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전쟁 75주년이 되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관련 책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책장을 확인하다 이 책을 발견했다. 당시 책의 제목과 소개글을 보고 이 책은 당장 읽지 못하더라도 사두어야한다 여기고 구입했었다. 이 책은 한국전쟁과 관련하여 일본, 중국, 미국, 그리고 콜롬비아의 입장에서 본 타자의 텍스트들을 다루고 있다.


내부인의 시선과 외부인의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나의 사건이라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 사건의 서술이 달라질 수 있는 지점을 확인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에 서술된 텍스트들을 통해서 다양한 시선을 만날 수 있다. 특히나 문학에 약한 내게 한국전쟁 관련하여 다양한 문학 텍스트를 얻어가는 것은 매우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읽고 싶은 책이 여럿 생겼다. 한꺼번에 다 읽으려면 곤란할테니 시간 날때마다 독서 계획에 끼워넣으면서 읽어봐야겠다. 일단 <맘브루>를 도서관에 상호대차해두었고 <스노우 헌터스>(원서도 함께), <전쟁 쓰레기>는 구입했다. <스노우 헌터스>는 이 책이 나왔을 때만 해도 번역서가 없었는데 읽으려니 어떻게 딱 나와주는지 참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스노우 헌터스>, <전쟁 쓰레기>, <광장>(by.최인훈)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이분법을 강요받던 시기에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과 인물의 내면을 그리고 있는데 이를 위한 비교 텍스트로 읽어볼 작정이다. <맘브루>는 한국전쟁 관련하여 콜롬비아 작가의 시각은 접한 적이 없어 읽어보고자 하기 위해 골랐다. 


일종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책이라 볼 수 있겠다. 





묵혀 두었던 <역사비평>과 <역사문제연구>도 읽기 시작했다. <역사비평> 2025년 여름호는 진짜 대박이다. 온통 눈에 띄는 내용이 가득하여 눈과 뇌가 함께 즐거울 따름이다. 일단 조선공산당 100주년 특집 내용과 윤석열 탄핵 관련, 최근 <반일종족의 역사내란>이란 책을 또 다시 펴낸 이영훈의 책에 대한 특별 기고가 실려 있다. 브루스커밍스 다시보기 기획도 있다. 

<역사문제연구>는 최근 읽었던 이연식 선생님의 책에 대한 좌담회 내용과 한국 자본주의 개발 시대를 1980년대까지 확장하는 의미에 대한 특집 내용이 눈에 띄었다. 보통 한국 자본주의가 눈에 띄게 발전한 시기를 꼽으라면 박정희 시기를 꼽는 경우가 많아서 1960~70년대 내용은 많이 연구가 되어 있는 반면 1980년대는 그 연구가 빈약하다. 주로 1980년대는 정치, 문화적으로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향후 1980년대 이후의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역사문제연구는 서점에서 더는 검색이 되지 않는다ㅠㅠ)



아! 마무리는 다시 한국전쟁 이야기로! 정병준 선생님의 <한국전쟁>도 미루지 말고 읽어봐야겠다. 읽을 책은 많은데 눈은 뻑뻑하고 이거원ㅎㅎㅎ 


군비 증강의 시대다. 한쪽에서 (상대가 쳐들어올지 몰라) 군사력을 늘리면 당연히 상대도 군사력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은 결국 평화로운 시대가 요원하게 만드는 것 같다. 끊임없이 상대를 경계하고 대비해야만 하는건지 답답하고 피로하다. 마무리가 이상해져버렸지만 어쨌든 내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읽고 쓰는 것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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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장마가 시작된 것인가... 대기가 습해졌고 그만큼 더워졌다.

어찌되었든 정권은 바뀌어서 한시름 놓았으나 앞으로의 과정을 잘 지켜볼 일이다. 추후 역사는 이 정권을 어떻게 평가하게 될지 궁금하다.
세계는 더욱 어두운 소식들로 그야말로 혼돈이다.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선동을 조장하는 미국이나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격돌은 눈을 부릅 뜨게 만든다.
이런 때일수록 눈과 귀를 열어두되 정보들을 바탕으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갈수록 뉴스 하나도 맹신할 수 없는 세상이다보니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비교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서. 오히려 예전보다 발품팔이가 더욱 중요해졌다 여긴다.

