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니까 퇴근할게요
메리엠 엘 메흐다티 지음, 엄지영 옮김 / 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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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책은 책제목에 깊이 공감하여 읽게 된 책이란다. <짜증나니까 퇴근할게요> 퇴근은 기분이 좋아도 하고 싶고 행복해도 하고 싶은 것이 퇴근이고, 심지어 출근도 하지 않았는데 하고 싶은 것이 퇴근인데, 짜증나는 날은 두말할 나위 없지. 책제목만 보고 책소개와 먼저 읽은 이들의 리뷰를 읽어봤는데 재미 있을 것 같아서 읽게 되었단다.

주인공이 아빠와 세대가 좀 다른 MZ 세대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면서 읽었단다. 다른 공간 다른 세대의 일인데 어쩜 이리 공감이 가는지...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한 모양이구나. 소설은 카나리아 제도 푸에르토리코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곳이 어디인지 몰라서 지도 검색을 해보니 아프리카에서 대서양쪽 방향에 있는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섬나라더구나. 스페인 령으로 유럽문화권이라고 보면 돼. 사진으로 봤을 때는 무척 평화로운 곳이겠다 생각이 들었는데, 그곳에도 우리와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 회사원이 있었구나.

지은이는 메리엠 엘 메흐다티라는 사람으로 모로코에서 태어나 카나리아 제도에서 자랐대. 무슬림 여성 MZ 세대로 축구도 무척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란다. 팬픽션으로 글쓰기를 시작하여 인기를 많이 끌었다고 하는데,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지은이 이름과 같은 매리엠이란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1.

소설 속 주인공 메리엠은 25살로 전형적인 MZ 세대로 나온단다. 힘들게 공부를 했지만 취직은 쉽지 않았어. 학창 시절 왜 공부하는지도 모르고 힘들게 보냈는데 도대체 왜 한 거지? 하는 생각이 들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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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

초등학교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까지, 이제 힘든 일은 다 끝냈다고 제 몫을 다 해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는 한 가지 대답만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보내야 한다. ‘앞으로 살면서 무얼 해 먹고 살 것인지’, 그것을 알아내는 데 그 아까운 학창시절을 다 보낸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인생의 초반에는 부모님의 선택으로 내 모든 인생이 돌아간다. 공립유치원으로 보낼까, 영어유치원으로 보낼까? 학교는 발레를 보낼까? 아니면 중국어나 영어학원다 우리에게 좋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선택들이다. 우리는 그냥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된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하나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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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오늘날 우리나라 사정과 비슷한 것 같구나. 너희들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까?

메리엠은 다섯 번의 면접 끝에 슈퍼사우루스라는 회사에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단다. 사수는 욜란다라는 46살 여자였는데 메리엠 입장에서 보면 의도적으로 메리엠을 괴롭히려고 사람 같았어. 메리엠이 일하는 준법감시팀의 팀장은 페란 마티키라는 사람이고 팀원으로 40대 초반의 빅토르 마르케스와 페드로 오테로가 있었어. 그러니까 메리엠 또래의 직원은 없었어. 그 와중에 품질관리팀의 오마르라는 사람이 계속 메리엔에게 플러팅을 해왔어.

….

메리엠의 집은 푸레르토리코라는 곳이고, 회사는 라스팔마스란 곳에 있어서 거리가 꽤 되어 출퇴근도 일이었단다. 집에 와서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주저리주저리 식구들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단다. 인턴이라 아직 정식사원이 아니다 보니 제대로 대접해 주지도 않는 것 같고, 인턴이 정직원이 되는 것도 드문 일이었어. 그 어려운 것은 해내는 메리엠의 성장 드라마가 펼쳐진단다. 몇 달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마티키의 비서로 계약직원이 되었어. 인턴보다는 한 단계 올라섰지만, 아직 정규직은 아니고 계약직이었어.

 

2.

사수였던 욜란다는 여전히 메리엠에게 부정적으로 대한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회사에서 가장 힘든 것은 인간관계란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고 해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을 하면 그 힘든 일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지만, 갈구는 상사와 힘든 일을 해 나갈 때는 두 배, 세 배 더 힘들어지거든.. 메리엠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런 일이 쌓이자 메리엠은 그 동안 마음에 담았던 것을 메일로 잔뜩 썼으나 발신 버튼 누르기 전에 모두 지우고 잘 알겠습니다로 대신했단다.

….

계약직원이 되었으니 당분간 회사에 계속 다녀야 하니, 집도 회사 근처로 알아보았단다. 하지만 이것 또한 쉽지 않았어. 원하는 집은 비싸고 월급은 적고, 월급에 맞춰 집을 구하다 보니 마음에 안 들고결국 많은 부분 포기하고 작은 방 하나를 구했어.

욜란다와 갈등은 점점 많아져서 힘들고 적성에 맞지도 않은 일은 점점 많아지고, 그렇다고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고민 끝에 메리엠은 퇴사를 결심하고, 팀장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자신의 능력을 인정한다면서 정직원 신분과 대폭 인상된 연봉을 제안 받았단다. 그렇게 금융치료로 또 어려운 고개를 하나 넘어서는구나. 아빠도 나름 회사 생활을 오래 했는데, 금융치료만큼 힘든 회사 생활을 지탱해주는 것은 없는 것 같더구나. 누군가는 월급을 마약으로 비유하기도 했어. 한 달에 한번씩 받는 마약 때문에 회사 생활을 그만 둘 수 없다고 말이야.

….

정직원인 된 메리엠은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아서 맞지 않는 옷인 줄 알았던 회사가 아주 편안한 옷은 아니지만 그래도 입을만한 옷으로 변해갔단다. 그리고 나중에는 부사수로 인턴 사원을 받고 리더의 역할도 하게 된단다. 그렇게 커리어 우먼이 되어간단다.

소설 속에서 나 자신을 하나의 회사로 간주한 글이 있는데, 참 공감이 가더구나. ‘라는 회사만은 잘 경영해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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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310)

어느 날 스스로를 하나의 회사라고 간주해버린다. 당신의 인생 드라마에선 당신이 최고경영책임자이자 최고운영책임자이자 최고재무책임자다. 그러니 당신은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항상 느끼며 인생에서 단 1분이라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면 안 되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으니까. 돈을 아끼고, 당신의 재능을 더 잘 이용하고, 업무를 다양화하고, 모든 면에서 결과를 최적화해야 한다. 이 모든 게 의미하는지, 당신이 인생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고 해도 상관없다. 당신이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당신을 내쫓겠다고 위협할 직원도 없으니까. 그저 당신은 샤워를 마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면서 그 나이에 마땅히 이루었어야 할 모든 것들, 친구들과 달리 아직 눈앞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 때문에 스스로를 조금씩 갉아먹게 될 뿐이다. 그러다 귀에서 시계가 재깍재깍 소리를 내는 게 느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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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었는지 물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책의 끝 문장: 그녀에게 따르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있긴 할까?


