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의 몰락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4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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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래 전에 아빠 후배가 추천해서 읽은 <대지의 기둥>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을 재미있게 읽고 그 책의 지은이인 켄 폴릿의 책들을 검색해 본 적이 있었어. 그 이후에 켄 폴릿의 <바늘 구멍>이라는 책도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구나. 그리고 켄 폴릿의 책들을 더 읽어보겠다고 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 <20세기 3부작>을 하나씩 사 모았단다. 그리고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다가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갔고, 이제서야 읽었단다.

20세기 3부작은 1차 세계대전부터 1960년대까지 이어지는데, 각 권의 책 두께도 만만치가 않단다. 이번에 아빠가 읽은 것은 1 <거인들의 몰락> 1권이란다. 1부의 주요 배경은 1차 세계대전이란다. 소설이지만 등장인물들이 1차 세계대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역할을 하고,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들도 비중 있게 나온단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1차세계대전와 1910년대 세계사를 공부하는 계기도 되었어.

너희들이 숙제 하느라 바쁘지만 않는다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소설을 재미있게 읽다 보면 역사 공부도 저절로 되거든. 이 소설은 양이 방대하다 보니, 등장인물들도 많이 나온단다. 소설 앞 부분에서 등장인물들을 간단히 소개해 주어서, 소설을 읽다가도 다시 확인하면서 읽었단다. 할 이야기가 많으니 바로 책 이야기를 할게.

 

1.

이야기는 1911 6 22. 웨일즈의 에버로언이라는 탄광 지역에서 시작한단다. 그날은 빌리 윌리엄스는 13살이 되는 날로, 수습 광부가 되어 첫 출근하는 날이야. 그곳은 남자가 13살이 되면 모두 탄광으로 출근한단다. 빌리는 형제들이 많았지만, 전염병으로 죽고 탄광 사고로 죽고 누나 에설 한 명만 남았어. 에설은 18살로 인근 마을의 저택에서 일하고 있었어. 아버지 데이비드는 사우스 웨일즈 광부연합 노조 대리인으로 활동했단다. 그리고 어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어. 빌리는 친구 토미와 함께 잔뜩 긴장하여 첫 출근을 했단다.

시간은 금방 건너 뛰어 1914 1월이 되었어. 1914년이면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해잖니. 1914년 새해부터 소설은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그 당시만 해도 아무도 몇 달 뒤에 큰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이따가도 이야기하겠지만, 여러 우연과 여러 욕심들이 모여 큰 전쟁이 일어나게 된단다. 그건 차차 이야기하자꾸나.

28살 먹은 피츠허버트 백작이 있었어. 그는 피츠라는 애칭으로 불렀으니, 아빠도 짧게 피츠라고 할게. 피츠는 티귄 저택을 가지고 있고, 영국에서 9번째 가는 부자이고, 거대한 농장과 탄광을 하지고 있었어. 티귄 저택에도 수십 개의 침실이 있었어. 피츠는 보수당의 상원의원이고, 아내 비와 결혼한지 3년이 되었지만 아이는 없었어. 비는 러시아 황실의 엘레자베타 공주로 애칭인 비로 불렀어. 피츠는 모드라는 여동생이 있었는데, 사회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로 독립성이 강한 여자였단다. 앞서 이야기한 빌리의 누나 에설이 바로 이 티귄 저택에서 일하고 있었단다. 참고로 에설은 많은 남자들이 구애를 할 정도로 훌륭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어.

피츠의 저택에 국왕인 조지 5세가 방문하기로 해서, 집안의 모든 하인들이 분주했단다. 그런데 하녀의 리더인 하녀장이 병이 나서 자리가 비었고, 그 역할을 에설을 하게 되었단다. 에설도 일을 꼼꼼하게 잘 하는 스타일이라서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었어. 조지 5세 국왕이 방문한 날이 되었어. 피츠의 친척들과 친구들도 방문했단다. 그 중에 이 소설의 중요 인물들도 있었단다. 미국인 거스 듀어, 독일인 외교관이자 피츠의 친한 친구 발터도 왔어. 발터는 피츠의 여동생 모드와 비밀리에 썸을 타고 있었단다. 그들은 국제 정세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커다란 폭발 소리가 들린 거야.

다들 깜짝 놀랐는데, 그 폭발 소리는 피츠의 탄광에서 사고가 난 것이었어. 그 탄광에서는 빌리와 토미가 여전히 일하고 있었단다. 다행히 빌리가 있는 곳에서 난 사고는 아니었어. 하지만 멀리서 폭발 소리를 들은 에설을 당연히 동생 빌리가 걱정되었지. 빌리는 사고 현장에 가서 사람들을 구출하는데 도와주었단다. 하지만 이 사고로 8명이 죽고 50여 명이 다쳤어. 에설은 동생 걱정으로 탄광사고가 난 현장에 왔다가 동생이 안전한 것으로 보고 다시 티귄 저택으로 돌아왔단다. 탄광사고가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던 국왕과 사람들에게 에설은 탄광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런데, 탄광 사고에서 많은 인명 피해가 난 이유까지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했단다. 비상호흡장치가 없었고 환풍기 방향이 반대로 되어 있고, 물도 부족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단다. 그러면서 국왕이 유가족을 위로해 주면 좋겠다는 조언까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어. 에설이 어떤 사람인지 알겠지. 자기 주장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란다.

국왕도 에설의 제안이 괜찮은 것 같다면서, 왕비와 함께 유가족을 만났단다. 국왕의 사고현장 방문이 에설의 생각이었다는 것을 안 에설의 아버지 데이비드는 노동자들이 결집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에설을 탓했단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데이비드는 노동자들을 결집시켜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려고 했던 것 같아. 한편 예쁘면서도 당당한 에설을 눈여겨 본 이가 있었으니 바로 피츠였단다. 피츠는 에설에게 추파를 던졌고, 에설도 이를 거부하지 않았단다. 그래서 피츠와 에설은 넓고 넓은 저택의 많은 방들에서 비밀 사랑을 나누게 되었단다.

 

2.

피츠와 아내 비, 그리고 미국인 친구 거스 듀어는 사업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푸틸로프  기계 공장에 방문했단다. 그곳에는 비와 어렸을 때 악연을 가지고 있던 그리고리 페시코프와 레프 페시코프 형제가 있었어. 그들이 어렸을 때 비 공주의 땅에 농사를 지었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교살형에 죽었거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어머니는 1905 1 9일 피의 일요일에 황제의 경찰들에 총에 맞고 죽고 말았단다. 둘이 남은 그리고리와 레프는 악착같이 돈을 벌어 미국에 갈 계획을 세웠단다. 어느날 그리고리는 경관에게 부당하게 공격받는 카테리나라는 여자를 구해주었어. 갈 곳 없는 카테리나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보살펴 주었단다. 당연히 카테리나에게 호감을 가졌는데, 카테리나는 동생 레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단다.

그리고리는 돈을 보아 배표를 끊었단다. 자신이 먼저 가서 돈을 더 모아 동생 레프도 미국으로 초대할 생각이었어. 그런데 배를 타기로 한 날 레프가 살인 혐의로 쫓기는 일이 벌어졌어. 레프는 그리고리를 만나 사정을 이야기했어. 자신은 무죄이지만 살인 혐의를 벗어나기는 현재로서는 쉽지 않았다 했어. 이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은 자신이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어. 그리고리는 동생이 먼저라는 생각에 레프에게 배표를 건네주고, 레프는 그렇게 미국행 배에 몸을 실었단다. 그리고리는 러시아에 남아 다시 돈을 모아야했어. 카테리나는 레프가 떠난 사실에 울기 시작했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단다. 레프의 아기를 임신했다고카테리나를 짝사랑했던 그리고리는 또 한번의 충격에 빠졌지만 레프가 떠난 이 마당에 레프의 아기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어.

