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가능하다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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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 바턴이 아파서 오래 병원에 있어야 했을 때 루시 어머니가 병원에 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는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이다. 그 다음이 이번 소설 《무엇이든 가능하다》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 루시 어머니는 결혼 생활이 안 좋은 사람 이야기를 했다. 그때 이름 기억한 사람은 나이슬리와 미시시피 메리인 것 같다. 다른 이름도 기억해야 했는데. 루시와 어머니가 좋다고 말한 케이크 가게 사람 에벌린 이야기는 없구나. 두 사람이 이야기한 사람 이름 적어두기라도 할걸 그랬다.


 여기에는 이야기가 모두 아홉 편 실렸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 시간이 흐른 뒤 이야기지만, 사람은 지금만 생각하고 살지 않는다. 지난날 겪은 일이 여전히 자신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건 부모한테 학대 받거나 시대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루시 아버지도 그런 사람일까. 전쟁에 나갔다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실수로 죽이고, 그 죄책감이 평생 간 걸지도. 어머니는 여전히 모르겠구나. 아버지보다 어머니한테 문제가 있었던 걸까. 그래도 <동생>에서 비키는 루시한테 어머니가 루시를 가장 예뻐했다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다. 어머니가 루시한테 사랑한다는 말은 못했지만, 루시가 아플 때 병원에 오고 며칠 함께 지냈다. 루시도 알겠지.


 어릴 때 루시와 오빠와 언니한테 있었던 일은 다 나오지 않은 것 같다. 가난해서 마을에서도 차별 받고 아이들한테 놀림 당한 것뿐 아니라 집에서도 힘들었나 보다. 음식을 버리면 주워먹게 하다니. 그건 좀. 그런 일 말고 더 심한 일도 있었을까. 루시는 오랜만에 오빠와 언니를 만나고 어린 시절이 떠올랐는지 공황장애가 나타난다. 셋은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루시는 자신만 거기(집)에서 빠져나갔다 여기고 미안한 생각을 가졌나 보다. 이런 이야기 한국에도 있지 않나. 가난한 집 사람이 공부를 잘해서 도시로 떠나고 집에는 찾아오지 않는. 형제들은 잘된 형제를 원망하는 이야기. 형제에서 하나는 잘된 형제한테 돈을 달라고도 하는. 그런 게 생각나다니. 지금도 그런 일 있으려나. 가난한 게 뭐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걸 부끄럽게 여기게 하는 사람이 있어서 안 좋은 거구나. 이 책을 보면서 가난은 냄새가 나나 했다. 그러자 조금 울적해졌다.


 이 책을 본 많은 사람은 대단하다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나라면 말하지 않을 것들이 쓰여 있어서 그럴지도. 여기에 나온 것과 같은 일은 없지만. 난 단순하게 사니 말이다. 만나는 사람도 없고. 소설을 많이 봤다고 사람들 삶을 다 아는 건 아니기는 하겠다. 나와 정서가 다르구나 하는 걸 느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할 수 없는. 다 그런 건 아니고 그런 게 조금 있다. 그런 일이 이번만은 아니구나. 남들이 좋다 해도 뭐가 좋은 걸까 할 때가 더 많다. 난 뭘 모르는 걸까. 미국도 예전엔 동성애를 그리 좋게 여기지 않았다. 그 나라는 기독교가 많지 않나. 소설인지 영화에선지 그런 걸 나타내고 꽤 당황하던 사람을 본 것 같다. 그건 언제였을까. 갑자기 그런 게 떠오르다니.


