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우리나라 출판계에 큰 경사가 있었단다. 다름 아닌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거야.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문학상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성 작가로도 최초로 수상한 것이지. 아빠도 마음 속으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기뻐했단다. 그런데 한강 이전에 많은 우리나라에는 뛰어난 작가들이 많았단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고, 번역이 잘 되어 널리 알려졌다면 이미 여러 번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그 중에 대표적인 분이 대하 소설 <토지>를 지으신 박경리 선생님이야. 선생님이라는 칭호가 저절로 나오는 대단하신 작가라고 할 수 있겠구나.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은 <토지>가 워낙 대작이다 보니, 다른 뛰어난 작품들이 오히려 <토지>에 가려지는 느낌이 들더구나. 아빠도 박경리 선생님의 산문집은 두 권 읽었지만, 소설은 <토지> 전권 읽은 것이 전부였단다.

아빠가 토지를 읽은 것이 2002년이니 엄청 오래되었구나. 그래서 <토지>를 다시 한번 읽어볼 계획을 갖고 있어. 그러다가 문득 박경리 님의 한 권짜리 장편소설도 읽어보고 싶더구나.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김약국의 딸들>을 이번에 읽었단다. <김약국의 딸들>은 대하소설 <토지>를 시작하기 전인 1962 년에 출간한 책이란다. 시대적 배경도 구한말부터 일제 시대까지 이어지는데, 이는 <토지>와도 다소 겹쳐지는구나. 아빠는 잘 모르겠지만, <김약국의 딸들>을 쓰시면서 <토지>를 구상하지 않으셨을까 싶었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대작 <토지>에서 가려서 그렇지, <김약국의 딸들>도 탄탄한 구성과 전개되는 이야기, 인물 묘사 등 어느 하나 흠잡을 수 없는 명작이라는 것을 이번에 읽으면서 알게 되었단다.

그 시절 통영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같았어. 아주 실감나는 이야기이고,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금방 책장이 넘어갔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런 소설이 외국에 소개가 되었다면 박경리 님이 먼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더불어 나중에 너희들도 좀 더 크면 이 책을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어.

 

1.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은 통영이란다. 너희들이 어렸을 때 통영을 한번 간 적이 있었는데, 너무 어려서 너희들은 잘 기억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한 번 또 가고 싶은데, 아무래도 거리가 멀다 보니 큰 마음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시작은 통영의 풍경으로 시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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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빛은 맑고 푸르다. 남해안 일대에 있어서 남해도와 쌍벽인 큰 섬 거제도가 앞을 가로막고 사철은 온난하여 매우 살기 좋은 곳이다. 통영 주변에는 무수한 섬들이 위성처럼 산재하고 있다. 북쪽에 두루미 목만큼 좁은 육로를 빼면 통영 역시 섬과 별다름이 없이 대부분의 집들이 송이버섯처럼 들앉은 지세는 빈약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자연 어업에, 혹은 어업과 관련된 사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일면 통영은 해산물의 집산지이기도 했다. 통영 근처에서 포획하는 해산물이 그 수에 있어 많기도 하거니와 고래로 그 맛이 각별하다 하여 외지 시장에서도 비싸게 호가되고 있으니 일찍부터 항구는 번영하였고, 주민들의 기질도 진취적이며 모험심이 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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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제, 김봉룡 형제가 있었어. 김봉제는 약국을 하고 있었고, 아내 송씨와 딸 연순이 있었어. 안타깝게도 연순은 어렸을 때부터 병을 앓고 있어 늘 신열이 있었어. 동생 김봉룡은 성격이 완전 개망나니였어. 첫 번째 부인은 일찍 사별했는데, 김봉룡이 죽였다는 소문이 있었어. 두 번째 부인 숙정과 결혼하여 아들 성수를 낳았단다. 그런데 숙정이 결혼하기 전에 숙정을 짝사랑하던 남자가 있었어. 그 남자가 숙정을 잊지 못하고 찾아왔는데, 이걸 봉룡이 알게 된 거야. 그 남자는 도망을 갔는데, 봉룡이 쫓아가서 때려 죽이고, 집에 와서 아내 숙정도 때려 죽이고 도망을 가버렸단다. 갓난 아기 성수만 남았어. 결국 김봉제와 아내 송씨가 성수를 데리고 와서 양자 삼아 키웠단다. 김봉제에게는 남동생 말고 여동생 김봉희가 있었는데, 김봉희는 남편이 일찍 죽어 홀로 아들 중구를 키우고 있었단다.

….

성수는 김봉제의 집에서 자랐고, 김봉제의 딸 연순과 남매처럼 자라났단다. 김봉제의 딸 연순은 어렸을 때부터 병이 있었다고 했잖아. 그래서 결혼도 늦어졌어. 아무래도 당시에는 병약한 여자의 결혼자리를 알아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야. 강택진이라는 사람과 결혼시켰는데 강택진이라는 사람은 누가 봐도 성격도 안 좋았고, 김봉제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하는 것처럼 보였어. 김봉제도 좀 내키지 않았지만, 딸이 처녀 귀신으로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어. 오늘날 같았으면 당연히 결혼을 시키지 않았을 것 같은데연순을 잘 따르던 성수도 반대했지만, 성수의 의견이 반영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

연순이 결혼을 하고 나서도 김봉제는 사위 강택진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여 자신의 약국과 소작지는 성수에게 물려주려고 했어. 하지만 아내 송씨는 그래도 딸을 생각하여 사위에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했어. 이걸 안 강택진은 장모님인 송씨를 이용하여 돈을 빼가게 되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김봉제가 갑자기 죽고 말았어. 아내 송씨가 약국을 강택진에게 넘기려는 것을, 봉제의 동생이자 성수의 고모인 김봉희가 우겨서 약국은 성수가 물려받게 되었어. 성수도 탁분시라고 하는 여자와 결혼하여 아들 용환을 낳았어. 그리고 연순은 얼마 안 가 결국 죽고 말았단다. 연순이 죽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강택진은 곧바로 재혼을 했어 아내 송씨는 이런 사위의 행태에 화병이 날 지경이었지. 그런 송씨에게 가장 큰 위안은 성수의 아들, 용환이었단다. 손주를 사랑하지 않는 할머니가 없겠지만 송씨에게 용환은 모든 것이었어. 그런데 용환이 일곱 살에 그만 마마로 허망하게 죽고 말았단다. 송씨는 이때 크게 충격을 받아 쓰러져 그만 죽고 말았어.

성수의 친아버지 김봉룡이 도망을 가기 전에 김봉룡을 따르던 하인 지석원이 있었는데, 김봉룡이 도망간 이후 지석원은 홀로 생활하다가 최근에는 의병 활동을 했단다. 그 지석원이 김성수의 집에 갓난아이를 데리고 찾아왔어. 아이의 엄마는 죽고 없다고 했어. 지석원은 그 갓난아이를 두고 몰래 길을 떠났단다. 그리고 얼마 후 지석원도 죽었다는 소문이 들려왔어. 김성수와 아내 봉시는 그 아이를 거둬들였단다. 그때가 경술년 국치가 있었던 1910년이었단다.

