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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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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신 파리의 형사 알리스는 잠에서 깨어나 보니 숲속의 통나무 벤치에 

누워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란다. 게다가 옆에는 전혀 모르는 남자가 누워 있고 남자의 손목과 자신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있으며 자신이 있는 곳이 바로 뉴욕의 센트럴 파크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데...


기욤 뮈소의 책은 '구해줘' 이후 여러 작품들을 만났었는데 '브루클린의 소녀'을 읽은 지 벌써 3년 반

이상 지나 정말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이 책도 예전에 구입해놓고 책장 속에 

잠자다가 책장 정리를 하면서 꺼내 보게 되었는데 첫 장면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무슨 홍길동도 아니고 파리에 있던 여자가 아침에 뉴욕에 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호기심을 자아냈는데 그것도 모르는 남자와 수갑까지 채워져 당장 수갑부터 해결하는

게 급선무였다. 자신이 재즈피아니스트라는 가브리엘과 놀고 있던 한 아이의 휴대폰을 훔쳐 달아난 

두 사람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알리스의 고통스러웠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난다. 미남 의사 폴 말로리와 극적인 만남과 결혼에 골인한 후 임신까지 했지만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던 알리스는 단독으로 범인을 추적하다 범인에게 일격을 당해 아이를 잃고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기지만 소식을 듣고 달려오던 남편마저 교통사고로 잃는 끔찍한 일들을 겪는다.

이런 사연을 가진 알리스와 자신이 사실은 FBI 형사라며 알리스가 쫓던 연쇄살인범을 자신도 추적 

중이라는 가브리엘은 의기투합해서 연쇄살인범의 행방을 쫓지만 뭔가 숨기는 듯한 가브리엘과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알리스는 서로에 대한 온전한 믿음을 두지 못하는데...


알리스와 가브리엘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은 뭔가 명쾌하지 않은 가운데 점점 절정으로 다가갈수록

수렁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나 기욤 뮈소의 능수능란한 솜씨는 특유의 반전으로 놀라운 사건의

진실을 들려준다. 어떻게 보면 좀 당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이런 설정을 해놓으면 결코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독자들을 궁금증의 덫에 빠뜨려 계속 사건에 몰입하게 만들다가 화끈하게

뒤통수를 작렬시키는 그의 능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잠시동안

잊고 있었던 기욤 뮈소표 로맨틱 스릴러의 매력을 다시 되살려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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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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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실패를 겪은 싱글대디 라파엘은 안나와의 결혼을 3주 앞두고 그녀에게 비밀이 있다면

서로 털어놓을 것을 제안하자 안나는 마지못해 자신이 저지른 짓이라며 끔찍한 사진을 보여준다.

이에 충격을 받은 라파엘은 바로 차를 몰고 안나를 떠났다가 차를 돌려 그녀에게 돌아가지만

이미 안나는 사라지고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는데...

 

기욤 뮈소의 작품은 '구해줘'와 첫만남을 가진 후 '지금 이 순간'까지 그동안 나름 많은 작품을 읽었다.

영화를 보는 듯한 뛰어난 가독성과 시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멜로에 금방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중독성을 가진 그의 책들은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졌는데

이번 작품은 그동안 그가 자주 사용하던 시간여행의 기법보다는 좀 더 정통 스릴러에 가까운 내용을

선보인다. 남녀가 상대방의 과거에 대해 궁금해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어느 정도는

그냥 모른 척 넘어가는 게 현명한 일일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비밀이 없으면 좋겠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비밀을 얘기할 수 없는 경우도 있으니 뭐가 바람직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암튼 이 책에서 라파엘은 그런 금기사항을 알아내려다 감당할 수 없는 안나의 과거에 마주한다.

딱 며칠 전에 읽은 '미안하다고 말해'가 연상되는 상황이었는데 안나에게 제대로 얘기할 기회도 주지

않고 섣불리 그녀를 떠났다가 바로 후회하지만 이미 그녀를 다시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누군가에게 납치된 것으로 보이는 안나를 되찾기 위해 친한 전직 형사 마르크의 도움을 받아

안나의 과거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안나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었음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는데, 안나의 본명은 클레어 칼라일이며 안나 베커로 신분세탁을 하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클레어 칼라일이 희대의 사이코패스인 하인츠 키퍼에게 납치되어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자

라파엘과 마르크는 안나, 아니 클레어 칼라일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기 위해

하인츠 키퍼 사건에 더욱 파고드는데...

