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마이리뷰 당선작

10점
날자, 날자꾸나 - Falstaff
<솔로몬의 노래>
토니 모리슨의 세 번째 작품이며 앞으로 상복이 터질 그녀에게 처음으로 큰 상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안겨준 장편소설. 토니 모리슨은 1993년에 흑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까지 받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라서 이이의 일생에 대해서 말을 보탤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내가 읽어본 모리슨 가운데 특히 <재즈>와 <러브> 같은 비교적 후기 작품의 경우에, 그저 흑인이나 젠더, 아니면 합해서 흑인 젠더 문제를 다룬 것이겠거니 쉽게 생각하고 덤볐다가 심각하게는 아니지만 혼쭐이 난 적이 있어서 <솔로몬...

10점
다양한 리터러시가 필요한 시대 - 닷슈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책을 고를땐 아무래도 기사를 고를때처럼 헤드에 해당하는 책 제목과 표지가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물론 톱밥처럼 작게쓰인 저자도 간혹 보긴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제목이 좀더 절대적인 선택기준이다. 문제는 제목이 배신을 때릴 때가 간혹 있다는 것인데, 이 책 역시 그러했다. 책 제목만 보면 한창 인기가 좋은 유튜브와 책을 비교하고, 유튜브가 대세가 된다던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시대는 여전할 것이라든지 하는 뻔한 의견이 나온 책 같았다. 물론 다 읽어보니 이건 어느정도 맞는 말이었는데 내용이 훨씬 깊고 생각치 못했던 것들이...

10점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 레삭매냐
<빌랄의 거짓말>
아라빈드 아디가의 <화이트 타이거>를 읽고 나서 이르판 마스터의 <빌랄의 거짓말>을 읽은 건 신의 한 수였다. 전자가 현재의 인도를 그리고 있다면, 후자는 과거 그러니까 1947년 8월 14일을 즈음한 혼란과 무질서 그리고 폭력이 난무하던 인도 북부의 어느 곳을 무대로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영화 <굿바이 레닌>과 <라이프 이즈 뷰티풀>이 생각나더라. 이유는 우리의 주인공 소년(13세) 빌랄이 암으로 죽어가는 아버지를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설정 때문이었으리라. 책...

8점
한 문장으로 열 문장을 만드는 경험 - 구단씨
<열 문장 쓰는 법>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는 건 아마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거 아닐까? 듣는 사람이 있든 없든, 누구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표현 중의 하나가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그럼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몇 문장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하고 있는지 또 궁금해진다. 그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은 하나다. 일단은 써야 하고, 그렇게 쓴 글을 자꾸만 들여다보고 고치고 또 고치면서 계속 확인해야 한다. 저자는 이 책 『열 문장 쓰는 법』으로 반전을 일으키면서 글쓰기의 노하우를 속성으로 전수한다. 누구든 훈련만 거친다면 제아무리 길고 복잡한 문...

8점
휴머니멀 - 웃는식
<휴머니멀>
기존의 다큐멘터리와 다른 동물들의 실생활-실상-을 담고 싶었다는 김현기 PD의 각오와 진심이 느껴진다. 사파리라는 무대 위의 배우들인 동물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픈 열정이 5부작 다큐멘터리가 완성되었고, 1년간의 긴 여정이 소요되었다. 방송에서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까지 녹아 있는 작품이라 더욱 집중력을 발휘해 책을 읽었으면 한다.그래야만 우리는 진정한 동물들의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코끼리를 신성시하던 동남아 지역 국가 중 하나인 태국에는 길들여진 코끼리가 약 4,000마리가 있다고 한다. 행사에 활용되거나 트래킹용...