 

2.

그로부터 약 20년이 흘렀단다. 김성수는 약 10년 전에 약국을 그만두고 어장 관리를 하며 돈을 꽤 벌었단다. 하지만 사람들은 김성수를 여전히 김약국이라고 불렀어. 성수의 아내 분시는 한실댁이라고 불러서 이제 한실댁이라고 할게. 첫 번째 아들 용환이 죽고 나서는 딸만 다섯 명만 낳았단다. 용숙, 용빈, 용란, 용옥, 용혜. 소설의 제목 속의 김약국의 딸들이 드디어 등장했구나. 그 딸들은 외모도 제각각, 성격도 제각각이었어. 소설 속에서 그들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어 그대로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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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86)

큰딸 용숙은 열일곱 때 출가를 시켰으나 과부가 되었고 지금 나이가 스물네 살이다. 둘째가 용빈이, 셋째가 용란이다. 그는 열아홉이며 그 다음이 용옥이, 막내가 열두 살짜리 용혜다. 고모할머니 봉희가 살아 있을 때 용혜는 봉룡이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 돌아갈 날을 몰라 칠월 백중에 제사를 모실 때도 고모할머니는 용혜를 보고 언짢게 혀를 끌끌 차곤 했다. 그러나 김약국은 용혜를 두고 연순을 연상하였다. 입 밖에 말을 내지는 않았으나 어떤 때는 심한 착각을 일으키는 일까지 있었다. 김약국은 연순이가 어릴 때 봉제 영감이 그랬듯이 용혜를 노랭이라 부르며 사랑하였다. 다른 딸들은 모두 머리털이 칠빛처럼 검었는데 용혜만은 밤색 머리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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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숙은 일찍 과부가 되어 아들 동훈을 기르며 살고 있었고, 용빈은 서울에 대학에 입학하여 공부하고 있었어. 홍섭이라는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김성수는 홍섭의 부친 정국주가 악질 친일파여서 싫어했단다. 용란은 왈가닥 스타일인데, 하인 한돌과 밤마다 산에서 몰래 사랑을 나누었단다. 참고로 한돌은 앞서 이야기했던 지석원이 맡겼던 그 아이였단다. 용란과 한돌의 몰래 사랑은 아버지 김성수에게 걸려서 한돌을 도망을 가게 되었어. 이 소문은 동네에 다 퍼져서 용란의 혼사길이 막히나 싶었는데, 얼굴이 예뻐서 그런지 그 지역 지주의 아들 연학과 결혼하게 되었단다. 하지만 연학에게 툭하면 얻어 맞아서 친정에 자주 오곤 했어. 연학은 아편도 하는 것 같았어.

김성수가 어장 관리를 한다고 했잖아. 그에게는 믿음직한 일꾼이 서기두라는 사람이 있었어. 사실 기두도 용란을 짝사랑하고 있었지만 용란이 그렇게 말썽을 피우고, 결혼을 해서 상심이 컸어. 첫째 딸은 일찍 과부가 되고, 셋째 딸은 남편한테 얻어 맞아 친정에 자주 오고김성수와 한실댁은 마음 고생이 클 거야. 김성수는 둘째 딸 용빈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이었단다. 반면 김성수의 고종 사촌인 중구의 아이들은 제법 건실하게 자랐단다. 첫째 아들은 의사가 되어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고, 둘째 아들 태윤은 일본에서 유학 중이었어. 그런데 태윤이 일본에서 독립 운동을 하다가 감옥에서 3개월을 살다 나와 귀국을 했단다.

….

김약국(아빠가 김성수와 김약국이라는 호칭을 번갈아 쓰는 점 양해바람)은 어장뿐만 아니라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잡기 위해 배 두 척을 투자했단다. 그런데 첫 번째 출항에서 배 두 개 모두 탈이 나서, 한 대는 표류하여 일본까지 떠내려갔다가 돌아왔고, 한 대는 행방불명이 되고 말았단다. 그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행방불명이 되고 말았어. 실종자 가족들이 와서 소동을 벌였지만, 김약국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어. 김약국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보상을 해주긴 했지만, 경제적 손실이 가장 큰 사람은 다름 아닌 김약국이었어. 이 일로 김약국의 가세는 크게 기울어지고, 김약국도 심적으로 크게 타격을 입었어. 그렇게 힘든 시기, 김약국에게 위로가 된 것은 소청이라는 기생이었단다. 그래서 김약국은 소청을 소실로 두게 되었는데, 이 일은 딸들과 한실댁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단다.

 

3.

용숙은 아들 동훈이 아팠을 때 왕진을 온 의사와 정분이 나고 말았어. 소문이 이상하게 돌아 그 의사의 아이를 낳았다가 아이를 죽였다는 했어. 이 일로 재판까지 받게 되었지만 무죄 판결로 풀려났단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따가웠어. 그 의사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참지 못하고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버렸단다. 용빈은 대학 졸업 후 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었어. 남자친구였던 홍섭이 그녀와 헤어지고 다른 여자랑 결혼했단다. 김성수에게는 어차피 잘 된 일이었지. 친일파 아들을 사위로 두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야.

용빈은 막냇동생 용혜를 서울로 불러서 자신의 학교에 입학시켰단다. 가장 문젯거리는 셋째 용란이었어. 남편 연학은 아편쟁이뿐만 아니라 결혼 때부터 남자구실을 못하는 사람이었어. 연학은 늘 약에 취해 있어 용란을 때렸어.. 연학은 그 일로 경찰서에 갇히게 되었는데, 시댁 식구들도 그게 낫다면서 연학을 경찰서에서 빼내올 생각도 하지 않았어. 용란도 거의 삶을 포기한 듯 폐인 같이 생활했단다. 그러던 어느날 한돌이 돌아왔어. 산에서 몰래 용란과 사랑을 나누다가 김성수에게 걸려 도망갔던 한돌. 용란은 다시 삶을 되찾은 듯했어. 누가 뭐라 해도 이젠 한돌과 따로 살림을 차렸어. 이 소문을 들은 한실댁이 찾아가 만류를 했지. 그러지 말라고그런데 하필 그날 용란의 남편 연학이 경찰서에서 풀러난 날이었어. 연학이 용란과 한돌의 집에 찾아온 거야. 여전히 약에 취해 있었지. 화를 주체하지 못한 연학은 도끼를 휘둘러 한돌과 한실댁이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단다.

용란에게 한돌이 마지막 희망이었는데, 그렇게 비참하고 죽고 나서 용란은 결국 미쳐버렸단다. 용란은 친정 집으로 왔어. 용란이 미쳐 제대로 생활을 못하지 서울에서 공부하던 용혜가 내려와서 용란을 보살폈단다. 이제 김약국의 그 큰 집에는 한실댁도 죽어서, 김약국, 미쳐 버린 용란, 용혜 이렇게 셋이 쓸쓸하게 살고 있었어.

