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에
흐린 하늘은 마음도 흐리게 해
늘 맑은 날이면 안 되겠지
며칠 맑다 하루 흐리면
늘 흐렸던 것 같아
이상하지
흐린 날보다 맑은 날이
더 많을 거야
파란 하늘을 보면
기분 좋지만
잿빛 하늘을 보면
언제 갤까 해
가끔 흐리고 비가 와서
분위기 좋을 때도 있어
아쉽게도 그건 어쩌다 한번이야
맑은 날,
그날을 즐겨야 하는데
맑은 날을 그냥 보낼 때가 많아
하늘이 흐려도
다시 맑은 날이 온다고 믿어
희선
차례 없는 죽음
세상에 오는 데는 차례가 있어도
세상을 떠나는 데는 차례가 없지
수명은 정해졌을까
일찍 세상을 떠나면
수명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죽음인 건 분명하다
나이 들고
세상을 떠나는 건 어떨까
그 또한 슬픈 일이다
언제 죽음이 다가올지 모르니
그 날이 올 때까지
즐겁게 자기대로 살고
그 날이 오면
웃으면서 떠나자
음악
쓸쓸한데
마음을 더 쓸쓸하게 만드는 음악
자꾸 들으면
조금 위로가 돼
신기하지
기분 좋을 때
기분을 좋게 해주는
음악을 들으면
한층 더 기분이 좋아
슬픈 음악도
즐거운 음악도
사람 마음을 어루만져 줘
세상에 음악이 있어서
다행이고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야
음악 즐겁게 들어
널 만난 날
──글
언제 널 처음 만났을까
첫 날은 기억나지 않아
미안해
일기쓰기로 만났을지
어버이 날 편지쓰기로 만났을지
글쓰기 시간에 만났을지
널 즐겨 쓴 건 생각나
중학교 때 일기와 편지를 썼어
그땐 억지로 쓰는
일기와 편지가 아니었어
쓰고 싶어서 쓴 거지
책을 만나고서야
이야기도 쓰고 싶어졌어
널 만난 첫 날은 기억하지 못해도
너와 헤어질 날은 쉽게 오지 않을 거야
앞으로도 잘 지내자
죽음
보여?
네 곁에 착 달라붙고
떨어지지 않는 죽음이
죽음이 보이느냐구
죽음은 형태가 없기는 해
형태가 없고 보기 어려워도
죽음은 분명히 있어
네 곁을 지키는 건
죽음만이 아니야
삶도 있어
삶과 죽음은
다르지 않아
삶에 죽음이 있는 거지
늘 함께 생각하도록 해
삶과 죽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