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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ㅣ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평점 :

지난 날로 돌아가서 안 좋았던 걸 바꾸고 싶은 사람 많을까. 난 돌아가고 싶은 생각 없다. 돌아갈 수 있다면 난 내가 아예 없는 때로 가고, 내가 세상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거다. 처음부터 없는 사람, 이건 어렵겠지. 다른 것도 못하는 거구나. 누군가 죽고, 어쩌다 지난 날로 가고 그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만 있지는 않겠다. 지난 날로 가도 바뀌는 게 없는 이야기도 있을 거다. 이희영 소설 《셰이커》가 그렇구나. 누군가를 살리는 이야기는 그것대로, 바뀌는 게 없는 건 그것대로 괜찮겠다.
학교에 다닐 때는 공부 열심히 하고 대학에 가면 많은 걸 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지금도 여전히 대학에 가고 나서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할지도. 학교는 바뀌지 않는구나. 지금은 더 안 좋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시대에 맞춰야 한다면서 교과서를 종이책이 아닌 전자 교과서를 쓰려 하다니. 집중 잘 못하는 아이들 집중력 더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이구나. 이런 생각 자주 안 한다. 나도 몰랐는데 그저 우연히 교과서를 전자 교과서를 쓴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바뀌는구나 했을 뿐이다. 그 뒤 다른 나라는 전자 교과서로 했다가 안 좋아서 다시 종이책으로 바꾼다는 말도 들었다. 어떤 소설에서는 학교라는 것 자체가 없어졌는데, 그런 날 올지. 잠시 다른 이야기로 빠진 듯하구나.
서른둘 나우는 오랫동안 좋아한 하제한테 프로포즈를 할 생각이다. 마음은 그래도 망설임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형제처럼 지낸 친구 이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사고로 죽었다. 하제는 이내와 사귀는 사이였다. 친구의 친구를 좋아한 거구나. 본래는 나우와 하제가 먼저 만났을지도 모르는데, 실제로 그랬다면 둘이 사귀게 됐을지. 나우뿐 아니라 이내도 그런 생각했을까. 나우는 우연히 이내가 기르던 고양이를 닮은 검은 고양이를 따라가고 신기한 바에 가고 바텐더가 주는 칵테일을 마시고 시간 여행을 한다. 열아홉, 열다섯, 스물 다시 열아홉. 나우는 하제와 사귀게 되고 형제 같은 친구 이내를 살릴 수 있을까. 이렇게 쓰고 보니 욕심 많은 거구나.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바꾸고 싶다고 바꿀 수 있는 게 아닌데.
시간 여행 이야기는 많구나. 이 이야기는 어쩐지 현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옛날로 돌아가면 더 잘 지내던데. 나우는 아니었다. 서른두살 영혼은 열아홉 열다섯 스물과 달랐다. 이 책을 보니 정말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우가 돌아간 곳이 나우의 세계가 아닌 다른 사람 세계여서일지도. 자기 세계여도 지나간 걸 바꾸는 건 어렵겠다. 나우는 서른둘일 때는 열아홉일 때 일을 생각하고. 우물쭈물하고, 열아홉으로 갔을 때는 서른둘인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나우는 바로 그때를 살지는 못했구나. 갑자기 그런 일이 생겨서 그랬을까. 나우만 그러지는 않겠다.
바꾸고 싶고 힘들고 괴로워도 그 시간을 지나와서 지금이 있겠다. 아쉬워서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것 때문에 또 망설이겠지. 학생이어서 이내와 하제 둘만 만나지 않고 나우도 함께 만난 건 좀 아닌 것 같았다. 이내는 정말 나우 마음을 몰랐을까, 하제는. 가까워서 못 보는 게 있을지도. 어쨌든 나우가 함께 만나지 않았다면 나았을 것 같다. 둘이 만나면 안 될 것 같다고 다른 사람도 같이 만나지 않기를. 두 사람을 바라보는 한사람 마음은 괴로울지도 모른다. 셋은 좀. 또 상관없는 말을. 이내와 하제가 부모 눈치를 본 것도 지금을 살지 못한 걸지도.
지금, 오늘만 생각하고 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지난 날을 아쉬워하지 말고 다가올 날을 많이 걱정하지 말고 지금 집중해서 살자. 그러다 한눈팔고 싶으면 그래도 된다. 쉬면서 즐겁게 살기를 바란다.
희선
☆―
“어차피 시간이란 다 허상일 뿐이죠. 잡을 수도, 되돌릴 수도, 어디에 보관할 수도 없으니까요. 공기처럼 보이지 않고, 물처럼 끊임없이 흐를 뿐입니다.” (64쪽)(
“김성진 너, 시험 볼 때 모르는 문제 나오면 어떡하냐?”
“뭘 어떡해. 그냥 찍지.”
“사는 것도 비슷해. 어떻게 매번 답을 다 알겠냐? 모를 땐 그냥 찍어. 대충 찍었는데 그게 정답인 경우도 많아.” (2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