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

가족과 일 외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뭘까 생각하니 예나 지금이나 소설 읽는 즐거움만 한 것이 없었다. 읽은 소설을 통틀어 내 즐거움이 비교 기준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오스틴의 여자 주인공들에게서 내가 되고 싶은 여성상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 작품들에 대한 향수가 가슴에 밀려들었다. 그래서 나는 재활 치료라 생각하고 다시 독서에 열중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우선은 오스틴의 소설 여섯 편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나를 오스틴의 애독자로 만들어준 그 촌철살인의 위트와 귀가 닳도록 인용되는 문구들과 생기 넘치는 대화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당시에는 미처 몰랐지만, 나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독서법에 발을 들이고 있었다. 오스틴의 작품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그 세계관의 프레임에 비추어 내 인생의 만족과 불만족을 탐색해보기로 했다.


(51)

제인 오스틴이 보여준 언어의 가능성을 활자로, 또 내 귀로 발견했을 때 내 앞에 소설로 통하는 새로운 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다른 문이 닫혔다. 어머니와 내가 일주일에 한 번 울타리 너머에서 우리 앞마당에 던져놓고 가는 잡지를 손꼽아 기다리다가 어머니는 유명 인사의 가십에 대한 갈증을 채우고 나는 틈새에 실린 단편소설을 읽어치우던 그런 시절이 안녕을 고했다. 클리셰니 스테레오타입이니 하는 말은 모를 때였지만, 햄릿식으로 말하자면, 그런 작법과 인물들이 어딘지 식상하고 밋밋하고 쓸모없다는 걸 깨달았다. 하루아침에 흥미가 사라져버렸다.


(84-85)

오스틴은 엇나가기 좋아하는 습성으로 진득한 책 읽기를 거부하는 인물을 <에마>의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독어야말로 무지와 무분별함과 도덕의식의 결여 같은 인간 본성의 과오는 바로잡을 해독제라고 이야기한다. 주인공 에마는 독서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읽겠다고 마음먹은 책들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 이상으로 열정을 발전시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 에마가 나이 차가 나지만 그녀의 친구이자 멘토이면서 서사가 충분히 무르익으면 결국 그녀의 연인이 될 운명인 나이틀리 씨는 에마의 예전 가정 교사에게 마음먹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어쩌면 다소 제멋대로 뻗어나가는 에마의 공상의 나래를 독서가 바로잡아줄지도 모른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과연 에마는 자신에게 유독 타인과 타인의 의도를 이해하는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이때 깨달음의 매개는 경험이다. 어떤 인생이든 태반은 의심, 불확실, 실망이 뒤죽박죽되기 마련일 텐데, 큰 틀에서 볼 때 내 경우에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것들을 다스리는 치유법을 찾아갔던 것 같다.


(157)

사춘기에 접어든 그때 나는 현실에서처럼 빛과 그림자가 불가분하게 뒤섞인 세상으로 들어가 그것들을 체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것은 신이 창조한 세상이 아닌 한 작가가 창조한 허구의 세계였다. 그가 소리와 인격과 생각을 불어넣어 완성한 정연한 패턴 안에 단순한 결혼 플롯을 뛰어넘는 인생의 비전이 담겨 있었다. 내가 평생 이어갈, 궁극적으로 내 삶의 암흑기에 빛을 비춰줄 허구의 경험 읽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167-168)

나는 세월이 쌓이고 과거를 기억하는 일이 호락호락하지 않게 느껴질수록 소설 안에서 역사가 다뤄지는 방식에 관해서 관심이 증폭되다 못해 이제는 역사적 호기심의 노예라고 해도 될 판이다. 소설이 어떻게 과거로 현재를 재구성하는지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고 소설 안에서 인생살이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발견하는 유익한 효과도 따라온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캐서린은 역사책이 온통 짜증 나고 지루한이야기뿐이라고 불평을 늘어놓는데, 그 말을 듣고 있는 틸니 양은 친구의 의견을 받아주는 것 같으면서도 역사를 집필하는 사람들 쪽으로 슬쩍 주제를 선회한다. “역사가들은 기꺼이 공상의 나래를 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군요. 흥미를 자아내지 않더라도 그들도 상상력을 발휘하긴 하죠.” 이런 식으로 대화가 이리저리 튀며 두 아가씨의 정신세계를 비춰 보인다.


(225)

그리하여 나는 팔십 줄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모든 여학생들이 졸업 앨범 방명록을 간직하던 시절, 브레인 선생님으로 짐작되는 이가 내 졸업 앨범 방명록에 대략 이런 의미의 글귀를 남겼다. 공중에 누각을 지은들 이떠랴, 토대만 단단히 세우면 그만이지. 글귀 아래에는 철학자 소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는 이미 나만의 누각에서 살고 있었고, 어쩐지 앞으로 10년 안에 그럭저럭 토대를 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어떤 예감이 찾아오고 있었다. 흔히들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그런 황홀한 도취가 다시 한번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 이번 상대는 인생이라는 것도.


(310)

나는 <맨스필드 파크>를 내려놓고 창밖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으로 눈을 돌렸다. 이제 내 감정들은 폭풍우가 지난 뒤 에마가 경험하는 고요함과 온화함과 화사함에 한결 가까워져 있었다. 소설 속에서는 패니의 위상이 높아지는 게 아니꼬운 노리스 부인과 패니 사이에 한창 긴장이 심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노르스 부인이 발버둥 쳐봤자 장차 맨스필드 파크 안에서는 영지 관리의 공정성이 검토될 것이고 그러면서 개인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 부각될 것이고 그럴수록 패니의 역할은 더욱 확실해지리라. 억압적인 남성이 권위에 꺾이지 않는 패니 프라이스는 얼마나 용감한가. 두 번째로 그 사실을 확인하며 나도 재삼 결의를 다졌다. 내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되 결코 내 이익을 팽개치지 않으리라.


(352-353)

물론 에마의 마음을 이 정도로 이해하게 되었을 때의 내 나이는 에마보다 예순 몇 살이 더 많았지만, 지금도 늦은 건 아니지 싶다. 인간의 변화 의지에 시간 제약이 따로 있겠나. 에마가 자신과 타자에 대한 더 나은 이해에 다다랐을 때 그런 마음 상태를 가리켜 비평가 라이어널 트릴링은 지적인 사랑이라고 부르는데, 꽤나 의미가 마음에 든다. 사랑을 기억력처럼 지능의 한 형태로 본다니 위안이 좀 되지 않나. 대관절 오스틴의 여주인공들은 사랑에 관해 학습할 기회를 얼마나 끝없이 제공하려는 건지. 중요한 건 몇 번이고 되풀이하되 매번 세심하게 읽는 것이겠지. 오스틴은 세심한 독서에도 끄떡없다라고 오스틴의 팬인 손턴 와일더는 말하더라. 제인 오스틴 개인의 삶의 반경이나 소설의 사회적 반경이 제한적이었다고(성 경험이 부족했으리라는 추정과 함께) 이야기할 수는 있는지 몰라도 그의 관찰과 사유가 길러지는 상상력이라는 토양은 더없이 비옥하고 풍요롭다. 나도 그 토양의 기운을 끌어와 내 인생의 중심에 사랑을 길러보련다. 흔한 사랑 말고 다른 사랑들, 공감적 독서에 대한 사랑이나 자신에 대한 사랑 같은 것 말이다.


(375)

어떻게 해야 더 명료하게 내 뜻이 전달되려나. 나는 목소리를 조금 더 높였다. “까놓고 말하자면 관습의 틀 안에 살기로 결정했을 때 나는 스스로를 기망한 거야. 안전한 삶에 안주한 줄 알았는데, 언젠가부터 튕겨 나가고 있더라. 내 자리를 지키기는커녕 밖으로 밀려나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라니, 내가 고작 이 정도인가, 인생에서 얻은 게 고작 이 정도인가 싶어서 감당하기 힘들 만큼 좌절했어.”


