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주체는 자기 자신을 의식하고, 스스로에게 자신의목소리를 부여하고, 사회에 자신의 무게를 부과하는 집단이 아니다. (...) 그는 주어진 경험의 지형에서 존재하는 지역, 정체성, 기능, 그리고 능력을 결합하거나 분리하는 행위자다‘ 정치적 주체는 언제나 하나의 사건이다. - P328
‘주체‘는 사건에서 나온다. 주체가 사건에서 기계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주체는 사건에서 나올 수 있는 하나의 결과다. 바디우의 사유에 대한 표준적인 저작을 쓴 피터 홀워드 Peter Hallward는 바디우의 주체를 "사건이 선포하는 진리를 통해 변모한 개인"으로 정의한다. 사건에 노출된 개인은 주체로 변한다. 다시 말해 그는 사건이라는 조건 아래 ‘주체화‘ 과정을 겪는다. 바디우에게 주체화는 (적어도) 두 가지 특성을 포함하는데, 첫 번째는 주체화가 집단적이라는 것이다. - P333
두번째는 주체화가 미리 정립된 어떤 인간 본질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체화는 사건에서 유래하고 사건에 충실하겠다는 주체의결심을 함축한다. 이것이 바디우가 인간에 대한 정의를 ‘프로그램programme‘으로, 곧 언제나 열려 있고 도래할 것으로 명명하는 까닭이다." - P334
나 자신 바깥에서 나를 되찾는다. 나는 나의 통일성을 나 자신 바깥에, 나를 표상하는 기표 속에 둔다. 자신을 외재화함으로써 주체는대상(상징)을 창조하지만, 이로써 그는 자신을 외재화했기에 더는 자기 자신과 대면하지 않는다. 결국 주체와 대상의 분리는 사라지고 이두 심급은 이제 복잡하게 뒤섞이게 된다. 이는 특히 주체의 자리가 비어 있음을 뜻한다. 그렇기에 매우 다양한 행위자들이 잇따라 또는 동시에 그 자리를 차지하거나 요구할 수 있다." 랑시에르와 마찬가지로지적 역시 주체가 실제로 존재하는 구체적인 집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체는 개인이나 구체적인 집단의 형성을 위한 조건이다. 하지만이를 위해 주체의 자리는 반드시 비어 있어야 한다. - P345
해러웨이가 보기에 인공물은 모든 사물에 대한 사유 모델을 제공한다. 그의 인공물주의는 급진적 반본질주의다. 그는 세계 내 어떤 실체도 ‘본질‘을 소유하지 않으며, 따라서 상호작용하는 다른 실체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는 없다고 여긴다. 사물은 언제나 혼종적인 것이요, 여러 심급의 혼합이다. 이는 ‘본질‘이란 존재하지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반본질주의는 동시대 비판사상대부분에 공통적이다. - P361
버틀러가 보기에 섹스는 젠더와마찬가지로 문화적 구성물이다. ‘섹스‘와 ‘젠더‘라는 구분 자체가 사회적·역사적으로 정립된 것이니, 그 구분을 이루는 항목들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문제는 몸Bodies That Matter』이라는 버틀러의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신체는 언제나 이미 상징적인 것 속에서 파악된다(원제의matter는 ‘물질‘과 ‘의미하다‘ 또는 ‘중요하다‘를 모두 뜻할 수 있다). 결국 버틀러가 최종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바로 본성과 문화의 분리다. - P369
서발턴은 말할 수 없으며, 역사가는 역사 속에서 그의 목소리를 찾을 수 없다. 이것이 스피박이 ‘서발턴 연구‘의 지배적 경향과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는 지점이다. ‘서발턴 연구‘는 피지배자들, 즉 공식 역사에서 흔적이 사라진 이들의 행동과 표 - P382
현을 되살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스피박이 보기에 이 연구 계획은실현 가능성이 없는 소망이다. … 제국주의는 손에 닿는 모든 것을 재작성한다. 그 결과 식민지개척자가 도착 당시 발견한 그 어떤 것도 온전히 남아나질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 스피박은, 특정 영역에 철저히 연결되어 있는 전문 능력의 이름으로만 정치에 개입하는 ‘전문‘ 지식인 개념을 공박한다. 전문 지식인은 피억압자가 스스로 완벽하게 말할수 있으며, 피억압자 자신을 대표할 지식인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본다. 이에 스피박은 세계 주변부 서발턴이 겪은 억압의 규모와결과에 대해 들뢰즈와 푸코가 과소평가했다고 주장한다. - P383
사회계급이 출현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는 경험의 형성이다. 이는톰슨의 연구에서 중심이 되는 용어다(이로써 그는 로크John Locke와 홉DavidHume이 창시한 영국 경험론 전통에 연결된다. 여기서 ‘경험‘이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회계급이 소유하는 가치, 표상, 감정으로 이뤄진 전체다. 각각의 계급에는 그 계급에 상응하는 하나의 경험이 있고, 이 경험은시대에 따라 더 동질적이기도 하고 덜 동질적이기도 하며, 시간과 더불어 진화한다. - P391
