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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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테스 게리첸의 마티니 클럽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여름 손님들>을 이야기할게. 마티니 클럽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는 작년에 이야기한 <스파이 코스트>란 소설이었어.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마티니 클럽이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더만, 이렇게 시리즈로 2권으로 돌아왔구나. 전 편과 마찬가지로 이번 <이번 손님들>도 흡입력 있는 필력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초집중하게 했단다. 마티니 클럽은 메인 주 퓨리티라는 지역에 살고 있는 은퇴한 CIA 요원들로 구성된 독서 모임이란다. 메인 주인공은 매기라는 분이고, 전직 CIA 요원들이자 친구인 잉그리드, 데클란, , 로이드가 그들이란다.

소설은 오랜 전인 1972년 어떤 사건으로 시작하는데, 왜 그 사건이 처음에 등장하는지는 소설 후반에 밝혀지게 된단다. 그 사건은 당시 경찰관이었던 랜디 펠레티가 샘 타긴이 일으킨 교통사고를 정리하라고 갔다가 샘 타긴이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이었단다. 그 때 랜디 펠레티를 포함하여 네 명이 죽었고, 특이한 것은 샘 타긴이 눈동자가 초점을 잃은 듯 이상했고, 딴 사람 같은 행동을 했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증언이었단다.

 

1.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된단다. 조지와 엘리자베스 코노버 부부의 식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구나. 조지는 세 달 전에 사망을 했고, 가족들은 조지를 추모도 하고 휴가를 보내기 위해 메인 주 메이든 호수에 있는 그들의 별장에 모이기로 했단다. 조지와 엘리자베스는 콜린과 에단이라는 두 아들이 있었어. 콜린은 아내는 브룩이고 그들에게는 열일곱 살 아들 키트가 있었어. 키트는 은둔형 외톨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정신 건강이 그리 좋지는 않았어. 동생 에단의 아내는 수잔이었어. 수잔과 결혼한 것은 2 년 전이었는데, 당시 수잔은 전남편과 사별하고 13살된 딸 조이와 함께 있었어. 에단은 조이의 계부란다.

이런 가족 구성이다 보니 수잔이 좀 불편할 것 같구나. 그들의 별장이 있는 메이든 호수에는 그들처럼 여름에만 찾아오기 만들어진 별장들이 여럿 있었고,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있었어. 그 중에는 루벤 타긴이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에단의 식구들과 루벤 타긴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이가 무척 안 좋았단다. 루벤 타긴은 성()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1972년 살인사건의 범인 샘 타긴의 아들이란다.

….

그런데 그들이 호숫가에서 온지 이틀째 수영을 하던 조이가 실종되었단다. 수잔은 걱정되는 마음에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다른 식구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단다. 자신들의 피가 섞이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이 들자 화도 많이 났지. 실종 신고를 해서 지역의 경찰관 조 티보듀가 찾아와서 조사를 했단다.

조 티보듀는 이전 시리즈 <스파이 코스트>에도 등장했던 지역의 경찰관이었단다. 조이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으로 호숫가에서 처음 알게 된 캘리라는 아이였어. 그래서 캘리 집에 가보니 캘리와 함께 있다가 캘리의 할아버지 루터가 2시 경 호수의 선착장에 데려다 주었다고 했어. 그러자 코노버 사람들은 루터를 의심했단다. 루터는 괜히 도와주려고 했다가 의심만 받는 신세가 되었구나. 그래서 루터는 이웃에 살고 있는 매기에게 도움을 청했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마티니 클럽의 그 매기 맞단다. 매기는 친구들과 함께 루터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단다. 그래서 매기와 친구들은 조이의 실종을 조사하기 시작했어.

구관이 명관이라고 했던가, 그들의 오랜 CIA 경력은 은퇴를 했어도 여전한 실력 발휘를 했단다. 경찰관 조보다 한 발 앞서 수사 자료들을 조사했어. 조가 조사를 하면 한 발 먼저 매기와 친구들이 조사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단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러다가 도로변에서 버려진 조이의 배낭이 발견되었단다. 조이의 엄마 수잔은 더욱 걱정이 되고 두려움마저 느꼈어.

조이의 실종 때문에 시아버지 조지의 추모식을 취소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늦어져 그냥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단다. 수잔과 남편 에단은 실종된 조이의 포스터를 제작했단다. 이렇게 되다 보니 조이가 어쩌면 호수에 익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야 했어. 가슴 아프지만 호수를 수색해보자는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단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조이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단다. 하지만 아주 오래된 유골이 발견되었는데, 젊은 성인 여성으로 보였으며, 최소 몇 달에서 몇 년은 족히 지난 유골이었으며 특이한 점은 시신이 돌에 묶인 줄과 연결되어 있었던 거야. 누군가 시신을 수장한 것 같았단다. 도대체 그 시신의 주인공은 누구이고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것일까. 사건은 점점 커져만 가는구나.

 

2.

조지의 추모식 당일, 다른 식구들은 모두 추모식에 참석하고 수잔 혼자 집에 남아 있었단다. 딸 조이로부터 연락이 올 수도 있으니 집에 대기하기로 했어. 그런데 이웃 주민인 루벤 타긴이 찾아왔어. 루벤 타긴은 수잔을 보더니 코노보 가족들이 자신에게 한 일을 잊지 말라고 전해 달라는 말을 하고 가버렸어. 수잔은 그 말이 무슨 의미인 줄 몰랐어. 저녁때 식구들이 돌아와서 루벤이 남긴 말을 전하자, 식구들은 오히려 루벤이 코노버 식구들을 오랫동안 괴롭혀 왔다는 거야. 루벤과 코노버 식구들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조이를 마지막에 본 루터는 어쩔 수 없이 용의자로 조사받게 되었는데, 루터의 트럭 보조석에서 조이의 혈흔이 발견되었단다. 그래서 루터는 긴급 체포되어 경찰서에 갇히게 되었어. 매가가 면화를 가서 루터에게 이야기를 들었어. 루터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거야. 루커는 조이를 내려주고 자신은 누군가를 죽이려고 갔다가 용기가 없어서 다시 돌아왔다는 거야. 그래서 경찰에게는 자신의 행적을 자세히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는 거야. 아무래도 루터에는 불리한 상황이구나. 하지만 매기는 루터를 믿는 것 같았어.

한편 수잔은 마을 도서관에서 옛날 기사를 찾아보았어. 호숫가에서 발견된 유골에 관한 기사가 있을까, 하고 찾아 본 거야. 그리고 샘 타긴의 살인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어. 차로 쳐서 세 명을 죽였고, 총으로 경찰 한 명이 죽였다는 거야. 그리고 당시(53년 전) 스물일곱 살 비비안 스틸워터라는 사람이 호수에서 실종되었다는 기사가 있었어. 그렇다면 이번에 발견된 유골이 비비안 스틸워터의 유골이란 말인가.

매기와 친구들은 루터의 트럭 보조석에서 발견된 조이의 피가 생리혈이라는 것을 알아냈어. 그리고 조이가 생리중이라는 것도 확인했어. 매기와 친구들이 이 이이기를 조에게 하고 조는 자신이 성급해서 무고한 사람을 가두었다는 생각에 죄책감마저 느꼈단다. 루터는 무혐의로 다시 풀려났단다. 조가 매기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조의 동료 마이크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조이의 핸드폰이 켜졌다는 거야. 그래서 긴급 출동을 했단다. 조이의 핸드폰이 켜진 곳은 조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이자 절도 이력이 있던 팔리의 집이었어. 팔리에게 어떻게 핸드폰을 얻게 되었는지 물어보자, 자신의 트럭 화물칸에 핸드폰이 있어서 켜봤다고 했어. 그러면서 자신은 조이를 모른다고 이야기했는데 그의 이야기는 거짓말 같지 않았단다. 팔리는 조이가 사라진 날 메이든 호수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고 했어.

조는 루벤을 찾아갔단다. 코노보 식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 보니 루벤도 용의선상에 둘 수 있었단다. 루벤은 장애인 누나 아비게일과 함께 살고 있었어. 아비게일은 평생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할 만큼 중증 장애인으로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했어. 그런 아비게일을 계속 보살펴 주는 루벤이 나쁜 짓을 했을 것 같지는 않구나. 비록 코노버 식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지만 말이야. 안타까운 것은 그들은 그들의 아버지가 저지른 살인 때문에 평생을 은둔하면 지내고 있었어. 조이가 사라진 날 루벤은 아비게일과 함께 병원에 있었다고 했어. 그리고 루벤은 코노버 식구들에게 자신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이야기를 했어. 서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하니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루터가 풀려난 이후 매기가 찾아와 경찰서에 한 이야기에 다시 물어봤어. 누구를 죽이고 싶었냐고 말이야. 캘리의 친부 제시 배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마약사범이기도 했는데 주기적으로 루터에게 딸을 데려가겠다고 협박을 했다는 거야. 루터가 돈으로 막아보았는데,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했어. 그래서 그를 죽일 생각을 했었다는 거야.