(398)

그런 여성들이 있는가 하면 세상을 뒤흔든 강고한 의지의 여성들이 있다. 소설을 통해 조심스러우나 신랄하게 세상을 동요시킨 제인 오스틴이 있었고, 저술과 삶 양쪽 모두에서 당대 사회의 존립 기반에 파문을 몰고 왔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 외에, 오스틴처럼 재능이 있지도 못하고 울스턴크래프트처럼 대담하지도 못한 우리들이 있다. 단지 우리 인생의 정형화된 패턴을 바꾸고 싶은 소박한 욕구를 가진 우리를 말이다. 솔직히 이미 어지간한 축복을 욕구를 가진 우리들 말이다. 솔직히 이미 어지간한 축복을 누리지 않으냐고 묻는다면 차마 부인하기는 어렵겠다. 그러나 개인적이든 문화적이든 이유가 어떤 것이든 우리가 누리는 축복에는 제인 오스틴의 <에마>에서처럼 가정법이 전제되어 있다. 세상만사가 에마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상황일지라도 실상은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고 오스틴의 언어와 상상이 귀띔해주지 않던가. 에마는 그렇게까지 축복을 한 몸에 받은 사람이 못 된다. 핀홀로 보이는 세상 바깥에 놓인 것까지 보는 능력은 못 가졌으니 말이다. 대신에 오스틴은 이 인물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준다. 완벽하지 못한 여주인공의 완벽한 소설은 그렇게 탄생하더라.


(407)

소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들은 가능성의 영역이고, 현실의 우리는 우리 나름의 선택을 내리고 이럭저럭 그 선택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렇게 보면 내가 한때 나의 남주인공으로 착각했던 사람, 그러나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 나의 친밀한 동반자가 된 사람과 따로 또 같이 사는 지금의 내 인생에는 소중한 우정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편과 내가 공유하는 관계도 있고 애정의 방향이 갈라질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보다 나한테 더 중요한 건 정녕 진실로만족스러운 인생을 꾸려갈 두 번째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어준 일등 공신이 지금도 내 책상에 앉아 있는 나의 길잡이 제인 오스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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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끝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40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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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켄 폴릿의 20세기 3부작 마지막 이야기인 <영원의 끝> 1권을 이야기할게. 20세기 3부작의 1 <거인들의 몰락> 1차 세계 대전의 이야기를, 2 <세계의 겨울> 2차 세계 대전의 이야기를 했잖니. 3부는 3차 세계 대전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구나. 물론 3차 세계 대전에 실제로 일어날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 사실 지금 트럼프의 미친 짓이 3차 세계 대전으로 확전될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부디 빨리 마무리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동안 지구를 망하게 할지도 모를 핵무기가 지구를 망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3차 세계 대전을 막은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어. 3차 세계 대전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지만, 소련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양쪽 진행은 긴장은 오랜 시간 계속 되었단다. 그 시기를 냉전의 시대라고 했는데, 그 냉전의 시기는 1945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해체되는 1990년까지 이어졌단다. 그렇게 냉전이 사라지는 그 흐름을 우리나라도 함께 했어야 했는데, 냉전의 잔재처럼 유일한 분단국가가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말았구나. 안타깝구나. 언제나 되어야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지

이번 3 <영원의 끝>는 바로 그 냉전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단다. 이번에도 책이 엄청 두꺼워서 할 이야기를 많으니 바로 시작해 보자.

 

1.

이야기의 시작은 1961년 동독에서 시작된단다. 이 때만해도 동독과 서독이 나뉘어 있지만, 어느 정도 자유롭게 서로 왕래를 할 수 있었어. 베를린 장벽도 아직 없었어. 동독에 사는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자유와 부를 찾아 서독으로 갔단다. 사랑을 찾아 영국에서 독일로 이주한 영국인 모드가 이제는 할머니가 되었단다.

모드의 딸 카를라는 베르너와 결혼했어. 그들 사이에는 아이가 셋이 있는데, 셋 다 아버지가 달랐단다. 먼저 레베카는 전쟁고아로 입양을 한 아이로 어느덧 스물아홉 살이 되었어. 그리고 발리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베를린을 점령한 소련군이 무차별 강간을 했는데, 그때 카를라도 소련군에게 강간을 당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둘째 발리였단다. 발리는 열다섯 살. 그리고 카를라와 베르너 사이에서 태어난 열두 살 릴리가 있었단다. 레베카와 발리의 이야기는 2 <세계의 겨울> 2권에서도 이야기했으니, 오늘은 생략.

레베카는 학교 선생님으로 일했고, 법무부에서 일하는 한스 호프만과 결혼했어. 그들이 결혼한 지 1년 정도 되었단다. 어느날 레베카는 비밀 경찰 슈타지의 호출을 받았어. 그곳에서 임무를 제안 받았는데 그곳에서 남편 한스를 만났단다. 남편 한스가 왜 이 곳에? 이유는 한가지였어. 남편은 법무부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비밀경찰이었던 거야.. 그렇다면, 그들의 결혼은? 한스가 레베카에게 접근했던 것은 레베카의 식구들을 감시하고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 레베카는 큰 배신감을 느끼고 한스에게 분노의 욕설을 퍼부었단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한스가 아끼는, 한스의 작품을 부셔버렸어. 그 자리에서 한스와 헤어졌단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레베카는 학교에서 해고를 당했는데 이것은 아마 한스의 짓이었을 거야.

발리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클럽에서 기타 연주를 했어. 그리고 몰래 담배를 피우다가 아버지 베르너에게 걸리기도 했어. 그래서 외출금지령이 내렸지만, 예나 지금이나 15살짜리는 겁이 없었지. 그는 몰래 집을 나가서 서베를린에 있는 클럽에서 음악 연주 경연에 참가했단다. 그날 임시로 짝을 이룬 카롤린이라는 사람과 경연에 참석해서 2등을 했단다. 그들은 클럽에서 연주해달라는 제안까지 받았단다.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던 발리는 한스와 마주쳤는데, 조사를 한다는 이유로 기타줄을 끊고 망가뜨렸단다. 한스는 제대로 화가 나서 레베카의 식구들을 이후로도 계속 괴롭혔단다.

….

이제 미국으로 넘어가보자.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 2 <세계의 겨울>에서 나왔던 사람들과 그들의 후세들이란다. 1 <거인들의 몰락>부터 이어진 가계도가 3대에 이르게 되자 상당히 복잡해졌는데, 책의 앞부분에 가계도가 잘 정리되어 있어 읽을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구나. 그레그와 재키 제이크스는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둘 사이에는 조지라는 아들이 하나 있었어. 조지는 엄마의 피부색을 닮아 흑인이었어.

이 이야기가 배경인 1960년대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이 큰 사회 문제였어.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비폭력 저항 운동 프리덤 라이드운동이 한창이었어. 당시 교통 수단이나 공공장소에 유색인이 따로 타곤 했는데, 그것에 저항하여 백인들이 타고는 버스를 타거나, 백인들만 들어가던 공공장소에 흑인들도 들어감으로써 인종 평등을 주장하는 운동이 바로 프리덤 라이드운동이란다. 조지는 마리아와 함께 이 운동에 참가하여 버스를 타고 미국 남부를 여행하고 있었어. 결국 백인 KKK의 난동에 버스가 공격을 당하고 불까지 나서 버스에 탑승했던 이들이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어. 하지만 백인 경찰들은 이 사건을 방관만 하고 있었단다.

