레비나스 이전의 철학자들은 이성으로 무장한 주체를 중시했다. 여기서 레비나스는 주체 및 자아 중심 철학을 비판한다. 왜냐하면 주체를 이성적 존재로 상정하게 되면 타자는 주체에 동화되거나 흡수되는 존재로 격하된다. 레비나스는 주체의 권력화 또는 특권화가 전체주의로 자라나는 문제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면서 경고한다. 레비나스의 타자 중심 철학은 얼굴과 얼굴을 마주한관계를 강조한다레비나스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도 이웃이다. 타인이 사회적 약자라면 그들의 고통을 보듬어주면서 보호해야 한다레비나스가 바라보는 타인의 얼굴은 개별성과 존엄성이 내포되어 있다.



















* 자크 데리다 · 안 뒤푸르망텔, 이보경 옮김 《환대에 대하여》 (필로소픽, 2023)


* 자크 데리다, 배지선 옮김 《용서하다》 (이숲, 2019)


* 강남순 《데리다와의 데이트: 나는 애도한다, 고로 존재한다》 (행성B, 2022)




레비나스가 타자를 환대하는 방식이 무조건적 환대라고 한다면, 데리다는 환대의 긍정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환대의 개념이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데리다는 환대의 복잡성과 양면성을 좀 더 드러내기 위해 호스티피탈리티(hospitalité)’라는 신조어를 제시한다환대와 적대를 뜻하는 두 단어를 합친 것으로, 적환대 번역되기도 한다. 데리다는 이 신조어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환대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낯선 손님을 만나면 당신은 누구세요?’라고 묻는다. 데리다 철학에서는 이 질문을 문지방 질문(threshold question)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호기심 어린 눈빛과 친절한 미소로 손님에게 드러내면서 누구세요?’라고 말하면서 먼저 말을 걸어온다. 이것은 환대의 질문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낯선 손님을 향해 경계의 눈빛을 쏘면서 누구세요?’라고 말한다. 상대방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한 상황에 나오는 적대의 질문이다 


문지방은 환대와 적대가 동시에 있는 경계다. 하나의 용어 또는 명제에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들어 있는 것을 아포리아(aporia)’라고 한다. 데리다의 환대는 아포리아다.


극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 장치인 창살문은 상대방을 환대하거나 적대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데리다의 문지방 즉 호스티피탈리티 문지방이다.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이 재공연된다면 극 중 인물들이 서로 대화할 때 창살문을 어떻게 옮기고, 또 어디에 배치하는지 살펴보는 일이 연극 감상 포인트다. 







어른이 된 준은 오랜만에 만난 기미코를 자신의 인생을 파괴한 적이 아니라 어렸을 때 친하게 지낸 이웃 친구로 대한다. 준은 자꾸만 자신을 향해 거듭 사과하는 기미코에게 사과하는 거 금지라고 말한다. 기미코는 준과 헤어지기 직전에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551쪽). 자신을 용서한 준의 도움으로 과거의 아픈 기억을 말끔히 씻어낸 기미코는 환대의 질문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준과 기미코는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확답하지 않지만, 두 사람은 미소를 머금은 채 서로를 바라본다. 웃음은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 보면서 상처 입은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은 텍스트로 여러 번 읽어도, 공연을 봐도 모호한 느낌이 독자와 관객을 맴돈다. 모호한 연극의 단점이 난해함이라면, 장점은 관객이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는 것이다.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 아포리아적 희곡이다. 철학 연극은 관객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려주지 않는다. 관객은 스스로 철학자가 되어 질문해야 한다. 진정한 용서란 무엇인가, 나를 아프게 한 타인을 용서하면서 환대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덧붙이는 토막글








* 권주영 배우와 박세인 배우는 서울 연희동에 있는 희곡 전문 서점 <인스크립트> 운영하고 있다. 박세인 배우가 맡은 역은 기미코의 친한 후배 이시모토 도모(石本 智).

