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옛날 옛날에

세상에 자비도 없고 희망도 없고 노래도 없던 때

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첫날 자신이 만든 밤이 너무 좋아서

그 밤을 덮고 자느라

세상에 인간은 있되

구원도 없고 기적도 없고 선의도 없다는 걸 잊었습니다.

첫날 자신이 만든 밤이 너무 좋아서.

자신이 만든 밤이 너무 편해서.

 

(185)

-그럼 엄마도 거기 가봤어?

어린 딸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미정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그러곤 뭔가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 진지하게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가본 사람들은 있지.

미정이 한 손으로 소리의 까맣고 반질거리는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니 네가 어른이 된 미래에는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소리는 잠자코 있다 입을 열었다.

-엄마.

-?

-나 그거 가져도 돼?

-?

-미래라는 말.

 

(200)

지우가 이해하기로는 지우개는 뭔가를 없앨 뿐 아니라 있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대상에 빛을 드리우고 그림자를 입힐 때 꼭 필요했다. 그 대상이 사물이거나 인물, 심지어 신일 때조차 그랬다. 누구든 신의 얼굴을 그리기 위해서는 신의 얼굴을 조금 지워야 했다. ‘광원’. 즉 빛이 출발한 곳을 먼저 파악해 빛이 닿는 곳은 어둡게, 그렇지 않은 데는 밝게 표현하는 게 기본이었다.

 

(232)

하지만 삶은 이야기와 다를 테지. 언제고 성큼 다가와 우리의 뺨을 때릴 준비가 돼 있을 테지. 종이는 찢어지고 연필을 빼앗기는 일도 허다하겠지.’ 누군가 집을 떠나 변해서 돌아오는 이야기, 지우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알았다. 하지만 그 결말을 잘 믿지는 않았다. 누군가 빛나는 재능으로 고향을 떠나는 이야기, 재능이 구원이 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에 몰입하고 주인공을 응원하면서도 그게 자신의 이야기라 여기지는 않았다.

 

(233)

우리 삶의 나침반 속 바늘이 미지의 자성을 향해 약하게 떨릴 때가 있는 것 같다고. 그런데 그런 것도 성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는데다 거의 표도 안 나는 그 정도의 변화도? 혹은 변화 없음도? 지우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지우는 그 과정에서 겪을 실망과 모욕을 포함해 이 모든 걸 어딘가 남겨둬야겠다 생각했다. 그런 뒤 저쪽 세계에서 혼자 외롭고 두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엄마와 용식에서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래전 엄마가 자신에게 늘 그래줬듯이. 활짝 펼친 그림책 앞에서 한 손으로 자신의 눈썹을 꾹 누르며 빛이 나왔습니다. “낮이 생겼습니다.”라고 해주었듯이. 아무리 같은 줄거리가 되풀이돼도 항상 새롭게 놀라는 척해주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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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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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오래 전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를 읽고 나서 그 책에서 소개 된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이제서야 읽어보았단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워낙 밀린 독서리스트가 많아서 그랬어. 아빠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를 읽고 나서 나쓰메 소세키의 책을 서너 권 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중에 이번에 <마음>이라는 책을 읽었단다. 아빠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이 처음이지만, 우리나라에도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 그래서 여러 출판사에거 나쓰메 소세키의 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단다.

아빠가 이번에 읽은 것은 현암사에서 낸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중 <마음>이란다. 나쓰메 소세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일본 근대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1900년대 전후로 활약하던 작가란다. 1900년대 전후면 일본이 제국주의 욕망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대륙으로 침략의 야욕을 한껏 보이던 시기이지만, 이번에 읽은 <마음>에서는 그런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더구나. 평화로운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인간 관계에서 느끼는 고뇌와 갈등을 그렸다고 해야 할까. 오늘날 쓰여진 소설이라도 해도 거부감 없는 그런 이야기더구나. 그리고 술술 잘 읽혀지는 것이 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알겠더구나.

 

1.

주인공 나는 일본의 유명한 피서지 가마쿠라에서 선생님을 처음 만났어. 선생님이라고 하지만 자신을 직접 가르친 그런 선생님은 아니고 나이 많은 어른에게 호칭으로의 선생님이란다. 소설에서 가 계속 선생님이라 호칭하니 아빠도 그렇게 부를게. ‘는 친구가 피서지 가마쿠라로 불러서 왔는데 친구는 집에서 호출이 와서 돌아가고 혼자 지냈단다. 찻집에서 우연히 외국인과 함께 있는 선생님을 보고 며칠 동안 선생님을 살펴보다가 우연한 기회에 말을 걸어 안면을 텄단다. 그 이후 자주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도쿄로 돌아왔어. 선생님을 이성으로 좋아하는가 싶었는데, 읽다 보니 는 남자였고, 계속 읽다 보니 존경심 같은 감정이었어. 선생님은 매달 친구의 묘지를 찾았는데, 그 친구가 누구인지 묻지 않았어.

...

선생님 댁에 자주 찾아가면서 사모님과도 친해지게 되었어. 선생님 부부는 아이가 없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자신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하시면서 천벌이라고 했어. 어느날 선생님 댁에 찾아가니 두 분이 싸우셔서 그냥 돌아오기도 했어. 얼마 후 선생님이 나를 찾아와 아내가 오해를 해서 싸웠다고 했어. 그런데 무슨 오해인지는 이야기하지 않으셨단다.

...