 누구나 살면서 이러저런 일을 겪고 힘들기도 하겠지. 어릴 때는 아주 가난했지만, 자라고는 괜찮아지기도 한다. 늘 그대로인 사람도 있겠다. 루시 육촌인 에이블(<선물>)은 잘살게 됐구나. 에이블이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아내한테 했더니, 그걸 창피하게 여겼다. 가난은 창피한 게 아닌데. 다른 나라도 한국과 다르지 않게 가난을 창피하게 여기다니. 좀 어둡게 쓴 것 같은데, 아주 나쁜 건 아니다. 지나온 시간이 안 좋았다고 다가오는 시간까지 안 좋은 건 아니겠지. 나이를 먹고 미시시피 메리처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다. 딸이 그 일에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딸도 자신이 홀로 서야 한다는 걸 깨달았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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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12-24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시 바턴의 소설을 읽으셨네요?
저는 이 책을 읽고 루시의 감정에 이입이 되어 그랬었는지 좀 슬펐던 기억이 많이 나네요.
<오 윌리엄>은 윌리엄의 입장에서 쓰여진 소설인데 그것도 좀 슬프지만 좋았어요.
그리고 <바닷가의 루시>를 순서대로 읽으신다면 나이들어가는 노부부의 삶의 이야기가 또 찌릿하게 다가올 수도 있어요.

모나리자 2025-12-25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고는 자기계발서인가 했어요.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책 소개를 보니 대단한 호평이군요.
원하지 않은 불행을 겪기도 하고 희망적인 날을 살아가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면에서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제목이 어떤 위안으로 다가오기도 하네요.

메리크리스마스 보내세요. 희선님.^^
 
귀명사 골목의 여름
가시와바 사치코 지음, 사타케 미호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빛에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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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사람은 죽기에 삶이 아름답다는 건 조금 알겠다. 사는 건 그리 쉽지 않지만 말이다. 이 책 《귀명사 골목의 여름》을 보니, <충사>라는 만화영화에서 본 게 생각났다. 어느 섬에 사는 사람은 나이를 먹고 아프면 그 사람을 바다에 빠뜨렸다. 그건 안락사 같은 게 아니다. 아직 죽기 전에 바다에 빠뜨리고 바다에서 나오는 뭔가를 여성이 먹으면 죽은 사람은 다시 태어난다. 같은 사람이 다시 태어나는 거지만, 전생 기억은 없다. 누군가 낳아줘야 하는데, 딸이 엄마를 낳아서 딸이 엄마가 되고 엄마가 딸이 되기도 했다. 그런 거 좋을까. 그 마을 사람은 거의 다시 태어났다. 그렇게 낳아줄 사람이 있다니. 그런 신기한 일이 일어나는 곳도 있다니. 그건 벌레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벌레는 종류가 많은데, 이 세상에 있지만 누구한테나 보이는 건 아니었다. ‘충사’는 이런저런 벌레 이야기를 하는 만화다. 벌레는 요괴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예전에 죽은 사람이 돌아온 소설도 봤는데, 그건 마지막에 어떻게 됐던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이 이야기 ‘귀명사 골목의 여름’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민간 신앙으로 귀명사 본존불한테 죽은 사람을 돌아오게 해달라고 빌면 돌아온단다. 본래 식구와는 상관없는 사람으로 돌아오고, 돌아온 사람은 예전 식구 기억이 없었다. 그런 게 있다면 믿고 모시고 싶기도 할까. 잘못하면 사이비 종교가 될 수도 있겠다. 사다 가즈히로는 학교 공부시간에 우연히 자기 집 근처가 귀명사 골목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귀명사가 뭔지 알아보게 된다. 어느 늦은 밤 가즈히로는 자기 집에서 나온 여자아이가 돌아온 아이가 아닌가 여겼다.


 가즈히로 집 가까운 곳에는 귀명사를 아는 사람이 없고, 이곳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한 여든이 넘은 미나카미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미나카미 할머니는 귀명사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절 주지 스님을 찾아가 보라고 한다. 주지 스님도 중요한 건 알려주지 않았다. 귀명사를 자세히 알려준 건 지금은 중국에 있는 삼촌이다. 삼촌이 집에 있었다면 바로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집에 없어서 다른 사람을 만나기로 했구나. 미나카미 할머니를 만난 건 잘된 일이었다. 삼촌 할아버지가 귀명사 본존불을 가지고 있어서 삼촌한테 잘 지키라고 했단다. 귀명사 신자는 폐불 정책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가즈히로 큰할아버지가 본존불을 가지고 있었다. 그 본존불은 신도들이 돌아가면서 맡았단다. 죽은 사람이 돌아오게 하는 게 좋은 것 같기는 한데, 그걸 안 좋게 이용한 사람도 있었단다. 그래서 귀신 사냥을 한 사람도 있었다.


