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논어 - 삶의 기쁨과 희망을 주는 그림 속 논어 이야기
김정숙 지음 / 토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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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동양을 대표하는 고전이 많지만 그중에서 단 한 권만 꼽으라면 아마도 공자의 '논어'가 선택받을 것 

같다. 오래전에 김원중의 논어 완역본을 읽은 적이 있고 여러 책들에서 논어 속 내용들을 언급해서

논어가 그리 낯설지는 않지만 조선시대 그림들을 토대로 논어를 다시 읽어보는 설정의 이 책에선 과연

어떤 그림과 논어 속 어떤 문장을 연결시켰을지 궁금했다. 사실 작년 11월에 '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라는 책을 본 적이 있어 그 책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배움의 즐거움', '사람에 대한 사랑', '군자의 덕목', '임금과 선비의 도', '성찰과 꺠달음'의 총 5장에

걸쳐 논어 속 주요 문장들과 이를 잘 대변해주는 조선시대 그림들을 소개하는데 논어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문장과 이에 어울리는 이명기의 '송하독서도'로

포문을 연다. 아무래도 조선시대가 성리학이 지배하던 세상이다 보니 그림들 속에 성리학적 사상이

자연스레 녹아있겠지만 논어 속 문장들과 그림을 매칭시키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저자가 고미술

전문가라 그런지 적절한 그림들을 잘 찾아내었다.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나름 고미술 전시를

찾아보고 관련한 책들도 종종 보고 있어서 내가 아는 화가와 그림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를 했는데 그나마 화가들 이름은 친숙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작품들은 처음 보는 것들이 적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봤던 김홍도의 풍속도첩 중 '서화감상', '행상', '점괘'나 김정희의 '세한도' 등

유명 작품들이 총출동했는데 역시나 김홍도나 정선 등 대가들의 작품들이 많았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문인인 김정희의 경우 리움에서 본 허련이 그린 초상화 속 모습이 친숙한데 이 책에선 과지초당에서

살던 말년의 자화상으로 촌부의 모습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논어 속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는 문장에 연결하여 남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는 고졸한 자존감을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잊고 지냈던 논어 속 문장들이 주는 삶의 지혜와

함께 조선시대 그림들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었는데 시간이 되면 논어 완역본을 다시

읽어보면서 혼탁한 세상에서 바르게 살고자 했던 공자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기회를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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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 소방단
이케이도 준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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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은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나 '변두리 로켓' 시리즈 등 주로 비즈니스 미스터리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는 작가인데 이 책은 제목부터 좀 뜬금없게 소방단이 등장해 무슨 얘기일지 궁금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미마 다로가 미스터리 작가여서 작가 본인의 분신인 느낌도 들었는데 도쿄 생활에

지친 다로가 아버지의 고향인 하야부사라는 시골 마을로 내려가면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하야부사에 입성하자 다로는 바로 소방단 입단을 제안받는데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 운영하는 자치

소방대라고 할 수 있는 마을의 친목단체였다. 소방단원이 되면서 금방 마을 사람들과 가까워지는데

마침 마을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방화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그리고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마을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다로는 미스터리 작가 특유의 감을 살려서 방화가 일어난 집들이 타운

솔라라는 단체로부터 토지를 매각할 것을 제안받았다가 거절했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알아낸다. 그리고

그 타운 솔라라는 단체는 사실 오르비스라는 사이비 종교단체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채고 확실한

증거를 찾으려하지만 심증만 갈 뿐 제대로 된 단서를 확보하진 못한다. 또다시 방화와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범인들이 자신들의 정체를 알아챈 다로도 가만두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정보를 공유하던

사람들과 함께 그들에게 맞서 싸우기로 계획을 세우는데...


