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알베르 카뮈 지음, 안건우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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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24 12 3.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를 놀라게 한 사건이 일어났단다. 귀를 여러 번 씻고 들어도 맞나? 싶을 정도로 황당한 사건. 계엄령. 계엄령이 오늘날 같은 시대에 일어날 수 있다고? 너희들도 깜짝 놀랬었잖니. 그래도 다행히 그 사건은 용기 있고 슬기로운 국민들로 인해 실패하여 1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그 계엄령이 일어났던 것이 다행이라고들 생각하고 있단다. 무식한 정권이 물러나고 제대로 된 정권이 들어서게 되어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모습을 빠르게 되찾았으니 말이야. 하지만 당시 계엄령이 성공했다면 얼마나 아찔했을까 하는 생각은 오랫동안 우리나라 국민들의 트라우마가 될 것 같구나. 그리고 그 불법 계엄령의 측근들이 아직도 여러 영역에서 자리 잡고 있고 계엄령을 일으킨 세력의 심판들이 아직도 지지부진 진행하는 것은 열 받고 화 나는구나.

그 일이 있은 후 출판업계에도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단다. 그 중에 아빠의 눈에 확 띤 책은 알베르 카뮈의 <계엄령>이란 책이란다. 알베르 카뮈라고 하면 <페스트>, <이방인>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아빠도 이 두 책을 읽었어. 알베르 카뮈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위 두 책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대표작 두 권을 읽었으니 다른 책들은 읽어볼 생각도 안 했단다. 그런 와중에 <계엄령>이라는 책을 알게 되어 살펴보았어.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희곡이란다. 책에 보면 실제로 연극의 장면이나 관련된 사람들의 실사 사진도 실려 있단다. 이 연극의 여주인공인 마리아 카자레스와 알베르 카뮈가 연인 사이이기도 했대. 이 책은 <페스트>, <이방인>보다는 유명하지 않지만, 계엄령이라는 소재 때문에 여전히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언급이 되고 있다고 하는구나. 그럼 바로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자.


1.

이 책의 무대는 에스파냐 카디스라는 곳이다. 어느날 혜성이 휙 지나가고 나서 그 혜성에 대한 여러 소문들이 퍼지기 시작했어. 그러자 정부는 새로운 방침을 내렸단다. 시민들에게 혜성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혜성에 대해 말도 하지 말라고 공포했어.

....

그런데 어느날 카디스에 페스트 환자가 나타났단다. 얼마 안 가서 카디스는 대혼란을 겪고, 심지어 종말론까지 퍼졌어.. 페스트는 빠른 속도로 퍼져서 사람들을 더욱 공포로 몰아넣었어. 이 희곡의 주인공 디에고는 의사였는데, 그는 환자들을 성심 성의껏 돌보았단다.

얼마 후에 자신이 페스트라고 하는 사람이 카디스 총독을 찾아왔어. 자신에게 총독자리를 달라고 했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었는데, 페스트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어. 페스트는 비서 한 명을 데리고 왔는데 그 비서가 가지고 있는 수첩에 있는 명단에 선을 그으면 곧바로 죽었어. 일종의 데스노트였어. 페스트는 그것을 총독 앞에서 시전을 하자, 겁 먹은 총독은 권력을 페스트라고 부르는 남자에게 이양하고 자신은 도망을 갔단다. 그리고 페스트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게 된단다. 심지어 죽음까지 통제를 하고 있었어. 데스노트에 있는 명단을 질서 있게 선을 그은 거지...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존재증명서라는 발급했어. 당연히 시민들의 반발이 있었지..

디에고도 그런 페스트에게 저항하다가 도망자 신세가 되었어. 여자친구인 빅토리아와 함께 빅토리아의 집으로 피신했어. 빅토리아의 아버지인 판사였는데, 그는 불법도 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새로 들어선 페스트 권력을 옹호하는 사람이었으니, 그로부터 도망 중인 디에고를 곱게 볼 일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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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판사 : 내가 법을 지키는 것은 법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네. 그것이 법이니까 지키는 거지.

디에고 : 그 법이 범죄를 가리킨다면요?

판사 : 범죄가 법이 된다면 그건 더 이상 범죄가 아닌 것이지.

디에고 : 그렇다면 미덕을 단죄해야 할 판이군요!

판사 : 분명, 그렇게 해야겠지, 만일 미덕이 건방지게 법을 검토하려 든다면.

빅토리아 : 아버지, 아버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두려움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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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디에고를 내쫓으려고 하자 디에고와 빅토리아는 반발했고, 그러자 판사는 디에고를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어. 판사의 부인도 디에고를 지지했지만, 판사는 자신의 주장을 일관했어. 우리나라의 일부 판사들을 보는 것 같구나. 계엄세력에 빌붙는 판사들이 많았잖니... 그들 때문에 마음 조리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열 받는구나.

결국 디에고와 빅토리아는 다시 도망길에 올랐어. 디에고는 군중들과 함께 페스트에 맞서게 되는데, 페스트의 데스노트가 너무 막강했어. 몇몇 이름에 선을 긋자, 그들은 쓰러지고 말았어. 페스트가 디에고의 이름에 선을 그으라고 하자, 비서가 말하길 디에고는 선천적 능력을 자기고 있어, 불가능하다고 했어. 군중들은 계속 밀어붙였고 결국 비서가 가지고 있던 수첩을 빼앗았어. 하지만 수첩은 이후 오해로 인해 서로 뺏고 뺏기게 되고, 민중들은 빅토리아의 이름에 선을 긋게 된단다. 뿐만 아니라 마음에 안 들었던 사람의 이름을 찾아 선을 긋는 일을 했어. 지은이 카뮈가 민중들을 왜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들로 설정했는지 궁금하구나. 누구나 또한 권력을 잡으면 똑 같은 사람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나?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소설 속 민중들과 달리 고귀한 영혼을 가진 이들이 훨씬 많아서 다행이다.

디에고는 빅토리아가 쓰러져 죽는 것을 보고 페스트와 설전을 벌이게 되는데, 페스트의 비서가 배신을 하고 디에고 편으로 돌아서게 된단다. 페스트와 디에고의 다툼은 지난 겨울 계엄세력과 우리 국민들의 저항의 대결을 보는 듯했어. 우리 국민들이 승리했듯이 디에고가 페스트를 몰아내게 되지만, 죽음의 표식이 생긴 디에고도 죽고 말았단다. 혁명의 성공에는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구나.

디에고는 죽고 빅토리아는 깨어나게 되고... 하지만 페스트는 죽은 것이 아니라 그 도시를 떠난 것이 찜찜함을 남기는구나. 그러니 언제고 다시 돌아와서, 또 계엄령을 내릴 여지는 남아 있었단다. 그러지 않게 다시는 계엄령이 안 일어나게 하려면 뿌리까지 다 제거해야 하는 것이야.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계엄 세력에 대한 심판이 이 소설의 교훈을 잘 새겨들었으면 좋겠구나.

....

페스트가 물러나고 민중이 권력을 잡으면서 희곡은 끝나는가 싶었는데, 따른 결말도 제시를 했단다. 도망갔던 총독이 다시 돌아오는 거야. 하지만 민중들은 예전의 민중들이 아니야. 디에고의 말을 깨닫고 그들에게 권력을 다시 주지 않았어. 총독들, 각료들, 그리고 페스트의 빌붙었던 나다 등을 뱃전 아래로 던져 버렸단다. 이런 우발적인 시민들의 행동은 과연 옳은가? 속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행동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단다. 그 사회도 법이 있고 규율이 있었을 텐데, 그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심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카디스의 민중은 데스노트를 탈취할 때도 그랬고, 마지막 총독과 각료들을 처단하는 것도 그렇고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구나. 좀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해 보이는구나.

...

