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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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들은 한 번쯤 들었을 명언이나 지혜를 이 책에서 수차례 만났다.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관한 나열을 통해 어른에게서 삶의 지혜와 통찰을 듣는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이 책은 로마 제 16대 황제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전쟁터에서 쓴 것으로 사실상 현재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다.

그는 여러 학문에 관심이 많았는데 앞선 그리스 철학에 특히 애정을 쏟았다. 이 책에도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의 철학을 대리해서 만날 수 있다.
그가 살았던 당시는 스토아 철학이 유행했다. 갈등과 전쟁이 잦았던 시기인 만큼 죽음이 도처에 있었으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 관조하는 듯한 메시지가 책의 상당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로마 제국은 넓은 영토를 관할해야 했던 만큼 개인의 자유보다는 공동체를 위한 관용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그와 관련된 메시지도 함께 담겨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당대에도 덕으로 통치한 군주이자 현인이면서 이상적인 황제로 정평이 나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후대에 첨가된 요소도 있겠지만 바탕이 되어 있지 않았다면 받지 못했을 평가라고 생각한다.

인상 깊었던 메시지를 주제별로 뽑아본다면 다음과 같다.

역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죽음과 소멸에 대한 생각이다.
임종의 시간을 생각하라, 죽음은 소멸이나 변화일 뿐이다, 내 삶이 오늘 끝났다고 여기면서 (만약 남은 인생이 주어진다면) 자연에 순응하며 살라고 말한다.

˝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머지않아 소멸할 것이고, 그것들이 소멸하는 것을 보는 자들도 머지않아 소멸할 것이다. 가장 오래 산 사람이나 요절한 사람이나 매한가지가 될 것이다.˝

성공했다고 여기는 인생도 실패했다고 넋두리하는 인생도 결국 죽음에 이르는 길은 같다. 죽음은 어쩌면 수용하는 자세일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죽음은 언제고 닥칠 수 밖에 없다.

남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것도 그렇다. 사회가 올바르게 여기는 기준, 타인이 나에게 거는 주문이나 기대에 일희일비하다보면 인생의 길을 잃기 쉽다.

˝네 힘이 미치지 못하는 외부의 원인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네 자신으로 말미암은 원인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바르게 하라.˝
˝남의 조종을 받지 말라.˝

그 어려움 중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일들에 쉽게 좌절하지 않는가. 내부적 요인인 경우는 고심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겠지만 외부적 요인인 경우에는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연스레 이어지는 흐름일텐데 그래서 일상에서 부딪히는 작은 일에 소중함을 가지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삶도 당신에게 달려 있다. 사물을 지금까지 바라보는 대로 바라보라!˝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 햇빛과 바람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 길가에 핀 꽃들을 바라볼 수 있는 것,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등등 삶은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충분히 많다.

육체적 충동에 대한 저항, 정신과 이성(적 본질)에 대한 찬양도 눈에 띈다.

˝이성과 정신의 활동이 지닌 고유한 특질은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감각이나 충동의 활동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다. 감각이나 충동은 동물의 수준에 속한 것들이다. 정신의 활동의 목표는 감각이나 충동보다 우월한 것으로서 이 둘에게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지배하는 것이다. 감각과 충동을 활용하는 것이 정신의 본성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성급하게 판단하지도 않고 속지도 않아야 한다. 너를 지배하는 이성이 바른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면, 네가 나아가야 하는 곳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충동에 좌우되지 않고 정신을 고양하기 위해서 자신으로 돌아가 내면을 살펴보라는 메시지는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그리스 현학자들과도 맞닿아 있는 주제라 할 수 있겠다.

앞선 것들을 비롯해 여러 실용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만물이 서로 간에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방법을 익혀서 네 자신의 것으로 만든 후에, 그 방법을 사용해서 만물의 그러한 측면을 부지런히 연구해서 거기에 정통한 자가 되어라. 마음과 생각을 고결하고 고매하게 만드는 데는 그것보다 더 도움이 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만물의 변화를 살피면 학문을 연구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힌트를 얻었다.

