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5 - 레인 이야기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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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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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레고리 머과이어 <위키드> 시리즈 어느덧 5권의 이야기란다.5권의 제목은 레인 이야기. 레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겠지? <위키드> 3리르 이야기마지막 부분에 리르와 캔들이 녹색 피부를 가진 딸을 낳았는데, 그 아이의 이름이 바로 레인이란다. 그러니까 <위키드> 5권의 주인공은 리르의 딸 레인의 이야기란다. 리르는 누구의 아들? 그래, 서쪽 마녀 엘파바의 아들. 그러니까 레인은 엘파바의 손녀가 되겠구나.

..

그런데 5권의 첫 부분은 반가운 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캔자스로 돌아간 도로시가 등장했어. 오즈에서 돌아온 지 6년이 지났어. 하지만 도로시는 여전히 에메랄드 시에서 있었던 일들을 그리워하곤 한단다. 헨리 아저씨와 엠 아주머니와 함께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갔을 때도 그 도시를 에메랄드 시와 비교하며 이야기했어. 호텔에 묵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서 건물이 흔들렸단다. 1906 4 18일이었어. 소설에 날짜가 정확히 써 있길래 그날 진짜 지진이 있었나, 검색을 해보니 그날 샌프란시스코에 엄청나게 큰 지진이 일어나서 3000명 이상이 죽었다고 하는구나. 아무튼 소설 앞부분에서 도로시가 잠깐 등장하고 다시 오즈의 세계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한단다.

 

1.

글린다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단다. 오래 전에 남편 처프리 경은 죽고 목베거홀이라는 곳에서 하인들을 데리고 지내고 있었어. 목베거홀은 먼치킨랜드 령에 위치하고 있단다. 먼치킨랜드 땅과 오즈의 땅 경계에 위치하고 있단다. 글린다는 오즈의 정부에서도 일했던 사람인데, 오즈의 정부와 내전 중인 맨치킨랜드의 땅에 살고 있으니 오즈 정부에서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단다.

아참, 오즈의 황제는 여전히 셀이란다. 셀 기억나지? 엘파바의 남동생. 글린다 부인이 먼치킨랜드 땅에 머무르고 있어서 체리스톤 장군이 찾아와 이주 명령을 내렸단다. 하지만 글린다가 그런 것에 신경 쓸 나이도 아니고 성격도 아니었단다. 거절했어. 그러자 체리스톤 장군은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도 모두 퇴거 조치를 했단다. 그리고 글린다도 집 바깥을 나갈 수 없는 가택연금조치를 당했어. 70여명이었던 가솔을 모두 내쫓고 다섯 명만 남겼는데, 그 중에는 고아로 알려진 여덟 살짜리 레인도 포함되어 있었단다. 아빠가 이미 레인이 리르와 캔들의 딸이라고 했는데, 이야기하지 말 걸 그랬구나. 그런데 좀 읽다 보면 금방 레인이 리르와 캔들의 딸이란 걸 눈치챌 거야.

친구 엘파바의 손녀딸을 글린다가 보살피고 있는 거구나. 공식적으로는 레인은 글린다의 몸종이란다. 그렇게 글린다를 가택연금조치를 했지만 체리스톤 장군은 오래 전부터 글린다와 친분이 있어 같이 저녁도 먹고 그랬어. 글린다의 몸종 레인이 글을 못 읽는다는 것을 알게 된 체리스톤 장군은 레인에게 자신이 글을 가르쳐 보겠다고 했어. 체리스톤 장군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거든

어느날 난쟁이가 이끄는 타임드래곤 부대가 찾아왔단다. 그들은 타임드래곤과 함께 공연을 했어. 글린다와 체리스톤과 군인들이 함께 공연을 봤어. 그런데 그 공연에 군인들이 호수에 빠져 죽는 장면이 나왔어. 체리스톤 장군은 공연을 멈추게 했단다. 사실 타임드래곤은 과거의 비밀의 이야기하거나 미래의 일을 예언하는 공연을 하는 능력이 있잖아. 그렇다면 체리스톤의 부대원들이 미래에 호수에 빠져 죽게 되는 것인가? 난쟁이는 타임드래곤이 보관하고 있던 마법서 <그리머리>를 글린다 부인에게 전달했단다.

체리스톤 장군은 부대원들과 함께 목베거홀에 머무르면서, 커다란 호수에 함선들을 만들면서 먼치킨랜드와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어. 글린다의 하인들 중에 퍼글스와 머스라는 사람이 있는데, 퍼글스는 군인들과 시비가 붙어 싸우다가 척추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머스는 체리스톤 장군이 해고를 해서 집에서 쫓겨났단다. 그래서 글린다 부인의 측근은 이제 레인만 남았단다. 레인은 몰래 체리스톤의 부대를 염탐했는데, 그들은 드래곤들은 이용하여 먼치킨랜드를 공격하려고 했어. 그래서 드래곤들을 길들이는 일도 하고 있었지.

글린다 부인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물면 안 되겠다 생각하고 레인과 함께 탈출 시도를 했단다. <그리머리>에서 터득한 마법을 이용해서 드래곤들과 체리스톤의 함선들을 호수에 꽁꽁 얼려 두었어. 그래서 드래곤과 체리스톤의 함선들은 꼼짝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때 먼치킨랜드의 부대가 공격하여 함선은 모두 난파되고 드래곤도 다섯 마리가 죽고 한 마리만 도망을 갔단다. 글린다 부인과 레인은 그런 혼란의 틈을 타서 목베거홀을 탈출하여 길을 떠났어. 가는 길에 겁쟁이 사자 브르르와 일리아노라를 만났단다. 그들은 얼마 전에 타임드래곤 부대와 함께 왔을 때도 만났단다. 아무래도 글린다가 브르르와 탈출 계획을 미리 짜 놓은 것은 아닌가 싶구나.

글린다 부인은 브르르와 일리아노라에게 레인을 맡기고 자신은 다시 돌아가겠다고 했어. 퍼글스와 머스 때문에 돌아가야 한다고 했어. 그리고 <그리머리>도 다시 돌려주었어. 그렇게 레인은 타임드래곤 부대와 함께 하게 되었단다. 난쟁이는 레인이 자신들과 동행하는 것을 싫어했지만, 브르르와 일리아노라가 설득하여 동행하기로 하고 그들은 남쪽으로 향했단다. 아참, 브르르는 사자이고 일리아노라는 사람이지만, 그들은 사이 좋은 부부였단다.

 

2.

남쪽으로 가던 일행은 가는 길에 약제사 수녀를 만났단다. 약제사 수녀는 세인트글린다 수녀원 소속으로 그 이전에도 몇 번 나왔었어. 약제사 수녀는 키가 작아서 꼬마 다피라고도 불렀는데, 앞으로는 꼬마 다피라고 부를게. 꼬마 다피도 그들과 동행하기로 했단다. 그런데 체리스톤 부대가 그들을 추격하고 있었어. 타임드래곤 부대의 대장 난쟁이에게 걱정거리가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타임드래곤이 죽은 듯 동작을 안하고 있던 거야. 그런데 레인이 우연히 어떤 말을 했는데, 그 말에 타임드래곤이 반응하며 깨어났단다. 그리고는 갑자기 레인 일행들을 모두 태우고 하늘로 날아 올랐어. 그렇게 체리스톤 부대의 추격을 따돌렸단다.

