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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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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 중 한 명인 애거서 크리스티와는 초등학교 시절 처음 만났다. 이 

책의 저자가 표현한 대로 해문출판사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80권 짜리 '빨간책'으로 애거서 크리스티에

입문했는데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나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들을 볼 때와는

차원이 다른 작품들이었다. 초딩이 보기에는 좀 난이도(?)가 있다고도 볼 수 있었지만 금방 매력에 

빠져 유명 작품들은 대부분 읽은 것 같은데 대략 30권 정도는 읽은 것 같다. 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덕후(?)라 할 수 있는 역사학자인 저자가 그녀의 작품들을 16가지 키워드로 재조명하고 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빨간책을 읽었던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과연 어떤 얘기가 담겨 있을지 솔깃할 것 같다.


총 16개의 키워드는 '탐정', '집', '독약', '병역면제', '섹슈얼리티', '호텔', '교육', '신분 도용', '배급제',

'탈것', '영국성', '돈', '계급', '미신', '미시사', '제국'으로 각 키워드와 관련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과 그녀의 삶, 그리고 당시의 시대 상황들을 엮어낸다. 먼저 '탐정'에선 그녀의 대표 캐릭터인

푸아로가 왜 벨기에인인지 관해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캐릭터를 만들려다 근처에 살던 벨기에

난민 집단에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녀의 또 다른 시그니처 캐릭터 미스 마플은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에 등장하는 셰퍼드 의사의 누나 캐롤라인을 묘사하다가 노처녀 탐정을 창조하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 가장 화두인 '집'과 관련해선 애거서 크리스트의 놀라운 능력을 알려준다. 그녀의 작품에 유독

다양한 집이 많이 등장해 집에 관심이 많은 줄은 알았지만 부동산 투기꾼이라 불릴 정도로 집을 많이

사고 팔았다고 한다. '독약'은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살해도구였는데 그것도 그녀의 전직이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대전 당시 간호사였다 약제사로 활약했으니 그때의 경험과 전문성을 작품 속에 잘 녹여낸

게 아닌가 싶다. '병역 면제'는 세계대전 당시 병역면제자들이 그녀의 작품 속에 종종 등장한 것과 관련해

설명하고, '섹슈얼리티'에선 비교적 그녀의 작품 속에서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던 이유를 탐구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속에 집, 탈것 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호텔'과 관련해선 '버트램 호텔에서'란

작품이 가장 많이 언급되지만 안 읽어본 작품이라 와닿진 않았고, '교육'에선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녀가 사립학교 출신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그렸었던 경향을 얘기한다. '신분도용'에선 그녀의 유명한

실종사건을 시작으로 작품 속 신분도용 사례들을 거론하고, '오리엔트 특급살인'을 비롯해 유난히 작품

속에 탈것을 많이 등장시킨 그녀가 자동차에 열광했음을 알려준다. '영국성'과 관련해선 그녀가 가장

힘들 게 썼던 작품으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꼽았던 걸 언급하면서 원제인 '열 명의 흑인 꼬마들'이

인종차별적 뉘앙스로 인해 미국판에선 제목이 바뀌었다고 한다. '돈', '계급', '제국'에선 지금 보면

조금은 민감한 사안들이 어떻게 다루어졌는지와 '미신', '미시사' 등 그녀의 작품과는 좀 무관한 듯한

주제들도 흥미롭게 다룬다. 애거서의 덕후라는 저자는 16개의 테마로 관련된 그녀의 작품들 속 문장들을

술술 뽑아내는데 읽었던 작품들도 이런 문장들이 있었나 싶어 그녀의 작품들을 읽은 지가 너무 오래

되었음을 새삼 실감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소원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녀의 팬들은 물론 그녀의 작품 속 배경인 20세기 초중반의 영국 등의

사회상을 엿보는 데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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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의 시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설영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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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회상속의 살인'(원제 '다섯 마리 아기 돼지')을 읽었는데

황금가지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출간 기념으로 그녀의 대표작을 '에디터스 초이스'란 컨셉으로

출간한 10권 중 이제 안 읽고 남은 마지막 책이어서 과연 어떤 내용일까 기대가 되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작품이었는데 '예고 살인'과 함께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된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작품이라 과연 이 작품에선 미스 마플이 어떤 

활약을 할 것인지 궁금했다. 사실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작품 중에선 '열세 가지 수수께끼'가

더 유명한 것 같은데 이 책이 선정된 것은 좀 의외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뭔가 특별한 게

있지 않을까 더 호기심이 일었다.