이만큼 당시 미국의 인종차별은 심각했단다. 조지는 하버드를 졸업하고, 동기인 베리나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어. 베리나는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지는 그 제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단다. 그런데 동시에 백악관으로부터도 젊은 흑인 변호사 출신 보좌관으로 제안을 받았단다. 조지는 두 가지 선택에서 백악관을 선택했단다. 백악관에 들어가야 자신의 생각이 실제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이었지. 백악관에서 조지를 선택한 것은 표를 얻기 위한 작전이었거든. 우리는 흑인도 보좌관으로 뽑는다고 생색내면서 말이야. 백악관 사람들이 조지를 무시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지만, 조지는 참고 일했단다. 그러나 대통령의 동생이자 법무장관인 보비 케네디는 그를 인정해주었단다.

….

이번에는 소련 모스크바로 가보자. 이전 작품에서 등장했던 그리고리와 카테리나의 딸 아냐가 있었잖니. 아냐에게는 쌍둥이 남매가 있었어. 딸 타냐는 반정부 신문인 <반대>를 출간하고 배포하는 일을 은밀히 하고 있었어. 당시 소련의 문제는 독재화된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거야. 미국과 달이 소련의 흐루쇼프 정권은 그런 반대 세력을 무력으로 진압했단다. 타냐도 그렇게 반정부 운동을 하다가 KGB에게 붙잡히고 말았어. 아냐의 쌍둥이 아들 딤카는 타냐와 달리 흐루쇼프 정부에서 일하고 있었어. 그것도 흐루쇼프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보좌관으로 일했어. 딤카는 타냐의 체포 소식을 바로 알고 외삼촌 볼로댜 장군에게 연락했어. 타냐는 외삼촌 빽으로 풀려나는 대신, 기자로 쿠바에 파견하는 벌을 받기로 했어. 하지만 타냐와 함께 수감된 바슬리는 시베리아 유배를 떠나야 했단다.

 

2.

, 다시 동독레베카는 한스의 공작으로 해고된 이후에도 취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어. 가족들과 상의한 후 레베카는 서베를린으로 가기로 했단다. 그런데 하필 그때 동독에서는 서독으로 가는 것을 차단하기 시작했단다. 서독으로 가는 길에 철조망이 쳐져 있었고 벽을 세우기 시작했단다. 그것이 베를린 장벽의 시작이란다. 그렇게 장벽이 생겼지만 레베카는 동독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었어. 동료인 베른트와 함께 탈출하기로 했어. 감시가 심해져서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자유를 위한 충분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어. 가족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낸 레베카와 베른트는 장벽을 넘게 되었단다. 중간에 경비대에 들킬 위기도 있었지만, 몰래 그들을 쫓아온 레베카의 동생 발리가 도와주어 벽을 넘는데 성공했단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경비대가 그들이 넘는데 사용한 줄을 끊어서, 베른트가 높은 곳에서 추락하고 말았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척추를 다쳐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되었어. 자유의 값어치가 너무 비싸구나.

이번에는 미국. 백악관에 들어간 조지는 예전에 프리덤 라이드 운동을 함께 했던 마리아를 다시 만났어. 마리아는 공보실에서 일했어. 조지는 마리아에게 내심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마리아를 마음에 둔 이가 또 있었으니 케네디 대통령이었단다. 케네디 대통령에 대해서 아빠가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관계가 복잡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소설에서도 그런 관점에서의 이야기가 나온단다. 케네디 대통령이 마리아를 유혹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설정한 이야기인 듯하구나. 마리아도 케네디 대통령의 접근을 싫어하지 않았고, 자신이 대통령과 잠자리도 갖는 등 비밀스러운 관계가 되었단다. 마리아에게 이제 사랑하는 사람은 대통령뿐이었어.

1962년 조지는 몽구스 작전에 투입되었어. 몽구스 작전은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기 위해 자작극으로 일으키려고 했던 계획이란다. 쿠바는 미국 바로 밑에 있는 나라인데 공산주의국가로 소련과 친한 나라야. 미국의 입장에서는 앞마당에 소련의 친척이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래서 쿠바를 점령하려는 이런저런 작전을 펼쳤는데, 그 중에 하나가 몽구스 작전이었어. 그 작전을 준비하고 있을 때 소련에서는 미국 몰래 핵무기를 쿠바에 배치를 했단다.

이 일을 알게 된 백악관은 비상이었어. 앞마당에 소련의 무기가 배치된 것이잖아. 이제 미국은 쿠바를 쉽게 공격할 수 없었어. 그리고 이것은 미국 외교의 처참한 실패라고 할 수 있었어. 소련의 핵무기가 앞마당에 설치되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야. 백악관은 곧 있을 중간 선거도 걱정이 되었단다. 케네디는 대국민 연설을 했는데 이는 소련을 향한 경고나 다름 없었어. 쿠바가 만약 미국을 공격한다면 그것은 소련이 미국을 공격한 것이라고 간주하고, 곧바로 소련을 공격하겠다는 내용이었어. 그리고 쿠바로 들어가는 모든 선박들을 바다 위에서 조사하겠다고 했어. 또 다시 소련의 무기가 쿠바로 들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였지.

이런 발표는 소련을 자극한 것은 당연했어. 소련도 긴급 회의를 소집했단다. 소련도 미국과 직접적인 충돌은 부담스러웠던 거야. 결국 소련은 쿠바로 향하고 있던 추가 핵폭탄을 실은 배를 소련으로 회항시켰단다. 당시 쿠바의 국가 원수인 피델 카스트로도 미국의 간섭에 대한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어. 이런 시기에 미국정찰기가 쿠바 영해에서 격추되는 사건이 일어났어. 그렇게 되자, 사람들은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다행히 케네디 대통령과 흐루초프 제1서기가 서신을 통해 전쟁이 아닌 평화를 선택하기로 했단다. 미국은 터키에 배치된 핵무기를 철수하고 소련은 쿠바에 배치된 핵무기를 철수하기로 협의한 거야. 쿠바만 불만이 가득했지만, 전세계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 내렸단다.

 

3.

모스크바의 딤카는 니나라는 여자와 결혼하기로 했단다. 사실 딤카는 당시 니나보다 직장 동료인 나탈리아를 더 마음에 두고 있었어. 나탈리아가 비록 유부녀였지만, 사랑이란 것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거든. 하지만, 니나가 임신을 했다고 하여 니나와 결혼하게 된 거야. 딤카는 나탈리아에게 자신의 결혼 소식을 이야기하고 나탈리아와 관계를 정리했단다. 과연 사랑을 정리한다고 깔끔하게 정리가 될지 모르겠구나.

1963년이 되었어. 발리와 카롤린은 함께 연주를 하긴 했지만, 동독에서는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었어. 둘은 결국 서베를린으로 탈출하기로 했단다. 그런데 약속 시간에 카롤린이 나타나지 않았어. 두 시간이나 더 기다렸지만 오지 않아서, 발리는 결국 혼자 탈출하기로 했어. 그는 차를 타고 무작정 철조망을 뚫고 가기로 마음 먹었어. 그런데 경비대가 총격을 가했어. 발리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질주했단다. 그에게 총격을 가했던 경비를 그대로 차로 밀고 철조망도 그래도 밀고 서베를린에 도착할 수 있었어. 그는 서베를린 사람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받았으나, 자신이 친 경비원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죄책감을 느꼈단다. 발리 자신도 허벅지에 총상을 입었지만 치명상은 아니어서 회복할 수 있었어.