 

* 세 장의 사진에 등장한 남성은 오사와 준을 연기한 권주영이다권주영 배우는 작년 10월에 공연된 청소년극 <Tank; 0-24>에 출연했는데, 권융이라는 예명을 사용했다공연을 다 보고 난 후에 나는 권주영 배우에게 본인의 얼굴이 나오는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쓸 때 배우 얼굴이 나온 사진을 쓰겠다고 허락을 구했다. 권주영 배우는 흔쾌히 사진을 보내주면서 얼마든지 써도 된다고 했다. 3개월이 지나서야 약속을 지켰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4-09-16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대가 어떨지 궁금하네. 네 다리냐? 전체 무대나 보여줄 일이지. 다리는 무슨...췟!
너도 내 나이 먹어봐라. 느는 게 불평이다. 그래서 꼰대 소리 듣겠지만.ㅎㅎㅎ
약간 난해할 것 같기도 해. 그래도 일본 연극이라니 궁금하기도 하고.
철학극장이 있다니. 일단 신선하긴 하다. 요즘엔 배우가 서점도 운영하눈구나.
웬지 있어 보인다.

cyrus 2024-09-17 15:41   좋아요 2 | URL
제 다리입니다... ㅎㅎㅎ 그런데 정말로 무대가 좁았어요. 무대 전체를 담은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이미 관객들이 객석에 앉은 바람에 찍지 못했어요. ^^;;
 




가까이서 보면 희곡

멀리서 보면 연극


No. 6








<남일동 부인들>

극단 한울림

연출 정철원

작가 이지영(서채봉 역 외)


2024914일 오후 4시 공연 관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당신은 이 속담이 맞다고 동의하는가?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일을 했는데도 이름이 사라져 버린 위인이 많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들은 무관심에 씻겨서 지워진 위인의 이름을 찾는 일에 매진한다. 하지만 위인의 이름을 알 수 있는 사료(史料)가 남아 있지 못하면 영영 찾을 수 없다.

 

대구 중구에 국채보상운동 기념 공원이 있다.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에 시작된 항일 독립운동이다. 당시 대한제국은 1905년 을사늑약 이후로 국권이 완전히 빼앗긴 상태였다. 일본은 대한제국의 경제권을 장악하기 위해 힘없는 나라에 1300만 원의 빚을 갚으라고 강요하였다. 서상돈(1850~1913)김광제(1866~1920)는 나랏빚을 갚기 위해 국채보상운동을 이끌었다. 서상돈은 2천만 명의 동포가 술과 담배를 끊는다면 한 사람당 20전을 모을 수 있으며 3개월 만에 국채를 갚을 수 있다고 건의했다.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국채보상운동에 나섰다. 대구에서 자란 일곱 명의 여성은 남일동 패물 폐지 부인회라는 독립운동 단체를 만들었으며 비녀와 가락지를 내놓아 자금을 마련했다. 남일동 패물 폐지 부인회에 소속된 일곱 명의 여성은 기혼 여성으로만 알려졌을 뿐, 오랫동안 이름이 잊혔다











국채보상운동 기념 공원에 국채보상운동 여성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기념비에 남일동 패물 폐지 부인회가 직접 작성한 선언문과 일곱 명의 여성 회원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여성들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서 남편 이름 처(, 아내) 정씨, 서씨, 김씨, 정씨, 최씨, 이씨, 배씨로 되어 있다.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지 108년이 된 2015년에 남일동 패물 폐지 부인회의 명단이 확인되었다.

 

정경주, 서채봉, 김달준, 정말경, 최실경, 이덕수. 하지만 한 명의 여성 이름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김수원 아내 배씨.

 









남일동 패물 폐지 부인회의 업적을 조명한 <남일동 부인들>김수원 아내 배 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극이다. 무대 위에 되살아난 배씨는 배영순이라는 가명으로 등장한다. 연극의 시대적 배경은 을사늑약 이후이다. 황성신문 주필 장지연(1864~1921)은 을사늑약을 규탄하는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썼다. 대구 군수 겸 경상북도 관찰사 서리로 부임한 친일파 박중양(1872~1959)일본 상인들이 대구에 활동할 수 있게 대구 읍성을 헐어버렸다. 연극은 우리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역사적 사실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남일동 부인들이 자주 만나면서 대화를 주고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는 계산성당 근처 빨래터다. 대구의 유일한 빨래터다. 무대 위에 돌 형상의 소품들이 놓여 있는데, 빨래터를 재현한 것이다.