시간이 흘러 나는 도쿄제국대학생이 되었어. 선생님도 같은 학교 출신이었으니 선생님의 후배가 된 거야. 그런데 이상한 것은 선생님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머물렀어. 사람들도 거의 만나지 않으셨어. 사모님이 말씀하시길 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했어. ‘는 선생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어느 날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 선생님은 사랑을 죄악이라고 단정짓듯 이야기를 했단다. 젊은 시절 어떤 사연이 있으셨던 건가?

….

어느날 고향에 계신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다고 하여 연락이 와서 갑작스레 가야 했어. 돈이 부족해서 선생님께 돈을 빌려서 고향으로 내려갔고 다행히 아버지는 다시 기력을 회복하셔서 다시 도쿄로 올라왔어. 하지만 아버지의 병은 불치병이라서 고칠 수 없는 병이었어.

시간이 흘러 대학 졸업 논문을 준비해야 하는데, ‘는 그동안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해서 선생님의 전공과 관련된 내용으로 논문을 쓰려고 했어. 그래서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을 했지만, 선생님은 학교에 물어보라면서 거절했단다. 졸업 논문을 끝내고 선생님을 뵈러 갔어.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불치병에 걸리신 아버지 이야기가 나왔어. 그러자 선생님은 아버지한테 미리 재산을 받아놓으라는 충고를 했어. 선생님 자신은 예전에 착한 친척한테 배신을 당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말이야. 기회다 싶어 궁금했던 선생님의 과거를 물어보았는데, 선생님은 나중에 해주겠다면서 입을 다무셨단다.

 

2.

1912 7 30일 천황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소설에서는 서거라는 단어로 썼는데 아빠 입장에서는 그냥 죽었다고 하는 표현이 나을 것 같다. 대학 졸업을 하고 고향집에 내려와 있었어. 당시 됴쿄제국대학을 나오면 취직은 따놓은 당상이라서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부모님은 그렇지 않은가 보구나. 부모님은 선생님한테 취직자리를 부탁해보라고 성화여서 편지를 보냈어. 하지만 한동안 답장이 오지 않았단다.

9월이 되어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다시 도쿄로 가기로 했어. 그런데 도쿄로 오기 하루 전날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도쿄로 가는 것은 연기를 해야 했단다. 잠깐 정신 차리신 아버지가 또 쓰러지면서 위중해 보였어. 형과 여동생에게 전보를 보냈단다. 그렇게 고향집에서 아버지를 보살피고 있었는데 어느날 선생님으로부터 등기우편이 왔어. 분량이 꽤 되었어. 열어보니 궁금했던 선생님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단다.

….

선생님의 고등학교 때 부모님 두분 모두 장티푸스로 돌아가셨다고 했어. 그래서 숙부가 선생님을 보살펴주었단다. 어차피 선생님은 도쿄에서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방학 때만 고향집에 내려갔었거든. 고향집은 숙부의 식구들이 머물면서 관리도 해주고 그랬단다. 방학 때 집에 내려올 때마다 숙부는 결혼을 하라고 하셨어. 결혼해서 집에 와서 아버지의 대를 이으라고도 했어. 그리고 숙부의 딸 그러니까 선생님의 사촌과 결혼하라고 했어. 선생님은 당시에는 결혼에 전혀 뜻이 없었기 때문에 거절했어. 그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다음 방학 때 집에 내려오니 숙부 식구들이 선생님을 다르게 대했어. 숙부가 선생님의 재산도 빼돌리고 난 후였지. 아버지의 유산 중 턱도 모자란 금액만 선생님한테 주었어. 그걸 받은 선생님은 배신을 느끼고 다시는 고향이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도쿄로 향했어.

대학생이 된 선생님은 하숙을 하게 되었는데, 하숙집 딸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도 딸을 선생님과 맺어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았어.

선생님에게는 중학교부터 알고 지낸 K라는 친구가 있었어. K는 스님의 아들로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입양되어 양부모 밑에서 자랐단다. 그런데 K가 대학교 때 부모님의 뜻과 다른 진로를 선택해서 심하게 싸우고 K가 끝내 진로를 바꾸지 않자, 양부모님을 화를 내며 다시 생가로 보냈고, K의 친아버지의 설득에도 뜻을 굽히지 않자, 친아버지마저 의절을 했다는구나. 선생님은 이런 K를 계속 응원하고 지지해 주었다고 했어. 갈 곳 없는 K를 선생님이 자신의 하숙집으로 데리고 왔단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K와 하숙집 딸과 함께 있는 횟수가 늘어나는 거야. 선생님은 어쩌지도 하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어.

선생님은 K와 보슈 반도라는 곳으로 여행을 갔어. 겉으로는 친하게 다녔지만 속으로는 계속 신경이 쓰였어. 여행 후 하숙집 아가씨는 예전처럼 선생님한테 다시 살갑게 굴었어. 그런데 우연히 외출했다가 K와 아가씨가 함께 있는 것으로 보았단다. 그리고 얼마 후 K가 선생님한테 하숙집 아가씨를 좋아한다고 했단다. K는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못했어. 그 이후 선생님은 K를 거리 두게 되었는데, K는 자신이 하숙집 아가씨를 좋아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어. 엄청 짜증나겠구나. 선생님은 무난하면서도 두루뭉실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K가 원하는 답은 하지 않았단다. K는 선생님이 하숙집 아가씨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나 보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선생님은 K보다 먼저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아가씨와 결혼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단다. 아주머니는 그 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다고 했어. 그렇게 이야기를 하자 선생님은 K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애가 탔어. 선생님도 그렇고, K도 그렇고 사랑에는 아마추어인 것 같구나. 며칠 뒤 아주머니가 K에게 선생님이 청혼한 소식을 이야기를 했더니 K는 심하게 당황한 것 같다면서 선생님한테 이야기해주었어.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당연히 선생님이 K에게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대. 아빠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구나. 그런데 K는 평상시처럼 행동했어. 오히려 그것 때문에 선생님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어. 선생님은 K에게 자신의 진심을 다 이야기하겠다고 다짐을 했어. 그런데 K가 갑자기 자살을 했단다. 선생님은 충격을 받았단다. 그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K가 남긴 유서에는 아가씨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고, 개인 신상 때문에 자살한다는 내용만 있었어. 하지만 선생님은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지냈어. 결국 하숙집 아가씨와 결혼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K뿐이었어.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거야. 머릿속에 들어찬 K때문에 일도 할 수 없었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 그저 괴로워하고 미안해하고 과거에 갇혀 있어야 했어. 결국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자살을 한다는 내용으로 선생님의 등기는 끝을 맺었단다.