나는 계속 나이를 먹어갈 것이다. 가족에게 짐이 된다는 이유로,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역사상 교육을 가장 많이 받았지만 역사상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역사상 가장 많은 카페인을 섭취할 뿐만 아니라 역사상 가장 불안정하고 우울하고 콤플렉스가 많은 세대라는 이유로, 살짝 정신이 나간 채로 새벽 3시 27분이 되면 이력서를 여기저기 보내기 시작했다. - P21

그렇기는 하지만, 누구든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스물여섯 살이 되어 있으면 자신이 젊음을 잃었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스물여섯 살부터는 ‘카나리아제도 주민 전용 승차권’을 살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카나리아 주민이 될 수 없다는 뜻인가? 젊음과 주민은 상호 배타적인 관계인가? 나는 아직 28유로로 시내버스와 시외버스를 타고 다니지만, 스물여섯 살이 되는 순간 35유로를 내야 한다. 하여간 왜 청년할인은 있는데 성인 할인은 없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내 또래들 대부분이 갈 곳이 없어 부모님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 빌어먹을 경제적 상황에 사회적인 젊음은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끝난다니, 말이 되는가? 하긴 휘발유 가격이 올라도 자기는 항상 20유로어치만 넓으니 상관없다는 멍청이도 있으니까. - P223

"우리는 정말 거지 같은 세상에 살고 있어." 나는 청중 두 명을 향해 말을 쏟아냈다. "누가 깔리든 말든 바퀴는 절대 멈추지 않아. 나는 점점 나이를 먹고 있어. 내가 바퀴에 깔리면 누군가 나를 대체하겠지. 우리가 미쳐버릴 때까지, 심지어 ‘자본주의가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고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게 잘못’이라고 우리를 세뇌할 때까지 자본주의는 우리를 피폐하고 만들고 우리의 생명까지 빨아먹는 아주 병든 시스템이라고." - P229

할머니집의 벽은 내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초반의 많은 이야기를 간직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몇몇 기억들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흑역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에피소드, 사춘기 때의 경멸과 오만함을 떨쳐버리는 잊는 방법을 익혔다. 손님이 올 때마다 축 처지던 내 어깨도 지워버렸다. 문제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어땠는지, 할머니가 머리를 어떻게 빗었는지, 할머니 몸에서 어떤 향이 났는지, 옷차림은 어땠는지까지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뚜렷하게 기억하지 못하냐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할머니’ 하면 얼굴 생김새,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 때 많이 우시던 모습, 손, 커피를 무척 좋아하시던 모습만 생각난다. - P246

어김없이 돌아온 쓰레기 같은 월요일, 이메일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는 거지 같은 아침 미팅. 회사생활은 이 두 가지의 반복이었다. 그 와중에 복숭아색 정장을 입은 마카레나는 내 머리를 드럼세탁기처럼 핑핑 돌게 했고, 내가 거짓말할 걸 알면서도 멍청한 질문만 던졌다. 모두가 진실을 요구하면서, 막상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면 그 진실을 넘기지 못해 캑캑대는 꼴이 우스꽝스러웠다. "이건 너무 쓰고, 너무 짜잖아. 설탕을 한번 넣어봐" 하며 진실을 가장한 거짓을 원했다. 여기서 계속 일하려면 내가 얼마나 더 당신에게 비굴하게 굴어야 하느냐고 마카레나에게 묻고 싶었다. 이제 눈에 뵈는 것도 없으니까. - P361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가족, 예를 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삼촌이나 할머니가 돌아가시더라도, 내가 심한 우울증에 걸리더라도, 몸이 아프더라도, 계속 일해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우리의 삶은 무슨 일이 있어도 노동만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듯이 흘러간다. 사람보다, 다른 것들보다 일이 더 중요한 셈이다. 가장 두려운 점은 내가 다른 것들을 우선시하며 노동을 그만둘 경우, 나를 대체할 사람은 차고 넘친다는 것이며, 나 또한 그걸 알고 주저한다는 것이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게 틀림없다. - P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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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알베르 카뮈 지음, 안건우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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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24 12 3.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를 놀라게 한 사건이 일어났단다. 귀를 여러 번 씻고 들어도 맞나? 싶을 정도로 황당한 사건. 계엄령. 계엄령이 오늘날 같은 시대에 일어날 수 있다고? 너희들도 깜짝 놀랬었잖니. 그래도 다행히 그 사건은 용기 있고 슬기로운 국민들로 인해 실패하여 1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그 계엄령이 일어났던 것이 다행이라고들 생각하고 있단다. 무식한 정권이 물러나고 제대로 된 정권이 들어서게 되어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모습을 빠르게 되찾았으니 말이야. 하지만 당시 계엄령이 성공했다면 얼마나 아찔했을까 하는 생각은 오랫동안 우리나라 국민들의 트라우마가 될 것 같구나. 그리고 그 불법 계엄령의 측근들이 아직도 여러 영역에서 자리 잡고 있고 계엄령을 일으킨 세력의 심판들이 아직도 지지부진 진행하는 것은 열 받고 화 나는구나.

그 일이 있은 후 출판업계에도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단다. 그 중에 아빠의 눈에 확 띤 책은 알베르 카뮈의 <계엄령>이란 책이란다. 알베르 카뮈라고 하면 <페스트>, <이방인>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아빠도 이 두 책을 읽었어. 알베르 카뮈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위 두 책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대표작 두 권을 읽었으니 다른 책들은 읽어볼 생각도 안 했단다. 그런 와중에 <계엄령>이라는 책을 알게 되어 살펴보았어.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희곡이란다. 책에 보면 실제로 연극의 장면이나 관련된 사람들의 실사 사진도 실려 있단다. 이 연극의 여주인공인 마리아 카자레스와 알베르 카뮈가 연인 사이이기도 했대. 이 책은 <페스트>, <이방인>보다는 유명하지 않지만, 계엄령이라는 소재 때문에 여전히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언급이 되고 있다고 하는구나. 그럼 바로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자.


1.

이 책의 무대는 에스파냐 카디스라는 곳이다. 어느날 혜성이 휙 지나가고 나서 그 혜성에 대한 여러 소문들이 퍼지기 시작했어. 그러자 정부는 새로운 방침을 내렸단다. 시민들에게 혜성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혜성에 대해 말도 하지 말라고 공포했어.

....

그런데 어느날 카디스에 페스트 환자가 나타났단다. 얼마 안 가서 카디스는 대혼란을 겪고, 심지어 종말론까지 퍼졌어.. 페스트는 빠른 속도로 퍼져서 사람들을 더욱 공포로 몰아넣었어. 이 희곡의 주인공 디에고는 의사였는데, 그는 환자들을 성심 성의껏 돌보았단다.

얼마 후에 자신이 페스트라고 하는 사람이 카디스 총독을 찾아왔어. 자신에게 총독자리를 달라고 했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었는데, 페스트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어. 페스트는 비서 한 명을 데리고 왔는데 그 비서가 가지고 있는 수첩에 있는 명단에 선을 그으면 곧바로 죽었어. 일종의 데스노트였어. 페스트는 그것을 총독 앞에서 시전을 하자, 겁 먹은 총독은 권력을 페스트라고 부르는 남자에게 이양하고 자신은 도망을 갔단다. 그리고 페스트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게 된단다. 심지어 죽음까지 통제를 하고 있었어. 데스노트에 있는 명단을 질서 있게 선을 그은 거지...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존재증명서라는 발급했어. 당연히 시민들의 반발이 있었지..

