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의 참새 캐드펠 수사 시리즈 7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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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엘리스 피터스 캐드펠 수사 시리즈 7<성소의 참새>라는 책을 이야기할게. 캐드펠 수사 시리즈도 어느덧 7권이구나. 이번에도 기대만큼 재미있었단다.

1140년 봄. 늘 그렇듯 슈류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참고로 이전부터 이어진 스티븐 왕과 모드 왕후 세력간 내전은 계속 되고 있었어. 수도원에서는 한창 기도가 진행 중인데 멀리서부터 대기의 진동이 느껴지며 불안한 소리가 나더니 점점 가까워지며 커지는데... 한 젊은이가 도망치듯 수도원 본당으로 들어오고, 그 뒤를 이어 사냥개들이 그 소년을 쫓아 들어오고, 그 뒤를 이어 폭도처럼 보이는 이들이 따라 들어오며 소란을 일으켰어. 쫓겨 들어온 젊은이는 여기저기 멍이 들고 피도 났어.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수도원 성역으로 피신한 사람을 보호하는 의무가 있다면서 사냥개들을 데리고 온 이들에게 물러나라고 했어. 그들은 살인자이자 절도범을 잡으러 왔다고 했어. 수도원장은 내일 행정장관에게 이야기하자면서 그들을 물리쳤단다. 쫓겨온 젊은이의 이름은 릴리윈이었고 스무 살쯤 되어 보였어. 캐드펠 수사가 릴리윈을 치료해 주었고, 릴리원은 수도원에서 묵었단다.

다음날 행정장관도 와서 다시 조사를 했어. 소동이 있었던 어제는 금세공업자 윌터의 아들 대니얼의 결혼식이었어. 음유시인인 릴리윈은 돈을 받고 결혼식 축하공연을 했어. 축하 잔치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어떤 취객이 릴리윈을 밀쳤고 그로 인해 릴리윈은 윌터가 아끼는 주전자를 깨뜨리고 말았대. 릴리윈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사람들이 릴리윈의 짓이라고 하자 대니얼의 할머니 줄리아나 부인은 릴리윈을 때리면서 내쫓았다고 했어. 보수도 약속한 금액보다 적은 1페니만 주었다는구나. 그런데 얼마 후 윌터의 금고가 털리고 윌터가 쓰러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어. 누군가 릴리윈의 짓이라고 소리치자, 잔치에 있던 사람들(아마 다들 술을 어느 정도 걸쳤겠지.)이 릴리윈을 쫓게 된 거였어.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윌터는 단순 타박상으로 다음날은 멀쩡했단다. 오히려 이 난리통에 깜짝 놀란 대니얼의 할머니 줄리아나 부인이 실신했다가 깨어났다고 했어.

줄리아나 부인은 자신을 치료를 위해 캐드펠을 불렀단다. 캐드펠이 그 집에 도착하자 줄리아나 부인은 어제 결혼한 신부 마저리와 대니얼의 누나 수재나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어. 신부 마저리는 결혼하자마자 쉽지 않은 일을 맡고 있구나. 캐드펠은 윌터의 집에 온 김에 어제 사건에 대해 조사했어. 그 집 사람 중에 하녀인 래닐트는 릴리윈의 결백을 강력하게 주장했어. 사실 래닐트과 릴리윈은 그날 처음 만나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졌었단다. 사랑에 눈이 멀어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해. 대니얼과 이야기를 해보니 릴리윈 이외에 앙심을 품고 있을만한 사람은 세 들어 사는 자물쇠 제조공 페치가 의심스럽다고 했지만, 그는 사건 발생 당시 대니얼 옆에 있었다고 했어. 알리바이가 너무나 확실했던 거지.

….


1.

캐드펠은 수도원으로 다시 돌아왔어. 릴리윈은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전부 다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뭔가 숨기는 느낌. 그래서 캐드펠은 릴리윈을 설득해서 어제 있었던 일을 더 이야기하게 했단다. 릴리윈이 주전자를 어쩔 수 없이 깨뜨리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금고 방에 있는 윌터를 찾아갔다고 했어. 그리고 1페니를 더 받고 나서 그곳을 떠났다고 했단다. 캐드펠은 다시 윌터를 찾아갔어. 윌터도 릴리윈이 한 말이 맞다고 했어. 그런데 그가 떠난 지 2분도 채 안되어 뒤통수를 공격받고 정신을 잃었다고 했어. 그 시간 안에 다시 자신을 공격할 사람은 릴리윈뿐이라고 했어. 그러면서도 자신을 때린 사람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단다.

릴리윈은 수도원에 머무르면서 안젤름 수사로부터 음악 수업을 받았단다. 음유시인을 일했던 경력의 이유가 있었어. 릴리윈은 음악에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었어. 안젤름 수사도 더 열심히 가르쳤단다. 하지만 릴리윈을 곱지 않은 시산을 보는 제롬 수사 같은 사람도 있었어. 제롬 수사는 릴리원이 신성한 곳에서 이상한 노래를 부르고, 장난감으로 재주를 부린다고 크게 혼을 내기도 했어.

한편 윌터의 집에서는하인 래닐트가 릴리윈 걱정에 상심에 빠져 있었어. 윌터의 딸 수재나가 그런 래닐트를 책망하면서도 릴리윈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 보고 오라면서 휴가를 주었단다. 릴리원은 수재나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의 마음을 알아봐주었다고 고마워하며 수도원에 와서 릴리윈을 만났단다. 제롬 수사는 가뜩이나 릴리원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는데 면회까지 왔으니 얼마나 눈에 거슬렸겠니. 면회 시간은 고작 30분만 주었어, 릴리윈은 꾀가 많은 젊은이였어. 30분만 만난 것처럼 꾸미고, 래닐트를 제단 뒤쪽 비밀 공간으로 데리고 갔단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둘 만의 밀애를 나누고 잠이 들고 말았단다. 그리고 밤이 되어서야 깨어났어. 큰일 났구나. 릴리윈도 릴리윈이지만 래닐트는 어떻게 집에 돌아가야지? 이번에도 릴리윈이 머리를 써서 안전하게 래닐트를 집까지 바래다 주고 자신도 아무에게도 걸리지 않고 다시 수도원에 도착했단다. 그런데 그렇게 돌아오면서 릴리윈은 한밤중에 외출하는 대니얼을 보았단다. 사실 대니얼은 사랑하는 여자가 따로 있었단다. 부모들에 의해 마저리와 결혼했지만, 대니얼은 세실리라는 여자와 만남을 갖고 있었어. 그런데 유부녀였단다.

다음날 자물쇠 제조공 볼드윈 페치가 강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어. 페치의 행적을 조사해 보니 전날 오전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있었고, 그 이후에는 아무도 그를 본 사람이 없었어. 시신은 절차대로 수도원으로 옮겼단다. 마을 사람들은 페치가 익사할 일이 없다면서 며칠 전 발생했던 금고 털이 사고와 연관 지으며 이야기하면서 다시 한번 릴리윈을 의심했단다.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자 릴리윈은 자신은 수도원을 떠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단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릴리윈은 레닐트를 데려다 준다고 외출 했었잖니. 우리는 릴리윈이 결백하다는 것을 알지는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가 쉽지 않게 생겼구나. 거기에 거짓말까지 했으니 말이야. 캐드펠은 행정관이자 친구인 휴 베링어와 이 사건을 조사했어. 시신을 처음 발견한 뱃사공과 수도원장도 함께 시신을 살펴보았는데 익사가 아닌 타살임을 확인했단다.


2.

거짓말 한 것을 괴로워하던 릴리윈은 캐드펠을 찾아가서 어제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하면서 깊이 반성했단다. 캐드펠은 이전 시리즈에서도 본 것처럼 사랑이 늘 우선이었잖니. 그래서 릴리윈과 레닐트의 사랑을 이해해주었어. 그것보다 대니얼이 외출했다는 소식에 관심을 가졌어. 더욱이 대니얼과 죽은 페치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지. 대니얼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 선상에 오르게 되었구나. 하지만 추리소설에서는 이런 사람은 범인이 아닐 확률이 높지.

휴 베링어는 대니얼의 외출을 확인하기 위해 식구들과 이웃을 탐문수사 했는데, 아무도 모른다고 했어. 하지만 신부 마저리는 알고 있었어. 남편이 몰래 나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던 사실들도 알고 있었어. 마저리는 남편 대니얼에게 이야기하기를, 세실리에게 가서 알리바이를 증언해 달라고 요청하라고 했어. 그래서 대니얼은 세실리에게 가서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언해 달라고 했지만 세실리도 바람 핀 입장에서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그러기 쉽지 않지. 단칼에 거절했어. 마저리는 아마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을 거야. 다시 돌아온 대니얼은 어쩔 줄 모르고 있었는데, 마저리는 대니얼을 데리고 휴 베링어에게 가서, 지난 밤에 있었던 일을 솔직히 이야기하면서 대니얼의 혐의를 벗겨 주었단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대니얼은 마저리에게 꽉 잡혀 지내야 했어. 어차피 알리바이 건 때문에 세실리하고도 끝이 나버렸지. 마저리는 대니얼에게 요구하기를 자신이 집안의 살림을 도맡겠다고 했어. 아무래도 집안의 며느리가 집안의 살림을 담당하는 것이 순리니까 말이야. 그 동안 대니얼의 집은 할머니가 기력을 잃으신 다음부터는 며느리가 없어서 윌터의 딸인 수재나가 집안의 살림을 맡고 있었거든. 마저리는 수재나가 하던 것을 자신이 하겠다고 말할 테니, 대니얼에게는 옆에서 지지해달라고 했단다.  마저리는 수재나에게 기분 상하지 않게 잘 이야기한 것 같은데, 수재나는 이상하리만치 기겁을 했단다. 무엇인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았어. 마저리의 말을 반박하기 어려운 수재나는 할머니에게 도움을 청했어. 그런데 할머니도 마저리에게 인수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했어.

