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4 - 겁쟁이 사자 이야기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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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그레고리 머과이어 <위키드> 시리즈 4권 이야기를 해줄게. 4권의 부제는 겁쟁이 사자 이야기란다. 겁쟁이 사자는 <오즈의 마법사>의 주요 주인공 중에 하나이니 너희들도 누군지 잘 알겠지? <위키드> 2권에서도 잠깐 등장했었잖니. 그런데 그 겁쟁이 사자의 이름이 브르르였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단다. <위키드> 4겁쟁이 사자 이야기에서는 브르르가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 도로시와 헤어진 다음 어떤 삶을 살아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지은이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란다.

오랫동안 오즈의 권력을 차지하고 있던 오즈의 마법사가 어디선가 기구를 타고 와서 쿠데타로 정권을 차지했다는 것은 이전 <위키드> 시리즈에서 이야기가 되었잖아. 그리고 <위키드> 2권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 오즈의 마법사가 바로 엘파바의 친부였다는 것도 밝혀졌지. 오즈의 마법사의 이름을 아빠가 알려주었었나 모르겠구나. 오즈의 마법사의 이름은 오스카 조로아스터 디그스라고 하는구나. 오즈라는 말도 오스카 조로아스터 디그스의 준말이라고 하네. 그 오즈의 마법사가 다시 기구 타고 오즈를 떠나고 권력이 잠시 여러 사람에 거쳤다가 엘파바의 남동생 셀이 차지하게 되었잖니. 먼치킨랜드는 네사로즈가 영주로 있을 때부터 분리 독립하겠다고 오즈 정부와 분쟁을 겪고 있었는데 셀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서 4권의 이야기 할 때도 오즈 정부와 먼치킨랜드는 계속 내전 중이었단다.

그 전에도 이런 저런 일로 많이 등장했던 세인트글린다 수녀원 근처에서 전선이 형성되어 있어 그곳에는 포탄 소리도 자주 들리곤 했어. 어느날 겁쟁이 사자 브르르가 세인트글린다 수녀원에 찾아왔단다. 당시 브르르는 에메랄드 시 법원 행정관 서기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었어. 예언자로 부르는 야클 수녀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 온 것이야. 야클 수녀는 예전에 엘파바와 연관성 있는 수녀로 엘파바에게 빗자루를 선물해준 그 수녀란다. 야클 수녀는 찾아온 브르르에게 오히려 어떻게 살아왔는지 물어보았어.

 

1.

브르르는 태어날 직후부터 엄마 없이 자랐단다. 엄마가 왜 없는지 이유도 몰랐어. 그렇다 보니 겁이 많고, 어둠을 무서워하고 사냥꾼도 무서워하고 먹는 것도 풀만 먹는 채식주의자였단다. 사자가 채식주의자라니어렸을 때는 시즈 대학에 지내면서 수업시간에 실험용 사자로 사용되기도 했단다. 이것은 영화 <위키드>에서도 등장했었잖니.. 영화 속 그 사자가 바로 나중에 커서 겁쟁이 사자 브르르가 되는 것이란다. 시즈 대학에서 탈출한 브르르는 혼자 줄곧 자라서 친구도 없었단다.

길을 가던 브르르가 젬시라는 사냥꾼이 덫에 걸려 고통에 호소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 사냥꾼은 너무 고통스러워 자신을 빨리 죽여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브르르는 그의 곁에 있으면서 물도 갖다 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했어. 하지만 결국 젬시는 죽고 말았단다. 젬시는 죽기 전에 유언을 남겼고, 자신의 훈장을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해 달라는 부탁을 했어.

브르르는 자신의 첫 친구가 될 뻔한 젬시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그의 훈장을 들고 그가 속해 있던 군대가 있다고 하는 테니킨을 찾아 길을 떠났단다. 가는 길에 새끼곰 커빈스를 만나게 되어 커빈스의 마을에 잠시 들렀다가 방향을 잘못 들어 트리움이라는 마을에 도착했어. 트리움에서는 에메랄드 광산 노동자들을 뜻하는 글리쿤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파업 시위를 하고 있었어. 정부는 트리움의 상인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글리쿤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었단다. 글리쿤들을 브르르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도와달라고 했지만 겁쟁이 사자 브르르는 그들의 요청을 거절했단다. 자신이 겁이 많아서 거절한 것이지만 그의 이런 행동은 트리움 상인과 오즈 정부를 도와주는 격이었어. 이 일로 나중에 브르르는 오즈 정부의 중요 요직을 맡기도 한단다.

트리움에서는 정부의 무력 진압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단다. 브르르는 정부 요직으로 일하기는 했지만 일말의 죄책감도 가지고 있었어. 그리고 브르르가 트리움에서 한 행동을 알고 있는 이들은 브르르를 조롱하곤 했단다. 결국 브르르는 에메랄드를 떠나 남동쪽으로 길을 떠났단다. 가는 길에 브르르는 자신의 동족을 만났지만 그들 중에도 브르르의 엄마나 아빠의 소식을 알고 있는 이들은 없었어.

브르르는 다시 길을 가다가 도로시와 허수아비와 양철 인간을 만나게 된단다. 바로 <오즈의 마법사>의 그 장면이란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이니 짧게 이야기해보자. 오즈에 가서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서 서쪽 나라에 가서 도로사가 서쪽 마녀를 죽이고 오즈의 마법사와 도로스가 차례로 오즈를 떠났지. 그리고 오즈는 글린다와 허수아비가 잠깐 통치하게 되었어. 이 때 브르르는 글린다로부터 을 하사 받아 브르르 경이라고 불렀어. 그는 먼치킨랜드로 가서 시즈 대학에서 퇴출된 늙은 동물 교수들의 연금 문제를 해결해 주었어. 시즈 대학에서 퇴출된 늙은 동물 교수들이 예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브르르는 은행과 협상을 통해 동물 교수들의 예금을 일부 돌려주게 되었단다. 이후 브르르는 한때 개인금융협상전문가로 일하기도 했어. 그런데 오히려 브르르는 이 일로 사기죄로 기소되고 감옥에 갈 위기에 빠지게 되었단다.

귀족 중에 애버릭 경이 중재를 하여 그를 구제해주었지만 조건이 있었어. 첩보부에서 하고 추진하고 있는 비밀 임무를 맡아야 했어. 그것은 마법서 <그리머리>를 찾는 일이었단다. 엘파바가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금은 행방을 모른다고 했어. 브르르는 관련자를 찾다가 기록보존실 담당자로부터 야클 수녀가 연관되어 있다고 하여 브르르가 야클 수녀를 찾으러 왔던 것이란다.

 

2.

야클 수녀도 수수께끼를 가진 사람이란다. 어느날 잠에서 깨어났는데 자신은 중년을 넘어 노년의 나이가 되어 있었다고 했어. 그 이전의 기억은 하나도 나지 않는다고 했어. 오래 전 어느날 야클을 찾아온 스펀지라는 사람이 있었어. 스펀지는 바로 엘파바라는 키워주었던 유모란다. 엘파바의 엄마 멜리나 트롭이 네사로즈를 임신하고 있을 때 이번에도 녹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날까 봐 걱정되어 정상적인 아이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 왔던 거야. 그 때가 야클 수녀가 엘파바 집안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던 시기란다.

그들이 인터뷰를 할 때 타임드래곤 부대가 찾아왔어. 타임드래곤 부대장은 난쟁이였고, 그 외에 일리아노라라는 여자도 있었어. 일리아노라의 정체는 사실 노르였단다. 노르 기억나지? <위키드> 3리르 이야기에서 리르가 애타게 찾았던 이복누이 노르. 그 노르가 드디어 나타났구나. 무슨 사연인지 이름을 일리아노라로 바꾸었구나.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세인트글린다 수녀원 밖에서는 오즈의 군대와 먼치킨랜드 군대가 대치하고 있다고 했잖아. 수녀원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생각한 수녀들은 수녀원을 떠나게 된단다. 그런데 야클 수녀와 사자 브르르, 타임드래곤 부대가 안에 있다는 것을 몰랐는지 수녀원 문을 밖에서 잠그고 떠나는 바람에 그들은 안에 갇히고 말았어.

타임드래곤은 과거를 볼 수 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단다. 타임드래곤을 통해 야클 수녀의 정체가 밝혀졌는데 야클 수녀는 마법서 그리머리에서 나온 사람이었단다. ‘그리머리마법서에서 나온 야클 수녀는 엘파바 담당 천사로 일했던 거야. 엘파바에게 마법의 빗자루를 준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지. 하지만 현재 그리머리는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어. 그런데 타임드래곤이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그리머리를 보여주었단다. 야클 수녀는 자신의 고향인 그리머리로 다시 들어가 버렸단다. 나머지 일행은 수녀원을 떠나기로 했단다. 브르르는 원래 그리머리를 찾는 비밀 임무를 맡고 있었는데 그 일을 관두고 타임드래곤 부대 멤버들과 함께 길을 떠나기로 했단다. 그렇게 4권의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된단다.

<위키드> 5권의 부제는 레인 이야기란다. 레인은 리르의 딸인데 어떤 이야기가 또 펼쳐질지 궁금하구나. 아빠가 부지런을 떨어서 빨리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죽을 때가 왔지만, 그 노인은 죽을 것 같지 않았다.

