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쉘은 부모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그러다 사춘기 이후가 되자 공부를 열심히 하길 원하는 부모의 기대와는 다르게 음악과 밴드 활동에 심취했다.
부모와의 갈등이 극에 달한 어느 날 엄마에게 병환이 닥친다. 밴드 활동도 중단하고 하던 일도 그만두고 미쉘은 엄마의 간호에 뛰어들게 되었다.
미쉘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과거의 나와 수없이 대면했다.
나의 어머니도 끊임없이 일하셨다. 불과 1~2 년전까지 바쁘게 일하셨지만 이제 더는 함부로 몸을 쓰면 큰일난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받고서야 비로소 일을 그만두셨다. 물론 그 전에도 나는 제발 좀 일은 그만하시라며 수차례 말씀드렸었다.
그치만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남동생들과 투병하는 아버지까지 계셔서 많은 돈이 드니 조금이라도 일을 해야 한다고 고집하셨던 것이다.
책 초반부에 미쉘이 엄마에게 하는 어떤 집착 같은 감정이 나는 좀 부담스러웠고 이해가 안 되었다.
그리고 미쉘과 다르게 나는 부모의 기대를 거스르는 아이는 아니었다. 첫째였고 책임감이 강한 편이었다. 그러나 어려운 살림 때문에 대학 진학을 원하는 곳으로 못하게 된 이후로 쌓여 있던 내적 불만이 있었고 10년 넘게 내가 번 돈은 집안의 생활비와 빚 청산으로 투입이 되었기 때문에 부모와의 관계는 점점 악화일로를 걸었다. 사실 이 불편한 감정은 지금도 현재지속형인지 모른다. 지금도 부모님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지긋지긋한 마음이 인다.
어머니는 20년 전쯤 뇌출혈로 한 번 쓰러지신 후 마비 증세가 와 회복이 되기까지는 5년이 넘게 걸렸다. 아버지는 사고로 다리를 잃은 이후 의기소침해지셨고 몇 년전 전립선에 문제가 생겼다가 최근에는 전립선암으로 2년 가까이 투병했다 겨우 회복되었다. 두 분 다 병마를 겪었지만 그럼에도 회복을 하셨다는 것이 다행일 것이다.
부모님께 전화드려야 하지 하면서도 솔직히 그러지 못한다(가 아니라 안한다). 부모님과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고 사실 어색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거의 매일 같이 카톡 메시지를 보내신다. 메시지를 받으면서도 답장조차 하지 않는 내 마음은 어쩌면 너무 무심한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스스로 부모님과의 관계에 경계선을 긋고 더 나아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 않는 방증이겠다. 잘 될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는 어머니의 문자에 답장을 짧게라도 보내고 가끔은 먼저 메시지를 보내보자 하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엄마!˝라는 외침 이외에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음식과 음악이 향수를 부른다는 생각이었다.
미쉘과 엄마 사이에는 김치 등 많은 한국 음식들이 있다. 내 어머니도 요리를 잘 하시는 편이었는데 결혼 후에도 이상하게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맑은 콩나물국이 생각나곤 했다. 옆지기가 콩나물국을 몇 번 끓여주었지만 결코 어머니가 끓여주신 그 맛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은 제사를 지내지 않지만 과거에 제사를 지낼 때는 갈 때마다 콩나물국이 먹고 싶었다며 너스레를 떨곤 했다. 누구나 이처럼 어머니를 생각하면 떠올리는 음식 하나 쯤은 있을 것 같다.
중학교 즈음부터 노래방 문화가 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머니는 나를 노래방에 데려가셨다. 그 무렵 장사 손님과 아버지를 상대하는 일로 스트레스를 풀고자 함이셨을 것이다. 어머니의 애창곡인 남진, 나훈아의 곡들을 나도 알게 되었고 덩달아 나도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장미의 미소, 처음 그 느낌처럼, 신인류의 사랑 등 애창곡을 불렀던 그 시간은 추억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10대 시절 어머니와의 좋은 추억이 있다면 그 때일 것이다. 미쉘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며 부르는 커피 한 잔을 보며 나도 그 시절 어머니와의 시간을 자연스레 생각했다.
죽음(과 병마)이라는 것은 언제라도 올 수 있다고 과거 현인들은 끊임없이 말한다. 미쉘의 엄마에게도 갑작스레 찾아왔던 것처럼 내 어머니, 아버지에게도 사고와 병환이 찾아왔었다.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사실 닥칠 일을 생각하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싶고 도무지 감정을 추스리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아무리 준비한들 완벽히 준비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결국 감내해야 할 일이고 마주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