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인
쓰카사키 시로 지음, 고재운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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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생일날 저녁 약속시간에 늦은 도리야마 도시하루는 서둘러 집으로 가지만

아내 미유키가 죽은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충격적인 사건에 당황스런 상황에서 때마침 걸려 온 전화를 받으니 아내의 목소리여서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혼란스런 가운데 현관 벨이 울리고 경찰이라는 두 남자가 들이닥치는데...  

 

15회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독자상 수상에 빛나는 이 작품은

독특한 설정으로 그동안 만나봤던 미스터리들과는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시작부터 아내의 죽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가운데

도리야마는 자신을 쫓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을 뒤로 하고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아내의 친정을 찾아가 봐도 낯선 사람들이 살고 있고

뭐 하나 확인되는 건 없는 점점 더 혼린스런 상황에 빠지고 만다.

그런 상황에서 우연히 만난 지아키란 여자의 도움으로 도리야마는 조금씩 진실에 접근해가지만

드러나는 진실은 자신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충격적인 사실인데...

 

미스터리와 과학과의 만남은 그리 익숙하진 않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주인공이 물리학자 유가와라서 과학적인 사건 해결을 

선보였고, 역시 그의 작품 중 '변신'에서 뇌 이식 수술을 받은 주인공의 변신을 다뤘지만

책의 설정처럼 기발한 과학적인 사례는 처음인 것 같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얘기도 드물지는 않지만 그 원인이 이 책과 같은 과학적 원인에 의한 것은

신기했는데 전혀 상상하기가 어렵던 얘기가 나름 짜임새를 갖춰가면서 드러나는 반전은

최첨단 과학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충분히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그 끝을 알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러 이제는 어떤 일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책을 보면 과연 내가 알고 있는 나란 존재도 정말 진짜일까 하는 의심이 들게 만든다.

그만큼 미스터리 스릴러도 더 이상 불가능한 범죄가 없을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는데

이 작품도 그런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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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 살인사건 - 제3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2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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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모리 출신의 일곱 명의 고교 동창생들은 오랜 만에 함께 고향으로 여행을 가기로 하고

우에노 역에서 만나기로 한다. 약속시간에 늦은 야스다 아키라와는 만나지 못한 채

침대특급 유즈루 7호에 탑승한 여섯 명의 친구들은 반가움과 설레임도 잠시,

열차 여행 중에 사라진 한 명이 익사체로 발견되고 오지 못한 야스다마저 참혹하게 죽은 채로

발견되면서 이들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엄습하는데...

 

일본에서 누적 판매부수가 2억 부가 넘는다는 인기작가 니시무라 교타로와 처음 만나는 작품으로

제3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철도를 무대로 한 트래블 미스터리라는 색다른 미스터리 장르로 인기를 끌었다는데

고전 미스터리에서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살인' 등의 교통수단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여행물들을 간혹 만나곤 했는데 이 책은 현대적 감각의 여행물과

청춘 미스터리가 적절히 가미된 묘한 재미를 선보였다.

 

고등학교때 친구들이 무려 7년 만에 다시 만나 고향으로 떠나는 여행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과거와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잔뜩 묻어나게 하는데

문제는 시작하자마자 친구들이 하나 둘 죽어나간다는 점이다.

우에노 역 화장실에서 끔찍한 시체로 발견된 야스다를 시작으로

열차 중간에 내려 행방불명된 가와시마가 한참 떨어진 곳에서 익사했고,

이들을 죽인 범인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끝나기도 전에

호텔에서 하시구치 마유미가 자살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이한다.

연쇄살인이라고 하기엔 실현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그렇다고 가와시마가 야스다를 죽이고

자살했고, 하시구치도 자살한 거라고 보기엔 뭔가 꺼름칙한 불편함이 남아 있는 가운데 

또다시 두 명이 각기 다른 역에서 죽은 채 발견되자 남은 두 사람에게 시선이 집중되는데...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과 마찬가지로 분명 연쇄살인사건이고

범인은 일곱 명 가운데 한 명이라는 직감이 갔지만 한 명이 범죄를 저지르기엔

여러 가지 장애가 많았기 때문에 쉽사리 범인을 추측할 수 없었다.

