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일 : 202473일 수요일

 

이번 월초에 이른 휴가를 속초로 다녀왔다. 난 사람 많은 건 질색이라. 극성수기에 돌입하게 되면 로드 트래픽은 물론이고, 당연시되는 바가지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데 마침 장마철이더라. 아이구야. 34일 일정 중에 하루는 비로 공쳤다. 우리 달궁 보스님은 나보고 명예 속초시민이라고. 참고로 그 양반이 진짜 속초 사람이다. 나는 가짜고.

 

가기 전에 안가본 곳 어딜 한 번 가볼까 싶어서 주욱 훑어 봤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문우당서림이었다. 속초에 ㄷㅇ서점만 있는 게 아니라고. 그전에 한 번 방문했었는데 나는 노인장의 불친절함에 학을 떼서 다시는 안가는 것으로.

 


아니 그전날 비가 왕창 내릴 적에 여길 왔었어야 했는데 말이지. 아니 입장하기 전부터 마음에 든다. 꼬맹이 데불고 어딜 갈 때면 비가 가장 큰 적이다. 어른들이야 카페나 이런 데 가서 멍때리기라도 하지,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꼬맹스들이 어디 카페에서 버틸 재간이 있나 그래. 너튜브나 쥐어 주면 몰라도. 사실 그 꼴도 못보겠고.

 

마침 숙소 근처라서 걸어서 갔는데 옆에 보니 주차장도 있더라. 나중에 물어 보니, 주차장 맞다고 한다. 그전날 비가 많이 와서 아주 습했는데 말이지. 더위가 문제가 아니라 습기가 더 큰 적이었다. 거리에는 우리 같이 뚜벅이 친구들이 배낭을 메고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 게 낭만 아니겠냐고.



포스팅을 위해서 일단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한다. 사진이 많으면 골라서 쓸 수 있지만, 쓸만한 게 없으면 다시 갈 수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나의 포스팅 지론이다.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찍어라. 다 쓸 데가 있으니. 그렇게 말은 하지만 막상 사진 찍는다는 게 쉽지가 않다. 프레임부터 시작해서 포스팅까지 염두해 두면서 '찍기'를 해야 한다면 사실 좀 귀찮다. 기존의 읽고 쓰기에서 이제 보고 찍기로 바뀌어 가는 텍스트 대전환의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우리는.



아 무려 <백년가게>. 중소기업청인가에서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이런 백년가게를 선정한다는 뉴스를 들었지 아마. 어쩌면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게 바로 이 <문우당서림>일지도 모르겠다.

 

지난주에 우리 옆동네 유일한 백년가게인 <부곡통닭>의 그 유명한 반반 치킨을 먹어 보려고 했으나, 포장 대기가 무려 한 시간이라는 말에 바로 포기해 버렸다. 내 언젠가 반드시 먹어 보리라. 먹고 싶은 거 하나도 마음 대로 먹을 수가 없구만 그래. 백년가게 부곡통닭 포스팅도 기대해 주시라.



가게 매대에서 처음 나의 시선을 사로 잡은 책이 바로 작가 중의 작가라는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이었다. 물론 그전에 읽은 책이다. 나는 재즈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몇몇 좋아하는 넘버들이 있다. 그 중에서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모 베러 블루스>는 너무 좋아한다.

 

그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가 을유문화사에서 아마 판권을 새로 얻어서 새로운 번역으로 나왔다. 이 책도 침대 머리맡에 있지 싶은데. 다시 읽다 말았다. 또 언젠가 다시 이어서 읽게 되지 않을까.



문우당서림의 종교책 섹션도 강력하다. 안그래도 얼마 전 유연하게 폴 존슨 작가의 책들을 검색해 본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되니 반갑더라. 책 두께가 아주 후덜덜하지 않은가. 출판사는 포이에마라고. 아마 종교 서적 전문 출판사가 아닌가 싶더라. 생각 같아서는 집어서 촤라락 살펴 보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포기했다. 목이 말라서 일단 물부터 조금 마셔야지.