타임드래곤은 먼치킨랜드 남부지역인 쿼들링 지역에 그들을 내려주었단다. 그러고는 타임드래곤은 또다시 가만히 있었단다. 타임드래곤이 미래를 예측해 주니까, 그들이 가는 곳까지 예지해 주었는데 아무런 신호를 보내지 않아서 그들은 쿼들링 지역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단다. 1년이 지나도록 타임드래곤은 아무런 신호를 내놓지 않아, 그들은 일단 길을 떠나기로 했단다. 가는 길에 브르르의 첫사랑이었던 상아호랑이 뮬라마가 그들을 찾아왔어. 뮬라마는 그들을 돕겠다면서 은신처에 데려다 준다고 했단다. 그렇게 데려가 곳은 어떤 농장이었는데 그 농장은 바로 리르와 캔들의 집이었단다.

<위키드> 3권에서 캔들은 레인을 낳고 농장을 떠났는데, 다시 돌아온 모양이구나. 리르와 캔들은 그들의 딸인 레인을 다시 만나게 되었단다. 그런데 어쩌다가 레인은 엄마 아빠와 헤어져 글린다와 함께 지내고 있던 것일까. 레인은 다시 만난 엄마와 아빠를 크게 반기지는 않았단다. 리르와 캔들도 조심스럽게 레인에게 접근하면서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려고 했어. 리르는 일리아노라를 보고 한 눈에 그가 의붓누이 노르라는 것을 알았단다. 일리아노라는 <위키드> 3권에서 리르가 그렇게 찾던 노르였단다. 남쪽 지하 감옥에 갇혔다가 재치로 탈옥에 성공했던 그 노르…. 그들은 리르의 집에 머물면서 그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

어느날 도시라는 굴뚝새가 그들을 찾아왔는데, 새로운 소식을 가져왔단다. 도로시가 다시 오즈에 왔다는 소식이었어. 그런데 네사로즈을 죽였다는 혐의로 먼치킨랜드 감옥에 갇혀 있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예전에 도로시의 집에 날라와 동쪽 마녀 네사로즈를 죽였을 때는 그렇게들 환호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네사로즈를 죽였다는 죄로 감옥에 넣다니그들도 다 그때그때 다른 사람들이로구나. 네사로즈의 악행은 잊혀지고, 오즈 정부에 항거하여 먼치킨랜드 독립을 주장한 사실만 남아 있는가 보구나.

일행은 도로시를 도와주기 위해 길을 떠났어. 그런데 가는 길에 숲 속 멧돼지의 공격으로 타임드래곤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단다. 다행히 <그리머리>는 리르가 가지고 있었어그렇게 <위키드> 5권의 이야기가 끝이 났단다. 이제 한 권이 남았구나. 5권을 읽다 보면 궁금한 점들이 몇 가지 있단다. 레인이 왜 글린다 부인과 함께 있었는지, 레인이 갓난아기였을 때 녹색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떻게 녹색 피부가 없었는지등 말이다. 그런 궁금증은 6권에 풀리게 될 것 같구나. 아참, 도로시의 재판 결과도 결판나겠지? 우리나라 재판처럼 터무니없는 결과가 아니길 바래. , 그럼은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도로시 게일과 그녀의 친지들이 캔자스 발 열차를 타고 산에 도착하기까지는 사흘이 걸릴 것이라고, 여행 설계사가 말해 주었다.

책의 끝 문장: 브르르가 둘 모두의 몫만큼 울었다.


몇몇 생애는 한 단 한 단 올라가는 층계와 같다. 매 시기마다 이전에 이룬 것을 바탕으로 그 위에 한 단을 더 높이 쌓아 올리는 식이다.
다른 생애들은 붕 하고 포물선을 그리는 날쌘 창의 궤적과 같다. 오직 한 가지에만 모든 것을 바치는 삶이다. 그 시작으로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그 얼마나 장려하게 집중되어 있는 인생행로인가. 그 날아간 길이 너무도 참되고 확실하여 숙명론의 증거가 될 것만 같다.
그리고 또 다른 생애들은 도리어 호숫가의 돌덩이를 넘어 앞으로 가는 있는 어린애의 걸음과 닮았다. 지금은 오르다가, 지금은 내리다가, 목적지는 항상 가려서 안 보이고. 이제 발목이 삐끗하고, 이제 샌드위치를 흘리고, 이제 낚싯바늘이 얼굴에 와 부딪히고.
- P300

목적지를 결정하면 항상 날씨가 나아지는 법이다. 아니면 나아진 것 같은 기분이라도 든다. 비록 태양은 여전히 거칠고 바람은 약했지만, 그리고 높은 습도 탓에 젖은 코트를 입은 것처럼 몸이 무거웠지만 한동아리 아닌 한동아리 일행들은 탄력 있는 걸음걸이로 걸어나갔다. - P303

거기에 진전이 있으면 있을수록 더욱더 많은 의미가 그 속에 깃들어 있는데, 어찌해 볼 수 있는 건 더 적어질 뿐이다. 인생을 살아가고 나이를 먹어 갈수록 더욱 구체적으로 손 안에 잡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찰나 찰나가 아주 미세한 것들이 모두 소중해진다. 살아온 인생, 지내 온 시간들이 갈수록 모순에 차고 역설로 아로새겨지고 불가해한 것이 되어 가지만 그 때문에 의미가 없어지는가 하면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다. 아마도, 해명되는 것이 적을수록 더욱 의미 깊은 것이다. (총합이 문제되는) 수학 방정식과 같지 않을수록, (결정적인 비밀에 좌우되는) 음악과 더욱 유사한 것이다. - P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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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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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너무나 유명한 작품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이야기할게. 얼마 전에 읽은 필립 로스의 <샤일록 작전>의 제목이 <베니스의 상인>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하면서 <베니스의 상인>을 읽어봐야겠다고 했잖아. 그래서 이번에 읽었단다. 그 유명한 작품을 이제서야 읽다니.. 아빠가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읽는데, 아직 이 세상에는 읽지 않은 책들이 참 많구나.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의 다른 유명한 작품과 마찬가지로 희곡이란다. 이 책을 처음 읽었으나, 결과를 보니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더구나. 이 작품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그 줄거리는 어디선가 들어봐서 그런 것 같구나.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어떻게 지었고,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별도로 이야기하지 않고, 바로 책 이야기를 해줄게.

 

1.

주인공은 앤토니오라는 베니스의 상인이란다. 자신 소유의 배들도 있었어. 엄청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돼. 사람들이 돈을 빌려 달라고 하면 무이자로 빌려주었단다. 어려워서 돈을 빌려 주는 것이니 이자를 받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지그렇다 보니 고리대금업자인 유대인 샤일록은 앤토니오를 무척 싫어했단다.

앤토니오의 친구 바싸니오는 앤토니오가 빌려준 돈을 다 쓰고 더 빌려달라고 했는데, 앤토니오도 현재는 돈이 없어서 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야. 앤토니오와 바싸니오는 어쩔 수 없이 샤일록에서 돈을 빌리고 앤토니오가 차용증서를 썼단다. 앤토니오를 싫어하는 샤일록은 차용증서에 잔인한 내용을 포함시켰어. 세 달 안에 돈을 갚지 못하면 앤토니오의 살을 한 근 떼어내라고 했던 거야. 앤토니오는 자신의 상선이 입항하게 되면 돈 갚은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면서 샤일록의 요청해로 차용증서를 썼단다.

샤일록에게는 딸 제시커가 있었은데, 강압적인 아버지 때문에 집에만 갇혀 지내야 했어. 하지만 젊은 혈기에 어찌 집에 갇혀 지낼 수 있겠니. 로렌조라는 사람과 몰래 사랑을 나누고 있었는데, 어느날 제시커는 아버지의 보물을 훔쳐서 로렌조와 도망을 갔단다.

