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리터의 눈물
키토 아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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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의 제목을 첨 봤을 때 평생 동안 흘리는 눈물을 모으면 과연 1리터가 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여자들은 모르겠지만 남자들은 1리터의 눈물을 채우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ㅋ)

불치병을 앓는 여고생의 눈물겨운 사투를 그녀의 일기를 통해 가슴 아프게 그려낸 책이었다.



꿈 많은 여고생 아야짱은 척수소뇌변성증이라는 병명만 들어도 난해한 난치병을 앓는 장애인이다.  

중학교까지는 정상적인 생활을 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자꾸 넘어지고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긴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모든 걸 어머니를 비롯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야 하는 그런 상황에 처하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마를 날이 없게 된다. 자신의 절망스런 상황에 자포자기하기 쉬울텐데  

아야짱은 좌절하지 않고 힘을 낸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삶에 대한 의지로 승화시켜  

열심히 살아가는 아야짱의 모습을 보면서 늘 불만만 가득한 채 대충대충 살아가는 내 모습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아야짱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정말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끔찍한 고통이어서

일찌감치 삶의 끈을 놓아버렸을 것 같은데 아야짱은 그 혹독한 시련도 묵묵히 견뎌내며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데 정말 안쓰러우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병마와 싸우며 불굴의 삶의 의지를 보여준 아야짱도 대단했지만  

그런 아야짱을 끝까지 돌본 아야짱의 어머니나 아야짱의 가족들도 대단하다 싶었다.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다면 모든 일이 장애인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가족들의 희생이 뒷받침되어야 해서 평범한 가족의 삶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데  

내색하지 않고 아야짱을 챙겨주는 가족들의 모습은 가족애가 뭔지 제대로 보여줬다.

나라면 그런 가족을 감싸주기는 커녕 원망만 했을 것 같은데 아야짱이

그나마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사랑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편으론 장애인 문제를 국가나 사회는 방관한 채 개인과 가정의 문제로 치부하는 상황은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순전히 사적인 문제로 방치하면서 장애인들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진 못할 망정 장애인들을 차별하는 실태는  

여전히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비정한 현실이었다.

이 책에서 아야짱이 일반 고등학교에서 특수 학교로 전학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상황은  

장애인을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가 아닌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몸만 멀쩡하지 마음이 병든 우리의 자화상을 잘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아야짱의 눈물겨운 사연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눈물이 좀 맺혔다.

다른 사람들한테 눈물을 보이진 않지만 나름 여린(?) 남자라 별 거 아닌 일로도 눈물 날 때가 많았는데  

갈수록 감정이 무뎌져서 그런지 요즘은 왠만한 일로는 눈물이 나진 않는 것 같다.  

가끔씩 울컥할 때도 있긴 하지만 예전처럼 그런 섬세한(?) 감성은 잃어버린 지 오래됐는데

오랜만에 이 책을 통해 메말랐던 내 감성을 촉촉하게 적실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아야짱의 모습을 보며 내가 처한 현실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닫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을 아야짱이 많은 사람들에게 눈물과 감동, 삶에 대한 의지를 일깨워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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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조절구역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장점숙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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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령화사회가 되어 노인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자 정부는 70세 이상 노인들이 많은 지역을

인구조절구역으로 선포하여 한 달 동안 1명이 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는 노인 상호 처형 제도,
이른바 실버 배틀을 벌이게 한다. 자신이 사는 미야와키초 5초메 지구에서도 실버 배틀이 개시되자

구이치로는 끝까지 살아남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시작하는데...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으로 일본 SF의 대부라 불리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이 책은 점점

고령화가 되고 있는 시점에 충격적인 설정으로 노인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예전에 설화 속 얘기로 고려장이 있긴 했지만(이것도 일제가 고려시대의 장례풍습이라고

왜곡한 것이긴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인은 공경의 대상이었는데 어느샌가 세상은

