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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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교에서 미오리 일당에게 부당한 따돌림을 당하던 고코로는 학교를 가지 않기 시작하면서 집에만

있는 날이 계속되던 중 어느 날 자기 방에 있던 전신거울에서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나오자 거울에

손을 댔다가 낯선 공간으로 빨려들어가고 그곳에서 늑대가면을 쓴 여자아이가 환영인사를 받는데...   

 

2018년 서점대상에 빛나는 이 책은 전에 작가의 '츠나구'를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남아 있어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는데 일본의 사회문제라 할 수 있는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를 판타지적

내용으로 엮어내고 있다. '이지메'란 집단 따돌림의 원조국가답게 이에 따른 등교거부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고코로를 비롯해 7명의 아이가 거울 속 외딴 성에 초대 아닌 초대를

받아 오게 되는데 내년 3월 30일까지 성 안에 있는 소원을 이뤄주는 열쇠를 찾으면 어떤 소원이든 하나를

이룰 수 있다며 늑대가면 소녀는 외딴 성의 여러 가지 규칙을 알려준다. 매일 성이 열리는 시간은

일본 시간으로 아침 아홉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이고 그 시간까지 거울을 통해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늑대에게 잡아먹히는데 한 명만 벌칙을 받아도 전원 연대책임을 진다는 황당무계하면서도 섬뜩한 얘기를

들려준다. 초대를 받은 7명은 모두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거울 속 외딴 성에

자주 모이면서 친해지게 되는데 열쇠를 찾아서 소원을 이루는 데는 별 관심이 없고 외딴성을 집에서

벗어난 놀이터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다가 서로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하와이에서 학교를

다니는 리온을 제외한 6명 모두가 유키시나 제5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해가 바뀌고 같은 학교를 다니는 이들은 1월 10일에 6명 모두 등교하기로 큰 결심을 하게 되는데...

 

요즘은 학교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집단 따돌림 등으로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우리도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일본 정도의 수준은 아니겠지만 성적 위주의

학교교육 속에 아이들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는 것도 보장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교육 현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학교는 문제만 생기면 감추려고 하고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거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 학생도 문제가 있는 걸로 몰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학생은 믿을 수 없는 학교와 자신을 바라보는 따가운 주변의 시선에 자연스레 등교거부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고코로의 경우에도 자신을 따돌린 아이들은 멀쩡히 학교를 다니고

본인만 학교를 안 가는 상황에서 학교에선 고코로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대처하다 보니 학교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그나마 고코로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봐 주는 기타지마 선생님같은 사람이

있어서 고코로는 다른 5명의 아이들과 함께 등교를 감행하지만 어쩐 일인지 학교에선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딱 느낌이 왔었는데 뭔가 묘하게 어긋났던

부분들의 원인이 뭔지 금방 짐작했지만 책에선 마지막에 가서야 진실이 드러났다. 아키가 규칙을

어기고 다섯 시가 넘어서도 돌아가지 않으면서 늑대가 출몰해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동화

'빨간모자' 속 늑대가 출현하는 듯 싶었지만 비밀을 알아챈 고코로가 위기에 처한 동료들을 구해낸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학생에게 그 학생의 입장에서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었는데 우리의 학교교육의 현실에선 분명 쉽지 않은 일일 것 같다.

그래도 기타지마 선생님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등교 거부하는 아이들의 문제를 판타지를 섞어 절묘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작가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츠나구'에서도 느꼈지만 츠지무라 미즈키는 판타지 요소를 적절하게 버무려

감동적인 작품을 쓰는 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서점대상을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다음에는 또 어떤 얘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울릴 것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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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W-novel
사쿠라마치 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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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존재감이 없이 지내던 나는 같은 반이지만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던 아키야마가

말을 걸어오자 당황한다. 자신이 전향성 건망증이라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다는 아키야마는 내 생일인

2월 20일과 자신의 생일이 그레고리력의 윤년의 284번째 날인 10월 10일이라면서 220과 284가 서로

친화수(두 개의 서로 다른 자연수의 쌍으로 어느 한 수의 약수를 더하면 상대 수가 되는데 220과 284가

가장 작은 친화수라고 함)라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내 휴대폰 전화번호의 뒤 8자리인 5020-5564라서

더 친해지고 싶다고 하는데...

 

해외출장으로 인해 한동안 독서 페이스가 주춤했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몸과 맘이 따뜻해지는

로맨스가 갑자기 당겼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책은 수학 천재 소녀와 평범한 남학생의 풋풋한

사랑 애기라 할 수 있었는데 왠지 전에 읽었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여자

주인공이 병을 앓고 있는 점이나 존재감도 없고 친구도 없던 남자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여자 주인공의

일기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 등 닮은 점이 많았는데 라이트노벨 스타일이라 그런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췌장이 먹고 싶어졌다.ㅋ 전향성 건망증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키야마는

기억이 한 달밖에 안 가고 한 달이 지나면 리셋이 되어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의 한 달 버전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 항상 자신의 일기장에 한 달 뒤의 자신에게 한 달 전의 자신이 경험한 바를 남겨

놓아야 하는 슬픈 운명에 처해 있었다. 그래서 친구를 사귀지 않았는데 남자 주인공이 수학의 신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황당한 이유로 친구가 되고 싶다고 다가가면서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가 시작된다.