책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책인 아빠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힘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계엄령의 부당함을 깨닫게 해 주었단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찔했던 2024년 겨울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법 계엄을 주도했던 사람들, 협조했던 사람들 모두 중벌을 받아야 다시는 그런 일을 꿈꾸지 못할 것 같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경보 사이렌을 연상케 하는 요란한 주제의 서곡.

책의 끝 문장: 거대한 파도가 선박의 갑판을 쓸어 버린다.


그러니 명심해라, 내가 도착하는 순간 감동적인 것은 더 이상 없다. 그 따위 감동은 금지된다. 그 밖의 몇 가지 쓸데없는 것들, 예컨대 행복을 원하는 우습기만 한 초조함, 사랑에 빠진 이들의 얼굴, 풍광에 취하는 이기적인 작태, 불경한 풍자 행위 등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들의 빈자리에 나는 조직을 이식한다. 처음에는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끝에 가서는 탁월한 조직이 너절한 감동 따위보다 훌륭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듯 탁월한 생각을 실행하기 위해, 남자와 여자를 분리하는 조치를 시행할 것이다. 나의 명령은 법률이 규정하는 것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다. - P75

판사 : 내가 법을 지키는 것은 법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네. 그것이 법이니까 지키는 거지.
디에고 : 그 법이 범죄를 가리킨다면요?
판사 : 범죄가 법이 된다면 그건 더 이상 범죄가 아닌 것이지.
디에고 : 그렇다면 미덕을 단죄해야 할 판이군요!
판사 : 분명, 그렇게 해야겠지, 만일 미덕이 건방지게 법을 검토하려 든다면.
빅토리아 : 아버지, 아버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두려움인 거예요.
- P105

아니, 빅토리아, 엄마는 닥치지 못하겠다. 내 평생 입 닫고 살아왔다. 내 명예를 위해서 그랬고, 신의 자비를 위해 그랬다. 그런데 명예란 게 이제 하나도 남지 않았어. 내 아들의 머리카락 한 올이 하늘에 계신 신보다도 귀중하단 말이다. 그러니 이제는 입 닫고 살지 않으련다. 이 사람에게 적어도 이 말만은 해야겠다. 당신 같은 사람 편에는 권리가 함께하지 않는다고. 당신도 잘 알겠지만, 권리란 고통받고 신음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편에 있으니까요. 권리는, 약삭빠른 자나 돈에 눈이 먼 자와는, 함께하지 않아요. - P109

내가 경멸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려 드는 자들뿐이야.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르든, 저 사람들은 너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어. 만일 저들이 어쩌다 딱 한 번 사람을 죽였다 해도, 그것은 잠시 광기에 사로잡혀 그랬던 걸 거야. 그런데 너는, 그 잘난 법이니 논리니 들먹이며 대학살을 자행하고 있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저들을 비웃지 마. 그건 이미 수백 전부터 공포를 불러오는 혜성들이 저들의 무리를 수도 없이 지나갔기 때문이니까. 저들의 겁먹은 모습을 보고 비웃지 마. 수백 년 전부터 저들은 죽어갔고 저들의 사랑은 너덜너덜하게 찢겨 왔어. 설령 저들이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원인이 존재하는 거야. 그러나 저들을 상대로 너희들이 저질러온 죄악에는, 네가 고안해 낸 그 따위 역겨운 질서에 맞춰 이 세상을 체계화하는 일을 완수하기 위해 저질러 온 죄악에는, 나는 그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어. (페스트가 데이고 쪽으로 걸어온다) 네가 다가온다고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아?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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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2025년 겨울호 - 통권 192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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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녹색평론 2025년 겨울호> 통권 192호란다. 2025 12월에 읽은 책인데, 새해가 한참 지난 오늘에야 이야기하는구나. 밀린 독서편지를 언제쯤 따라잡을지…  올해는 좀더 부지런을 떨어야겠다.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기존 녹색평론에서 다루고 있던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 좀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하고 새로운 정책을 이야기하고 녹색평론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희망도 이야기를 했단다. 그 희망이라는 부분은 일부 농어촌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하는 농민기본소득 사업을 두고 한 이야기란다. 녹색평론에서 오래 전부터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아빠도 농어촌기본소득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그것이 실현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도 생각했어.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는 그런 생각을 실천에 옮겼더구나. 시범사업으로 7개군에 국한되긴 했지만 첫술에 배부르겠니... 짧은 준비기간에 문제도 있고, 논란도 있지만 벌써 유입 인구가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구나.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예산 확보를 잘 해서 조금 더 늘리면 좋을 것 같구나. 물론 현재 정부와 같은 생각의 정부들이 뒤를 이어 정권을 잡아야겠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농민기본소득을 시행하는 일부 지역들의 정당 지지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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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기대도 받고 논란도 일으키고 있지만 이 사업으로 인해 드디어 우리나라 농어촌에도 숨통이 트이고 희망이 생겼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 농어촌은 역사 이래로, 특히 산업화 이래 소외와 착취와 배제의 대상이었다. 2000년 이후 본격적인 농어업, 농어촌 정책들이 추진되었지만 성과보다 부작용이 훨씬 컸던 제 사실이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농어촌지역은 인구감소가 더욱 격화되어 감소를 넘어 인구 멸절의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농어촌의 소멸은 단순히 인구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류의 생명과 지속성의 소멸을 의미한다. 농어촌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는 인류의 생존은 지속될 수 없다. <녹색평론> 발행인이자 기본소득론자였던 고 김종철 선생님이 평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그런 일을 하는 농부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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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정부가 들어선 지 반 년이 넘어가고 있단다. 무엇보다 나라가 정상화된 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단다. 주식도 설마 했던 5000을 거침없이 뚫었구나. 여러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마음에 늘 걸리는 것은 부동산이란다. 녹색평론에서도 부동산, 토지 문제에 대해 가끔씩 이야기를 했었는데, 여러 가지 복잡한 요소들이 섞여 있어서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은 문제란다. 이번 호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조언을 제시했어. 보유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적은 문제점과 한 채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혜택이 너무 많은 점을 지적하더구나. 한 채만 가지고 있다고 하면, 100억 넘는 시세 차익에 대한 세금이 8억원뿐이라고 하는구나.

아빠는 생각하기에는 집 한 채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보유세를 좀 줄여주면 좋겠구나. 집 한 채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집을 이용한 수입은 없으니까 말이야. 그 대신 두 채 이상을 소유한 사람들의 보유세를 좀더 세게 하고, 시세 차익은 한 채를 소유한 사람들도 높은 양도세를 유지하는 것이 좀더 상식적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부동산 급등 문제를 규제와 건설로만 해결하려는 기존 정부와 다른, 독창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서 꼭 성공한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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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국민주권정부인 이재명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만든 정부인가. 인류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항쟁, 길게 보면 3, 짧게는 6개월 동안 더위와 추위, 비바람을 무릅쓰고 광장으로 나온 위대한 주권자 국민들의 항쟁으로 만든 정부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에 놀라워하고 부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한국사회 구성원들에게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자연스럽게 생겨나야 한다. 그래서 부동산이다. 당장 큰 변화가 없더라도 국민들에게 이렇게 몇 년 지나면 나도 주거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구나하는 전망을 줘야 한다. 그래야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지방도 살아날 수 있다.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사회의 수많은 개혁과 추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부동산 문제 해결에 나라의 존망이 걸려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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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택 관련된 문제 중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노인 인구의 증가란다. 그에 따라서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고, 그로 대한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어. 결국은 공동체 생활을 하는 마을이 필요한 것 같구나. 아빠가 어렸을 때 살았던 시골 마을도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고 어르신들만 남아 있는 마을이 되었는데, 최근에 그 마을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는데, 마을회관에서 점심 식사를 모여서 같이 하신다고 하더구나. 그런 것도 1인 노인 가구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

내란을 국민과 함께 진압하고 출범한 이번 정권에서는 이전 내란 정권에서 싼 똥들을 치우느라 바쁘겠지만 정치 개혁, 특히 개헌 논의가 꼭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 중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단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운 국회가 열릴 때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이야기가 되지만 해결되지 않는 오래된 문제란다. 이번 국회도 선거 개혁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지금은 지지부진이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선거 개혁은 그냥 국회의원들에만 맡기면 안되고, 국민들이 참여해서 국민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했어. 하지만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것이, 거대 양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구나.