평화로울 걸 같았던 하야부사란 마을에 불어닥친 연쇄 방화와 살인사건의 배후에는 결국 사이비 종교

단체가 있었다. 세상이 말세다 보니 온갖 정신 나간 인간들이 판을 치고 있는데 시골 마을도 예외는

아니었다. 꼭 종교가 아니어도 정치 광신자들이 수두룩한 세상이다 보니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 온갖 쓰레기들이 큰 소리 치고 그런 쓰레기들에 열광하는 요즘 세상이

이 책 속 하야부사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사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이 씁쓸할 뿐이다. 그동안 봤던

이케이도 준의 다른 작품들과는 약간 결이 다른 느낌도 들기는 하지만 거의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방대한 분량의 흥미진진한 얘기를 풀어내는 그의 필력은 여전함을 새삼 확인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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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6 - 인조에서 경종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6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신병주 감수 / 민음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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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까지를 다룬 5권에 이어 6권에서도 인조 시대를 다루는데 청나라에서 8년 동안 인질 생활을

하다 돌아온 소현세자가 두 달만에 죽은 사건으로 시작한다. 이덕일의 '조선 왕 독살사건'에서도 소현

세자가 독살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책에선 한의사가 등장해 소현세자의 '동궁일기'에 기록된 내용으로

볼 때 독살설은 무리라고 한다. 심양으로 갈 때부터 있던 산증을 어의들이 학질로 오인해 약을 잘못

처방하여 생긴 의료사고라 판단했다. 독살이든 의료사고든 인조가 소현세자 가족에게 한 짓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데 왕이 되서는 안 되는 인간이 왕이 되면서 자기 집안은 물론 온 나라가 고생한다.

다음 주인공은 뜻밖의 인물인 하멜인데 '하멜 표류기'로 유명한 하멜은 1653년 나가사키로 가다가

풍랑을 만나 제주에 상륙하게 되어 1666년에 간신히 조선에서 탈출한다. 그가 조선을 서양에 알린

'하멜 표류기'는 그동안 자신의 받지 못한 체불 임금을 받기 위해 쓴 책이란 게 흥미로운 사실이다.


삼전도의 치욕을 잊지 못한 효종은 북벌을 꿈꾸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러시아와의

국경 분쟁 중인 청나라의 파병 요청을 받아 나선정벌에 나서야 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지는데 국제

정세도 모르고 현실 감각이 없던 당시 조선의 정신승리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조선 후기에

가장 민생을 위한 정책이라 할 수 있었던 대동법의 전국 시행은 김육의 집념이 이루어낸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조선 후기에 가장 큰 업적을 남긴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인 김육이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나머지 세 편에선 숙종이 중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데 드라마 등에서 우유

부단하게 장희빈에게 휘둘린 조연으로 여겨졌던 숙종은 사실 환국 정치로 정권을 수차례 갈아치운

강력한 왕이었다. 52년을 재위한 영조에 이어 두 번째로 긴 46년을 재위했고 적장자로 강력한 왕권을

행사했던 숙종의 진면목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숙종과 장희빈 사이에서 결국 희생양은 그들의

아들인 경종이라 할 수 있었다. 경종도 독살설의 대표적인 주인공 중 한 명인데 노론에 떠밀려 제대로

왕권을 발휘하지 못하다가 딱 한 번 목호룡의 고변때 자신을 왕으로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던 노론

사대신을 처단하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의 업적이 이때 영조를 죽이지 않고 살려주었다는 것이란

게 좀 씁쓸한데 결국은 그의 죽음의 배후에 영조가 있었다는 독살설만 남기고 퇴장한다. 이렇게 인조

후반에서 경종 시대까지를 대표적인 사건이나 인물들을 통해 정리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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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의 (양장본)
나카무라 히라쿠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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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반사회 집단의 조직원들을 상대로 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자 언론에서는 범인에게 '성소자'(거리를 

청소하는 성스러운 자)란 별명을 붙여 준다.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한 가운데 사건을 담당한 료이치

형사는 런던으로 발레 유학을 준비 중인 딸 카나가 사람을 죽인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달려

가는데...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책인데 과연 정의란 무엇이고 정의가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이 책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은 언론에서 붙인 별명처럼 사회의 쓰레기들을 처리해준 것이기에

오히려 잘 된 일이라는 반응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인간 쓰레기라고 해도 범죄는 엄연히

범죄이므로 이를 마냥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료이치는 나름 성실한

형사로 경찰로서의 승진과 딸의 발레리나로서의 성공 등 나름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만 런던 유학을

앞두고 클럽에 놀러다니던 딸 카나가 불법 사채업을 하는 블랙체리 간부 시마다에게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서 아량으로 그를 때려 죽게 만들자 모든 게 달라지고 만다. 정당방위 상황이라 카나가 무죄를