여자 주인공이 수학 천재이다 보니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나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들이

떠올랐는데 아키야마가 처음 남자 주인공에게 접근할 때 사용한 '친화수'를 비롯해 '삼각수(1부터

순서대로 자연수를 더한 수)'나 계승(1부터 순서대로 자연수를 곱한 수)' 등 우리 주변의 모든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이나 온천이나 단둘이 간 훗카이도 여행을 통해 특별한 사이가 되어 가는 모습, 특히 호텔에서

진실게임하는 모습은 완전히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와 동일한 설정이라 할 수 있었다. 아키야마가

전향성 건망증을 앓게 된 원인인 심장이식과 남자 주인공에게 특별한 인연이 있던 점 등 두 사람

사이가 점점 절정에 치닫는 시점에서 다시 심장수술을 받게 된 아키야마가 이후 어떻게 될 지

궁금했는데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심장수술 후 아키야마의 일기장을 전해받게

된 부분까진 거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와 판박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의 스토리는 완전히

달랐다. 어떻게 보면 신파성, 최루성 멜로에서 벗어나 좀 더 쿨한 결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완전히 리셋된 아키야마와의 새로운 시작의 설레임을 남겨주고 끝을 맺었는데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처럼 삭막했던 마음에 심쿵한 얘기로 조금이나마 사랑의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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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다자이 오사무 지음, 하성호 옮김, 홍승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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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대소설은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정도만 직접 읽어봤고 작가와 제목만 익숙한 작품들이

여러 권 있는데 이 책도 전자책으로만 가지고 있어 언제 시간이 되면 읽어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이번에

우연히 일러스트로 무장한 버전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몽롱한 눈빛의 꽃미남(?)의 묘한 눈길을 받으며

왠지 제목부터 끈적끈적한 얘기가 펼쳐질 것 같았는데 수기 형식으로 되어 있는 글 속에선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캐릭터와 만나볼 수 있었다.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한 주인공은 어릿광대짓을 하면서 간신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한다.

보통 아이들이 자기 멋대로 굴어서 통제가 안 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인데 주인공은 자존감이 티끌만큼도

없어서 자기 존재는 철저히 감춘 채 일부러 바보같은 짓을 해서 사람들을 웃기며 겨우겨우 하루하루를

버텨나간다. 인간에 대한 공포와 자신감 부족이 결국 주인공을 남의 비위만 맞추며 자신을 숨긴 채

살아가는 사람으로 만들고 마는데 겉으로는 장난꾸러기지만 속은 썩어 문들어지는 주인공의 모습이

애처롭기 짝이 없었다. 누가 그렇게 시킨 것도 아니고 환경이나 다른 사람을 탓하기도 좀 그렇고

타고난 성품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릿광대짓을 하며 타인의 눈을 속일 정도로 인간을 두려워

한다는 게 잘 납득이 되진 않았다. 한 마디로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중증 환자로 볼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주인공의 고독한 냄새가 많은 여성들의 본능적인 후각을 자극하여 본의 아니게 많은 염문을 뿌리게

된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평범한 여자들과 엮이는 경우는 거의 없고 연상의

유부녀나 술집 여자 등과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가다가 결국 동반자살까지 시도하는 지경에 이른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혼자만 살아남은 주인공은 이후의 삶에 있어서도 자신이 주체적으로 살아가기보단

누군가에게 의존하며 본심과는 다른 말과 행동을 하는 삶을 지속하는데 이런 주인공의 삶이

인간으로서 실격이라는 취지인지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주인공의

삶은 좀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사실 인간답게 산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인간의 자격을

실격당할 정도의 삶이 뭔가하는 궁금증으로 봤던 이 책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한 주인공의 모습이

실격의 기준을 어느 정도의 반증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름 독특한 캐릭터와 스토리로

혼란에 빠뜨리게 만든 작품이었는데 다시 읽어보면 좀 더 작가가 얘기하고자 한 바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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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우야마 게이스케 지음, 김수지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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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영화사 조감독으로 일하는 켄지는 감독이 될 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는데,

그의 유일한 낙은 로맨스 극장에서 상영시간이 끝난 후 영사실에서 혼자 미유키 공주가 나오는

옛날 영화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관 주인인 혼다가 미유키 공주가 나오는 영화 필름을 판다고 하자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혼자 미유키 공주의 영화를 보던 중 잠시 불이 꺼진 사이 영화 속 미유키 공주가

켄지의 눈 앞에 등장하는데...