도움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미래의 일을 걱정하지 마라, 만물은 서로 관련되어 있고 이 유대는 신성하다. 이 세상에는 서로 관련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변화 없이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갖고 있는 듯이 생각하지 마라. 오히려 내가 가진 것 중 제일 좋은 것을 골라내고 그것이 없다면 내가 얼마나 갈망했을까를 반성해보라 등등 도움이 되는 메시지들이 많다.

이 책은 길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완독 후에도 잠자기 전, 또는 이동하다가 하나씩 언제라도 툭툭 읽어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너무 뻔한 말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만큼 지금껏 살아 남은 메시지이니 새겨두고 내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시켜나간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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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ing in H Mart: A Memoir (Paperback) - 『H마트에서 울다』원서
Knopf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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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쉘은 부모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그러다 사춘기 이후가 되자 공부를 열심히 하길 원하는 부모의 기대와는 다르게 음악과 밴드 활동에 심취했다.
부모와의 갈등이 극에 달한 어느 날 엄마에게 병환이 닥친다. 밴드 활동도 중단하고 하던 일도 그만두고 미쉘은 엄마의 간호에 뛰어들게 되었다.

미쉘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과거의 나와 수없이 대면했다.

나의 어머니도 끊임없이 일하셨다. 불과 1~2 년전까지 바쁘게 일하셨지만 이제 더는 함부로 몸을 쓰면 큰일난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받고서야 비로소 일을 그만두셨다. 물론 그 전에도 나는 제발 좀 일은 그만하시라며 수차례 말씀드렸었다.
그치만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남동생들과 투병하는 아버지까지 계셔서 많은 돈이 드니 조금이라도 일을 해야 한다고 고집하셨던 것이다.

책 초반부에 미쉘이 엄마에게 하는 어떤 집착 같은 감정이 나는 좀 부담스러웠고 이해가 안 되었다.
그리고 미쉘과 다르게 나는 부모의 기대를 거스르는 아이는 아니었다. 첫째였고 책임감이 강한 편이었다. 그러나 어려운 살림 때문에 대학 진학을 원하는 곳으로 못하게 된 이후로 쌓여 있던 내적 불만이 있었고 10년 넘게 내가 번 돈은 집안의 생활비와 빚 청산으로 투입이 되었기 때문에 부모와의 관계는 점점 악화일로를 걸었다. 사실 이 불편한 감정은 지금도 현재지속형인지 모른다. 지금도 부모님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지긋지긋한 마음이 인다.

어머니는 20년 전쯤 뇌출혈로 한 번 쓰러지신 후 마비 증세가 와 회복이 되기까지는 5년이 넘게 걸렸다. 아버지는 사고로 다리를 잃은 이후 의기소침해지셨고 몇 년전 전립선에 문제가 생겼다가 최근에는 전립선암으로 2년 가까이 투병했다 겨우 회복되었다. 두 분 다 병마를 겪었지만 그럼에도 회복을 하셨다는 것이 다행일 것이다.

부모님께 전화드려야 하지 하면서도 솔직히 그러지 못한다(가 아니라 안한다). 부모님과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고 사실 어색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거의 매일 같이 카톡 메시지를 보내신다. 메시지를 받으면서도 답장조차 하지 않는 내 마음은 어쩌면 너무 무심한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스스로 부모님과의 관계에 경계선을 긋고 더 나아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 않는 방증이겠다. 잘 될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는 어머니의 문자에 답장을 짧게라도 보내고 가끔은 먼저 메시지를 보내보자 하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엄마!˝라는 외침 이외에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음식과 음악이 향수를 부른다는 생각이었다.

