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마이리뷰 당선작

6점
흑사병이 영국 사회에 미친 영향 - cyrus
<흑사병>
1347년 10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항구 도시 메시나에 열두 척의 배가 들어왔다. 이 배에 탄 선원들은 이미 전염병에 걸려 있었고, 갑판 곳곳에 주검들이 널려 있었다. 메시나 당국은 선원들이 항구에 내리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이미 중국에서 시작된 전염병의 위력을 소문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헛수고였다. 배가 떠나면서 전염병은 해상 무역 길을 지나면서 유럽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흑사병이 죽음의 창을 휘두르면서 유럽 정복에 나선 것이다. 유럽인들에게 흑사병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중세 유...

10점
촘촘히, 그러다가 터지는 인간에 대한 한없는 냉소 - 잠자냥
<인형>
대프니 듀 모리에 단편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현대문학 세계 단편선 <대프니 듀 모리에 - 지금 쳐다보지 마>와 똑같은 작품이 실려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차를 비교하면서 겹치는 작품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고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워낙 이 단편집을 흥미롭게 읽기도 했고, 듀 모리에의 다른 작품도 즐겁게 읽었던 터라, 아직 내가 읽지 않은 단편들 모음이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게다가 책 소개를 보니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에 걸쳐 쓴’ 초기 걸작 단편을 모아 ...

10점
삶이 부서진 사람을 위한 실오라기 [죽음의 수용소에서] - 쿠키D
<죽음의 수용소에서 (보급판, 반양장)>
코로나19 전염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 미국의 확진자 수는 조만간 2만 명을 돌파할 듯 보이며 이탈리아의 사망자 수는 1만 2천명을 넘어섰다. 각국이 전염병 관리를 위해 외국인들의 유입을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그동안 하나의 나라나 다름없었던 지구촌 시민들은 순식간에 각방을 쓰는 소원한 사이가 됐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공포에 질린 시민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정작 음식과 생필품이 간절한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구하지 못해 SNS에 눈물의 호소를 올리는 풍경도 빚어졌다. 마치 지구별 전체가 거대한 수용소가 되어가는 것 같은 요즘이다. 누군...

인간이 유한한 존재이고, 인간의 자유 또한 제한되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자유란 조건으로부터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조건에 대해 자기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P209


8점
글은 정치적이다 - kinye91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이 쓴 에세이를 모아놓은 책이다. 우리나라에 번역이 된 지 오래되었지만 지금 읽어도 좋은 책이다. 좋은 글은 오래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거꾸로 해도 좋다. 오래 살아남은 글은 좋은 글이다. 그렇지 않다면 오래 살아남을 수가 없다. 톨스토이가 셰익스피어를 비판하는 글을 읽고 오웰이 쓴 글에 나오는 말. '궁극적으론 문학작품의 가치를 판별하는 기준은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느냐 말고는 없다. 생존이야말로 그 자체로 다수 의견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지표인 것이다.' (352-353쪽) 어떤 작품을 좋다 나쁘다 판단하기 전에 그 ...

10점
[서평]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야생의 위로>-에마 미첼 - 쮸팅
<야생의 위로>
삶을 살아가는 동안 단 한 번도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기간이 오래되고 깊어지면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감기를 앓게 되는데 요즘엔 이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너무 익숙한 나머지 친숙하기까지 하다. 삶은 더욱 살기 편해지고 풍요로워 졌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메마르고 거칠어지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소통의 길은 확장되었지만 진정한 관계 맺음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는 사람은 많은데 외롭고 쓸쓸한 은둔형 외톨이가 많다는 말이다.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게 되면 점점 우울증도 심해지면서 ...

10점
『철학의 이단자들』만화로 보는 17세기 이단자들의 철학사 - 누구
<철학의 이단자들>
이상하게도 나는 철학이 어렵다. 본격적인 철학서도 아닌 해설서도, 심지어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쉬운 입문서도 일정 페이지를 넘어가면 어렵다. 기억력 문제일까, 논리적 사고의 결여 때문일까, 혹은 공부가 부족한 걸까. 읽기 힘들어하는 분야임에도 꾸준한 호기심은 또 어쩐 일인지. 계속 읽다보면 뭔가 조금은 이해 비슷한 지점에 닿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 모양이다.스티븐 내들러 부자의『철학의 이단자들』에 기대를 건 이유 또한 같은 맥락이다. 철학을 만화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그림은 뭔가를 이해하거나 기억할 때 도움이 된다. 이해하기 힘든 논...

