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2025년 여름호 - 통권 190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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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3년여 만에 다시 정상 국가가 된 대한민국이 된 지 한 달여가 되었는데, 얼마 만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지 모르겠구나. 다시 정상 국가가 된 이후 첫 번째 출간된 녹색평론에서는 12.3 계엄령, 내란, 외한 사태를 뒤돌아보고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글들이 많이 실려 있단다. 내란에 대한 특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의혹으로 그쳤던 내용들이 하나하나 진실이 드러나는데, 작년에 잘못했으면 전쟁이 일어날 뻔했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되더구나. 자신의 영구집권을 위해 북한을 도발하여 전쟁을 일으키려고 했다는 것은 정말 놀랄 소식이었단다. 알코올중독자가 아니면 생각해낼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구나. 고작 0.7% 차이로 당선을 하고서는 무한 권력을 잡은 양, 마치 자신의 권력이 영원할 것 같은 양, 권력을 불법으로 휘두르는데 지난 3년간 정말 불안했단다. 반대 정치 세력을 탄압하는 것은 군사독재정권을 보는 듯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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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윤석열이 0.7% 차이로 근소하게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필자는 도쿄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지지율이 낮은 윤석열 정권이 향후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세 가지 방식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첫째, 야권 및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세력에 대한 양보와 타협, 둘째, 정치적 능력이 있는 인물을 기용하여 중간층을 포섭, 셋째, 이재명 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야당 및 반대세력에 대한 일관된 탄압이다. 그러나 모두 실패할 것이며, 결국 북풍 또는 북한을 상대로 국지전을 일으키는 외환 방식에 의하여 정권을 유지하는 것 말고는 선택권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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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이완용이 울고 갈 만큼의 친일 행보는 그의 국적이 대한민국이 맞나? 하는 의심을 사기도 했단다. 일본과 군사동맹을 강화한 것도 북한을 도발하여 군사충돌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했다는 이야기가 있단다. 정말 무식한 사람이 아닐 수 없구나. 저렇게 무식한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 올라간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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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윤석열과 기시다 정권의 정치적 밀월관계는 캠프데이비드 공동선언(2023 8 18)을 통해서, 한일 및 한미일의 포괄적 군사동맹 강화와 대중국 포위망 구축에 한국과 일본이 선봉에 서는 것으로 이어졌다. 미국일변도를 주장해온 아베의 외교 노선은 인도태평양전략과 캠프데이비드 공동선언을 통해서 동남아시아, 대만해협, 한반도에서 3개국 군사력의 동시 운용을 가능케 함으로써,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격화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12.3 내란 외환 사태는 한미일 군사협력의 토대 위해서,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일어나면 미국과 일본이 언제든 적극적으로 개입, 지지해줄 것이라는 확신 위에서 준비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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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기저기 개혁의 목소리가 들려온단다. 누가 뭐라 해도 공무원이면서 막강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검찰의 개혁이 우선시 되어야겠지만, 사법부 또한 개혁이 필요하단다. 이번에 대법원에서 판결하는 것을 보고 많은 국민들이 경악을 하지 않았니. 대법관이라는 사람들이 헌법에 근거한 판단이 아닌, 정치적인 개인 생각으로 판결을 내리는 것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말도 안 되더구나. 그렇게 판결을 내린 판사들에 대해 아무로 조치도 할 수 없고 말이야. 뭔가 잘못되었는데, 그들 또한 이미 엄청난 카르텔을 갖고 있으니 이 또한 뜯어고치기가 쉽지 않겠구나.

헌법재판소는 이번에 그를 파면시키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도를 얻고 있지만, 우리가 파면의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헌법재판소도 잘 믿지 못하고 얼마나 마음을 조아렸니.. 9명에 불과한 헌법재판소 재판들에 의해 한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이번 녹색평론에서는 그런 헌법재판소 시스템도 합리적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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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파면했다. 이 문장은 가슴 아프다. 왜 주어가 국민이 아닌가 하는 마음의 저항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2024 12 3,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을 맨손으로 막아내고 탄핵으로 이끈 것은 국민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모르는 이 없다. 광장정치의 힘을 보여준 쾌거였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파면 결정은 판사들의 손에 달린 일이었다. 나는 탄핵 판결을 들으면서 국민의 한 명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짜증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 허탈감, 새로운 정치를 만들고 싶은 열망과 그놈이 그놈이라는 걸 확인했을 때의 절망감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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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정상 궤도를 되찾고 있단다. 주식 시장도 활개를 띠면서, 국장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어깨를 으쓱하는 시절이 되었구나. 하지만 방심하지 말아야 한단다. 언론은 또 자세를 바꾸지 않고, 민주 정부를 깎아 내리려고 할 거야. 그리고 언제 어디서 새로운 악마가 출현할 지 모른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 들어선 정부는 좀더 국민의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란다. 아빠가 보기에는 지난 한 달 동안 하는 모습을 앞으로 쭉 유지하면 되지 않을까 싶구나. 그렇다면 다시 악마에게 정권을 내주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

 

1.

이번 정부는 정말 할 일이 많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각종 개혁들도 중요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들도 시급하단다. 기후 변화는 이제 현실이 되었단다. 작년 여름은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로 더운 여름이었는데, 올 여름은 이미 작년을 뛰어넘는 더위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단다. 그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영향으로 대형 산불이 늘어간다고 한다.

올 봄에 경북 지역에 큰 산불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잖아. 그런데, 이 책에서는 다른 주장을 했어. 큰 산불이 기후변화의 영향이 아니라, 우리나라 산림정책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이야. 그 증거로 일본이나 중국에는 큰 산불이 안 생기고, 심지어 2000년 이후로 산불 피해는 줄어들고 있다면서 말이야. 우리나라가 큰 산불이 일어나는 것은 산에 소나무가 많이 심어져서 그렇다는구나. 실제로 올 봄에 큰 불이 난 경북지역은 금강송 등 소나무를 많이 심은 곳이라고 하는구나. 소나무에는 수분을 적게 갖고 있고, 송진이 기름처럼 불에 잘 붙는 성분이라서, 한번 불이 나면 끄기 어렵고 잘 번진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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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일본은 한국과 유사한 기후조건 및 기후변화 특징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10년간 대형산불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발생 건수 및 피해면적 또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기후변화가 극심해진 2000년 이후 오히려 산불피해는 급감하고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 산불, 특히 대형산불은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 차이를 기후변화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산불을 키우는, 기후변화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것은 산림청이 얘기하지 않는 우리나라 대형산불 발생지역의 중요한 공통점에서 찾을 수 있다. 울진, 삼척, 고성, 밀양, 합천, 홍성, 안동, 강릉 등과 올해 발생한 대참사 의성과 산청 산불 등 대형산불 발생지역은 모두 소나무 우점림에서 간벌과 숲가꾸기 사업이 집중된 곳이다. 분명 기후변화가 아닌, 제도적 행정적 개입의 결과로 변형된 연료조건을 최근 잦아진 대형산불의 원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산불이 기후위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인위적 개입의 부작용을 감추려는 수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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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떤 나무를 심어야 하는가. 활엽수림을 심으면 산불을 저지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는구나. 활엽수들은 잎과 가지가 큰데, 그 안에 수분 함량도 많다는구나. 그래서 불이 잘 붙지 않고 불이 붙어도 천천히 붙는다고 하네. 활엽수가 많은 산은 큰 산불이 잘 안 나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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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한편, 소나무림과는 달리 활엽수림은 산불을 자연스럽게 저지하거나 완화하는 방화선역할을 한다. 참나무, 물푸레나무, 느티나무와 같은 활엽수는 잎과 가지에 수분 함량이 높고, 불이 잘 붙지 않으며, 불길이 옮겨붙더라도 천천히 연소된다. 이러한 특성은 산불의 확산 속도를 낮추기 때문에, 진화 인력이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등 인위적 관리의 손길이 적은 국립공원 지역은 대형산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데, 활엽수림으로 전환되는 생태적 과정을 인위적으로 막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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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자유주의 노선의 우파 세력들이 각국의 권력을 잡으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은 점점 뒷걸음치는 것 같아 안타깝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기후 변화에 대한 정책과 친환경에서니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났어. 그리고 중동과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계속되는 전쟁도 결국은 화석 연료에 대한 패권 전쟁이라고 하는구나. 지난 정부의 우리나라도 기후 정책에 있어 퇴행적이었기 때문에 남 말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단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한 정책과 환경 정책에 힘을 쓴다고 하니 기대를 해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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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반이민 반기후를 간판 정책으로 내세우는 극우정당의 부상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폐해가 기존의 세계질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된 현실을 반영한다. 극우세력은 국가, 종교, 인종 같은 이데올로기의 깃발 아래 모여들지만, 그 깃발을 세우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로 가동되는 자본주의경제라는 지지대가 필요하다. 유럽의 이런 상황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및 중동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패권전쟁의 배후에는 자본주의경제와 극우 이데올로기의 위험한 밀월관계가 숨겨져 있다. 같은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가 시도한 퇴행적인 기후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도 화석연료에 기반한 제국주의적 세계질서와의 연관성을 물을 수 있다. 원전과 댐 건설이 최선의 기후위기 대응책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의 보수세력과 반이민 반기후를 표방하는 서구 극우세력을 관통하는 역사적 흐름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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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2년 전 <녹색평론>의 출간을 재개하면서, 우리는 무엇보다 사람들한테 필요한잡지를 만들고 싶었다.