 

한쪽에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역시 마음에 들었다. 약간 주변이 어두웠는데, 조명도 있어서 책 보기에 불편함이 없더라. 이런 서비스 좋다.



책 읽는 데 맞은 편에는 이렇게 마음껏 낙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뒤에 보이는 노트들은 그동안 문우당서림을 방문한 이들이 남긴 글들이 기록되어 있더라.

아하 그렇군.


나도 몇 자 적으려다가 그만 두었다. 글씨를 너무 못 쓰는 탓도 있고 무언가 생각하려고 하니 그냥 오전의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대신 최근 글은 아니고 예전에 쓴 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글 하나를 데려왔다.

글씨체도 마음에 들고...

뭐랄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모든게 억지스럽지 않고

모두가 분주하지 않아

더 좋은 곳입니다.

 

이 표현에 격렬하게 동의하는 바입니다. 멋지지 않은가.

오전 시간이라 사람이 더 없어서 좋더라.



이제 2층으로 올라가 보자.

개인적으로 평일 오전 시간이라 서점에 손님들이 없어서 사진 찍기에 좋았다.

그래도 다른 분들에게 사진 셔터 소리가 불편할 수 있으니 아주 잽싸게 셔터를 누른다.



2층은 확실하게 1층과 다른 구성으로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아니 내가 요즘 즐겨 읽는 그래픽노블들이 있는 게 아닌가 말이다.

 

특히 그전에 읽은 한나 아렌트의 책을 만나니 참 반갑다. 서점에 갈 때 내가 읽은 책 혹은 소장하고 있는 책을 만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2층의 한 코너에는 박완서 작가의 책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보니 난 아직도 한 번도 박완서 선생의 책을 읽지 않았나 보다.

 

예전에 소설가 김영하 선생이 박완서 선생의 집을 찾아가는 길에 부랴부랴 그의 책을 읽던 그런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텔레비전에서 책소개 프로그램도 하고 그랬었는데 이젠 다 없어져 버렸다. 그것마저도 너튜브가 담당하게 된 건가.



이게 무언가! 말로만 듣던 피렌체 출신의 작가 단테 알리기에리의 한정판 <신곡>이 아닌가. 괴테가 단테의 <신곡>을 일컬어 인간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했다고.

 

신부님 번역으로 신곡을 읽겠다고 도전했지만 역시나 완독하지 못했다.



500부 한정판 중에 286번째 작품이라고?

가만 책을 살펴보면 얼마나 사람들이 펼쳐 보았는지 책이 상당히 헐어 있다.

 

아마 이 책이 나왔을 적에 가지고 싶긴 했지만 비싸서 사지 못하지 않았을까.

소장만 해도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지 않았을까.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 사진을 한 번 찍어본다. 갖고 싶어서? 부러워서? 아마 다양한 그런 감정이 들었겠지.



2층에도 역시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또 1층의 그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여기가 좀 더 밝은 느낌이랄까.

 

서점이 도서관인가? 그건 아니지 않나.

예전에 우리 동네에 반디앤루니스 서점이 들어와 있었는데(아쉽게도 얼마 가지 않아 망했다) 사람들이 책은 사지 않고 모두 잘 구비된 독서대에서 책을 읽었다.

우리 꼬맹이도 반디를 도서관으로 착각했더라는. 그땐 그랬지.



실물로 보고 잠시 이 책을 사야 하나 잠시 고민했던 스피노자의 저작에 대한 그래픽노블들이다. 아예 난 이 책들의 존재를 몰랐네 그래.

 

도서관에 있거나 아니면 중고책으로 사들일 수 있나 찾아봐야겠다.

세상의 모든 책들을 다 갖고 싶은 뜨거운 욕망, 물론 그전에 읽을 수 있나에 대해 물어보게 되지 않을까. 



