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 세계철학사 시리즈를 완독하면서 여러 권의 책을 찜해서 장바구니에 채워 넣었다. 보관함에 넣어 놓은 책들은 애써 보지 않으면 결국 지나치게 되더라. 그렇게 주워 담은 책들이 법의 힘, 광기의 역사, 기억의 에티카 세 권이다. 추가로 비코의 책은 <오리엔탈리즘> 책을 재독하고 있는 중에 체크해 놓았다가 담은 책이다. 이 책들과 커피 1킬로그램을 샀더니 예상대로 10만원은 훌쩍 넘어가버렸다. 



서양 근대의 구조주의는 합리주의의 또 하나의 형태로 데카르트의 이원적 구도를 삼원적 구도로 변화하는 시도였다. 현상이 실재(계)라면 구조(이미지)는 상상계(추상/상징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언어를 통한 의미를 계열화(수직화)하고 타인의 존재에 대해 관심을 두었다. 라캉, 푸코, 레비나스, 데리다 중 나는 푸코와 데리다에 관심이 갔다. 


미셸 푸코는 배제, 감금, 수용 등의 구조를 통해 지식-권력의 관계를 분석해내고 주체의 존재, 행위가 문제화되는 순간에 대해 밝히려 노력했다. 그는 또 ‘담론’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어서 주목을 끌었는데 책 <오리엔탈리즘>에서도 ‘지식과 현실은 담론을 낳고 담론의 내부에서 생긴 텍스트의 내용에 대한 본질은 담론의 실체적 존재나 무게다(P172)’와 같이 다루어지고 있다. 여러 책들 중 <광기의 역사>를 택한 건 그의 대표작이기도 하지만 제도가 인간에게 던지는 질문과 한계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데리다는 유대인으로서 사유하고 저항하면서도 자신에게 존재하는 배타성에 대해서도 저항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철학자들과 차별점을 두었다. 그는 마르크스 철학을 비판한 것으로 유명해서(이 책을 들여다보기 전 마르크스부터 독파해야 하는 건가) 이것이 아무래도 내게 책 선정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 책이 후에 발터 벤야민의 철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해서 또한 기대가 된다.


다카하시 데쓰야의 책은 제목과 부제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듯 20세기의 세계사적 전쟁들에서 역사적 폭력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해서 담고 있다. 아무래도 한나 아렌트의 철학과 비교해서 엿볼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그 전에 아렌트 책부터…). 


얼마 전 <딕테>를 읽으면서 탈식민주의와 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한 성찰과 인식에 대한 공부를 더 해보자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세 권의 책이 이 책과도 여러 모로 연결해볼 수 있는 지점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비코는 <오리엔탈리즘>에서 여러 번 거론되는 철학자다. 비코는 문화인류학 및 민족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에드워드 사이드가 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특히 <새로운 학문>이 <오리엔탈리즘>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더군다나 비코는 마르크스에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마르크스의 경제관이 그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런데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읽어봐야지^^












연말이면 한 해에 출판된 책들 중 엄선된 책을 중심으로 한국출판문화상을 가려 뽑는다. 학술서 부문에서 <DMZ의 역사>, <세계철학사 1~4>,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 <울산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가 후보에 오른 것이 보였다. 이중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 이외에는 모두 읽었다. 교양서 부문에서 <헌법의 순간>,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가 후보 부문에 올랐고, 번역서 부문 후보에 오른 책 중 <북으로 간 언어학자 김수경>, <감정의 문화정치>,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이 눈에 들어왔다. 이 중 김수경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은 수확이고, 샹탈 자케의 책은 비록 읽지는 못했지만 구입은 해 두어서 다행이다. 편집 부문 후보 에는 <한국여성문학선집>, <520번의 금요일>이 올랐다. 뽑은 책들 중에서 눈에 들어온 책은 당장은 못 읽어도 시간을 두고서 도서관을 통해서라도 구해 읽어보도록 하려고 한다.




12월은 정말 너무 읽은 책이 없지만 그마저도 읽은 책들 중 아직도 리뷰를 못 쓴 책들이 남아 있다. 결국 안 쓴 것은 핑계겠지. 부디 해를 넘기지 않고 리뷰라도 쓰고 넘어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달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남은 날들이 3일 뿐이어서 남은 날들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꺼운 책은 불가능하니 얇은 책으로 한 두권 정도만 읽자 싶다. 이북으로 담아둔 한강의 책을 읽는 것도 괜찮겠다. 



