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두기
남한테
바라지 마
기대하지 마
덧없고 부질없어
안 되는 건 안 되고
없는 건 없어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 해
누군가 이뤄줄 수 있는 건 없어
자신이 힘내고 애쓰면
이루는 것도 있을 거야
해도 해도 안 되는 건
그냥 내버려 둬
사람은
자신밖에
바꾸지 못해
희선
늦가을
겨울이 가까워지는 늦가을밤이었어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보니
별이 반짝였어
공기가 차가워지면
하늘은 더 맑던가
어릴 때 본 별 숫자보다 적었지만
아직 밝게 빛나는 별이 보여서
반가웠어
그건 언제 별빛일지
겨울보다
늦가을이 더 쓸쓸해
이상하지
갑자기 찬 바람이 불어선가 봐
찬 바람은
마음을 가라앉게 해
늦가을엔
찬 바람에 익숙해져야 해
다가오는 겨울을 견디려면
우리는
우리는 뭘까
너와 난 우리지
혼자선 우리가 되지 못해
우리는 좋은 친구
정말 그러면 좋겠어
친구여도 늘 함께 하지는 못해
우리는 바람
어디로 날아갈까
하늘로 우주로 멀리 높이
바람은 지구를 떠나지 못해
우리는 별
하늘에서 반짝반짝
땅에서 반짝반짝
저마다 빛나
모르겠어
오랜 친구
친구는 저를 몰라도
저는 친구를 조금 알아요
제 오랜 친구는 라디오예요
날마다 같은 시간에 듣는다면
친구 맞지요
그건 날마다 만나는 것과
다르지 않지요
시간 맞춰 듣는 것도 있고
그냥 라디오를 틀어둬서 듣기도 해요
라디오는 나무 같네요
언제나 거기에 있으니 말이에요
나무처럼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라디오가
앞으로도 거기 있기를 바라요
겨울 마음
겨울은 조금 외로웠어
사람들이 자꾸
“추워, 추워” 해서
늘 추운 날만 있는 건 아닌데
그저 겨울이 오면 춥다 생각하지
겨울은 조금 기뻤어
눈이 오자
사람도 동물도
조금 반가워했어
“와, 눈이다”
“멍멍, 멍멍”
추운 겨울에 눈이 오면
기분 좋지
흰 눈은 이불 같기도 해
겨울은 밝게 웃었어
눈이 온 뒤
사람은 쌓인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었어
그날 밤
겨울은 눈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
겨울은 아쉬웠어
바람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겨울이 머물 시간이
얼마 남지 않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