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2024년 봄호 - 통권 185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녹색평론 2024년 봄 호, 185호를 읽었단다. 얼마 전에 또 한 번의 선거가 끝이 났단다. 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지만, 보기 싫은 얼굴들이 대거 당선이 되어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더구나. 얼마 전에 Jiny가 학교 숙제라면서 현대 민주정치의 개선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물어봤잖아. 쉽지 않은 숙제로구나. Jiny는 먼저 다수결로 결정되다 보니 소수의견이 무시되는 문제점을 이야기했잖아. 참 좋은 지적인 것 같았어. 우리나라는 대의 민주주의로 선거에 뽑힌 사람들이 국민을 대신 정책을 결정하는데 그 사람들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단다.

그리고 임기가 있는 선출직이다 보니, 오랜 시간이 필요한 중요한 국가 정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어. 단기간에 성과를 내어 다음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그런 정책들만 내놓고 있지. 현대 민주 정치의 문제점들이 많지만, 선출직 대의 민주주의는 국민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이 큰 문제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 그래서 녹색평론에서도 늘 이야기하지만, 국민 숙의제도라든가, 정책의 최종 결정을 시민이 할 수 있는 시민 의회제도, 아니면 아예 추첨제로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도 소개해주었었단다. 우리나라 현실 정치에 끼어들기 쉽지 않은 제도들인 것 같아.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우리의 노력에 의해서만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다면서 선거에 동참하자는 글을 실었단다.

=======================

(11)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차악(次惡)을 선택할 것인가, 소신껏 투표를 해야 할 것인가, 혹은 냉소적 무관심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투표 용지 바깥으로도 눈을 돌려보자. 제약이 많이 여건 아래에서도 창조적으로 자율적 상호부조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자립적 자치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들도 민중(demos) 가운데에 나오는 힘(kratos)이 있다면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다운 세상은 우리 각자의 용기 있는 선택으로 열릴 수 있다는 것을 믿어보자. 그리고 자치(自治), 즉 민주주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만 이것은 4년에 하루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매일 같이 내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 일이다.

=======================


1.

아빠는 이제 진짜로 AI 시대로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단다. ChatGTP를 필두로 여러 AI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AI가 그림 그림, 사진, 영상, 소설 등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영역들을 침범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간단다. AI가 인간 세계에 마냥 도움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이유로 오히려 인간 세계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단다. 그리고 AI의 발전은 기후 위기에 닥친 지구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단다. AI를 발전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데이터 센터가 세워질 텐데, 데이터 센터는 많은 양의 전기를 먹을 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열을 내뿜게 된단다. 데이터 센터의 세울 때 가장 고심하는 것이 어떻게 열을 내리느냐이거든. AI를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전기에너지가 필요할 테고, 그 전기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 발전소를 만들 텐데, 쉽게 생각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소라는구나. 그래서 원자력 발전소 관련 주식이 오르고 있다는 씁쓸한 소식도 들었어. 이번 녹색평론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해 많은 꼭지를 다루고 있는데, 이런 전기에너지 급증에 대항 우려도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

(27-28)

언론은 2024 1월 다보스포럼에서 인공지능으로 인해 생길 에너지 부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이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쓸 것이므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핵융합에너지 기술의 개발과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건립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되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2027년 인공지능이 연간 사용할 전력량이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스웨덴 같은 국가들이 각각 1년간 소비할 전력량과 비슷하다고 추정했다. 다보스포럼에서 한 기업가는 인공지능이 활성화되면 데이터센터 등 컴퓨터 전력 수요가 늘어나고, 전기사용량이 2050년쯤엔 지금의 1,000배가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

인공지능의 가장 큰 우려는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점이란다. 아무래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살다 보니 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직업을 선택할 때는 인공지능의 영향으로 직업군이 많이 바뀌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인공지능이 사람의 직업군을 너무 침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판사라는 직업은 인공지능으로 대체했으면 좋겠구나. 너무 주관적으로 치우친 판결을 너무 많이 하셔서 국민들을 열 받게 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야.

, 그런데 지구를 죽이면서까지 A/I가 필요한 것인지 잘 모르겠더구나.


2.

손주화, 윤현식, 황종규, 하승수 이렇게 네 분이 정치 개혁은 주민자치로부터라는 대담이 실려 있는데, 하시는 말씀들이 좋았단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정치인들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지방소멸과 지방자치에 대해 좋은 의견들을 내놓으셨단다. 지방 소멸을 해결하겠다고, 지방을 서울처럼 만들려는 정책은 잘못되었다고 했어. 참석자의 말씀대로 지방이 서울처럼 되길 기다리는 것보다 서울로 이사하는 것이 빠르니까 말이야. 물론 집값 걱정이 있긴 하지만 말이야.

=======================

(80)

(윤현식) 현 정치구조 아래에선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정책 자체가 지방소멸을 가속화하게 돼 있습니다. ‘잘산다는 모델이 서울이고, 정책의 방향이 서울을 따라잡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전국정당이 대중에게 내놓는 정책의 모델은 서울입니다. 그런데 지방에서 사는 사람이 자기 동네가 서울처럼 되길 기다리는 게 빠를까요, 그냥 서울로 이주하는 게 나을까요? 지방은 서울을 모델로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들의 집권을 위한 장단에 놀아나는 것밖에 안됩니다. 그러니까 서울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자고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중앙에서는 나올 수 없어요. 군소정당도 전국적 지지에 갈급하니까 거시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죠. 미시적인 의제는 들어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그렇지만 다른 얘기가 안 나오는 한 이 구조를 어떻게 바꾸겠습니까?

=======================

우리나라의 양대 정당 체제하에서는 지방소멸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척 어렵다고 했어. 지방의 작은 생활권 단위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도 했단다. 주민자치를 입법화하여 직접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어. 이번 독서 편지의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우리나라 현대 민주정치의 문제점과 맥을 같이 하는데, 주민자치가 살아나야 좀더 직접민주정치를 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지방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단다. 우리나라 국민성으로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주민자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좀 들긴 했단다. 너무 이상적인 의견인 것 같기도 했단다. 우선 실천을 해 나가면서 이상과 현실을 좁혀야 하지 않나, 싶었어.

=======================

(90)

(황종규) 그건 관이 파트너를 선택하기 때문이에요. 지역정당, 자치 그리고 시민적 실천, 이런 것들이 지금 굉장히 힘든 상황인 건 틀림없어요. 그러나 양대 정당의 정치적 독점 문제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죠. 세계 어디에서든 대의제는 주민들의 생활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삼을 방법도 없고, 원래 그런 제도가 아니에요. 우리가 대의제에 그걸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사회적 위기, 질곡을 해결하려면 작은 생활권 단위의 정치를 복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핵심은 생활권 단위 당사자로서의 주민들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주민자치를 입법화하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우리는 주민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고 주민자치를 진짜 지방자치라고 말은 하지만, 법에 주민의 자치권이 명시되어 있지 않거든요. 자치권을 갑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입니다.

=======================

대담 이외에도 지방자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실었단다. 그런 이야기 중에 바닷가 모래밭의 오사용에 대한 예를 들면서, 국민들이 좀더 정치에 참여하면 그런 오사용을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단다. 아빠는 바닷가의 모래밭이 그렇게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단다. 무슨 말이냐면 바닷가 모래밭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것인데, 특정 개인에게 상업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해 주고 있다는 거야. 그 개인의 땅도 아닌데 말이야.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빠처럼 바닷가 모래밭에 세워진 상업시설들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야 할 땅을 특정인이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야. 그걸 많은 사람들이 알고 또 그것을 부당하다고 생각하게 되면, 지차체에서도 쉽게 허가를 내주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한단다. 아는 것이 힘. 지금이라도 관련 지차체에서는 아름다움 모래밭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구나.

=======================

(181-182)

바닷가 모래밭은 누구의 것인가? 모두의 것이다. 환경주의의 과격한 주장이 아니라 법에서 바닷가 모래밭은 공유수면이고, 모두의 것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두의 것인 바닷가 모래밭을 특정인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독점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온당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바닷가 모래밭을 누릴 자유와 권리가 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그것을 빼앗기고 있었다.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함께 바닷가 모래밭을 지켜야 한다. 바닷가 모래밭을 지키기 위해서 소송을 하고 시위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바닷가 모래밭이 모두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바닷가 모래밭을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모래밭을 특정인이 독점하는 방식의 상업행위는 확산되기 어려워진다. 지차체들도 허가를 내주는 것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나도 이번에 양양에 직접 가보지 않았다면 바닷가 모래밭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바닷가 모래밭을 빼앗기도 나서야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이 문제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바닷가 모래밭을 지켜야 한다.

=======================

….

보통 녹색평론에서 서너 권의 책 서평을 실어주는데, 이번 호에서는 여섯 권을 소개해 주었단다. 그 중에 아빠는 라리사 짐버로프의 <음식의 미래>와 김해자 님의 <니들의 시간>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더구나. 라리사 짐버로프의 <음식의 미래>는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먹거리에 관한 책이란다. 먹는 것이 곧 우리의 몸이 되니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겠니. 그러면 어떻게 먹어야 할까를 이야기하고, 음식 쓰레기에 대해 대처하면서 지구도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되어 있다고 했어. 지구를 걱정하면서도 먹거리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있다면 읽어볼 만 책인 것 같았어.

김해자 님의 <니들의 시간>은 시집이란다. 아빠가 지난 녹색평론 184호에 실린 김해자 님의 <삼십년 후, 소년 소녀에게>라는 시를 너희들에게 소개해 준 적이 있었잖니. 그 시도 시집 <니들의 시간>에 실려 있다고 하는구나. 그 밖에 시의 언어로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는 것 같았어. 아빠가 시를 많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시집은 한번 읽어보고 싶더구나. 그래서 리스트에 올려 놓았단다.

이상 녹색평론 2024년 봄 호, 185호의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았다. 약간 아쉬운 이번 총선의 결과였지만, 국민의 뜻은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단다. 그렇게 충분히 보여주었는데, 과연 그 분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볼까? 아니면 지금처럼 해온 것처럼 철저히 외면할까? 총선 이후 몇몇 언론에 비친 모습과 인선을 보니 변하지 않을 것 같구나. 아직도 3년도 더 남았구나. 너무 길다.


PS,

책의 첫 문장: 인공지능(AI)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이다.

