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일 : 202473일 수요일

 

이번 월초에 이른 휴가를 속초로 다녀왔다. 난 사람 많은 건 질색이라. 극성수기에 돌입하게 되면 로드 트래픽은 물론이고, 당연시되는 바가지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데 마침 장마철이더라. 아이구야. 34일 일정 중에 하루는 비로 공쳤다. 우리 달궁 보스님은 나보고 명예 속초시민이라고. 참고로 그 양반이 진짜 속초 사람이다. 나는 가짜고.

 

가기 전에 안가본 곳 어딜 한 번 가볼까 싶어서 주욱 훑어 봤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문우당서림이었다. 속초에 ㄷㅇ서점만 있는 게 아니라고. 그전에 한 번 방문했었는데 나는 노인장의 불친절함에 학을 떼서 다시는 안가는 것으로.

 


아니 그전날 비가 왕창 내릴 적에 여길 왔었어야 했는데 말이지. 아니 입장하기 전부터 마음에 든다. 꼬맹이 데불고 어딜 갈 때면 비가 가장 큰 적이다. 어른들이야 카페나 이런 데 가서 멍때리기라도 하지,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꼬맹스들이 어디 카페에서 버틸 재간이 있나 그래. 너튜브나 쥐어 주면 몰라도. 사실 그 꼴도 못보겠고.

 

마침 숙소 근처라서 걸어서 갔는데 옆에 보니 주차장도 있더라. 나중에 물어 보니, 주차장 맞다고 한다. 그전날 비가 많이 와서 아주 습했는데 말이지. 더위가 문제가 아니라 습기가 더 큰 적이었다. 거리에는 우리 같이 뚜벅이 친구들이 배낭을 메고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 게 낭만 아니겠냐고.



포스팅을 위해서 일단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한다. 사진이 많으면 골라서 쓸 수 있지만, 쓸만한 게 없으면 다시 갈 수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나의 포스팅 지론이다.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찍어라. 다 쓸 데가 있으니. 그렇게 말은 하지만 막상 사진 찍는다는 게 쉽지가 않다. 프레임부터 시작해서 포스팅까지 염두해 두면서 '찍기'를 해야 한다면 사실 좀 귀찮다. 기존의 읽고 쓰기에서 이제 보고 찍기로 바뀌어 가는 텍스트 대전환의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우리는.



아 무려 <백년가게>. 중소기업청인가에서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이런 백년가게를 선정한다는 뉴스를 들었지 아마. 어쩌면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게 바로 이 <문우당서림>일지도 모르겠다.

 

지난주에 우리 옆동네 유일한 백년가게인 <부곡통닭>의 그 유명한 반반 치킨을 먹어 보려고 했으나, 포장 대기가 무려 한 시간이라는 말에 바로 포기해 버렸다. 내 언젠가 반드시 먹어 보리라. 먹고 싶은 거 하나도 마음 대로 먹을 수가 없구만 그래. 백년가게 부곡통닭 포스팅도 기대해 주시라.



가게 매대에서 처음 나의 시선을 사로 잡은 책이 바로 작가 중의 작가라는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이었다. 물론 그전에 읽은 책이다. 나는 재즈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몇몇 좋아하는 넘버들이 있다. 그 중에서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모 베러 블루스>는 너무 좋아한다.

 

그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가 을유문화사에서 아마 판권을 새로 얻어서 새로운 번역으로 나왔다. 이 책도 침대 머리맡에 있지 싶은데. 다시 읽다 말았다. 또 언젠가 다시 이어서 읽게 되지 않을까.



문우당서림의 종교책 섹션도 강력하다. 안그래도 얼마 전 유연하게 폴 존슨 작가의 책들을 검색해 본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되니 반갑더라. 책 두께가 아주 후덜덜하지 않은가. 출판사는 포이에마라고. 아마 종교 서적 전문 출판사가 아닌가 싶더라. 생각 같아서는 집어서 촤라락 살펴 보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포기했다. 목이 말라서 일단 물부터 조금 마셔야지.

 

한쪽에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역시 마음에 들었다. 약간 주변이 어두웠는데, 조명도 있어서 책 보기에 불편함이 없더라. 이런 서비스 좋다.



책 읽는 데 맞은 편에는 이렇게 마음껏 낙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뒤에 보이는 노트들은 그동안 문우당서림을 방문한 이들이 남긴 글들이 기록되어 있더라.

아하 그렇군.


나도 몇 자 적으려다가 그만 두었다. 글씨를 너무 못 쓰는 탓도 있고 무언가 생각하려고 하니 그냥 오전의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대신 최근 글은 아니고 예전에 쓴 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글 하나를 데려왔다.

글씨체도 마음에 들고...

뭐랄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모든게 억지스럽지 않고

모두가 분주하지 않아

더 좋은 곳입니다.

 

이 표현에 격렬하게 동의하는 바입니다. 멋지지 않은가.

오전 시간이라 사람이 더 없어서 좋더라.



이제 2층으로 올라가 보자.

개인적으로 평일 오전 시간이라 서점에 손님들이 없어서 사진 찍기에 좋았다.

