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마이리뷰 당선작

10점
나만의 풍경을 만나는 날이 기다려진다 - 몽당연필
<오일파스텔, 나만의 작품 그리기>
어릴 때부터 책 읽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득이한 사고로 두 달 남짓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요. 치료가 어느 정도 이뤄져 행동이 자유로워졌을 때 엄마에게 가장 먼저 책과 스케치북, 크레파스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기간 동안 병실에서 줄곧 했던 것이 책 읽고 그림 그리기가 전부였지요. 퇴원 무렵 제가 있던 병실의 벽에는 온통 그림이 붙여져 있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엄마가 그걸 일일이 떼느라 고생 좀 하셨다고 하더군요. 사실 책 읽기와 그림 그리기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

10점
절망의 위대함 - blanca
<작은 파티 드레스>
"어떤 책이 위대하다는 건, 그 책에서 점차 드러나 보이는 절망의 위대함을 뜻한다."는 저자 크리스티안 보뱅의 이야기는 어쩌면 자신의 책을 설명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이 프랑스의 시인이 쓴 작은 책, <작은 파티 드레스>는 위대하다. 책을 읽는다는 일, 아이를 키운다는 일,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쓴다는 일, 이러한 일들을 시인의 언어로 해체하여 재해석, 재조립하여 고갱이만 남기고 나면 우리는 잊어버렸던 잃어버렸던 정작 소중했던 것들을 대면하게 된다. 진부하지 않고 전형적이지 않으면서 독자와 밀착되는 지점을 작가는 ...

6점
추억을 부르는 음식 - 오후즈음
<미식견문록>
추억을 부르는 음식 - 미식견문록-요네하라 마리“아침은 자신을 위해 먹고, 점심은 친구와 나누고, 저녁은 적에게 줘라” 러시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건강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 같다. 늦은 저녁 9시에 저녁을 먹는다는 러시아의 식 문화에 기반을 둔 속담이라고 하니, 더 그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러시아 통역을 오랫동안 한 마리 여사의 러시아 음식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오랫동안 사 놓고 못 읽고 있다가 문득 그녀의 책 중에 고양이와 관련된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그러다 발견된 ...

8점
구원은 어디에서 오는가 - 구단씨
<개 다섯 마리의 밤>
너무 가까이 있었다. 세민과 세민 엄마가 겪은 고통의 순간은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사람들에게 생기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 일상 곳곳에서 마주하는 당연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렇게 익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보이는 게 무서웠다. 알게 모르게,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 행하는 혐오와 폭력이 얼마나 잔인한지 보여준다. 개 다섯 마리로도 따뜻해지지 않을 고통을 감싸 안은 사람은,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소설은 동네 아파트 단지 근처에 방치된 폐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시작한다. 초등학생 두 명이 살해...

6점
물의 가족 – 시적인 글에 대한 현기증 혹은 울렁거림 - 몽원
<물의 가족>
물의 가족 – 시적인 글에 대한 현기증 혹은 울렁거림 마루야마 겐지의 글을 이 책을 포함하여 세 번째로 보게 되었다. 처음, ‘밤의 기별’에서 느꼈던, ‘이건 뭐지?’와 같은 궁금증과 같은 충격이, ‘달에 울다.’를 통해 시적인 글이 주는 울림과 떨림의 취기로 내 온몸을 달아오르게 했다. 그런데 세 번째 접한 ‘물의 가족’에서 나는 갑자기 이 취기에 사로잡힘을 넘어서, 무언가 된통 당한 기분을 느낀다. 뭐랄까, 너무 과하다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너무 똑같은 반복적인 시적인 운율과 분위기에 물렸다고 표현해야 할까...

8점
사람의 향기가 흘러나오는 도시의 삶을 위한 고민들 - 바람돌이
<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진다>
내 주변에는 유난히 퇴직후 시골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지, 아니면 내 주변이 특별히 많은지 그건 알 수 없는데, 어쨋든 그 지인들은 주말농장도 하고 나름 열심히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니면 아직은 말뿐인 사람들도 있고....그런데 나는 시골 섬마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시골생활에 대한 로망이 일도 없다.내 꿈은 차도녀! 현실은 찌질도시월급쟁이... ㅠ.ㅠ어쨌든 공간에 있어 나의 주요 관심사는 도시와 도시를 이루는 건축물들이다.도시를 걷고 아름답고 멋진 건물들을 보고 그 건물들의 역사를 생각하고 어쨌...

