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끝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40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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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지난 편지에 이어서 오늘은 켄 폴릿의 20세기 3부작 중 마지막 3부작 <영원의 끝> 2권을 이야기할게. 오늘도 할 이야기가 많으니 바로 시작할게. 등장인물이 많고 세계 곳곳을 이야기하다 보니,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을 수 있는데 양해 바라고

미국 대통령이 죽었다. 그것도 갑작스럽게 괴한의 총격으로 죽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최고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죽었다. 존재감 제로였던 부통령 린든 존슨은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되었단다. 백악관에서 일하고 있던 조지조차 린든 존슨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어.

...

영국의 데이브는 돈을 받고 연주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함부르크에 갔잖아. 그곳에서 먼 친척 뻘 되는 레베카와 발리를 만났어. 발리는 음악을 하기 위해 동베를린을 탈출해서 서독으로 왔잖니, 데이브도 음악을 하고, 발리도 음악을 하고…. 데이브와 발리는 함께 음악을 하게 되었고, 데이브가 영국으로 돌아올 때 발리도 함께 왔단다. 영국에서도 데이브와 발리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하여 함께 음악을 했단다.

한편, 발리는 동독에 남기로 한 카롤린이 딸을 낳았다는 소식을 건너 들었단다. 데이브는 학교 점수는 낙제점으로 아버지 로이드한테 계속 혼났지만 데이브는 음악에 자질이 있었어. 데이브와 발리가 속한 밴드가 음악사 오디션에 합격했단다. 음반사 측에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갈 기회도 준다고 했어. 다만, 그룹의 리더였던 래니는 자격미달이라는 통보를 받았지. 래니는 팀원들이 자신과 함께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데이브에게 이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 결국 래니 없이 다른 멤버들만 출연하기로 하고 래니는 화를 내면서 그룹을 탈퇴했어 냉정한 선택이었지만 결과로 봤을 때 엄청난 선택이었단다. 그들은 방송을 타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어. 소설 속이긴 하지만, 전설적인 그룹 플럼넬리의 시작이었단다. 1960년대 비틀즈 등 전설적인 밴드들이 많이 활동했는데, 그런 것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구나.

 

1.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민주당은 케네디 대신 대통령이 된 린든 존슨이 다시 나오고, 상대 공화당은 강경 보수파의 인종차별주의자 골드워터가 나왔는데, 린든 존슨의 승리는 낙관적이라고 했어. 케네디 대통령이 죽은 후 법무부장관이자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 보비 케네디는 뉴욕 상원의원에 출마하기로 했단다. 조지는 계속해서 보니 케네디의 보좌관 일을 했단다.

1964년 소련에서 반란이 일어나면서 흐루쇼프가 서기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고 흐루쇼프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딤카도 좌천되어 우크라이나에 가게 되었단다. 1권에서 이야기했듯이 딤카는 니나가 임신을 해서 어쩔 수 없이 결혼했는데, 니나는 알고 보니 돈을 엄청 밝히는 사람이었어. 그 돈 때문에 딤카 몰래 고위층 인사와 바람을 피기도 했어. 그리고 사실, 딤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나탈리아였지. 나탈리아가 인맥을 통해 힘써줘서 딤카의 좌천을 막을 수 있었고 모스크바에 남아 있을 수 있었어. 고시긴이라는 사람 밑에서 일하게 되었단다. 딤카도 나탈리아와 은밀한 관계를 계속 이어갔단다.

....

영국인 재스퍼 머리는 미국에서 언론인으로 성공하고자 미국으로 건너와 활동했어. 여러 언론사의 문을 두들겼지만 소득이 없었어. 그 와중에 데이브와 발리의 그룹 플럼넬리의 미국 순회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어. 재스퍼는 영국에서부터 데이브와 친분이 있었어. 그래서 재스퍼는 그들을 인터뷰하고 발리의 사생활, 즉 동독에서 탈출하고 동독에 아이가 있다는 기사를 독점으로 취재할 수 있었어. 남의 약점으로 기사를 쓰다니재스퍼는 성공을 위해서라면서 무엇이든 할 기세였단다. 재스퍼도 그 기사로 잠깐 인정을 받았지만 자리를 잡지는 못했어. 몇 개 더 특종을 잡으면 자리를 잡을 것 같은데, 뜬금없이 징역통지서가 날라왔어.

재스퍼는 자신이 영국인이라서 자격이 없다고 항변했어. 그런데 재스퍼가 직업을 위해 영주권을 신청해서 자격이 있다고 했어. 영주권을 포기하고 영국으로 돌아가면 되지만 그러면 다시는 미국에서 직업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단다. 아빠 같으면 영국으로 갔을 텐데 재스퍼는 성공을 위해 고민 끝에 군대 가기로 했단다. 재스퍼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며 미군의 만행을 목격했어... 2년 간 베트남 근무에서 운 좋게 살아남아 다시 미국에서 일하게 되었단다.

데이브와 발리의 밴드 플럼넬리의 미국 순회 공연은 성공적이었어. 그들은 이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어. 데이브의 가정사를 잠깐 살펴보자. 데이브의 엄마 데이지이고, 데이지의 아빠는 미국에서 성공한 러시아 사업가 레프란다. 레프는 불법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업을 불린 사람인데, 그에 대해서는 1부와 2부에서 이야기했으니 생략할게. 그도 이는 많이 늙었겠구나. 데이지는 이번 미국 순회 공연할 때 시간을 내어 외할아버지 레프와 처음 만나기도 했단다. 데이지는 외할아버지뿐만 아니라 친할아버지와 관계도 평범하지 않단다. 데이지의 아빠는 로이드이고,

로이드의 법적 부모는 에설과 퍼니잖니. 하지만 로이드의 친아빠는 피츠였던 거 기억나지? 그러니까 데이브의 친할아버지는 피츠가 되는 거야. 데이브가 미국순회공연을 마치고 영국에 돌아왔을 때 할머니 에설은 친할아버지 피츠에게 데이브를 소개해 주었단다. 그렇게 데이브는 진짜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를 다 만났구나. 그리고 얼마 후 에셀은 뇌종양으로 돌아가셨어.

...

발리는 동독에 남은 카롤린과 딸 알리스에 미안함이 있어서인지 마음속에 늘 그들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카롤린이 어느 목사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 소식을 들어서인지 발리도 이후 방탕한 생활과 자유 연애를 즐겼단다.

.....

결국 린든 존슨은 미국대통령에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어. 하지만 공민권의 진행상황은 지지부진하고 베트남 전쟁은 더욱 격렬해지면서 많은 미군들이 희생되었단다. 그러면서 린든 존슨 대통령의 지지도는 추락했어. 다음 대선 1968년의 민주당 예상 후보로는 유진 매카시 후보가 앞서 나갔지만 보비 케네디 상원의원이 친근함을 앞세워 지지율을 높이며 맹추격하고 있고, 린든 존슨 대통령은 계속되는 지지율 하락으로 결국 불출마 선언을 했단다.

...

데이브와 발리의 플럼넬리 밴드는 인기 상한가 중이었으나 내부 균열의 움직임이 있었어.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데이브가 영국에 간 사이, 발리와 데이브의 여친 비프가 약 먹고 사랑을 나누었어. 그런데 데이브가 돌아와서도 비프는 그 일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단다. 그건 당시 유행하던 히피문화와 연관이 있는데, 약물을 복용하고 자유 연애하는 것을 당연한 일상이라고 생각했어. 비프는 그런 자유 연애자라서 발리와 사랑을 나누었지만 여전히 데이브를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했어. 하지만 데이브의 생각은 달랐어. 비프와 발리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모든 것은 끝났다고 생각했어. 솔로 활동을 하기로 하고 얼마 전 제안 들어왔는데 밴드를 배신하는 것 같아서 거절했던 방송토크쇼도 진행하기로 했단다.

 

2.

1968년 어느 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베란다에서 측근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인종 평등을 위해 운동하던 모든 이들의 희망이었던 마틴 루터 킴 목사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단다. 그를 따랐던 많은 사람들이 좌절했단다.

캐머런 듀이는 대학생부터 닉슨 선거 운동에 참여하는 등 공화당을 지지했단다. 아버지, 할아버지 등 가족들 모두 민주당을 위해 일하고 지지했는데 말이야.

조지는 보비 케네디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었잖아. 보비 케네디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해지면서 조지도 선거 운동에 열심이었어. 킹 목사가 암살당한 이후 흑인들은 보비 케네디에 희망을 걸고 있었단다. 지지도도 높아서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높았어. 하지만, 유세 중에 피격 당해 죽고 말았단다. 형인 존 F. 케네디에 이어서 암살당하다니, 정말 비극이구나. 이때도 총기 사용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데, 여전히 총기 사용이 가능하다니 이해가 가질 않는구나. 민주당 후보로 험프리라는 사람이 되었고 결국 공화당 닉슨이 1968년 대선에서 승리했단다.

...

모스크바의 이야기를 해보자. 딤카는 결국 니나와 이혼을 하고 나탈리아에게 청혼을 했단다. 이 사실을 안 남편 니크는 딤카의 아들을 납치하여 지하실에 가두는 등 협박을 했어. 하지만 니크는 딤카의 뒤에 막강한 권력이 있는 것을 몰랐지. 당시 니크는 불법 tv도매상을 하고 있었는데 딤카는 니크의 이런 불법 사업을 못하게 할 정도의 힘은 있었어. 그러자 니크가 찾아와서 나탈리아와 이혼 할 테니 사업을 할 수 있게 도움을 달라고 했단다.

....

1968년은 전세계적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난 해인 것 같구나. 체코 프라하에서는 ‘프라하의 봄으로 유명한 자유화 바람이 불고 있었어. 딤카도 그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어. 저런 자유화가 소련에도 들어오게 되면 공산주의가 옳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소련 수뇌부는 생각이 달랐어. 탱크를 앞세워 체코를 침공했단다. 이런 상황을 보고 딤카는 공산주의 개혁에 좌절했단다.

...

20세기 3부작 1부부터 중요 인물이었던 모드가 동독에서 사망했단다. 모드의 오빠 피츠는 친손자 데이브와 함께 장례식에 참석했어. 데이브는 그곳에서 발리의 아들과 전여친 카롤린을 만날 수 있었어..

...

