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째 집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보는 책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Age)의 소설이다. 독서를 시작하게 된 발단이 된 책은 앤 브론테(Anne Brontë)아그레스 그레이. 유튜브(Yutube)에 영상 한 편을 다 보고 나면 이와 연관된 추천 영상들이 줄줄이 나온다. 어떤 주제와 관련된 독서를 하는 과정은 유튜브 영상 알고리즘 방식과 유사하다. 앤 브론테의 소설을 읽었으면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ë)와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의 소설을 읽고, 세 자매의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와 조지 엘리엇(George Eliot)의 소설에 관심이 가게 된다. 독서의 재미에 빠져들면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한 작가들의 소설들 이것저것 동시에 읽는다. 어쩌다 보니 레 파누(Le Fanu)의 소설도 읽었다.

    

 

 

 

 

 

 

 

 

 

 

 

 

 

 

 

* [품절] 르 파뉴 카르밀라(초록달, 2015)

* 정진영 엮음 세계 호러 걸작선 2(책세상, 2004)

* 안길환 엮음 영국의 괴담(명문당, 2000)

 

 

 

예전에 레 파누의 대표작 카르밀라리뷰와 그의 단편소설을 소개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레 파누에 대한 글을 썼을 때 우리말로 번역된 레 파누의 단편소설 두 편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 두 편의 단편소설은 유언의 저주(Squire Toby’s Will, 1868)손에 대한 고찰(Narrative of the Ghost of a Hand, 1863)이다. 유언의 저주영국의 괴담(명문당), 손에 대한 고찰세계 호러 걸작선 2(책세상)에 수록되어 있다. 내가 이 두 권의 책을 가지고 있는데, 그 속에 수록된 레 파누의 소설을 확인하지 못했다.

 

유언의 저주는 재산 상속 문제로 앙숙이 된 두 형제에 대한 이야기다. 대지주 토비 매스턴(Toby Marston)은 두 아들 중 유독 차남 찰리 매스턴(Charlie Marston)을 좋아한다. 장남 스클루프 매스턴(Scroope Marston)은 척추 장애인(꼽추)이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사랑받은 일이 없다. 토비는 못생긴 장남을 매스턴 가문의 오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생긴 찰리를 재산 상속자로 정한다. 찬밥 신세가 된 그는 자신을 싫어하고 동생만 편애하는 아버지를 증오한다.

 

토비는 죽기 전에 유서를 썼다. 유서에 자신이 소유한 길린덴 저택(Gylingden Hall)과 전 재산을 장남에게 상속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스클루프는 장자가 가문의 지위와 재산을 독점하는 장자상속제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동생에 대한 스클루프의 증오심은 더욱 커져만 간다. 스클루프는 장남으로서 자신이 저택을 가질 수 있는 권한을 찾기 위해 상속 재판 소송을 신청했으나 패소한다.

 

아버지의 유산을 차지하는 데 성공한 찰리의 눈앞에 꽃길인생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찰리는 낙마 사고로 허리를 크게 다친다. 낙마 사고 이후로 찰리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두려워하고, 성격이 음울해지면서 고독한 생활을 하는 신세가 된다.

 

찰리는 죽은 아버지가 나오는 꿈을 반복적으로 꾼다. 찰리는 아버지의 무덤이 있는 예배당에 가다가 기분 나쁘게 생긴 개를 만난다. 찰리와 동행한 집사는 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지만, 찰리는 그 개를 관리인에게 맡겨 키우기로 한다. 개를 만난 이후에 찰리는 기묘한 꿈을 꾸는데, 이번에는 아버지의 모습을 한 개가 나타난다. 기분 나쁜 꿈을 꾼 찰리는 개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헤롯왕의 방(King Herod’s chamber)이라는 곳에 내보낸다. 찰리는 그 방 내부를 살펴보다가 몇 통의 편지와 양피지 증서를 발견한다. 증서는 토비가 결혼하기 전에 작성된 것이며 글린덴 저택을 장남에게 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증서가 스클루프에게 알려지면 스클루프는 찰리에게 모든 재산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는 이 증서를 당장 파기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죽은 뒤에 형에게 재산이 돌아갈 수 있도록 증서를 보관할 것인지 고민한다. 찰리는 오랜 고민 끝에 증서를 파기하지 않기로 한다.

