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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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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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 세계의 판타지 소설을 주로 쓰시는 구병모 님의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소설을 읽었단다. 아빠가 구병모 님의 소설이 이번이 세 번째인데 소재가 판타지를 포함하고 있었단다. 소설 제목 <버드 스트라이크>는 보통 비행기가 새떼와 충돌하는 것을 말하기도 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실제 새들, 아니 날개를 가지고 있는 종족인 익인(翼人) 들의 공격을 의미한단다. 소설 속 세상에서는 익인들은 고원지대에 살고 있고, 도시에 살고 있는 도시인들과 공존 또는 대립을 하며 지내고 있어. 도시를 이끌어가는 리더를 시행이라고 하는데, 3년 전 음독 사건으로 식물인간이 되었고, 그 사이에 시행의 아들 휴고가 시행대리를 하고 있었어.

휴고는 여동생 탄이 있었고, 탄은 약혼자도 있었단다. 식물인간이 된 시행의 수행비서 아마라가 시행대리인 휴고의 수행비서 일도 하고 있었어. 그리고 식물인간이 된 시행과 수행비서 사이에서 태어난 딸 루도 있었단다. 루는 전() 시행의 몰래 낳은 딸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외할아버지와 함께 시골에 따로 살고 있다가 얼마 전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도시에 와서 살게 되었어. 이 정도면 이 소설의 주요 인물 중 도시인들의 인물들은 소개한 것 같구나.

어느날 익인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시를 습격해서 난동을 부리고 돌아갔는데, 17살 비오만 인질로 잡히고 말았단다. 비오는 자신을 감시하는 이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루를 인질로 삼아 탈출에 성공했단다. 도망 가는 길에 도시와 고원 사이의 사막에 루를 내려주고 고원으로 돌아오려고 했지만, 루가 사막에서 정신을 잃는 바람에 익인들만 살고 있는 고원까지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단다. 익인들은 루를 보살펴주어 루가 깨어나긴 했는데, 어떻게 하면 오해를 사지 않고 도시에 데려다 줄 수 있는지 고민했단다.

비오의 쌍둥이 동생인 지요와 가하, 그리고 엄마 시와가 루를 잘 보살펴 주었단다. 루도 두려워하기보다 그곳 생활을 신기해하면서 그들과 잘 지냈단다. 고원지대의 지도자는 지장이라고 불렀는데, 고원지대의 지장도 루를 만났단다. 루는 고원지대에서 지내면서 익인들의 역사와 삶을 조금씩 알아갔단다. 예전에 익인들은 새들의 말들도 이해를 했는데, 익인들의 언어체계를 바꾼 이후는 새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어. 고원지대에서 나오는 물품들을 도시인들에게 팔기도 했어. 특히 은각마라는 신기한 새의 눈알인 은각안이 도시인들에게 인기가 많았어. 은각마가 죽은 후에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은각안은 정말 희귀했단다. 그런데 도시인들이 더 많은 은각안을 요구했어. 그러다가 보니 은각마를 일부러 죽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은각마는 멸종위기에 빠지게 되었어. 이렇게 도시인과 익인들 사이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익인들이 도시인들의 시청사를 공격하게 된 것이었단다.

 

1.

익인의 주인공 비오에 대한 비밀을 하나 이야기해줄게. 비오의 아버지는 사실 도시인이었단다. 옛날에 길을 잃고 고원지대에 왔다가 비오의 어머니 시와를 만나 사랑했지만, 고향인 도시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란다. 그 후에 시와는 임신한 것을 알게 되었어. 고원지대에서 도시인의 아이를 임신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어. 익인들은 혈통을 중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죽이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아기를 낫게 하되 그 아기는 커서도 혼인을 하지 못하게 하고, 아이도 낫지 못하게 하는 계를 내리자고 했어. 그러니까 도시인과 익인 사이의 아이는 비오 하나로 끝내자는 협의를 한 것이었어. 비오는 도시인과 익인 사이의 아이라서 그런지, 다른 익인들의 비해 키는 훨씬 크고 날개는 훨씬 작았단다.

고원지대에서는 18세 되는 해에 일종의 성인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이행식 행사가 있었어. 비오를 비롯하여 세 명이 이행식을 받았어. 이행식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절벽에서 나는 행사를 하는데, 이는 용기를 심어주기 위한 행사였단다. 이행식이 끝이 난 이후에는 축제의 밤이 이어진단다.

한편 도시에는 무화라는 사설 군대가 있었어. 무화 군대의 회장은 유안이라는 사람인데 군대를 다루지만 합리적인 사람이었어. 하지만 유안의 아들 마이는 그렇지 않았단다. 마이는 이 소설의 거의 유일한 빌런으로, 고원지대의 익인들의 생체 비밀을 알아내어 군대에 이용하려고 했어. 그래서 익인들의 시신을 몰래 훔쳐오고 유골들도 수집하는 일을 벌였어. 그러다가 루를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루를 납치해 간 비오를 찾으려고 고원지대에 군대를 보냈단다. 그 핑계를 대고 살아있는 익인을 납치해 오려는 목적이 컸어. 이것은 엄연한 고원지대와 도시 사이의 계약 위반이었어. 무화 군인들과 마주친 비오의 동생 가하는 자신이 비오라고 이야기하자, 무화 군인들은 확인 절차도 없이 바로 가하를 납치해 돌아갔단다. 마이는 데리고 온 익인이 비오가 아닌 것을 알고 군대를 다시 보냈어.