시간이 지나 1972년이 되었어. 닉슨의 첫 번째 임기가 끝나가고 재선을 준비하고 있었어. 캐머런 듀이는 닉슨 정부에서 일하고 있었지. 닉슨 정부는 FBI와 국가정부기관을 이용하여 이곳 저곳을 도청하면서도 합법적인 것이라 주장했단다.

한편 데이브의 전여친 비프는 데이브를 찾아와 4년 전 일에 대해 용서를 빌었어. 발리는 약물중독으로 힘들어 있다면서 발리와 그룹 재결합을 제안했어. 데이브도 사실 솔로 활동이 그리 재미있지 않고 인기도 예전만 못했어.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밴드를 할 때의 행복이 그리웠지. 그래서 데이브도 좋다고 했고 그들의 그룹 재결합은 성공을 거두었단다. 하지만 발리는 여전히 약물 중독에 시달렸어. 데이브는 서독 함부르크에 사는 발리의 누나 레베카에게 연락하여 도움을 청했어. 레베카는 당시 정계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발리의 소식을 듣고 정계진출까지 미루고 발리를 돕겠다고 했어. 그래서 발리는 함부르크에 와서 치료를 시작했단다.

 

3.

닉슨은 낮은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해 중국 모택동과 정상회담, 소련 브레즈네프와 정상회담을 연이어 가졌어. 이 정상 회담으로 모스크바에도 잠시 훈풍이 불었고 이를 이용하여 타냐는 시베리아에 유배기간보다 더 오랫동안 유배중인 바슬리를 풀려나게 여기저기 청원서를 넣었고, 결국 바슬리는 풀려나게 되었단다. 사실 그 동안 타냐는 바슬리의 원고를 독일로 빼돌려 영국인 애나 머리(재스퍼의 누나)에게 전달하였고 애나 머리는 그 원고를 필명으로 출판하여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져 있었단다. 바슬리의 책으로 소련의 수용소의 실체가 전세계에 드러났단다.. 아마 솔제니친을 모델로 한 것 같더구나. 소련에서는 그 책의 지은이의 정체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어.

닉슨은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결국 재선에 성공했단다. 그러나 얼마 안가 워터게이트 호텔에서의 도청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게 되고, 스스로 자신의 죄를 입증하는 실수까지 하면서 결국 스스로 사임하게 되었단다.

모스크바에서는

20세기 1부와 2부의 주요인물 중 한 명인 그레고리가 사망했단다. 그의 동생 레프가 이 소식을 듣고 가족들을 데리고 소련을 방문했어. 그리고 자신의 친아들 볼로댜를 처음으로 만났단다. 그들의 복잡한 가족관계는 1 <거인들의 몰락>에서 이야기했으니 오늘은 생략.

..

헝가리에 자유화 바람이 불면서, 서독에서도 헝가리 방문을 할 수 있었어. 그래서 서독에 살고 있는 레베카는 발리와 함께 헝가리에 가서 동독에 살고 있는 가족들을 만났단다. 발리는 7년째 약물을 안하고 있었어. 카를라, 릴리뿐만 아니라 발리의 여자친구였던 카롤린과 카롤린의 남편 오도, 발리와 카롤린 사이의 딸 알리스도 만났어. 이 소설에서 가족관계 이야기할 때보다 복잡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무튼 그들은 18년만에 다시 만났단다.

….

1979. 소련은 여전히 브레즈네프가 서기장을 맡고 있었어. 이미 오래 전 공산주의 개혁에 희망을 버렸던 딤카는, 최근 농업국 수장인 고르바초프의 개혁안을 보고 다시 희망을 가졌어. 브레즈네프 서기장 이후 안드로포프 서기장이 되었는데, 그도 개혁적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딤카와 나탈리아는 그에게 희망을 걸었단다. 하지만 그는 1년 남짓 서기장을 하다가 병으로 죽고 말았어. 그 다음 서기장으로 딤카와 나탈리아는 고르바초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보수파 체르넨코가 서기장이 되었단다. 다시 소련은 침체의 시대가 되는 듯 했어. 하지만 체르넨코는 13개월만에 병으로 죽고 말았단다. 그리고 드디어 고르바초프가 서기장이 되었단다.

고르바초프는 나중에 너희도 학교에서 배울 거야. 고르바초프는 개발과 개혁을 추진하면서 동구권의 위성국가에 간섭하지 않는 정책을 펼쳤단다. 그렇게 되자 헝가리에서는 선거를 통해 공산주의가 붕괴되었단다. 헝가리가 공산주의가 무너지자, 동구권의 공산주의 국가의 사람들이 헝가리로 왔다가 그 이후 오스트리아를 통해 국외로 탈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단다.

….

소련과 동구권이 이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1980년대 미국을 보자. 레이건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 외국인 용병들을 모아서 레바논 베이루트를 공격하여 많은 민간인이 죽으면서 논란이 되었어. 이제 유명한 기자가 된 재스퍼 머리는 이 사실을 폭로했지만 당시 레이건의 지지율이 높아서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오히려 재스퍼는 이 일로 언론계에서 미움을 받아 일자리를 잃었다고 하는구나. 처음 재스퍼가 기자 일을 시작할 때는 기레기처럼 보였는데, 이제 정의의 기자로 성장한 것 같구나. 그는 간신히 유럽 특파원 자리를 얻어 서독으로 향했단다. 그때만 해도 얼마 후에 독일이 통일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텐데 말이야. 레이건 이후 반공주의자 부시 대통령이 취임했고, 동구권에서 부는 변화의 바람을 믿지 않고 소련의 속임수라고 생각했대. 아빠도 부시 대통령 하면 전쟁만 좋아하던 사람으로 기억하는구나.

동구권에서 보는 변화의 바람은 동독에도 거세게 몰아쳤어. 동독의 시위는 점점 거세지고, 결국 정부는 여행 자유 선포를 하게 되었는데, 언제부터 실시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부 담당자가 당황했는지 실수로 지금부터라고 이야기를 해버렸어. 그 이야기를 들은 동독의 시민들은 곧바로 서독으로 통하는 바리게이트를 치우고 벽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단다. 그렇게 한 세기의 막바지에 해피 엔딩을 준비했단다. 아빠가 1권 독서편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 변화의 바람이 북한까지 오기에는 너무 멀었지만 말이야. 그때 변화의 흐름을 타고 우리나라의 휴전선도 무너졌다면 어땠을까? 여러 번 생각하게 되는구나.

….

소설의 에필로그는 2008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 당선으로 마무리 했단다. 오랜 인종 평등을 위해 힘써왔던 이들의 눈물과 함께

나중에 누군가 21세기 3부작에 대한 소설을 쓴다면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아마 점점 황폐화되는 지구와 싸우는 인류에 대한 모습이 그려지지 않을까 걱정이구나. 이미 21세기의 4분의 1이 지났는데, 지금이라도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살릴 수 있도록 힘을 모으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아 보이는구나. 그런데 최근에 국제 정세를 보면 트럼트의 뻘짓이 추가될 것 같구나. 지금이라도 무고한 사람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고 전쟁이 끝나면 좋겠구나.

….

20세기 3부작은 재미있는 소설을 통해 20세기 굵직한 세계사를 공부할 수 있어서도 좋았단다. 나중에 너희들도 커서 좀 여유가 생기면 읽어봤으면 좋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마리아는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책의 끝 문장: “그건 긴 이야기란다.”


한창 냉소적인 딤카에게는 뭔가 경멸받아 마땅한 일로 보였다. 자본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나라에서는 인민의 뜻에 따라 귀족적인 수상을 해고하고 사회민주주의자를 앉히는 마당에, 세계를 선도하는 공산주의국가에서는 같은 일이 비밀리에 소규모 지배 엘리트층의 음모로 진행되고 며칠이 지나서야 무력하고 다루기 쉬운 인민들에게 발표되는 것이다. - P98

시베리아에 다녀온 뒤 그녀는 변했다. 이전에는 공산주의를 좋은 의도의 실험이지만 실패했으니 폐기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다. 이제는 사악한 지도자들의 잔혹한 압제 행위로 보았다. 바실리를 떠올릴 때마다 그녀의 가슴은 그에게 그런 짓을 저지른 사람들을 향한 증오로 가득찼다. 심지어 쌍둥이 오빠에게도 말하기 어려웠다. 딤카는 아직도 공산주의의 폐지되기보다는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녀는 딤카를 사랑했지만 그는 현실에 눈감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어디든 잔인한 억압이 있는 곳에는-이를 테면 미국의 최남동부, 영국의 북아일랜드, 그리고 동독-그녀의 가족처럼 소름끼치는 진실을 외면하는 착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타냐는 그 가운데 하나가 되지 않을 터였다. 끝까지 싸울 작정이었다. - P158

"정치에서는 거짓말이 많잖아요." 조지가 말했다.
"사회의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그렇지. 하지만 닉슨처럼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그는 사기꾼에다 간교한 자야. 지금까지는 안 걸리고 빠져나왔어. 사람들은 그렇게들 하지. 하지만 대통령이 되면 달라. 기자들은 그들이 베트남에 대해 속았다는 걸 알아. 그리고 정부의 말을 점점 더 면밀하게 살피고 있어. 딕은 덜미를 잡힐 거고 그래서 무너질 거야. 뭐가 더 있는 줄 알아? 그는 왜 그렇게 됐는지 절대 이해 못할걸. 언론이 내내 자신을 망치려 들었다고 말할 거다."
- P420

의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헝가리 문제’였다. 딤카는 그 안건을 포함시킨 사람이 에리히 호네커라는 것을 알았다. 헝가리의 자유화는 개혁을 진행하지 않는 정권의 억압적인 태도에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다른 모든 바르샤바조약기구 국가를 위협했는데, 그중 동독이 최악의 의기를 맞고 있었다. 헝가리에서 휴가를 보내던 수백 명의 동독인이 텐트를 벗어나 숲속으로 가서 낡은 울타리에 난 구멍을 통해 오스트리아로 넘어가 자유를 찾았다. 벌러촌 호수에서 국경으로 향하는 도로는 그들이 후회 없이 버린 싸구려 트라반트, 바르트부르크 자동차로 어지러웠다. 대부분은 여권이 없었지만 문제되지 않았다. 그들은 서독으로 이송되어 그곳에서 자동으로 시민권을 받고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다. 낡은 차는 곧 더 믿음직스럽고 편안한 폭스바겐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 P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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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켄 폴릿의 20세기 3부작 마지막 이야기인 <영원의 끝> 1권을 이야기할게. 20세기 3부작의 1 <거인들의 몰락> 1차 세계 대전의 이야기를, 2 <세계의 겨울> 2차 세계 대전의 이야기를 했잖니. 3부는 3차 세계 대전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구나. 물론 3차 세계 대전에 실제로 일어날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 사실 지금 트럼프의 미친 짓이 3차 세계 대전으로 확전될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부디 빨리 마무리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동안 지구를 망하게 할지도 모를 핵무기가 지구를 망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3차 세계 대전을 막은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어. 3차 세계 대전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지만, 소련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양쪽 진행은 긴장은 오랜 시간 계속 되었단다. 그 시기를 냉전의 시대라고 했는데, 그 냉전의 시기는 1945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해체되는 1990년까지 이어졌단다. 그렇게 냉전이 사라지는 그 흐름을 우리나라도 함께 했어야 했는데, 냉전의 잔재처럼 유일한 분단국가가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말았구나. 안타깝구나. 언제나 되어야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지

이번 3 <영원의 끝>는 바로 그 냉전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단다. 이번에도 책이 엄청 두꺼워서 할 이야기를 많으니 바로 시작해 보자.

