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마지막 권에 접어들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카라마조프를 타고 넘는 중이다. 오늘 아침에 75, 전체 진도율로 보았을 때 71%. 앞으로 449쪽이 남았다.

 

어제는 도끼 선생의 또 다른 작품 <죄와 벌>도 주문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니콜 크라우스의 책들이 우수수 재개정판으로 나왔다. 신간도 하나.

그전부터 언제고 한 번 읽어 봐야지 싶었는데 새로 나왔으니 이것도 읽어 봐야 하는데.

 

일단 카라마조프부터 다 읽고 나서 하도록 하자.

나의 챌린지는 어쩌면 5월 중으로 다 끝날 지도 모르겠다.

1권은 몰라도 2권의 주인공은 미챠라고 말하고 싶다.

 

도끼 선생의 설정인지 아니면 독자의 오바인지 모르겠지만, 대심문과 추기경의 모습과 미챠를 심문하는 관리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죄인이 다른 죄인을 심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만약 미챠가 군출신 지주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그들이 아버지를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에게 그런 대우를 해주었을까. 계급 사회의 차별이 엿보였다.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 문제를 보니 문득 그런 연결점이 보이더라. 프랭클린 템플턴인가 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이 허위신고를 해서 해고를 당했다고 하는데, 하마터면 그런 허위 신고로 누군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답이 없는 나라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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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5-29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민음사판으로 읽었는데
문학둥네판은 어떨지 궁금해요~~
두꺼운 3권을 다시 읽으려니 엄두가 안나네요^^
언젠가를 기약하며~~

레삭매냐 2020-05-29 16:27   좋아요 1 | URL
열린책들은 자간이 빡빡하니 너무
빡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번 문동 버전은 분량은 제법 되지만
넉넉한 자간에, 번역도 갠춘한 것
같습니다.

이번 챌린지에 참여하셨으면 좋았
을 텐데 아쉽네요.

moonnight 2020-05-29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으려고 책상위에 쌓아놓은 게 몇 달이에요ㅜㅜ 늘 읽어야지 하면서도 잘 안 되는 카조형..

레삭매냐 2020-05-29 16:28   좋아요 0 | URL
전 무려 2년을 묵혀서 읽는 걸요.

초반의 고비들을 넘기시면 복락
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답니다.

고고씽~입니다.
 


5일 만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권 다 읽고 바로 2권에 도전.

 

이런 스피드라면 정말 5월 중으로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리뷰는?

이 방대한 장편의 리뷰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그래서 결국 <죄와 벌>의 리뷰도 쓰지 못하지 않았던가.

 

아니 이 참에 <죄와 벌>도 다시 읽어야 하나 어쩌나.

일단 내쳐 달리기 시작한 <카라마조프>부터 다 읽고 나서 뭐든 그 다음에.

 

카라마조프를 읽다 보니 1권에서는 다음의 고비들이 등장한다.

첫 번째 고비는 조시마 장로 앞에서 카라마조프들이 벌인 소동

두 번째 고비는 이반과 알료샤 간의 논쟁

세 번째 고비는 대심문관

 

모든 걸 이해할 순 없다고 생각하고 꾸역꾸역 진도를 뺀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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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20-05-27 0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주행 응원드려요 ^^
로쟈의 러시아문학강의를 주제로 러시아문학이라는 개마고원을 넘으려다 얼마 가지 않아 긴 휴식중입니다. 푸슈킨 이라는 언덕 하나 넘고, 레르몬토프에서 잠시 ... 길게 보고 언젠가는 넘어보려고요.

레삭매냐 2020-05-27 08:19   좋아요 0 | URL
레르몬토프는 또 처음 들어보는
작가네요. 한 수 배웠습니다.

일단 카라마조프를 다 읽고 나면
또 다른 작품들에 도전해 보는
것으로 ㅋㅋ 쟁여만 두고 안 읽은
책들이 상당하네요.

coolcat329 2020-05-27 0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2권으로 진입하셨군요. 🥳 화이팅!

레삭매냐 2020-05-27 08:19   좋아요 0 | URL
어제 조금 읽다가 코~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수면유도에 아주 좋더라는 ㅋ

stella.K 2020-05-27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김용택 시인이 TV에 나와 이 책 사춘기 시절에
너무 재밌게 읽었다고 해서 화들짝 놀라다 바로 수면에 들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얘기만 들어도 졸린데 시인은 어떻게 그렇게 재밌게
읽었다는 건지...ㅠ
암튼 정주행 축하드립니다.^^

레삭매냐 2020-05-27 11:45   좋아요 0 | URL
물론 책의 전부가 다 재밌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가 없네요.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역시나
도끼 선생은 대가로구나 싶네요.

명불허전입니다.

