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마이리뷰 당선작

10점
때를 알고 해를 산다는 것 - 멩이
<때를 알다 해를 살다>
나는 강진에 산다. 강진에 와 실감하는 것이 달의 위력이다. 지역의 병원이나 은행에서 받아온 달력에는 음력과 절기는 물론 매일 고저 물때시간까지 표시되어 있다. 당장 가까운 강진만생태공원에 가도 밀물과 썰물에 따라 현격히 달라지는 풍경을 만난다. 자연스럽게 달력을 보고 조금과 사리의 변화와 물이 들고 나는 때를 확인한다.절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주목하지 않았다.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귀촌하면서 농촌 풍경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좀 더 가깝게 느끼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지 않다보니 음력처럼 별로 주목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10점
존재 이유가 된 어떤 고귀한 사랑 이야기 - 필리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우리들은 타인의 사랑에 대해서 말 할 수 없다. 여기까지는 아름답고 위대한 열정이며, 바로 여기부터는 한낱 감상이며 천박한 욕망이라고 말이다. 진실하고 심오하며 열정에 찬 사랑의 가능성을 조롱, 멸시하며 불륜, 천한 감상이라 치부하는 태도로는 이 소설을 읽는 데 요구되는 ‘우리’라는 창조, 사랑의 세계에 진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점점 인간 서로의 신뢰가 부서져 나가고, 사랑이란 언어는 단지 편의성의 문제로 전락하는 이즈음의 세계에서 예순 일곱 살 프란체스카 존슨이 쓰다듬는 추억의 손길처럼, 이 작품은 어떤 순간의 기억...

10점
철딱서니 없는 귀족 도련님의 종횡무진 일탈기 - Falstaff
<골동품 진열실>
. 다시 발자크. 또? 그렇다. 이번에는 말 그대로 대박인 걸. 물론 당연히 촌스럽다. 1839년 작품을 지금 시각으로 읽으면 촌스러운 게 자연스럽다. 게다가 무대도 촌이다. 발자크의 문장으로 썼지만 읽으면서 당대에 발자크와 비슷한 수준으로 일필휘지를 날리던 알렉상드르 뒤마가 생각날만큼 드라마틱하기도 하다. 발자크보다 겨우 세 살 아래인 대 뒤마를 진짜로 연상했다니까. 근데 역시 발자크인 건, 상황은 뒤마처럼 긴박하게 클라이맥스를 향하여 줄달음을 치건만, 클라이맥스 바로 앞, 여기서까지 특정인의 직업이 어떻고, 생긴 건 또 어떻고...

10점
핵폭탄 투하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 smallfuneral
<화석맨>
이런 일급의 과학 저술가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고인류학을 중심으로 발생학, 해부학, 분자생물학, 비교유전체 등 연관 학문을 딱 그 장면에 걸맞게 그것도 아주 꼼꼼하게 다루면서도 시종 흥분을 유지시켜주는 추리소설적 구조로 다루었다. 대단한 필력이었기에 성공했다. 물론 매끄러운 일급의 번역 역시 휴일 내내 수불석권하게 만들었다. 우선 흥미로웠던 것은, 아직 논쟁 중이라지만, 인간의 직립 이유가 섹스 때문이라는 것이다. 러브 조이의 말인데, 이 책은 주인공 팀 화이트 외의 조연들에게도 주연급 시간과 정성을 활용해 그들의 주요 업적과 핵...

10점
[리뷰]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 겨울호랑이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바이오 산업 분야는 자본주의 체제의 정수가 담긴 주식시장에서도 가장 모험적인 부문이다. 마치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 초기 미지의 항로를 개척하고 막대한 부(富)를 축적하길 원하는 투자자들이 선단을 만들어 내보내 듯, 불사(不死)를 원하는 인류의 욕망을 향해 첨단 바이오 기술로 무장한 저마다의 바이오텍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장(場). 미 FDA의 승인이 보장하는 독점(獨占)권을 향한 무한 경쟁과 빅파마-바이오텍 간의 영토 전쟁은 과학-자본의 제국주의 패권전쟁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바이오 산업의 현 위치는 어디에 있...