책의 끝 문장: 그것은 지극히 어렵지만, 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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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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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알게 된 시리즈 중에 캐드펠 수사 시리즈란 것이 있어. 중세 시대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추리 소설이었지. 작년에 1권을 읽고 계속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2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를 읽었단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오래 전에 번역되어 소개되었다가 작년에 새롭게 디자인되어 개정판이 출간되었어. 천천히 가끔씩 읽어봐야겠구나.

주인공은 시리즈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캐드펠이라는 수사란다. 작년에 1권에서 주인공의 소개를 했으니 오늘은 생략할게.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나이 든 수사 캐드펠이 잉글랜드의 베네딕토회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농사일 등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잖아. 그런데 아빠는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가상의 인물인 줄 알았는데, 수도원장을 비롯하여 많은 인물들이 실존 인물이더구나. 그리고 당시 잉글랜드 역사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어.

2권에서는 특히 당시 잉글랜드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단다. 2권은 1138년 잉글랜드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당시 잉글랜드는 왕권을 두고 내전을 벌이고 있던 시기라고 했어. 헨리 왕(헨리 1)은 자신이 죽기 전에 후계자로 자신의 딸이었던 모드 황후를 후계자로 지명했단다.

모드 황후가 왜 황후라고 불렀냐면, 신성로마제국 하인리히 5세 황제의 아내였거든그런데 하인리히 5세가 죽어서 자신의 딸을 잉글랜드로 소환한 거야. 왜냐하면 헨리 왕도 후계자였던 아들이 죽어서 뒤를 이을 사람이 모드 황후밖에 없었거든그런데, 헨리 왕이 죽고 나서, 모드 황후의 사촌이 스티븐이 무력으로 왕을 차지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스티븐 왕을 지지하는 세력과 모드 황후를 지지하는 세력 간의 전쟁이 벌어진 거야.

 

1.

캐드펠 수사가 머물고 있는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은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어. 그래서 수도원이 있는 슈루즈베리 성 사람들은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어 웨일즈로 가기도 했어. 당시 슈루즈베리는 모드 왕후를 따르는 이들이 다스리고 있었어. 피챌런, 애더니, 아놀프 등이 그들이었단다. 그런데 스티븐 왕의 부대는 슈루즈베리 성을 공격해서 점령했단다. 피챌런, 애더니는 도망을 갔고, 아눌프는 체포당했어.

캐드펠 수사는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었는데, 수도원장이 그의 보조로 17살 소년 고드릭을 보내주었단다. 캐드펠이 유심히 살펴보니 고드릭은 소년이 아닌 소녀였단다.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소년으로 위장하여 수도원에 와 있는 것이었어. 그런데 누구라도 유심히 살펴 보면 소녀라는 정체를 알 수 있겠다 싶었어. 캐드펠은 이유는 묻지 않고, 다른 사람들한테 들키지 않게 소년으로 잘 위장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단다. 그러자 소녀는 자신의 정체를 밝혔는데, 자신은 애더니의 딸, 고디스 애더니라고 했어. 아빠가 방금 전 이야기했던 모드 황후 측 사람이었다가 피신한 애더니의 딸이었던 거야. 아버지는 성을 빠져 나가고, 자신은 잠시 몸을 숨기기 위해 수도원으로 피신한 것이라고 했어.

휴 베링어라는 사람이 있단다. 어린 시절 집안 어르신들에 의해 고디스 애더니와 약혼한 사이였단다. 휴 베링어는 원래 모드 황후 진영 사람이었는데, 배신하고 스티븐 왕 진영으로 붙어 버렸어.

스티븐 왕의 부대가 슈루즈베리를 점령한 다음, 모드 황후의 군인들을 교수형으로 죽였어. 얼라인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스티븐 왕을 후원하는 사람의 딸인데, 오빠 자일스는 모드 황후 편에 들어 전쟁에 참여했었어. 얼라인은 교수형 당한 시신을 확인하다가 오빠의 시신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단다. 전쟁은 예나 지금이나 비극을 낳는구나. 교수형을 당한 군인들의 시신 수습과 장례식 준비를 수도원에서 맡았는데, 그 일을 캐드펠 수사가 하게 되었단다.

모두 94명을 교수형에 처했다고 했는데, 캐드펠 수사가 시신을 헤아려보니 95개였단다. 다른 수사 같으면 숫자를 잘못 알려주었나, 하고 그냥 넘어갔을 텐데, 캐드펠은 이런 걸 그냥 넘길 사람이 아니었단다. 그는 교수형에 의해 죽지 않은 하나의 시신을 찾았단다. 젊은 사람의 시신이었는데, 낚싯줄 같은 것에 의해 죽음을 당했단다. 그래서 이번 캐드펠 시리즈의 제목이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로구나. 캐드펠은 이 시신의 정체의 밝히기 위해서 여기저기 알렸는데, 이 시신을 아는 이들이 나타나지 않았단다.

캐드펠은 의문의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게 되자, 수도원으로 데리고 와서 신도들에게 보여주었단다. 신도들 중에 그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하고 말이야. 그런데 고디스가 캐드펠을 조용히 찾아와서 말하길,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고 했어. 그 시신의 주인공은 니컬리스 페인트리라는 사람이고, 모드 왕후 측 인사인 피챌런의 향사로 일했던 사람이야. 피챌런은 앞서 이야기했든 고디스의 아버지 애더니와 함께 스티븐 왕으로부터 피신한 사람이란다. 니컬리스 페인트리는 토럴드 브런드와 함께 피챌런의 보화들을 숨기는 임무를 맡고 있었는데, 변을 당하게 된 것이었어. 이제 캐드펠은 니컬리스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했단다.

 

2.

며칠 뒤 고디스는 부상당한 젊은 남자를 발견하고 캐드펠 수사에게 이야기했어. 캐드펠을 오두막으로 옮기고 치료를 해주었단다. 정신을 차린 젊은이는 자신의 정체를 밝혔는데, 버로 토럴드 브런드였단다. 니컬리스의 파트너말야. 니킬리스와 함께 보화 옮기는 일을 하다가 니컬리스는 죽고 자신을 부상당했다고 했어. 토럴드는 자신을 구해준 고디스가 애더니의 딸이란 것을 알게 되자 더 많은 것을 알려주었어. 토럴드는 부상당하는 와중에도 피챌런의 보화를 강물 속에 잘 숨겨두었다고 했고, 자신의 몸이 다 나으면 그 보화들을 모드 황후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디스가 토럴드를 보살펴 주면서 그들 사이는 핑크빛으로 물들었단다.

휴 베링어는 계속 캐드펠 수사를 찾아오는데, 뭔가 감시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찾으려는 것 같기도 했어. 아무래도 사라진 고디스를 찾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그러면서 이상한 부탁을 하나 했어. 전쟁에 징발되기에 아까운 말 두 마리가 있는데, 그걸 숨겨달라는 부탁을 했어. 그래서 캐드펠은 그 말 두 마리를 수도원이 관리하는 외진 농장에 숨겨주었단다.

스티븐 왕의 군인들은 고디스를 찾으러 다녔어. 수도원에 들어와서 수색을 하기도 했어. 이것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고디스는 토럴드의 보화들을 배에 싣고 도망을 갔단다. 무작정 도망을 가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어. 얼마 전에 수도원에서 열린 장례식 때 봤던 얼라인의 집이 강가에 있다는 것이 생각나서 그의 집으로 갔는데, 다행히 얼라인은 고디스를 잘 숨겨주었단다. 스티븐 왕 진영에 쿠셀이라는 장군이 있었는데, 그는 얼라인에 푹 빠져 있어서 얼라인의 집에 와서 수작을 부리면서도 얼라인의 집은 수색을 제대로 하지 않았단다. 자신이 꼬시려는 여자의 집을 수색하는 것은 오히려 점수를 깎이는 일이니까 말이야. 얼라인은 미사를 하려고 수도원에 갔다가 캐드펠에게 고디스의 소식을 전해주었고, 캐드펠은 토럴드에게 이야기해서 고디스와 함께 탈출하라고 지시했단다.

