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마이리뷰 당선작

10점
김혜진, 『오직 그녀의 것』, 문학동네 / ‘햇살‘만이 오직 그녀의 것 - 고전파
<오직 그녀의 것>
'햇살'만이 오직 그녀의 것김혜진 장편소설, 『오직 그녀의 것』, 문학동네소설가 김혜진의 10번째 소설 『오직 그녀의 것』을 읽었다. 『오직 그녀의 것』은 주인공 '홍석주'의 삶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소설 말미에도 석주가 스스로 복기하듯이, "극적인 사건도, 놀라운 반전도 없는 서사. 개성도 매력도 없는 주인공이 완성해 나가고 있는 그 스토리"(263쪽)에 가깝다. 소설 전반을 훑어봐도, 그나마 드라마틱하고 극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은 "결혼을 포기하는 지점" 정도만 꼽을 수 있다. (이것도 그저 물 흐르듯이 흘러가다보니 사실...

10점
과거란 확정되지 않은, 만들어가야 하는 것 - 비의식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자신의 행동과 습속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건 중요하다. 그래야만 그것으로부터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미숙의 '근대 욕망구조의 담론'중에서옛 기억의 한 장면, 연인이었던 두 남녀가 찻집에 마주앉아 있다. 여자는 뽀글거리는 파마 머리를 하고 있다, 그를 바라보던 남자는 ‘웨이브를 살짝 하면 더 예쁠 것 같아’ 라고 그녀에게 주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남자를 향한 그녀의 사랑하는 마음을 발견하지만 내심으로 그건 아니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마주하다 이별의 걸음을 하고 헤어진다. 이 이별의 장면은 칙칙하고 우울한 자...

10점
나는 그대의 책이다 - 쎄인트
<나는 그대의 책이다>
《나는 그대의 책이다》 _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2026) “나는 그대에게 다른 이름을 붙이기보다 〈그대〉라고만 부르려한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나를 읽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그대뿐이고, 그대야말로 이 여행의 주인공이며, 나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책이 내게 말을 건다. ‘그대’라고 불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주인’이라고 하니 봐주련다. 책의 원제가 『여행의 책』인 만큼 오만군데를 데리고 다닌다. 하긴 책을 읽다보면 저 밑으론 바다깊숙이에서 위로는 끝없는 우주공간을 다니곤 한다....

8점
노래의 원전을 찾아 - Falstaff
<집은 아직 따뜻하다>
. 오래 전, 28년 전에 읽고 책장에 꽂아 놓은 시집. 1998년 초판1쇄. 52세의 이상국이 절정의 시기에 쓴 작품을 담았다. 1946년에 양양군에서 출생해 속초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나이 들어 여러 학교를 더 다닌 모양이다. 위키피디아에는 강원대학에서 철학 박사를 받았다고 적혀 있다. 이상국의 시를 읽기 위해서는 이이의 가방끈을 알 필요 없다. 지금과 과거의 양양, 시인의 가슴 속에 음각화로 새겨 있는 그림과 1990년대 후반에 찍은 사진을 대조하는 일, 음각화와 사진 속에서 본 자신의 시의 원전을 알아 내는 일, 양양이...

8점
음식을 향한 고집스러운 순정을 품은 셰프 최강록 - scott
<요리를 한다는 것>
매 시즌 마다 쏟아져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의 장르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것들 모두 "서바이벌' 장르다.몸 근육을 쓰는 것 부터 노래를 부르는 오디션 프로그램들까지 모두 다 경쟁하는 한국인들에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마치 내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생존 경쟁을 담은 서바이벌 서사에 열광한다.전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왔던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1에 이어서 시작된 시즌 2는 특이하게도 결승에서 만난 백수저 최강록과 흑수저 이하성의 수저 색깔이 뒤바뀐 것처럼 보였다.대학을 중퇴한 최강록 셰프는 군 제대 후 ...

