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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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면 당연히 '情慾'(이성의 육체에 대하여 느끼는 성적 욕망)을 뜻하는 거라 착각하기

쉬워 뭔가 야한 얘기가 아닌가 기대(?)를 할 것 같다. 그런데 한자로 '正欲'(바른 욕망)이라고 표지에

떡 하니 적혀 있어 그런 오해를 바로 불식시킨다. 욕망에도 바른 게 있고 그른 게 있다는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지만 왠지 욕망과 바르다는 단어는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 책 띠지에 적혀 있는 화려한

수상 경력들을 보면 상당한 평가를 받은 작품임을 알 수 있는데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정말

궁금했다.


이 책은 세 명의 중심인물들이 먼저 얘기를 이끌어 간다. 학교 가기를 거부하고 유튜브 방송을 하겠다는

아들 때문에 골치 아픈 검사 데라이 히로키와 사람들과의 관계를 가급적 멀리하려고 하는 침구전문점

직원 기류 나쓰키, 대학교 미스, 미스터 선발대회를 폐지시키고 다양성을 장려하는 새로운 축제를 

만들려는 여대생 간베 야에코를 중심으로 이들의 주변 인물들의 얘기들을 번갈아 들려준다. 본인이나

주변 인물들 중에 특이한(?) 인물들이 등장하기는 하는데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러는 걸까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주인공 역할을 하던 세 명의 주변에 있던 특이한(?) 

인물들이 본격적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사사키 요시미치는 자신과 뭔가 통하는(?) 기류 나쓰키와 계약

결혼을 하고, 간베 야에코가 호감을 갖던 모로하시 다이야는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 책을 보면서 과연 '바른 욕망'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일반적인, 다수가 가지는 욕망이

'바른 욕망'이라고 한다면 다수와는 다른 욕망을 가지면 세상에서 배척되기 십상이다. 흔히 LGBT로

표현되는 성적소수자들은 그나마 많이 화제로 언급되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특별한(?) 욕망의 소유자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들이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면 그들의 취향에 대해 굳이 가타부타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 사회처럼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여전히 배타적인 집단의식이 강한 곳에서는 대다수와

다른 별종(?)이 용납되기 어렵겠지만 사생활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개인의 취향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닐까 싶다. 암튼 쉽지 않은 화두를 던진 이 작품은 다양성을 포용하기 어려운

세상에 나름의 생각할 거리를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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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기억을 잃어버리는 그녀를 구하는 법
모치즈키 타쿠미 지음, RYO 그림, 이지연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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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로맨스 소설은 우야마 게이스케의 작품인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벚꽃 같은 나의 연인', 

'이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를 본 후 한동안 뜸했는데 오랜만에 제목부터 뭔가 심쿵한

얘기가 펼쳐질 것 같고 책 표지마저 설레이는 여성의 모습을 등장시켜 과연 어떤 얘기일지 궁금했다.

사실 제목을 보면 딱 기억을 가지고 장난치는(?) 얘기일 것 같은데 영화로 말하자면 '메멘토'나 '이터널

션사인' 등의 작품들이 바로 떠올랐다. 이 책에서는 제목 그대로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오자키 치도리가 사고가 발생했던 날 무렵이 되자 사고 이후 1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희귀 증상을 보이는 걸 매년 반복하는 설정으로 되어 있는데 이런 특수한 상태인 치도리를 구해낼(?)

백마 탄 왕자님이 과연 누구일지, 그리고 그녀를 어떻게 구해낼 것인지 호기심을 갖고 책을 읽어나갔다.


실제 치도리와 같은 증상이 일어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고 전까지의 기억만 있고 매년 1년간의

기억을 삭제시키는 상황이 반복되니 정상적인 생활을 살아가기가 힘들 것 같은데 그나마 절친인 

시오리와 담당 의사인 코바야시의 도움으로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해나고 있었다.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치도리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 자신과 1년 동안 데이트를 해서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면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잃어버린 손목시계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못 알아내면 자신과

사귀자는 황당한 제안을 한다. 손목시계를 찾기 위해 마지못해 제안에 응하는 치도리와 소설가인 

아마츠 마사토의 데이트가 시작되는데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았던 그녀도 마사토와의 데이트가 계속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점점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데...


뭔가 비밀을 간직한 마사토와 경계심을 가진 치도리와의 데이트가 계속되면서 치도리는 차츰 포기했던

자신의 삶에 대해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마사토가 예전에 자신과 결혼했던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마사토가 왜 이런 일을 벌일까 의아해하는데 마사토가 간직한 놀라운 비밀이 마지막에 밝혀진다.

