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우리나라 출판계에 큰 경사가 있었단다. 다름 아닌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거야.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문학상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성 작가로도 최초로 수상한 것이지. 아빠도 마음 속으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기뻐했단다. 그런데 한강 이전에 많은 우리나라에는 뛰어난 작가들이 많았단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고, 번역이 잘 되어 널리 알려졌다면 이미 여러 번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그 중에 대표적인 분이 대하 소설 <토지>를 지으신 박경리 선생님이야. 선생님이라는 칭호가 저절로 나오는 대단하신 작가라고 할 수 있겠구나.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은 <토지>가 워낙 대작이다 보니, 다른 뛰어난 작품들이 오히려 <토지>에 가려지는 느낌이 들더구나. 아빠도 박경리 선생님의 산문집은 두 권 읽었지만, 소설은 <토지> 전권 읽은 것이 전부였단다.

아빠가 토지를 읽은 것이 2002년이니 엄청 오래되었구나. 그래서 <토지>를 다시 한번 읽어볼 계획을 갖고 있어. 그러다가 문득 박경리 님의 한 권짜리 장편소설도 읽어보고 싶더구나.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김약국의 딸들>을 이번에 읽었단다. <김약국의 딸들>은 대하소설 <토지>를 시작하기 전인 1962 년에 출간한 책이란다. 시대적 배경도 구한말부터 일제 시대까지 이어지는데, 이는 <토지>와도 다소 겹쳐지는구나. 아빠는 잘 모르겠지만, <김약국의 딸들>을 쓰시면서 <토지>를 구상하지 않으셨을까 싶었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대작 <토지>에서 가려서 그렇지, <김약국의 딸들>도 탄탄한 구성과 전개되는 이야기, 인물 묘사 등 어느 하나 흠잡을 수 없는 명작이라는 것을 이번에 읽으면서 알게 되었단다.

그 시절 통영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같았어. 아주 실감나는 이야기이고,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금방 책장이 넘어갔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런 소설이 외국에 소개가 되었다면 박경리 님이 먼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더불어 나중에 너희들도 좀 더 크면 이 책을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어.

 

1.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은 통영이란다. 너희들이 어렸을 때 통영을 한번 간 적이 있었는데, 너무 어려서 너희들은 잘 기억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한 번 또 가고 싶은데, 아무래도 거리가 멀다 보니 큰 마음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시작은 통영의 풍경으로 시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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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빛은 맑고 푸르다. 남해안 일대에 있어서 남해도와 쌍벽인 큰 섬 거제도가 앞을 가로막고 사철은 온난하여 매우 살기 좋은 곳이다. 통영 주변에는 무수한 섬들이 위성처럼 산재하고 있다. 북쪽에 두루미 목만큼 좁은 육로를 빼면 통영 역시 섬과 별다름이 없이 대부분의 집들이 송이버섯처럼 들앉은 지세는 빈약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자연 어업에, 혹은 어업과 관련된 사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일면 통영은 해산물의 집산지이기도 했다. 통영 근처에서 포획하는 해산물이 그 수에 있어 많기도 하거니와 고래로 그 맛이 각별하다 하여 외지 시장에서도 비싸게 호가되고 있으니 일찍부터 항구는 번영하였고, 주민들의 기질도 진취적이며 모험심이 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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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제, 김봉룡 형제가 있었어. 김봉제는 약국을 하고 있었고, 아내 송씨와 딸 연순이 있었어. 안타깝게도 연순은 어렸을 때부터 병을 앓고 있어 늘 신열이 있었어. 동생 김봉룡은 성격이 완전 개망나니였어. 첫 번째 부인은 일찍 사별했는데, 김봉룡이 죽였다는 소문이 있었어. 두 번째 부인 숙정과 결혼하여 아들 성수를 낳았단다. 그런데 숙정이 결혼하기 전에 숙정을 짝사랑하던 남자가 있었어. 그 남자가 숙정을 잊지 못하고 찾아왔는데, 이걸 봉룡이 알게 된 거야. 그 남자는 도망을 갔는데, 봉룡이 쫓아가서 때려 죽이고, 집에 와서 아내 숙정도 때려 죽이고 도망을 가버렸단다. 갓난 아기 성수만 남았어. 결국 김봉제와 아내 송씨가 성수를 데리고 와서 양자 삼아 키웠단다. 김봉제에게는 남동생 말고 여동생 김봉희가 있었는데, 김봉희는 남편이 일찍 죽어 홀로 아들 중구를 키우고 있었단다.

….

성수는 김봉제의 집에서 자랐고, 김봉제의 딸 연순과 남매처럼 자라났단다. 김봉제의 딸 연순은 어렸을 때부터 병이 있었다고 했잖아. 그래서 결혼도 늦어졌어. 아무래도 당시에는 병약한 여자의 결혼자리를 알아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야. 강택진이라는 사람과 결혼시켰는데 강택진이라는 사람은 누가 봐도 성격도 안 좋았고, 김봉제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하는 것처럼 보였어. 김봉제도 좀 내키지 않았지만, 딸이 처녀 귀신으로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어. 오늘날 같았으면 당연히 결혼을 시키지 않았을 것 같은데연순을 잘 따르던 성수도 반대했지만, 성수의 의견이 반영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

연순이 결혼을 하고 나서도 김봉제는 사위 강택진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여 자신의 약국과 소작지는 성수에게 물려주려고 했어. 하지만 아내 송씨는 그래도 딸을 생각하여 사위에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했어. 이걸 안 강택진은 장모님인 송씨를 이용하여 돈을 빼가게 되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김봉제가 갑자기 죽고 말았어. 아내 송씨가 약국을 강택진에게 넘기려는 것을, 봉제의 동생이자 성수의 고모인 김봉희가 우겨서 약국은 성수가 물려받게 되었어. 성수도 탁분시라고 하는 여자와 결혼하여 아들 용환을 낳았어. 그리고 연순은 얼마 안 가 결국 죽고 말았단다. 연순이 죽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강택진은 곧바로 재혼을 했어 아내 송씨는 이런 사위의 행태에 화병이 날 지경이었지. 그런 송씨에게 가장 큰 위안은 성수의 아들, 용환이었단다. 손주를 사랑하지 않는 할머니가 없겠지만 송씨에게 용환은 모든 것이었어. 그런데 용환이 일곱 살에 그만 마마로 허망하게 죽고 말았단다. 송씨는 이때 크게 충격을 받아 쓰러져 그만 죽고 말았어.

성수의 친아버지 김봉룡이 도망을 가기 전에 김봉룡을 따르던 하인 지석원이 있었는데, 김봉룡이 도망간 이후 지석원은 홀로 생활하다가 최근에는 의병 활동을 했단다. 그 지석원이 김성수의 집에 갓난아이를 데리고 찾아왔어. 아이의 엄마는 죽고 없다고 했어. 지석원은 그 갓난아이를 두고 몰래 길을 떠났단다. 그리고 얼마 후 지석원도 죽었다는 소문이 들려왔어. 김성수와 아내 봉시는 그 아이를 거둬들였단다. 그때가 경술년 국치가 있었던 1910년이었단다.

 

2.