그 이야기를 들은 매기와 친구들이 제시 배스의 집에 잠입하여 마약 증거를 찾아서 감방에 넣으려는 작전을 펴고 있었는데, 조로부터 연락이 왔어. 조이를 찾았다는 거야. 등산객이 계곡에서 쓰러진 조이를 발견하고 신고를 했다는 거야. 다행히 조이는 살아 있었어. 하지만 두개골 등에 골절이 있어 수술을 진행했고 지금은 중환자실에 있고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어. 매기와 친구들은 조이가 발견된 계곡과 주변을 조사했단다. 그들은 조이의 물안경을 발견했단다.

조는 이제 매기와 친구들에게 정보를 공유했어. 조가 이야기하기를, 53년 전 호수에서 일어난 비비안의 실종 사건을 당시 해결되었다고 했어. 그러니까 이번에 호수에서 발견된 다른 사람의 유골이라는 거야. 조가 생각하는 가설도 매기와 친구들에게 이야기했어. 무호흡 다이빙을 즐기던 조이가 호수에서 참수를 하다가 호수 바닥에서 유골을 발견하고 그것이 밝혀지면 안 되는 누군가가 조이를 해친 것이라는 가설을 이야기했어. 배낭과 핸드폰의 위치는 혼란을 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고 말이야.

 

3.

조는 수잔과 함께 53년전 실종되었던 비비안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코노보 별장의 이웃이었던 그린 박사의 비서였다는 거야. 그래서 엘리자베스도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해서 물어보기로 했어. 그랬더니 엘리자베스는 심하게 화를 냈단다. 비비안과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편 조이의 계부 에단은 소설 한 편을 출간한 이력이 있는 소설가였단다. 그 이후 글이 잘 안 써져서 5년째 구상만 하고 있었어. 그러다가 비비안의 실종 사건과 최근 호수에서 발견된 유골을 모티브로 한 소설을 쓰고 있었어.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 엘리자베스는 또 화를 냈단다. 수잔도 자신의 딸 조이의 실종 사고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에단에게 크게 화를 내고, 집을 나갔다가 폭우에 비를 쫄딱 맞고 말았단다. 이웃에 살고 있는 아서 폭스라는 사람이 그런 수잔을 발견하고는 병원에 데려가 주었단다.

아서 폭스는 조지와 그린 박사의 친구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단다. 병원에 가는 길에 비밀 같은 이야기를 수잔에게 들려주었어. 53년 전 실종된 비비안이 한때 조지와 불륜의 관계였다는 거야. 그래서 엘리자베스가 비비안 이야기만 나오면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이라고 했어. 비비안이 사라지면서 조지의 불륜 생활도 끝이 났대. 이 이야기는 에단에게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단다.

마티니 클럽의 매기와 데클란도 비비안을 조사하기 위해 비비안의 동생 캐시를 만났단다. 그리고 비비안이 교통 사고를 당하고 3년 동안 혼수 상태로 있다고 죽었다고 하더구나. 그런데 이상한 것은 비비안의 의료 기록이 다 사라졌다는구나. 아무튼 비비안의 마지막이 확실해졌으니 호수에서 발견된 비비안의 유골은 아닌 것이 확실해졌구나. 그렇다면 그 유골의 주인은 누구란 말인가? 비비안이 오래 전에 그린 박사의 의약품 테스트를 했었다고 하는데 이 정보로부터 매기는 무엇인가 깨달은 것 같았어.

매기와 데클란은 다음으로 루벤을 만나러 갔어. 왜 코노버 식구들을 싫어하는지 물어보기 위해서…. 그런데 루벤는 답변 대신 매기를 산 중턱으로 데리고 갔는데 그곳에는 버려진 흰색 건물이 있었단다. 루벤이 말하길 그 흰색 건물에서 조지, 그린 박사, 아서 폭스, 비비안이 아주 오래 전에 어떤 실험을 하고 있었다고 했어. 그리고 엘리자베스가 루벤의 아버지를 설득해서 그 실험에 참여하게 했다고 했어. 그리고 루벤의 아버지는 그들이 만들어준 약을 먹고 그날 사고를 일으킨 것이라고 했어. 루벤은 당시 이 일을 밝히려고 했으나, 정부에서 침묵의 대가로 장애인인 동생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했다는 거야. 루벤은 아버지의 범행에 비밀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동생 에비게일의 치료도 중요했단다. 결국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단다.

53년 전 도대체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4.

매기와 친구들은 53년 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혀냈단다. 그들이 오랜 CIA 경력도 당시 비밀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었어. 매기는 그들이 알아낸 사슬을 경찰관 조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어. 1950년에서 70년대까지 미국 정부는 비밀리에 MK 울트라 프로젝트라는 인체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어. 그들을 진행하는 멤버들은 모두 CIA 소속이었어. 비비안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MK 울트라 프로젝트를 폭로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고, 그러자 그림 박사와 일행들은 비비안에게 약물을 투여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비비안은 교통사고를 내게 된 거야. 루벤의 아버지 샘 코긴의 사건도 그들의 약물을 복용하고 벌인 사고였던 거야. 그리고 매기가 추측하기를 조지의 아내 엘리자베스도 CIA이고 MK 울트라 프로젝트에 참가했을 거라고 했어.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조는 엘리자베스를 찾아가 이 사실들을 이야기했어. 엘리자베스는 대부분의 사실을 인정했어. 하지만 호수의 유골은 MK 울트라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단다. MK 울트라는 1970년대에 완전히 종료되었는데, 호수의 유골은 검사 결과가 1980년대 중반 이후의 유골이라고 밝혀졌단다. 기술이 발달하여 유골로 얼굴도 복원할 수 있는데, 복원된 얼굴을 보고 엘리자베스는 무엇인가 알아 차린 것 같았지만 이내 무표정을 지었단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큰 아들 콜린이 그곳에 왔는데 엘리자베스는 갑자기 콜린을 탓했단다. 그 복원된 유골은 한때 그들의 집에서 보모로 일했단 애나의 얼굴이었던 거야. 큰 아들 콜린이 애나와 불륜을 저질렀고 나중에는 애나를 죽였던 거야. 애나의 시신 처리를 할 때는 콜린의 아버지 조지가 도와주었고 말이야. 엘리자베스는 콜린에게 화를 내면서 아버지와 똑 같은 놈이라고 소리쳤단다. 엘리자베스는 이제는 너를 보호해주지 못하겠다고 했어그러자 콜린은 모르는 사실이라고 했어. 아버지 조지가 애나에게 돈을 주고 보냈다고만 알고 있다는 거야. 너무 강력하게 이야기해서 거짓말 같지는 않았어. 그렇다면 누가? 엘리자베스와 콜린은 애나가 떠나는 날, 애나의 짐 싸는 것을 도와준 브룩을 떠올렸단다.

이후의 이야기는 너무 강력한 스포일 것 같아서 중단해야겠구나. 이 책은 나중에 너희들도 재미있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런데 이 소설에서 언급된 MK 울트라 프로젝트라는 인체 실험 프로젝트는 1970년대까지 미국에서 실제로 진행 했다는구나. 놀랍구나. 처음에는 음모론으로 치부되었는데 실체가 있었던 프로젝트로 1990년대에 와서야 미국정부는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는구나. 미국은 예나 지금이나 무서운 나라구나.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임에도 대통령에게 너무 큰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는 요즘이구나. 무식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전세계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으니 말이야. 그의 질주를 누가 막을 수 있을지…. 걱정이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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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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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년 전 쯤 미국의 유명한 작가 폴 오스터의 부고 소식에 조금은 놀랐단다. 아빠가 기억하는 폴 오스터는 비교적 젊은 작가였는데 벌써 돌아가시다니... 부고 뉴스를 찾아보니 향년 77세였어. 장수하신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그리 적은 것도 아니었구나. 그런데 왜 아빠는 폴 오스터를 젊은 작가로 기억하고 있었을가? 그것은 아빠가 폴 오스터의 소설들을 읽었을 때 프로필 사진에서 본 폴 오스터의 사진만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누가 그를 77세의 노인으로 만들었는가. 세월이, 시간의 짓이라는 것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다시 한번 깜짝 놀라게 되는구나. 아빠가 읽은 폴 오스터의 작품은 세 권인데 마지막으로 읽은 것을 확인해 보니 2005, 20년도 더 되었구나.

그의 책들이 너무 미국적이면서 세세한 전개방식이 당시 아빠 취향과 맞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그의 책을 멀리 했었어.그것이 20년이 넘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세월의 무서움을 느꼈단다. 아빠의 기억 속에 폴 오스터는 20년 전에 머물러 있던 거야. 폴 오스터가 별세하고 얼마 후 그의 마지막 작품이 번역 출간되었단다. 아빠가 그 동안 멀리했지만 세 권이나 읽은 작가이니 추모할 겸 그의 마지막 책을 읽어보았단다.