 

밴트리 대령의 서재에서 정체불명의 여자 시체가 발견되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밴트리 대령을 비롯한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누군지도 전혀 모르는 여자의 정체는 호텔에서 댄서로 활동하던

루비 킨이라는 18살 여자였는데 왜 그녀가 밴트리 대령의 서재에서 죽어 있었는지 별다른 단서가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만다. 루비 킨의 신원을 확인해준 그녀의 사촌이자 같은 호텔에서

댄서로 활동하던 조세핀 터너에 의해 루비 킨이 콘웨이 제퍼슨이라는 부유한 노인의 총애를 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는데 자녀를 불의의 사고로 잃고 며느리인 애들레이드와

사위 마크 개스켈과 살고 있던 제퍼슨이 루비 킨을 양녀로 삼으려고 했던 사실이 드러나자

며느리와 사위에게 의심이 갔지만 알리바이가 있어 수사의 진도가 나가지 않던 차에

차에 불탄 시체가 발견되고 시체의 신원이 실종된 여고생 패밀라 리브스로 추정된다.

서로 연결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을 연결 짓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스 마플이 본격적으로 

개입하여 숨겨져 있던 사건의 연결고리를 밝혀낸다. 범인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돌발변수가 개입되면서

사건이 상당히 꼬인 측면이 없지 않았는데 미스 마플이 차근차근 단서들을 모아서 범인을 잡기 위한

덫을 설치하고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이 책은 기존에 봐온 작품들과 좀 색다른 부분들이 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서문도 있고, 작품 중간에 스스로를 인기 추리소설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등 작품 자체를 흥미롭게 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다. 제목이자 핵심 소재라 할 수 있는

'서재의 시체'를 작가 스스로 '클리셰'에 해당한다고 얘기했는데 딱히 어느 작품에서 다루어서

상투적이라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암튼 마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알면서 사람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준 미스 마플에겐 어떤 재료를 가져다주어도 잘 요리해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작품이었는데 포와로에 비해 미스 마플의 사건해결방식에는 왠지 좀 적응이 안 되었다.

이제 황금가지의 '에디터스 초이스'와 '푸아로 셀렉션', 애거서 크리스티 본인이 선정한 베스트10까지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들은 거의 빼놓지 않고 다 읽은 듯 한데 아직 남아 있는

작품들도 분명 그녀의 이름값은 충분히 할 것으로 보여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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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속의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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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마더 구스의 동요를 소재로 한 S. S. 반다인의 '비숍 살인사건'을 읽은 김에

마더 구스의 동요를 사용한 또 한 편의 작품인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원제는 동요 제목과 동일한 

'다섯 마리 아기 돼지'로 황금가지 판본에선 원제를 사용해서 출간했다.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유명한 작품이 너무 많은 관계로 이 작품은 우선순위에 오르지 못했는데

황금가지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에 이어 대표작을 선별한 '에디터스 초이스' 10권에도 포함되고

전 세계 판매량에서도 10위 내에 있어서 국내에서의 지명도와는 다른 이유가 궁금했다.   

 

아버지인 유명 화가 크레일을 죽인 혐의로 복역 중에 사망한 어머니로부터 받은 편지를 가지고

그들의 딸인 칼라 레마천트라는 아가씨가 포와로를 찾아오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어머니가 남긴

편지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자 칼라 레마천트는 16년 전 아버지의 독살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포와로가 꼭 밝혀줄 것을 부탁하고 포와로는 당시 사건의 수사 및 재판을 담당한 사람들은 물론

핵심 관련자 5명을 차례로 방문한다. 대부분 모든 증거가 칼라의 어머니인 캐롤라인이 범인임을

가르키고 있었고 범인으로 지목된 캐롤라인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부인을 하지 않은 채 결국 사건은

그녀가 유죄선고를 받고 복역하다가 1년도 안 되어 감옥에서 사망함으로써 종결되고 만다.