8점
나쁜 사람이 되지 말자. - bookholic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사랑하는 딸과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즐겨 찾는 알라딘 북플에서 알게 된 정희진 님의 책을읽었단다. 정희진이라는 분의 글쓰기 시리즈 중 첫 번째인 <나쁜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현재까지 출간된 책이 세 권이라서 이 시리즈가 모두 세 권인 줄알았는데, 책 소개를 보니 모두 5권까지 나올 예정이라고하는구나. 지은이 정희진 님의 책은 아빠가 처음이야. 이름은익숙한데 읽어본 책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인터넷 서점에 들락거리다가 본 것 같구나. 정희진 님을 검색해 보면 여성학을 전공하신 여성학자로 이면서, 여러 ...

"왜 쓰는가"와 "왜 사는가"는 같은 표현이다. 사실, 이 물음은-누구나 작가인 시대지만-작가에게만 해당하는 질문이 아니다. "왜 사는가"를 고민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특히 어려운 시대, 어려운 상황에 처음 이들일수록 그렇다. 삶은 행위의 연속이다. 모든 행위는 침묵이든 폭력이든 놀이든 노동이든 인간관계든, 그리고 죽음의 방식까지 자신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다. 이러한 표현은 기호(signs), 즉 말과 글로 이루어진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이 그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모든 표현은 자기만의 사유(특정한 렌즈)를 거치므로 각자의 몸을 통과해 ‘걸러진’ 재현(re-presentation)이다. 표현이 아니라 재현이 맞는 말이다. - P10


6점
내 문학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 cyrus
<끝내주는 괴물들>
평점3.5점 ★★★☆ B+국어사전에 표기된 ‘괴물’의 뜻은 두 가지다. 하나는 ‘괴상하게 생긴 물체’, 또 하나는 ‘괴상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괴물과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는 ‘괴짜’다. 우리는 별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괴짜’라 부른다. 반면 비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괴물’이라 부른다. 특히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야구 선수들에게 자주 붙는 별명이 ‘괴물’이다. 겉모습은 평범한데 내면에 추악한 괴물이 숨어 있는 인간이 있다. 이런 괴물 같은 인간은 사이코패스에 가깝다. 이렇듯 괴물은 다의어다.알베르토 망겔...

10점
당신이 옳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악어 외> - 새파랑
<악어 외>
도선생님의 <악어 외> 에는 2개의 단편과 1개의 여행 견문록이 수록되어 있다. 수록된 작품 목록은 <악몽 같은 이야기>,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악어> 이다. 세 작품 모두 인상적이지만,  단편소설인 <악몽 같은 이야기>와 <악어>가 특히 인상적이다. 1. 악몽 같은 이야기 :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한 인간이 실제 현실에서 보여주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자신을  이성적이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자평하는 고위 공무원인 주인공 "이반", 그는 러시아 사회에서 휴머니즘...

6점
그래서 나의 밤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 레삭매냐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좀 진부하긴 하지만 역시나 ‘메멘토 모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인간은 모두 죽는다. 어느 누구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비천한 사람도, 구시대의 귀족도, 어마어마한 재산과 권력을 자랑하던 갑부와 권력자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모두 죽었다. 한 마디로 우리는 유한한 존재라는 불변의 사실 앞에 겸허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라는 개인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나를 낳아 주신 부모님도. 자신이 체험한 것만 글로 쓴다는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 아니 에르노는 치매에 걸려 조금씩 노쇠해지는 어머니를 수년간 문병한 기록을 문학작품으...

10점
마음만은 공중부양 - chika
<마음만은 공중부양>
에세이를 읽을 때 좋은 것은 나와 다른 것 같지만 나와 다르지 않다는 느낌에서 오는 안도감이랄까, 때로는 힘들고 고달픈 삶이지만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잘 버텨내고 있다는 것에 위로를 느끼며 공감하게 되어서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마음만은 공중부양'이라고 해서 요가와 관련된 에세이일꺼라고 맘대로 생각해버렸다. 작년에 읽은 에세이 중에 일상의 모습과 요가 자세와 연결하여 쓰여진 글이 있었는데 꽤 좋았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공중부양은 못하지만 말 그대로 마음만은 공중부양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는데 요가...이야기는 ...

