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 살인
혼다 데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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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대중화되어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니

딱 그 단어가 생각났다. 선코트마치다 403호에서 탈출한 17세 소녀 고다 마야가 경찰에 신변 보호신청을

하면서 그동안 숨겨졌던 엄청난 얘기가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요시오라는 남자와 아쓰코라는

여자로부터 폭행, 학대를 당했다고 해서 경찰들이 선코트마치다 403호를 방문하니 고다 마야가 아쓰코라

부른 여자를 연행해 조사를 시작하는데 고다 마야는 자신의 아버지를 두 사람이 죽였다고 폭탄 발언을

하고 아쓰코라 불린 여자도 이를 인정한다. 그리고 403호에선 여러 사람의 DNA 흔적이 발견되는데

과연 이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책은 크게 아쓰코라 불린 여자를 경찰들이 조사하면서 밝혀내는 새로운 사실들과 신고라는 남자가

동거하던 여자 세이코의 친부가 찾아오면서 겪게 되는 일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차근차근 밝혀나간다. 제대로 진술을 하지 않는 아쓰코란 여자는 이름도 진짜가

아니었고 무엇을 숨기려는지 알 수가 없어 수사가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씩 밝혀지는

사실들은 정말 엽기적인 걸 넘어서 과연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작품이

한 맨션에서 일곱 명이 살해되고 해체된 엽기 범죄 '기타큐슈 일가족 감금사건'을 재구성한 것이라니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요시오라 불린 남자는 기둥서방처럼 여자를 볼모로 삼아

여자의 약점을 잡고 여자를 지배하면서 각종 범죄를 사주하는데 아쓰코라 칭했던 여자를 비롯해 그의

놀이개가 된 사람들을 보면 정말 저렇게 꼼짝 못하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을까 좀 의아하기도 

했다. 급기야 가족까지 끌어들여 살인과 시체 손괴 등을 저지르는 끔찍한 상황들이 드러나면서 이게

실제 사건이었다니 섬뜩할 따름이었다. 한편 신고는 세이코와의 달달한 동거생활의 방해꾼으로 등장한

세이코의 친부의 행동이 수상스러워 그를 미행하기도 하는데 결국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딱

진범이 누구인 것처럼 몰고가다가 놀라운 반전을 선보이는데 이 책에서 그려진 상황들이 지금까지 

본 어떤 책보다 엽기적인 상황들이 많아 좀 불편한 느낌도 들지만 그럼에도 과연 진실이 무엇이고

그 배후에 있는 악마의 정체와 어떻게 될지가 궁금해서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좀 모호하고

허탈한 느낌도 드는 마무리였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더욱 강력한 흡입력을 보여준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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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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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아야츠지 유키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관 시리즈'의 신작이 아닐까 싶지만 다카노 유시란

작가의 작품이다. 고수익 알바에 낚인 미스터리 애호가인 사토는 카리브해의 외딴섬에 있는 기암관에

묶게 된다. 3일간 머무르기만 하면 100만 엔을 준다기에 혹해서 왔지만 함께 배를 타고 온 두 사람도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저택의 주인인 부호 미에이도 하루사다와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섬에 초대

받았다는 설정으로 다른 사람들과는 가급적 교류를 하지 말고 알바 사실은 비밀로 하라는 등의 지시를

받은 사토는 독특한 개성의 인물들과 함께 저택에 머무르게 되는데 저택 주인의 딸이라는 시즈쿠란에게

'란포는 숨기고 세이지는 막는다 마지막으로 아키미츠가 목을 딴다'는 괴상한 편지가 도착한다.


이 작품을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요네자와 호노부의 '인사이트 밀'이 떠올랐는데 이 책에서도 살인

예고 편지 이후 연쇄살인이 벌어진다. 누가 범인인지를 맞추는 본격추리물이 아닌 대놓고 살인게임이

벌어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클라이언트의 요구대로 연쇄살인과 모방살인이 포함된 

시나리오에 따라 실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살인게임에 참여한 클라이언트가 누가 범인인지를 알아

내는 황당한 형식이었다. 결국 돈 많은 인간의 살인게임 속 말 역할을 하게 된 사토는 살아남기 위해

누가 탐정 역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된다. 하지만 원래 예정된 시나리오와 달리 첫 번째 살인부터