그래도 다른 분들에게 사진 셔터 소리가 불편할 수 있으니 아주 잽싸게 셔터를 누른다.



2층은 확실하게 1층과 다른 구성으로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아니 내가 요즘 즐겨 읽는 그래픽노블들이 있는 게 아닌가 말이다.

 

특히 그전에 읽은 한나 아렌트의 책을 만나니 참 반갑다. 서점에 갈 때 내가 읽은 책 혹은 소장하고 있는 책을 만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2층의 한 코너에는 박완서 작가의 책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보니 난 아직도 한 번도 박완서 선생의 책을 읽지 않았나 보다.

 

예전에 소설가 김영하 선생이 박완서 선생의 집을 찾아가는 길에 부랴부랴 그의 책을 읽던 그런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텔레비전에서 책소개 프로그램도 하고 그랬었는데 이젠 다 없어져 버렸다. 그것마저도 너튜브가 담당하게 된 건가.



이게 무언가! 말로만 듣던 피렌체 출신의 작가 단테 알리기에리의 한정판 <신곡>이 아닌가. 괴테가 단테의 <신곡>을 일컬어 인간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했다고.

 

신부님 번역으로 신곡을 읽겠다고 도전했지만 역시나 완독하지 못했다.



500부 한정판 중에 286번째 작품이라고?

가만 책을 살펴보면 얼마나 사람들이 펼쳐 보았는지 책이 상당히 헐어 있다.

 

아마 이 책이 나왔을 적에 가지고 싶긴 했지만 비싸서 사지 못하지 않았을까.

소장만 해도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지 않았을까.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 사진을 한 번 찍어본다. 갖고 싶어서? 부러워서? 아마 다양한 그런 감정이 들었겠지.



2층에도 역시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또 1층의 그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여기가 좀 더 밝은 느낌이랄까.

 

서점이 도서관인가? 그건 아니지 않나.

예전에 우리 동네에 반디앤루니스 서점이 들어와 있었는데(아쉽게도 얼마 가지 않아 망했다) 사람들이 책은 사지 않고 모두 잘 구비된 독서대에서 책을 읽었다.

우리 꼬맹이도 반디를 도서관으로 착각했더라는. 그땐 그랬지.



실물로 보고 잠시 이 책을 사야 하나 잠시 고민했던 스피노자의 저작에 대한 그래픽노블들이다. 아예 난 이 책들의 존재를 몰랐네 그래.

 

도서관에 있거나 아니면 중고책으로 사들일 수 있나 찾아봐야겠다.

세상의 모든 책들을 다 갖고 싶은 뜨거운 욕망, 물론 그전에 읽을 수 있나에 대해 물어보게 되지 않을까. 



너튜브로 강연을 듣고 당장 도서관에 달려 가서 읽은 황현필 선생의 책을 서점에서 만나게 되니 또 반갑더라. 강연을 계속해서 듣게 될 줄 알았는데 또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더군.

 

얼마 전에 생각나서 찾아 보니, 독립전쟁 영화 시나리오 작업 때문인지 당분간 강의를 쉬겠다는 공지를 하시더군. 암튼 잘 마치시고 속히 복귀하시길 기대해 본다.



마지막까지 나의 구매 후보에 올랐던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책이다.


목차를 가만 살펴보니 과연 내가 부담 가지지 않고 다 읽을 수 있을까가 고민되더라. 결국 이 책은 나중에 사거나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나의 픽은 역시 유시민 선생의 신간이었다.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도 못 다 읽었다. 김용 선생의 드라마 <사조영웅전 2024>도 봐야 하고... 바실리 그로스만의 <삶과 운명>도 거북이 걸음으로 읽어야 하며...

, 한동수 전 검찰감찰부장의 책도 유시민 선생의 책으로 알게 되었네. 그 책도 빌려서 읽는다.

 

또 연두 독서모임 책도. 스레드를 통해 알게 된 자연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책들도 지난 주말에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바람에 나의 독서 새끼줄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뭐 그래도 언제가는 다 읽게 되겠지.

다음에 또 속초에 가게 되면 문우당서림에 갈테다.



이 녀석은 이번 속초여행에서 업어온 속고양(속초-고성-양양)의 캐릭터

라는 뚱매기라고 한다.

 

비가 내리던 세 번째 날에 롯데리조트에 가서 커피 마시고 소품샵에 들렀다가

산 자석이다. 단가는 5,000원이었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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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4-07-18 1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속초는 여러번 왔다갔지만 서점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네요.서점이 크고 참 멋있네요^^

레삭매냐 2024-07-18 14:14   좋아요 1 | URL
네 아주 좋더라구요.

모르는 도시에 가게 되면 왠지 그곳
에 있는 서점에 한 번 가야지 싶습
니다. 서점 구경하는 재미도 있거든
요.

직원분들도 친절하시고 아주 마음
에 들었습니다. 다음에도 가게 되면
또 방문하고 싶습니다.