 

1.

바움가트너. 소설의 제목이자 주인공이란다. 우리는 어떤 노년의 삶을 살게 될까. 사이 좋은 부부라면 둘이 함께 노년을 살아가겠지만, 사이 좋은 부부라도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수 있단다. 이 책의 주인공 바움가트너 역시 10년 아내 애나가 죽고 난 이후 쭉 혼자 지내는 노인이었단다. 지난 10년 혼자 살아오면서 그는 더 늙었고 최근에는 점점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줄어들었어. 깜빡 하고 냄비를 태워먹고 그 냄비를 치우다가 화상을 입기도 하고... 계량기 검침원과 약속을 잊고, 아니, 약속한 것이 전혀 기억나지 않고, 검침원과 함께 지하실에 내려가다가 계단에 굴러 넘어지는 등 일상 생활도 내 마음처럼 되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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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얼마 전, 40대와 50대 초반 시절 자기보다 나이 많은 친구나 동료가 화장실을 다녀온 뒤 지퍼를 올리는 걸 잊고 나오는 게 눈에 띄기 시작했다. 허리띠 바로 아래 헛간 문이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것도 모르고 레스토랑의 자기 자리로 느릿느릿 돌아오곤 하던 70대 중반과 80대 초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친구들. 처음에 바움가트너는 이 해로울 것 없는 실수가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재미는 없어졌다. 그때쯤에는 볼 만큼 봐서 열린 바지 앞자락이 종말의 시작임을, 세상의 바닥으로 내려가는 긴 비탈로 가는 첫걸음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일이 자신에게도 벌어지기 시작하자-지난 두 주 동안 네 번-그 클럽의 정회원이 되는 데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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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내와 지난 시절을 생각해 보기도 했어. 아내와 처음 만났을 때와 이후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행복한 시간들. 안타까운 것은 아이를 가지고 싶었지만 잘 생기지 않았고 검사를 해보니 둘 모두 불임이었다는구나. 그래도 둘이 함께 행복하게 살았는데 10년 전 해변에 놀러 갔다가 아내 애나는 수영하다가 익사하고 말았단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바움가트너는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어. 애나는 작가 겸 번역가로 일했는데 바움가트너는 아내가 죽고 나서 아내의 원고를 보다가 <프랭키 보일>이라는 원고를 보았어. 이 책에는 그 원고의 전문이 실려 있어 또 다른 단편을 읽는 재미도 있단다. 바움가트너는 아내의 유고집을 작업하면서 아픔을 잊으려고 했단다.

바움가트너는 이제 일흔 살이 되었고 프린스턴 대학교 철학과 교수인데 이제는 현직에서 물러날 계획을 갖고 있어. 아내가 떠난 이후에는 주디스라는 같은 학교의 영화과 교수와 그나마 친했어. 애나도 죽기 전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주디스와 친하게 지내기도 했어. 주디스는 4년 전에 이혼했는데 이후 주디스도 바움가트너를 친구로 의지하게 되었고 일주일에 2~3일 같이 지내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어. 바움가트너는 긴 고민 끝에 청혼을 했어. 주디스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자유로움이 너무 좋다면서 현재 관계를 유지하자고 했단다. 이혼으로 결혼 생활을 끝낸 주디스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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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외로움은 사람을 죽여요, 주디스. 그건 사람의 모든 부분을 한 덩어리씩 먹어 치우다 마침내 온몸을 삼켜 버려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삶이 없는 것과 같죠. 운이 좋아 다른 사람과 깊이 연결되면, 그 다른 사람이 자신만큼 중요해질 정도로 가까워지면, 삶은 단지 가능해질 뿐 아니라 좋은 것이 돼요. 우리가 가진 것은 좋은 거지만 이제는 이 정도 좋은 걸로는 충분하지가 않아요. 어쨌든 나에게는 충분하지 않아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어째서 나와 결혼한다는 생각이 당신에게 두려움을 주느냐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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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위와 같은 노년에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로 전개된단다. 사건이 일어나기보다는, 노년에 들어선 바움가트너의 생각과 기억, 그리고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따라가며 진행되지. 나이를 들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미래의 시간보다 과거의 시간과 과거의 사람들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진단다. 그 세월이란 놈이 너무 빨리 흘러가서 나의 일부분은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젊음에 머물러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공감이 가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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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50여 년이 며칠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나니 내 인생이 흐릿하게 한 덩어리로 쏜살같이 흘러가 버린 듯한 느낌이다. 나는 늙었지만, 날들이 아주 빠르게 지나가는 바람에 나의 많은 부분이 아직 젊게 느껴진다. 따라서 손에 연필을 쥘 수 있고 눈앞의 문장을 볼 수만 있으면 여기 도착한 아침 이후 해온 일과를 똑같이 할 생각이다. 마침내 더 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일어나 떠나면 그뿐이다. 그때 너무 늙어 걸을 수 없다면 교도관에게 도와달라고 할 것이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나를 배웅해 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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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가 남아있는 삶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시간이 지나면서 추억과 경험이 나의 몸 속에, 영혼에 더 축적되어 간다고 생각해야겠다. 아빠도 머지 않아 책 속의 주인공의 시간이 다가올 텐데...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겨야겠구나. 그 소중한 시간을 너희들과도 함께 하면 더욱 좋고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바움가트너는 서재, 코지토리엄, 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 자신의 2층 방 책상에 앉아 있다.

책의 끝 문장: 그렇게 해서, 우리의 주인공은 이마의 상처에서 계속 피가 흐르는 채로 얼굴에 바람을 맞으며 도움을 찾아 길을 떠나고, 첫 번째 집에 이르러 문을 두드릴 때 S.T. 바움가트너 모험담의 마지막 장()이 시작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먼저 죽으면 산 자가 죽은 자를 삶과 삶이 아닌 것 사이의 일시적 림보 같은 곳으로 계속 들어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 자마저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죽은 자의 의식은 영원히 소멸한다. 애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들이쉬었다가 다시 내쉬더니 그가 전화기를 든 이후 처음으로 질문을 한다. 지금 내가 한 말들 알아듣겠어? 바움가트너가 뭐라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애나의 숨이 멈추고, 말이 멈추고, 전화선이 죽어 버린다. - P77

어떤 사건이 진실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실제로 진실이어야 할까, 아니면 설사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어떤 사건의 진실성에 대한 믿음이 그것은 진실로 만드는 것일까?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느냐 아니냐를 알아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면 어떻게 될까?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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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 혼술에서 중독까지, 결핍과 갈망을 품은 술의 맨얼굴
캐럴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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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아빠가 몇 년 전에 인상 깊게 읽은 책 <명랑한 은둔자>의 지은이 캐럴라인 냅의 또 다른 대표작인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이라는 책이란다. <명랑한 은둔자> 책에서도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이라는 책에 대한 언급도 있어서 찾아보았다가 책 표지가 너무 유혹적이라서 그 유혹에 빠져서 책까지 구입하게 되었구나. 이 책은 알코올 중독에 빠진 지은이가 중독을 극복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아는데, 책 표지의 그림만 보면 오히려 술을 먹고 싶게 만다는 디자인이구나. 술 끊었던 사람도 다시 먹고 싶게 만드는 그런 사진

아빠는 어딘가에 푹 빠지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몸에도 좋지 않다는 술에 중독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단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을 보니 알코올 중독은 일종의 병이라는 것을 이해했단다. 물론 자신의 의지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치료가 필요한 거야. 지은이는 어쩌다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되었는가. 안타까운 것은 힘들게 알코올 중독을 치료했는데, 마흔두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폐암에 걸려 죽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알코올 중독보다 더 시급한 것은 금연이 아니었나 싶구나.

 

1.

