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인간은 인간 정신의 불명확한 본성 때문에 무지로 빠져들어갈 때마다 자기 자신을 만물의 척도로 만든다. - P148

[122] 인간 정신의 또 다른 속성은 멀리 떨어져 있고 알지 못하는 사물에 대해서는 그들이 알고 있는 것과 그들 앞에 존재하는것에 의해 판단한다는 것이다. - P148

[124] 앞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53, 59] 자만심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민족의 자만심이고 다른 하나는 학자의 자만심이다. - P149

[161] 인간사의 본질 속에는 모든 민족에게 공통적인 정신의 언어가 전제되어야 함이 확실하다. 이 언어는 인간의 사회생활.
에서 일어날 만한 일들의 본질을 균일하게 이해하도록 해주며 그사물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측면의 다양한 양태를 설명해준다[387]. 민중적 지혜의 금언인 속담이 그 예인데 고대와 현대의 모든 민족들 사이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의미가 그 민족들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이다[445]. 201 - P162

[173]이집트의 고대는 우리에게 두 개의큰 흔적을 남겨놓았다. 그 하나는 이집트인들이 세계의 모든 시간을 신의 시대, 영웅의 시대, 인간의 시대라는 세 시대로 구분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 세 시대의 순서에 따라 각 시대마다 세개의 언어를 사용했다고 하는 것이다. 즉 상형 언어 또는 신성한언어, 상징 즉 비유를 통한 언어 또는 영웅의 언어, 서간체 언어또는 인간의 민중 언어로 민중 언어란 일상적인 삶의 필요를 소통 - P127

하기 위해 기호를 사용한 언어이다[52,432]. - P168

첫 번째 공리는 민중이 신화를 만들고,
그것도 호화롭게 만들려는 자연적인 경향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인류의 소년기에 있던 초기의 인간은 사물을 개념화시킬 범주를 형성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시적인 인격체를 만들어야 할 자연적 필요성을 갖고 있었다. 시적인 인격체란 상상력의 속(屬) 또는 보편적 상상력으로서, 모델이나 이상적인 초상화처럼 그것을닮은 모든 특수한 종(種)들을 거기에 맞추어 환원시킨다. 이러한유사성 때문에 고대의 신화는 호화롭게 꾸며서 만들 수밖에 없었다. - P179

[250] 모든 민족은 어떠한 신성에 대한 숭배와 함께 시작하였기때문에, 가족 국가의 가부장들은 전조를 통한 점복에 능통한 현자였음이 확실하다. 그들은 점복을 수행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희생 의식을 거행하는 신관이면서 그들 가족에게 신성한 법을 전달하는 왕이기도 하다: - P190

[311] 씨족들의 자연법은 민족들의 관습과 함께 출현했고, 그것은 아무런 이성적 사고도 필요 없는 인간의 상식에 일치하며,
따라서 민족들 사이에 모방도 없다. - P215

모든 민족은 종교를 갖고 있고, 엄숙한 혼례를 거행하고, 죽은 사람들을 매장한다. - P225

방종한 인간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타고 난 힘이 결핍되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신앙에의존한다. - P232

육체의 운동을 통제하는 것은 인간 선택의 자유, 즉 인간의 자유의지의 결과임이 확실한데, 그것이야말로 정의를 포함한 모든덕성의 고향이자 안방이다. 정의의 지시를 받아 자유의지는 모든올바른 것의 원천이 되며, 올바른 것의 부름을 받은 모든 법의 원천이 된다. - P233

학문의 여왕인 형이상학은 "학문은 그것이 다루는 소재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314] - P238

새로운 학문이 사용하는 기준이란 사람들 전체 혹은부분이 옳다고 인식하는 것은 사회적 삶의 규칙이 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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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 역사에 연루된 나와 당신의 이야기
조형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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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을 몇 년 이상 구독하면서 매주 꼬박꼬박 읽지는 못하지만 관심 가는 코너들이 있다.
저자도 시사인의 한 코너를 맡아 연재를 해왔던 칼럼들을 모아 이 책을 펴냈는데 나도 그 애독자 중 하나였다.
매주 시사인을 정독하지는 못해도 그 코너만큼은 꼭 읽고 넘어갔으니 말이다.