2층 사진도 찍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네요.

stella.K 2024-07-18 14: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폴 존슨의 책 두꺼울 줄 알았지만 역시 포스가 장난 아니네요.
전 소설이면 모를까 이제 두꺼운 책은 안 사려구요. 사면 꼭 후회하는지라...
휴가 일찍 잘 다녀오셨네요.
남들 휴가 갈 때 출근하는 게 좀 거시기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사무실이 널널해서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 휴가 평균 3박4일이라고 해서 좀 놀랐습니다. 전 일주일인 줄 알았거든요.
선진국이라면서...

근데 달궁 모이기는 하는가 보죠?
네이버 들어가면 늘 그대로던데...
아님 다른 곳에 있나요?

레삭매냐 2024-07-18 14:23   좋아요 2 | URL
제가 그러합니다. 이제 두터운 책
샀다가 안 읽게 될 가능성이 농후
해서 자제하게 됩니다. 후회 100
퍼지요.

전 닝겡들 복작대는 게 넘 싫어
서 보통 일찍 가거나 늦게 가거
나를 선호한답니다.
거시기한 것도 맞는 말쌈입니다.
선진국은 한 달 아닌가요? ㅋㅋ

달궁 네이버 블로그는 휴지 상태
지요. 다른 블로그들처럼요.
달궁은 계속됩니다. 단톡방에서.

자목련 2024-07-19 1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휴가를 보내셨네요
자석이 5000원, 비싸네요. 제가 물가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일지도...

레삭매냐 2024-07-19 15:33   좋아요 1 | URL
비가 와서 하루 공치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자석은 그중에서 제일 싼 것
였다는... 쿨럭.

그레이스 2024-07-22 1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문우당 서림 꼭 가보고 싶네요
도레의 판화가 있는 신곡 두번째 읽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어느 동아리에서 요청해서 가이드? 해주는 중이죠^^
이 책이 3행씩 나눠져 있어서 제가 전에 읽었던 책보다 좋아요. 말씀대로 소장가치도 있구요.^^
볼 때 마다 새로워요^^
신곡이 보여서 반가운 맘에!

레삭매냐 2024-07-22 22:56   좋아요 2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속초의 유명한
다른 서점보다 여기가 더 마음
에 들더라구요 :>

신곡을 두 번이나 읽고 계시다니
대단하십니다. 거의 대가의 경지
에 도달하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transient-guest 2024-07-24 04: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가가 원주에 있어서 늘 속초에 가서 ㄷㅇ 서점을 가보고 싶었는데 윗대 쥔장이 많이 불친절했었나 봅니다. 가보고 싶은 맘이 없어지네요.

레삭매냐 2024-07-24 11:25   좋아요 2 | URL
이번 속초여행에서 베이커리
가루와 더불어 건진 즐거움
중의 하나라고나 할까요.

다음에 속초에 가면 또 가볼
계획이랍니다.
 


두어달 전인가 퇴근하고 나서 동네 산책에 나섰다. 도서관 부근에 동네책방이 하나 있다. 슬쩍 안을 들여다 보니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토론을 하고 있더라. 나도 당장 들어가서 털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그날은 조용하게 후퇴를 했다.

 

인스타로 검색해 보니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화요일 모임에 첫 소설모임을 한다는 피드를 만났다. 지난 3월엔가 우리 달궁에서 이미 한 번 턴 책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더더욱 참전해야 하지 않을까.

 

평일 저녁 8, 사실 쉽지 않은 시간이다. 장거리 운전을 해서 퇴근한 다음 씻고 부지런히 책방으로 갔다. 이날따라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역시나 첫 만남은 어려워~ 뉴비를 위한 각자 소개는 하지 않고 패스한다. 쿨하군 그래. 마음에 든다.

 

모인 분들과 책을 한 페이지씩 연독한다. , 이런 거 정말 신선하구만 그래. 독서모임이란 항상 책을 다 읽고 만나서 턴다고 생각했었는데 색달랐다. 첫만남은 그렇게 정신 없이 지나갔다. 그 다음 모임에는 이른 속초 여름휴가로 참석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영화상영이라 패스. 두 시간 동안 영화볼 자신이 없어서. 그리고 그날 장마비까지 내려서리. 참 핑계도 다양하다 그치.

 

그리고 어제 두 번째 출격을 하게 됐다. 소설 읽기 대신 이번에도 역시나 인문서적으로 컴백했다. 방식은 동일했다. 참석 인원은 책방지기 양반과 줌으로 참석한 회원 포함해서 총 7명이었다.

 


(어제 책방 주인장이 제공해 주신, 시원한 카모마일 냉차의 빈 잔이다.

연독을 하다 보니 입이 버적버적 마르더라.)


어제 모임에서 연독하고 나눈 책의 제목은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이다. 개인적 소회지만, 나는 이미 너튜브가 책을 집어 삼켰다고 생각한다. 구텐베르크의 활자 혁명으로 문자 텍스트 중심의 읽고 쓰기가 근대인의 상징이었지만, 21세기 인류는 읽고 쓰기라는 전통적 방식 대신 "보고 찍기"라는 새로운 텍스트를 무의식적으로 혹은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런 새로운 텍스트인 동영상 콘텐츠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도태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아주 잠시 들었다.

 

책은 리터러시, 그러니까 우리 말로는 문해력 정도로 번역되는 부분을 두 명의 학자가 대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초반 진입 장벽이 좀 빡세긴 하지만, 그 다음으로 갈수록 흥미가 엘리베이팅되는 그런 느낌이다.