 

찰리는 자신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짖어대는 개의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꾼 악몽을 떠올린다. 그는 관리인에게 개를 사살하라고 명령한다. 개는 관리인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죽는다. 찰리는 악몽에 계속 시달린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한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찰리에게 얼른 저택을 떠나라. 스클루프가 너를 목매달아 죽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 와중에 아버지는 점점 개의 형상으로 변한다.

    

 

 

 

 

 

 

찰리는 형의 부고를 확인한다. 찰리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가지고 형과 싸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형에게 앙금이 남아 있던 찰리는 죽은 형을 모욕하기 위해 장례식을 대충 치른다. 장례식이 끝난 후에 길린덴 저택에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난다. 집사는 검은색 망토를 입고, 모자에 상장(喪章)을 단 두 명의 신사가 저택에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하지만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한다. 하인과 하녀들은 저택 안에서 발소리와 여러 사람이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를 들었다면서 두려워한다. 찰리는 저택 안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을 애써 무시해보려고 하지만, 한동안 잠잠했던 불안감이 또 한 번 그를 덮친다.

 

유언의 저주에 나오는 두 형제는 모두 불행한 인물이다. 스클루프는 꼽추’, 장애인의 몸으로 태어나 장남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어쩌면 그는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토비의 자식일 수 있다. 찰리는 실질적으로 상속자가 되었지만, 형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스클루프는 장자상속 권리를 내세워 찰리를 압박한다. 찰리를 차남이라서 형의 존재에 큰 부담감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낙마 사고를 겪은 이후로 찰리는 말을 타지 못한다. 말을 타지 못하는 찰리가 병약한 사람으로 변하는 모습은 남성성 상실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애정을 독차지할 수 있게 해준 매력인 장남으로서의 활동적인 면모까지 사라진다. 그 후로 아버지와 형은 찰리의 꿈에 나타나 그를 비난한다. 심지어 꿈속의 아버지는 장남의 재산까지 독차지한 찰리를 꾸짖는다. 찰리의 꿈에 형을 이기려고 하는 차남 콤플렉스가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찰리는 아버지를 상징하는 개를 죽이고, 형에게 재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의 증서를 파기한다. 또 형을 증오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 찰리는 형의 장례식을 성의 없게 치른다.

    

 

 

 

 

 

 

 

 

 

 

 

 

 

 

 

 

 

*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민음사, 2004)

 

    

 

유언의 저주와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제인 에어의 로체스터(Rochester) 형제도 재산 상속 문제로 갈등을 빚는데, 이 갈등의 결정적인 원인 제공자는 아버지다. 차남 에드워드의 아버지는 전 재산을 장남에게 물려주고 싶어 한다. 그렇게 되면 에드워드는 빈털터리가 된다. 친자식이 가난하게 생활하는 것을 원하지 않은 아버지는 에드워드를 부잣집 딸과 결혼시키려고 한다. 아버지와 장남은 메이슨(Mason) 가의 재산에 눈독 들이고, 에드워드를 메이슨 가의 딸과 결혼하도록 추진한다. 그래서 아버지는 대학을 갓 졸업한 에드워드를 자메이카로 보낸다. 에드워드는 그곳에서 만난 버사 앙투아네트 메이슨(Bertha Antoinetta Mason)과 결혼한다.

    

 

 

 

 

 

 

 

 

 

 

 

 

 

 

 

* 백승종 상속의 역사(사우, 2018)

 

    

 

두 편의 소설에 묘사된 형제 갈등은 단순히 재산을 둘러싼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상황으로만 볼 수 없다. 형제 갈등의 원인에는 탐욕이라는 개인의 문제도 있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 간의 불평등과 가족 해체를 야기하는 상속제의 폐단도 형제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유럽 사회의 장자상속제를 이해하려면 상속의 역사(사우)를 참고할 수 있다. 이 책은 동서양의 다양한 상속제에 나타난 여러 가지 폐단을 보여준다. 상속제는 단순히 재산을 물려주기 위한 사회적 제도로 작용하지 않는다. 상속의 역사의 저자는 상속제를 사회 구성원들의 집단적 생존 전략으로 이해한다. 상속제 사회에 부와 권력을 얻는 사람과 반대로 부와 권력을 잃는 사람이 있다. 상속제 때문에 가족 싸움이 피 튀기는 살육전으로 확산하기도 했다.