넷째 용옥은 어디에 갔냐고? 용옥은 아버지의 어장을 관리하던 서기두와 결혼하게 되었단다. 서기두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용란을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김성수의 말에 따라 용옥과 결혼했단다. 용옥의 결혼생활도 그리 행복하지 않았어. 서기두는 일 핑계로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아서, 용옥은 홀아비 시아버지와 시동생과 지내야 했어. 그런데 그 시아버지가 용옥을 음흉한 눈초리로 쳐다보곤 했단다. 그러다가 결국 터지지 말아야 할 일이 터졌어. 시아버지가 용옥을 강제로 성폭행하려고 했고, 용옥은 간신히 뿌리치고 도망을 가서 아기를 업고 서기두가 일하고 있는 부산으로 갔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때 서기두는 통용 집으로 오고 있던 중이었어. 부산에서 허탕을 친 용옥은 다시 통용으로 향했는데, 그만 용옥이 탄 배가 폭우로 침몰하게 되어 죽고 말았단다. 지은이 박경리 님께서 너무 가혹하신 것 같구나.

….

이 일이 있기 얼마 전, 용빈은 아버지의 얼굴이 안 좋아 보여 병원에 모시고 가서 검진을 받게 했어. 조금은 예상한 대로 암이었어. 길어야 다섯 달밖에 못 산다고 했어. 용빈은 아버지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용옥이 아버지보다 먼저 죽은 것이야. 그리고 김약국도 얼마 못 가 죽고 말았단다. 용빈은 아버지의 장례를 마친 후, 통영을 떠나기로 했단다. 여전히 미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용란을 고향 친지에게 맡기고, 막내 동생 용혜를 데리고 통영을 떠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단다.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용빈과 용혜.. 두 사람은 이제 더 이상 비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말고, 좋은 일만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저절로 빌게 되더구나. 그만큼 아빠가 소설에 몰입되어 읽었던 것 같구나. 읽으면서 역시 박경리라는 생각이 몇 번씩 들었단다. 한 가족을 너무 가혹하게 무너뜨리기는 했지만 말이야. 박경리 님의 또 다른 장편 소설들을 좀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리고 이 소설의 또 다른 장점은 최근에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아름다운 우리 말들이 많이 상용되었다는 점. 그런 말들은 책 뒤편이 어휘풀이를 실어주어 또 좋았단다.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책의 끝 문장: 봄이 멀지 않았는데, 바람은 살을 에일 듯 차다.



"논쟁에는 흥미가 없다. 하여간 너는 과대망상증에 걸려 있어. 너의 그 크나큰 사상과 이상은 영웅들에게나 맡겨둬라. 네가 항상 말하는 그 영웅들에게 말이다. 너는 네 분수에 넘는 망상에 사로잡힌 환자다. 너의 행위는 일보의 전진커녕 백보의 후퇴가 아니냐 말이다. 바로 이번 일이 그 표본이다. 넌 대체 뭘 했냐 말이다. 쓸데없이 아가리 놀린 것밖에 더 있었나? 그 아가리 놀린 것으로 누구 한 사람이 구제됐는가? 바늘귀 떨어진 것만큼이라도 조선의 자주성에 도움이 되었단 말인가? 너는 매만 맞고 집안을 시끄럽게 했을 뿐이지 일본 놈의 통치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 P206

"나를 묶어두려고 의식적으로 과소평가를 하는군. 허지만 난 언제나 걸어갈 것입니다. 그러면 부딪칠 것입니다. 반드시 무엇에 부딪칠 것입니다. 만일 사람이 형과 같이 안일하게 산다면 그건 사는 게 아니고 죽은 겁니다. 역사는 없을 겁니다."
"역사가 없음 어떠냐? 역사는 곰팡내 나는 기록이지, 사람은 어떤 입지적 조건이나 생활양식 속에서도 그 당대를 살게 마련이니까."
"교묘한 회피군요. 물론 나도 역사는 그 당대에서 끝나는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끝나면 다시 시작되죠. 마치 사람이 죽고 또 사람이 태어나듯이……"
"되풀이되는 건 없으니만 못하다."
"왜 되풀이되는 거요. 진화하는 거죠."
- P207

새터 아침장은 언제나 활기가 왕성한 곳이다. 무더기로 쏟아놓은 갓잡은 생선이 파닥거리는 것처럼 싱싱하고 향기롭다. 삶의 의욕이 넘치는 규환(叫喚) 속에 옥색 서린 아침, 휴식을 거친 신선한 얼굴들이 흘러간다. 새벽별은 밝고 축림, 전화도, 장대 방면에서는 호박, 고구마, 야채 등을 이고 지고 북문 안을 넘어서는 촌부들, 안뒤산 큰개, 작은개에서는 조개를 이고 충렬사를 지나오는 아낙들, 발개와 첫개에는 어장 배에서 생선을 받아가지고 판데굴을 지나오는 장사꾼들, 삼면 바다에서는 기관선으로부터 통구멩이까지 해초, 생선을 실은 어부들이 바다의 새벽을 뚫는다. 아니 그뿐이야. 통영 읍내에서도 비단 장수, 화장품 장수, 실 장수, 과일 장수, 본시장의 모든 장가꾼들은 서둔다. 이 무수한 움직임과 발소리들은 새터로 향하는 것이다. 새벽이 걷히고 옥색 아침이 서리면 읍 사람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거리에 나서는 것이다.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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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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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일본의 유명한 영화 감독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감독이 있단다.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타기도 했고, 아빠가 좋아하는 아이유도 참여한 우리나라 영화 <브로커>의 감독을 맡기도 했어. 인터넷 서점에서 서칭하다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책이 눈에 띄었단다. 제목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빠도 너희들의 아버지이다 보니 책의 내용이 궁금하더구나. 이 책은 소설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든 동명의 영화를 소설로 각색한 것이라고 하더구나. 아빠는 그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한 편도 없단다. 소설로 먼저 만나게 되는구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제목만 보면 철부지 아빠의 성장 소설일 것 같기도 하고, 따뜻한 가족 소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읽고 나서 보니 그 예상이 빗나가지 않은 것 같구나.

 

1.

료타라는 사람이 주인공인데, 그는 아내 미도리와 여섯 살 난 아들 게이타가 있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단다. 대기업 건축회사에서 인정 받는 중간 간부였어. 그래서인지 엄청 바쁜 사람이었단다. 밤늦게 퇴근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거의 매주 출근했단다. 가정은 평범한 가정일지 몰라도 평범한 가장은 아닌 것 같구나. 미도리는 결혼 후 집에서 살림과 육아를 주로 하였고, 게이타는 명문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었어. 그렇다 보니 여섯 살인 게이타는 입시 학원 다니며 벌써 입시의 압박을 좀 받고 있었어. 그 초등학교는 면접이 중요하다 보니 평상시에도 정답을 이야기하려고 노력을 하였고, 면접 준비를 위해서 거짓말 정답도 외워야 했단다.