 

말 그대로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로맨스가 펼쳐지는 이 책은 주인공인 조감독이 좋아하는

영화 속 공주 역의 여자가 현실에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유사한 내용의 영화나

드라마, 소설들이 떠오르는데 자신이 오매불망하던 영화 속 주인공인 미유키 공주가 현실 세계에

등장하면서 켄지는 어쩔 줄을 모르지만 그녀는 막무가내로 켄지를 하인처럼 부린다. 현실 세상에서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영화 속에서 하던 대로 하는 미유키 공주를 모시느라 힘들면서도 켄지는

꿈만 같은 미유키 공주와의 만남에 그녀와의 달콤한 로맨스를 꿈꾸기 시작한다.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 같던 미유키 공주가 절대 손가락 하나 닿지 못하도록 하면서 좀처럼 켄지와의 사이에 진도가 나가지

않는데 켄지는 미유키 공주와의 사연을 시나리오로 써서 감독으로 데뷔할 기회를 얻게 되지만

미유키 공주는 그동안 숨겨왔던 충격적인 비밀을 얘기하는데...

 

아아세 하루카가 미유키 공주 역을 맡아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하니 이 책을 읽으면서

미유키 공주는 아야세 하루카를 생각하면서 보게 되었는데 왠지 '로마의 휴일'의 앤 공주 오드리

햅번도 떠올랐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말괄량이 공주의 이미지가 다분했지만 그녀가 간직하고

있던 비밀과 이에 대한 켄지의 선택은 그 어떤 절절한 로맨스 못지 않았다. 아무래도 현실감이

떨어지는 얘기지만 어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사랑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요즘같이 인스턴트식 사랑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여전히 마음에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나도

오늘밤에는 로맨스 극장에서 영화에서나 보던 그녀와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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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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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작은 대중소설 중에서 문학성까지 인정받은 믿고 볼 수 있는 책이다.

가장 최근에 본 나오키상 수상작인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을 비롯해 여러 수상작들을 읽어 봤지만

대부분 만족스러운 작품들이었기에 제157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이 책도 충분히 기대가 되었는데

제목에 쓰인 '영휴'란 단어는 차고 기울다는 뜻으로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이 이야기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 같았다.

 

오사나이라는 남자가 루리라는 딸을 데리고 나온 여자와 만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오사나이가 들려주는 기이한 얘기는 바로 자신의 딸 루리에 얽힌 미스터리한 에피소드들이었다.

오사나이는 고등학교 후배인 후지미야 고즈에와 결혼해 아내의 강력한 주장을 반영해 딸에게

루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딸 루리가 7살이 되기 전까지는 무난한 생활을 해왔다가 루리가 7살에

발열이 있은 이후로 7살짜리가 하기 어려운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오사나이는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내는 딸의 변화를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결국 루리가 가출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딸을 찾아 데리고 온 오사나이는 루리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어디 가고 싶어도 참자고 약속한다. 그 약속은 무사히 지켜지지만 루리가 졸업하던 해에

아내와 딸은 교통사고로 즉사하고 마는데...

 

오사나이가 자기 딸과 이름이 같은 루리라는 여자아이와 만나는 장면과 오사나이를 시작으로 한

루리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들에 얽힌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는데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15년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오사나이의 아내와 딸이 미스미라는 남자를 만나러 가다가 사고가 났고

오사나이로부터 이야기의 바통을 이어받은 미스미의 사연이 나오는데 미스미가 사귀게 된 연상의

유부녀의 이름도 루리였다. 마사키 루리도 전혀 예상할 수 없던 뜻밖의 사고로 사망하고 그녀의

남편 마사키 류노스케의 얘기가 이어지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루리란 이름의 여자와의 사연이

결국 달이 차고 기우는 것처럼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환생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느님이 최초의 남녀가 죽을 때 나무처럼 죽어서 씨앗을 남기는 방법과 달처럼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방법 중 선택하라고 해서 인간의 조상은 나무 같은 죽음을 선택했다고 하는데 이 책의

핵심인물인 루리는 달처럼 사는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보통 환생을 해도 전생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루리는 7살 때 발열을 하고 나면 전생을 기억하면서 전생에 사랑했던 남자를 찾아나서는

과감한 행보를 보인다. 루리와 얽힌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잘 꿰맞추어 가는 과정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데 아무래도 현실감은 떨어지는 판타지 로맨스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왠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도 연상되고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가 실제에도 있을 수 있는 일일까

하는 답이 없는 질문도 해봤는데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는 환생을 달의 변화에 비유하면서

촘촘하게 잘 짜여진 얘기로 조금은 가벼워진 요즘의 사랑 얘기를 환상적으로 포장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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