미국행 배를 탄 레프는 10일만에 미국에 도착했어. 미국에 이렇게 빨리 도착을 할 수 있나, 싶었지만 미국이 처음이다 보니 그런가 보다 했어. 아니나 다를까, 사기를 당한 거야. 그곳은 미국이 아니고 영국 옆의 웨일즈의 카디프라는 곳이야. 레프는 억울하지만 사기꾼은 이미 도망간 상태였어. 레프는 미국행 배값을 위해 탄광에 취직했단다.

탄광 사고가 일어난 6주 후 탄광 회사 켈릭 미네랄은 당시 사고로 죽은 여덟 명의 가족들을 사택에서 퇴거하라는 통보를 했어. 사택은 광부들을 위한 집인데, 사고로 죽은 사람들의 집에는 이제 광부가 없으니까 나가라는 것이었어. 비열한 자본가로구나. 이 소식을 들은 빌리의 아버지 데이비드는 회사에 항의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노동자들과 모여 회의를 해서 즉각 파업을 결정했단다. 에설은 이 소식을 듣고 여덟 부인들의 명의로 해서 국왕께 편지를 보내보았지만 회신은 없었단다.

피츠의 독일인 외교관 친구 발터의 정확한 직책은 런던주재 독일대사관 무관이었어. 발터의 아버지 오토 폰 율리히도 외교관인데, 좀 급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영국에서 멕시코 외교관과 만나 협상을 하는데 좀 위험한 협상이었어. 독일은 멕시코에 무기를 주고, 멕시코는 독일에 석유를 주기로 하는 협상이야. 무기가 멕시코로 들어간다면 이웃나라인 미국이 싫어할 테니 말이야. 그래서 발터도 미국과 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버지의 의견을 반대했단다. 하지만 오토는 그런 아들의 말을 들을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었어.

거스 듀어의 아버지 캐머린 듀어는 미국 대통령 윌슨의 친구이자 미국의 상원의원이란다. 그래서 거스 듀어도 아버지를 통해서 백악관에서 일하게 되었어. 거스 듀어는 윌슨 대통령의 측근으로 일하게 된 것이란다.

 

3.

어느날 오스트리아 프란츠 페르난디트 황태자가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청년에게 암살되었다는 소식이 온 유럽에 퍼졌어. 이 사건은 무척 유명한 사건으로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을까 싶구나. 1차 세계 대전을 촉발하게 된 사건이거든. 국제적으로 이슈가 된 이유는 이 사건에 세르비아 정부가 개입되었다는 소문이 있었거든. 세르비아는 친러시아 국가고 세르비아 배후에는 당연히 러시아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오스트리아는 이 일을 간과할 수 없다면서 독일에 협조 요청을 했어. 일이 최악으로 가게 되면 오스트리아 배후의 독일과 세르비아 배후의 러시아가 한판 붙을 수도 있는 거야. 또 당시 러시아는 영국과 프랑스와도 친분을 가지고 있었어. 만일 독일과 러시아가 붙는다면 영국과 프랑스도 가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어. 그렇다 보니 독일이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가 국제적으로 무척 중요해졌어.

발터는 이 사건에 예의주시하면서 독일이 강경하게 나올 경우 자신은 영국인인 모드와 사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어. 독일과 영국의 관계가 더 나빠지기 전에 모드와 결혼할 생각에 발터는 아버지에게 모드와 결혼하겠다고 하니, 아버지 오토는 강하게 반대를 했어. 반대뿐만 아니라 헤어지라고 했어. 발터가 모드에게 그런 이야기를 안 할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오토는 직접 모드를 찾아가 발터의 앞날을 위해서 발터와 헤어지라고 강요했단다. 독일과 영국의 관계가 갈등으로 치닫고 발터는 독일의 외교관이다 보니, 오토의 말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모드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단다.

한편 피츠와 몰래 사랑을 나누던 에설은 임신을 했단다. 그런데 그동안 임신이 안되고 있던 피츠의 아내 비도 임신을 했단다. 피츠는 에설의 임신 소식을 듣고 태도가 싹 바뀌었단다. 저택에서 내쫓고 1년에 24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어. 에설은 당연히 거절했지. 에설을 피츠를 괴롭히려고 했지만, 좀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선에서 물러났단다. 그렇게 하여 런던에 방 여섯 개 달린 집을 요구했단다. 에설은 저택에서 쫓겨나듯 나와서 집에 와서 식구들에게 임신 소식을 전했단다.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에설보다는 피츠의 잘못이 크다는 것을 가족들이 이해해 주었지만, 아버지만은 예외였단다. 에설의 아버지 데이비드는 격렬하게 화를 내면서 당장 에설을 집에서 내쫓았단다. 그렇게 에설을 홀로 런던으로 향했어.

..

국세 정세는 더욱 악화되어 있었어. 오스트리아 황제는 세르비아에 무리한 요구서를 보냈는데, 세르비아의 입장에서는 들어줄 수 없는 것들이었단다. 세르비아가 오스트리아의 요구를 거절하자, 오스트리아는 선전포고를 했고, 독일 정부도 동의했다는 것을 의미해. 그렇게 되자 세르비아를 지지하고 있던 러시아도 동원령을 내렸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영국와 프랑스가 이 전쟁에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가 관건이었어. 프랑스는 러시아와 동맹 협약을 원칙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러시아가 전쟁에 참여한다면 프랑스도 참여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었어.

그렇다면 영국은? 프랑스가 전쟁을 참여한다고 해도 영국의 지원 없이는 전쟁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어. 이렇게 국제 정세가 악화되다 보니, 발터는 마음이 급해졌어. 발터와 모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미력이나마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했단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지. 피츠는 보수당 골수 지지자로 영국의 힘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입장이야. 그러니까 피츠는 전쟁참여를 지지했어.

 

4.

프랑스와 러시아의 양쪽 협공의 위험이 있는데도 독일이 전쟁에 참여하려고 했던 것은 슐리펜 계획이라는 유명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야. 슐리펜 계획은 아빠가 예전에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책에서 이야기를 했었지. 러시아가 동원령을 내려 군대를 정비를 하는 7주 정도 걸린다고 판단을 하고, 그 전에 프랑스를 제압하고 나서, 그 군대를 동부 전선으로 이동시켜 러시아를 공격하면 승산 있다고 생각한 거야. 계획이라는 것이 계획대로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탈이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프랑스를 침공하는 지름길인 벨기에를 통해서 가야 했어. 독일은 벨기에에 프랑스로 가는 길을 열어달라고 했단다. 벨기에도 자존심이 있지, 바로 거절했단다. 그러자 독일은 벨기에에게 선전포고를 했단다. 이렇게 되자 영국은 독일의 만행을 두고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면서 여당인 자유당과 야당인 보수당이 합의하여 전쟁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단다. 참고로 당시 영국 총리는 자유당의 애스퀴스라는 사람이었단다.

발터와 모드는 이제 자신의 조국들이 서로 총칼을 겨누고 전쟁을 하게 되었어. 그렇게 되자 발터와 모드는 더욱 사랑하게 되었어. 그들은 비밀 결혼을 하기로 했단다. 증인은 로베르트와 에설이 해주기로 했단다. 에설이 티귄 저택에 있을 때부터 모드와 말이 잘 맞아 친하게 지냈고, 런던에 와서도 연락을 하고 지냈었단다. 그렇게 발터와 모드는 부부가 되었어. 에설은 런던에서 옷 만드는 공장에 다니면서 힘들게 일했어. 동료들과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사장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지. 에설은 노조 대리인으로 활동하는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나 보구나.

