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야기 1-1 - 동양문명, 수메르에서 일본까지 월 듀런트의 문명 이야기 1
윌 듀런트 지음, 왕수민.한상석 옮김 / 민음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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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둔지가 꽤 되었다. 윌 듀런트의 문명 이야기 시리즈는 본래 11권(동양, 그리스, 카이사르와 그리스도, 신앙의 시대, 르네상스, 종교개혁, 이성의 시대의 시작, 루이 14세의 시대, 볼테르의 시대, 루소와 혁명, 나폴레옹의 시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리즈 완간이 번역되길 기다리고 있었지만 르네상스 이후는 나오질 않았고 더는 나올 기미가 없는 듯하여 책장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책을 이제 읽어보기로 했다. 그래도 1-1, 1-2 동양 편은 예전에 한 번 읽었다. 아마도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펼쳐보면서도 ‘이걸 내가 읽었다고?‘ 너무 생소해서 민망함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문장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핵심 인물이나 사건 등이 낯설지만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면 다행스러운 점.

윌 듀런트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쓰는데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두꺼운 책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책의 앞부분에 한 번에 한 장 이상 읽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고 풉 하고 웃었는데 그말을 굳이 지키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나도 분량을 욕심내지 않고 읽었다. 이 책은 그렇게 읽어도 충분히 괜찮다.

책에서 말하는 ‘문명‘의 정의는 문화 창조를 촉진하는 사회적 질서이다. 문명은 경제적 요소(물자 비축), 정치적 요소(정치 조직), 철학적 요소(윤리적 전통), 문화적 요소(지식 및 예술 추구)로 구성된다. 문명은 지질(지리)적 요인, 경제, 정신적 요소(정치 질서, 통합된 언어, 윤리적 규범, 교육)로 가능한 조건이 된다.

수렵의 시대에서 경작의 시대로의 이행은 목축, 경작, 야금 기술 등의 발달이 이끌었다. 특히 불의 발견은 차원이 다른 발견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교역은 물물교환에서 시장, 상점 등에서 이루어지는 정기 무역 형태로 발전하였고 교역의 대상도 물건에서 점차 통화로 바뀌어나간다.
공동 소유, 공동 분배가 가능했던 사회는 내 몫을 갖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점차 사라졌고 노동과 계급이 분화되면서 불평등 사회가 시작되었다.

수메르는 2만년 전 수사 고원 지대를 중심으로 약 6천년간 살아남아 번영을 누렸다. 수메르인들이 살았던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잦은 홍수로 관개 시설을 개발해야 했다. 안정적인 물 공급을 통해 상업 활동이 활발해졌고 의학이 발전하였으며 달력을 만들기도 했다. 수메르인들은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을 판단하는 신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신관은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 막강한 지위를 누렸다. 이들은 점토판에 쐐기 문자로 길가메시 등의 글을 남겼고 집, 신전, 기둥과 둥근 천장 및 아치 형태를 처음 만들기도 했다.

이집트는 앞선 수메르와 마찬가지로 나일강의 잦은 범람으로 관개 용수를 통해 치수에 적합한 토양을 만들어 생활했다(이들은 나일강의 범람을 선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집트는 사실 나폴레옹이 발견하기 전까지 지금처럼 문명의 요람으로 알려지지는 못했다.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을 올 때 기술자와 화가 등을 데려와 이집트를 파헤치듯 탐사하여 지도를 제작하고 학자들에게 연구하게 만들면서 흐름이 시작된 것이다(이들의 제국주의와 침략주의적 성격은 잠시 내려놓기로 하자). 이집트의 파라오는 신관들의 도움을 받아 신성한 혈통과 권력, 지혜를 강조하며 각종 특권을 누렸다. 여자의 위치는 당시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재산을 소유하고 상속할 수 있었으며 정숙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등 자유로운 편이었다. 그리스인들이 이집트인의 지혜를 소중하게 여겼다는 사실을 통해 이집트의 철학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이푸웨르는 이집트판 쇼펜하우어였으며 죽음을 찬양하고 현재를 소중히 여기라고 말하는 스윈번도 있다). 수메르와 마찬가지로 이집트도 만물을 종교 대상으로 삼아 종교의 수도 많고 다양했다. 특히 토테미즘은 이집트 종교에 토착적인 요소로 중요했으며 특히 불멸성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바빌로니아는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유역을 중심으로 비옥한 토양에서 물자를 교역하며 생활했다. 바빌로니아 하면 법이 떠오르고 그 중에서도 함무라비 법전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함무라비 법전에는 사유재산, 부동산, 교역과 사업, 가족, 상해, 노동법 등 체계를 잘 갖춘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함무라비는 운하를 건설하여 홍수를 방지하고 도시를 보호하였으며 법전을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고 바빌론 역사상 가장 부유한 도시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바빌론은 신정국가였던만큼 도시마다 수호신이 있어 신들의 수만 해도 약 6만 5천에 달했다고 한다. 신관은 상인이자 금융업자일 정도로 신전의 부가 어마어마했다. 바빌로니아는 페르시아의 침입으로 2백년간 지배당하면서 몰락했다. 그러나 유럽의 종교에 영향을 주었고 수학, 천문학, 의학, 문법, 사전 편찬술, 고고학, 역사, 철학의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또한 건축술은 중세 첨탑과 종탑, 미국의 현대 건축에 영향을 주었다.

