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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시간 스토리콜렉터 9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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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은 타우누스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보덴슈타인 반장과 피아

형사의 활약을 그린 타우누스 시리즈만 읽어봤는데 이번에는 세리든 그랜트 시리즈인 이 책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시리즈의 첫 작품이 나왔을 때 왠지 소녀의 성장 미스터리인 것 같아 타우누스 시리즈에

비하면 내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을 듯 해서 보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3부작의 완결판인 이 책부터

보게 되었다. 시리즈는 가능하면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을 

폭풍에 휩쓸리듯 보게 되었는데 중간중간에 과거 얘기가 언급되고 있어서 역시 순서대로 봤으면 훨씬 

이해가 더 잘 되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얘기는 록브리지라는 작은 마을의 유지라 할 수 있는 의사 폴과 약혼한 세리든(이곳에선 엄마 이름인

캐롤린 쿠퍼를 쓴다)이 폴과의 결혼을 주저하고 있을 때 예전의 포주이자 연인이던 이던 뒤부아 일당이

찾아오는 걸로 시작한다.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 끝에 살아남은 세리든은 폴과는 인연이 아닌 걸로

마무리짓고 오랜만에 고향 네브래스카로 돌아간다. 과거의 끔찍했던 사건들(물론 나는 모른다)로 인해 

여전히 그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그리 달갑지 않은 가운데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놓았던 노래들을 

녹음하러 캔자스시티로 향한다. 마침 세리든이 예전에 데모 데이프를 보낸 걸 들은 대형 음반사 대표

마커스 골드스타인은 그녀가 대형스타가 될 거라 확신하고 바로 비행기를 타고 그녀를 찾아가는데...


초반부에는 세리든을 죽이려는 일당의 손아귀에서 간신히 탈출하는 등 스릴러의 기운을 유지했지만

세리든이 음반 녹음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그야말로 스타탄생기가 펼쳐진다.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

졌다'는 말도 있지만 세리든의 가수로서의 데뷔와 성공은 초특급 팝스타들의 얘기를 넘어설 정도였다.

별다른 스타의식이 없던 세리든은 금방 혼자 외출도 못하는 인기스타가 되는데 그녀가 녹음하러 가던

길에 우연히 만났던 재스퍼와의 로맨스도 세리든의 갑작스런 인기폭발로 만남 자체가 어려운 상태가

되자 위기에 처한다. 한편 세리든의 친부를 찾는 과정도 진행되는데 세리든의 친모를 죽인 연쇄살인범

에게서 진실을 알아내려는 친오빠인 경찰 조던 블라이스톤과의 갈등과 그동안 숨겨왔던 사건까지 

후반부에 드러나면서 책 제목(세리든의 음반 제목이기도 하다)처럼 폭풍이 몰아치듯 정신없이 진도가 

나갔다. 여러 문제와 갈등들이 결국에는 모두 해소되면서 해피엔딩을 맞이했는데 파란만장했던 세리든의

삶이 초특급 인기가수로 마무리하게 되어 나름 훈훈한 결말이라 할 수 있었다. 아마도 3부작의 앞선

두 편에선 정말 세리든의 삶이 엉망진창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롤러코스터처럼 너무 급격한 변화를 

보여 그야말로 소설같은 얘기라 할 수 있었다. 미스터리, 스릴러로선 앞선 두 작품이 좀 더 흥미롭지

않을까 싶은데 기회가 되면 세리든의 삶을 역주행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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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잠든 숲 2 스토리콜렉터 5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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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이 또 한 명의 중상자를 만든 가운데 범행 무기에서 발견된 지문으로 랄프 엘러스가

체포된다. 하지만 그를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망간 엘리아스의

정신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간 바제도프 박사의 병원에서 전 병원장인 레싱 박사가 숨겨둔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중요한 증거를 얻게 된다. 그리고 아르투어와 막시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타게 되는데...