10점
명랑한 척 하지만 눈물 그득한 청춘들 - 다정한곰님
<명랑한 유언>
명랑하게 유언을 남길거라는 아주 기깔난 포부로 책 제목을 지은 것 같지만 사실은 툭 치면 눈물 뿌엥 터지는 물만두같은 그녀들의 웃고는 있는데 눈물나는 이야기였다. 나의 또래의 이야기였고, 그래서 더 울컥울컥 멍울이 터지는 울음이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잘 살고 싶었던 애쓰던 그대들이었기에 마음이 쓰였다. 결국 우린 또 생을 마감한 자와 남겨진 자로서의 각자의 다른 노선의 삶을 살아야한다. 그걸 어떻게 살아낼지에 대한 생각들을 하며 두 사람의 나란한 걸음이 아닌 혼자만의 의미있는 걸음에 힘을 보태게된다.​1장은 서로를 알리는 자기소개서...

10점
양자물리학적, 철학적, 실존적인 의미에서 빛나는 시간론 - 벤투의스케치북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2017년 출간(원서 기준)된, 양자중력을 연구하는 이탈리아의 이론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책이다. 로벨리는 이 책보다 3년 먼저 나온(원서 기준)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저자에 의하면 공간의 양자들의 극도로 작은 규모에서 볼 때 자연은 보편적인 시간을 지휘하는 단 한 명의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지휘봉 리듬에 따라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는 독립적으로 그 자신의 리듬에 따라 춤을 추는 각각(各各)이 있을뿐이다. 저자는 양자중력을 연구하는 ...

10점
앎과 삶 사이, 소시민이 만드는 조용한 균열. - 김민지
<앎과 삶 사이에서>
우리는 모두 조금씩 어중간하다. 완벽한 투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의 부정의에 완전히 눈을 감은 악당도 아니다. 조형근 작가는 스스로를 '소시민으로서 어중간하게 살아온 사람'이라 말한다. 그리고 더 나아지길 기대하며 보낸 그 어중간한 날들의 기록을 <앎과 삶 사이에서>에 담아냈다. 그는 소시민들이 만드는 힘을 믿는다. 하지만 그 믿음은 무조건적인 지지로 쌓아올린 것이 아니다. 힘센 소수의 잘못을 엄하게 꾸짖되 보통 사람들이 지녀야 할 책임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작은 개인들의 행위가 모여 세상을 뒤집을 '...

8점
밖과 안을 연결해 주는 미술 - kinye91
<창문 너머 예술>
그냥 한 단어로 창(窓)이라고 하는 것과 여기에 다른 단어인 문(門)을 붙여 창문(窓門)이라고 하는 것은 주는 느낌이 다르다. 창이라고만 하면 그냥 바라본다는, 뚜렷한 경계가 있고, 이 경계로 안과 밖이 나뉘어 있는 듯한 느낌, 드나들 수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창문이라고 하면 문이라는 말 때문에 안과 밖의 경계를 나누지만 서로 드나들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꼭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지만.창문으로 드나드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창문으로는 많은 것들이 드나든다. 이 책에 창문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그 말 참 좋다는 ...

8점
도서관을 생각하다. - 강나루
<도서관의 역사>
"오늘날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의 공공도서관이었다."라는 빌 게이츠의 글을 읽으면서, 어린시절 우리집 옆에 도서관이 있었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삼국지를 읽으면서, 책으로 집벽을 장식한 방통을 부러워했다. 어린시절, 나에게 책은 언제나 부족한 존재였다. 그래서 대학 도서관을 둘러보며 가슴이 설래였던 추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대학도서관 서가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책속의 지식이 나의 머릿속에 담겨지는 듯했다. 지금도 도서관 서가를 거니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도서관의 역사'를 읽게된 것도 내...