8점
무한책임에서 오는 복수의 신 - kinye91
<네메시스>
원인 모를 감염병이 창궐한다. 왜 나타났는지, 어떻게 전개될지, 누구에게 옮아갈지 알 수가 없다. 그럴 때 사람들은 공포에 빠진다. 공포에 빠지지만 이성은 마비된다. 이성이 마비되면 희생양이 필요해진다. 자신들의 공포를 분노로 대체하고 분노를 통해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 일어난다. 결국 인간은 자신들의 인식 너머에 있는 것에 공포를 느끼며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희생물을 찾는다. 그런데 그 희생물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

10점
살면서 어떤 순간에든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작품! - 피오나
<스토너 (초판본, 양장)>
그에게는 친구가 없었다. 그리고 이때 생전 처음으로 그는 고독을 느꼈다. 밤에 다락방에서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 어두운 방구석을 바라볼 때가 있었다. 램프의 불빛이 구석의 어둠에 맞서 너울거렸다. 그렇게 한참 동안 열심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둠이 빛 속으로 모여들어 그가 읽던 책에 나오는 상상의 모습들을 펼쳐 보였다. 그러면 자신이 시간을 초월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거가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한데 모이고, 죽은 자들이 그의 앞에 되살아났다. 그렇게 과거와 망자가 현재의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로 흘러 들어 오면 그는 순간적...

8점
지식 편의점 : 생각하는 인간 편 - Breeze
<지식 편의점 : 생각하는 인간 편>
한두 가지의 물건이 필요할 때 우리는 근처 편의점을 찾는다. 편의점은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필요한 물건들이 많이 있어 곧잘 방문하곤 한다. 필요한 물건을 사서 나오는 발걸음은 가볍다. 반면 찾던 물건이 없을 때의 난감함이라니. 그렇다고 이 책이 난감하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 편의점이 그렇다는 말이지. tvN의 <책 읽어드립니다>의 도서 선정 위원이었던 이시한 작가의 『지식 편의점』은 지적인 현대인을 책이라는 모토를 달고 있다. 우리가 읽었음 직한, 누구나 읽었다고 여길 만한 책을 말하는데, 책들 중에서는 어려운 책들도...

8점
《마스 룸》그것을 선택이라 불러도 되는것일까 - 다락방
<마스 룸>
몇해전 한 여자배우가 토크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첫결혼을 후회한다는 발언을 했었다. 그녀는 십대시절 유명한 남자 가수를 만나 스무살에 결혼을 했었고 이 일은 나중에 사람들에게 알려져 한창 시끄러웠다. 게다가 그녀는 후회한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남자 가수들의 여전한 팬들로부터도 엄청난 욕을 먹었다. 왜 스스로 한 선택이 만든 결과로 후회를 얘기하며 그 가수를 욕보이냐는 것이었다. 나 역시 십대 시절 그 가수의 팬이었고 만나고싶다, 친해지고 싶다는 당연한 사춘기적 열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수에 대해 잊게 됐고...

토퍼스의 칵테일 웨이트리스가 술에 취하고 약에 절어서는 박사가 팬티 옆에 찔러준 지폐 두 장이 미국달러가 아니라 그보다 가치 낮은 캐나다달러라는 사실에도 성질머리를 부리지 않던 밤이 있었더랬다. 하 하 하. 그런데 칵테일 웨이트리스가 대체 왜 달랑 팬티 한 장만 걸치고 있었을까? 그건 토퍼스 미스터리의 일부였다. 토퍼스 유일의 미스터리였다. 그는 그 미스터리를 부수고 여자를 위장순찰차로 데려갔다. 팬티를 내리고 가랑이 사이로 손을 넣었다. 여자가 제모기인지 왁스인지로 정리한 저 아래가 꼭 아이처럼 느껴졌으니, 박사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아이들의 보호자이자 수호자가 아니던가. 털 없는 보지의 감촉에 소스라치게 놀라 손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 P215


6점
우리 모두는 토머스였다 - cyrus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
과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믿지 않겠지만, 우리는 모두 한때 과학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열광하고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공룡이다. 어린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이유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공룡에 푹 빠진 어린 시절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처음으로 과학 공부를 재미있게 하던 시기였다. 발음하기 어려운 공룡 이름을 줄줄 외워서 부모에게 알려주고 싶은 소박한 배움의 동기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어른이 되면 공룡에 대한 호기심만 사라지는 건 아니다....