아시리아는 강력한 군대로 정평이 나 있던 국가다. 방대한 행정 체계를 갖고 있으면서도 도시에는 자치권을 주어 조공만 바치면 통치권을 주어 잦은 반란을 피했다. 학문과 예술은 수메르와 바빌로니아에서 상당 부분을 수입해서 썼으나 군대가 중요했던 만큼 군사적인 것들 위주로 받아들였다. 의학과 천문학도 바빌로니아의 것을 답습하였으나 도서관만큼은 훌륭했다고 알려져 있다. 건축은 웅장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얕은 돋을 새김 예술이 뛰어났고 템페라 그림 같은 독특한 예술 세계도 존재했다. 그러나 아시리아는 쌓은 부를 정복 사업에 의존하면서 차츰 그 힘을 상실했다.

유대는 성서에 따르면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그만큼 좋은 기후와 환경임을 의미)을 토대로 일어났다. 탐나는 자연 환경이었던 만큼 주변에서 호시탐탐 노리는 자들이 많았던 것 같다. 유대인들은 셈족이지만 사실 여러 부족의 연합체다. 다만 그들은 다른 민족과 교류하면서도 자신의 민족적 특성을 최대한 수호하려 애썼다고 한다.
솔로몬 시대에는 아라비아와 아프리카 교역로를 만들어 부를 늘리며 도시에서 산업이 흥기했다. 그러나 신전을 건설하면서 이스라엘은 고갈되어 프롤레타리아 계층은 늘었다. 유대인들은 신전 건축을 계기로 야훼라는 신에 단일성을 부여하여 숭배하기 시작했다. 유대인들은 이후에도 경전을 중심으로 생활했고 종교는 일상의 규법이자 정치적 기반이었다.

페르시아는 군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 조직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조직의 수장은 왕(크샤트리아)으로 절대 권력을 지녔으나 귀족들이 왕권을 어느 정도 제한했다. 왕권과 정부의 힘은 근위대와 상비군을 비롯한 군대에 있었다. 제국은 속주별로 분할된 행정 체계를 갖고 있었고 각 속주에는 장군을 파견하였으며 속주의 리더인 태수와 장군을 감시하는 대신을 파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아케네메스 왕조를 연 키루스는 관대한 제도로 제국을 반석 위에 세웠고 종교에 있어서도 관용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뒤를 이은 다리우스는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을 용납하지 않았으며 그리스와의 전쟁에서 패배의 쓴맛을 본 왕이기도 하다. 페르시아는 조로아스터교가 일어난 곳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다리우스 1세 시기 조로아스터를 국교로 삼은 바 있다. 조로아스터교는 다른 종교보다는 덜 호전적이었고 우상 숭배나 미신적인 요소가 적었으나 후에 이슬람교가 흥기하면서 그 폭발적인 힘에 밀려 세력이 감소한다. 페르시아는 자유로우면서도 개방적인 문화로 정평이 나 있었다. 여성들도 비교적 높은 위상을 차지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그 지위는 낮아졌다고. 페르시아는 뒤로 갈수록 왕권이 부패하고 타락의 길에 접어들었으며 제국 곳곳의 속주에도 왕의 구속력이 떨어지면서 반란이 이어져 그 힘이 약화되었다.