 

유언의 저주의 찰리와 제인 에어의 에드워드 로체스터는 장자상속제의 폐단을 피하지 못해 불행한 일을 겪는 인물들이다. 그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선택지가 없었다. 그들의 눈앞에 있는 건 파멸이라는 도착지에 이르는 가시밭길뿐이었다.

 

    

 

 

 

Trivia

 

영국의 괴담의 번역문에 한자로 된 낱말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가독성이 떨어진다. 유언의 저주대지주 토비(Squire Toby)향사(鄕士) 토비로 번역한 것이 눈에 띈다. 향사는 시골 선비, 또는 시골에 살면서 농사를 짓는 무인(武人)이다. 대지주는 토지를 소유한 사람이다. 대지주와 향사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squire’를 향사로 번역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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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다 브로턴(Rhoda Broughton)의 단편 공포 소설 19세기 런던에서 실제 있었던 일에 보면 비핀 여사(Miss Biffin)라는 인물의 이름이 언급된 문장이 있다. 비핀 여사는 누구인가? 그녀가 누군지 설명한 역자의 주석은 이렇다.

    

 

 

 

 

 

 

 

 

 

 

 

 

 

 

* [e-Book] 로다 브로턴 19세기 런던에서 실제 있었던 일(올푸리, 2020)

 

 

 영국 화가 사라 비핀(1784~1850)은 선천적으로 팔이 없고 왜소증을 앓았지만 노력 끝에 입에 도구를 물고 글쓰기와 바느질을 할 수 있게 됐다. 후에 그림 그리는 법까지 배워 장터나 박람회에서 전시회를 열고 그림 그리기 공연을 하다가 스코틀랜드 귀족의 눈에 띄어 왕립 미술 아카데미 출신 화가에게 정식 미술 수업을 받았다. 이후 미술협회 메달 수여, 왕실의 초상화 의뢰 등 화가로서 명성을 쌓으며 대중적으로도 많은 인기를 누렸다.

    

 

소설 원문에는 ‘Miss Biffin’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비핀 여사의 이름은 ‘Sarah Biffen(사라 비펜)’, ‘Sarah Beffin(사라 베핀)으로 알려졌다. 위키피디아(Wikipedia) 영문판에 그녀의 일대기를 소개한 항목이 등록되어 있으며 ‘Sarah Biffen’으로 검색하면 된다. 이 글에서는 사라 비핀으로 쓰겠다.

 

왜소증을 앓았던 비핀의 키는 94cm였다. 그녀가 활동한 시기에 유럽에서는 프릭 쇼(Freak show)가 유행했다. 프릭 쇼는 장애인과 비유럽인(아프리카인, 아시아인 등)들을 전시하여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던 쇼다. 프릭 쇼는 20세기 초까지도 성행했으며 샴쌍둥이, 신체 일부가 없는 절단 장애인의 몸은 비장애인들을 위한 전시 대상이 되었다. 비핀의 가족은 영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어린 비핀을 프릭 쇼 무대 위에 올렸다. 어느 날 비핀은 에마누엘 듀크(Emmanuel Dukes)라는 공작의 눈에 띈다. 듀크는 비핀에게 그림을 그리는 법을 알려준 인물이다. 비핀은 상아에 그림을 그리거나 미니어처 초상화를 그렸다. 그녀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유료 전시회가 열렸으며 비핀이 그린 그림들은 판매되었다.

 

비핀의 실력과 작품을 눈여겨 본 조지 더글러스(George Douglas) 백작(역주에 언급된 스코틀랜드 귀족’이)은 비핀이 왕립 미술 아카데미 출신 화가에게 그림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후원을 해줬다. 그러나 백작이 1827년에 세상을 떠나면서 비핀에게 경제적 위기가 찾아온다.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은 비핀을 위해 연금을 수여한다. 화가 일을 그만둔 비핀은 라이트(Wright)라는 남자와 결혼하고(결혼 이후에 그녀에게 ‘Mrs E. M. Wright’라는 호칭이 생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 지내다가 66세에 세상을 떠났다.

    

 

 

 

 

 

 

 

 

 

 

 

 

 

 

 

 

 

 

 

 

 

 

 

 

 

 

 

 

* 찰스 디킨스 작은 도릿(한국문화사, 2014)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소설 Nicholas Nickleby(1839), Martin Chuzzlewit(1844), 작은 도릿(Little Dorrit)(1855~1857)에 비핀을 언급한 내용이 있다고 한다.