8점
[마이리뷰] 중일전쟁 - 베터라이프
<중일전쟁>
인도 출신의 영국 역사학자인 래너 미터는 영국 켐브리지 킹스칼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뒤, 미국 하버드에서도 단기간의 체류를 통해 자신의 전공 연구를 지속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그는 중국 역사와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 연구로 명성이 높기도 한데요. 이를 통해 현재 옥스포드의 정치국제관계학과에서 중국의 정치와 역사 그리고 국제관계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더불어 중국과 관련된 이슈와 관련해 영국 정부에 조언을 하는 등 영국 내에서는 꽤 전도유망한 중국 관련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이 책은 지난 2013년 원제 “Forgot...

10점
그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했다 - 레삭매냐
<주기율표>
가지고 있는 책을 또 사는 패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분명 나는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 구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난 금요일 같은 책의 리커버 에디션을 샀다. 반값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데려 왔다고 희희낙락했던 기억이 아직도 잔상으로 남아 있는 듯하다. 그리고 바로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 사실 기존 책은 프리모 레비 작가의 전작에 도전하면서 샀지만,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내게 어디 그런 책들이 하나둘이던가. 그러던 차에, 책에 소개된 21개의 원소들이 작가의 얼굴 위로 떡하니 인쇄된 표지를 보니,...

10점
압도적인 힘이 있는 소설이다. - 행인01
<신들의 봉우리>
이전 번역본이 절판된 후 높은 중고가를 자랑했던 소설이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로도 나왔다. 사실 이 만화 <신들의 봉우리>를 2권까지 읽었다. 그 당시 쓴 글을 보면 상당히 재밌게 읽었고, 원작을 읽으면 만화의 이미지가 살아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인지 기억이 희미해졌다. 만화도 5권까지 사놓았지만 왠지 손이 나가지 않았다. 후기를 보면 원작자와 만화가가 함께 네팔로 가서 조사를 했다는 글이 나온다. 아마 내가 기억하고 있는 만화의 이미지는 이 부분일 것이다. 언젠가 만화를 다시 읽게 되면 또 다...

10점
경합하는 권리들 속에 처한 인권의 가치란? - 머큐리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
우리는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권리로서 인권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근대사회에 진입하면서 인권은 사람이라면 태어나서 당연히 가지는 보편적 권리로 배워왔다. 이러한 보편성으로 부터 형식적으로는 모두가 누려야 할 가치로 인정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사안으로 가면 인권의 가치에 대한 첨예(?)한 대립을 느끼게 된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논쟁을 보면 과연 인권이란 자연적으로 부여된 것이라고 상상되지 않는다. 인권을 보장하는 근거는 결국 사회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인권 역시 사회 구성물이라고 생각한다. ...

8점
이친전은 탐정이 되어도 괜찮겠다 - 희선
<반전이 없다>
지금 경찰은 언제까지 일을 할까. 예순이 정년인 것 같다. 공무원 정년을 예순다섯으로 한다는 말이 보이기도 하던데, 그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왜 이런 말을 했느냐면 이 소설에 나오는 이친전이 경찰로 정년을 한해 앞두고 사람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가 생기고 반년 뒤 유급휴가를 받아서다. 경찰은 누구보다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해야 할 텐데. 친전은 식구 얼굴뿐 아니라 가끔 자기 얼굴도 낯설게 느꼈다. 한해 전에 그렇게 됐으니 그때 뭔가 큰일이 일어나서인 것 같다. 아쉽게도 그 이야기는 끝까지 풀리지 않았다. 친전은 자신...

10점
그녀가 다정하게 굴면 나는 행복하고 편안해졌다 - 단발머리
<나의 사촌 레이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이 그러하듯 책과의 만남도 정해진 시간이 있는 듯하다. 잠자냥님의 대프니 듀 모리에의 신간 『인형』에 대한 페이퍼를 읽고나니, 『인형』은 물론이고, 『레베카』와 그녀의 다른 단편을 읽어보고 싶었다. 제일 먼저 읽게 된 작품은 『나의 사촌 레이첼』. 그녀의 나이 44세, 작가적 기량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에 발표된(1951년) 이 작품은 영화, TV 시리즈, 연극, 라디오 드라마 등으로 수차례 제작되었고, 가장 최근에는 2017년에 다시 한 번 영화화되었다. 필립은 앰브로즈의 사촌이자 유일한 상속자로 그의 아들처...