러시아의 그리고리도 동원령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단다. 카테리나는 군인부부에게 혜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와서 그리고리에게 결혼을 하자고 했어. 하지만 동생의 아이를 낳은 여자와 어떻게 결혼할 수 있겠지하지만 카테리나의 계속된 요구로 형식적으로 결혼신고만 했단다. 그리고 실전에 참여하게 된 그리고리.. 두려움이 앞섰어. 첫 교전까지 벌어지고 처음으로 적군을 쏴 죽이기도 했단다. 그리고리처럼 평범한 사람을 누가 살인자로 만들었는가. 전쟁은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가. 싸우려면 이를 결정한 이들 먼저 총을 들고 나서야 되는 것 아닌가.

1914 12. 피츠도 참전하여 파리에서 정보부대 소령으로 근무하고 있었어. 영국군이 참전하긴 했으나 부대이동이 느리고 상황 대처가 미흡한 것에 피츠는 답답해 했단다. 러시아군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노려 빨리 이동하여 공격했어야 했는데 말이야. 많은 나라들이 참여했지만 이 전쟁은 단시일에 끝날 것이라고 생각들 했어. 1914 7월에 시작한 전쟁이 그해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들 못했어. 1914년 크리스마스에는 양쪽 진영에서 협의해서 휴전을 하기로 했단다.

대치하고 있던 영국군과 독일군이 서로 만나 축구를 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인데, 이 소설에서도 그 이야기가 그려졌단다. 독일군으로 참전했던 발터도 그곳에 있었고, 영국군으로 참전했던 피츠도 그곳에 있어서 발터와 피츠는 짧은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단다. 발터는 모드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단다. 물론 피츠는 발터와 모드가 몰래 결혼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

한편, 웨일즈에서 탄광일을 하던 레프는 도박에서 사기를 쳐서 큰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미국을 가려고 했어. 하지만 사기 친 것이 들통이 나서 간신히 도망쳐서 런던으로 왔단다. 레프는 그렇게 런던에 왔다가 다시 미국행 배를 탈 수 있었어. 레프는 드디어 미국에 도착했단다. 러시아 출신의 사업자 뱔로프의 눈에 띠게 되어 그의 운전사 겸 비서로 일하게 되었어. 레프는 뱔로프의 신임 받는 사람이 되었단다. 그리고 레프는 뱔로프의 딸 올가와 비밀 사랑을 하게 되었어. 사실 올가를 남몰래 사랑하는 이가 있었어. 앞서 여러 번 등장했던 거스 듀이가 올가를 사랑하고 있었어. 거스 듀이는 뱔로프를 찾아가 청혼을 하여 허락까지 받아 놓은 상태란다. 사업가인 뱔로프에게 거물급 정치인의 가족인 거스 듀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 그런데 올가가 임신을 한 거야. 뱃속아기의 아빠는 당연히 레프였단다. 레프는 임신 능력이 대단하구나. 러시아에서도 카테리나를 임신시키고 미국에 오자마자 올가를 임신시키고올가의 임신 소식을 안 뱔로프는 레프를 잡아다가 반쯤 죽여놓고는 그래도 운명을 거를 수 없다면서 레프와 뱔로프를 결혼시켰단다. 그렇게 레프는 재벌의 일가가 되었단다.

….

에설은 아기 낳을 때가 거의 다 되었어. 동생 빌리를 불러서 도와달라고 했단다. 그렇게 힘들게 에설은 아들 로이드를 낳았단다. 한편 빌리는 친구인 토미와 함께 군대에 지원했단다. 아버지가 강하게 반대를 했지만 몰래 지원한 것이란다.

시간을 흘러 1916 7월이 되었어. 금방 끝날 것 같은 전쟁이 2년이나 되었지. 빌리는 우연히도 피츠의 부대에 배속되어 최전선에서 배치되었어. 그동안 빌리는 상병으로 진급하여 분대장을 맡고 있었단다. 그런데 위에서 내려는 지시가 너무 무모한 것이었어. 기관총 총알이 쏟아지는 곳으로 엄호도 없이 전진하라는 것이었어. 이미 그런 무모한 전진으로 많은 영국군들이 죽었단다. 피츠도 얼굴에 총상을 입고 다쳤어. 빌리는 그렇게 무모하게 뛰쳐나가지 않았단다. 분대원들을 이끌고 지형을 이용하여 조금씩 전진했단다. 그리고 결국 수류탄으로 적군의 기관총 부대를 제거하는 승리를 거두게 되었어. 하지만 독일군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다시 후퇴해야 했단다. 이렇게 전쟁은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경험이 아닐까 싶구나.

….

여기까지가 <거인의 몰락> 1권의 이야기란다. 이야기가 길어진 점 이해하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빠가 이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좀 자세히 이야기를 했단다. 그리고 이렇게 써 두면 아빠의 기억력이 금방 사라지더라도 다시 읽어볼 수 있으니 나쁘지 않겠지. 그럼 조만간 2권 이야기도 해줄게.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영국 국왕 조지 5세가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대관식을 거행하던 날, 빌리 윌리엄스는 사우스 웨일스 애버로언의 깊은 갱 속으로 내려갔다.

책의 끝 문장: 마침내 그렇게 오언 베빈은 죽었다.


발터 역시 아버지만큼이나 애국자였지만 독일이 현대화되고 평등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그도 조국이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이룬 업적, 근면하고 능률적인 독일 국민들을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발터는 독일이 많은 걸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유분방한 미국인들로부터 민주주의를, 교활한 영국인들로부터 외교를, 유행을 선도하는 프랑스인들로부터는 우아한 삶의 기술을 배워야 했다. - P199

이곳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은 칠일 전 사라예보에서 벌어진 사건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지. 발터는 떨떠름한 기분이었다. 하긴 보스니아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을 터였다. 다들 황태자가 암살당한 일에 놀라긴 했지만, 그 일이 세계 전체에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약간 당황한 정도였다.
발터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암살이 어떤 징조인지 정확히 알았다. 이번 사건으로 독일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고, 이런 위험한 순간 조국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이 발터 같은 사람들의 역할이었다.
- P265

세계 대부분의 의회와 마찬가지로 영국도 양원제였다. 피츠는 지위가 높은 귀족과 주교,, 고위 판사로 이루어진 상원에 속했다. 하원은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하원의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원과 하원 의회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지은 빅토리안 고딕 양식의 웨스트민스터 공전에 모여 회의를 했다. 시계탑의 시계는 빅벤이라 불렸는데, 피츠는 빅벤이 원래 탑 안에 있는 커다란 종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꼬집길 좋아했다. - P376

지난 이 주간 그런 일이 반복되었죠. 모드는 절망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모든 나라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의견이 묵살되었다. 오스트리아는 뒤로 물러설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세르비아를 공격했다. 러시아는 협상하는 대신 동원령을 내렸다. 독일은 국제평화회담에 나와 문제를 해결하길 거부했다. 프랑스는 중립으로 남을 기회를 얻었지만 일축했다. 그리고 이제 영국은 방관자로 남을 수도 있는 쉬운 길을 두고 전쟁으로 향하는 대열에 합류하려 하고 있다.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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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 평전 - 한글운동의 선구자
김삼웅 지음 / 꽃자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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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김상웅 님의 인물 평전을 가끔 읽는데, 오늘은 그런 책읽기의 일환으로 김삼웅 님의 <주시경 평전>을 읽었단다. 근현대에 한글 운동을 하신 주시경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주시경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으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적을 것 같구나. 아빠도 그랬거든. 어린이를 위한 주시경 위인전은 좀 있어도 어른들이 볼만한 주시경에 관한 책이 적은 것 같았어.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주시경은 짧은 삶을 살다가 가셨더구나. 그래서 그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 하지만 한글 사랑만큼은 그 누구보다 뜨거웠던 분이란다. 주시경은 1876년 황해도 봉산군 쌍산면에서 태어나셨는데, 같은 해에 백범 김구도 황해도에서 태어나셨다고 하는구나. 아빠는 김구보다 훨씬 앞 세대이신 줄 알았는데, 동년배셨구나. 주시경이 1914 37세 나이로 요절해서 그렇게 생각이 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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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국난기에 인재가 많이 나타나듯이, 같은 해에 황해도 해주에서 백범 김구가 출생하였다. 김구와 주시경은 걷는 길이 달랐으나 목표는 다르지 않았다.