결국 수재나는 하루 시간을 달라고 했어. 내일 인수인계 하겠다면서 말이야. 그날 밤 수재나는 집안을 정리정돈 했단다. 할머니인 줄리아나 부인이 옆에 함께 있었어. 그런데 할머니가 다시 발작을 일으켜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어. 할머니가 들고 있던 등을 떨어뜨려서 불이 날뻔했는데 래닐트가 그 장면을 보고 달려가서 불을 끌 수 있었단다. 이 소동으로 식구들이 모두 깨어났어. 할머니 치료를 위해 캐드펠 수사를 모셔왔고, 캐드펠이 도착해서 할머니를 치료해 보았지만, 이번에는 할머니의 죽음을 막을 수 없었단다. 캐드펠은 그날 있었던 일을 듣고는 수재나의 이상한 행동이 마음에 걸렸어.

최근 일어난 일이 모두 수재나와 관련 있어 보였어. 캐드펠과 휴 베링어는 여러 정황을 보고 수재나를 범인으로 의심했어. 금고의 보물을 훔쳐서 우물 속에 숨겨두었는데, 그걸 자물쇠 제조공 페치가 알게 되었고 페치는 수재나를 협박했을 것이라고 추측했어. 결국 수재나가 페치를 죽이고 강에 익사한 것처럼 꾸몄을 것이라고 했어. 그 일을 벌이려고 하녀 래닐트에게 휴가를 주었던 것이고 말이야. 그런데 이 모든 일을 혼자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 누가 공범일까? 이것을 조사하기 위해 캐드펠과 휴 베링어는 다시 대니얼의 집에 갔더니 이미 수재나는 사라졌어. 일꾼으로 일하던 예스턴도 사라졌고, 하녀 래닐트도 사라졌어.

래닐트는 수재나를 좋아했는데, 그날 짐을 들어달라고 해서 함께 길을 나선 거야. 일꾼 예스턴은 수재나와 비밀리에 사랑하던 사람이었어. 수재나는 임신까지 하고 있었어. 자신의 범죄가 발각될까 봐 수재나와 예스턴은 함께 도망가기로 한 거야. 그들의 아지트인 오두막에 도착을 해서 어떻게 할지 고민했어. 수재나는 래닐트가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죽이려고 했는데, 예스턴이 강하게 반대를 해서 래닐트만 남기도 둘이 떠나려고 했는데, 그 때 뒤쫓아오던 캐드펠과 휴 베링어가 도착을 했단다. 궁지에 몰린 수재나는 래닐트를 인질로 잡고 인질극을 벌였단다. 수재나와 래닐트에게 불리한 상황이었어. 오두막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어. 릴리윈도 도착했단다. 꾀가 많은 릴리윈은 오두막 뒤쪽으로 해서 몰라 들어가 래닐트를 구해보겠다고 했고, 캐드펠도 그 작전이 괜찮을 것 같았어.

마지막 순간 예스턴이 보고 그들을 잡으려고 가다가 휴 베링어의 부하들의 표적 안으로 들어왔어. 지체 없이 화살이 날아갔고, 그것을 본 수재나가 대신 맞아 죽고 말았단다. 그렇게 상황은 종결되고 예스턴은 잡혀와 재판을 받으면서 이야기는 끝이 났단다. 수재나가 살인도 저지르고 잘못은 했지만, 페치가 협박만 하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살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하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인데아버지한테 사실대로 이야기해 봤으면 어땠을까 싶구나.

이번 캐드펠 수사 시리즈도 좋았단다. 사건 사고를 해결하는 틀에 박힌 추리 소설이 아니고, 애틋한 사랑, 안타까운 사랑도 함께 해서 더 재미있는 것 같구나. 다음 편을 또 기대하면서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엄청난 폭풍의 전조처럼 그 사건은 시작되었다.

책의 끝 문장: “그렇지 않다면 우리 모두 길을 잃고 헤매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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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 배제된 생명들의 작은 승리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3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오래 전에 EBS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멸종>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그 책은 다큐멘터리 <생명, 40억 년의 비밀>을 책으로 엮은 세 권 중에 한 권이었어. 그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또 다른 책이 <경계>를 구입했단다. <경계>라는 책은 책장 한쪽 구석에 박혀 있다가 얼마 전에 아빠가 다른 책을 찾다가 눈에 띄었단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거야.

<멸종>이라는 책을 언제 읽었는지 찾아봤더니 2017년에 읽었더구나. 정말 얼마 전에 읽은 것 같은데 이렇게 오래되다니… <멸종>을 통해 지구역사 상에 있었던 다섯 번의 대멸종과 현재 진행중인 여섯 번째 대멸종에 대해 알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구나. <경계>라는 책은 제목을 잘 지은 것 같구나. 그냥 진화라는 제목을 지어도 될 것 같았는데, ‘경계라는 단어를 선택했어. 여기서 경계란 서로 다른 환경의 경계를 이야기한단다. 물 속에서만 살던 생명체들이 왜 경계를 넘어 육지로 올라왔는데, 육지에 살던 생명체들이 왜 경계를 넘어 하늘로 날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게 경계를 넘어선 생명체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단다. 원래 살고 있던 환경에서 경쟁에 져서 밀려나서 새로운 환경에 갈 수 밖에 없었던 거야.

 

1.

먼저 경계를 넘어선 식물들을 이야기를 해보자. 아주 오래 전에 대기 중에 산소가 부족하고 태양의 자외선 때문에 물 밖에서는 살 수가 없었어. 바닷속에서 개체수를 늘려가던 생명체들이 만들어낸 산소가 대기 중에 모이기 시작하면서 대기 중의 산소 농노가 늘어갔어. 그리고 산소가 성층권까지 올라가서 환원성 기체들을 만나 오존층을 만들게 되었어.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그 오존층은 자외선을 막아주어 물 밖에서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기반은 만들어졌지. 하지만 굳이 바닷속을 벗어갈 이유는 없었어. 경쟁에서 밀려나지만 않았다면 말이야.

바닷속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경쟁에서 밀려난 녹조류들이 뭍으로 조금씩 올라와 살기 시작했단다. 처음에는 수심 낱은 바닷가에서 살았겠지. 그러다 점점 밀려 올라와 습지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때 생겨난 식물들이 양치식물과 선태식물들이었단다. 폐름기말의 대멸종을 거치면서 살아남은 고사리를 식물계의 제왕이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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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3)

대엽을 무기로 고사리는 폐름기말의 대멸종을 버티며 중생대를 자신의 시대로 맞을 준비를 한다. 더불어 고사리류는 엄청난 진화방산을 해낸다. 커다란 잎으로 광합성의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키운 덕분이다. 마치 영국이 산업혁명을 통한 대량생산으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한 것처럼 고사리는 고생대 말과 중생대 초의 식물계의 패권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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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에서 살아나던 식물들 중에 경쟁에서 밀려난 식물들은 또 다른 환경으로 이동하면서 다양한 식물들이 나타나면서 결국 종자식물까지 진화하게 된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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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중생대 전반을 거쳐 확연한 지상 생태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겉씨식물의 경우 가장 살기 좋은 곳을 자신의 터전으로 삼았을 것이고 그곳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데 굳이 꽃을 피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점점 높은 산 위로 올라간 식물이다 건조한 지역으로 이동한 식물들은 살기 위한 시간과 진화의 싸움을 벌여야 했다. 이들은 좀 더 효율적으로 번식을 해야 했고 하나의 꽃가루도 하찮게 여기지 못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짧은 우기에, 혹은 짧은 여름에 재빠르게 번식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애써 수정한 씨앗이 이런 건조하고 추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특별한 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 투쟁의 결과가 꽃이고 배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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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번에는 더 흥미진진한 동물들의 경계 이야기를 해보자. 동물들도 바닷속에서 시작했어. 캄브리아기 대폭발 때 동물군들이 다수 발생하여 다양한 종들이 번성했단다. 척추동물도 이때 시작했어. 다양한 어류들이 나타났는데 그 중에 육기어류들도 있었어. 이 육기어류들은 폐가 있어 공기호흡도 했단다. 이런 육기어류들 중에 사지형 어류들이 있는데 이들이 바다에서 경계를 넘어 땅으로 올라오게 되었단다.