이 책은 역사에 대한 관습과 통념에서 벗어나서 다르게 생각해보자 제안한다.
예를 들면 제국주의 국가였던 독일과 일본에 대한 전후 인식과 태도에 대해서 말이다.
일본은 자신을 전범국가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 코스프레하고 있는 반면 독일은 그래도 사과라도 하고 반성이라도 하지 않았느냐는 우리의 통념 같은 것 말이다. 과연 그렇게 단순할까?

이 책은 다양한 지역의 역사를 다루는데 지리적 범위가 따지고 보면 전 세계를 아우르는 만큼 역사도 그만큼이나 다양하다.
챕터마다 한 지역의 역사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와 비교하여 제시해주며 말한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독자로서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면서 생각하고 관련 자료를 찾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으면 한다고 했다.
하지만 각 챕터의 역사에서 다루는 사건이 하나만이 아니고 관련 인물도 많다 보니 읽는 일이 만만치는 않다 여길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인물의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해도 사건을 다 파고들지 않아도 ‘오~ 이런 인물도 있었어? 이런 사건도 있었어?‘ 또 ‘아... 이렇게도 연결지을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을 얻을 수 있다면 저자가 의도하고자 한 바가 독자에게 가 닿는 거라 여긴다.
나 또한 칼럼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역시 책으로 읽을 때도 챕터당 기억할 거리가 만만치 않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소개한 역사 속 빚어낸 사건과 인물이 흥미로워서 흡인력 있게 읽을 수 있었다.

리샹란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몇 달전 한중일 근대 시기의 예술인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를 알게 되었기에 보자마자 반가웠다.
그녀는 만주국 배우이자 가수로 중국, 일본, 조선 삼국에서 모두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고위급 관리가 그녀의 팬을 자처했다고 하니(팬클럽이 있었다고) 든든한 후원으로 활동 내내 승승장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전쟁이 끝나고 부역자로 체포되었는데 이때 그녀는 자신의 실제 국적이 일본인임을 고백한다. 중국에서 추방당할 위기였는데 이것이 그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일본에 돌아가서도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헐리웃에 진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후에는 방송인으로 얼마 간 활동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나는 뒷 내용에 사실 놀랐는데 1990년대 위안부 고백이 시작되었을 때 위안부를 위한 운동가로 활약했다고. 만주국에서 노래를 하고 영화를 찍어 부역이 있었던 사람이 이런 활동을 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과연 그녀가 심적으로나마 빚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떨쳐내려는 의도였을까… 생각해보게 만든다.
추가로 언급할 인물은 진비후이(일본 이름으로는 리샹란과 이름이 같은 가와시마 요시코)다. 그는 청 황실의 친왕인 숙친왕의 14번째 딸로 태어났으니 그야말로 금수저였다. 그러나 그녀는 일본 제국주의 첩자 노릇을 하며 특급 인재로 대우받았다고. 오죽하면 그녀의 별명이 동양의 마타하리, 만주의 잔다르크일까. 리샹란은 일본 국적이라 매국노 처벌을 받지 못했지만 진비후이는 매국노로 1948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책의 제목과 동명인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는 어느 면으로 뜯어보나 참으로 비극적인 역사가 아닐 수 없다. 태국-버마 전선 철도 공사는 당시 사람들에게도 무척 위험한 난공사로 악명이 높았다. 이곳에 조선인 포로감시원이 약 천여명이 투입되었음은 이학래의 회고록 등을 읽었던지라 이미 알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에 최근 들어 고백한 영국 포로 부대원이었던 알리스터 어쿼트라는 사람의 회고록을 언급한다. 그는 당시 상황을 담은 영화가 사실을 포장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한다. 아무래도 제국주의 국가였던 일본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지 않았나 하고 말이다. 영화는 습윤한 기후, 열악한 환경에 대한 상황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포로들에 대한 가혹 행위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특히 조선인 포로 감시원들은 악질적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또 그들 모두가 악질은 아니었고 일부는 그들에게 동정을 표현하기도 했다는 것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개인이 어떤 집단에 속하여 단체 생활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모두가 다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집단의 정책이 잘못되었음이 분명한데도 동화되어 잘못인지 인지조차 않고 가학 행위를 하는 경우의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음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구의 시선이 동양을 지배하던 관념인 오리엔탈리즘은 세계대전 이후에도 한참을 이어졌다. 이를 그린 문화 예술 작품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이른 시기 동양 여성에 대한 서양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그린 <나비부인>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기원을 따라가보면 <국화부인> 소설이 있다. 해군 장교를 지낸 피에르 로티가 1885년 일본 체류 당시 35세 나이에 18세의 일본 소녀와 일종의 계약결혼을 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결혼 계약에 들어가기 전 로티는 곧 자신이 프랑스로 돌아갈 몸이며 그 뒤에 소녀는 바로 일본인 남성과 재혼하게 될 것임을 양측이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어서 그는 1880년 <로티의 결혼>을 발표하고 이 작품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나비부인은 이 모티브를 따와서 극화시켰던 것이다.
이후 베트남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한 <미스 사이공>이 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미 해군 크리스는 사이공에 있던 한 클럽에서 바걸로 일하던 베트남 소녀 킴을 만나 결혼해서 아이까지 가졌지만 이후 그는 본국으로 돌아가고 그녀와 아이만 남고 만다는 이야기. 한편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을 영화화한 <지옥의 묵시록>도 있다. 소설 속 배경은 19세기 콩고였는데 영화는 이를 베트남으로 변경했다. 정글에 갇힌 병사들은 플레이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고… 아무튼 정글에서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공포 때문에 병사들은 미쳐간다는 이야기다.