 

역사는 이름 없는 위인에게 주목하지 않는다. 굵직굵직한 사건이나 남성에 초점을 맞춘 역사는 여성들의 일과 목소리를 배제한. 이제는 남성 중심의 역사에 가려진 여성 위인들이 많이 발굴되면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역사 속 여성은 주변인이다. <남일동 부인들>은 극 중간에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사늑약, 서상돈, 장지연, 대구 읍성 철거 사건)을 언급하면서도 온전히 기록되지 못한 일제 강점기 여성들의 일상사(日常史)를 인물 간 대화와 노래로 표현한다. 배영순(김정현 분)은 삯바느질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자금을 모은다. 남일동 부인들을 포함한 아낙네들은 빨래터에 모여서 가벼운 대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어떻게 하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한다. 그리고 기생도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한다. 연극은 산업과 농업에 종사하는 남성 중심 역사 그리고 신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압축된 고학력 지식인 중심의 여성사가 주목하지 못한 하층 계급 여성들의 삶과 노동을 빛나게 해준다. <남일동 부인들>경성(서울) 출신 모던 걸로 알려진 신여성만이 역사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잘 만든 연극에 아이러니한 그림자가 무대 위에 잠깐 지나갔다. 이 그림자의 정체는 장지연이다. 극 중 장지연(백광현 분, 극단 솥귀, <남일동 부인들조연출)은 통곡하듯이 시일야방성대곡을 읊는다. 시일야방성대곡에 이날에 목 놓아 크게 우노라라는 뜻이 담겨 있다. 아주 잠깐이지만, 백광현 배우는 시일야방성대곡의 의미를 살려서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표현했다. 그러나 장지연은 1914년부터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주필로 활동하면서 친일 논설을 여러 편 쓰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박중양(천정락 분, 극단 진창)과 함께 친일 인명사전에 남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보드카를 드릴까요, 아니면 포도주를 드릴까요?”

수잔나가 웃으며 물었다.

 

(안톤 체호프, <진창> 중에서, 사랑에 관하여37)




만약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술과 책을 파는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이라면 처음 온 손님을 향해 방긋 웃으면서 이렇게 말을 걸었을 것이다.

 


보드카(vodka)를 드릴까요, 아니면 보드빌(vaudeville)을 드릴까요?”



보드카는 러시아와 폴란드에서 만들어지는 술이다. 보드빌은 술 이름이 아니다. 보드빌은 코믹한 연극 장르를 뜻한다. 소극(笑劇)과 비슷하다


체호프가 따라주는 보드카는 그의 중기 작품에 해당한다. 이때 작품 분위기는 대체로 어두운 편이다. 체호프의 중기 작품 속 인물들은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부닥친다. 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 안톤 체호프, 하비에르 사빌라 그림, 이현우 옮김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문학동네, 2016)

 

* 안톤 체호프, 오종우 옮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열린책들, 2009)

 

* 안톤 체호프, 안지영 옮김 사랑에 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과 대표 단편들(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체호프의 단편소설과 희곡을 즐겨 읽는 독자는 보드카에 익숙하다체호프가 직접 종이에 증류한 보드카는 스테디셀러다독자들이 즐겨 마시는 체호프의 보드카는 1898년산 중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 안톤 체호프, 이영범 옮김 체호프 유머 단편집(지식을만드는지식, 2013)

 

* 오종우 체호프의 코미디와 진실(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05)




 

체호프의 보드빌은 젊은 시절 체호프가 쓴 코믹한 단편 소설, 그리고 체호프가 코미디 극작가로 인정받기 위해 쓴 극 작품들이다체호프는 죽기 전에 코믹한 희곡을 썼다. 하지만 연출가와 비평가들은 체호프가 쓴 코믹한 희곡을 단순하게 ‘드라마(drama)’로 이해했다. 체호프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불만을 표출했다. 아니, 내가 쓴 작품은 분명 코미디인데 극장 포스터와 신문 광고에서는 왜 자꾸만 ‘드라마라고 부르는가? 아마도 연출가들은 내 작품을 제대로 읽지 않았을 것이다.


