8점
한국 최고의 근현대 작가와 그림을 만나다 - yamoo
<살아남은 그림들>
살아남은 자는 슬프지만, 살아남은 그림은 위대하다. 화가는 갔지만 그림은 살아남아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화가의 생각을 전달하는 책이 있다. <살아남은 그림들>(눌와, 2020). 기자 출신 미술평론가 조상인이 쓴 ‘한국 근현대미술가론’ 즘 되는 책이다. (부제가 ‘파란의 시대를 산 한국 근현대 화가 37인의 작품과 삶) 비슷한 책은 많다. 이미 1세대 미술평론가들이 <한국의 근현대미술가들>이라는 책을 꽤 많이 냈다. 최근에 읽은 정하윤의 <커튼콜 한국현대미술>도 비슷한 책이다. 보통 평론가가 1...

10점
고요한 결심(이화열 지음) - 박조건형
<고요한 결심>
고요한 결심(이화열 지음)부제는 ‘내 삶의 언어로 존엄을 지키는 일에 대하여’이다.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만 존엄에 대해서 말하는 책이다. 작가님은 <서재 이혼 시키기> <지지 않는 하루> 등을 쓴 에세이 작가이고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시어머니 아를레트와 편안한 습관처럼 30년을 지냈고, 어느날 어머님은 조력사를 원하고 작가님이 그 옆을 지키면서 죽음과 늙음에 대해서 사유한 철학에세이 이다. 작가님은 시어머니와 평어로 대화하는데 존댓말을 쓰지 않고 평어로 표현한 부분이 그들 관계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 같아...

10점
[마이리뷰] 언어의 무게 - 곰돌이
<언어의 무게>
누구나 살다 보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럴 땐 세상이 그 어느 것도 궁금하지 않고 알고 싶지 않다는 듯 계속해서 변화하고 움직이는 것만 같다는 억한 심정이 든다. 좁아진 시야 속에서 방황하는 이의 사정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돌아가는 세상을 향해 괜한 원망을 해 보기도 한다. 이 책은 외부로부터 주어지지 않는 그 무언가를 찾으려 유독 시리고 아픈 날을 버텨야 했던 사람들에게 조금은 더 특별한 공감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삶의 어떤 부분이 지나가고 있음을 진지하게 느끼는 동안 과거의 나를 위로하고, 지금의 ...

8점
정치는 말로 설득되지 않는다 - 베터라이프
<정치는 말로 설득되지 않는다>
저자인 사라 스테인 루브라노는 하버드 대학을 거쳐, 케임브리지에서 석사를 그리고 옥스포드 대학에서 정치 이론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합니다. 그녀는 인긴 심리학과 정치 이론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에 따라 시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인지 부조화 현상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인지 부조화 현상이 어떻게 현대 정치적 일상에서 음모론과 확증 편향, 더 나아가 민주적 담론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조사하고 있는데요. 이런 일환으로 그녀는 영국 런던에 있는 '더 스쿨 오브 라이프 (The School of L...

우리 사회에는 정치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결함투성이인 두 개의 모델이 존재한다. 첫 번째 모델은 정치가 사실상 ‘상업(생각의 시장)‘과 같다고 보는 것이고, 두 번째 모델은 정치가 사실상 ‘전쟁(사상의 충돌)‘과 같다고 본다.


8점
숨겨둔 말들이 발화하기를 - 자목련
<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
칭찬의 말은 진위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긍정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잘하지 못한 일에는 잘할 수 있다는 격려가 담겼고 잘했을 경우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부정의 말은 실낱같은 희망의 싹을 짓밟는다. 환경이나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그렇다. 어렸을 때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상급 학교의 진학을 선택할 때였다. 근거리의 학교에 진학하기를 바랐던 어른들의 말을 솔직하지 못했다. 그 시절 가장 혹독한 말은 모두 할머니 입에서 나왔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었다. 여자가, 딸이 무슨... 나는 아랑곳하지 ...

