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의 집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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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사는 사람은 상대를 얼마나 알까. 겉으로 보이는 것만 알지도 모르겠다. 식구라 해도 모든 걸 보여주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부부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 모든 걸 다 알지 않아도 괜찮기는 하겠지만, 조금 마음 써야 할 것 같다. 말도 하지 않고 자기 마음을 알아달라고 하기보다 자신이 어떤지 말하는 게 좋겠다. 나도 잘 못하는 거고 안 하는 거지만. 서로 이야기 나누는 사람도 있겠지. 이야기를 나눠도 서로를 다 알기는 어렵다. 식구여도 바깥에서는 다른 얼굴이 되는 걸 모른다.


 이 이야기 《가시의 집》에서 중학교 선생인 호카리 신이치 딸 유카는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호카리는 자기 반 아이가 집단 괴롭힘 당하는 아이 이야기를 했을 때 그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별거 하지 않고 말로만 자신이 어떻게 해주겠다고 한다. 유카 담임 선생도 다르지 않았겠지. 학교에서는 집단 괴롭힘이 일어나도 그런 일은 없다고 여기거나 숨겨야 한다고 여기는 듯하다. 유카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건 호카리 반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호카리는 이 부분을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학교 폭력이 나오고 피해자 가해자가 나오는데,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유카를 괴롭힌 일에 앞장 선 오오와 아야가 누군가한테 죽임 당했다. 호카리는 자신은 그러지 않았다 여기고, 아내 사토미 아들 슌 그리고 딸인 유카를 의심하기도 했다. 아야를 미워하는 사람이 저지른 일이다 여겨서다. 호카리는 아무 잘못이 없을까. 호카리가 텔레비전 방송을 만드는 사람한테 자기 아이를 괴롭힌 아야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면 나았을 텐데. 아내인 사토미는 인터넷 게시판에 아야 이름을 썼다. 요즘은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인터넷에 신상 정보가 올라오기도 한다. 그런 걸 잘 알아내는 사람도 있다. 대단하구나. 피해자와 가해자보다 그 일과 상관없는 사람이 더 떠들썩한 것 같다.


 한국에도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 신상을 알아내고 퍼뜨리는 사람 있을까. 난 그런 건 못 봤는데,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카가 피해자일 때는 아야네 식구를 공격했는데, 아야가 죽임 당하고 화살이 유카네 식구한테 돌아왔다. 복수한 거 아니냐고. 슌은 유카가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고 죽으려 해서 복수해야 한다고 했는데. 유카 엄마 사토미가 아야네 집에 가서 따지려 한 적이 있는데, 그 반대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야는 죽었으니. 유카네 식구를 원망할 만하겠다. 슌은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한 걸 경찰에 신고하면 조사하는 걸까. 학교에서 일어나는 집단 괴롭힘보다 호카리 신이치 식구 이야기 같기도 하다. 책 제목이 ‘가시의 집’이구나. 앞부분에는 집단 괴롭힘, 살인 사건, 취재 경쟁하는 언론가, 인터넷에 글을 쓰는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에야 호카리 집안 아내의 비밀이 나온다. 그건 아주 심각한 건 아닌가. 아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 딸과 아내의 비밀이 나온다. 호카리 집안이 아주 무너지지는 않았다. 앞으로 서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호카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갈까. 그렇게 된다면 그때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집단 괴롭힘을 숨기려 하지 않고 해결하려 하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가정이 평안해야 밖에서 누군가한테 울분을 풀려고 하지 않을 텐데. 학교 폭력은 가정과 학교가 함께 애써야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가정 문제는 학교에서 어쩌지 못할지도. 입시만 생각하지 않으면 좀 낫겠다.




희선





☆―


 “사건과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범인을 찾으려고 하는 거죠? 정의감 때문인가요?”


 “아니요, 정의감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울분을 푸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남의 불행은 꿀 맛이니까요. 정의의 편에 서서 가해자와 그 식구를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아주 신이 나겠죠. 뭐, 현실에서는 형편이 어렵거나 학대를 당해 삐뚤어진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그런 짓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17쪽~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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サエズリ圖書館のワルツさん2 (創元推理文庫)
코우교쿠 이즈키 / 東京創元社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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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2》, 즐겁게 만났다. 시간이 흐르면 이런 세상이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게 데이터로 남고 종이책은 얼마 없는. 아니 그런 세상은 오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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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가을 에디션)
고다 아야 지음, 차주연 옮김 / 책사람집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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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하면 책이 보고 싶기도 하다. 그런 말 보고 책을 만나면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보고도 뭐가 좋은 건지 알지도 못한다. 이런 거 생각하면 참 슬프다. 왜 난 잘 모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이 책 《나무》(고다 아야)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 나왔던가 보다. 영화 때문에 이 책 다시 나왔을까. 그 영화 못 봤지만. 거기 나온 사람은 일을 하고 집에 가서 책을 본단다. 그런 거 쉽지 않다. 일을 하고 집에 가면 쉬어야지 책을 볼 겨를이 어디 있나. 내가 이렇구나. 세상에는 일을 하고 집에 돌아가고 책을 읽는 사람 많을 텐데. 내가 못하는 것뿐이지 다른 사람은 잘 할지도.