 

2. 지구 문제점

기후 위기에 대한 이야기 역시 이번 호에서 다루었단다. 기후 위기를 초래한 것은 결국 국가라고 이야기했어. 기후 위기뿐만 아니라 지구를 전쟁으로 몰아넣고, 혼란에 빠뜨리고, 폭력적으로 만든 것은 국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야. 그래서 그 해결책을 국가 없는 사회의 사례에서 찾아보려는 했단다. 아이디어가 독창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기가 어려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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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앞으로 수년 이내에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세계의 환경을 과열시킴으로써 불러온 위기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가 우리에게 닥쳐올 때, 인류는 다만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지난 500년 동안 지구를 지배해온-그리고 기후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정치와 경제 시스템을 둘 다 포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자본주의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성정해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근본원리, 그리고 이것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국가시스템은 물러나고, 규모가 작고 오염을 일으키지 않으며 공격성이 없는 사회들로 구성된 세계가 들어서야 할 것이다. 이 사회들은 자원을 많이 소비하지 않고, 인간적인 규모의 자치정부로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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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이야기가 나온 지 벌써 수십 년이 되었고, 기후 위기에 대해 국가들이 모여서 협의를 시작한 지도 30년이 되었대.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는구나.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은 국민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산업체의 로비에 의해 산업체들을 대변하다 보니, 기후 위기에 무방비였던 것이야. 국가간 협의체들이 결정하는 사항이 일반 시민들의 생각과 간극이 큰 것도 문제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세계시민의회를 출범했다는구나. 하지만 예산 문제로 100명 정도 밖에 안 된다는구나. 무작의 선출로 하되 희망하는 사람으로 선정했고, 지역과 국가를 비례하여 사람수를 정했다는구나. 이것도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기후위기가 다가오는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미국이 한국핵잠수함 건조 승인의 속뜻,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갈등의 문제점도 다루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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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트럼프의 이번 결정이 즉흥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APEC 회의가 열리기 전인 8월에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한미 정상회담 주의제는 관세협상이었으나, 어쩌면 그보다 더 중대했던, 관세협상에 종지부를 찍게 만든 것은 한국 핵잠수함 건조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관한 합의였을 가능성이 있다. 관세협상이 타결됨으로써 핵잠수함 승인과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가 타결됨으로써 관세협상도 마무리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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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이스라엘은 2025 9 9일 사전 통보도 없이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카타르 수도 도하 소재의 하마스 건물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카타르의 반발에 놀란 미국은 서둘러 카타르 안보 보장을 약속하였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주요 비나토 동맹국으로 받아들였다. 카타르 공습이라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이스라엘은 미국의 강권으로 어쩔 수 없이 10 8일 하마스와 기자 휴전에 합의했다. 휴전은 3단계로 나뉘어 진행 중이지만, 휴전 이후에도 가자 주민이 무려 300명 이상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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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작년 여름에 문제가 되었던 강릉 가뭄 사태를 통해 물 부족 문제점을 해결 방법에 대한 글도 좋았고, 장정일 님의 새로운 연재 다시 읽는 고전편도 좋았단다. 녹색평론을 읽다 보면 아빠의 생각을 좀더 깊고 넓게 해주고, 좋은 책들도 많이 추천 받을 수 있어 좋은데, 그런 것에 비해 녹색평론을 읽는 사람들이 너무 적어서 안타깝구나. 2026년에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녹색평론을 함께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들어서고 농어촌기본소득 정책 도입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책의 끝 문장: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재일조선인들과 같은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 모두를 위한 것임을, 새삼 절실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부동산 세제에서 가장 중요한 세금은 무엇일까? 보유세다.왜냐하면 보유세가 지대(임대) 수입을 일정부분 환수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시세차익의 규모를 줄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를 높이는 경우에는 투기목적으로 보유한 부동산을 안 팔고 버틸 수 있고, 또 가격 상승기에는 가격을 떠넘길 수 있지만, 보유세를 강화하면 버티기도, 떠넘기기도 불가능하다. 보유세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한데, 그러나 2023년 현재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0.33%의 절반 이하이며, 30개중 중에서 20위에 머물러 있다. 상위권 국가들(이스라엘 1.24%, 그리스 0.94%, 미국 0.83%)과 비교하면 5~8배 현저한 격차를 보인다. - P14

초고령사회 문턱을 넘은 대한민국에서 ‘나이 듦’은 더 이상 소수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마주한 거대한 질문이 되었다. 그 질문의 한가운데에 "노인은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자리한다. 시가 8억이 넘는 아파트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 노인의 비극은, 이 질문이 단순히 주거빈곤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집’은 가졌을지언정,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 채 고립된 삶은 존엄한 노후라 부를 수 없다.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고령 1인 가구는 급증하고 있으며, 이들의 일상은 외로움과 돌봄 공백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 P20

이렇게 인류 대다수가 바라는 일을 어찌하여 각국을 대표하는 자들이 모인 국제회의는 의결하지 못하는 것일까. 기대와 결과의 간극은 충격적일 정도로 크다. 지구 주민들은 이미 ‘지구의 이익’이라는 원리를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발언할 수 있는 공적인 공간이 있는가? 가끔 실시되는 여론조사 외에 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장소가 있는가? 아무 데도 없다! 그러니까 다자주의 외교가 기후에 관한 대화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편파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재계나 산업계는 물론이고, 큰 시민사회단체들도 COP 협상가들과 만날 기회가 있지만 수십억 명의 보통사람들은 바로 자기자신의 미래가 달린 문제에 대해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 P63

우뇌는 실재하는 것과 직접 접촉하지만, 좌뇌는 사물을 유형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재현합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가짜의 세계를 인식하는 거예요. 시인 워즈워스가 바로 그것을 지적했어요. 자신이 소년이었을 때에는 산들이 말을 걸었고, 폭포, 새, 나무와 대화할 수 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살아있는 존재들을 그 표상이 대신하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좌뇌가 지배하는 우리 문화는 우리의 인식 속에서 그런 살아있는 존재들을 모두 제거했고, 그래서 우리는 극히 빈약한 세계에서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 P157

우리는 아이들이 그들의 삶의 테두리를 넘을 수 있게 돕고자 했다. 농촌마을과 생명, 자연의 신비로움을 되새겨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가게가 없어서 간식을 사 먹기 어렵고, 문화적 혜택도 전무하며, 부모와 떨어져서 낯선 할머니 집에서 생활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아이들이 이곳에서 지내는 것을 행복해하고 도시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참새 소리에 아침을 맞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시골마을, 공동체의 진가를 오히려 도시 아이들이 농촌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듯하다. 아이들은 안다. 온몸으로 느낀다. 인간의 삶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행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렇게 아이들은 자유롭고 자존감 높고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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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탱고 -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 알마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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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제작년 10월 기분 좋은 충격을 주었던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또 일년이 지나 작년 10월 새로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작가가 받았단다.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너 라슬로라는 분인데, 그의 대표작들을 둘러봐도 모두 처음 보는 책들이란다. 제작년에야 우리나라 작가가 받아서 잘 아는 작가가 받은 거지, 아빠에게 노벨문학상은 원래 숨어있는 진주 같은 작가가 받는 상이었단다. 대부분이 처음 들어보는 작가가 상을 받았으니 말이야. 그리고 그 작가들의 대표작을 한두 권씩 읽어보고 좋아하게 되는 작가들도 있었지만, 아빠 취향이 아닌 작가들도 있어서 한 권으로 끝나는 작가들도 있었단다.