문제가 발생하면서 급조된 시나리오에 따라 범인이 바뀌는 등 혼선이 벌어지고 주최측도 살인게임이

제대로 돌아가게 만드려고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기에 바빴다. 꾸역꾸역 살인예고 편지에 맞춘 연쇄살인과

모방살인을 억지로 꾸며내면서 죽음의 위기에 내몰린 사토는 드디어 숨겨진 진실을 알아채고 결단을

내린다. 그동안 다양한 미스터리물을 읽어봤지만 이 책은 '인사이트 밀'과도 다른 독특한 설정과 매력이

가득 담겼다. 허를 찌르는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고 과연 사토는 자신에게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끝까지 흥미진진한 얘기가 펼쳐졌다. 좀 극단적인 설정이 없지 않았지만 미스터리의

재미를 극한까지 몰아부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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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유희
이가라시 리쓰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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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토대학교 로스쿨에선 모의 법정에서 학생들 사이에 범죄 고발과 이에 대한 판단을 받는 무고게임이

절찬리에(?) 진행 중이다. 이미 사법시험에 합격한 가오루가 재판장의 역할을 담당하는 가운데 같은

시설 출신인 나(구가)와 미레이는 구가가 시설에 있을 때의 사진이 유출되고 미레이가 사는 집 문에

얼음 깨기용 송곳이 꽂히는 등 누군가가 그들을 괴롭히는 일이 벌어진다. 시간이 흘러 구가와 미레이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가오루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각자의 길을 가는데 구가는 오랜만에 가오루로부터

무고 게임을 개최하자는 메일을 받는다.


법정 미스터리는 아무래도 전문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괜찮은 작품을 쓰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저자인 이가라시 리쓰토의 이력을 보니 법학부와 대학원을 수료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현직 

변호사와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되어 있어 역시나 이 분야 전문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크게 2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는 로스쿨에서 벌어지는 모의 법정이라면 2부는 실제 형사사건이 벌어져

실제 법정에서 재판을 하는 내용이 펼쳐진다. 로스쿨에선 재판 실무를 연습하기 위해서 모의 법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작품에선 학교가 관여하지 않고 학생들끼리 나름의 규칙을 정해서

실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재판 형식으로 판단을 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게임을 즐긴다. 실제 사건이다

보니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고 이를 법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 펼쳐져 나름 치열한 대결을 벌이는데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구가와 시설 친구 미레이에겐 괴이한 사건들이 계속 일어난다. 한동안 조용하던

그들에겐 또다시 파란이 일어나 모의 법정에서 미레이가 가오루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가 되고 미레이의

부탁을 받은 구가가 미레이의 변호인으로 나서게 된다. 이들 사이에 얽히고 설킨 악연이 결국 비극을

초래했는데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엄청난 큰 그림을 그린 계획 속에 나람의

역할을 하면서 마지막에 가서야 진실이 밝혀지는데 그럼에도 개운하지 않은 결말을 선보인다. 너무

결과가 뻔해 보이는 사건이 완전히 뒤집혀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주는 게 법정 미스터리물의 묘미인데

이 책에서도 끝에 가서야 충격적인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역시 현직 변호사라 그런지 능수능란한

솜씨를 보여줬는데 우리의 도진기 작가처럼 법정물쪽에 전문인 작가를 새롭게 알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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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클로버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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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홋카이도의 외딴 마을에 일가족이 비소로 살해당한 집 거실에서 혼자 살아 남은 딸이 유유자적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을 봤던 충격이 생생한 가쓰키는 이번에 바비큐 파티에서 비소로 여러 사람을 

죽인 남자가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자연스레 12년 사건과의 접점을 떠올리고 마침 사건 취재를

맡게 되는데...


책 제목인 레드 클로버는 12년 전 사건에서 생존한 장녀 아카이 미쓰바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장녀의

이름이 일본어로 '붉은 세잎클로버'와 발음이 같아 12년 전 사건을 레드 클로버 사건이라 불렀다. 