 

단순히 납치 감금사건의 피해자인 줄 알았던 클레어 칼라일에게는 엄청난 과거가 숨겨져 있었다.

좀 비약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미국 대선과 직접 연관되어 있고, 그녀와 연관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는데 안나(클레어)를 되찾기 위한 라파엘과 마르크의 분투는 뜻밖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를 알아내려다가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 작품이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스케일의 비밀이 숨겨져 있어서 전형적인

긁어 부스럼 만든 꼴이 되었다. 라파엘이 던진 돌이 일으킨 파문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엄청난 비밀을 끄집어내는 결과를 낳았는데 어떻게 보면 그냥 묻혀버릴 뻔한 사건들이 세상에

드러나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었다. 마무리가 좀 싱거운 느낌도 없지 않았는데

굳이 말하고 싶어하지 않은 얘기를 억지로 캐내려 하면 뒷감당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었고 시간여행을 즐겼던 기욤 뮈소가 좀 더 현실적인 스릴러 장르로 돌아와서 반가웠다. 스릴러 전문작가들의 작품에 비하면 뭔가 좀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는 여전했는데 다음에는 좀 더 완성도 높은 스릴러를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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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5-0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지 않은 책이지만 엄청났을 게 막막 연상되는 리뷰네요! 긁어 부스럼에 작게 웃고 갑니다!^^

sunny 2017-05-06 18:32   좋아요 1 | URL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 덕분에 그냥 묻힐 뻔했던 범죄와 진실이 드러났으니 나름 의미가 있었죠.^^
 
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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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이가 좋지 않던 아버지가 갑자기 불러내 대부분의 재산은 친아들, 딸인 형과 누나에게 물려주고

자신에게는 겨우 할아버지의 실종과 연관된 비밀스런 등대만 물려준다면서

실종되었다가 4년 후에 갑자기 나타났던 할아버지가 들려준 세 가지 당부를 아서에게 알려준다.

30년 동안 등대에 얽힌 수수께끼를 방치했다가 난데없이 자신에게 넘겨준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지만 그 비밀이 궁금했던 아서는 아버지가 막아놓은 지하실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되는데...

 

기욤 뮈소의 작품은 '구해줘'를 시작으로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  

'내일', '종이 여자',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까지 나름 상당한 작품들과 이미 만나봤다.

하나같이 영화를 보는 듯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빠른 전개와 판타지, 로맨스, 스릴러를

절묘한 비율로 결합시켜 늘 다음 장에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들이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24년간을 매년 단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남자가 겪는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

기욤 뮈소가 즐겨 사용하는 시간여행이 어김없이 사용된 작품이었는데,

등대의 지하실 철문을 열고 들어간 후 1년을 단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아서의 인생이 흥미롭게 펼쳐졌다.

마침 2015년을 보내고 2016년 새해를 맞은 시점이라 그런지 지난 2015년이 정말 하루같이 느껴졌는데

실제 1년을 단 하루밖에 살지 못한다면 정말 난감한 일들이 발생할 것 같다.

아서도 등대의 저주에 걸린 이후로 제대로 된 삶을 살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런 와중에도 우연히 자살하려던 리자를 구해주면서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에 단 하루. 자신보다 먼저 등대의 저주에 빠져 실종자의 삶을

살았던 할아버지 설리반을 만나게 되고 정신병원에 갖혀 있던 그를 리자와 함께 구하면서

리자와의 인연을 이어가지만 1년의 하루라는 시간만으로 특별한 인연이 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그녀를 포기하지 않고 진심을 전한 결과 리자와 연인이 되지만

아무래도 1년에 하루만 같이 보내고 사라지는 남자와 사랑을 이어가기는 정말 힘겨웠다.