책의 끝 문장: 브르르는 줄곧 고개를 숙인 채로, 자기가 하려는 일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성스러운 음악이란…… 이것도 변칙이다. 내세가 온갖 좋은 것들이 영원히 다 함께 존재하는 곳이라면, 거기에 음악은 존재할 수가 없다. 음악이란 서로 인접한 소음들이 떠듬떠듬 연이어지는 것이다. 강세, 불협화음, 부조와, 협화음, 그리고 해소에 이른다. 이어진다는 건 시간차가 있다는 뜻이다. 음악을 이루는 소리들이 모두 함께 존재한다면, 즉 모든 음이 동시에 울린다면, 그리고 영영 그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냥 소리일 것이다. 탁하게 흐린 소음 덩어리이자 청각을 교란하는 윙윙거림의 바다이리라. - P415

"거기에는 언덕 아래 네 번째 아이가 있었어요. 날씨를 볼 줄 알아서 벼락이 칠 것 같다고 생각했죠. 그 여자애는 달음질쳐 올라가서 다른 아이들을 모두 언덕 꼭대기에서 내려가게 할 수 있고, 그러다 죽을지도 모르지만 죽음을 무릅써요. 만약 그 용감한 아이가 벼락을 맞아 죽음을 당하면 그것은 엄정한 운명이 작용한 거예요. 그러나 다른 아이들의 인생은 달라졌지요. 역사는 줄곧 소수의 놀이꾼들의 간섭에 휘둘려 왔어요. 그게 우리가 소망하는 바이고, 또 두려워하는 것이기도 하지 않은가요? 그렇지 않아요?" - 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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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 작전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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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왠지 묵직한 작가 필립 로스의 신간 <샤일록 작전>이란 책을 이야기할게. 신간이라고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신간이고, 원작으로는 1992년에 출간된 비교적 오래된 소설로, 고전의 반열에 들어가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필립 로스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여러 편 집필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읽은 <샤일록 작전>도 주인공이 필립 로스란다.

<샤일록 작전>은 아빠가 읽은 필립 로스의 다섯 번째 작품인데, 그 전에 읽은 <미국을 노린 음모>의 주인공도 필립 로스였단다. 그런데 <미국을 노린 음모>는 대체 역사 소설로 당연히 허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번에 읽은 <샤일록 작전>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1992년 당시 실제 벌어지고 있는 데미야뉴크 사건에 대한 재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것이 소설인지 실제 이야기인지 헛갈리기도 했단다. 아빠는 초반부에 지은이가 직접 겪은 일에 허구적인 요소를 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소설 맨 마지막 작가의 말을 통해 이 모든 것이 허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읽는 사람이 헛갈리는 것은 필립 로스의 필력이 그만큼 좋았다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소설의 제목 <샤일록 작전>의 샤일록이 무슨 말인지 몰랐어. 소설 중간을 넘어서까지 샤일록 작전에 대해 나오지 않아서 더욱 궁금했단다. 그런데 Shawn이 책의 제목을 물어보고 아빠가 <샤일록 작전>이라고 하니, 샤일록?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그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라고 물어봤잖니이 책이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소설 제목의 샤일록이 <베니스의 상인>의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 <베니스의 상인>을 언제 읽었냐고 물어보니 학원에서 읽으라고 한 책에 있었다고 했잖아. 비록 학원 숙제로 읽었어도 그걸 잘 기억하고 있구나. 아빠는 기억력이 완전 휘발성인데 말이야. 아빠도 Shawn 덕분에 샤일록은 안 잊을 것 같다. 아빠는 <베니스의 상인>을 그 전까지는 읽지 않았는데, <샤일록 작전>을 읽고 나서 <베니스의 상인>도 읽어 보았단다. <베니스의 상인>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줄게.

, 그러면 <샤일록 작전>은 어떤 작전인지 이야기해 보자. 아참, <샤일록 작전>은 지금까지 읽은 필립 로스의 소설들 중에 가장 읽기 어려웠던 것 같구나. 소설의 설정은 신선해서 흥미롭게 시작해서 좋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관계의 배경지식이 적다 보니 그러지 않았나 싶구나. 하지만 필립 로스의 소설들은 역시 묵직함과 재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번 소설에서도 증명된 것 같구나.

 

1.

1988년 이스라엘에 사는 친척과 친구 작가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이스라엘에 필립 로스를 사칭하고 다닌다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그 가짜 필립 로스는 자신이 필립 로스라고 하면서 재판에서 참석하고

언론 인터뷰도 한다는 거야. 이런 어이 없는 상황이 있나. 그런데 당시 필립 로스는 건강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어. 몇 달 동안 잠을 못 자서 수면제를 복용하였고, 무릎의 통증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더 악화가 되었어. 정신도 비몽사몽인 상태라서, 며칠이 지나자 이스라엘에서 온 전화가 진짜 있었던 일인지 꿈인지 헛갈렸어. 그러던 중에 또 자신을 사칭한다는 전화를 받았단다. 가짜 필립 로스가 묵고 있는 호텔도 알려주었어. 그래서 그 가짜 필립 로스가 묵고 있는 호텔에 기자인 척 목소리를 변조해서 전화를 했는데, 그 놈은 자신이 필립 로스라면서 인터뷰에 응하는 거야. 내가 진짜 필립 로스라고 큰 소리를 치고 싶음 마음을 참고 전화를 이어갔단다.

그런데 그 인터뷰에서 가짜 필립 로스는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이야기했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이야기했어. 유럽 출신인데 이스라엘에 들어와 사는 사람들은 모두 유럽으로 돌려 보내고 이스라엘 국경을 1948년 이전의 국경으로 삼고 이웃하는 이슬람국가들과 협조하며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단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리는구나. 그런데 그는 이런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했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웃 이슬람국가들에 의해 학살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말이야. 필립은 반박하며 이야기를 했지만, 가짜 필립 로스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단다. 그런 식으로 이스라엘에서 자신을 사칭하면서 인터뷰를 한다면, 그곳에는 필립 로스가 그런 주장을 편다고 생각하겠지? 얼른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는 데미야뉴크 사건 재판에도 방청했는데, 이 사건은 실제 있었던 재판으로 상당히 논란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 사건의 내막과 결론은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알 수 있단다. 아빠는 간단히 이야기할게. 2차 세계 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에서 만행을 저지른 공포의 이반이라는 별명을 가진 자가 있었어. 그런데 미국의 공장에서 평범하게 일하고 있는 존 이반 데미야뉴크라는 사람이 공포의 이반과 동일한 사람이라고 신고를 해서 진행되는 재판이었단다. 아무런 특색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 사람이 제2 홀로코스트 범죄자였다니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가 동일인이었다는 것 또한 밝히기 쉽지 않았대. 그래서 재판은 엄청 길어졌다고 하는구나. 이 소설을 쓴 1992년도 여전히 재판 진행 중이라고 했어. 가짜 필립 로스가 이스라엘에서 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필립 로스는 자신이 직접 이스라엘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단다. 소설가 친구 아하론를 인터뷰할 일도 있고 해서 그는 이스라엘로 향했단다.

 

2.

필립 로스는 이스라엘에 도착해서 데미야뉴크 재판에 방청했어.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사칭하는 가짜 필립 로스도 만나게 되었단다. 가짜 필립 로스, 이름 부르기가 헛갈리니까 필립 로스가 가짜 필립을 부르는 호칭인 모이셰 피픽으로 호칭을 부르자꾸나. 이제부터 가짜 필립 로스는 피픽으로 부를게. 피픽은 필립 로스를 보더니 먼저 아는 척을 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어. 보통 자신이 사칭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도망가기 마련인데 말이야.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외모마저 무척 닮아있다는 거야. 필립 로스도 놀랬단다.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구분을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 피픽은 자신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이름도 필립 로스라고 했어. 그런데 자신은 암에 걸려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믿을 수 있는 것인지그러면서 자신이 소설가 필립 로스 행세를 한 것은 맞지만 그것으로 피해를 준 적이 없지 않냐고 반문했어. 필립 로스는 사칭 그 자체가 큰 잘못이라고 했어.

나중에 호텔에 묵고 있는데, 피픽의 대리인이라면서 간호사 징크스 모제스키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필립 로스가 바로 내치지 못하고 이야기를 들은 이유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는 것. 징크스는 필립의 담당 간호사였는데, 오히려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 반유대주의자였던 자신을 살려준 이가 필립 로스, 그러니까 가짜 필립 로스, 그러니까 피픽이라고 했어.

 

그들은 반유대주의자 비밀 모임을 갖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어.

필립 로스는 이스라엘에 있으면서 이상한 경험들을 했단다. 스마일스버거라는 낯선 사람이 아는 척을 하면서, 100만불을 기부하겠다면서 수표를 주었단다. 나중에 알고 그는 자신을 피픽으로 잘못 보고 그 돈을 준 것이었어. 그 이후에도 자신을 피픽으로 잘못 알아보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 그리고 우연히 30년 전 대학 친구였던 조지 지하드를 만났단다.