그로부터 약 20년이 흘렀단다. 김성수는 약 10년 전에 약국을 그만두고 어장 관리를 하며 돈을 꽤 벌었단다. 하지만 사람들은 김성수를 여전히 김약국이라고 불렀어. 성수의 아내 분시는 한실댁이라고 불러서 이제 한실댁이라고 할게. 첫 번째 아들 용환이 죽고 나서는 딸만 다섯 명만 낳았단다. 용숙, 용빈, 용란, 용옥, 용혜. 소설의 제목 속의 김약국의 딸들이 드디어 등장했구나. 그 딸들은 외모도 제각각, 성격도 제각각이었어. 소설 속에서 그들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어 그대로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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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86)

큰딸 용숙은 열일곱 때 출가를 시켰으나 과부가 되었고 지금 나이가 스물네 살이다. 둘째가 용빈이, 셋째가 용란이다. 그는 열아홉이며 그 다음이 용옥이, 막내가 열두 살짜리 용혜다. 고모할머니 봉희가 살아 있을 때 용혜는 봉룡이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 돌아갈 날을 몰라 칠월 백중에 제사를 모실 때도 고모할머니는 용혜를 보고 언짢게 혀를 끌끌 차곤 했다. 그러나 김약국은 용혜를 두고 연순을 연상하였다. 입 밖에 말을 내지는 않았으나 어떤 때는 심한 착각을 일으키는 일까지 있었다. 김약국은 연순이가 어릴 때 봉제 영감이 그랬듯이 용혜를 노랭이라 부르며 사랑하였다. 다른 딸들은 모두 머리털이 칠빛처럼 검었는데 용혜만은 밤색 머리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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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숙은 일찍 과부가 되어 아들 동훈을 기르며 살고 있었고, 용빈은 서울에 대학에 입학하여 공부하고 있었어. 홍섭이라는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김성수는 홍섭의 부친 정국주가 악질 친일파여서 싫어했단다. 용란은 왈가닥 스타일인데, 하인 한돌과 밤마다 산에서 몰래 사랑을 나누었단다. 참고로 한돌은 앞서 이야기했던 지석원이 맡겼던 그 아이였단다. 용란과 한돌의 몰래 사랑은 아버지 김성수에게 걸려서 한돌을 도망을 가게 되었어. 이 소문은 동네에 다 퍼져서 용란의 혼사길이 막히나 싶었는데, 얼굴이 예뻐서 그런지 그 지역 지주의 아들 연학과 결혼하게 되었단다. 하지만 연학에게 툭하면 얻어 맞아서 친정에 자주 오곤 했어. 연학은 아편도 하는 것 같았어.

김성수가 어장 관리를 한다고 했잖아. 그에게는 믿음직한 일꾼이 서기두라는 사람이 있었어. 사실 기두도 용란을 짝사랑하고 있었지만 용란이 그렇게 말썽을 피우고, 결혼을 해서 상심이 컸어. 첫째 딸은 일찍 과부가 되고, 셋째 딸은 남편한테 얻어 맞아 친정에 자주 오고김성수와 한실댁은 마음 고생이 클 거야. 김성수는 둘째 딸 용빈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이었단다. 반면 김성수의 고종 사촌인 중구의 아이들은 제법 건실하게 자랐단다. 첫째 아들은 의사가 되어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고, 둘째 아들 태윤은 일본에서 유학 중이었어. 그런데 태윤이 일본에서 독립 운동을 하다가 감옥에서 3개월을 살다 나와 귀국을 했단다.

….

김약국(아빠가 김성수와 김약국이라는 호칭을 번갈아 쓰는 점 양해바람)은 어장뿐만 아니라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잡기 위해 배 두 척을 투자했단다. 그런데 첫 번째 출항에서 배 두 개 모두 탈이 나서, 한 대는 표류하여 일본까지 떠내려갔다가 돌아왔고, 한 대는 행방불명이 되고 말았단다. 그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행방불명이 되고 말았어. 실종자 가족들이 와서 소동을 벌였지만, 김약국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어. 김약국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보상을 해주긴 했지만, 경제적 손실이 가장 큰 사람은 다름 아닌 김약국이었어. 이 일로 김약국의 가세는 크게 기울어지고, 김약국도 심적으로 크게 타격을 입었어. 그렇게 힘든 시기, 김약국에게 위로가 된 것은 소청이라는 기생이었단다. 그래서 김약국은 소청을 소실로 두게 되었는데, 이 일은 딸들과 한실댁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단다.

 

3.

용숙은 아들 동훈이 아팠을 때 왕진을 온 의사와 정분이 나고 말았어. 소문이 이상하게 돌아 그 의사의 아이를 낳았다가 아이를 죽였다는 했어. 이 일로 재판까지 받게 되었지만 무죄 판결로 풀려났단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따가웠어. 그 의사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참지 못하고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버렸단다. 용빈은 대학 졸업 후 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었어. 남자친구였던 홍섭이 그녀와 헤어지고 다른 여자랑 결혼했단다. 김성수에게는 어차피 잘 된 일이었지. 친일파 아들을 사위로 두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야.

용빈은 막냇동생 용혜를 서울로 불러서 자신의 학교에 입학시켰단다. 가장 문젯거리는 셋째 용란이었어. 남편 연학은 아편쟁이뿐만 아니라 결혼 때부터 남자구실을 못하는 사람이었어. 연학은 늘 약에 취해 있어 용란을 때렸어.. 연학은 그 일로 경찰서에 갇히게 되었는데, 시댁 식구들도 그게 낫다면서 연학을 경찰서에서 빼내올 생각도 하지 않았어. 용란도 거의 삶을 포기한 듯 폐인 같이 생활했단다. 그러던 어느날 한돌이 돌아왔어. 산에서 몰래 용란과 사랑을 나누다가 김성수에게 걸려 도망갔던 한돌. 용란은 다시 삶을 되찾은 듯했어. 누가 뭐라 해도 이젠 한돌과 따로 살림을 차렸어. 이 소문을 들은 한실댁이 찾아가 만류를 했지. 그러지 말라고그런데 하필 그날 용란의 남편 연학이 경찰서에서 풀러난 날이었어. 연학이 용란과 한돌의 집에 찾아온 거야. 여전히 약에 취해 있었지. 화를 주체하지 못한 연학은 도끼를 휘둘러 한돌과 한실댁이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단다.

용란에게 한돌이 마지막 희망이었는데, 그렇게 비참하고 죽고 나서 용란은 결국 미쳐버렸단다. 용란은 친정 집으로 왔어. 용란이 미쳐 제대로 생활을 못하지 서울에서 공부하던 용혜가 내려와서 용란을 보살폈단다. 이제 김약국의 그 큰 집에는 한실댁도 죽어서, 김약국, 미쳐 버린 용란, 용혜 이렇게 셋이 쓸쓸하게 살고 있었어.

넷째 용옥은 어디에 갔냐고? 용옥은 아버지의 어장을 관리하던 서기두와 결혼하게 되었단다. 서기두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용란을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김성수의 말에 따라 용옥과 결혼했단다. 용옥의 결혼생활도 그리 행복하지 않았어. 서기두는 일 핑계로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아서, 용옥은 홀아비 시아버지와 시동생과 지내야 했어. 그런데 그 시아버지가 용옥을 음흉한 눈초리로 쳐다보곤 했단다. 그러다가 결국 터지지 말아야 할 일이 터졌어. 시아버지가 용옥을 강제로 성폭행하려고 했고, 용옥은 간신히 뿌리치고 도망을 가서 아기를 업고 서기두가 일하고 있는 부산으로 갔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때 서기두는 통용 집으로 오고 있던 중이었어. 부산에서 허탕을 친 용옥은 다시 통용으로 향했는데, 그만 용옥이 탄 배가 폭우로 침몰하게 되어 죽고 말았단다. 지은이 박경리 님께서 너무 가혹하신 것 같구나.