책의 끝 문장: 그래야 정치적 승리도 사회경제적 발전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에는 에너지가 끝없이 요구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보를 전송하고 보관하고 처리하는 기반시설은 지금껏 인류가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기계인데 지금도 시시각각 빠른 속도로 비대해지고 있다. 2025년이 되면 데이터 처리를 위한 설비가 잡아먹는 전력이 전 세계 전력 소비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거기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세계 전체 배출량의 5%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다. 미국 환경사회학자 리처드 요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원들이 늘어나서 예전보다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비중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화석연로 소비가 줄어들고 있지는 않다. 생산되고 있는 에너지 총량이 확대되고 있을 뿐이다. 2023년에 전 세계 석유 수요는 역사상 최대치에 이르렀고, 인구 1인당 전력 소비량도 정점을 찍었다. (모든 에너지원으로부터의) 에너지 소비는 꾸준하게 해마다 1~2% 증가하고 있다. - P6

기술과 법에 의존하는 태도는 오히려 다양한 우회로와 부작용을 만들어낼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 인지능력은 기술과 달리 거의 진화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싱크 어게인>에서 "대상이 물건일 때 사람들은 열정을 다해 업데이트하지만 대상이 지식이나 견해일 때는 기존 것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개발한 도구는 인간지능을 넘어설 정도로 똑똑하고 강력해졌지만 인간은 그 똑똑한 도구에 압도당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람은 살아가는 ‘양복 입은 구석기인’으로 불린다. 하버드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류의 진짜 문제는 인간 정서는 구석기 시대에, 제도는 중세에 머물러 있는데 기술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 P20

디스토피아는 ‘인공지능 대 인간’의 전쟁이 벌어지는 미래가 아니라, 권력을 흡수한 거대기업이 인공지능을 내세워 시민(노동자)을 일터에서 내쫓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현재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가장 먼저 뿌리쳐야 할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 이상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현대판 애니미즘’ 신앙이다. 김진석에게서도 얼핏 볼 수 있었던 이런 신앙의 문제점은 인간의 문제를 인간의 가치(인문적)로 푸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항상 해결책이라는 기술우월주의의 품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그럴수록 인간은 점점 인공지능의 볼모가 된다. - P40

경기 수도권은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시한폭탄 같다.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가는 지역의 생태환경을 우회적으로 증거하는 척도이다. 개발수익이 나면 그 개발수익 전체를 다시 자연을 정화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에 쏟아부어도 제로포인트에 근접하지 못할 지경인데, 그 수입을 또다른 개발을 위한 개발에 투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한다면 지역의 정치인들이나 단체장들은 인사말을 이렇게 열어야 할 것이다-플라스틱 사용을 줄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줄이고 친환경농법 예산을 늘립시다, 일정량의 탄소배출 업체는 앞으로 우리 지역에 발 디딜 수 없도록 합시다, 지금 당장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들의 미래는 없습니다. - P108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과연 기업이 주도하는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은 이미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정된 현행 농식품체계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화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농기계를 사용하는 정밀농업은 에너지와 투입재 사용을 줄이면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 더 많은 실증적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례들을 통해 도출되는 답은 ‘아니요’에 가깝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투입재에 대한 농민의 의존성을 높이고, 농민의 권리와 자율성을 침해할 공산이 크고, 에너지와 투입재 사용을 줄인다는 증거도 불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농업분야의 금융화화 농민의 부채,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탈숙련화를 가져오고, 이들에 대한 착취, 감시가 확대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P154

첫째는 음식물 ‘업사이클링’이다.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은 인구에 비해 모자라지 않는다. 그런데 어마어마한 양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 문제다. 맛과 영양에 문제가 없지만 크기와 모양이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농장에서 그냥 썩어가는 작물의 양이 상당하다. 슈퍼마켓의 냉장고에 있다가 버려지는 음식들은 가공과 유통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폐기할 때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옛날 분들은 "음식 남기면 천벌 받는다"고 하셨다. 이제 이 말은 은유가 아니라 사실이다. 인류가 버리는 음식들로 기후변화와 생태재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것을 천벌이라고 한다면 받아 마땅한 천벌이다. 멀쩡한 음식을 버리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생산과 유통 기술을 더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런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가장 먼저 연구해야 한다. - P2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리랑 6 - 제2부 민족혼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조정래 님의 <아리랑> 6권을 이야기해줄게.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리랑>은 너희들도 나중에 꼭 읽으면 좋겠구나. <아리랑>을 통해 일제 시대 역사를 알 수도 있는 좋은 기회는 당연한 것이고, 우리나라 지리에 대한 묘사도 정말 아름답게 하시는 것 같단다. 그런 부분이 여러 곳 나오는데, 오늘은 백두산과 압록강에 대한 묘사한 부분을 소개해 줄게. 어떻게 하면 이런 문장을 뽑아낼 수 있을까.

====================

(9)

양쪽 강변에 완만하고 묵직한 자태로 뻗어나가고 있는 산줄기는 진초록으로 치장한 몸을 압록강에 그림자로 담그고 있었다. 느린 파도의 굽이침처럼 봉우리 봉우리를 이루어나가고 있는 그 긴 산줄기는 동쪽으로 가면서 점점 높아지고 억세지면서 그 모습을 아스라하게 감추고 있었다. 그 산줄기를 따라서 따라서 가면 이르게 되는 곳, 그곳이 백두산이었다. 그러니까 압록강 양쪽으로 뻗어내리고 있는 산줄기는 사방팔방으로 뻗치고 있는 백두산의 서쪽 일부 자태였고, 압록강 철교 부근에서 자취를 감추는 산줄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드리워진 백두산의 머리카락 그 한오라기 끝이었던 것이다.

====================

이 책을 읽다 보면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는데, 우리나라 함경도에 프랑스 파리 식으로 만든 도시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단다. 물론 아빠가 <아리랑> 20여 년 전에 한번 읽었으니 그때도 알았을 텐데, 다 까먹어 버렸으니 처음 알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지. 나남의 옛 사진을 좀 찾아봤는데, 서양식 건물이 몇 개 있는 것 같은데, 파리식으로 보일만한 사진은 찾기 어렵구나.

====================

(14)

나남은 프랑스의 수도 파리식으로 꾸며졌다고 했다. 나남은 그야말로 군대가 중심이고 군이니 주인인 도시였다. 군사업무를 총괄하는 건물이 시가지 중앙에 크게 자리잡고 있었고, 바로 그 옆에 있는 원형공원을 중심으로 해서 일곱 개의 도로가 방사선으로 곧게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도로들에서 다시 가지를 치며 다른 도로가 뻗어나가기도 했다. 나남은 억센 산줄기 많기로 유명한 함경북고의 산들로 에워싸여 있는 자연요새 같은 분지였다. 그 궁벽한 오지에 어찌 그리 멋들어진 서양식 건물들을 즐비하게 세워 도시를 이루어낸 것인지 양치성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그런데 나남에서는 조선사람들의 집이라고는 기와집이든 초가집이든 간에 단 한 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온통 서양식 관공서들과 일본식 상점이나 집들로 차 있는 것을 양치성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군산이 개명한 줄 알았는데 군산은 나남에 댈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의문은 한마디의 설명으로 쉽게 풀렸다. 일본군이 처음 나남에 주둔한 것은 노일전쟁이 끝나면서였고, 그때 나남은 조선사람들 30호 정도가 마을을 이루고 산 한촌이었다는 것이었다. 그 뒤로 10년 세월 동안에 순전히 일본사람들 손으로 새 도시가 꾸며졌으니 한옥이 있을 리 없었다.

====================

이제 본격적으로 <아리랑> 6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6권이 제2부 민족혼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구나. 일본 정보부 소속 양치성은 장사꾼으로 위장하여 만주로 떠난단다. 만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립군 조직을 색출하기 위함이지. 그 만주땅에는 송수익도 가명으로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어. 대놓고 독립운동을 할 수 없어서, 겉으로는 대종교로 활동하면서 실제로는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어. 국내에서 살기 어려워진 백성들이 만주로 밀려들었는데, 이 중에는 밀정도 있었어. 그래서 새로 오는 사람들은 아주 철저하게 조사를 했고, 밀정으로 밝혀진 이들은 가차없이 죽였단다. 백성들이 만주에 정착한 마을은 통하현, 유하현, 해룡현 등으로 계속 늘어났단다. 그 와중에 대종교 교주였던 나철의 자살 사건이 있어서 독립운동이 위축되기도 했어.

====================

(27)

나철은 유서 <순명삼조(殉命三條>를 통해 자신이 왜 목숨을 바치는지를 밝히고 있었다. 첫째 배달민족의 번성이 걸린 대교를 위해 죽는 것이며, 둘째 한배님의 은혜를 갚지 못한 죄로 한배님을 위해 죽는 것이며, 셋째 온 천하의 동포 형제자매가 암흑세상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대신 죽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계기로 하여 대종교가 더욱 번창하고, 그 힘으로 일본을 물리쳐 배달민족이 광명을 되찾기를 소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

..

한편, 국내에서는 군자금 조달을 하려는 노력이 이어졌어. 박상진이라는 사람은 대한광복단을 만들어 친일 부자들에게 경고 편지를 보내고 강제로 돈을 빼앗는 과감성을 보이기도 했어. 주색잡기에 빠진 정재규도 그 경고편지를 받았단다. 그 편지를 받고 겁을 잔뜩 집어 먹은 정재규는 주재소를 찾아가 신고를 하고 신변 보호 요청을 했어. 주재소는 이에 서무룡 일당을 보내주었단다. 서무룡 기억나지? 깡패 집단을 만들고 자신이 오야붕이 된 사람. 도둑을 지키겠다고 집안에 깡패 무리들을 끌어들인 거야. 서무룡 일당들은 정재규의 집에 와서 오히려 온갖 횡포를 부리고, 집을 지켜준다고 큰 돈을 요구하기도 했어. 정재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서무룡의 요구를 들어주었단다. 박상진의 대한광복단은 대구에서 육혈포 강도단 사건으로 친일 부자들을 죽이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얼마 못 가 체포 당하고 말았단다.

 

1.

일제의 탄압은 점점 심해져서 사사건건 통제를 했어. 당시 전국에 서당이 만여 곳이었는데, 일제는 서당 폐쇄법으로 강력 규제를 했단다. 서당을 중심으로 민족의식을 높이려던 노력도 더 이상 할 수 없었어.