조지 지하드는 아랍인이었는데 미국에서 생활했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아버지의 고향인 예루살렘으로 이사를 왔다고 했어. 유대인도 그렇고 아랍인도 그렇고 위험한 예루살렘으로 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교의 믿음이 그렇게 강한 것일까? 아빠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구나. 조지는 자신뿐만 아니라 아내와 어린 아들까지 함께 왔다고 했어. 하지만 아들은 예루살렘에 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어. 당연한 것 아닌가 싶네.

조지는 예루살렘의 현실을 알려주겠다면서 필립 로스를 데리고 재판장에 데리고 갔어. 그 재판은 친구 카말의 동생은 십대 소년인데 누명을 쓰고 감옥에 투옥되어 있다고 했어. 조지는 재판장에 가는 길에 예루살렘의 현상황과 문제점에 대해 엄청 길게 이야기를 했어. 이스라엘 사람들이 홀로코스트에서 많이 희생한 것은 맞지만 그들은 그것을 상품화하여 자신들만 큰 희생을 당한 것처럼 홍보한다고 비판했어. 그러면서 그들이 아랍인에게 하는 행하는 나쁜 짓들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어.

이것은 좀 생각해볼 문제란다. 이스라엘이 아랍국가들을 상대로 한 전쟁으로 인해 아이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죄 없는 민간인들이 죽었단다. 지난 주도 뜬금없이 이웃 나라에 포탄을 날려서 전세계로부터 욕을 먹었잖니. 그런데 이스라엘은 자신의 폭력적인 살인 행위에 대해 사죄를 안 한 것으로 알고 있어. 자신들인 인종 차별을 당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다른 인종에게 가한다니.. 아빠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질 않는단다. 그들 또한 용서 받지 못할 죄를 저지를 뿐. 아무튼 필립 로스는 대학 동창의 친구의 어린 동생의 재판에 참여했는데, 그 어린 소년은 몸이 엉망이 되어 있었어.  그 재판이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그는 재판에 대해 자기 의견을 내는 것을 조심스러워 했단다.

 

3.

피픽의 필립 행세는 계속되었어. 어느날은 필립을 사칭해서 필립이 없는 필립의 호텔 방까지 들어와 있었어. 뒤늦게 필립이 와서 또 둘은 설전을 벌였어. 피픽은 필립에게 100만불 수표를 달라고 했어. 그 길거리에서 만난 스마일스버거가 건네준 돈 100만불을 달라는 거였어. 하지만, 필립은 오는 길에 경찰에 수색을 당하다가 잃어버렸다고 했어. 실제로 필립은 그 돈을 어디선가 잃어버렸단다. 둘은 티격태격하다가 피픽이 문 밖에 잠시 나간 틈에 문을 굳게 잠그고 그를 들여보내주지 않았어. 그가 돌아가고 징크스가 찾아왔단다.

그녀의 매력 때문인지 그녀의 말에 설득하여 문을 열어주었어. 징크스는 피픽이 데미야누크의 아들을 납치하려고 한다그러니 그걸 막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어필립은 그녀의 매력 때문인지 또 그녀의 말에 설득 당해 결국 피픽의 숙소를 찾아가 보았지만 그는 그곳에 없었고, 어떤 무리들에 잡혀 감금당하게 되었단다. 그제서야 함정에 빠진 것을 알았지.. 당연히 피픽이 자신을 데리고 온 줄 알았는데, 그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스마일스버거였어. 스마일스버거는 자신들이 계획하고 있는 샤일록 작전에 참여 달라고 요청했어. 결국 필립 그 작전에 참가하게 된단다.

하지만 아테네에서 진행된 샤일록 작전에 대한 내용은 책에 실리지 않았단다. 원래 필립 로스가 그 작전에 대한 내용으로 한 챕터를 썼다고 했어. 하지만 그 내용에 중요 기밀이 너무 많이 실려 있다면서 스마일스버거가 책에서 빼달라고 요청을 했고, 필립 로스는 그 작전에 대한 내용은 빼고 책을 만들었다고 하는구나. 끝까지 이 이야기가 진실인지 허구인지 헛갈리게 하는 지은이의 능청. 그렇게 소설은 끝맺음을 하게 된단다. 그리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맨 마지막에 독자에게 보내는 말에서 이 책은 허구다라고 자백을 했단다.

아빠가 너희들에게 이 소설에 대한 줄거리를 이야기하면서 앞뒤 흐름이 이어지지 않고 개연성 없이 이야기가 점프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모두 아빠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란다. 이런 소설은 좀더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데, 핑계지만 좀 바쁜 기간에 읽어서 집중해서 읽지 못한 점도 소설의 흐름을 잃은 이유 중에 하나였던 것 같구나.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지만, 일단은 밀린 책들이 워낙 많이 대기하고 있어서 먼 훗날로 미루기로 하자.

이 책이 쓰여진 것은 1992. 30년이 흘렀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구나. 더 악화되었다면 되었지 해결할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구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주변 아랍국까지 횡포를 부리고 있는 상황. 더 이상 유대인이 제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로 보이지 않는 요즘이란다. 그거보다 더 큰 가해자로 보이기 시작했어. 힘이 아닌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되었으면 좋겠는데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1988 1, 신년이 밝은 지 며칠 뒤에 나는 또 다른 필립 로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책의 끝 문장: “당신의 유대인 양심이 이끄는 대로 따르시오.”


홀로코스트의 현실은 모두의 상상력을 뛰어넘었습니다. 만약 내가 사실을 충실하게 기록했다면, 아무도 내 말을 안 믿었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당시의 나보다 아주 조금 나이가 위인 여자아이를 선택하는 순간, 기억의 힘센 순아귀에서 ‘내 인생 스토리’를 빼내 창조적인 실험실에서 넘겼습니다. 거기서 기억은 유일한 주인이 아닙니다. 거기서는 인과관계에 입각한 설명, 사건들을 서로 묶어주는 가닥이 필요합니다. 예외적인 일은 전체 구조의 일부로서 그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때에만 허용될 수 있습니다. 나는 ‘내 인생 스토리’에서 믿을 수 없는 부분을 덜어내, 좀 더 믿을 수 있는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 내놓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 P114

놈들이 성공한다고 가정해보세. 놈들이 싸움에서 이겨 나블루스의 모든 아랍인, 헤브론의 모든 아랍인, 갈릴리와 가자의 모든 아랍인, 세상의 모든 아랍인이 유대인의 핵폭탄 덕분에 사라진다고 생각해봐. 앞으로 오십 년 뒤 놈들에게 무엇이 남겠는가? 중요성이라고 전혀 없는 작고 시끄러운 나라뿐이겠지. 팔레스타인을 박해하고 파괴한 결과가 그렇게 될 거야. 유대인만으로 이루어진 벨기에 같은 나라가 만들어지는 거지. 하지만 그나마 자랑할 만한 브뤼셀 같은 도시도 없는 나라. 이 ‘진짜’ 유대인들이 문명에 기여한다면 그런 것뿐이야. 유대인을 위대하게 만들어준 모든 특징이 없는 나라! 자기들의 사악한 점령체제하에 살아가는 다른 아랍인들에게 자기들의 ‘우월성’에 대한 존경심과 두려움을 주입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난 자네의 민족과 함께 사람이야. - P175

전세계 유대인들의 눈에도 유지되는 나라라는 것, 점령지에서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봉기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마키아벨리 국가라는 것, 이 나라가 마키아벨리식 세계에 있는 것은 사실일세, 시카고 경찰국과 마찬가지로 성결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그들은 이 나라가 유대인 문화, 민족, 유산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지난 사십 년 동안 선전했지. 사실 이 나라의 존재는 품질과 가치 면에서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선택적인 것이었는데도 이스라엘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현실이라고 선전하는 데 온갖 술수를 동원했어. - P189

사람은 이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합니다. 이건 아주, 아주 기본이죠. 사막에서 온 겁니다. 저 풀잎은 내 것이고, 내가 기르는 짐승은 그 풀을 먹지 못하면 죽는다. 우리 집 짐승이 먹을 것이야, 너희 집 짐승이 먹을 것이냐, 여기서부터 타키야(시아파 신도들의 박해의 위험이 있을 때 신앙을 감추는 행위)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대개 ‘위장’이라고 하죠. 시아파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나지만, 사실은 이슬람 문화 전체에 퍼져 있습니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위장은 이슬람 문화의 일부입니다. 위장을 허락하는 분위기는 널리 퍼져 있습니다. 사람이 스스로 위험해지는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문화, 상대가 분명히 솔직하고 진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문화죠. - P204

그 작품의 첫 번째 대사, 그러니까 1막 3장을 여는 대사에서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거의 사백 년 전 샤일록이 세상의 무대에 나와 자신을 소개한 말 때문에요. 그래요. 사백 년 전부터 유대인들은 이 샤일록의 그림자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현대 세계에서 유대인은 항상 재판을 받는 신세였어요. 지금도 유대인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인이라는 형태로, 유대인을 상대로 한 현대의 재판, 결코 끝나지 않는 이 재판의 시발점이 바로 샤일록 재판입니다. 전세계 관객들에게 샤일록은 유대인의 화신입니다. - P392

관용구, 관심사, 정신적인 리듬 면에서 K의 일기나 A. F.의 일기 같은 글들은 훤히 눈에 띄는 애잔함을 확인해준다. 첫째, 유대인은 평범하다. 둘째, 그들은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없는 상황이다. 평범한, 단조롭고 눈부시며 축복받은 평범함, 모든 관찰, 모든 감상, 모든 생각에 이것이 있다. 유대인이 꾸는 꿈의 중심, 시온주의와 디아스포리즘 모두에 열기를 제공해주는 것은 유대인이 유대인임을 잊었을 때 사람이 되리라는 것. 평범함. 지루함. 이렇다 할 사건이 없는 단조로움. 진을 치지 않는 삶. 각자 자기만의 유람선에서 반복적으로 느끼는 안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대인의 삶이라는 믿을 수 없는 드라마. - P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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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꾼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재필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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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도스토옙스키의 <노름꾼>이란 책을 이야기해줄게.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은 아빠가 몇 편 읽었는데 모두 그 묵직함이 주는 여운은 오래가는 것 같더구나. 책을 쓴 도스토옙스키도 존경스럽긴 하지만, 그 책들마저 존경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 물론 아빠가 러시아 문화와 역사를 잘 몰라서,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을 모두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야. 나중에 그의 책들은 천천히 정독으로 다시 한번 읽어볼 생각이란다.