그 사이 비오도 가하가 사라진 것을 알고 루와 함께 무작정 도시로 향했단다. 오는 도중 무화 군인들을 만나 공격을 당했는데 이때 루는 등에 중상을 입고 비오는 다리가 부러졌단다. 비오는 자신의 날개와 온 몸으로 루를 감싸 안아 치료를 했단다. 이것은 익인들의 능력이었어. 날개나 몸으로 다친 사람을 감싸 안으면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었거든. 그렇게 하여 루의 상처는 나았지만, 비오는 여전히 부상을 입어 날 수가 없었어 군대에 잡혀 도시로 끌려왔단다.

무화의 회장인 유안은 아들 마이와 사이가 안 좋았는데, 더욱이 자기 마음대로 군대를 이끌고 고원지대를 오가는 것 때문에 더 사이가 안 좋아졌단다. 유안은 마이 몰래 일단 루를 빼돌려 보살펴 주었는데, 루는 유안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비오의 아버지가 유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비오는 동생 마이를 구출하여 고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도시 사람들과 익인들은 갈등을 봉합하고 다시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난제들이 많이 쌓여 있는데 잘 해결될 수 있는지 책장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덧 책의 마지막에 다다르게 되는구나.

약간의 해피엔딩과 약간의 언해피엔딩.

아빠는 판타지 소설도 가끔 읽긴 하지만, 현실 세계를 다룬 소설을 더 즐겨 읽고 좋아한단다. 그래서 구병모 님의 소설은 아직 낯설고 익숙지 않은 것 같구나. 작년인가 영화로도 만들어진 구병모 님의 <파과>라는 소설도 아직 읽지 않았는데 그 소설도 판타지 소설이려나. 기회가 되면 그 소설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열사의 대지라도 한밤중에는 기온이 5도까지 떨어진다.

책의 끝 문장: 지금, 내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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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또 그런 빚을 물어주는 싸움은 아니라도, 윤직원 영감은 가끔 딸 서울아씨와도 싸움을 해야 합니다. 작은손자며느리와도 싸움을 해야 하고, 방학에 돌아오는 작은손자 종학과도 싸움을 해야합니다.

며느리 고씨하고는 말할 것도 없고, 사랑방에 있는 대복이나 삼남이와도 싸움을 해야 합니다.

맨 웃어른 되는 윤직원 영감이 그렇게 싸움을 줄창지듯 하든가 하면, 일변 경손이는 태식이와 싸움을 합니다.

서울아씨는 올케 고씨와 싸움을 하고, 친정 조카며느리들과 싸움을 하고, 경손이와 싸움을 하고, 태식이와 싸움을 하고, 친정아버지와 싸움을 합니다.

고씨는 시아버지와 싸움을 하고, 며느리들과 싸움을 하고, 시누이와 싸움을 하고, 다니러 오는 아들과 싸움을 하고 동대문 밖과 관철동의 시앗집엘 가끔 쫓아가서는 들부수고 싸움을 합니다.

그래서 싸움, 싸움, 싸움, 사뭇 이 여러 싸움을 근저당(根抵當)해놓고 씁니다. 그리고 그런 숱한 여러 싸움 가운데 오늘은 시아버지 윤직원 영감과 며느릴 고씨와의 싸움이 방금 벌어질 켯속입니다.


(241)

만일 오늘이 우리한테 새것을 가져다주지 않고 어제와 꼬옥 같은 것만 되풀이를 한다면 참으로 우리는 숨이 막히고 모두 불행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어제와 같으면서도 (어제 치면서도 더 자라난) 한 다른 오늘 치를 우리한테 가져다주고, 그러하기 때문에 그리하는 동안 인간은 늙어 백발로, 백발은 마침내 무덤으로…… 이렇게 하염없어도 인류는 하루하루 더 재미있어간답니다.


(260-261)

사람은 누구 없이 뱀을 섬뻑 만나면 대개는 깜짝 놀라 몸이 오싹해지고, 반사적으로 적의와 경계의 자세를 취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오래오랜 조상, 즉 사전(史前)인류(人類)가 파충류의 전성기대에 그들의 위협 밑에서 수백만 년을, 항상 공포와 투쟁과 경계를 하고 살아오는 동안, 그것이 어언간 한 개의 본능이 되어졌고, 그러한 조상의 피가 시방도 우리 인류의 몸에 흐르고 있는 때문이라고 말하는 학자가 있습니다.


(263)

지주가 소작인에게 토지를 소작으로 주는 것은 큰 선심이요, 따라서 그들을 구제하는 적선이라는 것이 윤직원 영감의 지론이던 것입니다. 윤직원 영감의 신경으로는 결코 무리가 아닙니다. 논이 나의 소유라는 결정적 주장도 크지만, 소작 경쟁이 언제고 심하여, 논 한 자리를 두고서 김서방 최서방 이서방 채서방 이렇게 여럿이, 제각기 서로 얻어 부치려고 청을 대다가는 필경 그중의 한 사람에게로 권리가 떨어지고 마는데, 김서방이나 혹은 이서방이나 또는 채서방이나에게로 줄 수 있는 논을 최서방 너를 준 것은 지주 된 내 뜻이니까. 더욱이나 내가 네게 적선을 한 것이 아니냐?...... 이것이 윤직원 영감이 소작권에 의한 자선사업의 방법론입니다.