감사합니다.

종이연필 2020-05-28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청소년 시절에 축약본으로 읽고서 ‘읽었다‘고 생색내고 있다죠~~. 그마저 내용이 기억이 안납니다..ㅠㅠ 도끼 선생의 대가다움을 꼭 제대로 느껴 볼랍니다! (늘, 제 허접스러운 리뷰에 ‘좋아요‘ 눌러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제가 원래 레삭매냐님 팬입니다~)

레삭매냐 2020-05-28 14:51   좋아요 0 | URL
천만의 말씀입니다 -
제가 주절거리는 리뷰야말로 허접
한 걸요 :>

저도 어려서 읽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읽었다고 그런다죠.
 



그렇다. 나는 열린책들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 읽지 못하고 실패했다.

되돌아 보니 내가 다 읽은 책은 유시민 선생의 <청춘의 독서> 연쇄 독서로 만난 <죄와 벌>이 유일했다. 그것도 미처 리뷰는 쓰지 못했더라.

왜 리뷰를 쓰지 못했을까. 모르겠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읽지 못했으니 리뷰가 없는 게 당연하다.

이번에 문동에서 도끼 선생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나도 숟가락을 얹었다.

지난 금요일부터 읽기 시작했다네.


물론 책은 2년 전에 사두었다, 사두기만 하고 읽을 시도도 안한 것 같다. 책이 아주 깨끗하다.

예전에는 책에 메모 하나 하지 않고 읽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래서 무엇 하나 싶어서 이제는 4B 연필로 마구 끄적이며 진도를 빼고 있는 중이다. 나는 4B 연필만 사용한다. 지난주에도 12자루를 샀다. 이유는 없다. 그냥 잘 써지니까 정도로 해두자.


책읽기에는 일종의 허영과 과시욕이 잔뜩 배어있다. 그렇다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정도는 읽어주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식으로 책을 읽다가는 고전만 줄창 읽다가 죽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느 정도껏 하는 게 좋을 듯 싶다. 고전도 다 못 읽을 게 뻔하니 하는 말이다.


이제 더 이상 문동에서 내가 애정해 마지 않는 세문 양장판이 나오지 않는다. 그게 좀 아쉽다.

오늘 종일 뛰었더니 피곤해서 죽을 지경이다. 책읽기 숙제나 하다가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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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5-25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앗 저도 이거 읽고 있어요~ 일권 거의 다 끝나가요 :-) 번역 넘 좋다고 생각합니다

레삭매냐 2020-05-25 08:10   좋아요 1 | URL
저는 한 쪽 정도 읽었습니다.

기운내서 달려 보렵니다.

비연 2020-05-25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끼선생 ㅎㅎㅎ 홧팅에요! 저도 이 책 다시 읽고 싶은데 시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레삭매냐 2020-05-25 10:36   좋아요 0 | URL
일찍이 이탈로 칼비노 선생님께서
이런 말쌈을 해주셨답니다.

고전은 다시는 읽는 것이라고.

처음 도전하는 얼치기 독자는
심히 부끄럽습니다.

단발머리 2020-05-25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숟가락 얹은것 같은데 아직 시작은 못하고 있어요. 예전에 열린책들로 읽다 포기해서 이번에 문동으로 읽으려 하는데 도서관에는 다 민음사판이네요. (민음사 좋겠다) 그래도 문동으로 읽어야겠죠?

레삭매냐 2020-05-25 13:12   좋아요 0 | URL
네... 아마 문동 프로젝트는 자기네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한정한 것
같습니다.

번역은 민음사판보다는 낫다고 하시
네요.

stella.K 2020-05-25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문동에서 도선생 한 달 읽기 프로젝트하잖아요.
그거 신청해 보시죠. 선물도 준다던데.
아. 벌써 신청하셨군요. 잘 하셨네요.

저도 카 씨 형제는 예전에 읽다가 포기했는데 <좌와 벌>은 완독했지요.
열린책으로 읽었는데 이번에 문동에서 새로 나와서 읽어보고 싶긴한데
한 달 프로젝트는 좀 망설여지더군요. 워낙 읽을 책이 많아서 책은 가급적 안 사려고 하거든요.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긴 합니다.

레삭매냐 2020-05-25 15:13   좋아요 1 | URL
맞삽니다, 바로 그 프로젝트였던 것입니다.

금요일부터 읽기 시작했고, 신청은 토요일
날 했네요.

워낙 읽을 책이 많다는 점에는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마구 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한 달 안에
변심하지 않고 읽기 위해서 말이죠.

coolcat329 2020-05-25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하고 싶었지만...자신이 없어서 그냥 바라보기만 했네요. 저는 민음사로 갖고 있는데 문동이 번역이 더 낫군요. 기운내셔서 꼭 완독의 기쁨 맛보시길요~!