 

1.

이야기의 시작은 1961년 동독에서 시작된단다. 이 때만해도 동독과 서독이 나뉘어 있지만, 어느 정도 자유롭게 서로 왕래를 할 수 있었어. 베를린 장벽도 아직 없었어. 동독에 사는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자유와 부를 찾아 서독으로 갔단다. 사랑을 찾아 영국에서 독일로 이주한 영국인 모드가 이제는 할머니가 되었단다.

모드의 딸 카를라는 베르너와 결혼했어. 그들 사이에는 아이가 셋이 있는데, 셋 다 아버지가 달랐단다. 먼저 레베카는 전쟁고아로 입양을 한 아이로 어느덧 스물아홉 살이 되었어. 그리고 발리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베를린을 점령한 소련군이 무차별 강간을 했는데, 그때 카를라도 소련군에게 강간을 당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둘째 발리였단다. 발리는 열다섯 살. 그리고 카를라와 베르너 사이에서 태어난 열두 살 릴리가 있었단다. 레베카와 발리의 이야기는 2 <세계의 겨울> 2권에서도 이야기했으니, 오늘은 생략.

레베카는 학교 선생님으로 일했고, 법무부에서 일하는 한스 호프만과 결혼했어. 그들이 결혼한 지 1년 정도 되었단다. 어느날 레베카는 비밀 경찰 슈타지의 호출을 받았어. 그곳에서 임무를 제안 받았는데 그곳에서 남편 한스를 만났단다. 남편 한스가 왜 이 곳에? 이유는 한가지였어. 남편은 법무부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비밀경찰이었던 거야.. 그렇다면, 그들의 결혼은? 한스가 레베카에게 접근했던 것은 레베카의 식구들을 감시하고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 레베카는 큰 배신감을 느끼고 한스에게 분노의 욕설을 퍼부었단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한스가 아끼는, 한스의 작품을 부셔버렸어. 그 자리에서 한스와 헤어졌단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레베카는 학교에서 해고를 당했는데 이것은 아마 한스의 짓이었을 거야.

발리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클럽에서 기타 연주를 했어. 그리고 몰래 담배를 피우다가 아버지 베르너에게 걸리기도 했어. 그래서 외출금지령이 내렸지만, 예나 지금이나 15살짜리는 겁이 없었지. 그는 몰래 집을 나가서 서베를린에 있는 클럽에서 음악 연주 경연에 참가했단다. 그날 임시로 짝을 이룬 카롤린이라는 사람과 경연에 참석해서 2등을 했단다. 그들은 클럽에서 연주해달라는 제안까지 받았단다.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던 발리는 한스와 마주쳤는데, 조사를 한다는 이유로 기타줄을 끊고 망가뜨렸단다. 한스는 제대로 화가 나서 레베카의 식구들을 이후로도 계속 괴롭혔단다.

….

이제 미국으로 넘어가보자.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 2 <세계의 겨울>에서 나왔던 사람들과 그들의 후세들이란다. 1 <거인들의 몰락>부터 이어진 가계도가 3대에 이르게 되자 상당히 복잡해졌는데, 책의 앞부분에 가계도가 잘 정리되어 있어 읽을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구나. 그레그와 재키 제이크스는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둘 사이에는 조지라는 아들이 하나 있었어. 조지는 엄마의 피부색을 닮아 흑인이었어.

이 이야기가 배경인 1960년대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이 큰 사회 문제였어.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비폭력 저항 운동 프리덤 라이드운동이 한창이었어. 당시 교통 수단이나 공공장소에 유색인이 따로 타곤 했는데, 그것에 저항하여 백인들이 타고는 버스를 타거나, 백인들만 들어가던 공공장소에 흑인들도 들어감으로써 인종 평등을 주장하는 운동이 바로 프리덤 라이드운동이란다. 조지는 마리아와 함께 이 운동에 참가하여 버스를 타고 미국 남부를 여행하고 있었어. 결국 백인 KKK의 난동에 버스가 공격을 당하고 불까지 나서 버스에 탑승했던 이들이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어. 하지만 백인 경찰들은 이 사건을 방관만 하고 있었단다.

이만큼 당시 미국의 인종차별은 심각했단다. 조지는 하버드를 졸업하고, 동기인 베리나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어. 베리나는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지는 그 제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단다. 그런데 동시에 백악관으로부터도 젊은 흑인 변호사 출신 보좌관으로 제안을 받았단다. 조지는 두 가지 선택에서 백악관을 선택했단다. 백악관에 들어가야 자신의 생각이 실제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이었지. 백악관에서 조지를 선택한 것은 표를 얻기 위한 작전이었거든. 우리는 흑인도 보좌관으로 뽑는다고 생색내면서 말이야. 백악관 사람들이 조지를 무시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지만, 조지는 참고 일했단다. 그러나 대통령의 동생이자 법무장관인 보비 케네디는 그를 인정해주었단다.

….

이번에는 소련 모스크바로 가보자. 이전 작품에서 등장했던 그리고리와 카테리나의 딸 아냐가 있었잖니. 아냐에게는 쌍둥이 남매가 있었어. 딸 타냐는 반정부 신문인 <반대>를 출간하고 배포하는 일을 은밀히 하고 있었어. 당시 소련의 문제는 독재화된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거야. 미국과 달이 소련의 흐루쇼프 정권은 그런 반대 세력을 무력으로 진압했단다. 타냐도 그렇게 반정부 운동을 하다가 KGB에게 붙잡히고 말았어. 아냐의 쌍둥이 아들 딤카는 타냐와 달리 흐루쇼프 정부에서 일하고 있었어. 그것도 흐루쇼프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보좌관으로 일했어. 딤카는 타냐의 체포 소식을 바로 알고 외삼촌 볼로댜 장군에게 연락했어. 타냐는 외삼촌 빽으로 풀려나는 대신, 기자로 쿠바에 파견하는 벌을 받기로 했어. 하지만 타냐와 함께 수감된 바슬리는 시베리아 유배를 떠나야 했단다.

 

2.

, 다시 동독레베카는 한스의 공작으로 해고된 이후에도 취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어. 가족들과 상의한 후 레베카는 서베를린으로 가기로 했단다. 그런데 하필 그때 동독에서는 서독으로 가는 것을 차단하기 시작했단다. 서독으로 가는 길에 철조망이 쳐져 있었고 벽을 세우기 시작했단다. 그것이 베를린 장벽의 시작이란다. 그렇게 장벽이 생겼지만 레베카는 동독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었어. 동료인 베른트와 함께 탈출하기로 했어. 감시가 심해져서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자유를 위한 충분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어. 가족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낸 레베카와 베른트는 장벽을 넘게 되었단다. 중간에 경비대에 들킬 위기도 있었지만, 몰래 그들을 쫓아온 레베카의 동생 발리가 도와주어 벽을 넘는데 성공했단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경비대가 그들이 넘는데 사용한 줄을 끊어서, 베른트가 높은 곳에서 추락하고 말았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척추를 다쳐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되었어. 자유의 값어치가 너무 비싸구나.

이번에는 미국. 백악관에 들어간 조지는 예전에 프리덤 라이드 운동을 함께 했던 마리아를 다시 만났어. 마리아는 공보실에서 일했어. 조지는 마리아에게 내심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마리아를 마음에 둔 이가 또 있었으니 케네디 대통령이었단다. 케네디 대통령에 대해서 아빠가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관계가 복잡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소설에서도 그런 관점에서의 이야기가 나온단다. 케네디 대통령이 마리아를 유혹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설정한 이야기인 듯하구나. 마리아도 케네디 대통령의 접근을 싫어하지 않았고, 자신이 대통령과 잠자리도 갖는 등 비밀스러운 관계가 되었단다. 마리아에게 이제 사랑하는 사람은 대통령뿐이었어.

1962년 조지는 몽구스 작전에 투입되었어. 몽구스 작전은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기 위해 자작극으로 일으키려고 했던 계획이란다. 쿠바는 미국 바로 밑에 있는 나라인데 공산주의국가로 소련과 친한 나라야. 미국의 입장에서는 앞마당에 소련의 친척이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래서 쿠바를 점령하려는 이런저런 작전을 펼쳤는데, 그 중에 하나가 몽구스 작전이었어. 그 작전을 준비하고 있을 때 소련에서는 미국 몰래 핵무기를 쿠바에 배치를 했단다.

이 일을 알게 된 백악관은 비상이었어. 앞마당에 소련의 무기가 배치된 것이잖아. 이제 미국은 쿠바를 쉽게 공격할 수 없었어. 그리고 이것은 미국 외교의 처참한 실패라고 할 수 있었어. 소련의 핵무기가 앞마당에 설치되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야. 백악관은 곧 있을 중간 선거도 걱정이 되었단다. 케네디는 대국민 연설을 했는데 이는 소련을 향한 경고나 다름 없었어. 쿠바가 만약 미국을 공격한다면 그것은 소련이 미국을 공격한 것이라고 간주하고, 곧바로 소련을 공격하겠다는 내용이었어. 그리고 쿠바로 들어가는 모든 선박들을 바다 위에서 조사하겠다고 했어. 또 다시 소련의 무기가 쿠바로 들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였지.