….

이 일이 있기 얼마 전, 용빈은 아버지의 얼굴이 안 좋아 보여 병원에 모시고 가서 검진을 받게 했어. 조금은 예상한 대로 암이었어. 길어야 다섯 달밖에 못 산다고 했어. 용빈은 아버지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용옥이 아버지보다 먼저 죽은 것이야. 그리고 김약국도 얼마 못 가 죽고 말았단다. 용빈은 아버지의 장례를 마친 후, 통영을 떠나기로 했단다. 여전히 미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용란을 고향 친지에게 맡기고, 막내 동생 용혜를 데리고 통영을 떠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단다.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용빈과 용혜.. 두 사람은 이제 더 이상 비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말고, 좋은 일만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저절로 빌게 되더구나. 그만큼 아빠가 소설에 몰입되어 읽었던 것 같구나. 읽으면서 역시 박경리라는 생각이 몇 번씩 들었단다. 한 가족을 너무 가혹하게 무너뜨리기는 했지만 말이야. 박경리 님의 또 다른 장편 소설들을 좀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리고 이 소설의 또 다른 장점은 최근에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아름다운 우리 말들이 많이 상용되었다는 점. 그런 말들은 책 뒤편이 어휘풀이를 실어주어 또 좋았단다.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책의 끝 문장: 봄이 멀지 않았는데, 바람은 살을 에일 듯 차다.



"논쟁에는 흥미가 없다. 하여간 너는 과대망상증에 걸려 있어. 너의 그 크나큰 사상과 이상은 영웅들에게나 맡겨둬라. 네가 항상 말하는 그 영웅들에게 말이다. 너는 네 분수에 넘는 망상에 사로잡힌 환자다. 너의 행위는 일보의 전진커녕 백보의 후퇴가 아니냐 말이다. 바로 이번 일이 그 표본이다. 넌 대체 뭘 했냐 말이다. 쓸데없이 아가리 놀린 것밖에 더 있었나? 그 아가리 놀린 것으로 누구 한 사람이 구제됐는가? 바늘귀 떨어진 것만큼이라도 조선의 자주성에 도움이 되었단 말인가? 너는 매만 맞고 집안을 시끄럽게 했을 뿐이지 일본 놈의 통치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 P206

"나를 묶어두려고 의식적으로 과소평가를 하는군. 허지만 난 언제나 걸어갈 것입니다. 그러면 부딪칠 것입니다. 반드시 무엇에 부딪칠 것입니다. 만일 사람이 형과 같이 안일하게 산다면 그건 사는 게 아니고 죽은 겁니다. 역사는 없을 겁니다."
"역사가 없음 어떠냐? 역사는 곰팡내 나는 기록이지, 사람은 어떤 입지적 조건이나 생활양식 속에서도 그 당대를 살게 마련이니까."
"교묘한 회피군요. 물론 나도 역사는 그 당대에서 끝나는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끝나면 다시 시작되죠. 마치 사람이 죽고 또 사람이 태어나듯이……"
"되풀이되는 건 없으니만 못하다."
"왜 되풀이되는 거요. 진화하는 거죠."
- P207

새터 아침장은 언제나 활기가 왕성한 곳이다. 무더기로 쏟아놓은 갓잡은 생선이 파닥거리는 것처럼 싱싱하고 향기롭다. 삶의 의욕이 넘치는 규환(叫喚) 속에 옥색 서린 아침, 휴식을 거친 신선한 얼굴들이 흘러간다. 새벽별은 밝고 축림, 전화도, 장대 방면에서는 호박, 고구마, 야채 등을 이고 지고 북문 안을 넘어서는 촌부들, 안뒤산 큰개, 작은개에서는 조개를 이고 충렬사를 지나오는 아낙들, 발개와 첫개에는 어장 배에서 생선을 받아가지고 판데굴을 지나오는 장사꾼들, 삼면 바다에서는 기관선으로부터 통구멩이까지 해초, 생선을 실은 어부들이 바다의 새벽을 뚫는다. 아니 그뿐이야. 통영 읍내에서도 비단 장수, 화장품 장수, 실 장수, 과일 장수, 본시장의 모든 장가꾼들은 서둔다. 이 무수한 움직임과 발소리들은 새터로 향하는 것이다. 새벽이 걷히고 옥색 아침이 서리면 읍 사람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거리에 나서는 것이다.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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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4-12-31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마지막으로 2024년은 시간의 흐름 속으로 사라지네요. 올 한해 bookholic 님을 글을 읽으며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 했습니다.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가족과 행복한 새해 맞이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bookholic 2024-12-31 22:29   좋아요 1 | URL
늘 정진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마힐 님도 2024년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도 좋은 글들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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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일본의 유명한 영화 감독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감독이 있단다.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타기도 했고, 아빠가 좋아하는 아이유도 참여한 우리나라 영화 <브로커>의 감독을 맡기도 했어. 인터넷 서점에서 서칭하다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책이 눈에 띄었단다. 제목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빠도 너희들의 아버지이다 보니 책의 내용이 궁금하더구나. 이 책은 소설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든 동명의 영화를 소설로 각색한 것이라고 하더구나. 아빠는 그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한 편도 없단다. 소설로 먼저 만나게 되는구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제목만 보면 철부지 아빠의 성장 소설일 것 같기도 하고, 따뜻한 가족 소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읽고 나서 보니 그 예상이 빗나가지 않은 것 같구나.

 

1.

료타라는 사람이 주인공인데, 그는 아내 미도리와 여섯 살 난 아들 게이타가 있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단다. 대기업 건축회사에서 인정 받는 중간 간부였어. 그래서인지 엄청 바쁜 사람이었단다. 밤늦게 퇴근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거의 매주 출근했단다. 가정은 평범한 가정일지 몰라도 평범한 가장은 아닌 것 같구나. 미도리는 결혼 후 집에서 살림과 육아를 주로 하였고, 게이타는 명문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었어. 그렇다 보니 여섯 살인 게이타는 입시 학원 다니며 벌써 입시의 압박을 좀 받고 있었어. 그 초등학교는 면접이 중요하다 보니 평상시에도 정답을 이야기하려고 노력을 하였고, 면접 준비를 위해서 거짓말 정답도 외워야 했단다.

그런데 어느날 게이타가 태어난 종합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가게 되었어.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단다. 아이가 바뀌었다고 했어.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는가? 날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 상대방 가족의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혈액형 검사를 하다가 알게 되었대. 병원에서는 미안하다며, 최대한 보상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어찌 이것이 돈 가지고 될 문제인가?

병원 측 변호사와 료코, 미도리 부부는 상대방 부부와 만남을 가졌어. 료코는 내심 비슷한 환경의 가족을 기대했지만, 그렇다면 소설과 영화가 될 수가 없겠지. 상대방 부부는 자신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어. 상대방 남편의 이름은 유다이는 전파상을 하고, 상대방 아내의 이름은 유카리였어. 그쪽은 아내 유카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 같았어. 게이타와 바뀐 아이의 이름은 류세이. 그 밑으로 동생 둘이 더 있었어. 유다이의 집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것 같지 않았어. 그래서인지 보상금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았어. 병원 측 변호사의 입장은 일단 아이는 바꾸는 것을 원칙으로 생각했고, 적절한 보상금은 지급하겠다고 했어.