그런데 어느날 게이타가 태어난 종합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가게 되었어.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단다. 아이가 바뀌었다고 했어.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는가? 날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 상대방 가족의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혈액형 검사를 하다가 알게 되었대. 병원에서는 미안하다며, 최대한 보상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어찌 이것이 돈 가지고 될 문제인가?

병원 측 변호사와 료코, 미도리 부부는 상대방 부부와 만남을 가졌어. 료코는 내심 비슷한 환경의 가족을 기대했지만, 그렇다면 소설과 영화가 될 수가 없겠지. 상대방 부부는 자신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어. 상대방 남편의 이름은 유다이는 전파상을 하고, 상대방 아내의 이름은 유카리였어. 그쪽은 아내 유카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 같았어. 게이타와 바뀐 아이의 이름은 류세이. 그 밑으로 동생 둘이 더 있었어. 유다이의 집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것 같지 않았어. 그래서인지 보상금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았어. 병원 측 변호사의 입장은 일단 아이는 바꾸는 것을 원칙으로 생각했고, 적절한 보상금은 지급하겠다고 했어.

기른 정과 낳은 정..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 이걸 어떻게 결정할 수 있겠니.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다 보니, 오래 전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가을 동화>가 생각나는구나. 그 드라마도 두 아이가 바뀌었다가 중학교 때 알고 본 가정으로 돌아가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드라마였거든.. 이렇게 이야기하니 그 드라마도 다시 한번 보고 싶네..^^

 

2.

다시 소설의 이야기를 해줄게. 료타는 회사의 상사의 의견을 듣고 두 아이 모두 자신이 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두 아이 자신이 맡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그것이 가장 적합한 답이라고 생각했어. 더욱이 상대방 가족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않고, 아이들이 셋이 있으니까 말이야. 료타는 아내 미도리에게도 자신이 해결 방법이 있다며 자신만 믿으라고 했단다.

정기적으로 병원 측 변호사와 두 부부는 만남을 가졌는데, 병원 변호사의 제안으로 주말에 하루씩 아이를 서로 바꿔서 지내기로 했단다.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게임이자 챌린지라고 이야기를 했어. 아직 진실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렸어. 료타의 집에 온 류세이. 자신의 집보다 좋긴 했지만, 너무 조용하고 지루했단다. 거기에 조금은 엄격한 식사 예절에도 적응을 하지 못했어. 다행히 미도리가 류세이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주었단다.

유다이의 집에 간 게이타도 처음에는 적응을 하기 쉽지 않았어. 자신의 집은 조용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하는데, 류다이의 집은 동생들뿐만 아니라 류다이까지 시끌벅적했어.  그리고 식사 예절 없이 마음대로 행동하고 그랬어. 잠도 좁은 방에서 다 같이 잤단다. 게이타가 잠에 화장실을 못 찾아서 난처한 일을 당할 뻔했는데, 유카리가 도와주었단다. 역시 엄마들은 달라도 뭔가 다른 것 같아.

일주일에 한번씩 생활하면서 게이타가 더 쉽게 적응하는 것 같았어. 료타와 미도리는 류세이와 함께 나들이도 가고 놀이도 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단다. 하지만 류세이가 하는 행동에서 료타는 자신과 닮은 점을 발견하고는 피는 못 속인다고 생각하기도 했어. 두 가족은 다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단다. 미도리도 자유분방한 유다이의 가족과 잘 어울렸는데, 료타만 여전히 다른 나라 사람처럼 겉돌았어. 하지만 료타 자신은 아빠로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어.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사람처럼 말이야. 아이들은 어려서인지 금방 함께 재미있게 놀았단다.

….

그리고 첫 재판이 열렸어.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확인되었단다. 아이들이 바뀐 것이 실수가 아니고 고의로 그랬다는 거야. 당시 간호사인 쇼코라는 사람이 자신은 불행한데, 행복해 보이는 료타의 가족에 질투심을 느끼고 일부러 아이를 바꾸었다는 거야. 쇼코는 재판장에 와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해 달라고 했단다. 하지만 그 사건은 시효가 지나서 쇼코는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고, 병원은 자신의 실수가 아니라서 보상금에 대한 액수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재판에 참석한 가족들은 모두 화를 내고 있지만, 료타는 침묵만 지켰단다.

….

얼마 후 두 가족은 또 함께 모임을 했는데, 그날은 료타도 잘 어울리면서 분위기가 좋았어. 그렇게 분위기가 좋다 보니 료타는 그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단다. 두 아이를 모두 자기네가 맡고 싶다고 마리야. 유다이는 이 말을 듣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단다. 유카리뿐만 아니라 아내 미도리도 료타에게 뭐라고 했어. 료타는 지금까지 자신은 스스로 괜찮은 아버지라고 생각한 것 같지만, 그는 빵점짜리 아빠였어. 이 일 이후로 료타와 미도리 사이도 안 좋아져서 싸우는 날도 있었어. 게이타가 자는 줄 알고 아이가 바뀐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실수도 했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잘못 된 것일까. 이후 이야기는 결국 두 아이는 서로 집을 바뀌어 원래 혈연의 부모 집에서 지내게 되고, 그러면서 또 적응하지 못하고 길러준 부모님을 서로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하게 있단다.

하지만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았어. 두 가족이 자주 만나면서 한 가족처럼 지내는 것이지.. 아이들은 자주 교류하면서 아이들은 아빠도 둘, 엄마도 둘이라고 생각하고그런데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쉬운 이야기이지현실에서는 더 복잡한 여러 요소들이 있을 것 같구나. 이런 일의 정확한 정답을 찾기란 어려울 것 같더구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은 보지는 않았지만, 가족을 다룬 영화들이 많다고 들었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도 그런 맥락의 영화 또는 소설인 것 같았어.

하지만 이야기 소재가 다소 식상하였고, 결론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말이라서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더구나. 책은 우리나라에서 오래 출간되었지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는 10여 년 전에 개봉된 영화더구나. .. 그 이후의 영화들은 그 식상함을 좀 벗어났으려나? 문득 우리나라 배우들과 함께 한 <브로커>라는 영화가 보고 싶구나. 평을 한번 보고 결정을 해야겠구나. 요즘은 영화 한 편 보는 시간도 아까운 시대에 살고 있으니오늘은 이만 할게.

 

PS,

책의 첫 문장: 장난감 인형은 세 개뿐이었다.