한동안 사진 찍을 마음의 여유도 없이 살았던 것 같아서 어제, 오늘 산책하면서 사진들을 찍었다. 어제는 그냥 걷기만 했고 오늘은 필라테스 나가서 유산소 및 기구 운동을 했다. 할 때마다 ‘너무 힘들다.’ 소리가 나오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조금이라도 근육이 만들어지기를 하는 소망을 갖게 된다.





오늘 오전 안타까운 비보를 들었다. 2024년 12월은 여러 모로 나라에 악재가 끊이질 않는 것 같다. 우려와 탄식 속에서도 부디 하나씩 정돈되기를 바라고 있다. 

연말인데도 뒤숭숭한 분위기 때문인지 마음이 휑하다. 그렇지만 또 지금 이 순간을 외면하지 말고 주어진 매일을 최선으로 살자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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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12-29 1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맘이 휑하고 자꾸 한숨만 나와서 책을 못읽겠어요.
맘 아픈 뉴스들만 자꾸 들리니
정신이 멀쩡한 저도 우울해집니다.
비문학은 저랑은 좀 멀어져 있는데 좋은책들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한 해 마무리 잘하시길요~~

희선 2024-12-30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해 얼마 남지 않은 때 사고가 일어나다니, 그 소식 보고 놀랐습니다 식구분들은 무척 슬프겠습니다

거리의화가 님 2024년 남은 날 잘 보내시고 새해 잘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마을과 세계 -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의 삶과 시대 계명대학교 여성학연구소 전환의 시대와 젠더 번역총서 1
마리아 미즈 지음, 안숙영 외 옮김 / 에코리브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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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마을과 세계‘ 혹은 ‘세계와 마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다. 이런 긴장을 관리하려면 큰 힘이 필요하지만 나는 서로 다른방향으로 이끌리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이는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힘, 삶에 대한 열정을 주었다. - P316


오늘날 신자유주의 기반의 세계에서 사는 인간에게 과연 좋은 삶이란 가능할까. 마리아 미즈의 책을 읽기 전, 다 읽고 난 뒤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이 책은 마을과 세계 사이를 오간 마리아 미즈의 삶의 여정을 담은 회고록이다. 개인의 삶은 사회와 무관할 수 없기에 그녀가 산 시대의 역사와 사회상을 자연스레 알 수 있었고 그녀가 왜 에코페미니스트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미즈는 어릴 적 농촌 마을에서 자급자족하는 시스템 하에 생활하며 자랐다. 어머니의 삶을 보면서 스스로의 삶을 계속 유지하려면 책임져야 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배웠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했기에 ‘자급자족’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심화시킬 수 있었다고 여긴다.

당시 기독교 하의 독일 사회는 15살 이후 소녀는 하녀로 일하다 자연스레 결혼 수속을 밟는 것이 일상적이었지만 미즈는 이를 거부하고 16살에 학교에 들어갔다. 기존 체제에 대한 그녀의 첫 번째 거부이자 삶의 전환이었다.


사랑을 하면서 인도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이는 자신의 삶과 세계에 대한 시야를 넓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졸업 후 교사가 되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느끼면서도 세계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열망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낭만적인 꿈보다 불완전한 현실이 좋다.”를 받아들여 인도로 출발하게 되는데 이것이 그녀의 두 번째 삶의 전환이었다. 인도에 머무는 동안 인도 사회와 계급 제도에 대한 현실을 확인하면서 의문을 품는데 이 경험은 향후 그녀의 삶을 이끄는 하나의 축이 된다. 


미즈는 1968년 학생 운동을 시작으로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 여성 운동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사회와 만났다.

인도 여성 운동을 하다가 1975년 비상법이 선언된 인도 정부에서 농촌 및 도시 빈곤층 남성에 강제 불임 시술을 하고 좌파 탄압을 실시하자 인도 중산층 남자와 결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자본주의는 생산적, 가시적 노동만을 화폐 단위로 측정하여 부를 계산하는데 미즈는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그럼 그녀의 대안은 무엇일까. 바로 자급 관점이다. 자급은 삶을 직접 유지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을 두지 않는 개념이다. 상품 및 잉여 가치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시스템과는 정 반대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급 관점은 필연적으로 생태, 사회, 정치, 문화, 경제의 기반 위에 존재한다. 이는 도시와 농촌, 빈국과 부국 어디서나 가능하며 다양한 문화적·생물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할 수 있다. 자급 관점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시작했으며 이 다양성을 존중하고 유지한다. - P213

