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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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솔로몬 노섭의 <노예 12>이라는 책을 이야기할게. <노예 12>은 책이 아닌 영화로 먼저 알게 된 작품이란다. 한참 전에 영화로 개봉되었는데, 그 책이 <노예 12>이라는 소설을 원작이란 것을 알게 되었거든. 책제목을 보면 대충 어떤 내용인지 짐작을 할 수 있는 그런 책이란다. 아빠는 이 책이 그냥 소설인지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더구나. 그것도 지은이 솔로몬 노섭이 직접 경험한 것을 그대로 저술한 것으로 허구가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이란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도 솔로몬 노섭이란다.

솔로몬 노섭은 1808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란다. 그가 태어난 시기는 링컨의 노예해방선언이 공표되기 한참 전이었지만, 일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자유인 신분을 가지고 있었단다. 솔로몬 노섭의 아버지도 주인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인 신분이 되었고, 솔로몬은 태어났을 때부터 자유인이었단다. 자유인들은 자유인 증명서를 가지고 있었어. 솔로몬은 1808 7월 뉴욕주 에식스카운티에서 태어났어. 1829년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그 이후에는 어머니, 형과 함께 세 식구가 함께 살았어. 그리고 그 해 크리스마스 앤 햄프턴과 결혼하여 포트 에드워드 마을에서 건축 관리 일을 했단다. 그러다가 1834 3월 새러토가스프링스로 이사를 했고 전세마차 마부로 일하게 되었어. 솔로먼과 앤은 세 아이를 낳았어. 아이들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마거릿, 알론조였단다. 그들은 자유인의 신분으로 평범한 가정생활을 꾸려갔단다.

 

1.

1834 3월말. 우연히 해밀턴과 브라운이라는 사람을 만나 일자리를 제안 받았어. 솔로몬은 바이올린을 잘 켤 줄 알았는데, 서커스단 공연에서 바이올린 공연을 해 달라는 제안이었어. 공연은 뉴욕에서 진행되는데 며칠 동안만 임시직으로 해 달라고 했어. 생각보다 보수도 좋아서 솔로몬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길을 떠났단다. 어른이나 아이나 낯선 사람들이 친절하게 접근하는 것은 늘 조심해야 한단다. 그들도 솔로몬을 신뢰하는 분위기였어. 그들과 기분 좋게 술도 먹었는데, 심한 두통을 느끼고 의식까지 잃게 되었어.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늦었지, . 솔로몬은 쇠고랑을 차고 어두운 곳에 갇혀 있었어. 주머니에 있던 자유인 증명서도 사라졌어.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윌리엄 노예 수용소였어. 노예상인 제임스 H 버치가 와서, 솔로몬은 자신은 자유인이라고 주장하고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구타만 당했어. 그래도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어. 그곳에는 다른 사람들도 여럿 있었어. 이야기를 해보니, 솔로몬처럼 속아서 잡혀 온 사람들도 있고, 원래 노예인 사람들도 있었어. 자유인이라고 주장해봤자 오히려 채찍질로 맞을 뿐이라고 일단 조용히 따르고 기회를 보기로 했어. 노예 상인들은 솔로몬을 플랫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어.

..

솔로몬은 뉴올리온즈 노예상을 거쳐서 윌리엄 포드라는 이에게 팔려가게 되었어. 중간에 자유인으로 잡혀온 어떤 이는 지인들이 자유인 증명서를 다시 들고 와서 풀려나기도 했지만, 그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뿔뿔이 팔려갔단다. 그 와중에 안타까운 일도 있었어. 아이 둘을 함께 있던 엄마 노예가 있었는데, 아들과 딸과 뿔뿔이 흩어져 팔려가게 된 거야. 엄마는 같이 팔아달라고 울면서 애원을 했어. 그들이 안타까웠는지, 윌리엄 포드가 같이 데리고 가려고 했지만, 노예상은 안 된다고 차갑게 거절했단다. 그렇게 생이별한 엄마 노예는 그 이후에도 계속 울기만 하면서 폐인이 되어갔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솔로몬을 산 윌리엄 포드는 침례교 전도사로 착한 백인이었어. 노예들을 사람으로 대접해 주었고 노예들의 의견도 잘 받아주었어. 솔로몬이 어떤 일에 대해 제안을 한 것에도 칭찬을 해주며 받아주었어. 하지만 그런 생활도 오래가지는 못했어. 윌리엄은 형의 보증을 섰는데, 형의 사업이 망하면서 윌리엄도 재산을 처분해야 했어. 그래서 노예들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했는데, 솔로몬도 티비츠라는 사람에게 인수되었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넘기기는 했지만, 아직 윌리엄은 솔로몬의 몸값 중에 일부(400달러)의 지분이 있었어.

티비츠는 윌리엄과 달리 악랄한 주인었어. 노예들에게 부당하게 채찍질하는 것도 다반사였어. 솔로몬은 참다가 결국 맞받아쳤는데, 티비츠는 솔로몬을 죽이려고 했단다. 다행히 감독관인 채핀이 만류했고, 그 일을 윌리엄 포드에게 이야기를 해서, 윌리엄이 그곳까지 와서 솔로몬을 구해주었단다. 하지만 윌리엄이 항상 솔로몬을 구해줄 수는 없었어. 티비츠는 다시 시비를 걸고 솔로몬을 죽이려고 하여 솔로몬은 도망갈 수밖에 없었단다. 도망길도 만만치 않았어. 악어가 출현하는 습지를 거쳐 며칠을 고생 끝에 윌리엄 포드의 집에 도착했어.

윌리엄은 솔로몬을 며칠간 보살펴주면서 다른 주인에게 넘겼단다. 이번 주인은 에드윈 엡스라는 사람인데, 티비츠처럼 막무가내는 아니었지만, 깐깐하고 빈틈없는 사람으로 노예를 노새나 개로 생각하는 사람이야. 최대한 적게 쉬게 하고 풀가동으로 돌리려는 사람이지. 에드윈 엡스는 거대한 목화농장을 가지고 있는데, 하루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면 채찍이 날라와서 쉬지도 못하고 일해야 했어. 먹는 것도 딱 살수 있을 정도만 주고, 잠잘 곳도 대충 만들어놓은 통나무집이었어. 솔로몬은 엡스의 농장에서만 10년을 일했어. 말이 10년이지, 먹는 것도 제대로 못 먹고 매일 밤 늦게까지 일하면서 쉬지는 못하는 생활을 10년이나 했다니, 상상도 가지 않는구나.

 

2.

1845년 목화농장에 흉작이 들었어. 그래서 농장의 일이 줄어들게 되어 솔로몬은 인근 사탕수수농장으로 임대를 가기도 했어.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쉴 틈을 주지 않았단다. 사탕수수 농장의 일이 끝나면 다시 목화농장으로 돌아왔어. 솔로몬은 위험을 무릎 쓰고 편지를 써서 집으로 보내려는 시도도 했지만, 쉽지 않았어. 엡스에게 발각되었다가 간신히 위기를 넘기기도 했어. 어떻게 해야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 방법이 보이질 않았어.

시간은 흘러 1950년이 되었어. 같이 일하는 노예 윌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농장 밖에서 통행증 없이 다니다가 순찰대에게 걸려서 도망을 갔는데 경찰견한테 물려 잡히고 채찍질을 당해 중상을 입었어. 그런데도 또 도망갔지만 다시 잡혀와 감옥에 갇혔다가 다시 농장으로 오게 되었어. 그 정도로 탈출은 쉽지 않았어. 윌리처럼 다시 살아서 돌아오게 되면 채찍질이 기다리고 있었고, 도망가다가 죽는 노예들도 많았어.

어느날 엡스의 농장에 배스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배스는 노예제 강경한 반대론자로 많은 노예들을 데리고 있는 엡스에게 강하게 반대하기 위해 온 거야. 솔로몬은 그런 배스를 유심히 살펴보았어. 솔로몬은 몰래 배스에게 접근하여 자신은 자유인인데 억울하게 붙들려 와서 노예로 일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어. 배스도 솔로몬의 이야기를 듣고는 도와주겠다고 했어. 그 이후 배스는 비밀리에 솔로몬을 돕기 시작했고, 솔로몬이 몰래 쓴 편지를 보냈단다. 솔로몬이 잡혀와 노예 생활을 한지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편지에 대한 응답은 없었어.

그런데 얼마 뒤 낯선 백인들이 솔로몬을 찾으러 왔단다. 그들은 솔로몬을 후원했던 헨리 B 노섭과 변호사였어. 솔로몬의 아버지는 헨리 B 노섭의 이름을 본 따 성을 노섭으로 했을 정도로 헨리 B 노섭과 솔로몬은 무척 가까운 사이였어. 하지만 솔로몬을 아는 이들은 없었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솔로몬은 노예로 끌려 온 이후부터 10여 년 동안 플랫으로 불려왔거든. 헨리는 솔로몬을 찾으러 다니다가 그 지방에 노예제 폐지론자 배스의 존재를 알게 되어 그를 찾아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배스를 만났는데, 배스는 처음에는 그들을 경계했단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은 신뢰가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솔로몬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단다.

헨리는 참 꼼꼼한 사람이었어. 무작정 솔로몬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고, 만발의 준비를 했어. 관련 서류를 꼼꼼히 준비하고 변호사와 경찰도 대동하고선 엡스의 농장을 찾아갔단다. 엡스는 그들이 찾아온 이유를 알고는 격분하며 화를 냈지만, 법적으로 솔로몬을 계속 데리고 있을 수는 없었어. 결국 솔로몬은 12년의 노예 생활을 마무리하고 드디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 어린 자녀들은 훌쩍 크고 첫 딸은 이미 결혼도 했다고 했어.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니그리고 솔로몬 주변에 헨리 B 노섭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또 다행인구나. 그리고 배스를 만나서도 참 다행이고 말이야. 이 사람들이 없었다면 평생 가족들을 못 만날 수도 있었으니 말이야.