미쉘과 엄마 사이에는 김치 등 많은 한국 음식들이 있다. 내 어머니도 요리를 잘 하시는 편이었는데 결혼 후에도 이상하게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맑은 콩나물국이 생각나곤 했다. 옆지기가 콩나물국을 몇 번 끓여주었지만 결코 어머니가 끓여주신 그 맛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은 제사를 지내지 않지만 과거에 제사를 지낼 때는 갈 때마다 콩나물국이 먹고 싶었다며 너스레를 떨곤 했다. 누구나 이처럼 어머니를 생각하면 떠올리는 음식 하나 쯤은 있을 것 같다.

중학교 즈음부터 노래방 문화가 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머니는 나를 노래방에 데려가셨다. 그 무렵 장사 손님과 아버지를 상대하는 일로 스트레스를 풀고자 함이셨을 것이다. 어머니의 애창곡인 남진, 나훈아의 곡들을 나도 알게 되었고 덩달아 나도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장미의 미소, 처음 그 느낌처럼, 신인류의 사랑 등 애창곡을 불렀던 그 시간은 추억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10대 시절 어머니와의 좋은 추억이 있다면 그 때일 것이다. 미쉘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며 부르는 커피 한 잔을 보며 나도 그 시절 어머니와의 시간을 자연스레 생각했다.

죽음(과 병마)이라는 것은 언제라도 올 수 있다고 과거 현인들은 끊임없이 말한다. 미쉘의 엄마에게도 갑작스레 찾아왔던 것처럼 내 어머니, 아버지에게도 사고와 병환이 찾아왔었다.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사실 닥칠 일을 생각하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싶고 도무지 감정을 추스리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아무리 준비한들 완벽히 준비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결국 감내해야 할 일이고 마주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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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1-26 1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두 번째 읽는데요. 첫 번째보다 더 불편하고 힘든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예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그런거 같아요.
죄책감을 갖는 동시에 억울한(?) 마음도 있고요. 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이 책이 힘을 갖게 되었다는 생각도 합니다. 거리의화가님 이야기 읽다가 저도 엄마 생각을(어제 엄마한테 짜증 많이 냈거든요) 해보았습니다. 저는 반 정도 읽었어요. 얼른 읽으려고요^^
완독 축하드립니다, 거리의화가님!

거리의화가 2026-01-27 08:04   좋아요 1 | URL
부모, 특히 엄마와의 관계에 관한 글과 책은 늘 감정을 자극하게 하는 법인 것 같아요.
말씀하신대로 이 책에 5별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엄마와의 여러 복잡다단한 관계성을 잘 그려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제가 너무 냉담하다고 말씀하시거든요. 왜 그리 쌀쌀하냐면서... 죽기 전에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하라는 이야기를 매번 듣는데 참 어렵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반성했습니다.
2번째 읽으신다니 더 여운이 깊으실거라 생각해요. 완독을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6-01-2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뒤에 조금 남겨놓고 있어요. 엄마 얘기이니만큼 어쩔 수 없이 울컥하게 되는 장면들이 있는데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사람들이 와서 엄마의 시체를 데리고 나갈 때, 그 때 또 울컥 눈물이 나더라고요. 우리 엄마가 경험한 일이고 이제 내 일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 책은 시작할 때부터, 그러니까 이것이 엄마에 대한 딸의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부터 어떤 각오를 하게 되잖아요. 이 책을 읽다가 나는 좀 울컥할 것이다, 같은 거요.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고요.

그런데 영어 단어는 정말 어렵더라고요. 찾지 않고 내용 짐작하면서 그냥 읽고 있는데, 너무 어려운 단어, 처음 보는 단어가 많아서 읽기에 쉽지는 않은 책입니다. 완독 축하드리고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거리의화가 님! 저도 다 읽고나면 감상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잣죽을 한 번 만들어볼까 싶어져요. 하하하하하.