과연 자급을 이용해 필요 속에서 자유를 구할 수 있을까? 남녀 사이에 평화가 찾아올까? 미즈는 자급 관점을 위해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지배를 반드시 극복해야 하며 좋은 삶을 향한 방향의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이 전제조건의 해결이 애당초 쉽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에 회의가 일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집필할 무렵 페미니즘의 주류 의견은 ‘여성은 남성과 별개로 생각을 세우고 이론, 실천에 익숙해지며 남성이 주요 업무를 한다는 통상적 이론에 참여 제한을 해야 한다.’였다. 그러나 마리아 미즈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차이가 아니라 가부장제와 식민주의 자본주의 하의 착취와 억압의 경험이라는 공통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들과 거리를 두었다. 

오늘날에도 여전한 페미니즘의 의견들 중 좁혀지지 않는 답이 아닐까 한다.

기술과 진보가 여성 해방에 도움이 되었는가. 예를 들면 피임약과 재생산 기술은 여성의 신체에 대한 속박을 자유롭게 해주지 않았는가. 그러나 미즈는 이 의견을 비판하는 입장에 있었다. 


에코 페미니즘은 서구 산업 국가의 소비 모델이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부아르는 ‘여성이 월경, 임신, 출산의 주기를 통제하고 정복할 때까지는 남성에게 문화적 성취에서 배제당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기술과 도구, 여성과 육체 사이의 관계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난 바나나를 원해요.” “우리가 온 세상을 짊어져야 합니까? 여성 문제를 계속 다루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이 말이 뜻하는 바를 바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 교통만을 이용해서 삶을 지속할 수 있는가. 아이와 함께 이동하는 엄마로서는 대중교통만으로 다닌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만일 세계적 자유 무역에 반대한다면 대안으로 어떤 경제와 사회를 제시하시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들이 "대안은 없다" 증후군을 거부할 때 시작한다. - P310


그러나 기술과 진보는 세계를 전쟁터로 몰아 넣었고 자급자족 사회를 파괴, 빈곤의 나락에 빠뜨리며 서구 산업국 시스템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자본은 끊임없는 개발을 추구하면서 경쟁을 추구하게 한다. 세계적 자유 무역은 성장을 촉진해야 번영을 꿈꿀 수 있다고 입김을 불어넣는다. 미즈는 다른 세계를 꿈꾸어야 하고 이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세계화 대신 지역화를, 텃밭 가꾸기를, 공동체적인 삶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나 일개 개인인 나로서는 편리함을 포기하고 대안을 찾고 행동하는 일이 참으로 요원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와 소비 모델에 편승하는 일은 세계와 구성원들을 파괴하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이를 위한 작은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미즈의 ‘좋은 삶’이란 말이 계속 머릿 속에서 되뇌인다. 부디 나도, 너도, 우리도 좋은 삶을 살 수 있기를. 


좋은 삶이란 일의 부담과 즐거움, 만족, 창의성, 공동체 의식을 분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인간은 함께 살고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삶은 일을 마친 후에 오는 것이 아니라 일의 일부가 돼야 한다. 현대 사회의 불행은 대부분 일과 ‘자유 시간‘ 모두에 즐거움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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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2-29 1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뒷부분 조금 남겨두고 있는데요 마리아 미즈에게 내내 감탄하고 동의하며 읽고 있습니다.
완독 축하드리고 읽느라 그리고 이렇게 정리도 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우리가 농부의 오두막에 들어갔을 때 어머니와 침대에 앉은 다른 딸이 있었다. 아버지는 나중에 들어왔다. 곧 이들이 입을 열지 않을 것이 - P296

분명해졌고, 특히 빚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려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잠시 뒤 나갔다. 그런데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침대에 앉은 둘째 딸이 포르노 잡지를 보는 것이었다. 아마 그녀는 방콕이나 푸켓에서 성매매 여성으로 일할 ‘경력‘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역 전체가 세계 농업 시장에 무릎을 꿇었다. 소규모 자급농들은 이제 자신, 지역, 수출 시장을 위해 타피오카를 재배하도록 강제당했다.
특히 돼지 사료용 타피오카를 가공하는 농산업은 유럽 육류 산업 확장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태국 농민들은 빚을 지고, 농장을 팔고, 최후의수단으로 딸들을 팔아야 했으며 이들은 방콕과 태국 남부의 관광 천국에서 유럽과 미국 남성을 섬겨야 했다. 그러므로 정부, 유엔, 세계은행이 개발이라고 부르는 것의 종착역은 성매매다. - P297