책의 끝 문장: 이제는 누가 누구의 자식이고 누가 누구의 부모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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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00년대 후반부터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는 그 지역의 태양광 풍력 발전사업을 지원함으로써 실업률과 온실가스 배출을 동시에 줄여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유럽, 일본의 다국적기업들이 WTO 규정(내국민 대우)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중재재판부가 기업들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이 성공적인 정책은 애석하게도 몇년 만에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인도정부는 홍수로 불시 큰 피해를 입은 우타라칸드주 지역의 재건을 위해서 그곳에서 생산된 태양광에너지에 보조금을 지원하려고 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미국 기업에 제소를 당했다. 우리나라에 서도 자동차 탄소배출을 경감하기 위한 제도를 기껏 만들어놓고도 자유무역협정(FTA)에 발목이 잡혀 시행해보지 못하고 폐기한 예가 있다. 정부의 손발에 재갈이 물려 있는 이런 현실은 간과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19)

둘째, 경제적으로도 동학농민혁명이 주는 가르침이 적지 않아 보인다. 현대사회는 화폐 중심의 신용경제를 절대적인 것으로 신봉하고, 대규모 산업만을 과잉 발달시키는 데 혈안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양극화와 자본집중을 불러일으켜 민생에는 도리어 큰 피해를 준다. 더구나 우리에게 익숙한 제국주의적 무역거래는 소수의 강대국의 편에서는 유익하더라도, 대다수 약소국의 처지에서는 영원한 빈곤의 원인이 될 뿐이다. 만약 우리에게 그런 깨달음과 성찰이 있다면, ‘유무상자(有無 相資)하는 것이 삶의 원칙이라는 동학의 가르침을 존중하는 것이 옳겠다

 

(41)

넷째, 무엇보다도 해월의 사상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 세계보다 더 실질적으로 현실을 규정하는 세계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세계가 있다. 그것은 바로 생명의 세계이다. 생명과 의식이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보다 더 근원적 실재라고 할 수 있다. 또하나, 물리적 세계보다 더 실질적으로 현실을 규정하는 힘은 바로감정이다. 사람을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 감정이기 때문이다. 해월의 동학철학은 바로 그 감정에 집중한다. 감정의 세계를 떠나서 한울님을 섬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자기의 감정을 돌보지 않고, 곁에 있는 사람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고서 한울님을 섬긴다고 할 수가 없다.

 

(54)

원래 ˝농업은 자유무역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던 나라는 미국이다. 1951년에 미국은 농업조정법을 발동하여 네덜란드 유제품 수입을 금지했는데, 가트로부터 위법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은 내국법에 따라 외국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가트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결국 면제 인정을 받아냈다. 그런데 1970년대에 들어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의 농업규모가 커졌던 것이다. 농산물 수출을 늘려서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줄이는 일이 급선무가 됐다(우루과이 협상이 시작된 1986년 미국의 농업지 원 예산은 250억 달러로, 1982년보다 6배 증가해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농산물 자유무역이라는 통상원칙을 새로 정립했다 1988년 처음으로 유전자조작식품(GMO) 판매를 승인한 미국으로서는 이를 자유롭게 팔 수 있는 세계 농산물 시장도 절실했다.

 

(69)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의 인식 속에서세계화는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서로 더 많이 의지하게 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본질적으로 권력관계를 일컫는 것이다. 이 힘은 특정 국가들에제재를 부과하는 행위를 통해서도 행사되지만, ‘세계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도 행사된다. 이러한 권력 행사야말로 제국주의의 특징이다. 세계화된 자본의 패권을 만들어내는세계화가 그런 것처럼, ‘제재‘ 역시 가차 없는 제국주의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인 것이다. 즉 이른바탈세계화세계화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완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81-82)

그러나 지난 30 COP 중심의 국제사회 공조는 성공하지 못했다. 파리협약 이후 지구 평균기온은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기후재난과 그 피해도 전례 없는 증가일로를 걷고 있다. 유럽연합 산하 연구 소인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2023 7월부터 2024 8월까지 14개월간 지구 평균기온은 1.5°C를 훌쩍 넘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2년 한 해에만 7조 달러, 한화로 9,600조 원이 넘는 금액이 화석 연료에 투자되었다. 국제사회는 1990년대부터 온실 가스감축을 위한 국제 공조를 본격화했으나 산업화 이전부터 1990년까지 누적 탄소배출량보다 1991년 이후의 탄소배출량이 훨씬 많다. 기후에 관한 국제 공조체제가 만들어진 이후 탄소배출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점은 COP의 역할에 대해 의 문을 갖게 만든다.

 

(104)

자연성이 되살아나도록 낙동강을 흐르게 하면 여러가지 변화가 동반될 것이다. 녹조문제 해결은 기본이고, 평균 6m 이상이던 수심이 낮아지면서 지금 마치 호수와 같은 단조로운 구조가 습지, 모래톱과 낮은 물길이 있는 다양한 형태의 구조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다양한 생명이 깃들 수 있게 된다. 온갖 동식물, 다양한 저서생물들과 곤충들이 자리를 잡고 온전한 생태계가 복구되면서 강이 원래 가진 뭇 생명들의 서식처로서의 기능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수질이 맑아져 우리는 안전하고 건강한 식수를 얻게 되고, 녹조 독이 없는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먹게 되고, 녹조 독이 없는 맑은 공기를 마시게 될 것이다.

 

(141)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가공식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최근의햇반사태는 결국 수입쌀 운용 정책이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데 이용되었다는 걸 보여줬다. 실제 2022 CJ제일 제당은 국내산 쌀을 사용하는 대신 수입쌀로햇반을 출시한다. 원재료의 가격은 3분의 1로 낮아졌지만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였다. 2022년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이다. 만약 우리도 일본처럼 수입된 40t의 쌀이 사료용으로 사용되었다면 지금의 논란은 있을 수 없다. 기후위기 시대에남는 쌀운운하며 이런 시간 낭비는 하지 않을 것이었다. 세계 평균 곡물자급률은 102%를 휠씬 상회하고, 선진국인 호주 270%, 캐나다 195%, 미국은 130%이며,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일본도 30%가 넘어갈 정도로 국제적으로 식량주권을 위해 힘을 쏟는 시대에, 정작 우리 정부는 주식인 쌀의 감축을 농민들에게 강제하고 있다.

 

(144)

일반적으로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쌀을 시장에서 격리할 때, 농가가 보유한 쌀을 가장 먼저 매입해왔다. 박근혜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원칙이 무너진 것은 2024년이 처음이다. 정부는 그동안 네 차례 격리 발표를 했지만, 농민들의 나락은 단 한 차례도 매입하지 않았다. 그나마 정부에 팔면 조금 나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농민들은 크게 실망했다. 반면, 과거에는 농민들의 나락이 매입된 후에야 팔 수 있었던 유통업자들이 정부 매입곡을 독점하게 됐다. 정부가 농가의 경영 안정을 우선시하던 매입 방식(원칙)을 버리고, 유통업자들만 이익을 내는 방식으로 변경했다는 뜻이다. 상식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 구곡 매입까지 강행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번 공공비축미 매입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비상시를 대비해 4t의 가루쌀을 공공비축미로 매입할 계획이다. 비상시를 대비하는 쌀은 언제든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는 밥쌀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가공을 한 뒤에야 사용할 수 있는 쌀을 공공비축비로서 무려 4t이나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물량의 8%에 해당한다. 참으로 이상하다.