….

포오셔라는 벨몬트의 상속녀로 엄청난 부자가 있단다.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남편감을 골라야 하는데, 그 방법이 좀 특이했단다. 상자 세 개가 있고, 각 상자에는 금, , 납과 하나의 문장이 적혀 있었는데, 구혼자들은 그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포오셔의 아버지 벨몬트의 뜻에 맞는 상자를 골라야 포오셔의 약혼남이 될 수 있었어. 포오셔는 돈뿐만 아니라 미모도 갖추고 있어서 많은 구혼자들이 찾아와 상자를 고르게 되었으나, 모두 실패했어.

포오셔는 사실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남자가 있었어. 앞서 이야기했던 앤토니오의 친구 바싸니오였단다. 바싸니오도 포오셔에게 청혼하러 왔는데, 포오셔는 그가 잘못된 상자를 고를까 걱정했단다. 포오셔라는 여자는 참 순진한 여자인가 보구나슬쩍 눈치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아무튼 다행히 바싸니오는 제대로 된 상자를 선택하여 포오셔는 바싸니오를 남편감으로 선택하게 되었단다. 바싸니오이제 앤토니오의 돈을 갚아야지

 

2.

많은 물건을 싣고 오던 앤토니오의 배가 풍랑을 만나 파괴되었다는 소문이 돌았어. 그로 인해 앤토니오는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되었지. 샤일록의 차용증서에 따라 앤토니오는 살점을 떼어낼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지. 이 소식은 바싸니오에게도 전해지고, 바싸니오는 포오셔에게 이야기를 했어. 포오셔는 돈을 두 배, 세 배를 주어서라도 앤토니오를 구하라고 했단다. 바싸니오는 앤토니오가 있는 베니스로 돌아갔고, 그 뒤를 따라 포오셔는 하녀와 함께 남장을 하고 남편을 따라 베니스로 향했단다.

베니스에 도착을 하니 대공이 주관하는 재판이 벌어지고 있었어. 바싸니오가 도착했을 때는 차용증서에서 약속했던 세 달이 지나 있던 시점이란다. 바싸니오가 도착해서 돈을 두 배, 세 배 준다고 했지만 샤일록은 돈은 중요치 않다면서 차용증서에 적힌 앤토니의 살점 1파운드를 원한다고 했어.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했어.

남장을 하고 온 포오셔는 판사로 위장하여 재판에 참여했단다. 포오셔는 먼저 샤일록에게 자비를 베풀 것을 요청했으나, 샤일록은 요지부동 거절했단다. 결국 포오셔는 살점 1파운드를 주라고 판결을 내렸단다. 앤토니오도 포기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어. 하지만 포오셔는 정확한 판결 주문을 내렸어. 차용증서에는 살 1파운드라고만 적혀 있으니까, 피는 가져가면 안 된다고 했어. 그러므로 살 1파운드를 떼어가면서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고 했지. 그리고 1 파운드에서 조금이라고 넘치거나 모자라면 차용증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며 정확하게 1파운드의 살만 떼어내야 한다고 했어. 사람의 살점을 떼어내야 하는데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떼어낼 수 있겠니? 당연히 없겠지그제서야 샤일록은 돈으로 받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앤토니오 측에서 거절했단다.

포오셔 판사는 한 가지 판결을 더 내렸어. 이방인인 포오셔가 베니스 사람을 죽이려는 명백한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어. 샤일록은 결국 거금의 벌금만 내고 재판장을 떠나야 했단다. , 정말 명판결이로구나. 솔로몬의 재판보다 더 훌륭한 판결인 것 같구나. 우리나라 판사들이 본받았으면 좋겠구나. 그들 스스로 신뢰를 내팽개쳐버린 대한민국 사법부들 말이야.

...

포오셔는 재판을 끝내고 다시 자신의 집으로 가기 전에 바싸니오에게 장난을 한 가지 했어. 남장을 하고 있는 포오셔는 재판을 잘 해결해 주었으니 바싸니오에게 반지를 달라고 요청했단다. 바싸니오의 반지는 포오셔가 준 반지였어. 바싸니오는 아내가 준 것이고 평생 지니겠다고 약속한 반지라서 안 된다고 했지. 그런데 남장한 포오셔 판사가 애원하다시피 계속 요청을 하니 결국 반지를 주고 말았단다.

바싸니오는 앤토니오와 함께 집으로 향했단다. 포오셔는 바싸니오에게 반지를 보여달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바싸니오는 당황해 하면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는데, 포오셔가 그 반지를 다시 보여주면서 재판장의 정체를 밝히게 된단다. 포오셔가 바싸니오를 혼내는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포오셔도 착한 사람이었구나. 그리고 뒤늦게 좋은 소식도 도착했어. 파선되었다고 소문이 돌았던 앤토니오 배들 3대가 모두 안전하게 항구에 도착했다는 소식이었어. 이로서 이 희곡은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단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적인 희곡들과 달리 선이 악을 이긴다는 권선징악의 해피 엔딩이라 더 좋았던 것 같았어. 유명한 고전들은 이유가 다 있는가 보다. 아빠가 아직 읽지 않은 고전들이 많은데, 하나씩 찾아 읽어야겠다.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진정 알 수 없네.

책의 끝 문장: 그런데 앞으로 평생 살아가는 동안 어떻게 하면 니리서의 반지를 안전하게 간수할까 하는 염려만큼 큰 염려는 또 없을 것 같습니다




포오셔
경쟁자가 없을 때는 까마귀의 소리도
종달새 소리만큼 아름다운 법이며,
두견새라 할지라도 거위들이 제각기
꽥꽥거리는 대낮에 운다면 굴뚝새보다
훌륭한 음악가라고 생각되지 않을 거야.
세상만사는 적당한 때와 장소가 조화를 이룰 때 행해져야
비로서 정당한 칭찬을 받으며 완벽을 기할 수 있는 것이다.
조용히! 달님이 엔디미온과 함께 잠들어
깨려고도 하지 않는구나.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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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4 - 겁쟁이 사자 이야기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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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그레고리 머과이어 <위키드> 시리즈 4권 이야기를 해줄게. 4권의 부제는 겁쟁이 사자 이야기란다. 겁쟁이 사자는 <오즈의 마법사>의 주요 주인공 중에 하나이니 너희들도 누군지 잘 알겠지? <위키드> 2권에서도 잠깐 등장했었잖니. 그런데 그 겁쟁이 사자의 이름이 브르르였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단다. <위키드> 4겁쟁이 사자 이야기에서는 브르르가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 도로시와 헤어진 다음 어떤 삶을 살아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지은이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란다.

오랫동안 오즈의 권력을 차지하고 있던 오즈의 마법사가 어디선가 기구를 타고 와서 쿠데타로 정권을 차지했다는 것은 이전 <위키드> 시리즈에서 이야기가 되었잖아. 그리고 <위키드> 2권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 오즈의 마법사가 바로 엘파바의 친부였다는 것도 밝혀졌지. 오즈의 마법사의 이름을 아빠가 알려주었었나 모르겠구나. 오즈의 마법사의 이름은 오스카 조로아스터 디그스라고 하는구나. 오즈라는 말도 오스카 조로아스터 디그스의 준말이라고 하네. 그 오즈의 마법사가 다시 기구 타고 오즈를 떠나고 권력이 잠시 여러 사람에 거쳤다가 엘파바의 남동생 셀이 차지하게 되었잖니. 먼치킨랜드는 네사로즈가 영주로 있을 때부터 분리 독립하겠다고 오즈 정부와 분쟁을 겪고 있었는데 셀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서 4권의 이야기 할 때도 오즈 정부와 먼치킨랜드는 계속 내전 중이었단다.

