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젤과 소다수 문학동네 시인선 202
고선경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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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을 보고 나면 잘 몰라도 또 시집 만날 거야 했지. 이번에 만난 고선경 시인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에 담긴 시도 잘 모르겠어. 시를 보고 시가 길구나 했어. 다른 시인 시를 패러디해서 쓴 시도 있고, 시집 제목으로 쓴 시도 있어. 내가 본 적 있는 시를 패러디했더군. 그걸 보고 지금까지 시를 본 게 아주 쓸데없지 않았군 했어. 그 시 재미있었던 것 같아. <스트릿 문학 파이터>야. 난 잘 모르는데 이건 텔레비전 방송 제목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패러디한 거야. 시뿐 아니라 텔레비전 방송 제목도 패러디했군.


 텔레비전 잘 안 봐서 모르는데, 요즘 경연 방송이 많은가 봐. 어떤 방송은 조작이 있었다는 기사 보기도 했어. 노래, 춤은 경연대회 있어도 글쓰기는 없군. 아니 텔레비전 방송에 나오지 않고 글짓기 대회 있군. 그런 거 한번도 해 본 적 없지만. 고선경이 쓴 시처럼 <스트릿 문학 파이터>라는 방송이 있다면 그걸 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건 시를 써서 대결하는 거야. 시를 쓰는 사람이다 했지만, 어쩌면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나온 것을 비틀어서 쓴 걸지도 모르지. ‘스트릿 문학 파이터’ 상금은 1억에 노트북컴퓨터야. 1억이 적은 걸까. 난 많은 것 같은데. 세금 떼면 1억이 안 될지도 모르지.




엄마는 늘 무언가의 효능을 궁금해한다

블루베리 효능

토마토 효능

치자 효능


나는 다정의 효능이나

시의 효능에 대해 골몰한다


감동 그리고 따뜻한 시선과 관심……

받겠냐?


내 시에 비타민이나

식이섬유가 함유돼 있지는 않아


그래 한국인한테는 밥이 보약

발 잘 먹고

시 쓰든 말든 오래 살아


근데 봤지 엄마

쟤가 나 보고 웃었어


엄마가 블루베리를 먹는 이유는

블루베리가 눈에 좋기 때문이다는데

뻥이고 엄마는 그냥 블루베리를 좋아한다


-<건강에 좋은 시>, 81쪽~82쪽




 앞에 옮겨쓴 시 제목처럼 ‘건강에 좋은 시’가 있을까. 시에는 비타민도 식이섬유도 들어 있지 않군. 정신에는 시가 좋을 것 같아. 고선경 시를 보고 웃은 사람이 있는가 봐. 조금 웃게 하는 부분이 있기는 해. 해설에도 ‘개그 본능’이라는 말이 있더라고. 앞에 시에서 엄마는 블루베리 효능을 생각하기보다 블루베리를 좋아해서 먹는 거다 하는군. 블루베리 맛있을까.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속에서 Lo-fi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잘 모르겠어 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 늦게 온 소포가 된다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물으면 당신은 희망은 사랑을 한다 대답한다 나도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백지에게 그리고 언니에게 아니,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한 문장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 주소를 쥐고 걷는 내게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물을까 어떤 질문은 도움받는 기분이 들게 한다 가벼운 선물을 사려 했을 뿐인데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지구는 항상 조금 추운 극장이라서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이 있고

 진짜 같은 마음이 있다

 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

 는 소문이 있다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지?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기차를 타고 방부제가 썩는 나라에 가고 싶다 눈 내리는 체육관을 지나 팅커벨 꽃집을 지나 열두 겹의 자정을 통과해 도착하는 나라 그런 나라가 없다면 언니의 나라에서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그러니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그저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나는 좋아하는 것들을 죽여가면서도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만들어두었다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중얼거리면서


 -<시집 코너 *출간된 시집 마흔한 권 제목을 가져와 씀.), 143쪽~144쪽




 본래 있는 거여도 그걸 어떻게 잇느냐에 따라 다르겠어. 말이 되게 이어야지. 시 <시집 코너>에는 시집 제목 마흔 하나가 들어갔어. 다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만나 시집도 있고 제목만 아는 것도 있어. 이렇게 쓰는 것도 재미있군. 어딘가에 나온 말을 잘 잇는 것도 대단한 거겠지. 난 별로 안 해 봤고 잘 못해.


