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가 간다
고장이 나면 고치고
또 고장이 나면 고쳤는데,
이젠 그것도 하지 못하네
더는 돌아가지 못하는 시간,
시계는 시간을 새기며 낡아갔지
한 시대가 가는 걸 알리 듯
시계는 영영 멈추었네
잘 가
희선
겨울 낮, 겨울 나무
겨울 낮에도
하늘은 파랗지
공기가 차가워서
그런가 봐
겨울엔 낮에도
어두운 느낌이 들어
나뭇가지만 남은
나무 때문일지도
겨울엔 나무도
잠자는 것 같지만,
그건 보이는 것뿐이야
겨울 나무는
열심히 다음 봄을 준비해
새파란 하늘과 나뭇가지는
잘 어울려
도자기 컵
오래전에 난 흙이었어
흙이 되기 전에는 돌이었어
돌에서 흙이 되고
흙에서 컵이 됐어
지금 이 모습이 끝일까
어느 날 난 탁자에서 떨어졌어
도자기는 높은 데서 떨어지면
깨지고 말지
슬프고 아쉽지만
도자기 컵인 내 삶은 끝났어
난 흙으로 돌아가
언젠가 다시 흙에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지도
그런 날이 올까
위로
내가 쓴 글이
위로가 되면 좋겠네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쓰면
조금이라도 그렇게 될까
좋은 마음은 잠시고
다시 안 좋은 마음이 돼
글은 화로 쓰는 건가
그런 적 있어
부끄러운 글이 되지만
그때 쓰지 않았다면 더 안 좋았겠지
화나는 거든
다른 거든
쓰면 좀 낫겠지
겉으로 드러내는 거니까
이건 위로가 안 되겠어
미안, 미안
마음에 물을
물이 없는
물이 많은
사람 몸에는 물이 많지
그건 언제나 그 정도여야 해
줄어들면 안 돼
많아도 안 되던가
마음은 어떨까
메마른 마음보다
물기 가득한 마음이 좋겠어
마음엔 물을 어떻게 주지
다른 사람이 주는 것도 있고
자신이 주는 것도 있어
남이 주는 물이 더 좋아도
늘 바라지 못해
마음 물이 마르지 않게
스스로 마음에 물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