사할린 한인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나 궁금했는데 덕분에 잘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사실 얼마 전 읽은 책을 통해 이들에 대한 역사를 추가로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사할린에는 총 인구의 5.5%로 약 3만명의 한인이 살고 있다. 어쩌다가 그들은 그곳에 정착하게 되었을까? 러일전쟁 때 승리한 일본은 사할린의 남부 땅을 얻어 그곳을 식민지화했다가 1943년에 본토로 편입하였다. 최초 한인 이주민들은 함경도에서 연해주로 일부 건너간 사람들이 정착했다. 두 번째는 조선 내 일자리가 없어 자발적으로 떠난 경우다. 세 번째는 강제 징용으로 가게 된 경우다. 그렇다면 해방이 되었음에도 이들은 왜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했을까. 1946년 미소 간 협정이 이루어졌으나 귀환 대상은 일본인만이었고 조선인은 호적이 조선이라는 이유로 버려졌기 때문이다. 1957년에서 1959년까지 진행된 소련과 일본 간 협상 때도 조선인은 논외 대상이었다. 그후로 수십년이 지난 1990년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가 이루어질 때 이들은 비로소 한국에 방문이 가능해졌다. 한국 정부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도 없는 것 같고 그들의 귀환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조차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해진다. 사할린 한인들은 이제 몇 세대가 지나갔을테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이렇게 넋놓고 있어도 되는건가하는 생각을 했다.

추가로 한 두개의 내용만 더 언급해보자.