1권은 이 정도로 마무리된다. 2권은 앞선 곳보다 더 익숙한 인도, 중국, 일본의 문명 이야기가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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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다 시대에는 아직 대중적인 신조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인도의 아리아인들 역시 페르시아의 아리아인들처럼 개인의 불멸성을 믿는 단순한 신앙을 받아들였다. 영혼은 죽은 후에는 영원한 형벌이나 영원한 행복으로 들어간다. 영혼은 바루나에게 떠밀려 반은 하데스며 반은 지옥인 어두운 심연으로 떨어지거나, 야마(Yama)에게 들림을 받아 극락으로 들어간다. 극락에서는 세상의 모든 즐거움이 완벽해지고 끝없이 계속된다. "인간은 곡식처럼 썩어진다. 그러나 곡식처럼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라고 카타우파니샤드는 말했다. - P30

이성은 자기 고유의 영역이 있으며, 제반 관계와 사물들을 다룰 때는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영원한 것이나 무한한 것, 4원소의 실재적인 것 앞에서는 얼마나 무기력한가! 겉으로 보이는 모든 현상들을 받쳐 주고 있고 또 의식 세계로 표출되고 있으면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조용한 실재를대할 때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이런 감각들과 이성이 아니라 깨달아 알 수있는 모종의 다른 기관이다. "(세상의 근본 원리인) 아트만은 배운다고 얻어지는것도 아니며 책에서 배운 많은 지식이나 천재성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브라만은 배움을 멀리하고 어린이처럼 되는 것이 좋다. 브라만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혀를 피곤하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 최고의 깨달음은 스피노자(Spinoza)식으로 말하면 직접 감지하여 깨닫는 것이며 직접통찰하여 깨닫는 것이다. 베르그송(Bergson)식으로 말하자면, 고의로 영원한 감각의 출입구들을 최대한 닫아 버린 정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직관적으로 깨닫는 것이다. - P40

‘예물을 준비하고 참회하라. 세속적인 재물을 버리고 기도하라!‘
라마, 내세는 없습니다. 다 인간들의 헛된 희망이고 가르침일 뿐입니다.
현세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가련하고 헛된 미망을 버리십시오." - P49

그 자신의 말에 의하면 출생이란 모든 악의 근원이다. 하지만 출생은 끝없이 되풀이되며, 인간이 겪는 슬픔의 강을 계속 채운다. 어째서 출생은 중단되지 않는 것인가?? 만일 출생이 중단될 수 있다면 카르마의 법이, 영혼이 전생에서 지은 악을 속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환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사람이 변함없이 인내하며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하는 온전히 의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만일 생겨났다가 소멸 - P62

되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 없이 영원한 것들에만 생각을 묶어 둘 수 있다면, 아마 그 사람은 환생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의 악의 샘은 마르게 될 것이다. 만일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모두 다스리고 선행만 추구한다면 인류에게 가장 먼저 찾아온 가장 나쁜 미망인 개별성이 극복되어 그 영혼은 마침내 무의식 세계의 무한성으로 바뀔 것이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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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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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들은 한 번쯤 들었을 명언이나 지혜를 이 책에서 수차례 만났다.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관한 나열을 통해 어른에게서 삶의 지혜와 통찰을 듣는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이 책은 로마 제 16대 황제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전쟁터에서 쓴 것으로 사실상 현재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다.

그는 여러 학문에 관심이 많았는데 앞선 그리스 철학에 특히 애정을 쏟았다. 이 책에도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의 철학을 대리해서 만날 수 있다.
그가 살았던 당시는 스토아 철학이 유행했다. 갈등과 전쟁이 잦았던 시기인 만큼 죽음이 도처에 있었으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 관조하는 듯한 메시지가 책의 상당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로마 제국은 넓은 영토를 관할해야 했던 만큼 개인의 자유보다는 공동체를 위한 관용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그와 관련된 메시지도 함께 담겨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당대에도 덕으로 통치한 군주이자 현인이면서 이상적인 황제로 정평이 나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후대에 첨가된 요소도 있겠지만 바탕이 되어 있지 않았다면 받지 못했을 평가라고 생각한다.