 죽은 사람이 돌아온 걸 아는 사람이 그 사람한테 ‘너는 귀명사 님이다’ 하면 사라진단다. 돌아온 사람은 보통 사람처럼 살아가는구나. 아카리가 나타났을 때 가즈히로만 아카리를 몰랐고, 다른 사람한테는 아카리 기억이 있었다. 가즈히로는 아카리를 귀신으로 여기고 무서워했는데, 아카리가 마흔해 전 열살에 죽은 걸 알고 안됐다고 여겼다. 아카리는 어릴 때 아파서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고 친구도 없었다. 다시 돌아오고 아카리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가즈히로는 그런 아카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집에 있던 귀명사 본존불을 미나카미 할머니가 가져간 듯했다. 가즈히로가 미나카미 할머니를 찾아가 물어도 시치미를 뗐다. 가즈히로는 아카리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려고 애쓴다.


 어릴 때 아카리는 즐겁게 읽은 동화가 있었다. 가즈히로는 그걸 찾아다 주기로 했다. 그 동화는 끝이 나지 않은 거였다. 여기엔 이 이야기와 이어진 듯한 다른 이야기 <달은 왼쪽에 있다>가 담겼다. 그걸 쓴 사람은 뜻밖에 가까이에 있었다. 바로 미나카미 할머니였다. 아카리와 가즈히로 그리고 친구인 유스케 셋은 미나카미 할머니를 찾아가 이야기를 끝까지 써달라고 한다. 가즈히로는 꽤 끈질기게 말했다. 그 모습 조금 웃기기도 했다. 미나카미 할머니는 가즈히로 마음을 알고 이야기를 끝까지 쓴다. 그렇게 쓴 건 미나카미 할머니한테도 좋은 일이었겠다.


 누구나 삶은 한번뿐이어서 잘 살아야 한다고 하는구나. 한번 더 사는 건 공평하지 않은 걸까. 일찍 죽은 사람이 다시 사는 건 봐줘도 되지 않나. 그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겠다. 현실에선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그런 일은 없어도 죽을 뻔했다 살게 되는 사람은 있다. 그런 게 생각나기도 하는구나. 죽다 살아났을 때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쉬엄쉬엄 여유있게 즐겁게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지만 나도 그러지 못하는구나. 우울함에 빠질 때가 많아서. 아카리는 살아가겠다고 한다. 어린 아카리가 더 대단하구나. 나도 살아가야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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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2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24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23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24 20: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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ブスに花束を。 5(カドカワコミックスA) (コミック)
作樂ロク / KADOKAWA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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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에게 꽃다발을 5(사쿠라 로쿠), 백설공주가 된 우에노, 왕자는 우구이스다니. 두 사람이어서 잘됐다면서도 마음 한쪽은 뭔가 아쉬운 타바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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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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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내 이름은 루시 바턴》과 상관없지만, 이름이 루시여서 다른 루시가 조금 생각났다. 그건 만화 <페어리 테일>에 나오는 루시 하트필리아다. 성은 다르다. ‘페어리 테일’에 나오는 루시는 성령 마도사로 열쇠로 성령을 불러내고 성령한테 도움 받는다. 루시도 소설을 쓰고 소설가가 됐다. 마도사면서 소설가기도 하구나. 비슷한 거 하나 없지만. 아니 소설 쓰는 건 비슷하다. 루시 바턴과 다르게 루시 하트필리아는 엄마와 사이 좋고 집은 부자였다. 엄마가 일찍 죽는다. 나중에 아버지 사업이 잘 안 되기도 해서 형편이 안 좋아진다. 그건 루시 하트필리아가 집을 나온 뒤다.


 소설에 나오는 루시 바턴은 어릴 때 가난했다. 가난한 게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닌데. 루시는 그걸 꽤 안 좋게 여긴 듯하다. 루시는 대학에 가게 되고 집을 나오고 결혼하고는 집에 가지 않았다. 루시가 아홉주 동안 병원에 있어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루시 엄마가 병원에 찾아온다. 루시 남편 윌리엄이 루시 엄마한테 말해서 병원에 온 거겠지. 루시 엄마는 병원에서 닷새 지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루시가 병원에 있었던 건 아홉주인데, 닷새만 있다니.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여겨야지. 병원에서 닷새 지내는 건 쉽지 않다.