우선 근대 시기 과학과 제국의 시대였으나 조선의 지식인들이 받아들인 과학은 유용성이나 편리함에 치중해 있다는 지적은 뼈아팠다. ‘세계적인 과학저술가 사이먼싱은 말한다. “기술은 삶(그리고 죽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반면, 과학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자 호기심이다.”’ 우리가 받아들인 과학은 이와는 너무 거리가 멀어 보인다. 기술 만능주의, 편리하면 모든 것이 만사 오케이라는 식으로 수십년이 이어진 결과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곱씹어볼 부분이다.
같은 의사라는 직업을 지녔지만 다양한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이미륵은 압록강을 건너 독일에 정착했고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책을 펴냈고 세계피압박 반제국주의의회 유일한 한국대표단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박서양은 간도에서 독립군 군의 활동을 했고, 김필순은 독립 운동을, 그 아들인 김염은 중국에서 항일배우로 활동했다. 이태준은 난징, 몽골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 의료 봉사를 했다. 유상규는 오롯이 계속 의사의 길을 고집한 경우다. 그러나 그도 민중을 위한 봉사를 하다 사망했다고. 지금 의료개혁 문제로 몇 년째 환자와 의사 간 갈등이 극도로 달해 있어서인지 이들의 이야기는 울림이 깊었다.

이를 비롯하여 흥미로운 이야기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 이 책은 관련 자료를 직접 찾고 확인하면서 읽으면 훨씬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책이다.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경우는 따로 빼야하겠지만 음악 같은 경우는 책을 읽으면서 듣는다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힘이 없는 개미일 따름이라고 주저하거나 세상 일에 관심을 등한시하며 살고 있지 않나. 그러나 작은 사람이라고 해서 역사의 책임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작은 사람이야말로 역사를 더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성숙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말은 노트에 적어 두고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들여다보고 싶은 말이었다. 좋은 책 감사하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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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5-1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든 역사이든 기록에 박제되어 있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걸 실례로 알려주는 책이었어요. 그리고 각각의 순간들이 다른 장면들과 연결되는 것도 좋았고요. 저도 화가님처럼 이 책 무척 재밌게 읽었네요.

거리의화가 2025-05-13 18:40   좋아요 1 | URL
누군가 장면을 기록하고(이것도 선택적인 기록이지만) 이것을 독자가 읽어야지만 접할 수 있는 것인데 이마저도 기록되지 않은 일들이 얼마나 많이 숨겨져 있을까 저도 그런 생각을 하며 들었어요.
증언의 경우도 사건이 일어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뜨거운 감자일테니 그때는 이야기 못하다가 용기를 내어 나중에라도 밝히는 경우도 있을테구요. 이야기를 여럿 엮어내니 생각해볼 거리가 더 많아서 좋았습니다.

다락방 2025-05-13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정희진의 공부에서 소개됐기 때문에 제목이 기억에 남습니다. 비록 사서 읽지는 않았지만요. 거리의화가 님 리뷰를 보니 흐음, 그렇다면 나도 한 번 읽어볼까 하게 되네요.

거리의화가 2025-05-13 18:41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매거진 생각했었네요. 다 읽고 나서 관련 에피소드 들어야지 생각도 했었답니다.
저는 재미나게 읽었어요. 다락방 님이 읽으시면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eBook] 탈식민주의에 대한 성찰 : 푸코, 파농, 사이드, 바바, 스피박 - 살림지식총서 248 살림지식총서 248
박종성 지음 / 살림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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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서 벗어났는가. 이 책은 탈식민 이론가들을 여럿 소개하고 탈식민주의를 이해하기 위해 가져야할 다양한 시선과 질문을 던진다. 탈식민주의를 이해하고 개괄하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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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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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서 시작하여 여름의 초입을 지나 뙤약볕을 쬐고, 폭풍 같은 비바람을 만난 뒤 평온해지는 느낌.

이 책은 여름 한 계절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계절 하나를 보내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싶지만 이 경험은 주인공에게 새로움이었다.
주인공은 손열매, 어린 시절을 충남 보령에서 비디오 가게 손녀 딸로 살다가 커서는 상경했다.
성우가 되었으나 프리랜서로 수입이 일정치가 않아 고군분투한다. 어느 날부터 목에 문제가 생겨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때가 있었고 정신과 진료 결과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아마도 일로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있지만 함께 살던 룸메이트 언니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떼인 것도 큰 몫을 했을 것. 그녀는 목 때문에 일도 할 수 없어 수입이 거의 끊겨서 룸메이트 언니인 고수미의 고향 집을 찾아가기로 하면서 소설의 무대는 그곳으로 이동한다.