8점
울음을 삼킨 귀신들의 땅 - 꼬마요정
<귀신들의 땅>
죽어야 비로소 귀신이 될 수 있는 걸까? 살아서는 귀신이 될 수 없는 걸까? 작가인 천쓰홍은 작가의 말에서 줄곧 귀신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또한 줄곧 '울음'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도 했다. 귀신과 울음. 스산하고도 안타까운 두 단어의 조합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용징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타이완의 작은 시골 마을인 용징에 천씨 가문이 다른 이웃들과 함께 격동의 세월을 보냈다. 그 세월의 끝자락에 천씨 집안의 막내아들 텐홍이 용징으로 돌아왔다. 독일에서 동성 애인을 살해한 죄로 감옥에서 형을 살다 ...

10점
종말이다. 읽고 쓰자! - 업쩝이
<지구의 철학>
파리가 뜨겁다. 날도 뜨겁고 올림픽 열기도 뜨겁다.(시청률이 엉망이라지만 정작 주변 지인들은 관심이 뜨겁다) 지구촌 대잔치가 폭염마냥 뜨겁기만 하다.(금메달 개수로 고양되는 애국심이 불편하지만, 자꾸 관련 기사를 읽게 된다) 그나저나 너무 덥다. 이제 여름은 폭염과 열대야다. 지옥불 같은 뜨거운 여름에 즐기는 올림픽이라니. 이 세상이 지옥 위에서 하는 꽃구경이라고 했던가?(고바야시 잇사)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상투적인 표현이(왠지 올림픽이나 스포츠 하면 떠오른다) 더 없이 어울리는 축제의 장에서 나는 지옥을 생각한다. 죽음을 떠올린...

10점
의료공백과 의료 붕괴를 뉴스로 접하는 시대에 읽는 관계론 -
<이야기는 진료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2024년 한국은 의료 대란의 조짐이 보인다.전공의 없이 맞이하는 추석 연휴는 어떻게 될까.의료인의 의료윤리와 경제적 욕망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시기에영국의 한 골짜기에서 마을 주민들을 진료하는 일반의(GP)를 조망한 책이 눈에 들어왔다.이 책은 분명한 레퍼런스가 있다. 역시 영국의 작가 존 버거의 《행운아》다. 존 버거가 쓰고 장 모르가 찍은 사진이 있는 책이다. 책장 뒤편에 쓰러져 있는 《행운아》를 발견한 일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렇게 발견한 책을 훑어보는 데 배경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이었다. 책에는 '존 사샬'로 불리는...

10점
역사가의 가치와 참된 역할을 일깨우는 흥미진진한 책 - 벤투의스케치북
<조선이 본 고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 허실이 밝혀질 때가 있다. 30년 넘게 고려사 연구에 천착해온 역사학자 박종기의 책 ‘조선이 본 고려’는 그런 사례들을 모은 책이다. 조선이 본 고려라는 말은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 조선이 고려 역사를 편찬한 데서 비롯된 말이다. 저자는 고려와 조선, 현대를 오가며 인물 비평을 시도했다. 책은 태조 왕건, 광종, 인종 등을 다룬 1부 고려 전기 인물론, 의종, 이공승, 명종, 조위총 등을 다룬 2부 무신정권기 인물론, 정세운·안우·이방실, 최영, 이숭인, 권근 등을 다룬 3부 고려 후기...

10점
낭만전승(浪漫傳乘) - 마힐
<낭송 18세기 소품문>
책 제목: 낭송 18세기 소품문지은이: 이용휴,이덕무,박제가/ 길진숙, 오창희 풀어 읽음제 목: 낭만전승(浪漫傳乘) 낭만 배드민턴, 파리올림픽에서 여자 단식 배드민턴 금메달을 목에 걸은 안세영 선수가 한 말이다.그녀는 2022년 항주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후 이미 세계 랭킹 1위로 올라 서긴 했지만 아직 올림픽에선 메달을 따질 못했었다.그래서 안세영 선수는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내 그랜드슬램을 이루어 '낭만' 있게 여정을 마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결국 그녀의 희망대로 올림픽에서 금메달를 쟁취하여 ...

