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뭐예요? - 우주의 먼지에서 지구의 탄생까지 지구의 기원과 비밀 초등 자연과학을 탐하다
앤 루니 지음, 마르가리다 에스테베스 그림, 이은경 옮김 / 빅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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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릴 때는 책을 잘 몰랐다. 그때도 이런저런 책이 있었을 텐데, 모르고 살았다. 내가 어릴 때보다 지금 더 여러 가지 책이 있을 거다.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책을 봤다면, 지금 좀 더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를 텐데. 지금 책을 봐도 이것저것 안 보고 보는 것만 보는 것 같다. 소설. 가끔 과학책을 봐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조금 보다가 안 봤다. 우연히 어린이 과학책이 눈에 띄어서 읽어 봤는데, 어린이책도 과학은 그리 쉽지 않다. 이 책 《지구가 뭐예요?》도 한번 보고 기억하기는 어렵겠다. 겨우 한번만 보다니. 여러 번 보고 기억하면 더 좋을 텐데.


 몇달 전에 백가지 사진으로 보는 ‘우주의 신비’와 ‘지구의 신비’를 만났는데, 이번에도 지구보다 우주를 먼저 봐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보고 그런 생각을 하다니. 지구는 어디에 있나, 바로 우주 우리은하 태양계에 있다. 우주는 아주 작은 점(특이점)에서 시작하고 높은 밀도와 높은 열로 138억년 전 크게 터지고 우주가 나타나고 팽창했다. 우주는 지금도 팽창한다. 지구는 우주에 떠다니던 먼지 구름이 모여서 만들어진 거구나. 이건 잘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도 책마다 말하는 게 다 같지는 않다. 책을 봤을 때는 알아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구나. 빅뱅은 잊어버리지 않았는데.


 지구는 45억년 전에 먼지 구름이 모여서 만들어졌다. 지금과 같은 지구가 되는데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다. 지구는 아주 뜨거운 때와 아주 차가운 때가 번갈아 찾아왔다. 지구가 생기고 얼마 안 됐을 때는 소행성과 자주 부딪쳤다. 지구와 테이아가 부딪치고 부서진 테이아가 지구 둘레를 돌다가 뭉쳐서 달이 되었다. 테이아와 지구가 부딪쳤을 때 지구도 모양이 찌그러졌구나. 중력 때문에 시간이 흐르고 둥근 모양이 됐다. 달이 생겼을 때는 지구와 가까이에 있었는데, 조금씩 멀어진단다. 그러면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르면 달이 사라질까, 아주 작게 보이겠구나. 그때 지구는 어떻게 달라질지. 땅속 마그마가 터지고 물이 생기고 박테리아가 생긴다. 박테리아가 산소를 많이 만들었단다. 지구에 생명체가 나타난 건 기적이 아닐까 싶다.


 식물이 먼저 지구에 나타나고 여러 가지가 나타난다. 이렇게 말하다니. 어류가 먼저 나타나고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차례다. 포유류가 나타나서 인류가 나타났겠다. 식물이나 동물은 종이 여럿인데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하나뿐이다. 초기에는 여럿이었지만 다른 종은 사라졌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다른 종을 죽였다고 말했구나.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섞이기도 했단다.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세계로 퍼져나간다. 처음엔 수렵과 채집 생활을 했는데, 한곳에 살게 된다. 농업, 문자도 만들어지고 문명이 만들어지는구나.


 사람이 농사를 짓게 되고 한곳에 살게 된 게 좋은 일이었을까. 그런 일이 있어서 예술이 나타났을지도 모르겠다. 한곳에 있으면 지루할 거 아닌가. 여기엔 나오지 않았지만, 사람은 종교를 만들고 사람을 지배했다. 그런 것에는 법도 있구나. 사람이 많아지면 여러 가지 안 좋겠지. 사람이 여기 저기 살게 되고 농사를 짓고 동물을 기르고는 지구가 안 좋아졌다. 사람은 땅속에 묻힌 석탄이나 석유를 찾고 꺼내 쓴다. 지구에 기후 위기가 오게 하는 데 만년도 걸리지 않았단다.