민영화에 이용하는 주장은 건강, 교육, 에너지, 물에 공통이다. "오, 여기에비용이 이만큼 드니 전액 회수해야 하는데 민영화야말로 사회가 실제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길이다"로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반다나 시바, "여성이 GATS를 멈춘다! 회의, 쾰른, 2003년 5월 9일).
반다나 시바는 민영화가 다국적 기업의 이윤과 권력으로 이어지고,
천연자원은 모두 ‘원료‘와 사유 재산이 되며 산업을 통해 가공한 후에만 ‘가치‘가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수에즈 사는 갠지스강의 물을 ‘가공‘ ‘문명화‘하고 물론 판매해야 하는 ‘원수(原水)‘로 정의 - P300

했다. 그녀는 이런 신자유주의 정책의 희생자는 지구 그 자체, 농민, 특히 여성이라고 보고했다.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갠지스 물 프로젝트로영향을 받은 마을을 방문했는데, 밭이 메마르고 물을 구하려면 너무나먼 거리를 걸어야 하게 된 뒤 여성 100명 이상이 자살을 기도했다. 그들은 절망에 빠져 말했다. "강가는 언제나 우리의 어머니였어요. 이제그녀는 우리의 무덤이 됐어요. 아시다시피 우리가 물에서 할 수 있는일은 빠져 죽는 것뿐이에요"(Shiva, 2003b). - P301

"만일 세계적 자유 무역에 반대한다면 대안으로 어떤 경제와 사회를 제시하시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들이
"대안은 없다" 증후군을 거부할 때 시작한다. - P310

나는 오랫동안 ‘마을과 세계‘ 혹은 ‘세계와 마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다. 이런 긴장을 관리하려면 큰 힘이 필요하지만 나는 서로 다른방향으로 이끌리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이는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살아갈 힘, 삶에 대한 열정을 주었다. - P316

좋은 삶이란 일의 부담과 즐거움, 만족, 창의성, 공동체 의식을 분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인간은 함께 살고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삶은 일을 마친 후에 오는 것이 아니라 일의 일부가 돼야 한다. 현대 사회의 불행은 대부분 일과 ‘자유 시간‘ 모두에즐거움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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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로자 룩셈부르크의 <자본의 축적》 (Luxemburg, 1913)을 읽은 사람은 베로니카였다. 그녀는 룩셈부르크가 ‘자본 축적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고전적 프롤레타리아트를 착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비자본주의 환경‘도 점점 더 많이 이용해야 한다는 점을 어떻게 증명했는지 우리에게말했다. 그녀는 이 ‘비자본주의 환경‘이 농민, 소규모 수공업자, 일용직 - P176

및 식민지 노동자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유엔에서 정한 ‘비공식 부문‘
의 착취는 필연적으로 이들의 생계를 파괴한다(Bennholdt-Thomsen, 1981, PP.16~21).
"그것이 자본주의에서 여성의 노동이야." 베로니카는 말했다. "가사노동은 소위 비자본주의 부문에 표면적으로 속할 뿐이야. 자본주의는농민, 식민지, 자연을 대하는 것과 같은 식으로 (가사 노동을) 착취하고합리화하는 거야."
로자 룩셈부르크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우리가
‘자급 생산‘이라고 부르는 것을 설명할 방법을 보여주었다. - P177

경제에 대한 주류 개념은 수면 위에 위치한 가시 경제, 즉 자본과 임금 노동 또는 소위 공식 부문으로 한정되어 있다.
비가시 경제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숨기고 무시하는 다양한 층위의 노동으로 구성된다. 혹은 자연에서 비롯한 생산과 같은 자유재로 정의한다. 이런 층위는 ‘수면‘ 위의 경제, 즉 공식 부문의 화폐나 자본 경제와근접성에 따라 아래서 위로 정렬한다. - P193

자급 관점은 필연적으로 생태, 사회, 정치, 문화, 경제의 기반 위에 존재한다. 이는 도시와 농촌, 빈국과 부국 어디서나 가능하며 다양한 문화적·생물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할 수 있다. 자급 관점은 이미 다양한방식으로 시작했으며 이 다양성을 존중하고 유지한다. - P213