이 방안에서 몸을 돌려 앉으면, 방위가 바뀌고 명암이 달라진다네. 구도(求道) 란 생각을 바꾸는데 있다네....중략... 그대가 나를 믿는다면, 그대를 위해 창을 열어 주겠네. 한 번 웃는 사이에 어느새 환하고 툭 트인 경지에 오를 것이네.<구도란 생각을 바꾸는 것> - P36


8점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bookholic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사랑하는 딸과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어령이라고 다재다능한 분이계셨단다. 생전에는 살아있는 지식인이라고도 불렸어. 1988년올림픽 개폐회식을 기획하시기도 하고 이후 문화부장관 등 국가의 중요한 일도 하셨단다. 돌아가시기 전마지막 인터뷰에서 죽음에 해탈한 듯 무척 편안한 모습으로 여러분 행복하시라면서 작별 인사를 하시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구나. 아무리 나이가 많으시다고 하지만 죽음 앞에 저렇게 초연할 수 있을까 싶었지.이어령 님은 책들도 많이 쓰셨는데엄마는 몇 권 읽은 것은 같은데 아빠는 이어령 님의 책은 읽어 본 적은...

"인터뷰가 뭔가? Inter. 사이에서 보는 거야. 우리말로 대담이라고도 번역하는데, 대담은 대립이라는 뜻이야. 대결하는 거지. 그런데 말 그대로 서로 과시하고 떠보고 찌르면 거기서 무슨 진실한 말이 나오겠나. 위장술밖에 더 나오겠어? 군인들이 전투할 때 왜 위장복을 입겠어? 살기 위해서 감추고 색을 바꾸는 거지. 인터뷰는 그래선 안 되네. 인터뷰는 대담(對談)이 아니라 상담(相談)이야. 대립이 아니라 상생이지. 정확한 맥을 잡아 우물이 샘솟게 하는 거지. 그게 나 혼자 할 수 없는 inter의 신비라네. 자네가 나의 마지막 시간과 공간으로 들어왔으니, 이어령과 김수지의 틈새에서 자네의 눈으로 보며 독창적으로 쓰게나." - P44


10점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여지없이 보여준 책 - 페넬로페
<셰익스피어>
약 450년 전에 집필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지금까지도 많이 읽히고, 끊임없이 원작 그대로, 때론 변형되어 무대에서 연극으로 상연되는 것은 그의 작품이 그만큼 위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잔뜩 기대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으면 바로 감동을 느끼기가 힘들고, 왜 그토록 위대한가에 대한 납득이 쉽게 되지는 않는다. 그의 글은 약강 오보격에 맞춰 써진 영어로 된 희곡이라 한국어로 그대로 번역되기 힘들다. 어떤 번역자는 영어 문장의 운율에 한글을 그대로 들이밀어(물론 번역자의 노고에 감사한다.) 문장이 억지스러울 때가 많다....

10점
8월에 당신과 내가 - 돼쥐보스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6월의 밤을 거쳐 7월을 걸어와 8월로 도착했다. 하늘을 보고 싶어 창문을 열어 놓을까 하다가도 뜨거운 태양빛에 놀라 마음을 접는다. 너머의 하늘은 푸르겠지. 구름은 천천히 흘러가겠지. 상상에 맡기는 8월의 아침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이라고 말했을 때 이제 나 역시 여름을 좋아하는 계절로 삼겠다고. 가을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럼 나 역시 가을이 좋으니 서로의 좋은 계절을 나눠 가지자고 말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계절을 하나씩 가지게 되었다. 지금은 여름을 살고 다음은 가을을 사는 것으로 말이다. 7월에 이루지 못했던 계...