 기후 위기 걱정이다. 이제는 사는 속도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 이건 어느 한나라만 생각하면 안 된다. 지구에 사는 사람이 다 생각해야 한다. 지구를 더 아프게 만들지 않아야 할 텐데. 어떤 책에서는 지구는 그런 거 별로 마음 안 쓴다고도 한단다. 어쩌면 지구가 아프다 여기는 건 사람뿐일지도. 지구는 대멸종이 일어나거나 말거나 괜찮을 테니.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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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곳에서 만나요
이유리 지음 / 안온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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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좋은 곳에서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 말은 나중에 어떤 사람이 다시 태어난다면 영화배우와 좋은 곳에서 만나자는 거였다. 거의 죽은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다. 이런 걸 보면 살았을 때 잘 살아야지 싶은 생각이 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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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11-30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소설도 있군요. 알라딘에 들어오면 책 정보가 넘쳐서 좋습니다.
죽고 나서 영혼이 있다고 하는데 저도 그럴 것 같단 생각을 해요. 아니 반반, 인 것 같아요.
확실히 알 수 없으니 말이죠.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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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그렇게 잘 읽은 건 아니지만, 첫번째인 《흑백》부터 여덟번째인 《삼가 이와같이 아뢰옵니다》를 만났다. 미시마야 변조괴담 이번이 여덟번째구나. 이걸 책에 써뒀다면 기억할 텐데 그런 건 없다. 몇번째인지는 읽는 사람이 세어야겠구나(일본에서 나온 책에는 쓰여 있는 것 같기도).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건 재미있다. 어떤 이야기든 재미있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미시마야는 에도에 있는 주머니 가게다. 처음에는 미시마야 주인 이헤에 조카인 오치카가 흑백방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오치카한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은 사람은 그 뒤 마음이 좀 나아졌을까. 그랬기를. 누구한테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미시마야 집 둘째인 도미지로가 오치카 뒤를 이어 이야기를 듣는다.


 흑백방에서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바뀐 건 예전에도 썼지만, 이 책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서 또 썼다. 미시마야 흑백방에서는 이야기를 하고 버리고 듣고 버린다. 어쩌면 이게 마음 편할지도. 그 이야기가 쓰인 책을 보는 사람이 있지만, 도미지로나 흑백방에 찾아오는 사람은 그걸 모르겠지. 모르기를 바란다. 이런 것 때문에라도 시대는 옛날이어야 했겠다. 지금이라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할 테니 말이다. 에도시대니 이건 옛날 이야기다 생각하면 된다. 지금을 사는 사람에도 흑백방에 가고 싶은 사람 있을까. 에도시대로 타임슬립한 사람이 흑백방에 가는 건 어떨지. 이런 생각이 들다니. 언젠가 그런 사람 나타날지도 모르지. 아니 에도시대 사람이 지금 시대에 머물렀다 돌아가는 게 더 나을까.


 미시마야 변조괴담 여덟번째인 《삼가 이와같이 아뢰옵니다》에는 이야기 세 가지가 담겼다. 세 편은 <주사위와 등에> <질냄비 각시> <삼가 이와같이 아뢰옵니다>다. 일본에는 신이 참 많다. 뭐든 신으로 삼는 것 같다. 주사위는 노름할 때 쓰는 거구나. 그걸 육면 님이라 했다. 그런 신을 모시는 곳도 있다니. 그 육면 님이 노름을 좋아하고 자주 이겼지만, 크게 진 다음엔 등에 신도 함께 모시게 했다. 등에는 그리 좋지 않은 것인데. 거기 사는 사람은 좋은 건 육면 님한테 빌고 안 좋은 건 등에 신한테 빌었다. 흑백방을 찾아온 첫번째 사람은 누나가 받은 등에의 저주를 대신 받고 다른 세계로 갔다. 그곳은 신들이 노름하는 곳이었다.