나는 식물·동물. 사람의 유전자 조작이 자본의 만족할 줄 모르는, 성장에 대한 갈증을 충족하는 데 필수라는 점을 이해한 후로 유전공학과재생산 기술에 반대하는 운동, 특히 모든 생명체에 대한 특허에 반대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과학자들은 이런 기술을 필요하게 만들 방법과 이유를 개발한다. 어떤 회의에서 한 젊은 남성 유전학자는생명 특허에 대한 나의 비판에 "만일 유전자 혁신에 대한 특허가 없다면 대체 누가 유전공학 연구를 계속하려고 하겠어요?"라고 반박했다. - P237

나는 성공, 갈등, 패배의 관계에 대해 생각했고 다른 페미니스트 프로젝트와 재단, 견딜 수 없는 사회 조건에 대한 분노로 ‘아래서부터‘ 발전한 사회 운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유사한 과정을 발견했다. 처음에 나는 돈이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돈은 초기의 열정적 협력 집단을 부식시.
키고, 평등주의적 협력을 경쟁. 다수결 · 파벌로 변질시켜 마침내 원래의 급진적 목표에 변화를 가져왔다. 나중에 나는 사회 이니셔티브나 운동을 익숙한 위계 구조로 되돌리는 데 돈이 중요하지만, 유일한 요소는아님을 이해했다. 처음의 열정을 파괴하는 것은 돈과 물질을 향한 경쟁외에도 가시성, 명성, 평판, 유명세에 대한 집단 구성원 개개인의 욕구이기도 하다. 또한 큰 운동은 대중 매체로부터 영향을 받는데 이는 체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계획과 운동이 겪는 ‘정상화와 수용‘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 P244

과거와 현재의 부르 - P257

주아, 사회주의자, 여성 운동 및 그 목표를 연구한 결과, 나는 단순히남성과 같은 지위에 오르는 것은 아무 의미 없음을 깨달았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계급 갈등이 사회의 주요 갈등이라고 선언했다. 그들은선 계급 투쟁에서 승리해야 법적 ‘평등‘을 확립해 (그들이 ‘2차 갈등‘이라고부르는) 성별 갈등의 잔재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민법에서는 남성과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명시한다. 그러나 우리는 가부장제가 자본주의보다 훨씬 오래되었음을 안다. 시민 혁명, 사회주의 혁명, 혹은 둘 모두를통해 여성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우리의 희망은 차별금지법이라는 위장에도 불구하고 실현되지 않았다. - P258

‘어머니 문제‘로 많은 여성이 시몬 드 보부아르처럼 기술 진보를 여성 해방의 도구로, 비판 없이 바라보는 것이 명확해졌다. 보부아르가 - P260

생각한 해방은 여성이 월경, 임신, 출산을 의미하는 ‘야생의 성적 주기를 통제하고 정복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남성 세계의 문화적 성취에서배제당할 것이라는 이해에 기반한다. 보부아르는 통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도구뿐만 아니라 여성과 그녀의 신체 사이 관계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은 자신을 둘로, 즉 통제하는 머리인 ‘인간‘
부분과 하체인 ‘동물‘ 부분으로 나누어야 한다. 이런 도구적 접근 방식에 대한 숭배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서도, 특히 자기 몸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놀랍고위험한 형태로 나타났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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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쿠데타는 실패했지만, 준비된 작전이었다. - P17

선관위는 공정한 선거 관리, 정당과정치자금 관련 사무를 담당한다. 국회와법원, 헌법재판소와 같은 지위를 갖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라 계엄이 발동돼도 병력을 투입할 수 없다. 계엄군의 선관위 점령은 헌법과 법률에도 근거가 없는 명백한 위헌, 위법 행위다. 이번 비상계엄이위헌적·반헌법적 친위 쿠데타로 지목되는 이유 중 하나다. - P20

선관위는 윤석열 담화 직후, 2023년 10월10일 공개한 ‘선관위 정보보안시스템 점검 결과‘를 기자들에게 재배포했다. 자료에는 ‘선거 시스템 해킹 가능성이곧바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연결되지않는다‘ ‘선거 조작은 불가능하다. 근거없는 주장은 선거 시스템 신뢰를 떨어뜨려 사회 혼란과 민주적 정당성 훼손 위험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선관위보안 점검에는 국정원이 참여했다. 윤석열의 주장은 사실관계가 틀릴 뿐만 아니라 극우 유튜버 등 가짜뉴스 선동 세력의주장 및 요구와 판박이다. 대통령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음모론에 따라 동원했다는 사실을 직접 자백한 셈이다. - P22