….

그 사건이 있고 나서 선생님의 세계는 작고 작은 마음 속에 갇혀 지냈구나. 사랑도 그 세상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고, 그 세상에서 나오려고 스스로 노력도 하지 않고 말이야. 선생님의 행동이 친구 K의 자살의 원인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 K의 마음이 더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구나. K가 살아온 과거를 봐도 평범한 삶이라고 할 수 없었으니힘든 과거를 잊기에 충분한 사랑을 만났다가 끝나버렸으니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K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

선생님도 그런 아픈 과거를 잊고 마음의 감옥에서 나오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아쉽구나. 결국 자살한 선생님은 저 세상에 가서 K와 만났을까? K가 자살한 선생님을 보고 잘 했다고 칭찬했을까? 그 전에 K와 진정한 친구라면 서로의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드는구나.

….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나는 그분을 늘 선생님이라 불렀다.

책의 끝 문장: 아내가 내 과거에 대해 가진 기억을 되도록 순백의 상태로 있게 해주고 싶은 것이 나의 유일한 바람이니 내가 죽은 뒤에도 아내가 살아 있는 이상은 자네에게만 털어놓은 내 비밀로서 모든 것을 가슴에 묻어두게.


"예전에 그 사람 앞에서 무릎을 끓었다는 기억이 이번에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올리게 하는 거라네. 나는 미래의 모욕을 받지 않기 위해 지금의 존경을 물리치고 싶은 거지. 난 지금보다 한층 외로움 미래의 나를 견디는 대신에 외로운 지금의 나를 견디고 싶은 거야. 자유와 독립과 자기 자신으로 충만한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 이 외로움을 맛봐야 하는 거겠지." - P50

"시골 사람들은 도회지 사람들보다 오히려 나쁘다고 해야 할 사람들이지. 그리고 지금 자네는 친척들 중에 이렇다 하게 나쁜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지? 하지만 나쁜 사람이라는 부류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세상에 그렇게 틀에 박은 듯한 나쁜 사람이 있을 리 없지. 평소에는 다들 착한 사람들이네. 다들 적어도 평범한 사람들이지. 그런데 막상 어떤 일이 닥치면 갑자기 악인으로 변하니까 무서운 거네. 그래서 방심할 수 없는 거지." - P82

나는 아버지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아버지를 떠난다면 부모와 자식 사이의 정이라는 점에서 미련이 남을 뿐이었다. 나는 아직 선생님의 대부분을 모르고 있었다. 이야기해주겠다고 약속한 선생님의 과거도 아직 들을 기회가 없었다. 요컨대 선생님은 나에게 어스레했다. 나는 반드시 그곳을 지나 밝은 곳까지 가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았다. 선생님과의 관계가 끊기는 것은 큰 고통이었다. 어머니가 좋은 날을 잡아줘 떠날 날이 정해졌다. - P123

그토록 여자를 업신여겼던 내가 아가씨는 도저히 업신여길 수 없었네. 내 이론은 아가씨 앞에서는 무용지물일 만큼 힘을 쓰지 못했지. 나는 아가씨에게 거의 신앙에 가까운 애정을 갖고 있었네. 내가 종교에만 쓰는 이 말을 젊은 여자에게 쓰는 것을 보고 자네는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도 굳게 믿고 있네. 진정한 사랑은 신앙심과 그다지 다르게 않다는 것을. 나는 아가씨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자신이 아름다워지는 기분이 들었네. 아가씨를 생각하면 고상한 기분이 금방이라도 자신에게 옮겨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 만약 사랑이라는 불가사의한 것에 양쪽 끝이 있고 높은 쪽 끝에는 신성한 느낌이 작동하고 낮은 쪽 끝에는 성욕이 작동하고 있다면 나의 사랑은 분명히 제일 높은 쪽에 매달려 있었을 거야. 나는 물론 인간으로서 육체를 떠날 수 없는 몸이지. 하지만 아가씨를 보는 내 눈은, 아가씨를 생각하는 내 마음은 전혀 육체의 냄새를 띠지 않았어. - P178

죽었다 생각하고 살아가려고 결심한 내 마음은 때때로 외계의 자극에 펄쩍 뛰어올랐지. 하지만 내가 어떤 방면으로 나아가려고 생각하자마자 어딘가에서 엄청난 힘이 나와서 내 마음을 꽉 쥐고 전혀 움직일 수 없게 하네. 그리고 그 힘이 나에게 너는 뭔가를 할 자격이 없는 놈이라며 억누르듯이 말하지. 그러면 나는 그 한마디에 곧 위축되고 마네. 얼마쯤 지나 다시 일어나려고 하면 다시 단단히 죄어오지. 나는 이를 악물고 왜 남을 방해하는 거냐고 호통을 친다네. 불가사의한 힘은 차가운 목소리로 웃지. 네가 잘 알 텐데, 하는 거야. 나는 다시 축 늘어지고 마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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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