기른 정과 낳은 정..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 이걸 어떻게 결정할 수 있겠니.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다 보니, 오래 전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가을 동화>가 생각나는구나. 그 드라마도 두 아이가 바뀌었다가 중학교 때 알고 본 가정으로 돌아가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드라마였거든.. 이렇게 이야기하니 그 드라마도 다시 한번 보고 싶네..^^

 

2.

다시 소설의 이야기를 해줄게. 료타는 회사의 상사의 의견을 듣고 두 아이 모두 자신이 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두 아이 자신이 맡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그것이 가장 적합한 답이라고 생각했어. 더욱이 상대방 가족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않고, 아이들이 셋이 있으니까 말이야. 료타는 아내 미도리에게도 자신이 해결 방법이 있다며 자신만 믿으라고 했단다.

정기적으로 병원 측 변호사와 두 부부는 만남을 가졌는데, 병원 변호사의 제안으로 주말에 하루씩 아이를 서로 바꿔서 지내기로 했단다.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게임이자 챌린지라고 이야기를 했어. 아직 진실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렸어. 료타의 집에 온 류세이. 자신의 집보다 좋긴 했지만, 너무 조용하고 지루했단다. 거기에 조금은 엄격한 식사 예절에도 적응을 하지 못했어. 다행히 미도리가 류세이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주었단다.

유다이의 집에 간 게이타도 처음에는 적응을 하기 쉽지 않았어. 자신의 집은 조용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하는데, 류다이의 집은 동생들뿐만 아니라 류다이까지 시끌벅적했어.  그리고 식사 예절 없이 마음대로 행동하고 그랬어. 잠도 좁은 방에서 다 같이 잤단다. 게이타가 잠에 화장실을 못 찾아서 난처한 일을 당할 뻔했는데, 유카리가 도와주었단다. 역시 엄마들은 달라도 뭔가 다른 것 같아.

일주일에 한번씩 생활하면서 게이타가 더 쉽게 적응하는 것 같았어. 료타와 미도리는 류세이와 함께 나들이도 가고 놀이도 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단다. 하지만 류세이가 하는 행동에서 료타는 자신과 닮은 점을 발견하고는 피는 못 속인다고 생각하기도 했어. 두 가족은 다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단다. 미도리도 자유분방한 유다이의 가족과 잘 어울렸는데, 료타만 여전히 다른 나라 사람처럼 겉돌았어. 하지만 료타 자신은 아빠로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어.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사람처럼 말이야. 아이들은 어려서인지 금방 함께 재미있게 놀았단다.

….

그리고 첫 재판이 열렸어.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확인되었단다. 아이들이 바뀐 것이 실수가 아니고 고의로 그랬다는 거야. 당시 간호사인 쇼코라는 사람이 자신은 불행한데, 행복해 보이는 료타의 가족에 질투심을 느끼고 일부러 아이를 바꾸었다는 거야. 쇼코는 재판장에 와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해 달라고 했단다. 하지만 그 사건은 시효가 지나서 쇼코는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고, 병원은 자신의 실수가 아니라서 보상금에 대한 액수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재판에 참석한 가족들은 모두 화를 내고 있지만, 료타는 침묵만 지켰단다.

….

얼마 후 두 가족은 또 함께 모임을 했는데, 그날은 료타도 잘 어울리면서 분위기가 좋았어. 그렇게 분위기가 좋다 보니 료타는 그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단다. 두 아이를 모두 자기네가 맡고 싶다고 마리야. 유다이는 이 말을 듣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단다. 유카리뿐만 아니라 아내 미도리도 료타에게 뭐라고 했어. 료타는 지금까지 자신은 스스로 괜찮은 아버지라고 생각한 것 같지만, 그는 빵점짜리 아빠였어. 이 일 이후로 료타와 미도리 사이도 안 좋아져서 싸우는 날도 있었어. 게이타가 자는 줄 알고 아이가 바뀐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실수도 했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잘못 된 것일까. 이후 이야기는 결국 두 아이는 서로 집을 바뀌어 원래 혈연의 부모 집에서 지내게 되고, 그러면서 또 적응하지 못하고 길러준 부모님을 서로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하게 있단다.

하지만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았어. 두 가족이 자주 만나면서 한 가족처럼 지내는 것이지.. 아이들은 자주 교류하면서 아이들은 아빠도 둘, 엄마도 둘이라고 생각하고그런데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쉬운 이야기이지현실에서는 더 복잡한 여러 요소들이 있을 것 같구나. 이런 일의 정확한 정답을 찾기란 어려울 것 같더구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은 보지는 않았지만, 가족을 다룬 영화들이 많다고 들었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도 그런 맥락의 영화 또는 소설인 것 같았어.

하지만 이야기 소재가 다소 식상하였고, 결론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말이라서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더구나. 책은 우리나라에서 오래 출간되었지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는 10여 년 전에 개봉된 영화더구나. .. 그 이후의 영화들은 그 식상함을 좀 벗어났으려나? 문득 우리나라 배우들과 함께 한 <브로커>라는 영화가 보고 싶구나. 평을 한번 보고 결정을 해야겠구나. 요즘은 영화 한 편 보는 시간도 아까운 시대에 살고 있으니오늘은 이만 할게.

 

PS,

책의 첫 문장: 장난감 인형은 세 개뿐이었다.

책의 끝 문장: 이제는 누가 누구의 자식이고 누가 누구의 부모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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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의 서막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6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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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파운데이션 시리즈 6 <파운데이션의 서막>을 이야기할게. 6권은 파운데이션 프리퀄이라고 볼 수 있단다. 5권의 이야기는 주인공 트레비스가 지구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였잖아. 그 때가 시간적으로 보면 1권에서 해리 셀던이 파운데이션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약 500년이 지난 시점이었지. 그런데 6권에서는 시간의 수레바퀴를 다시 500년 전으로 돌려서 이야기를 시작한단다.

해리 셀던이 어떻게 우주의 미래를 예측하여 파운데이션 프로젝트를 할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이야기란다. 해리 셀던이 1권 초반부에서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가끔 영상을 통해서 등장하였는데 6 <파운데이션의 서막>에서는 32살 풋풋한 시절로 나온단다. 아빠가 그 동안 좀 바빠서 독서 편지가 밀려서 바로 이야기를 시작할게.

 

1.

해리 셀던이 32살이던 시절, 우주 제국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로, 2300만 개 행성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전체 인구는 약 1000조라고 했어상상이 가지 않는 세상이구나. 해리 셀던의 고향은 헬리콘이라는 행성이었고, 해리 셀던은 우주 제국의 수도 행성인 트랜터 행성에서 열리는 수학자 총회에 참석해서 수학적 기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어. 그것을 본 우주 제국의 데머즐 총리는 해리 셀던을 초대하여 당시 황제였던 클레온 1세와 만남을 주선했단다.