 

1권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연쇄살인사건과 42년 전 소년과 여우의 실종사건에 모종의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면 2권에선 본격적으로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지를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42년 전 사건을 숨기기 위한 타우누스 마을 사람들의 단합된 모습이 그려지는데

인간의 지독한 이기심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자신과 다른 약자들을 괴롭히는 사악한 인간 본성은

물론 잘못을 저지르고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선 연쇄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비열한 이기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42년 동안 아무 잘못도 없이 억울한 죽음을 맞고 아무도 모르게 매장되어 있어야 했던

아르투어와 막시의 애통한 사연과 그 가족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관련된 인간들이 42년간 멀쩡하게

살아왔고 현재에도 아무런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게 정말 열불이 났다. 사건이 터졌을 때 한 명만이라도

일찍 조치를 취했으면 그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인데 다들 자기들이 저지른 나쁜 짓이

드러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입을 굳게 다물고 진실을 숨기기 위해 온갖

은폐공작을 벌이는 모습은 수많은 작품들에서 익히 봐왔던 인간의 추악한 모습이었다. 

나중에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서로 책임전가하기 바쁜 모습은 인간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라면

남이야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이기심의 전형적인 발로라 할 수 있었는데 42년간 위선의 탈을 쓰고

살아오다가 또다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의 정체와 사건의 진실은 어떻게 보면 허무하기까지

했다.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남들에게 저지르는 악행이 낳은 비극이 42년이라는 엄청난

세월동안 그냥 묻힐 뻔했다가 겨우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바로 세워진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 엄청난 사건들을 알면서도 자기에게 피해가 올까봐 입을 다물고 산 뻔뻔한

인간들을 생각하면 섬뜩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이 들기에 충분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사한 스토리의

작품들이 더러 생각났는데, 얼마 전에 봤던 '속임수'16년 전 산에서 발생했던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마크스의 산'을 비롯해 여러 작품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가슴 속에 응어리졌던 절친과

반려동물의 실종을 해결하게 된 보덴슈타인 반장과 그를 대신해 반장 역할을 한 피아의 공동수사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는데 두 권으로 분권해서 그런지 마지막에

넬레 노이하우스와의 인터뷰와 그동안 출간된 타우누스 시리즈의 각 권의 간략한 요약까지

지금까지의 타우누스 시리즈의 중간결산이란 의미도 있었다. 이렇게 과거사까지 정리하면서

타우누스 시리즈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 것 같은데 과연 피아에게 반장 자리를 물려준

보덴슈타인이 다음 작품에서 다시 돌아올 것인지와 여러 소재들을 다양하게 사용한 상태에서

다음에는 어떤 내용의 흥미진진한 얘기를 들려줄 것인지 벌써부터 후속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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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잠든 숲 1 스토리콜렉터 5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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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에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서 사망자가 나오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망자의 노모가

목이 졸려 살해되자 작은 마을 타우누스에 또다시 피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게다가 뭔가를 알고 있던 마우러 신부가 보덴슈타인 반장을 찾아가 얘기를 하려다가

이를 눈치 챈 범인에게 자살로 위장되어 살해당한다.

 소피아와 함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던 보덴슈타인 반장은 세 건의 연쇄살인사건의 원인이

42년 전 자신의 절친한 친구였던 아르투어와 여우 막시의 실종사건과 관련 있음을 직감하는데...

 

독일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가 다시 돌아왔다. 이혼과 시한부 선고라는

개인적인 불행을 극복하고 새로 내놓은 이 작품은 2권으로 분권이 되어 출간되어서

기존 시리즈 중 최대의 분량임을 자랑하지만 700페이지가 좀 넘는 분량이라 그냥 단권이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암튼 이번 작품에선 42년 전 발생했던 실종사건과 현재의 연쇄살인사건이

연결되면서 타우누스의 과거와 현재의 적나라한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야말로 타우누스의 현대사를 압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지라 타우누스와 루퍼츠하인의 지도와

등장인물 소개를 본격적인 내용 시작에 앞서 별도로 싣고 있다. 그만큼 등장인물도 많고 인간관계도

복잡해서 누가 누군지와 어떤 관계인지가 막 헷갈리기 쉬웠는데 초반부터 사건들이 계속 발생해서

정말 정신이 없었다. 세 명을 죽인 연쇄살인사건으로 인해 범인이 피해자들의 입을 막기 위해 저지른

범죄가 42년 전 과거의 실종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가 문제의 초점인데 42년 전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을 마을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42년 전 사건에서 소중한 사람과 반려

동물을 잃었던 보덴슈타인 반장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수사를 맡기가 어려워지자 피아가 사실상

수사를 지휘한다. 42년 전 러시아에서 이민 온 아르투어 가족을 마을 사람들이 왕따시키다시피 하고

아르투어를 보덴슈타인이 특별히 챙기자 다른 아이들은 아르투어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결국 아르투어와 보덴슈타인이 각별히 아꼈던 여우 막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보덴슈타인은