레삭매냐 2020-05-25 15:14   좋아요 0 | URL
오늘까지 150쪽 정도 읽었네요.

하루에 한 50쪽씩 읽는 진도네요.

본 프로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지만
선행학습으로 달리는 느낌이랄까요.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창비 리뷰 대회 택배가 왔다는 뉘우스를 듣고 집으로 거의 날아오다 시피 튀었습니다.

발걸음도 경쾌한 나의 불금 퇴근길.


폴스태프님의 쐬주 한 사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서얼마아~하는 뭐 그런 기대감.


그리고 랜덤 픽이라는 기대감.


상자 언박싱부터 들어갑니다. 사이즈는 45cm X 32cm 정도입니다.



아악, 나의 님은 그렇게 가버렸습니다.


뒤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일말의 기대는 그대로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랜덤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냥 모두 다 똑같은 책들.


* 나중에 덧붙인 글입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표지 2/3 지점부터 변색된 것이 보이지요.


폴스태프님의 책들과 동일하네요. 그리하야 빈티지한 스타일인가 싶어 창비세문 다른 책들을 보니 이런 현상이 없더군요.



그나마 책읽는당의 선물들로

위로를 해보렵니다.


차고 넘치는 에코백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섯 자루인가의 연필과.

저는 4B만 쓰는데 아마 그럴 일은

없겠죠.



밥이나 묵어야겠습니다.


* 심지어 이반 일리치는 6년 전에 산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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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0-05-22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럴수가요! ㅠㅠ랜덤이 아니에요

레삭매냐 2020-05-22 19:52   좋아요 1 | URL
출판사의 멋진 마케팅 승리라고 부르고 싶네요 ㅠ

과연 다른 분들도 같은 책들을 받았는지
궁금하군요.

Falstaff 2020-05-22 2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ㄱㄱㄱㄱㅋ
이 정도면 창고 떨이 수준이네요. 한 권 정도는 바뀔 줄 알았는데.... 흑흑흑.....
하여간 1차로 받으신 분들은 이 수준일 거 같고요,
그래서 1차로 받은 사람들이 열심히 짖어야 2차로 받는 분들이 좀 더 양질의 책을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비극도 이런 비극이..... 흑흑....

레삭매냐 2020-05-22 21:47   좋아요 0 | URL
월월 ~~~ 왈왈 ~~~

아마 이 정도로 짖어서는 택도 없을
듯 합니다. 더욱 더 가열차게 짖어야
쨀끔이나 하지 않을까요 ㅋㅋ

잠자냥 2020-05-22 22:03   좋아요 1 | URL
2차로 받고 싶다......... ㅋㅋㅋㅋㅋ

Falstaff 2020-05-22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에 선합니다.다락방님, 잠자냥님, 단발머리님 긴장하고 계시는 모습이요. ㅋㅋㅋㅋ

레삭매냐 2020-05-22 21:47   좋아요 0 | URL
그나마 책읽는당의 에코백
이 가장 마음에 드네요.

잠자냥 2020-05-22 21:53   좋아요 1 | URL
휴 ㅜㅡㅜ

단발머리 2020-05-23 08:32   좋아요 1 | URL
전 이제 막 주소 전송해서요, 2차 아니면 3차일거라 작은 희망을 갖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아... 정말 정말 그렇게 될까요? 우리 모두 같은 책으로 인증하게 되는 건가요?

다락방 2020-05-23 16:43   좋아요 0 | URL
아니, 레삭매냐님도 같은 책이라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네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책들에 ‘창비드림‘ 찍어줄거면 그냥 넣어두라 말하고 싶네요. 어쩔 ;;

페넬로페 2020-05-22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럴수가~~
그래도 상을 받았다는것에 의의를 두고
누리십시요^^

레삭매냐 2020-05-22 21:57   좋아요 1 | URL
네 그럴라구요.

근데 쫌 아쉬운 건 어쩔 도리가 없네요.

잠자냥 2020-05-22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그 책이네요 ㅠㅡㅠ 나도 저거 오나 보다 에이 젠장 ㅠㅠㅠㅠㅠㅠㅠ

레삭매냐 2020-05-22 21:58   좋아요 0 | URL
혹시나는 역시나로 귀결이 되어 버렸습니다.

심지어 하나는 예전에 샀던 책이라는.

chika 2020-05-23 0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리뷰대회 얘기는 모르지만. 분의기상.
창비가 나날이 실망을 축적하고 있네요 ...

레삭매냐 2020-05-23 13:22   좋아요 1 | URL
뭐 저야 그렇다 치고 다른 분들
이라도 좀 갠춘한 책들을 받으
셨으면 합니다.