이런 발표는 소련을 자극한 것은 당연했어. 소련도 긴급 회의를 소집했단다. 소련도 미국과 직접적인 충돌은 부담스러웠던 거야. 결국 소련은 쿠바로 향하고 있던 추가 핵폭탄을 실은 배를 소련으로 회항시켰단다. 당시 쿠바의 국가 원수인 피델 카스트로도 미국의 간섭에 대한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어. 이런 시기에 미국정찰기가 쿠바 영해에서 격추되는 사건이 일어났어. 그렇게 되자, 사람들은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다행히 케네디 대통령과 흐루초프 제1서기가 서신을 통해 전쟁이 아닌 평화를 선택하기로 했단다. 미국은 터키에 배치된 핵무기를 철수하고 소련은 쿠바에 배치된 핵무기를 철수하기로 협의한 거야. 쿠바만 불만이 가득했지만, 전세계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 내렸단다.

 

3.

모스크바의 딤카는 니나라는 여자와 결혼하기로 했단다. 사실 딤카는 당시 니나보다 직장 동료인 나탈리아를 더 마음에 두고 있었어. 나탈리아가 비록 유부녀였지만, 사랑이란 것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거든. 하지만, 니나가 임신을 했다고 하여 니나와 결혼하게 된 거야. 딤카는 나탈리아에게 자신의 결혼 소식을 이야기하고 나탈리아와 관계를 정리했단다. 과연 사랑을 정리한다고 깔끔하게 정리가 될지 모르겠구나.

1963년이 되었어. 발리와 카롤린은 함께 연주를 하긴 했지만, 동독에서는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었어. 둘은 결국 서베를린으로 탈출하기로 했단다. 그런데 약속 시간에 카롤린이 나타나지 않았어. 두 시간이나 더 기다렸지만 오지 않아서, 발리는 결국 혼자 탈출하기로 했어. 그는 차를 타고 무작정 철조망을 뚫고 가기로 마음 먹었어. 그런데 경비대가 총격을 가했어. 발리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질주했단다. 그에게 총격을 가했던 경비를 그대로 차로 밀고 철조망도 그래도 밀고 서베를린에 도착할 수 있었어. 그는 서베를린 사람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받았으나, 자신이 친 경비원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죄책감을 느꼈단다. 발리 자신도 허벅지에 총상을 입었지만 치명상은 아니어서 회복할 수 있었어.

발리는 서베를린에 왔지만 여전히 카롤린이 궁금했어. 왜 약속장소에 오지 않았을까. 그런데 발리는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을 왔다갔다 할 수 있는 비밀 땅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발리는 카롤린을 다시 데리고 오기 위해 그 비밀 땅굴을 통해 다시 동베를린으로 갔어. 발리는 정말 강심장이구나. 발리는 감시망을 조심하면서 카롤린을 다시 만났어. 카롤린은 무서워서 못갔다고 했어. 그러면서 임신했다고 했어. 발리의 아이였지. 카롤린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이 서쪽으로 가야 한다고 설득했어. 비밀 땅굴이 있어서 안전하다면서 설득했단다. 결국 함께 비밀 땅굴로 가긴 했는데, 카롤린은 마지막 순간에 못 가겠다고 했단다. 그런데 더 설득할 시간도 없었어. 한스가 그들을 미행하고 있었거든. 발리는 다른 일행들과 함께 비밀 땅굴을 이용하여 서베를린으로 향했는데 이번에는 한스가 그들을 추격했어. 한스가 땅굴에 수류탄을 던져서 죽을 뻔했으나 간신히 다시 서베를린에 도착할 수 있었어. 하지만 발리 때문에 이젠 더 이상 그 비밀 땅굴로 다른 사람들이 넘어올 수 없게 되었구나. 서베를린에 도착한 발리는 먼저 탈출한 누나 레베카가 있는 함부르크에 와서 누나와 재회했단다.

미국의 이야기로 가보자. 조지는 공민권 운동으로 킹 목사를 만나면서 베리나와도 재회했단다. 참고로 공민권 운동은 1960년애 미국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인종차별과 불평등에 맞서

시민권과 평등을 요구한 사회 운동이란다. 당시 공민권 운동에 대한 미국 정부는 생색만 내고 기다려달라는 말만 계속 했어. 공민권 운동을 하는 이들은 비폭력 시위 운동을 펼쳤지만, 그들을 막는 경찰들은 물대포와 경찰견을 이용한 강경대응이었어. 그 시위에 참석했던 조지도 물대포를 맞아 멍이 들고 많은 사람들이 부상당하고 체포 당했어. 버밍햄에서는 백인들이 킹 목사가 머무르고 있는 숙소에 폭탄 테러를 벌였어. 이것은 흑인들로 하여금 폭동을 일으키게 하려는 작전이었어. 그들의 작전은 성공하여 일부 흑인들이 흥분하여 반격하여 시위는 폭력성을 보였어. 조지도 경찰에 체포되었다가 신분이 확인되어 워싱턴으로 돌아왔단다.

….

20세기 3부작 중 1부와 2부는 영국에 있는 사람들도 비중 있게 나왔는데 3부에서는 냉전을 다루다 보니 분량이 좀 줄어든 것 같구나. 그래서 영국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도 하긴 해야겠지. 영국의 로이드는 하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로이드에게는 딸 에비와 아들 데이브가 있었어. 로이드는 데이브가 자신처럼 정치계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랬으나, 데이브는 공부를 잘 하지 못했단다. 데이브는 음악에 소질이 있어서 클럽에서 연주를 자주 했어. 그의 연주 실력을 본 클럽 주인은 데이브에게 연주할 기회를 제안했어. 돈까지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했어. 그런데 그 장소가 함부르크라고 하는구나.

2부에서도 등장한 로이드의 엄마는 에설이었고, 아빠는 버니였지만, 로이드의 친아빠는 피츠였잖니동독에 살고 있는 모드가 피츠의 여동생이었고모드의 손자가 서독으로 탈출하여 함부르크에 있는 발리이고 말이야. 데이브가 함부르크가 가는 설정은 발리와 만남을 암시하는구나. 이전 작품들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소설에서 우연한 만남이 좀 지나치긴 하지만 소설의 재미를 위한 것이라고 감안하자꾸나.

쿠바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타냐는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왔단다. 2년 전 자신과 함께 체포되었다가 2년간 시베리아 유배형을 받은 바슬리는 2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시베리아의 수용소에 있다고 했어. 타냐는 딤카에게 부탁해서 바슬리의 유배형이 풀려날 수 있게 부탁했어. 딤카도 그 부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유배 기간도 끝이 났으니 한번 말해 보기로 했어. 흐루초프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지만, 시베리아에 전기기술자가 더 필요하다는 답변만 받았어. 절대권력의 그 답변에 어떤 반박을 하겠니. 딤카의 아내 니나는 아들을 낳았고 이름은 그리고리라고 지었어.

미국은 이제 워싱턴에서도 대대적인 공민권 운동이 일어났어. 이를 지지하는 가수들의 공연도 이어졌어. 수십만 명이 운집했어. 그 시위에서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 나는 꿈이 있습니다가 널리 퍼졌단다. 이런 대대적인 시위 이후 백악관에서 대답을 했어. 킹 목사와 케네디 대통령의 회동이 성사되었단다. 케네디 대통령도 재선을 준비해야 했거든. 하지만 두 사람의 회동은 만난 것에만 의미를 두어야 했어. 큰 진전은 없었어. 하기야 첫술에 배부르기 쉽지 않지. 하지만 그들의 두 번째 만남은 없었단다. 케네디 대통령은 선거 운동을 위해 텍사스에 갔다가 달라스에서 피격 당해 죽고 말았단다.

이 충격적인 소식은 전세계를 강타했단다. 그렇게 <영원의 끝> 1권의 이야기가 끝이 났단다. 아빠가 길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많은 부분은 누락되었단다. 책에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너무 많은 사건사고들이 나오다 보니 말이야. 조만 간에 2권도 이야기해줄게.

오늘은 그럼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레베카 호프만은 1961년 어느 비오는 월요일 비밀경찰에 불려갔다.

책의 끝 문장: “미국에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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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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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전경린 님의 <자기만의 집>이라는 책을 이야기할게. 인터넷 서점 구경하다가 지은이 전경린 님을, 전혜린 님과 헛갈려서 클릭하게 된 책이란다. 젊었을 때 책을 많이 읽지 않던 아빠는, 전경린 님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란다. 그래도 이 책이 처음 <엄마의 집>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던 2007년에는 책을 꾸준히 읽던 시절이었는데, 아빠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았구나. 늦게라도 괜찮은 소설을 알게 되어 다행이구나. 너희들이 학원 숙제 때문에 함께 읽는 우리나라의 옛 단편소설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모르고 있는 재미있는 작품들이 꽤 많구나. 읽어야 할 책들과 작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아빠는 유튜브의 유혹에 점점 빠지고 있으니 문제로구나. 2007년에 출간되었던 <엄마의 집> 2025년에 <자기만의 집>으로 재출간되었는데, 아빠는 이 책을 읽은 거야. 엄마만 집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만의 집을 마음 속에 하나씩 짓고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바꿔서 출간한 것이 아닐까 싶구나.

 

1.

그럼 이야기를 바로 시작해 볼게. 주인공은 스물한 살의 대학교 2학년 생 김호은. 어느 날, 이혼해서 따로 살고 있는 아빠 김헌영이 몇 년 만에 학교로 찾아왔어. 그런데 혼자 온 것이 아니고, 아빠가 재혼해서 낳은 딸 승지를 데리고 왔어. 호민 아빠는 승지를 엄마한테 맡아달라고 하고는, 당황한 호민이 어떤 말도 할 새도 없이 사라지셨어. 호민 아빠도 참재혼해서 낳은 딸을 전처한테 부탁을 하다니.. 승지는 열다섯 살이고, 중학생이야. 승지의 엄마는 8개월 전에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것은 아빠한테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어. 승지뿐만 아니라 애완용으로 기르는 토끼 제비꽃도 있었어.