물리학자이면서 수학자이자 가톨릭 성직자이기도 한 르메트르는 강연장에서 당시의 물리학자들이 고민하기 시작한 우주의 진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었다. 흰색 깃이 달린 검은 사제복을 입은 그는 고해성사를 받으려는 듯이 연단에 올라 신학에 위험할 정도로 다가서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는 우주 전체가 아주 작은 원시 원자(primeval atom)”로부터 폭발하는 순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27)

일반 언론은 그의 이론을 좋아했다. <모던 메커닉스>하나의 원자가 폭발하면서 우리 우주의 모든 태양과 행성이 등장했다고 경탄했다. 그러나 물리학자에게는 그런 아이디어가 그저 터무니없고, 가증스러운 것이었다. 캐나다의 존 플라스켓은 그런 주장을 어떤 근거도 없이 겆잡을 수 없게 되어버린 추론의 사례라고 비판했다. 르메트르의 옛 스승인 에딩턴도 그것을 혐오스럽다고 했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그에게도 르메트르의 주장은 지나친 것이었다. 그는 언제나 존재했던 우주를 믿고 싶어했다.

 

(44)

반물질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양전자가 생각보다 익숙한 입자라는 사실이 흥미로울 것이다. 우리 몸에는 신경 신호를 방출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분자에 비록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방사성 포타슘이 들어 있다. 그런 포타슘 원자 중에서 약 0.001퍼센트가 매일 붕괴하면서 양전자를 방출한다. 체중이 약 70킬로그램인 사람의 몸에서는 하루에 거의 4,000개의 양전자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양전자는 오래 존재하지 않는다. 양전자는 재빠르게 전자를 만나서 붕괴하고, 그 흔적으로 작은 방사선을 남긴다.

 

(58)

비금까지 과학의 역사에서 우리가 관찰을 통해서 알아낸 모든 사실에 따르면, 우리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물질은 빈 공간 이외에 전자, 쿼크, 글루온이라는 단 세 가지 기본적인 입자로만 이루어져 있다. 질량이 없는 힘 입자인 글루온은 쿼크들을 서로 달라붙게 해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만들도록 한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30,000,000,000,000,000,000,000,000,000(30옥틸리언)개의 전자와 더 많은 수의 쿼크, 그리고 쿼크들을 서로 달라붙도록 해주는 수많은 글루온의 집합이다.

 

(67-68)

페인의 발견은 별이 어떻게 활동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별이 대체로 수소와 헬륨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연구자들은 별이 어떤 연료를 태우느냐는 또 하나의 오래된 수수께끼도 풀 수 있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압력이 높은 별의 내부에서는 양성자가 1개인 수소 원자가 융합해서 양성자가 2개인 헬륨이 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태양이 열과 빛을 내는 방법이다. 페인 덕분에 과학자들은 새로운 이해를 근거를 결국 더 무거운 원소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신비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답은 별의 내부에 있었다.

 

(90-91)

대체로 철로 되어 있는 우리 행성 중심부는 바깥 부분이 녹아 있었기 때문에 자전하는 지구와 함께 회전한다. 그 속에서 흐르는 전류가 지구 주위에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거대한 자기장을 만든다. 대기권 바깥까지 확장되는 거대한 힘 장이 강한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cosmic ray)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 그런 힘 장이 없었다면 우리의 DNA는 작은 조작으로 부서졌을 것이다. 지구 자기장은 지구의 대기를 잘라내서 우주로 날려보낼 수 있는 또다른 위험 요소인 태양에서 오는 (주로 전자와 양성자로 구성된) 태양풍도 막아준다. 화성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 그러나 크기가 너무 작은 화성의 자기장은 태양풍 입자의 충돌을 막아줄 정도로 강하지 못하다. 그래서 화성의 대기는 우주 공간으로 날아갔다.“ 지구의 초기에 융용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지구는 자기 보호막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재앙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는 행운이었다.

 

(107)

무엇보다도 물은 루이의 분자가 서로 만나고 뒤섞이는 우리 몸속의 바다에 해당하는 매질(媒質)이다. 역설적으로 그런 일은 물이 심한 약골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 분자 사이의 결합은 아주 쉽게 끊어진다. 물 분자는 2개의 너그러운 수소 원자가 1개의 산소 원자에 불평등하게 결합해서 만들어진다. 더 무거운 산소는 가진 것을 너그럽게 나누지 않는다. 산소는 각각의 수소와 공유하는 전자를 자신에게 좀더 가까이 끌어당겨서 산소 쪽에는 약간의 음전하가 생기고, 수소 쪽에는 약간의 양전하가 생기게 만든다. 이웃한 음전하가 생기고, 수소 쪽에는 약간의 양전하가 생기게 만든다. 이웃한 분자의 산소와 수소 원자들이 가진 전하에서 내타나는 작은 차이가 수소결합이라고 부르는 약한 연합을 만들어서 액체의 물 분자가 서로 달라붙게 해준다.

 

(136)

우리 몸에 있는 지방과 탄수화물은 오로지 탄소, 수소, 산소로 만들어진 분자 사슬이다. 단백질은 탄소, 수소, 산소, 질소, 황으로 만들어지고 DNA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으로 만들어진다. 6종의 원소는 우리 몸에 있는 모든 것의 거의 99퍼센트를 차지한다. 몸무게가 150파운드(68킬로그램)인 사람의 몸에는 산소 94파운드, 탄소 35파운드, 수소 15파운드, 질소 4파운드, 인 거의 2파운드, 그리고 황 0.5파운드가 있다.

