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3
이희영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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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자기 얼굴만 못 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일이 있다면 답답할지, 얼굴에 덜 마음 쓸지. 《페이스》에서 인시울은 자기 얼굴을 보지 못했다. 시울이 거울을 보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시울이는 여섯살 쯤까지 모두 그렇다고 여겼다. 다른 사람은 자기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조금 충격 받았다. 아빠나 엄마 어느 한쪽하고만 살던 아이가 다른 집은 엄마 아빠가 다 있는 걸 본 것과 비슷하려나. 아니 좀 다른가. 남과 이야기하지 않으면 남도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그럴까. 난 어릴 때 그러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걸 알았던 것 같기도 한데. 어저면 이건 좀 더 자랐을 때 생각한 걸지도.


 사람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못 보기도 한다. 남이 보는 자신과 자신이 보는 자신이 조금 다르기도 하지 않나. 시울이는 자신을 아예 못 보니 다른 걸 잘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라미는 늘 자기 이가 비뚤어져서 교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시울이가 보기에 라미는 괜찮다. 라미는 사진을 찍을 때와 다르게 활짝 웃기도 한다. 그 모습을 라미 자신은 제대로 못 본다. 보려고 하지 않던가. 거울로 보는 자신이 진짜 자신이다 할 수 있을까. 거울 속 자기 모습은 좌우가 바뀐 거 아닌가.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는구나. 자신을 남이 보는 것처럼 보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릴 때 시울이는 자기 얼굴이 안 보인다고 했다가 여러 병원에 가기도 한다. 엄마와 아빠가 걱정하는 걸 보고 시울이는 자기 얼굴이 보이게 됐다고 거짓말한다. 어느덧 시울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시울이가 거울을 보면 거기엔 얼굴이 아닌 다른 게 보인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도 그게 안 보인다니 별난 일이 다 있다. 시울이는 가끔 엄마한테 자기 얼굴이 어떤지 묻는다. 그때마다 엄마는 예쁘다고 말한다. 사람 얼굴을 나타내는 말은 그리 많지 않구나. 자기 얼굴이 어떤지 설명하라고 하면 말하기 어려울 듯하다.


 시울이가 이마를 다치게 된다. 같은 반 아이 묵재가 바닥에 튕긴 공이 시울이 옆얼굴을 치고, 시울이는 사물함 모서리에 이마를 찧었다. 묵재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사고였다. 시울이는 이마를 다치고 지금까지 얼굴을 다친 적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이마가 많이 찢어졌는지 스무 바늘이나 꿰맸다. 엄마와 라미는 흉터가 생기면 어쩌나 걱정하고 묵재도 흉터를 자신이 없애주겠다고 한다. 실밥을 빼고 거울을 보니 꿰맸던 자국이 보였다. 다른 곳은 여전히 안 보였는데 꿰맸던 자리는 잘 보였다. 시울이는 이제야 자기 얼굴을 본 듯 기뻐했다. 미술시간에 시울이는 얼굴은 파랗게 칠하고 흉터를 그렸다. 자화상을 그려야 해서다. 다른 사람은 믿지 않겠지만, 그게 시울이가 보는 자기 모습인데 묵재는 시울이가 흉터를 마음 쓴다고 여겼다.


 얼굴 전체가 아니고 아주 조금이라도 보이면 기쁠까. 그런 일이 없어서 시울이 마음을 다 알기는 어렵다. 시울이가 흉터만 보는 건 자기 상처와 마주하는 거다 하는데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묵재는 자기 상처와 마주하지 못했는데 시울이를 알게 되고 이야기하다가 엄마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못했던 거다. 어떤 건 누군가한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조금 나아지기도 하겠지. 시울이와 묵재는 같은 반이어도 말을 나누지 않았는데, 사고를 기회로 서로 이야기하게 됐구나. 우연히 그렇게 됐다 해도 그런 우연이 일어나서 다행이다. 시울이는 다쳐서 아팠지만, 그걸로 자기 얼굴에서 아주 조금을 보게 됐구나. 사람은 서로한테 영향을 주고받겠지. 자신이 보지 못하는 걸 상대가 보고 말해주기도 하겠다. 묵재가 웃는 게 묵재 아빠와 닮았다는 것도.