그 전에도 이런 저런 일로 많이 등장했던 세인트글린다 수녀원 근처에서 전선이 형성되어 있어 그곳에는 포탄 소리도 자주 들리곤 했어. 어느날 겁쟁이 사자 브르르가 세인트글린다 수녀원에 찾아왔단다. 당시 브르르는 에메랄드 시 법원 행정관 서기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었어. 예언자로 부르는 야클 수녀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 온 것이야. 야클 수녀는 예전에 엘파바와 연관성 있는 수녀로 엘파바에게 빗자루를 선물해준 그 수녀란다. 야클 수녀는 찾아온 브르르에게 오히려 어떻게 살아왔는지 물어보았어.

 

1.

브르르는 태어날 직후부터 엄마 없이 자랐단다. 엄마가 왜 없는지 이유도 몰랐어. 그렇다 보니 겁이 많고, 어둠을 무서워하고 사냥꾼도 무서워하고 먹는 것도 풀만 먹는 채식주의자였단다. 사자가 채식주의자라니어렸을 때는 시즈 대학에 지내면서 수업시간에 실험용 사자로 사용되기도 했단다. 이것은 영화 <위키드>에서도 등장했었잖니.. 영화 속 그 사자가 바로 나중에 커서 겁쟁이 사자 브르르가 되는 것이란다. 시즈 대학에서 탈출한 브르르는 혼자 줄곧 자라서 친구도 없었단다.

길을 가던 브르르가 젬시라는 사냥꾼이 덫에 걸려 고통에 호소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 사냥꾼은 너무 고통스러워 자신을 빨리 죽여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브르르는 그의 곁에 있으면서 물도 갖다 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했어. 하지만 결국 젬시는 죽고 말았단다. 젬시는 죽기 전에 유언을 남겼고, 자신의 훈장을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해 달라는 부탁을 했어.

브르르는 자신의 첫 친구가 될 뻔한 젬시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그의 훈장을 들고 그가 속해 있던 군대가 있다고 하는 테니킨을 찾아 길을 떠났단다. 가는 길에 새끼곰 커빈스를 만나게 되어 커빈스의 마을에 잠시 들렀다가 방향을 잘못 들어 트리움이라는 마을에 도착했어. 트리움에서는 에메랄드 광산 노동자들을 뜻하는 글리쿤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파업 시위를 하고 있었어. 정부는 트리움의 상인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글리쿤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었단다. 글리쿤들을 브르르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도와달라고 했지만 겁쟁이 사자 브르르는 그들의 요청을 거절했단다. 자신이 겁이 많아서 거절한 것이지만 그의 이런 행동은 트리움 상인과 오즈 정부를 도와주는 격이었어. 이 일로 나중에 브르르는 오즈 정부의 중요 요직을 맡기도 한단다.

트리움에서는 정부의 무력 진압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단다. 브르르는 정부 요직으로 일하기는 했지만 일말의 죄책감도 가지고 있었어. 그리고 브르르가 트리움에서 한 행동을 알고 있는 이들은 브르르를 조롱하곤 했단다. 결국 브르르는 에메랄드를 떠나 남동쪽으로 길을 떠났단다. 가는 길에 브르르는 자신의 동족을 만났지만 그들 중에도 브르르의 엄마나 아빠의 소식을 알고 있는 이들은 없었어.

브르르는 다시 길을 가다가 도로시와 허수아비와 양철 인간을 만나게 된단다. 바로 <오즈의 마법사>의 그 장면이란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이니 짧게 이야기해보자. 오즈에 가서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서 서쪽 나라에 가서 도로사가 서쪽 마녀를 죽이고 오즈의 마법사와 도로스가 차례로 오즈를 떠났지. 그리고 오즈는 글린다와 허수아비가 잠깐 통치하게 되었어. 이 때 브르르는 글린다로부터 을 하사 받아 브르르 경이라고 불렀어. 그는 먼치킨랜드로 가서 시즈 대학에서 퇴출된 늙은 동물 교수들의 연금 문제를 해결해 주었어. 시즈 대학에서 퇴출된 늙은 동물 교수들이 예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브르르는 은행과 협상을 통해 동물 교수들의 예금을 일부 돌려주게 되었단다. 이후 브르르는 한때 개인금융협상전문가로 일하기도 했어. 그런데 오히려 브르르는 이 일로 사기죄로 기소되고 감옥에 갈 위기에 빠지게 되었단다.

귀족 중에 애버릭 경이 중재를 하여 그를 구제해주었지만 조건이 있었어. 첩보부에서 하고 추진하고 있는 비밀 임무를 맡아야 했어. 그것은 마법서 <그리머리>를 찾는 일이었단다. 엘파바가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금은 행방을 모른다고 했어. 브르르는 관련자를 찾다가 기록보존실 담당자로부터 야클 수녀가 연관되어 있다고 하여 브르르가 야클 수녀를 찾으러 왔던 것이란다.

 

2.

야클 수녀도 수수께끼를 가진 사람이란다. 어느날 잠에서 깨어났는데 자신은 중년을 넘어 노년의 나이가 되어 있었다고 했어. 그 이전의 기억은 하나도 나지 않는다고 했어. 오래 전 어느날 야클을 찾아온 스펀지라는 사람이 있었어. 스펀지는 바로 엘파바라는 키워주었던 유모란다. 엘파바의 엄마 멜리나 트롭이 네사로즈를 임신하고 있을 때 이번에도 녹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날까 봐 걱정되어 정상적인 아이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 왔던 거야. 그 때가 야클 수녀가 엘파바 집안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던 시기란다.

그들이 인터뷰를 할 때 타임드래곤 부대가 찾아왔어. 타임드래곤 부대장은 난쟁이였고, 그 외에 일리아노라라는 여자도 있었어. 일리아노라의 정체는 사실 노르였단다. 노르 기억나지? <위키드> 3리르 이야기에서 리르가 애타게 찾았던 이복누이 노르. 그 노르가 드디어 나타났구나. 무슨 사연인지 이름을 일리아노라로 바꾸었구나.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세인트글린다 수녀원 밖에서는 오즈의 군대와 먼치킨랜드 군대가 대치하고 있다고 했잖아. 수녀원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생각한 수녀들은 수녀원을 떠나게 된단다. 그런데 야클 수녀와 사자 브르르, 타임드래곤 부대가 안에 있다는 것을 몰랐는지 수녀원 문을 밖에서 잠그고 떠나는 바람에 그들은 안에 갇히고 말았어.

타임드래곤은 과거를 볼 수 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단다. 타임드래곤을 통해 야클 수녀의 정체가 밝혀졌는데 야클 수녀는 마법서 그리머리에서 나온 사람이었단다. ‘그리머리마법서에서 나온 야클 수녀는 엘파바 담당 천사로 일했던 거야. 엘파바에게 마법의 빗자루를 준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지. 하지만 현재 그리머리는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어. 그런데 타임드래곤이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그리머리를 보여주었단다. 야클 수녀는 자신의 고향인 그리머리로 다시 들어가 버렸단다. 나머지 일행은 수녀원을 떠나기로 했단다. 브르르는 원래 그리머리를 찾는 비밀 임무를 맡고 있었는데 그 일을 관두고 타임드래곤 부대 멤버들과 함께 길을 떠나기로 했단다. 그렇게 4권의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된단다.