10점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들 - blanca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중년의 내가 인정하기에는 조금 안타깝지만 젊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얘기가, 느끼는 감성이, 쓸 수 있는 얘기가 있다. 어딘가 한 구석은 열려 있고, 날것의 경험은 겉돌지 않고, 소통과 교감에 대한 기대를 속단하지 않고, 그 모든 것들을 다 표현할 수 없는 애타는 간절함이 서려 있는 이야기가 있다. 김연수가 그랬던 시간에 만든 이야기들을 신형철 평론가가 갈무리하던 시간을 기억한다. 쓰고 해석하고 느끼고 마무리하는 둘의 궁합은 정말이지 최고여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이야기가 너무 좋은데 그 이야기를 다시 복기하며 내가 놓친 것들을...

8점
친애하는 작가님, 친애하는 편집자님 - 바스티안
<디어 개츠비>
친애하는 H군 코로나 때문에 요새 도서관엔 못 가고 있어. 대신 사 놓기만 하고 읽지 않았던 책이 여덟 권이나 돼서, 두 달 정도는 이걸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얼마 전 피츠제럴드의 여정을 따라가는 책을 읽고 났더니 피츠제럴드와 담당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가 나눈 편지를 모은 서간집도 읽고 싶어졌어. 작가와 편집자가 나눈 이야기니 이제 막 편집자가 된 나로서 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사 놓은 지 몇 달 만에 이 책을 읽게 됐지. 그런데 의외의 진입 장벽이 나를 가로막았어. 바로 돈 이야기. 피츠제럴드는 한때 작가로서...

10점
니체는 말했다 - 꼼쥐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삶이 팍팍하고 신산스럽게 느껴질 때면 어렸을 적 어느 봄날의 풍경이 떠오르곤 한다. 그날 하늘은 더없이 맑았고, 뽀얗게 비질이 된 마당의 가장자리를 따라 어미닭이 솜털이 보송한 어린 병아리들을 이끌고 모이를 찾고 있었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흰 도화지에 데칼코마니를 찍듯 어미닭과 병아리들이 지나갈 때마다 마당에 길게 이어지던 대칭형의 발자국들. 그러나 시리도록 푸른 하늘 위에선 그들을 노리는 매 한 마리가 원을 그리며 선회하고 있었다. 삶을 매개로 한 두 장면이 내게 던졌던 질문들, 그리고 그 순간의 정적과 불안. 어쩌면 삶이란 ...

10점
배심원단 - 마이클 코넬리 - 그리움마다
<배심원단>
1. 문득 운전중에 아침에 들고 나온 귤이 보입니다.. 한개 까먹습니다.. 맛나네요, 하나 더 까먹습니다.. 그리곤 정체된 앞에 음주운전 단속중인가봅니다.. 저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음주측정기같은 검은 사각의 기계를 들이밉니다.. 후욱 불어보라는 말에 붑니다.. 더더더더더라고하니 끝없이 불어댑니다... 그리곤 차를 한쪽 옆으로 대라고 말합니다... 귤 때문인가 봅니다..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차를 그들의 요구에 맞춰 한쪽으로 가서 댑니다.. 하차를 요구한 경찰이 문 손잡이를 잡고 엽니다.. 따라 내리죠, 그러면서 귤 까먹은 이야...

8점
진한 커피속에 담겨진 담배연기 같은 이야기.. - 취미독서
<커피와 담배>
커피와 담배를 읽었다. 처음 듣는 작가의 이름이었다. 나는 커피 마니아도 아니고 담배역시 마찬가지 이다. 그럼에도 커피와 담배는 영화 [커피와 담배]의 그 흑백 분위기 때문이랄까. 무언가 자욱한 느낌이 있다. 몇 해 전, 존 버거가 쓴 [스모크]에서 담배에 대해 깊게 다루었지만 기억에 남아있는 무언가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아무래도 내가 담배에 대한 상념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첫 유럽배냥여행을 갔을 때, 40여일 즈음 지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숙소에 여자 네 명이 만났다. 그날 밤새 같이 이야기하는 동안 나머지 셋은 끽연...

8점
만화로 보는 닐스 보어 - bookholic
<닐스 보어>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단다. 아빠가 양자역학에 관심이 있다고 여러 번 이야기 했잖아. 양자역학의 대표적인 과학자 중에 한 명인 닐스 보어에 관한 책이라 눈길이 갔어. 만화책이더구나. 음, 닐스보어에 대해 좀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단다. 만화로 보는 닐스 보어 평전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것 같구나. 만화로되어 있지만 쉽게 읽어지는 것은 아니었단다. 워낙 양자역학이라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 말이야.…사실 닐스 보어는 양자역학으로 유명한 과학자였지만, 아...