인상 깊었던 메시지를 주제별로 뽑아본다면 다음과 같다.

역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죽음과 소멸에 대한 생각이다.
임종의 시간을 생각하라, 죽음은 소멸이나 변화일 뿐이다, 내 삶이 오늘 끝났다고 여기면서 (만약 남은 인생이 주어진다면) 자연에 순응하며 살라고 말한다.

˝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머지않아 소멸할 것이고, 그것들이 소멸하는 것을 보는 자들도 머지않아 소멸할 것이다. 가장 오래 산 사람이나 요절한 사람이나 매한가지가 될 것이다.˝

성공했다고 여기는 인생도 실패했다고 넋두리하는 인생도 결국 죽음에 이르는 길은 같다. 죽음은 어쩌면 수용하는 자세일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죽음은 언제고 닥칠 수 밖에 없다.

남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것도 그렇다. 사회가 올바르게 여기는 기준, 타인이 나에게 거는 주문이나 기대에 일희일비하다보면 인생의 길을 잃기 쉽다.

˝네 힘이 미치지 못하는 외부의 원인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네 자신으로 말미암은 원인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바르게 하라.˝
˝남의 조종을 받지 말라.˝

그 어려움 중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일들에 쉽게 좌절하지 않는가. 내부적 요인인 경우는 고심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겠지만 외부적 요인인 경우에는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연스레 이어지는 흐름일텐데 그래서 일상에서 부딪히는 작은 일에 소중함을 가지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삶도 당신에게 달려 있다. 사물을 지금까지 바라보는 대로 바라보라!˝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 햇빛과 바람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 길가에 핀 꽃들을 바라볼 수 있는 것,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등등 삶은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충분히 많다.

육체적 충동에 대한 저항, 정신과 이성(적 본질)에 대한 찬양도 눈에 띈다.

˝이성과 정신의 활동이 지닌 고유한 특질은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감각이나 충동의 활동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다. 감각이나 충동은 동물의 수준에 속한 것들이다. 정신의 활동의 목표는 감각이나 충동보다 우월한 것으로서 이 둘에게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지배하는 것이다. 감각과 충동을 활용하는 것이 정신의 본성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성급하게 판단하지도 않고 속지도 않아야 한다. 너를 지배하는 이성이 바른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면, 네가 나아가야 하는 곳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충동에 좌우되지 않고 정신을 고양하기 위해서 자신으로 돌아가 내면을 살펴보라는 메시지는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그리스 현학자들과도 맞닿아 있는 주제라 할 수 있겠다.

앞선 것들을 비롯해 여러 실용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만물이 서로 간에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방법을 익혀서 네 자신의 것으로 만든 후에, 그 방법을 사용해서 만물의 그러한 측면을 부지런히 연구해서 거기에 정통한 자가 되어라. 마음과 생각을 고결하고 고매하게 만드는 데는 그것보다 더 도움이 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만물의 변화를 살피면 학문을 연구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힌트를 얻었다.

도움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미래의 일을 걱정하지 마라, 만물은 서로 관련되어 있고 이 유대는 신성하다. 이 세상에는 서로 관련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변화 없이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갖고 있는 듯이 생각하지 마라. 오히려 내가 가진 것 중 제일 좋은 것을 골라내고 그것이 없다면 내가 얼마나 갈망했을까를 반성해보라 등등 도움이 되는 메시지들이 많다.

이 책은 길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완독 후에도 잠자기 전, 또는 이동하다가 하나씩 언제라도 툭툭 읽어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너무 뻔한 말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만큼 지금껏 살아 남은 메시지이니 새겨두고 내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시켜나간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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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ing in H Mart: A Memoir (Paperback) - 『H마트에서 울다』원서
Knopf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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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쉘은 부모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그러다 사춘기 이후가 되자 공부를 열심히 하길 원하는 부모의 기대와는 다르게 음악과 밴드 활동에 심취했다.
부모와의 갈등이 극에 달한 어느 날 엄마에게 병환이 닥친다. 밴드 활동도 중단하고 하던 일도 그만두고 미쉘은 엄마의 간호에 뛰어들게 되었다.