노인을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점점 노인들이 찬밥 신세가 되고 있는 가운데

출생률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인데 반해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언젠가는 인구의 대부분이 노인인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중요한 사회문제 중 하나인 노인문제가 앞으로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이 책의 저자 츠츠이 야스타카는 노인들을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의 장으로 내몰아 쓸모없는(?) 노인들을 손쉽게 처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특정 지역의 70세 이상 노인들이 한 달 동안 한 명만 남을 때까지 죽고 죽이는 걸 허용하면서

만약 한 명보다 많은 사람이 살아남으면 모든 대상 노인들을 CJCK(중앙인구조절기구)에서

처형하는 노인 상호 처형 제도를 실시하면 골치 아픈 노인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볼거리(?)까지 제공하니 일석이조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절묘한(?) 해법이라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소름끼치는 제도가 시행되자 노인들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게 된다.

늙고 병든 것도 서러운데 살고 싶으면 다른 노인들을 죽이라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지만

삶에 대한 의지를 쉽게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노인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배틀에 임한다.  

적극적으로 다른 노인들을 죽이러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극적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되는 사람도 있다. 아예 체념하고 자살을 택하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에게 편안한 죽음을

부탁하는 사람 등 여러 유형이 등장하지만 죽음이란 극한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의 모습은

안쓰럽기 짝이 없다. 이 모든 게 국가가 고령화에 따른 노인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정책이라니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다. 마치 자신들은 영원히 늙지 않을 것처럼 착각에 빠진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추악한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70세가 된 해에 이 책을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책 속의 설정대로 라면 자신도 실버 배틀의 대상이 되는데 이런 충격적인 설정을 통해

노인들을 바라보는 일그러진 시선과 무능한 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자 한 게 아닌가 싶다.  

한정된 구역에서 목숨을 건 배틀을 벌이는 모습은 독재국가가 공포정치의 일환으로 식민지라

할 수 있는 12구역의 청소년들을 배틀로 내모는
'헝거 게임'의 설정과도 유사한 느낌이 들었다.

두 작품 모두 목숨을 건 치열한 배틀을 통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란 점에서 왠지 닮은 꼴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노인의 대열에 들어설 것임에도 노인들을 나완 완전히 다른 종족으로 생각하는데

(솔직히 지금 내 나이도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지만ㅋ) 노인도 다른 연령의 인간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똑같은 인간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그들이 아무런 감정도 욕구도 없는

존재인 것처럼 대한다. 노인들을 단지 더 이상 효용이 없는 불쌍하고 부담스런 존재로 생각하는

대다수 젊은 사람들의 그릇된 시선이 이런 작품을 낳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니까

다가 올 나의 노년이 두렵기까지 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아비규환의 실버 배틀을 겪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노인들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꾸고 그들의 행복한 노년을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나를 비롯한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름다운 노년을 보장하는 길임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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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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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시에서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다다는 가족이 본가로 가게 되었다면서

손님이 맡기고 간 치와와를 데리고 버스가 정시에 운행하는지를 조사하는 일을 하러 간다.

새해 벽두부터 이상한 일을 맡았다고 생각하며 일을 끝내고 돌아가려던 다다는 치와와가 보이지 않자  

찾아다니다 고등학교 동창이던 괴짜 교텐이 치와와를 데리고 있는 걸 발견하는데...



심부름집이라고 하면 주로 불륜 현장의 증거사진을 찍어 주는 흥신소를 떠올리며

안 좋은 인상을 갖기 쉬운데 이 책에서 나오는 다다의 심부름집은 물론 온갖 이상한(?) 의뢰들을

받아 수행하긴 하지만 의뢰인들을 위하는 인간미가 넘치는 심부름센터라 할 수 있었다.

우연히 만난 교텐이 하루 밤만 신세지자고 했다가 계속 사무실에 눌러앉자

다다는 어쩔 수 없이 교텐을 데리고 일을 다니기 시작한다.

일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교텐이지만 가끔씩 터프한 모습을 선보이며

예상 외로 잘 어울리는 한 팀으로서 활동한다.



다다와 교텐에게 들어오는 의뢰들은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았다.