 


전통의 신문부터 시작해서, 피씨통신 인터넷 그리고 작금의 너튜브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나는 그런 획기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변혁의 시대를 직접 체험하고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고 나누는 부분에서는 나보다 윗 세대분들의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리터러시 이슈에 대해 잠시 이야기했었는데(디지털 문맹), 앞으로 어떤 식으로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지 모르는 마당에 나는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어제 독서 토론에서 내가 꽂힌 부분은 권력으로성 리터러시에 대한 사회경제적 토대라는 표현이었다. 예전의 386세대는 산업화 시대 이후 등장해서, 상대적으로 양질의 교육 세례를 받은 새로운 형태의 지식인 계층을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자신들이 생산한 리터러시를 문화적 자산으로 삼아 사회의 새로운 기득권층이 되었다. 특히 정치 분야에서 그런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초반에 문자 텍스트의 출현으로 세계를 텍스트로 인식하기 시작한 근대인들의 '과도한 주체성' 문제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앞에서 말한 386세대의 과도한 주체성 이슈는 사회적 담론을 주도하는 그들에게 어쩌면 이런 과도한 주체성을 부여하지 않았나 싶다. 사회적 지식 생산을 독점하게 되면서, 이 책에서 강조하는 '다양한 맥락들(varying contexts)'에 대신 일종의 도그마랄까 생산자 자신의 읽기와 해석만이 유일하다는 그런 특정한 프레임에 다수 대중을 욱여넣으려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런 차원에서 기득권화된 예전 386세대가 대중을 가르치려고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일견 수긍이 갔다.


미디어 권력에 대해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현실에서는 동영상 콘텐츠 텍스트가 기존의 문자 텍스트 기반을 허물고 있는데, 계속해서 문자 텍스트 베이스의 시험이 우리 젊은 세대의 미래 운명을 결정하고 있다고. 이거야말로 문자 텍스트 해석을 독점한 이들의 권력이 아닌가. 무언가 새로운 개혁과 시도가 필요한 게 아닐까?

 

왜 우리는 잘못된 시스템을 고치지 못하고 다음 세대에 계속해서 강요하고 있는 걸까. 모임에 마침 고3 학생이 있어서 나는 좀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 학생의 대답은,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정도로 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좀 서글펐다. 우리의 선배들은 불의한 시스템을 부수기 위해 적어도 짱똘을 들지 않았던가. 우리는 뭘 했나 자문해 본다.

 


연독은 마침, 내가 그전에 딱 읽은 부분까지 마쳐서 다행이었다. 요즘 이 책 저 책 시작만 하고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책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 혼자서 읽기와 연독의 차이에 대해 또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이기도 했다.

 

책방 연두에서의 독서모임은 무엇보다 집에서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서 매주 2차례 모임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비오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오는 길에는 잠시나마 참 소울이 충만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기분이가 좋더라. 항상 하는 고민이지만, 가기 전에는 힘들고 어쩌구 그런 다양한 이유들로 갈등하지만 막상 참석하고 나서는 이렇게 유용하고 기분 좋고 그런 게 아닌가 말이다.

 

나중에 근처에 사시는 책동지분과 돌아오는 길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새로 나온 뉴비가 소설 안 읽는다고 안 나오는 건 아닌지 했다는 말에 속으로 빵 터졌다. 우리 달궁에서도 만날 뉴비를 영입해야 한다고 만날 노래를 부르지 않는가 말이다. 어느 독서모임에서나 하는 대개 비슷한 고민이구나 싶었다.

 


[뱀다리] 책방에 진열된 책 중에서 내가 읽었거나 소장하고 있는 책을 보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 내가 요즘 두루미에 미친 남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책에 빠졌는데, 아마 책방에는 없겠지. 책이 혹시 있나 싶어서 물어 보려다가 말았다. 중고책방에서 사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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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7-17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동네에 책방이있고 일주일에 두 번 모임이 있다니 너무 부럽네요 ^^

레삭매냐 2024-07-17 11:12   좋아요 2 | URL
그러니깐요 :>
저는 그동안 소설 모임만 했었는데,
여기는 인문 서적이 주력이더라구요.
그래서 색다른 느낌이랄까요.

stella.K 2024-07-17 1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두. 이름 예쁘네요. 울동네도 이런 모임 있으면 좋을텐데. 근데 일주일에 두번이면 넘 빡세지 않나요?
책이 유튜브에 잠식된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책 얘기하는 유튜브도 있잖아요. TV 나오면 극장 문 닫을거다 했는데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그런거죠 뭐.

레삭매냐 2024-07-17 13:08   좋아요 2 | URL
일주일에 화 금 두 번 독서모임
을 갖습니다. 저는 화요일 하루
정도 가는 것으로.
말씀해 주신 대로 이틀은 빡셉
니다 고저.

문제 텍스트 소비하는 방식이
확실히 예전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라로 2024-07-17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책에 진심이시고 멋짐 뿜뿜 레삭매냐님! 동네책방 독서모임까지!! 👍👍

레삭매냐 2024-07-17 13:57   좋아요 0 | URL
그동안 적적했습니다 라로님.