손열매는 심신이 지쳐있어서 매사 시니컬했다. 고수미 고향은 서울에서 1시간 남짓 걸려서 도달할 수 있는 동네였다.
지하철에서 내려 마을을 향해 가는 버스에 탔다가 어저귀를 만났다.

고수미 고향 집을 찾아가니 고수미 엄마는 이미 그런 일을 많이 겪은 듯 달관한 태도였다. 고수미는 이곳에 찾아온지 오래인 듯했고 열매는 딱히 어디 갈 데도 없어서 이곳에 세입자로 지내게 된다.

이곳은 열매에게 온통 신기한 곳이었다.
항암치료를 하면서 아침마다 장례를 위해 시신의 염을 하러 가는 고수미 엄마가 있었고
지나치게 슬픔에 대해 논의하는 아이들 양미, 파드마, 율리아가 있었다.
유명한 배우가 대저택에 은둔하며 사는 곳이기도 했다.
인류애를 잃어버렸다면서 온갖 마을 일에 도움을 주는 어저귀가 있었다.

마을의 논밭을 다 밀어버리고 골프장으로 개발하려는 개발회사가 있었다. 개발을 위해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고자 중간 다리를 놓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의 설득에 넘어가 동조하는 마을 사람들이 있었지만 상당수는 지금의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곳은 풀벌레 소리, 전나무 냄새가 느껴지는 곳이었으니까.
이처럼 마을은 개발을 두고 분열이 일어났는데 이는 수해 때문에 생긴 큰 사건이 있어서다.

결론적으로 고수미는 이곳에서 지내면서 욕망을 다시금 되찾게 된다.
그렇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반드시 있음을 그녀는 깨닫게 되었다.

인생의 무게는 가벼울 리 없다. 아직 내가 그 무게를 알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때론 살면서 비굴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실수할 때는 인정하면 된다고 생각하니까(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싱그러움이 느껴지다가도 온전히 맑지만은 않아서 물기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살아 있는 것이 살아 있는 것을 돕고 싶은 마음. 나는 그것을 갖고 있을까?
소설을 읽으며 이 여름을 조금은 더 잘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참고로 이 책은 오디오북으로 먼저 나오고 뒤에 종이책이 나온 경우다. 윌라 독점 계약으로 오디오북 프로젝트로 작가가 원고를 썼다고 한다.사투리, 음향 효과 등 때문에 이 소설은 가능하면 오디오북으로 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프로젝트로 성우를 비롯하여 배우들이 재능 기부를 했다고 한다. 나도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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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5-1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디오북을 먼저 내고 종이책을 내는 방식도 나왔군요. 신선하네요. 예전에 창덕궁 밤구경 갔다가 행사로 배우들이 나와서 책을 읽어주는걸 들었었거든요. 그런데 진짜 딱 첫문장 듣는데 와 전문가구나 진짜 다르다 했었어요. 전 듣기를 좀 힘들어해서 책으로 읽겠지만 그래도 이런 다양한 시도는 참 좋네요. ^^

거리의화가 2025-05-13 11:38   좋아요 1 | URL
창덕궁에 그런 행사가 있었군요. 확실히 배우들이 감정을 넣어서 대사를 하니 훨씬 실감나더라구요.
다양한 시도로 독자가 유입될 수 있는 길이 늘어난다는 면에서 저도 좋은 시도로 보입니다^^

희선 2025-05-12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디오북으로 만나셨군요 배우가 읽는, 거의 연기할 듯하네요 라디오 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라디오 드라마 들은 적은 별로 없지만... 예전에 EBS FM에서 예전 소설 드라마처럼 읽어준 적 있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5-05-13 11:38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정말 화려한 배우 출연진들이라 듣는 맛이 쫄깃하더라구요. 라디오 드라마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소설인데 또 희곡 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다락방 2025-05-1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윌라 재구독 해야할까요..