육지에 오면서 목이 길어지고 척추가 튼튼해지고 갈비뼈가 발달하는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를 했어. 그들이 이렇게 땅으로 올라온 것은 고생기 데본기였단다. 그런데 이때 대양한 육상 식물들도 폭발적으로 늘었어. 식물들이 늘어나다 보니 그들의 광합성 때문에 산소 농도가 급격하게 늘고 이산화탄소가 줄어들었어. 이산화탄소가 많으면 온실 효과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잖니그렇다면 이산화탄소가 적다면 어떻게 될까? 온실효과가 줄어들어 지구의 온도는 급격하게 떨어졌단다. 이건 생명체들에게 치명타였어. 많은 육지의 생명체들이 멸종되고 말았단다. 뿐만 아니라 이때 조산운동도 많이 일어났는데, 이 조산운동으로 바다의 환경도 급격하게 변하면서 바다의 생명체들도 많이 멸종되었대. 이 때의 멸종을 데본기 대멸종이라고 불렀단다.

멸종기였지만 살아남은 종들도 분명 있단다. 그렇게 살아남은 이들은 또 경쟁을 하고 경쟁에서 지면 경계를 넘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진화했단다. 그런데 육지에 살던 육식동물 중에 먹이가 떨어져서 먹이를 찾아 다시 바다로 돌아간 동물들도 있다고 하는구나. 바다에 살고 있는 포유류 중에 대표적인 것이 고래잖니. 아빠는 고래가 처음부터 바다에 살았던 동물인줄 알았는데, 고래는 육지에서 살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간 동물들이라고 하는구나. 고래가 덩치가 크잖니. 그들이 육지에서 살 때도 덩치가 크고 덩치가 크다 보니 느렸대. 그렇다 보니 다른 육식동물에게 먹어 사냥 경쟁에서 지고 만 거야. 그래서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바닷가 주변에서 사냥하면서 살다가 완전히 바다로 가서 살게 된 것이란다. 바다에서 살면서 고래의 덩치는 점점 커졌는데 그 이유는 체온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포유류는 정온동물인데 온도를 유지하려면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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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바다에 살기 시작한 이후 고래의 조상은 점점 덩치가 커진다. 가장 큰 이유는 체온 때문이다. 바닷물은 공기보다 체온을 빨리 뺏어간다. 체온을 보존하는 것이 바다에서 살기로 결정하는 순간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 특히 고래는 어떠한 조건에서도 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포유동물, 즉 정온동물이었다. 몸 전체에 두꺼운 피하지방을 둘러 체온은 유지하는 것은 불가결한 선택이었고, 이로 인해 덩치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커진 덩치는 부피 대비 표면적을 줄여 체온이 손실을 방지해주었다. 추운 극지방에 사는 생물들이 덩치가 커진 것도 같은 이유다. 바닷속에서 사는 시간이 많은 펭귄이나 물개, 바다사자 같은 생물들도 육지의 친척들에 비해 덩치가 크고 피하지방층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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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이후 바다의 제왕으로 오랫동안 지내오다가 최근 3세기 동안 백인들의 무차별 고래잡이로 멸종 위기까지 겪게 된 것이란다. 바다소라는 동물도 있었대. 고래처럼 경쟁에서 밀려나서 바다로 갔다고 현재는 네 종만 빼고 모두 멸종했다는구나. 이들의 멸종은 먹이 부족의 원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간들이 큰 책임을 지고 있단다. 남아 있는 네 종도 멸종 위기라고 하고 하는데, 이 책이 나온 지 십 년이 다 되어가는데 잘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그 밖에 바다에 살고 있는 포유류들, 예를 들어 물개, 바다표범 등도 육지에서 경쟁에서 밀려나 바다로 가서 진화하여 오늘날에 이른 것이란다.

또 하나 땅 위에서 먹이 경쟁에서 진 생명체들 중에 나무 위에 있는 먹이를 먹다가 결국 날게 된 이들이 새가 된 것이란다. 처음에는 경쟁에서 져서 새로운 환경으로 밀려난 것이지만, 그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면 더 멋진 삶을 살 수도 있다니, 전화위복이 따로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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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날개를 만들기까지의 고된 과정을 생각하면 이들이 스스로 원해서 날개를 가졌을 가능성은 없다. 드넓은 대지 위에 자신의 몸 하나 편안하게 누일 곳이 없었던 생명, 가는 잠이 들다가도 풀숲을 뒤척이는 작은 기척에 화들짝 놀라 큰 눈을 굴리며 사방을 살피던 생명, 먹이를 구하러 다니다가 천적의 냄새에 쪼르르 도망가던 생명. 이런 생명들이 나무를 타고 나무 위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것이 새의 비상을 위한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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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져서 땅 속으로 도망가서 진화한 종들도 있어. 지렁이, 두더지가 대표적인데 뱀도 그런 동물이라고 하면 의아해 할 거야. 뱀의 집도 땅 속에 있지만 주로 땅 위에서 생활하며 우리를 무섭게 하잖니. 뱀도 지렁이처럼 경쟁에서 밀려나 땅 속에서 살다가 백악기 대멸종 이후 경쟁자가 줄어든 땅 위로 다시 올라와 살기 시작했다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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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238)

뱀이건 도마뱀이건 땅속으로 들어가야 했던 이유는 아마도 지상의 생태계에서 자신이 누리던 역할과 지위를 빼앗겼기 때문일 것이다. 벌레를 잡아먹자니 포유류의 선조들이 훨씬 더 빠르게 사냥을 해서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다른 작은 동물을 잡아먹고 살지니 지배파충류에서 진화한 공룔 중 덩치가 비교적 작은 이들에게 밀려난다. 변온동물이라 밤에는 움직이기가 힘들고 낮에는 다른 동물과의 경쟁이 버겁다. 그래서 갈 수 밖에 없었던 곳이 바로 흙 속이었으리라 추측해 본다. 포식자를 피해 땅속으로 숨어, 흙 속을 헤매는 다른 벌레를 먹으며 살아가게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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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인류를 보자. 인류는 육식동물을 피해서 각박한 환경의 초원에 살 수밖에 없었어. 먹을 것도 제대로 없었어. 처음에는 다른 육식동물이 남긴 먹이를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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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익숙한 환경과 삶에서 내몰린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인간의 선조 역시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미 나무를 타기에 적합하게 진화한 앞발로는 초원에서 사족보행을 할 수 없었다. 우리의 숲 친척인 고릴라와 침팬지 등은 손등은 땅에 대며 걷는 이른바 손등걷기를 한다. 손등걷기는 숲에서 잠시 걷는 것에는 괜찮을지 모르나 초원에서 천적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을 때 걷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나무를 타기에 적합한 손으로 오랜 기간 초원을 걷기가 힘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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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육식동물에 대항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 같이 다니기 시작했어. 인류는 다른 동물과 달리 바뀐 생태계에 적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태계를 자신들에게 맞췄단다. .. 개척한 거지그런 인류의 생태계 개척은 그곳에 적응하여 살고 있는 다른 생명체들에게는 최악이었단다. 멸종되는 거야. 그런 인류의 개척은 오늘날까지 이어져서 지금은 지구상의 연쇄살해자가 되고 말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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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이런 인간의 탈출은 기존의 생태계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인간이 개척한 곳마다 기존의 생태계는 배제된다. 농경지를 일구면 그 곳에 살던 식물들이 사라지고, 식물과 함께 살던 동물과 균도 함께 사라진다. 도시를 세우면 숲이 사라지고 숲과 함께하던 동물들이 사라진다. 도로를 놓으면 도로 양쪽으로 자유롭게 오가던 동물들은 고립된다. 항구를 만들면 그 주변의 생태계가 파괴된다. 인간의 영역이 확장될수록 기존에 존재하던 지구 생태계는 줄어든다. 인간의 탈출은 이제 인간의 공습이 되었고, 한정된 지구에서 생태계는 지구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이후 최초로 영역이 축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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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제 6차 대멸종의 시대라고 하는구나. 그 전의 대멸종과 달리 이번 대멸종은 인류가 다른 생명체들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더 가슴 아프구나. 이전의 대멸종보다 멸종 속도가 빠르고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있지만, 인류는 그리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구나. 그 이전에 모든 대멸종이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졌다고 하는데, 지금 지구상의 최상위 포식자는 누구? 지구의 미래는 디스토피아를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어린 시절 짧고 뭉툭한 손가락과 발가락이 콤플렉스였던 사람이었다.

책의 끝 문장: 넘을 수 없는 이 경계는 인간과 생물 모두에게 불행한 지금 이 시간에 대한 하나의 상징일 것이다.



