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하디자는 아직도 안 돌아왔어. 내일, 아니면 아마 모레 도착할 거야. 빈손으로, 난 항상 이 테라스로 돌아와, 발작 후 숨을 고르기 위해, 테라스에선 내 튜브가 훨씬 깊은 숨을 들이쉬어, 수영 선수처럼 난
숨을 크게 들이켜, 이 높이에서 나는 다시 살아난 기분이 들어. 봐, 내 눈을 통해, 건물들 귀에 있는 바다를. 네 영원의 정원에서 바다가 안 보일 테지. 바다는 우아함 그 자체야, 그치? 그 깊은 목소리는 과거에서 와. 또 다른 삶을 살고 싶게 하거나, 바다처럼 다 옷을 벗고 싶게 만들지. 안 그러니? 제발 나 대신 그 냄새를 맡아 줘. 오 신이여! 지금 당장 바다로 달려가 그 세 알의 약 이야기를 잊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내놓을 텐데! 언젠가 여기 숨어서 포도주 한 잔을 마시고 있는데 옆집의 이맘이
말하더라. ‘운영의 깃펜’은 미치광이와 어린이, 그리고 잠자는 이의 행위는 기록하지 않는다고. 아마 내가 1999년 12월 31일
밤 저지른 일도 기록하지 않았겠지? 내가 자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난 어린아이였으니까, 그치? 내 행위를 따지고 들거나 날
심판할 사람은 아무도 djqtdji 애. 그런데 왜 이 짐이
내 가슴을 짓누르는 걸까? 왜냐하면 신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니까, 그의
깃펜으로도, 그의 희생 제물들도.
(149)
이 전쟁의 목적은 무엇이었나? 난 이렇게 대답했어.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모른다.” 아마도 역사가 우리에게 주지
않은 천국에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아니면 굶주린 신에게 먹을 걸 바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우리 어머니들의 자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식민
통치자들이 떠난 이후 땅과 농장과 살림살이를 나누기 위해서였을까. 이십 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우리에게
그것을 설명해 주지 않았어. “이 전쟁은 얼마나 지속되었는가?” 시험지가
물었어. 십 년, 아니면 거의 그만큼.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불행은
날짜를 지워버리고, 절대로 못 박지 못하게 하지.
(158)
자, 작은 붉은 별아. 기억이란 게 좀 그래. 들여다보고 자세히 살펴보면, 희미해지기 시작하지. 너의 것이 아닌 다른 것에서 이야기를 훔쳐
오기도 하고, 마치 세물리나를 먹은 듯 점점 더 부풀어 오르기도 해.
혹은 꺼져 가는데, 그 소멸을 막기 위해 무엇을 지어 내야 할지 넌 모르지. 흙길을 달리다 보면, 발자국들이 다 뒤섞여, 살해자, 구해 준 자, 네
부모, 네 친척들, 그리고 너의 첫 번째 어머니, 그리고 두 번째 어머니의 발자국들 모두, 야자수 가지로 뭘 해야
할지 난 도무지 모르겠어. 사람들은 내가 뭔가 하길 바래. 흐릿하게
지우고, 비켜 가고, 그 거대한 나뭇가지를 던지고 웃음을
지으면서, 한 손은 내 목구멍에 대고 피를 멈추게 하고 또 한 손은 언니 목에 대라고? 웃으면서 나뭇가지를 보여 주고, 전쟁 여걸이 된 걸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하라고? 한데, 어떤 전쟁? 우리 반에서 그 늙은 영웅은 한두 번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좀 화가 난 것 같았어. 그자 코 바로 밑에다 내 괴물 같은 얼굴을 들이대니 말이야. 이어
그는 막 태어난 사람처럼 하얀 이를 과하게 드러내고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어.
(185)
겨울철 두 마을 사이 어딘가에 파묻힌 물처럼 난 얼어 붙었어.
만일 내가 눈을 뜨면 도살자는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걸, 그의 칼날이 아직 나를 완전히
관통하지 않은 걸 알게 될 거야. 나는 멀리서 벌어진 축제들을 떠올려.
그리고 멀리서, 엄만 또 노래를 해. 멈췄다가, 밤 속에 오래된 탄식을 다시 이어가고 있어. 호랑이 담요에선 오줌
냄새가 탄식을 다시 이어가고 있어. 호랑이 담요에선 오줌 냄새가 날 거고, 이 모든 것은 다 끝날 거야. 아랫마을에서는 한마디도 없어. 그 마을 주민들이 내 다리 위를 개미들처럼 기어 올라와. 목이 그어지면, 기다려야지. 슬슬 잠이 올 거야.