미쉘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과거의 나와 수없이 대면했다.

나의 어머니도 끊임없이 일하셨다. 불과 1~2 년전까지 바쁘게 일하셨지만 이제 더는 함부로 몸을 쓰면 큰일난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받고서야 비로소 일을 그만두셨다. 물론 그 전에도 나는 제발 좀 일은 그만하시라며 수차례 말씀드렸었다.
그치만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남동생들과 투병하는 아버지까지 계셔서 많은 돈이 드니 조금이라도 일을 해야 한다고 고집하셨던 것이다.

책 초반부에 미쉘이 엄마에게 하는 어떤 집착 같은 감정이 나는 좀 부담스러웠고 이해가 안 되었다.
그리고 미쉘과 다르게 나는 부모의 기대를 거스르는 아이는 아니었다. 첫째였고 책임감이 강한 편이었다. 그러나 어려운 살림 때문에 대학 진학을 원하는 곳으로 못하게 된 이후로 쌓여 있던 내적 불만이 있었고 10년 넘게 내가 번 돈은 집안의 생활비와 빚 청산으로 투입이 되었기 때문에 부모와의 관계는 점점 악화일로를 걸었다. 사실 이 불편한 감정은 지금도 현재지속형인지 모른다. 지금도 부모님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지긋지긋한 마음이 인다.

어머니는 20년 전쯤 뇌출혈로 한 번 쓰러지신 후 마비 증세가 와 회복이 되기까지는 5년이 넘게 걸렸다. 아버지는 사고로 다리를 잃은 이후 의기소침해지셨고 몇 년전 전립선에 문제가 생겼다가 최근에는 전립선암으로 2년 가까이 투병했다 겨우 회복되었다. 두 분 다 병마를 겪었지만 그럼에도 회복을 하셨다는 것이 다행일 것이다.

부모님께 전화드려야 하지 하면서도 솔직히 그러지 못한다(가 아니라 안한다). 부모님과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고 사실 어색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거의 매일 같이 카톡 메시지를 보내신다. 메시지를 받으면서도 답장조차 하지 않는 내 마음은 어쩌면 너무 무심한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스스로 부모님과의 관계에 경계선을 긋고 더 나아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 않는 방증이겠다. 잘 될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는 어머니의 문자에 답장을 짧게라도 보내고 가끔은 먼저 메시지를 보내보자 하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엄마!˝라는 외침 이외에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음식과 음악이 향수를 부른다는 생각이었다.

미쉘과 엄마 사이에는 김치 등 많은 한국 음식들이 있다. 내 어머니도 요리를 잘 하시는 편이었는데 결혼 후에도 이상하게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맑은 콩나물국이 생각나곤 했다. 옆지기가 콩나물국을 몇 번 끓여주었지만 결코 어머니가 끓여주신 그 맛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은 제사를 지내지 않지만 과거에 제사를 지낼 때는 갈 때마다 콩나물국이 먹고 싶었다며 너스레를 떨곤 했다. 누구나 이처럼 어머니를 생각하면 떠올리는 음식 하나 쯤은 있을 것 같다.

중학교 즈음부터 노래방 문화가 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머니는 나를 노래방에 데려가셨다. 그 무렵 장사 손님과 아버지를 상대하는 일로 스트레스를 풀고자 함이셨을 것이다. 어머니의 애창곡인 남진, 나훈아의 곡들을 나도 알게 되었고 덩달아 나도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장미의 미소, 처음 그 느낌처럼, 신인류의 사랑 등 애창곡을 불렀던 그 시간은 추억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10대 시절 어머니와의 좋은 추억이 있다면 그 때일 것이다. 미쉘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며 부르는 커피 한 잔을 보며 나도 그 시절 어머니와의 시간을 자연스레 생각했다.