그런데 은행나무는 생물분류상 은행문 은행목 은행과 은행속 은행종일뿐 아니라 놀랍게도 은행문에 속하는 유일한 생명이다. 그의 가까운 형제들은 2억 7천만 년 전 페름기에 처음 발견되었는데 중생대를 거쳐 번성하다가 신생대가 되자 모두 멸종해버리고 은행나무 하나만 남게 된 것이다. 신생대 이후 은행나무의 형제들은 화석으로도, 살아 있는 개체로도 보이지 않는다. - P30

딱정벌레부터 한 번 살펴보자. 곤충 중에서도 가장 많은 종수를 차지하는 딱정벌레목의 곤충은 현재 알려진 수만 35만여 종이다. 이는 곤충 전체로 봤을 때는 40%, 동물계 전체를 봤을 때 25% 가량을 차지하는 수치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종까지 염두에 두면 약 500~800만여 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방아벌레, 잎벌레, 바구미, 풍뎅이, 곰보벌레, 물방개, 물진드기, 물맴이, 딱정벌레 등 다양한 곤충들이 딱정벌레목에 속한다. 두 번째로 종류가 많은 나비목에는 약 18만 종, 세 번째로 다양한 종수를 자랑하는 벌목에는 약 15만 종이 기록되어 있어 이들 셋이 종을 합치면 전체 곤충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 P59

이로써 피부는 기체 교환이라는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를 내려놓게 되었다. 단순한 세포막이었던 시절부터 가져왔던 임무가 사라지자 피부는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에 더욱 매진하게 된다. 단단한 각질이 생겨 피부를 감싸기 시작했으며, 털이나 깃털이 나면서 외부의 온도변화로부터 몸 내부를 보호하는 역할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어떤 피부에는 땀샘이 만들어지면서 보다 능동적으로 외부의 온도변화에 대응했다. - P96

뱀은 몸이 가늘고 길다. 이런 몸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허파도 대단히 좁고 길게 진화해 왔다. 많은 종류의 뱀에서 왼쪽 폐는 퇴화되어버리기까지 했다. 땅속으로 들어가니 사지도 소용이 없었다. 뱀의 앞발과 뒷발은 조금씩 퇴화되어 줄어들다가 마침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네 다리가 사라지고 난 뒤 대신 긴 척추를 얻었다. 수백 개에서 많게는 천 개가 넘는 척추가 뱀들이 유연하게 움직이며, 기어 다니고, 땅속을 헤집고 다닐 수 있는 힘이다. - P234

생태계 내에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면 경쟁에 진 생물종은 생태계의 경계까지 쫓기고 되고 그 곳에서 새로운 생태계로 자리를 옮기든가, 아니면 종 자체가 사라지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러나 강력한 경쟁자인 인간의 등장은 생태계의 모든 종들을 경계로 몰아붙이는 것도 모자라, 모든 생태계를 파괴해 나가며 경계를 넘어갈 수 있는 기회까지 차단해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생물들은 지금 엄청난 속도로 멸종해 나가고 있다. 지난 역사 속의 5대 멸종 중 가장 거대한 규모의 멸종이었던 폐름기 대멸종보다도 더 빠르게 생명종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번성하는 종은 인간이 선택한 몇몇 가죽과 식물, 그리고 인간의 도시에서 살도록 진화한 특정한 생물들뿐이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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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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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아빠가 좋아하는 천선란 작가님의 연작소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라는 책을 이야기할게. 아빠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천선란 작가의 소설들은 아빠의 취향에 맞는 것 같아. 그래서 신간이 나오면 꼭 챙겨보곤 한단다. 이 책은 지난 해에 나왔는데 이번에는 좀 늦었구나. 천선란 님은 주로 SF 소설을 쓰셨는데,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인간미 짙은 소프트 SF 소설이 읽기 편했단다.

이번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는 좀비를 다룬 소설이란다. 좀비라는 소재는 영화, 드라마 등 많은 매체에서 다루어서 좀 식상할 수 있지만, 천선란 님은 자신이 추구하시는 인간미를 더하는 것으로 색깔을 달리하신 것 같았어. 이 책은 연작소설이라고 했어. 3개의 작품이 실려 있단다. 그 세 작품 모두 좀비가 된 지구가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란다. 미래의 어느날 바이러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좀비가 되었고, 지구는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방호복을 입지 않으면 외출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단다. 그렇게 황폐화된 지구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 세 편을 들려주고 있단다.

 

1.

첫 번째 작품은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라는 작품이란다. 주인공은 옥주와 묵호 이렇게 두 사람이야. 필리핀에서 시작한 전염병은 처음에는 단순한 열병인줄 알았는데 치명적인 이 병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단다. 그런데 이 열병은 변형되어 사람들을 좀비로 만들었단다. 이 좀비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 보던 좀비와 비슷했어. 말도 하지 못하고 인간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그런 존재였고 다른 사람들을 물어서 좀비로 만드는 그런 존재였어.

묵호는 진균학자로 발병 초기 한국인 관광객이 병에 걸렸을 때 조사단 중 한 명으로 필리핀에 갔었어. 그도 죽을뻔했다가 살아나서 돌아왔단다. 옥주와 묵호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그들은 다른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에 탑승할 기회를 갖게 되었어. 그들이 탄 우주선에는 모두 20명이 탑승했고, 320광년 떨어진 행성으로 향하고 있었어. 옥주가 동면 장치에서 깨어났을 때 그들이 가기로 했던 행성이 아닌 다른 행성에 도착해 있었고, 우주선 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어. 누군가 의도적으로 선체 내부 기계들을 고장 낸 것처럼 보였고, 핏자국도 여기저기 있고, 모두들 죽어 있었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우주선 안에 AI 키사한테 물어보니, 탑승객 중에 타일러 조라는 사람이 감염된 상태에서 탑승했다는 거야. 타일러 조는 깨어나서 사람들을 물어뜯고 죽였다는 거야. 묵호도 타일러 조에게 물렸다고 했어. 묵호는 자신이 물렸음에도 옥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옥주의 동면장치를 타일러 조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고 했어. 그렇게 해서 옥주는 피해를 보지 않았던 거야. 묵호는 볼살이 뜯겨 잇몸과 치아가 다 드러나 있었어. 묵호는 정신을 잃고 중태에 빠져 있는 상태였어. 묵호는 좀비로 변한 것은 맞지만 다른 좀비들과 달리 전두엽과 해마가 살아 있어서 아직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거야.

우주선 안은 여전히 타일러 조가 돌아다니고 있었어. 옥주는 도망가야 했어. 옥주는 묵호를 데려가려고 했으나, AI 카사는 안 된다고 했어. 타일러 조가 옥주를 발견했어. 이때 정신을 차린 묵호는 타일러는 잡고 막고 있었어. 옥주가 도망갈 시간을 만들어준 것이지결국 묵호는 논개처럼 타일러 조를 죽이고 자신도 함께 죽었단다. 옥주는 새로운 행성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단다.

 

2.

두 번째 작품 <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라는 소설은 좀비로 많은 이들이 감염된 지구에서 도망가지 도 못 가고 숨어 지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란다. 나와 아버지와 병든 어머니와 함께 80년된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었어. 어머니의 병명은 정확하게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증상으로 보았을 때 치매에 걸리신 것 같았어. 그런데 그 병에 걸리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숨소리로 대화를 한다는 이야기가 가슴 아프면서도 그래도 소통할 수 방법을 찾아서 안도감도 들더구나. 지은이의 실제 어머니를 모델로 한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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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엄마는 이제 숨으로 우리랑 대화할 거야. 그러니 잘 듣고, 온몸으로 기억해 둬. 아가가 가장 가까이서 들었던, 한때 너의 숨이기도 했던 숨의 말을 잘 들어야 해. 말로 하지 않아도 그 숨에 모든 말이 새겨져 있으니까. 어렵지 않아. 집중의 문제지. 긴장할 때 숨은 빨라지고, 편안할 때 숨은 느려지고, 두려울 때 숨은 딱딱해지고, 슬플 때 숨은 축축해진단다. 화가 날 때 숨은 잘게 쪼개지고, 답답할 때 숨은 미지근해진다. 욕망할 때 숨은 뜨거워지고 낙담할 때 숨은 미지근해진다. 사랑을 느낄 때 숨은 찬란해지고 그리움을 느낄 때 숨은 잠시 멈춘단다. 그리고 이런 숨은 코나 입으로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야. 아빠는 엄마의 손바닥과 발바닥에서, 어깨와 등에서도 숨을 느낀단다. 특히 엄마처럼 숨으로 소통하는 인간들은 더 잘 느낄 수 있어. 엄마 품에 안겨봐. 아가를 가장 온전하게 안고 있던 품. 한때 아가의 전부였던 품. 오르락내리락하는 숨의 리듬을, 아가가 영원히 기억했으면 좋겠어. 아빠는 그럴 거거든. 그럴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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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밖에는 좀비들이 득실거려서 밖에 나가기 쉽지 않았어. 하지만 먹거리가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했지. 어느날 아버지가 그렇게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어. 좀비로 변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 아버지가 사라진 지 3.. ‘는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아버지를 찾으러 나섰어. 그러다가 은미라는 여자를 만났어. 은미는 왼쪽다리를 절단한 상태였는데, 지체장애인 딸 노윤이 있었어.

노윤을 안전한 아파트에 피신시켜 두고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나와 있던 거야. ‘는 은미에게 50내 남자를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았지만 모른다고 했어. ‘는 마지막으로 지구를 떠날 수 있다는 광고 전단지를 보았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 곳으로 가려고 했어. 은미는 그 광고 전단지를 믿지 않았지만 마땅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그들과 함께 했어. 딸 노윤이도 데리고 왔어. 노윤이는 보육원에 있었는데 그곳에는 옥주와 묵호가 일하고 있었단다. 그렇게 첫 번째 소설과 이어져 또 다른 재미도 주는구나.

헬기 소리가 났어. 그들은 아파트 옥상으로 가서 헬기를 부르려고 했어. 그렇게 가는 길에 는 좀비로 변한 아빠를 보고 말았어. ‘는 잠시 망설였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다시 발걸음을 옮겨 옥상으로 갔어. 하지만 헬기는 멀어져 갔어. 소리를 지르지만 헬기에서는 들리지 않았어. 헬기로 총을 쏘았단다. 그렇게라도 존재를 알려서 헬기가 돌아오게 하려고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그들은 과연 안전하게 그곳을 탈출할 수 있었을까.