희선





☆―


 나는 내 얼굴을 볼 수 없다. 하지만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늘 다채롭다. 안개에 싸여 있거나, 검게 물들어 있거나, 이상한 꽃이 활짝 피거나, 동그라미가 가득 차 있거나, 색색의 블록인 적도 있었다. 이렇게 기묘한 삶을 살다 보니 아침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됐다. 그런데 날마다 보는 엄마의 얼굴은 늘 똑같다. 아니, 똑같다고 믿었다. 그런데 거울 속 내 모습처럼 엄마도 날마다 조금씩 바뀌어갔다. 조금씩 세월에 물들어갔다. 익숙함이란 안개가 가려서 나는 그걸 보지 못했다. 애써 못 본 척했다.  (73쪽)



 정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게 인생이구나. 삶이란 결국 짙은 안갯속을 걸어가는 것이다. 한 발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 전혀 안 보이니까. 깊은 구덩이가 나올 수도, 커다란 벽에 가로막힐 수도 있다. 그런데도 모두 거침없이 보이지 않는 길을 잘도 걸어간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용기가 있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98쪽)



 “나는 인간이 스스로를 정확히 보는 게 뜻밖에 힘들다고 생각해. 그런데 어떤 사건이나 기회로 비로소 보일 때가 있어. 그것이 더 나은 부분일 수도 있지만, 애써 감추려 했던 아픔이 수면으로 올라올 수도 있어. 누군가한텐 상처가 될 수도 있다고. 뻔한 말이지만 어쨌든 흉터는 그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다는 상징이니까, 굳이 감춰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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侍 (新潮文庫) (文庫)
엔도 슈사쿠 / 新潮社 / 198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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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엔도 슈사쿠






 한동안 책을 읽지 못하다 읽기로 한 책이 바로 엔도 슈사쿠 소설 《侍 사무라이》다. 한국말로 나왔지만, 일본말로 읽어 보고 싶어서 예전에 사두고 이제야 만났다. 이 책을 느리게 보면서, 한동안 책을 안 봤으니 좀 편하게 볼 책을 골랐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 한권을 열흘 넘게 보다니. 하루에 한시간 본 날이 많아서 그렇다. 일본말로 보면 더 느린데 하루에 겨우 한시간만 보다니. 언제 다 보려나 하면서 조금씩 읽었는데, 끝이 났다. 다행이다. (이 책을 보고 시간이 좀 지났다. 지금은 책을 그런대로 본다.)


 이 소설 《사무라이》는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썼단다. 1600년대에 무사와 상인이 멕시코와 무역을 하려고 스페인 왕한테 허락을 받으러 배를 타고 멕시코로 갔다. 소설에는 그렇게 나왔는데 자세한 건 모른다고 한다. 여기 나온 무사 하세쿠라 로쿠에몬은 일기를 썼는데, 그 일기는 남아 있지 않단다. 참 아까운 자료가 아닐 수 없다. 남의 나라 일이기는 하지만. 조선도 천주교를 박해한 적이 있다. 집안 식구가 천주교도로 귀양간 사람도 있다(정약용). 조선시대에 천주교에 관심을 가진 건 서양 학문에 관심을 가진 게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때 조선에도 죽은 사람 많겠다.


 조선에서는 천주교다 했는데 일본에서는 기리스탄이다 했다. 그리스도교, 기독교, 카톨릭이라는 말도 썼다. 일본은 나라에서 기리스탄을 금지하고 신부나 신도를 나라에서 쫓아내고 죽이기도 했는데, 일본에서 그리스도교를 널리 알리려는 신부가 있었다. 그 한사람만 그런 건 아니지만, 벨라스코는 야망이 있었다. 그리스도를 모르는 나라에 예수 그리스도를 알리고 싶어했다. 벨라스코는 통역사로 일본에 오고 선교사로 활동했는데, 감옥에 갇힌다. 다시 통역사로 기회가 온다. 멕시코와 무역을 자유롭게 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벨라스코한테 통역을 맡긴다. 그곳 영주는 다테 마사무네였던 것 같은데, 멕시코와 무역하기를 바란 건 다테 마사무네였을지, 그 밑에 사람이 생각한 건지. 벨라스코는 자신이 통역을 하면 스페인 왕뿐 아니라 교황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벨라스코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했는데, 벨라스코 집안 사람이 대단하기는 했다. 벨라스코 자신도 조상을 생각하고 일본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거다. 벨라스코는 일본에서 자신이 주교가 되기를 바랐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그런 꿈을 꿨구나.