클레온 1세도 당시 나이가 해리 셀던과 같은 32살이었어. 클레온 1세는 황제라는 자리가 언제 암살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해리 셀던의 예전을 통해 황제 자리를 굳건히 하려는 마음이 있었어. 그래서 해리 셀던을 만나게 된 거야. 하지만 해리 셀던은 솔직하게 이야기하였단다. 자신의 연구 결과는 예언이 아니고 수학적 모델로 미래를 예측한 것이라서 측정 인물에 대한 미래를 알고 없고, 자신의 예측한 것도 틀릴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어. 별 성과 없이 황제와 헤어져 나와서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휴민이라는 기자가 찾아왔단다. 휴민은 데이즐 총리가 해리를 이용하려고 추격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 이야기를 하자마자 괴한들의 습격을 받게 되었고, 휴민과 해리가 그들과 싸워 제압하고 도망갔단다.

휴민은 해리에서 설득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수학 연구를 계속 하라고 했어. 해리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마치 가스라이팅을 당한 듯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휴민은 해리를 우주 제국의 정부의 추격으로부터 안전한 스트릴링 대학으로 데리고 갔단다. 그 대학 안에서는 정부가 함부로 진입을 할 수 없었어. 그리고 휴민은 해리를 도와줄 사람으로 역사학자 도스 베나빌리 교수를 소개해주었어. 그렇게 연구를 시작했지만 몇 개월 동안 뚜렷한 성과는 없었단다.

어느날 해리는 스트릴링 대학의 기상학자들과 함께 트랜터 행성의 지붕 위에 갔단다. 기상학도 어찌 보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니 그들과 함께 가면 뭔가 도움이 될까 하고 간 것이야. 그런데 트랜터 지붕 위에서 다른 일행들과 헤어져 혼자 동떨어져 있다가 제트기의 추격을 받아 숨겨 되었고,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철수하고 혼자 지붕 위에 남게 되었어. 밤이 되면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도스가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여 해리를 구출할 수 있었어. 이 사건은 여전히 누군가 해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어.

휴민이 찾아와 도스와 함께 어떻게 할지 논의했단다. 그들은 더 안전하면서 역사 기록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마이코겐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했어. 휴민이 아미코겐 지역의 지도자 태양정복자14에세 이야기를 해서 정식 초대를 받을 수 있었어. 마이코겐 사람들의 이름은 보통명사와 숫자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이했단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대머리였어. 외부 사람들도 마이코겐 지역에 오면 대머리를 해야 했는데, 머리 깎는 대신 대머리 분장을 하였단다. 소나기43, 소나기45의 도움으로 마이코겐 지역을 탐방하였고, 오래된 행성이자 인류 기원인 지구에 관한 책도 빌렸는데,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그 책에 지구에 대한 내용도 거의 없었어.

마이코겐 지역 내에 세크리도리엄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사원으로 지구에 대한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어. 그리고 2만년 전에 만들어진 로봇이 아직도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로봇에 대한 정체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러나 그곳에도 큰 성과를 얻지 못했고, 본의 아니게 마이코겐 법을 어기게 되었고, 태양정복자14에게 처벌을 받을 뻔했단다. 이번에도 휴민이 다시 나타나 문제점을 해결해주었어. 휴민은 기자라고 하지만 아는 사람도 많고, 능력이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았어.

 

2.

이번에는 휴민의 소개로 다알 구역에서 일반 집에서 기거를 하면서 지구에 대해 조사를 해보기로 했어. 그래서 다알 구역의 티살버라는 사람에서 세 들어 지내게 되었단다. 열저장소에 갔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유고 애머릴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수학적 재능이 있지만 공부할 기회가 없어서 정식 공부를 하지 못한 사람이었어. 해리는 그의 능력을 알아보고, 헬리콘 행성의 대학을 소개해 주기로 약속했단다. 유고는 지구에 대해 알고 있다는 리타 어머니를 소개해 주었어. 그런데 리타 어머니가 빈민가 위험 지역에 있어서 티살버 등이 그곳에 가는 것을 만류했단다. 하지만 해리와 도스는 빈민가에 가서 리타 어머니를 만났고, 돌아오는 길을 알려준 꼬마 레이치와 친해졌단다. 그들이 빈민가를 오가는 것에 불만을 가진 티살버 부인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이 와서 조사하게 되자, 해리와 도스는 그곳을 떠나 와이 지역을 도망을 갔단다.

와이 지역은 와이의 시장인 마닉스 4세가 그들을 잘 대접해 주었단다. 마닉스4세는 너무 늙어서 그의 딸 라쉘르가 권력을 잡고 있었는데, 그 라쉘르가 해리 일행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어. 그런데 알고 보니 라쉘르도 해리가 미래 예측을 한다는 것을 알고 그를 자신의 권력 차지에 예측하려고 했단다. 그뿐만 아니라 우주 제국을 붕괴시키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었어. 그러니 라쉘르는 해리에게 그렇게 예언해 달라고 했어. 그렇게 되면 자신의 계획은 더 지지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야. 그런데 와이 지역 내부 구데카가 일어나게 되었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제국 군대까지 투입하게 되었단다. 라쉘르는 해리가 적에게 넘어가 이용당하게 되면 자신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에 해를 죽이려고 했는데, 정확한 타이밍에 휴민이 나타나서 해리를 구해주었단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인가? 휴민은 어떻게 적재적소에 나타나 해리를 도와줄 수 있을까? 그런데 뜻밖에 일이 발생한단다. 라쉘르가 휴민을 보고 데머즐 총리라고 했어.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그러니까 데머즐은 지금까지 신분을 숨긴 채 해리에게 접근하여 미래를 예측하도록 유도한 것이란다. 해리 셀던은 데머즐과 이야기를 하면서 이상함을 느꼈어. 데머즐, 그러니까 휴민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해리는 데머즐이 사람이 아닌 로봇일 거라고 확신했어. 그리고 계속된 질문에 데머즐은 자신이 로봇이 맞다고 했어. R. 다닐 올리바가 자신의 정식이름이라고 했단다. 다닐 올리바? 아빠가 기억력이 좋지는 않지만 그 이름이 살짝 기억이 났단다. 파운데이션 5권에서 트레비스가 지구를 찾아 갔다가 달의 지하에 살고 있는 로봇을 만나게 되는데

그 로봇의 이름이 다닐 올리바였잖아. 이렇게 소설은 이어지게 되는 것이었구나.

<파운데이션의 서막>은 이렇게 끝을 맺었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해리 셀던이 미래 예측을 연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이고 그것에 큰 공을 세운 것이 바로 다닐 올리바라는 로봇이고 그 로봇은 나중에 달의 지하에서 트레비스를 오게 이끌게 한 그 로봇이었어. 책의 두께에 비해 줄거리를 짧게 이야기했는데, 그래도 중요한 이야기는 다 한 것 같구나. , 이제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한 권 남았구나. 긴 시리즈가 잘 마무리되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할게.

 

PS,

책의 첫 문장: 하품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클레온 황제는 말했다.

책의 끝 문장: “한 번 더 해 주세요,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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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의 탄생 - 2014 제5회 김만중문학상 금상 수상작
조완선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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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조완선 님의 <걸작의 탄생>이라는 책이란다. 오래 전에 조완선 님의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고 두어 권을 더 읽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조완선 님의 한 작품을 추천해 보라고 하면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이라고 하겠구나. 오랜 만에 조완선 님의 책을 읽었어.