치도리의 시선과 마사토의 일기를 번갈아가면서 얘기가 진행되는데 치도리의 상황도 특별했지만 

마사토는 한술 더 떠서 이들 커플은 어떻게 보면 운명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상황 설정 자체가 좀 

현실감이 떨어지긴 했지만 마사토가 치도리를 구하기 위해 모든 걸 내던지는 모습은 역시 사랑이란 

게 이래야 하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뒤바뀐 역할의 이들 커플이 사랑의 힘으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련을 극복하고 행복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는 게 바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의 희망사항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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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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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들을 즐겨 읽지만 아무래도 수상 경력이 있는 작품에 더 관심이 가는 게 사실이다. 특히 여러

상들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나오키상 수상작은 거의 실패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바로 작년 수상작인

이 책은 개가 주인공이라 조금은 식상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좀 우려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개를 비롯한

소위 반려동물들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물이 주연이면 아무래도 얘기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이 책에선 총 6편의 단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인간의 가장 친한 벗인 개와의 특별한

인연이 소개된다.


시간적 배경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때로 대지진이 중요한 단서임을 직감할 수

있었는데 가즈마사라는 남자가 주차장 구석에 있는 개를 발견하면서 애기는 시작된다. 세퍼드와 다른

종이 섞인 잡종으로 보이는 범상치 않은 모습의 개에게 끌린 가즈마사는 개에게 먹이를 주면서 집으로

데려가 키우는데 이름표에 적힌 '다몬'이란 이름으로 개를 부르며 아낀다. 절도범들을 태워주는 일을

하던 가즈마사는 치매인 어머니에게 다몬을 데리고 가서 어머니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지만

잠시 동안의 행복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다몬을 이어받은 미겔도 어릴 때 개와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어 다몬을 꼭 자기 나라로 데리고 도망가려 하지만 남쪽을 바라보는 다몬의 모습에 다몬을 

보내준다. 이후 다몬은 산악 마라톤을 즐기던 다이키란 남자에게 발견되어 집으로 같이 가서 다이키의

아내 사애로부터도 사랑받게 되지만 집안일에는 무관심하고 자기 노는 데만 혈안이 된 다이키를 따라

나섰다가 다시 혼자가 된다. 엉망인 상태인 다몬을 발견한 사람은 매춘부 미와로 다몬은 미와의 사랑을

받으며 건강을 회복하지만 복잡한 사연을 가진 미와도 막다른 길에 몰리며 다몬을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사냥일을 하던 야이치와 함께 하지만 이미 췌장암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야이치를

다몬이 구해낼 수는 없었다. 



기나긴 여정을 거쳐 드디어 책 제목과 같은 마지막 에피소드에 이르러 다몬의 모든 행동이 설명된다.

사실 이런 비슷한 얘기들이 예전에도 있었기 때문에 그리 새롭지는 않았지만 가슴 찡하게 만드는 

사연임은 부인할 수가 없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받은 사람들에게 인간

이상의 개가 상처를 치유해주는 사연을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데

이래서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아닌가 싶었다. 애견인들이라면 더 마음이 뭉클해지지 않았을까

싶은 책이었는데 개와도 충분히 공감하며 가족처럼 지낼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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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
우야마 게이스케 지음, 황세정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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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부터 로맨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책은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벚꽃 같은 나의

연인'으로 단숨에 로맨스 소설의 강자로 우뚝 솟은 우야마 게이스케의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판타지적인 요소가 섞인 로맨스를 선보인다. '레인드롭스'라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히나와

건축가로 막 사업을 시작한 마코토는 레인드롭스에서 만나 비가 맺어준 인연으로 사귀게 된다.

오직 서로만을 의지하면서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사랑을 키워가던 두 사람은 데이트를 하고 빗길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둘 다 빈사상태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 다 '기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다시 한 번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두 사람이 20년의 수명을 공유하면서

각자 10년씩 수명을 소유하며, 행복을 느끼면 상대방의 수명을 1년 빼앗고 불행을 느끼면 상대방에게

수명을 1년 빼앗기게 되는 '라이프 셰어링'을 하기 시작한다.

 

유난히 행복을 잘 느끼는 히나와 늘 부정적인 마코토는 라이프 셰어링을 하게 되면서 그동안 사귀면서

없었던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히나가 쉽게 행복을 느끼며 마코토의 수명을 금방 빼앗아 마코토를

죽기 일보 직전까지 내모는 상황이 발생하자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마코토는 자기 일도 제대로 못하며 늘 수명을 뺏길까봐 신경이 곤두서고 이런 마코토를 보면서 자책하는 히나의 모습을 보면

역시 사랑도 목숨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래도 자신이 너무

예민했음을 깨닫은 마코토가 정신을 차리면서 수명을 조절하는 나름의 노하우를 갖게 되고 위태로웠던

두 사람의 관계도 어느 정도 극복이 된다. 그러나 점점 세월이 지나 공유하는 수명이 점점 줄어들면서

수명을 조절할 수 있는 운신의 폭도 줄어든다. 히나를 위한 집을 짓겠다는 마코토의 원대한 꿈도 뒤로

미뤄지면서 히나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할까 조바심을 느끼는 마코토와 마코토가 꿈을 이루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알면서 마코토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히나는 결국 목숨을 건 결단을

내리는데...  