 

(149)

어렵고 복잡한 애기가 아니다. 서울 강남에는 전봇대도 찾아보기 어렵지만 농촌의 산과 들에는 765kV, 500kV, 345kv 초고압 송전탑들이 날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 송전탑은 그 지역 수요를 위해서가 아니라 수도권 도시지역과 큰 공장들로 전기를 보내기 위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원전 10(10GW) 분량의 전력이 필요하다. 일부는 천연가스(LNG)발전소를 인근에 건설해 조달한다지만, 대부분의 전력은 동해안 원전과 서해안 풍력-태양광에서 생산된 전기로 조달할 계획이다. 그러자면 동해안에서 경기도까지, 서남해안에서 경기도까지 초고압 송전선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 그 피해와 부담은 농어촌의 몫이다

 

(201)

위 대화들은 김 여사의직접 운용이 아니라 권오수, 이정필, 김기현, 민태균 등 주가조작 세력들과 내통한 정황이다. DM 대주주와 BP가 실무선수들과의 유기적 협력 아래 돈잔치를 한 것! DM 주가조작은 (객관적) 검찰 공소장 기준, 3년간(2009. 12.~2012. 12.) DM 임직원, 주가조작팀,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들이 91개 실명(김건희 포함)의 계좌 157개를 동원, 101건의 통정매매 및 가장매매와 3,083건의 실제 거래(총 거래가액 650억 원)를 통해 2,000원대 후반의 주가를 8,000 원대까지 끌어올린 경제범죄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2011 12 월까지만 쳐도 검건희( 14)와 최은순(9)은 총 23억 원을 벌었다

 

(216-217)

만약 폭력을 인류문명의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고 규정한다면, 그리하여 그 상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면, 문명이란 것을 구태여 동물 세계와 구별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폭력에 의지하지 않고도 살 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폭력 또는 폭력적인 상황을 얼마큼 줄이느냐가 인간됨의 척 도라고 말할 수 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과 복잡한 경제구조 따위 는 문명의 부산물일 뿐 인간됨의 수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나는 뉴욕 월가의 증권맨이 아프리카 부시번보다 더 인간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순수 인간적 관점에서 본다면 현대인이 밀림의 원시 부족보다 더 비인간적인 경우가 많다. 핵가방을 손에 들고 세계인을 협박하는 강대국의 통치자가 들판의 늑대보다 나은 점이 뭐가 있을까? 폭력수단을 많 이 가지고 있는 국가일수록 야만적이다. 우리는 그런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부러워하지만 이는 엄청난 착각이자 오해이다. 이제부터 선진국을 구별하는 기준은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기준은 당연히 비폭력이다(또하나의 기준이 있는데 그것은 다음에 밝히겠다). 생명평화사상은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 어떤 경우에도 비폭력을 지지한다. 비폭력적 접근 만이 문명을 인간답게 만든다

 

(252)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성숙 단계입니다. 대의제와 양당제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이해하는 한 주권자 시민의 존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선거와 다수결, 주권 위임으로 대표되는 민주정은 사실 과두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치가 소수 엘리트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권모술수로 전락한 것입니다. 이들에게 10, 20년 뒤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은 ˝지금 우리 인류가 직면한 진 짜 위기는 환경위기가 아니라 정치의 위기˝라고 갈파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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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4-12-27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저HVDC‘라는 이름으로 이미 올봄부터 전남 바다부터 인천 앞바다를 거쳐 서울로 가는 ‘바다밑 송전선‘ 삽질을 합니다. 해상풍력태양광이 지자체에 일자리를 베푸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아마 몇몇 업체와 전남 정치꾼 밥그릇은 엄청나게 살찌울 테지요. 생태환경 문제가 생태환경 잡지에 안 실린 지는 이미 오랜 일이라고 느끼는 바입니다.

http://kwangju.co.kr/article.php?aid=1701687600761355004
2023년 12월에 확정이고
2024년 1-2월 무렵부터 삽질을 했다고 하는...
그러나 언론사도 환경단체도 입을 다무는 8조 원짜리 사업을
해상국립공원 바다를 파헤쳐서 하지요.

bookholic 2024-12-28 22:23   좋아요 0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이런 문제점들이 어떻게 하면 해결이 될까요...ㅠㅠ 걱정이네요.
 
파운데이션의 서막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6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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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파운데이션 시리즈 6 <파운데이션의 서막>을 이야기할게. 6권은 파운데이션 프리퀄이라고 볼 수 있단다. 5권의 이야기는 주인공 트레비스가 지구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였잖아. 그 때가 시간적으로 보면 1권에서 해리 셀던이 파운데이션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약 500년이 지난 시점이었지. 그런데 6권에서는 시간의 수레바퀴를 다시 500년 전으로 돌려서 이야기를 시작한단다.

해리 셀던이 어떻게 우주의 미래를 예측하여 파운데이션 프로젝트를 할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이야기란다. 해리 셀던이 1권 초반부에서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가끔 영상을 통해서 등장하였는데 6 <파운데이션의 서막>에서는 32살 풋풋한 시절로 나온단다. 아빠가 그 동안 좀 바빠서 독서 편지가 밀려서 바로 이야기를 시작할게.

 

1.

해리 셀던이 32살이던 시절, 우주 제국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로, 2300만 개 행성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전체 인구는 약 1000조라고 했어상상이 가지 않는 세상이구나. 해리 셀던의 고향은 헬리콘이라는 행성이었고, 해리 셀던은 우주 제국의 수도 행성인 트랜터 행성에서 열리는 수학자 총회에 참석해서 수학적 기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어. 그것을 본 우주 제국의 데머즐 총리는 해리 셀던을 초대하여 당시 황제였던 클레온 1세와 만남을 주선했단다.

클레온 1세도 당시 나이가 해리 셀던과 같은 32살이었어. 클레온 1세는 황제라는 자리가 언제 암살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해리 셀던의 예전을 통해 황제 자리를 굳건히 하려는 마음이 있었어. 그래서 해리 셀던을 만나게 된 거야. 하지만 해리 셀던은 솔직하게 이야기하였단다. 자신의 연구 결과는 예언이 아니고 수학적 모델로 미래를 예측한 것이라서 측정 인물에 대한 미래를 알고 없고, 자신의 예측한 것도 틀릴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어. 별 성과 없이 황제와 헤어져 나와서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휴민이라는 기자가 찾아왔단다. 휴민은 데이즐 총리가 해리를 이용하려고 추격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 이야기를 하자마자 괴한들의 습격을 받게 되었고, 휴민과 해리가 그들과 싸워 제압하고 도망갔단다.

휴민은 해리에서 설득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수학 연구를 계속 하라고 했어. 해리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마치 가스라이팅을 당한 듯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휴민은 해리를 우주 제국의 정부의 추격으로부터 안전한 스트릴링 대학으로 데리고 갔단다. 그 대학 안에서는 정부가 함부로 진입을 할 수 없었어. 그리고 휴민은 해리를 도와줄 사람으로 역사학자 도스 베나빌리 교수를 소개해주었어. 그렇게 연구를 시작했지만 몇 개월 동안 뚜렷한 성과는 없었단다.