김구는 동학에 들어가 소년접주가 되고 신민회 참가, 105인 사건, 투옥, 해외망명, 임시정부 주석 등을 지내며 항일 독립운동에 신명을 바쳤다. 주시경은 서재필이 발행한 <독립신문>에 참여한 이후 국내에서 한글과 국문의 연구와 후진 양성에 짧은 생애를 바쳤다. 독립협회 등에서 두 사람이 서로 만났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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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의 본명은 주상호로 어렸을 때 큰아버지댁에 양자로 지냈어. 그리고 좀 커서는 서울에 가서 배재학당에서 공부를 했대. 그렇게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나갔단다.

 

1. 한글은 우리나라의 정체성

배재학당에서 많은 인연을 맺게 되는데, 스승으로 있던 서재필과 인연을 맺게 되어 20대 초반에 최초 순한글 신문인 독립신문 창간에 참여하게 된단다. 주시경은 독립신문에 자신의 글을 싣기도 했어. 이후 서재필과 함께 독립협의 위원으로 참여했단다. 독립협회가 고종을 폐위하려고 한다는 헛소문이 돌았는데, 이 헛소문 때문에 독립협의 간부들이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어. 이때 주시경도 감옥에 투옥되었다가 풀려났단다. 이 헛소문은 영향력이 세지는 진보세력인 독립협회를 무너뜨리려고 한 친러수구파들이 조작한 것이었어.

서재필이 미국으로 떠난 후에, 주시경은 이종일이 창간한 <제국신문>에서 근무했단다. 제국신문이라는 이름 때문에 보수 성향의 신문이라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 신문은 순한글로 된 신문으로 대중과 부녀자를 상대로 한 신문이었단다. 주시경은 나라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백성들이 계몽해야 한다는 생각하여 전덕기 목사 등과 함께 국민계몽운동에 동참하였고, 청년학원에 교사로 일하게 되었어. 그러면서 1906 <대한국어문법>이라는 문법책을 출간했단다. 그 전까지 제대로 된 한글 문법에 대한 책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맞춤범과 문법 체계의 기초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단다.

1907년에는 <안남망국사>를 번역하여 반면교사로 삼게 했단다. 3년뒤 결국 우리나라도 망하고 말았지만… 1907년에는 또 대한제국 학부에 국문연구소가 창립되었는데, 이곳의 책임위원으로 위촉이 되어 활동했단다. 그래서 <국문연구의정안>을 작성하여 한글의 문자 체계와 표기법 통일안을 마련했어. 나라가 위기가 빠졌던 당시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애를 썼는데, 주시경은 한글을 통해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신 거야. 그야말로 한글 연구와 보급에 모든 걸 걸었어. 사실 우리나라와 한글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잖니. 한글은 우리나라의 정체성과 일맥상통하고 말이야. 주시경 또한 한글이 곧 우리나라임을 여러 글을 통해서 이야기했는데, 1910 <국어문법>의 서문에서도 잘 나타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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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174)

이 마음이 없으면 몸이 있어도 그 몸이 아니요, 터가 있어도 터가 아니니, 그 국가의 성쇄도 언어의 성쇄에 있고, 국가의 존부도 언어의 존부에 있는 것이니, 그 국가의 존부에 있는 것이니, 그 국가의 존부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금의 세계 열국이 각각 제 언어를 존숭하여, 그 언어를 기록하여 그 문자를 각각 자음이 다 이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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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에는 <국어문전음악>, <소리길>을 출간하였어. 주시경이 한글 연구는 앞서 이야기한 국문연구소의 책임의원으로 했던 것인데, 1910년 경술국치가 일어나면서 국문연구소는 강제 폐지고 말았단다.

..

이후 광문회에 참여하여 국어사전 편찬 준비를 했어. 광문회는 후에 조선어학회로 되었고, 광복 후에는 한글학회가 되었단다. 광문회에서 활동하던 주시경은 처음으로 우리글을 한글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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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한글이란 이름은 주시경 님이 지어 쓰기 시작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나, 현재 남아 있는 최초의 기록으로는 신문관 발행의 어린이 잡지 <아이들 보이>의 끝에 가로글씨 제목으로 한글이라 한 것이 있다. 이 이름이 일반화하게 된 것은 한글학회전신인 조선어연구회’(1921 12 3일 창립)에서 1927 2 8일 창간한 기관지 <한글>을 발행한데 이어 또 훈민정음 반포 8주갑 병인면(1926) 음력 9 29일을 반포기념일로 정하여 가갸날로 명명한 뒤, 1928년에는 가갸날한글날로 고쳐 부르게 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인정받기는 1946 10 9한글날이 공휴일로 제정되면서부터라 하겠다. 그런데 이 한글이란 이름을 제일 먼저 지은 분은 신명균(1889~1941) 님이라고도 하고, 최남선(1890~1957) 님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믿을 만한 말이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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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이 1914 7 27일에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병명은 허로증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빈한에 의한 영양실조와 과도한 연구와 강의에 의한 과로사로 추정된다고 하는구나. 주시경 선생이 그렇게 빨리 돌아가시지 않고 한글 연구를 더욱 해주시고 광복까지 맞이했다면 우리나라 한글은 더 발전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구나. 주시경 선생이 일찍 돌아가셨지만, 그의 제자들이 이어서 한글 운동을 주도하였단다. 남한에는 최현배 님이, 북한에서는 김두봉 님이 바로 주시경 선생의 제자로 한글 운동을 이어가셨다고 하는구나.

이 책의 편집 상태가 좀 아쉬웠단다. 그 전에 김삼웅 님의 평전들을 보면, 인용한 글들은 문단을 달리 하고 들여쓰기와 글자 크기를 작게 해서 확실히 구분을 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구분이 없었단다. 그래서 이 글이 지은이 김삼웅 님의 글인지, 다른 책에서 인용한 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단다. 그렇게 아쉬운 편집이었지만, 그래도 주시경 선생의 짧지만 뜨거운 나라 사랑, 한글 사랑의 열정을 자세히 알게 되어 좋았단다. 그리고 오늘날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한글을 배우려는 사실에 뿌듯함이 느껴지는데, 이런 것들이 주시경 선생 같은 분들의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한단다. 주시경 선생의 삶과 생각을 많은 이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구나. 그의 삶은 짧았지만, 그의 사상은 영원하리.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우리나라의 심장부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자리잡고 있다.