지은이는 자신을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라고 했어. 알코올 중독자에 여러 종류가 있나?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를 검색해 보니, 겉으로 보기에는 사회생활도 잘 하고, 직장에서도 유능하며 가정까지 잘 꾸려나가데 알고 보니 실상은 알코올 중독에 빠진 사람을 이야기하더구나. 지은이는 고등학교 이후 술을 거의 물처럼 먹었다고 했어. 자신의 손이 가는 곳에는 어디에든 술이 있었지. 지은이는 술이 안 좋다는 것을 알기에, 끊어보려고 노력하고 AA(Alcoholics Anonymous)에도 열심히 참석했어. 알코올 중독자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려는 모임이지그렇게 술을 끊거나 줄이려는 노력을 했지만, 술 먹으면 오히려 글이 잘 써진다는 등 늘 술 먹으려는 이유, 아니 핑계를 찾는다고 했어. 이는 지은이뿐만 아니라 AA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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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나는 술 마시는 느낌을 사랑했고, 세상을 일그러뜨리는 그 특별한 힘을 사랑했고, 정신의 초점을 나 자신의 감정에 대한 고통스러운 자의식에서 덜 고통스러운 어떤 것들로 옮겨놓는 그 능력을 사랑했다. 나는 술이 내는 소리도 사랑했다. 와인 병에서 코르크가 뽑히는 소리, 술을 따를 때 찰랑거리는 소리, 유리잔 속에서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 술 마시는 분위기도 좋아했다. 술잔을 부딪치며 나누는 우정과 온기, 편안하게 한데 녹아드는 기분, 마음에 솟아나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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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쩌다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는가? 먼저 유전적 요인을 의심했어. 지은이의 아버지 직계 중에 알코올 중독자들이 몇 분 계셨지만 그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다면 가정 환경 때문인가? 지은이의 집안을 유복한 편이었단다. 정신과 의사였단 아버지 덕분이 상류층에 속해 있었지. 다만 무뚝뚝한 아버지가 집에서도 자신의 직업에서 하는 것처럼 무엇인가 분석하려고 하셨는데 그것이 소심한 지은이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었어. 그렇다면 성격 때문일까? 지은이는 자신의 성격이 소심하다고 했어. 그런데 술을 먹으면 용기가 생긴다고 하더구나. 소심함과 알코올 중독은 관계가 있을까. 지은이는 일란성 쌍둥이라고 하는구나. 쌍둥이 자매인 베키는 지은이와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라고 했어. 물론 알코올 중독자도 아니었고.

술은 분명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것이 분명하단다. 아빠도 적당량의 술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하지만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충분한 것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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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86)

충분하다니? 알코올 중독자에게 그것은 생경한 미지의 언어다. 충분히 마시는 일이란 없다. 우리는 언제나 술이라는 보험을 찾고 또 찾는다. 첫 잔을 마시고 따뜻한 취기가 오르기 시작하면 그다음에는 그 느낌을 지속시키는 것, 그걸 강화하고 증대하는 것, 그걸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아는 리즈라는 여자는 알코올 중독을 탐욕의 병이라고 불렀다. 알코올 중독자들이 술에 느끼는 허기, 집착, 불안, 끝없는 결핍감을 일컬은 말이었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술이란 많을수록 좋고 많아야 한다. 석 잔을 마실 수 있다면 왜 두 잔만 마시는가? 네 잔을 마실 수 있는데 왜 석 잔만 마시는가? 도대체 왜 멈추는가? 그리고 어떻게 멈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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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에게 술이란 무엇일까. 술에 취하게 되면 성적 접근에 관대해진다고 했어. 술 때문에 사고 치는 경우가 많은데, 지은이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하는구나. 첫 남자친구도 술 취한 상태에서 생겼고 대학 졸업 후 지도교수의 접근도 술 취한 상태라 거절하지 못했다고 했어. 그러면서 성관계에 관대해지면서 밤을 함께 하고 다음날 죄책감을 가진 경험을 이야기했어. 남자 친구가 있는데, 교수님의 유혹에 넘어가 밤을 함께 했어. 결국 맨정신일 때 교수를 찾아가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아빠 같으면 숨기고 싶은 경험들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솔직하게 모두 다 이야기해주었단다. 이 책은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고 쓴 글일 텐데, 소심하다면서 이렇게 솔직하게 전부 이야기해도 되나 싶을 정도란다. 문화 차이인가?

 

2.

알코올 중독의 단계별로 이야기를 할 때 처음에는 술이 자신을 유혹하는 단계이고, 그 다음이 되면 혼술을 줄기는 단계가 된다고 하는구나. 한 가게에서 술을 너무 구입하면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아서, 지은이는 여러 가게에서 여러 술들을 구입한다고 하는구나. 정말 소심하긴 소심한가 보구나. 알코올 중독이 되면 술을 마시지 않고 혼자 있는 방법을 모른대. 지은이의 경우 직장에서는 유능한 기자로 인정받았지만 직장 밖에서는 술 없으면 생활을 못할 정도라고 했어.

이 정도 되면 스스로 알코올 중독임을 의심하고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자각하게 되지만 술을 멀리하기는 어려운 단계가 되었다는구나. 술 취하면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지만, 다음날 그걸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하더라도 후회하게 된다고 하는구나.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자신이 기억도 못하는 말은 그저 술주정일 뿐이지.

지은이는 알코올 중독 자가테스트를 해보았대. 그 결과 자신은 이미 중기라고 했어. 이제부터 알코올 중독을 끊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했어. 상담도 받아보고 AA에도 나가서 다른 이들과 이야기 나누기 시작했어. 하지만 쉽지 않았지.

이 와중에 지은이는 알코올 말고 또 하나의 중독에 빠진 적이 있었어. 2년 반 동안 거식증으로 고생했다고 했어. 그 동안 먹는 양이 줄고 몸무게는 54kg에서 37kg까지 빠졌대. 이 때 다행히 술도 줄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거식증에서 빠져나올 때 먹는 음식량이 늘어나는 것처럼 술의 양도 같이 늘어났다고 하더구나.

....

지은이의 쌍둥이 자매 베카는 의사가 되고 결혼도 하는 등 부모님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완수한 것으로 보였어. 지은이는 베카와 친하게 지내고 힘들 때는 의지를 하곤 하지만, 베카와 비교해 보았을 때 아무래도 자신은 실패한 인생이라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 그러면 또 술에 빠지고술에 취했을 때면 남자친구와 싸우고 술 때문에 헤어지고.. 그럼 또 술을 찾고.. 필름이 끊긴 날이면 자신의 행동과 말 실수에 대한 걱정으로 일손이 잡히지 않지. 정말 최악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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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술 깬 아침의 막막한 걱정. 내가 아는 알코올 중독자들은 모두 그런 경험이 있고, 그냥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많다. 파티 다음날 잠에서 깨어 전날 과연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짓을 했는지, 오전 내내 걱정에 잠겨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참다 못하면 파티 주최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 반응을 살핌으로써 우리 행동의 단서를 찾아내려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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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술은 망상을 낳는다. 술과 함께 하는 인생은 모험 가득한 낭만의 행로로 여겨지고, 밝은 햇살 아래 출렁이는 눈부시고 역동적인 바다처럼 느껴진다. 단 한 잔의 술로도 우리 가슴은 에너지와 열정에 부풀어 오르고, 조금 전까지 가슴을 짓누르던 문제를 몽땅 해결할 수 있을 듯 자신만만해진다. 하지만 진실은 그 반대다. 술은 우리 인생을 정체시키고, 바위처럼 그 자리에 붙박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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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술 깬 아침의 막막한 걱정. 내가 아는 알코올 중독자들은 모두 그런 경험이 있고, 그냥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많다. 파티 다음날 잠에서 깨어 전날 과연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짓을 했는지, 오전 내내 걱정에 잠겨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참다 못하면 파티 주최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 반응을 살핌으로써 우리 행동의 단서를 찾아내려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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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에 빠진 사람들의 특징에 이중생활이 있다는구나. 술에 취해서 실수를 하여 남자친구가 아닌 사람과 밤을 보내고 나면 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려고 보니 동시에 두 명의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들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심지어 어떤 때는 임신을 했는데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었대. 그 아이를 낙태하면서 자신은 타락했다는 생각을 하지만 술을 끝내 끊지 못하는 생활의 반복이었어.

지은이가 31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3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술을 더 많이 먹게 되었대.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지은이한테 한 이야기는 술 끊으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담배를 끊으라고 했대. 이 책에서는 담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지은이가 나중에 폐암으로 요절하게 되었으니, 어머니는 딸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계셨던 것 같구나.

지은이는 그렇게 인생의 밑바닥까지 추락했어. 쌍둥이 자매 베카의 계속된 잔소리와 자신도 더 이상 늦어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병원과 재활센터를 찾아가게 된단다. 그곳에는 지은이처럼 자기혐오를 하면서 인생의 밑바닥을 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어. 재활센터에서 알코올 중독을 치유하는 비중이 3분의 1 정도 된다고 하는구나. 생각보다 높은 수치 같구나. 물론 나중에 다시 재발하는 사람들도 많다는구나. 지은이는 그 3분의 1에 포함되어 어둡고 긴 알코올 중독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단다. 이후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그 유혹을 이기기 위해서 담배를 물곤 했다는구나. 담배 말고 사탕이나 초콜릿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싶구나. 알코올 중독에서 치유되고 나니, 삶이 더 명확해지고 남자 친구도 한 명으로 정리하고 제대로 된 삶을 찾기 시작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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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술을 끊고 나서의 첫날 아침 느낌을 이야기하고 싶다. 마치 나의 옛 인생에서 쑥 뽑혀 나와 맑고 깨끗하고 독립적인, 꽃과 빛이 가득한 새 들판에 내려진 느낌이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런 느낌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 몇 주가 지나는 동안 내게는 자신감과 안도감, 드디어 내 인생의 개선에 나섰다는 인식에서 나온 희망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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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 AA에도 계속 나가서 성공 사례를 공유하기도 했대.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흔 두 살에 폐암에 걸려 죽고 말았구나. 그렇게 요절하지 않았다면 지은이 캐럴라인 냅의 책들을 더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구나. 만약 술을 끊지 않았다면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도 들더구나. 그의 알코올과 싸움에서 이겨낸 것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좀더 일찍 그 싸움을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구나.