….

 

3.

세 번째 작품은 <우리를 아십니까>라는 작품이야. 레즈비언 커플로 결혼한 부부의 이야기란다. 주인공 는 뇌종양에 걸리고, 존엄사 센터를 찾아갔어.  ‘의 아내는 언젠가 깨어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를 위해 있었던 일들을 녹음기에 녹음해 두었단다. 예정대로 존엄사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간호사가 오더니 를 물어서 감염시켰단다. 간호사도 좀비 바이러스 보균자였던 거야. ‘는 좀비가 되었지만 얌전하고 평화로운 상태로 침대에 누워만 있었단다.

원래 좀비로 감염이 되면 뇌가 완전히 망가져야 하는데, 여전히 사람일 때의 기억을 갖고 있었어. 아무래도 뇌종양이 좀비의 일반적인 상태를 억제하는 것 같았어. 몇 년이 지나고 아내는 어떤 소녀 보균자에게 물려서 감염이 되었어. 아내는 좀비로 완전히 변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인간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을 때 존엄사 간호사로부터 얻어 보관하고 있던 주사를 자신과 에게 반씩 넣고 정신을 잃었단다.

그런데 그때 가 깨어났어. 아내가 그동안 녹음해 둔 것을 듣고 있었던 일을 알게 되었어. 그들의 집에는 그들이 키웠던 거북이 장풍만 제대로 된 생명체로 존재했고, 아내는 좀비의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어. 자신은 좀비의 몸에 인간의 영혼을 가지고 있었고.. ‘는 장풍을 바다에 데려다 주기로 하고, 아내를 카트에 넣어서 같이 데리고 갔어. ‘에게 나타난 또 하나의 증상, 장풍이의 말을 알아듣게 되었어. ‘는 장풍이를 바다에 놓아주고 아내와 둘이 바다에 앉아 있는 장면으로 소설은 끝이 났단다.

세 연작소설 중에 <우리를 아십니까>를 마지막에 배치한 이유는 희망을 던져주기 위함이 아닐까 싶구나. 비록 몸은 좀비의 몸이었지만, 옛 기억 다 가지고 인간의 영혼을 가지고 있으니 인간의 정체성은 가지고 있는 거잖아. 그 존엄사에 사용했던 약과 뇌종양을 잘 이용하면 좀비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

아빠가 게을러서 소설을 읽은 지 한참 뒤에 독서편지를 쓰다 보니 기억력이 오락가락 하는구나. 메모를 한 것이 있긴 한데, 그것도 제대로 적혀있지 않고.. 그래서 오늘은 잘못 이야기한 부분이 있을 거야. 이야기 흐름의 전체적인 맥락만 참고하면 좋을 듯.. 너희들이 좀 여유 있으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으련만숙제하느라 이런 재미있는 소설을 보지 못해 안타깝구나. 그나저나 이 소설 속 같은 무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내 목소리 들려?

책의 끝 문장: 이제 이 행성에는 우리뿐입니다.

 


옥주, 너는 찾았니?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줄 줄 알았던, 바깥에서 얻어 온 상처를 감싸줄 줄 알았던, 언제든 돌아갈 둥지인 줄 알았던 하나뿐인 부모가 우리의 삶을 종말로 만들려 했던 이유. - P49

꼭 날아야만 새인가? 우리를 정확히 분류하려면 공룡까지 거슬러 올라 가야 해. 고작 인간 따위 따위 뿌리의 깊이가 달라. 우리에겐 날개와 부리가 있어. 알을 낳지. 그런 여러 특징이 있어. 하지만 날개가 꼭 날기 위해 있다고는 할 수 없지. 모든 인간이 자기 신체를 전부 활용하며 사는가? 사용하지 못하면, 인간이 아닌가? ‘비행’은 날개의 활용일 뿐, 새의 정의가 될 수는 없지. 마찬가지로 ‘보행’도 ‘언어’도, 다리와 입의 활용일 뿐 인간 본질이 될 수 없지.

이런, 아빠가 너무 나약한 소리를 하는구나. 아빠가 이럴 때마다 이해해 줄 수 있니? 사실 나약한 소리처럼 들렸겠지만, 이건 정말로 약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야. 더 단단해지기 위해 마음에 낀 거품을 빼는 거란다. 거품을 뺄 줄 알아야 해. 그래야 밀도가 높아져.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거품을 빼는 과정은 필수야. 그러니 아빠가 하는 나약한 말들을 깊이 새기지 말고, 여러 번 곱씹지 마. 온도가 높아지면 지워지던 펜 기억나? 그 펜으로 쓴 문장이라 생각해. 제비의 따뜻한 온기가 닿으면 거품이 다 터져버려 사라지는 문장들이야. - P146

"태어난 게 벌이 될 수는 없어. 살아 있는 게 죄인 사람은 없어. 오해하지 마. 가끔 벌처럼 느껴질 땐, 등을 봐. 그 사람의. 노윤이의. 한참 동안 바라보면 햇살에 반짝이는 털들이 보여. 특히 뒷덜미에. 숨을 쉴 때마다 그것들이 움직여. 광대에도 털이 나 있어. 반짝여. 어깨가 미세하게 위로, 아래로, 또 위로, 다시 아래로… 숨을 쉴 때마다 바뀌어.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어서 더 편하고 때로는 슬퍼. 얇은 옷에 앙상하게 튀어나온 척추가 보여. 오돌토돌. 가녀리지만 단단함이 느껴져. 뼈로 당장 무너질 것 같은 몸에도 이토록 단단한 뼈가 있구나. 무너지지 않겠구나. 나약하지 않구나. 살아 있구나. 살아 있는 걸 마음에서 죽이지 말아야지. 살아 있는데 미리 죽이지 말아야지. 살아 있다는 것만 생각해야지." - P195

‘우주를 정의 내린 건 인간이잖아요. 저 밖에 있는 공간을 우주라고 부르자고. 저기에 우주가 있다고. 더 큰 것에 작은 것이 담기는 게 진리니까. 우주는 제 안에 인간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팽창하지만, 인간은 우주를 알고, 우주를 명명하고, 우주를 헤아리려 하잖아요. 사람들은 우주에 우리가 속해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대예요. 우주가 우리 뇌에 담긴 거예요. 더 큰 쪽이 늘 작은 걸 이해해요. 더 큰 게 언제나 더 고요하고, 잠잠하고, 잘 견뎌요. 노윤이요, 엄마의 마음을 알고 있어요.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참고, 견디고 있어요. 세상이 노윤이를 이해하는 속도보다 노윤이가 세상을 훨씬 빨리 이해했으니까.’ - P206

하늘은 시시각각 변하지만 바다는 변하지 않거든. 변덕이 심해. 종잡을 수 없어. 하지만 파도가 닿지 않는 바다 깊은 곳은 묵묵해. 아름다워. 휩쓸리지 않아. 지구의 대부분은 바다였어. 지구는 원래 묵묵해. 담담하고. 하지만 변했어. 인간이, 그렇게 했어.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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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오스의 바위
아민 말루프 지음, 이원희 옮김 / 교양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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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아민 말루프의 <타니오스의 바위>라는 책을 이야기할게. 이 책도 아마 알라딘 SNS 북플에서 알게 된 책으로 기억해. 책 소개를 읽어보니 재미있을 것 같고, 지은이 약력을 읽어보다가 낯익은 책 제목이 보이더라구. 예전에 엄마의 친척분이 엄마한테 주신 책 중에 <동방의 항구들>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의 지은이더구나. 지은이 아민 말루프는 레바논에서 베이루트에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기자로 일하던 중 레바논 내전이 일어나 프랑스로 귀화한 이후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작가라고 하는구나. 오늘 이야기할 <타니오스의 바위> 1993년에 쓴 작품으로 프랑스 콩쿠르 상을 수상했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프랑스 콩쿠르 수상작을 두어 권 읽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괜찮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 책에 대한 기대치도 조금 더 올라갔단다.

<타니오스의 바위>는 소설 속 화자의 고향, 레바논의 크파리야브다의 전설로 내려오는 타니오스의 바위에 관한 이야기란다. 타니오스의 바위는 타니오스 키크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했어. 타니오스는 1840 11 4일 사라진 이후 아무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단다. 크파리야브다는 산악 지대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데, 영주에 의해 다스려지고, 영주의 직책 이름은 샤이크였단다. 샤이크는 세습된다고 했어. 이야기가 펼쳐지던 시기의 샤이크는 프란시스라는 사람인데 이 당시의 샤이크가 워낙 유명해서 샤이크 시대라고 하면 프랑시스가 샤이크 역할을 맡았던 시대를 말한다. 소설에서도 호칭을 샤이크로 하니 아빠도 샤이크라고 할게.