(274-275)

화적패가 있너냐아? 부랑당 같은 수령(守令)들이 있더냐?......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넌 다 지나고오…… 자 부아라, 거리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政事),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남은 수십만 명 동병(動兵)을 하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히여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제것 지니고 앉어서 편안허게 살 태평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구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그런디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잣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지가 떵떵거리구 편안허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 망쳐놀 부랑당패에 참섭을 헌담 말이여,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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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들 2 한국문학을 권하다 33
김동인 지음, 구병모 추천 / 애플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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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서 김동인의 <젊은 그들> 2권을 이야기해줄게. 1권에서 주인공인 안재영이 총살당하여 죽은 것처럼 끝났지만, 읽은 이들 중에 안재영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하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안재영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 안재영을 민겸호의 집으로 보낸 명인호는 안재영의 소식을 듣고 병환 중인 몸을 이끌고 안재영이 총살당했다고 하는 현장에 가보았어.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안재영의 시신도 사라졌어.

며칠 동안 수소문 끝에 어떤 선비가 안재영의 시신을 가지고 갔다는 소식을 들었어. 명인호는 어쩌면 안재영이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단다. 활민숙에도 안재영의 처형 소식을 들었어. 활민숙 사람들은 다들 놀라움과 동시에 슬픔에 빠졌단다. 활민 선생은 그제서야 인숙을 불러서 안재영의 정체를 이야기해주었단다. 안재영이 바로 이인숙의 약혼자인 명진섭이라고참으로 답답하다. 1권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인숙에게 안재영의 정체를 숨길 이유를 도저히 몰랐는데, 이제 죽었다고 하니 곧바로 정체를 알려주는 것은 또 무슨 이유에서인가. 인숙은 자신이 짝사랑했던 안재영이 자신의 약혼자였다는 것에 놀라고, 그런 약혼자를 잃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지는 듯했어.

활민숙에 익명의 서찰이 날아왔는데, 그것은 사실 민영환이 보낸 것이야. 안재영이 감옥에 갇혀 있을 때 민영환에게 부탁한 것. 활민숙 소탕 예정 소식을 활민숙에 알려서 미리 피하게 했거든. 그래서 활민 선생 주도 하에 숙생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서 은둔 생활을 하기 시작했단다. 갈 곳 없는 인숙은 활민 선생의 친구 집에 머무르게 되었지. 그러나 인숙은 자신의 약혼자가 죽은 마당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단다.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민겸호의 집에 무작정 들어갔다가 붙들려 갇히고 말았어. 민겸호에 집에 머무르고 있던 명인호가 광에 갇혀 있는 이인숙을 도망가도록 도와주었단다. 이인숙은 아직 명인호와 흥선대원군 편으로 귀순한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처음에는 놀랬지만 명인호는 자신과 안재영의 관계를 이야기해주었어. 그곳에서 도망 나온 이인숙은 명인호가 소개해준 집에 은거하며 지냈단다.

 

1.

1권에서 안재영과 사랑을 나눴던 기생 연연 생각나지? 연연도 안재영이 총을 맞고 사라졌다는 소식에 놀랬어. 그리고 안재영의 약혼녀 이인숙의 존재를 알게 되고, 명인호를 통해서 만나게 해달라고 했단다. 연연은 이인숙을 만나서 안재영을 찾는데 서로 도우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보다 질투심에 사로 잡혀 이인숙을 쌀쌀하게 대했고, 이인숙도 연연에게 반감만 생겼단다. 명인호는 이런 연연을 혼내고, 연연은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는 인숙을 찾아와 깊이 사과했단다. 그리고 인숙은 연연의 집에 남장을 하고서는 숨어 지냈단다.

흥선대원군도 안재영의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듯했어. 어느날 민영환이 흥선대원군을 찾아왔단다. 민영환은 자신의 아버지 민겸호가 한 짓들에 대해 깊이 사과를 하고, 민영환 자신은 흥선대원군이 생각하는 나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의 진정성을 안다고 했어. 흥선대원군도 그런 민영환의 마음을 받아주었단다. 그러던 어느날 흥선대원군에게 일월(日月)생존(生存)’이라는 글씨가 써 있는 편지를 받았는데, 그 뜻을 해석해보니 ()’씨가 살아있다는 뜻으로 안재영이 살아있다는 소식이었어.

인숙은 비어 있는 활민숙을 찾았다가 기척소리에 놀랐어. 그 소리 나는 쪽을 봤을 때 안재영을 본 것 같았는데 금방 사라졌단다. 인숙은 자신이 머물던 방에 갔다가 그곳에서 일월(日月)생존(生存)’이라는 쪽지글을 보았단다. 인숙도 안재영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신했단다. 인숙은 안재영의 생존 소식을 스승인 활민 선생에게 알리러 길을 떠났단다. 활민 선생을 만난 인숙은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다시 상경하기로 했단다. 오는 길에 드디어 인숙과 활민 선생은 안재영을 다시 만났단다.

안재영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어. 총을 맞았지만 관통하여 생명을 부지하고 있었고, 다행히 민겸호의 무리들은 자신을 두고 모두 돌아갔고, 그곳을 우연히 지나던 김시현이라고 하는 용한 의원에 그를 발견했고,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안재영을 데리고 갔고, 며칠 만에 정신이 깨어났다고 했어. 김시현의 치료로 한달 만에 완쾌하여 다시 서울로 온 것이라고 했어. 흥선대원군을 만나 인사 드리고 그 다음 스승님께 인사 드리려고 오는 길이라고 하는구나. 스승 먼저 만나야 하기 때문에 인숙과 마주쳤음에도 자리를 피했던 것인가 보구나. 이런 남자를 사랑해야 하나. ㅎㅎ 아무튼 안재영는 이제 명진섭이 되어 이인숙을 만나게 되었단다. 그리고 숙생들도 모두 다시 만났단다.