호은은 부모님이 이혼 후 미술학원을 하는 엄마와 둘이 지내다가 엄마가 큰상을 받으면서 유명한 화가가 되셨어. 호은 엄마가 유명한 화가가 된 이후에는 호은은 외가댁에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지냈어. 엄마는 가끔씩 오셨어. 호은 엄마는 이혼 후에도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고 지금은 애인도 있었어.

호은은 승지를 데리고 엄마 집에 왔어. 엄마도 당연히 당황했지. 전남편이 재혼해서 낳은 아이가 왔으니... 일단 그 날은 늦어서 엄마의 집에서 함께 자고, 다음날 다 함께 아빠가 사는 도시로 갔어. 그런데 아빠는 없고, 아파트 열쇠도 없어서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단다. 이 책이 처음 2007년에 출간되었을 때는 핸드폰이 보급되어 있을 때인데, 호은의 아빠는 핸드폰도 없었나 보구나.

아무튼 엄마는 아빠의 친구 경자아저씨한테 전화해서 만났어. 경자 아저씨가 말하길, 그들의 또 다른 절친인 해자 아저씨가 얼마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말이 교통사고이지, 자살이나 다름없었대. 해자 아저씨는 엄마도 잘 알던 사람으로 그의 죽음 소식에 엄마도 눈물을 흘렸단다. 그런데 경자 아저씨도 호은의 아빠가 어디 갔는지 모른다고 했어. 경자 아저씨, 해자 아저씨라고 부르긴 했지만, 본명은 아니고 그들이 젊었을 때부터 장난처럼 부르는 별명이란다..

호은 엄마는 아빠가 사는 도시에 아빠를 알 만한 사람들을 찾아보았지만 아빠의 행적을 찾지 못하고 인근J시에 있는 호은의 외가댁으로 갔단다.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외할머니 혼자 계셨어.

J시는 호은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그곳에 오자 K도 생각도 났어. 고등학교 후배였던 K가 자신을 짝사랑하는 것을 알았는데, 어느 날 고백을 하고 호은도 고백을 해서 사귀게 되었어. 아참, K는 여자후배였어. 그런데 K가 연락도 끊은 채 사라졌는데, 얼마 후 KY와 커플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Y는 사실 호은을 쫓아다니던 남학생이었거든. , 배신도 이런 배신이 있나? K가 뭘 오해했나? K가 그렇게 한 행동은 그 일이 있고 2년이 지나서 K가 찾아와서 이야기해주어 알게 되었는데, 아빠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였단다. K는 오해라고 했지만 말이야.

 

2.

호은 엄마는 호은 아빠가 다니던 두부공장에 확인해보니 호은 아빠가 장시간 휴가를 썼대. 이쯤 되자, 호은 아빠가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죽을 병에 걸렸다든가... 호은 엄마는 다시 호은 아빠의 친구들에게 연락해 보았지만 아빠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몰랐던 사실, 승지가 아빠의 친딸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사실만...

호은 아빠는 대학생 때 학생 운동을 했는데 전경들로부터 도망을 가다가 미술 화실로 뛰어들어 갔는데, 그곳에서 엄마를 만나게 되어 사랑을 키워 나갔다고 했어. 그리고 유인물을 뿌리다가 걸려 1 6개월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어. 호은 아빠는 학교 졸업 후에도, 결혼 후에도 그런 운동권 기질이 있어 엄마와 잦은 의견 충돌이 있었고, 결국 호은이 아홉 살 때 이혼을 한 거야. 그리고 운동할 때부터 알고 있던 여자와 재혼을 한 것이야. 젊었을 때부터 방랑벽이 있었던 호은 아빠는 아직도 변하지 않았나 보구나.

호은과 호은 엄마, 승지는 결국 아빠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다시 엄마의 집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셋이 함께 지내는 생활이 시작되었지. 아직 중학생인 승지는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나이였어. 호은 엄마 윤선은 심성이 착한 사람이야. 승지를 엄마의 집 근처의 학교로 전학시키고, 승지가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잘 대해주었어. 승지도 승지 나름대로 싹싹하고 참 예의 발랐어. 그들은 점점 격 없이 지냈고 실수이긴 하지만 승지의 입에서 엄마라는 말까지 나왔어. 셋 모두 살짝 당황하기도 했지. 셋이 함께 생활하면서 셋 모두 성장해가는 모습이 보였단다. 호은 아빠가 어디로 가셨는지 모르지만, 셋이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았어. 엄마의 애인이 좀 삐쳤는지 엄마와 거리를 두긴 했지만..

4개월 뒤, 불쑥 사라졌던 호은 아빠가 불쑥 되돌아왔어. 고맙다면서 승지를 다시 데려가겠다고 했어. 자유로운 영혼인지 모르겠지만 호은 아빠는 아직 철이 덜 든 것 같구나. 승지와 토끼 제비꽃과 헤어지는 것을 엄마도 슬퍼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헤어지는 자리에는 나오지 않았어. 호은과 승지, 그리고 괴짜 아빠 셋이 점심을 먹고 헤어졌단다. 이젠 그 이전과 다른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구나. 엄마도 호은에게 승지와 자매처럼 지내라고 했어. 승지도 언제든지 호은과 윤선이 보고 싶을 때 마음 편히 와서 만날 수 있을 것 같구나. 가족처럼 서로 축하해주거나 위로하고 그러면서 말이야.

소설이 술술 잘 읽힐 뿐만 아니라 손 난로처럼 훈훈함마저 느껴지기도 하구나. 가족의 의미도 새겨 볼 수 있어 좋았어. 그리고 이 책에 좋은 문구들도 많아서 좋았단다. 몇 개 소개하면서 오늘 독서 편지를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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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사람은 누구나, 아무리 못난 인간이라 해도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다. 새삼 놀라운 사실이다. 우리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자기중심적인 꿈을 통해 그 사실을 학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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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꿈은 상실되고 자신을 돈과 바꾸어 살아야 하니, 삶 자체가 하루하루 이렇게 소모적이기만 한 건가 싶죠. 참 다들 고독하고 가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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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실제로 사람이 만나는 건, 드라마와 달라. 말할 수 있는 게 아냐. 질서 있는 인과관계도 없고. 착각과 도취, 혹은 무지한 고집과 자기합리화와 이상한 자포자기 같은 것이 운명을 만들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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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그래서 엄마의 사랑엔 죄의식과 슬픔과 희생과 희망이 뒤섞여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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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사랑이 다시 온다 해도 난 뒷걸음질할 것만 같다. 사랑은 나를 격정적으로 만들고, 균형 잡힌 관계들을 훼손시키고, 내 일상의 페이스를 무너뜨린다. 내 사랑에 대해 내가 보는 눈과 다른 사람들이 보는 눈은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 사랑은 반드시 끝이 난다. 대체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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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그러니, 내가 태어난 이유는 모른다 해도 그 의미는 앞으로 내가 만들어가야 할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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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사랑은 바라지 않아도 늘 있어. 너를 바라보는 이 순간에, 햇빛 속을 걸을 때나 비 오는 날 우산을 펼칠 때, 한밤중에 창문 밖에 걸린 반달을 볼 때도,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할 때도, 차 한 잔을 마시거나, 홀로 밥을 끓일 때에도, 아침 일곱 시와 오후 두 시와 밤 열한 시에, 사랑은 늘 거기 있어. 많은 마음이 차오를 때까지 깊은 숨을 쉬어봐. 그러면 알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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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을씨년스러운 늦겨울 아침이었다.

책의 끝 문장: 내가 엄마와 아빠와 아무리 무수히 헤어져도, 그건 삶일 뿐 이별이 아니라는 것을.


캥거루는 새끼를 배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 엄마의 배주머니 속에서 땅 위를 통통 튀어 오르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어미가 무척 힘들 것 같지만, 새끼를 품 안에 넣고 뛰는 편이 탄성에너지를 받아 오히려 힘이 덜 든다고 한다. 캥거루 어미는 애기 집 청소를 할 때 앞주머니를 벌리고 얼굴을 밀어 넣어 혀로 핥는다. 캥거루가 뛸 수 있는 높이에 대해서는, 삼 미터부터 십삼 미터까지 의견이 분분했다. - P14

일상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적 고뇌를 가족과 나누는 것은 무리이다. 일상과 존재의 경계에서 가족 간의 절망이 생겨나는 것이다. 성장기 내내 가족과 소원하게 살아온 엄마는, 아마도 천성적으로 그랬듯이, 이모와 외할머니 앞에서 입을 굳게 다물어버렸다. 가족 공동체의 내부는 다정과 간섭이 넘치지만 사실, 한 치만 건너서 들으면 또 얼마나 이기적이고 흉한 공모인가. - P95

봄이란 하나의 계절이라기보다 겨울과 여름 사이의 격렬한 신경전 같다. 비와 바람과 햇빛과 눈이 서로의 매력과 무기를 다 동원해 밀고 당기고 엎치락뒤치락거렸다. 한겨울같이 기온이 떨어졌다가 삼월 마지막 날엔 깃털 같은 바람이 목덜미를 간질이더니 사월 첫날에는 눈이 내렸고 다음 날엔 황사 때문에 모든 것이 바랜 사진처럼 누렇게 보였다. 그런 날은 의식조차 현실감각을 잃고 부유하는 느낌이었다. 그 사이로 개나리와 목련, 벚꽃이 귀신들처럼 피어났다. 꽃은 한 송이 한 송이마다 자기의 세계를 열며 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꽃 하나가 필 때마다 세계가 하나씩 생긴다고. 사람도 그렇게 자기를 꽃피워야 한다고. - P115

"엄마와 아빤 너무 일찍 만났어. 세상을 모를 때 말이야. 그 시대의 대담한 청춘들이 그랬듯 엄마와 아빤 세속적인 모든 것을 경멸했어. 권위적인 것, 관습적이고 통념적인 것, 집단적인 것, 가족주의, 유교적인 위계질서와 의례들을 비롯한 모든 고착된 질서들, 유명 브랜드 제품들, 공교육, 돈…… 우린 그런 것들을 우습게만 여겼어. 그땐 정말 둘이 의기투합이 됐었단다. 우린 평생 가난하고 자유롭게 살자고 맹세했으니까. 가난하게, 간결하게, 자유롭게. 그게 네 아빠의 모토였지." - P202