불쌍한 보름이도 생각나지? 장칠문이 첩으로 두었다가 일본의 사찰과장 세키야에게 빼앗겼잖아. 보름이를 서무룡이도 탐내고 있었는데, 서무룡은 보름이가 혼자 있을 때를 틈 타 찾아와 겁탈했단다. 정말 나쁜 사람들이란다. 불쌍한 보름이는 세키야의 아이를 임신했어.

정재규, 정상규, 정도규 삼형제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려줄게. 크게 바뀐 건 없어. 정재규는 여전히 주색잡기로 정신을 못 차리고, 정상규는 재산을 불리는데 혈안이 되어 소작인들을 엄청 괴롭혀서 소문이 났지. 정도규는 이 두 형들을 못 마땅해했고, 자신은 일본에 유학을 하면서 다른 유학생들과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했단다.

다시 만주의 밀정 양치성 이야기를 해줄게. 양치성은 밀정 검사를 통과해서 송수익이 살고 있는 마을 잠입에 성공했단다. 장사꾼을 위장하여 그 마을을 수시로 드나들었어. 그런데 그 사악한 밀정도 보는 눈이 있는데, 그만 수국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단다. 자신이 밀정 일로 그 마을에 오는지, 수국을 보러 오는지 스스로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어. 수국에 반한 사람은 양치성 뿐만 아니라, 수국의 동생 방대근의 친구인 김시국도 수국을 좋아했단다. 김시국은 수국에게 고백을 했지만 수국은 거절했어. 예전에 그 일 이후 남자들을 너무 무서워하고 거부했단다.

한편, 송수익은 방대근, 김시국 등과 함께 무기를 얻기 위해 연해주에 왔단다. 당시 연해주는 러시아 혁명 이후 백군과 적군이 내전을 벌이고 있어서 혼란의 시기였어. 연해주에서 공산주의 활동을 하던 조선 청년들도 이 내전으로 혼란을 가져왔어. 연해주의 이런 혼란으로 무기를 목표량에 한참 미치지 못했단다. 만주에서는 독립운동은 점점 무르익고 있었고 1918 11 18일 만주에서 독립선언을 발표했단다.

====================

(120)

만주땅의 가을은 너무 짧아 9월로 접어들면서 며칠 간 가을빛이 스치는 것 같으면서 나뭇잎들이 와짝 단풍이 들었다. 그 단풍들도 며칠이 못가 낙엽 지며 10월의 문턱에서 얼음이 얼었다. 그리고 설한풍이 몰려오는 11월의 만주땅에 뜻밖의 열풍이 일어났다. 독립지사 39명의 이름으로 <대한독립선언서>가 발표된 것이었다. 그 독립선언서는 만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박은식 신채호 박규식을 대표로 하여 중국 전역을, 이동휘 이범윤 등을 대표로 하여 노령 일대를, 박용만 안창호 이승만을 대표로 하여 미주지역까지 포괄하는 그야말로 범민족적 대표성을 확보한 최초의 대한독립선언서였던 것이다. 1918 11 13일 터져오른 함성이었다. 사람들은 그 선언을 무오(戊午)독립선언이라고도 불렀다.

====================

그리고 1919 2 8일에서는 도쿄에서 유학생들 중심으로 독립선언을 발표했단다. 이때 주도한 백관수라는 사람인데, 그가 남긴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꾸나.

====================

(135)

백관수 : ……오족(吾族)은 생존의 권리를 위하여 모든 자유행동을 수()하여 최후의 일인까지 자유를 위하여 열혈의 투쟁을 불사할 것이다. …… 일본이 만약 오족의 정당한 요구에 응치 않으면 오족은 일본에 대하여 영원히 혈전을 선언하겠다. …… ()에 오족은 일본 또는 세계 각국이 오족에게 민족자결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요구하여 만불성(萬不成)하면 오족은 생존을 위하여 자유행동을 취하여 오족의 독립을 기성(期成)할 것을 선언한다.

====================

<아리랑> 6권에는 삼일운동에 대한 전개 과정을 상세히 잘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삼일운동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란다. 앞서 이야기했던 만주에서의 독립선언, 도쿄에서의 독립선언이 영향을 주었고, 국내외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3.1운동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거야. 드디어 1919 3 1일 종로에서 3.1 운동의 횃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단다. 33인의 민족대표들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였으나 실제 백성들이 모여 있는 종로에는 나타나지 않았단다. 그들의 비겁함은 아빠가 작년에 읽은 <만세열전>에서도 이야기 주었지. 그래서 학생들 중심으로 만세 운동이 전개되었어.

공허 스님도 그 현장에 있다가 이 큰 물결을 전국으로 퍼트려야겠다고 생각하여 군산으로 독립선언서를 들고 내려갔단다. 공허 스님이 군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군산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만세 운동을 하고 있었어. 송수익의 첫째 아들인 송중원도 만세 운동에 참가했어. 이 만세운동은 전국적으로 퍼지게 되었는데, 대부분 학생들과 농민들이 주축이 되어 전개되었다고 하는구나.

땅을 일제에 빼앗겨 되찾는 것을 도모하고 있던 박건식, 김춘배도 만세 운동을 통해서 땅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단다. 무리들을 이끌고 주재소까지 밀고 갔는데 일본 경찰들도 강경 대응하였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김춘배도 칼에 찔려 죽고 말았단다. 뿐만 아니라 경찰에 잡힌 만세꾼들은 공개 처형을 당했단다. 만세꾼들도 밤에 친일파 지주들을 습격하곤 했단다. 호남 친화회 회장인 악질 백종두도 습격을 당해 중상을 입고 며칠 지나 숨지고 말았단다. 소설 속에서라도 친일파들이 이렇게 처단되는 것이 시원하더구나.

 

2.

수국의 미모는 중국인 지주까지 반하게 하여 수국을 첩으로 삼으려고 했어. 송수익이 잘 설득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단다. 결국 감골댁, 수국, 방대근은 야반도주하기로 했단다. 송수익이 추천장을 써주어 대근의 식구들은 북간도 용정으로 또 이주했단다. 방대근은 대한정의단에 가입하여 독립운동을 했고, 감골댁와 수국도 대한정의단의 살림을 도와주었어.

여자에 눈이 멀면 세상 끝까지 쫓아오는가 보구나. 먼저 방대근의 친구 김시국이 수국을 찾아왔단다. 수국은 여전히 김시국의 구애를 거절했어. 얼마 후에는 장사꾼으로 위장한 양치성까지 찾아왔단다. 양치성은 김치국이 수국에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납치해서 죽여버렸단다.

만세 운동은 국내뿐만 아니라 만주까지 퍼졌단다. 3.1운동 이후 서간도와 북간도에서는 많은 독립단체들이 생겨났단다.

====================

(213)

본국에서 3.1 만세가 일어나고 그 불길이 서간도로 옮겨 붙자 북간도의 여러 단체들은 만세시위를 계획했다. 그 단체들은 대종교의 중광단, 기독교계의 간민회, 공자를 모시는 공교도, 성리교 단체 등이었다. 그들은 시위가 벌어진 그날 저녁 연길현 국자가에서 통일조직으로 조선독립기성회를 결성했다. 그리고 4월에 접어들어 명칭을 대한국민회로 바꾸면서 조직을 개편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기독교인들이 간부직을 장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광단에서는 그 사태를 묵과하지 않았다. 외래 종교에 대해서 비판적인 대종교들로서는 기독교인들의 그런 독주를 용납할 수 없었고, 또 그동안 많은 학교를 세우고 무오독립선언을 추진하는 등 북간도의 독립운동을 주도해 왔던 중광단의 명예를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중광단은 5월에 대한국민회를 탈퇴하여 대한정의단을 결성한 것이다.

====================

많은 독립단체들이 생기도 하니, 지향하는 바도 다른 경우도 있는데, 그 단체들 중에는 나라를 되찾으려는 목표가 다시 임금을 받들기 위해서라는 단체도 있었어. 그런 걸 복벽주의자들이었는데, 송수익은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 임금 중심의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새로운 나라는 백성들이 주인이 되는 나라여야 한다고 생각했어. 아빠도 송수익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한다.

만주에서 불이 붙은 독립 운동은 무장투쟁으로까지 이어졌단다. 홍범도 장군이 이끈 봉오동 전투의 승리는 많은 백성들의 가슴을 뛰게 했단다. 봉오동 전투에서 패배한 일본은 비겁한 복수를 했단다. 원래 일본 경찰은 만주에 직접 들어오지 못하는데, 훈춘 사건을 조작하여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일본 경찰과 군인들이 만주로 들어와서 독립군들을 토벌하기 시작한 거야. 이때 많은 독립군들이 죽었단다. 송수식의 부하이자 필녀의 남편이었던 배두성도 이때 죽고 말았단다.

하지만 이런 일제의 만행에도 여의치 않고 독립군은 또 하나의 전투를 준비했는데 바로 청산리 전투였단다. 홍범도 장군과 김좌진 장군 등이 주도한 이 전투에서도 일본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단다. 방대근도 북로군정서 소속으로 이 전투에 참가했단다. 청산리 전투 이후에 일본은 더 잔혹한 복수를 감행했단다. 조선 민간인들을 마구 죽인 거야. 1920년이 육십갑자로 경신년이었기 때문에 일제의 이 만행을 경신참변이라고 부른단다. 양치성은 이 때가 수국이를 차지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 수국의 어머니 감골댁을 죽이고 수국이를 뒤로 빼돌린 다음 자신이 보호해준다는 척 하면서 수국을 차지하게 된 거야. 소설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겠지만, 양치성이란 놈은 제발 고통스럽게 죄값을 치렀으면 좋겠구나.