창비세문이 80권이나 되는데
그것 참...
 
펀 홈 : 가족 희비극 (페이퍼백)
앨리슨 벡델 지음, 이현 옮김 / 움직씨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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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양한 책과 만나게 되는 경로가 아닐 수 없다. 알라딘 이웃인 단발머리님의 소개로 이 책을 알게 됐다. 그리고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고놈의 코로나 때문에 요즘에는 도서관 입장도 쉽지 않다. 열을 재고, 도서관 회원증의 바코드 스캔을 하고서야 입장할 수가 있었다. , 마지막 단계가 빠져 있었구나. 손소독.

 

바로 책을 빌린 다음에 한 시간 정도 내쳐 달렸다. 흠 이 책 흥미롭고 재밌구먼. 게다가 내가 좋아라하는 그래픽노블이지 않은가. 다만 글밥이 좀 많은 게 조 흠이랄까. 그래픽노블의 시작은 저자 앨리슨 벡델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죽은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사고사이지만, 앨리슨은 벽장 게이였던 아버지의 죽음을 자살로 규정한다.

 

아 그전에 그래픽노블의 제목으로 등장한 <펀 홈>에 대한 설명부터 해야겠다. 펀 홈은 funeral home 의 약자로 벡델 집안의 가업이다. 군인으로 저자의 어머니 헬렌과 독일에 체류 중이던 아버지 브루스 벡델은 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에 고향 비치 크리크로 돌아온다. 그리고 장례업을 하면서 동시에 고등학교 교사로도 활동한다. 저자에 의해 소개되는 아버지의 취향을 보면 아무래도 쫌하는 의심이 든다. 고급은 아니지만, 벽장 게이 스타일로 집안의 모든 걸 공들여 수리하고 고치는 예술가의 취향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픽노블에는 제임스 조이스와 오스카 와일드의 이야기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앨리슨의 눈에 어머니 헬렌은 남편 오디세우스의 부재로 20년 동안 과부생활을 한 페넬로페의 다른 모습이다. 아이들을 셋이나 낳은 브루스가 사실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철저하게 숨긴 벽장 게이였다니! 물론 앨리슨은 일기장 회고를 통해 여러 가지 단서들이 차례로 등장시킨다. 아버지가 보관 중이던 사진에서 찍은 사진, 미성년자에게 술을 사주었다는 혐의로 법정에 서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는 이야기 등등.

 

또 한 가지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자신의 생리 시작과 더불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 닉슨이 몰락하게 되었다는 점도 짚어낸다. 보통 사람과 똑같은 행세를 했지만 사실은 벽장 게이였던 아버지 브루스와 누구보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는데 앞장 서야 했던 정치지도자가 사실은 민주주의 파괴자였다는 기묘한 변주. 흥미롭지 않은가. 우리에게 워터게이트 사건은 이제 기억조차 희미한 사건이었지만, 당대 미국인들에게 그 사건은 일대 충격이었다.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대학에 진학한 앨리슨은 비로소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깨닫고 자아를 찾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아마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부모님에게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편지로 알린 것이었지. 자신의 처지를 가장 잘 이해해 줄 거라고 믿었던 아버지와의 관계가 사실은 가장 어려웠던 모양이다. 저자가 정말 다양한 독서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어가는 과정이 개인적으로 이 그래픽노블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십대 시절, 강박 의식에 사로 잡혀 소멸의 공포를 느끼는 지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느 시점에서는 하게 되는 고민이 아니었을까.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왜 아버지는 진작에 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 앞에, 그랬다면 자신과 자신의 형제들도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는 엄혹한 사실 앞에서는 그런 가정을 부인하고 싶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앨리슨 벡델의 다른 작품인 <당신 엄마 맞아?>도 만나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고 책은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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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5-22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페이퍼에 등장하는 알라딘 이웃 단발머리입니다^^ 저도 같은 책을 읽었건만, 분명 저도 읽었건만 레삭매냐님 리뷰 읽으면서 다시 이 책이 읽고 싶어지네요. 특히 저자가 초경하는 시점과 대통령 닉슨이 몰락하는 과정의 묘한 일치에 대한 설명과 해석에 감탄합니다.
참고로만 말씀드리자면, 전 <당신 엄마 맞아?>도 좋았습니다. 저자가 정신상담을 받는 과정이 책에 그대로 서술되는데 그 점에서 아트 슈피겔만의 <쥐>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레삭매냐 2020-05-22 17:58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이 읽었다는 말을 듣고서
바로 도서관으로 내쳐 달렸답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그래픽노블이었습니다.

<당신 엄마 맞아?>도 봐야 하는데,
고건 도서관에 없더라구요. 그렇다면
사서 읽어야 하나 뭐 그런... 급관심
이 땡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