 

2.

오래 전 천도도인이 큰 난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던 임오년 유월이 되었어. 임오년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역사적 사건 없니? ‘임오로 시작하는 조선말 역사적 사건. 그래, 1882년에 일어난 임오군란이야. 임오년 유월 드디어 군인들이 난을 일으키고 궁궐을 접수했단다. 숙생들도 참여해서 그들에게 힘을 실었고, 흥선대원군을 앞세워 궁에 들어갔어. 왕비는 어느새 도망을 갔고, 흥선대원군은 다시 권력을 잡게 되었단다. 왕비는 이때 충주로 도망가 지냈는데, 왕비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단다. 비밀리에 청나라에 도움을 요청했고, 얼마 안 있어 청나라 군대가 서울에 입성하게 되었어. 우리나라의 문제를 외세를 끌어들여 해결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얼마나 반국가적인 생각이니..

결국 청나라 군대에 의해 임오군란은 진압이 되고, 흥선대원군은 63세 나이에 청나라로 끌려가게 되었단다. 뒤늦게 안재영이 청나라 군을 쫓아가보았지만, 이미 흥선대원군을 실은 배는 인천을 떠나 청나라로 향했단다. 희망을 잃어버린 안재영은 다시 활민숙으로 왔어. 그곳에는 활민 선생과 다른 숙생들이 모두 독주를 먹고 자결해 있었단다. 꼭 그렇게 죽음을 선택했어야 할까. 살아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 사이에 인숙은 충주에 가서 왕비의 동태를 살피고 돌아왔는데, 인숙도 활민숙에서 일어난 일을 목격하게 되었어. 재영은 인숙에게 다른 숙생들처럼 자결하자고 했고, 인숙도 재영의 뜻에 따르기로 했단다. 둘은 서로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인 만큼 조용히 단 둘이 혼인식을 올리고 독주를 마시고 자결하면서 이 소설은 끝이 났단다.

아빠가 기대했던 결말과는 전혀 다른 결말이구나. 소설의 제목은 <젊은 그들>인데 소설의 결말은 제목과 달리 비극으로 끝을 맺었어. 우리가 재미있게 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오는 젊은 그들처럼 무너진 조국을 위해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나이였는데 말이야. 이 소설 속 인물들이 꿈꾸었던 것은 어차피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한 번의 실패로 그렇게 쉽게 목숨을 버리다니, 아빠로서는 이해불가로구나. 아빠가 1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런 결말도 이 소설의 설정이 다소 과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 것이란다. 옛소설이지만 재미는 있게 읽었다만, 공감할 수 없는 설정들이 많았단 소설이었어.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재영이를 범의 굴로 보낸 날 밤 인호는 밤새도록 재영이를 기다렸다.

책의 끝 문장: 그 두 개의 시체를 실은 어선은 다시 사람의 눈에 뜨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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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3)

대엽을 무기로 고사리는 폐름기말의 대멸종을 버티며 중생대를 자신의 시대로 맞을 준비를 한다. 더불어 고사리류는 엄청난 진화방산을 해낸다. 커다란 잎으로 광합성의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키운 덕분이다. 마치 영국이 산업혁명을 통한 대량생산으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한 것처럼 고사리는 고생대 말과 중생대 초의 식물계의 패권을 차지한다.


(30)

그런데 은행나무는 생물분류상 은행문 은행목 은행과 은행속 은행종일뿐 아니라 놀랍게도 은행문에 속하는 유일한 생명이다. 그의 가까운 형제들은 2 7천만 년 전 페름기에 처음 발견되었는데 중생대를 거쳐 번성하다가 신생대가 되자 모두 멸종해버리고 은행나무 하나만 남게 된 것이다. 신생대 이후 은행나무의 형제들은 화석으로도, 살아 있는 개체로도 보이지 않는다.


(43)

중생대 전반을 거쳐 확연한 지상 생태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겉씨식물의 경우 가장 살기 좋은 곳을 자신의 터전으로 삼았을 것이고 그곳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데 굳이 꽃을 피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점점 높은 산 위로 올라간 식물이다 건조한 지역으로 이동한 식물들은 살기 위한 시간과 진화의 싸움을 벌여야 했다. 이들은 좀 더 효율적으로 번식을 해야 했고 하나의 꽃가루도 하찮게 여기지 못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짧은 우기에, 혹은 짧은 여름에 재빠르게 번식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애써 수정한 씨앗이 이런 건조하고 추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특별한 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 투쟁의 결과가 꽃이고 배젖이다.


(59-60)

딱정벌레부터 한 번 살펴보자. 곤충 중에서도 가장 많은 종수를 차지하는 딱정벌레목의 곤충은 현재 알려진 수만 35만여 종이다. 이는 곤충 전체로 봤을 때는 40%, 동물계 전체를 봤을 때 25% 가량을 차지하는 수치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종까지 염두에 두면 약 500~800만여 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방아벌레, 잎벌레, 바구미, 풍뎅이, 곰보벌레, 물방개, 물진드기, 물맴이, 딱정벌레 등 다양한 곤충들이 딱정벌레목에 속한다. 두 번째로 종류가 많은 나비목에는 약 18만 종, 세 번째로 다양한 종수를 자랑하는 벌목에는 약 15만 종이 기록되어 있어 이들 셋이 종을 합치면 전체 곤충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96)

이로써 피부는 기체 교환이라는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를 내려놓게 되었다. 단순한 세포막이었던 시절부터 가져왔던 임무가 사라지자 피부는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에 더욱 매진하게 된다. 단단한 각질이 생겨 피부를 감싸기 시작했으며, 털이나 깃털이 나면서 외부의 온도변화로부터 몸 내부를 보호하는 역할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어떤 피부에는 땀샘이 만들어지면서 보다 능동적으로 외부의 온도변화에 대응했다.