작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라슬로의 책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알마 출판사라는 곳에서만 출간을 해 왔는데, 이렇게 노벨문학상을 탔으니 뿌듯하겠구나. 아빠도 라슬로의 대표작 한 권을 읽어보고자 산 책이 바로 오늘 이야기해 줄 <사탄탱고>라는 책이란다. 사탄과 탱고라는 단어가 뜻으로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소리 내어 읽어보면 제법 어울리는 것 같았어. 탱고의 한 장르처럼 들리기도 했단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에 소개되었지만, 1985년에 쓴 작품이란다.

이 소설을 잘 이해하려면 1985년 헝가리 사회를 알면 좋단다. 아빠도 자세히 모르지만, 상식으로는 1985년 헝가리는 아직 소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절이고 공산주의 사회로 들어선지 반 세기 가까이되던 시기란다. 1990년부터 소련이 해체되고 공산주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으니, 그보다 5년 전인 1985년은 공산주의 체계의 붕괴 조짐이 점점 눈에 띠던 시절이 아닐까 싶구나. 그런 것을 생각하고 소설을 읽으면 좋을 것 같구나.

이 소설은 오래 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러닝타임이 일곱 시간이 넘어간다고 하는구나. 소설이 박진감 넘치는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데 7시간짜리 영화로 만들었다니 잠 안 올 때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 그래도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은 들더구나. 그런데 어디서 볼 수 있으려나.

 

1.

이 소설에는 등장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다 이름들도 헝가리 이름이라 익숙지 않았단다. 그래도 아빠가 이해한 수준에서 이야기를 해 볼게. 원래 노벨문학상 작가의 책들은 어렵다는 전제를 깔고 읽어서 그런지 그럭저럭 읽을 만 했단다.

, 그럼 시작해보자. 헝가리의 어떤 시골에 있는 집단농장에서 이야기에서 시작한단다. 후터키라는 사람이 슈미트 부인과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단다. 그런데 외출했던 슈미트가 예상보다 빨리 집에 돌아오는 것이야. 아직 후터키와 슈미트 부인은 침대에 있는데 말이야. 후터키는 잽싸게 집밖으로 나가서 정문 쪽으로 오면서 자신도 이제 슈미트의 집에 도착한 것처럼 슈미트에게 인사를 했단다. 그런데 슈미트가 뭔가 숨기려는 분위기였지. 눈치 빠른 후터키는 슈미트가 돈을 몰래 빼돌리려는 것을 알았지. 슈미트는 크라네르와 함께 어디선가 받아온 돈을 가지고 그곳을 도망가려고 했는데 후터키에게 걸린 거야. 이제 어쩔 수 없이 돈은 셋이 나눠 갖기로 했단다.

….

이 소설의 중요 장소 중에 마을에 있는 술집이 있단다. 술집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이상한 소문에 소란스러웠어. 1년 반 전에 죽은 줄 알았던 페트리너와 이리미아시가 마을에 나타났다는 거야. 슈미트 집에 크라네르 부인이 찾아와 그 소문을 알려주어 슈미트와 후터키도 술집에 가려고 했단다. 페트리너와 이리미아시가 어떤 사람이길래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관심을 가질까.

페르리너와 이리미아시는 어떤 정부 조직에 속해 있는 사람들 같았어. 어떤 대위의 지시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처럼 보였어. 그들은 일 년 반 전에 그 마을을 떠나면서, 어떤 소년에게 부탁을 해서 자신들이 죽었다는 소문을 내달라고 했단다. 아빠는 분명 소설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메모해서 너희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맞는데,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왜 그런 행동들을 하는 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았단다. 아빠가 캐치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일단, 계속 이야기를 해 볼게.

이 마을은 대부분이 노동자들만 있었는데, 의사가 한 명 있었단다. 그런데 지금은 정직 당한 의사였어. 이 의사는 정리정돈을 철저하게 하는 사람이야. 물건들의 거리들까지 간격을 맞춰 정리하는 스타일이야, 어떤 스타일인지 알겠지? 의사는 마을 사람들의 행동을 세심히 관찰하여 기록까지 했단다. 예를 들어 후터키와 슈미트가 우왕좌왕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것을 그대로 기록으로 남겼단다. 아마 소설의 첫 장면에 나왔던 후터키가 뒷문으로 나가서 정문으로 오는 것도 그의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을까 싶구나. 그런 의사이지만 자신의 집안일은 전혀 하지 않았어. 크라네르 부인이 가끔 와서 의사의 집안일을 해주었어. 의사는 철저한 정리정돈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와 맞지 않게 술을 엄청 마셔댄단다. 거의 알코올중독자 수준이었어. 그 술 때문에 정직을 당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

마을은 전체적으로 암울하고 가난하고 무엇인가 늘 부족하고 어두운 그런 분위기였단다. 일자리도 없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장사도 잘 안되고…. 그렇다고 그런 마을을 당국에서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았어. 각자도생이 필요하지만 자포자기한 사람들이 사는 곳, 그곳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마을이란다. 혼자 지내는 호르고시 부인에게는 네 명의 아이들이 있단다. 그 아이들도 먹고 살기 쉽지 않았어. 다 큰 첫째와 둘째 딸은 방앗간에서 몸을 팔며 돈을 벌었지만, 그마저도 수입이 거의 없었어. 아들 서니는 이런저런 잔심부름을 하며 돈을 벌었고 꾀도 좀 있었단다. 일년 반 전에 페트리너와 이리미아시가 죽었다고 소문을 낸 것도 서니가 돈을 받고 한 것이란다.

호르고시 부인의 막내딸은 에슈티케는 주로 혼자 놀았단다. 보살펴 주는 사람도 없어 언니들과 오빠들도 에슈티케에게 관심이 없었어. 집에서 식구들에게 무시만 당한 에슈티케는 가족들 몰래 다락방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곳이 가장 좋았어. 가끔 오빠인 서니가 와서 괴롭혔지만서니는 에슈티케에게 돈을 심으면 나무처럼 자라난다고 거짓말을 해서 에슈티케의 돈을 빼앗아 가기도 했어. 에슈티게는 혼자 놀다가 오빠가 알려준 천국에 가는 방법이 생각났어. 쥐약을 먹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오빠의 말을 그대로 믿고 에슈티케는 실행에 옮겼단다. 에슈티케는 그것이 죽는 것이 아니고 천국에 가는 것이라고 믿었고, 천국에 가서 오빠를 도와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야.

 

2.

날씨가 궂은 어느 날, 술집에 사람들이 모여들었어. 술집에 모여 든 사람들은 이리미아시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걱정들을 하면서 이야기를 했어. 왜 그들은 이리미아시에 대해 걱정을 할까, 궁금하구나. 술집에 슈미트 부인도 왔어. 슈미트 부인은 상당한 미모를 가지고 있어서 마을의 모든 남자들이 좋아했어. 어떻게 하면 잠자리를 같이 할까 궁리들을 했어. 슈미트 부인이 술집에 온 것은 이리미아시가 살았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야. 다른 사람들은 이리미아시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기대했는데, 슈미트 부인도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기쁜 마음을 감추고 있었어. 사실 슈미트 부인은 이리미아시와도 몰래 사랑을 나누었거든그리고 슈미트 부인을 만족시켜준 유일한 사람이었고

술집에는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모였어. 그들은 술을 먹고 탱고를 추기도 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남자들은 대부분 슈미트 부인과 춤을 추려고 했고 그보다 더한 것을 원하는 듯했어. 술집 주인도 슈미트 부인이 외투를 벗게 하려고 평상시 아끼던 난방도 빵빵하게 틀어댔고, 결국 목표도 달성했지. 그들이 그렇게 술집에 모여 있는 것은 이리미아시를 기다리는 것 같았어. 이쯤 되니 이리미아시는 단순한 소설 속 인물 같지가 않고, 지은이가 무엇인가를 상징하는 것 같았어. 예를 들어 과거 헝가리의 영광 같은 것 말이야. 피폐해진 마을을 다시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 그가 죽지 않고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 같았어. 그렇게 소설의 1부가 끝이 났단다.