요즘 들어 더욱 친일파들이 더 극성인 것 같아 열 받는단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이 없는데, 정부 인사들이나 정치인들 중에 역사를 잊은 이들이 많은 것 같아 걱정이 되더구나.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압록강은 여름답게 강폭이 넓어져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독립군이 밀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풍문과 함께 사람들은 그 대학살을 경신참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동회는 향촌 어디에서나 저마다 운영하는 마을사람들의 모임이었다. 동네마다 당산나무가 있듯 동회가 없는 마을은 없었다. 동회에서는 마을을 위해 서로 힘을 모아야 하는 대소사에서부터 공동의 질서와 규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모임이었다.
동네제사 날짜, 계모음, 두레와 품앗이 순서, 농로나 수로 보수의 부역, 명절놀이 계획, 예절과 풍기, 각종 부고, 남녀 품삯, 구휼 같은 것을 결정해서 서로서로 힘을 합쳐 돕고 마을이 화목하고 평온하게 유지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 여러가지 마을일들을 결정하는 기본이 되는 규범이 바로 향약이었다.
- P84

윤철훈은 앉음새를 고치며 목례를 차리고는, "제가 동지들을 만나고자 한 뜻을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여기 연해주는 사태가 급박합니다. 일본군은 반혁명군인 백군을 지원하는 동시에 우리 조선 사람들을 회유하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조선사람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적군을 지원하면서 일본군을 치는 빨치산투쟁을 전개하는 것입니다. 그건 소비에트 혁명을 돕는 길인 동시에 우리 조선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일본군들을 연해주에서 몰아내야만 우리의 독립투쟁지를 회복하게 됩니다. 또한 우리가 혁명을 도와야 혁명이 완수되면 소비에트는 식민지 약소민족의 해방선언에 입각해 우리의 독립을 한층 더 적극적으로 돕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청년단을 조직했고, 단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 동지들이 오셨다기에 인사도 드릴 겸 해서 찾아뵌 것입니다." - P109

"예, 그 말언 맞구만요. 허나 독립단체라고 혀서 다 똑겉지가 않다는 것얼 명백허니 알아둬야 헐 것이구만요. 시방 독립운 단체덜언 서로 다른 두 가지 주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디, 그것이 무엇인고 허니 보황주의허고 공화주의로구만요. 요것이 무신 뜻이냐 허면 우리가 뺏긴 나라럴 되찾자고 독립투쟁얼 허기넌 허는디, 누구럴 위허는 어떤 나라럴 세울 것이야 허는 중대서럴 논허는 것이올시다. 다른 말로 복벽주의라고도 하는 보황주의넌 나라에 주인언 임금이니 독립운동도 임금얼 다시 받들기 위해 해햐 헌다는 것이고, 공화주의넌 그 반대로 나라에 주인언 백성이니 독립운동도 온 백성의 뜻얼 받드는 나라럴 세우기 위해 해야 헌다는 것이오. 우리 군정부에서넌 공화주의럴 내세우는 것이고, 아까 그 대한독립단언 복벽주의럴 내세움스로 여러분덜얼 끌어갈라고 헌 것이구만요. 그러니 쌈이 안 일어날 수가 있겄소?" - P203

11월의 만주는 한겨울이었다. 북풍은 칼날이었고, 하늘도 땅도 다 얼어붙어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엮어내는 소문이나 소식들은 전혀 얼어붙을 줄을 모르고 싱싱하게 살아움직이고 있었다. 서간도의 군정부가 명칭을 바꾸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새로 붙인 이르이 서로군정서(西路軍政署)라고 했다. 그 까닭인즉 상해임시정부에서 여운형을 파견하여 군정부도 상해임시정부에 통합해 줄 것을 요청했고, 군정부의 총재 이상룡은 하나의 민족이 두 개의 정부를 가져서야 되겠느냐고 간부들을 설득하여 <군정부>라는 명칭을 양보한 것이라 했다. 그것은 곧 상해임시정부를 유일 정부로 인정함과 아울러 그 위상을 높여주는 조처였던 것이다. - P219

그 노랫소리는 금방 독립군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많은 목소리들이 그 노랫소리에 합해졌다.

기다리던 독립전쟁 돌아왔다네

노랫소리는 모든 독립군들의 마음을 끌어잡으며 뒤흔들고 있었다. 노래는 마침내 합창이 되었다.

이때를 기다리고 십년 동안데
갈았던 날랜 칼을 시험할 날이
나아가세 대한민국 독립군사야
자유독립 광복함이 오늘이로다
정의의 태극 깃발 날리는 곳에
적의 군대 낙엽같이 쓰러지리라

탄환이 빗발같이 퍼붓더라도
창과 칼이 네 앞을 가로막아도
대한의 용장한 독립군사야
나아가고 나아가고 다시 나아가라
최후의 네 핏방울 떨어지는 날
최후의 네 살점이 떨어지는 날
네 그리던 조상나라 다시 살리라
네 그리던 자유꽃이 다시 피리라
- P2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처한 경제 이야기 3 : 금융 편 - 돈이 흐르는 원리 난처한 경제 이야기 3
송병건 지음, 매드푸딩 그림 / 사회평론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송병건 님의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경제 이야기> 마지막 3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3권의 부제는 <금융 편>이란다. 경제 공부 좀 해보겠다는 일반 사람들의 목표는 금융이 아닐까 싶구나. 자신의 돈을 잘 투자해서 불리려는 것은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본능이 아닐까 싶구나. 그렇다면 금융이란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먼저 금융이라는 용어의 한자어를 풀어서 설명했단다.

=====================

(21)

대부분의 용어는 어원만 제대로 알아도 의미를 거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금융도 마찬가지예요. 금융은 한자로 금 금()자 녹일 융()자를 써요. 여기서의 금은 광물 금(gold)이라기보다 돈을 뜻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융의 경우 좁게는 녹인다는 뜻이지만, 크게는 기존과 다른 상태로 변화한다는 의미에서 융합’, ‘융통성등에 쓰이는 한자고요.

=====================

위에서 설명한 것에 따르면 금융이란 돈을 적절한 곳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구나. 돈을 적절하게 흐르게 하다 보니, 주식회사도 생겨나고 은행도 생겨나고 보험도 생겨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금융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은행이 아닐까 싶구나. 은행(銀行)도 한자어로 풀이해 보면 은이 오가는 가게라는 뜻이 되고, 17세기 중국에서 은을 화폐로 사용하여 만들어진 말이라도 생각하면 돼. 은행의 영어 단어인 ‘bank’는 원래 탁자라는 뜻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하는구나. 탁자에 앉아 귀금속을 대출해주던 대출업자에서 유래되었다고 해.

그럼, 은행은 무엇으로 돈을 벌까? 예대마진이라는 말이 있는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득을 의미한단다. 그러니까 돈을 보관해주면서 주는 금리는 적게, 돈을 빌려주면서 받는 금리는 많게 해서 이윤을 만드는 거야. 은행에는 보통 사람들이 가는 일반은행, 농협이나 수협 같은 특수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은행, 그리고 금융기관만 상대하고 화폐를 만들어내는 중앙은행이 있단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은 한국은행이야. 이렇게 은행은 크게 일반은행, 특수은행, 중앙은행이 있단다. 그렇다면 저축은행은 어디에 속하지? 저축은행은 은행이라기보다 일반회사에 가깝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문제가 생겼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범위도 다르다고 하는구나.

=====================

(33)

저축은행은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회사에 가깝습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이 차이를 모르지만 구분할 필요가 있어요. 은행인지 아닌지에 따라 문제가 생겼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범위가 다르거든요. 은행은 사회 공익적인 업무를 일부 담당하는 만큼 국가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습니다. 대신 관리 감독을 열심히 받아야 하고요. 은행 아닌 금융기관에는 그런 혜택을 주지 않는 대신 규제를 좀 더 느슨하게 적용하죠. 아무튼 이처럼 우리 주변엔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이 생각보다 많고, 보험사도 그중 하나예요.

=====================

보통 돈(화폐)는 한국은행에서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요즘 시대는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란다. 일반은행에서 돈을 만들어낸단다. 그것을 신용창조라고도 한단다.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돈보다 몇 배의 돈을 빌려줄 수 있기 때문이야. 예금을 맡긴 사람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지만 않는다면 가능하거든.. 이 이야기는 아빠가 예전에 다른 책을 읽고 이야기해준 것 같구나. 아무튼 이 일로 인해 시중에 통화량은 계속 늘어나고 그로 인해 인플레이션도 생기고, 잘못하면 뱅크런으로 은행이 망할 위험도 있는 것이란다. 하지만 그런 리스크 없이 은행은 운영한다면 이익을 내기 쉽지 않지.


1.

금융의 기반은 뭐니 해도 , 화폐란다. 인류 역사와 함께 화폐의 역사는 함께 했는데, 그 동안 화폐로 쓰인 것들을 보면 희소성과 내구성을 갖춘 것들이었어. 대항해 시대까지는 은이 국제 화폐로 쓰였는데, 은은 아메리카에서 채굴되어 유럽으로 이동했고, 유럽 사람들은 중국과 인도로부터 차와 도자기 등을 구입하면서 은은 중국과 인도로 이동했단다.

금이나 은이 희소성과 내구성을 갖추면서 오랫동안 화폐 역할을 했는데, 점점 늘어나는 통화량에 금과 은이 부족하게 되었어. 그래서 지폐가 생겨나게 되었다는구나. 하지만 초기 지폐는 금과 교환할 수 있는 교환증 역할을 했어. 그런 것을 금본위제라고 했어. 하지만 이것도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점점 사라졌어. 국가에서 인정해주는 화폐, 신용화폐가 등장을 했단다. 그렇게 되자 신용화폐가 많이 찍어대면서 인플레이션이 자주 발생하게 되어,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신용화폐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임무를 주었단다.

처음으로 생겨난 중앙은행이 영국의 잉글랜드은행이라고 하는구나. 중앙은행의 가장 큰 역할을 화폐를 적절하게 찍어내는 거라고 했는데, 많이 찍으면 인플레이션이 오고, 너무 안 찍으면 경기 불황인 디플레이션이 오게 된단다. 정부는 경제라는 것은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에 발맞춰 완만하게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한다고 하더구나. 요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구나.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말이야.

인플레이션이 생기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 투자와 소비가 증가하면서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란다. 투자가 증가하려면 금리가 낮아야 하겠지. 그래서 보통 금리가 낮으면 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단다. 인플레이션의 원인 두 번째, 생산의 비용이 비싸지면서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이고 세 번째는 경제 상황이 악화되어 화폐 자체의 가치가 하락하여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하는구나. 네 번째는 사람들의 경제 호황에 대한 기대로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있대. 이렇게 인플레이션이 오게 되면 정부는 이것을 조절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금리를 조절하는 방법이 있대.. 앞서 이야기했지만 금리가 낮아지면 인플레이션이 오니까, 반대로 금리를 높이면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단다. 그러나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으니, 그 조절을 잘 해야겠지.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질 때 뉴스를 보면 양적완화 정책을 한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단다. 양적완화란 무엇이냐면, 기준금리를 내릴 만큼 내려도 살아나지 않을 때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여 시장에 돈을 좀더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말한단다.