발리는 서베를린에 왔지만 여전히 카롤린이 궁금했어. 왜 약속장소에 오지 않았을까. 그런데 발리는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을 왔다갔다 할 수 있는 비밀 땅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발리는 카롤린을 다시 데리고 오기 위해 그 비밀 땅굴을 통해 다시 동베를린으로 갔어. 발리는 정말 강심장이구나. 발리는 감시망을 조심하면서 카롤린을 다시 만났어. 카롤린은 무서워서 못갔다고 했어. 그러면서 임신했다고 했어. 발리의 아이였지. 카롤린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이 서쪽으로 가야 한다고 설득했어. 비밀 땅굴이 있어서 안전하다면서 설득했단다. 결국 함께 비밀 땅굴로 가긴 했는데, 카롤린은 마지막 순간에 못 가겠다고 했단다. 그런데 더 설득할 시간도 없었어. 한스가 그들을 미행하고 있었거든. 발리는 다른 일행들과 함께 비밀 땅굴을 이용하여 서베를린으로 향했는데 이번에는 한스가 그들을 추격했어. 한스가 땅굴에 수류탄을 던져서 죽을 뻔했으나 간신히 다시 서베를린에 도착할 수 있었어. 하지만 발리 때문에 이젠 더 이상 그 비밀 땅굴로 다른 사람들이 넘어올 수 없게 되었구나. 서베를린에 도착한 발리는 먼저 탈출한 누나 레베카가 있는 함부르크에 와서 누나와 재회했단다.

미국의 이야기로 가보자. 조지는 공민권 운동으로 킹 목사를 만나면서 베리나와도 재회했단다. 참고로 공민권 운동은 1960년애 미국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인종차별과 불평등에 맞서

시민권과 평등을 요구한 사회 운동이란다. 당시 공민권 운동에 대한 미국 정부는 생색만 내고 기다려달라는 말만 계속 했어. 공민권 운동을 하는 이들은 비폭력 시위 운동을 펼쳤지만, 그들을 막는 경찰들은 물대포와 경찰견을 이용한 강경대응이었어. 그 시위에 참석했던 조지도 물대포를 맞아 멍이 들고 많은 사람들이 부상당하고 체포 당했어. 버밍햄에서는 백인들이 킹 목사가 머무르고 있는 숙소에 폭탄 테러를 벌였어. 이것은 흑인들로 하여금 폭동을 일으키게 하려는 작전이었어. 그들의 작전은 성공하여 일부 흑인들이 흥분하여 반격하여 시위는 폭력성을 보였어. 조지도 경찰에 체포되었다가 신분이 확인되어 워싱턴으로 돌아왔단다.

….

20세기 3부작 중 1부와 2부는 영국에 있는 사람들도 비중 있게 나왔는데 3부에서는 냉전을 다루다 보니 분량이 좀 줄어든 것 같구나. 그래서 영국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도 하긴 해야겠지. 영국의 로이드는 하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로이드에게는 딸 에비와 아들 데이브가 있었어. 로이드는 데이브가 자신처럼 정치계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랬으나, 데이브는 공부를 잘 하지 못했단다. 데이브는 음악에 소질이 있어서 클럽에서 연주를 자주 했어. 그의 연주 실력을 본 클럽 주인은 데이브에게 연주할 기회를 제안했어. 돈까지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했어. 그런데 그 장소가 함부르크라고 하는구나.

2부에서도 등장한 로이드의 엄마는 에설이었고, 아빠는 버니였지만, 로이드의 친아빠는 피츠였잖니동독에 살고 있는 모드가 피츠의 여동생이었고모드의 손자가 서독으로 탈출하여 함부르크에 있는 발리이고 말이야. 데이브가 함부르크가 가는 설정은 발리와 만남을 암시하는구나. 이전 작품들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소설에서 우연한 만남이 좀 지나치긴 하지만 소설의 재미를 위한 것이라고 감안하자꾸나.

쿠바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타냐는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왔단다. 2년 전 자신과 함께 체포되었다가 2년간 시베리아 유배형을 받은 바슬리는 2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시베리아의 수용소에 있다고 했어. 타냐는 딤카에게 부탁해서 바슬리의 유배형이 풀려날 수 있게 부탁했어. 딤카도 그 부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유배 기간도 끝이 났으니 한번 말해 보기로 했어. 흐루초프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지만, 시베리아에 전기기술자가 더 필요하다는 답변만 받았어. 절대권력의 그 답변에 어떤 반박을 하겠니. 딤카의 아내 니나는 아들을 낳았고 이름은 그리고리라고 지었어.

미국은 이제 워싱턴에서도 대대적인 공민권 운동이 일어났어. 이를 지지하는 가수들의 공연도 이어졌어. 수십만 명이 운집했어. 그 시위에서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 나는 꿈이 있습니다가 널리 퍼졌단다. 이런 대대적인 시위 이후 백악관에서 대답을 했어. 킹 목사와 케네디 대통령의 회동이 성사되었단다. 케네디 대통령도 재선을 준비해야 했거든. 하지만 두 사람의 회동은 만난 것에만 의미를 두어야 했어. 큰 진전은 없었어. 하기야 첫술에 배부르기 쉽지 않지. 하지만 그들의 두 번째 만남은 없었단다. 케네디 대통령은 선거 운동을 위해 텍사스에 갔다가 달라스에서 피격 당해 죽고 말았단다.

이 충격적인 소식은 전세계를 강타했단다. 그렇게 <영원의 끝> 1권의 이야기가 끝이 났단다. 아빠가 길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많은 부분은 누락되었단다. 책에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너무 많은 사건사고들이 나오다 보니 말이야. 조만 간에 2권도 이야기해줄게.

오늘은 그럼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레베카 호프만은 1961년 어느 비오는 월요일 비밀경찰에 불려갔다.

책의 끝 문장: “미국에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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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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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전경린 님의 <자기만의 집>이라는 책을 이야기할게. 인터넷 서점 구경하다가 지은이 전경린 님을, 전혜린 님과 헛갈려서 클릭하게 된 책이란다. 젊었을 때 책을 많이 읽지 않던 아빠는, 전경린 님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란다. 그래도 이 책이 처음 <엄마의 집>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던 2007년에는 책을 꾸준히 읽던 시절이었는데, 아빠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았구나. 늦게라도 괜찮은 소설을 알게 되어 다행이구나. 너희들이 학원 숙제 때문에 함께 읽는 우리나라의 옛 단편소설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모르고 있는 재미있는 작품들이 꽤 많구나. 읽어야 할 책들과 작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아빠는 유튜브의 유혹에 점점 빠지고 있으니 문제로구나. 2007년에 출간되었던 <엄마의 집> 2025년에 <자기만의 집>으로 재출간되었는데, 아빠는 이 책을 읽은 거야. 엄마만 집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만의 집을 마음 속에 하나씩 짓고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바꿔서 출간한 것이 아닐까 싶구나.

 

1.

그럼 이야기를 바로 시작해 볼게. 주인공은 스물한 살의 대학교 2학년 생 김호은. 어느 날, 이혼해서 따로 살고 있는 아빠 김헌영이 몇 년 만에 학교로 찾아왔어. 그런데 혼자 온 것이 아니고, 아빠가 재혼해서 낳은 딸 승지를 데리고 왔어. 호민 아빠는 승지를 엄마한테 맡아달라고 하고는, 당황한 호민이 어떤 말도 할 새도 없이 사라지셨어. 호민 아빠도 참재혼해서 낳은 딸을 전처한테 부탁을 하다니.. 승지는 열다섯 살이고, 중학생이야. 승지의 엄마는 8개월 전에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것은 아빠한테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어. 승지뿐만 아니라 애완용으로 기르는 토끼 제비꽃도 있었어.

호은은 부모님이 이혼 후 미술학원을 하는 엄마와 둘이 지내다가 엄마가 큰상을 받으면서 유명한 화가가 되셨어. 호은 엄마가 유명한 화가가 된 이후에는 호은은 외가댁에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지냈어. 엄마는 가끔씩 오셨어. 호은 엄마는 이혼 후에도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고 지금은 애인도 있었어.

호은은 승지를 데리고 엄마 집에 왔어. 엄마도 당연히 당황했지. 전남편이 재혼해서 낳은 아이가 왔으니... 일단 그 날은 늦어서 엄마의 집에서 함께 자고, 다음날 다 함께 아빠가 사는 도시로 갔어. 그런데 아빠는 없고, 아파트 열쇠도 없어서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단다. 이 책이 처음 2007년에 출간되었을 때는 핸드폰이 보급되어 있을 때인데, 호은의 아빠는 핸드폰도 없었나 보구나.