8점
[마이리뷰] 중국역사연구법 - 거리의화가
<중국역사연구법>
맹자는 "인물을 평가하고 세상을 논한다"라는 원칙을 제시했는데, 세상을 논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현대적 언어로 옮기자면 시대적 배경을 관찰한다는 의미이다. 인류는 횡적으로는 사회적 존재이고 종적으로는 시대적 존재이다. 만약 사회와 시대를 떠나 사람이나 집단을 관찰한다면 사상과 행위의 껍데기만 보게 되므로 결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해하지 못하면서 경솔하게 비판하면 오류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아 반드시 배경을 먼저 그려야 하며, 역사를 읽을 때도 그림을 감상하는 것처럼 ...

8점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인가] 통 속의 뇌 - 단발머리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인가?>
나는 주간지, 월간지, 계간지에 약한 인간이라, 주간지, 월간지, 계간지를 사면 두세 꼭지 이상을 읽지 못한다. 단편집을 잘 읽지 못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스켑틱』은 처음 사는 건데, 커버스토리 읽으려고 샀다. <커버스토리 :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인가>. 커버스토리 다섯 편을 다 읽었지만, 제일 중요한 글은 이 글이라고 생각한다. <통 속의 뇌, 인간의 뇌>.​​'통 속의 뇌brain in a vat'라는 유명한 사고실험은 현대 심리철학자이며 인지과학자인 힐러리 퍼트넘이 『이성, 진리, 역사』라는 책에서 제...

10점
금오신화 - Ganesa
<금오신화 (컬러 일러스트 수록 완역본)>
『금오신화』는 한국 최초의 소설로 불린다. 그러나 이 작품을 단순히 “최초”라는 역사적 의미로만 읽기에는, 그 안에 담긴 정서는 너무 깊고 쓸쓸하다.김시습이 이 작품을 쓰게 된 배경에는 계유정난이라는 비극적인 정치 사건이 있다.단종의 폐위와 세조의 즉위, 그리고 이에 저항한 사육신과 생육신의 선택으로 김시습 역시 세조의 즉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세속을 떠나 방랑의 길에 오른 인물이다. 만약 단종이 폐위되지 않았다면, 『금오신화』는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소설은 한 개인의 좌절과 시대의 상처가 만들어 낸 문학적 산물처...

8점
막연한 미래에 좌절하지 않으려면 - starover
<화이트 스카이>
“파란 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아기염소 여럿이 풀을 뜯고 놀아요 해처럼 밝은 얼굴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 동요는 곧 개사될 운명이다. 아이들이 보는 하늘은 더 이상 파랗지 않다. 아기염소는 뜯어 먹을 풀이 없어 굶어 죽는다. 태양은 미세먼지에 가려져 뿌옇다. 미래 세대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요? 왜 우리가 선조들이 일으킨 기후 위기에 책임을 져야 하나요?” 어른들은 묵묵부답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남몰래 버린 쓰레기와 낭비한 물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이다. 사...

10점
월리스 씨와 떠난 말레이/파푸아 지역 여행. - 반유행열반인
<말레이 제도>
-20260212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 월리스에 대해 알게 된 때는 2019년에 ‘깃털도둑’이라는 책을 읽으면서였다. 처음에는 픽션인 줄 알고 흥미롭군, 하고 읽었다. 월리스란 탐험가가 기껏 수집한 영국 박물관의 새 박제를 어떤 놈이 깃털 뽑아서 낚시용 미끼(플라이) 만드느라 야금야금 훔치는데 제대로 관리, 감시가 안 되어서 범행을 되게 늦게 알게 되고 표본들은 잔뜩 훼손 되었다는 이야기가 기억난다. 거기에서 월리스란 사람이 ‘말레이 제도’란 책을 썼고, 다윈보다 비슷한 시기, 어쩌면 조금 이르게 자연선택설을 발견했다는 것을 처음...