거리의화가 2026-01-28 09:15   좋아요 0 | URL
사실 리뷰하면서 줄거리를 간단히 썼다가 지웠어요. 아직 읽고 계신 분들이 많기도 했고 이 책은 독자마다 꽂히는 부분이 서로 다를 것 같아서 옮기지 않는 편이 좋겠더라구요.
말씀하신대로 이 책은 어느 정도 울음을 각오하고 읽게 된다는 것을 전제하죠. 저는 엄마 장례식에서는 미쉘이 감정을 꾹 참았다가 나중에 절친에게 가서야 감정을 터트리는 장면에서 많이 울컥했어요. 아마도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면 제게는 그 대상이 옆지기가 될 것 같은데... 항암하는 장면은 특히나 힘겹더라구요. 저희 부모님이 겪으신 일이기도 했고... 아픈 부모는 고통을 마주하기보다는 차라리 외면하고 싶어지는 것 있잖아요. 자식들 입장은 또 안 그럴테니까ㅠㅠ
단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써놨었는데 제가 리뷰에 빼먹었네요? 요리 재료, 의학 관련된 용어들은 특히 어려웠습니다. 단어를 막상 찾아보면 자주 쓰는 어휘나 필수 어휘라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도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함께 읽는 책이어서 덕분에 잘 읽을 수 있었습니다.
뒷부분 읽으면서 저는 다락방 님 생각 많이 했어요. 김치를 직접 만드시는 분이니까~ㅎㅎㅎ 완독 화이팅입니다!
 
오키나와 스파이
김숨 지음 / 모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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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즐거움 중 하나라면 한 권의 책에서 얻는 지식과 감동에서 그치지 않고 연계 활동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결과일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앞서 읽은 서경식의 나의 일본미술 순례 2권의 오키나와 전투도란 그림에 대한 관련 이야기를 접하면서다. 오키나와 전투도를 보면서 받은 충격이 적지 않았던데다 오키나와에서 일어난 전투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이라니 궁금해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김숨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다. 문학을 많이 읽지 않는 편이지만 그나마 역사 소설은 다른 소설보다는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다만 진입 장벽은 낮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에 오히려 완독하고 나서도 좋은 인상을 받기란 더 어려운 것 같다. 


책을 읽고 난 뒤 어지러움을 동반한 혼란과 좌절을 느꼈다. '누가 아군이고 적군일까?'를 끊임없이 살피는 과정은 신체와 정신을 지치고 피폐하게 만들지 않을 리 없다. 자신과 가족이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성적인 사람은 없을 것이며 그 결과 그들에게 타인은 의심을 넘어선 적시와 격멸의 대상이 되고 만다. 

군인들과 소년들의 입에서 “스파이!” 소리가 쉼 없이 내뱉어진다. 광분한 군인들과 소년들이 저마다 제 목소리로 외치는 “스파이” 소리는 합쳐져 신통력 있는 주술이 된다.

질문해보았다. 과연 스파이의 기준은 무엇일까?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일까? 극단적인 상황이 되면 스파이는 수사에 불과한 존재가 된다. 그저 그 사람을 스파이로 규정하는 순간 스파이가 되고 방조라는 행위도 스파이로 둔갑되고 마는 것이다. 


일본 해군통신대가 오키나와에 들어온 이후 마을마다 치안을 명목으로 경방단이 조직되었다. 그러나 경방단은 치안을 빌미로 마을 사람들이 스파이 짓을 하지 않는지 감시하고 부역에 강제 동원하며 일본 해군통신대의 말을 마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맡았다.

일본군, 미군도 두려운 존재지만 경방단은 마을 사람들에게 인간사냥꾼으로 불렸다. 심지어 아직 어린 아이들이 그곳에 들어가 마을 사람들을 감시하고 나아가 죽이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 잔혹하리만큼 끔찍했다.


북쪽 마을의 소목장에서 경방단장을 포함한 9명이 살해되었다. 그들은 일본 해군통신대에 협조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살해된 것이다. 소목장의 가장 어린 일꾼이었던 벤이 살해된 것을 들은 어머니는 괴로워 미쳐버렸다. 