문짝 수리하기, 아이 학원에서 데려 오기, 버스가 정시에 운행하는지 확인하기, 스토커 떼어내기 등  

각종 이상한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던 이들은 마약상과 엮이면서 칼에 찔리기도 하는 등

파란만장한 일들을 겪어나간다. 그러는 와중에 교텐과 다다의 아픈 과거가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역시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는가 보다 싶었다.

물론 교텐과 다다가 가진 상처는 쉽게 치유되기 어려운 부분들이었다.

나같이 상처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결코 견뎌내기 어려운 그런 상처를 안고도

일상에선 별일 없는 것처럼 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대단하다 할 수 있었는데

결국 그런 상처는 언젠가는 곪아터지게 마련이다.

아슬아슬한 동거생활을 이어 오던 다다와 교텐은 잠시 결별을 하게 되지만 상처도 혼자서 이겨내는  

것보단 역시 상처 입은 사람들끼리 상처를 보듬어주는 게 훨씬 더 낫다고 그들을 다시 서로를 찾게 된다.



나오키상 수상에 빛나는 이 책은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두 남자가 맡게 되는 특이한 일들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그들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는 늘 멋진 인생을 꿈꾸면서 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그런 화려한 삶이 아닌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맛보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때론 가슴 아픈 일들도 생기고 삶이 힘겨운 때도 있지만 우리가 결코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행복은 모양을 바꿔 가며 다양한 모습으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살그머니 찾아오기 떄문이 아닌가 싶다.

서로 티격태격하며 좌충우돌하는 다다와 교텐의 따뜻한 마음이 의뢰인들의 행복을 지켜준 것처럼

세상을 살아갈 만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임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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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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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의 막내 아들인 아키오는 재벌가의 아들에 어울리지 않게 지극히 평범한 남자였다.  

그런 그가 술집에서 만나게 된 나즈나에게 빠져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결혼하지만...

 

이젠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일본의 권위있는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가진 책이라 어느 정도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는데 예전에 봤던 '얼마만큼의 애정'의 작가인  

시라이시 가즈후미의 작품이었다.

책 제목과 같은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와 '둘도 없이 소중한 너에게'두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책이었는데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랑과 결혼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하는 책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에선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자란 부잣집 도련님인 아키오의 사랑과  

결혼을 다루고 있다. 스스로를 자기 집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평범한 남자였던  

아키오는 집안에서 정혼해 놓은 여자를 두고 우연히 술집에서 만난 나즈나와 결혼을 한다.

나즈나의 집안이나 그녀의 과거나 그런 걸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아키오로선 나즈나와의  

결혼생활이 화려하진 않아도 소박하고 행복할 거라 기대했지만  

나즈나가 전 남자친구의 이혼소식을 들은 후 흔들리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아직 결혼을 안 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결혼이란 걸 결심했을 때는  

누구나 나름의 상대에 대한 확신이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물론 요즘에는 이혼하는 게 흔한 일이 되어 결혼하고도 얼마든지 헤어질 수 있지만

그래도 한 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중의 하나인데 대충 하진 않을 것 같다.

그런데도 상당수 사람들의 결혼생활이 마치 자신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주위의 시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이 있다.

이 책에서도 가장 좋은 상대를 발견했을 때는 이 사람이 틀림없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거라고  

얘기하면서도 불행한 결혼생활의 원인은 상대를 철저하게 찾지 않아 가장 좋은 상대가 아님에도  

그런 사람이라고 착각하는데 있다고 얘기하는데  

문제는 그런 사실을 그 당시에는 알 수 없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나 좋아하는, 더 나아가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도

그것과 상대가 나의 운명의(?) 짝이라는 사실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엔 사랑하지만 그 마음이 영원할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행복한 결말을 맞기에는 세상살이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키오도 나즈나가 전 남친 때문에 가출까지 하자 자신의 선택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고  

결국 그의 진정한 짝은 다른데 있었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자신의 제대로 된 짝을 찾지 못하고 엉뚱한 상대만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는데 그만큼 자신의 진정한 상대를 찾는다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두번째 단편인 '둘도 없이 소중한 너에게'에서도 이상한(?) 커플이 등장한다.

