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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7월
평점 :
최근에 회사 도서실을 이용해 그동안 못 보았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를 모두 찾아 봤다.
시리즈의 10편인 '기도의 막이 내릴 때'를 끝으로 시리즈가 끝나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어 아쉬웠는데
뜻밖에 11편인 이 책이 신간으로 나와 정말 반가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려 101번째 작품이라는
상징성도 있는데 그래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가가 형사 시리즈를 부활시킨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암튼 제목부터 시리즈의 이전 작품들인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내가 그를 죽였다'와
비슷해서 두 작품과 유사하게 본격의 느낌이 좀 더 나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호화 별장지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이 소재인데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범인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유유히 만찬을 즐긴 후 자기가 범인으로 자수를 한다. 다섯 명을 살해하고 한 명은 살인미수로 끝난
대형 사건에 경찰들이 조사를 하지만 범인은 자신의 범행만 인정할 뿐 구체적인 살해과정이나 동기
등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자 피해자의 가족 중 한 명인 다카쓰카 슌사쿠가 피해자 가족들을 모두
모아 검증회(?)라는 모임을 가진다. 남편을 살해당한 하루나는 동료 간호사의 추천으로 휴가 중이던
가가 형사를 소개받아 함께 모임에 참석하고 가가 형사는 어떨결에 사회를 맡아 진행을 하게 된다.
사건 담당 형사가 참관한 가운데 피해자들의 살해 순서 등을 검증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범인이 마지막으로 즐겨던 만찬을 함께 하면서 검증회를 이어가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문점 등을 다루기 위해 다음날까지 검증회를 연장하기로 하는데 참석자 가운데 자수한 범인의
공범이 있다는 공범설이 대두되면서 분위기이 점점 험악해진다. 게다가 범인의 동생이 검증회에 위장해
참석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분위기가 격앙되는 가운데 누가 공범인지를 놓고 서로를 지목하기 시작
하면서 모두들 숨기고 있던 자신만의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진다. 그리고 드러나는 공범의 정체와
최후의 반전은 가가 형사가 복귀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보통 묻지마 범죄 스타일은 범행대상에
대한 필연성이 없기 때문에 추리소설의 소재로 사용하기가 어려운데 이 책에선 그나마 무늬만 묻지마
범죄여서 그 배후에 숨어 있는 공범을 밝혀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고전 미스터리에서 즐겨
쓰는 마지막에 등장인물을 모두 모아놓고 탐정이 범인을 밝히는 무대가 내내 펼쳐졌는데, 관련자들의
진술을 청취하고 마지막엔 현장검증까지 하면서 거짓말을 해대는 용의자들 속에서 공범과 또 다른
진실을 밝혀내는 가가 형사의 모습은 예전과 변함이 없었다. 홈즈를 죽였다가 독자들의 원성에 다시
살려냈던 코넌 도일처럼 자신의 101번째 작품에서 강제 은퇴(?)시켰던 가가 형사를 다시 복직(?)시킨
히가시노 게이고도 작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아 앞으로도 가가 형사의 멋진 활약상을 계속 보여줄
거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