그 뒷이야기를 좀 해보면, 주위의 권유로 솔로몬을 책을 출간하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노예 12>이었던 거야. 이 책은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솔로몬이 받은 돈은 얼마 안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는 이후 노예제 폐지운동에 나섰지만,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고 했어. 12년만에 돌아오고 4년이 지난 이후 그의 자취가 사라졌다고 하는구나. 이런저런 소문들만 난무했지만 끝내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른다고 했어. 그것 또한 참 이상한 일이긴 하구나. 노예제 폐지운동이 진전이 없으니 조용히 평범하게 살다가 삶을 마감했길 바란다.

이 책을 읽다가 엡스처럼 다른 사람들을 노예로 삼아 부자가 되고 평생 배부르게 살았던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들은 자신의 가족에게는 친절한 아빠이고 남편인 사람도 있었겠지. 당시 평생 노예로 살았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구나. 누구에게든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인데 말이야. 이 책을 덮고 <노예 12>이라는 영화에 대해 알아봤어. 등장인물에 우리가 좋아하는 배우도 있더구나. 베네딕트 컴버배치. 알아보니 책 속에서 착한 전도사로 나왔던 윌리엄 포드 역할을 맡았더구나. 그리고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하는구나. 더욱 관심이 가는구나. 조만간 한번 봐야겠구나. 너희들도 괜찮다면 같이 봐도 좋고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자유인으로 태어난 나는, 30년 넘게 자유 주에서 자유의 축복을 누리며 살았고-그러다가 그 시기의 막바지에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 가, 노예 상태에서 12년 동안 예속의 삶을 살던 끝에, 마침내 1853 1월에 천만다행으로 구출되었다-이런 내 삶과 운명에 관한 이야기가 대중에게 흥미가 없지는 않을 거라는 제안들이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내가 겪은 고난으로 단련되고 차분한 정신으로, 그리고 내가 행복과 자유를 찾을 수 있게 자비를 베풀었던 모든 분께 감사하면서, 비록 초라할지언정 올곧은 삶을 살다가 마지막에 내 아버지가 잠들어 계신 교회 묘지에서 쉬게 되기를 소망한다.


그녀는 자기 삶에 주어진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같이 있고 싶다고 말했다. 프리먼이 아무리 험상궂게 찌푸리고 협박해도 괴로워하는 그 어미를 완전히 조용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일라이자는 내내 한없이 애처롭게, 자기들 세 명을 갈라놓지 말아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자기가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거듭거듭 호소했다. 아까 한 약속들 – 만약 그 세명을 함께 사주기만 한다면 정말 얼마나 충성하고 순종할 것인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밤낮으로 얼마나 열심히 일할 것인지 –을 말하고 또 말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남자는 세 명 모두 살 만한 돈이 없었다. 거래는 성사되었고, 랜들은 혼자서 가야 했다. 그러자 일라이자가 아들에게 달려갔다. 뜨겁게 아들을 껴안고 입을 맞추고 또 맞추었고, 얼마를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 그러는 내내 소년의 얼굴 위로 비처럼 그녀의 눈물이 떨어졌다. - P85

이제 나는 어디서 구출을 기대해야 할지 암담했다. 마음 속에선 희망이 솟다가도 짓밟히고 시들어 갔다. 내 삶의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이보다 일찍 늙어 가는 것이 SRUWUTEK. 앞으로 몇 년의 시간과, 고된 노동과 슬픔, 그리고 습지의 독기 어린 공기가 그 효력을 발휘할 것이었다-나를 무덤으로 떠밀고, 썩어 잊히게 보이지 않으니, 할 수 있는 거라곤 땅바닥에 엎드려 말로 다 하지 못할 비통함으로 신음하는 것뿐이었다. 구조의 희망은 내 마음에 한 줄기 위안을 던져 준 유일한 빛이었다. 이제 그 빛이 흔들거리고, 약해지고, 작아지고 있었다. 이제 실망의 한숨 한 번으로 그 빛은 완전히 꺼지고, 나는 한밤의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삶의 끝으로 가야 할 것이었다. - P227

배스가 말을 받았다. "내가 뉴잉글랜드에 있었더라도, 지금 여기 있는 나와 똑같았을 겁니다. 노예제는 부당하다고,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을 겁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속하며 붙들어 두는 걸 허락하는 법이나 헌법에는 어떤 이성도, 어떤 정의도 없다고 말했을 겁니다. 물론 자기 재산을 잃는 건 힘든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건 댁의 자유를 잃는 것과 비교하면 별로 힘들지 않을 겁니다. 아주 공평히 말해서, 댁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저기 엉클 에이브럼의 권리보다 조금도 크지 않아요. 피부가 검고 흑인의 피가 흐른다고 하지만, 어떻게 해서, 이 지류에는 우리 둘만큼 피부색이 하얀 노예들이 많은 걸까요? 영혼의 색에도 차이가 있을까요? 허! 체제 전체가 잔인하고 터무니가 없어요. 댁은 깜둥이들을 갖고 있다가 교수형에 처해질지도 모르지만, 저라면 루이지애나에 가장 좋은 농장을 갖고 있대도 한 명도 소유하지 않을 겁니다." - P257

그 아늑한 작은 집으로 들어갔을 때, 처음 나를 맞은 건 마거릿이었다. 그 아이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내가 집을 떠날 때, 그 아이는 겨우 일곱 살, 장난감을 갖고 놀며 조잘거리던 작은 소녀였다. 이제 그 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랐고-결혼해서, 눈이 빛나는 한 소년을 옆에 데리고 있었다. 노예가 되어 불행하게 살았던 할아버지를 잊지 말라고, 마거릿은 자기 아이에게 솔로몬 노섭 스톤턴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내가 누구인지 밝히자, 마거릿은 감정이 북받쳐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윽고 엘리자베스가 방으로 들어왔고, 내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앤이 호텔에서 달려왔다. 그들은 나를 껴안았고, 눈물범벅이 되어 내 목에 매달렸다. 그러나 설명보다 상상이 더 나을 수 있는 장면에 대해서는 이쯤에서 덮어 두겠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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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와 0수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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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7년 전에 재미있게 읽은 <곰탕>이라는 책이 있단다. 책 제목만 보면 요리 이야기일 것 같지만, 놀랍게도 SF 소설이란다. 자세한 것은 그 때 너희들에게 쓴 독서편지를 참고하시고… <곰탕>을 쓴 지은이 김영탁 님이 이번에 새로운 SF 소설을 내셨단다. <곰탕>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자 읽어보았단다. 제목은 <영수와 0> 제목부터 독특하구나. 두 명의 영수가 나오는 것을 보아 복제인간 관련된 소설인가 하고 책을 폈단다. 지은이 김영탁 님은 영화감독이기도 하셔서, 그의 소설은 읽다 보면 영화 시나리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은이도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쓰신 것 같더구나. 그럼 바로 책 이야기를 해볼게.

 

1.

미래의 어느날을 살고 있는 박영수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영수의 나이는 서른 살이다. 지독한 전염병이 유행한 이후 세계는 초강도 격리 생활을 했어. 하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사람들은 외출을 할 때는 무조건 방호복을 입고 나가야 했어. 그리고 일은 AI가 대신하기 시작했단다.  AI가 일을 대신 하니 사람들은 처음에는 다들 좋아했지만, 우울증을 걸리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러다 보니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회문제가 되었고, 사람들에게 다시 강제로 일을 시켰고, 자살을 불법으로 규정했단다. 자살해서 죽고 나면 그만인데 불법으로 규정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그래서 자살을 하게 되면 그 가족들이 연좌제로 벌을 받게 된단다. 가장 가까운 가족, 가족이 없으면 친척 포함 3명이 벌로 일주일에 일을 하루씩 더 해야 한단다. 어떤 사람이 자살하면 그 사람의 가족 또는 친척 3명이 주6일제 일을 해야 하는 거야. 벌 치고는 치사하구나. 벌금형이면 벌금형이지

영수도 극심한 우울증에 자살을 하고 싶지만, 남겨진 식구들에게 미안하기 때문에 참고 있었어. 그런 영수가 일하는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살방지국이었어. 영수는 자신의 고민을 직장 상사인 오한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오한은 괜찮은 아이디어를 하나 주었어. 복제인간. 직장 상사의 아이디어에 따라 영수는 복제인간을 만들고 자신은 자살하려는 계획을 세웠어. 그런데 복제인간을 만들 때 옵션이 있었어. 복제인간 자신이 복제인간을 알게 할 수도 있고, 모르게할 수도 있어. 영수는 완벽한 범죄를 위해 복제인간은 자신이 복제인간인 것을 모르게 해서 주문을 했단다. 이제 복제인간이 영수가 되어 대신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고 영수는 자신의 삶을 마감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영수가 자살하기 직전에 연락이 왔어. 복제인간 영수가 회사에서 자살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난리가 났다는 거야. 영수는 이런 상황을 생각지 못했던 것 같구나. 자신과 똑같이 복제한 인간이라면 그 인간도 살기 싫어 늘 자살할 생각을 한다는 점. 그런데 그 복제인간은 자신보다 더 실행력이 뛰어났구나. 소설에서는 복제인간 영수를 진짜 영수와 구분하기 위해 0수라 부르기로 했어. 영수는 곧바로 0수를 만나러 갔어. 자신과 똑같이 생긴 모습의 영수를 본 0수는 놀라지도 않았어. 0수는 자신이 진짜 사람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기 때문에 영수가 자신의 자살을 막으려고 당국에서 보낸 복제인간이라고 생각한 거야.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모르게 설정한 것의 여파가 크구나. 0수 자신이 진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영수를 복제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영수는 자신이 자살하기 전에 0수가 자살하려는 마음을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 먼저야. 영수가 자살하고 0수마저 자살하면 돈 들여 복제인간을 만든 이유가 없어지니까 말이야. 그래서 영수는 어쩔 수 없이 0수와 동거를 시작했단다. 0수는 영수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를 할 때 쌍둥이라고 했지만 그들 사이를 알고 있는 회사 상사 오한은 진짜 영수가 누구인지 알아봤어. 오한도 영수의 일을 도와주었어. 0수가 자살하지 않게 마음 먹도록 하는 일. 오한은 회사시스템을 이용하여 영수가 13년 전에 기억을 두 번 팔았다는 기록을 찾아냈어. 그 때 판 기억 때문에 자살 시도를 계속하는 것 같다면서 그 기억을 다시 찾아보자고 했어

 

2.