그들을 잃은 아픔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가 연쇄살인사건이 터지자 42년 전 그들이 실종되던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당시 왕따를 주도했던 페터 레싱의 아들 엘리아스가 캠핑카

방화범을 목격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마약 등으로 사고를 치고 다녔던 엘리아스는 임신한

여자친구를 두고 경찰들을 피해 숲속으로 숨어든다. 무려 42년 동안 숨겨져 있던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 정말 궁금한데 마을 전체가 진실을 숨기고 있는 듯한 상황 속에서 보덴슈타인은

실종된 친구와 여우가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 서둘러 2권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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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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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와 둘만의 결혼식을 치른 피아는 크리스토프를 따라 남미로 한 달 넘는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지만 총격을 받고 살해된 시체가 발견되자 휴가를 가는 걸 머뭇거린다.

설상가상으로 보덴슈타인 반장의 수사팀은 병가 2명에 휴가 2명인 상태라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데 또다시 동일범인 스나이퍼의 소행으로 보이는 

저격당한 시체가 발견되어 도시는 공포에 휩싸인다.

결국 휴가를 포기하고 사건 수사에 매진하는 피아와 보덴슈타인의 수사팀은

피해자들이 모종의 사건에 연루된 관계임을 알게 되는데...

 

전작인 '사악한 늑대'를 읽은 탄력을 받아 타우누스의 시리즈의 가장 최신작인 이 책을 바로 읽었다.

그동안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정말 다양한 소재들을 다뤘다.

독일의 치부라 할 수 있는 홀로코스트를 다룬 '깊은 상처'나 풍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기업과

시민단체의 갈등을 다룬 '바람을 뿌리는 자' 등 여러 사회문제들을 책에서 담아내서

과연 이 책에선 어떤 소재를 다룰까 궁금했는데 이번에는 장기이식이란 화두를 제시했다.

사실 장기이식은 뇌사상태 등에 빠졌을 때 장기가 필요한 다른 사람들을 살리는 선한 행동으로

사회적 운동이 벌어질 만큼 장려되는 행동임에도 이 책에선 오히려 그 적나라한 민낯을 까발린다.

생전에 장기이식에 동의한 경우에도 정작 그런 상황이 닥치면

가족들이 선뜻 본인의 뜻을 존중해서 장기이식에 동의하기가 힘든데

그런 상황을 악용하는 자들이 있을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장기이식이 무슨 의무인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선의로 하는 고귀한 행동임에도

장기이식을 해줄 수 있는 상황에 처한 환자와 가족들을 협박하고 강요해서 

아직 살아있는 사람의 몸을 난도질해서 장기들을 꺼내고는 쓰레기 버리듯 처리하는

의료진이나 관련 종사자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장기이식이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행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쉽사리 장기이식에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소설 속 극단적인 얘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 있는 얘기였는데,

장기이식의 전제가 되는 뇌사판정이나 이식을 받을 사람을 선정하는 절차 등이 정말 엄격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을 살리는 것보다 우선해서 장기를 이식해주는 사람과

가족들의 마음을 존중하고 위로해줄 수 있어야 장기이식이란 대의명분을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연쇄살인범이라면 정말 끔찍한 괴물들을 떠올리겠지만

이 책 속의 범인은 나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멀쩡한 사람이 조깅을 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는데 그걸 보고도 구급차를 부르지도 않는 이웃이나

술에 취해 구급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치게 한 운전자나

아직 뇌사상태에 빠지지도 않은 살아 있는 환자를 자신의 허영심과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회생불능의 상태라고 진단하고 가족들에게 장기기증을 하라고 압박한 의사나 병원 관계자들. 

저런 인간들 때문에 소중한 가족을 잃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내가 희생자의 가족이라고 해도 복수를 계획하는 게 당연할 것 같다. 

그래서 범인은 처벌을 받아야 할 자들이 아닌 그들의 가족들을 저격함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멀쩡하게 살아왔던 자들에게 자신이 겪은 고통을 고스란히 안겨준다.

피이와 보덴슈타인 콤비는 이 책에서 나름 분투를 하지만 범인보다 늘 뒷북만 치다가

결국 범인의 계획대로 잘못된 장기이식과 관련된 모든 자들이 처벌받는 걸 막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완벽한 패배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복수가 완성되어서 더 만족스러웠다.