….

아빠가 생각하기에, 식상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술은 사람 사는 세상에 어느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하되, 지나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담배는 백해무익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단다. 너희들도 아빠와 같은 생각을 갖길 바라면서, 오늘 독서 편지는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요약해서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책의 끝 문장: 그것은 사랑이었다.


다른 사람이 진정한 버전의 나를 눈치채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파티장이나 술집에서 다섯 잔째 와인을 기울이는 나를 본 사람들도 그지 조심스러운 사람이 어쩌다 긴장을 풀고 조금 흐트러지는 정도로 여겼을 뿐이다. 친한 친구들은 내 눈을 보면 술에 취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내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눈빛이 흐릿해지는 것이 보이면, 내가 내 속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걸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약간 비틀거리거나 평소마다 목소리가 조금 커져도 사람들에게 취했다는 말을 듣는 적은 거의 없었다. 나는 조용하고 얌전하게 술에 취했다. 어수선해지는 건 내 머릿속일 뿐이었다. - P34

"술을 마시면 내 마음 가득한 더러운 기분이 사라졌어요." - P101

술을 마시면 내가 원하는 성숙한 모습의 내가 되어 메를로의 섬세한 맛을 논하고, 그것이 구이 요리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떠들 수 있었다. 나는 자리에 잘 어울렸고, 삼촌들, 숙모들, 부모님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있는 것도, 술잔을 입에 댄 채 다른 사람들이 술 따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다 편안했다. 나는 술을 통해서 상태를 변화시킨 것 같았고, 그런 느낌은 내게 안도감을 주었다. 여기에서 ‘두려움+술=용기’라는 또 하나의 방정식이 생겨난다. - P107

비극은 그 보호막이 작용을 멈추면서 시작한다. 변신의 수학은 바뀐다. 이것은 불가피한 결말이다. 장기간에 걸친 과음은 우리 인생을 망가뜨린다. 다른 사람들, 그리고 자신과 맺은 관계가 뒤틀리기 시작한다. 업무에 장애가 발생한다. 재정 문제, 법적 문제에 부딪히거나 경찰과 부딪힐 수도 있다. 고통이 커지면 어느 순간 옛 수학(불편+술=불편 없음)은 전처럼 들어맞지 않게 된다. 편안함을 느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소심함이나 두려움, 분노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좀 더 깊고 근원적인 것을 찾게 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방정식은 더욱 강력하고 완전한 내용으로 바뀐다. ‘고통+술=자기 망각’이라는. - P114

알코올 중독자들은 책임 회피의 귀재들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늘 타인이나 사물 탓으로 돌리는 것, 이것은 알코올 중독자를 가려내는 징후기도 하다. 이들은 관계가 꼬이는 엉켰을 때 자신이 잘못한 부분을 좀처럼 인정하지 못한다. 그해 여름 나는 데이비드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언제나 그에게 의문에 찬 눈길을 던졌다. 그에게는 뭔가 부족했다. 뭔가 마땅치 않았다. 나한테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내가 다른 사람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내가 가진 거대한 결핍감의 크기도, 또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내 소망의 부조리함도 감지하지 못했다. - P139

술이 없으면 나는 우리에 갇힌 동물 같았다. 그러니 늘 술을 끼고 살 수밖에 없었다. 술이 없으면 나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내 생각과 팔다리가 내 것이 아닌 듯했고, 그것들을 사용할 방법도 나를 멀리 비켜가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일요일 아침이면 늘 그런 느낌을 받았다. 홀로 부스스 잠에서 깨어나면 텅 빈 하루의 시간밖에는 아무것도 나를 기다리는 것이 없었다. - P164

혼술이 역설은(그러면서 정말로 위험한 것은) 우리가 정서적으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만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혼자 술 마시던 시절, 술이야말로 내 진정한 감정의 문을 열어주는 유일한 도구라고 느꼈다. 술을 마시고 녹아내린다. 술을 마시고 녹아내린다. 술을 마시고 흐느낀다. 술을 마시고 다른 사람에게 전화 걸어 고통을 호소한다. - P166

그 순간 나에 대한 오기가 솟았다. 처참한 내 인생이 한눈에 들어왔다. 술 마시고 싸우고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뛰어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민망한 인생, 지루한 인생, 게다가 극도로 피곤한 인생이었다. 결국 남는 게 무엇인가? 이 모든 소동이 도대체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우리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피하고자 술을 마시지만, 다음날 아침 깨어나면 그 선택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개의 목에 걸린 줄처럼 우리를 끌어 내리고 우리의 전진을 방해한다. 모멸감, 이 모든 일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아찔함. 마이클, 줄리안, 우울증, 불안, 거짓말, 술, 술, 술…… 내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고 또 흘러갈 것이다. 아버지의 인생이 그랬듯이. - P330

‘나는 알코올 중독자다. 그러니까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자시 인정은 밀물과 썰물처럼 한순간 차올랐다가 다음 순간 빠져버린다. 술 마시던 시절의 일을 돌이켜보면, 내가 올코올 중독자라는 증거는 많고도 많았다. 알코올을 들이켜면 내게는 강박 충동과 자제력 상실이라는, 다른 사람들은 겪지 않는 일련의 생리적 반응이 일어났다. 그래도 나는 아직 알코올 중독이 영구적인 진해성 질병이라는 개념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내가 술을 마시고 자제력을 잃지 않았던 적도 있지 않은가? 어쨌든 알코올에는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순기능도 있지 않은가? 그냥 꼭 한 잔만 하면 안 될까? 이런 질문은 수많은 알코올 중독자에게 같은 두려움과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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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가
김진영 지음 / 반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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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김진영 님의 <여기서 나가>라는 소설이란다. 아빠가 예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김진영 님은 아빠의 회사 지인의 누나라서 그런지 신간 소식이 더 반갑더구나. 김진영 님은 몇 년 전에 읽은 스릴러 <마당이 있는 집>로 소설가 데뷔를 하신 분인데, 그 이전에는 영화 감독도 하셨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마당이 있는 집>을 읽고 영화화가 시급하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이후에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더구나. 이번에 나온 신작 <여기서 나가>는 오컬트가 가미된 스릴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소설도 속도감 있는 전개로 쉴 틈을 주지 않고 읽게 만드는구나. 이번 소설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더구나.

 

1.

이상조 할아버지와 순화 할머니는 80대 노부부로 부안 지역에서 농사를 지내신단다. 그들에게는 가슴 아픈 상처가 있단다. 똑똑하고 착했던 큰아들 형진이 작년에 심장마비로 죽었기 때문이야. 이상조 할아버지의 가족 소개를 좀 해볼게. 작년에 죽은 형진은 생전에 공무원이었고, 마흔두 살이 되어서야 해령이라는 여자와 결혼했어. 그런데 해령은 재혼이었어. 전남편과 사별하고 형진과 만나 결혼한 것이야. 전남편과 해령 사이에는 수인이라는 딸이 있었어. 그리고 둘째 아들 형용은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최근에 구조조정으로 해고당하고 말았어. 돈 많이 들어가는 두 아이가 있어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지. 형용의 아내 유화는 베이커리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것으로 생활비 충당은 쉽지 않았어. 막내딸 성희는 중학교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었고 결혼한지 10년이 되었는데 아직 아이가 없었단다. 이상조 할아버지의 가족 소개는 이쯤하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이상조 할아버지는 어느 폭우 내리던 밤, 물길을 내러 밭에 갔다가 밭에서 검은 형체를 보고 깜짝 놀랬어. 그 형체는 금방 사라지고 그 형체가 있던 자리에 가보니 불에 그을린 오 만원 지폐에 한자로 자신의 축은 아들 이름 이형진이 적혀 있었어.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이 일로 놀란 이상조 할아버지는 형용과 성희를 집으로 호출했단다. 그리고 이상조 할아버지는 한가지 고민이 있었단다. 자신의 아들이 죽고 나면 재산 상속을 해야 하는데, 자신의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해령과 수인도 법적으로 상속인이 되는 거야. 형진이 죽은 이후 이상조에게는 남남처럼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야. 그래서 자신이 죽기 전에 땅을 미리 형용과 성희에게 증여하기로 했어. 그 이야기를 이번에 내려온 형용과 성희에게 이야기했단다. 그 대신 자신이 죽기 전에는 그 땅을 매매도 하면 안되고, 담보로 돈을 빌려도 안 된다고 다짐을 받았단다.