요이시네는 본섬에서 미군의 힘을 경험하고 일본군 병사로 출전하여 총알받이가 된 형들을 떠올린다. 그는 일본군은 미군을 결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일본군에게 스파이로 몰린 그를 보고 처자식과 함께 오키나와를 떠나라 명한다.

사토는 조선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대단하다. 그는 조선인이 몰래 미군을 만나고 다니며 일본군에 해가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일본이 전쟁에서 지기라도 하는 날엔 그 책임을 조선인에게 다 지우려 생각하고 있다.


어느 시절, 어디에나 차별은 존재하지만 그 무렵 오키나와도 그런 시공간 중 하나였다. 오키나와인은 본섬에 사는 일본인에게 차별을 받았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받은 처지가 억울해서일까) 또 조선인을 차별하는 관행이 이어졌다. 조선인이라고 다 같지 않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조선인도 있었겠지만 전쟁 때문에 본섬에 건너갔다 오키나와로 다시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조선인은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장 낮은 차별의 대상이 된다. 


보험 외판원을 하던 조선인 고물상은 19살에 일을 구하러 오키나와에 왔다가 오키나와 출신인 후미와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낳았다. 이제는 조선에서 산 시간보다 오키나와에서 산 시간이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인인 죄로 미군 스파이로 취급당하는 자신의 현실이 그는 몸서리처진다. 그렇지만 섬을 탈출하고 싶다가도 오키나와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렸고 자신의 터전이 이곳이기 때문에 차마 발길을 떨어뜨리지 못한다. 


전쟁 막바지에 이르자 먹을 것이 떨어져 군인들은 배가 고프다. 주머니칼로 새끼돼지마저 잡아야 할 실정이 되었다. 섬에 있는 것은 사람이고 물자고 남아나는 것이 없다. 3백 마리가 넘는 산양도 도살되버리고 만다. 


천황의 항복 라디오 음성이 나온 후 오키나와 섬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천황의 항복 선언이 분하고 슬퍼서 흐느껴 울었지만 한편에서는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안도하며 집으로 갔다.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어. 미국 세상이 됐으니 오늘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야겠어.” 일본이 패전하고 난 뒤 사람들의 태세 전환은 생각보다 빨랐다. 하긴 해방 후 조선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졌지 않았나. 친일파는 태세 전환을 하고 친미반공의 흐름을 탔으니 말이다. 


미군 스파이 취급을 받던 요미치는 일본이 패망했으니 이제 더는 숨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아내에게 말하고 밖을 나섰으나 일본군 지시를 받은 족제비, 료타, 겐을 비롯한 인간 사냥꾼들은 요미치를 찾아내 기어코 죽이고 아내인 게이코와 아기까지 모조리 살해해버린다. 요미치의 아버지인 요이시네는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 탓을 하며 자결한다. 

계속 드는 생각은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었다(진저리가 나고 징글징글하고 이쯤 되면 모든 인간들에게 혐오감이 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인간 사냥꾼의 가족이 인간 사냥꾼을 바라보는 심정은 과연 어떠할까 . 겐의 어머니인 다미는 그가 한 짓을 마을 사람들에게 듣고 그 죄를 용서해달라며 빈다. 


미군에 손을 댄다는 명목으로 일본인 스파이가 죽임을 당했으니 조선인들이 무사할 리 없었다. 

일본군, 인간 사냥꾼, 경방단원들은 마침내 조선인 고물상 일가를 죽이러 찾아온다. 그 소식을 들은 조선인 고물상과 아들 히데오는 아내인 후미와 나머지 아이들과 헤어지고 사네요시 집에 가서 숨는다. 사네요시는 약한 마음에 조선인 고물상과 히데오를 받아줬지만 이내 후회한다. 그를 숨겨줬다가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조선인 가족의 끝은 참혹했다. 