캐드펠은 휴 베링어의 행동을 의심스럽게 보았어. 휴 베링어는 고디스가 수도원에 있다고 의심하는 것 같았고, 고디스가 보화의 위치도 알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 같았어. 그런데 이상한 것은 휴 베링어가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혼자 조사하러 다닌다는 거야. 마치 뭔가 큰 것 한방을 노리는 사람 같았어. 캐드펠은 그런 휴 베링어의 의도를 파악했어. 휴 베링어는 보화에만 관심이 있었던 거야. 휴 베링어는 당국에 신고를 하면 보화가 당국에 넘어가게 되니, 혼자 조사해서 보화를 차지하려고 했던 것이란다.

이걸 노리고 캐드펠은 가짜 보화로 휴 베링어를 유인했어. 진짜 보화는 고디스와 토럴드가 함께 빼돌렸고, 휴 베링어는 기쁜 마음에 보화를 차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돌멩이였단다. 자신이 속은 것을 알면서도 캐드펠의 추리력에 감탄을 하게 되었어. 그러면서 이 때부터는 니컬리스의 살인자를 찾는데 도와주겠다고 했어. 돈 욕심이 있어서 그렇지 본심은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었나 보구나.

고디스를 도망가는데 도움을 준 얼라인의 오빠 자일스가 교수형 당하기 하루 전에 스티븐 왕의 장교를 만났어. , 자일스는 모드 황후의 군대에 있었는데 왜 만났을까. 그는 전세가 기울어진 것을 알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배신을 했던 거야. 자신이 보화의 위치와 어떻게 운반하는 그 장교에게 알려주었어. 하지만 그는 결국 목숨을 구하지 못하고 교수형으로 죽고 말았단다. 배신의 말로가 비참하구나. 그런데 그 스티븐 왕의 장교가 누구인지 아니? 바로 얼라인에게 대시를 했던 쿠셀 장교였어.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던 어떤 소년이 있었는데, 그 소년이 베링어와 캐드펠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어.

자일스의 단검에서 떨어진 장식이 니컬라스의 살해현장에서 발견되었어. 진실을 알게 된 베링어는 쿠셀의 살인 행위를 스티븐 왕에게 이야기를 하고, 결투로 그의 유죄를 증명하겠다고 했단다. 중세 시대에는 기독교의 믿음이 강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유죄라면 그 사람과 결투를 해서 질 수 없다고 믿었어. 하느님이 범죄자를 칼을 통해서 단죄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휴 베링어와 쿠셀 장교는 결투를 하게 되었고, 결투는 공방이 계속 이어지다가 결국 휴 베링어가 이기고 쿠셀은 죽고 말았단다. 이 결투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으니 얼라인이었단다. 베링어와 얼라인은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 이 결투 이후 베링어와 얼라인은 정식 커플이 되었단다. 캐드펠이 추리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짝 맺어주는 큐피드 역할도 잘 하는 것 같구나. 앞서 고디스와 토럴드의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더니, 얼라인과 베링어의 사랑에도 큰 역할을 했단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단다. 아빠가 기억력이 안 좋아서 메모를 해두었음에도 몇 군데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잘못된 내용도 있을지 몰라. 아빠가 학창 시절에 책을 거의 읽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 추리 소설은 읽었던 기억이 있단다. 너희들에게 공부하다가 쉴 때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추천해주고 싶은데, 다른 것을 하면서 쉬고 싶겠지?^^ 그럼 이 책도 나중에 읽는 것으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앞으로도 가끔씩 읽고 이야기해줄게. 그럼, 오늘을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소년이 처음 왔을 때 캐드펠 수사는 연못 옆 작은 텃밭에서 일하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정의와 응보가 미칠 수 있는 그 어디에나 은총의 빛 역시 깃들 수 있는 법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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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6 - 오즈마 이야기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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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그레고리 머과이어 <위키드> 시리즈 마지막 6권에 대해 이야기할게. 6권의 제목은오즈마 이야기란다. 오즈마라고 하면 먼 옛날 오즈를 통치하던 왕가의 이름이자 통치자를 지칭하는 것이란다. 오즈는 원래 여자 승계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오즈의 마법사가 왕위를 찬탈하고 당시 어린 오즈마 공주는 사라졌는데, 죽었다는 소문도 있고, 어딘가 숨어서 지낸다는 소문도 있었단다. 현재는 여러 번 이야기한 것처럼 엘파바의 남동생인 셸 황제가 통치하고 있단다. 그리고 이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에메랄드 시에 있는 오즈 정부와 독립하려는 먼치킨랜드가 내전 중인 상황이란다.

현재 먼치킨랜드의 총독은 라 몸베이란 사람이란다. 5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타임드래곤 부대의 대장 난쟁이, 꼬마 다피, 겁쟁이 사자 브르르는 도로시를 돕기 위해 재판이 열리는 먼치킨랜드로 갔잖니. 6권은 그 이야기에 이어진단다.  그들이 도로시 재판에 참석하는 장면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단다. 도로시가 오즈를 떠나고 18년이 지난 후에 다시 오즈에 돌아온 것이었어. 그런데 신기하게도 도로시는 10살에서 16살의 소녀가 되어 돌아온 거야. 도로시는 18년이 아니라 6년이 지났다고 이야기를 했단다. 도로시를 기억하는 이들은 그가 도로시인 것이 분명하고, 겉모습으로 보아 18년이 지난 것은 분명히 아니었기에 지나온 시간에 대해 설왕설래 하기도 했단다.

재판은 도로시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었어. 먼치킨랜드 사람들에게 동쪽 마녀 네사로즈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거든. 그래서 도로시에 재판 결과는 유죄라 정해 놓고 하는 재판 같았어. 마치 오늘을 우리나라 정치 판사들처럼 말이야. 꼬마 디피는 도로시를 변호하기 위한 발언을 쏟아냈단다. 당시 도로시는 우연의 일치로 사건 현장에 있었을 뿐 의도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고, 그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당시에 모두 그렇게 인정해서 도로시는 아무런 재판도 받지 않고 집에 돌아갔다고 주장했단다. 아주 합당하고 상식적인 주장이었지만, 이미 판결을 정해 놓은 재판부는 도로시에게 사형을 판결했단다. 그렇게 불법적인 판결에는 불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꼬마 다피는 기질을 발휘하여 브르르의 등에 도로시를 태우고, 자신과 난쟁이까지 브르르의 등에 타고 재판장을 빠져나가 도망쳤단다. 그렇게 6권의 서막이 시작되었단다.

 

1.

한편 리르와 캔들 부부와 그들의 딸 레인, 그리고 리르의 배다른 누이 노르는 함께 지냈단다. 레인이 리르즈와 캔들과 다시 만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온전한 가족 같은 느낌은 안 들었어. 레인이 워낙 독립성이 강했고 가족의 사랑을 절실히 원하지도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았어.

5권에서 레인이 어린 시절을 글린다와 함께 지냈잖니. 5권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가 6권에서 들려주었단다. 레인이 태어났을 때 리르의 농장에는 나스토야 코끼리 공주가 와 있었는데, 나스토야 공주는 레인에 대해 예언을 하기를 힘들고 고난의 삶이 될 것이라고 했어. 아무래도 레인의 초록색 피부를 보고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닐까 싶구나. 레인이 태어난 지 얼마 안되어 캔들이 레인과 리르 곁을 떠났었는데, 얼마 안 되어 다시 돌아와 같이 지냈단다.

리르와 캔들의 고민은 레인의 초록색 피부였단다. 리르는 자신의 엄마인 엘파바가 초록색 피부로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알고 있었거든. 어느날 농장에 여우가 찾아왔는데, 초록색 피부를 가진 레인을 보고 하는 말이 자신이 아는 큰뱀이 초록색 피부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단다. 그래서 리르와 캔들은 레인을 데리고 그 뱀을 찾아갔고, 그 뱀은 레인의 피부를 정상으로 만들어주었단다. 정말 다행이구나. 그들의 또 하나 고민거리는 리르가 오즈의 사령관 체리스톤에게 쫓기고 있다는 것이야. 그들은 늘 도망을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어. 그래서 그들은 딸 레인을 글린다에게 부탁하기로 했던 것이란다. 그래서 어린 시절을 글린다와 함께 지낸 것이란다.