그 와중에도 리자와의 사이에 아들 벤자민과 딸 소피아를 두고 하루뿐인 시간을 정말 소중하게

보내지만 24년의 시간이 지나면 자신도 할아버지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시달리던 아서는 어떻게든 등대의 비밀을 풀어내려 하는데...

 

1년을 단 하루밖에 누리지 못하는 아서였지만 사랑도 하고 할 건 다했다.ㅎ

그런 저주(?)에 빠지게 되면 누군가를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데

아서는 소설 속 주인공이라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1년에 하루만 만나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싶어할 여자가 이 세상에 어디 있을 것이며

설사 한 두 해 연인이 된다 해도 그리 오래갈 수 있는 관계가 아닐 것 같다.

요즘같이 온통 소통의 도구들로 둘러쌓인 세상에서도 사랑의 유효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데

1년에 단 하루만 함께 할 수 있는 연인을 둘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작품 속 리자는 정말 대단한 여자라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그 오래 세월동안 단 하루만 함께 할 수 있는 남자와의 관계를 유지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일로에 이르게 된다.

열렬히 사랑했던 부부들도 가는 세월 앞에선 점점 시들해질 수밖에 없는데

하물며 1년에 단 하루만 보내는 부부 사이가 오죽 할까 싶다.

게다가 아이들까지 자라는데 아버지는 늘 부재 상태이니 제대로 가정이 유지되기 어려울 듯 한데

결국 아서와 리자, 그리고 그들의 가정은 파국으로 치닫고 이어 기욤 뮈소의 장기인 반전이 등장한다.

이 책에선 기존 작품들의 흔적이 여기저기 발견되는데, 9. 11. 테러가 한 장면을 장식하는 건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를, 마지막 반전 부분 이후는 '종이 여자'를 떠올리게 했다.

1년을 하루밖에 살 수 없는 시간여행을 하는 남자의 여정이란 독특한 설정도 나름 재미있었는데,

정말 1년에 하루라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정말 1분, 1초가 아깝지 않을까 싶다.

보통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대인 것처럼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서와 같은 상황에 처해봐야 정말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지 않을까 생각된다.

'까르페 디엠'이라는 말이 그야말로 절실하게 와닿는 설정의 작품이었는데, 늘 비슷한 듯 하면서도

색다른 작품을 선보이는 기욤 뮈소가 다음에는 또 어떤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사랑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으며, 그 이빨에 물린 상처는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다. - 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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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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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자와 친구도 버리고 자신이 꿈꾸던 정신과 의사로서 성공의 길에 들어선 에단은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정체불명의 여자가 자신의 옆자리에 누워 있고,

자신의 차가 완전히 망가져 있어 혼란에 빠진다.

가까스로 방송출연을 하게 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제시라는 소녀의 방문과

자신이 일방적으로 떠나버렸던 전 애인 셀린에게서 받은 청첩장까지 계속 꼬이기만 하던

에단의 하루는 제시의 자살을 시작으로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하는데...

 

'구해줘'를 시작으로 기욤 뮈소와의 인연은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 '내일' 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그의 책들은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적인 편집과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쉴 새 없는 스토리 전개,

시간과 공간을 파격적으로 넘나드는 구성과 반전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을 가졌기에

어떤 작품을 읽어도 금방 해치웠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이 책도 기존에 만났던 책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책의 기본적인 구성은 에단에게 하루가 반복된다는 설정이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빌 머레이가 지겹도록 하루를 반복했던 것처럼 에단도 그에게 특별한

하루를 반복한다. 문제는 에단에게 그 하루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5년 전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주위 사람들을 떠나 성공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한 에단은 어느덧 스타 정신과 의사로 유명세를 누리는 위치까지 오르게 된다.