너튜브로 강연을 듣고 당장 도서관에 달려 가서 읽은 황현필 선생의 책을 서점에서 만나게 되니 또 반갑더라. 강연을 계속해서 듣게 될 줄 알았는데 또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더군.

 

얼마 전에 생각나서 찾아 보니, 독립전쟁 영화 시나리오 작업 때문인지 당분간 강의를 쉬겠다는 공지를 하시더군. 암튼 잘 마치시고 속히 복귀하시길 기대해 본다.



마지막까지 나의 구매 후보에 올랐던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책이다.


목차를 가만 살펴보니 과연 내가 부담 가지지 않고 다 읽을 수 있을까가 고민되더라. 결국 이 책은 나중에 사거나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나의 픽은 역시 유시민 선생의 신간이었다.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도 못 다 읽었다. 김용 선생의 드라마 <사조영웅전 2024>도 봐야 하고... 바실리 그로스만의 <삶과 운명>도 거북이 걸음으로 읽어야 하며...

, 한동수 전 검찰감찰부장의 책도 유시민 선생의 책으로 알게 되었네. 그 책도 빌려서 읽는다.

 

또 연두 독서모임 책도. 스레드를 통해 알게 된 자연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책들도 지난 주말에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바람에 나의 독서 새끼줄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뭐 그래도 언제가는 다 읽게 되겠지.

다음에 또 속초에 가게 되면 문우당서림에 갈테다.



이 녀석은 이번 속초여행에서 업어온 속고양(속초-고성-양양)의 캐릭터

라는 뚱매기라고 한다.

 

비가 내리던 세 번째 날에 롯데리조트에 가서 커피 마시고 소품샵에 들렀다가

산 자석이다. 단가는 5,000원이었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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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4-07-18 1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속초는 여러번 왔다갔지만 서점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네요.서점이 크고 참 멋있네요^^

레삭매냐 2024-07-18 14:14   좋아요 1 | URL
네 아주 좋더라구요.

모르는 도시에 가게 되면 왠지 그곳
에 있는 서점에 한 번 가야지 싶습
니다. 서점 구경하는 재미도 있거든
요.

직원분들도 친절하시고 아주 마음
에 들었습니다. 다음에도 가게 되면
또 방문하고 싶습니다.

2층 사진도 찍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네요.

stella.K 2024-07-18 14: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폴 존슨의 책 두꺼울 줄 알았지만 역시 포스가 장난 아니네요.
전 소설이면 모를까 이제 두꺼운 책은 안 사려구요. 사면 꼭 후회하는지라...
휴가 일찍 잘 다녀오셨네요.
남들 휴가 갈 때 출근하는 게 좀 거시기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사무실이 널널해서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 휴가 평균 3박4일이라고 해서 좀 놀랐습니다. 전 일주일인 줄 알았거든요.
선진국이라면서...

근데 달궁 모이기는 하는가 보죠?
네이버 들어가면 늘 그대로던데...
아님 다른 곳에 있나요?

레삭매냐 2024-07-18 14:23   좋아요 2 | URL
제가 그러합니다. 이제 두터운 책
샀다가 안 읽게 될 가능성이 농후
해서 자제하게 됩니다. 후회 100
퍼지요.

전 닝겡들 복작대는 게 넘 싫어
서 보통 일찍 가거나 늦게 가거
나를 선호한답니다.
거시기한 것도 맞는 말쌈입니다.
선진국은 한 달 아닌가요? ㅋㅋ

달궁 네이버 블로그는 휴지 상태
지요. 다른 블로그들처럼요.
달궁은 계속됩니다. 단톡방에서.

자목련 2024-07-19 1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휴가를 보내셨네요
자석이 5000원, 비싸네요. 제가 물가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일지도...

레삭매냐 2024-07-19 15:33   좋아요 1 | URL
비가 와서 하루 공치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자석은 그중에서 제일 싼 것
였다는... 쿨럭.