 여기 담긴 시를 보면서 고선경 시인은 게임도 잘 아는가 보다 했어. 게임 이야기도 있더라고. 아이돌, 음악, 영화나 책도. 시를 보면서 내가 관심 가진 건 얼마 안 되는구나 했어.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가지면 쓸거리도 많아질지. 그럴 것 같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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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야기가 재미있어서 늦은 밤까지 책을 읽었지

식을 먹다가

도가 막혀서 죽을 뻔했어




밤 , 잠이 오지 않아

광별을 올려다 보며

도했어




번에는

구 경기를 즐겁게 만나기를

도합니다




야기로 삼행시 쓰기에서

는 할 말이 별로 없군

도 다르지 않아




렇게 재미없는 이

기 끝까지 봐주신 여러분한테 복이 가득하기를

원합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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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가 간다





고장이 나면 고치고

또 고장이 나면 고쳤는데,

이젠 그것도 하지 못하네


더는 돌아가지 못하는 시간,

시계는 시간을 새기며 낡아갔지


한 시대가 가는 걸 알리 듯

시계는 영영 멈추었네


잘 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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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달 아래
지미 리아오 지음, 정진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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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다 같은 하늘 아래 살지. 아, 미안해. 하늘 아래엔 사람만 살지 않는군. 많은 생물이 지구에 살고 같은 하늘 아래를 걷지. 달리고 기고 나는 것도 있겠어. 이런 생각을 한 건 이번에 그림책 《같은 달 아래》(지미 리아오)를 만나서야. 지구 어디에 있든 해와 달을 보겠어. 시간은 조금 달라도 어디에서 보든 해와 달은 그렇게 다르지 않겠어. 그런 거 생각하면 신기하지.


 유유는 집 창가에서 바깥을 바라보고 뭔가를 기다렸어. 처음 유유 집을 찾아온 건 뭐였을까. 사자야. 동물의 왕이다 하는 사자가 나타나다니. 난 사자가 나타난다면 무서워서 문이 잘 잠겼는지 봤을 텐데. 유유는 기쁜 목소리로 엄마한테 사자가 왔다고 하면서 밖으로 나가. 사자 발에 못이 박힌 걸 보고 유유는 못을 빼주고 발에 붕대를 감아줬어. 아픈 사자를 위로해주기도 해.


 달이 바뀌는 모습을 유유는 다친 동물과 봐. 다음엔 엄니를 다친 코끼리가 찾아와. 그때도 유유는 코끼리를 반기고 잘 치료해줘. 두루미는 날개에 화살이 꽂혔어. 유유는 동물 치료를 잘 해주는군. 동물 사이에 유유 소문이 퍼지지 않았을까. 여기엔 사자 코끼리 두루미만 나왔지만, 다른 동물도 유유를 찾아왔을지도 모르겠어. 달도 함께 보고 잠시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했겠어.


 여전히 유유는 창가에서 바깥을 바라보고 기다렸어. 차가 멈췄어. 유유는 그걸 보고 바깥으로 뛰어나갔어. 거기에서 유유가 만난 건 누구였을까. 아빠라고. 맞아. 유유가 늘 기다리던 건 아빠였겠지. 아빠는 전쟁에 나갔던 거였나 봐. 아빠는 다리를 다치고 돌아왔어. 유유는 아빠 다리에 붕대를 감아줬어. 그동안 동물을 치료해줘서 힘들지 않았겠지. 유유 아빠가 죽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행이군. 엄마도 아빠가 돌아온 걸 기뻐했어.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해도 유유는 창가에서 바깥을 볼 것 같아. 다친 동물이 또 찾아올지도 모르잖아. 그때는 유유와 아빠가 함께 다친 동물을 치료해주고 붕대를 감아주겠어. 달구경도 함께 하겠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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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낮, 겨울 나무





겨울 낮에도

하늘은 파랗지

공기가 차가워서

그런가 봐


겨울엔 낮에도

어두운 느낌이 들어

나뭇가지만 남은

나무 때문일지도


겨울엔 나무도

잠자는 것 같지만,

그건 보이는 것뿐이야


겨울 나무는

열심히 다음 봄을 준비해


새파란 하늘과 나뭇가지는

잘 어울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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