    

 

 

 

 

 

 

 

 

 

 

 

 

 

    

 

* [절판] 앨리슨 래퍼 앨리슨 래퍼 이야기(황금나침반, 2006)

* 조이한 당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거짓말(한겨레출판, 2019)

 

    

 

사라 비핀과 비슷한 영국의 여성 장애인 화가로 앨리슨 래퍼(Alison Lapper)가 있다. 양팔이 없는 채 태어난 그녀는 입과 짧은 다리로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다. 그녀의 자서전 ‘My life in my hands’는 우리나라에 번역되었다.

 

 

 

 

    

 

영국 현대미술가 마크 퀸(Marc Quinn: 자신의 피를 뽑아 냉각해 만든 두상 셀프(Self)’는 그의 대표작이다)은 임신 9개월의 앨리슨을 모델로 만든 5m 높이의 조각상을 제작했고, 이 조각상은 2005년에 런던 트래펄가 광장(Trafalgar Square)에 전시되었다. 트래펄가 광장은 호레이쇼 넬슨(Horatio Nelson) 장군의 트래펄가 해전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그곳에 넬슨 장군의 전신상과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마크 퀸이 만든 조각상이 공개되자 예술성이 부족하다’, ‘아름답지 않라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앨리슨은 조각상에 대한 반대 여론을 반박하면서 장애 여성의 몸이 흉하지 않다는 사실을 비장애인들이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부분 비장애인은 팔과 다리가 없는 장애인의 몸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장애인들은 밀로의 비너스(Milo-Venus)와 같은 토르소(torso)를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구현해낸 작품으로 칭송한다. ‘비장애인 백인 남성의 신체 비례와 몸 이미지에 익숙한 우리는 몸의 아름다움을 비장애인의 모습에서만 찾는다. 임신한 장애인 여성의 몸을 모델로 한 마크 퀸의 작품은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한 미적 기준을 거부하고, 다양한 몸들이 모두 아름다울 수 있음을 말한다.

 

전쟁 중에 한쪽 팔과 한쪽 눈을 잃은 넬슨 장군은 장애인이다. 마크 퀸의 작품을 보면서 장애인의 몸은 아름답지 않다라고 반발한 사람들은 왜 넬슨 장군의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장애인의 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시선에도 성차별적 인식이 스며들어 있다. 따라서 장애 여성의 몸이 아름답지 않다고 보는 것은 장애인 차별과 성차별이 교차한 경우다. 차별 문제의 원인은 한 가지로만 볼 수 없다.

    

 

 

 

 

 

 

 

 

 

 

 

 

 

 

 

 

 

 

 

 

 

 

 

 

 

 

 

* 버나드 덴버 툴루즈 로트레크(시공아트, 2014)

* 엔리카 크리스피노 로트레크: 몽마르트르의 밤을 사랑한 화가(마로니에북스, 2009)

* 앙리 페뤼쇼 로트렉, 몽마르트르의 빨간 풍차(다빈치, 2009)

* 마티아스 아놀드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마로니에북스, 2005)

* 클레프 프레셰 툴루즈 로트레크(시공사, 1996)

    

    

 

사라 비핀은 생전에 명성을 얻은 뛰어난 화가였으나 미술사에 언급되지 않았다. , 생각해 보니 파리 유흥가의 풍경을 그린 로트레크(Henri de Toulouse Lautrec)는 장애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여성 예술가들에 주목한 미술사를 쓰는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그래도 다시 쓴 미술사는 여전히 반쪽짜리다. 비장애인 예술가 중심으로 구성된 미술사.

    

 

 

 

 

 

Trivia

    

 

앨리슨 래퍼와 마크 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당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거짓말(한겨레출판)에 나온다. 덧붙여, 이 책에 있는 오류를 언급하겠다.

 

 

  서양미술에서 여성의 음모가 그려진 그림은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이 처음이다. 그전까지는 성인 여자를 그릴 때조차 음모를 그리지 않았다. (235)

 

 

쿠르베(Gustave Courbet)세상의 기원1866년에 제작되었다. 나는 여성의 음모가 그려진 최초의 그림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쿠르베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여성의 음모가 그려진 그림이 뭔지는 안다. 그 그림은 바로 1800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de Goya) 옷을 벗은 마하. 따라서 쿠르베의 그림은 여성의 음모가 그려진 최초의 그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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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앞서 공개된 쉬르섹슈얼리티(동문선) 서평에 쓰지 못한 내용을 따로 분리하여 적은 것이다. 나는 이 책의 번역이 엉망이라고 했다. 이 책의 편집 후기 작성자는 마지막에 책과 관련된 오역과 불만스러운 점에 대해 꾸지람을 바란다고 썼다.