레인과 다시 만난 이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도망자 신세였단다. 그들 집에 도둑이 들기도 했단다. 다행히 마법의 빗자루와 마법서 <그리머리>는 그대로 있었단다. 리르와 캔들은 레인을 안전한 곳에 두자는 생각으로 레인을 레이너리라는 가명으로 시즈 지역의 세인트 프로스 기숙학교에 입학시켰단다. 그들의 신분을 들쳐내기 어려워서 노르가 엄마인 척 하면서 레인을 입학시켰어. 그리고 리르, 캔들, 노르는 노르의 고향인 키아모코로 돌아가기로 했단다. 한편 레인은 입학시기를 놓쳐 조금 늦게 입학을 하다 보니 남아 있는 기숙사가 없었어. 처음에는 하녀 스탈리와 함께 지붕 밑에 있는 방에서 지내다가 비어 있는 남자 기숙사에서 지내게 되었어. 당시 남학생들은 모두 전쟁에 끌려나가 남자 기숙사가 비어 있었단다. 그런데 남자기숙사에 몰래 숨어 들어온 고아 팁을 알게 되었어. 팁도 잘 곳이 없어 남자 기숙사에 몰래 들어온 곳이었어. 팁은 먹을 것도 없었는데, 레인이 먹을 것을 몰래 구해다 주었단다. 그러면서 둘은 친해졌단다. 얼마 후 전쟁은 점점 심해져서 교장선생님까지 징병되어 전쟁터로 가셨단다. 학교에는 모두 여자 선생님들밖에 없었어.

 

2.

얼마 후 먼치킨랜드에서 <그리머리>를 차지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전쟁 상황은 더 안 좋아졌어.. 이 소식을 들은 레인은 부모님이 걱정되어 학교를 떠나 키아모코로 향했는데 이때 친해진 팁도 함께 가기로 했단다. 가는 길에 팁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해주었어. 팁은 먼치킨랜드의 라 몸베이 총독 아래에서 일하다가 도망쳤다고 했어. 레인도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팁에게 해주었어. 먼 길을 남녀 둘이 가다 보니 사랑이 싹트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 그들은 6주의 행군 끝에 키아모코에 도착을 했는데 레인에게 슬픈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어. 고모라 할 수 있는 노르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었단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리르는 누군지 모를 습격대의 공격을 받아 납치되었어. <그리머리>도 함께 도둑을 맞았단다. 캔들은 리르를 찾아 길을 떠났고, 홀로 지내던 노르는 사고로 인해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고 말았어. 그 때 도로시를 데리고 재판소를 도망친 브르르와 꼬마 다피, 난쟁이가 카이모코에 도착을 해서 그들이 노르의 장례식을 치러주고 있었어. 5권에서 이야기했듯이 노르의 남편이 겁쟁이 사자 브르르였잖니. 브르르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큰 충격에 빠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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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은 카이모코에는 처음 온 것이야. 처음 보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엘파바와 리르를 키운 유모였단다. 위키드 1권부터 나왔던 그 유모가 아직 살아계셨던 거야. 유모는 레인을 보고 엘파바와 똑 닮았다면서 엘파바와 헛갈려 했단다. 레인, 도르시, 난쟁이, 꼬마 다피는 노르의 장례식을 마치고 리르를 찾으러 길을 찾아 나섰단다. 그들이 떠나기 며칠 전 이상한 일이 하나 일어났어. 레인과 함께 도착했던 팁이 레인에게 편지를 남기고 먼저 길을 떠났던 거야. 편지에는 자신이 몸베이를 만나서 리르에 관해 물어보겠다는 것이야. 키아모코에 오기 전에 세인트 프로스 학교에서 먼치킨랜드가 <그리머리>를 얻었다는 소문이 있었으니, 리르를 납치한 것은 먼치린랜드일 확률이 높으니까 말이야.

한편, 리르는 어딘가 감금 당해 고문을 받고 있었어. 알고 보니 예상한 대로 먼치킨랜드였어. 그들을 리르에게 코끼리로 변하게 하는 약을 먹게 한 다음 먼치킨랜드 수도로 데리고 갔어. 리르는 그곳에서 옛 군대 동료 트리즘을 만났단다. 트리즘은 예전에 에메랄드 시에서 드래곤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 먼치킨랜드에서 또 그 일을 하고 있었단다. 도대체 드래곤들이 도 어디서 나타난 걸까? 5권에서 레인과 글린다가 오즈 군대의 한 마리만 빼고 모두 죽였는데, 그 한 마리가 먼치킨랜드에 도망을 와서 알들을 낳게 되었고, 그 알들에서 드래곤들이 다시 태어난 것이었어. 트리즘은 그 드래곤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단다.

레일은 떠난 팁이 먼치킨랜드의 수도에 도착했단다. 몸베이는 팁을 보고 자식을 다시 만난 듯 기뻐했단다. 어쩌면 팁은 몸베이의 숨겨두었던 아들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 몸베이는 리르에게 <그리머리> 사용법에 대해 알려달라고 강요했지만, 리르는 죽는 한이 있어도 가르쳐주지 않겠다고 했어.

..

 

3.

레인 일행은 에메랄드 시로 도착해서 레인과 도로시가 황제 셸을 만났단다. 레인과 셸의 친족관계를 살펴보면 셸은 레인의 할머니의 남동생이니까, 좀 어려운 말로 진외종조부가 되겠구나. 처음 만난 손녀 조카라면 상당히 기뻐할 만 한데, 셸 황제는 그들을 귀찮아 하는 듯 했으며, 리르는 자신이 납치하지 않았다고 했단다. 레인과 도르시가 셸 황제를 만나고 있을 때 드래곤들이 에메랄드 시를 공격해 왔단다. 그들은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말았어. 드래곤들의 공격으로 셸 황제는 제대로 반격하고 하지 못하고 전쟁에서 지고 말았단다. 먼치킨랜드의 라 몸베이가 길고 긴 내전에서 승리를 거둔 것이야. 몸베이와 셸은 강화 조약을 맺게 되었어.

몸베이 일행에 팁이 있는 걸 보고 레인의 일행들은 깜짝 놀랐단다. 그들은 팁의 정체를 의심하면서, 팁이 레인에게 일부러 접근한 것은 아닌가, 의심했단다. 팁이 레인의 집의 위치를 먼치킨랜드에 알려준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그래서 리르가 납치되고 <그리머리>도 도둑맞은 것은 아닌지임무가 완수되었기 때문에 팁이 먼저 키아모코를 떠난 것은 것은 아닌지나중에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 되었고, 더 놀라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단다.

그곳에 캔들도 도착해서 레인을 만났는데 리르가 죽었다는 슬픈 소식도 전해주었단다. 그런데 아직 시신은 먼치킨랜드에 있어 돌려받지 못했다고 해서, 셸 황제에게 부탁해서 리르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몸베이에게 요청했어. 그러자 몸베이 총독이 말하길, 리르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했어. 마법에 의해 코끼리로 변신시켰는데, 다시 사람으로 변하지 않고 죽어가는 것을 선택했다는 거야. 그것만이 <그리머리>의 사용법에 대한 비밀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 몸베이는 이제 전쟁에서 승리를 해서 그런지, 리르를 다시 사람으로 변하게 하는 마법을 썼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 리르는 다시 사람으로 변하긴 했는데, 멀쩡하던 레인의 피부가 다시 초록색으로 변했고, 더 이상한 것은 몸베이가 쫄딱 망하고 만 거야. 아빠가 뭘 잘못 읽었는지 이렇게 이야기가 전개되었단다. 그리고 팁의 정체도 밝혀지게 되었단다. 팁은 마법에 걸려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실제로는 100년 전에 사라진 오즈마 티페타리우스였던 거야. 오늘 첫 부분에서 이야기했던 사라진 어린 오즈마 공주가 바로 팁이었던 거야. 팁의 마법도 풀려나게 되었어. 셸 황제는 오즈마 공주가 다시 나타났으니 자신의 자리를 팁에게 물려주겠다고 했어. 그렇게 오랜 내전은 끝이 나고 오즈마 공주가 통치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단다.

레인 식구들은 다시 서쪽 지역인 키아모코로 갔고, 도로시는 레인의 회오리 마법을 이용하여 다시 캔사스로 돌아가게 되었단다. 그렇게 <위키드>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가 끝을 맺었단다. 이 책을 읽고 오즈마 티페타리우스를 좀 검색했더니,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2권에 등장한다고 하는구나. 그 책에서도 소년으로 살아가는 팁으로 등장한다고 하네. 아빠는 <위키드>의 작가 그레고리 머과이어가 만들어낸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겁쟁이 사자 브르르처럼 원작 <오즈의 마법사>에 있는 인물을 새롭게 각색한 것이었구나.