어느날 해리는 스트릴링 대학의 기상학자들과 함께 트랜터 행성의 지붕 위에 갔단다. 기상학도 어찌 보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니 그들과 함께 가면 뭔가 도움이 될까 하고 간 것이야. 그런데 트랜터 지붕 위에서 다른 일행들과 헤어져 혼자 동떨어져 있다가 제트기의 추격을 받아 숨겨 되었고,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철수하고 혼자 지붕 위에 남게 되었어. 밤이 되면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도스가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여 해리를 구출할 수 있었어. 이 사건은 여전히 누군가 해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어.

휴민이 찾아와 도스와 함께 어떻게 할지 논의했단다. 그들은 더 안전하면서 역사 기록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마이코겐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했어. 휴민이 아미코겐 지역의 지도자 태양정복자14에세 이야기를 해서 정식 초대를 받을 수 있었어. 마이코겐 사람들의 이름은 보통명사와 숫자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이했단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대머리였어. 외부 사람들도 마이코겐 지역에 오면 대머리를 해야 했는데, 머리 깎는 대신 대머리 분장을 하였단다. 소나기43, 소나기45의 도움으로 마이코겐 지역을 탐방하였고, 오래된 행성이자 인류 기원인 지구에 관한 책도 빌렸는데,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그 책에 지구에 대한 내용도 거의 없었어.

마이코겐 지역 내에 세크리도리엄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사원으로 지구에 대한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어. 그리고 2만년 전에 만들어진 로봇이 아직도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로봇에 대한 정체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러나 그곳에도 큰 성과를 얻지 못했고, 본의 아니게 마이코겐 법을 어기게 되었고, 태양정복자14에게 처벌을 받을 뻔했단다. 이번에도 휴민이 다시 나타나 문제점을 해결해주었어. 휴민은 기자라고 하지만 아는 사람도 많고, 능력이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았어.

 

2.

이번에는 휴민의 소개로 다알 구역에서 일반 집에서 기거를 하면서 지구에 대해 조사를 해보기로 했어. 그래서 다알 구역의 티살버라는 사람에서 세 들어 지내게 되었단다. 열저장소에 갔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유고 애머릴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수학적 재능이 있지만 공부할 기회가 없어서 정식 공부를 하지 못한 사람이었어. 해리는 그의 능력을 알아보고, 헬리콘 행성의 대학을 소개해 주기로 약속했단다. 유고는 지구에 대해 알고 있다는 리타 어머니를 소개해 주었어. 그런데 리타 어머니가 빈민가 위험 지역에 있어서 티살버 등이 그곳에 가는 것을 만류했단다. 하지만 해리와 도스는 빈민가에 가서 리타 어머니를 만났고, 돌아오는 길을 알려준 꼬마 레이치와 친해졌단다. 그들이 빈민가를 오가는 것에 불만을 가진 티살버 부인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이 와서 조사하게 되자, 해리와 도스는 그곳을 떠나 와이 지역을 도망을 갔단다.

와이 지역은 와이의 시장인 마닉스 4세가 그들을 잘 대접해 주었단다. 마닉스4세는 너무 늙어서 그의 딸 라쉘르가 권력을 잡고 있었는데, 그 라쉘르가 해리 일행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어. 그런데 알고 보니 라쉘르도 해리가 미래 예측을 한다는 것을 알고 그를 자신의 권력 차지에 예측하려고 했단다. 그뿐만 아니라 우주 제국을 붕괴시키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었어. 그러니 라쉘르는 해리에게 그렇게 예언해 달라고 했어. 그렇게 되면 자신의 계획은 더 지지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야. 그런데 와이 지역 내부 구데카가 일어나게 되었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제국 군대까지 투입하게 되었단다. 라쉘르는 해리가 적에게 넘어가 이용당하게 되면 자신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에 해를 죽이려고 했는데, 정확한 타이밍에 휴민이 나타나서 해리를 구해주었단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인가? 휴민은 어떻게 적재적소에 나타나 해리를 도와줄 수 있을까? 그런데 뜻밖에 일이 발생한단다. 라쉘르가 휴민을 보고 데머즐 총리라고 했어.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그러니까 데머즐은 지금까지 신분을 숨긴 채 해리에게 접근하여 미래를 예측하도록 유도한 것이란다. 해리 셀던은 데머즐과 이야기를 하면서 이상함을 느꼈어. 데머즐, 그러니까 휴민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해리는 데머즐이 사람이 아닌 로봇일 거라고 확신했어. 그리고 계속된 질문에 데머즐은 자신이 로봇이 맞다고 했어. R. 다닐 올리바가 자신의 정식이름이라고 했단다. 다닐 올리바? 아빠가 기억력이 좋지는 않지만 그 이름이 살짝 기억이 났단다. 파운데이션 5권에서 트레비스가 지구를 찾아 갔다가 달의 지하에 살고 있는 로봇을 만나게 되는데

그 로봇의 이름이 다닐 올리바였잖아. 이렇게 소설은 이어지게 되는 것이었구나.

<파운데이션의 서막>은 이렇게 끝을 맺었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해리 셀던이 미래 예측을 연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이고 그것에 큰 공을 세운 것이 바로 다닐 올리바라는 로봇이고 그 로봇은 나중에 달의 지하에서 트레비스를 오게 이끌게 한 그 로봇이었어. 책의 두께에 비해 줄거리를 짧게 이야기했는데, 그래도 중요한 이야기는 다 한 것 같구나. , 이제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한 권 남았구나. 긴 시리즈가 잘 마무리되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할게.

 

PS,

책의 첫 문장: 하품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클레온 황제는 말했다.

책의 끝 문장: “한 번 더 해 주세요,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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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

사람들이 얼마나 특별히 그를 존경하는지 알아보려면 거리에서 안톤을 잠시만 지켜보면 된다. 모두가 그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모두가 그와 악수를 나눈다.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정말로 교과서적으로 신을 믿는 삶, 그 위대한 삶의 비밀을 핏속에 가진 자의 힘을 나는 안톤에게서 명확히 보았다. 확실히 가장 가난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하는, 낡은 코트 차림에 이 단순하고 걱정 없는 남자는 자기 땅을 순시하는 지주처럼 여유롭고 다정하게 동네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는 누구의 집에든 들어갈 수 있었고 어떤 자리에든 앉을 수 있었으며, 오직 최소한의 것만 원했기에 그에게는 모든 것이 허락되었다. 나는 안톤이 가진 힘의 비밀을 곧바로 이해했다. 돈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일했기에 모두가 그를 존경했다.