죽음(과 병마)이라는 것은 언제라도 올 수 있다고 과거 현인들은 끊임없이 말한다. 미쉘의 엄마에게도 갑작스레 찾아왔던 것처럼 내 어머니, 아버지에게도 사고와 병환이 찾아왔었다.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사실 닥칠 일을 생각하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싶고 도무지 감정을 추스리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아무리 준비한들 완벽히 준비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결국 감내해야 할 일이고 마주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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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1-26 1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두 번째 읽는데요. 첫 번째보다 더 불편하고 힘든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예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그런거 같아요.
죄책감을 갖는 동시에 억울한(?) 마음도 있고요. 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이 책이 힘을 갖게 되었다는 생각도 합니다. 거리의화가님 이야기 읽다가 저도 엄마 생각을(어제 엄마한테 짜증 많이 냈거든요) 해보았습니다. 저는 반 정도 읽었어요. 얼른 읽으려고요^^
완독 축하드립니다, 거리의화가님!

거리의화가 2026-01-27 08:04   좋아요 1 | URL
부모, 특히 엄마와의 관계에 관한 글과 책은 늘 감정을 자극하게 하는 법인 것 같아요.
말씀하신대로 이 책에 5별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엄마와의 여러 복잡다단한 관계성을 잘 그려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제가 너무 냉담하다고 말씀하시거든요. 왜 그리 쌀쌀하냐면서... 죽기 전에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하라는 이야기를 매번 듣는데 참 어렵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반성했습니다.
2번째 읽으신다니 더 여운이 깊으실거라 생각해요. 완독을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6-01-2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뒤에 조금 남겨놓고 있어요. 엄마 얘기이니만큼 어쩔 수 없이 울컥하게 되는 장면들이 있는데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사람들이 와서 엄마의 시체를 데리고 나갈 때, 그 때 또 울컥 눈물이 나더라고요. 우리 엄마가 경험한 일이고 이제 내 일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 책은 시작할 때부터, 그러니까 이것이 엄마에 대한 딸의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부터 어떤 각오를 하게 되잖아요. 이 책을 읽다가 나는 좀 울컥할 것이다, 같은 거요.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고요.

그런데 영어 단어는 정말 어렵더라고요. 찾지 않고 내용 짐작하면서 그냥 읽고 있는데, 너무 어려운 단어, 처음 보는 단어가 많아서 읽기에 쉽지는 않은 책입니다. 완독 축하드리고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거리의화가 님! 저도 다 읽고나면 감상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잣죽을 한 번 만들어볼까 싶어져요. 하하하하하.

거리의화가 2026-01-28 09:15   좋아요 0 | URL
사실 리뷰하면서 줄거리를 간단히 썼다가 지웠어요. 아직 읽고 계신 분들이 많기도 했고 이 책은 독자마다 꽂히는 부분이 서로 다를 것 같아서 옮기지 않는 편이 좋겠더라구요.
말씀하신대로 이 책은 어느 정도 울음을 각오하고 읽게 된다는 것을 전제하죠. 저는 엄마 장례식에서는 미쉘이 감정을 꾹 참았다가 나중에 절친에게 가서야 감정을 터트리는 장면에서 많이 울컥했어요. 아마도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면 제게는 그 대상이 옆지기가 될 것 같은데... 항암하는 장면은 특히나 힘겹더라구요. 저희 부모님이 겪으신 일이기도 했고... 아픈 부모는 고통을 마주하기보다는 차라리 외면하고 싶어지는 것 있잖아요. 자식들 입장은 또 안 그럴테니까ㅠㅠ
단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써놨었는데 제가 리뷰에 빼먹었네요? 요리 재료, 의학 관련된 용어들은 특히 어려웠습니다. 단어를 막상 찾아보면 자주 쓰는 어휘나 필수 어휘라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도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함께 읽는 책이어서 덕분에 잘 읽을 수 있었습니다.
뒷부분 읽으면서 저는 다락방 님 생각 많이 했어요. 김치를 직접 만드시는 분이니까~ㅎㅎㅎ 완독 화이팅입니다!
 