미국의 관심은 이제 ‘과거‘가 되어버린 윤석열이 아니다. 이들은 ‘누가 정당성을 획득한 다음 책임자가 될 것인가‘를 묻는다. 외신들은 윤석열의 대통령 하야를전제한 상황에서 이후 벌어질 수 있는 갈등에 주목한다. 예컨대 <뉴욕타임스>는 "대통령이 법적 권한을 가진 상태로 구속되면 감옥에서도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있다"라는 주장을 소개하며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구속 여부로 대통령 권한이 무력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즉 민주적 절차에 따른 사퇴, 그리고 정권 이양이지연되는 지금의 상황이 ‘계엄 쇼크‘를 여전히 지속시키는 한국의 가장 큰 정치적리스크라고 보는 것이다. 관건은 계엄 해제를 통해 보여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이 국내 정치를 안정화하는 과정에서도 발휘될 것인가이다. - P31

과거에는 일단 언론기관을 사전검열하는 선에서 기본권을 억압하고일반인의 행위는 ‘유언비어‘에 한하여 금지했다고 한다면, 이번 포고문은 언론과출판으로 대표되는 ‘기성 미디어‘ 행위보다 보통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벌이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 일반에더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문장 구성이 매우 난삽하여, 이게 내란적 허위 정보의 유포를 금지하겠다는 건지, 모든 종류의 허위 표현의유포는 물론 생성까지)을 금하겠다는 건지도 불분명하다. 지금의 미디어 환경으로 보면 사실상 국민의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금하는 조치로까지도 확장될 수 있는데, 이게 온당함을 넘어 과연 가능하다고 생각이나 한 걸까? 자의적이고 선별적으로 처벌하겠다는 말 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 - P37

한국에서 부모가 미등록 이주 노동자이면 자녀도 미등록 이주 아동이 된다. 분명 존재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않는 아이다. 주민등록번호도, 외국인등록번호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어떤 혜택이나 지원도받을 수 없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도갈 수 없다. - P49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2021년 4월 법무부가 ‘국내 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을 내놓았는데, 이에 따르면 미등록이주 아동이더라도 국내에서 출생해 15년 이상 국내에 머물렀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업을 위한 체류자격(D-4)이 나오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더라도 1년간 임시 체류자격 (G-1)을 얻을 수 있다. ‘국내 출생, 15년 이상 국내거주‘ 조건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나오자 법무부는 개선안을 발표해 2022년 1월 외국에서 출생했더라도 여섯살 미만일 때 입국해 6년 이상 국내에서살아온 아동에게도 체류를 허락했다. 하지만 이 구제 대책은 임시 제도로, 3개월 뒤인 2025년 2월28일자로 종료된다. - P49

‘고리대 승수효과‘는 대부업체가 수익을 벌어들이는 제1의 원리다. 예를 들어 40만원을 빌려 일주일 후 이자를더해 60만원을 갚는 대출상품 (연이율2600%)을 이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일주일 내에 돈을 갚지 못하면 빚은 40만원에서 150%로 커진 60만원이 된다. 이제 채무 원금은 60만원으로 재설정된다. 고리대승수효과는 이자가 원금에 포함되면서 빠르고 기하급수적으로 채무를 불리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 채무자는 60만원을 빌려 일주일 후 90만원을 갚아야 하는대출상품을 이용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반복되면 여러 업체에 걸쳐 대출을 돌려가며 막을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더높은 연이율이 붙어도 피할 방법이 없어진다. 결국 한번 소액급전 시장에 들어온채무자는 처음 진 빚을 갚기 위해 대출과상환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대출 시스템속으로 빨려 들어가버린다.
상환 기간이 짧다는 것은 채무자가추심업자를 빨리 만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빚을 지고 눈 깜짝할사이에 빚 독촉이 시작된다. - P54

2008년부터 불법사채 피해자를 지원해온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특히등록 대부업체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점을 강조한다. "현재는 개인이 1000만원만 있어도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 대부업체를 운영할 수 있다. 대부중개업체는이런 금액 기준마저 없다. 등록 기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소규모, 부실 업체들이 난립한다. 정부는 공적 금융을 투입해 저신용자를 지원하는 대신 너도나도 민간 대부업체를 만들 수 있게 함으로써 피해자를 방치하고 있다." - P55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더라?‘라는 말이 고객들의 입에서자연스럽게 나오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게 쿠팡의 미션이다. 그들의 목표대로 세상은 굴러간다. 시간 빈곤이 일반화된 사회에서 소비자는 편리함에 길들여졌다. 노동자의 죽음은 의식하지 못한 채. - P59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체온을 지닙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반대하는 일입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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