거리의화가 2025-05-13 18:34   좋아요 0 | URL
아하하~ 다락방 님 선뜻 재구독하라고 말씀드리기는 그렇네요. 다락방 님 취향과 거리가 멀까봐서ㅎㅎ
예전에 토지 청취 때문에 윌라 구독했다가 해지한 이후에 이 책을 들어보고 싶어서 확인해보다가 14일간 무료 구독이라길래 겸사 겸사 들은 거였거든요. 무료 구독 가능하시다면 시도해보시는 것도 좋겠죠!^^

독서괭 2025-05-13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그 배우 김정민이 세운 출판사에서 나온 거죠? 오디오북용으로 먼저 제작되다니 흥미롭네요!

거리의화가 2025-05-13 18:36   좋아요 0 | URL
괭 님 이미 알고 계시다니! 혹시 아직 윌라 구독중이시라면 들어보셔요~^^
이 출판사에서 계속 오디오북 제작할 모양이더라구요. 이 책이 첫 주자였다는.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는 파렴치한 세상을 변혁하기 위한 고통을 우리는 얼마나 감내해왔을까? 착한 마음을 넘어 구조의 문제들을 얼마나 직시했을까?

사실 다윈의 진화론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전혀 아니다. 다윈에게서 생존하는 것은 강자가 아니라 적합한 자, 즉 적자다. 약육강식이 아니라 적자생존이 진화의 메커니즘인 것이다. 강하거나 우수해서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종이 자연에 의해 선택된다는 것이 다윈 진화론의 핵심이다. 그래서 공룡은 강했지만 멸종했고, 매머드도 코끼리보다 훨씬 크고 강했지만 멸종했던 것이다. 자연계에 ‘약한 것에서 강한 것으로, 열등한 것에서 우수한 것으로’ 따위 진화의 방향성은 없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사이에 힘과 문화적 상상력의 위계가 엄연했던 만큼이나 성애의 판타지도 가파르게 위계화되었다. 승리한 나라의 남성이 점령지 여인과의 가벼운 로맨스를 꿈꿀 때, 패배한 나라, 약소국 남성은 수치심과 회한으로, 때로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

사정을 몰랐다는 말이 변명이 될 수 있을까? 그들에 대한 연민으로 침략 전쟁을 정당화해도 좋을까? 그 무렵 한국의 인터넷 여론은 한술 더 떴다. "키워줬더니 베트남 따위가 건방지다"는 식의 혐오 댓글이 난무했다. 진보적이라는 커뮤니티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타자에게 입힌 상처를 기억할 때만, 우리가 입은 상처도 보듬을 수 있다. 그 균형을 잡기 전까지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과학사학자 김영식은 현대 한국 과학기술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으로 지나치게 실용적이고 공리주의적인 과학기술관을 꼽는다. 개화기 이래 과학기술이 주로 경제적 효용 달성이라는 도구적 측면에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이 동도서기론적 입장에서 역설적이게도 일제시기 지식인들에게 과학주의적 태도가 널리 퍼졌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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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세상에 쓸모가 없는, 힘이 되지 못하는 과학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세계적인 과학저술가 사이먼 싱은 말한다. "기술은 삶(그리고 죽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반면, 과학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과학자들의 동기는 유용성이나 편리함이 아니라 호기심이다."

‘작은 사람’이라고 해서 역사의 책임에서 면제되지는 않는다. 아니 작은 사람이야말로 역사를 더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성숙이 시작될 것이다.

적과의 싸움에 목숨 건 혁명가들이 동지가 밀정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몸서리를 쳤다. 의혹과 믿음 사이에서 흔들렸다.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한 독립혁명의 길에서 증오가 자랐다. 미움이 서로를, 스스로를 파괴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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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5-11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 전 좋았습니다. 화가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기대되네요.

거리의화가 2025-05-13 11:39   좋아요 1 | URL
어제 알라딘 시스템 접속이 계속 이상해서 댓글을 이제야 답니다^^;
저도 이 책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