"호은아, 사랑이든 삶이든, 난 그게 내 몫의 강물을 헤엄쳐 건너는 일 같아. 그 물은 내 존재로부터 솟아 나와 큰 강을 이루어, 누구에게나 혼자 건너야 하는 강이 있는 거야. 언젠가 아저씨와 내가 헤엄쳐 건너야 할 물을 다 건너고 햇살 따스한 기슭에 닿아 옷을 말리면 좋겠다. 그게 결혼이라도 좋고 아니라도 좋아. 넌 사랑의 결실이 뭐라고 생각하니?"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흔히 말하듯 아이, 하나의 가정 같은 거 아닐까……
"사랑의 결실은 변태야. 변화를 겪고 달라지는 것. 계속 사랑하는 건 계속 달라져 가는 거야."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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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개자식에게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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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비르지니 데팡트라는 프랑스 작가의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라는 책이란다. 독특한 책 제목에 관심이 생겨 한 번 눈이 가고, 평점이 좋아서 한 번 더 눈이 가서 구입하게 된 책이란다.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스릴러물이겠구나, 생각했단다. 읽어보니 사회 소설인데,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조언 같은 문장들도 있어서 좋았단다. 그런다면 왜 제목이 <친애하는 개자식에게>인가아빠는 얼마 전에 나온, 제목만 들어본 드라마 <친애하는 X에게>와 연관성이 있나, <친애하는 X에게>라는 드라마까지 검색해 보게 되었단다. 결론은 전혀 관련 없더구나.

….

오스카라는 40대 남성 작가가 주인공 중에 한 명이란다. 오스카가 파리에서 우연히 영화 배우 레베카를 목격하게 되었어. 레베카는 예전에 엄청 잘 나가던 유명한 영화배우인데, 50대가 되어서 그런지 나이 든 모습이 자신이 예전에 알고 있던 모습과 너무 달라서, 그 소회를 SNS에 적었어. 그런데, 그 글을 레베카가 본 거야. 여배우에 대한 외모에 대한 평가는 조심해야 하는데…. 레베카는 자신에 대한 오스카의 평가를 보고 화가 엄청 나서 그에게 바로 메일을 보냈단다.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라는 제목으로그리고 내용도 그리 곱지 않았어. 격분하여 쌍욕이 담긴 메일을 보냈단다.

그 메일을 받은 오스카는 곧바로 사과의 메일을 보냈단다. 사실 자신의 누나 코린이 레베카와 어린 시절 친한 친구였다면서, 자신도 어린 시절 레베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했어. 그러면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메일을 보냈어. 오스카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면 자신이 쓴 글을, 유명한 영화배우 당사자가 볼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구나. 오스카가 사과의 메일을 보냈지만,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지 화가 잔뜩 담긴 메일을 두어 번 더 보냈단다.

이 책은 오스카와 레베카가 주고 받은 이메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간단다. 그러다가 중간에 조에 카타나라는 사람의 SNS에 포스팅한 글이 등장한단다. 이 글로 인해 오스카는 큰 위기를 겪게 되지

 

1.

조에 카타나는 오스카의 책을 홍보하는 일을 담당하던 사람이었어.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다가 얼마 안 있다가 그만 둔 사람이란다. 조에는 어느날 SNS에 오스카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단다. 몇 년 전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미투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구나. 조에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1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영향력 있는 블로그였단다. 그런 블로그의 글이 올라왔으니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단다. 뉴스에도 나오게 되었어. 오스카는 억울하다고 생각했지만, 성추행이라는 것이 늘 가해자의 생각과 피해자의 생각이 다르니까

당시 자신이 조에 카타나를 좋아해서 고백한 것이고, 술 취한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키스를 하려고 했던 적은 있다고 했어. 단순이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지이 일에 대해서 주변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그들도 오스카가 잘못했다는 말뿐이라고 했어. 이 일이 있고 나서 오스카는 스케줄이 엉망이 되었고, 현재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와 계획했던 여행도 취소하고, 딸 클레망틴을 보기도 부끄러운 상황이 되었다고 했어.

당시 오스카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 때문에 약물 중독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약물을 끊으려는 모임인 NA에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이 미투 사건으로 NA모임에도 나갈 수가 없었어. 오스카는 이 일에 대해 레베카에게 메일을 썼어. 레베카가 오스카보다 경험이 많아서인지 레베카는 이제 조언을 해주고, 자신도 마약에 빠져 어려운 일에 빠진 적이 있었다면서 현재 어려움에 빠진 오스카를 공감해주며 위로해 주었단다. 친애하는 개자식이 이젠 조언을 주고 받는 친구가 된 것 같았어.

….

이런 시기에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했단다. 그 시기에 살고 있던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경험인 코로나 바이러스. 프랑스도 전 도시가 봉쇄령에 빠졌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든 이슈를 잡아먹으면서 오스카의 미투 사건도 잠잠해졌어. 조에 카타나도 코로나에 걸리게 되었어. 조에의 블로그를 모니터링하고 있던 레베카는 조에에게 연락해서 격리하고 있는 조에에게 생필품과 먹을 것들을 직접 갖다 주었단다. 유명한 배우가 직접 자신에게 먹을 것과 생필품을 가져다 주었다? 이것은 블로그에 글감으로 최고였을 거야. 조에는 이 에피소드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그 글을 오스카도 보았단다. 오스카는 레베카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앙숙이나 마찬가지인 조에에게 그런 친절을 베푼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단다. 이제 메일을 끊겠다고 했어. 다 큰 어른들이 생각이 참 얕구나레베카는 오스카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사과를 했어. 오스카도 마음을 풀어져서 다시 메일을 보냈어.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격리 생활은 일상이 되었어. 오스카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한때 고생을 많이 했고, 지금은 거의 치유가 된 상태였어. 그런데 미투 사건으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단다. 그러면서 자기합리화를 했어. 자신이 마약이나 술을 끊기에는 나이가 적다고 말이야.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고 다시 마약과 술을 하려고 했나? 레베카는 그런 그를 설득하고 또 설득하여 결국 오스카는 마약과 술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단다. 또 그런 오스카를 레베카는 응원했어.

 

2.

아빠가 생각하기에, 오스카는 레베카와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한 단계 성장하는 것 같았어. 그러면서 조에에게 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반성하게 되었어.

SNS에 오스카와 일을 올린 조에 또한 악성 댓글로 시달리고 있었어. 심적으로 많이 불안해 하고 신경과 진료도 받았어. 그 일을 알게 된 레베카가 찾아와 조언도 해주었단다. 오스카의 누나 코린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갔어. 코린도 페미니스였는데, 조에와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더구나. 병원에서 조에를 만났는데 못 본 척 하고 지나갔다가 두어 번 더 마주쳐서 결국 미소를 한 번 지었는데, 그 일을 두고 조에는 오스카에게 큰소리로 욕설을 하며 비난했단다. 조에는 여전히 오스카는 자신의 가해자였던 거야. 오스카는 곧바로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조에는 그것마저 진심이 아니고 자신을 얕보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더 심한 욕을 하고 심지어 오스카의 얼굴에 침까지 뱉고 그 자리를 떴단다.

조에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까지 하지 오스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조에가 큰소리고 오스카에 욕설을 퍼붓다 보니 주변 사람들도 그들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지. 누군가 그들을 동영상으로 찍었어. 조에가 오스카의 얼굴에 침을 뱉는 장면도 말이야. 그 영상이 온라인에 다시 업로드되고조에는 또다시 사이버 테러를 당했단다. 그런데 그 장면 이전에 조에와 오스카가 함께 있는 장면이 얼핏 보면 다정하게 대화하는 것처럼 보여서, 이번에는 조에를 응원하던 진영에서도 조에를 비난하기 시작했단다. 조에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오스카를 응원한다면서 그의 책을 더 사주어 오스카의 책판매량이 느는 아이러니한 일도 있었어. 이미 오스카는 깊이 반성하고 있어서 이런 현상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했어. 레베카는 끝까지 조언을 해주었는데, 그런 조언들이 아빠가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삶을 대하는 태도로 배울만한 글들이 여럿 있었단다. 몇 가지 발췌해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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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255)

사회적 명성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아주 커다란 격차에서 발생한 산물이에요. 자기 마을이나 계층에서 이름을 얻는 그런 문제가 더는 아닙니다. 19세기 초 세공 장인의 명성이 어떤 것이었는지 잘 모르지만, 아마도 당시에는 가치가 있었을 겁니다. 어떤 영역에서 노력을 제공하고 그 분야에서 재능을 가지고 있었겠죠. 최선을 다해 윤리적 방식으로 작업하면, 주변 사람에게서 존경과 애정이 보상으로 따라왔을 테고요. 사실 그에 대해 잘 모릅니다. 내가 아는 범위는 20세기입니다. 미디어로 전파되는 명성이죠. 어떤 계층이 선택한 개인에게, 그를 바라보는 이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권리가 부여되었습니다. 대형 스크린 앞 관객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연기가 어떠하든 변화시킬 수 없고, 절대적으로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러요. 영화는 전개될 것이라고 예고한 대로 전개됩니다. 텔레비전 방송이 방영될 때도 마찬가지요. 브라운관 앞에서 무슨 짓을 하든지 상관 없어요. 그 과정에서 어떤 충격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어요. 사람들이 개입하게 된 거죠. 개입에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모욕임을 다들 바로 이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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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286)

헛소리입니다. 감정은 오존층에 뚫린 구멍이고 기후변화이며 변함없는 화산 용암이자 바이러스의 폭격입니다. 공장이나 극장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감정을 기쁘게 맞이할 수 없습니다. 감정은 당신을 복종시키기도 합니다. 늘 미소를 따다가도, 겁을 집어먹을 수도 있어요. 감정은 당신을 뒤죽박죽으로 휘저어 놓습니다. 감정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듬을 수 있는 수공예품이나 개인의 창작물이 아닙니다. 감정은 도자기 그릇이 아니니까요. 우리 세대에 급격히 퍼진 감정은 절망입니다. 집단적으로 퍼져 있어요. 지구 중심에 요란하게 상륙했습니다. 우리 모두를 봉기시킨 것은 바로 그 감정입니다. 각자 사소한 메시지, 자신만의 공식을 가지고 돌진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당신이 세계의 지도자이든 대양의 중심을 떠다니는 표류물이든 상관없이 감정은 동일합니다. 우리는 감정에 구애 받습니다. 그것은 다른 무엇도 대적할 수 없는 화음이며, 무슨 일이 발생하든 울려 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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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당신의 절망을 파괴하는 유일한 기술은 희망입니다. 무척 간단한 문제죠. 희망은 절망을 지우는 단 하나의 해독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압수당한 것 또한 희망입니다. 디스토피아가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지평선이 되어버린 겁니다. 미래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되리라 믿는 건 머저리라는 방증입니다. 그것은 승리한 전체주의입니다. 획일화된 신념이 우리 상상의 세계를 빼앗은 셈이죠. 대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희망은 멍청이들에게나 유익한 겁니다.