8점
돌로 된 씨앗, 홀로 된 씨앗 - cyrus
<운석>
평점4점 ★★★★ A-운석은 살아있는 돌덩이다. 우주에서 온 돌덩이는 아주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지구와 인류보다 더 오래 살았다. 운석을 잘 모르는 우리는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돌덩이를 ‘별똥별’이라고 부른다. 사실 별똥별의 정체는 유성체다. 유성체는 혜성이 지나가면서 생기는 암석 조각이다. 여러 개의 유성체가 빛을 내면서 밤하늘을 지나는 현상이 ‘유성우’다. 유성체 중 일부가 지구에 떨어지면 운석이 된다. 운석의 순우리말 이름을 새로 정할 수 있다면, ‘별 먼지’ 또는 ‘별 알갱이’로 부르고 싶다. 운석은 한때 별의 일...

10점
선함을 드러내고 욕지거리는 숨겨야 편했던 삶 - 다정한곰님
<오렌지와 빵칼>
이게 과학소설로 분류가 되는구나? 감정을 조절하는 기간 한정 뇌 시술이라는 것 때문에 과학소설로 분류되려나? 나에게 오영아의 삶은 세밀하게 그려진 초현실적 리얼리티 그 자체인데 말이다. 그래서 더 깊게 오영아에게 스며들 수 있었고 오영아의 다음 선택이 궁금했다. 그래서 오영아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 센터를 추천하게 될 것인지 기대하게 되더라. ​스스로를 통제하고 동시에 해방을 누린다는 이율배반적인 상태를 완성한다는 말을 계속 곱씹었다. 통제와 해방에 대한 정의와 그걸 균형맞춰 써 먹을 수 있고 손에 쥘 수 있수 있는 능력에 대하여...

6점
‘찰칵‘ 소리에 담긴 여성의 목소리: 셀카로 읽는 현대사회 - 양손잡이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싸이월드에서 인스타그램까지, 우리는 수많은 셀카를 경험한다. 보는 것뿐만 아니라 주변 어디에서든 셀카를 찍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지하철, 카페, 심지어 길을 걷다가도 말이다. 이런 셀카 문화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두드러지는데, 이런 현상을 두고 나르시시즘의 만연이라 말하기도 한다.사회학자 황의진은 <빈틈없이 자연스럽게>에서 이 현상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자신을 찍는 여자들은 나르시시스트인가?” 저자는 여성들의 셀카 문화를 단순한 자기애의 표출이 아닌, 복잡한 사회문화적 맥락 속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바...

10점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 - 마법모자김시인
<파우스트 1,2 세트 - 전2권>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전영애 옮김/ 도서출판 길파우스트의 많은 번역본 중에서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운문처럼, 첫 번역처럼”이라는 단 한 문장이었다. 단테의 『신곡』을 읽었을 때 이 작품이 시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물론 시는 번역불가능의 장르다. 『신곡』을 읽을 즈음, 원문의 『신곡』을 유튜브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던 이유는, 리듬과 운율 때문이었다. 번역된 시에서는 그것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내내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던 터였...

10점
나를 바꾸고 세상을 잇는 글쓰기 - 모나리자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이 책도 번역 수업에서 알게 된 책이다. 그동안 읽었던 글쓰기 관련 책과 결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제목에도 잘 나타나 있고 부제도 ‘공감과 연대의 글쓰기 수업’이라고 되어있다. 저자 메리 파이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임상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오자크에서 태어나 네브래스카에서 자랐고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전공, 네브래스카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 세계 의료 전문가, 학생, 공동체를 대상으로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 등 열한 권의 책을 집필했다....

10점
문학잡지계의 종합선물세트 - 즐라탄이즐라탄탄
<악스트 Axt 2024.1.2>
이 책을 읽게 된 건 무슨 대단하거나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출판사의 마케팅으로 새롭게 리뉴얼 되었다는 얘기와 함께 1천원 할인쿠폰을 준다는 것에 혹하여 때마침 쌓여있던 적립금에 더해 구매를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처음에 제시된 정가에 비하면 꽤나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괜한 잡설이 길었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를 시작해보겠다.제목에도 써놓았듯이 나는 이 문학잡지가 문학의 각 분야를 골고루 담아놓은 ‘종합선물세트‘ 라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 에세이, 시 등 다양한 글감을 가지고 읽기좋...