 

(22)

나는 종종 완톤을 생각한다. 그토록 큰 도움을 내게 준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항상 고마운 마음이 든다. 때떄로 사소하고 어리석은 돈 걱정이 들 때면 나는 당장 단 하루에 필요한 것 이상을 원하지 않아 늘 여유롭고 태평하게 살 수 있는 이 남자를 떠올린다. 허름한 옷차람의 그를 여러 차례 보았다. 그는 늘 한결같이 쾌활하고 태평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이런 상호 신뢰의 비결를 배운다면 경찰도 법원도 교도소도 돈도 필요 없을 거라고. 필요한 만큼만 대가를 받고 능력이 닿는 한 힘껏 돕는 이 청년처럼 들어가 산다면, 부조리가 반복되어 사회 문제가 되는 우리의 복잡한 경제 시스템도 어쩌면 해결될지 모른다.

 

(32-33)

그 중요한 순간에 그를 저버리고 만 것은 공감 부족이나 무관심, 못된 의도가 아니었다. 가장 필요할 때 올바른 말을 못하게 막는 것은 많은 경우 용기 부족인 것 같다.

패배나 굴욕의 수치심으로 영혼을 다친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이 절대 쉽지 않음을 잘 알지만, 이때의 경험을 통해 나는 누군가를 돕고 싶은 작품 첫 번째 충동의 주저 없이 순종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공감의 말과 행위는 도움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만 참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44)

그 후로 내가 돈을 무시했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터다. 돈이 줄 수 있는 즐거움과 자극을 나는 절대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모든 방문객에게 하듯이, 나는 돈에도 모든 문을 활짝 열어둔다. 하지만 돈은 방문객 그 이상은 아니다. 나는 돈의 주인이 아니고, 돈이 내 삶의 지배자가 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날의 경험을 통해 나는 지울 수 없는 교훈을 배웠다. 우리는 진정한 안전은 가진 재산에 잊지 않고 우리가 누구고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달렸다

 

 

(60)

자연의 의지는 연속성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어떤 중단도 용납하지 않는다. 자연은 사람들 일부가 무참히 파괴되더라도, 나머지 사람들은 끈기 있게 인내하며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길 요구한다. 우리가 때떄로 시대에 무관심해 보인다면, 그것은 자기 피조물의 고통에 무관심한 자연의 잘못이다. 그리고 무너져가는 세계의 폐허를 재생 계속 노려보는 대신 더 나은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려고 노력할 때 뒤로서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명령에 순종하게 된다

 

(61)

우리의 심장은 너무 작아서 일정량 이상의 불행을 감당하지 못한다

 

(74-75)

그렇게 시작된 작업은 30, 한 시간, 한 시간 반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다. 그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거기 있다는 사실조차 완전히 잊었고, 나는 그런 모습에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받았다. 그는 자기가 초대한 손님이 뒤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고, 낮인지 밤인지조차 몰랐으며, 시간도 장소도 잊었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작품과 그 너머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그가 성취하고자 했던 더 높고 더 진실한 형태만 응시했다. 그의 육중한 몸이 가볍게 움직였고, 어떤 깨달음이 흡사 술에 취한 듯한 그의 존재를 감쌌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마치 천지창조 첫날의 신처럼 홀로 창조 작업에 전념했다. 시간과 공간과 세상을 그토록 완벽하게 잊을 수 있다니, 젊은 나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큰 충격이었다. 그 한 시간에 나는 세상의 모든 예술과 성과의 궁극적 비밀을 확실히 이해했다. 그것은 바로 집중이었다. 크든 작든 어떤 작업이든, 수행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너무 자주 수백 가지 사소한 일에 분산되고 쪼개지는 의지를 진정으로 원하는 한 한 가지에 집중하는 영혼의 결단이 있어야만, 오직 그런 결단력으로만 진정으로 일할 수 있다. 손님에 대한 무례일 수도 있지만, 그는 나를 완전히 잊었고, 그렇게 나는 없는 사람처럼 위대한 대가 뒤에 숨을 죽이고 주변의 대리석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 한 시간에, 나는 지금까지 내게 없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완벽을 향한 의지로 모든 것을 잊는 열정! 크든 작든 자기 일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 다른 마법은 없다. 나는 그 한 시간에 이것을 깨달았다.

 

(101)

침묵, 뚫을 수 없는 침묵, 끝없는 침묵, 끔찍한 침묵. 나는 그 침묵을 밤에도 낮에도 듣는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로 내 귀와 영혼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어떤 소음보다 견디기 힘들고 천둥보다, 사이렌의 울부짖음보다, 폭발음보다 더 끔찍하다. 그것은 비명이나 흐느낌보다 더 신경을 찢고 더 슬프다. 수백만 사람이 이 침묵 속에서 억압받고 있음을 나는 매 순간 깨닫는다. 그것은 고독의 정적과 전혀 다르다. , 호수, 숲에 정적이 흐르면, 마치 풍경이 휴식하고 꿈꾸기 위해 숨을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정적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나를 괴롭히고 억압하는 이 침묵은 인위적이다. 강제, 명령, 강요된 위협적 침묵, 공포의 침묵이다. 거짓으로 직조된 거대한 장막 아래에서 나는 생매장 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을 본다. 나는 이 침묵 뒤에서 재갈이 물리고 입이 틀어막힌 수백만 목소리에 굴욕과 분노를 인식하고 느낀다. 그들의 침묵이 내 귀를 찢고, 밤낮으로 내 영혼을 때린다

 

(118)

우리는 밝은 대낮에 별을 보지 못하듯, 삶의 신성한 가치가 살아 있을 때는 그것을 망각하고, 삶이 평온할 때는 삶의 가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영원한 별들이 얼마나 찬란하게 하늘에 떠 있는지 알려면 먼저 어두워져야 합니다

 

(130-131)

오늘날 히틀러가 전 세계에 강요하려는 이 모든 계획은, 너무나 진짜 같은 허구의 인물, 하르트로트에 의해 고안되었다. 우리는 세계 지배의 꿈이 독일 국민의 무의식 속에 이미 늘 존재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다. 히틀러는 그것을 발명하지 않았다. 블라스코 이바녜스가 25년 전에 하르트로트의 입을 빌려 예언했던 것이 그의 광기를 통해 실현되었을 뿐이다. 고립된 몇몇의 개인이 사악한 꿈에 불가했던 것이 이제는 수백만의 소망이 되었고 세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되었다. 플라스코 이바녜스의 소설은, 작가가 정치학 교수보다 당대와 미래를 더 잘 이해한다는 것은 다시 한 번 더 보여주었다

 

(139-140)

그는 자살하기 직전이 1942년 초 브라질 페트로폴리스에서 자신을 방문한 동료 이민자 작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가장 무의미한 파괴가 벌어지고 있고,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끌려가는 것을 알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숨을 쉬고 자고 먹을 수 있겠습니까? 창작은 뭔가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가장 악의적인 파괴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뭔가를 만들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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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12-23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후벼파면서도 웅장해지게 만드는 문장들이 너무 많죠~~~

모든 문장들을 다 기억하고 싶어요!

bookholic 2024-12-24 10:31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모든 글들이 모두 밑줄감^^
더 오랫동안 글을 썼으면 좋았을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