열차에서 내린 후 가와시마를 죽이는 거나 밀실상태였던 호텔에서 하시구치를 죽게 만드는 일,

동시간대에 떨어진 두 역에서의 살인까지 현실적으론 이런 살인을 저지른다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에 수사진도 답답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결국 실마리는 열차에 있었다.

그리고 이런 범행을 저지른 동기도 좀 엉뚱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임을 생각하면

엄청난 연쇄살인사건에 비해 그 발단은 좀 안타까운 면이 없지 않았다.

자신은 별 생각 없이 한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겨줘

커다란 비극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일본의 철도와 역에 대해선 전혀 모르기 때문에 조금 낯선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독특한 소재와 설정으로 흥미진진한 얘기를 잘 엮어낸 것 같다.

니시무라 교타로라는 작가와의 첫 만남은 분명 내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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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은 밤 닷쿠 & 다카치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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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부모 밑에서 해외에 홈스테이를 하도록 간신히 허락을 받은 미오는

출발 하루 전 집으로 귀가하자 낯선 여자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여자 주위엔 온통 핏자국과 함께 머리카락이 담겨 있는 팬티스타킹이 놓여 있고,

미오가 어떻게 할지 망설이던 순간 여자가 잠시 신음소리를 내는데...

 

일본 미스터리물을 많이 읽곤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작가와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을

보면 일본 미스터리계의 깊이와 폭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의 작가인 니시자와 야스히코와 이 작품도

그동안 내가 만나본 작가들의 작품과는 조금 색다른 느낌을 안겨주었다.

사건 자체는 정말 희안한 느낌을 주는데 남의 집에 쓰러져 죽어가는 정체불명의 여자와

그런 여자를 신고도 하지 않고 처리하려는 미오,

그리고 그녀를 도와주는 친구들까지 비정상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아무리 부모의 억압에서 탈출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곤 하지만

자신의 집에 있는 시체를 자기가 직접 버리는 것도 아니고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에게

대신 버리게 하고 자신은 훌쩍 출국해버리는 미오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리고 연이어 이어지는 이상한 사건들. 이 사건들에 대한 해답은 닷쿠와 다카치 콤비가 제시하는데

다른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탐정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주로 술자리에서 사건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들려주는데 사건 자체가 특이해서 그런지

밝혀지는 진실도 전혀 뜻밖이고 충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가벼운 청춘미스터리물이라 생각했다가 완전히 의외의 반전에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좀 어리바리해 보이는 인물들에게 방심하고 있다가 한 방 먹은 느낌이 들었다.

역시 이 작품의 묘미는 풋풋한 대학생들의 재기발랄한 모습인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살인사건이 일어나서 좀 어색한 느낌도 들었는데

기상천외한 결말은 나름 반전의 묘미를 선사했다.

왠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월광게임'과도 유사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는데

완전한 본격 미스터리라기보단 변형된 본격 미스터리와

청춘미스터리의 묘한 앙상블이 적절히 결합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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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0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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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백 일 동안 도쿄의 탐정사무소를 비웠던 사와자키는 사무실로 돌아오자

노숙자로부터 연락을 달라는 우오즈미라는 남자의 연락처를 건네받는다.

십일 년 전 고교야구 선수로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곤욕을 치뤘던 우오즈미는

그 당시 자살했던 누나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사와자키에게 조사를 의뢰한다.

마침 우오즈미가 습격을 당해 중상을 당하고, 우오즈미의 누나의 자살을 목격했던

증언들의 진술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낸 사와자키는 그녀의 자살에 숨겨진 진실을 파고드는데...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내가 죽인 소녀'로 일본의 레이먼드 챈들러로 불리는 하라 료의

사와자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이 책은 제목부터 레이먼드 챈들러의 두 작품인

'빅 슬립'과 '안녕 내 사랑'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그가 얼마나 레이먼드 챈들러의 골수팬임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사실 하드보일드 하면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등식이 있을 정도로 그의 명성은 대단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직까지 그의 작품을 읽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다지 실감이 가지 않았다.

역자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를 읽은 분과 읽지 않은 분은

하라 료의 소설이 다르게 느껴질 거라고 후기에 썼는데 왠지 공감이 갔다.