이야기를 통해서 당시 분위기를 느끼고도 남음이 있다. 일본군에 미군까지 상대해야 했던 마을 사람들, 거기에 서로를 고발하여 죽고 죽이는 상황이란 과연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역사적 상황이 그렇다고 하여 인간의 불안 심리를 이용하여 선동하고 공포를 조장하는 행위가 정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역시 남았다. 한편으론 가해자의 가족이 가해자의 행위를 대신하여 자신의 탓이라며 죄를 구하는 일을 보면서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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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6-01-19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분이 리뷰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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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6-01-20 08:40   좋아요 1 | URL
네. 책이 나온 지는 좀 되었더라구요. 그레이스 님의 감상기도 궁금해집니다.
 
티무르 승전기
샤라프 앗딘 알리 야즈디 지음, 이주연 옮김 / 사계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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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 이어 또 하나의 제국을 이루었던 곳이 티무르다.
작년 말 출간 이후 추천 도서로 계속 있었는데 꼭 읽어야 하나 하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시간을 보내다 지금까지 왔다.
결론적으로 몽골에 대한 역사는 관련 전문서와 교양서 등을 읽었지만 티무르 제국은 관련 역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저 유라시아를 중심으로 한 제국의 역사 중 한 부분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럴 땐 역시 읽어봐야겠구나 싶었다.

이 책은 티무르 제국을 연 사힙키란 티무르에 대한 승전기다. 티무르 제국은 몽골 제국에 이어 거대한 영토를 다스렸고 티무르는 이를 연 사람인 만큼 세계정복자라는 인식이 강했다. 과연 이 타이틀의 인식은 올바른 것인가 하는 질문이 있었다. 몇 년동안 몽골 제국의 사서를 읽으면서 서구 제국이 주입한 그들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정복자임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통합을 위해 기울인 여러 노력들은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티무르도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정복자‘라는 인식은 티무르 사후 근세 내내 오스만을 이웃으로 두어야 했던 유럽의 애환이 투영된 것이다.
잔인하고 무자비한 세계정복자와는 절대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티무르 르네상스‘란 개념은, 티무르제국 시기에 발전한 문화와 예술, 학문과 지식이 이슬람 문화 부흥의 시발점이 되어 이후 여러 이슬람권 근세 제국의 문화적 발전의 기틀이자 모범이 되었음을 설명한다. 물론 이 관념 또한 유럽의 르네상스에 대한 비서구권의 비교군으로 등장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 P6~7

티무르 자신이 사서 작성을 명하여 완성된 사서 중 현존하는 제일 오래된 사서는 니잠 앗딘 샤미의 『승전기』(1404)이다. 티무르는 샤미에게 자신의 뜻과 가신들의 행동 중에 ‘(신의) 영원한 행운‘이 드러나는 바를 기록하되,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리고 샤미의 『승전기』를 저본 삼아 완성된 야즈디의 『승전기』(이 책의 저본)는 개별 사건 및 일화들, 그리고 사건들의 전개 과정은 그대로 이용했으나, 사힙키란이라는 특수한 정통성을 보다 더 정교하게 덧붙였다.
여기서 사힙키란 무엇인지 알아보아야 한다. 사힙키란은 본래 페르시아 문학에서 ‘세계정복자‘인 주인공에게 붙는 별호였으며 그 기원은 이슬람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품에서 사힙키란으로 불린 아미르 함자는 성스러운 행성 간의 합이 일어난 날 태어나, 용기와 무력으로 세계를 정복하여 이슬람을 널리 확산시키고 피지배민들에게도 정의를 실천한 관대한 인물로 묘사된다. 13세기가 되자 이 칭호는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사서 속의 실제 인물, 군주의 별로 쓰이기 시작하였다. - P331
티무르조가 성립된 14세기 후반은 ‘칼리프가 임명한 군주‘라는 이슬람적 정통성이나, ‘황금씨족의 후손‘이라는 몽골제국의 정통성이 모두 쇠퇴하는 시점이다. 이때 칭기스 일족도 아니고 칼리프에게 승인받을 수도 없었던 티무르가 내세운 새로운 유형의 정통성이 ‘사힙키란‘이었다.