평생 자신이 일군 땅에 애착이 있으니 자식에게 증여를 하더라도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공감이 가더구나. 그런데 형용은 엄마로부터 형의 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 형이 엄마의 명의로 1억짜리 땅을 산 것이 있다는 거야. 형용은 엄마에게 이야기해서 그 땅을 자신에게 증여하게 했단다. 형용은 형이 산 땅 청사동을 가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베이커리 카페였어. 해 지는 바다가 보이는 위치에 베이커리 카페를 하면 잘 될 것 같았어. 그래서 아내 유화에게 이야기했더니 아내는 좀 내키지 않았어. 서울을 떠나 군산에 가는 것도 마음에 내키지 않고, 아이들 전학도 신경 쓰이고하지만 남편의 뜻에 따르기로 했단다.

 

2.

형용은 형의 친구 필석 형의 도움으로 베이커리 카페를 설계하고 짓기 시작했단다. 그 땅에는 일제시대 지은 집이 한 채 있었는데 그 집의 기둥을 그대로 두고 리모델링 하자고 했어. 건물의 컨셉을 일본식 건물과 현대식 건물의 콜라보라고 정했지. 그런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게 되어 아버지와 약속을 어기고 아버지로부터 받은 땅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단다. 그래도 돈이 모자라 필석 형에게 1억원도 투자 받았어.

그런데 유화가 우연히 들린 이웃에 있는 중국집 주인으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어. 형용이 산 청사동 땅은 죽은 자의 땅이라는 거야. 귀신이 사람 잡는 땅이라서 오랫동안 건물을 안 짓고 방치한 것이라고 말이야. 유화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냥 괴담이라고 생각했어.

어느날 형진의 아내 해령이 상조 할아버지를 찾아와서 형용과 성희에게 땅 증여한 것에 대해 항의를 했어. 3분의 1은 수인의 땅 아니냐면서 말이야. 해령이라는 여자도 만만한 여자는 아닌가 보구나.  같이 산 시간도 얼마 안 된 남편이 죽었고 전 남편의 딸을 남편이 입양을 했더라도 그렇게 상속 지분을 주장하기 쉽지 않을 텐데 말이야. 상조 할아버지도 화를 내면서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큰소리치며 쫓아냈단다.

유화는 군산에 내려와서 해령을 외면할 수만은 없어서 만났단다. 해령이 대뜸 형진이 죽기 전에 대출한 1억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어. 자신이 그 대출 이자를 내고 있다면서 말이야. 유화는 뜨끔했어. 1억으로 산 땅이 바로 청사동 땅이니까 말이야. 형이 대출하고 해령이 이자를 내고 있는 돈으로 산 땅을 형용의 소유가 된 거야. 이 사실을 해령이 알면 가만 안 있을 것 같은데

상조 할아버지가 형용이 약속을 어기고 땅을 담보로 대출한 사실을 알고 크게 화를 내셨어. 형용도 대들어 크게 소리 지르고 집안 분위기를 점점 안 좋아졌단다. 유화는 그저 침묵할 수밖에. 유화는 공사중인 카페를 찾아갔다가 카페 안에서 검은 형제에 얼굴만 하얀 남자를 보고 깜짝 놀라 기절했단다. 그 남자는 데테이케라는 일본말을 계속 외쳤단다. 나중에 그 말을 찾아보니 나가라라는 뜻이었어.

우여곡절 끝에 카페 이름은 유메야로 하고 오픈을 했단다. 독특한 분위기에 노을 맛집으로 SNS에 소문이 나면서 금방 인기를 끌게 되었단다. 손님들도 늘면서 인근 상가에도 좋은 영향을 끼쳐서 다들 반기는 분위기였어. 어느날 해령이 찾아왔어. 상속 관련해서 소송 진행 중이고 청사동 땅도 실제 주인은 형이라면서 차명으로 된 땅을 증여 받은 것 아니냐면서 형용에게 추궁을 했단다. 형용은 모른다고 잡아 떼자, 유화에게도 물어보자 유화는 울먹이며 미안하다고 했어. 형용은 해령을 내쫓듯 보내고, 유화에게도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고 잔소리를 쏟아 부었어. 한편 상조 할아버지는 밭에 나갔다가 형진이 꺼내달라는 소리와 형상에 이끌려 땅에 얼굴을 박고 땅을 파내다가 정신을 잃고 말았단다. 지나가던 이웃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큰일 날 뻔 했어.

그런데 이상한 일들은 계속 일어났어. 카페의 음식과 빵이 너무 빨리 상하는 거야. 하루도 안되어 곰팡이가 생기기도 했어. 그러다 보니 리뷰도 음식과 빵이 맛없다는 안 좋은 내용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어. 형용은 그것이 유화의 짓이라고 의심했어. 서울로 돌아가고 싶어서 한 짓이라고 말이야.

유화는 읍내에 나갔다가 우연히 해령이 어떤 무당을 만나는 것을 보았어. 아니, 무당을 왜? 이걸 형용에게 이야기를 하자, 형용은 무당을 찾아가 만나보았어. 무당이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형용이 생각하기를, 해령은 무당으로부터 누군가를 저주하는 짓을 했다고 했어. 필석 형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단다. 형용은 혜령을 찾아가 경고하려고 했으나, 해령도 맞받아치며 강경하게 나오자, 화가 난 형용은 자신도 모르게 해령에 손찌검을 했단다. 곧 후회를 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지. 그런데 해령이 그런 형용을 보고 형진과 똑같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야? 형이 해령을 때렸다고? 문득 형용은 어렸을 적 형이 떠올랐어. 사실 형진은 내면에 폭력성을 품고 살았어. 가끔씩 욱하여 폭발하는 스타일이었어. 그래서 형용은 어렸을 때 형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한 적도 있었어.

 

3.

유화는 청사동 땅에서 이상한 일과 안 좋은 일이 계속 생기자, 전 주인을 찾아가 보았어. 전 주인은 김규선이라는 사람인데 그 분은 치매로 요양병원에 있었어. 유화는 김규선을 만났는데, 알 수 없는 일본말만 지껄였어. 그러면서 김규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녀를 유화에게 주었어. 그리고 유화는 해령을 만나러 갔어. 해령은 문뜩 형용을 도와주고 있는 필석을 멀리하라고 했어. 필석은 죽은 자를 불러내는 사람이라며 카페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는 말까지 했어. 도대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유화는 청사동 땅에 있던 집의 주인들을 계속 추적했어. 김규선 이전의 주인은 일본인이었는데, 아내를 죽이고 자살을 했다는 끔찍한 사실도 알게 되었어. 어렵게 그 일본인의 사진을 찾았는데, 오래되긴 했지만 자신이 카페에서 본 사람과 비슷한 거야. 그러다 보니 그 땅이 저주받은 땅이라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어.

유화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굿을 하기로 했단다. 여기서 실수남편과 상의를 하고 했어야지. 굿판을 한창 벌이고 있을 때, 이 사실을 알게 된 형용이 와서 화를 내면서 깽판을 쳐서 굿은 중단되고 말았지유화는 자신의 마음도 이해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폭력까지 쓰는 남편에게 화도 나고 실망도 나고 서울 친정집으로 가겠다고 했어. 형용은 갈 때 가더라도 카페의 식자재만 제대로 정리하고 가라고 했어. 유화가 카페 안에 있는 베이커리 룸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형용은 베이커리 룸을 밖에서 잠갔단다. 유화가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로 갈까 봐 했다고 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것 같구나. 정말 카페에 저주가 그들을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구나.

형용은 필석 형의 글씨가 아버지가 밭에서 발견한 지폐에 써진 글씨체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형용은 필석 형이 살고 있는 당진으로 찾아갔어. 그런데 평소 잘 꾸미고 다니던 모습과 달리 그의 집은 다 쓰러져가는 폐허 같은 집이었어. 안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어. 온갖 부적과 저주의 글이 적혀 있는 글들을 보았어. 그 속에서 형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도 보았어. 필석 형의 정체는 무엇?

그 때 필석 형이 왔어. 청사동 땅에 있는 집의 주인은 죽은 자의 주인이라고 했어. 이치카와 다케오. 그가 지은 집이었어. 일제 시대 군산에서 미곡수출업으로 떼돈을 번 갑부이자 지주였지. 해방 후 자신의 재산을 버릴 수 없다면서 귀화를 신청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어. 더욱이 그의 아내 마카오는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어했어. 그렇게 집에 돌아가려고 하는 아내를 창고에 가두었어. 마카오는 창고에 갇혀서 미쳐갔지. 창고로 들어온 다케오를 비녀로 찔렀고 다케오는 마카오의 목을 졸라 둘 모두 죽고 말았단다.