 나무 잘 모른다. 이 책 ‘나무’에 담긴 글을 고다 아야는 천천히 썼다. 1971년부터 1984년까지 쓴 글이다. 나무를 보러 여기저기 다녔나 보다. 이렇게 책으로 묶은 건 작가가 죽은 뒤다. 어릴 때 아버지는 삼형제한테 같은 종류 나무를 한그루씩 돌보게 했다. 나무는 하나가 아니고 귤나무 감나무 벚나무 동백이다. 그런 나무를 네 그루씩 심으려면 뜰이 넓어야 했겠다. 고다 아야 언니는 아버지가 물어본 나뭇잎을 잘 알아맞혔다. 마른 나뭇잎, 말린 나뭇잎만 보고도. 언니는 일찍 죽었단다. 아버지는 언니한테 식물학을 공부하게 하려 했는데. 고다 아야 언니가 살았다면 식물학자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아이들한테 자연을 가까이에서 만나게 해주었다. 고다 아야가 딸한테도 그렇게 해주기를 바랐는데, 고다 아야 딸은 나무나 꽃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 사람도 함께 사는 사람이 나무나 꽃에 관심을 가지니 관심을 갖게 됐다. 고다 아야 사위가 그랬다는 거다. 난 그저 길에서 나무를 본다. 그것도 대충. 고다 아야가 나무를 보러 간 곳은 아주 높은 곳이기도 했다. 고다 아야는 나이가 많아서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걸 한탄하기도 했다. 같이 간 사람이 고다 아야를 업고 갔다. 그런 사람도 있었구나. 나무도 서로 돕고 사는 게 생각난다. 큰 나무가 어린 나무를 돌보는. 여기에 이런 이야기는 없지만.


 가문비나무는 쓰러진 나무 위에 나무가 자란단다. 그런 일이. 고다 아야는 그 모습을 실제로 보기도 했다. 여기에 사진도 담겼다면 좋았을걸, 아쉽구나. 한달은 30, 31일인데 야쿠섬에 ‘한달에 35일 비가 내린다’는 말이 있었다. 한달 넘게 비가 오는 거겠지. 비가 그렇게 오다니. 그건 나무한테 도움이 되는 거겠지. 야쿠 삼나무는 수령 천년 이상인 삼나무를 가리키고 천년 미만인 건 ‘어린 삼나무’다 한단다. 사람은 겨우 100년(이것도 길지만) 살까 말까인데. 나무는 정말 오래 사는구나. 몇백년도 긴데 몇천년이나 사는 나무도 있다니 말이다. 그렇게 오래 산 나무 한번도 본 적 없다. 고다 아야는 그런 나무를 가까이에서 보고 무섭기도 했나 보다. 나무를 신령스럽다고도 하지 않나. 오래 산 나무를 보면 그런 느낌이 들겠다.


 일본에는 화산 활동을 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 고다 아야는 화산재를 뒤집어 쓴 나무를 보러 사쿠라섬에 간다. 이 말 보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 생각났는데, 거기 나온 섬이 사쿠라섬 맞았다. 그 영화 본 적 없다. 화산이 한번 터지고 끝이면 괜찮지만, 사쿠라섬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도 화산 활동이 멈추지 않았나 보다. 아직 거기에 사는 사람 있겠지. 나무는 어떻게 됐을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거기에 가는 사람이 있다는 거 알았다. 화산 활동이 관광상품 같은 것이 된 걸까. 그런 건 좀 씁쓸하다. 지금은 재해도 관광상품이다. 여러 사람이 그런 곳에 가면 거기 사는 사람들이 사는 데 도움이 될까. 고다 아야가 갔을 때와 지금은 다를지. 모르겠다.