<위키드> 5권의 부제는 레인 이야기란다. 레인은 리르의 딸인데 어떤 이야기가 또 펼쳐질지 궁금하구나. 아빠가 부지런을 떨어서 빨리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죽을 때가 왔지만, 그 노인은 죽을 것 같지 않았다.

책의 끝 문장: 브르르는 줄곧 고개를 숙인 채로, 자기가 하려는 일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성스러운 음악이란…… 이것도 변칙이다. 내세가 온갖 좋은 것들이 영원히 다 함께 존재하는 곳이라면, 거기에 음악은 존재할 수가 없다. 음악이란 서로 인접한 소음들이 떠듬떠듬 연이어지는 것이다. 강세, 불협화음, 부조와, 협화음, 그리고 해소에 이른다. 이어진다는 건 시간차가 있다는 뜻이다. 음악을 이루는 소리들이 모두 함께 존재한다면, 즉 모든 음이 동시에 울린다면, 그리고 영영 그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냥 소리일 것이다. 탁하게 흐린 소음 덩어리이자 청각을 교란하는 윙윙거림의 바다이리라. - P415

"거기에는 언덕 아래 네 번째 아이가 있었어요. 날씨를 볼 줄 알아서 벼락이 칠 것 같다고 생각했죠. 그 여자애는 달음질쳐 올라가서 다른 아이들을 모두 언덕 꼭대기에서 내려가게 할 수 있고, 그러다 죽을지도 모르지만 죽음을 무릅써요. 만약 그 용감한 아이가 벼락을 맞아 죽음을 당하면 그것은 엄정한 운명이 작용한 거예요. 그러나 다른 아이들의 인생은 달라졌지요. 역사는 줄곧 소수의 놀이꾼들의 간섭에 휘둘려 왔어요. 그게 우리가 소망하는 바이고, 또 두려워하는 것이기도 하지 않은가요? 그렇지 않아요?" - 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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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 작전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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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왠지 묵직한 작가 필립 로스의 신간 <샤일록 작전>이란 책을 이야기할게. 신간이라고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신간이고, 원작으로는 1992년에 출간된 비교적 오래된 소설로, 고전의 반열에 들어가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필립 로스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여러 편 집필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읽은 <샤일록 작전>도 주인공이 필립 로스란다.

<샤일록 작전>은 아빠가 읽은 필립 로스의 다섯 번째 작품인데, 그 전에 읽은 <미국을 노린 음모>의 주인공도 필립 로스였단다. 그런데 <미국을 노린 음모>는 대체 역사 소설로 당연히 허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번에 읽은 <샤일록 작전>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1992년 당시 실제 벌어지고 있는 데미야뉴크 사건에 대한 재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것이 소설인지 실제 이야기인지 헛갈리기도 했단다. 아빠는 초반부에 지은이가 직접 겪은 일에 허구적인 요소를 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소설 맨 마지막 작가의 말을 통해 이 모든 것이 허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읽는 사람이 헛갈리는 것은 필립 로스의 필력이 그만큼 좋았다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소설의 제목 <샤일록 작전>의 샤일록이 무슨 말인지 몰랐어. 소설 중간을 넘어서까지 샤일록 작전에 대해 나오지 않아서 더욱 궁금했단다. 그런데 Shawn이 책의 제목을 물어보고 아빠가 <샤일록 작전>이라고 하니, 샤일록?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그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라고 물어봤잖니이 책이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소설 제목의 샤일록이 <베니스의 상인>의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 <베니스의 상인>을 언제 읽었냐고 물어보니 학원에서 읽으라고 한 책에 있었다고 했잖아. 비록 학원 숙제로 읽었어도 그걸 잘 기억하고 있구나. 아빠는 기억력이 완전 휘발성인데 말이야. 아빠도 Shawn 덕분에 샤일록은 안 잊을 것 같다. 아빠는 <베니스의 상인>을 그 전까지는 읽지 않았는데, <샤일록 작전>을 읽고 나서 <베니스의 상인>도 읽어 보았단다. <베니스의 상인>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줄게.

, 그러면 <샤일록 작전>은 어떤 작전인지 이야기해 보자. 아참, <샤일록 작전>은 지금까지 읽은 필립 로스의 소설들 중에 가장 읽기 어려웠던 것 같구나. 소설의 설정은 신선해서 흥미롭게 시작해서 좋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관계의 배경지식이 적다 보니 그러지 않았나 싶구나. 하지만 필립 로스의 소설들은 역시 묵직함과 재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번 소설에서도 증명된 것 같구나.

 

1.

1988년 이스라엘에 사는 친척과 친구 작가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이스라엘에 필립 로스를 사칭하고 다닌다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그 가짜 필립 로스는 자신이 필립 로스라고 하면서 재판에서 참석하고

언론 인터뷰도 한다는 거야. 이런 어이 없는 상황이 있나. 그런데 당시 필립 로스는 건강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어. 몇 달 동안 잠을 못 자서 수면제를 복용하였고, 무릎의 통증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더 악화가 되었어. 정신도 비몽사몽인 상태라서, 며칠이 지나자 이스라엘에서 온 전화가 진짜 있었던 일인지 꿈인지 헛갈렸어. 그러던 중에 또 자신을 사칭한다는 전화를 받았단다. 가짜 필립 로스가 묵고 있는 호텔도 알려주었어. 그래서 그 가짜 필립 로스가 묵고 있는 호텔에 기자인 척 목소리를 변조해서 전화를 했는데, 그 놈은 자신이 필립 로스라면서 인터뷰에 응하는 거야. 내가 진짜 필립 로스라고 큰 소리를 치고 싶음 마음을 참고 전화를 이어갔단다.

그런데 그 인터뷰에서 가짜 필립 로스는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이야기했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이야기했어. 유럽 출신인데 이스라엘에 들어와 사는 사람들은 모두 유럽으로 돌려 보내고 이스라엘 국경을 1948년 이전의 국경으로 삼고 이웃하는 이슬람국가들과 협조하며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단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리는구나. 그런데 그는 이런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했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웃 이슬람국가들에 의해 학살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말이야. 필립은 반박하며 이야기를 했지만, 가짜 필립 로스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단다. 그런 식으로 이스라엘에서 자신을 사칭하면서 인터뷰를 한다면, 그곳에는 필립 로스가 그런 주장을 편다고 생각하겠지? 얼른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는 데미야뉴크 사건 재판에도 방청했는데, 이 사건은 실제 있었던 재판으로 상당히 논란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 사건의 내막과 결론은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알 수 있단다. 아빠는 간단히 이야기할게. 2차 세계 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에서 만행을 저지른 공포의 이반이라는 별명을 가진 자가 있었어. 그런데 미국의 공장에서 평범하게 일하고 있는 존 이반 데미야뉴크라는 사람이 공포의 이반과 동일한 사람이라고 신고를 해서 진행되는 재판이었단다. 아무런 특색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 사람이 제2 홀로코스트 범죄자였다니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가 동일인이었다는 것 또한 밝히기 쉽지 않았대. 그래서 재판은 엄청 길어졌다고 하는구나. 이 소설을 쓴 1992년도 여전히 재판 진행 중이라고 했어. 가짜 필립 로스가 이스라엘에서 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필립 로스는 자신이 직접 이스라엘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단다. 소설가 친구 아하론를 인터뷰할 일도 있고 해서 그는 이스라엘로 향했단다.

 

2.