그의 책을 읽지 않은 나는 솔직히 그렇게 재밌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전작인 두 작품은 그래도 사건 자체가 흥미진진한 구석이 있었는데

이 책에선 사건이나 내용 전개 자체가 좀 지루하게 느껴지는 면이 없지 않았다.

우오즈미의 누나 자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사와자키가 차근차근 조사를 해나가는 과정이

나름 사실적이고 그의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적지 않지만

책에 푹 빠질 만큼의 재미나 매력을 주진 못한 것 같다.

왠지 낯선 느낌이 계속 들었는데 아마도 전작들을 읽은 지 꽤 시간이 지나 전작들의 내용이 기억이

잘 나지 않은 관계로 중간중간에 전에 있었던 사건들을 언급해도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고

일본 전통 공연이라는 '노'와 관련된 얘기 등은 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한 마디로 하드보일드라는 장르와의 궁합이 좀 안 맞는다 할 수 있었는데

본격 미스터리나 사회파 미스터리와는 달리 사건이나 스토리 전개보다는

주인공의 매력에 좀 의존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다.

이 책의 사와자키 탐정도 시크한 매력을 잘 보여주는데,

결국 그가 밝혀낸 진실은 전혀 예상밖이라 할 수 있었다.

반전의 매력이 의외성에 있다고 하지만 이 책에선 조금 납득이 가지 않는 그런 진실이라

공감을 얻기엔 부족한 느낌이었다. 이 책에서 풍겨지는 무미건조함은

딱 요즘 날씨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분위기에 사와자키란 고독한 탐정에

왠지 동병상련의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드보일드란 장르에 대해서 그다지 잘 모르지만

이 책에서 여실히 전달되는 그 느낌이 바로 하드보일드의 정체가 아닌가 생각하면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는 일본판 하드보일드의 진수를 잘 보여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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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화전 - 지상 최대의 미술 사기극 밀리언셀러 클럽 133
모치즈키 료코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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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사무실을 운영하던 소스케는 방만한 운영으로 사무실이 어려워지자

 

어머니에게 돈을 빌려 간신히 꾸려나가던 중 미공개 주식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어머니에게 1000만 엔을 빌린다.

 

8년 전 긴자의 술집에서 도망쳐 나온 아카네는 작은 가게를 열고 숨어 지내다가 다시 빚 독촉

 

전화를 받고 단기간에 큰 돈을 벌게 해준다는 주식 정보에 혹해 전 재산을 투자한다.

하지만 소스케와 아카네의 바람과는 달리 대박정보는 사기로 드러나고

망연자실한 두 사람은 명화를 훔치자는 시로타의 제안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는데...

고흐의 그림인 '가셰 박사의 초상'을 둘러싼 엄청난 사기극을 흥미롭게 그려낸 이 작품은

 

영화에서 종종 보았던 미술품 절도의 진수를 보여주는데, 고흐의 이 작품이 1990년 영국 미술품

 

경매에서 일본인에게 무려 1억 2천만 달러라는 거액에 매각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본 경제 호황기에 유명 미술품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던 게 버블경제 붕괴 후

 

창고에서 잠자는 신세가 된 경우가 많은데 그런 미술품들을 털자는 계획은 나름 설득력이 있어서

 

안 그래도 돈에 쪼들리는 소스케와 아카네가 혹한 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달콤한 기대와는 달리 일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를 보여주는데...

작가가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했을 정도로

영화 '스팅'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는데 이 책에서 범인들이 벌인 거대한 사기극을 생각하면

 

이 책의 작가가 '스팅'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잘 짜여진 각본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소스케와 아카네를 이용하여 절묘한 복수극을 펼치는

 

치밀한 작전이 돋보였는데 나쁜 의도로 시작한 사람들치고는 해피엔딩으로 끝나

 

예상 외의 반전이라 할 수 있었다. 사기에 가까운 방법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던 자들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진 않고 다시 기사회생하게 되었으니 일반적인 권선징악형의 결말이라곤

 

할 수 없었는데 더 나쁜 악당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미술품을 둘러싼 절도와 사기극을 다뤄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더욱 흥미로운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신선한 작가의 색다른 소재의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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