그 종의 원소는 또한 우연히도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들이다.

 

(186)

대체로 증거가 너무 적어서 우리의 가장 오랜 세포 조상이 정확하게 어디에서 어떻게 등장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지구의 생명이 화성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우리 행성에서 왔는지, 특별한 행운이었는지, 생명이 우주 전체에 흔하게 존재할 정도로 그런 과정이 필연적인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생명의 진화가 빨랐을까, 아니면 느렸을까? 우리는 생명 2.0일까? 초기 생명체 또는 생명 형태 중 하나(또는 여럿)가 우리가 조장이 지구를 식민지화하기 수백만 년 전의 무시무시한 충돌로 전멸했을까? 우리는 그 답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구의 구석구석에서 발견되는 모든 생명이 하나의 혈통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확신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독특한 기본 생화학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DNARNA에 똑같은 뉴클레오타이드와 우리 단백질에 똑같은 20종의 아미노산, 에너지를 생성하기 위해서 ATP를 사용하는 똑같은 방법을 가지고 있다.

 

(256)

광합성은 20억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구를 오로지 단세포 유기체만 서식하는 대륙과 바다를 가진 세계에서 온갖 종류의 활기찬 생명체로 가득한 녹색의 행성으로 변환시켰다. 광합성이 가져다준 변화의 규모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남세균이 배출하는 독성 산소가 지구를 녹슬게 하고, 남세균의 경쟁자를 죽이거나 쫓아냈다. 남세균은 널리 퍼졌고, 엄청난 양의 로켓 연료인 산소를 대기 중에 배출했다. 갑자기 미토콘드리아로 가득 채워진 새로운 고성능의 세포가 등장했다. 그런 세포는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었고, 더 많은 유전자와 단백질을 만들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생명은 폭발적으로 복잡해졌다. 그런 세포 중 일부는 광합성 공장인 엽록체의 도움으로 산소의 농도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후에는 바다에서 사나운 포식자와 눈부신 생태계가 등장했고, 광합성 식물이 대륙을 녹색으로 바꿔놓기 시작했다.

 

(286-287)

사실 우리가 광합성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식량을 만들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잎다면, 큰 나무를 살펴보기만 하면 된다. 광합성을 하는 엽록체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생성한다면, 엽록체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생산한다면, 엽록체가 나무가 우러진 면적만큼이나 넓은 공간을 차지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엽록체로 피부로 모든 채운다고 하더라도 뛰거나, 먹이를 쫓아다니거나, 사냥감을 잡는 것은 물론이고 단순히 걸어 다니기에 필요한 동력도 얻지 못할 것이다. 식물이나 다른 동물을 먹으면 농출된 에너지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수렵과 채취를 하던 우리의 조상이 다음 끼니를 찾으러 수 킬로미터를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우리가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식물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만약 우리가 사라지더라도 식물은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식물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몇 주일이나 몇 달 이내에 지구에서 사라질 것이다.

 

(366)

완전히 성장한 후에도 지친 몸은 쉴 수 없다. 우리의 DNA는 여전히 끊임없이 움직인다(그리고 DNA의 양은 대단히 많다. 수조 개의 세포에 들어 있는 모든 DNA 가닥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태양계 지름의 두 배에 달한다). 그중 일부는 유전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풀어진다. 지금도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서는 수천 개의 유전자에 해당하는 RNA 복사본이 만들어지고 있다. 달리기를 하거나, 역기를 들거나, 음식을 먹거나, 병에 걸리거나,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마다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활성화된다.

 

(384-385)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상관없이, 미첼과 보이어의 메커니즘은 미토콘드리아가 어떻게 진화를 강력하게 촉진했는지 설명해준다. 린 마굴리스가 주장했듯이, 한 종류의 생물이 에너지를 특별히 효율적으로 생산하게 되기까지는 미생물이 지구를 지배했다. 그런 미생물 중 한 종이 다른 세포에 의해서 포획되었고, 그 후손은 가축화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였고, 그 나머지는 역사가 되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역사이다. 평균적으로 우리 몸의 세포 1개에는 1,000개에서 1만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다. 심장 근육 세포의 경우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부피의 약 35퍼센트를 차지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세포 하나가 박테리아보다 수만 배나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초강력 카페인의 도움으로 DNA는 리보솜이 더 많은 단백질과 효소를 생산하도록 하고, 세포를 활발한 활동의 장으로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우리 몸에서는 매 초마다 과거의 박테리아 수천조 개가 세포막을 가로질러 양성자를 펴내서 ATP를 만드는 회전형 모터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한다. 우리는 1분에 약 3분의 2파인트의 산소를 흡입해서 그런 모터를 계속 돌아가게 하고, 그 덕분에 미토콘드리아는 100와트 전구만큼의 에너지를 생성한다.

 

(392)