 척박한 산골에서 살던 하세쿠라 로쿠에몬은 어느 날 예전 땅을 돌려줄 수도 있다면서 일본 사절로 멕시코에 갔다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하세쿠라와 세 사람 그리고 상인과 하인은 배를 타고 떠난다. 하세쿠라는 쓰키노우라에서 배가 떠나는 날 자기 운명이 바뀌리라는 걸 깨닫는다. 하세쿠라는 예전에 일구던 기름진 땅보다 지금 사는 산골이 더 좋았다. 하지만 돌아가신 아버지나 작은아버지는 예전 땅을 되찾기를 바랐다. 이번 일을 잘 해낸다고 해서 예전 땅을 돌려받을지 그건 모른다. 다른 무사도 그런 말을 듣고 한번도 가 보지 못한 나라에 가게 됐다. 무사 네 사람에서 다나카는 자신들을 버리는 돌이다 말했다.


 1600년대에 배를 타고 다른 나라에 가는 일은 쉽지 않았을 거다. 폭풍우를 만나기도 했지만, 멕시코에 도착한다. 하지만 바로 뭔가 잘 되지는 않았다. 스페인에 가야 했다. 벨라스코 혼자 갈 것 같았는데, 무사한테도 같이 가자고 한다. 스페인에 갔다 해도 바로 왕을 만나지도 못했다. 벨라스코가 베드로회에서 안 좋은 말을 들어서. 일본에서 정말 포교활동을 할 수 있나 없나를 따지려 했다. 무사는 맡은 일을 해내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기리시탄이 되고 세례를 받겠다고 한다. 하세쿠라는 일이어도 그러지 않으려 했는데, 두 사람이 세례를 받겠다고 해서 하세쿠라도 따른다. 그 뒤에는 잠시 좋아 보였는데, 일본에서 기리스탄을 금지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예전보다 더 심해졌다.


 벨라스코와 무사가 일본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렇게 됐는데, 어느새 한해 반이 지났다. 다나카는 자신들이 한 일이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게 되고 한탄했다. 일본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나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세쿠라는 그리스도를 믿지 않지만,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보고 마음을 쓴다. 왜 사람들이 추하고 마른 그 사람을 따르는지 신기하게 여겼다. 맡은 일 때문에 세례를 받았지만 예수를 믿지 않는다 했다. 여러 해가 지나고 하세쿠라와 니시와 하인은 겨우 일본으로 돌아온다. 위에서는 하세쿠라와 니시한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여기라 했다. 그런 말 들으면 지금까지 자신이 한 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들 것 같다. 니시는 젊어서 스페인말에 관심을 갖고 배우고 스페인에 남아 다른 것도 배우고 싶어했는데.


 하세쿠라는 일본으로 돌아오고 나름대로 예수가 뭔지 생각한다.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늘 함께 한 요조는 기리시탄이기도 했다. 벨라스코는 마닐라에서 지내다 일본을 잊지 못하고 돌아오고 잡힌다. 벨라스코는 이제 야망을 가졌던 때와 많이 달라졌다. 이제야. 벨라스코가 일본으로 돌아온 일로 하세쿠라와 니시도 죽게 된다. 벨라스코는 하세쿠라와 니시가 기리스탄이었다는 말을 듣고 웃었지만, 난 벨라스코 때문에 두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있겠지만, 정치에 휘말려 죽임 당한 거다. 니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하세쿠라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때 조금 슬펐다. 요조는 하세쿠라한테 그분이 함께 할 거다 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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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금복이 이야기 3
공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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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한테 옷 입힌 건 본 적 있는데, 고양이한테도 옷을 입히는 사람 있을까. 내가 못 본 거고 고양이한테도 옷 입히는 사람 있을지도. 고양이뿐 아니라 개도 옷 입는 거 싫어할 것 같은데. 동물이 옷 입는 거 싫어하면 억지로 입히지 않기를 바란다. 추워 보이면 따듯하게 해주면 되지 않나. 동물은 여름엔 많이 더워도 겨울엔 털이 있어도 조금 추울지도. 바깥에 사는 동물은 추위를 견디고 살아가겠다. 개와 고양이가 겨울 잘 나고 살아남기를. 동물과 함께 살기로 했으면 끝까지 살기를 바란다. 언제나 사람은 보내는 쪽이겠지. 마지막 잘 지켜주기를.