어느날 기특이라고 사람이 찾아왔는데 서로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기특은 먼 친척이라고 했어. 0수가 자살을 하면 연좌제로 자신까지 벌을 받는다고 정부에서 연락을 받았대. 영수의 가족은 엄마와 동생. 그리고 세 번째 가까운 친척이 바로 기특이라는 사람이었던 거야. 기특도 엄마가 자살을 해서 이미 연좌제를 받고 주6일을 일하고 있다고 했어. 이제 더 받으면 안 된다고 기특도 자살을 막아보려고 찾아온 거야. 그래서 영수, 0, 기특, 오한. 이렇게 넷은 영수의 기억을 찾으러 길을 떠났단다.

첫 번째 영수의 기억을 산 사람은 C구역에 있는 병동에서 일하는 청소원 해도연이 라는 사람이야. 그들이 병동에 도착해서 해도연을 찾았지만 직접 만나기 쉽지 않았어. 멀리서 해도연을 관찰했는데, 해도연은 사람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사람을 찾고 있었어. 영수 일행도 그 유인물을 받았는데, 유인물 속 사진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무척 낮이 익었단다.

영수의 기억을 산 두 번째 사람은 E구역에 살고 있는 20대 김다울이라는 사람이야. E구역은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인이나 환자들이 많은데, 20대의 김다울이 있다는 것이 좀 의아했단다. 그들은 결국 김다울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김다울은 수화로 이야기를 했단다. 영수 일행은 유뷰브를 통해서 수화를 배워서 떠듬떠듬 대화를 나누었단다.

김다울은 어렸을 때 사회에 적응을 못해서 집에서만 지냈다고 했어. 그랬다가 나중에 조용히 살 수 있는 E지역으로 자진해서 오게 되었는데, 부모님이 그 때 선물로 기억을 선물해 주었어. 그 기억이 바로 영수가 판 기억이란다. 김다울은 어렸을 적 기억을 이야기하는데 그건 아마 영수의 기억일 거야. 어렸을 때 폐가 아파서 숲 속에 있는 요양병원에서 네 달을 머문 적이 있는데, 마음에 들어 했던 다른 환자가 있었다고 했어. 그런데 어느날 그 환자가 병동을 떠났는데 퇴원인지 죽은 것인지 모른다고 했어. 다울은 그 병원 어딘가에 무엇인가 묻어두었다고 했어.

영수일행은 다시 C구역에 와서 해도연을 만났어. 그리고 그때 해도연이 일하고 있는 병원이 바로 김다울이 이야기했던 그 병원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 다울이 이야기한 장소 중 한 곳의 땅속에서 십여 년 전에 묻어둔 물건을 꺼냈단다. 그곳에는 예리한 칼이 있었어. 사실 그곳에는 편지가 있었는데, 오한이 편지는 빼돌리고 칼을 대신 넣어 두었어. 기특은 병원 직원으로 위장하여 병원에 잠입하여 해도연에게 접근을 했어. 그리고 해도연과 친해지게 된 이후 해도연의 옛 이야기를 알게 되었어. 해도연은 자신이 누군가를 죽인 기억이 있어서 경찰에 가서 자수도 했지만 죽은 사람이 없다고 했대. 그래서 그 사람의 몽타주를 그려서 그 사람을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로 했대. 그것이 그녀를 10년 넘게 괴롭힌 기억이라는구나. 해도연의 기억이 영수가 판 기억이라면, 영수가 사람을 죽였다는 거잖아. 영수는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단다. 그런데 왜 그런 기억을 해도연이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건 누군가가 영수의 기억을 사서 해도연 몰래 해도연의 기억에 심은 거야. 한편, 오한은 0수에게 0수가 진짜 인간이 아닌 복제인간일 수도 있다는 암시를 슬쩍 주었어. 0수는 그것을 깨닫고 또 충격 받았단다. 정말 뒤죽박죽이구나. 너무 뒤죽박죽이라서 아빠가 줄거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기특은 해도연을 찾아가 진실을 이야기해주었어. 해도연은 누군가로부터 기억이 심어진 것이지, 살인자가 아니라고 말이야. 해도연은 자신의 머릿속을 꽉 채웠던 살인의 기억이 자신의 기억이 아니라고 하자, 오히려 허무에 빠졌어. 해도연은 자신이 죽인 사람을 찾기 위해 살았는데, 그 사람이 없어졌으니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나 싶었어. 그런데 기억이라는 것을 그대로 팔 수도 있지만,  가공해서 팔 수도 있다고 했어. 그러니까 영수가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닌, 누군가 사람을 죽인 장면을 본 것이나 그것도 아니면 사람이 죽은 장면을 자신이 직접 사람을 죽인 것으로 가공해서 팔 수 있다는 거야. 그렇다면 왜 기억을 팔고 사는지 모르겠구나. 그냥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서 심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기억을 가공해서 팔고 사는 설정은 공감이 가지 않는 설정이었어. 이렇게 과거의 기억을 찾아가다 보니 영수도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

그러면 복제인간 0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둘 다 살아 있을 수 없잖아. 그런데 둘 다 살 수도 있지 않나? 복제인간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같이 살아갈 수도 문제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들의 운명은 물음표로 남겨두어야겠다. 그리고 또 다른 진실. 해도연에게 그런 사악한 기억을 심어 놓은 사람은 누구일까. 그것도 남겨두어야겠다.

….

아빠가 책을 읽고 나서 한참 있다가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빠의 기억이 좀 뒤죽박죽이라서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단다. 다시 읽어보면 되겠지만,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만큼의 재미 있지는 않았어. 아빠가 지은이의 전작 <곰탕>을 재미있게 읽어서 너무 기대를 했나 보구나. 그리고 소설의 소재인 복제인간도 다룬 영화나 소설들이 많아서 그런지 그리 신선하지는 않았단다. 아니면 아빠가 나이를 더 먹어서 SF적 감수성이 떨어진 것일 수도 있고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가기 싫다

책의 끝 문장: 대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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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들의 몰락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4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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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오늘은 <거인들의 몰락> 2권을 이야기해줄게. 오늘도 할 이야기가 많으니 곧바로 시작하자. 런던에서 혼자 살던 에설은 2년여 만에 18개월 된 아들 로이드를 데리고 고향집에 왔단다. 아버지가 또 내쫓을까 봐 걱정했는데, 아버지는 2년 전 자신이 심했다고 생각했는지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에셀은 아버지와 화해를 했지만, 동네 분위기는 말이 아니었단다. 집집마다 전쟁에 끌려간 젊은이들이 많았는데, 우체부가 전사자들 소식을 가지고 동네에 올 때면 동네는 눈물바다에 되었단다. 자신의 집에 전보가 올까 봐 늘 조마조마하고 있었어. 다행히 에설의 동생 빌터와 빌터의 절친 토미는 아직 소식이 없었단다.

에설은 사회주의 계열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모드와는 가끔씩 만나곤 했단다. 피츠는 부상을 입고 집에 와서 요양하고 있었는데, 여동생 모드를 만나러 갔다가 우연히 에셀도 만나고 약속을 잡았어. 에설은 마음으로는 그를 멀리하고 했지만 몸은 여전히 그에 끌리고 있었어. 다시 만나면서 잊은 줄 알았던 옛감정도 다시 살아나려고 했어. 하지만 다신 속지 않겠다면서 마음을 다 잡았단다. 집을 주겠다며 다시 유혹하는 피츠. 에셀은 이제 중요한 것은 자신이라 생각하고 피츠를 멀리했단다.

거스 듀이는 이제 윌슨 대통령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었어. 윌슨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거스는 비밀 임무를 받고 독일에 오게 되었단다. 거스는 독일에서 발터를 만나서 윌슨 대통령의 평화협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독일 정부에 해당 내용을 전달해 달라고 했단다. 그리고 영국으로 와서는 모드를 만나서 집권당인 자유당 인사들에게 윌슨 대통령의 뜻을 전해 달라고 했단다. 그리고는 독일에서 받은 발터의 편지를 모드에게 전해주었단다. 기억나지? 발터와 모드는 비밀 결혼을 상태이잖니. 지금은 자신의 모국이 서로 총칼을 겨누며 전쟁을 하고 있어 만나지 못하고누구보다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사람들이잖니. 윌슨 대통령이 제안하는 이 평화협정을 누구보다도 반겼을 거야. 모드는 발터의 편지를 받고 안도와 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이 생겼을 것 같구나.

….