이번에 읽은 <노름꾼> 역시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 중에 하나로, 자신 스스로 도박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27일만에 쓴 소설로 유명한 소설이란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에 27일만에 쓸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27일만에 썼다고 그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란다. 그의 다른 대작들보다 페이지 수는 적지만, 오히려 페이지가 적어서 접근성이 더 좋지 않을까 싶구나. 소설의 주제도 도박이라고 하니, 일반 사람들의 흥미를 더 끌게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말이야. 아빠도 재미 삼아 또는 친구들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도박을 해 본 적은 있지만, 그것에 빠져들지 않을 이성은 갖고 있었단다. 도스토옙스키는 어쩌다 엄청난 빚까지 지게 되었을까. 오늘날에도 도박에 빠져 전재산을 날렸다는 뉴스를 가끔 보는데 어쩌다 그런 상황까지 빠져들게 될까 싶구나.

, 그러면 도스토옙스키의 <노름꾼> 이야기를 해볼게. 아빠가 읽은 이전의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은 대부분 심호흡을 하고 읽기 시작해야 하는데, 이 책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시작했단다. 아참, 책표지의 그림의 색채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뭉크의 그림이더구나. 책에 그림 제목은 안 나와 있어서 찾아보니 <몬테카를로에서 열린 룰렛 테이블에서> 라는 1892년 작품이더구나.

 

1.

주인공 알렉세이 이바노비치는 25살이란다. 그는 자고란스키 장군 집안의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고 그 가족들과 함께 독일의 롤레텐부르크란 곳에 여행을 와 있었단다. 룰레텐부르크란 곳을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안 나온단다. 룰레텐부르크는 지은이 도스토옙스키가 만들어낸 가상의 도시란다. 대표적인 도박 게임이자 이 소설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룰렛을 가지고 만든 도시 이름이야.

자고란스키 장군 가문은 한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몰락한 귀족으로 빚도 많이 지고 있었어. 그가 재기할 방법은 친척 할머니 안또니다 바실리예브나의 유산뿐이었어. 겉으로는 드러낼 수 없지만, 자고란스키는 그 친척 할머니가 돌아가시길 내심 기다리고 있었단다. 자고란스키는 블량슈라는 젊은 여자와 사귀고 있었는데, 블량슈라는 여자도 자고란스키의 돈을 보고 접근한 것 같았어. 자고란스키 대령은 뽈리나라는 양녀가 있는데, 알렉세이는 뽈리나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이를 뽈리나도 알고 있었지만 아빠 생각에 뽈리나는 알렉세이가 자신의 신분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아. 그렇다고 그를 아예 쳐다보지는 않는 것은 아니고, 적당히 밀고 당기면서 그와 만나면 티격태격하기도 했어. 알렉세이는 자신이 얼마나 뽈리나를 사랑하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뽈리나의 명령이라면 사랑을 죽일 수 있다고 했어.

룰레텐부르크에서 알게 된 프랑스인 마르키즈 드 그 그리외 후작이 있었어. 자로간스키 장군은 재산 대부분이 프랑스인에게 저당 잡혀 있었어. 뽈리나는 그런 관계 때문인지 몰라서, 프랑스인 드 그리외 후작을 마음에 두고 있었단다. 뽈리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하긴 했는데 진심인지는 잘 모르겠구나. 더욱이 영국인 에이슬리에게도 관심을 갖고 있었거든. 알렉세이, 드 그리외 후작, 에이슬리그리고 뽈리나.. 뽈리나는 어떤 남자를 고를까, 마치 도박장에서 어떤 숫자를 고를까 고민하는 듯 했어. 그렇게 해서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알렉세이는 영국인 에이슬리와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는데, 자고란스키 장군의 애인 블량슈 양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블량슈는 재작년에도 룰레텐부르크에 있었는데, 당시에도 많은 돈을 잃고 이슈가 되어 경찰에 의해 추방명령을 받은 적이 있었대. 그 이후에는 로금꾼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일을 했는데 자고란스키 장군에게 접근한 것도 의도적인 것 같았어. 이 이야기를 들은 알렉세이는 진작에 그런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냐면서 에이슬리에게 도리어 화를 내기도 했단다.

 

2.

자고란스키 장군이 죽기를 기다리는 그 친척 할머니 안또니다 바실리예브나가 제법 건강한 모습으로 롤레텐부르크에 나타났단다. 엄청난 여행 짐과 하인들을 대동해서 작은 소동이 일기도 했어. 할머니는 룰렛을 할 줄 몰랐는데, 알렉세이를 데리고 룰렛을 하러 도박장에 왔단다. 알렉세이의 도움으로 할머니는 처음 룰렛을 해서 엄청난 돈을 따게 되었고 그 일로 자랑을 하고 딴 돈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단다. 원래 도박이란 것이 그렇지. 처음 배울 때는 따게 되어 있지. 자고란스키 장군을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은 할머니에게 룰렛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어. 알렉세이에 도와주지 말라고 했지만, 그러면 아마 할머니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고 그 다른 사람은 할머니의 돈마저 몰래 빼먹을 것이 뻔하다 생각했어. 할머니의 고집을 꺾지 못해 알렉세이는 또 할머니의 룰렛을 도와주었는데 두 번째 룰렛에서는 큰 돈을 잃게 되었단다.

여기서 끊어야 하는데, 고집 센 할머니는 자신은 언제든지 큰 돈을 딸 수 있다고 하고 계속 룰렛을 하게 되었단다. 룰렛은 할머니는 약 올리듯 잠깐 따게 했다가 다시 큰 돈을 잃는 것을 반복했단다. 가지고 온 돈을 다 잃고 환전까지 했지만 그 돈도 순식간이었어. 이젠 그만하고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가겠다고 했다가도 모스크바가 아닌 도박장으로 다시 향했단다. 알렉세이도 더는 동행하지 않기로 했어. 할머니는 그곳에서 알게 된 폴란드 인에게 부탁을 해서 폴란드 인이 할머니의 룰렛을 도와주게 되었어. 짧은 시간에 엄청난 거금을 잃게 된 할머니그제서야 모스크바로 돌아갔단다.

어느날 뽈리나가 알렉세이를 찾아왔어. 빚을 갚기 위해 돈이 필요한데 방법이 없다면서 알렉세이에 하소연을 하며 화를 내기도 했어. 알렉세이는 룰렛을 하러 갔는데, 딴 돈을 다시 올인하는 광기의 도박을 했는데, 그날따라 룰렛은 그의 편이었는지 알렉세이는 거금을 따게 되었고 그 돈을 뽈리나에게 주었지만, 뽈리나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 돈을 알렉세이에게 집어 던지고 자리를 떠났단다.

회의를 느낀 알렉세이는 룰레텐부르크를 떠나 파리로 갔는데, 알렉세이가 큰 돈을 벌었다는 것을 알았는지 블량슈가 그에게 접근하여 동행했단다. 알렉세이와 블량슈는 파리에서 함께 지냈는데 알렉세이가 번 돈은 3주만에 다 써버렸고, 블량슈는 사라진 돈처럼 알렉세이를 떠났단다. 알렉세이는 다시 파리를 떠났단다

 

3.

시간을 지나고 1 8개월 뒤 함부르크로 장소로 바뀐단다. 그곳에서 에이슬리를 우연히 만나는데 그 동안의 일들을 이야기해주었어. 알렉세이는 파리를 떠나 다시 룰레텐부르크에 와서 다시 도박을 했는데 빚을 갚지 못하여 감옥까지 갔단다. 그런데 누군가 그를 돈으로 빼주어 출소할 수 있었다고 했어. 에이슬리도 그 동안 자고란스키 장군 집안의 이야기도 해주었어. 결국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자고란스키 가족들도 유산을 받게 되었는데, 자고란스키도 얼마 못 가 죽게 되었고, 그의 유산은 그에게 다시 접근한 블량슈에게 넘어가 버렸다고 했어. 그리고 뽈리나도 할머니의 유산을 받았는데 지금은 스위스에서 지낸다고 했어. 그리고 뽈리나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이는 다른 아닌 알렉세이를 이야기를 들었어. 알렉세이는 이 이야기를 듣고, 뽈리나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났단다.