8점
셰익스피어와 함께 유럽 여행 - bookholic
<셰익스피어>
사랑하는 딸과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읽었단다. 클라우드 시리즈는 시대를 앞서 살아간 거장 100명의발자취를 찾아가는 시리즈란다. 기행문과 평전의 콜라보라고 할 수도 있지. 아빠는 그 동안 세 편을 읽어보았는데, 그 인물에 대해 알게 되어좋고, 책에서 소개된 곳을 가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단다. 모두 100권을 출간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확인해 보니 38권까지 출간되었더구나. 그 클라우드 시리즈의 시작인 1권이 오늘 이야기할 <셰익스피어>란다. 셰익스피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없을 정...

안내판 뒤쪽으로 "내 뼈를 옮기는 자는 저주받을 것이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폭풍>을 마지막 작품으로 완성하고 셰익스피어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1616년 몸져누웠다. 그의 생애와 함께 흘러왔던 모든 것, 그가 이룩했던 모든 것이 절대적 단절을 마주 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재산이 먼 미래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다. 한번 쓰고 고치는 법이 없었던 창작과 달리, 고칠 때마다 새로 작성한 유서가 무려 134통이나 되었다. - P83


10점
지극한 사랑이 성취되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 대하여 - 라벤더
<살며 생각하며 그리며>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꿈은 언젠가는 싹이 튼다. 작가는 평생을 영어학자이자 교수로 살았다. 어릴 적부터 무언가를 그리는 일을 좋아했지만, 교육자라는 현실 때문에 그 길을 비켜 살았다. 그러던 십여 년 전쯤, 다시 미술을 접하게 된다. 그림을 그리면서 고향 같은 마음의 안식을 재발견한다. 교직 생활 중에도 틈틈이 창작에 몰두한다. 그렇게 풍경과 기억들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한다. 그리고 한 점 한 점 그림으로 그려낸다. 작가는 ‘꿈꿔온 삶을 살아라.’라는 데이비드 소로우의 말을 되새기고, 과감히 두 번째 꿈을...

10점
스스로 중심 잡는 아이들의 비밀, 자기결정력 - 테일
<스스로 중심 잡는 아이들의 비밀, 자기결정력>
요즘은 평가와 경쟁, 훈육이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위축시킬까봐 교육 과정에서 배제해나가는 추세라고 한다. 너무나 달라진 교육 현장에 대해 가끔 뉴스를 볼 때면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는 옛 세대들이 있을 것이다. 사고 등의 문제가 생길까봐 이제는 학교에서 소풍도 가지 않는다는 변화가 며칠 전에도 뉴스에 나왔다. 그런데 어른의 의도는 분명 좋았는데 그 의도가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건 아니어서 경쟁과 성취의 즐거움을, 배움과 반성의 과정을 경험하지 못하고 성장한 아이들은 도전과 좌절 앞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멈추는 일이 왕왕 발...

10점
에세이의 정수! - 모나리자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오래전부터 이름만 알고 있던 작가의 에세이를 처음 만났다. 작년 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오래 걸렸다. 핑계를 대자면, 그 사이 여러 일이 있었고 훨씬 더 큰 이유는 게으름이 주는 편안함이 너무 달콤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좀 분발하고 싶다.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라는 부제도 좋았고 책 제목도 마음에 들었다. 이 에세이는 2013년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저명한 작가들은 어떻게 읽고 쓰며 고독을 이겨내며 살아가는지 궁금했는데 많은 위안을 얻었다. 오프라 윈프리는 이 책의 추천평을 ‘에...

8점
내 몸은 그저 그릇일 뿐 - 감은빛
<내 몸을 빌려 드릴까요>
나 자신을 누군가에게 빌려 준다는 의미이 책을 다 읽고 꼭 글을 남기고 싶었다. 글을 쓰려고 마음 먹은 지 한참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계속 글을 쓰지 못한 이유가 있다. 마야는 왜 자신의 몸을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려고 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질문에 답을 찾기에는 몇 가지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우선 성별의 한계가 있겠다. 나는 현재 중년 남성으로서 젊은 여성의 생각을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두번째는 시공간의 한계다. 이 소설은 1996년 "가와데 문학상"을 받았다. 90년대 중반 일본의 이...

