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侍 (新潮文庫) (文庫)
엔도 슈사쿠 / 新潮社 / 1986년 6월
평점 :
사무라이
엔도 슈사쿠

한동안 책을 읽지 못하다 읽기로 한 책이 바로 엔도 슈사쿠 소설 《侍 사무라이》다. 한국말로 나왔지만, 일본말로 읽어 보고 싶어서 예전에 사두고 이제야 만났다. 이 책을 느리게 보면서, 한동안 책을 안 봤으니 좀 편하게 볼 책을 골랐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 한권을 열흘 넘게 보다니. 하루에 한시간 본 날이 많아서 그렇다. 일본말로 보면 더 느린데 하루에 겨우 한시간만 보다니. 언제 다 보려나 하면서 조금씩 읽었는데, 끝이 났다. 다행이다. (이 책을 보고 시간이 좀 지났다. 지금은 책을 그런대로 본다.)
이 소설 《사무라이》는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썼단다. 1600년대에 무사와 상인이 멕시코와 무역을 하려고 스페인 왕한테 허락을 받으러 배를 타고 멕시코로 갔다. 소설에는 그렇게 나왔는데 자세한 건 모른다고 한다. 여기 나온 무사 하세쿠라 로쿠에몬은 일기를 썼는데, 그 일기는 남아 있지 않단다. 참 아까운 자료가 아닐 수 없다. 남의 나라 일이기는 하지만. 조선도 천주교를 박해한 적이 있다. 집안 식구가 천주교도로 귀양간 사람도 있다(정약용). 조선시대에 천주교에 관심을 가진 건 서양 학문에 관심을 가진 게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때 조선에도 죽은 사람 많겠다.
조선에서는 천주교다 했는데 일본에서는 기리스탄이다 했다. 그리스도교, 기독교, 카톨릭이라는 말도 썼다. 일본은 나라에서 기리스탄을 금지하고 신부나 신도를 나라에서 쫓아내고 죽이기도 했는데, 일본에서 그리스도교를 널리 알리려는 신부가 있었다. 그 한사람만 그런 건 아니지만, 벨라스코는 야망이 있었다. 그리스도를 모르는 나라에 예수 그리스도를 알리고 싶어했다. 벨라스코는 통역사로 일본에 오고 선교사로 활동했는데, 감옥에 갇힌다. 다시 통역사로 기회가 온다. 멕시코와 무역을 자유롭게 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벨라스코한테 통역을 맡긴다. 그곳 영주는 다테 마사무네였던 것 같은데, 멕시코와 무역하기를 바란 건 다테 마사무네였을지, 그 밑에 사람이 생각한 건지. 벨라스코는 자신이 통역을 하면 스페인 왕뿐 아니라 교황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벨라스코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했는데, 벨라스코 집안 사람이 대단하기는 했다. 벨라스코 자신도 조상을 생각하고 일본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거다. 벨라스코는 일본에서 자신이 주교가 되기를 바랐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그런 꿈을 꿨구나.
척박한 산골에서 살던 하세쿠라 로쿠에몬은 어느 날 예전 땅을 돌려줄 수도 있다면서 일본 사절로 멕시코에 갔다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하세쿠라와 세 사람 그리고 상인과 하인은 배를 타고 떠난다. 하세쿠라는 쓰키노우라에서 배가 떠나는 날 자기 운명이 바뀌리라는 걸 깨닫는다. 하세쿠라는 예전에 일구던 기름진 땅보다 지금 사는 산골이 더 좋았다. 하지만 돌아가신 아버지나 작은아버지는 예전 땅을 되찾기를 바랐다. 이번 일을 잘 해낸다고 해서 예전 땅을 돌려받을지 그건 모른다. 다른 무사도 그런 말을 듣고 한번도 가 보지 못한 나라에 가게 됐다. 무사 네 사람에서 다나카는 자신들을 버리는 돌이다 말했다.
1600년대에 배를 타고 다른 나라에 가는 일은 쉽지 않았을 거다. 폭풍우를 만나기도 했지만, 멕시코에 도착한다. 하지만 바로 뭔가 잘 되지는 않았다. 스페인에 가야 했다. 벨라스코 혼자 갈 것 같았는데, 무사한테도 같이 가자고 한다. 스페인에 갔다 해도 바로 왕을 만나지도 못했다. 벨라스코가 베드로회에서 안 좋은 말을 들어서. 일본에서 정말 포교활동을 할 수 있나 없나를 따지려 했다. 무사는 맡은 일을 해내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기리시탄이 되고 세례를 받겠다고 한다. 하세쿠라는 일이어도 그러지 않으려 했는데, 두 사람이 세례를 받겠다고 해서 하세쿠라도 따른다. 그 뒤에는 잠시 좋아 보였는데, 일본에서 기리스탄을 금지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예전보다 더 심해졌다.
벨라스코와 무사가 일본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렇게 됐는데, 어느새 한해 반이 지났다. 다나카는 자신들이 한 일이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게 되고 한탄했다. 일본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나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세쿠라는 그리스도를 믿지 않지만,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보고 마음을 쓴다. 왜 사람들이 추하고 마른 그 사람을 따르는지 신기하게 여겼다. 맡은 일 때문에 세례를 받았지만 예수를 믿지 않는다 했다. 여러 해가 지나고 하세쿠라와 니시와 하인은 겨우 일본으로 돌아온다. 위에서는 하세쿠라와 니시한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여기라 했다. 그런 말 들으면 지금까지 자신이 한 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들 것 같다. 니시는 젊어서 스페인말에 관심을 갖고 배우고 스페인에 남아 다른 것도 배우고 싶어했는데.
하세쿠라는 일본으로 돌아오고 나름대로 예수가 뭔지 생각한다.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늘 함께 한 요조는 기리시탄이기도 했다. 벨라스코는 마닐라에서 지내다 일본을 잊지 못하고 돌아오고 잡힌다. 벨라스코는 이제 야망을 가졌던 때와 많이 달라졌다. 이제야. 벨라스코가 일본으로 돌아온 일로 하세쿠라와 니시도 죽게 된다. 벨라스코는 하세쿠라와 니시가 기리스탄이었다는 말을 듣고 웃었지만, 난 벨라스코 때문에 두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있겠지만, 정치에 휘말려 죽임 당한 거다. 니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하세쿠라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때 조금 슬펐다. 요조는 하세쿠라한테 그분이 함께 할 거다 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