오랜만에 책과 커피를 샀다.
커피 쿠폰을 쓰려는데 막상 사려는 것은 품절이어서 그냥 여름용 드립백으로 샀다. 이번에는 무난하게 가지뭐^^
책은 굵직한 책들로 두 권 골랐다.
‘이탈리아 전쟁‘은 중요한 역사일 수 있는데 이제 국내에 소개된다니 호기심이 안 갈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시기상으로 보면 르네상스 시기를 관통하는지라 중세의 역사 중 가장 관심이 가는 시기이기에 관련 책을 읽을 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상의 좌반구‘는 일단 사고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질렀고 아주 천천히 읽을 생각이다.
두 권 다 생소한 주제의 내용이라 읽는 시간은 오래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이미 읽고 계시거나 이미 읽으신 분들이 있을거라 여기며 도움을 얻으면 완독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겠지.
아! 그리고 간만에 굿즈를 샀다. 독서대를 그리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동중에 써보니 마땅한 것이 없더라.
가벼워서 좋은 것은 부피가 컸고 어떤 것은 무겁고...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 요 녀석을 샀는데 부피도 작고 괜찮은 것 같다. 유용하게 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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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6-21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독서대 궁금하네요!!
사상의 좌반구 왜 다들 사시는거죠? 저도 사야할까요? ㅋㅋ

거리의화가 2025-06-21 16:28   좋아요 0 | URL
사상의 좌반구 이미 사신 줄 알았습니다ㅎㅎ 독서대는 가벼운 것도 가벼운 건데 철제 소재라 잘 지지해줄 것 같아서 마음에 듭니다.

희선 2025-06-24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상의 좌반구》 처음 들어보는 책 제목입니다 보니 21세기 최고의 책에서 한권이군요 이탈리아 전쟁은 이번에 처음으로 나온 거군요 마음에 드는 독서대 사셔서 잘됐네요

거리의화가 님 여름철 건강 조심하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5-06-24 16:21   좋아요 0 | URL
그렇더라구요^^ 일단 사두기는 했는데 언제 완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도전은 해봐야죠!^^;
희선 님도 여름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단발머리 2025-06-25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상의 좌반구>, 저는 잠자냥님 서재에서 알게 되서 어제 관심가는 부분만 읽었는데, 사야겠다~~ 로 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거리의화가님 서재에서 <사상의 좌반구>에 더해 ㅋㅋㅋㅋㅋㅋ 독서대도 사야할까?로 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5-06-25 13:58   좋아요 0 | URL
앗!ㅋㅋ 독서대까지. 저는 당연히 좌반구 사셨을거라 생각했어요^^;
함께 읽는 분이 있어서 든든해지집니다~ㅎㅎ
 
걷기의 인문학 -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정아 옮김 / 반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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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긴장한다. 한쪽 다리가 기둥처럼 땅과 하늘 사이에서 몸을 지탱한다. 다른 쪽 다리가 뒤에서 휙 옮겨 온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다. 몸무게가 앞쪽 발볼로 쏠린다. 엄지발가락이 바닥을 밀어내면, 몸무게는 또 한 번 미묘한 균형을 찾아간다. 두 다리가 위치를 바꾼다. 그렇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이 이어지면서, 탁, 탁, 탁, 탁, 보행의 리듬이 생긴다. 더없이 자명하면서도 더없이 모호한 이 보행이라는 주제는 어느새 슬며시 종교, 철학, 풍경, 도시 정책, 해부학, 알레고리, 그리고 애통함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날씨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걷는다. 예전보다 새로운 곳을 찾아나서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같은 풍경을 마주 대하더라도 걸을 때 신기하게도 새로운 경험을 얻기에 계속 걷게 되는 것 같다. 걷기는 신기하게도 지루하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걷기가 좋아서 계속 해왔는데 역사 속 과거의 많은 사람들도 걷기를 예찬했던 것을 보면 이것에 분명 어떤 효능이 있는 것이 아닐까.