마지막에 피아와 크리스토프의 결혼식으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는데

전작의 범인의 소식이 난데없이 전해져 그가 등장하는 또 다른 작품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정말 남에게 피해가 주는 행동을 하면 안 되겠다는 당연한 진리를 새삼 실감했다.

나는 별거 아니라고 무심하게 하는 말과 행동들이 남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줘서

이 책의 범인처럼 자신의 고통을 고스란히 돌려주려고 할지도 모르니

늘 공자가 '논어'에서 한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명심해야겠다.

보통 시리즈물이 계속되다 보면 작가가 소재의 빈곤에 직면하고 지친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점점 소재도 다양해지고 인물들의 사연들이 쌓이면서

내용이 풍성해지는 느낌이 든다. 과연 다음에는 어떤 신선한 얘기로 우리를 찾아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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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늑대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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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표적인 미스터리 작가로 발돋움한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이제 국내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쌓아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나도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시리즈물은 순서대로 읽어야 제맛을 놓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이전 작품들인

'사랑받지 못한 여자', '너무 친한 친구들', '깊은 상처'를 보고 나서야 겨우 백설공주와 만날 수 있었다.

그 후 백설공주의 후속작인 '바람을 뿌리는 자'를 거쳐 이 작품까지 오게 되었는데

시리즈가 진행되어 나갈수록 점점 분량도 커지고 내용도 풍성해지는 느낌이 든다. 

 

강에서 소녀의 시체가 떠오르면서 시작되는 이 책에선 북유럽 스릴러의 단골 소재인 성범죄가 등장한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필두로 '저주받은 피', '비스트' 등 상당수의 작품들에

끔찍한 성범죄자들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어 북유럽이 무슨 강간의 왕국이라는 선입견이 들 정도로

단골 소재로 사용되었는데 넬레 노이하우스도 타우누스 시리즈에 성범죄의 진수를 선사한다.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 후 수사도 흐지부지하고 별 다른 사건도 벌어지지 않아 좀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데

유명 방송인인 한나 헤르츠만이 납치되어 잔혹하게 폭행, 강간당하면서 사건은 전환점을 맞는다. 

한나 헤르츠만의 상처가 마인 강에서 건져올린 소녀의 상처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면서 두 사건

사이에 모종의 연관관계가 있음이 추정되고 아동 성폭행 전과가 있는 킬리안 로테문트라는 남자의

지문이 발견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되지만 그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한나의 딸 마이케는 엄마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혼자서 추적하기 시작하고,

엠마는 딸인 루이자가 망아지를 타다가 떨어져서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성추행으로 의심되는 상처가

발견되자 충격을 받고 루이자에게 물어보지만 나쁜 늑대가 무섭다고만 하는데...

 

시리즈물을 읽는 묘미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삶의 여정을 함께 경험한다는 점이다.

아내와 이혼하고 힘들어하던 보덴슈타인 반장과 크리스토프와 예쁜 만남을 이어가는 피아 형사의

행보가 대조적이었는데, 문제아 프랑크 벤케가 돌아와 분란을 일으키고 니콜라 엥겔 과장과의

사이에 과거에 있었던 사건의 숨겨진 비밀까지 여러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사연들이 얽혀

다채로운 얘기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그 와중에 아동 성폭행을 비롯한 엄청난 성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는데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의 범죄가 아닌 조직적인 범죄에다가

사회의 저명인사들이 대거 연루되고 이들을 비호하고 범죄를 은폐하는 세력까지 등장하니

갈수록 기가 막힌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밝혀지는 성범죄 조직의 보스는 역시나

전혀 의심하기 힘든(그래서 오히려 더 유력해보였던) 인물이었다.

타인에게 저지르는 성범죄도 역겹기 짝이 없지만 자신의 어린 직계 가족들에게조차

어떻게 그런 짓들을 저지를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괴물들이 수두룩해서

소설임에도 분노를 금할 수 없었는데 마지막에 교묘히 빠져나가는 장면까지 나와서

왠지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처럼 후속 작품에서 다시 등장하지 않을까 추측되었다.

타우누스 시리즈를 계속 읽다 보니 점점 사회적인 문제나 스케일이 큰 조직범죄들을 다뤄서 내용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후속작에선 과연 어떤 얘기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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