디에고도 그런 페스트에게 저항하다가 도망자 신세가 되었어. 여자친구인 빅토리아와 함께 빅토리아의 집으로 피신했어. 빅토리아의 아버지인 판사였는데, 그는 불법도 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새로 들어선 페스트 권력을 옹호하는 사람이었으니, 그로부터 도망 중인 디에고를 곱게 볼 일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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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판사 : 내가 법을 지키는 것은 법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네. 그것이 법이니까 지키는 거지.

디에고 : 그 법이 범죄를 가리킨다면요?

판사 : 범죄가 법이 된다면 그건 더 이상 범죄가 아닌 것이지.

디에고 : 그렇다면 미덕을 단죄해야 할 판이군요!

판사 : 분명, 그렇게 해야겠지, 만일 미덕이 건방지게 법을 검토하려 든다면.

빅토리아 : 아버지, 아버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두려움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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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디에고를 내쫓으려고 하자 디에고와 빅토리아는 반발했고, 그러자 판사는 디에고를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어. 판사의 부인도 디에고를 지지했지만, 판사는 자신의 주장을 일관했어. 우리나라의 일부 판사들을 보는 것 같구나. 계엄세력에 빌붙는 판사들이 많았잖니... 그들 때문에 마음 조리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열 받는구나.

결국 디에고와 빅토리아는 다시 도망길에 올랐어. 디에고는 군중들과 함께 페스트에 맞서게 되는데, 페스트의 데스노트가 너무 막강했어. 몇몇 이름에 선을 긋자, 그들은 쓰러지고 말았어. 페스트가 디에고의 이름에 선을 그으라고 하자, 비서가 말하길 디에고는 선천적 능력을 자기고 있어, 불가능하다고 했어. 군중들은 계속 밀어붙였고 결국 비서가 가지고 있던 수첩을 빼앗았어. 하지만 수첩은 이후 오해로 인해 서로 뺏고 뺏기게 되고, 민중들은 빅토리아의 이름에 선을 긋게 된단다. 뿐만 아니라 마음에 안 들었던 사람의 이름을 찾아 선을 긋는 일을 했어. 지은이 카뮈가 민중들을 왜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들로 설정했는지 궁금하구나. 누구나 또한 권력을 잡으면 똑 같은 사람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나?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소설 속 민중들과 달리 고귀한 영혼을 가진 이들이 훨씬 많아서 다행이다.

디에고는 빅토리아가 쓰러져 죽는 것을 보고 페스트와 설전을 벌이게 되는데, 페스트의 비서가 배신을 하고 디에고 편으로 돌아서게 된단다. 페스트와 디에고의 다툼은 지난 겨울 계엄세력과 우리 국민들의 저항의 대결을 보는 듯했어. 우리 국민들이 승리했듯이 디에고가 페스트를 몰아내게 되지만, 죽음의 표식이 생긴 디에고도 죽고 말았단다. 혁명의 성공에는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구나.

디에고는 죽고 빅토리아는 깨어나게 되고... 하지만 페스트는 죽은 것이 아니라 그 도시를 떠난 것이 찜찜함을 남기는구나. 그러니 언제고 다시 돌아와서, 또 계엄령을 내릴 여지는 남아 있었단다. 그러지 않게 다시는 계엄령이 안 일어나게 하려면 뿌리까지 다 제거해야 하는 것이야.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계엄 세력에 대한 심판이 이 소설의 교훈을 잘 새겨들었으면 좋겠구나.

....

페스트가 물러나고 민중이 권력을 잡으면서 희곡은 끝나는가 싶었는데, 따른 결말도 제시를 했단다. 도망갔던 총독이 다시 돌아오는 거야. 하지만 민중들은 예전의 민중들이 아니야. 디에고의 말을 깨닫고 그들에게 권력을 다시 주지 않았어. 총독들, 각료들, 그리고 페스트의 빌붙었던 나다 등을 뱃전 아래로 던져 버렸단다. 이런 우발적인 시민들의 행동은 과연 옳은가? 속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행동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단다. 그 사회도 법이 있고 규율이 있었을 텐데, 그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심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카디스의 민중은 데스노트를 탈취할 때도 그랬고, 마지막 총독과 각료들을 처단하는 것도 그렇고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구나. 좀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해 보이는구나.

...

책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책인 아빠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힘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계엄령의 부당함을 깨닫게 해 주었단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찔했던 2024년 겨울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법 계엄을 주도했던 사람들, 협조했던 사람들 모두 중벌을 받아야 다시는 그런 일을 꿈꾸지 못할 것 같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경보 사이렌을 연상케 하는 요란한 주제의 서곡.

책의 끝 문장: 거대한 파도가 선박의 갑판을 쓸어 버린다.


그러니 명심해라, 내가 도착하는 순간 감동적인 것은 더 이상 없다. 그 따위 감동은 금지된다. 그 밖의 몇 가지 쓸데없는 것들, 예컨대 행복을 원하는 우습기만 한 초조함, 사랑에 빠진 이들의 얼굴, 풍광에 취하는 이기적인 작태, 불경한 풍자 행위 등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들의 빈자리에 나는 조직을 이식한다. 처음에는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끝에 가서는 탁월한 조직이 너절한 감동 따위보다 훌륭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듯 탁월한 생각을 실행하기 위해, 남자와 여자를 분리하는 조치를 시행할 것이다. 나의 명령은 법률이 규정하는 것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다. - P75

판사 : 내가 법을 지키는 것은 법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네. 그것이 법이니까 지키는 거지.
디에고 : 그 법이 범죄를 가리킨다면요?
판사 : 범죄가 법이 된다면 그건 더 이상 범죄가 아닌 것이지.
디에고 : 그렇다면 미덕을 단죄해야 할 판이군요!
판사 : 분명, 그렇게 해야겠지, 만일 미덕이 건방지게 법을 검토하려 든다면.
빅토리아 : 아버지, 아버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두려움인 거예요.
- P105

아니, 빅토리아, 엄마는 닥치지 못하겠다. 내 평생 입 닫고 살아왔다. 내 명예를 위해서 그랬고, 신의 자비를 위해 그랬다. 그런데 명예란 게 이제 하나도 남지 않았어. 내 아들의 머리카락 한 올이 하늘에 계신 신보다도 귀중하단 말이다. 그러니 이제는 입 닫고 살지 않으련다. 이 사람에게 적어도 이 말만은 해야겠다. 당신 같은 사람 편에는 권리가 함께하지 않는다고. 당신도 잘 알겠지만, 권리란 고통받고 신음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편에 있으니까요. 권리는, 약삭빠른 자나 돈에 눈이 먼 자와는, 함께하지 않아요. - P109