책 사기 보다 책 읽고 쓰기를
진심이어야 하는데 말이죠.

책방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
오는 길에 비가 추적추적 내려
더 운치가 있었답니다.

자목련 2024-07-17 14: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네책방에서 독서모임이라니, 좋은 시간 보내고 오셨네요.
책방 <연두> 이름도 예쁘고요. 궁금해 검색도 살짝~~

레삭매냐 2024-07-17 14:36   좋아요 1 | URL
연독 경험은 또 처음이라 신선
했답니다.

아주 자그마한 동네책방이자
문화 진지 같은 느낌이랄까요.

페넬로페 2024-07-17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도 읽기 어려운 호메로스, 사기열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을 연독했거든요.
같이 읽으니 좋더라고요.
요즘 저희들도 뉴비를 영입하는데 내공 있는 좋으신 분들이 많이 오셨어요.
독서 모임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고 뿌듯해요^^

레삭매냐 2024-07-17 22:38   좋아요 2 | URL
<호메로스>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땡기는군요.

연독 파워 !

페넬로페님의 독서 모임 대흥행을 응원하는
바입니다.

그레이스 2024-07-22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네책방 넘 부러워요
어느 동네인지 이사가고 싶네요 ㅎㅎ

레삭매냐 2024-07-22 23:20   좋아요 2 | URL
제가 사는 동네는 촌으로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그런
마을인데, 희한하게도 독립
서점이 두 군데나 있다는.

게다가 독서모임까지.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잘 사용하지 않는 카드회사에서 만원 이상 돈을 쓰면 만원 청구할인해 준다는 문자를 받았다. 당연 나의 픽은 책이었다.

 

그렇다면 무슨 책을 살까 하고 책이 수북하게 담긴 장바구니를 뒤적인다.

그러다 오래 전에 나와서 사서 읽다만,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 생각이 났다. 바로 이거지.

 

마침 근처에 케이문고가 있었지. 바로드림으로 해서 이런저런 쿠폰들을 쟁여서 단돈 천얼마에 데려왔다. 이것이야말로 책쟁이의 행복이 아닐까나.

 

그전에 읽던 책이라 그런지 낯설지가 않다. 그리고 많은 이웃님들이 말해 준대로 정말 재밌구나 그래. 근데 왜 처음에 다 읽지 않았을까. 무슨 이유가 있겠지.

 

역사상 최고의 평전 작가라는 호칭이 무색하지 않게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백수십년 전의 일들을 마치 옆자리에서 보고 쓴 것처럼 그렇게 생생한 중계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과연 츠바이크로구나.

 

수백 년 동안 유럽의 각지에서 앙칼지게 싸워온 맞수이자 숙적 부르봉 가문과 합스부르크 가문이 혼인으로 그동안의 갈등을 봉합하고 새롭게 등장한 호적수들인 섬나라 영국과 프로이센 그리고 러시아를 견제하기로 결정했다. 미래의 루이 16세가 될 프랑스의 왕세자의 색시로 마리아 테레지아의 여식 15세 소녀 마리 앙투아네트가 픽업됐다.

 

합스부르크 궁정에서 자라나긴 했지만, 엄숙하고 복잡한 의식 타령을 하는 프랑스 궁정에 맞지 않는 재기발랄함을 과시하는 왕세자빈의 등장. 츠바이크는 이미 혼인예식에서부터 불길한 징조들이 세 가지나 보였다고 보고한다.

 

정말 시기적절한 때에 맞춤 독서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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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트에 갔다가 우리 시민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쏘주 가격이 궁금하길래 한 번 가격표를 유심히 봤다. 1,420원이더라.

그런데 주점에서 사먹는 쏘주는 가뿐하게 오천원이 되어 버렸다. 서민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말이지. 그러니까 최소한 세 배 이상이란 말이지.

 


물론 업소용과 일반 소매용의 가격이 다르다고 식당하던 친구가 말해 주더라.

출고가 오른다고 하면서 술집에서 먹는 쏘주의 가격은 천원씩 올리더니, 물가폭등에 놀란 정부가 출고가를 낮추라고 해서 내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술집의 주인장들은 입 싹 닫고 여전히 오천원 가격을 고수한다.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메뉴판을 바꾸고 그러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나 뭐라나. 아니 가격 올리던 시절에는 종이로라도 써 붙이고, 안되면 매직으로 거침없이 오른 가격을 왕희지 글쓰듯 휘갈기던 양반들이 아니던가.

 

그나저나 명절 전에 시간 내서 삼겹살에 쏘주 한 잔 마셔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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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01-25 0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싶어 도서관에 상호대차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답니다. 츠바이크가 썼으니 뭔들 재미가 없을까요. 기대중입니다^^
전 술이 안받는 체질이라... 쏘주의 진정한 맛을 즐길줄 아는 분들이 넘 부럽네요. 가격 상관 없이요^^

레삭매냐 2024-01-25 10:38   좋아요 2 | URL
그렇지요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무려 츠바이크가 쓴 작품이니깐요.