세포가 지나치게 손상되어 더 이상 복구할 수 없게 되면 어떨까? 그런 경우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 있다. 세포 전체를 파괴해서, 재활용할 수 있는 조작으로 잘게 쪼개 폐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세포를 만든다. 평균적으로 우리는 10년마다 세포를 교체한다. 하루에 3,300억 개의 세포를 갈아치우는 셈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세포가 더 자주 교체된다. 강한 산()에 노출되는 내장의 세포는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서 계획적인 자살을 통해 이틀에서 나흘마다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긁히거나 자외선에 노출되는 피부 세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교체된다. 혈류를 따라 돌아다니는 적혈구는 120일마다 교체된다. 매초마다 거의 350만 개의 적혈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뼈와 같은 곳에 있는 다른 세포는 10년에 한 번 정도로 그 빈도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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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 이겨놓고 싸우는 인생의 지혜 현대지성 클래식 69
손무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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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너무 유명한 <손자병법> 그것도 완역본을 이야기해줄게. 아빠가 <손자병법>은 오래 전에 정비석의 소설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구나. 이번에 <손자병법>을 다시 읽으면서 예전에 쓴 독후감을 찾아보았는데, 소설 <손자병법>이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3권까지는 소설이고, 마지막 4권은 손자병법의 해설 편으로 손자병법의 원본과 내용을 설명해주는 내용이었단다. 그 독후감을 다시 읽고 나서야, 아빠가 소설이 아닌 <손자병법>을 이미 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하기야 20년도 더 되었으니 기억을 못할 법도 하지. 어쩐지 이번에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어디선가 읽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건 <손자병법>이 너무나 유명해서 여러 책들에서 인용되고, 아빠가 읽은 소설 <손자병법>의 영향 때문인지 알았단다. 읽은 지 20년이 되었으니 다시 한번 읽어봐도 나쁜지 않은 거지. 20년 전의 아빠와 지금의 아빠는 다를 테니 말이야.

<손자병법>의 지은이 손자는 기원전 545년경에 태어나서 기원전 470년경에 죽은 사람이란다. 제나라 출신으로`오나라로 건너가 병법을 집필했다고 하는구나. 손자의 본명은 손무라고 알려져 있어. <손자병법> 6천자의 한자로 되어 있대. 그런데 한자라는 것이 한 자 한 자에 뜻이 있다 보니, 6천자가 그리 적다고 볼 수는 없겠구나. 처음 <손자병법>을 쓴 이유는 전쟁에서 이기는 계책에 대해 쓴 것이지만, 오늘날에는 많은 리더들과 사업가들이 비즈니스나 투자를 할 때도 <손자병법>을 응용한다고 하더구나.

 

1.

<손자병법> 36가지 계책을 소개하는데 결국 핵심 주제는 한 가지란다. 전쟁을 안 하면 가장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면 이겨 놓고 싸우라는 것이야. 이길 전쟁을 다 설계해 놓고 확인하는 과정이 전쟁이라는 거지오늘날 MBTI로 봤을 때 손자는 완벽한 J일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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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따라서 용병의 최고 책략은 전쟁을 하지 않고 모략으로써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그다음은 적의 외교 동맹을 와해시켜 고립시키는 것이고, 다음은 무력으로써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다. 적의 성을 격파하는 공성은 최악의 책략으로, 다른 선택이 없을 때 부득이하게 취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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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이 책을 읽을 즈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공하여 전쟁이 한창일 때였단다. 특별한 명분도 없는 무모한 전쟁을 일으켜서 군인과 무고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고,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놓고 있단다. 이 전쟁을 일으킨 무식한 두 늙은이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손자병법>을 읽어 본 적이 없는 것이 확실할 것 같구나. 미친 두 늙은이가 일으킨 이번 전쟁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계책과 맞아 들어가는 것은 하나도 없어 보인단다. 전쟁을 하기 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운 후에 진행해야 하는데 이번 전쟁은 미친 두 늙은이의 섣부른 판단으로 시작한 것으로 보이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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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치밀한 묘산(廟算)으로 유리한 조건과 불리한 조건을 충분히 평가하면 전쟁에서 승리하고, 반대로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묘산을 충분히 진행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계획(계산)이 치밀하면 승리할 수 있고, 계획이 치밀하지 못하면 실패할 것이다. 그럴진대 계획이 전혀 없다면 어떠하겠는가? 이러한 관찰에 근거하여 누가 승리하고 누가 패할 것인가를 명백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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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철저한 계획하에 전쟁을 하게 되면 단기간에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고 했어. 전쟁을 오래 끌면 득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전쟁에서 이긴다고 해도 막심한 피해를 입게 될 뿐이야.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 이것은 <손자병법>이 쓰여진 이후 오랜 역사에서 일어난 전쟁에서 이미 겪은 일이구나. 이번 두 미친 늙은이가 일으킨 전쟁도 길어질 것 같더구나. 이미 3주가 지났으니 현대전 치고는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닌 것 같구나. 이번 전쟁은 미국 전쟁과 전세계 경제에 막심한 영향을 주고 있으니 말이야. 생각하면 할수록 두 미친 늙은이가 노망이 든 것 같구나.

….

앞서 이야기했듯이 <손자병법>은 전쟁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즈니스나 투자에도 응용된다고 하는데 인간 관계에도 적용되는 여러 내용이 있단다.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더구나.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지난 정권의 불법적인 계엄령에 항거했던 군인들이 생각나더구나. 이것은 전쟁에도 필요한 군인들의 정신이 아닐까 싶구나. 이스라엘과 미국의 두 미친 늙은이가 전쟁을 하라고 명령을 내려도 이것이 불합리한 명령이라고 생각했다면 따르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야. 지도자의 무식하고 어리석은 결정은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죽는데, 그 명령을 그대로 따르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딱 짚어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

(207)

<손자병법>은 말한다. “때로는 군주의 불합리한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줄도 알아야 한다. 이는 지휘관의 뜻을 무조건 꺾으라는 것이 아니다. 전쟁터에서 지휘관에게 항명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반드시 형세에 대한 통찰과 대의를 위한 희생정신이 전제되어야 한다.

=====================

….