이사야가 등장하기 전의 유대인들은 야훼를 모든 부족의 유일한 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모든 히브리인들의 유일한 신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모압인들에게는그들의 신인 그모스가 있었으며, 나오미는 룻이 계속 그모스를 충실하게 섬겨도 좋다고 생각했다. 바알세붑은 에글론의 신이었으며, 밀곰은 암몬의 신이었다. 이 민족들은 경제적 정치적 고립주의를 택하여 자연스럽게 그들의 신학적 독립성을 낳았던 것이다. 모세는 그의 유명한 노래에서 "야훼여, 신들 중에 주와 같은 자 누구입니까?"라고 물으며, 솔로몬은 "우리의 신은 모든 신보다 크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탐무즈는식자층을 제외한 모든 유대인들에게 받아들여졌다. 뿐만 아니라 그를 섬기는 의식이한때 유대에 널리 퍼져 있었으므로, 에스겔은 탐무즈의 죽음을 슬퍼하는 제의적인 울음소리를 신전에서도 들을 수 있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유대인 부족들은 이처럼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하고 있었으므로, 심지어 예레미야의 시대에도 그중 다수는 자체의 신들을 갖고 있었다. "유다여, 너의 신들이 너의 성읍 수와 같도다." 그러므로 이 음울한 예언자는 그의 백성들이 바알과 몰록을 섬기는 일에 계속 저항한다. 다윗과 솔로몬의 치세에 정치적 통일성이 점점 견고해지고 예루살렘의 신전이 종교의 중심지로자리를 잡아 가면서 신학이 역사와 정치를 반영하게 되자, 야훼는 유대인들의 유일한신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예언자들이 등장할 때까지는 이런 단일신교(henotheism)를 넘어 유일신교(monothcism)의 방향으로 조금도 발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히브리 - P506

아모스와 이사야는 그리스도교와 사회주의의 모태이며, 가난과 전쟁이 인간의 형제애와 평화를 깨뜨리는 일이 없는 유토피아의 물줄기가 흘러나온 원천이다. 그들은 유대인들의 현세적인 권력을 다시 확립해 주고, 무산자들이 인류를 통치하는 독재 시대를 열어 줄 메시아에 대한 유대인의 초기 개념을형성해 준 근거다. 이사야와 아모스는 호전적인 시대에 단순성과 온유함, 협력과 우정이라는 덕목을 높이기 시작했으며, 예수는 이런 덕목들을 자신이 내세우는 신조의 기본 요소로 삼았다. 그들은 "만군(萬軍)의 주"를 "사랑의 주"로다시 만들어 내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한 최초의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야훼를내세워 인도주의를 펼쳤다. 19세기의 급진론자들이 그리스도를 내세워 사회주의를 펼쳤던 것처럼 말이다. - P515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 법전은유대인의 생활을 묘사해 놓은 기록이라기보다는 율법(사실상 "신관들의 유토피아"일 뿐이었다는 점이다. 다른 법전들처럼 그 법전 역시 어기는 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대단히 존중되었고 위반되는 경우마다 새로운 칭송을 받았다. 그법전은 사람들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유대인들이 2000년간 유랑 생활을 하는 동안 그들에게 무형의 정신적 국가, 즉 하이네 (Heine)가 말한 것처럼 "이동식 조국"을 주었다. 온갖 이산(離)을 겪었어도 그들에게 통일성을 유지시켜주었고, 온갖 패배를 당했어도 자부심을 유지시켜 주었으며, 우리 시대에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강인한 불멸의 구성원들을 안겨 주었다. - P539

제국은 본성상 곧 무너지기 마련이다. 제국을 세웠던 활력이 그 제국을 물려받은 사람들에게서 사라지는 순간, 식민지의 민족들은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기 위해 싸울 힘을 비축하기 때문이다. 또한 언어, 종교, 도덕, 전통이 서로 다른국가들이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어 그 상태를 오래 유지한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 통일체에는 유기적인 끈이 없으므로 인위적인 결속력을유지하려면 강압이 계속 동원되어야 한다. 그러나 페르시아 제국은 이런 이질성과 원심력을 완화시킬 수 있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결속력이 없는 여러 국가들을 지배하는 것으로 만족하고는 그 국가들을 하나의 통일 국가로 만들려는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 통일체를 보존하는 일은 해마다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왕의 구속력이 느슨해지면서 태수들의 대담함과 야망도 점점 커졌다. 태수들은 자신들과 권력을 공유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제한해야 하는 임무를 지닌 장군들과 대신들을 매수하거나 위협하여 임의로 군대와 자금을 키워 나가면서 왕과 맞설 음모에 계속 가담했다. 반란과 전쟁이 계속되면서 왜소해진 페르시아는 활력이 고갈되었다. - P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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