하지만 캐롤라인은 딸인 칼라가 21살이 되면 자신이 남긴 편지를 볼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얘기만 있을 뿐 구체적인 진실이 뭔지는 제대로 언급을 하고 있지 않아서

결국 포와로가 핵심 5인방으로부터 16년 전 사건의 기억을 되살리도록 해서 그 당시 수사에서

놓쳤던 부분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국판에선 '회상속의 살인'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것 같은데 무려 16년이나 지난 사건에 대한 관련 당사자의 기억에 의존하여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 어쩌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인간의 기억이라는 게 그렇게 신용할 수

없다는 것은 뇌와 기억에 관한 여러 서적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고 며칠 전 일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게 보통인데 아무리 천하의 포와로라고 해도 과연 진실을 밝혀낼까 싶었지만 역시나 포와로는

포와로였다.

 

포와로가 칼라의 의뢰를 받는 순간 바로 마더 구스의 동요를 떠올렸는데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다.

'작은 돼지 한 마리는 시장에 갔네, 작은 돼지 한 마리는 집에 머물렀네,
작은 돼지 한 마리는 로스트비프를 먹었네, 작은 돼지 한 마리는 아무것도 먹지 못 했네,
작은 돼지 한 마리는 '꿀꿀꿀' 울었네.' 핵심 5인방을 의미하는 거였지만 동요에 따라 살인사건이

발생하거나 단서를 제공하는 건 아니어서 기대했던(?) 동요살인은 아니었다.

분명 5명 중에 한 명이 진범일 거란 분위기 속에서 이해하지 못할 캐롤라인의 행동 등을 해석하는 게

문제였는데 캐롤라인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충분히 예측했지만 진범의 정체까지 연결되진

못했다. 마지막에 드러난 진범과 살짝 아쉬운 마무리까지 기존에 만나왔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과는 좀 다른 스타일이라 할 수 있었는데, 보통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 새로운 사건을 낳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작품은 오직 과거의 사건의 진실만을 파헤치는 흥미로운 시도라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었지만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묘한 매력과 중독성이 있는 게

그녀의 작품들인 것 같다. 여전히 봐야 하는 작품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게 또 다른 즐거움인데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만나볼까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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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손가락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1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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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백주의 악마' 를 읽은 여세를 이어

그녀가 직접 뽑은 베스트10에 이름을 올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에르퀼 푸아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내게 홀대를 받은 미스 마플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에선

입에 담기 힘든 추잡한 비밀을 폭로하는 내용이 담긴 익명의 악랄한 편지를

마을 사람들이 받게 되면서 라임스톡 마을은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요양 중이던 폭격기 조종사 제리 버튼과 그의 여동생 조안나도

기분 나쁜 편지를 받게 되자 누군가의 악의적인 장난으로만 여겼는데 불길한 예감은 여지없이

맞아서 역시 편지를 받은 시밍턴 부인이 청산가리로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뒤이어 시밍턴 가의 어린 하녀 아그네스마저 살해당하자 두 사람의 죽음 사이에 모종의 관련이

있을 거라 추측한 제리 버튼은 내쉬 총경을 도와 나름의 수사를 진행하는데...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에 악마같은 인물이 저지르는 악랄한 행동이 발단이 된 이 작품은

이 마을에 요양차 온 제리 버튼이라는 이방인의 시선에서 사건이 진행된다.

원래 시골이 외부인에 대해 배타적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그들의 행실을 비난하는 악의가 듬뿍 담긴 편지를 무차별적으로 발송하는 악마의 장난은

결국 사람들을 괴롭히는 편지에 만족하지 못하고 살인에 이른다.

마을의 여러 사람들이 용의자로 검토되지만 제대로 된 단서나 동기가 없어서

사건이 미궁에 빠지려는 찰나에 편지를 쓴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체포되지만

우리의 미스 마플과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꺼이 미끼가 된 용감한 여인 덕분에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고 완전범죄를 성공할 뻔한 범인의 실체가 드러난다.