이 책에선 12년 전 일가족 독살사건과 현재의 바비큐 파티 독살사건을 중심으로 여러 관련 인물들의

시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얘기가 진행된다. 책 표지만 봐서는 왠지 전형적인 일본 청춘로맨스물

느낌이 물신 풍기지만 내용은 상당히 독한(?) 인물과 사건들이 등장한다. 엄마가 외할머니가 있는 하이토

마을에 보내 외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모치즈키 지히로는 아카이 미쓰바를 만나게 되는데 미쓰바는

자기가 부모의 친자식이 아니고 마을 사람들이 어떤 여자를 죽였는데 자신의 그 여자의 딸이라고 여기는

독특한 소녀였다. 미쓰바 집안 가족들이 마을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 가운데 외지인인 지히로도 사실상

따돌림을 당해 둘은 절친(?)이 된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죽이기 전에 자신이 먼저 죽이겠다는 미쓰바는

가족들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는데 마침 자신을 제외한 가족 전원이 비소가

섞인 카레 등을 먹고 죽게 되자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되는데...


12년 전 사건에서 주목받았지만 체포되지는 않고 이후 사라진 미쓰바와 현재 사건에서 체포된 범인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알아챈 가쓰키는 두 사건을 함께 조사하면서 사라진 미쓰바를 찾아나선다.

베일 속에 가려진 사건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미궁 속에 빠졌던 12년 전의 사건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오늘날 혐오와 분노가 가득한 세상이 되고 말았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하이토 마을이

바로 그런 공간이라 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해 괴물로 자라게 된 아이들과 끔찍한 범행

사이엔 당연히 모종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서늘한 분위기는 타인과

제대로 된 소통을 못하고 혐오와 분노로 점철된 세상을 살아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도 결코 더하면 더했지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인데 이 책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뭔가 특단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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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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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감상이 취미이긴 하지만 그림이 미스터리의 소재가 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한 '다빈치코드'가 떠오르고 '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등의 작품도

미술과 관련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유명 미술작품이 소재가 되는 건 아니고 사건 관련자가

그린 그림들이 단서가 되는 형식의 신개념 그림 미스터리라 할 수 있다.



먼저 가장 먼저 등장하는 그림은 대학 강의실에서 심리학자가 엄마를 살해한 여자아이가 그린 그림

이라며 보여주는 왼쪽 그림이다. 심리학자는 그림을 통해 여자아이의 심리상태를 설명하는데 현재

행복한 엄마로 살고 있다며 얘기를 마무리한다. 프롤로그부터 그림이 유용하게 쓰이는데 본격적인

얘기에 들어가서도 그림이 사건의 발단이 된다.



오컬트 동아리 소속 구리하라가 발견한 '나나시노 렌 마음의 이야기'란 블로그에서 발견한 다섯 그림에

숨겨진 비밀을 동아리 선배인 사사키와 얘기를 나누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블로그 주인은 임신한 아내

유키가 그린 다섯 장의 그림을 올려놓았는데 아내 유키가 아이를 낳고 세상을 떠났다는 글 이후 3년

후에 아내가 그린 그림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며 '당신을 용서할 순 없지만 사랑하겠다'는 글을 남기며

블로그를 그만둔다고 적었다. 두 사람이 추측하는 그림 속 비밀은 충격적이지만 확실한 건 알 수 없는

상태로 다음 얘기로 넘어간다.



싱글맘인 나오미가 3년 전에 아버지를 잃은 여섯 살이 될 유타를 힘들게 키우는 얘기인데 유타가 

유치원에서 그린 우측 그림이 사건의 발단이 된다. 누군가 이들을 계속 미행하고 유타가 갑자기 집에서

사라지는 소동을 겪은 뒤 결국 집까지 쳐들어온(?) 남자에게서 유타를 지키려는 나오미의 극단적인

행동으로 마무리된다. 다음 얘기는 등산을 갔다가 산에서 죽은 미술교사 사건이 미궁에 빠진 채 3년이

지나자 그의 제자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얘기인데 역시 미술교사가 남긴 그림이 단서가 된다.

진실이 드러날 무렵 다시 사건이 발생하고 이전의 얘기들과 연결되면서 놀라운 진실을 알려준다.

마지막 얘기는 처음 프롤로그에서 봤던 그림과 함께 어떤 사연들이 쌓여 엄청난 사건으로 발전했는지를

범인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다양한 스타일의 미스터리들을 만나왔지만 그림을 이렇게

주요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작품은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교묘하게 층층이 쌓은 미스터리가

마지막에 하나로 합쳐지며 예상하기 어려웠던 반전의 묘미를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작가의 전작인

'이상한 집'도 기회가 되면 한 번 찾아 읽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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