 목수는 나무를 목재로만 봤다. 고다 아야가 나무를 볼 때 도움을 준 사람이 목수였다. 목수는 나무를 목재로만 보고, 한그루만 남은 나무는 좋은 목재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한그루만 오래 남은 나무를 보면 대단하다 여길 텐데, 어떤 사람은 둘레 환경을 생각해 보라 했다. 다른 나무는 사라지고 혼자만 남을 나무. 그 나무가 살아남은 건 다른 나무나 풀이 있어서였겠다. 지금은 없지만. 고다 아야는 나무를 보고 이런저런 기모노를 입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무늬 기모노. 자신이 기모노를 입어서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에서는 자연, 기후 같은 건 말하지 않지만 난 그런 걸 생각했다. 나무를 목재로만 보지 않고 자연으로 생각하면 좋을 텐데. 그러면 그렇게 많이 베지 않겠지. 기후 위기로 멸종 위기에 놓인 나무가 많지 않나. 일본에도 그런 나무 있겠지. 숲에 사는 나무는 쓰러져도 치우지 않아야 하지만, 도시에 사는 나무는 치워야 한단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구나. 숲에 사는 나무는 쓰러져도 다른 생물한테 도움이 된다. 아주 많은 생물한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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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6-03-01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광고를 본 적 있어요. 처음에는 소설인 줄 알았는데, 에세이 같더라고요. 영화에 소개되면서 많이 알려진 것 같은데, 작가 사후 출간된 책인가봅니다.
숲이나 나무에 대해서 잘 아는 분들은 조금 더 관심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희선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6-03-07 20:10   좋아요 1 | URL
여러 해에 걸쳐서 쓴 거여서 이렇게 한권으로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나무를 보러 가고 그런 걸 글로 남겼네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나무를 돌보게 한 것도... 어릴 때는 그런 거 싫었을지, 그래도 그런 걸 해서 나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서니데이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스피노자의 진찰실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박수현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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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쓰카와 소스케는 의사면서 소설을 쓴다. 내가 아는 건 이것뿐이던가. 나쓰메 소세키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나쓰메 소세키 소설 《풀베개》로 이름을 지은 작가. 몇해 전에 만난 《신의 카르테》와 이번에 만난 《스피노자의 진찰실》은 비슷한 느낌이 든다. 과도 같지 않을까. 소화기내과의사라는 것이. ‘신의 카르테’에 나오는 의사는 구리하라 이치로 신슈 혼조병원에서 일했다. 구리하라는 괴짜라는 말을 들었는데, 여기 나오는 마치 데쓰로도 괴짜라는 말을 듣는다.


 혼조병원과 여기 나오는 하라다병원도 비슷하다. 나이 많은 사람이 많은 게. 이런 병원은 마음 편해서 가도 괜찮을 것 같다. 내가 사는 곳에는 이런 느낌을 주는 병원은 없는 듯하다. 개인 병원이라고 환자 얼굴 잘 볼까. 아닌 것 같다. 난 병원에 잘 안 가서 모르기는 하지만. 병원에 간다 해도 거기에서 누군가와 말을 하지도 않는구나. 난 어디에서든 다르지 않다. 잠깐 스쳐가는 사람과 왜 말을 해야 하나 한다. 이런 성격 안 좋은 거겠지. 본래 그런 걸 어떻게 하나. 오래 볼 사람이라고 다를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일본도 그렇고 한국도 사람이 오래 산다. 고령화 시대라고 해야겠다. 이제 초고령화던가. 태어나는 사람은 얼마 없고 나이 많은 사람만 많은. 의료도 거기에 맞춰야 할 듯한데 그러지 않는 듯하다. 여기 나오는 하라다병원은 다르다. 이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는 네 사람이다. 아주 큰 병원은 아니지만 작지도 않다. 나이 많은 사람이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 많지만, 수술도 하는 병원이다. 왕진도 다닌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도 병원에서 지내다 죽는 것보다 집에서 마음 편하게 죽는 게 좋지 않을까. 그것도 아픈 사람을 돌봐줄 사람이 있어야겠다. 혼자 사는 사람은 그러기 어렵겠다.


 혼자 살고 돈이 별로 없어서 생활보호대상자가 되어 치료받지 않겠냐고 하니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내가 죽은 다음에 날마다 술을 마셔서 몸이 안 좋아진 사람이다. 치료 받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 그런 치료를 안 받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하겠다는. 약만 먹겠다고 했다. 나도 그런 것과 비슷할 것 같다. 돈 많이 드는 치료는 못할 것 같고 남한테 도움 받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말이다. 아주 먼 일일지 갑자기 뭔가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한테 뭐라 하지 않고 그대로 받여들여주는 의사가 바로 마치 데쓰로다. 제목에 ‘스피노자’가 들어가는구나. 구리하라 이치는 나쓰메 소세키 책 《풀베개》를 좋아했는데. 데쓰로는 스피노자 사상을 좋아하는구나. 그거 보니 스피노자한테 조금 관심이 갔다.