내가 경멸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려 드는 자들뿐이야.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르든, 저 사람들은 너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어. 만일 저들이 어쩌다 딱 한 번 사람을 죽였다 해도, 그것은 잠시 광기에 사로잡혀 그랬던 걸 거야. 그런데 너는, 그 잘난 법이니 논리니 들먹이며 대학살을 자행하고 있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저들을 비웃지 마. 그건 이미 수백 전부터 공포를 불러오는 혜성들이 저들의 무리를 수도 없이 지나갔기 때문이니까. 저들의 겁먹은 모습을 보고 비웃지 마. 수백 년 전부터 저들은 죽어갔고 저들의 사랑은 너덜너덜하게 찢겨 왔어. 설령 저들이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원인이 존재하는 거야. 그러나 저들을 상대로 너희들이 저질러온 죄악에는, 네가 고안해 낸 그 따위 역겨운 질서에 맞춰 이 세상을 체계화하는 일을 완수하기 위해 저질러 온 죄악에는, 나는 그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어. (페스트가 데이고 쪽으로 걸어온다) 네가 다가온다고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아?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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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2025년 겨울호 - 통권 192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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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녹색평론 2025년 겨울호> 통권 192호란다. 2025 12월에 읽은 책인데, 새해가 한참 지난 오늘에야 이야기하는구나. 밀린 독서편지를 언제쯤 따라잡을지…  올해는 좀더 부지런을 떨어야겠다.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기존 녹색평론에서 다루고 있던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 좀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하고 새로운 정책을 이야기하고 녹색평론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희망도 이야기를 했단다. 그 희망이라는 부분은 일부 농어촌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하는 농민기본소득 사업을 두고 한 이야기란다. 녹색평론에서 오래 전부터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아빠도 농어촌기본소득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그것이 실현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도 생각했어.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는 그런 생각을 실천에 옮겼더구나. 시범사업으로 7개군에 국한되긴 했지만 첫술에 배부르겠니... 짧은 준비기간에 문제도 있고, 논란도 있지만 벌써 유입 인구가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구나.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예산 확보를 잘 해서 조금 더 늘리면 좋을 것 같구나. 물론 현재 정부와 같은 생각의 정부들이 뒤를 이어 정권을 잡아야겠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농민기본소득을 시행하는 일부 지역들의 정당 지지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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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기대도 받고 논란도 일으키고 있지만 이 사업으로 인해 드디어 우리나라 농어촌에도 숨통이 트이고 희망이 생겼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 농어촌은 역사 이래로, 특히 산업화 이래 소외와 착취와 배제의 대상이었다. 2000년 이후 본격적인 농어업, 농어촌 정책들이 추진되었지만 성과보다 부작용이 훨씬 컸던 제 사실이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농어촌지역은 인구감소가 더욱 격화되어 감소를 넘어 인구 멸절의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농어촌의 소멸은 단순히 인구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류의 생명과 지속성의 소멸을 의미한다. 농어촌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는 인류의 생존은 지속될 수 없다. <녹색평론> 발행인이자 기본소득론자였던 고 김종철 선생님이 평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그런 일을 하는 농부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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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정부가 들어선 지 반 년이 넘어가고 있단다. 무엇보다 나라가 정상화된 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단다. 주식도 설마 했던 5000을 거침없이 뚫었구나. 여러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마음에 늘 걸리는 것은 부동산이란다. 녹색평론에서도 부동산, 토지 문제에 대해 가끔씩 이야기를 했었는데, 여러 가지 복잡한 요소들이 섞여 있어서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은 문제란다. 이번 호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조언을 제시했어. 보유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적은 문제점과 한 채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혜택이 너무 많은 점을 지적하더구나. 한 채만 가지고 있다고 하면, 100억 넘는 시세 차익에 대한 세금이 8억원뿐이라고 하는구나.

아빠는 생각하기에는 집 한 채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보유세를 좀 줄여주면 좋겠구나. 집 한 채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집을 이용한 수입은 없으니까 말이야. 그 대신 두 채 이상을 소유한 사람들의 보유세를 좀더 세게 하고, 시세 차익은 한 채를 소유한 사람들도 높은 양도세를 유지하는 것이 좀더 상식적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부동산 급등 문제를 규제와 건설로만 해결하려는 기존 정부와 다른, 독창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서 꼭 성공한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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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국민주권정부인 이재명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만든 정부인가. 인류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항쟁, 길게 보면 3, 짧게는 6개월 동안 더위와 추위, 비바람을 무릅쓰고 광장으로 나온 위대한 주권자 국민들의 항쟁으로 만든 정부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에 놀라워하고 부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한국사회 구성원들에게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자연스럽게 생겨나야 한다. 그래서 부동산이다. 당장 큰 변화가 없더라도 국민들에게 이렇게 몇 년 지나면 나도 주거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구나하는 전망을 줘야 한다. 그래야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지방도 살아날 수 있다.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사회의 수많은 개혁과 추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부동산 문제 해결에 나라의 존망이 걸려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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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택 관련된 문제 중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노인 인구의 증가란다. 그에 따라서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고, 그로 대한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어. 결국은 공동체 생활을 하는 마을이 필요한 것 같구나. 아빠가 어렸을 때 살았던 시골 마을도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고 어르신들만 남아 있는 마을이 되었는데, 최근에 그 마을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는데, 마을회관에서 점심 식사를 모여서 같이 하신다고 하더구나. 그런 것도 1인 노인 가구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

내란을 국민과 함께 진압하고 출범한 이번 정권에서는 이전 내란 정권에서 싼 똥들을 치우느라 바쁘겠지만 정치 개혁, 특히 개헌 논의가 꼭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 중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단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운 국회가 열릴 때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이야기가 되지만 해결되지 않는 오래된 문제란다. 이번 국회도 선거 개혁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지금은 지지부진이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선거 개혁은 그냥 국회의원들에만 맡기면 안되고, 국민들이 참여해서 국민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했어. 하지만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것이, 거대 양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구나.

 