아무튼 엄마는 아빠의 친구 경자아저씨한테 전화해서 만났어. 경자 아저씨가 말하길, 그들의 또 다른 절친인 해자 아저씨가 얼마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말이 교통사고이지, 자살이나 다름없었대. 해자 아저씨는 엄마도 잘 알던 사람으로 그의 죽음 소식에 엄마도 눈물을 흘렸단다. 그런데 경자 아저씨도 호은의 아빠가 어디 갔는지 모른다고 했어. 경자 아저씨, 해자 아저씨라고 부르긴 했지만, 본명은 아니고 그들이 젊었을 때부터 장난처럼 부르는 별명이란다..

호은 엄마는 아빠가 사는 도시에 아빠를 알 만한 사람들을 찾아보았지만 아빠의 행적을 찾지 못하고 인근J시에 있는 호은의 외가댁으로 갔단다.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외할머니 혼자 계셨어.

J시는 호은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그곳에 오자 K도 생각도 났어. 고등학교 후배였던 K가 자신을 짝사랑하는 것을 알았는데, 어느 날 고백을 하고 호은도 고백을 해서 사귀게 되었어. 아참, K는 여자후배였어. 그런데 K가 연락도 끊은 채 사라졌는데, 얼마 후 KY와 커플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Y는 사실 호은을 쫓아다니던 남학생이었거든. , 배신도 이런 배신이 있나? K가 뭘 오해했나? K가 그렇게 한 행동은 그 일이 있고 2년이 지나서 K가 찾아와서 이야기해주어 알게 되었는데, 아빠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였단다. K는 오해라고 했지만 말이야.

 

2.

호은 엄마는 호은 아빠가 다니던 두부공장에 확인해보니 호은 아빠가 장시간 휴가를 썼대. 이쯤 되자, 호은 아빠가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죽을 병에 걸렸다든가... 호은 엄마는 다시 호은 아빠의 친구들에게 연락해 보았지만 아빠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몰랐던 사실, 승지가 아빠의 친딸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사실만...

호은 아빠는 대학생 때 학생 운동을 했는데 전경들로부터 도망을 가다가 미술 화실로 뛰어들어 갔는데, 그곳에서 엄마를 만나게 되어 사랑을 키워 나갔다고 했어. 그리고 유인물을 뿌리다가 걸려 1 6개월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어. 호은 아빠는 학교 졸업 후에도, 결혼 후에도 그런 운동권 기질이 있어 엄마와 잦은 의견 충돌이 있었고, 결국 호은이 아홉 살 때 이혼을 한 거야. 그리고 운동할 때부터 알고 있던 여자와 재혼을 한 것이야. 젊었을 때부터 방랑벽이 있었던 호은 아빠는 아직도 변하지 않았나 보구나.

호은과 호은 엄마, 승지는 결국 아빠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다시 엄마의 집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셋이 함께 지내는 생활이 시작되었지. 아직 중학생인 승지는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나이였어. 호은 엄마 윤선은 심성이 착한 사람이야. 승지를 엄마의 집 근처의 학교로 전학시키고, 승지가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잘 대해주었어. 승지도 승지 나름대로 싹싹하고 참 예의 발랐어. 그들은 점점 격 없이 지냈고 실수이긴 하지만 승지의 입에서 엄마라는 말까지 나왔어. 셋 모두 살짝 당황하기도 했지. 셋이 함께 생활하면서 셋 모두 성장해가는 모습이 보였단다. 호은 아빠가 어디로 가셨는지 모르지만, 셋이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았어. 엄마의 애인이 좀 삐쳤는지 엄마와 거리를 두긴 했지만..

4개월 뒤, 불쑥 사라졌던 호은 아빠가 불쑥 되돌아왔어. 고맙다면서 승지를 다시 데려가겠다고 했어. 자유로운 영혼인지 모르겠지만 호은 아빠는 아직 철이 덜 든 것 같구나. 승지와 토끼 제비꽃과 헤어지는 것을 엄마도 슬퍼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헤어지는 자리에는 나오지 않았어. 호은과 승지, 그리고 괴짜 아빠 셋이 점심을 먹고 헤어졌단다. 이젠 그 이전과 다른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구나. 엄마도 호은에게 승지와 자매처럼 지내라고 했어. 승지도 언제든지 호은과 윤선이 보고 싶을 때 마음 편히 와서 만날 수 있을 것 같구나. 가족처럼 서로 축하해주거나 위로하고 그러면서 말이야.

소설이 술술 잘 읽힐 뿐만 아니라 손 난로처럼 훈훈함마저 느껴지기도 하구나. 가족의 의미도 새겨 볼 수 있어 좋았어. 그리고 이 책에 좋은 문구들도 많아서 좋았단다. 몇 개 소개하면서 오늘 독서 편지를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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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사람은 누구나, 아무리 못난 인간이라 해도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다. 새삼 놀라운 사실이다. 우리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자기중심적인 꿈을 통해 그 사실을 학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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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꿈은 상실되고 자신을 돈과 바꾸어 살아야 하니, 삶 자체가 하루하루 이렇게 소모적이기만 한 건가 싶죠. 참 다들 고독하고 가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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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실제로 사람이 만나는 건, 드라마와 달라. 말할 수 있는 게 아냐. 질서 있는 인과관계도 없고. 착각과 도취, 혹은 무지한 고집과 자기합리화와 이상한 자포자기 같은 것이 운명을 만들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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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그래서 엄마의 사랑엔 죄의식과 슬픔과 희생과 희망이 뒤섞여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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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사랑이 다시 온다 해도 난 뒷걸음질할 것만 같다. 사랑은 나를 격정적으로 만들고, 균형 잡힌 관계들을 훼손시키고, 내 일상의 페이스를 무너뜨린다. 내 사랑에 대해 내가 보는 눈과 다른 사람들이 보는 눈은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 사랑은 반드시 끝이 난다. 대체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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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그러니, 내가 태어난 이유는 모른다 해도 그 의미는 앞으로 내가 만들어가야 할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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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사랑은 바라지 않아도 늘 있어. 너를 바라보는 이 순간에, 햇빛 속을 걸을 때나 비 오는 날 우산을 펼칠 때, 한밤중에 창문 밖에 걸린 반달을 볼 때도,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할 때도, 차 한 잔을 마시거나, 홀로 밥을 끓일 때에도, 아침 일곱 시와 오후 두 시와 밤 열한 시에, 사랑은 늘 거기 있어. 많은 마음이 차오를 때까지 깊은 숨을 쉬어봐. 그러면 알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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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을씨년스러운 늦겨울 아침이었다.

책의 끝 문장: 내가 엄마와 아빠와 아무리 무수히 헤어져도, 그건 삶일 뿐 이별이 아니라는 것을.