8점
사람 때문에 힘든 나무 - 희선
<나무의 세계>
나무는 사람한테 많은 걸 줍니다. 더울 때 시원한 그늘을 주고 나무는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나무 속을 다니는 수액은 또 어떻고요. 어디어디에 쓰이는지 잘 모르지만 사람한테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코르크참나무라는 것도 있더군요. 병뚜껑으로 쓰이는 그 코르크가 나무에서 얻는 거였군요. 몰랐습니다. 지금은 코르크 마개 잘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프루스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온 마들렌을 적셔 먹은 차는 유럽피나무에 핀 피나무꽃을 우린 차였어요. 저는 홍차인가 했는데. 아니 그것도 홍차 종류일지...

10점
보도를 보도하겠다는 작가 - hnine
<밤의 군대들>
저자 노먼 메일러의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를 읽고 나니 도저히 그것으로 멈출 수 없었다. <밤의 군대들>은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가 나오고 나서 출간되었고 (1968년) 노먼 메일러의 또다른 대표작이면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이라는 두개의 상을 받게 한 작품이다. 역시, 누구나 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 독특한 형식과 내용을 하고 있었다. 우선 모든 글의 성격을 픽션이냐 논픽션이냐로 분류한다면 이 책은 어느 쪽으로도 분류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실제 있었던 일을 보고하는 형...

10점
이주를 인류의 본능으로 정의하는 인류학적 보고서 - 벤투의스케치북
<인류, 이주, 생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인류 이야기를 다룬 소니아 샤(Sonia Shah)의 ‘인류, 이주, 생존’은 자연과학적 성찰을 반영한 사회과학적 메시지가 돋보이는 책이다. 저자는 일상적인 것은 정주(定住)가 아니라 이주(移住)이고 이동(移動)이라고 강조한다. 문장이 빠르고 메시지에 힘이 있어 읽는 재미가 크다. 가령 “산비탈에 매달린 히말라야 소나무들이 바위 투성이 정상의 상층부에서 갑자기 작아지더니 수목한계선으로 알려진 천연 경계를 만들어냈다. 그 선 위로 가는 폭포가 물길을 남겨놓은 민얼굴의 벼랑이 솟아 있다"(24 페...

8점
내밀한 이야기들 - 미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전반적인 느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정영수작가의 (내일의 연인들)이나 영국의 이언메큐언의 작품(체실 비치에서)이 떠올랐다. 타인의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랄까? 단조로운 문체 속 예사롭지 않은 일들. 그 안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속깊은 이야기. 소통의 부재로 인한 고독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 미국에서 72년 쥐띠해에 태어난 작가(폴스타프님st)인 앤드루 포터의 단편모음집이다. 구멍,코요테,아술,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강가의 개,외출,머킨,폭풍,피부,코네티컷 총 10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단편은 역시 감상을 쓰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10점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 본 고품격 스릴러 - 잠자냥
<비밀요원>
조셉 콘래드의 작품은 처음 읽는다.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는 작가 중 하나였다. 그래도 언젠가는 읽어야 할 작가로 마음에 새겨두기는 했었고, 드디어 그의 작품 중 재미있을 것 같은 <비밀요원>을 읽었다. 스파이가 주인공이라니, 흥미진진할 것 같지 않은가. 실제로 이 작품은 재미있다. 단, 자극적이면서 이야기가 긴박하게 흘러가고 숨막힐 듯한,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이 작품이 그다지 재미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존 르 카레의 작품처럼 스토리가 천천히 진행하면서 이런저런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고급스러운 스...

8점
부동산 계급사회의 탄생 - 김민우
<부동산 계급사회>
최근 읽고 있는 책 중에 낸시 피어시라는 사람이 쓴 <완전한 진리>라는 책이 있다. 이제 1부를 다 읽은 참이지만, 정말 좋은 책이라는 확신이 든다. 한국어판 서문 첫문장부터 내 마음에 들었다. “그리스도인은 각 시대마다 성경의 영원한 진리를 참신한 방식으로 전파할 소명을 받은 자들이다.”(p.29) 1부에서 저자는 기독교인의 신앙이 개인의 내면, 교회 내부에서만 머물고 세상에 전혀 효력을 미치지 못하는 괴리를 비판한다. 저자는 복음의 영역이 일요일 예배 시간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되고 삶의 전 영역, 사회 전 영역으로 확...