이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마지막에 진정한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나기는 하지만 이미 다 해어질 대로 해어진 사랑이 아닌가 싶구나. 그뿐 아니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도박으로 망가지는 모습이 안타깝구나. 도박이 없었다면 평온하고 단란한 가족이었을 것 같은데뽈리나는 숫자 고르듯 애인을 고르지 않으려고 했을 텐데알렉세이도 사랑에 마음조리지 않았을 텐데하지만 이런 시련의 경험이 앞으로 삶에 밑거름이 되면 좋겠지만, 한번 도박에 빠졌던 사람은 또 빠지게 된다는데, 알렉세이는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구나.

..

도박과 사랑어떤 것이 중허겄냐. 당연히 사랑 아니겠니소설 속 등장인물들에게 아빠가 몇 번씩 알려주고 싶은 쉬운 정답이었단다. 오늘은 그럼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드디어 나는 2주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책의 끝 문장: 내일,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런데 나는 빨간색이 연이어 일곱 번씩이나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상한 오기가 생겨서 일부러 빨간색을 물고 늘어졌다. 내가 그렇게 한 데에는 자존심도 절반쯤 작용했다고 보는데, 정말이지 나는 앞뒤 가리지 않는 모험으로 구경꾼들을 놀라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아, 이상야릇한 느낌이다- 내가 분명히 기억하는 것은, 전혀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는데도 별안간 모험에 대한 강한 열망이 나를 사로잡아 버렸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 영혼은 수많은 느낌들을 거쳐 왔으면서도 그것들에 의해 충만되는 것이 아니라 자극만을 받은 채 완전히 진이 빠질 때까지 더 많은 느낌들, 더욱더 강렬한 느낌들을 요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건 거짓이 아니라 정말인데, 만일 게임의 규칙상 한꺼번에 5만 플로렌까지 거는 것이 허용되기만 한다면 나는 분명히 5만 플로렌을 걸었을 것이다. 주위에서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난리들이었다. 빨간색이 벌써 열네 번이나 나왔다고들 했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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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3 - 리르 이야기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임재서 옮김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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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오늘은 아빠가 가끔씩 읽고 있는 위키드 시리즈 3권의 이야기란다. 위키드 시리즈는 각 권마다 부제가 붙어 있는데, 3권의 부제는 리르 이야기란다. 리르, 생각 나지? 2권에서 엘파바의 아들로 99.99999% 추정되는 그 아이피예로와 불륜으로 낳은 아이로 추정되는 그 아이리르도 생각해보면 참 불쌍한 아이로구나. 태어나기도 전에 아빠는 죽었고, 엄마는 자신이 자기의 엄마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거기다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엄마도 일찍 죽어서 고아가 된 아이오즈라는 나라가 고아에게 복지를 잘 해주는 것도 아니고, 혼자 된 리르가 살아가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이야기가 3권에 펼쳐진단다. 그럼 곧바로 이야기를 해줄게.

도로시가 동쪽마녀 네사로즈와 서쪽마녀 엘파바를 죽인 이후 다시 자신의 고향인 캔사스로 돌아갔단다. 오즈를 다스리던 오즈의 마법사도 홀연히 사라져서 오즈의 나라는 권력 공백 상태가 되었는데, 그때 글린다가 잠시 권좌에 않아 통치를 하다가 곧바로 도로시의 친구 허수아비가 통치하게 되었단다. 허수아비가 오즈를 다스리는 것은 원작에도 나오는 이야기잖니. 그런데 그 허수아비가 사실은 도르시의 친구가 아니고, 다른 사람인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어. 아무튼 얼마 후 허수아비는 불미스러운 일로 황제 자리에서 쫓겨나고, 허영심 가득한 신성 황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시절, 이야기는 시작된단다.

 

1.

엘파바가 죽고 나서, 도로시는 엘파바가 죽었다는 증거를 오즈의 마법사에게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 증거로 엘파바의 빗자루를 가져가겠다고 하자, 리르는 그 빗자루는 이제 자신의 것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도로시는 오즈의 마법사에게 보여주기만 하고 다시 돌려준다고 하여 리르는 도로시 일행과 함께 에메랄드로 향했단다. 에메랄드에 도착하고 나서 도로시는 고향으로 떠났고, 리르와 허수아비는 함께 에메랄드 시를 떠나려고 했단다. 허수아비는 원래 오즈의 왕을 물려 받았는데, 왕 자리가 싫었고, 글린다가 다른 밀짚인간에게 왕을 넘길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앞서 불미스러운 사고로 왕 자리에서 쫓겨난 허수아비는 도로시의 친구 허수아비가 아니고, 글린다가 고용한 가짜 허수아비였던 것이란다.

성을 빠져 나온 다은 리르와 허수아비는 헤어지고, 리르는 노르를 찾아보려고 했어. 노르 혹시 기억나니? 키아모코에서 살 때 체리스톤 사령관이 이끈 군인들이 사리마의 가족들을 모두 납치해가서 행방불명이 되었잖아. 그런데 노르만이 오즈의 마법사에게 잡혀 있었던 것을 엘파바가 구출하려고 하다고 실패했잖니.. 리르는 에메랄드 시에 왔으니 노르를 찾아보려고 했어. 리르와 노르는 엄마는 다르지만, 아빠가 같은 사람이잖아. 어찌 생각하면 가족이니까리르에게 유일하게 남은 가족.

리르는 다시 글린다를 찾아가 만났고, 글린다에게 노르 찾는 일을 도와달라고 하니, 노르는 남쪽 계단 및 지하세계의 감옥에 갇혀 있을 것이라고 했어. 그리고 그곳은 네사로즈와 엘파바의 남동생인 셸이 그곳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어. 리르는 셸을 만나고 셸은 리르를 데리고 지하감옥에 갔단다. 하지만 노르는 이미 그곳에 없었어. 버려지는 돼지 시체에 숨어서 탈옥을 했다는 거야. 노르도 똑똑하구나. 리르는 다시 지상에 와야 하는데, 셸은 이미 돌아갔고 혼자서 미로 같은 지하감옥의 길을 찾기란 쉽지 않았어. 그런데 그때 엘파바의 빗자루가 갑자기 날아 올라 리르를 안전하게 지상까지 데려다 주었단다. 감옥에서 나온 리르는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군에 입대한단다. 시민군으로 복무하면서 가끔씩 노르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노르의 흔적은 어떤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어. 시민군으로 있으면서 글린다의 경비대로 차출되기도 했어.

4~5년이 흐르고, 리르는 7의 창이라는 부대로 쿼들링 지역으로 출정을 하게 되는데 이 부대의 대장이 체리스톤 사령관이란다. 노르의 가족들을 납치해 간 바로 그 체리스톤 사령관. 그들이 쿼들링으로 가는 이유는 쿼들링 총독이 납치되어서 그곳 치안을 담당해야 한다고 했어. 그러니까 말은 출정이지만, 전투가 아닌 사회구조업무에 해당했단다. 그곳에서 또 3~4년을 지냈단다.

리르는 어느날 작전에 투입되는데, 체리스톤은 벵다 마을이 반란을 일으켜 그것을 진압해야 한다고 했어. 그런데 그 방법이 무척 잔인하구나. 마을을 모두 불태우는 것이었어.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고, 벵다 마을을 불태우는 것은 오즈의 성에서 내려온 명령이었어. 리르도 그 작전에 포함되어 거짓 반란인줄 모르고 벵다 마을에 불을 질렀단다. 리르는 어떤 소녀가 부모에 딸을 살리려고 강물에 빠뜨리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가. 리르는 그 소녀를 구출하려고 강을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단다. 강한 죄책감을 갖게 된 리르는 그날로 군대를 떠났단다.

그리고 키아모코로 돌아왔어. 노르가 감옥을 탈출하여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왔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 하지만 그곳에도 노르는 없었어. 하지만 유모가 아직 살아 있었고, 엘파바의 말하는 원숭이 치스터리가 아직 그곳에 있었어. 며칠 동안 그곳에 머물다가 빗자루를 타고 그곳을 떠났단다. 가는 길에 중상을 입은 백조 여왕을 만났어. 백조 여왕은 정체 모를 용들의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다고 했어. 최근에 수녀를 상대로 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그것도 용들의 짓이라고 했어. 백조 여왕은 새들의 회의가 가는 길이었는데 이렇게 중상을 입어 그곳에 가지 못하게 되었으니, 리르에게 대신 가서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어. 그리고는 백조 여왕은 그만 죽고 말았단다.

리르는 백조 여왕의 부탁을 받고 새들의 회의에 참석하려고 다시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올랐단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용들의 공격을 받아 망토와 빗자루를 빼앗기고, 그대로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단다. 그러면서 정신을 잃고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단다.

위키드 3권의 구성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이야기를 해주었어. 소설의 첫 부분에 리르가 중상을 입은 채 발견이 되는데, 그 이유는 소설이 한창 진행된 다음 과거를 이야기해주면서 그 이유가 밝혀지게 된단다. 그런데 아빠는 그냥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해 준 거야.

 

2.