2. 지구 문제점

기후 위기에 대한 이야기 역시 이번 호에서 다루었단다. 기후 위기를 초래한 것은 결국 국가라고 이야기했어. 기후 위기뿐만 아니라 지구를 전쟁으로 몰아넣고, 혼란에 빠뜨리고, 폭력적으로 만든 것은 국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야. 그래서 그 해결책을 국가 없는 사회의 사례에서 찾아보려는 했단다. 아이디어가 독창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기가 어려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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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앞으로 수년 이내에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세계의 환경을 과열시킴으로써 불러온 위기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가 우리에게 닥쳐올 때, 인류는 다만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지난 500년 동안 지구를 지배해온-그리고 기후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정치와 경제 시스템을 둘 다 포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자본주의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성정해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근본원리, 그리고 이것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국가시스템은 물러나고, 규모가 작고 오염을 일으키지 않으며 공격성이 없는 사회들로 구성된 세계가 들어서야 할 것이다. 이 사회들은 자원을 많이 소비하지 않고, 인간적인 규모의 자치정부로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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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이야기가 나온 지 벌써 수십 년이 되었고, 기후 위기에 대해 국가들이 모여서 협의를 시작한 지도 30년이 되었대.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는구나.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은 국민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산업체의 로비에 의해 산업체들을 대변하다 보니, 기후 위기에 무방비였던 것이야. 국가간 협의체들이 결정하는 사항이 일반 시민들의 생각과 간극이 큰 것도 문제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세계시민의회를 출범했다는구나. 하지만 예산 문제로 100명 정도 밖에 안 된다는구나. 무작의 선출로 하되 희망하는 사람으로 선정했고, 지역과 국가를 비례하여 사람수를 정했다는구나. 이것도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기후위기가 다가오는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미국이 한국핵잠수함 건조 승인의 속뜻,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갈등의 문제점도 다루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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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트럼프의 이번 결정이 즉흥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APEC 회의가 열리기 전인 8월에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한미 정상회담 주의제는 관세협상이었으나, 어쩌면 그보다 더 중대했던, 관세협상에 종지부를 찍게 만든 것은 한국 핵잠수함 건조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관한 합의였을 가능성이 있다. 관세협상이 타결됨으로써 핵잠수함 승인과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가 타결됨으로써 관세협상도 마무리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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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이스라엘은 2025 9 9일 사전 통보도 없이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카타르 수도 도하 소재의 하마스 건물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카타르의 반발에 놀란 미국은 서둘러 카타르 안보 보장을 약속하였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주요 비나토 동맹국으로 받아들였다. 카타르 공습이라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이스라엘은 미국의 강권으로 어쩔 수 없이 10 8일 하마스와 기자 휴전에 합의했다. 휴전은 3단계로 나뉘어 진행 중이지만, 휴전 이후에도 가자 주민이 무려 300명 이상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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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작년 여름에 문제가 되었던 강릉 가뭄 사태를 통해 물 부족 문제점을 해결 방법에 대한 글도 좋았고, 장정일 님의 새로운 연재 다시 읽는 고전편도 좋았단다. 녹색평론을 읽다 보면 아빠의 생각을 좀더 깊고 넓게 해주고, 좋은 책들도 많이 추천 받을 수 있어 좋은데, 그런 것에 비해 녹색평론을 읽는 사람들이 너무 적어서 안타깝구나. 2026년에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녹색평론을 함께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들어서고 농어촌기본소득 정책 도입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책의 끝 문장: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재일조선인들과 같은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 모두를 위한 것임을, 새삼 절실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부동산 세제에서 가장 중요한 세금은 무엇일까? 보유세다.왜냐하면 보유세가 지대(임대) 수입을 일정부분 환수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시세차익의 규모를 줄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를 높이는 경우에는 투기목적으로 보유한 부동산을 안 팔고 버틸 수 있고, 또 가격 상승기에는 가격을 떠넘길 수 있지만, 보유세를 강화하면 버티기도, 떠넘기기도 불가능하다. 보유세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한데, 그러나 2023년 현재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0.33%의 절반 이하이며, 30개중 중에서 20위에 머물러 있다. 상위권 국가들(이스라엘 1.24%, 그리스 0.94%, 미국 0.83%)과 비교하면 5~8배 현저한 격차를 보인다. - P14

초고령사회 문턱을 넘은 대한민국에서 ‘나이 듦’은 더 이상 소수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마주한 거대한 질문이 되었다. 그 질문의 한가운데에 "노인은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자리한다. 시가 8억이 넘는 아파트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 노인의 비극은, 이 질문이 단순히 주거빈곤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집’은 가졌을지언정,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 채 고립된 삶은 존엄한 노후라 부를 수 없다.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고령 1인 가구는 급증하고 있으며, 이들의 일상은 외로움과 돌봄 공백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 P20

이렇게 인류 대다수가 바라는 일을 어찌하여 각국을 대표하는 자들이 모인 국제회의는 의결하지 못하는 것일까. 기대와 결과의 간극은 충격적일 정도로 크다. 지구 주민들은 이미 ‘지구의 이익’이라는 원리를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발언할 수 있는 공적인 공간이 있는가? 가끔 실시되는 여론조사 외에 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장소가 있는가? 아무 데도 없다! 그러니까 다자주의 외교가 기후에 관한 대화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편파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재계나 산업계는 물론이고, 큰 시민사회단체들도 COP 협상가들과 만날 기회가 있지만 수십억 명의 보통사람들은 바로 자기자신의 미래가 달린 문제에 대해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 P63

우뇌는 실재하는 것과 직접 접촉하지만, 좌뇌는 사물을 유형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재현합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가짜의 세계를 인식하는 거예요. 시인 워즈워스가 바로 그것을 지적했어요. 자신이 소년이었을 때에는 산들이 말을 걸었고, 폭포, 새, 나무와 대화할 수 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살아있는 존재들을 그 표상이 대신하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좌뇌가 지배하는 우리 문화는 우리의 인식 속에서 그런 살아있는 존재들을 모두 제거했고, 그래서 우리는 극히 빈약한 세계에서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 P157

우리는 아이들이 그들의 삶의 테두리를 넘을 수 있게 돕고자 했다. 농촌마을과 생명, 자연의 신비로움을 되새겨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가게가 없어서 간식을 사 먹기 어렵고, 문화적 혜택도 전무하며, 부모와 떨어져서 낯선 할머니 집에서 생활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아이들이 이곳에서 지내는 것을 행복해하고 도시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참새 소리에 아침을 맞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시골마을, 공동체의 진가를 오히려 도시 아이들이 농촌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듯하다. 아이들은 안다. 온몸으로 느낀다. 인간의 삶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행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렇게 아이들은 자유롭고 자존감 높고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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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탱고 -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 알마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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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제작년 10월 기분 좋은 충격을 주었던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또 일년이 지나 작년 10월 새로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작가가 받았단다.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너 라슬로라는 분인데, 그의 대표작들을 둘러봐도 모두 처음 보는 책들이란다. 제작년에야 우리나라 작가가 받아서 잘 아는 작가가 받은 거지, 아빠에게 노벨문학상은 원래 숨어있는 진주 같은 작가가 받는 상이었단다. 대부분이 처음 들어보는 작가가 상을 받았으니 말이야. 그리고 그 작가들의 대표작을 한두 권씩 읽어보고 좋아하게 되는 작가들도 있었지만, 아빠 취향이 아닌 작가들도 있어서 한 권으로 끝나는 작가들도 있었단다.

작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라슬로의 책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알마 출판사라는 곳에서만 출간을 해 왔는데, 이렇게 노벨문학상을 탔으니 뿌듯하겠구나. 아빠도 라슬로의 대표작 한 권을 읽어보고자 산 책이 바로 오늘 이야기해 줄 <사탄탱고>라는 책이란다. 사탄과 탱고라는 단어가 뜻으로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소리 내어 읽어보면 제법 어울리는 것 같았어. 탱고의 한 장르처럼 들리기도 했단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에 소개되었지만, 1985년에 쓴 작품이란다.

이 소설을 잘 이해하려면 1985년 헝가리 사회를 알면 좋단다. 아빠도 자세히 모르지만, 상식으로는 1985년 헝가리는 아직 소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절이고 공산주의 사회로 들어선지 반 세기 가까이되던 시기란다. 1990년부터 소련이 해체되고 공산주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으니, 그보다 5년 전인 1985년은 공산주의 체계의 붕괴 조짐이 점점 눈에 띠던 시절이 아닐까 싶구나. 그런 것을 생각하고 소설을 읽으면 좋을 것 같구나.