 엄마와 딸 사이는 어떤 걸까.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내가 딸이지만, 난 엄마하고 아주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할 걸 할 뿐이다. 루시가 엄마한테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물었을 때 엄마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는데,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나도 그럴 거다. 난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지 못하겠지. 루시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 쓴다. 자기 담당 의사도 사랑한다고 하고 이웃에 사는 친구도 사랑한다고 했다. 그건 말이 그런 거겠지. 넓은 뜻으로 한 말이겠다. 내가 그런 말을 잘 쓰지 못하는 거겠다.


 병원에서 루시는 엄마한테 자신이 살던 곳 사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엄마가 말하는 사람들은 결혼생활이 다 좋지 않았다. 왜 엄마는 그런 이야기를 한 걸까. 중간 중간 루시는 어릴 때 일을 생각했다. 어렸을 때 트럭에 갇혀 있었던 일, 엄마한테 맞은 일, 가난해서 다른 아이한테 놀림 받은 일. 한 선생님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걸 아이들한테 말했다. 루시가 그런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구나. 루시는 집이 추워서 학교에서 숙제를 하고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었다. 책이 루시를 위로해 주어서 루시도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었다. 어릴 때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을 하다니. 난 어릴 때 책 안 읽고, 나중에 책을 읽고는 그저 나도 재미있는 이야기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루시는 자기 꿈을 이루었다. 언니 오빠는 어릴 때 살던 곳을 떠나지 않았지만, 루시는 공부를 잘해서 떠났다. 부모와 언니 오빠는 그런 루시한테 배신감을 느꼈을까. 그건 아니겠지. 루시 부모가 아주 이상한 건 아니다. 나만 이렇게 생각할까. 갑자기 아이를 때리는 일은 없었다면 좋았을걸. 트럭에 가두는 것도. 그게 벌을 준 건지, 엄마 아빠가 일하러 가서 어린 루시가 걱정돼서 트럭에 둔 건지. 아이여도 제대로 말하면 알아들을 텐데. 지금은 그런 걸 학대다 하겠구나. 엄마 아빠는 마음을 나타내는 게 서툴렀던 거 아니었을까. 엄마가 루시가 병원에 있을 때 찾아온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자기 이야기를 쓴 루시는 어릴 때와는 다르겠지. 루시 바턴으로 앞으로도 글을 쓸 거다. 엄마 아빠는 세상을 떠나고 남편과 헤어졌지만. 둘은 헤어지고 서로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희선





☆―


 책이 내 외로움을 덜어주었다. 이것이 내 말 요점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나도 사람들이 외로움에 사무치는 일이 없도록 글을 쓰겠다고!  (34쪽)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절대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절대 알 수 없을 것임을.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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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최은미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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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시간은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지만, 어떤 시간은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바이러스가 퍼지고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고 어딘가에 가지 못하는 시간은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데. 최은미 소설 《마주》에는 2020년 모습이 담겼다. 그때는 다시 일상이 돌아올까 했는데, 지금은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가 됐다. 난 코로나19 전에도 사람을 만나지 않고 어딘가에 가지 않아서 많이 다르지 않게 지냈다.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게 떠오른다. 2020년 여름에, 그런 일은 그 뒤에 또 일어났다.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은 두번 세번 자꾸 일어날까. 두번까지만 일어나면 좋을 텐데. 펜데믹은 또 일어날 수도 있겠다.


 향초와 비누 만드는 공방을 하는 나리는 공방에 다니던 수미가 집에서 무언가를 깨는 소리를 듣고 수미 딸인 서하를 수미와 떨어뜨려 놓는다. 그날 수미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확진자가 되고, 딸 서하를 만나지 못하고 수미는 격리 병동에 가게 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게 두려웠던 때구나. 짧은 시간 동안 같은 곳에 있어도 감염됐다. 코로나19로 죽은 사람도 많고 의료인이 참 힘들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는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 그때는 모두를 감시한 것 같다. 그런 일이 그전에 없었던 건 아니지만(지금도 감시 하는구나), 코로나19 때는 더 심했다. 나리와 수미를 말하려다 다른 말로 빠졌구나. 나리와 수미는 친했을까. 서로 친구다 여겼을지. 나리가 수미와 친하다 여긴 것 같기도 하고, 수미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수미가 코로나19 확진자 판정을 받을 때 아이와 안 좋았다. 수미는 꽤 오래 격리돼 있었다. 그때는 코로나가 잘 낫지 않기도 했구나. 면역력이 있어야 이겨내기도 했다.