10점
차갑다가 뜨겁다가 가라앉다 차오르는 - 겨울아침
<눈으로 만든 사람>
부슬부슬 내리는 보슬비를 등지고 법당에 앉아 불상을 바라본다. 그윽한 백단 향과 습기를 머금은 나무 내음이 주변을 메운다. 소설에 빠질수록 어디까지가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경험인지 모호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랬을 거야.”가 “그랬었지.”로 바뀐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집에서, 가족이, 우리가 어쩌다 가는 곳에서, 그들이 최은미 소설에서 차갑다가 뜨겁다가 가라앉다 차오른다. 절이 집이었던 적이 있다. 회색 법복을 입은 할머니가 법당에 앉아 바구니에 든 염주를 굴린다. 사월초파일이 가까워지면 엄마는 커다란 냄비로 뽀얗고 끈적한 풀...

10점
살기 위해 책을 읽는다 - 쎄인트saint
<책 읽는 삶>
【 책 읽는 삶 】 -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독서의 즐거움 _C. S. 루이스 / 두란노 “책은 왜 읽어요?” 가끔 받는 질문이다. 물어보는 사람의 성향에 맞춰 적당히 대답한다. 독서의 이로운 점에 대해 현학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거의 없다. 그저 짧게 대답한다. “책이 좋아서..” “책 읽는 재주밖에 없어서..” “책을 안 읽으면 잡생각이 많아져서...” 등등. 때로 “책은 왜 읽어요?” 라는 질문을 받자마자 “밥은 왜 먹어요?”하고 되묻는다. 물론 내가 이렇게 답해도 기분나빠하지 ...

10점
외투,읽지 못했던 존재의 욕망에 대하여 - 그레이스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외투』는 모든 시대, 모든 사회에 걸쳐 다른 주제로 변주가 가능한 소설이다. ‘외투’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생존필수품 그 이상을 상징한다. 시대와 사회를 배경으로 한 욕망의 대상, 욕망의 기원을 생각해보게 된다. 한 인간이 빼앗긴 무엇-외투와 같은 물건일수도, 권리와 같은 관념적인 것일 수도 있는–을 되찾으려는 노력과 관련하여 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찾을 수도 있다. ‘외투’는 새로운 의미들을 환유하고, 다른 사물로 대체될 수 있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외소하고 볼품없는 외모도 그렇지만 그의 이름을 짓는 과정은 그의...

6점
인류세 -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되지 말자. - 초딩
<인류세>
"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인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Cretzen)은 2000년 한 학술회의장에서 절망스럽게 외쳤다. p10'인류세'가 무엇일까? 굉장히 머릿속이 멍해지는 단어이다. 46억 년의 지구 역사를 지질학에서는 누대(eon), 대(era), 기(period), 세(epoch)로 구성한다. 그렇다. 인류세는 그 중 마지막 단위인 '세'의 한 구분이다. 인류'세'. 흔히, 공룡이 멸종한 시기를 중생대 백악기라고 말할 때의 구분 단위이다. 현재를 "현생누대 / 신생대 / 제4기 / 홀로세"라고 한...

8점
‘제국은 재앙에 대한 상상을 먹고 산다‘ - coolcat329
<야만인을 기다리며>
<야만인을 기다리며>는 J.M.Coetzee(1940~)가 1980년 발표한 소설로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나는 쿳시의 책을 4권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그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처음 그의 사진을 봤을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떠오르면서 깐깐한 이미지가 만만찮은 사람같아 보였는데, 영국, 미국이 아닌 남아프리카 공화국 작가라는 점이 눈길을 끓었다. 그는 부커상을 최초로 두 번 수상했고 2003년에는 "정교한 구성과 풍부한 대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서구 문명의 도덕적 위선을 날카롭게 비판했다"는 평과 함께...

8점
관습, 그 너머를 꿈꾸며 - 독서괭
<우리가 쓴 것>
단편을 모아둔 소설집을 굳이 하나의 메시지로 관통하여 해석하고자 한다면 하나하나의 작품의 개별성을 무시하고 납작하게 만들어 내 멋대로 소화해 버리는 결과가 되어버릴 수도 있겠다. 그래서 소설집 전체에 관한 리뷰를 쓰는 일은 조심스럽다. <82년생 김지영>으로 유명세를 치른 조남주 작가의 소설집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작가의 목소리에 응답하여 목소리를 내는 일은 중요하다. 꼭 크고 아름다운 목소리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부장제에 의하여 은폐되고 억압되었던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작가가 택한 방법은 ‘부재’다. ...