 







 

 

* [절판] 휘트니 채드윅 쉬르섹슈얼리티(동문선, 1992)

 

 


번역에 있어서는 연금술상의 특수 용어와 켈트 신화의 기술(記述), 초현실주의자들의 독특한 표현 등 번역상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 조사하지 못한 점과 번역 방법의 오류와 만족스럽지 못한 점에 관해 많은 꾸지람과 비평을 바란다. (348)

 

 

이 책은 1992에 나왔다. 나는 이 책이 나온 지 28년 만에 책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글을 쓰게 됐다. 28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고 이제야 내가 편집 후기 작성자의 요청에 응답하게 됐다. 이렇게 나처럼 절판된 책의 정오표를 만드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이 정오표가 절판된 책을 사는 사람들에게 나름 도움을 줄 거로 믿는다.

 

 


 

 

* 8

프리다 카로 프리다 칼로(Frida Kahlo)

레오노르 휘니 레오노르 피니(Leonor Fini)

 

 

 

* 50

콜라지 콜라주(collage)

 


 

* 105

카롤르알리스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앨리스(Alice)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작가 겸 수학자.

 

 


 

* 133

소설 2의 성에서 보봐르는 여성의 조건 가운데 한 가지 중요한 요소로서 거울을 들고 있다.
















 

보부아르(Beauvoir)가 쓴 2의 성은 소설이 아니라 철학서.

 

 

 


* 169

발듀스 발튀스(Balthus)

 

발튀스는 프랑스의 화가다. 에로틱한 포즈를 취한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유명하다.

 

 


 

* 186

말사스 맬서스(Malthus)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인구론의 저자다.

 

 


 

* 202, 204

녹음의 헨리, 녹색의 헨리
















독일 작가 고트프리트 켈러(Gottfried Keller)의 소설. ‘녹색의 하인리히(Der grüne Heinrich)로 표기해야 한다.

 

 

 


* 203

프로타지 프로타주(frottage)

 

프로타주는 면이 올록볼록한 물건 위에 종이를 대고, 그 부위에 연필로 문질러 무늬를 얻는 기법이다.

 

 


 

* 218

달리의 <망상증적, 비판적> 회화 편집광적 비판/비평(Paranoia Critic)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가 명명한 회화 방식. 그는 망상에 시달리는 편집광 환자의 환각 상태에 착안하여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그림을 그렸다.

 

 

 

* 241

벡클린 뵈클린(Arnold Böcklin)

크림트 클림트(Gustav Klimt)

 

 


 

* 242

알킴볼도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동물과 식물 등의 사물로 인간의 머리를 형상화한 초상화를 그린 이탈리아의 화가.

 

 


 

* 248쪽 

J. J. 바하오휀 바흐오펜(Johann Jakob Bachofen)

 















모권이라는 책을 쓴 스위스의 인류학자.

 

 


 

* 255

아니므스 아니무스(animus)

 

 

 

* 256

사큐바스 서큐버스(Succubus)

 

 


 

* 268

어린이들 동화의 어미거위(Mother Goose) 마더 구스

 

17세기 영국의 동요를 모아놓은 책의 제목.

 

 


 

* 290

1977에 출판된 마담 브라바스키의 베일을 벗긴 이시스

러시아의 신지학자 블라바츠키(Helena Blavatsky)베일을 벗긴 이시스(Isis unveiled)1877년에 출판된 책이다.

 

 


 

* 302

 프로이트가 <그라디바><레오나르도>에 대한 소론에서 설정한 분석적 모델을 참고로 하여 (생략)

 















 

레오나르도는 이탈리아의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를 말한다. 프로이트는 이탈리아 화가의 동성애를 분석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년의 기억이라는 글을 썼다. 이 글은 프로이트 전집 중 한 권인 예술, 문학, 정신분석에 실려 있다. 또 이 책에 빌헬름 옌젠의 그라디바에 나타난 망상과 꿈이라는 글도 있다. ‘그라비다빌헬름 옌젠이 쓴 소설의 제목이자 소설에 나오는 여성이다. 이 소설을 읽은 남성 초현실주의자들은 관능적인 그라비다에서 초현실주의에 어울리는 여성상을 발견한다.