캥거루는 새끼를 배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 엄마의 배주머니 속에서 땅 위를 통통 튀어 오르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어미가 무척 힘들 것 같지만, 새끼를 품 안에 넣고 뛰는 편이 탄성에너지를 받아 오히려 힘이 덜 든다고 한다. 캥거루 어미는 애기 집 청소를 할 때 앞주머니를 벌리고 얼굴을 밀어 넣어 혀로 핥는다. 캥거루가 뛸 수 있는 높이에 대해서는, 삼 미터부터 십삼 미터까지 의견이 분분했다. - P14

일상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적 고뇌를 가족과 나누는 것은 무리이다. 일상과 존재의 경계에서 가족 간의 절망이 생겨나는 것이다. 성장기 내내 가족과 소원하게 살아온 엄마는, 아마도 천성적으로 그랬듯이, 이모와 외할머니 앞에서 입을 굳게 다물어버렸다. 가족 공동체의 내부는 다정과 간섭이 넘치지만 사실, 한 치만 건너서 들으면 또 얼마나 이기적이고 흉한 공모인가. - P95

봄이란 하나의 계절이라기보다 겨울과 여름 사이의 격렬한 신경전 같다. 비와 바람과 햇빛과 눈이 서로의 매력과 무기를 다 동원해 밀고 당기고 엎치락뒤치락거렸다. 한겨울같이 기온이 떨어졌다가 삼월 마지막 날엔 깃털 같은 바람이 목덜미를 간질이더니 사월 첫날에는 눈이 내렸고 다음 날엔 황사 때문에 모든 것이 바랜 사진처럼 누렇게 보였다. 그런 날은 의식조차 현실감각을 잃고 부유하는 느낌이었다. 그 사이로 개나리와 목련, 벚꽃이 귀신들처럼 피어났다. 꽃은 한 송이 한 송이마다 자기의 세계를 열며 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꽃 하나가 필 때마다 세계가 하나씩 생긴다고. 사람도 그렇게 자기를 꽃피워야 한다고. - P115

"엄마와 아빤 너무 일찍 만났어. 세상을 모를 때 말이야. 그 시대의 대담한 청춘들이 그랬듯 엄마와 아빤 세속적인 모든 것을 경멸했어. 권위적인 것, 관습적이고 통념적인 것, 집단적인 것, 가족주의, 유교적인 위계질서와 의례들을 비롯한 모든 고착된 질서들, 유명 브랜드 제품들, 공교육, 돈…… 우린 그런 것들을 우습게만 여겼어. 그땐 정말 둘이 의기투합이 됐었단다. 우린 평생 가난하고 자유롭게 살자고 맹세했으니까. 가난하게, 간결하게, 자유롭게. 그게 네 아빠의 모토였지." - P202

"호은아, 사랑이든 삶이든, 난 그게 내 몫의 강물을 헤엄쳐 건너는 일 같아. 그 물은 내 존재로부터 솟아 나와 큰 강을 이루어, 누구에게나 혼자 건너야 하는 강이 있는 거야. 언젠가 아저씨와 내가 헤엄쳐 건너야 할 물을 다 건너고 햇살 따스한 기슭에 닿아 옷을 말리면 좋겠다. 그게 결혼이라도 좋고 아니라도 좋아. 넌 사랑의 결실이 뭐라고 생각하니?"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흔히 말하듯 아이, 하나의 가정 같은 거 아닐까……
"사랑의 결실은 변태야. 변화를 겪고 달라지는 것. 계속 사랑하는 건 계속 달라져 가는 거야."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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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5)

거기에 악취까지 동반되어 공포스러운 광경은 더욱 끔찍하게 와닿았다. 썩어 가는 살에서 나오는 역겨우면서 달착지근한 냄새가 사방으로 수 km까지 뒤덮었다. 다가가는 병사는 시신을 눈으로 보기 전에 냄새부터 맡을 수 있었다. 악취는 그가 먹는 상한 빵에도, 마시는 고인 물에도, 입고 있는 넝마가 된 군복에도 배어 있었다. 1차 세계대전 때 싸운 로버트 C. 호프먼 중위는 20여 년 뒤 미국이 두 번째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죽은 지의 악취를 맡아본 적이 있나요? 모래알 하나를 보고서 애틀랜틱시티의 해변을 떠올린다고 상상해 보세요. 생지의 악취와 오래 전에 죽어 쌓여 있는 병사들에게서 나오는 악취의 차이가 그 정도는 될 겁니다.” 호프먼은 시신을 묻은 뒤에도 <여전히 악취가 지독해서 몇몇 장교가 심하게 알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34-35)

클레어에게는 다행히도 헤럴드 길리스라는 선견지명을 지닌 외과의사가 얼마 전부터 영국 시드컵의 퀸스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얼굴 재건만을 전담하는 세계 최초의 외과의사 중 한 명이었다.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길리스는 기존에 초보적인 성형 수술 기법들을 개선하고 상황에 맞게 변형시킨 끝에 완전히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오로지 지옥 같은 참호에서 망가진 얼굴과 정신을 복구하겠다는 사명감으로 흔들림 없이 일에 매달렸다. 이 엄청난 도전 과제를 해내기 위해서 그는 사람들을 모아 독특한 의료진을 조직했다. 그들은 찢겨 나간 부위를 복원하고 파괴된 것을 재창조하는 일을 맡았다. 외과 의사, 내과 의사, 치과 의사, 방사선 의학자, 화가, 조각가, 가면 제작자, 사진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집단이었다.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재건 과정을 도왔다. 길리스의 주도하에 성형 수술 분야는 진화를 거듭했고 새로 개척된 방법들을 표준화하면서 이윽고 현대 의학의 한 분야로 적법하게 자리 잡기에 이른다. 그 뒤로 이 분야는 전 세계 성형외과 의사들의 재건과 미적 혁신을 통해 우리 자신과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는 방식에 도전하면서 점점 번창해 왔다.


(80)

그 해 봄에 새로운 이들이 길리스와 모리슨만은 아니었다. 저명한 과학자 마리 퀴리도 병원을 방문했다. 퀴리는 라듐을 발견한 유명 인사했다. 1903년에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받았고 1911년에 또 한 번 받았다. 전쟁이 터졌을 때 퀴리는 연구를 중단하고서 자신이 연구하던 방사성 원소를 모두 납으로 코팅된 용기에 담아 보르도의 안전 금고로 옮겨 독일군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런 뒤 자신의 재능을 전쟁 쪽으로 돌려 병상, 발전기, 엑스선 기계, 사진 현상 암실 설비를 갖춘 차량을 고안했다. <꼬마 퀴리>라는 별명이 붙은 이 차량은 전쟁터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이 세계적인 물리학자이자 화학자는 전시에 엑스선 기계를 갖춘 진료소 200곳을 세우고, 여성 방사선학 전문가 150명을 훈련하여 운영을 돕도록 했다.


(193)

길리스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칼을 움직여 환자의 가슴에서 특징이 사라진 얼굴에 이식할 피부를 떼어 내기 시작했다. 그 의료진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가슴에 그려진 얼굴 전체를 떼어내어 손상된 얼굴을 덮을 거예요. 코는 갈비뼈에서 떼어낸 연골을 넣어 만들 거고요. 살아있는 진짜 피부로 덮을 겁니다. 피부 조직은 자연적으로 공급되는 피를 받아서 이식편처럼 새 자리에서 자랄 거예요. 그런 뒤 남은 흉터를 다 없앨 겁니다.”


(262-263)

온갖 교훈을 터득하고 혁신을 이루었음에도 퀸스 병원의 길리스 곁에는 환영받지 못하는 동료가 늘 함께했다. 바로 실패였다. 전쟁의 막바지에도 초창기 못지 않게 환자의 죽음은 심한 타격을 안겨주었고 그는 조종사의 죽음에 황망해했다. 길리스는 스스로를 비난했고 <완벽한 결과를 얻으려는> 욕망에 빠진 바람에 수술 시기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고 나중에 인정했다. 그는 럼리의 얼굴 전체를 한꺼번에 재건하려고 시도하는 대신 얼굴의 4분의 1씩을 단계적으로 재건했어야 한다고 회상했다. 그는 럼리에게 <아주 단호한 태도를 취해서> 수술 시기를 미루고자 설득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온갖 질문을 했다. 무거운 심경으로 그는 이렇게 토로했다. <이 용감한 친구가 좀 더 행복한 죽음을 맞이했다면 좋았을 것을.>


(272)

길리스는 으레 그랬듯이 수술을 앞두고 자신의 집무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는 발라디에의 편지를 옆에 두고서 벨의 얼굴을 재건할 계획을 마음속으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코였다. 코는 감염되었음에도 기적처럼 남아 있었다. 하지만 코가 허약해진 상태이기에 사소한 실수만 해도 아예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술 시간이 다가오자 길리스는 자신이 적고 스케치한 내용들을 살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을 시간이 되었을 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전 프로그널 땅의 중심이었던 본관을 나섰다. 그는 새로 깎은 잔디밭을 가로질러서 새로 지어진 건물로 향했다. 환자들이 지내고 있는 병실과 그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수술실이 거기에 있었다.