10점
희미하지만, 영원히 이어지는 오래된 빛 - 페넬로페
<오래된 빛>
지금 현재의 내가 과거로 되돌아간다. 굳어지고 완고해진, 온전하지 못한 기억 속에서 성기고 희미해진 빛을 따라 움직인다. 기억의 숲에서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오래된 빛’은 나를 왜곡되거나 잘못된, 또는 혼란스러운 길로 안내한다. 설령 확실하게 다가오는 몇 안 되는 지나간 인생의 밝은 빛조차 완벽하게 재현될 수는 없을 것이다. 내 식으로 해석되고 비틀어진 그 기억들에 얼마만큼의 의미를 두고 무슨 단어로 그 느낌들을 생생하고도 자세히 표현할 수 있을까? 작가 ‘존 밴빌‘은 제목 그대로 <Ancient Light>를...

10점
파괴된 세계 속에서 피어난 사랑 - 망고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봤다. 전쟁을 영웅적인 주인공을 내세워 비장미로 미화하지 않고 참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에 감동을 받아서 책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영화로 접한 작품 대신 다른 소설을 읽어보자는 마음이 들어, 같은 작가인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를 선택 했다. 솔직히 제목이 멋있어 보여서 선택한 것도 없지 않았다. 사실 나는 전쟁문학을 별로 안 읽어 봤고 굳이 찾아서 읽을 마음도 별로 들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과연 ...

10점
파편을 먹고 자란 꽃 - 김성인
<상처의 쓸모>
킨츠기(金継ぎ)라는 일본 고유의 도자기 수리 기법이 있다. 보통의 도자기 수리는 깨진 부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다듬기 마련인데, 이 기법은 세간의 상식을 뒤집는다. 깨진 도자기를 버리지 않고 금가루나 은가루로 균열을 장식하여 신비로운 도자기로 재탄생시키기 때문이다. ‘업사이클링’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공예. 언젠가 실제로 이 기법을 사용한 도자기를 만났을 때, 나는 단박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매끄러운 도자기의 피부 위, 신비롭게 아문 흉터 자국이 운동선수의 펄떡이는 정맥처럼 구불구불한 금빛을 뿜어내고 있었으므로. 도공에 의해...

"마음의 상처는 그냥 둔다고 나아지지 않아요. 사람의 기억처럼 시간이 지난다고 흐려지는 게 아니에요. 우리 안에 잠복하고 있다가 삶 곳곳에 마찰을 일으킵니다."


10점
죽음, 상실, 기억을 덮는 사랑 - Youngwoong Kim
<바움가트너>
죽음, 상실, 기억을 덮는 사랑폴 오스터 저, ‘바움가트너’를 읽고죽음, 상실, 그리고 기억. 이 책이 내게 남긴 세 단어다. 커다란 상실을 겪은 후 암 투병으로 홀로 죽음을 앞두고 있던 폴 오스터가 남긴 마지막 단어들, 혹은 인간이라는 필멸의 존재자에게 던져진 보편적인 단어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을 읽는 누구나 이 세 단어를 떠올릴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인생을 절반 이상 살아버린 사람들은 이성을 뛰어넘어 가슴으로 곧바로 전해지는 묵직한 그 무엇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적은 바움...

8점
영혼의 시력 높이기 - 꼼쥐
<뉘앙스>
고통의 진실된 면모는 감동을 향해 나아가는 데 있다. 그러므로 대작(大作)은 언제나 큰 고통을 경험한 이의 몫이며, 고통에 대한 진정한 대가는 물질적 보상이 아니라 울림과 감동으로 주어진다. 그와 같은 원칙은 세대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고통에 친숙하거나 우리네 삶의 대부분이 고통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은 아니다. 인간은 고통을 통해서만 스스로 겸손해지는 법을 터득하고, 거듭되는 고통을 통하여 가장 넓은 폭의 이해력을 획득한다. 고통이 없다면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신의 삶에서 일부...