 

 

 

* 308















비아즐레이 비어즐리(Aubrey Beardsley)

 

 

 


* 312















고르비츠 콜비츠(Kathe Kollwitz)

 

 


 

* 333

 숙부의 커다란 도서실에서 프라에로 전파(前派)오브리, 비아즈리, 크림트, 독일, 플란다스의 낭만파 화가들을 발견했다.















 

 

프라에로 전파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

오브리, 비아즈리 오브리 비어즐리(Aubrey Beardsley)

크림트 클림트(Gustav Klimt)

플란다스 플랜더스(Flanders), 플랑드르(Flandre)의 영어식 표기

 

 


 

* 336

로트레아몽 작 마르드롤의 노래(1933), 알루님 괴기소설집(1933)

 
















 

마르드롤의 노래 말도로르의 노래(Les Chants de Maldoror)

알루님 아르힘(Achim von Ar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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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3-0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신 열정의 우리 싸이러스 브로 ~

가끔 책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면
논문의 경우에는 국내 출간된 책들의
제목이 있음에도, 임의 대로 쓰는 경
우가 종종 있더군요.

cyrus 2020-03-07 11:19   좋아요 0 | URL
90년대에 나온 책들에 보면 원제와 다른 제목으로 소개된 문학 작품이 나와요. 이러면 이 작품이 번역된 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임의로 정한 작품 제목에 원제가 없으면 번역본을 찾기가 곤란해요. ^^;;

2020-03-06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3-07 11:20   좋아요 0 | URL
오식이나 오류를 발견하면서 올바르게 고치는 일이 재미있어요. 이것도 나름 공부하는 일이에요. ^^

흑기사 2020-11-0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나군요..
 

 

 

고아가 된 제인 에어(Jane Eyre)리드 부인(Mrs. Sarah Reed)의 가족과 함께 게이츠헤드(Gateshead)에서 지낸다. 리드 부인은 제인의 외숙모다. 그러나 리드 부인과 그녀의 자식들은 제인을 못살게 구고 친절하게 대하지 않는다. 특히 리드 부인의 장남 존 리드(John Reed)는 부인 다음으로 제인을 많이 괴롭히는 인물이다.

    

 

 

    

 

 

 

 

 

 

 

 

 

 

 

 

 

 

*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민음사, 2004)

    

 

 

존은 제인에게 시비를 걸다가 그녀를 향해 책을 던진다. 존이 던진 책에 맞은 제인은 넘어지고, 그녀의 머리에 약간의 상처가 생긴다. 인내심이 폭발한 제인은 존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존은 야비하게도 다친 제인에게 달려들고, 제인은 존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한다. 둘이 몸싸움하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리드 부인은 제인이 먼저 존을 공격했다고 생각한다. 난투극을 일으킨 죄를 뒤집어씌운 제인은 붉은 방에 갇히는 벌을 받는다.

 

붉은 방은 게이츠헤드에 찾아온 손님이 묵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예전에 이 방은 세상을 떠난 제인의 외삼촌이 쓰던 방이었다. 이 방에서 제인의 외삼촌은 숨을 거두었다. 붉은 방의 음산한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제인은 방에 외삼촌의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 내부는 점점 어두워진다. 제인은 방에 무시무시한 망령이 나올까 봐 두려워한다. 그녀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게 되고, 벽 위에 생긴 빛을 무서워한다. 사실 제인이 망령이라고 생각한 그 빛의 정체는 방에 들어온 유모가 쥐고 있던 손전등에서 나온 것이다.

 

붉은 방 이야기는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e)의 소설 《제인 에어》 2장에 나온다. 제인은 이곳에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죽은 외삼촌을 떠올린다. 그리고 죽음과 영혼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만약 제인이 붉은 방에 갇히지 않았으면 외삼촌이 자신의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게이츠헤드 사람들의 구박과 학대에 지칠 대로 지친 제인은 자신을 가족과 어울리지 못하는외톨박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 그녀는 외삼촌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자신을 무척 친절하게 대해줬을 거로 생각한다.