 신들이 노름하는 곳에서 남자아이는 주사위와 함께 청소를 하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주사위가 말하는 모습 상상하니 조금 재미있기도 했다. 뭐든 끝이 있는 법이다. 현실 세상에 큰일이 일어나니 노름하던 곳도 사라졌다. 남자아이가 힘들게 고향으로 돌아오니 식구나 마을 사람이 없었다. 육면 님을 모시는 곳도. 영주가 바뀌어서였다. 영주가 바뀌면 많은 게 바뀐다. 거기 사는 사람은 그대로 살게 하지, 모시는 신 때문에 죽이기도 하다니. 아니 죽였다기보다 다른 안 좋은 땅으로 보냈나 보다.


 두번째 <질냄비 각시>라는 제목 봤을 때 우렁 각시가 생각났는데,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해전 죽은 오빠 이야기를 하러 동생 오토비가 흑백방에 찾아왔다. 오토비는 도미지로한테 오치카가 순산하기를 빈다면서 순산을 기원하는 날치 지느러미를 주었다. 그런 거 보고 날치 지느러미 괜찮을까 했다. 잘 말리면 괜찮겠지. 오토비가 한 이야기보다 도미지로가 날치 지느러미를 오치카한테 전해주러 찾아가야겠다 하는 게 더 기억에 남는다. 오치카가 임신하고 도미지로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형인 이이치로는 먼저 만나기도 했다. 이이치로 혼사 이야기와 오토비 오빠 혼사 이야기는 비슷한 걸까. 아니 비슷하지는 않으려나. 질냄비 속에 든 건 신이었다. 오토비 오빠는 사람이 아닌 신과 살기로 하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오토비 오빠는 자신이 좋아서 그렇게 했겠지만, 남은 사람은 아쉽고 마음 아프겠지.


 마지막 이야기 <삼가 이와같이 아뢰옵니다>에는 좀비가 나온다. ‘부귀’나 ‘인간이 아닌 자’다 했는데. 좀비는 생각 안 해도 무섭다. 이 이야기는 정치를 생각하고 쓴 것 같기도 하다. 정치가가 제대로 정치를 하지 않는. 좀비는 이곳이 아닌 다른 세상에 나타난 걸로 그렸다. 평행우주구나. 살던 곳에 더 이상 살기 어려우면 떠나야 한다. 하뉴다 마을이 있는 세상은 좀비만이 사는 세상이 됐을지도. 좀비도 먹을 게 없으면 죽을지. 어떨까. 세번째 이야기를 듣고 도미지로는 잠시 이야기 듣기를 쉰다. 오치카가 아이를 낳은 다음에 다시 시작한단다. 미시마야 첫째아들 이이치로가 집으로 돌아왔다. 오치카를 도우려고 오시마가 떠났는데, 얼마 뒤에 첫째아들이 돌아오다니. 사람은 떠나기도 돌아오기도 한다. 이이치로가 돌아오고 어떤 게 달라질지. 그건 다음 권을 보면 알겠다. 그건 얼마전에 나왔다. 곧 보면 좋을 텐데, 지금 바로 못 보고 나중에 볼 듯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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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만나는 생태 4 - 어류 명화로 만나는 생태 4
김성화.권수진 지음, 조승연 그림, 국립생태원 기획 / 국립생태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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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표면 4분의 3(예전엔 3분의 2다 한 듯)은 바다고 물고기는 바다뿐 아니라 민물에도 살아. 바다와 민물을 오가는 물고기도 했어. 사람이 물고기를 여러 가지 안다고 해도 아직 모르는 게 많대. 바다 깊은 곳에 사는 물고기도 있고, 넓은 바다를 다니는 건 더 알기 어렵겠어. 뱀장어가 어디에 알을 낳는지 잘 모른대. 신비한 동물인 어류군. 이번에 만난 건 《명화로 만나는 생태》 네번째 이야기 어류야.