8점
우리가 살아내는 삶 - 자목련
<우리가 쓴 것>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살아갈수록 잘 모르겠다.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 같은데 참 어렵다. 그래서 어느 순간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지 않았다. 잘 사는 게 정확히 어떤 건지 모르기도 하고 사는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고 느껴서다. 그래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향한 바람을 버릴 수는 없다. 조남주의 소설집 『우리가 쓴 것』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힘겨운 삶을 버티며 나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내가 살아온 시간을 생각한다. 그러니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살아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8점
사랑을 통한 자기 확장의 서사ㅡ『프리즘』 - 소피
<프리즘>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흔한 현실 안에서다양하게 뻗어나가는 사랑의 빛깔,그 안에서의 배움과 성장의 이야기연애소설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연애 성사 여부에만 천착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이들은 사랑이라는 흔하고도 특별한 감정을 통과하며 자신을 확장해가고 세상을 향해 손을 내민다. 그것이 내가 그리고 싶던 사랑의 본질과 효과이기도 했다.(266쪽, 작가의 말)타인과의 진정한 연대, 더 나아가 세상을 향한 애정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해 주었던 『아몬드』에 이어 두 번째로 작가 손원평의 『프리즘』을 만나게 되었다. 『아몬드』를 쓴 작가...

"지금은 지금일 뿐이야."
끝은 올 것이다. 그러나 느낄 수 있는 것은 현재뿐이다. 도원은 현재의 끝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멀리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 P143


10점
그런 날이 있어. 그런 밤이 있어. - 반유행열반인
<밝은 밤>
-20210814 최은영.브로콜리너마저-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https://youtu.be/mSd3dbU9RWg 방금 전까지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내 귀로 들어온 말이, 순식간에 휘발되고 정신이 아득할 만큼 충격을 받는 일이 있다. 그 시간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을 때도 그랬고 안 좋을 때도 그랬다. 좋았지만 사라진 기억에 대해서는 남아 있는 느낌만을 겨우 떠올리며 왜 아무 것도 남지 않을까, 하고 짙은 안개 속을 휘저어 파편으로 남은 장면 장면을 건져내려 애를 썼다. 나쁜 장면은, 잠시 잊혀졌다 이내 튀어올라 당장...

10점
레이첼 카슨 - 하양물감
<레이첼 카슨>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의미있게 읽었다. 레이첼 카슨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기회가 없었는데 레이첼 카슨을 깊이 알게 해 준 책이 이 책이다. 2005년에 나온 책이라 편집이나 사진이 좀 마음에 안들기는 하지만...내용은 충분히 레이첼 카슨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해양생물학자이면서 글을 잘 쓰는 작가였던 레이첼 카슨. 일반인에게도 쉽게 과학적 사실과 연구결과를 알려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었던 것 같다. 그녀는 1964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글로...

10점
내 안에 있는 당신은 - 꼼쥐
<다른 딸>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와의 만남은 대개 약간의 심적 충격을 동반한다. 나를 포함한 독자들 대부분은 작가의 솔직함에 놀라고,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대범함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는 작가이니만큼 그녀에게 있어 솔직함이란 그저 평일에 입는 일상복처럼 스스럼없는 어떤 것이겠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치부를 가리고 좀 더 화려하게 자신을 치장하려는 많은 작가들의 글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아니 에르노라는 이름은 다만 하나의 돋을새김으로 기억될...

8점
죽음에 관한 여러 통찰을 한 권의 책으로 - 노란가방
<애도의 문장들>
개인적으로 죽음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접했던 건 초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큰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는데, 사촌형들이 둘이나 있었음에도 왜인지 나더러 상주가 되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에 장례 절차 내내 함께 했었다. 병원의 시신안치실에도 처음 들어가봤고, 아마도 시신을 직접 마주한 것도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꽤 오랫동안 마음과 머리를 어지럽혔던 기억이었다.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고,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의무만 가득한, 그러면서도 죽음이라는 무거운 상대를 아무런 준비 없이 대해야 했던 경험의 여파였다. ...

10점
당신이 가는 곳이 모두 다 ‘길‘입니다 - 페넬로페
<세계는 왜 싸우는가?>
“아니 귀찮게 뭐 하러 아파트는 사서 투자를 하고, 주식을 하고, 귀찮게 무슨 재테크를 해요.내가 지금 노후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노후 자금까지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인간의 내일은 신만이 알 수 있고, 이 일은 나에게 평생의 숙명입니다.” 우연히 유튜브로 시청한 tvn의 ‘유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영미 PD는 저렇게 단호하게 말했다. 처음 들어보는 그녀의 이름과 <국제분쟁 전문 PD>라는 이력이 새로웠다. 20여 년간의 세월동안 세계분쟁지역을 다니며 취재한 ‘김영미‘라는 사람을...