 이 책 <금복이 이야기>는 외전까지 모두 일곱권이다. 이번에 3권을 만났다. 이어서 여러 권 보는구나. 천천히 봐야 하는데. 새끼 고양이는 귀엽겠다. 사람을 따른다면 더. 늘 그런 건 아닌가. 금복이도 혼자 있고 싶을 때 있을지도. 어떤 날엔 의균과 하루 내내 함께 있고 싶을지도. 금복이는 아침에 의균이 나가려 하자 같이 놀자고 한다. 의균은 오늘은 바쁘다 말한다. 그날은 의원이 오는 날이었다. 의균은 침을 맞았다. 의원은 의균이 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의균이 많이 아플 때도 있었나 보다. 금복이와 함께 살게 되고 의균이 자주 웃어서 건강해진 듯도 하다.


 풀색 털북숭이가 금복이한테 갖다 준 꽃은 의균이 아플 때 먹는 약으로 만드는 약초였다. 금복이는 그걸 듣고 그날 밤에 곶감을 가지고 복성이를 찾아가서 고맙다고 한다. 그 꽃은 비가 올 때 핀단다. 나중에 금복이가 그 꽃을 찾으러 갈 것 같기도 하다. 복성이는 비가 와야 산에서 내려오는 것 같다. 비 안 올 때도 금복이 만나러 왔다. 밤에 금복이는 사람이 돼서 쓸쓸하기도 할 텐데, 복성이가 와서 괜찮았겠다. 금복이와 복성이가 말하는 걸 의균이 잠결에 듣기도 했다. 의균은 그걸 꿈으로 생각했다. 의균은 마당에 그림이 있는 걸 본다. 꿈이 아니었나 생각했을지도.


 곧 겨울인가 보다. 금복이는 고양이여서 추위를 많이 탔다. 하루는 밤에 추웠는데 방에 불을 때지 않아서 의균이 아팠다. 밤이 찾아오고 금복이는 사람이 됐다. 금복이는 추워도 의균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밖으로 나왔다. 금복이는 자신이 사람이 되는 게 싫었다. 의균이 알면 자신을 싫어할까 봐. 금복이 어미도 싫어했다. 금복이는 불을 때는 아궁이 앞에 앉아 있었다. 거기에 다른 고양이가 찾아온다. 가끔 놀러오는 고양이로 묘왕이라 한다. 묘왕 울어서. 둘이 불을 쬐는데 금복이를 찾던 의균이 거기 나타났다. 금복이지만 금복이다 말할 수 없어서 금복이는 울어 버렸다. 의균은 우는 금복이를 달랬다. 자신이 금복이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말한다. 바로 앞에 금복이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그 말을 들은 금복이는 고양이도 의균을 만나 행복할 거다 말해준다.


 의균한테는 하균이라는 동생이 있다. 하균은 혼인하고 나가서 사는가 보다. 벼슬도 하는 것 같다. 어릴 때는 둘이 사이가 좋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둘 사이가 서먹서먹한가 보다. 하균이 집에 온다고 했다. 그 말을 아버지는 바로 하지 못하고 며칠 뒤에 겨우 한다. 좀 더 늦게 하균이 올지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집에 왔다. 의균은 하균한테 금복이를 들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균이는 금복이를 보고는 갖다 버리라 한다. 의균과 하균은 무엇 때문에 싸우고 사이가 안 좋아졌을까. 다시 좋아지는 일이 일어나겠지. 의균은 자기 시중을 드는 동이한테도 마음을 잘 써준다. 의균은 금복이가 겨울에 추울 것 같아서 옷감 집에서 옷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옷 입은 금복이 귀엽기는 했다.


 고양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거 좋아하지 않나. 캣타워라 하던가. 영어네. 한국말로는 뭐라 해야 할까. 직역하면 고양이탑. 의균은 대장간 고양이가 솟대에 올라간 걸 보고 솟대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것도 금복이가 좋아하겠다. 전에는 금복이를 닮은 인형을 사다줬다. 그것도 의균이 만들어 달라고 한 거다. 예전에는 거의 사람이 손으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금복이뿐 아니라 다른 고양이도 가끔 나온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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侍 (新潮文庫) (文庫)
엔도 슈사쿠 / 新潮社 / 198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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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무사)는 먼 나라에 갔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돌아왔지만, 그 일은 아무것도 아니게 됐다. 아무도 격려해주거나 위로해주지 않아 쓸쓸했지. 그저 고생했다 한마디면 됐는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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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 - 광주극장 이야기 보림 창작 그림책
김영미 지음, 최용호 그림, 광주극장 외 기획 / 보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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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언제 처음으로 극장에 가고 처음 본 영화는 뭔지 잘 모르겠어.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 건 아니어서 극장에 자주 가지는 않았어. 주말이면 텔레비전 방송으로 영화를 해줘서 그걸 보기도 했어. 이젠 그것도 안 보지만. 케이블TV에는 하루 내내 영화만 내 보내는 채널도 있지. 케이블TV도 이젠 옛 것이 됐나. 지금은 자신이 보고 싶을 때 영화나 영상을 보는군. 어느 정도 돈을 내야 하지만. 난 그런 건 안 봐. 케이블 방송도 돈 따로 내야 하는군. 어렸을 때는 집에서 그런 거 안 보기도 했어.


