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참 무엇을 해도 좋은 계절인 것 같다. 좋은 사람과 만남을 갖는 것도, 없는 짬을 내서 그동안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역시 그 중에서도 가장 추천하고 싶은 건 바로 책읽기다. 많은 이들이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아마 그만큼 책읽기에 적합한 계절이 바로 가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서가 아닐까.

이럴 즈음에 문학동네에서 책도둑 프로젝트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 특이하면서도 재밌는 이벤트라는 생각에 거침없이 그전부터 욕심을 내던 책들을 조합해 봤다. 그동안 이름은 너무 많이 들어봤지만 미처 만나 보지 못했던 작가의 책은 물론, 이미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던 원작 소설 그리고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문학의 세계는 정말 광활하다는 것을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다시 한 번 느낄 수가 있었다.

자, 이제 6권의 선정이 모두 끝났다. 마치 로또를 맞추는 기분으로 합계에 슬며시 눈길을 건네 본다. 어려서 담벼락에 동전치기를 해본 기억이 있는가? 동전을 담벼락에 던져 가장 가까이 떨어진 사람이 이기는 그 게임 말이다. 많은 분들의 응모로 선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우선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는 즐거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1] 브리다 / 파울로 코엘료 : 10,800원
[2] 육식 이야기 / 베르나르 키리니 : 10,800원
[3] 렛미인 1 /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 9,900원
[4] 렛미인 2 /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 9,900원
[5] 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 1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 4,500원
[6] 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 2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 4,140원
합계 50,040원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아직도 만나 보지 못하고 있는 파울로 코엘료 선생의 신작이 나왔다. 달랑 표지만 보고서는 도대체 무슨 내용일지 모르겠지만, 녹색 드레스에 휘날리는 머리의 주인공 브리다가 타이틀 롤을 맡았겠지 하고 예상해 본다. 이름이 같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과의 환상 문학일까? 모두 10개의 단편 구성과 편지글-희곡-편지글 그리고 일기라는 다양한 형태로 시전되는 베르나르 키리니의 작품 세계가 마냥 궁금하다.

언젠가 지인이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뛰어넘는 역사상 최고의 뱀파이어 영화라고 극찬을 마지 않았던 <렛미인>의 원작 소설이다. 이번 가을에 할리우드산 리메이크 작으로 돌아온다고 하는데, 그는 결단코 음울한 북구의 오스카와 일라이의 뱀파이어 스토리를 할리우드에서 만든 짝퉁이 따라갈 수 없을 거라고 단언을 했다. 아직 영화도 원작도 못본 상태라 그런 편견 없이 오리지널을 대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2010년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선생의 작품 <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다. 설마 <새엄마 찬양>에서 아들내미에게 오쟁이 진 그 “리고베르토씨”가 다시 주인공으로 나오는 건 아니겠지! 요사 선생의 정치문학과 에로티시즘 문학 중에서 후자의 범주에 들어가는 작품이라고 한다. 전자가 좀 더 보편적 객관성에 입각한 상상력을 소재로 한다면, 후자는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것 같다. 요사 선생의 전작주의에 도전하는 길목에서 버티고 있는 작품이다.

두 번째 로또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짧은 글을 마무리한다. 사실, 로또 당첨보다도 글을 쓰면서 나름대로 즐거웠다. 뭘 더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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