지난 주 대마도를 짧게 여행하고 왔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과 일본의 단절된 국교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때 이르러 재개되자 조선은 일본에 조선통신사를 에도 시기 총 12차례 파견하였다. 조선통신사는 문화사절단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양국 간 평화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조선통신사 기록은 2017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대마도는 조선통신사가 가장 먼저 상륙했던 곳으로 에도(도쿄)까지 총 17차례의 지점에 걸친 대장정의 시작점이었던 곳이다. 대마도는 섬의 90% 이상이 산지로 척박하여 옛부터 어업 이외에는 자체 농업 생산을 할 수 없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찍부터 그곳은 무역이 발달했던 곳으로 대마도의 ‘대마(对馬)‘가 ‘말을 대기한다‘는 의미를 지니는 것을 확인해봐도 주민들이 섬의 활로를 어느 곳에 방점을 찍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남과 북으로 길게 뻗은 대마도는 북단(히타카츠)과 남단(이즈하라)에 항구가 각각 있을 정도로 서로 거리가 있었다. 나는 가는 날은 남단으로 가면서 여행을 시작하고 떠나야 하는 날은 북단으로 이동하여 여행을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했다. 대마도는 산길에 구불구불한 길이 많은 데다 도로폭이 무척 좁았다. 그래서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렌트를 이용하거나 관광 버스를 이용해서 이동하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일 생활해야 하는 주민들은 이런 불편함을 받아들이며 생활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현재는 쓰시마섬으로 불리는 이곳이 만약 대한민국령이었다면 어떤 모습일지 잠깐 생각해보았다. 개발을 명목으로 동서남북을 가로지르는 널찍한 도로를 내었을 것이고 바닷가 앞에는 수많은 펜션과 주점을 만들며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지 않았을까. 현재의 훼손되지 않은 빽빽한 나무숲과 께끗한 바닷물을 보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대마도의 자연이 유지되는 것은 최소한의 인위성을 배제하고 자연을 지켜낸 덕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덕혜옹주의 결혼기념봉축비를 보면서 당시의 어두운 시대와 신산한 그녀의 삶을 생각했고 구권 5천엔의 주인공인 소설가의 삶과 사랑을 생각하기도 했다. 수백 년간 이곳을 지나다녔을 조선통신사 사절의 모습을 상상하며 떠올려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차 대전이 끝난 뒤 부산에서 송환선이나 밀선을 타고 대한해협을 건넜을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보게도 되었다. 지금도 부산에서 대마도까지 뱃길로 최소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인데 당시는 본토까지 가려면 위험천만한 순간들이 많았을 것 같다.
이런 저런 골목길을 구경하는 즐거움도 좋았고 어선들이 항구에 떠 있는 모습을 바라볼 때는 고즈넉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무엇보다 울창한 나무숲을 바라보고 걷는 일은 힐링이었다. 초여름의 뜨거운 볕 사이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는 기분은 짜릿했다.

꿀 같은 휴가를 보내고 일상에 복귀했다. 낮에는 3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시작된 걸 보니 이제 여름에 진입했구나 싶다. 아무튼 이번 여름도 즐겁게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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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6-10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뿐 아니라 숲도 만나셨군요 섬이지만 산이기도 하네요 예전에 조선 통신사가 처음에 간 곳이라니... 조선 통신사로 간 사람은 조금 힘들었을 듯합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꽤 오랫동안 걸렸을 테니 말이에요 그런 시대가 있기도 했는데...

유월이 오고 하루하루 잘 가는군요 오늘이 가면 삼분의 일이 가겠습니다 거리의화가 님 남은 유월 건강 잘 챙기면서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5-06-11 15:37   좋아요 1 | URL
산이 90% 이상인 곳인데 신기한 것은 높은 산들이 없어서 어디 막혀 있다는 느낌이 안 든다는 거에요^^
그 시절에는 정말 먼 길이었겠죠. 17코스를 거쳐서 에도까지 갔을테니~ 가다가 쉬고 가다가 쉬고를 반복하며 이 길이 언제 끝나나 잘 돌아갈 수 있을까 뭐 그런 생각하며 갔을 것 같아요.