 

3.

2부는 특이하게 챕터의 순서가 6부터 거꾸로 내려오게 배치했단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작가가 그렇게 구성한 의도는 잘 모르겠더구나. 술집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 잠들기 시작해서 모두 잠들었단다.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그가 왔단다. 이리미아시.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서 그를 반겼어. 이리미아시는 그들에게 연설을 하기 시작했어. 이리미아시의 연설은 어젯밤 헛간에서 발견한 소녀의 시신 이야기부터 시작했단다. 이리미아시는 에슈티케의 시신을 발견한 거야. 아무에게도 관심도 받지 못하고 보호받지도 못한 소녀의 죽음은 자살의 형태를 띠었지만 그것은 타살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어.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했지. 자신이 떠난 후 이 마을은 몰락되었다고 비판하면서도 앞으로 희망을 이야기했단다. 그들에게 이곳 시골을 떠나 새로운 정착지에서 시범경제를 해보자고 했단다. 모두에게 일정한 수입을 보장할 수 있고, 서로 힘을 모아 살아갈 수 있다고 했어. 그러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단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했단다. 그리고 모인 돈 일부는 에슈티케의 장례비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를 투자금으로 사용하자고 했단다.

이리미아시의 연설은 모두에게 호응을 얻어서 마을 사람들은 몇몇만 빼고는 모두 길을 떠나기로 했단다. 이리미아시가 이야기한 곳은 알마라는 도시인데,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곳으로 떠났단다. 지은이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책들을 꾸준하게 번역출판한 출판사 이름이 알마라고 했는데, 이 소설에 나오는 도시 이름을 따서 지은 것 같구나.

그들은 수레에 짐을 잔뜩 싣고 출발을 했는데, 가다가 누군가 의사이야기를 했단다. 의사에게 자신들이 떠난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이야. 자신들이 없으면 의사는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어. 이미 떠나온 이상 돌아갈 수 없었어. 사람들은 길을 가면서 서로 시기하는 일도 생기고 불만들이 쌓이기 시작했어. 그들은 이리미아시와 만나기로 한 곳에 도착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이리미아시가 오지 않았어. 그들은 이리미아시에게 속은 것은 아닌가 의심을 하기도 했어. 그리고 그것이 서로 상대방의 책임이라서 고성을 오가며 싸우기도 했단다. 그 때 이리미아시가 도착을 했단다. 싸우던 사람들만 민망하게 되었지.

이리미아시는 다시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했어. 자신이 세웠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면서, 당분간 뿔뿔이 흩어져서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어. 사람들은 속으로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돌아갈 마을도 없고 이리미아시를 믿을 수밖에 없었어. 이리미아시가 준비한 트럭을 타고 그들은 어떤 역광장에 내려서 각자 새로운 일자리를 소개받고 뿔뿔이 흩어졌단다. 그들이 전재산을 털어 모아둔 투자금은 이리미아시가 가지고 도망을 갔단다. 과거의 영광을 다시 오게 할 희망인줄 알았던 이리미아시는 결국 한낱 사기꾼이었던 거야. 그리고 정보원이기도 했어. 이리미라시와 페트리너는 정보원으로 주민들을 감시하여 상위에 보고하는 사람들이었어.

의사 이야기를 좀 해야겠구나. 의사는 술먹고 쓰러져서 몇 주간 병원에 입원했다가 마을로 돌아왔어. 마을에 오니 아무도 보이지 않았어. 의사는 마을 사람들을 관찰하여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없어졌으니 어쩌나, 잠시 걱정하다가 어차피 그의 공상으로 쓸 수 있다면서 다시 관찰 일기장을 펼쳤단다.

….

이렇게 소설이 끝이 났단다. 그들이 소설 중간에 잠시 가졌던 희망이 꽃을 피웠으면 좋았겠지만, 1985년 무너져가는 공산주의 국가 헝가리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였어. 앞서 이야기했지만 소설이 술술 읽히는 것은 아니고, 소설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낯설어서 아빠가 소설을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는 않지만, 지은이가 공산주의 사회를 비판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소설을 읽고 나니, 이 소설로 영상화한 7시간 짜리 <사탄탱고>영화가 더 궁금해지는구나. 어떻게 영상으로 옮겼는지 한번 보고 싶은데, 일단 어떻게 볼 수 있는지 함 찾아봐야겠구나. 올해는 어떤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탈까. 작년에 유럽 남성 작가가 받았으니, 올해는 비유럽 여성 작가가 받으려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어느 시월의 아침 끝없이 내릴 가을비의 첫 방울이 마을 서쪽의 갈라지고 소금기 먹은 땅으로 떨어질 즈음(이제 첫서리가 내릴 때까지는 온통 악취 나는 진흙 바다가 펼쳐져 들길로 다니기도, 도시로 가기도 어려울 터이다), 후터키는 종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책의 끝 문장: 하지만 움직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그 또한 침대에서 꼼짝하지 않았는데, 돌연 주위의 말 없는 물건들이 신경을 건드리는 대화를 시작했다.

 


"제가 스무 살이 넘은 건 아시죠. 제 동생도 곧 스물이 되고요. 이러고만 살 수는 없어요. 박사님이 오시기 전에 그 얘기를 하던 참이었어요. 저희는 얼마나 돈을 모을 수 있었을지? 상상이 되세요? 사람이라도 죽일 것 같은 기분이예요. 정말요!" - P108

애매하게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야말로 근근이 버티고 계시다는 사실 말이지요. 이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되면 아니라고 하십시오! 벌써 몇 년 전부터 여기 세상의 끝, 이 가망 없는 지역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생계를 꾸려보자고 하지 않았던가요? 우리가 마지막으로 1년 반 전에 보고 헤어질 때, 여러분은 술집 앞에 모여서 저희가 길을 꺾어 들어 보이지 않게 될 때가기 손을 흔들어주셨지요. 아직도 기업이 납니다. 그때 여러분들은 아이디어가 넘쳐났고 멋진 계획들과 충만한 의욕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보는 여러분은 그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아니 더 남루해지고, 이런 제 표현을 용서하십시오. 이전보다 더 어리석어졌습니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요? - P241

불행한 나의 친구들이여. 여러분이 무릎을 꿇고만 이 고난이란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우리의 친구 후터키 씨가 거듭 말하듯이 부스러진 회벽, 내려앉은 지붕, 무너진 담당, 닳아버린 기와 따위가 같은 겁니까? 아니면 그보다는 깨진 환상, 암담해진 전망, 쇠약해진 무릎, 의지력의 쇠퇴 같은 것을 떠올려야 할까요? 제가 가혹하게 표현한다고 해서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분명하게 말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점잔 빼고 소심하게 굴며 전전긍긍하는 것은 모든 것을 더 나쁘게 만들 뿐입니다. - P250

"자, 너무 가슴에 담아두지 마세! 보다시피 다 좋은 쪽으로 해결 나지 않았는가…"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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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홈즈
전건우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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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유쾌한 소설 한 편을 이야기해줄게. 유쾌하다고는 하지만 살인도 벌어지고, 살벌한 결투도 벌어지는 하드 코어 요소도 담겨 있다고 해야겠구나.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함과 유머 감각은 유지한 소설, 전건우 님의 <살롱 드 홈즈>라는 소설이란다. 책표지 또한 그럼 유쾌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단다. 한참 전에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알게 되어 구입한 책인데, 이제서야 읽었단다. 그 사이에 이 소설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구나. 그 드라마는 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화끈하고 시원하고 유쾌한 드라마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 든단다. 지은이 전건우 님은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다른 작품들도 함 찾아 읽어봐야겠구나.