책의 끝 문장: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학자나 사상가의 이름이나 아호를 붙인 연구소가 많이 설립되어 우리의 학문이 건전한 토대 위에 서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한글은 지난 700년 동안 한민족의 정체성이고, 분단 70년이 되는 지금 남북 겨레의 공통점이다. 남북 8천 만 겨레와 해외 교포 교민 800만의 원형질이다. 이 원형질은 한국어(조선어)를 통해 공유된다. 세계 200여 국가 중에서 우리가 통역 없이 대화가 가능한 언어는 한국어뿐이다. - P12

조선 글자가 페니키아에서 만든 글자보다 더 유조하고 규모가 있게 된 것은, 자모음을 아주 합하여 만들었고, 단지 받침만 때에 따라 넣고 아니 넣기를 음의 돌아가는 대로 쓰나니, 페니키아 글자 모양으로 자모음을 옳게 모아 쓰려는 수고가 없고, 또 글자의 자모음을 합하여 만든 것이 격식과 문리를 더 있어 배우기가 더욱 쉬우니, 우리 생각에는 조선 글자가 세계에서 제일 좋고 학문이 있는 글자로 여겨지노라. - P78

가령 동서양 사기(史記)라든지 성경현전(聖經賢傳)이라든지 법을 규칙 같은 천만사를 모두 국문으로 번역하고 아무쪼록 국문을 연구하여 남이 알기 쉽도록 만들겠더면 사람마다 세계 형편도 알기 쉬울 것이요, 성경현전의 좋은 말과 좋은 행실을 보아서 모두 지식도 늘도 행실도 점잖아질 터이요, 내 나라 일과 남의 나라 일을 보아 분변하는 애국성(愛國性)도 생길 터이거늘, 한문으로 기록한 책만 보아야 하겠고 수 십 년을 공부하여야 성공할는지 말는지 한 한문 공부만 하여야 될 줄만 아나니, 어느 겨를에 다른 것은 아니로되 국문을 등한히 여기고 힘쓰지 아니할 것이 아니기로 두어 마디 설명 하거니와 국문이 발달되는 날에야 우리 대한이 세계에 독립부강국이 될 줄로 짐작하노라. - P151

다시 해가 바뀐 1909년 2월 23일 통감부는 출판물의 원고 검열과 배일 항일 출판물의 압수를 합법화하는 출판법을 공포했다. 이 조처로 연말까지 5,767권의 민족운동 관련 책이 압수되어 소각되거나 일본으로 실려갔다. 9월 2일을 기해 일본군이 남한의병 대학살작전을 전개하여 의병의 씨를 말렸다. 영국 기자 F.A. 맥켄지는 일본군의 잔학상을 전하며, 번잡하고 유복했던 마을 제천이 "온전한 벽도 대들보도, 파손되지 않은 그릇도 하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 지도상에서 사라졌다"고 보도하였다. 일본군은 의병학살에 이른바 ‘삼광작전(三光作戰)’이라 하여 "모두 죽이고 모두 탈취하고 모두 불태우는" 야만성을 드러냈다. - P166

말과 글이 거칠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이 다 거칠어지고, 말과 글이 다스리어지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도 다스리어지나니라. 이러하므로 나라를 나아가게 하고자 하면 나라 사람을 열어야 되고, 나라 사람을 열고자 하면 먼저 그 말과 글을 다스린 뒤에야 되나리라.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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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구원
에단 호크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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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서핑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란다. 시간 내서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새책 향기를 맡으면서 책을 보는 것도 좋겠지만, 집에서 편히 앉아 인터넷 서점에서 책들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단다. 곧바로 다른 사람들의 평도 볼 수 있고, 관련된 책도 금방 찾아볼 수도 있고 말이지. 그렇게 인터넷 서점에서 책서핑하다가 지은이에 낯익은 이름이 보였단다. 작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 유명한 영화배우로 알고 있는 사람이었어. 에단 호크. 설마 동명이인인가, 싶어서 클릭해봤더니, 아빠가 알고 있는 그 영화배우더구나. 아빠가 고등학교 때 재미있게 본 <죽음 시인의 사회>에서 앳띤 모습으로 처음 본 에단 호크.. 어느덧 세월의 묻은 나이가 되어 있더구나. 그래도 꽤 멋져 보이는 외모.. 역시 영화배우라는 생각을 들게 하더구나. 그런데 그런 에단 호크가 책을 썼다고? 책 소개를 읽어보니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이미 여러 권을 썼다고 하는구나. 글쓰기에도 재능이 있는가 보구나. 책의 제목은 <완전한 구원>이란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감이 오질 않았는데, 읽어보니 연예계에 있을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단다. 조연급 영화배우와 세계적인 록스타가 부부일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싶구나. 그럼 바로 책 이야기를 해줄게.

 

1.

주인공 윌리엄 하딩은 32살로 주연급 배우와 조연급 배우 사이 어딘가에 포지션을 잡고 있는 영화배우야. 윌리엄의 아내 메리는 세계적인 록스타로 윌리엄보다 훨씬 많은 인기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단다. 둘 사이에는 아들과 딸이 있어. 예전에는 둘이 뜨거운 사랑을 했겠지만, 지금은 그 사랑마저 식어서 별거 중이란다. 윌리엄은 남아공에서 영화촬영을 마치고 연극 준비를 위해 뉴욕으로 돌아왔단다. 그런데 얼마 전 남아공에서 어떤 여자와 바람을 핀 것이 기자한테 걸려서 신문에 실려서 난감한 상황으로 귀국을 했단다. 가뜩이나 아내와 사이가 안 좋은 시기에 이런 스캔들까지 퍼졌으니 이래저래 신경 쓰이겠구나.

그가 뉴욕에서 처음 하는 연극은 셰익스피어 원작의 <헨리 4>라는 연극인데, 주연은 아니고 비중 있는 조연을 받았단다. 주인공은 오스카 수상 이력이 있는 버질이라는 사람이야. 마지막 리허설까지 감독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버질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감독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어. 하지만 감독은 윌리엄을 따로 불러 칭찬을 해주었는데, 그렇게 목을 쓰다가는 일주일 공연을 마무리하지 못하니 조심하라고 했단다. 이 소설은 대형 연극이 어떤 식으로 준비되고, 어떤 식으로 열리는지 상세히 기술되어 있단다. 윌리엄의 스캔들은 당연히 아내 메리의 귀에도 들어갔어. 메리로부터 전화가 와서 윌리엄을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차갑게 끊으면서 일단 만나자고 했어.

메리와 만남. 메리는 이혼 관련 이야기를 아주 냉정하게 했단다. 그러면서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고 했어. 연예계에서 결혼과 이혼은 보통 사람들보다 좀 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윌리엄과 메리 같은 커플이 실제 있고, 그들이 이혼을 한다고 해도 크게 놀랄만한 소식은 아닐 거야. 지은이 에단 호크 자신도 그런 경력이 있으니, 그런 경험들이 이 소설 속에 녹아있지 않을까 싶구나.

….

그러나저러나 초연의 날이 밝았어. 다들 긴장했지만, 초연은 대성공이었단다. 언론에서는 연극과 배우들에 대한 비평이 쏟아졌지만, 윌리엄은 그런 비평 기사를 보지 않았단다. 연극 공연 기간 동안은 연극에 집중했어. 그가 연극 이외에 또 하나 집중하는 것은 아들과 딸이었단다. 비록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지만 아들과 딸에게만은 진심이었단다. 윌리엄은 여전히 아내와 재결합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연극에 아내가 와 주길 내심 바랬단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치고는 행동은 전혀 다르게 하더구나. 성에 대해서 개방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다른 여자와 잠도 말이야.

 

2.