저도 아주 어려서는 쏘주 맛을 몰랐었
는데... 지금도 사실 잘 모른답니다 ^^
유퀴즈에선가 보니 쏘주는 술이 아니
라 화학물질이라고 -

transient-guest 2024-01-25 04: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격이 올라갈 수는 있어도 내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더라구요. 미국선 마트에서 3불 정도 음식점에서는 10-11불 정도 받고 거기에 세금도 따로 나옵니다. 서민의 술이 아니죠ㅎㅎ 여기선 차라리 맥주나 와인 혹은 위스키가 저가형이 좋은 것이 많습니다. 위 사진은 마트가 아니라 님 냉장고모습인줄 알고 잠깐 깜놀했네요 ㅎㅎ

레삭매냐 2024-01-25 10:41   좋아요 1 | URL
오래 전에 동부에서는 리쿼스토어
에서는 6불, 식당에서는 13불 정도
했었는데... 오히려 술값이 내려갔
나 보네요.

맞습니다, 일단 올라간 가격은 원
부자재 가격이 내려 간다고 해서
동반해서 내리거나 그러진 않지
요. 올라간 가격을 그대로 쭈욱~!

재작년에 놀러 갔던 친구네 집
에 가보니 술장고가 다 있더라
구요 세상에나. 더부럽 -

예전에 저희 독서 모임 두목님
신랑께서 위스키를 좋아한다고
해서 덥썩 덤볐다가 그만 장렬
하게 전사했던 기억이 나네요.

transient-guest 2024-01-25 11:07   좋아요 2 | URL
한국제품이 많이 들어오면서 더 싸진 건 맞아요 스위스 어딘가에서 100유로 내고 소주 마셨다는 얘길 들은 적도 있거든요 ㅎㅎ 저도 더 어릴 땐 한국술 더 비싸게
먹긴 했습니다

Falstaff 2024-01-25 06: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업소용 입고 가격은 1,700원 정도입니다. 업소에서 3배 받습니다. 예전엔 두 배 받았습니다만 세상에 안 오르는 게 있어야지요. 제가 마시는 쐬주는 마트에서 1,750원~1,900원 합니다. 진로 골드.

레삭매냐 2024-01-25 10:46   좋아요 2 | URL
진로 골드가 씨뻘건 오리지날인가요 ㅋ

그럼 일반 소매용 입고 가격은 더 싼가
보네요.

어제 마트에서 사과 한 봉지 샀는데,
15,000원이라고 하더라구요. 달랑 네
알 들었는데... 맛은 없었습니다, 에잉.

북깨비 2024-01-25 08: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효리가 광고할때부터 처음처럼를 주로 마셨는데 최근에 화요를 마셔본 후로 다른 소주 못마시겠어요. 소주인데 소주같지 않은 아주 깨끗한 맛. 그래도 제 최애는 위스키입니다만.. 🥃😌

레삭매냐 2024-01-25 13:35   좋아요 3 | URL
아우 화요 쏘주~~~
주점에서 파는 건 너무 비싼 느낌
이랄까요. 사악한 가격 !

위스키 진차 좋아하시는 분들은
오크향 냄새에 반하신다고 하던데...
전 만날 싸구리 제이앤비안 버번 정도
만 마셔서 그런지 맛을 잘 모르는 -

호시우행 2024-01-26 0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게에서 음주하지 않아야 가격이 내릴까요,ㅠㅠ 음식보다 술팔아 돈버는 구조가 식당일수도ㅠㅠ

레삭매냐 2024-01-29 20:18   좋아요 1 | URL
쏘주가 너무 올랐어요. 두 병만 마셔도
만원이니...
식당하던 친구가 다른 건 모두 서비스
로 줘도 술만은 절대 안된다고 하더라
구요.

닉네임 2024-01-27 2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주 좋아하는데, 이렇게 차이가 큰 줄 몰랐네요...;

레삭매냐 2024-01-29 20:18   좋아요 2 | URL
저는 집에서는 쏘주를 마시지 않아
항상 식당이나 주점에서 먹게 되는
데, 소매 가격을 보고 놀랐네요.
 


 

요즘은 인스타에서 짤을 보면, 대개가 너튜브 컨텐츠다. 인스타로 유입되어 본 프로를 찾아 나서는 거지. 오늘 본 영상은 미스터 비스트(그렇다 전 세계 최고의 너튜버라고 한다, 구독자수가 무려 2억명)의 마트에서 살아남기 컨텐츠를 시청했다.

 

꼴랑 하나의 영상을 봤지만, 대충 그의 컨텐츠들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그동안의 행적이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너튜브는 14살 때부터 시작했고,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고 아프리카 오지에 우물도 파주는 그야말로 대단한 사업을 하고 있더라. 그의 나이가 올해 25세라는 건 안 비밀이다.

 

마트에서 살아남기는 매일 매일 마트에서 버티면 하루에 10,000달러 씩 현금으로 주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알렉스라는 남성이 선발됐다. 그의 백그라운드로는 아내와 아이 둘이 있다는 것 정도다. 무슨 일을 하는지 그런 개인 인포는 아예 배제되어 있는 상태로 프로젝트 고고씽.