8점
오늘 또 오늘 - 희선
<나는 내가 쓴 소설을 모른다>
모든 걸 기억하는 게 좋을까, 모든 걸 잊는 게 좋을까. 아니 모든 걸 기억하는 게 안 좋을까, 모든 걸 잊는 게 안 좋을까. 긍정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모든 걸 기억하는 것뿐 아니라 모든 걸 잊는 것도 좋다고 여기겠다. 난 둘 다 싫다. 사람은 하루하루 살면서 기억을 쌓으면서 잊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겠다. 뇌에 문제가 생기고 모든 걸 기억하거나 모든 걸 잊기도 하겠다. 소설에서 본 거지만, 모든 걸 기억하는 사람은 괴로워 보였다. 이번에 만난 소설 《나는 내가 쓴 소설을 모른다》는 오토바이 사고로 뇌를 다치고 그때까지...

10점
<바닷가의 루시>오, 윌리엄! 이제 나와도 화해합시다. - 은하수
<바닷가의 루시>
어제 아침에 <바닷가의 루시>를 다 읽고 나니 이제는 '루시 바턴'의 이야기는 끝이 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루시의 이야기를 쓸 것이 남아 있을까? 오랜 친구를 떠나 보내는 것 같은 허전함이 이제서야 뒤따르는 그런 기분이었지만 루시 바턴 시리즈의 여러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루시의 선택이 늘상 이해가 되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난 루시와 같은 결혼 생활의 위기와 이혼, 사별을 경험해보지도 않았고 극심한 가난으로 온 동네의 무시와 냉대를 받는 어린 시절에 대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것도 아니니까 그녀가 하는 선...

10점
멕시코의 어둠 - coolcat329
<태풍의 계절>
<태풍의 계절>은 멕시코 작가, 페르난다 멜초르(Fernanda Melchor 1982 ~ )가 2017년에 발표, 2020년 맨부커 국제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작가는 멕시코의 베라크루즈(Veracruz)에서 태어나 베라크루즈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저널리즘 기사와 소설을 쓰다가 작가가 되었다. 이 작품은 베라크루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마녀 살인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소설로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강에 죽은 이의 부패한 얼굴이 떠오르는 것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첫 페이지부터 음습한...

한 무더기의 검은 뱀들 속에서 거무죽죽한 빛깔의 가면처럼 꿈틀거리는 그 얼굴은 웃고 있었다. - P13


8점
오로지 글만 있는 여행기 - hnine
<이탈리아 기행 1>
요즘 나온 여행기라면 어림없다. 화보같은 사진이 보는 동안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을 뿐 더러, 구구한 설명보다 사진과 지도로 방문한 지역을 잘 보여줄 수 있어 글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200년도 더 전에 나온 이 기행문은 아무리 대문호 괴테가 썼다지만 분명 지루할거라 짐작하여 시리즈로 구입한 책들 사이에서 여태 손을 대지 않고 있던 책이었다.1749년생 괴테가 작정하고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것은 1786년 (비교를 위해 1786년 우리나라는 조선 정조 임금 시대), 그의 나이 38세였다. 일년 십개월에 걸친 이탈리...

10점
촘촘하게 잘 짜인 추리소설 - 자목련
<수도사의 두건>
숨겨졌던 욕망은 한순간에 튀어나온다. 숨겨온 게 아니라 게 같은 자리에서 자라왔기 때문이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이때다 싶은 타이밍에 움직인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세 번째 『수도사의 두건』 속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로버트 부수도원장도 다르지 않았다.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내전 당시 스티븐 왕의 편에 서지 않았던 헤리버트 수도원장의 권한이 정지되고 회의 참석차 런던으로 떠났으니 모든 권한은 로버트 부수도원장에게 있었다. 때마침 일어난 살인 사건 수사도 말이다. 사건은 이랬다. 자신의 장원을 수도원에...