샤이크는 마음의 권리를 지키려고 노력을 하여 상위 관리자들을 설득하여 다른 마을보다 세금도 적게 내고 있었어. 그 밖에 일들을 통해서 마을사람들에게 인기도 좋았단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아빠가 생각하기에 큰 흠이긴 하지만 여자를 너무 밝힌다는 거야. 마을의 여자들을 모두 자신의 소유하고 생각하는 못된 여성관을 가지고 있었어. 대주교도 그런 샤이크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집안 좋은 가문인 이웃 요르드 영주의 딸을 소개해주어 결혼을 했단다. 그렇게 명망 있고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하면 바람기가 잦아들까 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 버릇이 어디 가겠니. 그의 아내도 남편의 바람기에 화가 많이 났지만 샤이크의 바람기는 시들 생각이 없었어. 마을의 여자들은 샤이크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옷을 추레하게 입고 다녔단다. 그런데 라미아라는 여자는 그렇게 추레하게 입고 다녀도 미모를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단다. 라미아는 샤이크 집사 게리오스의 아내, 그러니까 결혼한 사람인데도 샤이크의 눈에 걸려들었단다. 샤이크의 굴레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권위와 힘에 이길 수 없어서 그만 질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해가 바뀌고 라미아는 아들을 낳았어. 겉으로는 집사 게리오스의 아들이었지만, 실제로는 샤이크의 아들이었어. 샤이크는 자신도 눈치를 챘는지 라미아의 아들 이름을 자신의 선조 이름으로 지어 주려고 했는데, 게리오스의 처형인 후리예가 영리하게 넘어가서 이름은 게리오스와 라미아가 생각하고 있던 타니오스라고 지었단다. 소설 제목에 나오는 타니오스가 이렇게 태어났단다. 1821 6월이었어.

 

1.

라미아가 낳은 아들이 샤이크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돌았어. 샤이크의 아내는 수모를 참을 수 없다면서 아들 라드를 데리고 처가로 가버렸단다. 샤이크는 처가에 가서 장인어른께 이르기를,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단다. 하지만 샤이크의 아내는 한동안 처가에 머무르기로 했어. 라미아의 언니 후리예는 어렸을 적 인연으로 샤이크와 허물없이 지내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어. 후리예는 샤리크를 찾아가 성경에 손을 얹게 하고 타니오스의 아들이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라고 했고, 샤이크는 그렇게 했단다. 그래서 타니오스가 샤이크의 아들이라는 소문은 일단 일단락되었어.

얼마 후 샤이크의 아내는 요르드 영주의 병사들을 대거 데리고 왔단다. 병사들은 크파리야브다에 머물면서 식량을 축내고 온갖 횡포를 부렸어. 샤이크 아내 나름대로 복수의 방식이었어. 어찌나 많이들 먹어대는지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메뚜기 떼라고 불렀단다. 그들은 한동안 식량을 축내고 돌아갔단다.

타니오스가 자라서 친구들과 놀다가 싸움이 붙었어. 이유는 친구가 타니오스에게 타니오스 키크라고 부르며 조롱했기 때문이야. 키크는 요리의 한 종류인데, 샤이크가 키트를 요리해 달라고 타니오스의 엄마를 불러서 다른 짓을 했다는 의미로 그렇게 부른 거야. 그래서 타니오스는 속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샤이크라고 의심했어. 어느날 타니오스는 마을을 배회하는 샤이크의 전 집사 루코즈를 만났어. 루코즈는 무슨 잘못을 해서 15년 전에 마을에서 추방된 사람이었는데 마을에 다시 나타난 거야.

루코즈는 크파리야브다 접경지역에 큰 땅을 사서 농장으로 만들고 큰 부자가 되었어. 루코즈는 타니오스와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는데, 루코즈는 타니오스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겠다고 했단다. 루코즈가 추방된 사람이란 것을 타니오스도 알고 있었어. 그런데 이야기해보니 그리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지. 그가 자신을 후계자로 삼겠다고 한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어.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 그래서 비밀로 했단다. 아참, 루코즈에게 아스마라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타니오스는 그 딸에 반하게 된단다.

샤이크의 처가로부터 아내가 병에 걸려 죽었다는 소식이 왔어. 샤이크는 비록 오랫동안 따로 살긴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아내이니 장례사절단을 꾸려 요르드에 갔단다. 샤이크는 남편으로 장례식에 온 손님들을 받기도 했어. 그때 영국 출신 스톨튼이라는 목사를 처음 만나게 된단다. 당시 그 마을이 대부분 가톨릭이었는데, 흔치 않은 개신교 목사를 만났단다. 샤이크는 가톨릭 대주교와 갈등을 하고 있었어. 대주교가 장례식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아들 라드를 사흘라인에 있는 목사가 운용하는 학교에 보낼 생각을 했단다. 후리예의 남편인 부트로스 사제는 이런 사실을 알고 대주교를 찾아가 설득했지만 대주교는 끝내 장례식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단다. 그래서 샤이크는 라드를 스톨튼 목사가 운영하는 학교에 보냈는데, 타니오스도 함께 보냈단다. 타니오스는 유능한 학생이었고, 라드는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고 싶어했단다.

 

2.

잠시 당시 레바논 상황을 이야기했구나. 이 소설의 배경인 1820년대에서 1840년대까지의 레바논과 주변국에 대한 역사를 아빠는 당연히 모르지.. 책에 나와 있는 것을 조금 정리했는데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 이집트의 왕 무함마드 알리의 아들 파샤가 새로운 동방제국을 세우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 이집트가 동방에서 세력을 확장하려는 소식은 유럽에 전해지고 유럽국가들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달랐어. 영국은 이집트의 이런 의도를 반대했고, 프랑스는 지지했단다. 레바논 국경지대 산악지대를 통치하던 아미르는 파샤의 공격에 항복을 하고 산악지대는 이집트의 지배를 받게 되었어. 산악지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집트 지배를 반대했단다. 그 산악지대에 이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크리파야브다도 포함되어 있었단다. 이집트는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면서 샤이크의 토지를 몰수한다고 했어. 이에 샤이크의 재산은 점점 줄어들었어.

사흘라인 스톨튼 목사의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던 라드와 타니오스. 라드는 목사의 부인이 키우던 꽃들을 모두 칼로 베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단다. 그 외에도 라드는 계속 말썽만 부렸어. 결국 학교에서 잘렸는데 샤이크는 타니오스도 못 가게 했어. 학교에 못 가게 된 타니오스는 단식 투쟁을 했고, 이모 후리예가 타니오스를 업고 목사의 집에 데려고 왔어. 목사 부부는 타니오스가 그들의 집에 머물면서 공부할 수 있게 해주었단다. 그때 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타니오스의 머리가 하얗게 세었단다. 타니오스는 루코즈의 딸 아스마를 사랑한다고 했잖아. 아스마도 타니오스를 좋아해서 둘은 사랑하는 사귀게 되었단다.

1838년 새해 첫날 큰 지진이 일어났단다. 크파리야브다 마을에서도 서른 명이나 죽었어. 1838년은 지진을 시작으로 괴질, 산사태, 기근 등 재앙이 이어졌단다. 그런 와중에 이집트 군대가 마을에 침략하자 마을 사람들도 출동했어. 이집트 사령관은 샤이크에게 회동을 갖자고 했어. 루코즈에 집에서 하자는 소리에 샤리크는 반대했어. 추방당한 이의 집에서 할 수 없다고 했지. 아들 라드가 대신 참석했는데, 라드는 루코즈의 딸 아스마를 보고 첫눈에 반했단다. 라드는 루코즈에게 아스아와 결혼하고 싶다고 청혼을 했고, 루코즈는 반갑게 허락했단다. 아스마는 타니오스와 사랑하는 사이인데 말이야. 그 당시는 아버지가 딸의 결혼을 결정할 수 있던 시기였단다.

이 소식을 들은 타니오스는 분노를 했어. 그동안 로코즈와 나름 친하게 지냈는데, 자신을 그렇게 배신을 할 수 있냐면서 분노를 했지. 타니오스는 이 결혼을 어떻게 하면 막을까 생각했단다. 타니오스의 형식적 아버지이자 샤이크의 집사 게리오스는 라드가 루코즈의 딸과 결혼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샤이크에게 이야기했어. 샤이크는 추방자의 딸과 결혼을 당연히 반대했지. 게리오스는 이 일을 대주교에게 중재해 달라고 부탁을 했고, 대주교는 루코즈를 찾아가 이야기를 하다가 그의 딸을 보고는 자신의 아들과 루코즈의 딸을 결혼시키려고 했단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게리오스는 대주교에게 따지러 갔다가 우발적으로 대주교를 죽이고 말았어.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타니오스는 게리오스에게 도망가자고 제안을 하고 둘은 키프로스 섬으로 도망을 갔단다. 대주교의 죽음을 조사하러 이집트 군이 왔는데 그들은 수색을 이유로 마을 사람들의 재산을 약탈해 갔단다. 그리고 라드가 이 사건에 관여되었다고 판단하고 체포해 갔단다.

 

3.

게리오스와 타니오스는 키프로스 섬에서 숨어 지냈어. 그곳에서 파힘이라고 하는 동향 사람을 만나서

고향 소식을 간간히 들었단다. 타니오스는 키프로스 섬에서 타마르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었어. 게리오스와 타니오스가 피신 온 지 일 년쯤 되던 날 파힘은 이집트에 항복을 하고 산악지대를 통치하던 아미르가 죽었다는 소식을 가지고 왔어. 그래서 그들도 더 이상 도망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 그래서 파힘과 함께 고향에 돌아가기로 했단다. 그런데 타니오스는 세관원의 미신 때문에 다음 배를 타야 했어. 타니오스의 머리가 하얗게 세었는데 그 세관원이 백발이 배를 타면 가라앉는다는 미신을 가지고 있었어.