아빠가 읽은 <오즈의 마법사>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의 1권에 불과했단다.. 사실 <오즈의 마법사>의 지은이 라이언 프랭크 바움은 1권의 성공으로 계속해서 시리즈를 냈고,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해보면 14권짜리더구나. 아빠는 1권만 읽은 것인데, 그것은 너희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구나. .. <오즈의 마법사> 열네 권을 모두 읽고 싶은데, 읽어야 할 책들은 산더미 같이 밀려 있고, 고민이구나. ‘언젠가는’이라는 단서를 붙여야겠지만, <오즈의 마법사> 전권을 한번 읽어보고 싶구나.

아무튼 오늘로써 <위키드> 시리즈 6권도 끝이 났구나. 시리즈 소설들은 다 읽고 나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어 좋구나. 너희들은 숙제 하느라 이 긴 소설을 읽을 시간이 없을 테니, 나중에 숙제에서 해방이 되어 좀 여유로워지면 한번 읽어보렴.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밤이 될 때쯤에는 사자와 한 쌍의 동지가 별다른 사고 없이 국경을 지나 먼치킨랜드로 들어섰다.

책의 끝 문장: 그 모습은 마치 사나운 공기에 휘말려 올라가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는 바다 그 자체의 초록색 얼룩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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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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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2023년 프랑스 콩쿠르 상 수상작을 읽었단다. 아빠가 콩쿠르 수상작을 가끔 읽는데, 최근 수상작들은 작품성뿐만 아니라 재미도 함께 담고 있는 것 같구나. 그래서 이번 책도 인터넷 서점에서 보고 망설임 없이 샀단다. 책 제목은 <그녀를 지키다> 지은이는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물론 처음 들어보는 작가란다. 작가 소개를 보니 소설가이면서 영화감독으로도 성공한 사람이라고 했어. 책이 생각보다 두껍더구나. 600페이지가 넘어서 지루하면 끝까지 읽기 힘들 텐데, 하는 걱정을 했는데역시 이번 콩쿠르 수상작도 최근 트렌드를 따라 가는 것 같았어. 작품성과 재미, 두 마리를 다 잡은 듯했어. 어떤 조각가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역사 소설의 성격을 띠면서, 시대의 관습을 이겨내려는 한 여자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었어. 책 두께가 괜히 두꺼운 것이 아니었구나. 책 두께가 두껍다 보니 할 이야기도 많고 바로 시작하자.

 

1.

주인공의 이름은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 프랑스 사람이란다. 아버지가 석공이셨는데, 아들도 훌륭한 조각가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미켈란젤로라고 지어주셨어. 그런데 안타깝게도 미켈란젤로에게는 왜소증이 있었어. 미켈란젤로의 아버지는 세계 1차 세계대전 참전했다가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단다. 미켈란젤로의 어머니는 아들의 조각 공부를 위해 아들을 이탈리아에 있는 삼촌 알베르토에게 보냈단다. 알베트토도 조각을 하고 있었거든.

삼촌 알베르토는 이탈리아 피에트라달바 지역에 살고 있었단다. 알베르토는 조카를 처음 봤는데, 조카가 왜소증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그런 조카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단다. 미켈란젤로는 알베트로의 도제로 일하면서 조각을 배우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싫어해서 사람들에게 자신을 미모라고 불러 달라고 했단다. 아빠도 이제부터 미모라고 할게.

삼촌 알베르토는 술주정이 심해서 술에 취하고 나면 미모를 때리고 그랬어. 알베르토의 도제는 미모뿐만 아니라 별항, 엠마누엘레 쌍둥이도 있었단다. 미모는 그들과 친하게 지냈단다. 어느날 심한 폭우가 쏟아졌는데, 그 폭우로 인해 오르시니 후작의 저택에 있는 조각상이 파손되어 수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단다. 미모도 삼촌을 따라 그 저택에 갔는데, 그곳에서 13살 동갑내기 비올라를 우연히 만났단다. 조각가의 도제와 후작의 딸은 신분 차이가 있어 대놓고 만날 수 없는 사이였지. 그들은 그 이후 가끔씩 묘지에서 몰래 만나며 우정을 쌓아갔단다. 어쩌면 사랑일수도

비올라는 미모에게 책을 빌려주었고, 미모는 그 책을 열심히 읽었단다. 비올라에게는 꿈이 있었어. 공부를 많이, 열심히 하는 것과 하늘을 나는 것이라고 했어. 그래서 비올라는 책도 많이 읽어서 아는 것도 많았어. 비올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날개를 보완하면 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 그러면서 비올라는 미모에게 하늘을 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단다. 그런데, 비올라가 미모에게 빌려준 책을 후작에게 걸렸어. 후작은 당연히 미모가 훔친 것이라고 생각했어. 미모도 그 책을 비올라가 빌려 준 것이라고 말할 수 없었지. 결국 미모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매질을 당하는 벌을 받았단다.

이 일을 주관한 것은 후작의 아들이자 비올라의 오빠 스테파노였단다. 천사 같은 소녀와 악마 같은 오빠..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 비올라에게는 오빠가 세 명 있는데, 첫째 오빠는 전쟁에 참전했다가 죽었고, 둘째 오빠가 스테파노이고, 셋째 오빠는 좀 이따가 등장한단다.

….

1918년 전쟁이 끝나고, 1919년 유럽에는 사회주의 물결이 들이닥쳤단다. 노동자들의 폭동이 일어나서 오르시니 가문도 표적이 되어, 노동자들이 오르시니의 농장에 불을 냈어. 스테파노는 스라드리스타라고 부르는 파시스트 행동대원들을 알고 있었는데,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강제 진압을 했고, 여덟 명이 죽고 말았단다. 이렇게 시대가 흉흉한 시절이었단다.

 

2.

시대가 흉흉했지만, 비올라는 꿈을 위해 정진했단다. 미모, 별항, 엠마누엘레가 날개 제작에 도움을 주었어. 하지만 그들의 첫 번째 비행은 실패하고 말았단다. 1920 11 22. 비올라의 생일을 앞두고, 비올라는 미모에게 비밀을 하나 이야기해주었어. 집 근처 숲의 동굴 속에서 몰래 곰을 키운다는 거야. 어렸을 때 새끼곰을 알게 되어 키웠는데, 지금은 그 곰이 무척 커졌다고 했어. 미모에게도 소개해주었는데, 그 곰의 이름은 비얀카이고 비올라를 아주 잘 따랐단다. 미모는 비올라의 생일 기념으로 곰 조각상을 만들어 주었어. 그런데 그 조각상이 정말 훌륭했단다. 열여섯 살짜리가 만들었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후작이 그 곰 조각상을 보고 극찬을 할 정도였어. 그래서 미모는 비올라의 16번째 생일 잔치에 초대받게 되었단다.

앞서 이야기한 셋째 오빠 프란체스코가 미모를 찾아왔어. 프란체스코는 수도사 지망생이었어. 프란체스코는 미모에게 잘 대해주었고, 그들은 그 이후로 오랜 시간 우정을 쌓게 된단다. 비올라의 16번째 생일 잔치. 후작은 그날 중대 발표를 했단다. 비올라의 약혼 발표로 6개월 뒤에 약혼을 한다고 했어. 미모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지만, 비올라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이었어. 당시 이탈리아에서 여자에게 결혼은 모든 경력의 단절을 의미했고, 집에서만 지내며 사교 활동이나 하는 그런 일이었어. 하지만 비올라에게 위대한 꿈이 있었잖니. 그녀는 자신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지붕 위에 올라가 새로 만든 날개를 달고 날아 올랐단다. 생일 파트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어. 비올라는 잘 날아가다가 회오리 바람을 만나 30미터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어.

한편 삼촌 알베르토는 미모를 피렌체의 필리포 메티 공방으로 보냈단다. 미모는 비올라의 소식도 궁금했고, 비올라와 멀리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지만, 삼촌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피렌체 메티의 공방에 오게 되었어. 미모는 메티의 공방에서 조각을 하고 싶었지만, 두오모 성당 보수 작업만 해야 했어.

뒤늦게 비올라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단다. 비올라는 3주만에 코마 상태에서 깨어났지만, 다시는 걷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어. 여기저기 골절상이 많아서 여전히 병원에서 지낸다고 했어. 미모는 계속 편지를 보냈으나 답장이 오지는 않았어. 한참 뒤에야 편지가 왔는데, 더 이상 편지를 보내지 말라는 가슴 아픈 편지였단다. 미모는 깊은 상심에 빠졌고, 모든 것을 그만두고 떠나고 싶은 생각을 실천에 옮겼어. 메티의 공방을 그만두고 방황했어.