그래, 그럴 거야. 모든 감각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이젠 손이 없다는 느낌이 들고 내 발은 있지도 않은 계단 위에서 움직여, 마을에서만 봤던 계단 위에 난 누워 있어, 비틀거리며. “삼십삼, 삼십사, 삼십오……” 만일 내가 눈을 뜬다면, 그는 날 향해 다시 올 거야. 만일 내가 눈을 감은 채 있다면? 언니가 그에게 자꾸 뭐라고 되풀이해
말해. 설명할 수 없는 물 속에 잠긴 목소리. 엄마가 노래하는
걸 멈춰.
(186-187)
1999년 12월 31일 밤, 이슬람 무장 단체의 카티바들은 우릴 처벌하기로 결정했어. ‘낯의 국가’의 사람들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그렇게 했지. 한 달 전, 우리 마을의 전기가 끊겼어. 테러리스트들이 폭탄을 만들고 부품을 용접하는데 쓸 전기를 그들에게 제공했다는 혐의 때문이었어. 우린 어둠과 차가운 태양 사이에 내버려졌어. 한겨울은 고통스러웠고, 우리는 돌처럼 굳어 각자의 침묵 속에 몸을 감싸고 있을 수밖에 없었어. 자매들, 아버지들, 어머니들, 불빛에
비쳐 붉은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칼, 이건 우리에게 겨누어진 무기가 뭐냐에 따라 이쪽저쪽을 오가는 놀이였어. 우린 긴 전쟁의 끝에 도달해 있었고, 나라 안에서는 시간도 감각도
뒤엉켜 널브러져 그들끼리 서로 죽였어. 어떤 이들은 신에, 신의
약속에 절망해서, 또 어떤 이들은 전우에 대한 배신과 의심으로 피폐해져서.
(231-232)
1990년의 전쟁에 대해 우리가 뭘 알고 있을까? 여기선 나 말고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 날짜 하나하나, 이름 하나하나, 나는 떠올려, 아, 전부는 아니지, 수만 명 전부는,
그래도 내 머릿속에는 불쌍한 실종자들이 정말 많이 들어 있어. 그게 진짜 이야기야. (그의 목소리가 판결처럼 진중해져.) 20만 명의 사망자가 있는데
그걸 다룬 책도, 영화도 없어. 목격자도 없대. 침묵뿐! 너도 아무 말 안 하는 거냐! 학교에서 내전에 대해 안 가르쳤지? 이걸 보는 사람들한테 넌 뭐라고
말해? (그는 내 튜브를 또 가리킨다.) 나, 그 전쟁이 시작됐을 때 스물다섯 살이었어. 그 전쟁은 바트나에 있는
우리 서점에서 시작됐어. 정말이야, 1992년 3월에.
(244-245)
넌 알아? 넌 십 년간의 전쟁 동안 우리에게 벌어진
모든 일을 증명하는 유일한 증거, 그 놀라운 표식을 지니고 있잖아.
2000년대에 ‘화해’법이 시행되자 마키에서
내려온 테러리스트들은 자신들이 ‘요리사’라고 주쟁했어. 언론 앞에서 그 말을 반복하라고 그들에게 지시한 건 바로 국가였지. 그래야만
실제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입증된 자들만을 처벌하는 사면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거든.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에서 그들은 모두 자신을 ‘요리사’라고 밝혔어. 슬픈
눈으로, 흰 손을 내려다보면서. 냄새 나는 수염과 굶주린
낯빛으로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얘기했지만, 눈빛은 차가웠어. 아, 우리 아버지만 아직 살아 계셨다면! 아마 껄껄 웃음을 터뜨리셨을
거야. 늘 라마단 초승달처럼 가늘고 슬픔 어린 미속로밖에 웃지 못하던 분이었는데. (그래, 나의 후리, 그
달엔 해가 뜨는 순간부터 지는 순간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아. 달이 점점 가늘어지고 수척해지는 건 그래서야.) 아버지는 그 도깨비들을 이겼을 거야. 그들을 조롱하고 손가락질했을
거야. 산속의 아지트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참칭해 큰 소리로 명령하면서 아버지에게 손가락질했던 것처럼. 아버진 자랑스러우셨을 거야. (놀라던 목소리가 이젠 기쁨으로 변해
있어. 그러더니 한참을 침묵하네. 오, 그래, 널 죽이는 것도, 널
살게 하는 것도 내겐 괴롭다. 결정은 우리 언니가 할 거야. 우린
언니의 나라로 갈 거야, 땅속으로, 뼈와 기도가 있는 그곳으로.)
(304)
이제 그 ‘화해’랑
사면 투표 이후로, 개들은 대낮에도 버젓이 돌아다니고, 기도도
하고, 심지어 사람들을 깔보듯 훑어본다니까. 딸, 그들이 전쟁에서 이긴 거야. 물론 군인들도 이겼어. 오직 죽은 사람들만 진 거야. 아무런 이유 없이 죽은 20만 명만 진 거야.