 

1.

이 소설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한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주부탐정단의 활약을 그린 소설이란다.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읽다 보면 배후 세력이 어떤 사람인지 추측이 되긴 하지만 문제되지는 않는단다. 주부탐정단이 어떻게 범인을 잡아가는지 초점을 맞춰 있으니까

주인공 공미리는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남편을 죽이는 꿈을 자주 꾸지만 아주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았어. 공미리의 남편은 축구 중계에 미쳐 가정생활을 거의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란다. 그러니 공미리가 남편을 죽이는 꿈을 자주 꾸지. 공미리는 어렸을 때부터 추리 소설을 즐겨 있고 탐정이 꿈이었는데, 지금은 우울증에 걸린 아줌마로, 가끔씩 병원에 다닌단다. 얼마 전부터 옮긴 병원의 신경정신의 박도진의 상담을 받고 많이 좋아진 것 같았어.

공미리는 추경자, 박소희 등과 함께 전지현이 운영하는 광선 슈퍼에서 자주 모인단다. 그들은 광선 슈퍼에서 부업으로 곰인형의 눈을 붙이는 일을 하곤 했어. 나이 순으로 보면 전지현, 추경자, 공미리, 박소희 이런 순이란다. 추경자는 남편이 경찰이라서 그런지 좀 과격하고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박소희는 일류대학교에 합격했다가 못된 놈을 만나 임신을 하여 학교를 중퇴하고 미혼모로 부모님이 있는 광선아파트로 돌아온 거야. 아이 아빠는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내뺐다고 하는구나.

최근에 아파트 단지에 출몰하는 성추행범이 골칫거리였어. 그런데 그 놈의 물건이 작다고 하여, 쥐방울이라는 별명이 생겼어. 경찰에 신고를 해도 강력범죄가 아니니까, 크게 신경도 쓰지 않았어. 그래서 공미리는 우리들이 잡아보자고 제안을 했고, 다른 이들도 모두 오케이를 했단다. 그렇게 주부탐정단이 출범했단다.

주부탐정단은 아파트 경비인 김광규에게 도움을 요청했단다. 김광규로부터 쥐방울 피해자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했어. 피해자들이 여자이다 보니, 같은 여자들에게 이야기를 더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니, 공통적으로 쥐방울에게서 흙냄새, 꽃냄새가 났다고 했단다. 주부탐정단이 쥐방울의 행적을 쫓는다는 소문이 나자, 어떤 아주머니부터 연락이 왔어. 이십 대인 딸이 있는데 이틀째 소식이 없다면서 말이야. 경찰은 이십대 여자가 이틀째 소식이 없는 것은 늘쌍 있는 일로 치부했지만, 자신의 딸을 가장 잘 아는 엄마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거든. 딸은 퇴근 후 헬스장에 갔다고 나간 뒤로 연락이 끊겼다고 했어.

이건 그 동안의 쥐방울의 행적도 좀 다르긴 했지만, 성추행범들은 점점 과감해지고 강도가 세어진다는 통계로 봤을 때 피해자를 납치해서 더 심한 짓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 주부탐정단은 역할을 분담하여 공미리와 추경자는 탐문 수사를 맡았고, 박소희와 전지현은 CCTV를 담당했단다. 그들의 이런 활동은 당연히 남편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무시를 받았단다. 그래서 남편들이 출근하고 나서 모여서 조사를 했어. 공미리는 신경정신의 박도진에게 이 사건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었지.

 

2.

소설은 중간중간 범인의 일인칭 시점의 글들이 있단다. 쥐방울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읽다 보면 쥐방울이 아닌 살인범의 이야기했단다. 광선아파트에 쥐방울보다 더 살벌한 싸이코패스가 있었던 거야. 이 싸이코패스는 단독 범행을 저지르고 있는 듯 보였지만, 그를 뒤에서 코칭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어. 그리고 그 사람의 정체는 얼마 안 가서 드러나게 된단다.

경비원 김광규는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잘려진 사람 손과 스마일 배지가 들어 있는 검정색 비닐봉지 발견한단다. 스마일 배지는 몇 달 전 경기 남부에서 일어났던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일명 스마일맨의 상징이었단다. 며칠 동한 잠잠했던 살인사건이 이번에 서울 광선아파트에서 일어난 거야. 스마일맨의 특징은 시신을 유기하지만 머리는 버리지 않는 특징이 있었단다. 자신의 집이나 별도의 장소에 피해자들의 머리를 모아 놓았을 것이라는 것이 경찰들의 분석이었어.

이번 범행도 마찬가지였단다. 잘려진 손이 발견되고 얼마 안되어 나머지 시신도 발견했단다. 피해자는 앞서 이야기했던 헬스장에 갔다가 실종된 이십 대 여성이었어. 쥐방울 사건은 이제 사건도 아닌 것처럼 보였어. 주부탐정단의 타겟은 스마일맨이었단다. 그런데 그 시신이 발견된 날 주부탐정단의 막내 박소희가 실종되었어. 공미리와 전화통화 중에 갑자기 끊긴 전화와 함께이번 소행도 스마일맨이라고 생각했어. 공미리를 비롯한 주부탐정단은 이제 남 이야기가 아니었단다. 박소희를 죽이기 전에 스마일맨의 정체를 알아내야 했어. 공미리와 추경자, 전지현은 범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단다.

그 와중에 자신이 스마일맨이라면서 자수를 했다는 소식이 대서특필되었어. 경찰도 그를 범인으로 단정짓고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했어. 그런데 그 사람이 공미리도 다니는 미소신경정신과의 박도진 의사의 환자였단다. 우연일까? 아니면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일까. 공미리는 이 자수범을 알아 보고 경찰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경찰은 공미리의 말을 믿지 않으려고 했단다. 스마일맨이 자수를 했다고 생각한 경찰은 더 이상 수사를 하려고 하지 않았지.

주부탐정단은 이제 그들끼리 진짜 범인을 찾아야 했어. 그들은 아파트 경비 김광규의 도움을 받아서, 스마일맨이 광선아프트 6 101호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범인과 쫓고 쫓기고, 혈투까지 하게 된단다. 범인 뿐만 아니라 배후에 인물이 아주 잘 알고 있던 사람이라는 것까지 밝혀내게 되지. 그리고 박소희도 구할 수 있었어.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범인은 자주 등장하지 않아서 예측하기 쉽지 않았지만, 범인을 배후에서 조정한 이는 쉽게 예상이 가능했단다. 그래도 소설은 나쁘지 않았어. 드라마는 어떤 식으로 각색되었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그 긴 드라마를 볼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김박복 할머니는 그날 밤 악마를 만났다.

책의 끝 문장: “살롱 드 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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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 뜨겁게 사랑하고 단단하게 쓰는 삶 일러스트 레터 3
줄리엣 가드너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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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얼마 전에 <제인 에어>를 재미있게 읽고 나서 지은이 샬럿 브론테와 자매들에 대해 검색을 해보다가 그들의 슬픈 가족사를 알게 되었어. 여섯 남매가 태어났으나 둘은 어렸을 때 죽고 넷은 성인까지 자랐으나 모두 요절하고 말았다는 이야기. 아내도 일찍 죽고 아이들도 모두 요절하고 홀로 남은 늙은 아버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루 상상하지도 못할 것 같구나. 브론테 자매들의 작품들도 궁금했지만 그들의 삶이 더 궁금했어. 그들의 슬픈 가족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것도 있지만, 어떤 생활을 했기에 그 당시 세자매 모두 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 말이야. 그래서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책이 오늘 너희들에게 이야기할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라는 책이란다. 그들이 남긴 편지와 기록들을 통해서 그들을 삶을 돌아보는 그런 책이란다.