8점
모르는 게 약일 수도 - 독서괭
<안녕 주정뱅이>
나는 술을 마셔야만 하는, 주정하는 마음을 모른다. 술을 마셔야만 잊을 수 있는 무언가- 그 시커먼 고통이나 공허같은 것들- 을 알지 못한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 <안녕 주정뱅이>의 글들을 읽으며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 책에 알코올중독자만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나와 무관하게 느껴지는 삶만 찾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필연같은 우연이, 호된 뒤통수가, 방심하지 말라고, 삶은 그리 예측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하는 듯 하다. 「봄밤」에 등장하는 영경은 진성 알코올중독자다. 아이를 빼앗긴...

8점
보이지 않는 선을 지키며 읽기! - 안녕반짝
<번역: 황석희>
오늘은 올 여름 첫 휴가였다. 오롯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쉴 수 있는 단 하루. 나름 계획은 세워뒀다. 아침에 운동만 하고 바로 카페로 달려가서 글도 쓰고, 책도 실컷 읽고, 거기서 밥도 다 해결하고 오겠다는 계획. 하지만 아침 일찍 수영장이 정전되어서 운영이 중단되었다는 문자를 시작으로 녹록치 않은 하루를 보냈다. 자잘하게 처리할 일들이 많았고, 모든 걸 챙겨서 카페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3시쯤 되었다. 그 와중에도 읽고 싶은 책을 책장에서 고르는데, 마음이 급해서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새 책을 읽을까 하다가 읽다 만...

8점
삶의 도움닫기가 필요한 순간 - 꼼쥐
<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
더위가 적당할 때의 여름은 관능적이다. 그러나 기온이 우리의 임계치를 넘어 조금만 치솟아도 여름의 관능미는 탄탄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후줄근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추레함으로 변한다. 관능미와 추레함을 가르는 기온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지 않다. 잘 살고 못 사는 기준의 차이가 그리 멀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매년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여행을 떠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끈적끈적한 더위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품위를 지키기 위해 내가 살고 있는 이곳보다 조금 더 기온이 낮은 곳으로 슬쩍 피난을 가는 것, 그게 여행일지...

10점
뭉우리돌의 들녘 - 비상하는 날개처럼 - 거리의화가
<뭉우리돌의 들녘>
오직 ‘나’만이 관심거리가 된 듯하지 않나. 진단이 틀렸기를 바라지만, 공감이 사라진 시대가 온 것 같다. 인간성은 종적을 감추었고, 그 탓에 사회 각 분야에서 전에 없던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삭막한 삶은 철학을 일상과 분리시켰으며 문학은 시들어 힘을 잃은지 오래고 역사는 극소수가 즐기는 변방의 취미 정도가 돼버린 느낌이다. 사진은 어떤가. 이미지 한 장에 깃든 정신과 사상에는 관심이 없고 온통 기술에만 눈길을 준다.최근 아버지에게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광복 직전 일본 히로시마에 머물고 있었단 이야기를 들었다. 금시초문에 눈이...

8점
연준의 뒷 이야기. - 닷슈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연방준비제도는 사실 중앙은행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곳은 반은 민간은행이며 반은 정부기관이다. 이는 미국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미국은 유럽의 왕정에 반발하여 생겨난 국가로 태생자체가 중앙집권을 싫어한다. 그렇기에 미국은 역사상 중앙은행을 두 번 만든 적이 있지만 단기간이었고 조건을 제한하고 기간이 지나자 바로 없앴다. 그래서 지금의 연준은 하나가 아니라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네트워크다. 그래서 각 지역엔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은 전체적으로 워싱턴의 지휘를 받는다. 물론 이 연방준비은행은 전체를 아우를 필요가 강...

10점
모순 - 양귀자 - Breeze
<모순>
#모순 #양귀자 #쓰다 『모순』을 우연히 발견했다. 양귀자 작가라고 하면 내 또래에 유명했던 작가인데 새로 쓴 작품이 아닌 1998년에 나온 소설이 사람들이 ‘인생작’이라고 한다고?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읽지 않은 베스트셀러는 고민하는 편인데 왠지 자꾸 눈에 띄어 읽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가 되었다. 누군가가 ‘인생책’이라고 하는데 책을 읽지 않고서는 어떤 판단을 하는 것도 잘못이지 않나. 읽고 판단을 해야겠다. 아마도 이런 생각으로 구매했던 것 같다. 왜 인생책이라고 하느냐고? 1998년이면 우리나라는 IMF...