(309)
사람은 생애 첫날을 기억할까? 그 피를? 그 비명을? 배가 힘을 주고 밀어내는 수축 감각을? 그래, 난 기억한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시간까지 기억하는 행운을 가졌지. 그래, 내
얼어붙은 가슴 속에 품은 내 신비로운 비취야. 나는 알라의 두 가지 비밀, 오직 그분만이 답하실 수 있는 두 가지 비밀에 손이 닿는다. 나는
죽은 것도 살아 있는 것도 아니야. 거꾸로 뒤집힌 존재, 신비한
물고기야. 난 2000년
1월 1일, 딱 떨어지는 그날에 태어났어. 그리고 바로 전날인 12월 31일에
죽었다. 딸아, 맹세하건대,
쿠란에 기록된 어떤 예언자도 이렇게 두 날짜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할 순 없을 거다.
(375-376)
“그 이른바 학살들에 대해 당신이 주장하는 것에
증거가 있나요? 없어. 그저 근거 없이 떠도는 말과 이야기, 그리고 나라의 안정을 위협하는 허황된 이야기들뿐이지. 당신의 책에
있는 것처럼. 게다가, 우리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지 않겠어요? 당신이 뭘 출판하고 서점에서 뭘 파는지. 요리책과
예언자에 대한 책들을 판다고 하던데. 거기까진 좋아요. 하지만
그 이상은 안 돼. 당신은 다시 좋은 시민, 바트나에서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러더니, 이 조롱꾼은 마치 가지
보고서를 마무리하듯 말했어. “당신 다리는, 사람들이 말해
준 바에 따르면, 오토바이 사고라고 하던데. 치료는 받고
있나요? 보험 처리를 하면 큰 수표 몇 장 받게 될 거예요. 내가
알아봐 줄 수도 있어요. 자선 차원에서.” 그는 턱을 홱
돌려 전하기 한 대를 가리켰어. 나는 그가 알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
난 그의 금시계를 응시했고, 그의 큰 손이 나에게 당장 이 사무실을 나가라는 신호를 보냈어. 그날 밤 나는 다리가 너무 아팠어. 썩은 이처럼 쑤셔 댔지. 나는 머릿속으로 그 다리가 내미는 자기 쪽 이야기와 싸워야 했어. 새벽이
되자 다리도 결국 내 논거에 굴복했지.
(453)
내 이름은 함라예요. 가끔은 솔직히 내 이름이 정말
그런가 의심스럽기도 해요. 여러 번의 삶과 죽음을 겪은 사람에게 얼굴 하나는 부족해요. 동생, 내가 바라는 건 이거예요.
우리를 위한 권리를 얻어 주는 거. 폭행당한 여자들, 아버지
없는 아이를 가진 여자들, 고발당한 여자들, 테러리스트로
불리는 여자들, 납치당한 여자들, 실종된 처녀들의 권리를…… 이제 내게 남은 명예는 단 하나, 바로 내 딸뿐이에요. 난 딸아이가 결혼 준비하는 걸 돕고, 그 아이가 행복하기를, 자식도 많이 낳길 바래요. 그 아이 결혼 결혼식에 참석해 눈물을
쏟지 않고 춤추고 싶어요. 가서 내 이야기를 해요. 올리브
나무에게, 돌에게, 길에게도 물어봐요. 날 와서 다시 찍어 줘요. 내 딸이 결혼할 때까지는 살고 싶어요. 내가 그 애 혼수품을 만들어 온 게 몇 년째예요. 그 아인 긴 핼렬과
수많은 여가수들의 노래 속에서 행복할 거예요. 가끔은 잘생긴 청년들이 우리 창문 밑을 지나가기도 해요.
(461)
네가 굳이 와서 숨 쉬고, 살고, 하루하루 날을 헤아리고 싶어 하는 이 나라에서, 여자는 큰 소리로
기도할 권리조차 없다. 애도하며 흐느끼는 소리도, 발꿈치로
인도 밟는 소리도 들려선 안 된다. 여자는 노래를 하거나 모스크에서 설교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목소리는, 나의 오래된 달님아, 쾌락의 억눌린 비명과 금세 바로 잊히는 출산의 신음으로만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우리 안에서, 또 우리 위에서 벌거벗은 그 두 순간, 우리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언제나 남자들의 수치심 속에서 울려 퍼질 것이다.
(502)
아무 손도 대지 않은 진실의 가장자리에서, 나는
마침내 몸을 던질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이번에는 내 속으로 잠수하듯 뛰어들어, 내 상처를 다시 열고, 꿰맨 자국을 뜯어야 했다. 그리고 내 ‘미소’ 속으로
뛰어들어, 그것이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알아내야 했다.
그래, 네가 내게 목소리를 되돌려줄 거야. 난
속으로 속삭였다. 나는 한 권의 책이야, 행복한 결말을, 아니 적어도 진실한 결말을 찾고 있는. 안 그러니? 이번에 나는 천 개의 인격이 되어 내 균열 속으로 뛰어들어, 내
안 깊은 곳으로 내려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