첫 공연이 성공적인 공연이긴 했지만, 윌리엄은 배에 작은 상처를 입었단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공연을 했어. 이번 연극은 일주일에 여덟 번 공연하는 일정으로 육 개월 간 이어진단다. 하루에 두 번 공연이 이틀 있었고, 월요일은 쉬는 일정이었지. 그런데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 상처가 염증이 나고 그대로 방치했다가 오렌지 만한 크기로 곪고 말았어. 고열까지 발생하여 윌리엄을 결국 병원에 갔단다. 의사는 곧바로 수술해도 하고 최고 2일은 쉬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연극을 할 수 없게 되었어. 윌리엄을 반드시 공연을 해야 한다고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어. 방법은 한 가지. 마취 없이 수술하고 처치하면 바로 퇴원할 수 있다고 했단다. 연극을 위해 윌리엄은 마취 없이 그 고통을 참아가며 수술을 마쳤단다. 그렇게 연극을 계속 할 수 있었어. 물론 이런 갑작스러운 배우의 공백을 위해 주요 배역은 예비 대역 배우들이 있단다. 윌리엄은 자신의 역을 예비 배우에게 넘겨주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 생각하여 기필코 자신이 무대에 오르려고 했던 의지도 마취 없이 수술을 하게 했단다. 연극을 하다 보면 이런 저런 일이 생기는 법.

어느 날 밤, 에드워드라는 배우가 무대 위에서 심장발작을 일으켰어. 연극은 중단되었고, 관객 중에 의사가 무대 위로 올라와서 긴급 조치하는 해프닝도 일어났어. 의사의 도움으로 그 배우는 다시 깨어나서 병원으로 호송되고, 마지막 공연에 다시 무대로 돌아올 수 있었단다. 소설은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에단 호크는 주변에서 이런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구나. 윌리엄은 에드워드에게 병문안을 갔는데, 에드워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식상하지만 인생은 곧 연극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 외에 좋은 말들이 많이 있었단다. 이 소설의 주제라고 할 수도 있는 글들이었어. 지은이 에단 호크가 이 소설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말들이 소설 속 에드워드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구나. 아래 글도 그 중에 일부인데, 에드워드와 윌리엄이 나눈 대화들은 마음에 새겨볼 만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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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317)

모든 결정이 중요하네. 어떤 때는 시간이 휙휙 지나가고 달력의 페이지가 달라져도 우리는 매일 하는 사소한 일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자신을 속일 수 있어아니면 모두 미리 예정된 거라고 속이거나. 하지만 아니야.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딛고 걷는 걸세. 햄릿의 대사를 연습한다면, 아주 많이 연습한다면, 무대에서 때가 됐을 때 그 대사를 관객에서 잘 전달할 수 있겠지. 연습하지 않으면 전달하지 못할 테고. 운은 의도의 잔재야. 아버지가 아들 옆에 있어주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그 아들이 무사히 자랄 가능성이 높아. 알겠나?” 그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병원의 하얀 불빛이 검버섯이 핀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때렸다. “내 말은, 건강한 결혼 생활을 하려면 두 사람이 힘을 합쳐야 되지만, 좋은 아버지가 되는 건자네 노력만으로 충분하다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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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개월 동안 이어진 공연은 더 이상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었단다. 주인공 윌리엄의 배우 생활에 괜찮은 이력이 하나 쌓였을 것 같구나. 매번 공연 때마다 아내 메리가 왔나 관객석을 두리번거렸지만, 끝내 나타나지는 않았단다. 윌리엄은 인생의 한 개의 막을 닫고, 새로운 막을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구나.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에단 호크의 다른 책들은 어떤 책들이 있는지 한번 찾아봐야겠구나. 문득 너희들과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같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화면이 올드해서 너희들이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ㅎㅎ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영화 촬영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항상 차를 불러주는 것을 깜박 잊어버린다.

책의 끝 문장: 보이는 것은 새로 뻗은 계단뿐이다.

 

 


내 삶을 돌아보면 볼수록 서부영화의 정교한 세트장처럼 보였다. 언뜻 보면 모든 것이 고풍스럽운 진짜 같고, 수수께끼와 가능성이 가득한 것 같다. 방금 바람에 불어온 고운 흙먼지, 나무로 만든 낡은 스윙도어, 물결무늬처럼 일그러진 유리창, 손으로 그린 간판, 이 모든 것이 모험을 약속한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늙은 카우보이들이 포커를 치고 비극적인 술집이 아니다. 그냥 합판으로 지은 빈 건물일 뿐이다. 난방기 옆에서 기술자가 토마토수프를 끓이면서 곰 오양 젤리를 한 입 먹고, 비타민 C를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여기서 무슨 사건이 벌어지는 일은 없다. 그냥 몇 사람이 여기저기 서서 라테 한 잔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 P153

나는 예술을 위한 전쟁에 나선다. 세상이야 마음대로 생각하라지. 세상이 널 실패작이라고 단정할지도 모른다. 네 가슴에 주홍 글씨를 꿰미 달고, 너를 가리켜 천박한 협잡꾼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등 뒤에서 속삭이듯 조롱을 던지는 소심한 목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저들이 너를 미워해서, 라디오 토크쇼에 나가 온 나라 사람들에게 수다를 떨어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 모두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 - P248

에드워드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비단처럼 매끄럽고 연륜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무서워할 것 없네. 자네가 공연에 한번 빠지더라도 세상에는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자네도 마찬가지고. 자네 지금 자신의 두려움에 지고 있어. 자넨 이 공연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가 아닐세. 나도 그렇고, 버질도 그래. 공연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만,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공연에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아. 대역들의 리허설을 봤는데, 특히 스코티의 연기가 아주 좋더군." - P312

끝났다. 다시는 없을 것이다. 배우 서른아홉 명이 땀방울이 무대 위에 문자 그대로 흩뿌려져 있고, 나무로 된 세트 곳곳에 누군가가 긁어서 표시한 자국이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이제 쓰레기통행이었다. 의상의 솔기에 붙여두었던 우리 각자의 이름이 뜯겨나갈 것이고, 의상은 대여점으로 돌아가 언젠가 또 다른 배우가 입게 될 날을 기다릴 것이다. - P333

지난 몇 달 동안 내 결혼 생활이 무너지는데도 나는 아내를 사랑한다면 아내 곁에 머물러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새로 내리는 눈의 가벼움 속을 걸으면서 나는 정말로 그녀를 사랑하지만 헤어질 거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었다. 세상에 그녀 같은 여자는 없었다. 내가 그녀에게 나를 바친 것. 이 아이들을 얻은 것은 똑똑한 행동이었다. 이렇게 놀라운 아이들의 아빠가 된 나는 행운아였다. 하지만 결혼 생활이 모종의 이유로 나를 헝클어놓았기 때문에 곧게 펴질 필요가 있다는 사실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나는 우리 결혼 생활을, 우리 사랑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자신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깃털을 갖게 됐다고 생각하며 우쭐거리는 공작새 같았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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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12-28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단 호크가 본인이 주연한 영화 원작 만큼의 소설만 쓴다면 대성공이겠네요. 워낙 좋은 영화가 많아서...

bookholic 2025-12-29 13:52   좋아요 0 | URL
영화가 나은 것 같아요 ㅎㅎ
 
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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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초현실 세계의 판타지 소설을 주로 쓰시는 구병모 님의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소설을 읽었단다. 아빠가 구병모 님의 소설이 이번이 세 번째인데 소재가 판타지를 포함하고 있었단다. 소설 제목 <버드 스트라이크>는 보통 비행기가 새떼와 충돌하는 것을 말하기도 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실제 새들, 아니 날개를 가지고 있는 종족인 익인(翼人) 들의 공격을 의미한단다. 소설 속 세상에서는 익인들은 고원지대에 살고 있고, 도시에 살고 있는 도시인들과 공존 또는 대립을 하며 지내고 있어. 도시를 이끌어가는 리더를 시행이라고 하는데, 3년 전 음독 사건으로 식물인간이 되었고, 그 사이에 시행의 아들 휴고가 시행대리를 하고 있었어.