이번에는 환율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먼저 환율을 읽는 법부터 알아보자. 환율을 이야기할 때 보통 두 나라의 통화를 붙여서 이야기한단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라고 말을 쓰지.. AB 환율이라고 할 때 B를 기준으로 한 A의 값을 뜻한단다. 그러니까 원달러 환율은 1달러가 우리나라 돈으로 얼마인지를 이야기할 때 써. 최근 원달러 환율이 많이 올라서 1400원까지 육박하고 있구나. 예전에는 나라간 환율을 고정해서 사용했다는구나. 달러만 금과 연동하고 나머지 통화들은 달러에 고정 환율로 했대. 그런데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인 달러와 금의 연동을 중단하기로 했어. 그리고 페트로달러 시스템이라고 달러로만 석유를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대. 강대국의 횡포라는구나.

그렇게 달러에 의존하는 시스템이 되다 보니, 각 나라의 통화는 경제 사정에 따라 달러 값어치가 달라지게 되었어. 변동 환율로 변하게 되었고, 환율에 따라서 경제 사정이 수시로 바뀌게 되었단다. 중앙은행이 의도적으로 환율을 조정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원화를 사고, 달러를 팔기도 했다는구나. 그래서 IMF의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2.

, 이번에는 주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게. 주식은 합법적인 도박이라고 부를 정도로 잘못하게 되면 크게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단다. 물론 잘 하면 큰 돈을 벌 수도 있고 말이야.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 주식을 하다 보면 배당이라는 용어를 듣게 되는데, 배당이라는 것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회사마다 배당금 규모도 다르기 때문에 어떤 투자자는 배당금을 많이 주는 회사만 골라서 투자하는 이들도 있어. 그 밖에 주식에 관한 용어들과 증권사가 하는 일들을 설명해주었는데,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들이라 패스할게.

금융 투자 중에 펀드라는 것이 있어. 펀드는 여러 투자자의 돈을 모아 전문가가 대신 투자해주는 금융상품으로 정말 많은 펀드 종류가 있단다. 펀드도 원금 보장이 안되고 있어서 펀드 투자를 할 때 잘 선택을 해야 한단다. 펀드의 성격에 따라서 분류가 되는데, 그 중에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라는 것이 있어. 용어는 많이 들어봤는데 어떤 것인지 잘 몰랐단다. 사모 펀드는 소수의 개인투자자를 모아 만든 펀드를 말해. 헤지펀드는 정확히 모르지만, 주식이 떨어지면 오히려 수익을 얻는 펀드라고 들은 적이 있어. 어떻게 주식이 떨어지면 수익을 얻을 수 있지? 궁금했는데 그것은 헤지펀드가 주로 공매도를 이용한 투자여서 그렇고, 공매도라는 것이 주식을 비쌀 때 빌려서 그 주식을 팔아 현금으로 갖고 주식이 싸지면 그 주식을 다시 사서 주식으로 갚음으로써 차액으로 돈을 보는 것을 이야기한대. 그렇다 보니 주식이 내려가면 이익을 얻는 구조가 나오는 거란다. , 이번에 확실히 이해함.

=====================

(350)

예를 들어 지금의 A사의 주식이 7만 원이라고 칩시다. 증권사를 통해 익명의 누군가에게 7만 원짜리 주식을 빌려서 팔면 7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빌린 주식이니까 나중에 사서 갚아야겠지요? 이틀 뒤에 A사 주식이 4만 원으로 폭락할 때 주식을 다시 사서 빌린 사람에게 갚습니다. 4만 원의 지출이 생긴 거죠. 그럼 주식 한 주를 빌려서 팔고, 나중에 빌린 주식을 갚는 것뿐인데도 7만 원 -4만원=3만원의 차액을 얻을 수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게 공매도입니다.

=====================

또다른 투자로 선물과 옵션이 있단다. 이것도 용어는 들어봤지만 정확히 어떤 것인지 잘 몰랐어. 선물 거래는 미래에 주고받을 물건을 미리 거래하는 것을 말하는데, 선물로 미리 사들인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이익이고, 가격이 하락하면 손해를 보는 구조를 이용하여 투자하는 거야. 옵션이라는 것은 미래에 거래하는 권리를 거래하는 것을 말한대. 용어가 좀 어렵긴 한데, 미래에 어떤 상품을 권리를 계약하는 경우를 콜옵션 매수라고 하고 미래에 어떤 상품을 권리를 계약하는 경우를 풋옵션 매수라고 한대. 그러니까 물건이나 상품을 직접 사는 것이 아니고 살 수 있는 권리, 팔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것이라고 하는구나. 아빠 같은 소심한 사람은 패스해야 할 투자인 것 같구나.

마지막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엄청 핫한 암호화폐란 것이 있단다. 비트코인은 화폐의 발행 근거가 암호 기술인 화폐로, 금처럼 채굴양에 제한이 있고, 엘살바도르 같은 나라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했다는구나. 암호화폐를 이야기할 때 블록체인이라는 말도 자주 듣게 되는데, 이것은 참여자들이 모두 같은 내용의 장부를 가진 채로 연결하는 기술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단다. 암호화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서 아빠도 관련 유튜브를 보긴 했는데, 너무 변경성이 큰 것 같아서 아빠의 성향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단다.

이렇듯 수많은 금융상품들이 있고, 사람들은 그 금융상품들에 돈을 투자하고 있단다. 24시간 쉬지 않고 돈은 계속 움직이고 있지. 맨 처음 이야기한 것처럼 이렇게 돈이 계속 이동하고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금융이란다.

이렇게 3권의 이야기도 해봤단다. 오늘은 특히 독서 편지를 쓰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쓴 것 같구나. 얼른 쓰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책 읽을 시간까지 독서편지 쓰니라 써버린 것 같구나. 기회비용이 적절했는지 모르겠구나. 3권을 통해 아빠의 경제 상식이 얼마나 쌓였는지 모르겠구나. 그래도 경제에 조금은 더 익숙해진 것 같구나. 그거면 됐지, 오늘은 독서편지에 너무 많이 시간을 투자해서 퇴고는 생략하련다. 오타 있어도 양해 바람.


PS,

책의 첫 문장: 인간은 수많은 리듬에 맞춰 살아갑니다.

책의 끝 문장: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사용할 화폐는 어떤 모습일까요?


금본위제 사회에선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비싼 금을 일일이 다 싸들고 다녀야 했으니 위험하고 비효율적이었거든요. 그래서 은행에 금을 넣어두고 금 보관증을 받아 지폐처럼 사용하는 방식이 자연스레 발달한 거예요.
지폐가 있으면 금이 일상에서 사용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도 해결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은행이 금고에 보관 중인 금보다 더 많은 액수의 지폐를 발행하면 돼요. 실제로 금본위제 당시 영국 중앙은행이 보관하고 있던 금의 양은 실제 유통되는 지폐의 액면가액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 P99

결국 본위제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던 거죠.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는데 금과 은의 양은 한정돼 있으니 말입니다. 화폐를 새로 찍기 위해서는 광산을 뚫어 금은을 더 캐거나 국가와 가계, 기업이 금은 생산량에 맞춰 씀씀이를 줄이는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둘 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의 중심이 된 미국이 금 실물을 화폐와 연동하는 일을 시도했습니다만 결국에는 한계를 느껴 포기하게 되죠. - P103

실제로 당시 미국이 보유한 금은 세계 곳곳에 뿌려진 달러화와 교환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1971년 미국 대통령 닉슨은 달러와 금의 교환을 전면 중단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어요. 금과 달러의 연약한 고리가 마침내 끊어진 거죠. 모두가 ‘금 교환증’이라 믿었던 미국의 달러화를 포함해 전 세계의 통화는 이때부터 한낱 종이쪼가리로 전락할 가능성을 안게 됩니다. 돈과 금을 영원히 결별하게 만든 이 사건을 닉슨쇼크라고 합니다. - P242

미국은 어떻게 해서든 달러의 지위를 지키려 하고, 중국은 달러화 대신 위안화로 석유 결제가 되도록 ‘페트로위안 시스템’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통화, 즉 기축통화를 발생하는 나라가 누릴 수 있는 막대한 정치, 경제적 이익 때문입니다. - P252

게다가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는 대부분 자국 내에서 소화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대단히 중요해요. 만약 일본 국채를 해외에서 많이 샀더라면 이미 국가 부도 사태로 이어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족족 일본 중앙은행을 비롯해 보험, 연기금 등이 대부분 사들이고 있어요. 쉽게 말해 일본 기관들의 자금을 정부가 매해 국채를 통해 빨아들이면서 다시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 P276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측정할 수 없다.
- 아이작 뉴턴(추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리랑 5 - 제2부 민족혼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님의 아리랑 5권을 이야기해줄게. 송수익 일행은 만주에 정착하게 되잖아. 우리 백성들은 어디를 가나 논을 일구는 능력자들이란다. 만주에는 버려진 황무지 같은 땅이 많았는데, 중국 사람들은 끽해야 밭이나 일구고 그랬어. 그런데 우리 백성들은 그곳에 논을 일구었단다. 물을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에 논을 일구는 것이 훨씬 힘든 일이야.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조선사람들은 메기라는 부르기도 했대. 부작용은 그렇게 논으로 일구고 나니 중국 땅주인이 뒤늦게 나타나서 소작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으니 우리 백성들은 또 얼마나 가슴 아팠겠니.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 중국 땅주인과 잘 협상하는 것뿐이었어.

================

(20)

중국사람들은 만주의 조선사람들을 <메기>라고 불렀다. 한사코 물가를 찾아가 논을 일구기 때문에 붙인 별명이었다. 그런 별명을 붙여 놀리는 것은 중국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는 표시이기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중국사람들은 조선사람들이 만주로 건너오는 것을 노골적으로 싫어했다. 자기네들의 농토가 줄어들까봐 갖게 된 적대감이었다. 그런데 조선사람들은 밭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저 물 가까운 습지나 저지를 찾아다니며 논을 일구어냈던 것이다. 그러자 밭농사밖에 지을 줄 모르는 중국사람들은 마음이 편안해진 것이었다.

================

만주 땅으로 많은 조선사람들이 넘어오고, 중국 땅이 독립운동의 본거지가 되다 보니, 일제도 독립군을 색출하려는 밀정들을 만주로 보냈단다. 그래서 송수익 일행도 새로 정착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했단다.