윌슨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독일은 평화협정을 영국에 제안했단다. 당시 영국은 로이드 조지가 새로운 총리가 되었는데, 그는 독일의 제안에 대해 고민을 했단다. 영국 내에서도 전쟁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갈등이 있었단다. 피츠는 전쟁을 옹호하는 측으로 전쟁을 옹호하는 글을 신문에 싣기도 했단다. 영국에서는 평화 협정에 대해 찬반 토론도 벌였는데, 피츠도 참가하여 평화 협정에 반대하여 전쟁 옹호를 강력히 주장했어. 이에 에설은 피츠에게 큰 실망하여 조금 남아 있던 애정마저 완전히 떨어져 버렸단다. 그리고 자신을 짝사랑해 왔던 같은 사회주의자 버니의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하게 되었어. 에설의 동생 빌리는 휴가를 나와서 누나를 만나러 왔다가 누나의 룸메이트인 밀드러드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1.

결국 영국은 독일이 제안한 평화협정 제안을 거절했단다. 소강 상태였던 전쟁은 다시 불붙게 되었어. 독일은 미국의 지원을 끊기 위해 미국에서 유럽으로 오는 배를 잠수함으로 공격했단다. 이로 인해 여객선도 침몰하면서 민간인들도 많이 희생되고 말았어. 독일이 이렇게 함부로 했던 이유는 미국이 너무 멀리 있어서 이 전쟁에 참전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발터는 독일 정부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어. 미국은 전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했어. 미국의 배를 침몰시킨 것은 그 시간을 단축시켰다고 생각했어.

….

이번에는 러시아의 주인공들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그리고리는 카테리나가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주어 함께 지내기로 했단다. 혜택을 보기 위해서 결혼했었는데 이제 진짜 부부처럼 생활했단다. 카테리나와 레프에서 사이에서 태어난 블라디미르도 자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얼마 후에는 딸도 낳았어. 그는 이제 가정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은 듯 했지만, 러시아 상황은 점점 안 좋아졌단다. 1905년 이후 차르의 폭정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주민들은 먹을 빵이 없어 기아에 허덕이고 사회 혼란은 점점 심해졌어. 카테리나와 블라디미르도 제대로 먹지 못해서 힘들게 생활했단다.

결국 1917 3월 러시아에서는 대대적인 시위가 발생했어. 그리고리가 속한 부대도 시위진압대로 투입되었단다. 하지만 시위진압대도 생활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어. 시위진압대도 시위대에 동참하여 함께 정부에 대항하여 시위를 했단다. 시위진압대는 경찰과 대치하였다가 경찰을 제압했어. 시위대의 세력은 더욱 커지게 되었고 결국 혁명정부가 만들어졌단다. 혁명정부는 차르에게 퇴진 요구를 했단다. 그리고리도 소비에트 대표로 선출되어 혁명정부에서 일하게 되었어.

결국 차르는 동생 미하일 대공에서 양위하면서 물러나게 되었고, 소비에트 혁명 정부는 미하일 대공과 협상하여 미하일은 황위에 오르지 않기로 했단다. 그리하여 러시아 로마노프 황조는 끝나게 된 것이란다. 러시아 차르의 퇴위 소식은 유럽과 미국에 전해지게 되었고, 각국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려고 했단다. 러시아는 리보프 경이 총리로 하는 임시정부가 세워졌어. 하지만 이 정부는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부가 아닌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부로 여전히 국민의 대부분인 노동자들의 불만을 제대로 해소해주지 못했어.

독일에서는 그 유명한 레닌 입국 작전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단다. 레닌이 러시아에 입국하여 레닌이 그리던 혁명을 성공하게 되면, 러시아가 전쟁에서 손을 뗄 수 있게 되어 독일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거든. 소설에서는 이 아이디어를 발터가 제안하는 것으로 나온단다. 그렇게 레닌은 비밀리에 취리히를 떠나 독일과 스웨덴을 거쳐 러시아에 입국하게 된단다. 발터는 이 일을 주도해서 성공시키게 된단다. 발터가 하는 모든 행동들은 한가지 이유 때문이었어전쟁이 빨리 끝나서 모드와 함께 살기 위함이었어. 지금은 연락도 안되어 어떻게 지내는지 잘 알지도 못하지만 말이야. 레닌은 러시아에 도착하자마자 임시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노동자 중심의 볼셰비키 정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여 많은 노동자의 지지를 받게 되었단다. 볼셰비키는 노동자의 지지를 바탕으로 조금씩 세력을 확장했으나 여전히 당시 케렌스키가 이끌고 있는 임시정부의 세력이 더 컸단다.

 

2.

미국에서 정착한 그리고리의 동생 레프의 이야기를 해보자. 레프는 뱔로프가 준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단다. 레프의 바람기는 결혼을 한 후에도 사그라지지 않았어. 바람 피다가 장인어른 뱔로프에게 걸려 군대에 징집당하게 되었어. 뱔로프가 그 정도 힘은 있었거든

모드와 에설은 사회주의 운동의 일환으로 여성들에게도 투표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민운동을 벌였어. 그 뜻은 같았으나 방법론에 있어 모드와 에설을 의견 차이를 보였고 그로 인해 갈라서게 되었단다. 결국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부 선거권을 갖는 반쪽짜리로 영국하원을 통과하게 되었어.

발터는 러시아에서 임무를 마치고 다시 독일로 와서 러시아 군대가 전쟁에서 배제되도록 노력했단다.

피츠는 아내 비는 러시아 황제의 공주라고 했잖아. 그래서 비는 러시아 상황을 접하고 러시아에 있는 가족들 걱정을 했단다. 그래서 피츠는 비와 함께 러시아에 오게 되었단다. 러시아는 생각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았어. 비의 오빠 안드레이를 만나기는 했지만, 농민들이 일으킨 반란에 휩싸이면서 목숨을 잃을 뻔했다가 간신히 탈출했단다.

그리고리는 레닌의 볼셰비키에 속해 있었는데, 볼셰비키의 쿠데타에 동참했고 성공하게 된단다. 결국 볼셰비키의 혁명이 성공하여 권력을 잡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전쟁에 참여하고 있던 러시아 군대를 모두 철수시켰단다. 그렇게 되어 독일은 러시아와 대치하고 있던 동부전선의 군대를 서부전선으로 합류시키면서 승리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 발터도 다시 현장에 투입되어 돌격대를 이끌게 되었단다. 계획대로 전진하게 되면서 승리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전쟁이 끝나서 모드를 다시 만날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단다. 그러나, 발터의 한가지 우려사항이 현실이 되었어. 미국이 참전한 거야. 발터는 미국 군대와 대치하던 중 총상을 입고 후방으로 가게 되었단다.

….

영국은 서서히 전쟁 후를 준비하고 있었단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노동당도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었어. 에설과 버니는 모두 노동당 의원에 출마하려고 했어. 그 동안 활동을 볼 때 에설이 더 강력한 후보이다 보니, 버니는 삐치게 되었어. 짝사랑하던 여자와 결혼을 하고, 그 여자가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줄 만 한데, 자신의 욕심이 더욱 큰 것 같구나. 그런데 변수가 생겼어. 에셀이 임신을 하게 되어 출마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

바람 피다가 장인어른한테 걸려서 전쟁터에 끌려온 레프는 미군 소속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오게 되었어. 이유도 모른 채 왔는데, 알고 보니 당시 러시아는 혁명 이후 내전이 벌어지고 있었어. 볼셰비키의 혁명군을 의미하는 적군과 적군에 대항하는 반혁명 세력을 백군이라고 한단다. 러시아가 사회주의 국가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백군을 지원하게 위해 러시아로 진입하게 되는데, 레프도 그런 이유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오게 된 거야. 그렇게 몇 년 만에 레프는 러시아 땅을 밟게 되었단다. 영국군인 피츠와 빌리도 같은 이유로 영국군으로 러시아에 왔단다.

 

3.

결국 미국의 지원을 받은 연합국은 승기를 잡았고, 독일은 휴전을 요청하는 식으로 패전을 인정했단다. 4년 동안 이어진 전쟁이 드디어 끝이 났구나. 이 전쟁을 통해 미국은 세계의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고, 윌슨 대통령 주도로 전후의 혼란스러운 시기를 정리해 나갔단다. 국제연맹을 결성하는 것도 이때였어. (이것은 아빠가 학교 다닐 때 학교 시험 문제에 자주 등장했던 것 같구나.)

거스와 모드도 국제연맹을 결성하는데 관여하여 일했단다. 모드는 그렇게 맡은 바 일을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독일로 갈 수 있는지 알아보았지만 쉽지 않았어. 발터로부터는 소식이 없었고 말이야. 모드는 파리 출장을 갔다가 평화 협정 독일 대표로 파리에 온 발터와 드디어 재회했단다. 그들은 정식으로 결혼 발표하기로 했단다. 전쟁도 끝났으니 다들 이해할 거라 생각했는데, 영국에서는 모드의 결혼 소식이 언론에 발표되자 시민들이 야유를 했단다. 하지만 이젠 모드에게는 사랑이 최우선이었어. 발터의 제안으로 모드는 함께 독일로 가기로 했단다. 패전국인 독일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 것이 알았지만, 사랑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피츠와 빌리는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러시아에서 적군과 싸우고 있었어. 피츠는 상황을 보니 자신들이 지원하는 백군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단다. 런던에서도 영국군이 백군을 지지하는 것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았어. 러시아에서 영국군을 철수하라는 시위도 이어졌어. 에설은 이 시위를 주도했단다. 피츠는 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빌리가 에셀의 남동생이라는 것도 한몫 했지. 그래서 빌리가 쓴 편지를 것에 대해 꼬투리를 잡아서 재판에 넘겼고, 빌리는 군사 재판을 받고 10년형을 받게 되었어. 자진해서 조국을 위해 전쟁에 참여하여 헌신했는데, 개인적인 원한으로 부당하게 10년형을 받았으니 얼마나 억울했겠니그런데 얼마 후 빌리가 감옥에 가게 된 진짜 이유가 언론에 소개되었고, 그로 인해 여론은 빌리의 편이 되었단다.