휴고는 여동생 탄이 있었고, 탄은 약혼자도 있었단다. 식물인간이 된 시행의 수행비서 아마라가 시행대리인 휴고의 수행비서 일도 하고 있었어. 그리고 식물인간이 된 시행과 수행비서 사이에서 태어난 딸 루도 있었단다. 루는 전() 시행의 몰래 낳은 딸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외할아버지와 함께 시골에 따로 살고 있다가 얼마 전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도시에 와서 살게 되었어. 이 정도면 이 소설의 주요 인물 중 도시인들의 인물들은 소개한 것 같구나.

어느날 익인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시를 습격해서 난동을 부리고 돌아갔는데, 17살 비오만 인질로 잡히고 말았단다. 비오는 자신을 감시하는 이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루를 인질로 삼아 탈출에 성공했단다. 도망 가는 길에 도시와 고원 사이의 사막에 루를 내려주고 고원으로 돌아오려고 했지만, 루가 사막에서 정신을 잃는 바람에 익인들만 살고 있는 고원까지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단다. 익인들은 루를 보살펴주어 루가 깨어나긴 했는데, 어떻게 하면 오해를 사지 않고 도시에 데려다 줄 수 있는지 고민했단다.

비오의 쌍둥이 동생인 지요와 가하, 그리고 엄마 시와가 루를 잘 보살펴 주었단다. 루도 두려워하기보다 그곳 생활을 신기해하면서 그들과 잘 지냈단다. 고원지대의 지도자는 지장이라고 불렀는데, 고원지대의 지장도 루를 만났단다. 루는 고원지대에서 지내면서 익인들의 역사와 삶을 조금씩 알아갔단다. 예전에 익인들은 새들의 말들도 이해를 했는데, 익인들의 언어체계를 바꾼 이후는 새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어. 고원지대에서 나오는 물품들을 도시인들에게 팔기도 했어. 특히 은각마라는 신기한 새의 눈알인 은각안이 도시인들에게 인기가 많았어. 은각마가 죽은 후에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은각안은 정말 희귀했단다. 그런데 도시인들이 더 많은 은각안을 요구했어. 그러다가 보니 은각마를 일부러 죽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은각마는 멸종위기에 빠지게 되었어. 이렇게 도시인과 익인들 사이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익인들이 도시인들의 시청사를 공격하게 된 것이었단다.

 

1.

익인의 주인공 비오에 대한 비밀을 하나 이야기해줄게. 비오의 아버지는 사실 도시인이었단다. 옛날에 길을 잃고 고원지대에 왔다가 비오의 어머니 시와를 만나 사랑했지만, 고향인 도시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란다. 그 후에 시와는 임신한 것을 알게 되었어. 고원지대에서 도시인의 아이를 임신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어. 익인들은 혈통을 중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죽이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아기를 낫게 하되 그 아기는 커서도 혼인을 하지 못하게 하고, 아이도 낫지 못하게 하는 계를 내리자고 했어. 그러니까 도시인과 익인 사이의 아이는 비오 하나로 끝내자는 협의를 한 것이었어. 비오는 도시인과 익인 사이의 아이라서 그런지, 다른 익인들의 비해 키는 훨씬 크고 날개는 훨씬 작았단다.

고원지대에서는 18세 되는 해에 일종의 성인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이행식 행사가 있었어. 비오를 비롯하여 세 명이 이행식을 받았어. 이행식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절벽에서 나는 행사를 하는데, 이는 용기를 심어주기 위한 행사였단다. 이행식이 끝이 난 이후에는 축제의 밤이 이어진단다.

한편 도시에는 무화라는 사설 군대가 있었어. 무화 군대의 회장은 유안이라는 사람인데 군대를 다루지만 합리적인 사람이었어. 하지만 유안의 아들 마이는 그렇지 않았단다. 마이는 이 소설의 거의 유일한 빌런으로, 고원지대의 익인들의 생체 비밀을 알아내어 군대에 이용하려고 했어. 그래서 익인들의 시신을 몰래 훔쳐오고 유골들도 수집하는 일을 벌였어. 그러다가 루를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루를 납치해 간 비오를 찾으려고 고원지대에 군대를 보냈단다. 그 핑계를 대고 살아있는 익인을 납치해 오려는 목적이 컸어. 이것은 엄연한 고원지대와 도시 사이의 계약 위반이었어. 무화 군인들과 마주친 비오의 동생 가하는 자신이 비오라고 이야기하자, 무화 군인들은 확인 절차도 없이 바로 가하를 납치해 돌아갔단다. 마이는 데리고 온 익인이 비오가 아닌 것을 알고 군대를 다시 보냈어.

그 사이 비오도 가하가 사라진 것을 알고 루와 함께 무작정 도시로 향했단다. 오는 도중 무화 군인들을 만나 공격을 당했는데 이때 루는 등에 중상을 입고 비오는 다리가 부러졌단다. 비오는 자신의 날개와 온 몸으로 루를 감싸 안아 치료를 했단다. 이것은 익인들의 능력이었어. 날개나 몸으로 다친 사람을 감싸 안으면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었거든. 그렇게 하여 루의 상처는 나았지만, 비오는 여전히 부상을 입어 날 수가 없었어 군대에 잡혀 도시로 끌려왔단다.

무화의 회장인 유안은 아들 마이와 사이가 안 좋았는데, 더욱이 자기 마음대로 군대를 이끌고 고원지대를 오가는 것 때문에 더 사이가 안 좋아졌단다. 유안은 마이 몰래 일단 루를 빼돌려 보살펴 주었는데, 루는 유안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비오의 아버지가 유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비오는 동생 마이를 구출하여 고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도시 사람들과 익인들은 갈등을 봉합하고 다시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난제들이 많이 쌓여 있는데 잘 해결될 수 있는지 책장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덧 책의 마지막에 다다르게 되는구나.

약간의 해피엔딩과 약간의 언해피엔딩.

아빠는 판타지 소설도 가끔 읽긴 하지만, 현실 세계를 다룬 소설을 더 즐겨 읽고 좋아한단다. 그래서 구병모 님의 소설은 아직 낯설고 익숙지 않은 것 같구나. 작년인가 영화로도 만들어진 구병모 님의 <파과>라는 소설도 아직 읽지 않았는데 그 소설도 판타지 소설이려나. 기회가 되면 그 소설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열사의 대지라도 한밤중에는 기온이 5도까지 떨어진다.

책의 끝 문장: 지금, 내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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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들 2 한국문학을 권하다 33
김동인 지음, 구병모 추천 / 애플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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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서 김동인의 <젊은 그들> 2권을 이야기해줄게. 1권에서 주인공인 안재영이 총살당하여 죽은 것처럼 끝났지만, 읽은 이들 중에 안재영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하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안재영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 안재영을 민겸호의 집으로 보낸 명인호는 안재영의 소식을 듣고 병환 중인 몸을 이끌고 안재영이 총살당했다고 하는 현장에 가보았어.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안재영의 시신도 사라졌어.