8점
노동의 대가와 현실에 관한 수기 - 아무
<노동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에서 다뤄지는 워킹 푸어의 현실은 2000년대 초반이지만, 현재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을 뿐더러, 책 속의 현실보다 지금이 더욱 악화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생활 곳곳에 공기처럼 스며든 신자유주의는 빈곤은 나태함과 태만의 소치라는 관념을 주입하고, 인성 검사와 약물 검사, 오리엔테이션과 같은 방법으로 그들에게 모멸감과 자괴감을 안기기도 한다.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그들은 중산층과 고위 계층의 눈에 띄지 않도록 분리되고 배제되며, 그들이 버는 돈으로는 최소한의 생계조차 유지하기 힘들다(에런라...

우리 사회가 경제적 불평등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극단적인 불평등을 향해 치닫는 일종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노동력을 확보하려면 너무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도 대기업의 최고 경영자들, 심지어 더 메이즈의 사장 같은 피라미 경영자들도 노동자들에게서 몇 킬로미터는 떨어진 과하게 높은 경제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경영자들은 자신을 위해 일할 노동자를 특정 범주의 사람들 중에서 뽑아야 하지만 그 범주의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실제적인 경험보다는 계급 또는 인종에 관한 편견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앞서 설명한 억압적 경영을 해야 한다고 믿고, 개인의 영역을 침해하는 약물검사와 인성검사를 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하지만 이 모든 일에 드는 비용이 엄청나고(매니저 한 사람을 쓰는 데 1년에 2만 달러 이상, 약물검사 한번에 100달러 정도 든다), 이렇게 억압하는 데 비용을 많이 쓰다 보니 임금을 낮게 유지해야할 수밖에 없다.- P285


10점
길을 찾고 싶을 때 - 스프링버드
<민담의 심층>
어떤 왕에게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하지만 공주는 너무 오만해서 구혼자들을 비웃고 퇴짜를 놓았다. 왕은 급기야 딸에게 너무 화가 나서 거지에게 딸을 주겠다고 맹세해버렸다... 어느 나라에 왕에게 황금 사과가 열리는 나무가 있었다. 그런데 매일 하나씩 사과가 사라졌다. 왕은 누가 사과를 훔쳐가는지 조사하라고 세 아들에게 차례로 지시했다. 왕은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은 믿었지만 세째는 얼간이라며 무시했는데... 첫번째 이야기는 <지빠귀 부리 왕>의 시작이고 두번째 이야기는 <수수께...

10점
환상보다 더 끔찍한 현실의 공포 - 잠자냥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브라질, 멕시코, 페루 등 남미 여행을 꿈꾼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속에 불안감이 스며든다. 치안이 위험하다고 하던데 여행을 가도 괜찮을까 그런 생각들. 그럼에도 언젠가 남미 대륙을 꼭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쉽게 접지 못한다. 어쩌면 지나치게 부풀려진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읽다 보면 그것이 괜한 걱정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작품에는 목이 잘린 아이, 어린 아이만 살해하는 연쇄 살인마, 빈민가의 오염된 물 때문에 고양이 코를 가지게 된 아이 등 ...

10점
나답게 살고 있는지 묻는다. - 자성지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 불혹(不惑)이라는 나이 마흔은 인생의 무게를 더한다. 해가 바뀌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도 중년에 편입되는 나이 마흔이 주는 씁쓸함은 지금껏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회의하는 물음을 던진다.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새로운 나이를 먹으며 마흔을 넘기고 오십을 넘긴 지금은 온전한 정신으로 건강하게 잘 살다 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살아온 시간이 쌓여 나를 형성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가끔은 정해진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은...