===================

….

메일로 열심히 조언하던 레베카는 메일 속 세상은 너무 좁다면서, 만나자고 하면서 소설을 끝이 났단다. 주인공들이 메일을 주고 받는 것을 보면서 문득 메일로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요즘은 실시간으로 날라가는 메신저로 안부를 전하다 보니 사적인 메일을 쓴 적이 정말 오래된 것 같구나. 회사에서 업무 메일을 쓰는 게 고작이니 말이야. 그런데 메일을 써도 사람들이 읽어보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 같구나. 아빠도 개인 메일을 확인한 것이 정말 오래된 것 같으니 말이야. 세상은 늘 변하지만 짧고 빠른 방향으로만 변하는 것 같구나. 오늘 읽은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는 책제목과 달리 두 주인공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단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빠가 이 책을 읽은 지 시간이 꽤 지나서, 뭔가 빼먹은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잘못 알려준 부분도 있는 것 같구나. 늘 독서 편지를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싶지만, 이미 밀린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것이라도 다 쫓아간 다음에 다짐을 해야겠구나. 밀린 독서편지를 위해서 앞으로 좀 짧게 짧게 써야겠다.^^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파리에서 우연히 레베카 라테를 봤다.

책의 끝 문장: 편지 속이 좁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나이의 역사에는 어떤 정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오십 세에 쓰러집니다. 우리가 동경하던 성격적 특징은 왜곡되고, 오만함은 희한으로 변하며, 유머에는 요실금 환자의 지린내가 나고, 매력은 변절되어 버립니다. 청소년기의 변화와 비교할 수 있겠으나 더 비참하죠. 목소리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거나 사유의 융통성이 그대로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오랜 친구들을 보석처럼 간직하세요. 여전히 함께 있을 때 편한 사람을요. 점점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더 지혜로워지거나 더 흥미로워지거나 더 관대해진 사람들이죠. 끔찍한 난파 사고의 생존자라도 되는 양 곁에 그들을 잡아두세요. - P71

오늘날은 모두들 좋은 소리만 듣고 싶어하죠. 모두들 착실한 학생이 되기를 원합니다. 교실 구석 난방기 옆에 앉아, 헛소리를 지껄이며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얼간이는 오늘날엔 인기가 없죠. 프레베르의 시에 나오는 열등생은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기업에서 쓰는 언어밖에 모르니까요. 진지함, 책임감, 고위직의 관점, 최고 수치의 기록, 우리가 견뎌야 할 유일한 도전은 흥미롭지 않습니다. 난장판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손에서 시작해야 즐거운 일이 되는 겁니다. - P77

그런데 지금에 이르러 내게 무척이나 새로운 문제가 제기된 셈입니다. 열정은 더는 원할 때 진열장에서 꺼낼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나를 끌어당기는 게 없어요. 빛나는 것도 없고 나를 뒤흔드는 것도 없습니다. 나는 백만 번이라도 홀로 하는 사랑으로 고통받거나 죽는 편을 택할 거예요. 버림받거나 배신당하거나 창피를 당하거나 학대받는 편을 택할 거예요. 권태에 빠지는 것보다 그 어떤 상처라도 받는 편을 택할 겁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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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오만과 편견 - 1894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제인 오스틴 지음, 김유미 옮김 / 더스토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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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얼마 전에 브론테 자매들에 관한 책,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을 읽고 나서,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다른 여성 작가 제인 오스틴이 생각났어. 그래서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더구나. 20여 년 전에 읽었는데 줄거리도 잘 생각 안 나고 그랬거든. 최근에 초반본 표지를 그대로 재출간해주는 것이 유행인데, 아빠가 읽은 것은 초반본 표지로 출간한 <오만과 편견>이란다. 초판본 표지라고 했지만 오늘날에 봐도 아주 좋더구나. 책값 지원을 받아서 책값도 무척 저렴하구나. 커피 한 잔 값.

인터넷 서점에서 작년 말쯤부터 올 초까지 제인 오스틴에 관한 책들이 눈에 많이 띄었어. 아빠가 최근에 읽어서 그런 것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2025 12 16일이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하는구나. 250주년 기념으로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고,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도 많이 재출간되었단다. 다시 읽은 <오만과 편견>은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20여 년 전에 읽었을 때도 이렇게 재미있게 읽었나? 싶었어.

그럼 바로 이야기를 해보자.

 

1.

영국의 롱본이라는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베넷 부부에게는 다섯 명의 딸이 있었어. 첫째부터 제인, 엘리자베스, 메리, 키티, 리디아가 그들이야. 베넷 부부의 이웃집인 네더필드 파크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 왔는데, 젊은 갑부인 찰스 빙리 씨였어. 딸들이 아닌, 베넷 부인이 더 설렜단다. 자신의 딸들 중 한 명과 잘 엮이면 좋겠다면서 말이야. 김칫국도 이런 김칫국이 없구나.

당시 영국의 사회는 사교 모임은 일상적인 활동이었어. 빙리는 마을 사람들과 친지들을 초대하여 무도회를 열었어. 빙리는 이 무도회에 누이들과 친구 다아시 씨를 데리고 왔어. 다아시는 잘 생겼을 뿐만 아니라 빙리보다 더 부자라는 소문이 돌았어. 그래서 많은 부인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었어. 하지만 다아시는 그런 관심을 싫어했고 오만하고 거만하게 이야기를 했더니, 부인들은 바로 그를 멀리 했단다. 특히 베넷 부인은 다아시가 자신의 딸들을 무시해서 더욱 싫어했단다. 베넷 부인은 빙리 씨에게만 관심을 가졌어. 다아시는 성격상 춤도 싫어하고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싫어했어. 아빠로서는 다아시를 백분 이해할 수 있겠구나. 더욱이 다아시는 무도회에서 관심 가는 여자도 없어서 지루할 뿐이었어.

찰스 빙리는 파트너를 바꾸어가면서 춤을 추었는데, 제인하고만 두 번을 추었어. 그 사실을 알게 된 베넷 부인은 빙리 씨가 제인에게 청혼할지도 모른다면서 기대에 부풀어 올랐지. 제인은 마냥 성격 좋은 사람이라서 다른 사람의 좋은 점만 보기 때문에 빙리에게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어. 제인에 비해 동생 엘리자베스는 사람을 볼 때 늘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본단다.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는데 그것의 영향일 수도 있겠구나. 무도회가 끝나고 빙리는 제인이 마음에 든다고 다아시에게 이야기했고, 다아시는 제인이 웃음이 헤픈 것 같다는 평가를 했단다.

두 번째 사교 모임에서 다아시는 엘리자베스를 다시 만났는데, 첫 만남에서 느끼지 못한 지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되어 춤을 권했단다. 그런데 엘리자베스는 춤 추고 싶지 않다면서 거절했어. 당시 부잣집 잘 생긴 총각이 권한 춤을 거절하는 것은 평범한 것은 아니었을 거야. 아마 다아시도 좀 당황했을 거야. 그뿐만 아니라 엘리자베스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의도대로 말하고 행동했단다. 그것 때문에 빙리의 누이들의 눈 밖에 나기도 했어. 그런데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을 알게 되자, 빙리의 누이 캐롤라인은 질투하기도 했어.

베넷 씨는 아들 없이 딸만 다섯 명이야. 딸에게는 상속을 할 수 없었나 봐. 그래서 베넷 씨의 재산은 자매들의 사촌인 윌리엄 콜린스 씨에게 돌아가게 된대. 콜린스는 목사인데 좀 멍청하고 아둔한 사람으로 나온단다. 그런 콜린스 씨가 집에 방문했어. 콜린스 씨는 딸들 중에 한 명과 결혼하겠다고 이야기했어. 너무 당연하듯이 이야기를 하더구나. 콜린스가 와서 보니 제인이 가장 예뻐서 제인에게 청혼하려고 했으나, 베넷 부인이 이야기하기를 제인은 곧 약혼한다고 해서, 두 번째로 예쁜 엘리자베스에게 청혼을 하려고 했어. 엘리자베스 성격상 그 청혼을 받아주겠니. 당시 영국의 문화를 자세히 모르긴 하지만 김칫국 먹는 것이 유행인가 보구나.

엘리자베스의 이모이자 베넷 부인의 여동생인 필립스 부인이란 사람이 있어. 필립스 부인의 초대로 이모의 아들인 데니와 데니의 군대 친구 위컴을 알게 되었어. 데니와 위컴은 모두 장교였는데, 위컴은 다아시를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대. 엘리자베스는 위컴과 이야기를 해보니,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위컴과 다아시가 어렸을 때는 친하게 지냈는데 지금은 사이가 멀어졌다고 했어. 그 이유는 다아시가 못된 짓을 많이 했고, 다아시 때문에 위컴 자신이 목사가 못 됐고, 군인이 되었다고 했어.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 대한 점점 안 좋게 생각했단다.

네더필드에서 또 무도회가 열렸어. 엘리자베스는 위컴이 참석하길 기대했는데 위컴은 오지 않았어.

아무래도 다아시와 마주치기 싫어서 그런 것 같구나. 그 무도회에는 엘리자베스의 눈에 거슬리는 남자가 둘이나 있었어. 다아시와 콜린스였어. 콜린스는 자꾸 집적댔어.. 그리고 여자 중에 거슬리는 사람은 한 명, 자신의 엄마 베넷 부인이었어. 베넷 부인은 혼자 마음 속에 품고 있어야 할 말들을 입으로 쏟아내고 그랬어. 창피하신 줄도 모르고 말이야. 그런 엄마 때문에 오히려 엘리자베스가 창피했지.