 수미가 확진자가 되고 나리도 검사를 했는데, 나리는 결핵 잠복균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 나리는 어린 시절 여안에 살 때 만난 만조 아줌마를 떠올린다. 나리가 수하 딸 서하한테 만조 아줌마와 비슷한 일을 한 걸지. 모르겠다. 그것과는 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서하가 나리한테 뭔가 말을 하면 나리는 수미한테 그 말을 한 듯하다. 굳이 그래야 했을까. 서하는 서하고 수미는 수미인데. 내가 좀 이상한 건가. 나리도 딸인 은채가 자라지 않기를 바란 것 같기도 한데. 수미는 서하가 하려는 걸 거의 못하게 한 걸지. 그건 나리가 말했다. 서하한테 들은 거였구나. 엄마는 딸을 자기 분신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도 자기 생각이 있고 자라면 부모를 떠난다. 수미는 그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걸까. 나리 엄마는 어땠던 건지.


 코로나19 시절 이야기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남성보다는 여성 이야기구나. 딴산이라는 곳. 나리는 여안에 살 때 여름방학에 잠시 만조 아줌마와 지냈는데, 그때 일을 좋게 여겼다. 집에서 지내는 것과 다르게 지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수미가 집으로 돌아오고 나리와는 어색해졌다. 코로나19 때문에 그런 건 아닐 텐데. 수미는 나리가 자신과 서하를 떼어놓았다고 여긴 걸지. 그건 나리가 생각한 건가. 나리는 공황장애가 생기기도 했다. 모든 걸 코로나19 탓을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나리와 수미는 만조 아줌마를 함께 만난다. 나리가 공황장애로 운전하기 어려워서 수미한테 차를 운전해달라고 한다.


 사과밭, 사과 술. 예전에는 집에서 술을 만들면 안 되었던가 보다. 나리는 실수로 만조 아줌마가 술 담그는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한테 한다. 그건 그 사과 술을 마셔서구나. 나리는 내내 그 일에 죄책감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그걸 잊고 만조 아줌마한테 연락 안 한 걸 보면. 꼭 그것 때문일까. 딴산 사람은 차별 받았다. 만조 아줌마는 딴산에 살았나 보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나자 차별은 더했다. 코로나19로 일손이 모자랄 때는 불렀는데.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났겠다. 여기 나온 일은 그저 소설이 아니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마주하기를 바라는 듯하다. 나리와 수미, 수미와 서하 그리고 나리와 만조 아줌마. 서로 마주하려면 둘 다 그런 마음이어야겠다.




희선





☆―


 딴산으로 발조차 들이지 않던 사람들이 딴산 사람들에게 밖으로 나와달라는 요청을 한 건 딴산 사람들이 딴산에 들어가 살기 시작한 이래로 단 한번도 없던 일이었다. 단 한번도 없던 일이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온 해에 그들에게 일어나고 있었다.  (236쪽~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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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2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14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5-12-13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표지가 예뻐 사다 둔 책이긴한데 아직 읽진 않은 책이에요.
앞에 조금만 읽었던지라 무슨 얘기인지 잘 몰랐는데 코로나 시절 이야기가 얽혀있나 보군요. 최은미 작가는 여성들의 내밀한 관계의 심리묘사가 탁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이 책 빨리 읽어봐야겠군요.^^

희선 2025-12-14 17:36   좋아요 1 | URL
저도 앞부분 보면서 인터뷰하는 것 같은 게 나와서 이건 정말인가 하면서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엔 그런 거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단편을 장편으로 쓴 건가 봅니다 장편이 되기 전 단편은 못 봤지만...

시간이 참 잘 갑니다 그때는 괜찮아질까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때를 잊고 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읽는나무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