 

첫날을 무사하게 버티고 나자, 미스터 비스트에 쇼핑 카트에 1달러짜리 만 장을 싣고 등장한다. 비스트는 알렉스에게 만 달러가 맞는지 세어 보라는 플렉스를 했던가. 마트에는 생활에 필요한 오만 물건들이 가득하고, 알렉스가 생활하기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보니 전화나 인터넷 같은 필요가 구비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비스트는 조건을 하나 제시한다. 마트에 진열된 제품 중에서 매일 만달러씩 체킹을 해서 마트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거다. 그러면 비스트는 그렇게 선별된 제품들을 모두 기부한다고 한다. 처음에 제낀 건 바로 전자제품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멍멍이 사료 같이 현재의 알렉스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물건들이다.

 

프런티어 정신이 빛나는 미쿡인 답게 우리의 알렉스는 직접 비닐 등을 이용해서 샤워장을 만드는 기지도 보여준다. 그렇지, 바로 씻는게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였지. , 그전에 알렉스가 자신과 아이들에게 필요한 금액으로 대충 책정한 게 50만 달러 정도였던가. 패기 넘치는 알렉스는 챌린지 초반에 100일도 너끈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마트 뒤편에 있던 지게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알렉스는 챌린지를 좀 더 용이하게 해내기 시작한다. 마트에서 탈 수 있는 카트 차 같은 것도 찾아내서 마트를 질주하기도 한다. , 우리의 비스트 씨는 계속해서 컨텐츠를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같이 알렉스를 찾아 오지는 못하고 무인도에도 가고 또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러 가기도 한다.

 

데이 30일 정도에 가족과 함께 만나는 상봉도 추진한다. 그런데, 이게 과연 알렉스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알렉스의 챌린지를 방해하기 위한 음모(?)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더라. 암튼 결의를 다시 다진 알렉스는 계속해서 하루 만달러씩 벌어 나간다.

 

비스트는 사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컨텐츠 내 캉가쿨러 같은 PPL도 하고, 또 세이프웨이 슈퍼마켓(?)의 후원도 받았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아마 이 프로젝트를 통해 벌어 들이는 돈이 우리의 알렉스에게 주는 돈보다 더 많지 않을까. 게다가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소비의 공간 마트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관찰 예능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의 비스트가 마냥 그렇게 알렉스에게 호의를 베풀 수는 없었다. 순조롭게 이어지던 마트 생존 챌린지에 위기가 닥친다. 그건 바로 비스트의 셋업이라고 해야 할까. 마트 부지만 샀지, 전기세 내는 일을 까먹어 버렸다는 것이다. 마트에 전기가 나가자 바로 알렉스는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전까지만 해도 6만 달러 어치 팔 물건들을 정해 두었지만, 마트 내 단전으로 냉장고들이 작동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냉동식품들부터 팔아야 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비스트의 스탭들이 도움을 줘서 그것도 해결했다.

 

햇볕이 들지 않는 마트에서 생존 챌린지는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마트 뒤편을 공간에서 문을 열고 광합성을 하는 알렉스. 참 수영장을 만들었다가 사단이 나는 건 그전의 일이었던가. 그냥 눈요기로 컨텐츠를 시청하다 보니, 발생 사건들의 순서가 어땠는지 모르겠다. 암튼 마트에 만들었던 간이 수영장을 알렉스가 지게차로 터뜨려 버리는 대형사고 덕분에 한 차례 위기가 닥쳤다.

 

마트에 둘러쳐진 레드 라인을 넘어서면 바로 프로젝트는 종료되기 때문에 후문에서 광합성을 하면서 많은 생각에 빠지기도 한 알렉스. 결국 다수의 강력한 랜턴 세트를 발견하면서 다시 위기탈출에 성공한다. 마트 생존 챌린지의 기본은 역시 위기와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도전이라는 기본적인 컨셉에서 벗어나지 않는구나 싶었다.

 

챌린지 막판에 비스트 씨는 다시 알렉스의 아내를 투입하는데, 그건 결국 알렉스의 챌린지 의지를 꺾기 위한 설정이 아니었을까? 아이의 생일이 다가온다고 하는데, 이미 목표했던 금액 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돈을 벌었고 더 이상 홀로 지내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알렉스는 45일차에 포기 선언을 하고 돈을 챙겨 사랑하는 아내와 마트를 떠난다.

 

개인적으로 알렉스가 마트에서 지내는 동안 외부인과 대면하지 못하고 단전 때문에 폭력성이 살짝 비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점들이 극단적으로 부각되었다면 이런 유쾌한(?) 챌린지의 지속이 어렵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 우리 인간들은 그저 보통의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야 한다는 그런 간단한 진리를 보여 주는 프로젝트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구상할 수 있는 기획력과 인원, 자금 그리고 후원 마지막으로 어마어마한 구독자수를 가진 메가 너튜버의 파워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다음에는 아프리카 우물 파기 프로젝트를 볼까나.