대선이 끝나고 여행 다녀오고 나니 이 달도 1/3이 지나가버렸습니다. 희선 님 남은 달 즐겁게 마주하시기길 바랍니다^^

책읽는나무 2025-06-1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마도!
날씨가 좋은 날엔 부산 바다에서도 살짝 보이던 대마도로군요.
대마가 말을 대기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군요.
근데 요즘 기온이 올라 좀 더웠겠어요. 그래도 바다 근처라 바람은 시원했을 듯도 하구요.
숲 속 풍경 멋집니다.^^

거리의화가 2025-06-11 15:3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역시 나무 님 잘 아시네요! 제가 갔던 날은 날이 흐리고 해무가 껴서 얼핏 형체만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햇빛이 세서 양산과 선글라스는 필수였고... 바람 불면 시원했어요. 어딜 가나 초록초록을 볼 수 있어 힐링 잘하고 왔습니다^^
 

길을 지나다닐 때면 느낀다. ‘이제 정말 이어폰 안 끼고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구나.’ 게다가 유선 이어폰이 아닌 무선 이어폰이다. 시대가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지 놀라울 지경이다. 하긴 나도 산책을 할 때면 음악을 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어폰을 착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날 퇴근길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내릴 때가 되었는데 귀를 좀 쉬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어폰을 가방에 넣고 내렸다. 공기를 느끼면서 길을 걸었고 주변을 살피니 사람들의 표정이 들어왔다. 아이를 데리고 귀가하는 학부모, 학원을 가기 위해 가방을 메고 뛰어가는 아이, 지팡이를 짚고 지나가는 어르신 등등… 그러나 한 어르신이 핸드폰에 스피커가 켜져 있는채 지나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폰으로 들으시지…’ 나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인생은 무의미합니다. …….” 이런 류의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갑자기 어쩐지 무안해지면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뉴스인 것일까, 아니면 라디오인가, 역시 유튜브의 컨텐츠일까 씁쓸하기도 하고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아버지 연세 정도 되는 분이셔서 그런지 몰라도 불현듯 아버지 생각이 났다. 평소 정말 자주 안하는 전화를 그것도 매번 용건만 간단히 하는 나다. 사실 전화를 걸어도 늘 비슷한 대화가 오간다. “식사 하셨어요? 아프신 곳은 좀 어떠신가요?” 그럼 아버지의 대답은 “괜찮다. 고맙다.” 이게 끝이다. 참 단조로운 대화가 아닐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어머니는 아버지께 전화 좀 자주 하라고 다그치신다(어머니께도 전화 자주 안하는 것은 마찬가지기는한데…). 아무튼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이전의 대화와 똑같은 상황이 이어졌고 전화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어르신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면, 내가 만약 이어폰을 낀 채 같은 자리를 걸어갔다면 그때 아버지께 전화를 걸 일은 없었을 것이다. 속으로 어르신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부디 내가 과민반응한 것이기를 하고 바라면서… 어르신이 인생무상이 모토라서 그저 가볍게 들은 컨텐츠였다고 말이다. 



(봐도 또 봐도 좋은 장미)


주말에 운동 복습을 하자 생각했는데 어느덧 일요일 늦은 오후가 되어가고 있었다. 체육관을 나가는 것까지가 왜 이리 힘든 것인지… 산책은 그리 쉽게 하면서 아무튼! 굳은 결심을 하고 체육관을 나갔다. 아직 해는 지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비가 오려는지 날이 후텁지근했다. 얼마 후면 PT 선생님이 바뀌게 되는데 새로운 선생님이 내 코어 상태에 대해 궁금하셨는지 선생님께 물어보셨다고 한다. 나는 “코어 근육 거의 없다고 해주세요.”라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체육관에 도착했고 스트레칭 후 집에서는 하지 못하는 기구를 상하체 골고루 하고 유산소까지 하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오늘은 바를 이용한 팔굽혀펴기를 하는데 허리가 꺾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시티드 레그 익스텐션할 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오늘 낮에는 청계천을 걸었다. 요즘 외근이 잦아서 4월부터 이 부근을 몇 차례나 오는 중인데 오늘도 그랬던 것이다. 비가 애매하게 내려서 우산을 쓰다 말다를 반복하며 걸었다. 관광하시는 분들도 많고 직장인들도 점심 먹고 나와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걷다 보니 어딘가에서 촬영을 나왔는지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 부근을 사람들이 둘러싸듯 구경중이었으나 나는 건너뛰었다. 비가 많이 내렸다면 잠겨서 청계천을 산책할 수 없었을텐데 이렇게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이 작은 행복이었다. 