8점
출소하기 참 좋은 날씨였는데... - 구단씨
<2인조>
여름이 가기 전에 읽어보고 싶어서, 손에 땀이 차는 것도 이겨내며 페이지를 넘겼다. 정해연이라는 이름으로 일단은 읽어 봐도 좋을 목록에 있었고, 블랙 코미디가 가미되었다고 하니 마냥 진지하게만 읽지 않아도 될 듯하여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늘 그랬듯이 페이지는 술술 넘어가고, 두 주인공의 허무맹랑한 한탕 계획에 처음부터 어이가 없는 것도 재미있다. 또 언제나 그렇듯이, 인간 함부로 믿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도 잘 전달된다. 거기에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고쳐서 쓴다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살아가야겠다는 교훈까지 얻었다.사기꾼 ...

10점
잃고, 찾고 그리고 또 잃어버리는 생 - 잠자냥
<상실과 발견>
잃어버리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상실과 발견>을 읽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일이 없는 나조차도 돌아보면 잃어버린 것들이 떠오른다. 지갑이나 그 지갑 안에 담겨 있던 신분증이기도 하고 핸드폰을 잃어버리기도 했고…. 이런 물건들이 지금까지 기억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잃어버렸을 그 순간의 당혹감이나 잃어버린 물건의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이런 것들 말고도 나는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사소하고 자잘한 물건들을 잃어버리며 살아왔을 것이다. <상실과 발견>에 따르...

10점
올해의 한국소설을 발견했다 - 달자
<사랑과 결함>
올해의 한국소설을 발견했다.여수에서 여행했을 때 들렸던 서점 <거기 책방 다섯>에서 구입했던 책 중 하나, 예소연 작가의 <사랑과 결함>. 딱 한 권의 책만 구비해 놓는 작은 서점이라 진열대에 소개된 책을 집었다. 예소연 작가의 사인이 있는 초본이었다...!총 10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소설 모음집이다. 첫번째 수록집은 얼마전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 영화로도 제작되어 상영된 <철봉하자 우리>이고 이에 이어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수록집은 차례로 주인공의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이어 고등학교를 막 ...

맹지와 친해지게 된 계기는 닮은 외모였다.


10점
잔잔하고 애잔한 노년의 삶 - kinye91
<숲속의 늙은 아이들>
[시녀들], [증언들] 얼마나 살벌한가? '미친 아담 시리즈' 역시 살벌하다. 새로운 역사, 그러나 우리가 겪는 현실을 다른 세계에 구현한 듯한 그런 소설 세계 속에서 전율을 느끼곤 했다. 대단한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그런 애트우드가 최근에 펴낸 작품집이다. 소설집이라고 해야 하는데, 연결이 되는 작품도 있지만 연결이 안 되는 작품도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작품들은 노년에 이른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삶의 우여곡절을 겪고 이제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 곁에 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사람. 그런 사람의 감정이 잔...

10점
잔혹한 삶의 끝자락에 주어진 유일한 땅, <섬> - scott
<섬>
자갈이 흩어진 섬의 해변에 파도에 씻긴 석유 드럼통이 떠 밀려 온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지난 세월 간간이 이런 저런 물건들이 도착했다. 해진 셔츠며 밧줄 찌그러진 플라스틱 도시락 뚜껑, 인조 가발 등. 이따금 시신도 도착 했는데 오늘도 한 구가 있었다.-캐런 제닝스의 <섬> 중에서어느 아침과 다름 없는 하루를 시작하는 일흔 살의 등대지기 새뮤얼은 등대 내부 계단을 내려오다 파도에 떠밀려 온 드럼통을 발견한다.서둘러서 해안가로 달려간 등대지기는 자신이 등대 창문으로 보았던 드럼통 바로 앞에 시신 한 구를 발견한다.노동자들...