8점
알파고와 함께 온 미래 - blueyonder
<먼저 온 미래>
2016년 3월 9일,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벌어졌을 때의 충격을 기억한다. 당시 바둑계의 분위기는 이세돌 9단이 쉽게 이길 것이란 예측이 주였지만, 막상 대국이 벌어지자 이세돌 9단은 이해할 수 없는 알파고의 수에 계속 밀리며 패배하고 말았다. 이세돌 9단은 4국에서 알파고의 버그로 인해 승리한 것을 제외하고는 인공지능의 수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1승 4패의 패배로 대국을 마무리했다. 이후 알파고는 전문기사들의 기보 없이 자체 대국만으로 학습해 더욱 발전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보여준 후 바둑계에선 영원히 은...

10점
파시즘을 해부하다 - 차트랑
<파시즘>
[[[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것은 파시즘이다 ]]]우선, 높은 순도에 취약함이 있어 버무려 잡탕 (파시즘도 알고보니 잡탕이었다)만드는 것을 선호하고, 리뷰에 관해서는 '거창하게 절필'하려는 내게 리뷰를 쓰도록 용기를 준 어느 알라디너께 두고 두고 감사드릴 것이다.또한 고백하자면 '파시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알라딘 서재의 리뷰를 통해서이다. 기연미연하던 차에 어느 리뷰를 읽고는 올커니 했던 것이다. 그 리뷰가 이 책 '파시즘'을 읽는 결정적 계기가 되어주었다. 아주 좋은 글 솜씨로 리뷰를 써주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

10점
『나는 그대의 책이다』 - renai_jin
<나는 그대의 책이다>
안녕? 그대, 내가 인사하는 소리를 들었는가? 그대가 나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나의 쓸모는 달라진다.그대가 필요로 한다면 나는 단지 장롱이 기우듬하지 않게 하기 위해 괴는받침 조각 노릇을 할 수도 있다.반면 그대가 원한다면, 나는 어떤 대단한 것, 언제 어디에서든 그대의 생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그대를 홀로 있게 하지 않고 늘 그대 곁에 머물면서 위급할 때는 비상구를 마련해줄 존재, 한마디로 말해 종이로 된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존재가 되느냐는 그대의 선택에 달려있다. (p.16) ‘나’가 누구인지 이...

8점
새벽 - 옥타비아 버틀러 - Breeze
<새벽>
#새벽 #옥타비아버틀러 #허블 산불이 몇 달 동안 계속되거나 홍수 혹은 해일이 덮쳐 인간이 터전을 잃고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자연재해가 늘고 있다. 전쟁이 끊이지 않아 인간이 살상을 당하고 있다. 미래의 지구는 폐허 상태다. 살아있는 인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인간이 마음껏 숨 쉴 수 없는 지구를 상상해 보면 된다. 도저히 상상이 안 되지만, 자연재해가 점점 정도를 넘어가고 있는 상태에서 기후환경 때문에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미래의 지구는 인간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곳인지도 모른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 『새...

10점
빛을 먹는 존재들 - 한깨짱
<빛을 먹는 존재들>
내 책상 위에는 30개의 고수 새싹이 있고 이들은 늘 빛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깜빡하고 커튼을 닫아놓은 날에도 새싹은 빛이 놓였던 흔적을 따라간다. 고수는 하늘에서 날아온 빛 알갱이와 땅 밑에서 끌어올린 물방울을 합해 자신의 몸을 구성한다. 재료는 모든 식물에게 동일한데도, 고수는 자기만의 향을 뿜어낸다. 잎을 비빈 손을 코 밑에 가져가면 그 신선한 향기가 숨 속에 가득하다.더 나아갈 것도 없이 이것은 기적이다. 누군가는 호흡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먹는다고 말할 이 행위가 탄소를 산소로 바꾸고 하나의 세포였던 존재를 복잡하고 깊은...