(오늘 먹은 판모밀&돈까스 정식, 맛있었다!)


이번 주는 짧게나마 옆지기와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대선 투표하고 마음이 가벼워질지 무거워질지는 모르겠지만 이 지저분한 진흙탕 싸움이 일단락될 수는 있겠지.



- 4,5월에 읽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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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6-04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선 이어폰을 딸이 사 줬는데도 유선 이어폰을 사용해요. 무선은 충전해야 한다는 게 불편하고 이어폰 집에 넣어야 한다는 게 불편해서요. 저는 유선이 훨씬 편한데 아마 습관의 힘이겠지요.
대작가 서머싯 몸도 인생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소설에 썼지요. 의미 부여는 각자 개인이 하는 걸로... 그냥 선하게 행복하게 산다면 되지 않을까 해요.

거리의화가 2025-06-09 16:20   좋아요 0 | URL
저도 충전이 번거로워서 유선 이어폰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어르신의 입장과 상황을 정확히 모르니 보이는 대로 생각했을지 모르겠어요. 제가 확대해석했을 거라고 생각하려구요. 그러면서 그 어르신의 삶이 행복하기를 조용히 응원했습니다^^;

희선 2025-06-10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들으시는 분을 봐서 아버님한테 전화하셨군요 그런 일이 있어서 괜찮았을 것 같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5-06-11 15:34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분이 아니었으면 전화조차 안했을 거에요^^; 전화하고 나니 왠지 죄책감이 들다가도 한편으론 마음이 개운했어요. 계속 연락한다는게 미뤄지고 있었거든요.
 

주말을 놓치지 않고 글을 쓰겠다 다짐했건만 결국 지키지 못하고 월요일을 맞이했다.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내고 저녁 책 읽기는 포기한 채 리뷰 하나를 쓰고 요즘 사는 이야기를 적기 위해 다시 타자를 두드리고 있다^^;


철쭉은 지나간 철이 되었고 이제 바야흐로 장미의 시즌이 왔다. 아쉽게도 예전보다 꽃도 싱싱하지 않고 향기도 덜한 것 같지만 보고 있으면 눈이 즐겁다. 빨강과 초록의 대비가 예전엔 그리 아름다운 줄 몰랐다고나 할까.






오늘 산책을 하면서 ‘참 좋은 날씨다.’ 하며 걸었다. 볕은 뜨거웠지만 습도가 낮아서 너무나 쾌적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날이 며칠이나 지속될까. 이번주 이후 날씨 예보를 보아하니 곧 ‘덥다’를 연발하는 날이 될 것 같다. 


요즘은 영어보다 중국어 공부를 훨씬 더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 드라마 원서를 읽기 시작했는데 총 2권 짜리 중 1권의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드라마라는 배경이 있고 단어를 모를 때마다 다 찾아보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파악하며 읽으니 가능한 진도다. 예전에는 중국어 문장을 보면 겁부터 먹었다면 이제 더는 그렇지 않고 도전하게 되었다는 것이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점점 공부를 하다 보니 중국어가 더 재밌어지고 있다. EBS 중급 중국어 라디오는 여전히 청취 중이고 틈날 때마다 짧은 오디오북 위주로 병행하며 공부하고 있다.