전쟁은 적군뿐만 아니라 아군의 희생도 감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신중하게 결정할 사항이란다. 이번 두 미친 늙은이들처럼 손바닥 뒤집듯이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는 거야. 손자병법에 일시적 분노를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번 두 미친 늙은이들은 자신들의 범죄를 덮기 위해서,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고 전쟁을 일으킨 것으로 보이더구나. 그들에게 줄 것은 욕밖에 없구나. 전쟁에 도 모르는 미친 두 늙은이들 같으니라고

=====================

(317)

군주는 일시적 분노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되고, 장수는 일시적 원한으로 전쟁에 나가서는 안 된다. 국가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면 비로소 군대를 움직이고, 국가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군대를 움직이고, 국가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군대를 움직여서는 안 된다. 분노는 희열로 전화할 수 있고, 원한도 기쁨으로 전화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는 멸망하면 되돌릴 수 없고, 사람의 목숨은 더더욱 되살릴 수 없다.

=====================

….

마지막으로 책 부록에 나와 있는 <손자병법> 삼십육계를 적어보고  오늘 독서 편지를 마무리를 하련다. 삼십육계의 마지막 주위상계(走爲上計),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라는 작전도 있다는 것이 때론 위안이 되는 경우가 많더구나. 무슨 일을 하더라도 무작정 달려들지만 말고 가끔은 달아나도 나쁘지 않다는 것은 살을 살아가는 좋은 교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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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천과해(瞞天過海)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

2. 위위구조(圍魏救趙) 위를 포위하여 조를 구하다.

3. 차도살인(借刀殺人) 칼을 빌려 적을 죽이다.

4. 이일대로(以逸待勞) 편안하게 휴식하며 피곤에 지친 적에 맞서다.

5. 진화타겁(趁火打劫) 불난 틈에 도둑질하다.

6.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소리치고 서쪽을 치다

7. 무중생유(無中生有)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다

8. 암도진창(暗渡陳倉) 은밀히 진창을 건너다

9. 격안관화(隔岸觀火기슭을 사이에 두고 강 건너 불을 지켜보다

10. 소리장도(笑裏藏刀) 웃음 속에 칼을 품다

11. 이대도강(李代桃畺)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 대신 말라 죽다

12. 순수견양(順手牽羊) 기회를 맞아 양을 훔치다

13. 타초경사(打草驚蛇) 풀을 쳐 뱀을 놀라게 하다

14. 차시환혼(借尸還魂) 시체를 빌려 혼을 되돌리다

15. 조호리산(調虎離山) 호랑이를 다루어 산을 떠나게 하다

16. 욕금고종(欲擒故縱) 사로잡고자 잠시 놓아주다

17. 포전인옥(抛塼引玉) 벽돌을 던져 구슬을 얻다

18. 금적금왕(擒賊擒王) 적을 잡으려면 왕부터 잡아라

19. 부저추신(釜低抽薪) 가마솥 밑에서 장작을 빼다

20. 혼수모어(混水摸魚) 물을 휘저어 고기를 잡다

21. 금선탈각(金蟬脫殼) 매미가 허물을 벗다

22. 관문착적(關門捉賊) 문을 닫아걸고 도적을 잡다

23. 원교근공(遠交近攻) 먼 나라와 손잡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다

24. 가도멸괵(假途滅) 길을 빌려 곽나라를 정복하다

25. 투량환주(偸梁換柱) 대들보를 훔쳐 기둥으로 바꾸다

26. 지상매괴(指桑罵槐) 뽕나무를 가리키며 회화나무를 꾸짖다

27. 가치부전(假痴不癲) 바보 행세를 하되 미치지는 말라

28. 상옥추제(上屋抽梯) 지붕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우다

29. 수상개화(樹上開花) 나무 위에 꽃을 피우다

30. 반객위주(反客爲主) 손님이 도리어 주인이 되다

31. 미인계(美人計) 미인으로 상대를 교란해 파멸시키다

32. 공성계(空城計) 성을 말끔히 비우다

33. 반간계(反間計) 적의 첩자를 이용하다

34. 고육계(苦肉計) 제 몸 상해가며 계책을 꾸미다

35. 연환계(連環計) 사슬을 엮듯 여러 계책을 결합하다

36. 주위상계(走爲上計)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다

=====================

 

PS,

책의 첫 문장: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기원전 5세기에 세계는 새로운 변혁의 진통을 겪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역사 속에서 펼쳐진 97가지 이야기로 만나는 손자의 지혜는, 삶의 전장에서 우리를 지켜주고 위기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나아가게 하는 든든한 무기이자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맹자는 왕도(王道)와 패도(覇道)를 구별한다. 패도는 인의를 저버리고 힘으로 다스리는 방식이며, 왕도는 덕으로 다스리는 방식이다. 패도를 유지하려면 강력한 무력과 그 바탕이 되는 넓은 영토가 필요하지만, 왕도는 소국에서도 충분히 펼칠 수 있다. 성탕의 영토는70리 남짓에 불과했으나 능히 왕도를 구현해냈다. 이처럼 왕도는 왕자라는 지위에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왕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애써 갖춰야 할 자격이었다. - P35

이처럼 대군을 동원하는 전쟁은 반드시 단기간에 속승(速勝)을 거두어야 한다. 전쟁을 오래 끌면 병사는 피로해지고, 날카로운 기세는 꺾이기 마련이다. 성을 공격하는 공성에는 군사력의 손실이 따르며, 장기간의 출정은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준다. 만약 병사들이 오랜 전쟁으로 피로해지고 예기가 꺾이며, 군사력이 소모되고 재정까지 고갈되면 주변 국가들이 기회를 노려 군사를 일으킨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지모가 출중한 자라도 이 위난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용병 전쟁은 마땅히 신속한 승리를 추구해야 하며, 계책이 교묘한가 졸렬한가를 따지지 않는다. 오래 지속되는 전쟁이 국가에 이로웠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러므로 용병의 폐해를 모두 알지 못하는 자는 그 이로움 또한 온전히 알 수 없다. - P56