이 책 <걸작의 탄생>은 오래 전에 사두었던 것인데 얼마 전에 책장 정리하다가 보여서 잠깐 읽어보았는데,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아빠가 좋아하는 허균과 박지원이더구나. 너희들에게 여러 번 이야기를 했지만 아빠는 특히 허균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이 급궁금해졌어. 허균과 연암은 살았던 시대가 달랐는데 어떻게 연결했을까 궁금하기도 했단다. 그럼 바로 이야기를 해줄게.

 

1.

이 소설은 연암 박지원과 교산 허균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는 방식으로 이어진단다. 주된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허균은 자신보다 100년 앞서 살았던 홍길동의 행적을 추적하고, 박지원은 자신보다 200년 앞서 살았던 허균이 남겼다고 하는 책을 추적하는 이야기란다. 아참, 이 이야기는 유명한 역사 인물이 주인공이지만, 허구라는 점은 명심하렴.

어느날 책쾌 조열이 박지원을 찾아왔단다. 책쾌는 조선시대 활동했던 책장수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구나. 부안에서 허균이 <홍길동 전>과 관련되어 쓴 책을 구했다는 내용이야. 먼저 서문만 필사해서 가지고 와서 박지원에게 건네주었고 책은 보름 후에 가져다 주겠다고 했어. 그런데 보름이 지나도 조열이 오지 않자, 박지원은 조열의 동료 책쾌를 찾아갔는데 조열이 죽었다는 뜻밖의 소식을 들었단다.

조열이 이야기했던 책은 <교산 기행>이라는 책으로 허균이 홍길동의 행적을 추적하여 겪은 일을 적은 기행문이라고 했어. 박지원은 조열의 죽음을 파헤치지도 하고, 사라진 <교산 기행>의 행적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단다. 다른 책쾌들의 소문에 의하면 문경에 살고 있는 책쾌 차기중이 죽였다고 했어. 박지원은 조열의 동료 책쾌 마종사와 함께 문경에 갔단다. 박지원과 마종사는 차기중의 뒤를 밟는데, 또 다른 책쾌인 박만득이라는 사람도 죽었단다.

박지원은 차기중을 잡아 문초하자 그는 자신이 조열과 박만득을 자신이 죽였다고 시인했으나, 그도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서 죽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하지만 차기중은 입을 굳게 다물었단다. 박지원은 그를 미끼로 해서 배후 인물을 잡으려고 그를 풀어주었단다.

….

그런데 얼마 후 차기중도 피살된 채 발견되었단다. 화재 사고로 위장되었지만 피살된 거야. 차기중에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간 곳이 혜국사라는 절이라서 그곳에 가서 주지 스님인 중운 스님을 만나 보았단다. 중운 스님은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었어. 연암은 몇 장 발견된 <교산 기행>의 필사지에서 허균이 변산에 간 사실을 알게 되어 변산으로 가서 다시 허균의 행적을 쫓게 된단다.

 

2.

이번에는 허균의 이야기를 해볼게. 허균은 부안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었는데, 홍길동이 참수되었다는 100년 전 문서 기록을 보게 되었어. 그동안 홍길동이 참수되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 문서가 나오자 진위가 의심스러웠지. 허균이 이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홍길동의 마지막 행적을 추적하기로 했단다. 홍길동의 고향인 전남 장성에 먼저 가 보았어. 홍길동이 죽은 지(또는 사라진 지) 100년이 되었지만 고향에서는 아직도 홍길동을 기리는 제사를 지내고 있었단다.

홍길동 고향에서 조사를 마치고 허균은 홍길동이 마지막으로 활동했다고 하는 주흘산이 있는 문경으로 갔어. 홍길동의 본거지로 알려진 곳을 들러보다가 관가에 붙들려 잡혀 들어가게 되었어. 홍길동이 죽은 지(또는 사라진 지)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홍길동을 따르는 무리들이 있어 관가에서는 이들을 체포하고 있었는데 허균도 그런 무리로 여기고 체포한 것이란다. 다행히 문경 현감이 허균의 친구 염기철이어라서 금방 풀려났단다.

허균은 문경에서 홍길동의 행적을 조사했어. 허균은 홍길동의 묘지가 있다고 하는 것에 가 보았는데 그곳에서 최방원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최방원으로부터 그 묘지는 가짜 묘라는 이야기를 들었어. 경신년 홍길동은 잠적하게 되자, 관가에서는 책임을 무마하기 위해 가짜 홍길동을 잡아 참수했다는 거야. 홍길동이 잠적한 이후에 홍길동 후손들이 몇몇 사람들을 데리고 무사태평한 남쪽 섬으로 데리고 간다는 소문이 있었어. 계속 조사를 하던 허균은 괴한의 습격을 받아 정신을 일고 깨어나보니 혜국사라는 절이었고 그곳에는 봉추거사라는 사람과 스님들이 있었단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 허균의 스승 손곡 이달의 이름이 나와서 허균이 자신의 스승이라고 하자 그들은 허균을 풀어주었단다.

봉추거사가 허균에게 서찰 한 통을 주는데 그 속에는 온통 수수께끼 같은 글만 적혀 있었고 허균은 그 글 속의 수수께끼를 풀어내어 그들이 변산 반도로 간다는 것을 알아내었단다. 허균은 그 길로 변산 반도로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말 얼마 뒤에 그들이 나타났단다. 허균은 봉추거사와 다시 만나고, 봉추거사는 일행들을 데리고 배를 타고 떠났단다. <홍길동 전>을 너희들도 읽었으니 봉추거사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겠지? <홍길동 전>에서 홍길동이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세운 나라 율도국이겠구나. 지은이 조완선 님은 <홍길동 전> 안의 이야기까지 끌어와서 이 소설을 완성한 것 같구나.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조완선 님의 원픽은 아직 <외규장각 장서의 비밀>로 해야겠구나. 이번에 읽은 <걸작의 탄생>은 책장은 금방금방 넘어가긴 했는데, 뭐랄까? 심심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몇 프로 부족한 재미였단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한바탕 소낙비라도 뿌리려나.

책의 끝 문장: 샛노란 달덩이 위에서 허생이 배시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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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과 지구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5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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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파운데이션 시리즈 (어느덧) 5권이란다. 제목은 <파운데이션과 지구>. 지난 파운데이션 시리즈 4 <파운데이션의 끝>을 이야기할 때 이야기한 것처럼 4권부터는 3권이 출간되고 30년 후에 쓴 책이라고 했잖아. 30년 전의 1, 2, 3권들보다 한 권의 두께가 엄청나다는 이야기도 했었지. 그런데 또 하나 다른 점이 있었어. 파운데이션 1, 2, 3권들은 시간이 빨리빨리 지나갔었어. 한 권에서 수백 년을 다루기도 했었지. 그런데 4권에서부터 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을 다루고 있단다. 그것이 아마도 30년이 흐르고 나서 지은이 아이작 아시모프의 글 쓰는 스타일이 바뀌었거나 시대의 흐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번 파운데이션의 시리즈 5 <파운데이션과 지구>는 지난 4권의 주인공 트레비스가 또 주인공으로 등장한단다. 4권에서 트레비스가 지구를 찾으려고 터미너스 행성을 떠났던 것 생각나니? 이번 5권에서도 그 이야기가 이어진단다. 5 <파운데이션과 지구>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한 마디로 요약을 하지면 트레비스의 지구 찾아 삼만리가 아닐까 싶구나. 그렇다면 어떤 에피스들이 있었는데 이야기를 해줄게.