8점
시는 영혼의 방부제 - 꼼쥐
<올드걸의 시집>
인간의 감성도 시시각각 나이를 먹어간다는 걸 느낀다. 젊어서는 잘 몰랐었는데 과거에 썼던 글과 최근에 내가 쓴 글을 비교하며 읽어보면 푸석푸석 메마르고 물기가 빠진 듯한 인상을 받곤 한다. 물기가 빠진 피부가 쭈글쭈글 탄력을 잃고 허옇게 각질이 피어나는 것처럼 물기가 빠진 문장 역시 뭔가 활력을 잃고 시들시들 메말라 가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시를 읽지 않는 데서 오는 '정신적 나이 듦'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12년 전이다. 2008년 11월 개인 블로그에 '올드걸의 시집'이란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10점
시골 출신 가난한 여성의 서사가 던지는 묵직한 한 방 - 숲이
<하틀랜드>
시골에서 태어난 가난한 여성의 서사를 대상화 하거나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하지 않고 다양한 측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글이 얼마나 될까. <하틀랜드>는 미시적 접근을 통해 직시한 현상을 거시적 관점을 통해 구조적 문제로 설명해 내는데, 개인의 경험을 보여주어 주체성을 찾고 동시대의 사회구조를 들여다 봄으로서 사회의 책임을 읽어냈다. <하틀랜드>가 이러한 강점을 지닐 수 있었던 건, 이 책의 저자 세라 스마시 본인이 ‘시골에서 태어난 가난한 여성’ 서사의 주인공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라 스마시는 안정적인 교수라는 직...

8점
스노는 살아 움직이는 커피숍이었다 - 단발머리
<감염도시>
blanca님의 리뷰를 읽고 『감염도시』를 찾아 읽었다. 리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생각한다. blanca님의 리뷰는 그 자체로 훌륭한 한 편의 글이어서 그 글에 무언가를 더하거나 뺄 필요가 없다. 완벽하게 잘 정돈된 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글을 읽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 책을 읽어봐야겠어. 나도 그 책을 읽어봐야지. 따라읽기로의 행복한 초대. 그렇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1854년, 당시 세계 최고의 도시였던 런던에서 콜레라가 발생한다. 불과 열흘 만에 진원지로부터 반경 225미터 이내에 거주하던 사람들 중 ...

이 책을 쓰던 중에 나는 거의 20년간의 내 발자취가 바로 이 책을 쓰기 위한 준비였음을 깨달았다. 계기는 전염병에 대한 문화적 대응을 주제로 대학 논문을 쓰기로 한 것이었다. 나는 몇년 뒤 대학원을 다닐 때는 빅토리아 시대의 도시 소설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당시 작가들이 런던이라는 너무나 압도적인 존재를 표현하는 데 얼마나 큰 상상력의 한계를 경험했는가 하는 대목에 관심이 있었다. - P299


10점
소설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사립탐정 홈스를 창조해낸 작가, 코넌 도일 - scott
<코넌 도일>
사냥 모자를 쓰고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서양 남자의 실루엣만 봐도 절로 가슴이 뛰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 전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셜로키언(셜록 홈스의 팬)들에게 셜록홈스는 실존하지 않지만 이 세상에 실존하고 있는 어떤 인물보다도 필적할만한 캐릭터가 되지 못한다.여기, 이책을 쓴 작가 이다혜님 역시 셜로키언중에 한 명으로 그에 흔적을 찾아 직접 영국으로 날아가 홈스에 흔적이 남긴 곳곳을 찾아 런던과 에든버러, 스위스 라이헨바흐폭포까지, 홈스를 탄생시킨 작가 코넌 도일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들과 작품의 무대가 된 장소들을 ...

8점
소설 속에 녹아있는 작가의 일생 - hnine
<내 인생은 열린 책>
루시아 벌린. 1936년생 그녀의 이력을 읽어보면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한 사람의 일생 동안 이렇게 국내외 여러 곳을 전전하며 사는 경우가 흔하지 않을 뿐 더러, 스물 한살에 첫 결혼을 했으나 남편에게 버림받고 이후 세번의 결혼, 싱글맘으로 네아들 부양을 위해 대학교수에서 청소부, 간호보조원을 넘나들며 일을 했다고 한다. 건강하기라도 했어야할텐데 그렇지도 못했다. 선천적 척추옆굽음증으로 평생 고생했으며 알콜중독을 달고 살다가 겨우 극복하지만 말년에 산소호흡기를 달고 살아야 했고, 암으로 투병하다가 2004년 세상을 떠났다. ...

