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가 간다





고장이 나면 고치고

또 고장이 나면 고쳤는데,

이젠 그것도 하지 못하네


더는 돌아가지 못하는 시간,

시계는 시간을 새기며 낡아갔지


한 시대가 가는 걸 알리 듯

시계는 영영 멈추었네


잘 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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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낮, 겨울 나무





겨울 낮에도

하늘은 파랗지

공기가 차가워서

그런가 봐


겨울엔 낮에도

어두운 느낌이 들어

나뭇가지만 남은

나무 때문일지도


겨울엔 나무도

잠자는 것 같지만,

그건 보이는 것뿐이야


겨울 나무는

열심히 다음 봄을 준비해


새파란 하늘과 나뭇가지는

잘 어울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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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컵





오래전에 난 흙이었어

흙이 되기 전에는 돌이었어

돌에서 흙이 되고

흙에서 컵이 됐어


지금 이 모습이 끝일까


어느 날 난 탁자에서 떨어졌어

도자기는 높은 데서 떨어지면

깨지고 말지


슬프고 아쉽지만

도자기 컵인 내 삶은 끝났어

난 흙으로 돌아가


언젠가 다시 흙에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지도

그런 날이 올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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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6-02-04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날은 오겠죠?^^

희선 2026-02-05 03:52   좋아요 1 | URL
오기를 바랍니다


희선

감은빛 2026-02-06 0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자기 컵이 깨지면 신문지 등으로 싸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죠. 그 봉투는 쓰레기 수거 차량에 실려 소각장으로 가고, 소각장에서 고온의 불에 타서 재가 될 거예요. 그 재는 쓰레기 매립장으로 옮겨져 쌓이겠죠. 매립장의 재는 아주 오랫동안 방치될거예요. 최근에는 모든 쓰레기를 소각하고 그 재를 매립하도록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생활 쓰레기를 그냥 그대로 매립했기에 매립장에서는 유독가스가 계속 올라오고 악취가 아주 심하기 때문에 그 땅은 다른 용도로 쓸 수 없죠. 아주 오랫동안 아마도 몇십년이 아니라 몇 백년이 지나야 그 땅의 유독가스와 악취가 조금은 나아지겠지요. 그때 즈음이 되어야 비로소 이 컵이었던 재는 다른 흙들과 섞여 다른 형태가 될 기회를 얻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흙이 압력과 다른 요인으로 다시 바위가 되려면 또 수백 아니 수천년이 걸리겠지요. 고작 백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이 상상하기에는 엄청난 규모의 이야기가 되겠네요.
 


위로





내가 쓴 글이

위로가 되면 좋겠네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쓰면

조금이라도 그렇게 될까


좋은 마음은 잠시고

다시 안 좋은 마음이 돼


글은 화로 쓰는 건가

그런 적 있어

부끄러운 글이 되지만

그때 쓰지 않았다면 더 안 좋았겠지


화나는 거든

다른 거든

쓰면 좀 낫겠지

겉으로 드러내는 거니까


이건 위로가 안 되겠어

미안, 미안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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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6-02-04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쓴이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어떤 글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화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구요. 하지만 그것이 글쓴이의 잘못이거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희선 2026-02-05 03:54   좋아요 0 | URL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하는 책도 저는 뭐가 좋은데 할 때 있기도 하네요 그럴 때마다 저는 제가 이상한 건가 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습니다 그런 생각이 있기도 하면서, 그게 아니어도 괜찮다 생각하기도 합니다 위로해주지는 못해도 상처주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희선
 


마음에 물을





물이 없는

물이 많은


사람 몸에는 물이 많지

그건 언제나 그 정도여야 해

줄어들면 안 돼

많아도 안 되던가


마음은 어떨까

메마른 마음보다

물기 가득한 마음이 좋겠어


마음엔 물을 어떻게 주지

다른 사람이 주는 것도 있고

자신이 주는 것도 있어


남이 주는 물이 더 좋아도

늘 바라지 못해

마음 물이 마르지 않게

스스로 마음에 물을 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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