 

1.

4권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면 트레비스는 가이아 행성에 머물면서 끝이 났었지. 트레비스는 가이아 행성에 머물면서 우주 제국의 기원이 된 지구를 찾아가려는 계획을 세웠단다. 하지만 지구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서 어디로 목표를 향해 떠나야 할지 몰랐어. 4권에서도 트레비스와 함께 했던 페롤랫 교수와 페롤랫 교수의 애인이 된 가이아 인 블리스도 지구를 찾는데 동참하겠다고 했어. 트레비스는 블리스에서 가아아 행성에 있는 지구의 기록을 볼 수 있도록 요청했어. 그런데 가이아 행성에는 기록 자체가 없다고 했어. 가이아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고 했어. 그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물, 심지어 무생물 속의 기록이 있다면 그것까지 공유할 수 있다고 했어. 그야말로 완벽한 집단지성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가이아는 단순한 행성 이름이 아니고 거대한 기억 공유의 집단 지성을 뜻하기도 해. 그런데 그 가이아의 기억 속에도 지구는 없다고 했어.

트레비스는 4권에서 등장했던 콤포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어. 콤포가 이야기하기를 콤포렐론 행성에 가면 지구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 트레비스는 일단 콤포렐론 행성으로 가기로 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패롤랫과 블리스도 함께 갔단다. 콤포렐론 행성의 임시우주정거장에서 블리스의 신분이 확인이 안되어 입국에 차질을 빚고 있었어. 트레비스는 담당자에게 계속 설득하여 간신히 입국 심사를 통과하였어. 하지만 그들이 행성에 착륙했을 때 그들을 기다린 것은 행성의 교통부 장관 리잘로라는 여자였어. 리잘로는 그들을 연행한 후 터미너스로부터 그들이 타고 온 파스타 호를 회항 조치하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했어.

트레비스는 리잘로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어보니 그들은 최신식 중력 우주선인 파스타 호를 탈취하려는 것처럼 보였어. 그래서 트래비스는 리잘로와 독대를 해서 협상과 설득과 리잘로가 원하는 것으로 줌으로써 타협을 보았단다. 지구 탐험을 마치고 나서 파스타 호를 콤포렐론에 주겠다고 약속을 한 거야. 그러자 이후부터는 리잘로는 협조적으로 바뀌고, 콤포렐론 행성에 있는 역사학자들도 소개시켜주고 그랬어. 하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도 지구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어. 몇 가지 지구를 찾을 수 있는 단서가 있었어. 방사능이 무척 많다. 태양으로부터 생물이 살만한 위치에 포진하고 있다. 보기 드문 큰 위성을 한 개 가지고 있다. 그 항성계에는 고리를 가진 행성이 있다. 이 정도의 정보가 있긴 하지만 이런 정보를 가지고 우주에서 지구를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렵지 않을까 싶구나. 그리고 콤포렐론에서는 한 가지 정보를 더 얻었는데, 지구를 떠난 최초의 인간들이 정착했다고 하는 금지된 행성들에 가면 지구의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 트레비스 일행은 콤포렐론을 떠나 금지된 행성을 향해 길을 떠났단다.

 

2.

첫 번째 금지된 행성이라고 부르는 오로라 행성에 도착했어. 그곳은 사람들이 없고, 동물들만 있었어. 트레비스는 탐사를 나섰다가 야생화된 개들의 공격으로 위기를 받기도 했어. 그리고 그곳에는 고장된 로봇들만 있었어. 두 번째 금지된 행성인 솔라리아에 도착을 했단다. 솔라리아에는 전인(全人)이라고 부르는 1200 여명의 사람들이 지하에서 살고 있었어. 전인은 성별을 구분할 수 없었어. 남자도 아니고 그리고 여자도 아닌 사람들이었어. 행성 전체에 1200 여 명 밖에 없고 대부분의 일은 로봇들이 도맡아 하고 있었어.

솔라리아에서 전인 중에 한 명인 밴더를 만나게 된단다. 그로부터 솔라리아에도 지구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데 갑자기 밴더는 그들을 죽이려 하였고, 블리스가 정신력으로 그를 제압하려고 했는데, 힘 조절이 되지 않았는지, 솔라리아의 전인들의 정신력이 약한 건지 아무튼 밴더가 그만 죽고 말았어. 이 일로 블리스가 죄책감을 느꼈지만 다 지나간 일. 그들은 머물고 있던 지하세계에서 도망치려고 하였는데, 울고 있던 밴더의 어린 아이 팰롬을 그냥 두고 올 수 없었어. 지상에서는 방위 로봇을 만났는데, 블리스가 이들을 제압하여 파스타 호에 타고 솔라리아를 탈출했단다. 팰롬을 데리고 온 것에 대해 트레비스는 몹시 불안해 했단다. 왜 그런 것인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그런 육감이 있었어. 팰론은 솔라리아 나이로 14살 정도 된다고 했어.

다음 금지된 행성인 멜포메니아 행성에 도착을 했는데, 이곳은 공기가 거의 희박하여 사람뿐만 아니라 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었어. 희박한 공기에서도 살 수 있는 이끼만이 행성을 덮고 있었어. 그래도 지구의 정보가 남아 있지 않을까. 폐허가 된 옛 고대 도시를 찾아보았지만 이끼의 공격만 받아 위험에 빠졌지, 아무런 성과도 없이 멜포메니아 행성을 떠났단다.

….

금지된 행성들을 둘러봤지만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어. 페롤랫이 한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냈어. 초기 인간들이 살고 있던 50개의 행성 좌표를 이용하면 대충 지구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 아무래도 가까운 행성으로 가야 하니까 그 50개의 행성의 중심부에 지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어. 그렇게 찾은 행성이 알파라는 쌍성계와 베타 항성계였단다. 그들은 알파 행성에 도착했는데 대부분 바다여서 육지가 없다고 생각한 찰나 육지를 발견해서 착륙을 했단다.

그곳에서 히로코, 모놀리를 만나게 되는데 알파 사람들은 그들의 행성을 새로운 지구라고 불렀어. 그러면서 트레비스가 찾고 있는 지구에는 방사능이 많아서 생명체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단다. 그 전에도 들었던 지구에 대한 일관적인 이야기였어. 트레비스는 이 말을 믿지 않았어.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구가 방사능으로 생물이 없다고 퍼뜨리고, 지구에 대한 자료를 없앴다고 생각했어. 트레비스 일행은 알파 행성에 머물면서 음악제에 참석하는 등 그들은 트레비스를 환대해 주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히로코가 찾아와서 트레비스와 팰롬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면서 빨리 우주로 나가라고 했단다. 사실 그들은 외부의 인사들을 경계하면서 일부러 그들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것인데, 히로코가 트레비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알려 준 것이야. 그 바이러스는 알파 행성의 환경에서만 살 수 있고, 우주에 가면 모두 죽는다고 얼른 우주로 떠나라고 했어. 그렇게 급하게 그들은 알파 행성을 떠났단다.

 

3.