그러다가 비차로 서커스단에 들어갔단다. 비차로, 사라, 미모 이렇게 셋이 함께 다녔어. 앞서 이야기했듯이 왜소증인 미모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서커스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런데 그들은 패싸움에 휘말려 비차로가 몇 달 동안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서커스 영업도 중단되었단다. 그러던 중 비올라의 오빠 프란체스코가 바티칸 성당 소속의 신부가 되어 찾아왔어. 미모를 조각가로 채용하고 싶다면서 말이야. 그의 제안은 파격적이었어. 오르시니 가문의 소속으로 있으면서 바티칸의 일도 하는 것이라 했어. 미모를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어. 많은 돈도 좋았지만 그보다 비올라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

2년 만에 피에르타달바에 돌아왔어. 삼촌 알베르토는 남쪽으로 이사 가고, 그가 쓰던 공방은 미모가 사용할 수 있었는데, 미모는 결혼한 친구 별항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헛간에서 지내겠다고 했단다.

오르시니 가문의 초대를 받아 갔어. 비올라는 많이 회복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비올라는 미모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단다. 비올라는 어렸을 때 미모와 소통했던 나무 그루터기에 그들이 몰래 만나 우정을 쌓았던 묘지에서 만나자는 편지를 남겼지만, 미모는 일 때문에, 아니 일 핑계를 대고 로마로 떠났단다. 미모의 큰 잘못이었지.

이후 미모는 조각가로 크게 성공하게 된단다. 프란체스코와 우정은 더 도타워지고, 오르시니 가문과 잘 지내게 되었지만, 비올라는 여전히 볼 수 없었단다. 그러다가 비올라의 결혼 소식을 들었어. 가문의 명성에 걸맞는 유능한 변호사라고 했어. 미모의 가슴은 무너지는 듯했지.

….

 

3.

다시 과거로 돌아가보자. 1918 6 24. 그들은 10년 후 묘지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단다. 그리고 10년이 흘러 1928 6 24. 미모는 그 약속을 잊지 않고 묘지로 갔는데, 비올라도 그 약속을 잊지 않고 나왔단다. 오랜만에 마주한 그들은 짧게 안부 인사만 전하고, 이젠 친구로 다시 만나게 되었단다. 비올라는 이제 결혼을 하였으니…. 비올라의 남편 캄파나는 밀라노, 미국 등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주말에만 온다고 했어.

비올라는 임신이 안 되어 병원에게 치료 받았지만 계속 실패했어. 그렇게 되자 캄피나는 바람을 피웠고, 비올라에게 폭행까지 가했단다. 비올라와 캄파나 사이는 점점 안 좋아졌고, 비올라는 미국에 보내달라고 폭발하듯 이야기를 했어. 캄파나는 미국에 보내주겠다고 했단다. 얼마 후 캄파나는 비올라를 영화 스튜디오를 데리고 왔단다. 그곳은 미국처럼 꾸며 놓았는데, 캄파나가 이야기하기를 이곳이나 미국이나 똑같다고 이야기를 했단다.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건지, 일부러 약 올리려고 그런지비올라는 크게 분노했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모는 비올라에게 함께 미국에 가자고 해서 길을 떠났단다. 그런데 프란체스코가 이를 말리며 미모와 중재하여 비올라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단다. 비올라는 미모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였고 그 이후 미모도 멀리하게 되었단다.

어떤 날은 비올라가 사라졌어. 며칠 동안 식구들이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어. 미모는 그들만의 장소인 묘지에 가보았지만 그곳에도 없었어. 혹시나 하고 미모는 비올라의 곰 비얀카가 살고 있는 동굴에 가보니, 그곳에 있었단다. 비얀카가 죽어서 동굴에게 그를 추모하고 있었던 거야. 그 때 미모와 비올라는 다시 화해를 했단다. 캄파나와 비올라 사이는 더욱 안 좋아졌어. 캄파나는 가족들 앞에서 대놓고 비올라를 비판했어. 그리고 비올라의 사적인 것도 폭로했단다. 비올라가 그렇게 말렸는데도 말이야.

사실 비올라는 시()를 쓰고 있었는데, 비밀로 해달라고 했거든. 그런데 그것을 까발린 거야. 홧김에 비올라는 나이프로 캄파나의 어깨를 찌르고 말았단다. 진작에 이혼을 했어야 했는데, 당시 아마 당시 유럽도 이혼은 못하는 분위기였던 가봐. 하지만 이런 폭행 사건까지 가족들 앞에서 벌어졌으니, 더 이상 어쩔 수 없었어. 프란체스코가 나서서 이혼을 제안했어. 그런데 캄파나는 반대를 했단다. 캄파나는 오르시니 가문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야. 캄파나가 이혼을 반대하자, 프란체스코는 혼인 자체를 무효로 하자고 했는데, 캄파나는 또 반대를 했어. 그러자 프란체스코는 캄파나가 저지른 강간 사건까지 이야기하면서 혼인을 무효 시켰단다. 프란체스코는 캄파나의 강간 사건까지 알면서 동생과 함께 살게 그냥 두었던 거야. 점점 비호감이네.

….

미모는 점점 자신의 실력을 인정 받아서 1942년에는 이탈리아 왕립 아카데미 정회원 자격을 받게 되었어. 그런데 정회원의 자격을 인정받는 행사에서 미모는 파시스트를 비판하는 연설을 했어. 그 일로 그는 아카데미 회원 자격 박탈당하고 체포까지 되었단다. 그가 갑자기 이렇게 파시스트를 비판한 것은 얼마 전의 일 때문이었어. 얼마 전에 서커스를 함께 했던 비차로가 찾아왔는데, 사라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수용소에 갇혔다는 거야. 미모에게 도와달라고 비차로가 찾아왔고, 미모는 인맥을 써서 사라를 풀어주었단다. 이 일을 경험하고 미모는 파시스트를 비판한 것이란다. 파시스트를 비판한 연설 이후 그의 작품 대부분이 파괴되었어. 그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피에타 상만 사크라 수도원에 옮겨서 지하 창고에 보관하였어.

 

4.

또 세월이 흘러 1946년 묘지에서 다시 만난 비올라와 미모. 비올라는 제헌 의회 선거에 출마한다고 했어. 여자가 의회 선거에 나간다는 것은 당시에는 드문 일이었어. 집에서도 반대를 했단다. 그런데 경쟁 후보는 오르시니 집안의 앙숙이었던 감발레 집안의 아들이었어. 비올라를 지지해주어야 할 오빠들이 감발레 집안과 밀약을 해서, 땅을 양도 받는 대신 비올라 후보 사퇴를 약속한 거야. 그러면서 프란체스코는 미모에게 같이 설득해 달라고 했어. 당시 비올라는 살해 협박도 받고 있었어. 미모도 살해 협박까지 받고 있으니 이번만은 포기하자고 비올라에게 이야기했지만, 비올라는 뜻을 굽히지 않았어.

비올라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꿈이 정해지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잖니. 미모는 비올라에게 다시 한번 미움을 사고 로마로 돌아갔단다. 그런데 가는 길에 큰 지진이 일어났단다. 엄청나게 큰 지진이었어. 미모는 비올라 걱정에 다시 오르시니 저택으로 향했는데, 오르시니 저택은 폭삭 무너져 내렸고, 비올라는 그만 시신으로 발견되었단다. 오르시니 가족 중에 프란체스코만 로마에 머무르고 있어서 변을 당하지 않았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1946 6 1, 실제로 이탈리아에 큰 지진이 나서 472명이 죽었다고 하는구나.

비올라가 죽은 시점으로 미모의 삶도 끝났다고 생각했어. 그의 삶에서 예술 부분만 남고 모든 것은 그때 끝이 났어. 미모는 그 이후 40년 동안 사크라 수도원에서 지냈단다. 평생 마음속에 비올라를 품고 말이야.

이 소설의 주인공 미모와 비올라 모두 매력적인 캐릭터인지만, 안타까운 결말이 안타깝구나. 결국 이 소설은 사랑이야기인데, 사랑 이야기만큼 서사적인 것이 또 어디 있겠니.

소설 속에서 미모가 피에타 상을 조각한 것으로 나오는데, 역사상 가장 유명한 피에타 상은 르네상스의 전성기를 이끈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이 아닐까 싶구나. 너희들도 잘 알지? 그런데, 이 책에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왔단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은 바티칸 성당에 전시되어 있는데, 예전에 보호막 없이 오픈되어 있었어. 그런데 1972년 라슬로 토스라는 사람이 바티칸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을 15번이나 망치질로 손상시켰다고 한다. 그 이후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는 방탄유리 안에 보호를 받기 시작했다고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너희들과 엄마에게 이야기를 해주니 다 알고 있었다고 하는구나. 심지어 엄마가 이야기하기를, 예전에 바티칸 여행 갔을 때 가이드께서 설명해주셨다고... 아빠도 분명 들었을 텐데, 좁쌀만한 기억력오늘 다시 이렇게 써 놓는 이유도 조금이라도 기억을 오래 유지해 보려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소설 참 재미있게 읽었단다. 두께가 만만치 않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지만, 누군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조심스럽게 추첨해보고 싶구나. 지은이 장바티스트 앙드레아는 눈 여겨 보았다가 그의 신작이 나오면 또 읽어봐야겠다.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그들은 서른둘이다.