에메랄드 시로 가는 마차를 몰던 오치 맹글핸드라는 사람이 마차를 몰고 가다가 시신을 발견하게 되어 놀랐는데, 자세히 보니 아직 죽지 않았지만 중상을 입어 정신을 잃은 청년이었단다. 오치는 그 청년을 마차에 태워 세인트글린다 수녀원에 데리고 와서 치료해 달라고 했단다. 수녀원에 있는 몇몇 수녀들은 그 청년이 오랜 전 이곳에 머물다가 엘파바와 함께 떠난 리르라는 것을 알아봤어. 의사 수녀는 리르의 상태를 보더니 오래 살지 못살 것이라고 이야기했어. 원장님을 그래도 리르를 보살펴야 하니까 얼마 전에 수녀원에 들어온 신임수녀 캔들에게 리르를 보살피라고 지시했단다.

캔들은 도밍곤이라는 악기 연주를 아주 잘 했는데, 날마다 리르 옆에서 도밍곤을 연주해 주었단다. 캔들은 자신의 몸으로 니르에게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등 치료를 하였고, 결국 니르가 깨어났단다. 그리고 둘은 몰래 수녀원을 탈출하게 된단다. 그들은 버려진 농장에서 지냈고, 캔들의 보살핌으로 리르가 많이 회복되었어. 그리고 캔들은 임신을 하게 된단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된 리르는 용들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에메랄드 시에 갔다가 군대 동료 트리즘을 만나 놀라운 소식을 들었단다. 벵다 마을의 방화를 명령한 사람이 황제였는데, 그 황제가 다름 아닌 리르의 삼촌, 그러니까 엘파바와 네사로즈의 동생 셸이라고 했어. 셸이 오즈의 황제가 되어 오즈를 다스리고 있던 거야. 그리고 자신을 이름 없는 신의 제1의 창이라고 불렀대. 트리즘은 용들을 훈련시키는 드래곤 부대에 소속되어 있다고 했어. 트리즘은 황제의 못된 짓을 알고 있었지만,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밖에 할 수 없었대. 하지만 리르를 만났으니 리르와 함께 일을 벌이기로 했어. 그동안 트리즘도 찜찜한 일들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마음을 먹을 수 있었어.

리르는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용들을 죽이기 위해 독약을 바른 먹이를 용들에게 주고, 빼앗긴 빗자루를 다시 훔쳐왔단다. 용들은 이것을 먹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대성당이 무너지는 사고가 났단다. 리르와 트리즘은 도망을 갔고, 세인트글린다 수녀원에서 숨어 지냈단다. 우연히 그곳에는 글린다도 잠시 머무르고 있었어.

얼마 후 리르와 트리즘을 쫓는 체리스톤 사령과 군인들이 세인트글린다 수녀원에 찾아왔단다. 원장 수녀는 리르는 그곳에 없다면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어. 수녀원을 강압적으로 쳐들어갈 수 없는 명분이 없었기 때문에 체리스톤 사령관의 부대는 수녀원 밖에서 진을 치고 기다렸어. 원장 수녀와 글린다는 리르와 트리즘을 어떻게 탈출시킬 것인가에 대해 작전을 짰단다. 리르는 빗자루를 타고 탈출을 하고 트리즘은 글린다의 경비대로 위장하여 탈출하기로 했단다. 리르는 몰래 빗자루를 타고 수녀원을 탈출한 다음, 새들의 회의가 열리는 장소가 갔단다. 새들에게 용들의 궤멸 소식을 전하면서 이제 다시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다고 했단다. 그 동안 용들이 하늘을 지배하여 새들이 하늘을 제대로 날지 못했거든.

리르의 소식이 전해지자 새들 수천 마리가 한꺼번에 하늘을 날아올랐단다. 리르는 임무를 다 마치고 캔들이 머무르고 있는 농장으로 돌아왔단다. 그곳에는 나스토야 여왕 일행이 와서 머무르고 있었는데, 캔들은 임신한 몸으로 그들 일행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어. 임신하게 되면 그 자체로 엄청 힘든 일인데, 다른 사람들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란다. 캔들은 리르에게 자신보다 남들을 더 챙긴다면서 불만을 이야기하기도 했어.

나스토야 여왕은 2권에서 잠깐 언급했었는데, 다시 이야기를 해줄게. 나스토야 여왕은 원래 코끼리였는데, 오즈의 동물 차별법이 생기면서 인간으로 변신하여 반은 인간 반은 코끼리 형상의 사람이었어. 이제는 너무 늙어서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었단다. 리르와 인연이 있던 여왕이 리르를 찾아왔던 것인데, 나스토야 여왕은 리르의 농장에서 삶을 마감했단다. 리르는 나스토야 여왕과 그들의 일행을 배웅해 주고, 다시 농장에 왔는데 캔들이 사라졌단다. 녹색 빛깔의 피부를 띤 아기만 남겨둔 채 말이야녹색 피부라니누구의 후손인지 알겠지?

여기까지 위키드 3리르 이야기란다. 아빠의 잘못된 기억력으로 일부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 있는 점은 언제나 이해해 주길 바라고지은이 그레고리 머과이어에 의해 오즈라는 나라가 더 구체적이면서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 같더구나. 뮤지컬 <위키드>는 위키드의 1권과 2권을 다뤘는데, 위키드 전체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왕좌의 게임>이나 <반지의 제왕>처럼 말이야. <위키드 시리즈> 4권의 부제는 겁쟁이 사지 이야기란다. 오즈의 친구 겁쟁이 사자는 또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 기대되는구나. 조만간 또 이야기해줄게.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닥치는 대로 잔혹한 짓을 범한다는 소문은 헛소문이 아니었다.

책의 끝 문장: 아기는 깨끗이 씻기어 초록색 피부를 드러냈다.

 


하지만 어느 쪽 교육 방침도 공통의 가정을 깔고 있었으니 그것은 아이의 성장과 변화가 주어진 조건에 대한 반응이라는 견해였다. 그러나 우리는 거꾸로 아이에게 반응하는 것이 세상의 숙명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남다른 개성 때문이든, 악마적인 아름다움이나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 때문이든, 아이들은 세상 속으로 아장아장 걸어 들어가 세상을 망쳐 버리고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는다. 끝없이 양보하는 쪽은 오히려 세상이다. 세상은 그렇게 굴복함으로써 스스로를 갱신하고 쇄신한다. 바로 여기에 비밀이 있다. 살기 위해 죽는 것. - P199

"소리 멋지지. 미래를 읽을 줄 아는 자는 아주 드물어. 너는 캔들이 현재를 읽을 줄 안다고 말했지. 하지만 과거를 읽는 것도 재주는 재주야. 과거를 느끼고 과거에서 새로운 힘과 지식을 얻는 거지. 언제나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이라고나 할까. 내 생각으로는 이름 없는 신이 너에 대해 알게 되면 그것도 인간의 커다란 힘이 될 거야. 슬프게도 다른 많은 좋은 생각들처럼 아직까지는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았지만." - P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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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평전 - 지조의 시인·한국학자 역사 속에 살아 있는 인간 탐구 42
김삼웅 지음 / 지식산업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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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도올 김용옥 님의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라는 책을 읽고, 그 책에서 잠깐 등장한 조지훈 시인을 달리 보게 되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기억나니? 그래서 조지훈 시인에 대한 책을 찾아보았는데, 아빠가 좋아하는 김상웅 님이 쓰신 <조지훈 평전>이 있더구나. 그래서 그 책을 사서 이번에 읽게 되었단다. 김상웅 님이 쓰신 평전들을 아빠가 많이 읽었는데, 최근에는 안 읽은 것 같구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역사 인물에 대해서 평전을 쓰고 계시는구나. 최근 사진을 봤는데, 세월의 흔적이 많이 보이시더구나. 건강히 오랫동안 많은 훌륭한 인물들을 소개해 주셨으면 한다.

아빠는 조지훈 시인이라고 하면 청록파 시인으로 대표적으로 <승무> 정도만 기억하고 있지, 그 외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단다. 그런데 조지훈 시인은 그저 한 사람의 시인으로만 기억해서는 안 되겠더구나. 그가 살았던 시대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있어 가장 암울하고 어두웠던 시대였는데, 그런 시대를 살면서 권력에 빌붙어 편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그는 불의에 쓴 소리를 내면서 독재에 항거하는, 그야말로 행동하는 지식인의 모습도 보여주었단다. 이 책에는 조지훈 님의 글들도 많이 발췌되어 많이 실려 있는데, 시도 좋지만 그의 산문들이 더욱 좋았단다. 오늘날의 지난 정권에도 깔맞춤인 글들도 있었단다.

 

1.

조지훈 시인은 1921 1 11일 경북 영양에서 태어났단다. 중종 시대 개혁가로 이름 날린 조광조의 후손이었어. 아버지 조헌영 님은 일본 유학 후 항일 투쟁을 하셨고 3.1운동 6주년 기념 시위를 하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어. 할아버지는 마을 서당에서 한학을 가르치셨는데, 조지훈 시인은 어려서 학교에 다니지 않고 이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했고, 아버지를 통해 얻은 와세다대학의 <통신강의록>으로 독학했다고 하는구나. 17살 때 서울로 올라와서 고서점을 내기도 했다. 이 즈음 한용운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일송 김동삼이라는 분이 독립 운동을 하다가 서대문형무소에서 돌아가시게 되었는데, 형무소에서 시신을 찾아가라고 했어. 그런데 일제가 무서워 아무도 찾아가지 않고 있을 때, 만해 한용운은 김동삼 님의 시신을 업고 심우장에 모셔와 장례를 치렀단다. 조지훈은 이런 한용운의 모습을 보고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했어.