 이 책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을 보니 영화 <시네마 천국>이 떠오르는군.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극장은 광주극장으로 1935년에 조선 사람 자본으로 지었대. 1935년은 일제 강점기야. 광주극장에서는 영화만 보여주지 않았어. 일본 지배에서 벗어난 걸 기념하는 축하 공연과 연극 악극 권투 시범 경기도 했대. 예전엔 즐길 게 그리 많지 않아서 많은 사람이 극장에 갔을 거야. 극장에 가는 것도 돈이 들지만. 자주는 아니고 어쩌다 한번 갔겠어. 영화 <시네마 천국>은 영화 이야기면서 그 시절 극장 이야기기도 하지.


 광주극장은 1968년에 불이 나고 모두 타고 주춧돌만 남았어. 거기에 극장이 아닌 다른 걸 짓자고 한 사람도 있었나 봐. 다행하게도 다시 광주극장을 지었어. 시간이 흐르고 텔레비전이 나왔어. 텔레비전이 나왔을 때 라디오는 없어질 거다 말한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라디오는 아직 있어. 예전과 다르게 듣기도 하지만. 텔레비전은 라디오뿐 아니라 극장도 위협했군. 집에서 텔레비전 화면으로 영화를 보는 것보다 음향시설 좋은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게 더 즐거울 것 같기도 해. 이런 생각만 하고 영화관에는 안 가는군.


 영화관도 달라졌어. 멀티플렉스(복합 상영관). 난 그런 곳에는 한번도 안 가 봤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영화관이 있는데, 보고 싶은 영화가 언제 하는지 알아보고 한번 가 볼까. 아니 안 되겠어. 예전보다 내 눈이 나빠져서 말이야. 가까이 있는 건 괜찮지만 멀리 있는 건 잘 안 보여. 어릴 때는 눈 좋았는데. 책 읽는 데는 문제 없어. 영화는 텔레비전보다 화면이 커서 괜찮을 테지만, 흐릿한 걸 오래 보면 눈이 아파. 별말을 다했네.


 1980년에 광주극장은 광주민중항쟁도 겪었어. 사람들이 그곳에 숨기도 했던가 봐. 광주극장에 자주 간 사람은 그곳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것 같아. 광주극장은 예술 영화 전용관이 돼. 그곳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단관 극장이 됐어. 내가 사는 곳도 단관 극장은 다 사라졌어. 요즘 영화관에 가서 영화 보는 사람 얼마나 될까. 코로나19 뒤로는 영화 보는 사람 더 줄었겠어. 영화는 다른 영상과 다른 점도 있을 텐데. 영화 좋아하고 보는 사람은 여전히 있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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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5-06-25 0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광주극장 이야기 신선합니다. 덕분에 새롭게 알아가네요.
그러고 보면 짧은 시간 내 영화 산업이 크게 발전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개인이 선택해서 ott로 얼마든지 어떤 시간이든 볼 수 있다보니 오히려 영화 산업 자체는 내리막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죠.
영화관에서 처음 가 본 것은 20대 초나 되어서야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 시절 한국 영화가 막 붐이 일려고 할때라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었거든요. 새벽까지 영화 3편을 내리 보던 때도 있었는데 그때가 가끔 생각나네요ㅎㅎ

희선 2025-06-29 17:52   좋아요 1 | URL
오래된 극장이 있기도 해서 좋을 듯한데, 이곳이 언제 없어질지 모르겠네요 새로 하는 영화보다 예술 영화만 한다니... 옛날 영화 할 때도 있을지도... 그런 곳에 가는 사람 아주 없지 않겠습니다 영화도 여러 가지가 있어야 괜찮을 텐데... 영화관 돈이 많이 올랐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더군요 거기도 힘드니 돈을 올리는 걸 텐데... 지금은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으니 영화관에 가는 사람 많이 줄었겠습니다 어떤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좋은 것도 있겠네요

영화 산업이 내리막이라니 아쉽습니다 영화 보는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는군요 영화를 즐겨보던 시절이 있고 그때가 생각나기도 해서 좋을 듯합니다

거리의화가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