그레이스 2024-07-22 1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문우당 서림 꼭 가보고 싶네요
도레의 판화가 있는 신곡 두번째 읽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어느 동아리에서 요청해서 가이드? 해주는 중이죠^^
이 책이 3행씩 나눠져 있어서 제가 전에 읽었던 책보다 좋아요. 말씀대로 소장가치도 있구요.^^
볼 때 마다 새로워요^^
신곡이 보여서 반가운 맘에!

레삭매냐 2024-07-22 22:56   좋아요 2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속초의 유명한
다른 서점보다 여기가 더 마음
에 들더라구요 :>

신곡을 두 번이나 읽고 계시다니
대단하십니다. 거의 대가의 경지
에 도달하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transient-guest 2024-07-24 04: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가가 원주에 있어서 늘 속초에 가서 ㄷㅇ 서점을 가보고 싶었는데 윗대 쥔장이 많이 불친절했었나 봅니다. 가보고 싶은 맘이 없어지네요.

레삭매냐 2024-07-24 11:25   좋아요 2 | URL
이번 속초여행에서 베이커리
가루와 더불어 건진 즐거움
중의 하나라고나 할까요.

다음에 속초에 가면 또 가볼
계획이랍니다.
 


두어달 전인가 퇴근하고 나서 동네 산책에 나섰다. 도서관 부근에 동네책방이 하나 있다. 슬쩍 안을 들여다 보니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토론을 하고 있더라. 나도 당장 들어가서 털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그날은 조용하게 후퇴를 했다.

 

인스타로 검색해 보니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화요일 모임에 첫 소설모임을 한다는 피드를 만났다. 지난 3월엔가 우리 달궁에서 이미 한 번 턴 책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더더욱 참전해야 하지 않을까.

 

평일 저녁 8, 사실 쉽지 않은 시간이다. 장거리 운전을 해서 퇴근한 다음 씻고 부지런히 책방으로 갔다. 이날따라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역시나 첫 만남은 어려워~ 뉴비를 위한 각자 소개는 하지 않고 패스한다. 쿨하군 그래. 마음에 든다.

 

모인 분들과 책을 한 페이지씩 연독한다. , 이런 거 정말 신선하구만 그래. 독서모임이란 항상 책을 다 읽고 만나서 턴다고 생각했었는데 색달랐다. 첫만남은 그렇게 정신 없이 지나갔다. 그 다음 모임에는 이른 속초 여름휴가로 참석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영화상영이라 패스. 두 시간 동안 영화볼 자신이 없어서. 그리고 그날 장마비까지 내려서리. 참 핑계도 다양하다 그치.

 

그리고 어제 두 번째 출격을 하게 됐다. 소설 읽기 대신 이번에도 역시나 인문서적으로 컴백했다. 방식은 동일했다. 참석 인원은 책방지기 양반과 줌으로 참석한 회원 포함해서 총 7명이었다.

 


(어제 책방 주인장이 제공해 주신, 시원한 카모마일 냉차의 빈 잔이다.

연독을 하다 보니 입이 버적버적 마르더라.)


어제 모임에서 연독하고 나눈 책의 제목은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이다. 개인적 소회지만, 나는 이미 너튜브가 책을 집어 삼켰다고 생각한다. 구텐베르크의 활자 혁명으로 문자 텍스트 중심의 읽고 쓰기가 근대인의 상징이었지만, 21세기 인류는 읽고 쓰기라는 전통적 방식 대신 "보고 찍기"라는 새로운 텍스트를 무의식적으로 혹은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런 새로운 텍스트인 동영상 콘텐츠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도태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아주 잠시 들었다.

 

책은 리터러시, 그러니까 우리 말로는 문해력 정도로 번역되는 부분을 두 명의 학자가 대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초반 진입 장벽이 좀 빡세긴 하지만, 그 다음으로 갈수록 흥미가 엘리베이팅되는 그런 느낌이다.