10점
불안 세대 / 스마트폰 태블릿 우울증 불안 유해성 - 구름모모
<불안 세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유해성은 꾸준히 언급되지만 어린 자녀들에게 스마트폰과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이용은 더욱 증가하는 추세이다. 학부모들도 자신들이 성장한 시절을 떠올리면서 스마트폰 이용 제한 문제로 자녀와 대립하는 사태를 많이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학부모들도 서로 새로운 대안들을 모색하고 시도하지만 늦은 밤 잠을 자지 않고 몰래 휴대폰을 사용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도 자주 듣게 되는 상황이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자녀의 정신적, 사회적 문제를 지켜보는 것도 고역임에는 분명하다. ​...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경험 차단제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 - P88


6점
불행하지도 그렇다고 행복하지도 - 레삭매냐
<크리스마스 잉어>
어제가 처서였다. 폭염의 시절은 지나갔지만 여전히 낮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도 최악의 더위는 지나갔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다면 더위 핑계를 고만 대고, 이제 책을 읽을 시간이다. 네 개의 단편이 실린 비키 바움의 <크리스마스 잉어>를 읽었다. 비키 바움 작가의 책은 <그랜드 호텔> 이래 두 번째던가. <크리스마스 잉어>는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테마를 잡아 출간 중인 흄세 시리즈의 하나로 출간됐다. 오스트리바 빈 출신의 유대계 작가 비키 바움이 지난 세기 어느 순간들의 시대상을...

10점
인생의 불완전함을 수용하는 과정 : 거지 소녀 - 앨리스 먼로  - 키치
<거지 소녀>
로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핸래티의 시골 마을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아버지, 새어머니, 이복 남동생과 함께 산다. 로즈의 새어머니 플로는 동화에 나오는 계모처럼 대놓고 로즈를 괴롭히지는 않지만 수시로 로즈와 신경전을 벌인다. 로즈를 상대하기가 힘에 부칠 때면 플로는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때마다 아버지는 로즈에게 '장엄한 매질'을 가한다. 로즈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돌봄과 애정을 주기는커녕 정신적, 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아버지와 새어머니 때문에 절망하는 한편으로 그런 부모에게 기댈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저주한다.자신의 ...

10점
내일 뭐할지 기대되는 도서관! - madkiss
<사서 선생님, 내일은 뭐 할 거예요?>
우리 집 근처엔 반달 도서관이 있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도서관인데 거기 어린이 도서관은 좌식으로 따끈따끈한 온돌방으로 만들어졌다. 아이들을 다섯 살까지 끼고 살며 품앗이를 하던 나는 도서관을 거의 매일 방문했는데 반달 도서관은 최적의 장소였다. 아이들은 앉아서 책 보다가 지겨워지면 따뜻한 온돌 바닥에 배 깔고 누워서 책을 보았다. 어찌나 편안하게 책을 보던지 나도 아무도 없을 때는 아이들을 따라서 슬며시 누워서 책 보곤 했다. ㅎㅎ 또한 도서 열람실에도 소파가 구석구석 놓여 있어서 아이들이 자유로운 자세로 책을 읽었다. 누구도 뭐...

8점
세샤르로 괄호 열고, 19세기 프랑스를 덮은 환원주의, 세샤르로 괄호 닫고. - 그레이스
<잃어버린 환상>
『잃어버린 환상』은 복고 왕정시대를 살았던 제롬 니콜라 세샤르의 역정과 인물됨으로 시작해서 그의 죽음과 유산으로 마치고 있다. 그는 중심인물인 다비드의 아버지로 조연이지만 이 소설의 시대를 상징한다. 그의 퇴장은 다가올 시대(7월 왕정 이후시대)를 예고한다. 시대의 부침 덕에 인쇄소 하급 직원으로 일하던 그는 인쇄소 주인이 된다. 그렇게 빈곤을 벗어난 그는 인색함의 대명사가 된다. 그리고 모은 재산을 남겨두고 죽는다. 아들이 그 재산을 지켜낼지 걱정하면서. 1829년의 죽음은 한 시대의 문을 닫는 것으로 읽혔다. 그는 이 소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