이렇게 많은 걸 이뤘지만 에단의 마음 속 한 편은 허전함으로 가득한 상태에서

아침부터 예측불허의 상황을 계속 겪게 된다. 그야말로 최악의 하루를 보내게 되는 에단은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넘어가고 말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그에겐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에단은 엉망이 된 하루를 다시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꼬이고 꼬인 상황은 마음처럼 쉽게 정리가 되지 않고 또 다시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사실 비슷한 설정의 영화나 소설 등을 많이 접해 봤기 때문에 그리 새로운 내용들은 아니었지만

에단이 과연 그에게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도대체 그에게 왜 이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난 것인지 궁금해서 끝까지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는데

한 마디로 이 책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의 근원에는 사랑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정한 사랑을 잃어버린 에단에게 각종 시련이 닥쳐 예전에 버렸던 사랑들을 다시 찾게 하고,

사랑의 힘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나름 최선의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

인생에서 소중한 가치가 뭔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에도 전에 읽은 '나이트 폴'처럼 9. 11. 테러의 극적인 순간을 활용하거나

에단이 첫 눈에 반한 셀린에게 고백하는 장면 등 특유의 세련된 기교가 넘쳐나는 작품이었는데

기욤 뮈소의 작품들은 왠지 가을에 더욱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든다.

겨울 냄새가 벌써 나는 스산해진 가을에 딱 제격이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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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운명이란 삶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구실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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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여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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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3부작'으로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톰 보이드.

하지만 한때 연인이었던 괴짜 피아니스트 오로르에게 버림받은 후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써보지만 바람둥이인 그녀는 다른 남자와 사귀고 톰은 엉망으로 망가지고 만다.

게다가 절친이자 매니저인 밀로가 톰의 돈까지 투자에 실패해 파산지경에 이르자

계속 연기했던 '천사 3부작'의 3편을 어떻게든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만

여전히 자신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던 톰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작품 속 인물인

빌리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나타나는데... 

 

얼마 전에 신작인 '내일'을 읽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기욤 뮈소표 소설의 재미를 다시 실감했는데

한참 전에 사뒀다고 고히 모셔두었던 이 책에도 드디어 손이 가게 되었다.

책 제목만 봐도 딱 느낌이 오는 것처럼 베스트셀러 작가인 톰이 창조한 소설 속 인물인

'종이 여자' 빌리가 톰의 인생에 등장하면서 겪게 되는 정말 소설같은 얘기가 펼쳐진다.

톰도 난데없이 등장한 빌리가 자신의 소설 속 그 빌리인지를 쉽게 믿지 못하고

그녀를 시험하지만 그녀의 존재를 결코 부인하지 못한다.

그리고 톰과 빌리는 파란만장한 모험을 통해 특별한 관계가 되는데,

그 와중에도 '종이 여자' 빌리는 톰의 파쇄본에서 나온 관계로 마지막 남은 파쇄본이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세계 곳곳을 떠돌아다니게 되자 생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톰과 그의 친구들은 마지막 파쇄본을 찾아 나서는데...

 

기욤 뮈소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책도 판타지같은 얘기를 들려준다.

소설 속 인물이 현실에 등장하는 얘기가 낯설지는 않지만

소설가가 글을 쓰지 않으면 죽게 되는 설정은 새로웠다.

만신창이 상태였던 톰이 다시 글을 쓰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빌리의 도움으로

차츰 그는 예전의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면모를 되찾아간다.

그리고 절친인 밀로와 캐롤 사이에 숨겨진 사연이나 빌리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파쇄본의

긴 여정 등 이 책에서도 기욤 뮈소는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는 몰입감을 주며

페이지터너로서의 위력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까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전혀 뜻밖의 반전이 등장하여 의외라 할 수 있었다.

보통 반전의 묘미는 예상의 범위를 초윌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의 반전을 접하고 보니 왠지 당했다는 그런 느낌도 들었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일이 기욤 뮈소의 소설 속에선 항상 자연스러운 일이라

'종이 여자'의 등장이 그리 어색하지 않았는데 너무 방심하고 있다가 제대로 속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환상적인 얘기는 그 나름의 재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기욤 뮈소도 친한파 작가답게 한국인과 한국을 작품 속에 등장시켜 더욱 친근한 느낌을 주었다.

기욤 뮈소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한바탕 폭풍 속에 휩쓸려

또 다른 세상 속을 잠시나마 경험하는 그런 착각을 들게 해주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사랑이란 어쩌면 진부한 말이 여전히 유효함을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욤 뮈소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대리만족을 안겨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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