안톤 체호프김규종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 (시공사, 2010)

 

안톤 체호프이주영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 1: 단막극》 (연극과인간, 2002)




이번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참가작인 창작 집단 진창 <청혼 소동>체호프의 보드빌 <청혼>을 각색한 공연작이다원작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세 명이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늙은 지주, 아직 결혼하지 않은 지주의 딸, 그리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은 소심한 지주. 










연극은 원작과 다르다. 연극 속 지주는 고인이고, 허영심이 강한 지주의 아내가 나온다. 소심한 지주는 몸이 허약한 총각이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결혼하고 싶어 한다. 그는 너무 소심해서 지주의 아내에게 딸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을 꺼내지 못한다. 다행히 지주의 아내는 소심한 지주와 딸의 결혼을 허락한다. 그런데 소심한 지주와 지주의 딸은 크게 다투는 관계가 돼버린다. 두 사람은 영지가 자신의 가문이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지 소유권을 둘러싼 두 사람의 분쟁에 지주의 아내까지 합세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이 지주의 아내는 딸의 편을 든다. 하지만 딸은 소심한 지주가 자신에게 청혼하러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다. 그녀는 지주에게 화해하고,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소심한 지주와 딸은 아무것도 아닌 문제 때문에 또 한 번 싸운다. 이번에는 각자가 소유한 개가 얼마나 좋은 품종인지 서로 비교하면서 따진다. 두 남녀의 설전은 집안싸움으로 크게 번진다.


모녀와 소심한 지주를 연기한 배우들의 대사와 몸짓은 과장되어 있고 우스꽝스럽다. 그들은 대화 도중에 은어(隱語)와 비속어를 내뱉는다. 지주의 딸은 자신의 감정을 춤으로 표현한다. 체호프의 코미디가 생소한 관객은 웃음을 유발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관객이 있다면 체호프의 보드카맛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했듯이 <청혼 소동>보드빌이다. 체호프의 보드빌은 오로지 코믹한 상황을 보여준다. 보드빌은 거리에 공연되는 오락적 성격을 띤 소극이다. 민중의 입말은 배우들의 대사가 되고, 배우들은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른. 따라서 보드빌은 민중 친화적인 통속극이다. 실제로 체호프는 이런 보드빌을 쓰려고 했다. <청혼 소동>을 만든 연출자와 배우들은 체호프의 보드빌을 제대로 이해했다.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는 관객들을 웃게 했다.


체호프는 희곡과 소설을 쓸 때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관객과 독자가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려내려고 애썼다. 체호프에게 연극은 우리 삶의 진실을 묘사한 이야기다. 그의 보드빌은 희로애락이 농축되어 있다










<청혼 소동>인생의 희로애락과 (연출가) ‘천정락을 모두 담아낸 연극이다무대 한가운데에 죽은 지주의 얼굴이 나온 사진이 걸려 있다사진 속 얼굴의 정체는 연출가 천정락이다사진은 올해 1월 중순에 공연된 <진창>에 사용된 소품이다연출가 천정락은 <진창>에 열연했다. 천정락도 락()이다웃음을 좋아한다면 체호프가 따라주는 보드빌 한 잔, 맛보길 권한다.







Trivia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검은 옷을 입은 수도승 두 명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혹시 창작 집단 진창이 다음에 선보이게 될 공연작을 예고한 것일까? 












 




* 안톤 체호프, 석영중 옮김 지루한 이야기(창비, 2016)



체호프의 중편 소설 <검은 수사>(검은 옷의 수도사)는 연극으로 자주 각색되는 작품이다. <검은 수사>검은색보드카라고 할 수 있는,숨은 걸작 중 하나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24-06-16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처럼 연극에도 숨은 그림, 단서를 심어 놓나봐요. ^^ 수도사 두 분이 예고편이라니 재미난 해석인데요

cyrus 2024-06-17 07:02   좋아요 1 | URL
연극이 시작되는 부분이 아무리 생각해도 <청혼 소동>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고, 그 장면을 보자마자 검은 수도사가 먼저 생각났어요. 제 견해가 틀릴 수 있어요. 연극 도입부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궁금해요.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