역자는 이 책의 내용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및 여섯 장으로 분류했다. 원문은 336장으로 나열되어 있을 뿐이라서 저자가 한 편의적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프롤로그는 본격적으로 역사적 사실이 전개되기 전 상황에 대한 설명과 티무르의 탄생, 『승전기』의 특징 등에 대한 개괄을 다루었다. 1장부터 6장까지는 티무르의 본 원정기의 내용이고 에필로그는 티무르 사후 후계자들이 사마르칸트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티무르는 어떻게 제국의 서막을 열 수 있었을까. 14세기 중반 중앙아시아의 서부 오아시스 지대에서 몽골제국 차가타이울루스가 쇠퇴하며 혼란이 발생했다. 차가타이울루스가 강성했을 때는 울루스에 예속되어 투만(만호군), 하자라(천호군)를 이끌던 여러 부족 및 군사 집단의 아미르(장군)들이, 칸에게 사여받은 이크타(영지)에서 독자 세력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 이런 상황을 정리하고 1370년 아미르 티무르가 중앙아시아 서부의 마와라안나흐르 일대를 통일했다.
티무르는 마와라안나흐르를 통일한 후 그곳을 중심으로 한 지역을 하나씩 공격하며 자신의 세력 하에 만들어나간다. 1386년에는 3년 간 이란 서부를 공격하여 그 지역을 복속시켰고 1391년 무렵 이란 남서부와 이라크, 캅카스를 넘어 5년 원정을 이어나간다. 티무르는 5년 원정 전후로 여러 자손들에게 영토를 나누어 맡기고 1398년부터는 인도 원정을 시작했다. 1400년 무렵에는 이슬람권 왕좌를 거머쥐기 위해 아제르바이잔으로 향한 뒤 아나톨리아 대부분을 점령하고 발칸반도까지 진출하여 조지아를 복속시켰다.
여러 원정 기록이 그러했지만 특히 인도 원정, 아나톨리아와 발칸반도 원정은 놀라웠다. 특히 인더스강은 징기스 칸도 건너지 못한 곳이었다는데 사힙키란은 그곳에 다리를 세우고 강을 건너 병영을 세워 지역 수장을 복속시켰다.

사힙키란은 능력이 있는 복속할 만한 이나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에게 힘을 쥐어주고 적어도 그가 배신하기 전까지는 믿음을 견지했다. 그러다 반복적으로 배신을 하는 경우 가차 없이 내치는데 그런 인물 중 대표적으로 톡타미쉬 칸이 있다. 톡타미쉬 칸이 적에게 쫓겨서 사힙키란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사힙키란은 그를 자녀로 삼고 많은 군대와 물자를 주어 주치울루스의 왕좌를 차지하게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톡타미쉬 칸은 사힙키란이 이란 원정을 진행 중 여러 번이나 군대를 파견하여 영토를 파괴했던 것이다. 사힙키란은 그의 말은 신뢰하기 어렵다며 더는 교류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복 지역과 주민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호의와 관용을 베풀었다. 초반에 마와라안나흐르를 중심으로 한 울루스를 복속시키는 동안에는 조금 경직된 면모를 보였다면 제국이 확장되고 안정되어갈수록 관용성을 보였다. 예를 들어 사힙키란은 사바의 셰이흐를 서신 및 선물과 함께 맘루크의 술탄인 말릭 알자히르 바르쿡에게 파견했다. 서신의 내용은 이와 같다. ˝과거 칭기스 칸 계보의 왕들과 그대 왕국 왕들의 전쟁으로 시리아와 주변 백성이 고통을 겪었으나, 양측의 타협으로 세계가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아부 사이드 바하두르 칸이 사망한 후 이란의 칭기스 칸 계보에 강력한 왕이 남지 않아 다시 혼란이 찾아왔다. 현재 내가 신의 도움으로 이란과 이라키 아랍을 점령했으니, 양국이 이웃이 되어 통로를 열고 서신과 사신, 상인이 왕래하면 번영을 이룰 것이다.˝ - P157