(130)

바다에 살기 시작한 이후 고래의 조상은 점점 덩치가 커진다. 가장 큰 이유는 체온 때문이다. 바닷물은 공기보다 체온을 빨리 뺏어간다. 체온을 보존하는 것이 바다에서 살기로 결정하는 순간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 특히 고래는 어떠한 조건에서도 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포유동물, 즉 정온동물이었다. 몸 전체에 두꺼운 피하지방을 둘러 체온은 유지하는 것은 불가결한 선택이었고, 이로 인해 덩치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커진 덩치는 부피 대비 표면적을 줄여 체온이 손실을 방지해주었다. 추운 극지방에 사는 생물들이 덩치가 커진 것도 같은 이유다. 바닷속에서 사는 시간이 많은 펭귄이나 물개, 바다사자 같은 생물들도 육지의 친척들에 비해 덩치가 크고 피하지방층이 두렵다.


(136)

처음에는 물속까지 들어갈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점점 건조해지는 환경에서 육식동물이건 초식동물이건 먹이를 구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한 선택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초식동물은 덩치가 더 크고 무리를 잘 지어 다니는 동물들이 얼마 남지 않은 식물들을 휩쓸고 가면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었을 것이고, 육식동물은 먹이로 삼을 초식동물이 줄어드니 경쟁이 더 치열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던 동물들이 바다에 다다랐고, 썰물 때 물이 빠진 갯벌이나 모래사장에서 물때를 못 맞춰 발이 묶인 물고기를 먹거나 조개를 깨먹었을 것이 거의 분명하다. 초식 동물은 바닷가에서 소금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염생식물을 처음 먹어 봤을지도 모른다. 육식동물이건 초식동물이건 그렇게 조금씩 물속의 먹이를 먹으며 물속 먹이 사냥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168)

날개를 만들기까지의 고된 과정을 생각하면 이들이 스스로 원해서 날개를 가졌을 가능성은 없다. 드넓은 대지 위에 자신의 몸 하나 편안하게 누일 곳이 없었던 생명, 가는 잠이 들다가도 풀숲을 뒤척이는 작은 기척에 화들짝 놀라 큰 눈을 굴리며 사방을 살피던 생명, 먹이를 구하러 다니다가 천적의 냄새에 쪼르르 도망가던 생명. 이런 생명들이 나무를 타고 나무 위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것이 새의 비상을 위한 첫걸음이었다.


(234)

뱀은 몸이 가늘고 길다. 이런 몸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허파도 대단히 좁고 길게 진화해 왔다. 많은 종류의 뱀에서 왼쪽 폐는 퇴화되어버리기까지 했다. 땅속으로 들어가니 사지도 소용이 없었다. 뱀의 앞발과 뒷발은 조금씩 퇴화되어 줄어들다가 마침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네 다리가 사라지고 난 뒤 대신 긴 척추를 얻었다. 수백 개에서 많게는 천 개가 넘는 척추가 뱀들이 유연하게 움직이며, 기어 다니고, 땅속을 헤집고 다닐 수 있는 힘이다.


(237-238)

뱀이건 도마뱀이건 땅속으로 들어가야 했던 이유는 아마도 지상의 생태계에서 자신이 누리던 역할과 지위를 빼앗겼기 때문일 것이다. 벌레를 잡아먹자니 포유류의 선조들이 훨씬 더 빠르게 사냥을 해서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다른 작은 동물을 잡아먹고 살지니 지배파충류에서 진화한 공룔 중 덩치가 비교적 작은 이들에게 밀려난다. 변온동물이라 밤에는 움직이기가 힘들고 낮에는 다른 동물과의 경쟁이 버겁다. 그래서 갈 수 밖에 없었던 곳이 바로 흙 속이었으리라 추측해 본다. 포식자를 피해 땅속으로 숨어, 흙 속을 헤매는 다른 벌레를 먹으며 살아가게 되었을 것이다.


(252)

어디 비단 벌거숭이두더쥐뿐일까, 무족영원도, 뱀도, 두더지를 비롯한 포유류도 흙 속으로, 땅속으로 들어간 모든 생명은 하나도 빠짐없이 지독한 과정을 겼었다. 팔다리를 없애고, 눈이 멀고, 모습을 완전히 바꾸는 긴 세월에 걸친 진화를 버텨내고 이겨냈다. 그 결과로 땅속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냈다. 기껏해야 선충이나 지렁이 정도가 최상위 포식자였던 지하세계에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한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한계와 자연의 경계를 넘어간 생물들에 의해 지구는 좀 더 복잡하고 다양한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257)

익숙한 환경과 삶에서 내몰린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인간의 선조 역시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미 나무를 타기에 적합하게 진화한 앞발로는 초원에서 사족보행을 할 수 없었다. 우리의 숲 친척인 고릴라와 침팬지 등은 손등은 땅에 대며 걷는 이른바 손등걷기를 한다. 손등걷기는 숲에서 잠시 걷는 것에는 괜찮을지 모르나 초원에서 천적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을 때 걷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나무를 타기에 적합한 손으로 오랜 기간 초원을 걷기가 힘든 일이었다.