다음 배를 기다라면서 여인숙에 머물렀는데, 여인숙 주인이 이야기하기를 아미르가 죽지 않았다는 거야. 알고 보니 그렇게 친절하던 파힘이 아미르의 첩자였던 거야. 파힘에 속아 고향으로 돌아온 게리오스는 곧바로 처형당하고 그 사건과 관여되었다고 의심받아 체포 중이던 라드도 교수형에 처해졌단다.

아들을 잃은 샤이크는 복수를 다짐했지만 이집트 군대의 지원을 받는 아미르의 힘을 셌단다. 어느날 아미르의 앞잡이 살룸이 와서 샤이크를 체포해갔어. 그러면서 봉건제가 끝났으니 기뻐하라고 했어. 마을은 추방자였던 루코즈가 관리하게 되었다고 했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슬퍼하고 루코즈의 말을 따르지 않았지. 남편 게리오스를 잃은 라미아는 언니 후리예의 집에서 지냈단다. 루코즈는 크파리야브다 마을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착한 일도 해보려고 했으나 사령관은 강력한 조치를 하려고 명령했어. 루코즈는 사령관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단다. 그리고 루코즈와 이집트 사령관은 이웃 사흘라인도 공격하여 지주를 포함하여 수십 명을 죽였어. 사령관이 루코즈에게 명령하기를 크파리야브다 마을 사람들에게 무기를 집집마다 하나씩 빼앗으라고 했으나 루코즈도 알고 있었지무기를 갖고 있는 집들이 거의 없다고루코즈는 조종당하는 독재자가 되어갔어.

한편 타니오스는 키프로스에서 스톨튼 목사를 만나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단다. 영국 순양함을 타고 갔어. 학교에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던 타니오스는 영국군의 통역과 번역 일을 맡았어. 당시 영국군은 산악지대를 공격하여 승리하고 이 지역을 점령하게 되었단다. 영국군은 아미르와 항복문서를 전달하는 조약을 맺게 되었어. 이 항복문서를 번역하여 아미르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타니오스가 맡았어. 그 아미르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나 마찬가지였는데 늙고 초라한 그의 모습을 보자 불쌍한 느낌마저 들었어.

영국군이 정한 망명지는 원래 아미르가 싫어하는 이스탄불이었는데 타니오스는 영국군과 중재해서 몰타 섬으로 변경해 주었단다. 영국군과 함께 돌아온 타니오스는 영웅이 되어 마을로 귀환했단다. 영주가 없었기 때문에 그가 영주 대리 업무를 하게 되었어. 이제 전세는 역전되었어. 영국이 개입하여 전쟁에서 승리를 하게 되어 친 이집트 세력은 몰락하게 되었지. 루코즈도 심판을 받게 되었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죽이자고 했지만, 타니오스는 결정하기 힘들어했어. 더욱이 타니오스가 사랑했던,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아모스가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어. 타니오스는 결국 재산몰수와 추방령으로 결정했단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의 불만이 가득했어. 이웃 마을 사흘라인의 영주 아들이 찾아와서 자신도 루코즈를 심판할 자격이 있었고 했어. 루코즈가 이집트 사령관과 함께 사흘라인을 공격하여 영주와 그곳 마을 사람들을 수십 명 죽였잖아.

그런 와중에 샤이크가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타니오스는 루코즈의 처분을 샤이크가 올 때까지 미루자고 했단다. 진정한 영주가 결정하는 것이 옳다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 다음날 루코즈는 목이 잘린 채 발견되었단다. 불만을 품고 있던 사흘라인 병사들의 짓으로 의심되었으나 그들을 탓할 수만은 없었어. 마을사람들은 오히려 타니오스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했어. 샤이크가 돌아왔단다. 그런데 엄청 고생한 것으로 보이고 눈까지 멀었어. 샤이크는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 듣고는 사흘라인과 문제는 고민해서 해결하겠다고 했단다. 그런 일들이 있고, 타니오스는 한 바위 위에 한참 동안 앉아 있다가 사라졌는데, 그 이후 아무도 그의 소식을 접할 수는 없었단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마지막으로 앉았던 바위를 타니오스의 바위라고 불렀대.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비록 한 권짜리 책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단다. 1800년대 전반 레바논과 주변국의 역사를 조금이지만 알게 된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그곳에도 치열하게 삶을 살고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좋았단다. 어려우면 어쩌나 하면서 책을 펼쳐 들었는데,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지은이 아민 말루프의 다른 작품들도 살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내가 태어난 고향 마을의 바위들은 이름이 있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그 너머 멀리 보이는 바다, 나는 수평선을 향해 길처럼 좁고 길게 뻗은 바다의 조각을 보고 있었다.


<보부상 나데르의 잠언집> 중에서 다음 글은 그날의 장면을 암시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 바위에 함께 앉았을 때 나는 타니오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 앞에서 또다시 문들이 닫히거든 네 인생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그리고 또 다른 인생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하라. 그리고 배에 올라서 너를 기다리는 도시를 향해 떠나거라."
- P182

"그 사람들이 진정으로 특권 폐지를 바란다면 외국인들을 그 지역 주민들이 부러워하지 않는 신세로 살도록 강요할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을 대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모든 사람을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왜냐하면 외국인들은 모든 인간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 대우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말을 맺었다." - P196

"살인자의 머리를 갖고자 그들은 무고한 사람을 네 명이나 살해했다. 카흐탄 베이크는 자신은 원치 않은 일이었지만, 그렇게 하게 내버려 두었다고 내게 말했다. 이제 내일이면 크파리야브다 사람들이 또 다른 무고한 사람들의 목을 베러 몰려갈 것이다. 늘 그렇듯 그럴싸한 이유를 내세우면서 그들의 복수전은 대대로 이어지고, 오랜 세월 그렇게 계속될 것이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하느님은 그저 ‘절대로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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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손턴 와일더 지음, 정해영 옮김, 신형철 해제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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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알라딘 인터넷 서점 SNS 북플에서 알게 된 손턴 와일더의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라는 소설이야. 이 책은 1927년 출간하여 이듬해인 192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작품이란다. 책이 출간된 지 100년 가까이 되었는데, 또 출간되었단다. 그만큼 책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오늘날 읽어도 공감이 가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단다.

오늘날 뉴스를 보면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안타까운 뉴스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단다. 그런 뉴스를 보다 보면 그 장소에 나와 가족들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우연히 그 장소에 있었어 운명을 달리한 이들의 명복을 빌게 된단다. 다시는 그런 사고가 일어나질 않기를 바라지만 그런 불의의 사고는 끊이지 않고 일어난단다. 그런 불의의 사고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은 어떤 이유가 있어서 운명을 달리한 걸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쓴 소설이 오늘 이야기할 손턴 와일더의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라는 책이다. 지은이 손턴 와일더는 소설과 희곡 부문 모두 풀리쳐 상을 받은 유일한 작가라고 하는데, 아빠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란다.

1714 7 20일 정오, 페루에서 가장 멋진 다리가 갑작스럽게 붕괴되며 다섯 명의 여행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로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매일 수백 명이 오가던 100년도 더 된 다리가 그날 갑자기 붕괴되었어. 사람들은 다리 옆에 있던 성당이 그 다리를 늘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했어. 이탈리아 출신으로 선교를 하러 페루에 왔다가 이 비극적인 순간을 우연히 목격한 주니퍼 수사는 질문을 던졌단다. 그들의 희생은 단순한 우연인지, 신의 계획인지독실한 신자였던 주니퍼 수사는 이 사건에 희생된 사람들은 신의 의도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희생자들의 삶을 조사하였단다. 그리고 조사 과정을 적은 책이 바로 이 책이란다.

 

1.

먼저 몬테 마요르 후작 부인을 조사했단다. 몬테 마요르 후작 부인의 이름은 마리아였단다. 마리아는 결혼 전부터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했으나, 가족의 성화로 인해 결혼을 하긴 했으나 사랑하지 않는 이와 결혼이었어. 그래도 딸 클라라를 낳았단다. 딸 클라라와 아주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클라라는 자신은 페루에서 결혼하지 않겠다면서 홀로 스페인으로 떠났단다.

딸이 떠난 이후 마리아는 점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어. 그 당시 혼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지. 그저 책을 읽었어. 아주 많이 읽었다고 하는구나. 딸 클라라는 자신의 계획대로 스페인에서 결혼하여 백작 부인이 되었어. 그리고 마리아는 클라라의 초대로 스페인에 방문했단다.

어렸을 때부터 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는데 어른이 되었으면 철이 들만 할 텐데, 여전히 말다툼만 계속 하다가 마리아는 일정보다 빨리 집에 돌아왔단다. 그리고 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그가 죽고 난 이후에 이 편지들은 유명한 문학작품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방대한 독서가 마리아 자신도 모르게 뛰어난 작가로 만든 모양이구나.