충분히 받을 수 있었지만 딸의 발레리나로서의 인생과 자신의 출셋길이 막힐 걸 우려한 나머지 자신의

담당 사건인 성소자의 범행으로 위장하여 시체를 유기하는 선택을 하고 만다. 그 상황에선 딸을 자수

시키는 선택을 하는 게 정도이겠지만 잃을 게 많다 보니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마는데 이를 알게 된

시마다의 부하의 협박을 받게 되면서 헤어나올 수 없는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어떻게든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료이치의 고군분투가 이어

지는데 딸의 한때의 치기 어린 행동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점점 료이치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태로

커진다. 게다가 료이치의 범행을 알게 된 성소자의 협박까지 받고 피해자가 발생한 범죄 조직도 성소자를

잡으려 혈안이 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료이치의 발버둥이 좀 안쓰럽기도 했지만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그의 모습에 인간이 얼마나 상황의 지배를 받는 연약한 동물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우여곡절 끝에 완전범죄에 다다를 것 같았지만 그를 의심하는 자들이 여전한 가운데

씁쓸한 결말을 맺는다. 요즘처럼 어지러운 세상에 다들 자기나 자기편만 옳다고 외치다 보니 제대로

된 정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가족과 관련된 문제에서 옳은 길을 선택하기는 결코 쉽지

않겠지만 잘못된 선택이 낳을 수 끝없는 파국을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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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5 - 광해군에서 인조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5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 민음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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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3권을 회사 도서실에서 빌려 읽은 후 탄력을 받아 시리즈를 계속 읽어나가기로

했다. 임진왜란을 집중적으로 다룬 4권은 이미 읽었기에 바로 5권인 이 책으로 넘어왔는데 조선 후기의

시작인 광해군과 인조 시대를 집중 조명한다.


먼저 광해군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여러 문화 콘텐츠들이 광해군을 재조명하면서 기존의 인식이

상당히 바뀐 왕이라 할 수 있다. 연산군과 더불어 쫓겨난 왕이다 보니 역사적 기록상으로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하지만 명청 교체기의 혼란스런 국제질서 속에서 나름 중립 외교로 적절한 대응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재평가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배다른 동생 영창대군 살해와 계모 인목대비 유폐라는

폐모살제의 도덕적 문제와 명에 대한 은혜를 저버렸다는 사대주의적인 관점에서 인조반정의 빌미를

제공했다. 광해군 시대의 인물로는 두 명의 허씨에 주목하는데 바로 동의보감의 허준과 홍길동전의

허균이다. 드라마로도 너무 유명해진 허준은 드라마 속 얘기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잘못 알고 있는

부분들이 많은데 스승 유의태나 예진아씨 등 드라마 속 주요 인물이 모두 허구의 인물들로 극단적으로

허준이 남자 의관이었다는 것 뺴고는 전부 허구라고까지 말한다. 그럼에도 동의보감과 허준은 조선의

의학 수준을 동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능지처참을 당할

정도로 당대 극단적인 평가를 받았던 허균은 명문가의 아들로 시대를 한참 앞서 가는 민본주의적인

개혁사상을 가졌기에 시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얼마 전 세검정 등을 다녀왔는데 인조반정에서

광해군이 총애했던 김개시란 상궁의 역할이 나름 중요했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렇게 왕위에 오른

인조 정권은 정통성이 취약하다 보니 기찰 정치로 정권을 유지하려 했고 권력 싸움에서 밀려난 이괄이

난을 일으키면서 인조는 공주까지 도망가게 된다. 하지만 인조의 도망질은 이게 시작으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 이어지자 전무후무한 세 번의 도망 흑역사를 남기게 된다. 오로지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며

살았던 인조와 국제정세의 변화에는 무관심하고 명에 대한 충성만 부르짖던 양반들이 두 번의 호란을

불러와 치욕을 당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었는데 그 고통은 아무 죄 없는 백성들이 

고스란히 겪어야 했던 게 비극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 격변기였던 광해군과 인조 시대를

다시 돌아볼 수 있었는데 지도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그 나라의 백성들의 삶이 좌우됨을 새삼스레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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