결국 재심을 받게 되었고, 다행히도 1년 만에 출소할 수 있었단다. 빌리는 휴가 나왔다가 사귀었던 누나 에셀의 친구인 밀드러드와 결혼하였고, 노동당에 가입하여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했단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이 되었어. 에설도 출마하여 당선되었고, 영국 노동당은 전쟁 후 처음 진행된 선거에서 191석을 차지하여 2당이 되었고, 자유당과 연합하여 첫 노동당 정부가 출범했단다. 이 때부터 영국은 보수당과 노동당 양당 체제가 자리를 잡게 되었단다.

….

전쟁이 끝나고 레프는 다시 미국 버팔로로 돌아왔어. 하지만 그의 바람기는 여전했어. 불륜으로 만난 여자가 아기까지 낳았어. 이번에도 이 소식은 처가에서 알게 되었어. 장인어른 뱔로프가 이번에도 레프를 마구 때렸는데, 이번에는 레프도 가만 있지 않고 받아 쳤단다. 그러다가 뱔로프가 치명타를 맞고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단다. 레프를 끝까지 말썽이구나. 레프를 그 자리에서 곧바로 국경 밖 캐나다로 도망갔단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장인어른이 죽은 것은 죽은 것이고, 자신이 아니면 장인어른의 사업을 이끌어갈 사람이 없었어. 그래서 다시 돌아와 아내 올가를 설득하여 장인어른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것으로 했단다. 미국 내에서 금주법이 실행되면서, 뱔로프의 사업이 무너지고 있었는데, 캐나다에서 술을 몰래 들여오면 다시 회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올가를 설득했어.

전쟁이 끝난 이후 소설의 중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대충 다 한 것 같구나. 등장인물들이 많아서 이 사람 이야기했다가 저 사람 이야기를 해서 이야기 흐름이 끊기는 경우도 있었을 텐데 이해하렴. 소설을 읽을 때는 그렇게 장면 하나하나 바뀌는 것이 마치 드라마 장면 바뀌는 것 같았어.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어도 돈은 많이 들겠지만, 성공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아빠가 제대로 검색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제작 예정에 있다고 하는구나. 기대를 해봐야겠구나.

이 소설은 전에 이야기했듯이 <20세기 3부작>이라고 했잖아. 다은 이야기는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세계의 겨울>이라는 책이란다. <거인들의 몰락>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의 가족들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고 했으니 <거인들의 몰락>에서 나왔던 인물들의 20여 년의 모습들도 나오겠구나. 어떤 모습으로 나이들 먹었는지 궁금하구나.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조만간 읽어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에설은 빌리가 프랑스로 떠난 이후 삶과 죽음에 대해 무척 많은 생각을 했다.

책의 끝 문장: 에설과 로이드는 그들을 지나쳐서 계단을 올라갔다.

 


"이 나라 모든 남자에게는 원칙적으로 병역의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을 할지 말지 결정을 내릴 때는 모두가 참여하지 못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찬성의 외침이 울렸다.
"법률에서는 이 나라 남자의 절반 이상에게 투표권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에설이 큰 소리로 외쳤다. "모든 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 P26

"누가 잘못했다는 게 아닙니다. 이 말씀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전쟁을 벌이자는 결정을 내릴 때 참여 못한 사람들이 전쟁터에 나가 학살당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겁니다." - P27

모드는 곰곰이 생각했다. "신문들 대부분은 여전히 솜 강 전투에서 엄청난 승리를 거둔 척하고 있어요. 어떤 식으로든 현실적인 평가를 하려 들면 애국적이지 못하다는 식으로 낙인을 찍죠. 노스클리프 경은 정말로 군국주의 독재체제에서 살고 싶은 모양이에요. 하지만 대부분 우리 국민은 전쟁이 별 성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 P92

블라디므로 일리치 울리야노프. 레닌으로 알려진 그는 마흔여석 살이었다. 키가 작고 다부진 체격에, 몸단장에 허비할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쁜 나머지 깔끔하지만 고상하지는 않은 차림이었다. 한때는 머리 전체가 붉었지만 일찍 숱이 줄기 시작해 지금은 주변에 머리칼의 흔적만 남은 반짝이는 대머리였다. 세심하게 다듬은 반다이크 수염은 연한 적갈색에 회색이 섞여 있었다.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눌 때 발터는 그가 매력도 없고 잘생긴 외모도 아니어서 그리 특별한 인상은 받지 못했다. - P244

빌리는 계속 말했다. "그럼 이제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보겠습니다. 이 전쟁은 영국 의회에서 논의된 적이 없습니다. 모든 내용은 작전상 보안이라는 허울에 가려져 영국 국민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건 군이 떳떳하지 못한 비밀을 숨길 때는 쓰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싸우고 있지만 전쟁은 선포된 적이 없습니다. 영국 수상과 그의 동료들은 독일 카이저와 그 밑에서 싸운 장군들과 똑 같은 처지입니다.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제가 아니라 그들입니다." 빌리는 자리에 앉았다. - P539

"저는 그런 시절이 지났다는 걸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군대뿐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에서 신분이 아닌 능력으로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어야 합니다." 빌리는 목소리를 높였다. 목소리에 아버지가 설교할 때처럼 격정적인 흥분이 묻어났다. "이번 선거는 미래에 대한 것이고, 이 선거로 우리 아이들이 어떤 나라에서 자랄지 결정됩니다. 우리가 자랐던 나라와는 다른 나라에서 자랄 수 있도록 확실히 해야 합니다. 노동당은 혁명을 원치 않습니다. 다른 여러 나라를 보아온 결과 혁명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변화를 필요로 합니다. 진정하고 중대하고 근본적인 변화 말입니다." - P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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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들의 몰락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4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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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래 전에 아빠 후배가 추천해서 읽은 <대지의 기둥>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을 재미있게 읽고 그 책의 지은이인 켄 폴릿의 책들을 검색해 본 적이 있었어. 그 이후에 켄 폴릿의 <바늘 구멍>이라는 책도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구나. 그리고 켄 폴릿의 책들을 더 읽어보겠다고 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 <20세기 3부작>을 하나씩 사 모았단다. 그리고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다가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갔고, 이제서야 읽었단다.

20세기 3부작은 1차 세계대전부터 1960년대까지 이어지는데, 각 권의 책 두께도 만만치가 않단다. 이번에 아빠가 읽은 것은 1 <거인들의 몰락> 1권이란다. 1부의 주요 배경은 1차 세계대전이란다. 소설이지만 등장인물들이 1차 세계대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역할을 하고,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들도 비중 있게 나온단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1차세계대전와 1910년대 세계사를 공부하는 계기도 되었어.

너희들이 숙제 하느라 바쁘지만 않는다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소설을 재미있게 읽다 보면 역사 공부도 저절로 되거든. 이 소설은 양이 방대하다 보니, 등장인물들도 많이 나온단다. 소설 앞 부분에서 등장인물들을 간단히 소개해 주어서, 소설을 읽다가도 다시 확인하면서 읽었단다. 할 이야기가 많으니 바로 책 이야기를 할게.

 

1.

이야기는 1911 6 22. 웨일즈의 에버로언이라는 탄광 지역에서 시작한단다. 그날은 빌리 윌리엄스는 13살이 되는 날로, 수습 광부가 되어 첫 출근하는 날이야. 그곳은 남자가 13살이 되면 모두 탄광으로 출근한단다. 빌리는 형제들이 많았지만, 전염병으로 죽고 탄광 사고로 죽고 누나 에설 한 명만 남았어. 에설은 18살로 인근 마을의 저택에서 일하고 있었어. 아버지 데이비드는 사우스 웨일즈 광부연합 노조 대리인으로 활동했단다. 그리고 어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어. 빌리는 친구 토미와 함께 잔뜩 긴장하여 첫 출근을 했단다.

시간은 금방 건너 뛰어 1914 1월이 되었어. 1914년이면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해잖니. 1914년 새해부터 소설은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그 당시만 해도 아무도 몇 달 뒤에 큰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이따가도 이야기하겠지만, 여러 우연과 여러 욕심들이 모여 큰 전쟁이 일어나게 된단다. 그건 차차 이야기하자꾸나.

28살 먹은 피츠허버트 백작이 있었어. 그는 피츠라는 애칭으로 불렀으니, 아빠도 짧게 피츠라고 할게. 피츠는 티귄 저택을 가지고 있고, 영국에서 9번째 가는 부자이고, 거대한 농장과 탄광을 하지고 있었어. 티귄 저택에도 수십 개의 침실이 있었어. 피츠는 보수당의 상원의원이고, 아내 비와 결혼한지 3년이 되었지만 아이는 없었어. 비는 러시아 황실의 엘레자베타 공주로 애칭인 비로 불렀어. 피츠는 모드라는 여동생이 있었는데, 사회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로 독립성이 강한 여자였단다. 앞서 이야기한 빌리의 누나 에설이 바로 이 티귄 저택에서 일하고 있었단다. 참고로 에설은 많은 남자들이 구애를 할 정도로 훌륭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어.

피츠의 저택에 국왕인 조지 5세가 방문하기로 해서, 집안의 모든 하인들이 분주했단다. 그런데 하녀의 리더인 하녀장이 병이 나서 자리가 비었고, 그 역할을 에설을 하게 되었단다. 에설도 일을 꼼꼼하게 잘 하는 스타일이라서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었어. 조지 5세 국왕이 방문한 날이 되었어. 피츠의 친척들과 친구들도 방문했단다. 그 중에 이 소설의 중요 인물들도 있었단다. 미국인 거스 듀어, 독일인 외교관이자 피츠의 친한 친구 발터도 왔어. 발터는 피츠의 여동생 모드와 비밀리에 썸을 타고 있었단다. 그들은 국제 정세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커다란 폭발 소리가 들린 거야.