(259)

이들은 강가로도 갔다. 강바닥에 묻혀 있는 조개를 파내어 먹었다. 손에 쥔 돌을 내리쳐 조개의 껍데기를 부수고 알멩이를 먹었다. 바닷가에서도 마찬가지로 조개를 먹었다. 무리를 짓기 시작한 후에는 다행히 웬만한 포식자들은 가까이 접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인류의 선조들은 하루 종일 힘들게 먹이를 찾아 헤매야만 했다. 숲 속에선 손만 뻗으면 있던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헤매야만 했다. 숲 속에선 손만 뻗으면 있던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이젠 발품을 팔아 강가로 가야했고, 숲으로 잠깐 들어갔다가도 잽싸게 나무 열매를 따고는 숲 속 원숭이 떼를 피해 도망쳐야 했고, 사자 무리를 만나도 도망을 쳐야 했다. 숲에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험한 날들이었다. 밤이 되어도 안식은 없었다. 숲에서는 밤마다 나무 위에 모여 포식자를 피할 수 있었지만 허허벌판에서는 밤이면 밤마다 야행성 포식자를 피해 선잠을 자야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될 때까지 먹이를 구해 사방을 돌아다니고, 포식자들을 피해 다니는 삶이 계속되었다.


(267)

이런 인간의 탈출은 기존의 생태계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인간이 개척한 곳마다 기존의 생태계는 배제된다. 농경지를 일구면 그 곳에 살던 식물들이 사라지고, 식물과 함께 살던 동물과 균도 함께 사라진다. 도시를 세우면 숲이 사라지고 숲과 함께하던 동물들이 사라진다. 도로를 놓으면 도로 양쪽으로 자유롭게 오가던 동물들은 고립된다. 항구를 만들면 그 주변의 생태계가 파괴된다. 인간의 영역이 확장될수록 기존에 존재하던 지구 생태계는 줄어든다. 인간의 탈출은 이제 인간의 공습이 되었고, 한정된 지구에서 생태계는 지구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이후 최초로 영역이 축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273)

생태계 내에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면 경쟁에 진 생물종은 생태계의 경계까지 쫓기고 되고 그 곳에서 새로운 생태계로 자리를 옮기든가, 아니면 종 자체가 사라지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러나 강력한 경쟁자인 인간의 등장은 생태계의 모든 종들을 경계로 몰아붙이는 것도 모자라, 모든 생태계를 파괴해 나가며 경계를 넘어갈 수 있는 기회까지 차단해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생물들은 지금 엄청난 속도로 멸종해 나가고 있다. 지난 역사 속의 5대 멸종 중 가장 거대한 규모의 멸종이었던 폐름기 대멸종보다도 더 빠르게 생명종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번성하는 종은 인간이 선택한 몇몇 가죽과 식물, 그리고 인간의 도시에서 살도록 진화한 특정한 생물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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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2-20 0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구라는 푸른 행성을 지배하려는 인간 종은 더불어 함께 살기 보다는 다른 종을 거의 모두 파멸로 몰아가는 형세입니다. 이 벌을 어떻게 다 갚을 수 있을까요?ㅠㅠ

bookholic 2025-12-22 22:57   좋아요 0 | URL
공감합니다. 우리의 터전이 이렇게 망가지는 것을 그냥 볼 수밖에 없다니.. 안타깝습니다...
 
젊은 그들 1 한국문학을 권하다 32
김동인 지음, 구병모 추천 / 애플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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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리나라 근현대에 활약하던 소설가들이 많단다. 하지만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우는 것처럼 우리나라 근현대시대는 일제의 침략으로 인해 암흑의 시대나 다름 없었어. 그렇게 열악한 환경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소설가들이, 더 많은 작품들을 쓰지 않았을까 싶구나. 오늘날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며 전세계를 놀라게 한 K-Culture가 더 빨리 왔을 수도 있고, 노벨 문학상도 진작에 받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단다. 그런데, 그 시대의 소설들은 많이 읽히지 않는 것 같구나. 아빠도 그 시대의 소설들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니까서양의 고전 소설을 더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아. 아무래도 우리나라 근현대 소설들의 노출이 적은 것 같아. 그래도 그 시대의 단편 소설들은 교과서에 실리다 보니,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읽는 건 같은데, 그 시대의 장편 소설들은 더욱 읽히지 않는 것 같구나. 그런데 너희들 책에 실리는 단편들을 아빠도 몇 편 읽어봤는데, 숨어 있는 걸작들이 많더구나. 아무튼 그 시대에도 장편 소설들이 많이 있었을 텐데, 잘 소개가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구나.

이번에 아빠가 읽은 소설은 그 시대에 쓰여진 장편 소설이란다. <감자>, <배따라기>, <발가락이 닮았다> 등 단편소설로도 유명한 김동인 작가의 <젊은 그들>이라는 소설이란다. 제목부터 오늘날 소설이라 해도 썩 괜찮은 제목이구나. 이 책의 앞부분에는 <파과> 등 인기작을 많이 쓰신 구병모 님의 추천글이 있단다. 김동인은 일제시대 말기에 친일로 변절하여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극심한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소설 쓰기 전념하다가 마약 중독까지 걸리는 등 건강을 잃고 병마에 시달리다가 친일을 하게 되었다고 동정하는 듯한 글도 추천글에 있단다. 김동인이 왜 생활고와 마약중독까지 빠지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일본에 저항했던 작가들과 비교해서는, 그의 친일 흔적은 합리화는 안 되더구나. 적어도 아빠에게는김동인은 해방된 이후에도 병마에 시달리다가 1951 51세의 나이에 죽고 말았단다.