필립 로스는 이스라엘에 도착해서 데미야뉴크 재판에 방청했어.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사칭하는 가짜 필립 로스도 만나게 되었단다. 가짜 필립 로스, 이름 부르기가 헛갈리니까 필립 로스가 가짜 필립을 부르는 호칭인 모이셰 피픽으로 호칭을 부르자꾸나. 이제부터 가짜 필립 로스는 피픽으로 부를게. 피픽은 필립 로스를 보더니 먼저 아는 척을 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어. 보통 자신이 사칭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도망가기 마련인데 말이야.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외모마저 무척 닮아있다는 거야. 필립 로스도 놀랬단다.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구분을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 피픽은 자신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이름도 필립 로스라고 했어. 그런데 자신은 암에 걸려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믿을 수 있는 것인지그러면서 자신이 소설가 필립 로스 행세를 한 것은 맞지만 그것으로 피해를 준 적이 없지 않냐고 반문했어. 필립 로스는 사칭 그 자체가 큰 잘못이라고 했어.

나중에 호텔에 묵고 있는데, 피픽의 대리인이라면서 간호사 징크스 모제스키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필립 로스가 바로 내치지 못하고 이야기를 들은 이유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는 것. 징크스는 필립의 담당 간호사였는데, 오히려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 반유대주의자였던 자신을 살려준 이가 필립 로스, 그러니까 가짜 필립 로스, 그러니까 피픽이라고 했어.

 

그들은 반유대주의자 비밀 모임을 갖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어.

필립 로스는 이스라엘에 있으면서 이상한 경험들을 했단다. 스마일스버거라는 낯선 사람이 아는 척을 하면서, 100만불을 기부하겠다면서 수표를 주었단다. 나중에 알고 그는 자신을 피픽으로 잘못 보고 그 돈을 준 것이었어. 그 이후에도 자신을 피픽으로 잘못 알아보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 그리고 우연히 30년 전 대학 친구였던 조지 지하드를 만났단다.

조지 지하드는 아랍인이었는데 미국에서 생활했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아버지의 고향인 예루살렘으로 이사를 왔다고 했어. 유대인도 그렇고 아랍인도 그렇고 위험한 예루살렘으로 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교의 믿음이 그렇게 강한 것일까? 아빠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구나. 조지는 자신뿐만 아니라 아내와 어린 아들까지 함께 왔다고 했어. 하지만 아들은 예루살렘에 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어. 당연한 것 아닌가 싶네.

조지는 예루살렘의 현실을 알려주겠다면서 필립 로스를 데리고 재판장에 데리고 갔어. 그 재판은 친구 카말의 동생은 십대 소년인데 누명을 쓰고 감옥에 투옥되어 있다고 했어. 조지는 재판장에 가는 길에 예루살렘의 현상황과 문제점에 대해 엄청 길게 이야기를 했어. 이스라엘 사람들이 홀로코스트에서 많이 희생한 것은 맞지만 그들은 그것을 상품화하여 자신들만 큰 희생을 당한 것처럼 홍보한다고 비판했어. 그러면서 그들이 아랍인에게 하는 행하는 나쁜 짓들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어.

이것은 좀 생각해볼 문제란다. 이스라엘이 아랍국가들을 상대로 한 전쟁으로 인해 아이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죄 없는 민간인들이 죽었단다. 지난 주도 뜬금없이 이웃 나라에 포탄을 날려서 전세계로부터 욕을 먹었잖니. 그런데 이스라엘은 자신의 폭력적인 살인 행위에 대해 사죄를 안 한 것으로 알고 있어. 자신들인 인종 차별을 당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다른 인종에게 가한다니.. 아빠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질 않는단다. 그들 또한 용서 받지 못할 죄를 저지를 뿐. 아무튼 필립 로스는 대학 동창의 친구의 어린 동생의 재판에 참여했는데, 그 어린 소년은 몸이 엉망이 되어 있었어.  그 재판이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그는 재판에 대해 자기 의견을 내는 것을 조심스러워 했단다.

 

3.

피픽의 필립 행세는 계속되었어. 어느날은 필립을 사칭해서 필립이 없는 필립의 호텔 방까지 들어와 있었어. 뒤늦게 필립이 와서 또 둘은 설전을 벌였어. 피픽은 필립에게 100만불 수표를 달라고 했어. 그 길거리에서 만난 스마일스버거가 건네준 돈 100만불을 달라는 거였어. 하지만, 필립은 오는 길에 경찰에 수색을 당하다가 잃어버렸다고 했어. 실제로 필립은 그 돈을 어디선가 잃어버렸단다. 둘은 티격태격하다가 피픽이 문 밖에 잠시 나간 틈에 문을 굳게 잠그고 그를 들여보내주지 않았어. 그가 돌아가고 징크스가 찾아왔단다.

그녀의 매력 때문인지 그녀의 말에 설득하여 문을 열어주었어. 징크스는 피픽이 데미야누크의 아들을 납치하려고 한다그러니 그걸 막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어필립은 그녀의 매력 때문인지 또 그녀의 말에 설득 당해 결국 피픽의 숙소를 찾아가 보았지만 그는 그곳에 없었고, 어떤 무리들에 잡혀 감금당하게 되었단다. 그제서야 함정에 빠진 것을 알았지.. 당연히 피픽이 자신을 데리고 온 줄 알았는데, 그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스마일스버거였어. 스마일스버거는 자신들이 계획하고 있는 샤일록 작전에 참여 달라고 요청했어. 결국 필립 그 작전에 참가하게 된단다.

하지만 아테네에서 진행된 샤일록 작전에 대한 내용은 책에 실리지 않았단다. 원래 필립 로스가 그 작전에 대한 내용으로 한 챕터를 썼다고 했어. 하지만 그 내용에 중요 기밀이 너무 많이 실려 있다면서 스마일스버거가 책에서 빼달라고 요청을 했고, 필립 로스는 그 작전에 대한 내용은 빼고 책을 만들었다고 하는구나. 끝까지 이 이야기가 진실인지 허구인지 헛갈리게 하는 지은이의 능청. 그렇게 소설은 끝맺음을 하게 된단다. 그리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맨 마지막에 독자에게 보내는 말에서 이 책은 허구다라고 자백을 했단다.

아빠가 너희들에게 이 소설에 대한 줄거리를 이야기하면서 앞뒤 흐름이 이어지지 않고 개연성 없이 이야기가 점프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모두 아빠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란다. 이런 소설은 좀더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데, 핑계지만 좀 바쁜 기간에 읽어서 집중해서 읽지 못한 점도 소설의 흐름을 잃은 이유 중에 하나였던 것 같구나.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지만, 일단은 밀린 책들이 워낙 많이 대기하고 있어서 먼 훗날로 미루기로 하자.

이 책이 쓰여진 것은 1992. 30년이 흘렀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구나. 더 악화되었다면 되었지 해결할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구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주변 아랍국까지 횡포를 부리고 있는 상황. 더 이상 유대인이 제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로 보이지 않는 요즘이란다. 그거보다 더 큰 가해자로 보이기 시작했어. 힘이 아닌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되었으면 좋겠는데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1988 1, 신년이 밝은 지 며칠 뒤에 나는 또 다른 필립 로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책의 끝 문장: “당신의 유대인 양심이 이끄는 대로 따르시오.”