다들 깜짝 놀랐는데, 그 폭발 소리는 피츠의 탄광에서 사고가 난 것이었어. 그 탄광에서는 빌리와 토미가 여전히 일하고 있었단다. 다행히 빌리가 있는 곳에서 난 사고는 아니었어. 하지만 멀리서 폭발 소리를 들은 에설을 당연히 동생 빌리가 걱정되었지. 빌리는 사고 현장에 가서 사람들을 구출하는데 도와주었단다. 하지만 이 사고로 8명이 죽고 50여 명이 다쳤어. 에설은 동생 걱정으로 탄광사고가 난 현장에 왔다가 동생이 안전한 것으로 보고 다시 티귄 저택으로 돌아왔단다. 탄광사고가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던 국왕과 사람들에게 에설은 탄광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런데, 탄광 사고에서 많은 인명 피해가 난 이유까지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했단다. 비상호흡장치가 없었고 환풍기 방향이 반대로 되어 있고, 물도 부족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단다. 그러면서 국왕이 유가족을 위로해 주면 좋겠다는 조언까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어. 에설이 어떤 사람인지 알겠지. 자기 주장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란다.

국왕도 에설의 제안이 괜찮은 것 같다면서, 왕비와 함께 유가족을 만났단다. 국왕의 사고현장 방문이 에설의 생각이었다는 것을 안 에설의 아버지 데이비드는 노동자들이 결집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에설을 탓했단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데이비드는 노동자들을 결집시켜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려고 했던 것 같아. 한편 예쁘면서도 당당한 에설을 눈여겨 본 이가 있었으니 바로 피츠였단다. 피츠는 에설에게 추파를 던졌고, 에설도 이를 거부하지 않았단다. 그래서 피츠와 에설은 넓고 넓은 저택의 많은 방들에서 비밀 사랑을 나누게 되었단다.

 

2.

피츠와 아내 비, 그리고 미국인 친구 거스 듀어는 사업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푸틸로프  기계 공장에 방문했단다. 그곳에는 비와 어렸을 때 악연을 가지고 있던 그리고리 페시코프와 레프 페시코프 형제가 있었어. 그들이 어렸을 때 비 공주의 땅에 농사를 지었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교살형에 죽었거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어머니는 1905 1 9일 피의 일요일에 황제의 경찰들에 총에 맞고 죽고 말았단다. 둘이 남은 그리고리와 레프는 악착같이 돈을 벌어 미국에 갈 계획을 세웠단다. 어느날 그리고리는 경관에게 부당하게 공격받는 카테리나라는 여자를 구해주었어. 갈 곳 없는 카테리나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보살펴 주었단다. 당연히 카테리나에게 호감을 가졌는데, 카테리나는 동생 레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단다.

그리고리는 돈을 보아 배표를 끊었단다. 자신이 먼저 가서 돈을 더 모아 동생 레프도 미국으로 초대할 생각이었어. 그런데 배를 타기로 한 날 레프가 살인 혐의로 쫓기는 일이 벌어졌어. 레프는 그리고리를 만나 사정을 이야기했어. 자신은 무죄이지만 살인 혐의를 벗어나기는 현재로서는 쉽지 않았다 했어. 이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은 자신이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어. 그리고리는 동생이 먼저라는 생각에 레프에게 배표를 건네주고, 레프는 그렇게 미국행 배에 몸을 실었단다. 그리고리는 러시아에 남아 다시 돈을 모아야했어. 카테리나는 레프가 떠난 사실에 울기 시작했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단다. 레프의 아기를 임신했다고카테리나를 짝사랑했던 그리고리는 또 한번의 충격에 빠졌지만 레프가 떠난 이 마당에 레프의 아기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어.

미국행 배를 탄 레프는 10일만에 미국에 도착했어. 미국에 이렇게 빨리 도착을 할 수 있나, 싶었지만 미국이 처음이다 보니 그런가 보다 했어. 아니나 다를까, 사기를 당한 거야. 그곳은 미국이 아니고 영국 옆의 웨일즈의 카디프라는 곳이야. 레프는 억울하지만 사기꾼은 이미 도망간 상태였어. 레프는 미국행 배값을 위해 탄광에 취직했단다.

탄광 사고가 일어난 6주 후 탄광 회사 켈릭 미네랄은 당시 사고로 죽은 여덟 명의 가족들을 사택에서 퇴거하라는 통보를 했어. 사택은 광부들을 위한 집인데, 사고로 죽은 사람들의 집에는 이제 광부가 없으니까 나가라는 것이었어. 비열한 자본가로구나. 이 소식을 들은 빌리의 아버지 데이비드는 회사에 항의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노동자들과 모여 회의를 해서 즉각 파업을 결정했단다. 에설은 이 소식을 듣고 여덟 부인들의 명의로 해서 국왕께 편지를 보내보았지만 회신은 없었단다.

피츠의 독일인 외교관 친구 발터의 정확한 직책은 런던주재 독일대사관 무관이었어. 발터의 아버지 오토 폰 율리히도 외교관인데, 좀 급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영국에서 멕시코 외교관과 만나 협상을 하는데 좀 위험한 협상이었어. 독일은 멕시코에 무기를 주고, 멕시코는 독일에 석유를 주기로 하는 협상이야. 무기가 멕시코로 들어간다면 이웃나라인 미국이 싫어할 테니 말이야. 그래서 발터도 미국과 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버지의 의견을 반대했단다. 하지만 오토는 그런 아들의 말을 들을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었어.

거스 듀어의 아버지 캐머린 듀어는 미국 대통령 윌슨의 친구이자 미국의 상원의원이란다. 그래서 거스 듀어도 아버지를 통해서 백악관에서 일하게 되었어. 거스 듀어는 윌슨 대통령의 측근으로 일하게 된 것이란다.

 

3.

어느날 오스트리아 프란츠 페르난디트 황태자가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청년에게 암살되었다는 소식이 온 유럽에 퍼졌어. 이 사건은 무척 유명한 사건으로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을까 싶구나. 1차 세계 대전을 촉발하게 된 사건이거든. 국제적으로 이슈가 된 이유는 이 사건에 세르비아 정부가 개입되었다는 소문이 있었거든. 세르비아는 친러시아 국가고 세르비아 배후에는 당연히 러시아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오스트리아는 이 일을 간과할 수 없다면서 독일에 협조 요청을 했어. 일이 최악으로 가게 되면 오스트리아 배후의 독일과 세르비아 배후의 러시아가 한판 붙을 수도 있는 거야. 또 당시 러시아는 영국과 프랑스와도 친분을 가지고 있었어. 만일 독일과 러시아가 붙는다면 영국과 프랑스도 가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어. 그렇다 보니 독일이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가 국제적으로 무척 중요해졌어.

발터는 이 사건에 예의주시하면서 독일이 강경하게 나올 경우 자신은 영국인인 모드와 사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어. 독일과 영국의 관계가 더 나빠지기 전에 모드와 결혼할 생각에 발터는 아버지에게 모드와 결혼하겠다고 하니, 아버지 오토는 강하게 반대를 했어. 반대뿐만 아니라 헤어지라고 했어. 발터가 모드에게 그런 이야기를 안 할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오토는 직접 모드를 찾아가 발터의 앞날을 위해서 발터와 헤어지라고 강요했단다. 독일과 영국의 관계가 갈등으로 치닫고 발터는 독일의 외교관이다 보니, 오토의 말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모드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단다.

한편 피츠와 몰래 사랑을 나누던 에설은 임신을 했단다. 그런데 그동안 임신이 안되고 있던 피츠의 아내 비도 임신을 했단다. 피츠는 에설의 임신 소식을 듣고 태도가 싹 바뀌었단다. 저택에서 내쫓고 1년에 24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어. 에설은 당연히 거절했지. 에설을 피츠를 괴롭히려고 했지만, 좀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선에서 물러났단다. 그렇게 하여 런던에 방 여섯 개 달린 집을 요구했단다. 에설은 저택에서 쫓겨나듯 나와서 집에 와서 식구들에게 임신 소식을 전했단다.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에설보다는 피츠의 잘못이 크다는 것을 가족들이 이해해 주었지만, 아버지만은 예외였단다. 에설의 아버지 데이비드는 격렬하게 화를 내면서 당장 에설을 집에서 내쫓았단다. 그렇게 에설을 홀로 런던으로 향했어.

..

국세 정세는 더욱 악화되어 있었어. 오스트리아 황제는 세르비아에 무리한 요구서를 보냈는데, 세르비아의 입장에서는 들어줄 수 없는 것들이었단다. 세르비아가 오스트리아의 요구를 거절하자, 오스트리아는 선전포고를 했고, 독일 정부도 동의했다는 것을 의미해. 그렇게 되자 세르비아를 지지하고 있던 러시아도 동원령을 내렸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영국와 프랑스가 이 전쟁에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가 관건이었어. 프랑스는 러시아와 동맹 협약을 원칙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러시아가 전쟁에 참여한다면 프랑스도 참여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었어.

그렇다면 영국은? 프랑스가 전쟁을 참여한다고 해도 영국의 지원 없이는 전쟁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어. 이렇게 국제 정세가 악화되다 보니, 발터는 마음이 급해졌어. 발터와 모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미력이나마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했단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지. 피츠는 보수당 골수 지지자로 영국의 힘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입장이야. 그러니까 피츠는 전쟁참여를 지지했어.

 

4.