책의 끝 문장: 하늘에 새들이 날던 시절 태어났던 미모 비탈리아니는 위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내 부모는 늙었다고, 나이를 말하는 게 아니야. 그들은 다른 세상 사람들이지. 그들은 앞으로 우리는 말을 타듯이 날게 되리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여자들은 수염을 달고 남자들은 보석으로 치장하리라는 걸. 내 부모의 세계는 죽었어. 넌 좀비를 무서워하지만 네가 무서워해야 할 건 바로 그 세계라고. 그 세계는 죽었는데도 여전히 움직이거든. 누구도 그것을 보고 죽었다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바로 그런 까닭에 그건 위험한 세계야. 그 세계는 저절로 무너져." - P145

나의 표정에 별항은 겁에 질린 모양이었다. 입을 헤벌리고 나를 응시했으니까. 그러더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대리석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대리석은 가로 1미터, 세로 2미터의 평행 육면체였다. 나의 구상을 실현하기에 완벽했다. 하지만 비올라의 생일은 11월 22일까지는 고작 열흘이 남았다. 나는 제일 좋은 도구를, 치오가 날은 닳고 자루는 갈라져서 손가락에 가시만 남기는 도구들을 쓰게 하고는 만져 보는 것조차 단 한 번도 허락하지 않던 도구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래야만 할 바로 그 장소를 쪼았다. 별항이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 P199

많은 사람들이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만든 피에타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려고 옷 주름의 완벽함, 해부학적 정확성, 몸짓의 우아함, 그 밖의 이런저런 것들을 강조하는 일에 전력을 다했다. 전문가들이야 불쾌하든 말든,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은 얼굴에 있다. 성모가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한, 그는 자신의 성모를 곱사등이로 만들어도 괜찮았을 거다. 거의 패배한, 피로가 포기의 순간, 영혼을 내맡긴 그 순간에 포착된 여인의 얼굴. <포착된>이라는 말에 모든 게 다 들어 있다. 조각가가 그 모습에 생명을 불어넣는 데 3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미켈란젤로는 스냅 사진을 찍은 거였다. 단순한 끌과 대리석 덩어리만으로 무장하고 전투를 치러 낸 3년.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이 그 얼굴의 전부는 아니다. 그 얼굴에는 자신에게 벌어졌던 모든 일이, 앞으로 곧 일어나려고 하는 모든 일이 담겨 있다. - P357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만약 전부 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겠지, 미모. 네가 단 한 번도 틀리는 법 없이 처음부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넌 신인 거야. 네게 품은 그 모든 사랑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 아들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나조차 신을 낳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 P422

비올라는 단 한 번도 면회를 오지 않았다. 나는 그 점이 고마웠다. 비올라가 입원해 있으면서 왜 나를 멀리했는지 그제야 이해했다. 이제 그 시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련다. 모든 감옥은 다 거기서 거기이니까. 수감자들 역시 동일한 죄를 저질렀다. 즉,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믿었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를 냈다는 죄. - P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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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흑역사 -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톰 필립스라는 사람이 쓴 <진실의 흑역사>라는 책을 이야기할게. 흑역사라고 하면 숨기고 싶어하는 안 좋은 기억을 이야기하잖니. 그 주체가 진실? 진실의 흑역사라고 하면 거짓을 의미하겠지?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로 되어 있단다. 이 책의 첫 문장도 당신은 순 구라쟁이다.”라고 시작한단다. 우리가 일상생활에 알게 모르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하는구나. 가벼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거짓말이면 몰라도 심각한 영향을 주는 거짓말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

특히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은 특히 조심해야겠지. 정치인들 같은 사람들 말이야. 정치인들이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하면, 정치인들의 어느 나라나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된단다. 하지만 지은이가 월 정치인들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거짓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라고 하는구나. 또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을 정말 많이 하는 정치인 중에 한 명이라고 하는구나. 이 책은 미국에서 2019년에 출간된 책으로 트럼프 1기 때 나온 책이란다. 그래서 트럼프가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하는지 통계까지 들어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그런데 그렇게 거짓말을 많이 하는 트럼프를 또 찍어주다니, 미국 사람들도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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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사람들은 지금이 역사상 전례가 없을 만큼 사실이 통하지 않는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럴 만하다. 비근한 예로, 현재 미국 대통령이 매일같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아니 어쩌면 그건 거짓말이라고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무엇이 사실인지 자기도 모르면서, 알아볼 생각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별반 다를 게 없다. <워싱턴 포스트> 팩트체킹 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사 작성 시점 기준으로 취임 이래 869일 동안 거짓이거나 오해를 유발하는 주장 10,796건 했다고 한다. 특히 2018년은 유례없는 기만의 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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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트럼프라도 우리나라 내란 수괴만큼 거짓말에는 이길 수 업지 않을까 싶구나.

 

1.

개소리 순환고리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잘못된 정보를 어떤 사람이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언론이나 위키피디아에 업데이트도 되고, 잘못된 정보를 말한 사람이 그 언론이나 위키피디아를 보고 자신이 말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게 되는 것을 개소리 순환고리라고 한다고 하는구나. 이건 참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구나.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누군가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팩트 체크를 하고 기사로 실어야 하는 것이란다. 하지만 일단 기사로 올리고 아니면 말고 라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단다. 그렇게 가짜 뉴스가 많으니 어찌 신문이나 뉴스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겠니.

그렇다면 가짜 뉴스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1733년 출판업으로 크게 성공한 타이탄 리즈라는 사람의 부고가 신문에 실렸단다. 그의 나이 고작 3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충격적인 소식이었단다. 부고 같은 것을 거짓으로 올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타이탄 리즈가 죽은 줄 알았단다. 하지만 타이탄 리즈는 버젓이 살아 있었어. 자신의 부고 소식을 들은 타이탄 리즈는 직접 등판하여 자신이 살아 있다는 기사를 썼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 기사를 믿지 못했어. 당시에는 TV나 인터넷이 없었으니 살아있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 어려웠으니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알리기 쉽지 않았겠구나. 그리고 타이탄 리즈의 부고를 낸 사람은 다른 사람이 타이탄 리즈인 척 하고 기사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것이 더 먹혔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이런 가짜 뉴스를 퍼트린 사람이 누구냐면, 자서전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랭플린 자서전>을 쓴 프랭클린이란다.

그래, 맞아. 작가이자, 정치가이자 과학자이자 발명가이자 유명작가이자 외교가이자 시민운동가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프랭클린이라고 하는구나. 프랭클린은 당시 출판업을 하고 있었는데, 경쟁 출판업자를 이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심한 거짓말을 했던 거야. 아무튼 프랭클린은 타이탄 리즈의 부고 소식을 알리면서 자신의 출판사도 널리 알려져 성공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고 하는구나. 프랭클린은 그 이후에도 가짜 뉴스로 돈을 벌었다고 하는구나. 이미지 확 깨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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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첫 사기 시도를 보란 듯이 성공시킨 프랭클린은 기분 좋게 그다음 행각을 이어나갔다. 1730년에는 자신이 필라델피아에서 간행하던 신문 <펜실베이니아 가제트>에 한 마녀재판에 관한 기사를 완전히 지어내서 실었다. 실제로는 당시 미국에서 수십 년간 이렇게 할 마녀재판이 열린 적이 없었다. 그런 다음 <가난한 리처드의 책력>으로 옮겨가서-또다시 가상의 인물이 되어 글을 쓰면서-불쌍한 타이탄 리즈를 죽은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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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9년 구텐베르크 인쇄술이 보급된 이후 신문도 발전하게 되었어. 오늘날의 정보에 비하면 턱없이 적었겠지만 당시에도 신문의 과잉 정보와 허위 정보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글들이 많았다고 하는구나. 17세기 유럽 전역에 커피하우스가 유행을 하고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입에서 입으로 허위 정보들이 퍼져나갔다고 했어. 그래서 1675 12 29, 찰스 2세는 커피하우스 금지령까지 내렸다고 하는구나. 그렇다고 언론의 가짜 뉴스가 멈출 리 없겠지. 미국에서 언론이 시작된 이후 유럽과 미국의 거리로 인해 거짓 뉴스는 더욱 심해지기 시작했다는구나.