 사람뿐 아니라 땅에 사는 동물은 척추동물이기도 한데, 물고기도 척추동물이야. 지구에 가장 처음 나타난 척추동물이 바로 물고기래. 지구에 사는 생물은 거의 바다에서 왔다고도 하지. 물고기는 냄새를 잘 기억한대. 연어나 숭어 같은 건 바다에 살다 민물에 알을 낳으러 돌아오는데, 그 냄새를 기억한대. 어딘가로 돌아가는 거 하니 철새가 생각나는군. 물고기도 따듯한 물에 사는 것은 철에 따라 옮겨다녀.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떼로. 작은 물고기는 떼를 지어 다녀. 무리를 이끄는 건 없다 해도 떼지어 다니면서 포식 물고기를 피해. 사람은 물고기 떼가 나타나면 즐겁게 물고기를 잡겠어.


 물속에서는 숨을 쉬기 어렵지만 물고기는 물속에서 숨을 쉬어. 아가미로. 물고기에는 뼈가 단단한 것도 있고 물렁한 것도 있어. 뼈가 단단한 물고기는 몸속에 부레가 있어서 물에 몸이 뜨기도 하는데 뼈가 물렁한 물고기는 몸속에 부레가 없어서 가라앉지 않으려고 죽 헤엄친대. 잠을 잘 때도. 상어가 물렁뼈 물고기였다니 처음 알았어. 물고기는 숨을 쉴 때 아가미 뚜껑으로 물 양을 조절하는데, 상어는 아가미 뚜껑이 없어서 입을 벌리고 헤엄친대. 상어가 입을 벌리고 이빨을 드러낸 모습 무서운데 숨 쉬는 거였군.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은 고래다 한 것 같은데, 물고기에서 가장 큰 건 고래상어래. 고래와 고래상어는 다르지. 고래는 포유류고 고래상어는 어류야. 아주 큰 고래상어지만 성격은 온순한 것이 있는가 하면 까칠한 것도 있을 거야. 까칠한 건 혼자 사는 듯해. 같은 종류 물고기하고도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는 것 같아. 물고기한테 친구라는 거 있을까.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다니. 물고기는 친구가 없어도 잘 지낼 것 같아. 이런 생각 지금 들었어.


 잉어는 폭포를 뛰어오르기도 하는가 봐. 옛사람은 잉어가 폭포를 오르고 용이 된다고도 했군. ‘등용문’은 거기에서 나온 말이야. 잉어와 붕어는 색깔이 예쁜 비단잉어와 금붕어가 있군. 이건 돌연변이인가 봐. 비단잉어는 사람이 연못에서 기르다 자연으로 돌려 보내면 색이 없어진대. 금붕어는 자연에 놓아주면 안 된대. 금붕어가 어항에서 살 때는 작아도 자연으로 가면 아주 크게 자란대. 사람 팔만큼. 물고기를 잡는 건 과학이 발달하면서 달라졌어. 다른 동물도 기후 위기로 사라지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게 많은데, 물고기도 다르지 않아. 성격이 온순한 고래상어도 사람이 아는 게 별로 없는데 멸종위기에 놓였대.


 그림을 보여주고 물고기 이야기를 하는 건 지금까지 본 세권과 다르지 않아. 청어는 구운 걸 그렸어. 물고기 색깔이 파란색이어서 청어래. 피터르 클라르손이 그린 <물고기가 있는 정물>은 성경 이야기와 상관있는가 봐. 물고기는 예수를 가리킨대. 그랬군, 그랬어. 청어는 차가운 물에 사는 물고기로 한곳에 머물지 않고 먼 곳을 떼지어 오간대. 한국 동해에 서해에도 온다니. 이 책은 물고기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그림이나 그림과 얽힌 이야기와 화가 이야기도 조금 담겼어. 이 말을 이제야 하는군. 그림에는 물고기가 있는 것도 있고 물고기를 잡는 것도 있어. 바닷가도.