홀로코스트의 현실은 모두의 상상력을 뛰어넘었습니다. 만약 내가 사실을 충실하게 기록했다면, 아무도 내 말을 안 믿었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당시의 나보다 아주 조금 나이가 위인 여자아이를 선택하는 순간, 기억의 힘센 순아귀에서 ‘내 인생 스토리’를 빼내 창조적인 실험실에서 넘겼습니다. 거기서 기억은 유일한 주인이 아닙니다. 거기서는 인과관계에 입각한 설명, 사건들을 서로 묶어주는 가닥이 필요합니다. 예외적인 일은 전체 구조의 일부로서 그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때에만 허용될 수 있습니다. 나는 ‘내 인생 스토리’에서 믿을 수 없는 부분을 덜어내, 좀 더 믿을 수 있는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 내놓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 P114

놈들이 성공한다고 가정해보세. 놈들이 싸움에서 이겨 나블루스의 모든 아랍인, 헤브론의 모든 아랍인, 갈릴리와 가자의 모든 아랍인, 세상의 모든 아랍인이 유대인의 핵폭탄 덕분에 사라진다고 생각해봐. 앞으로 오십 년 뒤 놈들에게 무엇이 남겠는가? 중요성이라고 전혀 없는 작고 시끄러운 나라뿐이겠지. 팔레스타인을 박해하고 파괴한 결과가 그렇게 될 거야. 유대인만으로 이루어진 벨기에 같은 나라가 만들어지는 거지. 하지만 그나마 자랑할 만한 브뤼셀 같은 도시도 없는 나라. 이 ‘진짜’ 유대인들이 문명에 기여한다면 그런 것뿐이야. 유대인을 위대하게 만들어준 모든 특징이 없는 나라! 자기들의 사악한 점령체제하에 살아가는 다른 아랍인들에게 자기들의 ‘우월성’에 대한 존경심과 두려움을 주입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난 자네의 민족과 함께 사람이야. - P175

전세계 유대인들의 눈에도 유지되는 나라라는 것, 점령지에서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봉기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마키아벨리 국가라는 것, 이 나라가 마키아벨리식 세계에 있는 것은 사실일세, 시카고 경찰국과 마찬가지로 성결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그들은 이 나라가 유대인 문화, 민족, 유산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지난 사십 년 동안 선전했지. 사실 이 나라의 존재는 품질과 가치 면에서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선택적인 것이었는데도 이스라엘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현실이라고 선전하는 데 온갖 술수를 동원했어. - P189

사람은 이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합니다. 이건 아주, 아주 기본이죠. 사막에서 온 겁니다. 저 풀잎은 내 것이고, 내가 기르는 짐승은 그 풀을 먹지 못하면 죽는다. 우리 집 짐승이 먹을 것이야, 너희 집 짐승이 먹을 것이냐, 여기서부터 타키야(시아파 신도들의 박해의 위험이 있을 때 신앙을 감추는 행위)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대개 ‘위장’이라고 하죠. 시아파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나지만, 사실은 이슬람 문화 전체에 퍼져 있습니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위장은 이슬람 문화의 일부입니다. 위장을 허락하는 분위기는 널리 퍼져 있습니다. 사람이 스스로 위험해지는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문화, 상대가 분명히 솔직하고 진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문화죠. - P204

그 작품의 첫 번째 대사, 그러니까 1막 3장을 여는 대사에서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거의 사백 년 전 샤일록이 세상의 무대에 나와 자신을 소개한 말 때문에요. 그래요. 사백 년 전부터 유대인들은 이 샤일록의 그림자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현대 세계에서 유대인은 항상 재판을 받는 신세였어요. 지금도 유대인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인이라는 형태로, 유대인을 상대로 한 현대의 재판, 결코 끝나지 않는 이 재판의 시발점이 바로 샤일록 재판입니다. 전세계 관객들에게 샤일록은 유대인의 화신입니다. - P392

관용구, 관심사, 정신적인 리듬 면에서 K의 일기나 A. F.의 일기 같은 글들은 훤히 눈에 띄는 애잔함을 확인해준다. 첫째, 유대인은 평범하다. 둘째, 그들은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없는 상황이다. 평범한, 단조롭고 눈부시며 축복받은 평범함, 모든 관찰, 모든 감상, 모든 생각에 이것이 있다. 유대인이 꾸는 꿈의 중심, 시온주의와 디아스포리즘 모두에 열기를 제공해주는 것은 유대인이 유대인임을 잊었을 때 사람이 되리라는 것. 평범함. 지루함. 이렇다 할 사건이 없는 단조로움. 진을 치지 않는 삶. 각자 자기만의 유람선에서 반복적으로 느끼는 안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대인의 삶이라는 믿을 수 없는 드라마. - P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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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꾼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재필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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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도스토옙스키의 <노름꾼>이란 책을 이야기해줄게.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은 아빠가 몇 편 읽었는데 모두 그 묵직함이 주는 여운은 오래가는 것 같더구나. 책을 쓴 도스토옙스키도 존경스럽긴 하지만, 그 책들마저 존경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 물론 아빠가 러시아 문화와 역사를 잘 몰라서,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을 모두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야. 나중에 그의 책들은 천천히 정독으로 다시 한번 읽어볼 생각이란다.

이번에 읽은 <노름꾼> 역시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 중에 하나로, 자신 스스로 도박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27일만에 쓴 소설로 유명한 소설이란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에 27일만에 쓸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27일만에 썼다고 그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란다. 그의 다른 대작들보다 페이지 수는 적지만, 오히려 페이지가 적어서 접근성이 더 좋지 않을까 싶구나. 소설의 주제도 도박이라고 하니, 일반 사람들의 흥미를 더 끌게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말이야. 아빠도 재미 삼아 또는 친구들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도박을 해 본 적은 있지만, 그것에 빠져들지 않을 이성은 갖고 있었단다. 도스토옙스키는 어쩌다 엄청난 빚까지 지게 되었을까. 오늘날에도 도박에 빠져 전재산을 날렸다는 뉴스를 가끔 보는데 어쩌다 그런 상황까지 빠져들게 될까 싶구나.

, 그러면 도스토옙스키의 <노름꾼> 이야기를 해볼게. 아빠가 읽은 이전의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은 대부분 심호흡을 하고 읽기 시작해야 하는데, 이 책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시작했단다. 아참, 책표지의 그림의 색채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뭉크의 그림이더구나. 책에 그림 제목은 안 나와 있어서 찾아보니 <몬테카를로에서 열린 룰렛 테이블에서> 라는 1892년 작품이더구나.

 

1.

주인공 알렉세이 이바노비치는 25살이란다. 그는 자고란스키 장군 집안의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고 그 가족들과 함께 독일의 롤레텐부르크란 곳에 여행을 와 있었단다. 룰레텐부르크란 곳을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안 나온단다. 룰레텐부르크는 지은이 도스토옙스키가 만들어낸 가상의 도시란다. 대표적인 도박 게임이자 이 소설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룰렛을 가지고 만든 도시 이름이야.

자고란스키 장군 가문은 한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몰락한 귀족으로 빚도 많이 지고 있었어. 그가 재기할 방법은 친척 할머니 안또니다 바실리예브나의 유산뿐이었어. 겉으로는 드러낼 수 없지만, 자고란스키는 그 친척 할머니가 돌아가시길 내심 기다리고 있었단다. 자고란스키는 블량슈라는 젊은 여자와 사귀고 있었는데, 블량슈라는 여자도 자고란스키의 돈을 보고 접근한 것 같았어. 자고란스키 대령은 뽈리나라는 양녀가 있는데, 알렉세이는 뽈리나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이를 뽈리나도 알고 있었지만 아빠 생각에 뽈리나는 알렉세이가 자신의 신분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아. 그렇다고 그를 아예 쳐다보지는 않는 것은 아니고, 적당히 밀고 당기면서 그와 만나면 티격태격하기도 했어. 알렉세이는 자신이 얼마나 뽈리나를 사랑하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뽈리나의 명령이라면 사랑을 죽일 수 있다고 했어.