10점
세상을 짊어지고 강을 건너다 - Falstaff
<마왕>
책이 나오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다.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기대하고 있었고,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만족스럽다. 이런 책을 위하여 우리는 기꺼이 ‘명작’이란 호칭을 부여하고는 한다. 그러나 독후감을 쓰기는 쉽지 않을 터. 서술이 방대하고 소설 안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각기 긴밀하게 연결, 변화하여 선으로든지 악으로든지 특별한 행위로 전위, 확장되기 때문에 책을 정확하게 이해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하기는 뭐, 어떤 책이든지 독자는 정확하게 읽을 수도 없고 그렇게 읽을 필요도 없기는 하지만. 책의 주인공 ‘...

8점
불행과 슬픔을 응시하다 - 자목련
<아직 멀었다는 말>
돌아보면 모든 시절이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현재가 아닌 과거라는 이유로 미화할 수 있는 생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누군가는 어린 시절로 다 채워졌을 수 있고 누군가는 지금 채우고 있을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도착하지 않은 미래에서 기대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한 번은 찾아올 행운의 기회를 위해 비굴한 오늘을 견디고 참는 건 아닐까. 아니면 그런 일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포기한 채 살아가는지도. 권여선의 소설은 그런 게 생이라는 걸 재차 확인시키는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어떤 희망도 절망도 없...

10점
싯다르타 - 건빵과 별사탕
<싯다르타>
인간이 인간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속세의 때도 필요하다. 난 경험치 없는 사람들의 설교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한참 마음이 삐딱선일땐 더 그랬다. 인생 경험이 풍부한 이들의 조언이 더 와닿을 수밖에 없는 건 그들도 나와 같은 아픔과 쓰라림을 견뎌냈다는 사실에 내가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헤르만 헤세도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고통 뒤에 느끼는 행복이 더 가치 있고 속세의 어리석음은 속세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음을 말이다. 짧게 요약하자면 한 성직자의 진정한 자아 찾...

8점
사랑의 두 얼굴 - coolcat329
<폭풍의 언덕>
유명한 브론테 자매 중 한 명으로 30년의 짧은 생을 살다간 에밀리 브론테의 유일한 작품 <워더링 하이츠>를 지난 달에 읽었다. 폭풍의 언덕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워더링 하이츠(Wuthering Heights)는 저택 이름인 고유명사이므로 굳이 번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유명숙 번역의 을유문화사 작품 해설 참조) 1818년 영국의 황량한 요크셔에서 태어난 에밀리는 세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언니, 동생과 함께 세상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며 지냈다. 잠깐 기숙학교에 다닌 것을 제외하면 목사인 아버지의 사제관에서...

8점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도망칠 수 없어서 - 다락방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
제목으로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책들이 있지만 제목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책들도 있다. '딩링'의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는 후자에 해당한다. 나는 이 책의 작가인 딩링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고 이 책의 제목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언젠가 읽겠지 하고 준비해뒀던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들었을 때는, 대체 안개마을에 있을 때 뭐가 어떻게 됐다는걸까, 아무것도 모르는 채였다. 안개마을에서 안개라니, 은둔하기 좋아 쓴걸까, 그 마을에서 사랑을 한걸까, 그 마을에서 혁명을 한걸까. 표제와 같은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

8점
우리는 모두 택배기사다 - 잭와일드
<침입자들>
택배기사는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주의 극단에 위치해 있다. 국내 택배시장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업체간 치열한 경쟁으로 택배 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중이다. 이러한 무한경쟁 속에서 회사는 비용절감을 위해택배기사를 비정규직 개인사업자로 고용하고 택배기사들은 줄어가는 본인 몫의 수익을 지키기 위해 비정상적인 근무시간을 소화해내고 있다. 9 to 6 (8시간 근무)라는 정상적인 근무시간의 두배에 달하는 6 to 10 (16시간 근무)를 선택한 건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택배기사 본인들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렇게 일하지 ...

10점
[마이리뷰] 세기말 빈 : 19세기말 오스트리아 자유주의의 쇠퇴와 지식인의 고뇌 - 겨울호랑이
<세기말 빈>
전통적인 자유주의 문화는 합리적 인간을 중심으로 한다. 합리적 인간은 자연에 대한 과학적 지배와 자기 자신에 대한 도덕적 통제를 통해 훌륭한 사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한 몸에 모았다. 20세기에 접어들자 합리적 인간은 그보다 더 풍부한 내용을 지녔지만 더 위험하고 변덕스러운 존재인 심리적 인간에게 밀려났다. 이 신新 인간은 그저 합리적이기만 한 동물이 아니라 감정과 본능을 지닌 생물이다.... 19세기 빈 자유주의 문화는 서로 전혀 화합하지 못하는 도덕적 요소와 심미적 요소로 기묘하게 나뉘어 세기말 지식인들에게 그들 시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