한 계급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공동체-개개인으로 하여금 세계와 똑같이 관계맺고 이를 공유하게 하는 집단적 문화 혹은 정체성ㅡ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더구나 ‘계급 공동체‘는 엄격하게 구상된 계급 경계를 넘어다른 계급을 물들일 수도 있다. 이른바 ‘노동자주의‘는 다른 계급의대표자(예컨대 1970년대 학생들)가 노동자계급 문화(그들이 노동자계급 문화라 믿는 것)를 채택하던 방식을 가리킨다. 이와는 거꾸로 ‘공동체 계급‘ 이 존재한다. 이는 공동체가 무작위로 형성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공동체는 계급적 차원을 포함하며, 특히 도시에 설립될 경우 그렇다. 공동체는 우연히 형성되지 않으며, 만일 문화나 계급 정체성의 변화에우연적인 부분이 있다 해도 이 우연적인 것의 범위는 ‘객관적인‘ 사회경제적 요소의 제약을 받는다. 결국 집단적 존재의 이러한 두 측면은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다. - P398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사회계급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은 우선 시장이 아니라 생산 영역에서 작동하며, 이 생산 영역에서 상품 유통의 영역으로파급되는 것이다. 라이트는 이렇게 생산 영역에 중심성을 부여함으 - P414
로써 오늘날 주류 사회과학과 정반대의 견해를 취한다. - P415
하트와 네그리에게, 또 파올로 비르노 같은 다른 다중 이론가에게다중 개념은 형이상학적 외양을 지닌다. 가르시아 리네라와 네그리를구별해주는 또 다른 차이점은 네그리의 다중이 ‘포스트모던‘하다는점이다. 자본주의가 다른 모든 것, 곧 조직된 노동자계급, 국민국가, 전근대적 공동체를 파괴했을 때 다중은 출현한다. 가르시아 리네라에게 - P419
신자유주의는 노동자계급을 없앰으로써 그 구성원을 전근대적 사회형태로 퇴보시킨다. 따라서 다중은 전근대성과 탈근대성(포스트모더니티)의 혼합물로 간주해야 한다. - P420
호네트는 인정 이론이 근대 역사에서 억눌린 지적 전통의 일부이지만 지배적 전통에 맞서 복원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배적 전통은 마키아벨리와 홉스를 기원으로 하며 모든 종류의 자유주의를 포함한다. 이 전통은 사회가 개인들, 기껏해야 합리적 계산에 몰두하는 개인들로 이뤄졌다고 여긴다. 호네트는 인간 행동이 지닌 도덕적이거나 규범적인 구조를 강조함으로써 이 전통에 상반된 견해를취하고자 한다. 그가 보기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긍하고 합리적 계산에 몰두하는 개인들의 능력이란 이미 그들이 남들에게 개인으로서인정받았음을 전제로 한다. - P434
엠벰베는 사람들이 통상 ‘아프리카‘라 말하는 것이 오늘날 지구 - P446
곳곳으로 퍼졌음을 확인한다. 아프리카 대륙은 노예무역의 피해자인노예에서부터 오늘날 ‘두뇌 유출 brain drain‘로 빼앗긴 의사나 정보과학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디아스포라를 낳았다. 반대로 네덜란드계 백인, 유대인, 중국인, 말레이시아인, 인도인같이 흑인이 아닌 수많은 인구가 세대에 걸쳐 아프리카 대륙에 자리 잡았으며, 결국 이들은 전적으로 아프리카인이다. 아프로폴리터니즘은 ‘세계에서 아프리카인이라는 것‘에 내재한 이런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 다양성을 지구의 다른세계에서 나오는 코즈모폴리터니즘과 연결하기를 열망하는 초국가적문화다. - P447
라클라우와 무페에게 계급 관점의 포기는 적대 개념의 중시와상관성이 있다. "노동자계급 정체성이 더는 하부구조의 통일 과정에기초를 두지 않는다면 (..) 노동자계급은 자본가계급과의 쪼개어짐split에 의존한다. 이 쪼개어짐은 자본가계급에 대한 투쟁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 (...) 그리하여 ‘전쟁‘은 노동자계급 통일의 조건이 된다." 어떤 ‘본질‘도 사회문제의 기초가 되지 못한다면 그 속에서 살아가는실체들은 필연적으로 관계적일 수밖에 없다. - P452
포스트모더니즘의 피상성에 개인의 새로운 감정적 구조가 조응한다. 제임슨에게서 보이는 흥미로운 한 요소는, 그 자신이 권장하는 완전한 역사주의에 부합하여, 앞서 언급한 역사적 시기 구분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감정의 사회사를 구상한다는 것이다. 후기자본주의는 문화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오늘날 등장한 주체 유형을 조 - P465
건짓는 새로운 종류의 감정 또한 발생시킨다. - P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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