집은 다케오의 하녀였던 이효심이라는 사람에게 넘어갔는데, 이효심은 바로 유화가 만났던 김규선의 어머니였지. 청사동 땅에 저주를 내린 것이 필석 형이라는 걸 알고 그에게서 도망쳐 유화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다시 카페로 왔어. 유화는 베이커리 룸에 갇혀 미쳐갔어. 귀신에 들렸다고 볼 수도 있지. 자신이 그 옛날 마카오가 되어 창고로 들어오는 마케오를 비녀로 얼굴과 목을 찌르고 도망을 갔어. 이내 정신이 돌아오고 나서야 자신은 유화이고 자신이 찌른 사람은 형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필석은 결국 청사동 땅을 자신이 사들였단다. 사실 필석은 청사동 땅의 원주인 다케오의 손자였단다. 그는 그 땅을 다시 되찾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했던 거야. 청사동 땅을 되찾았다는 것에 승리감까지 느꼈어. 그런데 그때 밖에서 카페 밖에서 불이 났어. 목조건물이었던 유메야 카페는 삽시간에 불이 번졌어. 그런데 창 밖에 보니 형진, 아니 형용의 모습이 보였단다. 형용이 죽지 않았나? 문이 다 밖에서 잠겨 있어서 탈출하지도 못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소설은 재미있게 읽었으나 오컬트 스타일의 소설의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더구나. 그냥 흘러간 문장이 나중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경우도 있고 말이지. 그래서 아빠가 오늘 줄거리를 이야기해주었지만, 매끄럽지 않아도 이해 바람. 일제시대 군산은 국내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으로 빼돌리는 주요 항구로 엄청 발전했으나 그 이후 점점 쇠퇴하여 소멸 도시를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아픈 근대사의 흔적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관광을 많이들 가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아빠는 지나가면서 유명하다는 짬뽕집을 들른 적은 있으나, 군산 여행을 제대로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구나. 나중에 시간이 되면 함께 군산 여행을 가보면 좋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전라북도 군산부 청사정 남서쪽 해변에 자리한 언덕 위에, 일본인 이치카와 댜케오 씨의 신저택 준공식이 지난 13, 지방 유지 및 조선 유지를 초정한 가운데 성대히 거행되었는바, 본 저택은 군산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승지에 건축되었으며, 동씨의 개간사업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라 하겠노라.

책의 끝 문장: 그리고 누군가가 주인으로 모셔주기를, 자신과 같은 염원을 가진 이가 자신을 위해 삶을 빌려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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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노예 남편 아내 - 2024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 수상작
우일연 지음, 강동혁 옮김 / 드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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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홍보성 문구로 알게 된 책이란다. 아빠가 귀가 얇아서 그런 문구에 잘 휩쓸리잖니. ”2024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 수상이라는 홍보 문구였단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해야 옳겠구나. 퓰리처 상은 뉴스 보도 관련된 상인 줄 알았는데, ()보도 부문도 있다고 하더구나. 그 비보도 부문을 한국계 미국인 우일연이라는 분이 2024년에 수상하셨다고 하는구나. 2024년은 한강 님이 노벨 문학상을 타고, 김주혜 님이 톨스토이 문학상을 타고, 우일연 님이 퓰리처상을 탔었구나. 2024년은 우리나라 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한 해라고 해도 될까? 물론 김주혜 님과 우일연 님은 교포시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계시니까

예전에는 한국계 미국인의 작품들이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되는 것이 흔치 않아서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소개되는 것 같구나. 물론 실망을 준 작품들도 있지만…. 아빠는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구나. 우일연님이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해서 그의 작품이 우리나라와 관련된 작품은 아니란다. 1848년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라고 하더구나. 소설 제목은 <주인 노예 남편 아내>로 네 단어로 나열하여 독특하구나. 소설 제목을 보면 노예 해방 관련된 이야기라 추측을 할 수 있겠구나.

 

1.

1848년 조지아 주 메이컨이라는 곳에 예속 피해자 윌리엄과 엘렌 크래프트 부부가 있었단다. 이 소설에서는 예속 피해자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원문에서는 enslaved를 번역한 것이래. 보통 노예는 slave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 책에서는 enslaved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하는구나. 이유는 노예라는 신분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강제로 부여된 상태를 분명히 하려고 그런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래서 옮긴이는 ‘enslaved’예속 피해자, ‘enslaver’예속 가해자로 옮겼다고 하는구나. 엘렌은 노예 엄마와 백인 주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피부는 완벽하게 백인 주인 아빠를 닮아서 흰색을 가지고 태어났단다. 하지만 당시 노예의 피 한 방울만 섞여도 노예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엘렌도 그냥 노예 피해자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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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힐리 가족은 서로를 남편과 아내로 불렀을지 몰라도 법은 그들에게 주인과 노예가 아닌 어떤 관계도 맺지 못하게 했다. 조지아주에서 개인에 의한 해방은 금지돼 있었다. 초기에는 조지아주 사람들도 자기 의지에 따라 노예를 해방할 수 있었다. 버지니아주의 조지 워싱턴이 (조건을 붙이긴 했어도) 노예를 해방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시대에 힐리에게는 메리 일라이자나 그들의 자녀를 해방할 힘이 없었다. 아이들의 아버지가 백인이라는 점, 그들의 모습도 백인 같다는 점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는 소위 한방울 법칙이라는, 흑인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들어가면 그 사람의 몸 전체가 유색인종으로 변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었다. 게다가 노예제도는 언제나 어머니의 혈통을 따랐다. 흑인이라는 혈통과 예속은 건드려서도 취소해서도 안 되는 영구적인 조건으로 간주되었다. 힐리 가족이, 그리고 이제는 엘렌도 바로 이런 가정에 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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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은 흑인 노예였으며, 고급 가구 제작자 밑에서 일하는 유능한 기술자였어. 엘렌과 윌리엄은 조지아 주를 떠나 노예제가 폐지된 북부로 도망가기로 계획을 세웠어. 엘렌이 흰색 피부인 것을 이용하기로 했어. 엘렌이 남장을 하고 존슨이라는 가명을 쓰기로 했고, 윌리엄은 엘렌을 모시는 노예라고 하고 조지아 주를 탈출하기로 했단다. 엘렌이 피부가 희기는 하지만 체구가 작아서 남장하는 것이 눈에 띌 수 있는 위험도 있고, 윌리엄이 180cm가 넘는, 당시로는 큰 키라 눈에 잘 띄는 위험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큼 자유를 절실히 원했단다.

엘렌이 탈출하기 직전에는 자신의 주인이자 아빠인 사람이, 딸인 일라이자에게 소유권을 넘긴 상태였단다. 일라이자와 엘렌은 이복 자매였으나 신분 차이는 주인과 노예였던 거야. 그래도 다행히 이복자매 일라이자는 엘렌에게 잘 대해주었어. 하지만 자유는 주지 않았지.

조지아 주부터 북부 필라델피아까지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어. 조지아 주에서 기차표를 사는 것부터 그들에게는 위험한 순간이었어. 그리고 엘렌은 주인의 친구, 오래 전에 자신에게 청혼을 했던 남자 등 지인을 만나는 위기를 맞이했지만 다행히 그들은 엘렌을 알아보지 못했어. 기차 안에서는 귀머거리 행세를 하고 류머티즘으로 팔을 다친 척 했단다. 윌리엄도 기차 출발 전에 가구 제작사 주인이 와서 주변을 두리번거려서 걱정했으나 다행히 기차는 출발하였단다.

...

엘렌과 윌리엄은 기차를 타고 서배너로 가서, 합승 마차과 증기선을 타고 찰스턴으로 행했단다. 가는 내내 자신들의 신분이 들통날까 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단다. 엘렌이 류머티즘으로 팔을 다친 척 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어. 사람들이 어디로 가냐고 물어 보면, 류머티즘을 고치러 의사 삼촌이 있는 필라델피아로 간다고 했고, 그러면 그들은 필라델피아에 가게 되면 노예가 도망갈 거라고 경고도 했어. 그런데 또 어떤 이들은 윌리엄에게 필라델피아에 가면 탈출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단다.

찰스턴에서 배를 갈아타고 워싱턴으로 갈 때 큰 고비가 찾아왔어. 찰스턴 세관원의 싸인 요청이 있었어. 글을 모르는 엘렌은 글을 쓸 줄 몰랐거든. 엘렌은 팔 아프다고 세관원에게 싸인을 대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어. 그런데 다행히 찰스턴으로 오는 배에서 알게 된 선장이 엘렌을 알아보고 서명을 대신해주었단다. 물론 존슨이라는 백인 신사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워싱턴에서 다시 기차 타고 볼티모어 역에 도착했을 때 다시 한번 고비가 찾아왔지. 볼티모어 역 관리인이 노예주인이라는 증서를 요구했어. 이번에도 기차의 차장이 그들을 알아보고 보증을 해주었단다. 그렇게 여러 번의 위기를 넘기고1600km의 긴 여정을 끝내고 드디어 필라델피아에 도착했단다. 하늘이 그들을 돕고 있는 것 같구나.

 

2.

