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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리의 뼈 ㅣ 로컬은 재미있다
조영주 지음 / 빚은책들 / 2025년 5월
평점 :

책 제목 《쌈리의 뼈》에서 쌈리가 정말 있나 했다. 쌈리는 평택 지명으로 집창촌이었다. 집창촌은 평택역 일대에 있었다. 미군 부대 때문에 생겨난 곳이었단다. 쌈리는 지난 2024년 재개발에 들어갔나 보다. 마지막 집창촌이었다고 한다. 역이라는 말을 보고 내가 사는 곳에도 역 가까운 곳에 그런 곳이 있었다는 게 생각났다. 내가 어릴 때로 자세히는 모른다. 분홍색 건물을 얼핏 본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사진으로 본 걸 거기에서 봤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여기에도 미군 부대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역이 다른 곳에 있다. 예전에 역이 있던 곳은 많이 달라졌다. 아파트가 많아졌구나. 예전에 쌈리였던 곳에도 아파트를 지을지.
언젠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위안부였고 한국 전쟁 뒤에는 양공주가 됐다는 말 봤구나. 지금이라고 그런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 일본 소설에는 룸살롱이나 캬바쿠라나 풍속점 같은 게 나와서 거기에는 그런 게 있구나 하는데, 한국은 어떤지 잘 모른다. 한국에도 여전히 있겠지(룸살롱인가). 이 소설은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처음 나온 날짜는 2025년 10월 16일로 아직 오지 않은 날이구나. 마지막에는 2026년 4월 16일이다. 4월 16일이라니. 16일로 맞춘 걸까. 4월 16일은 잊지 못하는 날이어서 말이다. 이건 소설이다는 걸 나타내려고 날짜를 그렇게 한 걸지도 모르겠다.
윤명자는 소설가로 2019년에 치매 판정을 받는다. 자신이 치매라 해도 소설을 쓰려고 했는데, 2020년에 코로나19로 바깥에 쉽게 나오지 못했다. 윤명자는 취재를 하고 소설을 썼는데, 치매 때문인지 마스크를 끼지 않고 밖에 나가려고 했다. 2020년에 코로나19로 세상이 무서워지기는 했다. 그게 지난 일이 되다니. 그런 날은 또 찾아올지도 모른다. 시간이 갈수록 윤명자 치매는 심해졌다. 윤명자는 딸인 윤해환한테 자신이 쓰던 소설을 이어서 써달라고 한다. 소설을 완성하고 싶다고. 윤해환은 윤명자가 쓴 메모와 글을 보고 소설을 쓰기는 한다.
해환의 엄마 윤명자가 쓴 소설 제목은 이 소설 제목과 같은 ‘쌈리의 뼈’다.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윤명자를 맡은 편집자 이상모가 해환한테 연락한다. 이상모는 쌈리에 있는 해바라기집에서 갓난아이 뼈가 발견됐다고 한다. 이상모와 해환은 함께 쌈리에 간다. 쌈리에 간 해환은 왜 자신이 거기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나 한다. 그곳에서 엄마가 쓴 핑크레이디와 핑크 양복을 입은 노인을 만나고, 엄마 소설에서 죽임 당하는 미니도 만난다. 미니는 이름을 물려받아서 여러 미니가 있었단다. 해환은 여러 사람을 만나고 소설로 쓸걸 떠올리고 소설을 쓴다.
소설과 현실이 섞인다. 무엇이 소설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읽다 보면 조금 헷갈리기도 한다. 치매를 앓는 사람 머릿속 같은 느낌. 아니 그것과는 조금 다른가. 해환의 망상도 소설이 된다. 그건 정말 망상일지. 뭔가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참된 것에 다가갈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은 거짓을 참으로 만들기도 하던가. 해환이 생각하는 게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이런저런 게 겹쳐서 그렇게 된 건 아닐지. 해환은 엄마가 치매에 걸린 척하는 게 아닌가 하는데, 정말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그건 어떨지. 치매여도 모든 걸 다 잊지는 않겠다. 지금 일은 기억 못해도 옛날 일은 선명해진다고 하지 않나.
이걸 한번 보고 어떻게 쓰지 하다가 한번 더 읽어봤다. 다시 보니 윤명자가 한 어떤 말은 치매 탓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명자는 정말 치매였을지. 앞에서 의심한 거 또 말했구나. 치매인 것 같지만, 가끔 정신이 돌아온 듯하다. 그럴 때도 아닌 척했나 보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