이번에는 죽산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야기해줄게. 4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죽산면의 땅은 일본인 농장주 하시모토와 죽산면 면장 백종두가 서로 땅을 차지하려고 보이지 않는 싸움이 있었다고 했잖아. 하시모토는 군산부청에서 일하는 쓰지무라 과장을 찾아가 몰래 백종두의 비리를 고자질했단다. 백종두가 쓰지무라 과장의 이름을 팔아서 권력을 휘두르고 다닌다고 했어. 그렇게 해서 땅을 사들이고 정미소를 지어서 미곡을 독점한다고 했단다. 쓰지무라는 자신의 이름을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났지. 쓰지무라는 당장 백종두를 파면시켰단다. 백종두는 하루아침에 이유도 제대로 모르고 죽산면 면장에서 쫓겨났단다. 그의 더 높은 꿈이었던 군수 자리는 날라가는 것처럼 보였어. 백종두는 면장에서 쫓겨난 이유를 몰랐기 때문에 친하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인 하시모토와 쓰지마루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단다. 그들이 자신을 자른 것도 모른 채 말이야. 꼴 좋더구나.

..

토지조사사업은 거의 다 되었단다. 땅을 빼앗긴 이들은 억울함을 호소해도 알아봐주는 이는 없고, 업무집행 방해로 감옥에 가거나 태형을 맞을 뿐이었어. 그 중에 감옥에 갔던 박병진이라는 사람이 있었잖아결국 박병진은 감옥에서 죽고 말았단다. 박병진의 아들 박건식은 슬픔을 뒤로 하고, 아버지의 유언이나 마찬가지인 자신의 땅을 되찾기 위해 계속 노력했단다.

일제는 독립군 색출하는데 밀정을 심는다고 했는데, 조선인 노동자들 사이에도 바람잡이를 심어 놓고 몰래 의병 활동하는 이들을 색출했단다. 그런 인간 중에 서무룡이라는 자가 있어. 서무룡은 원래 방대근과 함께 부두에서 일하던 노동자였는데, 완전치 일제의 하수인이 되었지. 서무룡이 방대근의 누나인 수국이를 좋아했는데, 방대근 가족들이 모두 만주로 도망을 가버렸잖아.. 그런데 결혼했던 보름이 누나만 국내에 있단다. 손판석 아저씨 가게로 왔다고 했잖아. 기억나지? 그런 보름이를 서무룡이 보고 자신의 마음에 그리던 수국인줄 알고 깜짝 놀랐단다. 보름이와 수국은 자매로 꼭 닮았거든. 이때부터 서무룡은 보름이에게 연정을 품고 매일 같이 찾아왔단다. 그런데 순사가 된 장칠문도 보름이를 보고 반해서 흑심을 품게 되었단다. , 이 나쁜 놈들

보름이만 불쌍하구나. 만주가 너무나 먼 곳이라서 혼자 갈 수도 없고결국 보름이는 장칠문에게 겁탈을 당하고 만단다. 그렇게 보름이는 장칠문의 첩이 된단다. 그러자 어느날은 장칠문의 아내가 보름이를 찾아와 마구 폭행을 했단다. 그리고 서무룡은 수국이에 이어서 보름이까지 빼앗기자 엄청 화를 냈고, 장칠문을 죽일 기회만 노리고 있었단다. 그래 둘이 치고 박고 둘 다 죽어라. 장칠문은 자신의 첩이 예쁘다고 자랑하고 싶었어. 일본인 경찰 계장에게도 자랑을 했는데, 바보 같으니일본인 경찰 계장이 이번에는 보름이를 눈독 들였고, 보름이를 차지하기 위해 장칠문을 오지 중에 오지로 발령 보냈단다. 결국 장칠문은 보름이를 일본인 계장에게 넘기고 오지에 안 갈 수 있었단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지은이 조정래 님께서 보름이를 너무 불쌍하게 만드시는구나. 보름이가 경찰 계장에서 넘어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무룡은 복수 리스트에 경찰 계장도 추가했어. 그리고 자신이 더 힘을 갖는 것은 싸움패가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어. 서무룡이 싸움 하나는 타고 났거든. 그래서 서무룡은 부두일을 그만두고 싸움패의 오야붕이 되었단다. 서무룡은 일본 헌병과도 친해져서 줄을 잇게 되었단다.

 

1.

한편, 신세호는 자신의 딸 하엽과 송수익의 아들 중원을 결혼시키려고 했단다. 친구인 송수익이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데, 자신은 국내에 편히 있다는 죄책감도 있고, 애들이 어렸을 때 크면 결혼시키자는 약속도 있었어. 신세호가 이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단다.

3권에서 나왔던 우체국장 하야가와의 양아들이었던 양치성 기억나니? 양치성은 일본 유학과 일본 정보 학교를 마치고 순사보가 되었단다. 양치성은 신세호를 찾아와 송수식이 어디 있는지 협박조로 물어왔어. 신세호는 송수익이 의병활동 하다가 죽었다고 했단다. 양치성은 계속 신세호를 감시했고, 송중원과 신하엽의 결혼식도 방해했단다. 하지만, 신세호가 잘 대응하여 송중원과 신하엽은 결혼을 하게 된단다.

….

이번에는 하와이의 일을 이야기해줄게. 질투의 화신이자 열등감 만땅인 이승만은 국민회와 국민군단을 이끌었던 박용만을 헐뜯었단다. 온갖 거짓으로 기사를 써댔어. 참 비열한 사람이 아닐 수 없구나.

================

(186)

그즈음에 이승만은 자신이 펴내는 <태평양> 잡지에 박용만이 이끌고 있는 국민군단을 맹렬히 비난해대고 있었다. 그런 소수의 병력으로 일본 세력을 물리친다는 것은 전혀 가망이 없는 철부지한 짓이며 허황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박용만은 불필요한 일을 시작해 동포들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비축한 국민회의 경비를 탕진하고 있다. 조선의 독립을 그런 가망없는 짓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먼저 무식한 동포들을 교육시켜 독립할 준비를 해나가는 동시에 대국인 미국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국민군단은 마땅히 해산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

이승만이라는 이 작자는 정말 기회주의자이자 이기주의자 인 것 같구나. 이런 이승만을 빠는 영화가 얼마 전에 개봉했다고 하는데, 역사 공부를 제대로 했다면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구나. 정말이지 부끄럽기 그지없구나. 박용만은 독립군 양성을 위해 힘써야 하는 시간으로 바쁜데, 이승만의 비난에 대해 반박을 해야 했단다. 그래야 하와이에 있는 동포들이 이승만의 거짓에 넘어가지 않으니까….

================

(187)

그런 이승만의 공격을 받고 박용만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박용만은 국민회의에서 발간하는 <신한국보>를 통해서 이승만의 비방에 맞서고 나섰다. 우리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것이 조선백성들이 무식해서인가 아니면 나라의 무력이 약해서인가. 그런 재론의 여지도 없이 나라의 무력이 허약했기 때문이다. 나라의 힘은 왜 약해졌는가. 나라를 다스리는 벼슬아치들이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층층이 부패하고 타락하면서 국고를 탕진하고 가렴주구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동의 엄연한 사실을 두고 망국의 책임을 어찌하여 백성의 무식함으로 돌리려 하는가. 또한 나라를 되찾는 데 있어서 백성이 무식해서 안된다는 말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저 치욕의 을사보호조약 직후부터 전국토에서 불길처럼 일어난 의병들을 보라. 그들 중에 유식한 양반들이 더 많았던가. 무식한 백성들이 더 많았던가. 무식한 백성들이 열 배가 더 많았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바이며, 끝까지 싸우다 죽어간 사람들도 무식한 백성들이었음을 하늘이 다 아는 바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백성의 무식함을 탓할 것인가. 그리고 또 직시할 바가 있다. 무력을 휘두르는 자들은 무력이 아니고서는 물리칠 수가 없다는 천고의 진리를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왜놈의 무력 앞에 무력으로 맞서지 않고는 나라를 되찾을 그 어떠한 방도도 없다. 무식한 동포들을 교육시켜 가면서 독립을 준비하자고 하나, 교육이란 하루이틀에 되는 것이 아닐 뿐더더, 우리가 교육으로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 동안에 왜놈들은 우리 동포들의 피를 빨아 더욱 강대해질 뿐이며 우리 동포들은 핍박 속에서 갈수로 허약해질 뿐이다. 또한, 우리가 동포들을 교육시켜 모두가 유식해진 10년이고 20년 후에 그때 가서 왜놈들과 학식으로 겨루자고 할 것인가. 물론 교육은 중요하다. 그러나 교육이 조국의 독립을 위한 최선의 방책일 수는 없다. 무력을 양성하면서 동시에 교육을 실시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힘을 빌려 독립을 하겠다 함인데,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허황된 망상인가. 우리와 일본은 원수지간이지만 미국과 일본은 원수지간이 아니며, 우리에게 독립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미국에게 조선의 독립은 강 건너 불일 뿐이다. 미국은 일본과 사이가 나빠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에게 약간은 협조를 할지 모르지만, 전적으로 미국의 힘을 빌려 독립을 하겠다 함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몽상일 뿐이다. 그리고 끝으로 밝히는 바는, 국민군단은 훈련소 낙성식을 최종으로 하여 더 이상 동포들의 혈전(血錢)을 모금하지 않게 되었다. 모든 병사들이 이미 확보된 파인애플농장에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훈련받는 노고 속에서 자립을 구축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이미 이승만이라는 미꾸라지로 인해 하와이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포사회는 혼란에 빠졌어. 아마 이승만은 이걸 노렸을 거야. 결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안창호까지 하와이까지 와서 중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단다. 이승만이 이런 사람이었단다. 남용석과 결혼한 말녀도 이승만을 돕는 일을 했는데, 집안일은 젖혀 두고 이승만 비서로만 일을 했단다. 이 일로 남용석과 말녀의 부부싸움은 끊이질 않았어. 남용석과 말녀의 결혼을 중재해주었던 방영근은 미안할 뿐이었지. 방대근이 말녀에게 따끔하게 충고를 해도 말을 듣지 않았어.