그렇다면 왜 가짜 뉴스를 쓸까? 그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란다. 거짓이라도 자극적인 기사를 내면 사람들이 신문을 사게 되니까 말이야. 대표적인 것이 지금은 유명한 <>지의 거짓 뉴스란다. 1835 8월 리처드 애덤스 로스라는 사람은 최신 망원경으로 달에 희귀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는 연재 기사를 썼단다. 그는 유명 과학자의 이름까지 팔아서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처럼 연재 기사를 썼단다. 그리고 그 시리즈의 대미는 달에 박쥐 인간이 살고 있다는 기사로 마무리했는데, 당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기사를 믿었다고 하는구나. 이 연재 기사로 인해 <>지는 급부상하게 되었다는 구나.

그 외에 이 책에는 유명한 가짜 뉴스에 대한 사례를 이야기 주었단다. 있지도 않던 살인마 잭 이야기, 히틀러 일기장 위조 사건, 혜성의 독성 이론, 고양이 연쇄 살해 등. 혜성의 독성 이론은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에 독성 성분이 있어 사람들을 죽일 것이라고 하면서 그로부터 지킬 수 있는 가짜 약을 판매했다고 했고, 고양이를 연쇄 살해하는 엽기적인 사건을 결국 자동차의 로드 킬이었다고 하는구나.

 

2.

역사적으로 남을 만한 거짓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역사적으로 남길 정도면 스케일이 커야겠지. 오랫동안 지도에 그려져 있던 아프리카의 커다란 콩 산맥이라면 역사적으로 남을 거짓말이 아닐까 싶구나. 100년 넘게 세계 지도에 버젓이 그려져 있던 콩 산맥은 실제로는 없었다고 하는구나. 그렇다면 어떻게 지도에까지 실렸을까. 유력한 지리학자들이 콩 산맥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를 듣고 지도를 그리게 되었다는구나. 그런데 그 이후 아프리카를 탐험한 탐험가들도 그 구라에 동참하게 되었대. 아프리카에 갔는데 지도에 버젓이 있는 콩 산맥을 못 봤다고 하면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제대로 탐험하지 않았다고 할까 봐, 그리고 자신이 길을 잘못 들어 못 봤을 것이라 생각하고 콩 산맥을 봤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당시에는 사진기도 없었으니 증거가 없었으니 봤다고 하면 그만이었을 테니 말이야.

그리고 북극을 서로 먼저 발견했다고 하는 두 사람이 있었단다. 피어리라는 사람과 쿡이라는 사람이 그들이다. 그들은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먼저 북극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어. 여론도 양쪽으로 갈렸다고 하는구나.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은 둘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하는구나. 둘 다 북극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네.

그레거 맥그레거라는 사람은 없는 나라를 만들어 땅을 팔아먹었대. 신대륙이 발견되면서 많은 유럽 사람들이 신대륙으로 이주를 하던 1823, 그레거 맥그레거는 포야이스라는 새로운 나라가 있다면서 이 나라의 땅을 유럽 사람들에게 팔았다고 하는구나.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땅을 사고 그레거 맥그레거 알려준 좌표로 왔지만 그가 이야기한 것과 달리 아무것도 없었다고 하는구나. 먹을 것도 구하기 어려웠고 잘 곳도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하는구나. 거짓말을 하더라도 이런 사악한 거짓말을 하면 안될 텐데

책의 뒤쪽에는 정치인들의 거짓말과 장사꾼의 거짓말과 집단 망상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아빠가 메모를 해두지 않아서, 패스해야겠구나. 한 가지만 발췌글을 소개할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의외로 정치인들이 생각만큼 거짓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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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정치인이 거짓말을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큰 거짓말도 하고, 작은 거짓말도 하고, 온갖 크기의 거짓말을 다 한다. 직업 신뢰도를 조사해보면 정치인이 꼬박꼬박 꼴찌로 나온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심지어 (믿기지 않지만) 언론인보다도 더 낮게 나온다. ‘정치인은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가 않다. 대다수의 정치인은 사실 생각만큼 그렇게 거짓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게 대체 뭔 소린가 싶을 것이다. 특히 작금의…… (막연히 세상에 대고 손짓하며) 이런저런 사태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하지만 믿어주기 바란다. 정치인들의 말을 팩트체킹하는 게 내 직업니다. 사실 정치라는 직업 활동에서 거짓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가 흔히 가진 통념보다 아주, 아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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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지은이 톰 필립스는 이 책 이외에 <인간의 흑역사>라는 흑역사 시리즈가 있는데, 그 책도 기회되면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당신은 순 구라쟁이다.

책의 끝 문장: 그야 물론,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진실은 아버지를 하나만 두었으나 거짓말은 수천 명의 사내가 낳는 사생아로서 여기저기 곳곳에서 태어난다"라고 1606년 앨리자베스 시대의 작가 토머스 데커는 한탄한 바 있다. 또 16세기의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는 수필 <거짓말쟁이에 관하여>에서 이렇게 말했다. "거짓의 얼굴이 진실의 얼굴처럼 하나뿐이었다면 상황은 더 나았을 것이다. (…) 하지만 진실의 반대는 그 모습이 수십만 가지이며 펼쳐질 마당이 무한이니 거기엔 끝도 한계도 없다." - P26

그 밖의 종류로는 우선 ‘여론몰이’라는 게 있다. 정치인들의 기만술책 중 하나다. 여론몰이의 교묘한 점은 꼭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거짓을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대놓고 거짓말하는 정치인도 많지만, 여론몰이 기술의 정점은 진실만 말하면서도 완전히 거짓된 주장을 펴는 것이다. 정직의 벽돌을 가지고 허튼소리의 집을 짓는다고나 할까. 그 다음으로는 ‘망상’이라는 게 있다. 틀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옳다고 철석같이 믿는 능력으로, 그 형태는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집단 히스테리에 빠지거나 대세에 굴종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아마도 가장 만연하게 퍼져 있고 피해도 가장 큰 형태가 되겠는데, ‘개소리’라는 게 있다. - P30

당시엔 뉴스를 갈구하는 사람들을 이처럼 어이없게 바라보는 시선이 팽배했을 뿐 아니라, 인쇄물의 폭증이 인간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리라는 불안감도 만연했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정보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심각했고, 불길한 말들이 나돌았다. 1685년 프랑스 학자 아드리앵 바예는 이렇게 암울하게 예측했다. "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기세로 폭증하는 서적으로 인해 앞으로 다가올 수백 년은 로마제국 멸망에 뒤이은 수백 년에 못지않은 야만시대로 퇴보하리라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 P66

보통 ‘날조, 위조, 가장’을 뜻하는 ‘faking’이라는 단어는 그 이전까지 주류 담론에서 다루어지는 개념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도둑, 사기꾼, 배우 등 일부 불미스러운 직업군에서 쓰이는 은어였을 뿐이다. 앞서 뱀 기사를 연구했던 언론사학자 터커에 따르면, 그 용어는 1880년대 말 바야흐로 새로운 직업군으로 발돋움하고 있던 언론인 업계에 상륙했다. 그런데 그 말뜻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저지르면 업계에서 매장당하는 죄악’ 같은 개념이 아니었다. 몇몇 연구자들에 따르면 ‘faking’ 즉 ‘꾸며내기’는 언론인의 필수능력으로 여겨졌다. - P97

정치인은 일어나서 아침밥 먹기 전에 여섯 번은 거짓말할 기회가 있다. 그뿐 아니라 거짓말하기 좋은 무대와 잘 들어주는 청중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항상 듣기 좋거나 무대와 잘 들어주는 청중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항상 듣기 좋거나 화를 돋우는 거짓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테면 곧 좋은 시대가 온다거나, 우리가 고생하는 게 누군가의 탓이라거나, 세상은 복잡하거나 애매하지 않고 흑과 백으로 시원하게 가를 수 있다거나 하는 말들 말이다. (방금 얘기가 남의 얘기처럼 들리는 독자가 있다면, 본인 얘기일 가능성이 높다.) - P191

그런 노력이 통한다는 믿음을, 그리고 그런 노력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선거에서 졌다고 세상은 진실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자포자기하는 태도는 그리 어른스럽다고 하기 어렵다. 인터넷은 개소리 생산 공장이고 아무도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다는 생각도 역시 바람직하진 않다. 지금까지 이 책에서 살펴봤지만, 사람들이 그런 우려를 하는 게 지금이 처음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루머의 난무, 신생 통신 기술에 대한 집단 공황, 가짜 뉴스에 대한 공포, 정보의 홍수에 대한 두려움, 전부 여러 세기 동안 있었던 현상이다. 과거에도 잘 넘겨냈고, 이번에는 잘 넘겨낼 수 있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하고 자포자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가짜 뉴스’ 담론의 제일 우려스러운 점은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믿는다는 점이 아니라, 진짜 뉴스도 믿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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