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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은 셋 세라 ㅣ 명랑한 갱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1월
평점 :
이사카 고타로의 책은 '골든 슬럼버', '사신 치바' 등을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이 책이 포함된 명랑 갱
시리즈의 1, 2편인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은 제목은 알았지만 읽을
기회를 만나진 못했다가 이번에 3편인 이 책으로 입문을 하게 되었다.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나름의 기준이 있지만 왠지 이 책은 순서와 상관없이 읽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순서대로
읽었으면 좀 더 좋았겟지만 읽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총 4장으로 나눠 얘기가 전개되는데 명랑 갱들이 은행 강도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구온, 교노,
나루세, 유키코의 4인조 명랑 갱은 각자 특기(?)를 가진 독특한 캐릭터들로 왜 명랑(?) 갱이라고 했는지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천재 소매치기로 동물을 지나칠 정도로 좋아하는 신비한 청년 구온, 내용도,
맥락도 없는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떠드는 재주를 가진 교노, 타인의 거짓말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진
나루세, 시간을 소수점 단위로 파악할 수 있는 체내시계의 소유자 유키코가 한 팀이 되어 벌이는 유쾌
발랄한(?) 은행 강도짓은 경비원이 던진 경찰봉에 구온이 손등을 다치면서 불길한 여운을 남겼다.
명랑 갱 일당이 유키코의 아들 신이치가 알바를 하는 호텔에 신이치를 보러 왔다가 우연히 신이치와
부딪힌 남자가 신이치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본 구온이 그 남자의 지갑을 소매치기한다. 지갑의 주인인
히지리 기자의 지갑을 돌려주려 구온은 호텔방을 찾았다가 마침 호텔방에서 나오는 괴한과 부딪히고
의식을 잃은 히지리를 깨우며 지갑을 돌려주지만 오히려 히지리에게 부상당한 손등을 의심사게 되면서
곤혹스런 상황에 처한다. 이후 명랑 갱 단원들 주위에서 그들을 위험으로 내모는 술책들이 진행되자
그 배후에 히지리가 있음을 눈채 챈 명랑 갱 단원들은 히지리가 대놓고 자신의 빚을 해결해주지 않으면
그들의 정체를 폭로하는 기사를 쓰겠다고 협박하자 궁지에 몰려 마지못해 응하지만...
명랑 갱 단원들이 번갈아가면서 얘기를 전개해가는 형식의 독특한 구성을 한 이 책은 각자의 등장부분
마다 관련된 단어의 사전적 다양한 의미를 언급하면서 시작된다. 악질적인 기사를 남발하는 전형적인
기레기인 히지리에 맞서 명랑 갱 단원들의 분투가 벌어지는데 히지리를 단죄하기 위한 그들의 기막힌
작전은 정말 통쾌한 반전을 선사했다.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지 범죄자나 나쁜 놈들이
오히려 당당하게 설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자들을 응징하는 일들은
그나마 답답한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는데 이 책의 반전도 그런 사이다맛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시리즈의 앞선 책들도 어떤 내용일지 정말 궁금해졌는데 기회가 된다면 명랑 갱들의 유쾌
발랄한 일탈(?)에 동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