트레비스는 다음 행선지로 카시오페아 근처의 작은 별로 향했단다. 단순히 육감을 가지고 간 것인데 그곳에서 드디어 지구를 발견하게 된단다. 그리고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돼. 지구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아무런 생물체가 없었던 거야. 아빠는 사실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아빠만의 가설을 갖고 있었단다. 지구에 도착을 했더니 소문과 달리 생물체도 있고 사람들도 살고 있는 거야. 그런데 그것이 미래의 모습이 아니라 원시 생활을 하고 있는 인류를 만나게 되는 거지. 그러니까 우주 전체에 인류를 퍼뜨린 인류는 아주 오래 전에 멸종되고 또 다시 오랜 시간이 흘러 자정 능력을 가진 지구는 다시 생명체들이 살 수 있는 지구 환경을 만들게 된 것이지. 그리고 어떤 외계 행성에서 다시 인류가 지구로 불시착해서 살기 시작한 거야. 이것이 아빠의 가설이었는데, 보기 좋게 틀렸구나. 그런데 아빠의 가설도 나쁘지 않았지?^^

다시 소설의 이야기를 하자면, 지구에 아무 생물체도 살지 않고 있었는데 문득 커다란 위성이 의심스럽게 보이기 시작했어. 가장 가까운 커다란 위성을 두고 우주 멀리로만 갔다는 것은 이상한 거야. 지구인들은 달의 지하 세계를 개발하여 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지금도 달이 자연 행성이 아닌 인공 행성이라고 설을 들은 적이 있는데, 지은이 아이작 아시모프는 한 술 더 떠서 달 지하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상상을 했구나. 블리스는 지적 존재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었는데 달 주변을 돌면서 블리스는 정신을 집중하여 확인한 결과 지적 존재를 확인했고, 달의 지하 통로를 발견하게 되어 그쪽으로 우주선의 방향을 틀었어. 달의 지하에서는 트레비스 일행을 환영해 주었단다.

사람과 거의 똑같지만 사람이 아닌 인공 로봇인 다닐 올리바가 그들을 환영해 주었어. 지구가 방사능의 위험에 빠지게 되자 일라이저 베일리라는 사람은 로봇들을 만들어 지구를 구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고 했어. 그러나 그것은 역부족이어서 사람들을 다른 행성으로 보내게 되었다고 했어. 다닐 올리바가 만들어진 지 2만 년이 되어가자 그도 이제 죽어가고 있었어. 그러나 가이아가 계획하고 있는 갤럭시아를 만드는 것을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존재를 지속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하지 위해서는 다닐의 뇌와 인간의 뇌를 결합해야 한다고 했어. 그래서 그가 트레비스 일행을 달로 오게 유도한 것이라고 했어.

트레비스가 육감으로 찾았다고 하는 지구와 달. 이것은 사실은 다닐 올리바가 그들이 이곳으로 오게 유도를 했다는 것이었어. 트레비스는 자신의 뇌를 다닐 올리바와 합치는 것을 거부하였어. 그래서 팰롬의 뇌와 결합하기로 했단다. 그러니까 트베리스가 지구를 찾아오게 한 것은 가이아의 우주 확장 버전인 갤럭시아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던 거야. 이렇게 파운데이션 시리즈 5 <파운데이션과 지구>는 끝이 났단다. 늘 이야기하지만 아빠가 잘못 이해하고 적은 부분도 있을 테니 이해 바란다. 이제 2권 남았구나. 올해 안에 해 주어야 할 텐데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내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책의 끝 문장: 자기 밑에서 침착하고 헤아릴 수 없는 음울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는 팰롬, 양성체이자 변환 대뇌 능력을 지닌 색다른 존재와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사회는 그렇게 쉽게 붕괴하지 않아요. 당신은 가이아로서 얘기하는데, 가이아는 자유로운 각 개인이 모여 사는 사회를 이해할 수 없어요. 이성과 정의에 근거해 확립된 규칙이 사회와 시대가 변하면서 그 유용성이 사라졌는데도 관성적으로 존속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그 규칙이 무용하게 되었다거나 심지어 해롭게 변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그런 규칙을 위반하는 것 자체가 정당할 뿐 아니라 유용할 수 있어요." - P117

"왜냐고요? 낭만주의자들은 대체적으로 그들이 죄를 저질러 응징자에게 벌을 받았다고 추측하지요. 그러나 이들은 응징자가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벌을 주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아요. 이처럼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믿을 수 없어요. 오히려 모든 분야를 로봇에 의지함으로써 사회가 나약해지고 퇴폐적으로 되면서, 아주 따분해지거나 혹은 사람들이 살려는 의지 자체를 잃어버리게 되어 발전이 정체되다가 마침내는 사멸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지요.
두 번째로 파견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로봇 없이 살아가면서 은하계 전체를 개발했지만, 지구에는 방사능 오염이 심해지면서 점차 생물이 살 수 없는 행성으로 변질되어 갔지요. 첫 번째로 파견된 그룹에게 영향을 받은 이후 지구에도 로봇화가 추진되어 그렇게 되었다는 게 통설이지요."
- P195

"생각해 보세요. 생태학적 균형이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는 유인 행성은 한 군데도 없어요. 아마 지구에만 생태학적 균형이 이루어져 있었겠죠. 그곳에서 인류가 진화했다고 하니까. 그 전에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인류를 비롯해서 고급 문명을 발전시켜 주변 환경을 개발할 수 있는 어떤 지적 생물체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틀림없어요. 그것은 계속 변화하면서 자연적으로 생태계 균형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해요. 그러나 다른 유인 행성들은 인간들이 동식물체를 번식시키는 등 인위적으로 주변 환경을 조심스레 가꾸면서 지구처럼 만들어 온 것이지요. 하지만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생태계는 그 자체로 불균형을 이룰 수밖에 없어요. 인간들에게 필요한 생명체들만 퍼뜨렸을 테니까 그 종류가 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었겠죠." - P252

"로봇들은 우주인들이 사라진 이후로 인류의 역사에서 아무런 중요한 역할도 하지 못했어. 가이아도 아주 최근까지는 마찬가지 처지였지. 로봇들은 피조물이고 가이아는 로봇들의 작품일세. 따라서 로봇들과 가이아가 그 로롯공학 3원칙에 얽매여 있는 한 그들은 인간의 의지에 복종할 수밖에 없어. 다닐이 기울여온 지난 2만 년 동안의 노력과 가이아의 오랜 발전에도 불구하고, 트레비스가 말한 한 마디 단어, 바로 ‘인간’은 그러한 노력과 발전에 종지부를 찍게 될 거야. 이는 결국 인간이야말로 우리 은하계에서 지성을 가진 유일한 유기체가 될 것이며 심리역사학도 계속 유효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네." - P671

초공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우리의 은하계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지요. 내가 아는 한 우리는 어떠한 다른 은하계에도 가 본 적이 없고 다른 은하계의 지적인 생명체도 우리를 찾아온 적이 없어요. 하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만일 외계종이 침략해 올 경우, 그들은 우선 우리 인간들끼리 반복하게 만드는 방안을 모색할 겁니다. 우리는 그런 소모적인 싸움에 익숙하잖아요. 침략자들이 우리가 서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우리 모두를 지배하거나 파괴하겠지요. 그래서 유일하고도 진정한 방어는 반복과 시기를 없애고 침략자들에게 최대한 적극적으로 맞설 수 있는 갤럭시아를 건설하는 것이죠 - P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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