(309)

그 소식이 알려지자 수십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한 사람은 길리스가 기사 작위를 받자 이렇게 썼다. <선생님께서 제게 보여 준 경이로운 친절과 제 삶을 살 가치로 있게 만들어 준 모든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또 한 환자는 자신의 위턱 일부가 사라진 적이 있다고 말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고 편지를 보냈다. <너무나 멀쩡해 보여서 11년 전에 거의 불에 다 죽을 뻔했다고 말하면 믿으려 하지 않아요.> 길리스의 노련한 손이 닿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삶이 과연 어찌 되었겠느냐고 말하는 편지도 많았다. 이렇게 쓴 사람도 있었다.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가기 전의 나 자신을 생각하면 정말로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길리스는 그들의 얼굴을 복원했지만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이 워낙 많았기에 그에게는 얼굴 없는 이들로 남았다. 한 병사는 이렇게 썼다. <선생님이 저를 기억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부상병 중 한 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우리가 선생님을 기억하니까요.>


(316-317)

성형수술로 돈을 벌었든 못 벌었든 간에 딜리스는 미용 수술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대중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는 의문들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는 오로지 허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수술을 한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들어 줄 코가 헛수고가 된다면 내가 이런 일을 굳이 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길리스가 때때로 내면의 갈등을 느꼈다는 것은 분명하다. 얼굴의 주름을 제거하다가 문득 내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들면서도 수술을 받은 이들의 얼굴에 피어나는 환한 표정을 볼 때면 과연 환자를 거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딜리스는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에게는 사소해 보일 일탈이 당사자에게는 심한 고민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당시의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미용 수술이 원하는 이에게 약간의 추가 행복을 안겨주기에 정당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국 그는 그렇다고 결론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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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개자식에게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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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비르지니 데팡트라는 프랑스 작가의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라는 책이란다. 독특한 책 제목에 관심이 생겨 한 번 눈이 가고, 평점이 좋아서 한 번 더 눈이 가서 구입하게 된 책이란다.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스릴러물이겠구나, 생각했단다. 읽어보니 사회 소설인데,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조언 같은 문장들도 있어서 좋았단다. 그런다면 왜 제목이 <친애하는 개자식에게>인가아빠는 얼마 전에 나온, 제목만 들어본 드라마 <친애하는 X에게>와 연관성이 있나, <친애하는 X에게>라는 드라마까지 검색해 보게 되었단다. 결론은 전혀 관련 없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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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라는 40대 남성 작가가 주인공 중에 한 명이란다. 오스카가 파리에서 우연히 영화 배우 레베카를 목격하게 되었어. 레베카는 예전에 엄청 잘 나가던 유명한 영화배우인데, 50대가 되어서 그런지 나이 든 모습이 자신이 예전에 알고 있던 모습과 너무 달라서, 그 소회를 SNS에 적었어. 그런데, 그 글을 레베카가 본 거야. 여배우에 대한 외모에 대한 평가는 조심해야 하는데…. 레베카는 자신에 대한 오스카의 평가를 보고 화가 엄청 나서 그에게 바로 메일을 보냈단다.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라는 제목으로그리고 내용도 그리 곱지 않았어. 격분하여 쌍욕이 담긴 메일을 보냈단다.

그 메일을 받은 오스카는 곧바로 사과의 메일을 보냈단다. 사실 자신의 누나 코린이 레베카와 어린 시절 친한 친구였다면서, 자신도 어린 시절 레베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했어. 그러면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메일을 보냈어. 오스카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면 자신이 쓴 글을, 유명한 영화배우 당사자가 볼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구나. 오스카가 사과의 메일을 보냈지만,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지 화가 잔뜩 담긴 메일을 두어 번 더 보냈단다.

이 책은 오스카와 레베카가 주고 받은 이메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간단다. 그러다가 중간에 조에 카타나라는 사람의 SNS에 포스팅한 글이 등장한단다. 이 글로 인해 오스카는 큰 위기를 겪게 되지

 

1.

조에 카타나는 오스카의 책을 홍보하는 일을 담당하던 사람이었어.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다가 얼마 안 있다가 그만 둔 사람이란다. 조에는 어느날 SNS에 오스카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단다. 몇 년 전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미투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구나. 조에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1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영향력 있는 블로그였단다. 그런 블로그의 글이 올라왔으니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단다. 뉴스에도 나오게 되었어. 오스카는 억울하다고 생각했지만, 성추행이라는 것이 늘 가해자의 생각과 피해자의 생각이 다르니까

당시 자신이 조에 카타나를 좋아해서 고백한 것이고, 술 취한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키스를 하려고 했던 적은 있다고 했어. 단순이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지이 일에 대해서 주변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그들도 오스카가 잘못했다는 말뿐이라고 했어. 이 일이 있고 나서 오스카는 스케줄이 엉망이 되었고, 현재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와 계획했던 여행도 취소하고, 딸 클레망틴을 보기도 부끄러운 상황이 되었다고 했어.

당시 오스카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 때문에 약물 중독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약물을 끊으려는 모임인 NA에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이 미투 사건으로 NA모임에도 나갈 수가 없었어. 오스카는 이 일에 대해 레베카에게 메일을 썼어. 레베카가 오스카보다 경험이 많아서인지 레베카는 이제 조언을 해주고, 자신도 마약에 빠져 어려운 일에 빠진 적이 있었다면서 현재 어려움에 빠진 오스카를 공감해주며 위로해 주었단다. 친애하는 개자식이 이젠 조언을 주고 받는 친구가 된 것 같았어.

….

이런 시기에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했단다. 그 시기에 살고 있던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경험인 코로나 바이러스. 프랑스도 전 도시가 봉쇄령에 빠졌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든 이슈를 잡아먹으면서 오스카의 미투 사건도 잠잠해졌어. 조에 카타나도 코로나에 걸리게 되었어. 조에의 블로그를 모니터링하고 있던 레베카는 조에에게 연락해서 격리하고 있는 조에에게 생필품과 먹을 것들을 직접 갖다 주었단다. 유명한 배우가 직접 자신에게 먹을 것과 생필품을 가져다 주었다? 이것은 블로그에 글감으로 최고였을 거야. 조에는 이 에피소드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그 글을 오스카도 보았단다. 오스카는 레베카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앙숙이나 마찬가지인 조에에게 그런 친절을 베푼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단다. 이제 메일을 끊겠다고 했어. 다 큰 어른들이 생각이 참 얕구나레베카는 오스카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사과를 했어. 오스카도 마음을 풀어져서 다시 메일을 보냈어.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격리 생활은 일상이 되었어. 오스카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한때 고생을 많이 했고, 지금은 거의 치유가 된 상태였어. 그런데 미투 사건으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단다. 그러면서 자기합리화를 했어. 자신이 마약이나 술을 끊기에는 나이가 적다고 말이야.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고 다시 마약과 술을 하려고 했나? 레베카는 그런 그를 설득하고 또 설득하여 결국 오스카는 마약과 술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단다. 또 그런 오스카를 레베카는 응원했어.

 

2.

아빠가 생각하기에, 오스카는 레베카와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한 단계 성장하는 것 같았어. 그러면서 조에에게 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반성하게 되었어.