================

(183-184)

나도 무식헌 놈이제만 용석이허고 한고향 동무고 헝께 한마디만 허겄소. 남정네덜이 날마동 땡볕 속이서 일허는 기운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겄소? 하로 세 끄니 밥 지대로 챙겨묵는 디서 나오는 것이요. 아까 밥 한 끄니가 머시가 그리 중허냐고 혔는디, 고것이야 우리겉이 몸띵이 하나 부려감서 묵고 사는 사람덜헌티넌 중허고말고라. 거그서 말허는 것 찬찬이 듣자닝게 이승만 박사가 허는 일언 중허고, 우리겉이 몸띵이 굴리는 일언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말인디, 그 말언 앞뒤가 안 맞는 것이 잘못 되야도 아주 잘못된 말이오. 이승만 박사가 핵교럴 세우고, 잡지럴 내고, 묵고 살고 허는 돈은 다 어디서 나온 것입디여? 하늘서 떨어졌소 땅에서 솟았소? 그 한푼, 한푼이 다 우리 겉은 무식쟁이 농사꾼덜이 사시장철 땡볕 속에서 살가죽이 타들고 뼉다구가 녹아내리게 일혀서 아까운지 몰르고 성금으로 낸 돈이다 그것이오. 막말로 우리가 눈 딱 감고 성금 안 내불먼 판이 어찌 되는지 알기나 허요? 그놈에 핵교고 잡지고 머시고 다 문 닫아걸어야 된다 그것이오. 근디도 이승만 박사가 허는 일만 장허고 우리 겉은 사람이 허는 일언 쥐조도 아닝게……”

방영근은 여기서 멈칫했다. 말을 하다보니 성질이  돋아서 자신도 모르게 상소리가 튀어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방영근은 에라 모르겠다 싶어 내처 말을 해나갔다.

서방 밥얼 굶겨도 괜찮허다 그런 말인갑는디, 고것만언 어디다가 내놔도 편들 사람 하나또 없구만이라. 이승만 박사라고 편들어 주겄소?”

================

 

2.

백종두는 면장 자리에서 쫓겨난 것이 하시모토의 짓이란 걸 알게 되었어. 심한 배신감을 느꼈지만 그에게 덤빌 수 없는 노릇이었어. 면장 자리에서 쫓겨난 백종두는 호남친화회라는 조직을 만들고 자신이 회장이 되었단다. 면장님에서 회장님 소리를 들으니 다시 권세를 찾을 줄 알고 있었지.

당시 경복궁에서 조선물산공진회라는 것이 열려서 전국의 재력가들은 모두 서울로 몰려 들었단다. 이 조선물산공진회는 일제의 신문물을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어떻게 하면 조선을 약탈할까 검은 흑심을 품은 사람들의 행사였던 거지. 조선물산공진회에 소개된 물건 중에 고무신이 최고 인기였다고 하더구나. 그때부터 고무신이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되었다는구나.

공허 스님은 만주에서 얻은 역사책을 국내로 반입을 했고, 그걸 신세호 등에게 주어 필사하게 했어. 신세호는 며칠 밤새 여러 권 필사를 해서 공허 스님을 주면 공허 스님은 다시 다른 야학 선생님들에게 전달해 주었단다. 그렇게 민족의식을 키우려고 노력했단다.

4권에 나왔던 차득보라는 아이 기억나지?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여동생 옥녀는 노래패에 끌려가서, 혼자 옥녀를 찾으러 다니던 차득보. 차득보는 옥녀를 찾으러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결국 거지패에서 들어가게 되었단다. 늙은 거지로부터 장타령을 배워 동냥을 하러 다니면서 지냈단다. 정말이지 한에 맺힌 이들이 너무 많구나. 이것은 누구 때문에 일어난 일들인가. 나라를 팔아먹은 일부 고위 관직자들 때문 아닌가. 그들은 떵떵거리면 배불리 살고 있는데, 백성들의 한()만 쌓여가는구나.

조선총독부 건물은 원래 남산 중턱에 위치했는데, 그들은 조선의 상징인 경복궁 앞자리에 짓기로 결정했단다. 일제는 하루아침에 광화문을 부숴버렸어. 조선 백성들이 그것을 보고 얼마나 울분에 찼을까. 허문 광화문 자리에 조선총독부 건물이 세우기 시작했단다. 아빠도 중학교 때인가 소풍을 경복궁으로 갔는데, 그때 조선총독부 옛 건물이 있었던 것이 기억나는구나. 조선총독부 건물은 1995년에 허물기 시작해서 1996년에 완전히 철거했단다.

, 여기까지가 대충 5권의 이야기란다. 줄여서 한다고 했는데 워낙 많은 비중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책에서 역사적인 교훈도 담겨 있어서 발췌하다 보니 글이 길어졌구나. 오늘도 긴 글 읽느라 고생했단다.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어이, 필려 있능가, 필녀!”

책의 끝 문장: “역시 눈치빠르군. 그럼 말야……”

신세호는 또 신비스러운 변화에 경이감을 느끼며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밤이면 이슬이 내리면서 안개가 끼고, 아침에 해가 뜨면 안개가 걷히는 것은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을 뿐이었다. 그러나 신세호는 그 범상 속에 감추어진 자연의 오묘한 신비와 경이를 갈수록 새롭게 느끼고 있었다. 해의 그 무한한 생명력과 창조력을 새로운 깊이로 생각하게 되고, 만상의 생성과 소멸을 다시금 음미하게 되고, 삶의 소중함과 자연의 고마움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고…… 손수 농사를 짓게 되면서부터 눈과 마음이 더 깊고 넓게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 P102

일본관리들이 조선말을 강습받고 조선으로 건너왔고, 그들이 조선말을 익히려고 애쓴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삼 년 전부터는 함부로 욕을 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러나 관리가 아닌 군인이 더듬거리지도 않고 그렇게 유창하게 조선말을 하는 것을 보고 공허는 새삼스럽게 나라 잃어버린 것을 절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국경지역이라 특별히 조선말을 잘하는 자들을 골라서 배치했다 하더라도 그 충격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나라를 빼앗긴 세월은 그렇게 해마다 달라져 가며 조선사람들의 마음까지 빼앗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 P138

마적떼는 장사꾼들한테만 걱정거리가 아니라 만주땅에 흩어져 사는 모든 동포들을 괴롭히고 위협하는 몹시 흉포한 도둑떼들이었다. 그 마적떼들이 갈수록 불어난다는 것은 왜놈들의 세력이 커지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마적떼들이 동포들의 마을을 기습해서 생명을 살해하고 재산을 약탈하는 것은 그만큼 독립투쟁의 힘을 약화시키고, 따라서 왜놈들을 도와주는 결과가 되는 것이었다. - P143

고무신바람에 들린 것은 특히 여자들이었고, 여자들 중에서도 처녀들이었다. 한 마을에서 고무신을 신은 사람은 한둘에 지나지 않았다. 그 새로 나온 희한한 물건은 값이 너무 비싸 부자가 아니고서는 가질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그 귀한 물건은 그야말로 남자 여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의 관심거리였고 구경거리였다. 그 누구나 고무신을 손에 쥐었다 하면 이리저리 매만져보고, 엎어서 밑바닥을 보고, 고개를 돌려가며 코 안을 들여다보고, 주인의 눈길을 피해 잡아늘여 보고 하는 것이었다. 그 말랑말랑하고 보들보들하고 매끈하게 생긴 고무신을 신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2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처스 크로싱
존 윌리엄스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존 윌리엄스라는 조금은 불운한 소설가가 있단다. 왜냐하면 그가 쓴 소설들이 생전에 빛을 보지 못하고, 사후에 빛을 보고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야. 아빠도 그를 유명하게 만든 소설 <스토너> <아우구스투스>를 읽었는데, 그가 쓴 소설 <스토너> 1965년에 쓴 소설인데, 그가 죽고 난 2010년대 들어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고, 2013년에는 영국의 최대 체인 서점인 워터스톤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단다. 그의 직업이 교수여서 소설은 많이 쓰지 않았다고 하더구나. 네 권. 그가 뒤늦게 인기를 끌게 되자 그의 책들이 뒤늦게 번역 출간되고 있구나.

이번에 아빠가 읽은 <부처스 크로싱>이라는 책은 그가 쓴 두 번째 소설로 <스토너> <아우구스투스>보다 먼저 쓴 소설이란다. Butcher’s crossing. Butcher는 정육점 주인을 뜻하는데, crossing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나 싶었다. 책을 읽다 보니 부처스 크로싱은 지명 이름이더구나. 교차로에 푸줏간이 있어서 그런 지명이 되지 않았을까 싶구나. 존 윌리엄스의 다른 작품인 <스토너> <아우구스투스>는 한 남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는데, <부처스 크로싱>도 주인공이 한 남자란다. 다만 전체 삶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고, 젊은 날 방황하던 시기를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전체적인 평가를 하라고 하면, <스토너> <아우구스투스>보다는 별로였다고 이야기하고 싶구나. 평론가 이동진 님께서 2023년 올해의 소설 중 하나로 뽑은 소설이라 읽기 전에 너무 기대를 했던 탓도 있으리라.

 

1.

때는 미국 1870년대가 배경이란다. 아빠가 이 시설 미국의 역사를 잘 모르지만 대충 상식으로 보자면 남북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고, 사람들이 금광을 위해 서부로 몰려들던 시기인 것으로 알고 있단다. 주인공 윌리엄 앤드루스는 하버드 대학교 3학년이었는데 휴학을 하고 무작정 서부 부처스 크로싱으로 떠났단다. 도시 생활의 무료함과 따분함으로 변화를 주고 싶었던 것 같아. 20대 초반의 나이는 겁 없이 그렇게 도전하기에 딱 좋은 나이지. 10여년 전 아버지의 지인이었던 맥도널드 씨가 부처스 크로싱에서 가죽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무작정 그를 만나러 갔단다.

맥도널드는 멀쩡한 명문대 학생인 윌리엄이 시골 깡촌으로 왜 왔나 싶었을 거야. 윌리엄은 사냥꾼을 소개해 달라고 했고, 맥도널드는 밀러를 소개해 주었단다. 윌리엄은 밀러를 만나고 사냥을 함께 가기로 한단다. 밀러는 험난해서 쉽지는 않지만, 많은 들소를 잡을 수 있는 콜로라도 산악지대로 가려고 했단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무모한 짓이라고 했단다. 밀러가 말한 것처럼 들소가 그렇게 많지 않고 위험하기만 하다고 말이야.