프랑스와 러시아의 양쪽 협공의 위험이 있는데도 독일이 전쟁에 참여하려고 했던 것은 슐리펜 계획이라는 유명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야. 슐리펜 계획은 아빠가 예전에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책에서 이야기를 했었지. 러시아가 동원령을 내려 군대를 정비를 하는 7주 정도 걸린다고 판단을 하고, 그 전에 프랑스를 제압하고 나서, 그 군대를 동부 전선으로 이동시켜 러시아를 공격하면 승산 있다고 생각한 거야. 계획이라는 것이 계획대로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탈이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프랑스를 침공하는 지름길인 벨기에를 통해서 가야 했어. 독일은 벨기에에 프랑스로 가는 길을 열어달라고 했단다. 벨기에도 자존심이 있지, 바로 거절했단다. 그러자 독일은 벨기에에게 선전포고를 했단다. 이렇게 되자 영국은 독일의 만행을 두고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면서 여당인 자유당과 야당인 보수당이 합의하여 전쟁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단다. 참고로 당시 영국 총리는 자유당의 애스퀴스라는 사람이었단다.

발터와 모드는 이제 자신의 조국들이 서로 총칼을 겨누고 전쟁을 하게 되었어. 그렇게 되자 발터와 모드는 더욱 사랑하게 되었어. 그들은 비밀 결혼을 하기로 했단다. 증인은 로베르트와 에설이 해주기로 했단다. 에설이 티귄 저택에 있을 때부터 모드와 말이 잘 맞아 친하게 지냈고, 런던에 와서도 연락을 하고 지냈었단다. 그렇게 발터와 모드는 부부가 되었어. 에설은 런던에서 옷 만드는 공장에 다니면서 힘들게 일했어. 동료들과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사장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지. 에설은 노조 대리인으로 활동하는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나 보구나.

러시아의 그리고리도 동원령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단다. 카테리나는 군인부부에게 혜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와서 그리고리에게 결혼을 하자고 했어. 하지만 동생의 아이를 낳은 여자와 어떻게 결혼할 수 있겠지하지만 카테리나의 계속된 요구로 형식적으로 결혼신고만 했단다. 그리고 실전에 참여하게 된 그리고리.. 두려움이 앞섰어. 첫 교전까지 벌어지고 처음으로 적군을 쏴 죽이기도 했단다. 그리고리처럼 평범한 사람을 누가 살인자로 만들었는가. 전쟁은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가. 싸우려면 이를 결정한 이들 먼저 총을 들고 나서야 되는 것 아닌가.

1914 12. 피츠도 참전하여 파리에서 정보부대 소령으로 근무하고 있었어. 영국군이 참전하긴 했으나 부대이동이 느리고 상황 대처가 미흡한 것에 피츠는 답답해 했단다. 러시아군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노려 빨리 이동하여 공격했어야 했는데 말이야. 많은 나라들이 참여했지만 이 전쟁은 단시일에 끝날 것이라고 생각들 했어. 1914 7월에 시작한 전쟁이 그해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들 못했어. 1914년 크리스마스에는 양쪽 진영에서 협의해서 휴전을 하기로 했단다.

대치하고 있던 영국군과 독일군이 서로 만나 축구를 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인데, 이 소설에서도 그 이야기가 그려졌단다. 독일군으로 참전했던 발터도 그곳에 있었고, 영국군으로 참전했던 피츠도 그곳에 있어서 발터와 피츠는 짧은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단다. 발터는 모드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단다. 물론 피츠는 발터와 모드가 몰래 결혼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

한편, 웨일즈에서 탄광일을 하던 레프는 도박에서 사기를 쳐서 큰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미국을 가려고 했어. 하지만 사기 친 것이 들통이 나서 간신히 도망쳐서 런던으로 왔단다. 레프는 그렇게 런던에 왔다가 다시 미국행 배를 탈 수 있었어. 레프는 드디어 미국에 도착했단다. 러시아 출신의 사업자 뱔로프의 눈에 띠게 되어 그의 운전사 겸 비서로 일하게 되었어. 레프는 뱔로프의 신임 받는 사람이 되었단다. 그리고 레프는 뱔로프의 딸 올가와 비밀 사랑을 하게 되었어. 사실 올가를 남몰래 사랑하는 이가 있었어. 앞서 여러 번 등장했던 거스 듀이가 올가를 사랑하고 있었어. 거스 듀이는 뱔로프를 찾아가 청혼을 하여 허락까지 받아 놓은 상태란다. 사업가인 뱔로프에게 거물급 정치인의 가족인 거스 듀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 그런데 올가가 임신을 한 거야. 뱃속아기의 아빠는 당연히 레프였단다. 레프는 임신 능력이 대단하구나. 러시아에서도 카테리나를 임신시키고 미국에 오자마자 올가를 임신시키고올가의 임신 소식을 안 뱔로프는 레프를 잡아다가 반쯤 죽여놓고는 그래도 운명을 거를 수 없다면서 레프와 뱔로프를 결혼시켰단다. 그렇게 레프는 재벌의 일가가 되었단다.

….

에설은 아기 낳을 때가 거의 다 되었어. 동생 빌리를 불러서 도와달라고 했단다. 그렇게 힘들게 에설은 아들 로이드를 낳았단다. 한편 빌리는 친구인 토미와 함께 군대에 지원했단다. 아버지가 강하게 반대를 했지만 몰래 지원한 것이란다.

시간을 흘러 1916 7월이 되었어. 금방 끝날 것 같은 전쟁이 2년이나 되었지. 빌리는 우연히도 피츠의 부대에 배속되어 최전선에서 배치되었어. 그동안 빌리는 상병으로 진급하여 분대장을 맡고 있었단다. 그런데 위에서 내려는 지시가 너무 무모한 것이었어. 기관총 총알이 쏟아지는 곳으로 엄호도 없이 전진하라는 것이었어. 이미 그런 무모한 전진으로 많은 영국군들이 죽었단다. 피츠도 얼굴에 총상을 입고 다쳤어. 빌리는 그렇게 무모하게 뛰쳐나가지 않았단다. 분대원들을 이끌고 지형을 이용하여 조금씩 전진했단다. 그리고 결국 수류탄으로 적군의 기관총 부대를 제거하는 승리를 거두게 되었어. 하지만 독일군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다시 후퇴해야 했단다. 이렇게 전쟁은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경험이 아닐까 싶구나.

….

여기까지가 <거인의 몰락> 1권의 이야기란다. 이야기가 길어진 점 이해하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빠가 이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좀 자세히 이야기를 했단다. 그리고 이렇게 써 두면 아빠의 기억력이 금방 사라지더라도 다시 읽어볼 수 있으니 나쁘지 않겠지. 그럼 조만간 2권 이야기도 해줄게.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영국 국왕 조지 5세가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대관식을 거행하던 날, 빌리 윌리엄스는 사우스 웨일스 애버로언의 깊은 갱 속으로 내려갔다.

책의 끝 문장: 마침내 그렇게 오언 베빈은 죽었다.


발터 역시 아버지만큼이나 애국자였지만 독일이 현대화되고 평등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그도 조국이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이룬 업적, 근면하고 능률적인 독일 국민들을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발터는 독일이 많은 걸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유분방한 미국인들로부터 민주주의를, 교활한 영국인들로부터 외교를, 유행을 선도하는 프랑스인들로부터는 우아한 삶의 기술을 배워야 했다. - P199

이곳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은 칠일 전 사라예보에서 벌어진 사건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지. 발터는 떨떠름한 기분이었다. 하긴 보스니아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을 터였다. 다들 황태자가 암살당한 일에 놀라긴 했지만, 그 일이 세계 전체에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약간 당황한 정도였다.
발터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암살이 어떤 징조인지 정확히 알았다. 이번 사건으로 독일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고, 이런 위험한 순간 조국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이 발터 같은 사람들의 역할이었다.
- P265

세계 대부분의 의회와 마찬가지로 영국도 양원제였다. 피츠는 지위가 높은 귀족과 주교,, 고위 판사로 이루어진 상원에 속했다. 하원은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하원의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원과 하원 의회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지은 빅토리안 고딕 양식의 웨스트민스터 공전에 모여 회의를 했다. 시계탑의 시계는 빅벤이라 불렸는데, 피츠는 빅벤이 원래 탑 안에 있는 커다란 종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꼬집길 좋아했다. - P376

지난 이 주간 그런 일이 반복되었죠. 모드는 절망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모든 나라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의견이 묵살되었다. 오스트리아는 뒤로 물러설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세르비아를 공격했다. 러시아는 협상하는 대신 동원령을 내렸다. 독일은 국제평화회담에 나와 문제를 해결하길 거부했다. 프랑스는 중립으로 남을 기회를 얻었지만 일축했다. 그리고 이제 영국은 방관자로 남을 수도 있는 쉬운 길을 두고 전쟁으로 향하는 대열에 합류하려 하고 있다.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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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 평전 - 한글운동의 선구자
김삼웅 지음 / 꽃자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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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김상웅 님의 인물 평전을 가끔 읽는데, 오늘은 그런 책읽기의 일환으로 김삼웅 님의 <주시경 평전>을 읽었단다. 근현대에 한글 운동을 하신 주시경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주시경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으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적을 것 같구나. 아빠도 그랬거든. 어린이를 위한 주시경 위인전은 좀 있어도 어른들이 볼만한 주시경에 관한 책이 적은 것 같았어.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주시경은 짧은 삶을 살다가 가셨더구나. 그래서 그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 하지만 한글 사랑만큼은 그 누구보다 뜨거웠던 분이란다. 주시경은 1876년 황해도 봉산군 쌍산면에서 태어나셨는데, 같은 해에 백범 김구도 황해도에서 태어나셨다고 하는구나. 아빠는 김구보다 훨씬 앞 세대이신 줄 알았는데, 동년배셨구나. 주시경이 1914 37세 나이로 요절해서 그렇게 생각이 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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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국난기에 인재가 많이 나타나듯이, 같은 해에 황해도 해주에서 백범 김구가 출생하였다. 김구와 주시경은 걷는 길이 달랐으나 목표는 다르지 않았다.