10점
『패싱』 정체성을 뒤흔드는 흰색에 대한 욕망 - 누구
<패싱>
영상은 힘이 세다. '넷플릭스 방영'이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출판되는 책이 자주 보인다. 출판시장 자체의 힘만으로는 웬만해서 얻을 수 없는 홍보 효과를 '넷플릭스'라는 이름에 기대어 볼 수 있기 때문일 테다. 책을 읽는 독자에게는 영상물 덕에 절판됐던 책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반길만 한 일이다. 넬라 라슨의 『패싱』이 그런 경우다.​『패싱』은 2006년 출간 후 절판됐고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화제가 되면서 출판사를 바꿔 다시 독자를 만나게 됐다. 그것도 무려 두 곳의 출판사에서. 2006년 판 서숙 번역자의 손을 거...

10점
알코올을 사랑한다는 것 - 단발머리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내가 공적인 공간에서 쓰고 있던 가면은 건강하고 원만한 것이었다. 나는 열심히 운동했고, 책상에 앉아 저지방 건강식품으로 점심을 먹었다. 친구도 많고 동료 사이에 평도 좋았다. 시내에 아담한 아파트가 한 채 있었고, 캐주얼하고 세련된 옷차림을 즐겼으며, 정기적으로 심리치료도 받았다. 누가 봐도 아무 문제 없다고 할 만한 생활이었다. (35쪽) 『명랑한 은둔자』를 미뤄두고 『드링킹』을 읽는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내가, 알코올 중독과 알코올 중독을 이겨낸 이야기를 읽는다. 어떻게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되었는지, 어떻게 그 지옥에서 빠져...

알코올 중독은 신경학적 현상이기도 하다. 두뇌가 지속적으로 괴다한 약물에 노출된 까닭에 그 안의 분자 구조가 변형되어 일어나는 일이다. 중독은 매우 복잡한 현상이지만 기본 개념은 명확하다. 즉, 욕망과 보상에 관한 두뇌의 정상적인 시스템이 알코올 탓에 헝클어져서, 행복감을 전해주는 신경 전달 물질과 단백질의 기능이 손상되는 것이다. - P179


10점
작은 상식 - han22598
<그냥, 사람>
"나도 대학 가고 싶어.""나도 연애하고 싶어.""나도 돈 벌고 싶어."(81p)올해 봄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오후 5시경 이른 저녁시간 만취된 것처럼 보이는 한 남자가 비틀비틀 걸어오더니 내 앞에 섰다. 사실 잘 몰랐다. 술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고,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하시기도 했다.기다리는 사람은 그분과 나. 둘이었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몸을 잘 가누지 못한 그 남자는 버스에 오르는 시간이 더뎠다. 기사님이 그분에게 물었다. 행선지가 어디냐고? 대답이 어눌했다. 기사님은 다른 버스 ...

8점
당신으로 충분했다. - 다락방
<밝은 밤>
내가 아직 국민학생이었을 때, 내 밑으로 어린 동생 둘까지 포함해 우리만 남겨두고 엄마와 아빠는 돈을 벌러 나갔다. 밥통에 밥은 항상 있었고 나는 동생들에게 끼니때면 밥통에서 밥을 퍼서 밥상을 차려주었다. 엄마는 집에서 나서기 전 화장대에 항상 천 원짜리 한 장을 올려두셨고, 엄마 아빠가 돌아오기 전까지 그 돈으로 혹여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사 먹으라 하셨다. 우리 삼 남매는 그 돈을 가지고 슈퍼마켓으로 가 먹고 싶던 과자를 골라 사들고 와서는 엄마 아빠가 올 때까지 놀거나 숙제를 하거나 학원을 다녀오거나 혹은 내가 만들어준...