다음날, 눈치 없는 콜린스는 엘리자베스에게 청혼을 했고, 엘리자베스는 그 자리에서 거절을 했단다. 베넷 부인은 그런 딸을 질책했고, 아버지는 콜린스가 좀 아둔해서 신랑감이 아니라고 엘리자베스의 거절을 잘했다고 생각했어. 콜린스는 엘리자베스가 청혼을 거절하자, 이번에는 엘리자베스의 친구인 샬럿 루카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콜린스가 이번에는 샬럿 루카스에게 청혼을 했고, 샬럿은 그 청혼을 승낙했단다.

 

2.

빙리의 여동생 캐롤라인 빙리로부터 편지가 왔어. 빙리가 네더필드를 떠나 런던으로 간다고 했어. 다시는 네더필드를 올 계획이 없다고 했어. 그리고 빙리가 다아시의 동생 조지애나와 잘 될 것처럼 썼단다. 베넷 부인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었고, 제인도 찰스와 잘 통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상심이 컸단다. 엘리자베스는 그 편지는 캐롤라인 혼자만의 생각이라면서, 제인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

외숙모 가드너 부인이 방문했단다. 가드너 부인은 베넷 부인과 정반대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지적이면서 분별력 있으면서도 우아한 사람이야. 그래서 엘리자베스도 가드너 부인을 좋아한단다. 가드너 부인은 상처 입은 제인을 런던에 있는 외숙모 님에 집에 머물게 했단다. 마음의 상처도 치유할 수 있도록 말이야.

위컴의 소식이 전해졌어. 위컴은 돈 많은 킹 양과 사귀고 있다는 소식이야. 엘리자베스는 위컴을 좋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킹 양과 사귄다는 소식에도 크게 상처 받지 않는 자신을 보면서 자신이 위컴을 사랑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어.

….

퀼리엄 콜린스와 샬럿 루카스가 결혼을 하고 나서 그들이 살고 있는 로징스 파크에 사람들을 초대했어. 엘리자베스도 그곳에 갔는데, 그곳에 다아시도 왔단다. 부인들의 극성스러운 말들을 피해서 산책을 하려고 나갔는데 우연히 다아시를 만나게 되었어. 하지만 그와 거리를 두려고 해서 못 본 척 하려고 했어. 다아시가 제인 언니와 빙리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해서 더욱 그를 멀리 하려고 했단다. 그런데 어느날 다아시가 엘리자베스를 찾아와 뜻밖에 고백을 했어. 생각지도 못했던 고백이기도 하지만, 오만한 다아시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그 자리에서 차갑게 거절했단다. 그러면서 제인과 빙리 씨 사이에서 다아시의 역할과, 위컴의 권리를 빼앗은 일에 대해 면전에 대고 비난 했어.

다음 날,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서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단다. 전날 엘리자베스가 한 비난에 대한 반박문 같은 것이었어. 제인의 일은 자신이 잘못 봤을 수도 있다면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어. 자신이 생각하기에 제인과 엘리자베스는 지적인 사람이지만, 엘리자베스의 엄마인 베넷 부인과 어린 동생들이 좀 천박하고 교양 없어 보여서 그 집안과 멀리해야 한다고 찰스 빙리에게 조언을 해주었다고 했어. 다아시가 이야기한 것이 거짓이 아니라서 엘리자베스도 속상했단다. 그리고 또 하나, 위컴의 대한 것은 바로 잡고 싶다고 했어. 위컴은 사기를 쳐서 자신의 돈을 뜯어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동생 조지애나, 그것도 열다섯 살밖에 안 된 조지애나를 꼬셔서 도망가려고 했다는 거야. 조지애나를 사랑해서도 아니고, 3만 파운드 때문에 말이야. 그런 일을 겪고 나서 위컴를 멀리하게 된 것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사촌인 피츠윌리엄에게 확인해보라고 했단다.

얼마 후에 엘리자베스는 가드너 외숙모와 외삼촌과 함께 여행을 갔어. 앞서 이야기했듯이 지적이면서 우아한 가드너 외숙모를 좋아했잖아. 그들과 여행은 엘리자베스에게 진정한 힐링이 되었어. 그런데 여행지에서 우연히 다아시를 또 만났단다. 그런데 얼마 전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어. 예의 바르고 싹싹하게 행동을 해서, 엘리자베스도 좀 놀랐단다. 위컴의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오해를 해서 미안함도 좀 있었지. 외숙모와 외삼촌은 다아시를 처음 만난 것인데, 그를 좋게 평가했단다.

엘리자베스는 마음의 문을 조금 열게 되었어. 다아시는 자신의 동생 조지애나를 소개해 주기도 했어. 며칠 후 여행중인 엘리자베스에게 집에서 급한 편지가 왔어. 막내 리디아가 위컴과 사라졌다는 거야. 엘리자베스는 이제 위컴이 어떤 작자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했고, 동생 리디아가 위컴에게 사기 당한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어. 엘리자베스는 외삼촌, 외숙모, 그리고 다아시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어. 외삼촌과 외숙모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이 사건을 해결하려고 했어. 일단 같이 롱본에 같이 가자고 했어.

롱본에 도착하자 베넷 씨는 리디아를 찾으러 런던에 가고 없었어. 외삼촌도 런던에 가서 베넷 씨를 만났어. 외삼촌은 베넷 씨를 다시 집으로 보내고 자신이 해결해 보겠다고 했어. 며칠 뒤 외삼촌의 편지가 도착했어. 위컴과 리디아를 찾았고, 위컴과 이야기를 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았다고 했어. 적은 결혼지참금을 조건으로 위컴과 리디아가 결혼을 했다는 거야. 외삼촌이 말씀은 안 하셨지만, 위컴의 빚은 외삼촌이 처리해 준 것 같았어.

얼마 후 리디아와 위컴의 결혼식을 했고 그들은 롱본을 찾아왔단다. 리디아가 이야기하기를 결혼식에 다아시가 참석을 해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했어. 이건 누가 봐도 엘리자베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 것 같은데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편견이었음을 깨닫기 시작했어. 그런 엘리자베스의 변화된 모습을 본 다아시는 다시 한번 청혼을 하게 되고, 편견이 사라진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청혼을 받아들였단다. 빙리도 다시 제인과 다시 만나 그들도 좋은 커플이 되었어.

….

오만에 사로잡혔던 다아시. 편견에 사로잡혔던 엘리자베스. 그들은 오만과 편견의 허물을 깨고 사랑이라는 결실을 얻게 되었구나. 이 소설이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기 주장 강한, 시대를 앞서간 엘리자베스의 매력 때문 아닌가 싶구나. 사람 관계에서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오만과 편견이 아닌가 쉽구나. 자신도 모르게 오만함을 갖게 되고, 편견을 가지고 남들을 평가하는 경우가 있어. 그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야. 처음에는 별로였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중에 진면목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제인 오스틴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20여년 전에 본 영화 <오만과 편견>도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시간을 한정되어 있고 보고 싶은 소설, 영화들은 많고독서 편지 쓰는 시간이라도 줄여봐야겠구나.

그래서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사람들은 돈이 많은 미혼 남자는 당연히 신붓감을 찾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책의 끝 문장: 다아시는 엘리자베스를 더비셔에 데리고 와서 두 사람이 맺어지는 계기를 만들어 준 사람들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


"결혼을 잘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네 방법도 나쁘지 않아. 어떻게든 돈 많은 남편을 구하겠다든지, 시집을 꼭 가야겠다고 결심했다면 나라도 그런 방법을 택했을 거야. 하지만 언지의 감정은 그런 게 아니야. 언니는 계획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게 아니거든. 언니는 지금 자기가 그 남자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 건지, 그런 감정이 바람직한 건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단 말이야. 언니가 그 남자를 안 지 고작 보름밖에 안 됐어. 메리턴에서 그분과 네 번 춤을 추었고, 그 사람 집에서 아침에 한 번 본 적이 있고, 그 후로 네 번인가 같이 식사를 했지. 그 정도로 언니가 그 남자를 파악할 수는 없는 거잖아." - P44

사실 제겐 배려심이 부족합니다. 세상을 편하게 살아가기엔 너무 고집이 세죠. 저는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은 행동이나 부족한 점을 빨리 잊지 못합니다. 저에게 무례한 사람들의 행동 역시 마찬가지죠. 그런 감정을 없애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더군요. 저는 남을 잘 용서하지 못하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한번 잘못 본 사람은 끝까지 좋아할 수가 없으니까요." - P106

숙모, 정말 너무 기뻐요! 숙모는 제게 새로운 활기와 생기를 선사해 주셨어요. 절망과 우울은 이제 그만 안녕을 고해야죠. 바위와 산 같은 자연에 비하면 남자 따위는 하잘것없는 존재예요. 정말 멋진 여행이 될 거예요. 우리는 자기가 무얼 봤는지 제대로 설명도 못하는 여행자는 되지 말아요. 우리가 갔던 곳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훤히 꿰고 있어야 해요. 호수와 산과 강이 머릿속에서 마구 뒤엉키게 해서는 안 돼요. 어느 곳의 경치를 묘사할 때도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면서 말씨름을 해서는 절대 안 되죠. 여행에서 돌아온 후 자기감정에 빠져서 지루한 여행담으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그런 여행자가 되면 절대 안 돼요." - P271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전 그런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저는 그런 협박에 겁먹어서 부당한 일에 응하지는 않습니다. 영부인께서는 다아시 씨가 따님과 결혼하기를 바라시지만, 제가 원하시는 확답을 드린다고 해서 두 사람의 결혼 가능성이 커지는 건 아니겠죠. 그분이 제게 마음이 있으시다면, 제가 그분의 청혼을 거절했다고 해서 따님에게 청혼을 할까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영부인꼐서 제게 이런 부탁을 하시는 것부터 상식에 어긋난 일이고 더욱이 그런 부탁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도 전혀 설득력이 없군요. 제가 이런 논리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셨다면 저를 대단히 잘못 보신 겁니다. 조카분께서 영부인이 이 문제에 관여할 권리는 분명 없으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 부디 더 이상 이 문제로 절 괴롭히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 P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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