 데쓰로는 도쿄에서 태어나고 학교도 도쿄에서 다니고 대학병원에서 일했고 내시경 치료를 아주 잘했다. 한창 고도 의료기술을 익히려 했을 때 동생이 죽고 동생 아이를 돌봐야 했다. 데쓰로는 대학병원에서 일하면서 아이를 돌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학병원을 그만두고 교토 작은 병원에서 일하게 됐다. 시간은 여섯해가 흘렀다. 데쓰로는 대학병원에서 병만 봤는데, 하라다병원에서는 아픈 사람 얼굴을 보게 됐다. 데쓰로는 과학자일 뿐 아니라 철학자기도 했다. 이건 데쓰로 선배가 한 말이기도 하다. 실제 이런 의사 있을까. 거의 없을 것 같다.


 소설 앞부분에서 병원에 실려온 쓰지는 이야기가 끝날 때쯤 죽는다. 쓰지는 데쓰로한테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 죽은 사람한테 그런 말을 듣다니. 데쓰로는 아프다 세상을 떠난 사람한테 고생했다고 말한다. 아픈 사람을 돌본 식구한테도. 그런 말도 위로가 되겠지. 의사라고 병을 다 낫게 하지는 못한다. 그럴 때는 의사뿐 아니라 아픈 사람도 절망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데쓰로는 병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그걸 아픈 사람과 함께 하려 했다. 수술을 잘 하는 의사도 있어야겠지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과 함께 하는 의사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일하는 의사는 힘들까.




희선





☆―


 “의료라는 것에 큰 기대도 희망도 갖고 있지 않아.”


 미나미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의사가 이런 말을 하면 안 되겠지만, 의료의 힘이란 정말 미미하다고 생각해. 인간은 덧없는 생물이고 세상은 끝까지 무자비하고 냉혹해. 나는 그 사실을 동생 임종을 지켰을 때 정말 뼈저리게 느꼈어.”


 잠시 입을 다문 데쓰로는 깊은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무력감에 사로잡혀서도 안 돼. 그걸 가르쳐 준 것도 동생이지. 세상에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 넘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은 있다고 말이야.”  (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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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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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제대로 보고 쓰고 싶지만, 그런 마음은 책을 보다 보면 희미해진다. 책을 읽다 보면 잘 못 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어떤 것보다 단편소설이 그렇다. 내가 처음 책을 볼 때는 그저 보기만 했는데, 지금은 뭐든 쓰려고 하니 좀 나은 것 같기도 하지만. 잘 못 쓸 바엔 안 쓰는 게 나을까. 아니다, 잘 못 써도 뭐든 쓰는 게 낫다. 책을 읽었다는 걸 남기는 거니. 평론 같은 걸 보면 단편소설을 잘 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건 거의 안 보는구나. 봐도 잘 모를 테니 그렇겠다. 여기엔 평론가가 쓴 글이 실려 있기도 하다.


 지난 2024년이 가고 《2025년 제16회 젊은작가상 작품집》이 나왔다. 이런저런 상이 있을 텐데 젊은작가상은 다른 것보다 많이 봤구나. 이걸 봐서 한국 단편소설을 보기도 한다. ‘소설 보다’와 함께. 한 작가의 소설집은 어쩌다 한번 보는구나. 이번 젊은작가상 작품집에도 소설이 일곱편 담겼다. 상 받기 전에 만난 소설은 세 편이다. 일곱 편 다 쉽지 않지만, 마지막 현호정 소설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은 가장 모르겠다. K는 카페에서 커피 만드는 일을 하고 부랑자는 자신이 지구에 빙의한다는 말을 한다, 는 것만 알겠다. K는 쌍둥이였는데 동생은 엄마 배 속에서 죽었다. 자생체 기생체라는 말도 나온다. 잘 몰라서 이런 말을 썼다.