엄마는 남자와 사는 삶에 희망이 있는 것처럼 말하곤 했지만, 그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도리어 엄마야말로 남자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람 같았다. 때리지 않고 도박하지 않고 바람피우지 않는 남자만 되어도 족하다니, 인간 존재에 대한 그런 체념이 또 어디 있을까. - P17


10점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 했던 사람들, 우리 어머니 - scott
<밝은 밤>
[나는 희령을 여름 냄새로 기억한다. 사찰에서 나던 향 냄새, 계곡의 이끼 냄새와 물 냄새, 숲 냄새, 항구를 걸어가며 맡았던 바다 냄새, 비가 내리던 날 공기 중에 퍼지던 먼지 냄새와 시장 골목에서 나던 과일이 썩어가는 냄새, 소나기가 지나간 뒤 한의원에서 약을 달이던 냄새…… 내게 희령은 언제나 여름으로 기억되는 도시였다.]서른 두살 ‘지연’은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새로 직장을 구한 바닷가 작은 도시 ‘희령’으로 떠난다. 지연은 서울 땅을 벗어 나면서 열 세살 무렵 할머니가 살고 계신 희령에서 열 흘...

8점
축복 또는 날벼락 - Falstaff
<우연한 방문객>
1968년 어느 밤,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차를 몰고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휴양도시 노포크, 라고 짐작할 만한 곳에 젊고 세련되고 날씬하고 오만한 한 가임기 여성이 도시에 하나뿐인 영화관에 가 테렌스 스탬프가 나오는 <불쌍한 암소>란 영화를 보다가, 그 주에 벌써 이 영화를 세 번째 보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 그 줄에 앉은 관객들의 다리를 밀치고 지저분한 통로를 지나 비상구로 가서 커튼 틈 빛 속으로 나갔다. 마지막 회라 극장 안 카페는 의자를 모두 식탁 위에 올리고 젊고 잘생긴 종업원이 청소를 하고 있었...

10점
사랑이 그랬다 - syo
<대불호텔의 유령>
사랑이 그랬다 1 어떤 원한은 원하는 마음이 짓는 무서운 표정이다. 어떤 악의는 아끼는 마음이 자기도 모르게 뱉는 잔인한 말실수다. 그것들이 그저 허공으로 흩어지지 않는 이유는 원한과 악의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원하고 아끼는 그 마음 때문이다. 사랑의 뒷면에, 그것들은 있다. 사랑이 끝나지 않으면 그것들도 끝나지 않는다. 그것들이 끝나지 않으면 사랑도 끝나지 않는다. 그때는 바꾸어 말할 수 있다. 그것들의 뒷면에, 사랑은 있다. 이것은 수사적으로는 같은 말이지만 서사적으로는 반대말이다. 서사에서, 사랑의 이면...

10점
너와 너, 우리의 이야기 - 잭와일드
<대불호텔의 유령>
<대불호텔의 유령>은 "이것은 소설이다. 소설에 불과하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스쳐 지나친 이 문장은 소설을 읽고 나서 "이것은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 즉, 삶에 관한 이야기다."라는 문장으로 바뀌었다. 삶은 예측 불가능한 정글과도 같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삶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는 것?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악의와 원한에 대한 두려움이 상존하는 <대불호텔의 유령>의 등장인물들과 다를 바 없다...

10점
세상을 간절히 본 자의 저문 눈빛 같은 시집 - 행복한책읽기
<악의 평범성>
20210830 #시라는별 53 나에게 묻는다 - 이산하 ​꽃이 대충 피더냐. 이 세상에 대충 피는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소리 내며 피더냐. 이 세상에 시끄러운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어떻게 생겼더냐. 이 세상에 똑같은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모두 아름답더냐. 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언제 피고 지더냐. 이 세상의 꽃들은 모두언제나 최초로 피고 최후로 진다. ​​이산하 시인이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 이후 22년만에 꽃으로 피어 올린 『악의 평범성』​ 은 시인이 말하듯 "산 자들에 대한 한결같은 그리움...

8점
그저 비바람만 막아주는 지붕이 아닌 건축 - 바스티안
<지붕 없는 건축>
국어사전에서 ‘건축물’을 찾아보면 ‘땅 위에 지은 구조물 중에서 지붕, 기둥, 벽이 있는 건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그러니 ‘지붕 없는 건축’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왜 있을 수 없는 것을 제목으로 삼았을까? 그는 건축에서 지붕이 경계, 영역을 한정하는 최초의 조형 요소이므로, ‘지붕이 없다는 것’은 건축이 시작되기 이전의 상태라고 책의 서문에서 설명한다. 그러므로 건축은 지붕 없는 들 위에서 서서 각자의 지붕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세상 곳곳에서 사람들이 만든 각자의 지붕이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