책 제목에 있는 폭풍의 언덕은 에밀리 브론테의 너무나 유명한 소설 제목이란다. 아빠도 오래 전에 읽었는데 줄거리만 문체가 좀 세다는 기억만 조금 남아있구나. 폭풍의 언덕이란 제목이 그들이 살았던 곳에서 유래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 그럼, 그들의 안타까운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1.

그들의 아버지 패트릭 브론테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어렸을 때 책을 좋아했는데 그것이 동네 목사의 눈에 띠어 도서관에서 일하게 되었고, 부목사가 되었대. 나중에 커서 영국으로 건너와 목사가 되었고 말이야. 결혼은 당시 나이 치고는 늦은 나이인 35살에 했는데 아내인 마리아도 29살로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였대. 그들은 여섯 명의 아이를 낳고 하워스로 이사를 갔어. 그런데 아내 마리아가 병에 걸려 1821 9 38살에 어린 아이들을 남기고 눈을 감았단다.

첫째 마리아가 열 살도 채 안 되었는데 그 밑으로 다섯이나 더 있었으니 패트릭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을 거야. 그래서 알고 지내던 여자에게 청혼했지만 거절 당했단다. 아이 여섯 달린 홀아비의 청혼을 승낙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 천사 아니고서야패트릭은 결국 딸들을 코완브리지라는 기숙학교로 보내기로 했어. 첫째 마리아, 둘째 엘리자베스, 셋째 샬럿, 다섯째 에밀리를 코완브리지에 보냈단다. 넷째 브랜웰은 아들이라서 집에 있었고, 막내 앤은 너무 어려서 집에 있었어.

그런데, 코완브리지 기숙학교는 시설이 그리 좋지 않았어. 위생 시설도 안 좋고 아이들 관리도 엉망이었어. 샬럿은 이 학교의 경험을 나중에 소설 <제인 에어>에서 로우드 학교의 모델로 삼았단다. 코완브리지 학교의 청결하지 못한 위생 상태 때문에 전염병에 쉽게 노출되었고, 1825년 첫째 마리아는 11살 때, 둘째 엘리자베스는 10살 때 연이어 폐결핵으로 죽고 만단다. 이에 충격을 받은 아버지 패트릭은 샬럿과 에밀리를 집으로 데리고 왔단다.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이후 식구들은 거의 집에서만 지내면서 가정교육이나 책으로 공부했어. 이모 엘리자베스 브랜웰이 자주 와서 보살펴 주었고, 집안일은 50대 나이 지긋한 하녀가 도맡아 하고 있었어. 아버지는 아이들과 집에 있으면서 아이들과 시사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기도 하고 신문과 정기간행물을 구독해서 아이들에게 읽히게 하고 서로 토론하기도 했단다. 사교 활동도 거의 안하고 집에서 주로 집에서 지내는 그들에게 교회와 주일학교에 나가는 것이 거의 유일한 사교활동이었어. 그렇다고 그들이 집에서 지루하게 보내는 것은 아니야. 그림도 그리고 그들만의 상상 속 왕국을 만들어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놀았단다. 이런 놀이들이 향후 그들이 소설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그들이 그린 그림들 중에 아직도 남아 있는 그림들이 많고 이 책에도 많이 실려 있단다. 아빠가 그림을 잘 못 그려서 그런지 몰라도, 그들의 그림 솜씨가 다들 좋았단다. 샬럿의 남동생이자 에밀리와 앤의 오빠인 브랜웰은 커서 화가로 활동하기도 했지.

십대 후반이 되어서 샬럿은 다시 학교에 갔는데, 로헤드라는 학교였어. 그 학교에서 사귄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이 이 책에서 소개해 주었단다. 나중에 샬럿은 로헤드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게 되었어. 18살이 된 브랜웰은 본격적인 미술수업을 받기 위해 왕립미술원에 가기로 했어. 하지만 런던에서 2주간 머물다가 다시 돌아왔어. 방황의 시기가 아니었나 싶구나. 에밀리도 샬럿이 있는 로헤드 학교에 갔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세 달 만에 집으로 돌아왔단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보면 글이 좀 거칠면서도 힘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런 거침이 틀에 짜인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나 보구나. 샬럿과 에밀리의 스승이었던 에제는 에밀리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모험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보면, 에밀리는 그의 글처럼 거친 면이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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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에제 씨는 에밀리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위대한 모험가가 됐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매우 논리적이어서 브론테 자매들의 철도 주식을 도맡아 관리했다. 이들은 브랜웰 이모의 유산을 모조리 철도에 투자했다. 샬럿은 1845년 울러 양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에밀리는 신문에 철로에 관한 기사나 광고가 나오면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 읽으며 그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해 왔어요. 게다가 우리는 도박성 투자를 하지 않고 단순한 추측성 매입이나 매도도 삼가고 있어서 수익을 꽤 올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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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들은 함께 일기소식지를 쓰면서 생각도 공유했단다. 일기를 함께 써나가는 것은 멋진 생각인데 너희들은 숙제 하느라 바쁘고 아빠도 이것저것 바쁘니 이런 것은 힘들 것 같구나.

에밀리와 앤도 나이가 들면서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근처의 학교에서 교사 일을 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적응을 제대로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어. 1841 3월 샬럿은 이번에는 가정교사로 일하기 위해 리즈의 로던 지역으로 떠나고 앤은 요크쥬에서 가정교사 일을 했어. 이런 경험들이 <제인 에어>를 쓸 때 소설 속 제인 에어가 가정교사를 하는 부분에 도움이 되었겠구나. 그런데 가정교사 일도 쉽지 않았나 봐. 열악한 환경 탓으로 그만두고 다시 집으로 모였단다.

샬럿은 그래도 사회활동에 좀 적극적이었던 것 같아. 이모한테 부탁해서 샬럿과 에밀리는 벨기에 브뤼셀로 공부하러 갔단다. 당시 샬럿과 에밀리는 공부하기애 좀 많은 이십대 중반이었어. 그들은 나이도 어리고 문화도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했어. 오히려 그들은 선생님들의 눈에 띠었어. 그들의 학식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을 알고 학교에서는 그들에게 선생님 일을 겸하는 것을 제안했단다.

그런데 얼마 후 브랜웰 이모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집에 오게 되었단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자매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이모의 갑작스런 죽음은 그들에게 큰 충격이었어. 장례식을 마치고 에밀리는 그냥 집에 머무르기로 했고 샬럿만 다시 브뤼셀 학교로 갔단다. 샬럿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는데 안타깝게도 그 대상이 유부남이었어. 예전에 스승으로 만나 알게 되었던 콩스탕탱 에제라는 사람인데 짝사랑을 하여 계속 편지를 보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에제는 선을 분명히 지켰다고 했어. 사랑은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오는데 그 사랑이 허락되지 않은 사랑이라 힘들구나.

 

2.

책은 에밀리가 시집으로 먼저 냈단다. 그 이후에 세 자매가 함께 시집을 내려고 출판사를 찾아 다녔지만 응답이 없었어. 아일럿 앤 존스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긴 했는데, 작가 자비로 출판한다면 해 준다고 했어. 브론테 자매는 그렇게라도 책을 냈단다. 하지만 여성 작가가 당시에는 약점일 수 있었기 때문에 남자 이름으로 된 필명으로 시집을 냈어. 하지만 그 시집은 실패하고 말았단다. 어떤 간행물에서 극찬을 한 경우가 있었으나, 판매량이나 인지도에서는 완벽한 실패였단다.