 

누군가와 수명을 공유하면서 서로 생명을 뺏고 빼앗기는 관계에 있게 되면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들 것 같다. 이 책에서도 그렇게 사랑하던 사이였던 마코토와 히나도

라이프 셰어링을 하기 시작하면서 삐걱거리게 된다. 당장 자기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무신경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그래도 금방 나름의 해법을 찾은 두 사람은 다시 예전의 관계를

회복하고 살아가지만 그들에게 남은 수명이 점점 줄어들면서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게 된다. 누군가

사랑을 할 때 과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말로는 목숨 바쳐 사랑한다고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갈지, 상대의 마음도 언제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나뿐임 자신의 목숨을 줄 수 있다고 쉽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사랑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기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그런 순애보적인 사랑의 결정판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과 꿈을 위해 비록 그 사람이 나를 기억조차 못하게 되더라도 자신을 기꺼이 내줄 수

있는 그런 사랑이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여전히 소설 속에서는 판타지처럼 눈물샘을

자극하는 얘기가 가능한 게 매력이 아닌가 싶다. 현실에선 거의 멸종된 순애보적인 얘기라 그런지

아무래도 사실감은 좀 떨어지지만 이런 애틋한 사랑 얘기를 책에서나마 만날 수 있어서 아직도

세상에 헌신적인 사랑이 있고 사랑의 힘이 위대함을 믿고 싶게 만들어주는 게 이런 로맨스 소설이 

가진 힘인 것 같다. 

사람은 꿈을 이루기 위해 살고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이다. - P334

비는 누군가가 소종한 사람을 생각하며 흘리는 ‘사랑의 눈물‘이거든요.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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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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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예전에는 SF 영화나 소설에서 나올 얘기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데 인간의

파트너로 로봇이 등장하고 기억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세상이 올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기억을 조작하는 기술이 현실화된 세상에서 이를 인연으로 만나는 남녀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도 기억삭제연구소가 등장해서 가슴 아픈 기억을 삭제할 수 있는

설정이었는데 과연 이 책에서는 기억 조작이란 소재를 어떻게 요리해낼 것인지 기대가 되었다.

 

나노로봇에 의한 기억 개조 기술(이 책에선 '의억'이라고 한다)이 발달한 가운데 아마가이 치히로는

부모가 현실에는 별로 관심 없고 의억으로 가공된 과거 속에서 살기를 즐기면서 자식으로서 소외받는

정환경에서 살게 된다. 부모가 이혼한 후 19살이 되어 혼자 살게 된 치히로는 그동안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기억을 제거해주는 나노로봇인 '레테'를 주문하지만 엉뚱하게도

가공의 청춘 시절을 제공해주는 나노로봇인 '그린그린'이 배달되어 오면서 소년 시절의 기억을

지우는 건 고사하고 '나쓰나기 도카'라는 소녀와의 가공의 기억이 생기게 된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가공된 기억 속의 나쓰나기 도카의 존재는 치히로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온다. 보통 누구나

이상화된 상황을 꿈꾸곤 한다.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행복한

상상들을 하면서 잠시나마 고된 현실에서 벗어나곤 하는데 미소녀와의 아름다운 첫사랑의 추억을

조작하거나 연인과의 달콤한 로맨스를 꿈꾸는 게 단지 헛된 희망에 그치지 않고 비록 가상이지만

자신의 기억 속에선 진짜인 것처럼 느낄 수 있다면 이 책에 나오는 '그린그린'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을 것 같다. 치히로도 자신의 이상형에 가까운 나쓰나기 도카가 소꿉친구로 등장해 그녀와의

추억이 만들어진 것에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실제 현실에서도 나쓰나키 도카가 소꿉친구라며

등장하자 의자(의억 속 가공의 등장인물)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계속 밀어낸다. 그녀를 사기꾼 꽃뱀

취급하면서도 그녀와의 기억이 조작된 것이 아닌 사실이라고 믿고 싶은 게 치히로만의 감정은 아닐

것 같았다.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속고 싶은, 그냥 달콤한 거짓 속에 살고 싶은 게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일 것 같은데 도카에게는 전혀 다른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후반부로 가면서 치히로와 도카가

번갈아 가면서 화자로 등장해 그동안 몰랐던 사연들을 들려주는데 점점 애틋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아직 현실에선 가능하진 않은 기억 조작이라는 SF적인 설정이라 로맨스적인 분위기가

조금은 덜한 느낌이 들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얼마 전에 읽은 '벚꽃 같은 나의 연인'처럼 안쓰러운

사랑 얘기로 돌변했다. 약간은 새드엔딩의 느낌도 났지만 그래도 사랑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던

두 사람에게 늦은 감은 있지만 사랑의 감정을 확실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던 건 단순한 기억조작의

힘이 아닌 서로에 대한 진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언젠가는 이 책에서 설정한 기억조작이

대중화되어 얼마든지 자신이 희망하는 기억으로 조작된 추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도 상대를 보듬어주는 따뜻하고 다정한 거짓말이 사람에게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흥미롭고 기발한 로맨스 작품이었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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