조지훈은 19살에 <문장>지에 <고풍의상>이라는 시가 당선되면서 정식 시인의 길을 걷게 되었어. 그리고 20살의 그의 대표작 <승무>라는 시를 발표했단다. <승무>라는 시가 인생을 어느 정도 살고 난 시인의 작품일 거라 생각했는데, 20살의 청춘의 시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단다. 천재는 다르긴 다른가 보다. 조지훈 시인은 <백지>라는 동인지를 출간하여 활동 영역을 넗혀 나갔단다.

1939년 독립운동가의 딸 김위남과 결혼하였고, 아내의 이름이 남자이름처럼 보여서 조지훈 시인은 아내에게 김난희란 예명을 지어주었단다. 1941년에는 오대산 월정사에서 비승비속인 생활을 하다가 1942년 조선어학회에서 <큰사전> 편찬위원으로 일한 것이 문제가 되어 검거되었는데 조지훈 시인은 어리다고 금방 풀려났다고 하는구나. 아까 1921년생이라고 했으니 1942년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나이로 해도 22살이구나. 1943년에는 고향에 내려와 있었는데, 징용 통지가 날라왔어. 다행히 신체검사에서 불합격하여 징용을 가지 않아도 되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조지훈 시인은 일제에 압박에도 친일로 변절하지 않았단다. 그는 시인으로써 순수시를 추구하면서 일제를 외면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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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조지훈은 반대편이었다. 일제말기 수많은 문인이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귀축영미를 저주할 때, 그는 침묵하거나 순수시를 통해 조선의 전통과 불교적 선()에 심취하였다. 그리고 해방공간에서 너도나도 인민과 조국, 계급을 주창할 때도 자신의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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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중에 변절자에 대해서도 비판했지만, 개과천선한 변절자에 대해서는 욕하지 않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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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조지훈은 변절행위를 매섭게 질타한다.

변절이란 무엇인가. 절개를 바꾸는 것. 곧 자기가 심신으로 이미 신념하고 표방했던 자리에서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철이 들어서 세워놓은 주체의 자세를 뒤집은 것은 모두 다 넓은 의미의 변절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욕하는 변절은 개과천선의 변절이 아니고 좋고 바른 데서 나쁜 방향으로 바꾸는 변절을 변절이라 한다. 일제 때 경찰에 관계하다 독립운동으로 바꾼 이가 있거니와 그런 분을 변절이라 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독립운동을 하다가 친일파를 전향한 이는 변절자로 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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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45, 그의 나이 25살에 드디어 해방이 되었단다. 그는 해방된 조국을 위해 자신의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으로 조선청년문학협회 등 여러 조직에 참여해서 활동을 했단다. 그리고 명륜전문학교, 경기여고교사, 여자의전 등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어. 그의 청춘은 해방과 함께 꽃길만 걸었으면 좋았을 것을

 

2.

해방 후 1946년 박목월, 박두진과 함께 <청록집>이라는 시집을 발표했는데, 조지훈에게는 이 시집이 첫 시집이었단다. 해방 후 조지훈은 순수시를 많이 쓰셨지만, 민족주의 진영의 소신파였어. 조지훈 시인이 그렇다고 순수시를 쓰고 사회참여시를 쓰지 않은 것은 아니야. 나중에 이승만, 박정희 독재 시절에는 참여시뿐만 아니라 독재를 따갑게 비판하는 평론도 많이 쓰셨단다.

1947 10, 27살에 고려대 교수로 임용되었어. 하지만 얼마 안가 6.25 전쟁이 일어나고 말았단다. 국회의원이었던 아버지는 납북되었고, 전쟁 통에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매부도 죽고, 할아버지는 자진하였다고 하는구나. 정말 힘든 시절이구나. 조지훈 시인은 피난을 가게 되었고, ‘공군종군문인단에 들어 군인과 함께 움직이면서 창작 활동을 했단다. 이 단체에 들어서 그는 평양까지 다녀오기도 했대.

전쟁이 끝나고 이제 다시 문인으로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고 창작 활동을 했단다. 그리고 만해 한용운의 작품들을 찾아 모아 전집을 기획했단다. 전에 도올 김용옥 님의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한용운 전집 작품은 끝내 끝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시고 말았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복귀하는데 힘을 써야 할 정부는 이승만 독재를 위해 계략만 꾸미고 있었단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조지훈 시인은 이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 그동안 지향했던 순수시를 접고 저항시를 쓰기 시작했단다. 4.19를 앞두고 지은 <우리는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하는가>라는 시는 시라기 보다 격문이라고 볼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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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하는가

 

우리 무엇을 믿고 살아 왔는가 동포여!

정말 우리 무엇을 바라고 살아왔는가 서러운 형제들이여!

 

서른 여섯해 동안의 그 숨막히는 굴욕(屈辱)을 피눈물로 되찾은 이 땅위에

갈등(葛藤)과 상잔(相殘)과 유리(流離)와 간난(艱亂)이 연거푸 덮쳐와도

입술을 깨물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우리 말없이 살아온 것은 참으로 무엇을 기다림이었던가

그것을 말해다오 그것만을 말해다오 하늘이여!

 

우리의 단 하나의 보람 단 하나의 자랑 단 하나의 숨줄마저 무참(無慘)히도 끊어진 오늘

겨레여 우리는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하는가, 정말로 우리들은 무엇을 기다리고 살아야 하는가 원통한 원통한 백성들이여!

 

 자유세계(自由世界)의 보루(堡壘)에 자유(自由)가 무너질 때 철()의 장막(帳幕)을 무찌를 값진 무기(武器)가 같은 전선(戰線)의 배신자(背信者)의 손길에 꺾이었을 때,

아 자유를 위해서 피흘린 온 세계(世界)의 지성(知性)들이여!

우리는 무엇에 기대어 싸워야 하는가. 무엇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가

그것만을 말해다오 그것을 가르쳐다오 자유(自由)의 인민(人民)들이여!

 

공산주의(共産主義)와 싸우기 위하여 공산주의를 닮아가는 무지가 불법(不法)을 자행하는 곳에

민주주의(民主主義)를 세운다면서 민주주의의 목을 조르는 폭력(暴力)이 정의(正義)를 역설(逆設)하는 곳에

버림받은 지성(知性)이여 짓밟힌 인권(人權)이여 너는 정말 무엇을 신념(信念)하고 살아가려느냐.

무엇으로써 너의 그 아무것과도 바꿀 수 없는 긍지(矜持)를 지키려느냐

그것을 말해다오 그것만을 말해다오 하늘이여!

 

백성을 배신(背信)한 독재(獨裁)의 주구(走拘) 앞에 연약한 민주주의의 충견(忠犬)은 교살(咬殺)되었다.

온 나라의 마을마다 들창마다 새어나오는 소리 없는 울음소리.

 사랑하는 동포여 서러운 형제들이여 목을 놓아 울어라. 땅을 치며 울어라. 내 가슴에 응어리진 원통한 넋두리도 이제는 다시 풀길이 없다.

 

찢어진 신문과 부서진 스피커 뒤로 난무(亂舞)하는 총칼, 이 백귀야행(白鬼夜行)의 어둠을 어쩌려느냐.

정말로 정말로 잔인한 세월이여!

 

새아침 옷깃을 가다듬고 죽음을 생각는다.

육친(肉親)의 죽음보다 더 슬픈 이 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이여!

 

진주(眞珠)를 모독(冒瀆)하는 돼지, 그 돼지보다도 더 더럽게 구복(口腹)에만 매여서 살아야 할

이 삼백 예쉰 날을 울어라 삼만 육천날을 울기만 할 것인가.

원통한 백성들이여!

 

우리는 무엇을 바라고 살아야 하는가 짓밟힌 자유여!

정말 우리는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하는가 불행(不行)한 불행한 신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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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 2월에 쓴 <지조론>에서는 당시 독재를 찬양하는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단다. 그리고 4.19 혁명 당시 대학 교수들이 동참할 때 조지훈 시인도 함께 동참을 하면서 행동하는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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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조지훈은 4월혁명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혁명 대열에 직접 참여하고, 혁명 후에는 이의 성공을 위해 다른 지식인들이 하기 어려운 발언을 쏟아냈다. 이 논설의 마지막 부분이다.

조용히 힘을 기르라. 먼저 황폐한 학원을 재건하고 출발전야의 제2공화국이 제군의 피를 헛되이 하지 못하도록 깨끗하고 거창한 압력을 주라. 반동세력의 대두를 막기 위하여 그들을 국민 앞에 고발하고 주권자의 위신을 회복하기 위하여 국민을 계몽하는 선두에 나서라. 무엇보다 먼저 제군들이 그것을 분별하는 눈을 마련해야 하고, 제군들이 먼저 그것을 실천해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제군들의 고귀한 피가 또 한 번 뿌려져야 할 때야 올런지도 모른다는 의구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그런 불행이 오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는 제군의 발언권이 증대되어야 하고, 그 발언권은 제군들이 자중하는 위의와 단결과 정화 속에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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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혁명이 성공한 후에도 그는 가만히 있지 않았어. 안일하고 방향을 잃은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하고, 민주당 등 정치계에도 쓴소리를 했단다. 이런 것은 오늘날에도 교훈으로 삼아야겠구나. 대통령 탄핵 인용이 되었다고 해서 방심하고 안일한 자세를 가지면 안 된다. 아직 내락 세력들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야. 이번 대선에는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를 하여 살아있는 민주세력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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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조지훈은 이 시기 누구 못지않은 영향력 있는 논객이었다.