아빠가 오늘 이야기할 <젊은 그들> 1930년과 1931년에 신문에 연재했던 소설이란다. 아빠는 김동인 소설은 이번이 두 번째란다. 20여년 전 당시 아빠 후배의 추천으로 김동인의 <운현궁의 봄>을 읽은 적이 있거든. <운현궁의 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흥선대원군 관련된 내용으로 어떻게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들게 되었는지를 그린 소설이었단다. 김동인의 대표 장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운현궁의 봄>에 비해 <젊은 그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읽어보니 아빠도 <운현궁의 봄>이 좀더 나은 것 같구나. <젊은 그들> 역시 흥선대원군이 활약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단다. 가상의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야. 흥선대원군, 민겸호, 민영환 등 실존했던 인물들도 등장하지만, 주인공들은 모두 지은이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들이란다. <젊은 그들>은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오늘을 1권을 이야기해줄게.

 

1.

때는 민비가 대원군을 쫓아내고 권력을 잡은 지 10여 년이 되던 시기였단다. 요즘에는 명성황후로 더 알려져 있지만, 당시에는 명성황후라는 말보다 민비라고 더 많이 불렀단다. 사실 민비가 한 짓들을 보면 명성황후라는 칭호는 너무 과한 칭호가 아닌가 싶구나. 아빠는 소설 속의 호칭인 민비라고 할게. 그리고 이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은 흥선대원군을 태공이라고 불렀단다. 당시 흥선대원군을 부르던 존칭이라고 보면 돼. 흥선대원군의 친구 중에 활민 선생이라고 부르는 이활민이라는 사람이 있어. 활민 선생은 활민숙이라는 학습소 같은 것을 만들어 민비에 의해 몰락한 양반가의 아들들을 모아 인재를 육성하고 있었어.

민비에 의해 몰락하여 죽음까지 당한 명 참판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명 참판의 아들 명진섭도 활민숙에 있었단다. 그런데 아버지의 성을 그대로 따르기에는 위험하다 생각하여 안재영이라는 가명을 썼어. 명 참판이 죽기 전에 먼저 죽은 친구의 딸 이인숙을 키웠었는데, 그가 죽고 나서 이인숙도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 없었어. 활민 선생이 이인숙을 거두어 키우고 이인화라는 가명을 쓰고 남장을 시켜서 활민숙에서 지내게 했단다. 어렸을 때 잠깐 같이 지낸 이인숙과 명진섭은 부쩍 청년으로 자란 후 이인화와 안재영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났지만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단다. 나중에 안재영은 이인화가 이인숙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스승인 활민 선생은 아직은 모른 척 하고 지내라고 했단다. 어렸을 때 둘은 양가 부모님에 의해 약혼을 한 사이였더구나. 이인숙이 안재영이 명진섭이라는 것을 알아보지는 못했고, 이름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집 아들과 자신이 약혼했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었어.

이인숙은 활민 선생의 지시로 흥선대원군의 반대측인 민씨 집안에 잠입해서 흥선대원군 시해 음모를 알아내서 돌아왔어. 그래서 쉽게 그 자객을 사로잡을 수 있었단다. 그 자객을 문초하는데 그의 성이 씨라서 이인숙은 깜짝 놀랐단다. 자신이 어렸을 때 잠깐 함께 지냈던 명진섭도 씨였거든. 이인숙은 명진섭의 이름까지는 기억을 하지 못하고, 성이 씨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어. 이인숙은 그 자객이 자신의 약혼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빠지게 된단다. 그래서 이인숙은 광에 갇혀 있던 그 자객, 명인호를 풀어주었단다. 자객이 도망가는 것을 우연히 본 안재영은 몰래 쫓아가서 다시 자객을 잡았지만, 그의 신세 또한 불쌍히 여겨 다시는 흥선대원군을 노리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고 풀어주었단다.

아빠 생각에 이런 약간의 억지 설정들이 이 소설을 명작으로 만드는데 방해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어. 그런데 안재영은 누가 자객을 풀어주었는지 궁금했어. 그래서 활민숙에 돌아와서 방들을 살펴보니, 어지러워진 신발과 인적 소리고 이인숙이 풀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이인숙은 부모님이 맺어준 약혼녀이자 자신도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인데 그런 이가 적을 풀어주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단다. 다음날 광에 가둬두었던 자객이 사라져서 다들 놀랬지만, 도망가는 자객을 쫓아가 죽였다는 안재영의 말에 다들 안심했단다. 이인숙 한 명 빼고.

 

2.

활민 선생도 이인화가 자객을 풀어주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일단 모른 척 했단다. 안재영도 그 이유가 궁금해서 자객 명인호를 다시 만나기 위해 민겸호의 집에 몰래 가게 되었단다. 민겸호는 실제 인물이란다. 민겸호는 민비의 측근으로 당시 민씨 세도가 중에 한 명으로 간신 중에 간신이었단다. 민겸호의 집에 몰래 들어간 안재영은 민겸호의 무리들에게 잡혀서 광에 갇히게 되는 신세가 되었어. 때마침 민겸호의 집에 기생들이 와 있었는데, 그 기생들 중에 안재영을 흠모하던 연연이라는 자가 있었고, 그 연연이 안재영을 구출해 주어 도망갈 수 있었단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는 설정이 계속 나오지만, 그러려니 하고 들어주렴.