10점
동생이 생기는 기분_ 그 작고 커다란 모든 순간의 네가 생각나 - 이재욱
<동생이 생기는 기분>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그림 에세이! 마냥 사랑스러울 수는 없지만 그래서 더 애틋한 나의 형제 그리고 자매에게! 내게는 세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우리는 사실 여느 형제들처럼 크게 다퉈본 적이 없이 대체로 살갑게 지낸 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남동생은 일찍부터 학교와 지역을 대표하는 운동선수로 자라서 대부분의 시간을 전지훈련이나 지역 대회 일정을 보내느라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드물었던 까닭이다. 심지어 군대를 다녀오고 외지에서 생활하면서 우리는 유년기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추억을 공...

10점
[에세이] 나무의 말 - 레이첼 서스만 - 오즈
<나무의 말>
번역판의 제목을 '나무의 말'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사실 정확히 말하면 '나무'가 아니라 '오래된 생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우연한 기회로 오래된 생물들을 찾아나서 보자고 생각한다. 저자의 기준에서 오래된 생물이란 2000년 이상된 것이다. 그러니 사실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2000살이 넘는 동물들은 없거나 찾을 가능성이 희박하니 나무가 가장 큰 후보군이 되는 셈이다. 저자는 이 프로젝트에 10여년을 바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저자가 식물학자 같은 과학자가 아닌가 생각할 것이다. 천만에, 저자는 예술가이다. 예술가로서 지구...

10점
차가운 눈이 전하는 온기처럼 - 자목련
<내 인생은 열린 책>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저 사는 것이다. 산다는 것, 그 자체가 가장 숭고하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살아있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코로나 19로 모든 게 불안하고 불만족스러운 요즘, 그런 생각을 더 자주 한다. 그러니 너무 깊게 고민하지 말고 때로 있는 그대로 즐기고 순간을 사랑해야 하는 걸까. 루시아 벌린의 단편 소설집 『내 인생은 열린 책』 도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살면 살수록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니 흐르는 물처럼 나를 맡겨보면 어떠냐고. 이렇게 말하면 이 소설집엔 온통 유쾌하고 즐...

8점
불 타고 물에 젖은 책 - 희선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런 사람이 다 도서관에 가지는 않을 거다. 이 책을 쓴 수전 올리언는 어렸을 때는 엄마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많이 빌려서 봤다. 수전은 그걸 꽤 좋아했다. 수전은 어렸을 때부터 책과 친하게 지냈구나. 난 그러지 못했는데. 책 이야기가 나오면 어김없이 하는 말이구나. 어릴 때는 도서관도 몰랐다. 도서실이 있는 학교도 있었을 텐데 내가 다닌 곳은 다 없었다. 지금은 도서실이 생겼을까.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예전과는 달라졌겠지. 지금 아이들은 책과 가까운 데서 자라다니 부럽다. 하지만 아이들이 책 볼 시간이 ...

8점
자비 없는 우엘벡 씨 - 미셸 우엘벡『세로토닌』 - AgalmA
<세로토닌>
한 작가의 책을 죽 읽다 보면 전작들이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이제껏 나온 그의 모든 소설을 읽어온 바 이번 소설은 그의 소설 중 가장 역동적이다.(※ 국내 출판된 우엘벡 책 중 완독하지 못한 건 베르나르 앙리 레비와의 대담집 『공공의 적들』 뿐이다.)​그의 소설은 공통적으로 성, 일의 성취와 자발적 포기, 권태, 무기력, 은둔 등을 다루는데, 이 책 초반은 권태와 무기력에 빠진 중산층 서구 엘리트의 모습으로 『투쟁 영역의 확장』, 『소립자』, 『지도와 영토』, 『복종』과 더 가깝고, 중반은 68세대가 추구했던 자유주의와 섹슈얼리즘,...

10점
그림을 통해 아픈 마음과 마주한다. - 강나루
<치유미술관>
"베아트리체 첸치"라는 작품을 소개하며 이 책은 말문을 연다.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져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진속 첸치는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하고 존속치사 혐의로 사형을 당하기 전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베아트리체 첸치"라는 작품에서 숭고함이 느껴졌다. 더욱이 엘리자베타 시라니라는 작가는 아버지가 스파르타식 그림 교육을 시키는 등 강압적으로 양육되었다는 사실은 "베아트리체 첸치"를 단순한 작품이 아닌, 위대한 작품으로 느끼게 했다. 단순한 그림 한조각으로 볼 수도 있는 작품에 얽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