며칠 동안 수소문 끝에 어떤 선비가 안재영의 시신을 가지고 갔다는 소식을 들었어. 명인호는 어쩌면 안재영이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단다. 활민숙에도 안재영의 처형 소식을 들었어. 활민숙 사람들은 다들 놀라움과 동시에 슬픔에 빠졌단다. 활민 선생은 그제서야 인숙을 불러서 안재영의 정체를 이야기해주었단다. 안재영이 바로 이인숙의 약혼자인 명진섭이라고참으로 답답하다. 1권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인숙에게 안재영의 정체를 숨길 이유를 도저히 몰랐는데, 이제 죽었다고 하니 곧바로 정체를 알려주는 것은 또 무슨 이유에서인가. 인숙은 자신이 짝사랑했던 안재영이 자신의 약혼자였다는 것에 놀라고, 그런 약혼자를 잃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지는 듯했어.

활민숙에 익명의 서찰이 날아왔는데, 그것은 사실 민영환이 보낸 것이야. 안재영이 감옥에 갇혀 있을 때 민영환에게 부탁한 것. 활민숙 소탕 예정 소식을 활민숙에 알려서 미리 피하게 했거든. 그래서 활민 선생 주도 하에 숙생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서 은둔 생활을 하기 시작했단다. 갈 곳 없는 인숙은 활민 선생의 친구 집에 머무르게 되었지. 그러나 인숙은 자신의 약혼자가 죽은 마당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단다.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민겸호의 집에 무작정 들어갔다가 붙들려 갇히고 말았어. 민겸호에 집에 머무르고 있던 명인호가 광에 갇혀 있는 이인숙을 도망가도록 도와주었단다. 이인숙은 아직 명인호와 흥선대원군 편으로 귀순한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처음에는 놀랬지만 명인호는 자신과 안재영의 관계를 이야기해주었어. 그곳에서 도망 나온 이인숙은 명인호가 소개해준 집에 은거하며 지냈단다.

 

1.

1권에서 안재영과 사랑을 나눴던 기생 연연 생각나지? 연연도 안재영이 총을 맞고 사라졌다는 소식에 놀랬어. 그리고 안재영의 약혼녀 이인숙의 존재를 알게 되고, 명인호를 통해서 만나게 해달라고 했단다. 연연은 이인숙을 만나서 안재영을 찾는데 서로 도우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보다 질투심에 사로 잡혀 이인숙을 쌀쌀하게 대했고, 이인숙도 연연에게 반감만 생겼단다. 명인호는 이런 연연을 혼내고, 연연은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는 인숙을 찾아와 깊이 사과했단다. 그리고 인숙은 연연의 집에 남장을 하고서는 숨어 지냈단다.

흥선대원군도 안재영의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듯했어. 어느날 민영환이 흥선대원군을 찾아왔단다. 민영환은 자신의 아버지 민겸호가 한 짓들에 대해 깊이 사과를 하고, 민영환 자신은 흥선대원군이 생각하는 나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의 진정성을 안다고 했어. 흥선대원군도 그런 민영환의 마음을 받아주었단다. 그러던 어느날 흥선대원군에게 일월(日月)생존(生存)’이라는 글씨가 써 있는 편지를 받았는데, 그 뜻을 해석해보니 ()’씨가 살아있다는 뜻으로 안재영이 살아있다는 소식이었어.

인숙은 비어 있는 활민숙을 찾았다가 기척소리에 놀랐어. 그 소리 나는 쪽을 봤을 때 안재영을 본 것 같았는데 금방 사라졌단다. 인숙은 자신이 머물던 방에 갔다가 그곳에서 일월(日月)생존(生存)’이라는 쪽지글을 보았단다. 인숙도 안재영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신했단다. 인숙은 안재영의 생존 소식을 스승인 활민 선생에게 알리러 길을 떠났단다. 활민 선생을 만난 인숙은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다시 상경하기로 했단다. 오는 길에 드디어 인숙과 활민 선생은 안재영을 다시 만났단다.

안재영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어. 총을 맞았지만 관통하여 생명을 부지하고 있었고, 다행히 민겸호의 무리들은 자신을 두고 모두 돌아갔고, 그곳을 우연히 지나던 김시현이라고 하는 용한 의원에 그를 발견했고,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안재영을 데리고 갔고, 며칠 만에 정신이 깨어났다고 했어. 김시현의 치료로 한달 만에 완쾌하여 다시 서울로 온 것이라고 했어. 흥선대원군을 만나 인사 드리고 그 다음 스승님께 인사 드리려고 오는 길이라고 하는구나. 스승 먼저 만나야 하기 때문에 인숙과 마주쳤음에도 자리를 피했던 것인가 보구나. 이런 남자를 사랑해야 하나. ㅎㅎ 아무튼 안재영는 이제 명진섭이 되어 이인숙을 만나게 되었단다. 그리고 숙생들도 모두 다시 만났단다.

 

2.

오래 전 천도도인이 큰 난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던 임오년 유월이 되었어. 임오년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역사적 사건 없니? ‘임오로 시작하는 조선말 역사적 사건. 그래, 1882년에 일어난 임오군란이야. 임오년 유월 드디어 군인들이 난을 일으키고 궁궐을 접수했단다. 숙생들도 참여해서 그들에게 힘을 실었고, 흥선대원군을 앞세워 궁에 들어갔어. 왕비는 어느새 도망을 갔고, 흥선대원군은 다시 권력을 잡게 되었단다. 왕비는 이때 충주로 도망가 지냈는데, 왕비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단다. 비밀리에 청나라에 도움을 요청했고, 얼마 안 있어 청나라 군대가 서울에 입성하게 되었어. 우리나라의 문제를 외세를 끌어들여 해결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얼마나 반국가적인 생각이니..

결국 청나라 군대에 의해 임오군란은 진압이 되고, 흥선대원군은 63세 나이에 청나라로 끌려가게 되었단다. 뒤늦게 안재영이 청나라 군을 쫓아가보았지만, 이미 흥선대원군을 실은 배는 인천을 떠나 청나라로 향했단다. 희망을 잃어버린 안재영은 다시 활민숙으로 왔어. 그곳에는 활민 선생과 다른 숙생들이 모두 독주를 먹고 자결해 있었단다. 꼭 그렇게 죽음을 선택했어야 할까. 살아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 사이에 인숙은 충주에 가서 왕비의 동태를 살피고 돌아왔는데, 인숙도 활민숙에서 일어난 일을 목격하게 되었어. 재영은 인숙에게 다른 숙생들처럼 자결하자고 했고, 인숙도 재영의 뜻에 따르기로 했단다. 둘은 서로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인 만큼 조용히 단 둘이 혼인식을 올리고 독주를 마시고 자결하면서 이 소설은 끝이 났단다.

아빠가 기대했던 결말과는 전혀 다른 결말이구나. 소설의 제목은 <젊은 그들>인데 소설의 결말은 제목과 달리 비극으로 끝을 맺었어. 우리가 재미있게 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오는 젊은 그들처럼 무너진 조국을 위해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나이였는데 말이야. 이 소설 속 인물들이 꿈꾸었던 것은 어차피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한 번의 실패로 그렇게 쉽게 목숨을 버리다니, 아빠로서는 이해불가로구나. 아빠가 1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런 결말도 이 소설의 설정이 다소 과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 것이란다. 옛소설이지만 재미는 있게 읽었다만, 공감할 수 없는 설정들이 많았단 소설이었어.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재영이를 범의 굴로 보낸 날 밤 인호는 밤새도록 재영이를 기다렸다.

책의 끝 문장: 그 두 개의 시체를 실은 어선은 다시 사람의 눈에 뜨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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