홀로 지내는 마리아에게 페피타라는 소녀가 말벗 봉사하러 왔어. 페피타는 산타마리아 로사 데 라스 로사스 수녀원에서 지내던 수녀였어. 고아였던 페피타를 수녀원장이 키워주었는데, 수녀원장이 보기에 페피타는 똑똑하고 해서 내심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어. 다른 이들에게 그런 사실을 숨기고 오히려 페피타에게 힘든 일들을 더 많이 시켰는데, 말벗 봉사도 그런 일들 중 하나였단다. 어느날 마리아와 페티타는 함께 연극을 보러 갔단다. 그런데 마리아는 머릿속에 딴 생각을 한다고 연극이 어떤 내용인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연극은 카밀라 페리촐레라는 유명한 배우가 주연을 맡았는데, 카밀라는 관객 중에 마리아 후작 부인이 있는 것을 보고, 마리아는 비꼬면서 흉보는 노래를 즉흥적으로 불렀단다. 마리아는 딴 생각을 하느라 그 노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어. 중간에 페피타가 눈치 채고 마리아에게 나자고 해서 중간에 집에 왔단다.

총독이 연극에서 일어난 이 해프닝을 알게 되어 카밀라 페리촐레를 불러 마리아 후작 부인에게 사과하라고 명령했단다. 그렇게 카밀라가 마이라의 집에 찾아왔어. 마리아는 그날 딴 데 정신이 팔려서 카밀라가 자신을 흉보는 노래를 한다는 것을 몰랐다고 했잖아. 그래서인지 마리아는 오히려 자신이 연극에 집중하지 않았다면서 먼저 사과를 했단다. 카밀라 페리촐레는 마리아와 이야기를 해보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진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했단다.

….

얼마 후 딸이 임신했다는 소식이 왔어. 이것은 무료하던 마리아의 생활을 바꿀만한 큰 기쁜 소식이었단다. 마리아는 페루의 전통대로 아기의 행복을 기원하는 순례를 떠났단다. 페피타도 동행했어. 그들은 그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만 그 다리를 건너고 말았고 다시는 집에 돌아올 수 없었단다.

 

2.

산타마리아 로사 데 라스 로사스 수녀원에 고아 쌍둥이 마누엘과 에스테반이 있었어. 둘은 쌍둥이며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서로 의지하고 친하게 지냈단다. 텔레파시 같은 것도 통하는 것 같았어. 그리고 자신들만의 언어를 사용해서 둘만의 비밀 이야기도 나누었어. 그들이 자라서 고아원에 나와서 함께 지내면서 필경사 일을 했어. 연극의 대본이나 악보 등을 필사하는 일을 했어. 그러다가 한 연극을 봤는데, 그 연극에서 연기하는 배우 카밀라 페리촐레에 푹 반해버렸단다.

카밀라는 쌍둥이 형제가 필경사라는 것을 알고 둘 중에 한 명을 불러 편지를 대필해달라고 부탁을 했어. 그 한 명이 마누엘이었어. 마누엘은 간간히 카밀라의 편지를 대필했어. 그런데 에스테반에게는 그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어. 마누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에스테반이 모르는 비밀이 생긴 거야. 에스테반은 우연히 마누엘이 카밀라과 함께 있는 것을 알게 되고, 마누엘과 카밀라가 사랑하는 사이인 줄 알고, 자신은 괜찮으니 둘이 같이 지내도 된다고 했어. 마누엘은 그런 사이 아니라고 했지만 에스테반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어. 어느날 마누엘은 다리를 다치게 되었고, 에스테반을 치료를 해주면서 보살펴주었지만, 마누엘의 상처는 점점 덧나면서 결국 허망하게 죽고 말았단다.

에스테반은 슬픔도 슬픔이지만, 그 죽음이 마치 자신 때문이라면서 크게 자책했단다. 에스테반은 그 일을 잊기 위해 일에 몰두했단다. 하지만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자책감에 빠지게 되고 결국 자살시도까지 했단다. 같이 일하던 선장이 에스테반의 자살시도를 보고 그를 목숨을 구해주었어. 그러면서 에스테반을 설득했어. 에스테반은 선장의 충고에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하러 갔는데, 그 다리를 건너다가 그만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어.

….

 

3.

앞선 마리아 후작 부인과 쌍둥이 형제를 이야기하면서 연극 배우 카밀라 페리촐레를 이야기했는데, 세 번째 이야기기는 카밀라 페리촐레와 그를 키워준 피오 아저씨의 이야기란다. 이곳 저곳을 떠돌던 피오 아저씨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떤 카페에서 노래하는 12살의 카밀라를 보았어. 그리고 그 아이가 재능이 있는 것 같아서 돈 주고 그 아이를 데리고 와서 보살펴 주면서 아이를 데리고 이곳 저곳 데리고 다니면서 노래로 돈도 벌고 그랬어.

시간이 흘러 소녀의 탈을 벗고 아가씨가 된 카밀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되었어. 피오 아저씨는 카밀라를 연극배우로 데뷔를 시켰단다. 카밀라는 연기가 조금 부족했지만 외모 덕분에 성공한 연극배우가 된단다. 그리고 이제 어른이 된 카밀라는 피오 아저씨와 잦은 의견 대립으로 말다툼을 했어. 카밀라는 이제 피오 아저씨와 따로 생활하고 사교계에도 들어갔어. 하지만 카밀라도 세월의 벽을 넘지는 못했어. 나이가 들면서 전성기가 지나고, 어찌 하다가 아들까지 생기고, 거기에 천연두까지 걸려서 연극계를 떠나 은둔하며 지냈단다.

피오아저씨는 그런 카밀라를 안타까워하면서 도와주려고 찾아갔지만, 카밀라는 차갑게 거절하면 쫓아냈단다. 피오 아저씨는 카밀라의 아들만이라도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했어. 사진이 공부도 시키고 잘 키우겠다고 여러 번 설득을 하고, 결국 카밀라는 허락했어. 피오 아저씨와 카밀라의 아들 하이메는 피오 아저씨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만 그 다리 위에 있었단다.

주니퍼 수사는 희생당한 사람들을 조사해 보았지만 그들의 어떤 공통점도 찾지 못했단다. 신의 의도를 나타내는 어떤 암시도 찾지 못했단다. 그저 누구나 한번은 죽는다는 것만 다시 확인했어. 그리고 그들을 사랑했던 이들이 있었다는 것그것은 이번에 희생된 다섯 명뿐만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모든 이들도 해당된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리고 그런 사랑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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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지금 이 순간에도나 말고 에스테반과 페피타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오직 카밀라만이 그녀의 아들과 피오 아저씨를 기억하고, 오직 이 여인만이 자신의 어머니를 기억한다. 그러나 우리는 곧 죽을 것이고, 그 다섯 명에 대한 모든 기억도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우리 자신도 한동안 사랑받다가 잊힐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 사랑이면 충분하다. 모든 사랑의 충동은 그것을 만들어 낸 사랑으로 돌아간다. 사랑을 위해서는 기억조차 필요하지 않다. 산 자들의 땅과 죽은 자들의 땅이 있고, 그 둘을 잇는 다리가 바로 사랑이다. 오직 사랑만이 남는다. 오직 사랑만이 의미를 지닌다.

============================

….

결국 결론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면서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사랑하자는 것 같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714 7 20일 금요일 정오, 페루에서 가장 멋진 다리가 무너지며 다섯 명의 여행자가 그 아래의 골짜기로 추락했다.

책의 끝 문장: 오직 사랑만이 의미를 지닌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내심 안도하며 "십 분만 늦었다면 나도…"라고 혼잣말을 했겠지만, 주니퍼 수사에게는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왜 하필 저 다섯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우주에 어떤 계획이 있다면, 인간의 삶에 어떤 패턴이 있다면, 갑자기 중단된 저들의 삶 속에 숨겨진 불가사의한 무언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우리는 우연히 살고 우연히 죽는 것일까. 주니퍼 수사는 그 순간 대기를 가르고 떨어진 그 다섯 명의 숨겨진 삶을 조사하겠다고, 그래서 그들이 그렇게 떠난 이유를 밝혀내겠다고 마음먹었다. - P14

백작은 그녀의 편지를 읽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그러나 그가 즐긴 것은 문체였고, 그것만으로 편지의 모든 풍부함과 의도를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대부분의 독자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기록’이라는 문학의 목적 자체를 놓치고 말았다. 문체는 쓰디쓴 액체를 담아 세상에 권하는 하찮은 그릇에 불과하다. 후작 부인이 자신의 편지가 아주 훌륭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매우 놀랐을 것이다. 훌륭한 작품을 쓰는 작가들은 항상 고결한 마음 상태로 살아가고, 우리에게 특별해 보이는 작품이 그들에겐 그저 평범한 일상과 다름없을 테니 말이다. - P30

옛날 다리 대신 새로운 다리가 세워졌지만, 그 사건은 잊히지 않았다. 리마 사람들에게 그것은 일종의 속담 같은 표현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어떤 사람은 "화요일에 보세. 다리만 무너지지 않는다면 말이야"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가 "내 사촌은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근처에 산답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싱긋 웃는다. 그 말은 머리 위해 매달린 칼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 사고에 대한 시도 있고 페루의 문집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고전들도 있지만, 진정한 문학적 기념비는 주니퍼 수사의 책이었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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