이 소설은 오래 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러닝타임이 일곱 시간이 넘어간다고 하는구나. 소설이 박진감 넘치는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데 7시간짜리 영화로 만들었다니 잠 안 올 때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 그래도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은 들더구나. 그런데 어디서 볼 수 있으려나.

 

1.

이 소설에는 등장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다 이름들도 헝가리 이름이라 익숙지 않았단다. 그래도 아빠가 이해한 수준에서 이야기를 해 볼게. 원래 노벨문학상 작가의 책들은 어렵다는 전제를 깔고 읽어서 그런지 그럭저럭 읽을 만 했단다.

, 그럼 시작해보자. 헝가리의 어떤 시골에 있는 집단농장에서 이야기에서 시작한단다. 후터키라는 사람이 슈미트 부인과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단다. 그런데 외출했던 슈미트가 예상보다 빨리 집에 돌아오는 것이야. 아직 후터키와 슈미트 부인은 침대에 있는데 말이야. 후터키는 잽싸게 집밖으로 나가서 정문 쪽으로 오면서 자신도 이제 슈미트의 집에 도착한 것처럼 슈미트에게 인사를 했단다. 그런데 슈미트가 뭔가 숨기려는 분위기였지. 눈치 빠른 후터키는 슈미트가 돈을 몰래 빼돌리려는 것을 알았지. 슈미트는 크라네르와 함께 어디선가 받아온 돈을 가지고 그곳을 도망가려고 했는데 후터키에게 걸린 거야. 이제 어쩔 수 없이 돈은 셋이 나눠 갖기로 했단다.

….

이 소설의 중요 장소 중에 마을에 있는 술집이 있단다. 술집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이상한 소문에 소란스러웠어. 1년 반 전에 죽은 줄 알았던 페트리너와 이리미아시가 마을에 나타났다는 거야. 슈미트 집에 크라네르 부인이 찾아와 그 소문을 알려주어 슈미트와 후터키도 술집에 가려고 했단다. 페트리너와 이리미아시가 어떤 사람이길래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관심을 가질까.

페르리너와 이리미아시는 어떤 정부 조직에 속해 있는 사람들 같았어. 어떤 대위의 지시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처럼 보였어. 그들은 일 년 반 전에 그 마을을 떠나면서, 어떤 소년에게 부탁을 해서 자신들이 죽었다는 소문을 내달라고 했단다. 아빠는 분명 소설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메모해서 너희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맞는데,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왜 그런 행동들을 하는 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았단다. 아빠가 캐치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일단, 계속 이야기를 해 볼게.

이 마을은 대부분이 노동자들만 있었는데, 의사가 한 명 있었단다. 그런데 지금은 정직 당한 의사였어. 이 의사는 정리정돈을 철저하게 하는 사람이야. 물건들의 거리들까지 간격을 맞춰 정리하는 스타일이야, 어떤 스타일인지 알겠지? 의사는 마을 사람들의 행동을 세심히 관찰하여 기록까지 했단다. 예를 들어 후터키와 슈미트가 우왕좌왕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것을 그대로 기록으로 남겼단다. 아마 소설의 첫 장면에 나왔던 후터키가 뒷문으로 나가서 정문으로 오는 것도 그의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을까 싶구나. 그런 의사이지만 자신의 집안일은 전혀 하지 않았어. 크라네르 부인이 가끔 와서 의사의 집안일을 해주었어. 의사는 철저한 정리정돈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와 맞지 않게 술을 엄청 마셔댄단다. 거의 알코올중독자 수준이었어. 그 술 때문에 정직을 당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

마을은 전체적으로 암울하고 가난하고 무엇인가 늘 부족하고 어두운 그런 분위기였단다. 일자리도 없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장사도 잘 안되고…. 그렇다고 그런 마을을 당국에서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았어. 각자도생이 필요하지만 자포자기한 사람들이 사는 곳, 그곳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마을이란다. 혼자 지내는 호르고시 부인에게는 네 명의 아이들이 있단다. 그 아이들도 먹고 살기 쉽지 않았어. 다 큰 첫째와 둘째 딸은 방앗간에서 몸을 팔며 돈을 벌었지만, 그마저도 수입이 거의 없었어. 아들 서니는 이런저런 잔심부름을 하며 돈을 벌었고 꾀도 좀 있었단다. 일년 반 전에 페트리너와 이리미아시가 죽었다고 소문을 낸 것도 서니가 돈을 받고 한 것이란다.

호르고시 부인의 막내딸은 에슈티케는 주로 혼자 놀았단다. 보살펴 주는 사람도 없어 언니들과 오빠들도 에슈티케에게 관심이 없었어. 집에서 식구들에게 무시만 당한 에슈티케는 가족들 몰래 다락방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곳이 가장 좋았어. 가끔 오빠인 서니가 와서 괴롭혔지만서니는 에슈티케에게 돈을 심으면 나무처럼 자라난다고 거짓말을 해서 에슈티케의 돈을 빼앗아 가기도 했어. 에슈티게는 혼자 놀다가 오빠가 알려준 천국에 가는 방법이 생각났어. 쥐약을 먹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오빠의 말을 그대로 믿고 에슈티케는 실행에 옮겼단다. 에슈티케는 그것이 죽는 것이 아니고 천국에 가는 것이라고 믿었고, 천국에 가서 오빠를 도와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야.

 

2.

날씨가 궂은 어느 날, 술집에 사람들이 모여들었어. 술집에 모여 든 사람들은 이리미아시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걱정들을 하면서 이야기를 했어. 왜 그들은 이리미아시에 대해 걱정을 할까, 궁금하구나. 술집에 슈미트 부인도 왔어. 슈미트 부인은 상당한 미모를 가지고 있어서 마을의 모든 남자들이 좋아했어. 어떻게 하면 잠자리를 같이 할까 궁리들을 했어. 슈미트 부인이 술집에 온 것은 이리미아시가 살았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야. 다른 사람들은 이리미아시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기대했는데, 슈미트 부인도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기쁜 마음을 감추고 있었어. 사실 슈미트 부인은 이리미아시와도 몰래 사랑을 나누었거든그리고 슈미트 부인을 만족시켜준 유일한 사람이었고

술집에는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모였어. 그들은 술을 먹고 탱고를 추기도 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남자들은 대부분 슈미트 부인과 춤을 추려고 했고 그보다 더한 것을 원하는 듯했어. 술집 주인도 슈미트 부인이 외투를 벗게 하려고 평상시 아끼던 난방도 빵빵하게 틀어댔고, 결국 목표도 달성했지. 그들이 그렇게 술집에 모여 있는 것은 이리미아시를 기다리는 것 같았어. 이쯤 되니 이리미아시는 단순한 소설 속 인물 같지가 않고, 지은이가 무엇인가를 상징하는 것 같았어. 예를 들어 과거 헝가리의 영광 같은 것 말이야. 피폐해진 마을을 다시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 그가 죽지 않고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 같았어. 그렇게 소설의 1부가 끝이 났단다.

 

3.