운동도 여전히 계속 진행중이다. 금요일에는 필라테스 PT 수업을 연장했다. 운동을 해보니 혼자 할 때랑 선생님하고 함께 할 때랑 차이가 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결정적으로 운동은 나 스스로 찾아가면서 한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여전히 습관화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관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나보고 살을 찌워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근육이 강화되려면 살이 쪄야 해요. 지금은 너무 마르셔서 곤란합니다.” 사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그런 것이지 속살은 엄청납니다. 다 내장 지방일텐데…’ 물론 어찌 되었든 표준 체중 이하이긴 하지만. 먹는 양은 비슷하고 이제는 소화력도 떨어져서 어느 이상은 들어가지 않는다. 아무튼 살 찌우기 숙제가 주어져서 좀 난감해졌다는. 어찌 되었든 운동을 하면서 병원비 드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모토로 운동을 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임플란트를 2개 했다. 다행히 보험으로 돌려 받아서 금액의 반 정도는 복구했지만 그래도 목돈이 들어간 셈이다. 나이가 드니 몸이 여기 저기서 아우성치는 것이 보인다. 허허… 여기에 필라테스까지 끊었으니… 당분간은 진짜 절제하며 살아야할 것 같다. 


야금 야금 책을 샀는데 계속 소개를 못했다. 며칠 전 도착한 책만 소개해보겠다.

곧 대선이 있어서 이재명에 대한 책을 읽어야 하나 싶었는데 <이재명의 길>을 이웃 분 덕분에 잘 읽었다(땡투 잘 받으셨길). 그리고 오늘부터 읽기 시작한 서경식의 에세이가 있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써온 칼럼이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몇 꼭지만 읽었는데 역시 좋은 느낌이다. 

물론 책만 사지는 않았고 커피도 함께였다. 이번에 산 ‘콜롬비아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나에어로빅’은 뜯자마자 ‘이건 좀 다른데?’ 싶었는데 역시나 내려 마셔보니 맛있었다. 상큼함이 느껴져서 이 계절에 참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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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5-27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미의 계절 맞아요. 지난 토요일에 집 근처에 있는 수목원갔더니 장미가 만발, 우리집 아파트 담장에도 직장 담장에도 다 장미 만발이에요. 외국어 공부에 운동, 책읽기까지 그거 언제 다 하시는지 늘 궁금합니다. 진짜 대단대단하세요. ^^

거리의화가 2025-05-28 08:43   좋아요 2 | URL
와, 이 계절에 수목원에 가셨다니 그야말로 꽃밭이었겠습니다!ㅎㅎ 요즘은 아파트 화단도 꽃이랑 나무 잘 꾸며놓더라구요. 여러 모로 눈이 호강하는 요즘입니다.
주중에는 출퇴근 길이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하고 있어요. 주말에나 저도 시간을 좀 더 들일 수 있어서... 사실 서재에 저보다 더 열정적으로 살고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수이 2025-05-27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미가 있어야 봄이로군, 장미를 마주하면서 느껴요.

거리의화가 2025-05-28 08:44   좋아요 1 | URL
그쵸^^ 늦봄-초여름의 장미는 참... 여러모로 아름답습니다. 마주하며 느낀다는 표현이 아름답습니다. 이 계절 오롯이 느끼시기를요.

희선 2025-05-28 0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월엔 장미가 피는군요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장미 핀 거 봤어요 집에서 조금 먼 곳에는 길가에 장미를 심었어요 장미가 아주아주 커요 색깔도 여러 가지고... 오월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중국어 재미있어서 오래 하시고 많이 알게 되어 기쁠 듯합니다 전에 조금 하다 말았네요 조금씩이라도 날마다 해야 나아지는데... 거리의화가 님 외국어 공부뿐 아니라 책도 즐겁게 만나시고 운동도 재미있어지기를 바랍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5-05-28 08:47   좋아요 1 | URL
운동이 재밌어지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기존에 안 됐던 자세가 다음에 할 때 되면 뿌듯하긴 하더라구요^^
오월의 장미는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5월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장미가 6월 초까지는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여름 느낌이 조금씩 나네요. 매일을 새롭게 만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