그곳에서 반노예 협회의 스틸과 미플린 위스타 깁스라는 사람들이 그들을 도와주었어. 남자인줄 알았던 엘렌이 여자라는 사실에 놀랬지. 그리고 흑인 최초 지방판사인 퍼비스라는 사람도 그들도 도와주었어. 그들이 필라델피아에 도착을 했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단다. 도망간 노예 사냥꾼들이 잡으러 올 수도 있거든.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 중에 백인은 불안하고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단다. 하지만 세상에는 피부색이 아닌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엘렌은 글도 배우기 시작했어. 그들은 노예 탈출한 후 폐지론 강연자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윌리엄 웰스 브라운을 만났어. 브라운은 그들에게 강연해 줄 것을 요청했단다. 고민 끝에 엘렌과 윌리엄은 받아들였단다. 그리고 브라운과 함께 강연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의 영화 같은 이야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어. 그러면서 신문 보도도 되었고, 그들이 떠나온 조지아 주 메이컨에도 알려지게 되었단다.

해가 바뀌고 1849년 엘렌과 윌리엄은 보스턴, 매사추세츠 등 순회 강연을 하였고, 이는 노예 폐지 지지자들이 늘어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단다. 그들은 노예 폐지론자들과 함께 활동을 했는데, 그들 사이에서도 의견 차이로 갈등을 빚기도 했어. 그렇게 순회 강연을 하긴 했지만, 크래프트 부부는 정착하기를 원했어. 그래서 그들은 강연을 중단하고, 보스턴에 있는 흑인 공동체에 정착하기로 했단다.

이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1849년 미국은 노예제의 찬반으로 정치권도 갈등이 깊어지고 있었어. 그래서 연방 분리 이야기도 했었고,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했단다. 웹스터라는 상원의원이 연방의 분리의 위기를 지켜냈지만, 남부에서 도망친 노예들을 잡을 수 있는 도망노예법의 발의되어 통과되었단다. 이것은 남부에서 북부로 도망 와서 자유인이 된 이들에게는 최악의 법이었단다. 그들은 이제 납치 위협 속에 살아야 했어. 그래서 또다시 그곳을 떠나 캐나다로 탈출하는 이들도 늘어났단다.

한편, 엘렌의 주인이었던 콜린스는 도망노예법에 따라 엘렌과 윌리엄을 잡기 위해서 휴즈와 나이트를 고용하여 보스턴으로 보냈어. 휴즈와 나이트는 엘렌과 윌리엄에 대한 영장을 받으러 법원에 갔지만 판사들은 그 일을 꺼려 서로 미뤘어. 휴즈와 나이트는 변호사들을 찾아가 도움을 받으려고 했어. 휴즈와 나이트가 엘렌과 윌리엄을 잡으러 왔다는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시위를 하면서 그들을 방해하고 조종하고 위협했단다. 당시 엘렌과 윌리엄은 파커 목사의 집에 숨어 지내면서 예의주시하고 있었어.

결국 엘렌과 윌리엄은 보스턴을 떠나 캐나다로 갔단다. 캐나다에 미국에서 건너오는 자유인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있었대. 캐나다는 더욱이 미국과 붙어 있기 때문에 100% 안전한 곳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엘렌과 윌리엄은 대서양을 건너 영국 리버풀로 가기로 했단다. 1850 11 29일 캠브리아 호를 타고 엘렌과 윌리엄은 드디어 리버풀로 출발하여 13일만에 리버풀에 도착했단다. 미리 와 있던 윌리엄 웰스 브라운과 재회를 했어. 오랜 여행 때문인지 엘렌은 신체적으로 많이 지쳐서 좀 쉬고, 윌리엄은 브라운과 함께 폐지로 강연을 다시 하기로 했단다. 그렇게 노예론 폐지 강연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서 오컴에 정착하려고 노력했단다. 조지아 주에서 자유를 찾아 떠난 그들의 여정은 리버풀까지 와서 이뤄낸 것 같구나.

….

미국에서는 결국 노예제 찬반의 갈등이 심화되어 남북전쟁이 일어났단다.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웠겠지만 남북전쟁에서 북부가 이기면서 미국 전체 지역에서 노예제는 폐지되었어. 전쟁이 끝난 후 엘렌의 어머니 마리아는 영국에 와서 17년만에 딸 엘렌과 재회했단다. 그 때의 기분을 어찌 상상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 부부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단다.

….

이 소설은 반전이나 박진감 넘치는 재미는 없었지만 두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소설을 읽는다면 손에 땀을 쥐면서 읽을 수 있고, 그들이 결국은 자유를 찾았을 때 그들과 함께 쾌감을 느낄 수 있단다.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끝나고 공식적으로 노예제는 폐지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인종차별이 이어져 와 아직도 숙제로 남아 있단다. <주인 노예 남편 아내>의 지은이 우일연 님의 다른 작품들도 우리나라에 소개되면 또 한번 읽어보고 싶더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848, 미국 조지아주의 예속 피해자인 윌리엄과 엘렌 크래프트 부부는 서로의 해방을 위해 서계 반대편으로 가는 8,000킬로미터의 여행길에 올랐다.

책의 끝 문장: 바로 그 공간이 우리가 들어갈 자리다.




엘렌은 기차가 메이컨을 떠나기를 기다리면서 이번 기차 여행 이후로는 믿을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았다. 이곳에 돌아오면 아마 족쇄를 차게 될 것이다. 성공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영영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늘이 기도를 들어준다면 윌리엄만은 볼 수 있겠지만, 살아남는다면, 엘렌은 어머니를 해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먼저 그녀와 윌리엄이 자유로워져야 했다. - P54

크래프트 부부의 특별한 탈출이 신문1면에 실렸을 때는 미국 정제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멕시코와의 전쟁이 끝나고, 미국은 기존 영토의3분의1에 해당하는 영토를 더 얻었다. 정착민들이 서쪽으로, 특히 캘리포니아로 몰려가고 있었다. 캘리포니아는 모든 신문에서 요란하게 광고되었다. 이런 광고의 헤드라인은 "골드러시!"라고 소리쳤다. 신문을 배달하는 소년들은 "새 배가 떠납니다!"라고 외쳤다. 이 모든 흥분의 한가운데에는 불안한 질문이 있었고, 크래프트 부부의 도망은 바로 그 질문을 강조했다. 이 땅에서 노예제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 전체에서는? - P256

많은 사람이 엘렌을 백인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은 겉보기에는 백인인 이 여성이 흑인 남성을 사랑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인종 간 결혼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지되었던 주에서는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엘렌은 청중에게 사회적 질서를 고정해 두는 그 모든 범주의 의미에 질문을 던지라고 요구했다. 그 범주가 북부든, 남부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주인이든, 노예든, 남편이든, 아내든 간에 말이다. 엘렌과 윌리엄은 힘을 합쳐 널리 퍼져 있던 인종차별주의적 주장을 뒤집었다. 흑인은 사회악이거나 최선의 경우에도 자선의 대상이며 구원이 필요하다는 주장, 흑인이 백인이 되고 싶어 한다는 주장을 말이다. - P307

그들은 너무도 긴 거리를 달려왔다. 남부에서 북부로1,600킬로미터, 뉴잉글랜드 전역을 다니며 다시1,600킬로미터,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거친 파도를 건너4,800킬로미터, 그들은 서로를 위해, 서로와 함께 달렸고 이제는 바로 이곳, 이 시간에 서로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곳은 두 사람이 함께, 충분히 강하게, 각자의 정체성을 따로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누구를, 또 무엇을 잃었든 그들은 아무도 깨뜨릴 수 없는 가정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 P482

주인과 노예로서 나란히 선 것도 아니고, 남편과 아내로서 팔짱을 끼지도 않은 채, 친구들 사이에 함께 선 지금의 크래프트 부부는 미국에서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들을 규정했던 역할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세계를 거닐었다. 그들이 순회강연에서 반복적으로 끌어다 쓴 역할, 충격과 눈물, 경이감을 끌어내기 위해 뒤섞어 짜맞춘 역할은 이 마지막 시위에 빠져 있었다. 수정궁은 미국에서든, 그 너머에서든 가능한 삶의 모습이자 하나의 가능성으로, 언젠가는 이루어질 희망으로 나타내는 투명한 국제적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윌리엄과 엘렌, 엘렌과 윌리엄은 모든 방해에서 해방되어 세계 시민으로서 걸었다. 그들은 더 이상 주인과 노예, 남편과 아내가 아니었다. - P560

"나는 노예 상태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자유보다 노예제도를 선호할 만큼 자유를 부정하는 건 신계서도 금하시는 일입니다. 사실 나는 노예제도로부터 탈출한 이래로 모든 면에서 내가 예상조차 못했을 만큼 나아졌습니다. 만약, 그 반대였다고 해도 이 문제에 관한 내 감정만큼은 똑같았을 것입니다. 나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훌륭한 인간의 노예가 되기보다 잉글랜드에서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 P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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