2부는 특이하게 챕터의 순서가 6부터 거꾸로 내려오게 배치했단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작가가 그렇게 구성한 의도는 잘 모르겠더구나. 술집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 잠들기 시작해서 모두 잠들었단다.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그가 왔단다. 이리미아시.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서 그를 반겼어. 이리미아시는 그들에게 연설을 하기 시작했어. 이리미아시의 연설은 어젯밤 헛간에서 발견한 소녀의 시신 이야기부터 시작했단다. 이리미아시는 에슈티케의 시신을 발견한 거야. 아무에게도 관심도 받지 못하고 보호받지도 못한 소녀의 죽음은 자살의 형태를 띠었지만 그것은 타살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어.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했지. 자신이 떠난 후 이 마을은 몰락되었다고 비판하면서도 앞으로 희망을 이야기했단다. 그들에게 이곳 시골을 떠나 새로운 정착지에서 시범경제를 해보자고 했단다. 모두에게 일정한 수입을 보장할 수 있고, 서로 힘을 모아 살아갈 수 있다고 했어. 그러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단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했단다. 그리고 모인 돈 일부는 에슈티케의 장례비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를 투자금으로 사용하자고 했단다.

이리미아시의 연설은 모두에게 호응을 얻어서 마을 사람들은 몇몇만 빼고는 모두 길을 떠나기로 했단다. 이리미아시가 이야기한 곳은 알마라는 도시인데,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곳으로 떠났단다. 지은이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책들을 꾸준하게 번역출판한 출판사 이름이 알마라고 했는데, 이 소설에 나오는 도시 이름을 따서 지은 것 같구나.

그들은 수레에 짐을 잔뜩 싣고 출발을 했는데, 가다가 누군가 의사이야기를 했단다. 의사에게 자신들이 떠난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이야. 자신들이 없으면 의사는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어. 이미 떠나온 이상 돌아갈 수 없었어. 사람들은 길을 가면서 서로 시기하는 일도 생기고 불만들이 쌓이기 시작했어. 그들은 이리미아시와 만나기로 한 곳에 도착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이리미아시가 오지 않았어. 그들은 이리미아시에게 속은 것은 아닌가 의심을 하기도 했어. 그리고 그것이 서로 상대방의 책임이라서 고성을 오가며 싸우기도 했단다. 그 때 이리미아시가 도착을 했단다. 싸우던 사람들만 민망하게 되었지.

이리미아시는 다시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했어. 자신이 세웠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면서, 당분간 뿔뿔이 흩어져서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어. 사람들은 속으로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돌아갈 마을도 없고 이리미아시를 믿을 수밖에 없었어. 이리미아시가 준비한 트럭을 타고 그들은 어떤 역광장에 내려서 각자 새로운 일자리를 소개받고 뿔뿔이 흩어졌단다. 그들이 전재산을 털어 모아둔 투자금은 이리미아시가 가지고 도망을 갔단다. 과거의 영광을 다시 오게 할 희망인줄 알았던 이리미아시는 결국 한낱 사기꾼이었던 거야. 그리고 정보원이기도 했어. 이리미라시와 페트리너는 정보원으로 주민들을 감시하여 상위에 보고하는 사람들이었어.

의사 이야기를 좀 해야겠구나. 의사는 술먹고 쓰러져서 몇 주간 병원에 입원했다가 마을로 돌아왔어. 마을에 오니 아무도 보이지 않았어. 의사는 마을 사람들을 관찰하여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없어졌으니 어쩌나, 잠시 걱정하다가 어차피 그의 공상으로 쓸 수 있다면서 다시 관찰 일기장을 펼쳤단다.

….

이렇게 소설이 끝이 났단다. 그들이 소설 중간에 잠시 가졌던 희망이 꽃을 피웠으면 좋았겠지만, 1985년 무너져가는 공산주의 국가 헝가리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였어. 앞서 이야기했지만 소설이 술술 읽히는 것은 아니고, 소설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낯설어서 아빠가 소설을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는 않지만, 지은이가 공산주의 사회를 비판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소설을 읽고 나니, 이 소설로 영상화한 7시간 짜리 <사탄탱고>영화가 더 궁금해지는구나. 어떻게 영상으로 옮겼는지 한번 보고 싶은데, 일단 어떻게 볼 수 있는지 함 찾아봐야겠구나. 올해는 어떤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탈까. 작년에 유럽 남성 작가가 받았으니, 올해는 비유럽 여성 작가가 받으려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어느 시월의 아침 끝없이 내릴 가을비의 첫 방울이 마을 서쪽의 갈라지고 소금기 먹은 땅으로 떨어질 즈음(이제 첫서리가 내릴 때까지는 온통 악취 나는 진흙 바다가 펼쳐져 들길로 다니기도, 도시로 가기도 어려울 터이다), 후터키는 종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책의 끝 문장: 하지만 움직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그 또한 침대에서 꼼짝하지 않았는데, 돌연 주위의 말 없는 물건들이 신경을 건드리는 대화를 시작했다.

 


"제가 스무 살이 넘은 건 아시죠. 제 동생도 곧 스물이 되고요. 이러고만 살 수는 없어요. 박사님이 오시기 전에 그 얘기를 하던 참이었어요. 저희는 얼마나 돈을 모을 수 있었을지? 상상이 되세요? 사람이라도 죽일 것 같은 기분이예요. 정말요!" - P108

애매하게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야말로 근근이 버티고 계시다는 사실 말이지요. 이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되면 아니라고 하십시오! 벌써 몇 년 전부터 여기 세상의 끝, 이 가망 없는 지역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생계를 꾸려보자고 하지 않았던가요? 우리가 마지막으로 1년 반 전에 보고 헤어질 때, 여러분은 술집 앞에 모여서 저희가 길을 꺾어 들어 보이지 않게 될 때가기 손을 흔들어주셨지요. 아직도 기업이 납니다. 그때 여러분들은 아이디어가 넘쳐났고 멋진 계획들과 충만한 의욕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보는 여러분은 그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아니 더 남루해지고, 이런 제 표현을 용서하십시오. 이전보다 더 어리석어졌습니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요? - P241

불행한 나의 친구들이여. 여러분이 무릎을 꿇고만 이 고난이란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우리의 친구 후터키 씨가 거듭 말하듯이 부스러진 회벽, 내려앉은 지붕, 무너진 담당, 닳아버린 기와 따위가 같은 겁니까? 아니면 그보다는 깨진 환상, 암담해진 전망, 쇠약해진 무릎, 의지력의 쇠퇴 같은 것을 떠올려야 할까요? 제가 가혹하게 표현한다고 해서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분명하게 말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점잔 빼고 소심하게 굴며 전전긍긍하는 것은 모든 것을 더 나쁘게 만들 뿐입니다. - P250

"자, 너무 가슴에 담아두지 마세! 보다시피 다 좋은 쪽으로 해결 나지 않았는가…"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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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홈즈
전건우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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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유쾌한 소설 한 편을 이야기해줄게. 유쾌하다고는 하지만 살인도 벌어지고, 살벌한 결투도 벌어지는 하드 코어 요소도 담겨 있다고 해야겠구나.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함과 유머 감각은 유지한 소설, 전건우 님의 <살롱 드 홈즈>라는 소설이란다. 책표지 또한 그럼 유쾌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단다. 한참 전에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알게 되어 구입한 책인데, 이제서야 읽었단다. 그 사이에 이 소설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구나. 그 드라마는 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화끈하고 시원하고 유쾌한 드라마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 든단다. 지은이 전건우 님은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다른 작품들도 함 찾아 읽어봐야겠구나.