따라서 용병의 최고 책략은 전쟁을 하지 않고 모략으로써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그다음은 적의 외교 동맹을 와해시켜 고립시키는 것이고, 다음은 무력으로써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다. 적의 성을 격파하는 공성은 최악의 책략으로, 다른 선택이 없을 때 부득이하게 취하는 방식이다. - P82

‘형’과 ‘세’를 비교해보면 개념이 한층 선명해진다. 철학적 관점으로 보면 ‘형’은 사물의 외적 현상이자 구체적 상황으로 실재하는 반면, ‘세’는 사물의 성향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요소다. 군사적으로는 ‘형’이 작전 형량의 본체(本體), ‘세’는 그 작용에 해당한다. ‘형’은 군대의 병력과 장비 같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역량으로, 비교적 고정되어 단기간에 변하지 않으며 수치로 측정할 수 있다. 반면 ‘세’는 ‘형’을 토대로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발휘되며, 지형, 기후, 보급 상황, 군의 사기, 작전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적이고 비가시적인 역량이다. 따라서 수시로 변하며 수치화하기 어렵다. - P128

그러므로 분석을 통해 적의 계획이 가진 득실과 강약을 가늠하고, 자극을 주어 행동 방식을 살필 수 있다. 또 아군의 거짓된 모습을 일부러 드러내어 적의 강점과 약점을 드러나게 하고, 시험적인 공격으로 병력 배치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기만책을 극도로 능숙하게 구사하면 아군의 실체는 흔적조차 감출 수 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아무리 깊숙이 숨어든 간자(間者)일지라도 나의 허실을 알아낼 수 없고, 아무리 지모가 출중한 적장일지라도 나의 계책에 대응할 수 없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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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플라상은 약 만 명 정도가 사는 군청 소재지이다. 비요른강이 내려다보이는 고원에 세워지고, 북쪽으로는 알프스산맥의 최종 갈래에 속하는 가리그 언덕을 등지고 있는, 이 시는 마치 막다른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모습이다. 1851년에 주변 지역과는 도로 두 개로만 연결되었다. 동쪽으로 내려가는 니스로와 서쪽으로 올라가는 리옹로()가 있고, 두 도로는 거의 평행적 위치에서 이어진다. 그 시절, 시의 남쪽을 지나가는 철도가, 예전 강둑의 가파른 경사인 언덕 아래 놓였다. 지금은, 작은 개울 오른쪽에 있는, 역에서 나와 고개를 들면, 정원이 테라스처럼 형성된, 플라상의 첫 번째 집들이 보인다. 그 집들에 도달하려면 족히 15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111)

그 당시, 루공 부부는 충족되지 않는 자만심과 욕망이라는 이상한 위기를 겪고 있었다. 그들의 얼마 안 되는 행복한 감정은 쓰다쓰게 변했다. 그들은 스스로 불운의 희생자들로 자처했으며, 절대 포기하지 않고, 만족하기 전에는 죽지 않겠다며 더욱 맹렬하고 더욱 단호한 마음이었다. 실상 그들은 고령에도, 자신들의 희망 가운데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펠리시테는 막연히 자신은 부자로 죽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는 강변했다. 그러나 비참한 나날은 그들에게는 참기 힘들었다.

 

(151)

성공해서, 자신의 가족 모두 큰 자산을 가진다는 생각은 펠리시테의 편집증이 되었다. 파스칼은 그녀를 슬프게 하지 않으려고, 노락 거실의 밤 모임에 몇 번 들렀다. 그는 거기에서 걱정했던 것보다 덜 무료했다. 처음에, 그는 건장한 남자들이 그렇게까지 어리석어질 수 있다는 데 아연실색했다. 은퇴한 기름과 아몬드 상인들, 후작과 사령관까지, 그에게는 그때까지 연구해 본 적이 없었던 기묘한 동물들 같았다. 그는 자연주의 과학자다운 성찰로, 그 사람들의 관심사와 욕망을 발견하게 되는, 찌푸린 얼굴 속에 고정된 그들의 가면을 관찰했다. 그는 야옹대는 고양이나 멍멍 짖고 있는 개의 말을 알아들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그들의 공허한 수다에 귀를 기울였다. 그 당시, 그는 비교 자연사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동물들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유전 방식에 대해 그가 해 왔던 관찰들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이었다.

 

(290-291)

그처럼 즐겁게 지낸 사라의 긴 시간은 미에트를 말 없는 절망으로부터 구해 냈다. 그녀는 증오로 가득 찬 고독한 삶이 그녀 안에 짓눌러 놓았던 사랑이, 아이의 행복한 태평스러움이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고, 이 세상에서 더는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 덕분에, 그녀는 쥐스탱과 동네 악동들의 핍박을 참을 수 있었다. 지금 그녀의 마음속에는 야유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노래가 흘렀다. 그녀는 연민을 가지고 아버지를 생각했고, 이제는 무자비한 복수의 꿈에 그렇게 자주 빠져들지 않았다. 그녀 안에서 싹트는 사랑은 자신의 약한 열기를 가라앉히는 상쾌한 새벽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사랑에 빠진 소녀다운 앙큼함도 나타났다. 쥐스탱에게서 어떤 의심도 받지 않으려면, 여전히 말없이 반발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녀석이 그녀에게 상처를 입힐 때도, 그녀의 두 눈은 온화함이 가득했다. 그녀는 더는 과거처럼 험하게 노려볼 수 없었다. 그는 아침에, 점심때, 그녀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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