    

 

 

 

 

 

 

 

 

 

 

 

 

    

 

* 허버트 조지 웰스 허버트 조지 웰스: 눈먼 자들의 나라 외 32(현대문학, 2014)

* 정진영 엮음 세계 호러 단편 100(책세상, 2005)

 

 

 

 

 

 

 

 

 

 

 

 

 

 

 

 

 

 

* [e-Book] 허버트 조지 웰스 붉은 방(올푸리, 2019)

* [e-Book] 허버트 조지 웰스 붉은 방(위즈덤커넥트, 2015)

 

    

 

붉은 방은 공포소설이나 공포영화 속 배경으로 어울리는 공간이다. 영국의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는 유령이 나오는 붉은 방이라는 설정으로 단편소설을 썼다. 소설 제목은 붉은 방이다. 소설의 화자는 28년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유령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유령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붉은 방에서 하룻밤만 지내기로 한다. 고전 공포소설의 클리셰에 익숙한 독자는 벌써 눈치챘을 것이다. 유령의 실체를 무시한 인물은 반드시 화를 입는다. 그런데 붉은 방은 공포소설로 보기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로 결말이 허무하다.

    

 

 

 

 

 

 

 

 

 

 

 

 

 

 

* 아마기 세이마루 원작, 사토 후미야 그림 소년탐정 김전일 애장판 7(서울문화사, 2006)

 

    

 

탐정 킨다이치 코스케(金田一 耕助)의 손자 김전일의 활약상을 그린 장편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의 일곱 번째 사건 이진칸 호텔 살인 사건에서도 붉은 방과 비슷한 공간이 나온다. 크리스마스이브빨간 수염의 산타클로스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투숙객이 이진칸 호텔에 지내기 시작한다. 그의 용모는 특이하다. 붉은색 긴 수염이 자라난 얼굴고, 복장과 신발도 (색깔 맞춤) 붉은색이다. 호텔 종업원들은 그 사람을 빨간 수염의 산타클로스라고 부른다. 빨간 수염의 산타클로스는 자신의 방을 온통 빨간색 페인트로 칠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만화 전문 케이블 채널에 하는 애니메이션으로 본 적이 있다. 다만 애니메이션에 묘사된 여러 가지 설정과 이야기의 전개 방식은 만화 원작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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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5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3-05 22:05   좋아요 0 | URL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어서 불편해요... ㅎㅎㅎ 제 방에 반납하지 못한 도서관 책 몇 권 있어요. 집에 있을 때 그동안 쓰지 못한 글을 쓸려고 해요. ^^
 

 

 

체호프(Chekhov)의 단편소설에 신 스틸러(scene stealer)가 한 명쯤은 꼭 있다. 비록 그들은 소설에서 잠깐 나오는 인물에 불과하지만, 주인공 못지않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민음사, 2002)

공포-한 친구의 이야기, 우수수록

    

 

 

공포-한 친구의 이야기는 체호프가 사할린 섬을 여행하고 돌아온 후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의 화자인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친구다. 드미트리 페트로비치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공포라고 생각한다. 그는 현실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자신의 심리 상태를 삶에 대한 공포라고 말한다. 체호프는 이 소설을 통해 삶 그 자체가 무서운 이유를 보여준다. 인간은 현실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아낼 능력이 없다. 그렇지만 인간은 불안감과 혼란이 가중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는 친구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관찰자의 입장에 서 있지만, 그도 예외가 아니다. ‘는 친구의 심정을 뒤늦게 깨닫게 되면서 삶에 대한 공포를 피부로 느낀다.

    

 

 

 

 

 

 

 

 

 

 

 

 

 

 

 

 

*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열린책들, 2009)

애수수록, 민음사의 체호프 단편선에 있는 우수와 같은 작품임.

 

* [품절] 체호프 개와 인간의 대화(범우사, 2005)

개와 인간의 대화수록

 

    

 

이 소설의 신 스틸러는 가브릴라 세베로프라는 인물이다. 그는 지독한 술꾼이다. ‘의 하인으로 일했으나 고약한 술버릇 때문에 쫓겨났다. 그는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하인이 되어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똑같은 사유로 해고되었다. 가브릴라 세베로프는 원래 풍족한 집안 출신이다. 그러나 술과 방탕에 빠지는 바람에 밑바닥 인생으로 전락했다. 술에 취한 가브릴라 세베로프는 자신을 번듯한 가문 출신이며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외친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술주정을 받아주는 유일한 상대는 말()이다. (체호프의 단편소설에는 동물에게 말을 거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개와 인간의 대화에 나오는 술 취한 관리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개에게 다가가 술주정을 부린다. 우수(憂愁)의 마부는 아들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있는데, 일하면서 꾹 참아왔던 슬픈 감정을 마구간에 있는 말에게 토로한다)