 

1.

이 소설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한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주부탐정단의 활약을 그린 소설이란다.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읽다 보면 배후 세력이 어떤 사람인지 추측이 되긴 하지만 문제되지는 않는단다. 주부탐정단이 어떻게 범인을 잡아가는지 초점을 맞춰 있으니까

주인공 공미리는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남편을 죽이는 꿈을 자주 꾸지만 아주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았어. 공미리의 남편은 축구 중계에 미쳐 가정생활을 거의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란다. 그러니 공미리가 남편을 죽이는 꿈을 자주 꾸지. 공미리는 어렸을 때부터 추리 소설을 즐겨 있고 탐정이 꿈이었는데, 지금은 우울증에 걸린 아줌마로, 가끔씩 병원에 다닌단다. 얼마 전부터 옮긴 병원의 신경정신의 박도진의 상담을 받고 많이 좋아진 것 같았어.

공미리는 추경자, 박소희 등과 함께 전지현이 운영하는 광선 슈퍼에서 자주 모인단다. 그들은 광선 슈퍼에서 부업으로 곰인형의 눈을 붙이는 일을 하곤 했어. 나이 순으로 보면 전지현, 추경자, 공미리, 박소희 이런 순이란다. 추경자는 남편이 경찰이라서 그런지 좀 과격하고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박소희는 일류대학교에 합격했다가 못된 놈을 만나 임신을 하여 학교를 중퇴하고 미혼모로 부모님이 있는 광선아파트로 돌아온 거야. 아이 아빠는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내뺐다고 하는구나.

최근에 아파트 단지에 출몰하는 성추행범이 골칫거리였어. 그런데 그 놈의 물건이 작다고 하여, 쥐방울이라는 별명이 생겼어. 경찰에 신고를 해도 강력범죄가 아니니까, 크게 신경도 쓰지 않았어. 그래서 공미리는 우리들이 잡아보자고 제안을 했고, 다른 이들도 모두 오케이를 했단다. 그렇게 주부탐정단이 출범했단다.

주부탐정단은 아파트 경비인 김광규에게 도움을 요청했단다. 김광규로부터 쥐방울 피해자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했어. 피해자들이 여자이다 보니, 같은 여자들에게 이야기를 더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니, 공통적으로 쥐방울에게서 흙냄새, 꽃냄새가 났다고 했단다. 주부탐정단이 쥐방울의 행적을 쫓는다는 소문이 나자, 어떤 아주머니부터 연락이 왔어. 이십 대인 딸이 있는데 이틀째 소식이 없다면서 말이야. 경찰은 이십대 여자가 이틀째 소식이 없는 것은 늘쌍 있는 일로 치부했지만, 자신의 딸을 가장 잘 아는 엄마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거든. 딸은 퇴근 후 헬스장에 갔다고 나간 뒤로 연락이 끊겼다고 했어.

이건 그 동안의 쥐방울의 행적도 좀 다르긴 했지만, 성추행범들은 점점 과감해지고 강도가 세어진다는 통계로 봤을 때 피해자를 납치해서 더 심한 짓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 주부탐정단은 역할을 분담하여 공미리와 추경자는 탐문 수사를 맡았고, 박소희와 전지현은 CCTV를 담당했단다. 그들의 이런 활동은 당연히 남편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무시를 받았단다. 그래서 남편들이 출근하고 나서 모여서 조사를 했어. 공미리는 신경정신의 박도진에게 이 사건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었지.

 

2.

소설은 중간중간 범인의 일인칭 시점의 글들이 있단다. 쥐방울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읽다 보면 쥐방울이 아닌 살인범의 이야기했단다. 광선아파트에 쥐방울보다 더 살벌한 싸이코패스가 있었던 거야. 이 싸이코패스는 단독 범행을 저지르고 있는 듯 보였지만, 그를 뒤에서 코칭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어. 그리고 그 사람의 정체는 얼마 안 가서 드러나게 된단다.

경비원 김광규는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잘려진 사람 손과 스마일 배지가 들어 있는 검정색 비닐봉지 발견한단다. 스마일 배지는 몇 달 전 경기 남부에서 일어났던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일명 스마일맨의 상징이었단다. 며칠 동한 잠잠했던 살인사건이 이번에 서울 광선아파트에서 일어난 거야. 스마일맨의 특징은 시신을 유기하지만 머리는 버리지 않는 특징이 있었단다. 자신의 집이나 별도의 장소에 피해자들의 머리를 모아 놓았을 것이라는 것이 경찰들의 분석이었어.

이번 범행도 마찬가지였단다. 잘려진 손이 발견되고 얼마 안되어 나머지 시신도 발견했단다. 피해자는 앞서 이야기했던 헬스장에 갔다가 실종된 이십 대 여성이었어. 쥐방울 사건은 이제 사건도 아닌 것처럼 보였어. 주부탐정단의 타겟은 스마일맨이었단다. 그런데 그 시신이 발견된 날 주부탐정단의 막내 박소희가 실종되었어. 공미리와 전화통화 중에 갑자기 끊긴 전화와 함께이번 소행도 스마일맨이라고 생각했어. 공미리를 비롯한 주부탐정단은 이제 남 이야기가 아니었단다. 박소희를 죽이기 전에 스마일맨의 정체를 알아내야 했어. 공미리와 추경자, 전지현은 범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단다.

그 와중에 자신이 스마일맨이라면서 자수를 했다는 소식이 대서특필되었어. 경찰도 그를 범인으로 단정짓고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했어. 그런데 그 사람이 공미리도 다니는 미소신경정신과의 박도진 의사의 환자였단다. 우연일까? 아니면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일까. 공미리는 이 자수범을 알아 보고 경찰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경찰은 공미리의 말을 믿지 않으려고 했단다. 스마일맨이 자수를 했다고 생각한 경찰은 더 이상 수사를 하려고 하지 않았지.

주부탐정단은 이제 그들끼리 진짜 범인을 찾아야 했어. 그들은 아파트 경비 김광규의 도움을 받아서, 스마일맨이 광선아프트 6 101호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범인과 쫓고 쫓기고, 혈투까지 하게 된단다. 범인 뿐만 아니라 배후에 인물이 아주 잘 알고 있던 사람이라는 것까지 밝혀내게 되지. 그리고 박소희도 구할 수 있었어.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범인은 자주 등장하지 않아서 예측하기 쉽지 않았지만, 범인을 배후에서 조정한 이는 쉽게 예상이 가능했단다. 그래도 소설은 나쁘지 않았어. 드라마는 어떤 식으로 각색되었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그 긴 드라마를 볼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김박복 할머니는 그날 밤 악마를 만났다.

책의 끝 문장: “살롱 드 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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