김구는 동학에 들어가 소년접주가 되고 신민회 참가, 105인 사건, 투옥, 해외망명, 임시정부 주석 등을 지내며 항일 독립운동에 신명을 바쳤다. 주시경은 서재필이 발행한 <독립신문>에 참여한 이후 국내에서 한글과 국문의 연구와 후진 양성에 짧은 생애를 바쳤다. 독립협회 등에서 두 사람이 서로 만났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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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의 본명은 주상호로 어렸을 때 큰아버지댁에 양자로 지냈어. 그리고 좀 커서는 서울에 가서 배재학당에서 공부를 했대. 그렇게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나갔단다.

 

1. 한글은 우리나라의 정체성

배재학당에서 많은 인연을 맺게 되는데, 스승으로 있던 서재필과 인연을 맺게 되어 20대 초반에 최초 순한글 신문인 독립신문 창간에 참여하게 된단다. 주시경은 독립신문에 자신의 글을 싣기도 했어. 이후 서재필과 함께 독립협의 위원으로 참여했단다. 독립협회가 고종을 폐위하려고 한다는 헛소문이 돌았는데, 이 헛소문 때문에 독립협의 간부들이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어. 이때 주시경도 감옥에 투옥되었다가 풀려났단다. 이 헛소문은 영향력이 세지는 진보세력인 독립협회를 무너뜨리려고 한 친러수구파들이 조작한 것이었어.

서재필이 미국으로 떠난 후에, 주시경은 이종일이 창간한 <제국신문>에서 근무했단다. 제국신문이라는 이름 때문에 보수 성향의 신문이라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 신문은 순한글로 된 신문으로 대중과 부녀자를 상대로 한 신문이었단다. 주시경은 나라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백성들이 계몽해야 한다는 생각하여 전덕기 목사 등과 함께 국민계몽운동에 동참하였고, 청년학원에 교사로 일하게 되었어. 그러면서 1906 <대한국어문법>이라는 문법책을 출간했단다. 그 전까지 제대로 된 한글 문법에 대한 책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맞춤범과 문법 체계의 기초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단다.

1907년에는 <안남망국사>를 번역하여 반면교사로 삼게 했단다. 3년뒤 결국 우리나라도 망하고 말았지만… 1907년에는 또 대한제국 학부에 국문연구소가 창립되었는데, 이곳의 책임위원으로 위촉이 되어 활동했단다. 그래서 <국문연구의정안>을 작성하여 한글의 문자 체계와 표기법 통일안을 마련했어. 나라가 위기가 빠졌던 당시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애를 썼는데, 주시경은 한글을 통해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신 거야. 그야말로 한글 연구와 보급에 모든 걸 걸었어. 사실 우리나라와 한글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잖니. 한글은 우리나라의 정체성과 일맥상통하고 말이야. 주시경 또한 한글이 곧 우리나라임을 여러 글을 통해서 이야기했는데, 1910 <국어문법>의 서문에서도 잘 나타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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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174)

이 마음이 없으면 몸이 있어도 그 몸이 아니요, 터가 있어도 터가 아니니, 그 국가의 성쇄도 언어의 성쇄에 있고, 국가의 존부도 언어의 존부에 있는 것이니, 그 국가의 존부에 있는 것이니, 그 국가의 존부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금의 세계 열국이 각각 제 언어를 존숭하여, 그 언어를 기록하여 그 문자를 각각 자음이 다 이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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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에는 <국어문전음악>, <소리길>을 출간하였어. 주시경이 한글 연구는 앞서 이야기한 국문연구소의 책임의원으로 했던 것인데, 1910년 경술국치가 일어나면서 국문연구소는 강제 폐지고 말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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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광문회에 참여하여 국어사전 편찬 준비를 했어. 광문회는 후에 조선어학회로 되었고, 광복 후에는 한글학회가 되었단다. 광문회에서 활동하던 주시경은 처음으로 우리글을 한글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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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한글이란 이름은 주시경 님이 지어 쓰기 시작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나, 현재 남아 있는 최초의 기록으로는 신문관 발행의 어린이 잡지 <아이들 보이>의 끝에 가로글씨 제목으로 한글이라 한 것이 있다. 이 이름이 일반화하게 된 것은 한글학회전신인 조선어연구회’(1921 12 3일 창립)에서 1927 2 8일 창간한 기관지 <한글>을 발행한데 이어 또 훈민정음 반포 8주갑 병인면(1926) 음력 9 29일을 반포기념일로 정하여 가갸날로 명명한 뒤, 1928년에는 가갸날한글날로 고쳐 부르게 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인정받기는 1946 10 9한글날이 공휴일로 제정되면서부터라 하겠다. 그런데 이 한글이란 이름을 제일 먼저 지은 분은 신명균(1889~1941) 님이라고도 하고, 최남선(1890~1957) 님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믿을 만한 말이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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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이 1914 7 27일에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병명은 허로증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빈한에 의한 영양실조와 과도한 연구와 강의에 의한 과로사로 추정된다고 하는구나. 주시경 선생이 그렇게 빨리 돌아가시지 않고 한글 연구를 더욱 해주시고 광복까지 맞이했다면 우리나라 한글은 더 발전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구나. 주시경 선생이 일찍 돌아가셨지만, 그의 제자들이 이어서 한글 운동을 주도하였단다. 남한에는 최현배 님이, 북한에서는 김두봉 님이 바로 주시경 선생의 제자로 한글 운동을 이어가셨다고 하는구나.

이 책의 편집 상태가 좀 아쉬웠단다. 그 전에 김삼웅 님의 평전들을 보면, 인용한 글들은 문단을 달리 하고 들여쓰기와 글자 크기를 작게 해서 확실히 구분을 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구분이 없었단다. 그래서 이 글이 지은이 김삼웅 님의 글인지, 다른 책에서 인용한 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단다. 그렇게 아쉬운 편집이었지만, 그래도 주시경 선생의 짧지만 뜨거운 나라 사랑, 한글 사랑의 열정을 자세히 알게 되어 좋았단다. 그리고 오늘날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한글을 배우려는 사실에 뿌듯함이 느껴지는데, 이런 것들이 주시경 선생 같은 분들의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한단다. 주시경 선생의 삶과 생각을 많은 이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구나. 그의 삶은 짧았지만, 그의 사상은 영원하리.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우리나라의 심장부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자리잡고 있다.

책의 끝 문장: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학자나 사상가의 이름이나 아호를 붙인 연구소가 많이 설립되어 우리의 학문이 건전한 토대 위에 서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한글은 지난 700년 동안 한민족의 정체성이고, 분단 70년이 되는 지금 남북 겨레의 공통점이다. 남북 8천 만 겨레와 해외 교포 교민 800만의 원형질이다. 이 원형질은 한국어(조선어)를 통해 공유된다. 세계 200여 국가 중에서 우리가 통역 없이 대화가 가능한 언어는 한국어뿐이다. - P12

조선 글자가 페니키아에서 만든 글자보다 더 유조하고 규모가 있게 된 것은, 자모음을 아주 합하여 만들었고, 단지 받침만 때에 따라 넣고 아니 넣기를 음의 돌아가는 대로 쓰나니, 페니키아 글자 모양으로 자모음을 옳게 모아 쓰려는 수고가 없고, 또 글자의 자모음을 합하여 만든 것이 격식과 문리를 더 있어 배우기가 더욱 쉬우니, 우리 생각에는 조선 글자가 세계에서 제일 좋고 학문이 있는 글자로 여겨지노라. - P78

가령 동서양 사기(史記)라든지 성경현전(聖經賢傳)이라든지 법을 규칙 같은 천만사를 모두 국문으로 번역하고 아무쪼록 국문을 연구하여 남이 알기 쉽도록 만들겠더면 사람마다 세계 형편도 알기 쉬울 것이요, 성경현전의 좋은 말과 좋은 행실을 보아서 모두 지식도 늘도 행실도 점잖아질 터이요, 내 나라 일과 남의 나라 일을 보아 분변하는 애국성(愛國性)도 생길 터이거늘, 한문으로 기록한 책만 보아야 하겠고 수 십 년을 공부하여야 성공할는지 말는지 한 한문 공부만 하여야 될 줄만 아나니, 어느 겨를에 다른 것은 아니로되 국문을 등한히 여기고 힘쓰지 아니할 것이 아니기로 두어 마디 설명 하거니와 국문이 발달되는 날에야 우리 대한이 세계에 독립부강국이 될 줄로 짐작하노라. - P151

다시 해가 바뀐 1909년 2월 23일 통감부는 출판물의 원고 검열과 배일 항일 출판물의 압수를 합법화하는 출판법을 공포했다. 이 조처로 연말까지 5,767권의 민족운동 관련 책이 압수되어 소각되거나 일본으로 실려갔다. 9월 2일을 기해 일본군이 남한의병 대학살작전을 전개하여 의병의 씨를 말렸다. 영국 기자 F.A. 맥켄지는 일본군의 잔학상을 전하며, 번잡하고 유복했던 마을 제천이 "온전한 벽도 대들보도, 파손되지 않은 그릇도 하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 지도상에서 사라졌다"고 보도하였다. 일본군은 의병학살에 이른바 ‘삼광작전(三光作戰)’이라 하여 "모두 죽이고 모두 탈취하고 모두 불태우는" 야만성을 드러냈다. - P166

말과 글이 거칠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이 다 거칠어지고, 말과 글이 다스리어지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도 다스리어지나니라. 이러하므로 나라를 나아가게 하고자 하면 나라 사람을 열어야 되고, 나라 사람을 열고자 하면 먼저 그 말과 글을 다스린 뒤에야 되나리라.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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