 

    

 

 

 

 

 

 

 

 

 

 

 

 

 

 

 

* 아폴리네르 알코올(열린책들, 2010)

* [품절] 아폴리네르 알코올(문학과지성사, 2001)

* 아폴리네르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민음사, 2016)

    

 

 

가브릴라 세베로프의 별명은 ‘40명의 순교자. 특이한 별명이다. 민음사의 체호프 단편선에는 이 별명의 의미를 설명한 역주가 없다. 내가 추측하건데 ‘40명의 순교자는 실제로 순교한 40명의 기독교 성인을 가리킨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근거는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의 시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시는 제사(題詞)를 합쳐 총 3백행에 이른다. 시의 구성도 독특한데 제목이 각각 다른 세 편의 독립된 시(‘어느 해 사순절에 부른 새벽찬가’, ‘콘스탄티노플의 술탄에게 보내는 코사크 자포로그들의 답장’, ‘일곱 자루의 칼’)가 삽입되어 있다. 시의 48행에 세바스트의 40이라는 표현이 있다.

 

 

나는 지난 세월 속에서 겨우살이를 했다

부활절의 태양이여 돌아오라

세바스트의 40인보다

더 얼어붙은 내 가슴을 덥혀다오

그 순교의 고통도 내 삶보다는 나았으리

     

(아폴리네르의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46~50, 황현산 옮김)

 

 

세바스트(Sébaste)는 고대 그리스어로 성스러운이라는 뜻을 가진 세바스토스(Sebastos)에서 파생된 말이다. ‘세바스트의 40에 대한 황현산의 역주에 따르면 320년 아르메니아의 세바스토스에 주둔했던 로마 병사 40인은 로마의 신을 부정하고 기독교로 개종한다. 이들이 순교하기 전인 313년에 서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Constantinus)와 동로마의 황제 리키니우스(Licinius)는 기독교를 공인하는 밀라노 칙령을 발표했다. 그러나 밀라노 칙령이 선포한 이후에도 동서로 분열된 로마 제국의 분쟁은 멈추지 않았다. 리키니우스는 밀라노 칙령을 어기고 기독교인들을 탄압했다. 그러나 세바스토스에 있는 40인의 로마 병사들은 리키니우스의 명령을 거부했고 얼어붙은 호수에 몸을 담그는 고문을 받다가 순교했다.

 

시 선집 형태로 출간된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민음사)도 아폴리네르의 시집 알코올(열린책들)을 번역한 적이 있는 황현산 교수가 맡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표제작에 대한 해설과 주석이 나오지 않는다. 분명 시는 있는데 이 시가 무슨 뜻인지 알려주는 역자 해설이 없다는 것이다. 해설과 주석을 설명하는 내용이 너무 길어서 생략된 것일까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에 나오는 생소한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선집보다는 시집을 완역한 번역본을 참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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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2-0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럼프 아웃, 웰컴 백 ~

cyrus 2020-02-07 23:41   좋아요 0 | URL
한 번 푹 쉬는 것도 나쁘지 않았어요.. ^^;;

stella.K 2020-02-07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체호프에 꽂혔구나.^^

cyrus 2020-02-07 23:42   좋아요 0 | URL
체호프의 단편, 정말 매력적이에요. 체호프는 진정한 이야기꾼이에요. ^^

페넬로페 2020-02-07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아폴리네르 시집으로 토론한 적이 있는데 어렵더라구요~~
체홉도 읽어야하는데 ㅠㅠ

cyrus 2020-02-07 23:44   좋아요 1 | URL
시집을 읽으면서 독서 토론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정말 어려운 시집을 읽었군요. 체호프의 소설은 독서 토론을 위한 책으로 읽기에 좋아요. ^^

Angela 2020-02-07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미트리는 정말 꺄~악! 이죠 ㅎㅎ 근데 드미트리를 제치고 신 스틸러를 찾으셨군요~^^

cyrus 2020-02-08 00:06   좋아요 0 | URL
별명과 행동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