룰레텐부르크에서 알게 된 프랑스인 마르키즈 드 그 그리외 후작이 있었어. 자로간스키 장군은 재산 대부분이 프랑스인에게 저당 잡혀 있었어. 뽈리나는 그런 관계 때문인지 몰라서, 프랑스인 드 그리외 후작을 마음에 두고 있었단다. 뽈리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하긴 했는데 진심인지는 잘 모르겠구나. 더욱이 영국인 에이슬리에게도 관심을 갖고 있었거든. 알렉세이, 드 그리외 후작, 에이슬리그리고 뽈리나.. 뽈리나는 어떤 남자를 고를까, 마치 도박장에서 어떤 숫자를 고를까 고민하는 듯 했어. 그렇게 해서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알렉세이는 영국인 에이슬리와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는데, 자고란스키 장군의 애인 블량슈 양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블량슈는 재작년에도 룰레텐부르크에 있었는데, 당시에도 많은 돈을 잃고 이슈가 되어 경찰에 의해 추방명령을 받은 적이 있었대. 그 이후에는 로금꾼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일을 했는데 자고란스키 장군에게 접근한 것도 의도적인 것 같았어. 이 이야기를 들은 알렉세이는 진작에 그런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냐면서 에이슬리에게 도리어 화를 내기도 했단다.

 

2.

자고란스키 장군이 죽기를 기다리는 그 친척 할머니 안또니다 바실리예브나가 제법 건강한 모습으로 롤레텐부르크에 나타났단다. 엄청난 여행 짐과 하인들을 대동해서 작은 소동이 일기도 했어. 할머니는 룰렛을 할 줄 몰랐는데, 알렉세이를 데리고 룰렛을 하러 도박장에 왔단다. 알렉세이의 도움으로 할머니는 처음 룰렛을 해서 엄청난 돈을 따게 되었고 그 일로 자랑을 하고 딴 돈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단다. 원래 도박이란 것이 그렇지. 처음 배울 때는 따게 되어 있지. 자고란스키 장군을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은 할머니에게 룰렛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어. 알렉세이에 도와주지 말라고 했지만, 그러면 아마 할머니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고 그 다른 사람은 할머니의 돈마저 몰래 빼먹을 것이 뻔하다 생각했어. 할머니의 고집을 꺾지 못해 알렉세이는 또 할머니의 룰렛을 도와주었는데 두 번째 룰렛에서는 큰 돈을 잃게 되었단다.

여기서 끊어야 하는데, 고집 센 할머니는 자신은 언제든지 큰 돈을 딸 수 있다고 하고 계속 룰렛을 하게 되었단다. 룰렛은 할머니는 약 올리듯 잠깐 따게 했다가 다시 큰 돈을 잃는 것을 반복했단다. 가지고 온 돈을 다 잃고 환전까지 했지만 그 돈도 순식간이었어. 이젠 그만하고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가겠다고 했다가도 모스크바가 아닌 도박장으로 다시 향했단다. 알렉세이도 더는 동행하지 않기로 했어. 할머니는 그곳에서 알게 된 폴란드 인에게 부탁을 해서 폴란드 인이 할머니의 룰렛을 도와주게 되었어. 짧은 시간에 엄청난 거금을 잃게 된 할머니그제서야 모스크바로 돌아갔단다.

어느날 뽈리나가 알렉세이를 찾아왔어. 빚을 갚기 위해 돈이 필요한데 방법이 없다면서 알렉세이에 하소연을 하며 화를 내기도 했어. 알렉세이는 룰렛을 하러 갔는데, 딴 돈을 다시 올인하는 광기의 도박을 했는데, 그날따라 룰렛은 그의 편이었는지 알렉세이는 거금을 따게 되었고 그 돈을 뽈리나에게 주었지만, 뽈리나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 돈을 알렉세이에게 집어 던지고 자리를 떠났단다.

회의를 느낀 알렉세이는 룰레텐부르크를 떠나 파리로 갔는데, 알렉세이가 큰 돈을 벌었다는 것을 알았는지 블량슈가 그에게 접근하여 동행했단다. 알렉세이와 블량슈는 파리에서 함께 지냈는데 알렉세이가 번 돈은 3주만에 다 써버렸고, 블량슈는 사라진 돈처럼 알렉세이를 떠났단다. 알렉세이는 다시 파리를 떠났단다

 

3.

시간을 지나고 1 8개월 뒤 함부르크로 장소로 바뀐단다. 그곳에서 에이슬리를 우연히 만나는데 그 동안의 일들을 이야기해주었어. 알렉세이는 파리를 떠나 다시 룰레텐부르크에 와서 다시 도박을 했는데 빚을 갚지 못하여 감옥까지 갔단다. 그런데 누군가 그를 돈으로 빼주어 출소할 수 있었다고 했어. 에이슬리도 그 동안 자고란스키 장군 집안의 이야기도 해주었어. 결국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자고란스키 가족들도 유산을 받게 되었는데, 자고란스키도 얼마 못 가 죽게 되었고, 그의 유산은 그에게 다시 접근한 블량슈에게 넘어가 버렸다고 했어. 그리고 뽈리나도 할머니의 유산을 받았는데 지금은 스위스에서 지낸다고 했어. 그리고 뽈리나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이는 다른 아닌 알렉세이를 이야기를 들었어. 알렉세이는 이 이야기를 듣고, 뽈리나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났단다.

이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마지막에 진정한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나기는 하지만 이미 다 해어질 대로 해어진 사랑이 아닌가 싶구나. 그뿐 아니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도박으로 망가지는 모습이 안타깝구나. 도박이 없었다면 평온하고 단란한 가족이었을 것 같은데뽈리나는 숫자 고르듯 애인을 고르지 않으려고 했을 텐데알렉세이도 사랑에 마음조리지 않았을 텐데하지만 이런 시련의 경험이 앞으로 삶에 밑거름이 되면 좋겠지만, 한번 도박에 빠졌던 사람은 또 빠지게 된다는데, 알렉세이는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구나.

..

도박과 사랑어떤 것이 중허겄냐. 당연히 사랑 아니겠니소설 속 등장인물들에게 아빠가 몇 번씩 알려주고 싶은 쉬운 정답이었단다. 오늘은 그럼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드디어 나는 2주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책의 끝 문장: 내일,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런데 나는 빨간색이 연이어 일곱 번씩이나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상한 오기가 생겨서 일부러 빨간색을 물고 늘어졌다. 내가 그렇게 한 데에는 자존심도 절반쯤 작용했다고 보는데, 정말이지 나는 앞뒤 가리지 않는 모험으로 구경꾼들을 놀라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아, 이상야릇한 느낌이다- 내가 분명히 기억하는 것은, 전혀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는데도 별안간 모험에 대한 강한 열망이 나를 사로잡아 버렸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 영혼은 수많은 느낌들을 거쳐 왔으면서도 그것들에 의해 충만되는 것이 아니라 자극만을 받은 채 완전히 진이 빠질 때까지 더 많은 느낌들, 더욱더 강렬한 느낌들을 요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건 거짓이 아니라 정말인데, 만일 게임의 규칙상 한꺼번에 5만 플로렌까지 거는 것이 허용되기만 한다면 나는 분명히 5만 플로렌을 걸었을 것이다. 주위에서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난리들이었다. 빨간색이 벌써 열네 번이나 나왔다고들 했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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