반면 정복자임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모습도 있다. 대표적으로 정복 지역을 약탈하고 군대를 점령한 후 지역 주민을 모두 살해하여 언덕을 쌓고 머리를 잘라서 두개골 첨탑(미나렛)을 세운 것이다.
티무르만 그러지 않았겠지만 이런 모습은 그의 잔인함을 드러내는 증거이지만 정복 대상에게 복속하지 않으면 비참한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는 경고로서 하나의 효과적인 수단이 되었다고 보인다.

그리고 초반에 역자가 말하길 티무르의 세계정복자적 면모와 함께 (문화적으로) 티무르 르네상스라는 면모가 있다고 밝혔는데 사실 승전기 기록만으로는 개인적으로 지역의 문화를 수용한(이슬람 문화의 확대) 측면을 찾기란 어려웠다. 돔을 건설하고 종교인, 장인, 의사 등 전문직업인을 사마르칸트로 데려가는 모습 정도가 있을까.

또 종교적으로 관용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 같지 않다(몽골 제국의 역사에서 종교적 관용성을 보여준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힙키란이 인도 원정을 떠난 것도 이교도들을 상대로 성전을 치르겠다는 명분이었다. 이후 키타이 원정을 하기로 결심한 것도 우상 숭배자를 제거하기 위해 군대를 소집한 것이다. 조지아 지역 등에서 주로 믿던 조로아스터교 신자들을 가혹하게 탄압하고 이슬람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강요한 모습이 엿보인다.

사힙키란은 자신이 사망할 때가 되자 피르 무함마드 이븐 자항기르를 자신의 대리인이자 후계자로 삼으라 요청했다. 그러면서 그에게 복종하고 그를 지도하여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가 되지 않게 해달라 명했다. 자손들에게는 백성을 경시하지 말고, 이란과 투란을 적과 반란 세력에게서 지켜내며, 서로 적대심을 갖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수도인 사마르칸트의 왕위를 계승한 아미르자다 할릴 술탄은 창고 문을 열어 아미르와 정부의 중진과 군사들에게 사여를 베풀었는데, 경제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금액을 남발하여 통치한 지 4년 만에 모든 창고가 텅 비어버렸다고 한다. 게다가 그는 정부의 중진들을 멀리하고 외부인을 가까이하는 바람에 결국 백성과 군대에 신뢰를 잃고 말았다.

티무르의 역사는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진다. 이 책은 티무르 제국을 연 사힙키란의 영웅기이자 원정기를 담고 있다. 역자는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역사학으로 방향을 전환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그의 박사 논문을 교양서로 낸 버전이다. 어렵지만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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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리얄리 2026-01-14 1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내용과는 좀 관계가 없지만 티무르라는 인물을 보니까 예전 생각이 나네요.

2008년에 어쩌다 회사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출장갔는데,
그때도 티무르는 우즈베키스탄이 떠받들던 인물이었죠.
타슈겐트와 사마르칸트를 비롯해 전국 어딜 가나 티무르가 빠지는 곳이 없었습니다.

당시에 독재자 소리를 듣던 대통령이 티무르를 신격화에 가까울 정도로 강조하면서
반공개적으로 자신을 그 후계자인 것처럼 선전하던 모습도 떠오르네요.
어느 시대, 어느 국가나 정치에서 영웅을 소비하는 방식은 비슷한가 봅니다.
 
나의 일본미술 순례 2 + 이 한 장의 그림엽서 나의 일본미술 순례 2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연립서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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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망각이 존재하는 한 비극이자 잔혹한 현실을 빗댄 예술은 살아남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저자가 그림을 마주하며 품은 질문은 비단 의문에서만 그치지 않고 희망에 대한 기대도 품고 있다. 이 책은 예술가가 살았던 일본 근대 사회와 그 뒤에 드리워진 개인의 삶을 함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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