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삶
세상에 알려지기보다
있는지도 모르게 살고 싶어
알려질 일은 없겠군
세상에 잘 알려지면
좋을 것 같지만
그건 그것대로 힘들 거야
한때일지도 몰라
사람 관심은 쉽게 바뀌어
바로 꺼지는 거품과 같지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
조금 부럽기는 해
그런 게 부럽지 않은 사람
아주 없지 않겠지
사람 사이에 섞여서
잘 보이지 않게
사는 게 마음 편한 거야
희선
휘파람새
휘리리리리 휘리리리리
휘파람새가 노래해요
친구야 놀자
휘파람새도
친구와 노는군요
날씨가 좋아
기분이 좋아
휘파람새는
날씨가 좋으면
더 즐겁게 노래해요
정말
노래할까요
첫
첫비는 없는데
첫눈은 있네요
지구에는 첫비가 언제 왔을까요
아는 사람 있을지
지구는 기억할까요
45억년 전 어느 날 비가 왔을지
지구가 생겼을 때는
비가 오지 않았겠습니다
아주 뜨거웠을 테니
액체나 수증기로 가득했을지
첫눈은
겨울보다
겨울에 가까운
십일월에 오지요
빠른 곳은 시월이군요
해마다 십일월이 오면
첫눈을 기다렸어요
첫눈이 와도 아무 일도 없지만
첫눈 자체가 반갑지요
태어나고 처음 만난 비,
태어나고 처음 만난 눈
기억나지 않네요
무엇이든 ‘첫’은 좋을지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겠습니다
당신한테는 좋은 기억이 많기를 바라요
돌아보기
하루를 돌아보고
다음 날을 생각해
날마다 그날을 돌아보면
하루를 잘 살 것 같아
하루는 잘 돌아보지 않고,
한해가 갈 때쯤 잠깐 돌아봐
한해를 돌아보면
다음 해를 잘 살까
새해가 오면 조금 나을 거야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게을러지지만
아, 슬퍼라
잠시라도 하루를 돌아보거나
어떤 날을 돌아보면 좋겠어
아쉽고 잘못한 것보다
기분 좋은 일이나
고마운 일을 생각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