혁명정신은 어디로 갔는가? 참으로 혁명정신은 지하에서 통곡하고 병원의 베드 위에서 저주하고, 학원의 캠퍼스 구석구석에서 침통한 우수와 뉘우침의 안개 속에 싸여 있다. 오직 순정과 의분으로 혁명에 임했던 학생들이 독재정권을 무너뜨림으로써 자족하고 물러설 때 식자들은 그것을 찬양하고, 그런 자세가 어쩌면 새로운 혁명의 전형으로서의 영예를 성취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기대는 마침내 바로 그대로 맹점이 되고 말았다. 혁명정신은 과연 어디로 갔는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먹는다는 속담대로 피는 학생들이 흘리고 공은 정치가들이 따로, 민중의 신임은 혁명대변 세력이 받고, 칼자루는 반혁명 세력이 쥐었다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바로 인세무상(人世無常)의 그것을 다시 한번 깨우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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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쿠데타가 일어났단다. 그들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권은 민간에게 이양한다는 말만 믿고 처음에는 그렇게라도 나라가 바로 선다면 괜찮다는 생각을 가졌어. 하지만 군인들이 정체를 서서히 드러내면서 권력에 대한 야욕을 알고 나서는 조지훈 시인은 태세전환을 하여 비판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였단다. 결코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으셨지.

 

3.

시인으로서의 활동도 열심이셨단다. 1961 9월에는 국제시인회의를 위해 벨기에에 갔다가 세계일주도 하셨다고 했어. 한국에 돌아와서는 한국고전국역위원회의 3대 위원장으로 선임되어 활동하셨어. 이 단체는 민족문화연구소로 이름을 바꾸고 조지훈 시인이 1대 연구소장을 맡기도 했단다. 민족문화연구소에서는 <한국문학사대계> 7권을 발표하였는데, 이 책에서는 식민사관을 청산하려는 노력을 했어. 그리고<한국민족운동사>도 저술하였단다.

40대의 조시훈 시인은 국학연구에 몰두하였어. 1960년대 중반에는 한일협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등 여전히 행동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셨어. 그가 이렇게 열심히 활동을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건강이 썩 좋지는 않았다고 하는구나. 특히 소화기 계통이 어렸을 때부터 안 좋았는데, 그 병으로 결국 1968, 우리나라 나이로 48세에 적은 나이에 삶을 마감하시고 말았단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유언을 시로 썼는데 그 시를 가족들 앞에서 직접 낭독하셨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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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297)

절정

 

나는 어느새 천길 낭떠러지에 서 있었다. 이 벼랑 끝에 구름 속에 또 그리고 하늘가에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는 누가 피어 두었나

흐르는 물결이 바위에 부딪칠 때 튀어 오르는 물방울처럼 이내 공중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 그런 꽃잎이 아니었다.

 

몇만 년을 울고 새운 별빛이기에 여기 한 송이 꽃으로 피단 말가

죄 지은 사람의 가슴에 솟아오르는 샘물이 눈가에 어리었다간 그만 불붙는 심장으로 염통 속으로 스며들어 작은 그늘을 이루듯이 이 작은 꽃잎에 이렇게도 크낙한 그늘이 있을 줄은 몰랐다.

 

한 점 그늘에 온 우주가 덮인다 잠자는 우주가 나의 한 방울 핏속에 안긴다 바람도 없는 곳에 꽃잎은 바람을 일으킨다 바람을 부르는 것은 날 오라 손짓하는 것 아 여기 먼 곳에서

지극히 가까운 곳에서 보이지 않는 꽃나무 가지에 심장이 찔린다.

무슨 야수의 체취와도 같이 전율할 향기가 옮겨 온다

 

나는 슬기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한 송이 꽃에 영원을 찾는다. 나는 또 철모르는 어린애도 아니었다 영원한 환상을 위하여 절정의 꽃잎에 입맞추고 길이 잠들어버릴 자유를 포기한다

 

다시 산길을 내려온다 조약돌은 모두 태양을 호흡하기 위하여 비수처럼 빛나는데 내가 산길을 오를 때 쉬어가던 주막에는 옛 주인이 그대로 살고 있었다. 이마에 주름살이 몇 개 더 늘었을 뿐이었다. 울타리에 복사꽃만 구름같이 피어 있었다 청댓잎 잎새마다 새로운 피가 돌아 산새는 그저 울고만 있었다.

 

문득 한 마리 흰 나비! 나비! 나비! 나를 잡지 말아다오. 나의 인생은 나비 날개의 가루처럼 가루와 함께 절명(絶命)하기에 - 아 눈물에 젖은 한 마리 흰나비는 무엇이냐 절정의 꽃잎을 가슴에 물들이고 사()된 마음이 없이 죄 지은 참회에 내가 고요히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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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늘은 조지훈 시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단다. 이 책을 읽으니 그가 달리 보이더구나. 누군가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조지훈 시인이라고 이야기해야겠구나.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의 시들을 좀 읽어야 하는데, 아빠가 읽은 조지훈 시인의 시는 교과성에 실린 것뿐. 조지훈 시인의 시집이나 산문집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좀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팬심으로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이상.

 

PS,

책의 첫 문장: 조지훈은 1921 1 11( 1920 12 3) 경상북도 영양군 일월면 주곡(주실) 202번지에서 조헌영과 유노미의 3 1녀 사이 차남으로 태어났다.

책의 끝 문장: 연구가 부족하고 능력 또한 못 미쳐서, 선생의 향내 나고 매운 문학과 넓고 깊은 학문의 세계를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언저리만 맴돌다 나온 것이 아닌가 두렵다.


<지조론>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지조란 것은 순일(純一)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지조가 교양인의 위의(威儀)를 위하여 얼마나 값지고 그것이 국민의 교화에 미치는 힘이 얼마나 크며 따라서 지조를 지키기 위한 괴로움이 얼마나 가혹한가를 헤아리는 사람들은 한나라의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써 먼저 그 지조의 강도를 살피려 한다. 지조가 없는 지도자는 믿음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지도자는 따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의 영리만을 위하여 그 동지와 지지자와 추종자를 일조(一朝)에 함정에 빠뜨리고 달아나는 지조 없는 지도자의 무절제와 배신 앞에 우리는 얼마나 많이 실망하였는가."
- P6

고루거각이 어찌 나의 멋이 될 수 있겠는가. 다만 멋 아닌 멋으로 멋을 삼아 법당을 돌고 싶으면 법당을 돌고, 염주를 세고 싶으면 염주를 세고, 경(經)을 읽고 싶으면 경을 읽으며, 때로 눈을 들어 먼 신을 바라고 때로는 고개 숙여 짐짓 무엇을 생각나니 나의 선(禪)은 곧 멋밖에 아무것도 없는가 보다. 오늘을 모르는 세상에 내일을 생각함은 어리석은 일일러라. 내일을 모른다 하여 오늘에 집착함은 더욱 어리석은 일일러라.
다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나를 사랑하지 않으며 남을 도우려고도 않아 들녘에 피었다 사라지는 이름 모를 꽃과 같고자 하노라.
- P127

1950년대 고래대학교 국문과 제자들 사이에는 ‘지다(知多)’ 선생으로 통하셨다는 이야기를 제자분들로부터 들었다. 워낙 박학다식이라서 지어 올린 별호였다고 한다. 그때도 아버지께서는 빙긋이 웃으시면서 "그 위에다 내 성(姓)을 올려놔 봐. ‘조지다’가 되는군"
좌중이 박장대소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P135

조지훈은 변절행위를 매섭게 질타한다.
"변절이란 무엇인가. 절개를 바꾸는 것. 곧 자기가 심신으로 이미 신념하고 표방했던 자리에서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철이 들어서 세워놓은 주체의 자세를 뒤집은 것은 모두 다 넓은 의미의 변절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욕하는 변절은 개과천선의 변절이 아니고 좋고 바른 데서 나쁜 방향으로 바꾸는 변절을 변절이라 한다. 일제 때 경찰에 관계하다 독립운동으로 바꾼 이가 있거니와 그런 분을 변절이라 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독립운동을 하다가 친일파를 전향한 이는 변절자로 욕하였다."
- P168

<20세기의 한국>을 조감한다는 것은 곧 우리 근대문화의 거의 전 과정을 부관(俯觀)하는 일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희랍 ‘델피’의 신전에 새겨진 경구로서 소크라테스를 통하여 알려진 교훈이거니와 오늘의 한국-우리들의 민족적 자아의 모습을 찾는데 일조가 될까하여 이 책을 엮었다. 제 눈으로 제 눈을 볼 수는 없다. 역사의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볼 수 있을 따름이다.
이 거울에 비친 20세기 세계사상의 한국의 모습이 과연 얼마나 정확한 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자아는 각자가 체득할 수밖에 없으니 제 모습을 찾는 일깨우는 것만으로 이 책의 사명은 다한다고 할 수 있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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