[뱀다리] 놀라운 점 중의 하나는 한국어 더빙까지 서비스한다는 점이다. 역시 자금력이 대단하다 싶었다. 그런데 몇 가지 언어로 더빙을 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참 그리고 알렉스는 비스트 씨에게 받은 상금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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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08 23: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내용 인터넷 블로그에서 봤어요. 45일이나 있었다니 놀라웠어요.
전에도 특이한 기획을 많이 하는 것 같았는데, 유튜브에서 가장 구독자 많은 사람이라서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삭매냐님, 주말 잘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12-10 16:13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너튜브보다 보니 너무 극단으로
몰고 가지는 않고 선을 지키는
게 보이더라구요.

특이한 기획이 또 뭐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네,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3-12-10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징어게임 컨텐츠 만들었다는 그 유투버인가봐요.
저는 아직 본 적은 없는데 25살에 몸이 열개인 양 바삐 창의적으로 활동하네요

아이디어가 참신하네요.
마트가 얼마나 크면 그 안에서 생활이 다 가능한지^^

레삭매냐 2023-12-10 16:14   좋아요 2 | URL
역시 글로벌 원탑 너튜버답게
한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그 와중에 두 서너개는 기본이지
싶습니다.

기획과 자본의 힘, 무시무시하더군요.

미국의 마트는 우리의 그것과는 스케
일이 다르지요. 땅덩이가 넓으니 2층
3층 올리지 않고 단층으로 쇼부칩니다.
 


 

스트레이트에서 다룬 까까오 제국에 대한 콘텐츠를 봤다.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깨톡으로 천하통일을 이룬 까까오가 문어발식 확장을 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사실 주식의 세계로 입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까까오가 얼마나 대단한 기업인 지 미처 몰랐다.

 

2020년 까까오게임즈를 필두로 해서 까뱅 그리고 까페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숨가쁘게 공모 흥행과 상장을 해오면서 한 때 시총 기준으로 국내 3위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동시에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장 일정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나치게 높게 잡힌 공모가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까페이의 스톡 옵션(44만주)8명의 까까오 임원들이 주식 시장에서 실행하면서 자그마치 877억원을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연속 상장의 어두운 그림자가 끼기 시작했다.

 

까페이에 이어 상장 계획 중이었던 까까오 모빌리티의 상장에 당장 제동이 걸렸다. 2021년과 2022년 잇달아 상장을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누구나 사용하는 깨톡 메신저를 기반으로 해서 성장한 까까오 택시 호출과 까까오 대리는 그야말로 천하통일을 이루어냈다. 해외투자로 8,000억원의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빠른 상장으로 투자금 회수를 원했던 사모펀드 혹은 해외투자자들의 상황이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다.

 

더 큰 문제는 의장까지 연루된 에셈(SM) 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주가 조작 정황이 밝혀지면서 검찰 수사를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면서 기세등등하던 까까오의 성장 전략이 멈추게 되었다. 아마 에셈 인수전은 10조원 규모라던 까까오 엔터테인먼트 상장을 위한 초석이 아니었을까. 아직은 검찰 수사 중이라 잘 모르겠지만, 만약 유죄로 판정이 난다면 까까오 그룹의 핵심인 까뱅의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슷한 소프트파워 테크기업인 네이버와 비교해 볼 때, 각각 해외매출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네이버는 매출의 40% 정도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메신저 라인으로 그리고 북미에서는 웹툰이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모양이다. 반면, 까까오는 해외 매출이 20% 정도라고 한다. 네이버가 실적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추구하는 반면, 까까오는 대규모 해외투자를 받아 진행하는 공격적 영업전략을 구사한다. 에셈 인수전에서도 실탄 마련을 위해 싱가폴 투자청과 사우디 국부펀드(?)의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는 뉴스를 들었다.

 

까페이까지는 쪼개기 상장 전략이 승승장구했지만, 20211210일 까페이 스톡옵션 먹튀 사태를 기점으로 해서 브레이크가 걸려 버렸다. 모기업이 까까오도 한 때 17층까지 달리면서 엄청난 기세를 보여주었지만, 지금은 5층에 턱걸이한 상태다. 까까오 모빌리티와 까까오 엔터테인먼트도 과연 언제 상장에 나서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떨어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까까오는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내부인사의 폭로로 사측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방만한 경영 같은 이슈들이 외부로 드러나게 되었다. 까까오가 망한다면 그건 골프 탓이라고 말할 정도라고도 하고,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아레나 같이 메가 프로젝트를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면서 현재 내부감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까까오가 구축한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엄청난 성장세를 과시해온 까까오가 과연 작금에 당면한 위기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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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05 1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카오가 아닌 까까오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네이버도 naver나 nhn과는 다른 것 같고요. 레삭매냐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레삭매냐 2023-12-06 10:59   좋아요 1 | URL
네이버에서 책 리뷰를 통해 세습하는
교회 실명으로 깠다가 블라인드 처리
되는 트라우마 덕분에, 혹시 하는 마
음에 까까오루다가.

이래서 스크리닝이 무서운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3-12-05 2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12-06 10:59   좋아요 1 | URL
아이구 감사합니다 써니데이님.

그레이스 2023-12-06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직원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쇄신하고 도약하는 기회가 되길 바래봅니다.

레삭매냐 2023-12-06 11:00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한국 최고의 소프트파워 테크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데, 최근 하
는 걸 보면 기존의 재벌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