출판사에서는 오히려 시집보다 소설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단다. 그래서 샬럿은 <교수>라는 소설을, 에밀리는 <폭풍의 언덕>이라는 소설을, 앤은 <아그네스 그레이>라는 소설을 썼단다. 이 소설들을 본 아일릿 앤 존스 출판사는 일단 출판을 거절해서 다른 출판사를 돌아다녔고, T.C 뉴비는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과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만 출간하기로 했어. 그것도 작가에게 아주 불리한 조건으로 말이야. 이름 없는 신인 작가의 설움이라고 할까.

..

샬럿은 이어서 <제인 에어>를 집필했고 스미스 앤 엘더 출판사에서 출판을 했는데, 극찬뿐만 아니라 판매량에서도 크게 성공을 거두었단다. 하지만 샬럿이 이 책을 필명으로 써서 가족과 친구들도 몰랐다고 하는구나. 심지어 남동생인 브랜웰은 이 사실도 모르고 갑자기 병이 생겨 죽고 말았어. 브랜웰은 이십 대 들어서 술과 약물을 많이 했는데 그것의 후유증으로 일찍 죽었을 것이라고 하는구나. 샬럿의 아버지 패트릭도 샬럿이 <제인 에어>를 썼다는 사실도 성공한 다음에 알게 되었어.

샬럿이 성공한 이후에 사람들은 에밀리와 앤의 작품도 다시 보기 시작했어. 그래서 세 자매는 모두 인정 받는 작가가 되었고 이제서야 꽃길만 가게 될 줄 알았는데, 죽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앞서 이야기한 남동생 브랜웰이 죽은 것이 1848 10월이었고, 두 달 뒤인 1848 12월 에밀리가 폐결핵으로 죽고, 다음 해인 1849 6월 앤도 폐결핵으로 죽고 말았단다. 1년도 안되어 세 동생이 모두 죽고 샬럿은 혼자 남았으니, 삶이 무너지는 듯 했을 거야.

이제 그 하워스 집에는 샬럿과 늙으신 아버지 둘이 지냈단다. 샬럿은 깊은 상심을 글쓰기로 치유하려고 했어. 소설 <셜리>를 이 때 썼는데, <셜리>라는 소설에는 에밀리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고 하는구나. <셜리>라는 소설도 나중에 꼭 읽어봐야겠구나. 이제 샬럿은 성공한 작가로 대외 활동도 했단다. 런던에 가서 다른 작가들과 교류도 하고, 런던의 이곳 저곳을 여행하기도 했어. 이런 작가들의 모임에서 엘리자베스 개스펠을 만나게 되는데 엘리자베스 개스펠은 나중에 샬럿이 죽고 나서, 샬럿의 아버지의 부탁으로 샬럿의 전기를 쓰게 된단다.

샬럿은 예전에 동생들과 함께 썼던 시집을 재출간하는 작업도 했어. 그리고 동생들의 소설들도 재출간했어.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을 재출간하면서 서문은 샬럿이 직접 썼단다.

샬럿은 창작활동도 계속하여 <빌레트>라는 소설을 썼는데, 이것은 벨기에 브뤼셀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하는구나. 이 소설을 쓸 때는 잘 안 써져서 우울증을 겪기도 하지만, 출판 이후에는 호평이 이어졌다고 했어. 이 책은 아빠가 읽으려고 사두었는데, 이 책도 읽어봐야겠다. 그렇게 성공을 했지만 동생들을 잃은 슬픔은 여전했을 거야. 그런 샬럿에서도 사랑이 찾아왔단다. 아버지의 부목사인 아서 벨 니콜스가 청혼을 했어. 처음에는 샬럿이 아서의 청혼에 거절했지만, 편지를 계속 보내면서 자신의 마음을 전하자, 샬럿은 그제서야 청혼을 받아들였단다. 샬럿이 몸이 허약하고 나이도 적지 않아서 아버지가 반대를 했다고 하지만 결국 아버지도 설득하여 1854 6 29 38살의 나이에 결혼을 했단다. 아일랜드로 신혼 여행도 다녀왔어.

먼저 떠난 동생들의 행복까지 샬럿이 대신 살았으면 좋겠지만, 운명이라는 것이 참 얄궂구나. 결혼하고 나서 얼마 안되어 임신을 했는데 임신 중 병이 생겨서 그만 결혼한 지 9개월만 세상을 뜨고 말았단다. 샬럿의 나이는 서른여덟 살이었어. 아버지의 결혼 반대가 어쩌면 옳았던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모든 가족들은 모두 보내고 홀로 남은 아버지.. 어떤 삶의 의미도 없었을 것 같구나. 늙어서 거동도 불편했던 패트릭. 사위인 아서는 장인어른이 돌아가실 때까지 보살펴 드렸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브론테 자매들은 모두 하늘의 별들이 되었단다. 명작 몇 편만을 남기고 말이야. 그들이 평균적인 수명만 살았어도 더 많은 작품들을 남겨 아빠를 비롯한 오늘날의 독자들까지 읽는 즐거움을 더했을 텐데 말이야. 그래도 그들이 남긴 작품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참 다행이구나.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읽었지만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고, 앤 브론테의 <아그네스 그레이>도 한번 읽어봐야겠고, 샬럿 브론테의 여러 작품들도 꼭 읽어봐야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브론테는 자매들의 아버지인 패트릭 브론테는 이렇게 회고했다.

책의 끝 문장: 교회지기인 존 브라운에 따르면 니콜스는 샬럿의 유언대로 가족 중에 가장 오래 산 패트릭이 1861 6월에 여든넷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그를 돌보았다.


이 아이들은 교제를 원하지 않았다. 이들은 유치하고 떠들썩한 모임에 익숙하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보다 더 단단하게 결속된 가족은 어디에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들에게는 아동용 도서가 없었을 것이며,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영국 문학의 유익한 문장들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고 다녔을 것’이다…… 이 집의 하인들은 놀랍도록 총명한 브론테가의 아이들에게 크게 감명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 P86

에밀리 브론테는 이때 벌써 우아하고 나긋나긋한 자태가 두드러졌어요. 아버지를 에외하면 가족 중에 에밀리의 키가 제일 컸죠. 샬럿처럼 선천적으로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지만 역시나 언니처럼 꼬불꼬불한 곱슬머리를 부스스하게 방치했어요. 피부색도 언니처럼 색소가 부족한 듯 창백했죠. 에밀리의 눈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어요. 부드럽고 초롱초롱하며 투명한 눈이었죠. 하지만 너무 내서적이어서 사람들 똑바로 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답니다. 눈동자는 때로는 짙은 회색으로, 때로는 짙은 파란색으로 보였어요. 말수는 동반자이자 가장 가까운 공명의 대상이었어요. 다른 누구도 그들 사이에 끼어든 적이 없었던 것처럼요. - P130

1843년 10월 14일 토요일 아침, 브뤼셀. 1교시 수업. 너무 춥다. 불도 없다. 아빠와 브랜웰과 에밀리와 앤과 태비가 있는 집에 가고 싶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지내는 데 지쳤다. 삶이 음울하다. 이 학교에는 호감을 품을 만큼 괜찮은 사람이 단 한 명뿐이다. 또 한 명은 장밋빛 설당 과자 같지만 실상은 색분필일 뿐이라는 걸 나는 안다. - P186

‘우리는 죽은 형제를 보이지 않는 곳에 묻었습니다.’ 샬럿이 1848년 10월 2일, 출판사에 보낸 편지 내용이다. ‘지난주의 우울한 소란이 잠잠히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다른 이들이 망자를 애도하듯 그를 추모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유일한 남자 형제가 떠난 것은 우리에게 징벌보다는 자비의 빛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브랜웰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누이들의 자랑이자 희망이었지만, 성인이 된 후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우리가 그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죠. 옳은 길로 돌아오길 희망하고 기대하고 기다렸지만…… 결국에는 절망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대단한 성공을 거둘 수도 있었던 생명이 이른 나이에 갑작스레 빛을 잃고 종결되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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