사실 미스 마플은 거의 마지막 부분에 잠깐 등장하여 마무리만 하는 역할을 해서 

미스 마플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웠다.

오히려 제리와 조안나 남매를 비롯한 여러 커플들의 로맨스가 추리소설답지 않은 재미를 주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작품들보다 훨씬 연애 감정이 부각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진실을 알고 보면 범인의 완전범죄를 꾸미기 위해 얼마나 치밀한 계획을 세웠는지가 소름이 끼칠

정도였는데 현실에서 이 정도의 철두철미한 악의를 가진 자가 존재한다면 정말 섬뜩할 것 같았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언제 봐도 여러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교묘한 트릭이

잘 조화를 이뤄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데 다음에는 또 어떤 흥미로운 작품을 만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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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의 악마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6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김윤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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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집을 완간하고 나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을 엄선한

'에디터스 초이스'에 이어 에르퀼 푸아로가 등장하는 작품 중 베스트 10권을 뽑은

'푸아로 컬렉션'도 출간해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수많은 명작 중에서 선택의 곤란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 

전체 작품을 대상으로 한 '에디터스 초이스'에서는 안 본 작품이 '서재의 시체'와 '다섯 마리 아기 돼지'로

두 권이나 되어 아직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정복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었음을 실감했는데

'푸아로 컬렉션'에서는 바로 이 책만 안 읽어서 그래도 체면치레는 한 것 같다.

 

제목부터 뭔가 의미심장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작품은 한가한 휴가지 해변가에

매혹적인 팜므 파탈 알레나 마셜이 등장하면서 시작되는데,

남자들의 이목이 그녀에게 집중되면서 여자들의 질투심도 후끈 달아오른다.

남편인 케네스 마셜과 함께 여행을 왔음에도 유부남인 패트릭 레드펀과 염문을 뿌리고 다니는

알레나 마셜을 보면서 다들 한 마디씩 하는데 푸아로도 뭔가 불길한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아니나 다를까 푸아로에게 혼자 있고 싶으니 비밀로 해달라며 뗏목을 타고 나간 알레나 마셜이 

목이 졸린 시체로 발견되면서 그녀에 대한 증오가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던 것이다.

아내가 죽으면 늘 최우선 용의자가 되는 알레나 마셜의 남편 케네스 마셜에게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고, 동기 면에서 강력한 후보자인 불륜 상대인 패트릭 레드펀의 부인도 범행 추정시간에

다른 사람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된다.

사건을 맡은 웨스턴 대령은 푸아로의 도움을 받아 관련자들을 차례로 심문하지만

별다른 단서를 얻지 못하고 인근에서 발견된 마약과 관련된 게 아닐까 하는 추정을 한다.

알레나를 누군가가 협박했다는 협박범설과 정신병자가 저질렀다는 설까지 여러 추정이 난무한 가운데

푸아로는 뭔가 이상한 정황들을 찾아내고 이런 정황들 속에 숨겨진 범인의 트릭을 밝혀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건 관련자들과 함께 소풍을 떠났다가 돌아오니

케네스 마셜의 딸 린다가 자신이 새엄마를 죽였다며 수면제를 과다복용하고 중태에 빠지는데...

 

푸아로는 이 책에서도 마지막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범인이 누군인지 자신의 추리를 들려준다.

여러 작품들을 통해 푸아로가 범인의 정체를 공개하는 순간은 왠지 짜릿한 느낌마저도 주는데

이 작품에서도 푸아로의 폭로로 백주의 악마가 정체를 드러낸 순간 역시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범인이 정말 완전범죄를 위해 치밀하게 꾸며낸 트릭과 알리바이 조작, 다른 사람에게 혐의가 가게

만든 장난질은 악마, 요즘 흔히 사용되는 소시오패스가 아니면 쉽사리 저지르기 어려운 일일 것 같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보통 70~80년 전의 작품임에도 전혀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만큼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 묘사와 범인의 정교한 트릭, 푸아로의 명쾌한 추리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내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이 책도 푸아로의 변함없는 활약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어느 정도 봤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놓치고 있는 작품이 많으니

그녀의 작품을 완전정복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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