 열여섯번째 젊은작가상 대상은 백온유 소설 <반의반의 반>이다. 요새 치매와 상관있는 이야기를 여러 편 본 것 같은데. 여기에 나온 영실은 심한 건 아니다. 오십대까지 멋있었던 영실은 지금은 칠십대고 딸 윤미와 손녀 현진이 있다. 영실은 정말 오천만원을 잃어버린 걸까. 요양보호사가 가져간 것처럼 쓴 건 좀. 영실이 딸과 손녀한테 버림 받지는 않았다. 다 그러지는 않겠지만, 딸과 손녀한테서 얻지 못한 걸 남인 요양보호사한테서 얻기도 할 거다. 지금은 그런 사람 많을지도. 난 그런 거 싫지만. 외로운 사람은 요양보호사가 잘해주면 마음을 열 거다. 엄마가 자식한테 뭐든 해줘야 하는 것도 아닌데. 윤미나 현진은 영실한테 섭섭함을 느끼고, 영실도 다르지 않았다. 엄마나 할머니 돈이 자기 돈은 아닌데.


 강보라 소설 <바우어의 정원>은 본 지 얼마 안 됐다. 지난번엔 연예인이나 평범한 사람이나 다르지 않은가 하기도 했는데. 아이를 가지려는 것 말이다. 은화와 정림은 연극에서 자신이 겪은 아픔을 연기하려고 했다. 실제 그런 일은 많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연극 오디션에서는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텔레비전 방송에 나와서 자기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구나. 그런 걸 자주 본 건 아니지만. 좋은 일보다 안 좋았던 일을 말할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것도 연기일 수 있을까. 자기 이야기를 한다고 하고는 연기일까, 하다니. 은화와 정림은 비슷한 상처를 가졌는데, 두 사람이 이야기하다 나아진 듯하다. 오랜만에 두 사람이 만난 일은 좋은 거였구나.


 예전에 <리틀 프라이드>(서장원)를 보고 정말 사지연장술이라는 게 있을까 했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있었다. 키 크는 수술이라고. 오스틴과 토미. 오스틴은 키가 작은 사람이고 토미는 여성에서 남성이 됐다. 오스틴은 토미를 자신과 비슷하게 여기기도 했구나. 그건 키 이야기일까. 토미는 자신이 오스틴과 다르다 여겼다. 언젠가 토미도 사지연장술을 할까.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바뀔지도. 키 이야기가 중요한 건 아닌데. 겉모습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구나. 빈티지 옷이 비싸도 사는 건 예뻐서다 말하기도 하니.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 영화감독이 안 좋은 일을 해도 그 사람 영화를 봐야 할까. 예술가와 작품은 상관없다 여겨야 할지. 난 괜찮은 걸 만든다면 그 사람도 괜찮기를 바란다. 내가 괜찮게 여긴 작가한테 문제가 있다면 그다음부터는 책 안 읽을 듯하다. 그런 사람이 없기를 바라기도 한다. 난 작가는 좋아하지 않고 소설만 좋아하지만. 성해나 소설 <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에서 ‘나’는 김곤이라는 영화감독을 좋아했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도 ‘나’는 감독을 좋아했다. 아니 마음 한쪽에서는 그래도 괜찮을까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나’는 그 일이 진짜가 아니기를 바란 걸지도. 하지만 그건 진짜였다. 그 뒤로 ‘나’는 김곤을 좋아하지 않게 됐다. 몇해 뒤 ‘나’는 결혼하고 치앙마이에서 호랑이 만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건 그리 좋은 건 아니겠다. 관광 가서 코끼리 타는 것과 비슷하구나.


 다음 이야기 <원경>(성혜령)에서 ‘원경’은 신오가 예전에 사귀던 사람 이름이다. 원경은 신오와 사귈 때 자신이 암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 엄마와 이모가 유방암으로 죽어서. 그때 신오는 그 일을 상상하고 원경과 헤어졌다. 몇해가 흐르고 신오는 건강검진에서 암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된다. 신오는 원경을 떠올리고 다시 만났는데. 예전에 원경은 신오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신오는 그걸 이제야 알았다. 원경의 이모와 보살님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 세 사람은 산불이 난 산에서 금괴를 찾으려 했다. 산속에 금괴가 있을지. 산불이 나고 집이 다 타버렸다는 걸 보니, 2025년에 난 산불이 생각났다. 원경은 이름뿐 아니라 다른 뜻도 담겼다. 신오가 바라보는 세 사람(원경, 이모, 보살님)이기도 하겠다. 자신만 떨어진 느낌.


 이희주 소설 <최애의 아이>는 예전에 한번 만났다. 우미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박유리 아이를 가지려고 하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이 소설에선 아이돌은 상품이구나.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지만. 우미는 아이도 상품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우미처럼 하려는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윤리 문제 때문에 현실이 되지는 않겠지.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미는 속았다. 아니 우미만 속은 게 아니구나. 많은 사람이 속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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