밀러는 며칠 간 사냥 준비를 하고, 함께 떠날 멤버를 찾았어. 그렇게 해서 리더인 밀러, 완전 사냥 초보자 윌리엄, 마차를 끌 찰리 호지, 가죽 벗기는 전문가 슈나이더가 한 팀이 되었단다. 이 부분까지 읽으면서 아빠는 소설 <모비딕>과 조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망망대해 죽을지도 모를 곳으로 고래를 잡으러 떠나는 주인공들과 험난한 산악지대로 들소떼 사냥을 잡으러 떠나는 주인공들

밀러가 사냥 준비를 하는 동안 윌리엄은 호텔에서 머물렀는데 그때 술집에서 알게 된 프랜신이라는 사람을 사랑하게 돼. 프랜신도 윌리엄을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프랜신의 직업이 창녀라는 것이 윌리엄은 마음에 걸렸는지, 마음을 다잡고 멀리했단다.

 

2.

준비가 끝난 밀러 일행은 식량과 마차를 끌고 길을 떠났단다. 처음부터 쉽지 않을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힘든 정도가 더 심한 것 같았어. 빨리 도착을 하기 위해 지름길인 평원으로 들어섰는데, 그쪽 길은 물이 없었단다. 며칠 동안 물이 보이지 않아서 사람, 동물 할 것 없이 죽기 일보 직전이었단다. 다행히 죽기 일보 직전에 물을 찾아서 갈증을 해소했단다. 계속된 추적 끝에 윌리엄 일행은 수천 마리의 들소 떼를 발견했단다. 밀러의 지휘 아래 사냥이 시작되었는데, 앤드루스는 처음 하는 사냥이었기 때문에 서툴렀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냥과 가죽 벗기는 작업에 점점 능숙해졌어. , 성장 소설인가?

======================

(190)

윌 앤드루스의 가죽 벗기는 기술은 점점 능숙해졌다. 손은 강하고 단단해졌다. 칼은 새것 같은 반짝임은 사라졌지만 점점 더 확실하게 가죽을 잘라 냈다. 이제 앤드루스는 슈나이더가 두 마리의 가죽을 벗겨 낼 때 한 마리는 해낼 수 있었다. 들소가 악취가 나도, 뜨뜻한 살이 손에 닿는 느낌이 들어도, 피가 엉긴 걸 보아도 점점 더 아무렇지 않아졌다. 얼마 되지 않아 그는 가죽 벗기는 작업을 마치 자동 기계처럼 했고, 죽은 들소의 가죽을 벗겨 내 땅에 놓으면서도 거의 의식하지 않았다. 가죽을 벗긴 들소 위에 파리가 새까맣게 들끓어도 그 사이로 다닐 수 있었고, 썩은 살에서 나는 악취도 거의 의식하지 않았다.

======================

계속된 사냥으로 그들이 목표한 충분한 들소들을 잡았단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는데밀러는 멈추지 않고 계속 사냥을 했단다. 이 일로 슈나이너와 다투기도 했어. 슈나이더는 이제 그만 하고 돌아가자고 했거든밀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사냥을 했고, 죽은 들소들은 쌓여만 갔지. 시간도 잊은 채 사냥을 하던 밀러는 결국 시간의 공격을 받았단다. 어느날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 겨울이 접어드는 줄도 모르고 사냥하고 있었던 거지. 뒤늦게 지금까지 얻은 물소가죽들을 마차에 싣고 집으로 향했지만, 엄청난 눈으로 길이 다 막히고 말았단다.

그들은 꼼짝없이 눈 속에 갇혀 지내야 했어. 콜로라도 산악지대의 겨울은 엄청 많은 눈과 추위가 이어졌어. 한번 내린 눈은 녹을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쌓여만 갔지. 그 눈이 다 녹으려면 봄까지 기다려 했어. 윌리엄 일행은 몇 달 동안 추위와 눈과 사투를 벌여야 했단다. 고난의 시간들이 지나고 콜로라도 평원에도 봄이 다가왔단다. 하지만 눈이 녹으려면 좀더 기다려야 했어.

4월이 되고 길을 떠날 정도로 눈이 녹아 철수를 시작했단다. 들소 가죽이 너무 많아 나중에 다시 찾으러 오기로 하고, 마차에 실을 수 있는 최대한의 가죽만 싣고 철수했단다. 오늘 길도 쉽지 않은 길이었어강도 건너야 하는데 눈이 녹으면서 불어난 강물을 건너는 것도 쉽지 않았어.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떠내려오던 커다란 통나무를 피하지 못하고 슈나이더가 물에 빠져 죽고 말았고, 들소가죽을 싣고 오던 마차도 부서져 모두 강에 떠내려갔단다. 슈나이더를 제외한 밀러, 앤드루스, 찰리는 몸만 간신히 탈출해서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했단다. , 이 장면은 마치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엄청난 큰 물고기를 잡고 돌아오는 길에 상어 떼에게 모두 빼앗기고 빈 배만 타고 도착하는 장면 같았단다. 들소 가죽들이 강에 떠내려갔지만, 아직 평원에는 그보다 더 많은 가죽들이 남아 있으니 밀러는 괜찮다고 생각했단다.

 

3.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한 윌리엄 일행. 근데 마을이 좀 이상해진 것 같았어. 그 전에 있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못 보던 사람들이 살고 있던 거야. 윌리엄 일행은 맥도널드 씨를 찾아 나섰단다. 맥도널드 씨는 자신의 가게가 아닌, 어떤 합숙소에서 지내고 있었어. 들소 가죽이 대폭락하여 망했다고 했어. 윌리엄 일행이 사냥을 다녀온 반년 사이에 상황이 변하여 들소 가죽이 헐값이 되었다고 했단다. 그러니까 밀러가 가지고 온 들소 가죽도 돈벌이가 안 된다는 거였어. 밀러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나 봐. 미친 듯이 맥도널드 씨 가게에 쌓여 있는 가죽들을 모두 태워버리고 길을 떠나버렸단다.

맥도널드는 윌리엄에게 경험에서 우러나는 한 마디를 해주는데, 아빠도 마음에 새길만하더구나. 세상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그 비밀은 너무 깨닫게 된다고 말이야. 그의 말이 맞는 말이 아닐 수도 있지만 마음에 와 닿아 발췌해 본다.

======================

(306)

자네는 거짓 속에서 태어나고, 보살펴지고, 젖을 떼지. 학교에서는 더 멋진 거짓을 배우고. 인생 전부를 거짓 속에서 살다가 죽을 때쯤이면 깨닫지. 인생에는 자네 자신, 그리고 자네가 할 수 있었던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네는 그 일을 하지 않았어. 거짓이 자네한테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지. 그제야 자네는 세상을 가질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지. 그 비밀을 아는 건 자네뿐이니까.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어. 이미 너무 늙었거든.”

======================

윌리엄은 분명 사냥을 떠나기 전과 후 많이 바뀌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생전 처음 해본 사냥과 추위와 사투를 벌였으니 바뀐 것은 당연하겠지. 윌리엄은 사냥을 통해서 무엇을 배운 것인가. 아빠가 그 상황이었다면 무엇을 배웠을까 생각해 봤어. 도전에 대한 자신감? 지은이는 윌리엄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일까. 무모한 도전 같았지만, 분명 그것은 윌리엄에게 값진 도전이었을 것 같구나. 아빠의 이십 대는 너무 무난하고 평범하고 안전한 길만 갔던 것 같아. 한번 지나고 나면 다시 갈 수 없는 이십 대. 많은 것을 도전하고 많은 것을 경험했으면 좋았을 것을후회는 하지 않으련다. 평범하고 안전했지만 기억에 남는 추억들은 있으니아무튼 주인공 윌리엄 앤드루스는  또 새로운 경험을 찾아 길을 떠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엘스워스에서 부처스 크로싱으로 가는 사륜마차는 합승 마차를 소형 짐마차 겸용으로 개조한 것이었다.

책의 끝 문장: 그는 뒤에서 서서히 해가 뜨며 공기가 안정되는 걸 느꼈다.


시간의 흐름은 그와 동행하는 세 사람의 얼굴에서, 그리고 스스로 의식하는 자기 내부의 변화에서 드러났다. 그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비바람에 노출되어 거칠어졌다. 얼굴 아래쪽에 까칠하게 자란 수염은 피부가 거칠어지면서 부드러워졌고, 손등은 햇볕에 타 빨개졌다가 갈색이 되었다가 까매졌다. 몸이 점점 여위고 단단해지는 걸 느꼈다. 가끔 자신이 새로운 몸, 또는 비현실적인 부드러움과 창백함과 매끄러움의 층 아래 숨어있었던 진정한 몸 안으로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08

"자네 신세는 자네가 망쳤어. 자네와 자네 같은 인간들이. 자네가 살면서 매일 하는 일이, 자네가 하는 모든 일이. 아무도 자네한테 이래라저래라 안 했어. 그러지 않았어. 죽인 사냥감들의 악취로 땅을 뒤엎으며 제멋대로 살아왔지. 가죽을 무더기로 풀어 시장을 망하게 하고는 이제 와서 자넬 망쳤다고 징징거리는군." 맥도널드의 목소리가 점점 노기를 띠었다. "자네는, 자네들 모두는 내 말을 귀담아들어야 했어. 자네들은 자네들이 죽인 짐승들보다 나을 게 없어." - P304

그 허영심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깜빡거리던 합숙소 등불의 불빛 아래서 맥도널드가 말했던 그 무(無)였다. 찰리 호지의 시선에 있었던 밝고 푸른 공허감-그는 찰리의 눈 안에서 그 공허감을 언뜻 보고 프랜신에게 말해 주려 애썼다-이었다. 슈나이더가 강에서 말발굽이 얼굴을 당혹하게 만들기 직전에 보였던 경멸적인 표정이었다. 산에서 하연 눈보라가 몰아치기 전에 밀러의 얼굴에 나타났던 맹목적인 인내심이었다. 찰리 호지가 꺼져 가는 불에서 몸을 돌려 밀러를 따라 밤 속으로 따라가기 전에 그의 눈에 있었던 텅 빈 반짝임이었다. 맥도널드가 가죽이 불타 버리는데 광분해 밀러를 쫓아다니는 동안, 얼굴에 격노한 가면을 쓴 것처럼 만든 끝없는 절망이었다. 베개 위에 죽은 듯 늘어진 프랜신의 잠든 얼굴에서 지금 보고 있는 그것이었다. - P3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