*물고기를 물살이로 하자는 말이 있더군. 물고기라는 말은 사람이 어류를 먹는 걸로 봐서 그렇게 된 건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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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문학동네 시인선 187
안미옥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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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을 살 땐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 봄(2023, 3)에 산 시집 빛깔이 봄을 닮아서. 언젠가는 봐야지 하고 두었는데 왜 그렇게 손이 가지 않는지. 이 시집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를 안 보는 동안 다른 책을 많이 만난 것도 아니군. 사둔 책이 많은 건 아니지만, 끝내 만나지 못하는 책도 있을 것 같아. 책이 많은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다니. 안미옥 시집은 보게 됐군. 다행이지. 그렇게 잘 본 건 아니지만, 아주 안 본 건 아니야. 안미옥 시인 잘 몰라. 이 시집이 세번째인가 봐. 예전에 나온 첫번째 시집 《온》이 괜찮다는 말 들었는데, 그게 아니고 나중에 나온 걸 먼저 만났어.


 첫번째 시집 괜찮으면 두번째나 세번째도 괜찮겠지. 누군가는 어떤 시든 잘 볼지 모르겠지만, 난 그러지 못해. 이번에 만난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에 담긴 시 쉽지 않더군. 말, 글을 알아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쉽기도 어렵기도 하지. 봄은 본다는 뜻이기도 하지. 시집 제목이 많이 본다고 해서 무엇을 많이 보는 걸까 하는 생각 잠깐 했던 것 같아. 집을 보러 다닌 걸까. 갑자기 집을 말하다니. 시집 제목으로 쓰인 말은 마지막에 담긴 시 <사운드북> 마지막이야.


 앞에서 집을 보러 다닌 건가 하는 말을 했지. 집을 보러 간 시 있어. 오래된 집뿐 아니라 새로 지은 집도. 그런 경험을 시로 쓴 걸까. 내가 제대로 읽지 못해서, 나도 잘 모르겠어. 지금 생각하니 개 이야기 여러 번 나왔어. 어떤 말을 많이 썼는지 잘 볼걸 그랬어. 어쩌면 되풀이해서 쓴 말이 많지 않았을지도. 그런 게 있었다면 기억했을 테니 말이야. 봄보다 여름 이야기가 있기도 해. <유월> <여름 끝물>. 두 편 말고 더 있던가. <여름잠>도 있군. 말이 나왔으니 다음에 <여름 끝물> 옮겨 적을게.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무중력 공간에 두 눈을 두고 온 사람처럼

무엇을 보려고 해도

마음만큼 볼 수 없어서


그렇게 두 손도 두 발도

전부 두고 온 사람으로 있다고 한다면


쓰지 않는 시간을 겪고 있다고 한다면

이해가 될까


이제 다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한껏 울창해져서

어김없이 돌아오는 여름


불행과 고통에 대해선 웃는 얼굴로밖에 말할 수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다짐한 사람


절반쯤 남은 물통엔 새의 날개가 녹아 있었다


걸을 때마다 여름 열매들이 발에 밟혔다

언제부터 열매라는 말에

이토록 촘촘함 가시가 들어 있었을까


다정한 얼굴

녹아버리는 것

밟히는 것


그 해의 맨 나중에 나는 것


우는 사람에겐 더 큰 눈물을 선물하고 싶다

어느 것이 자신의 것인지 모르게


-<여름 끝물>, 42쪽~43쪽




 이것저것 많이 보고 제대로 보면 좋을 텐데. 어려운 시도 자꾸 보면 뭔가 알게 될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여러 번 안 보는군. 첫번째와 두번째가 좀 다르기는 했어. 한두번 더 보면 조금 다를까. 그럴지도 모르지. 전체를 몰라도 괜찮았던 말 있어. 맨 처음에 실린 시 <홈> 마지막 연인 ‘빛은 찌르는 손을 가졌는데 / 참 따듯하다 (11쪽)’야. 이 말은 어떤 느낌인지 알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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