이미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는 미하루는 전부터 사귀던 직장상사인 구로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지속하는데 이렇게 양다리를 걸치는 미하루의 마음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혼은 무난한 조건을 가진 남자와 하고 섹스 파트너는 따로 두겠다는 황당한(?) 발상인데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상대가 구로키임을 뒤늦게 깨닫고 그를 찾아가지만 이미 때는 늦고 마는데...

 

두 편의 단편을 통해 역시 사랑과 결혼은 난제임을 절실히 깨달을 수있었다.

자신의 진정한 상대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알아보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보니

결국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운명의 상대를 찾는 것보단 어느 정도 무난한(?) 상대를 선택해

그사람에 맞춰 사랑과 결혼을 만들어 가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후자의 차선책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사랑과 결혼으로 인한 고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자신의 진짜 상대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을 여러 등장인물들을 통해 잘 보여준 작품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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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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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엄마를 둔 죄(?)로 아픈 상처를 갖고 외롭게 살던 유미코에게  

어느 날 갑자기 사촌인 쇼이치가 찾아온다.

유미코의 엄마와 쌍둥이 자매였던 이모가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이모가 자신을 돌봐주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쇼이치의 얘기를 들은 유미코는  

끔찍했던 과거와 다시 마주하게 되는데...

 

정말 오랜만에 만난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이다.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본 후 3년이 지났으니까

꽤 소원하게 지냈다고 할 수 있는데 네이버에 연재되었던 이 작품을 통해 오랜만에 재회를 하게 되었다.

유미코와 쇼이치의 엄마인 쌍둥이 자매는 사실 마녀였다.

남들과는 다른 능력을 지닌 탓에 역시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고

특히 유미코의 엄마는 남편을 칼로 찌르고 자신도 목을 그어 자살한 끔찍한 일을 저질러

유미코는 엄청난 고통을 가슴에 묻어둔 채 쓸쓸히 지내던 중  

오랜만에 사촌인 쇼이치를 만나게 되어서 반가움을 느낀다.

과거의 끔찍한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유미코를 위해 쇼이치는 유미코를 데리고

유미코와 자신의 엄마가 같이 치료받던 클리닉이나 유미코의 집 등을 찾아다니며

꽁꽁 봉인하고 있던 유미코의 기억을 하나둘 되살려내자  

유미코는 자신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어 감을 느끼는데...

 

유미코처럼 엄청난 일을 겪게 된다면 쉽사리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힘들 것 같다.

어린 시절에 그냥 사고로 부모를 잃어도 힘들 것인데 미친(?) 엄마가 아빠를 죽이고 자살했다면

그걸 도대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역시 그런 끔찍한 기억들은 깡그리 지워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우려 하면 할수록 생생하게 생각나는 법이다.

유미코의 입장에선 악몽들이 떠오르지 않게 최대한 관련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그런 유미코에게 오랜만에 나타난 쇼이치는 그녀의 아픈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쇼이치는 유미코가 아픈 과거와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과거에서 아무리 도망가려 해도 살아있는 한, 그리고 기억이 있는 한 도망갈 수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당당히 맞서 싸우는 게 제대로 된 치유법이라 할 수 있는데

쇼이치는 유미코가 그동안 애써 외면해 왔던 진실들을 마주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더욱 충격적이었다.ㅋ

 

오랜만에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이었는데 그녀 특유의 감성이 여전했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사랑의 상처와 치유에 관한 얘기가 유독 많았던 것 같은데

이 책도 끔찍한 과거로 인한 트라우마로 고통받던 여자가

사촌의 도움으로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농밀하게 그려낸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등장해 그동안 읽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과는 조금은 색다른 느낌도 들었지만

유미코가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가슴 속에만 묻어둬선 결코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상처를 두려움 없이 마주할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상처가 아물 수 있음을 잘 표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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