10점
서양인이 본 중국판 ‘킹덤 오브 헤븐‘의 성쇠 - 구데리안
<천국의 가을>
나와 비슷한 세대라면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에서 하던 <마지막 황제>를 한번쯤 보지 않았을까 싶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초기 서양인 감독이 자금성을 5주 동안 통째로 빌려서 찍었다는 이 영화는 청나라의 12대 황제이자 마지막 황제였던 아이신기오로 푸이의 눈을 통해서 격동의 중국을 서사적으로 묘사한다.영화 도입부에서 궐앞에 수많은 신료들이 도열해 있는 자금성의 웅장한 모습은 엄청난 비주얼이었다. 당시 투자 유치와 이미지 개선에 진심이던 중국 정부가 열성적으로 지원한 덕분. 심지어 톈안먼에 걸린 마오 수령의 대형 초상화까지 ...

10점
흰 고래는 영영 잡히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 jhj9378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언어의 빈 공간에서 배우는 사랑의 문법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모든 말이 결국 번역이라면, 완벽한 소통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꿈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계속해서 말을 걸고, 듣고, 이해하려 애쓰는 걸까. 홍한별의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를 읽으며 나는 번역이 단순히 언어를 옮기는 기술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사랑의 방식임을 깨닫는다.20년을 걸어온 번역가의 고백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조앤 디디온, 수전 손택의 작품들을 우리말로 숨 쉬게 한 홍한별. 20여 년간 100여 권...

10점
연극이 끝나고 난 뒤 - 잠자냥
<레볼루셔너리 로드>
좋아하는 것들이 이어져서 뜻밖의 보물을 발견하는 때가 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 아니, 이 작품을 쓴 리처드 예이츠가 바로 그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까? 보물의 발견, 그 시작은 이렇다. 나는 좀 나이 들었을 때의 케이트 윈슬렛을 좋아한다. <타이타닉>을 찍었을 무렵이 아니라, <이터널 선샤인>이나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이 두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을 때부터의 케이트 윈슬렛. 이런 류의 행복하지 않은, 비극에 가까운 인물을 연기할 때 그 피폐한, 그늘진 얼굴...

8점
자유를 되찾아라!! - cyrus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
“내가 무슨 소원을 빌 건지 말해줄게. 우선 모험을 하고 싶다고 할 거야.” 헉(Huck, 허클베리 핀)이 크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 다음에, 네가 나처럼 자유인이 되면 좋겠다고 할 거야.” “고마어여.” “고맙긴 뭘. 아예 모든 노예가 자유로워지면 좋겠다고 하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인간은 자유로울 권리가 있는 거 아냐?” 헉이 물었다. “권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요.” 내가 말했다. “뭐라고?”(퍼시벌 에버렛, 《제임스》 중에서, 99~100쪽) 허클베리 핀(Huckleberr...

6점
아무도 아무것도 잊혀지지 않는다 - 레삭매냐
<레닌그라드>
2월에는 이유를 모르게 마음이 어지러웠던 것 같다. 그래서 독서에 오롯하게 집중하기 쉽지 않았다. 어제 마친 <레닌그라드>까지 두 권을 읽은 모양이다. 새로운 책들을 많이 시작했는데 완독하지 못한 책들이 너무 많다. 마침 역전다방에서 독소전을 다루고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역시 영상 콘텐츠 교보재의 힘이라고나 할까.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대학에서 러시아 역사를 전공한 애나 리드가 다룬 장장 872일에 걸친 레닌그라드 포위전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포위전이 끝난 다음의 이야기까지 광범위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