끈질긴 안재영은 결국 명인호를 다시 만나게 되고, 이인숙에 대해 물어보지만 명인호는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야기했어. 안재영은 명인호와 이야기하면서, 그가 비록 반대 진영에 있지만, 그가 지향하는 뜻도 결국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 안재영은 명인호가 왜 대왕비당에 붙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어. 명인호의 아버지가 흥선대원군으로부터 버림받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단다. 그 이후로는 명인호는 아버지의 생사도 모른다고 했어. 안재영은 자신이 아는 흥선대원군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설득하고, 명인호의 아버지도 살아계실 수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했어.

안재영은 나중에 흥선대원군을 만나 명인호와 그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했어. 그러자 흥선대원군이 이야기하기를, 명인호의 아버지는 자신이 덕국 백림에 일부러 보낸 것이라고 했어. 덕국 백림은 독일 베를린을 의미한단다. 그리고 작년 여름까지 계속 편지를 주고 받았다고 하는구나. 그렇지 않아도 흥선대원군도 그 이후 소식이 끊겨 명인호의 아버지의 생사를 걱정하고 있었대. 명인호가 혼자 오해하고 있었던 거구나. 명인호의 아버지가 잘못했네. 아들한테 편지를 안 보냈으니 말이야. 내막을 알게 된 안재영은 명인호를 다시 만나 흥선대원군에게 데리고 왔단다. 그제서야 명인호는 오해를 풀고, 흥선대원군에게 귀순하게 되었단다. 명인호와 안재영은 의형제도 맺었어. 명인호가 귀순한 사실은 일단 안재영과 흥선대원군만 알고 있기로 하고, 명인호는 계속 대왕비당에 머물기로 했단다.

한편 이인숙은 명인호가 자신의 약혼자이고, 지금은 죽은 줄 알고 소복까지 입으면서 괴로워했단다. 활민 선생은 이인숙을 불러 확실치 않은 일에 그렇게까지 하지 말라고 했고, 약혼자가 맞다고 해도 배신한 사람인데 그를 위해 소복까지 입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단다. 그냥 이인숙에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당분간 비밀을 지키라고 해도 될 것을이유도 없이 이인숙에게만 사실을 숨기는 것은 너무 억지 같더구나. 이인숙은 마음을 추스리겠다면서 한 달의 시간의 달라고 했어. 안재영은 모른 척 이인숙을 예전처럼 동료로 대했지만 이인숙은 안재영을 자신의 남편을 죽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거리를 두려고 했어. 하지만 예전부터 안재영을 마음속에 품었던 지라 또 마냥 미워할 수 있는 여자의 마음.

….

안재영은 이인숙과 그렇게 갈등 아닌 갈등을 겪다가 뜬금없이 기생 연연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그냥 진실을 말하고 이인숙과 비밀 연애를 해도 될 것을이인숙에게 안재영의 정체를 숨기는 것은 정말 이해가 가질 않는 설정이더구나. 연연과 사랑을 나누느라 정신 없는 안재영을 명인호가 불러냈단다. 정신차리라는 한마디와 함께 민겸호의 집에서 비밀회동이 있는데 몰래 들어가서 정보를 캐오라고 말이야. 명인호 자신은 병이 들어 움직일 수 없으니 안재영에게 대신 가서 그 비밀회동의 이야기를 엿들으라고 했어. 얼마나 아픈지 모르겠지만 명인호가 가는 것이 더 안전하게 정보를 빼올 수 있을 것 같은데아직 명인호는 자기네 사람이라고 생각할 텐데 말이야.

민겸호의 집에 몰래 들어간 안재영은 대왕비당 무리들이 활민숙을 급습한다는 계획을 알게 되었지만, 또다시 잡히게 되었단다. 안재영은 모진 고문을 당하여 문초를 당했지만 끝내 배후를 발설하지 않았단다. 그렇게 갇혀 있는데 어릴 적 친구 민영환이 그를 찾아왔어. 민영환은 민겸호의 아들이긴 하지만 민씨 집안에서는 별종으로 나라에 충성했던 그런 사람이란다. 나중에 을사늑약이 맺어질 때 반대 상소를 수 차례 올리기도 했고, 결국 을사늑약이 맺어지자 그 부당함을 유서로 남기고 자결한 사람이란다. 그런 민영환이 찾아왔지만 안재영을 구해줄 힘은 없었어민영환은 유언을 남기면 전달해주겠다고 했단다. 결국 안재영은 총살당하고 만단다.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란다. 안재영이 총에 맞긴 하지만 죽진 않겠지. 지금까지의 설정에 의하면 백 퍼센트 죽지 않았을 거야. 안재영이 뿌린 떡밥들도 많고 더욱이 주인공이기도 하고 말이야.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개연성이 떨어지는 억지 설정들이 있긴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읽으면 재미는 있는 것 같구나. 그리고 잘 각색하면 괜찮은 역사 드라마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은이 김동은은 확실히 흥선대원군 빠인 것 같구나. 흥선대원군이 잘못된 선택과 실책들도 있는데, 이 소설을 보면 거의 완벽한 인간으로 나오는구나. 그 완벽함이 2권에서도 이어지는지 한번 보자꾸나. 그러면 오늘 <젊은 그들> 1권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너 저고리 벗어라.”

책의 끝 문장: 낙엽이 또 몇 개 꼬리를 저으며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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