SNS에 오스카와 일을 올린 조에 또한 악성 댓글로 시달리고 있었어. 심적으로 많이 불안해 하고 신경과 진료도 받았어. 그 일을 알게 된 레베카가 찾아와 조언도 해주었단다. 오스카의 누나 코린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갔어. 코린도 페미니스였는데, 조에와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더구나. 병원에서 조에를 만났는데 못 본 척 하고 지나갔다가 두어 번 더 마주쳐서 결국 미소를 한 번 지었는데, 그 일을 두고 조에는 오스카에게 큰소리로 욕설을 하며 비난했단다. 조에는 여전히 오스카는 자신의 가해자였던 거야. 오스카는 곧바로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조에는 그것마저 진심이 아니고 자신을 얕보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더 심한 욕을 하고 심지어 오스카의 얼굴에 침까지 뱉고 그 자리를 떴단다.

조에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까지 하지 오스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조에가 큰소리고 오스카에 욕설을 퍼붓다 보니 주변 사람들도 그들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지. 누군가 그들을 동영상으로 찍었어. 조에가 오스카의 얼굴에 침을 뱉는 장면도 말이야. 그 영상이 온라인에 다시 업로드되고조에는 또다시 사이버 테러를 당했단다. 그런데 그 장면 이전에 조에와 오스카가 함께 있는 장면이 얼핏 보면 다정하게 대화하는 것처럼 보여서, 이번에는 조에를 응원하던 진영에서도 조에를 비난하기 시작했단다. 조에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오스카를 응원한다면서 그의 책을 더 사주어 오스카의 책판매량이 느는 아이러니한 일도 있었어. 이미 오스카는 깊이 반성하고 있어서 이런 현상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했어. 레베카는 끝까지 조언을 해주었는데, 그런 조언들이 아빠가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삶을 대하는 태도로 배울만한 글들이 여럿 있었단다. 몇 가지 발췌해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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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255)

사회적 명성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아주 커다란 격차에서 발생한 산물이에요. 자기 마을이나 계층에서 이름을 얻는 그런 문제가 더는 아닙니다. 19세기 초 세공 장인의 명성이 어떤 것이었는지 잘 모르지만, 아마도 당시에는 가치가 있었을 겁니다. 어떤 영역에서 노력을 제공하고 그 분야에서 재능을 가지고 있었겠죠. 최선을 다해 윤리적 방식으로 작업하면, 주변 사람에게서 존경과 애정이 보상으로 따라왔을 테고요. 사실 그에 대해 잘 모릅니다. 내가 아는 범위는 20세기입니다. 미디어로 전파되는 명성이죠. 어떤 계층이 선택한 개인에게, 그를 바라보는 이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권리가 부여되었습니다. 대형 스크린 앞 관객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연기가 어떠하든 변화시킬 수 없고, 절대적으로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러요. 영화는 전개될 것이라고 예고한 대로 전개됩니다. 텔레비전 방송이 방영될 때도 마찬가지요. 브라운관 앞에서 무슨 짓을 하든지 상관 없어요. 그 과정에서 어떤 충격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어요. 사람들이 개입하게 된 거죠. 개입에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모욕임을 다들 바로 이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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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286)

헛소리입니다. 감정은 오존층에 뚫린 구멍이고 기후변화이며 변함없는 화산 용암이자 바이러스의 폭격입니다. 공장이나 극장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감정을 기쁘게 맞이할 수 없습니다. 감정은 당신을 복종시키기도 합니다. 늘 미소를 따다가도, 겁을 집어먹을 수도 있어요. 감정은 당신을 뒤죽박죽으로 휘저어 놓습니다. 감정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듬을 수 있는 수공예품이나 개인의 창작물이 아닙니다. 감정은 도자기 그릇이 아니니까요. 우리 세대에 급격히 퍼진 감정은 절망입니다. 집단적으로 퍼져 있어요. 지구 중심에 요란하게 상륙했습니다. 우리 모두를 봉기시킨 것은 바로 그 감정입니다. 각자 사소한 메시지, 자신만의 공식을 가지고 돌진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당신이 세계의 지도자이든 대양의 중심을 떠다니는 표류물이든 상관없이 감정은 동일합니다. 우리는 감정에 구애 받습니다. 그것은 다른 무엇도 대적할 수 없는 화음이며, 무슨 일이 발생하든 울려 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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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당신의 절망을 파괴하는 유일한 기술은 희망입니다. 무척 간단한 문제죠. 희망은 절망을 지우는 단 하나의 해독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압수당한 것 또한 희망입니다. 디스토피아가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지평선이 되어버린 겁니다. 미래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되리라 믿는 건 머저리라는 방증입니다. 그것은 승리한 전체주의입니다. 획일화된 신념이 우리 상상의 세계를 빼앗은 셈이죠. 대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희망은 멍청이들에게나 유익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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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로 열심히 조언하던 레베카는 메일 속 세상은 너무 좁다면서, 만나자고 하면서 소설을 끝이 났단다. 주인공들이 메일을 주고 받는 것을 보면서 문득 메일로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요즘은 실시간으로 날라가는 메신저로 안부를 전하다 보니 사적인 메일을 쓴 적이 정말 오래된 것 같구나. 회사에서 업무 메일을 쓰는 게 고작이니 말이야. 그런데 메일을 써도 사람들이 읽어보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 같구나. 아빠도 개인 메일을 확인한 것이 정말 오래된 것 같으니 말이야. 세상은 늘 변하지만 짧고 빠른 방향으로만 변하는 것 같구나. 오늘 읽은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는 책제목과 달리 두 주인공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단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빠가 이 책을 읽은 지 시간이 꽤 지나서, 뭔가 빼먹은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잘못 알려준 부분도 있는 것 같구나. 늘 독서 편지를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싶지만, 이미 밀린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것이라도 다 쫓아간 다음에 다짐을 해야겠구나. 밀린 독서편지를 위해서 앞으로 좀 짧게 짧게 써야겠다.^^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파리에서 우연히 레베카 라테를 봤다.

책의 끝 문장: 편지 속이 좁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나이의 역사에는 어떤 정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오십 세에 쓰러집니다. 우리가 동경하던 성격적 특징은 왜곡되고, 오만함은 희한으로 변하며, 유머에는 요실금 환자의 지린내가 나고, 매력은 변절되어 버립니다. 청소년기의 변화와 비교할 수 있겠으나 더 비참하죠. 목소리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거나 사유의 융통성이 그대로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오랜 친구들을 보석처럼 간직하세요. 여전히 함께 있을 때 편한 사람을요. 점점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더 지혜로워지거나 더 흥미로워지거나 더 관대해진 사람들이죠. 끔찍한 난파 사고의 생존자라도 되는 양 곁에 그들을 잡아두세요. - P71

오늘날은 모두들 좋은 소리만 듣고 싶어하죠. 모두들 착실한 학생이 되기를 원합니다. 교실 구석 난방기 옆에 앉아, 헛소리를 지껄이며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얼간이는 오늘날엔 인기가 없죠. 프레베르의 시에 나오는 열등생은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기업에서 쓰는 언어밖에 모르니까요. 진지함, 책임감, 고위직의 관점, 최고 수치의 기록, 우리가 견뎌야 할 유일한 도전은 흥미롭지 않습니다. 난장판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손에서 시작해야 즐거운 일이 되는 겁니다. - P77

그런데 지금에 이르러 내게 무척이나 새로운 문제가 제기된 셈입니다. 열정은 더는 원할 때 진열장에서 꺼낼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나를 끌어당기는 게 없어요. 빛나는 것도 없고 나를 뒤흔드는 것도 없습니다. 나는 백만 번이라도 홀로 하는 사랑으로 고통받거나 죽는 편을 택할 거예요. 버림받거나 배신당하거나 창피를 당하거나 학대받는 편을 택할 거예요. 권태에 빠지는 것보다 그 어떤 상처라도 받는 편을 택할 겁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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