 


전통의 신문부터 시작해서, 피씨통신 인터넷 그리고 작금의 너튜브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나는 그런 획기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변혁의 시대를 직접 체험하고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고 나누는 부분에서는 나보다 윗 세대분들의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리터러시 이슈에 대해 잠시 이야기했었는데(디지털 문맹), 앞으로 어떤 식으로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지 모르는 마당에 나는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어제 독서 토론에서 내가 꽂힌 부분은 권력으로성 리터러시에 대한 사회경제적 토대라는 표현이었다. 예전의 386세대는 산업화 시대 이후 등장해서, 상대적으로 양질의 교육 세례를 받은 새로운 형태의 지식인 계층을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자신들이 생산한 리터러시를 문화적 자산으로 삼아 사회의 새로운 기득권층이 되었다. 특히 정치 분야에서 그런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초반에 문자 텍스트의 출현으로 세계를 텍스트로 인식하기 시작한 근대인들의 '과도한 주체성' 문제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앞에서 말한 386세대의 과도한 주체성 이슈는 사회적 담론을 주도하는 그들에게 어쩌면 이런 과도한 주체성을 부여하지 않았나 싶다. 사회적 지식 생산을 독점하게 되면서, 이 책에서 강조하는 '다양한 맥락들(varying contexts)'에 대신 일종의 도그마랄까 생산자 자신의 읽기와 해석만이 유일하다는 그런 특정한 프레임에 다수 대중을 욱여넣으려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런 차원에서 기득권화된 예전 386세대가 대중을 가르치려고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일견 수긍이 갔다.


미디어 권력에 대해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현실에서는 동영상 콘텐츠 텍스트가 기존의 문자 텍스트 기반을 허물고 있는데, 계속해서 문자 텍스트 베이스의 시험이 우리 젊은 세대의 미래 운명을 결정하고 있다고. 이거야말로 문자 텍스트 해석을 독점한 이들의 권력이 아닌가. 무언가 새로운 개혁과 시도가 필요한 게 아닐까?

 

왜 우리는 잘못된 시스템을 고치지 못하고 다음 세대에 계속해서 강요하고 있는 걸까. 모임에 마침 고3 학생이 있어서 나는 좀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 학생의 대답은,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정도로 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좀 서글펐다. 우리의 선배들은 불의한 시스템을 부수기 위해 적어도 짱똘을 들지 않았던가. 우리는 뭘 했나 자문해 본다.

 


연독은 마침, 내가 그전에 딱 읽은 부분까지 마쳐서 다행이었다. 요즘 이 책 저 책 시작만 하고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책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 혼자서 읽기와 연독의 차이에 대해 또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이기도 했다.

 

책방 연두에서의 독서모임은 무엇보다 집에서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서 매주 2차례 모임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비오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오는 길에는 잠시나마 참 소울이 충만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기분이가 좋더라. 항상 하는 고민이지만, 가기 전에는 힘들고 어쩌구 그런 다양한 이유들로 갈등하지만 막상 참석하고 나서는 이렇게 유용하고 기분 좋고 그런 게 아닌가 말이다.

 

나중에 근처에 사시는 책동지분과 돌아오는 길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새로 나온 뉴비가 소설 안 읽는다고 안 나오는 건 아닌지 했다는 말에 속으로 빵 터졌다. 우리 달궁에서도 만날 뉴비를 영입해야 한다고 만날 노래를 부르지 않는가 말이다. 어느 독서모임에서나 하는 대개 비슷한 고민이구나 싶었다.

 


[뱀다리] 책방에 진열된 책 중에서 내가 읽었거나 소장하고 있는 책을 보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 내가 요즘 두루미에 미친 남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책에 빠졌는데, 아마 책방에는 없겠지. 책이 혹시 있나 싶어서 물어 보려다가 말았다. 중고책방에서 사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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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7-17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동네에 책방이있고 일주일에 두 번 모임이 있다니 너무 부럽네요 ^^

레삭매냐 2024-07-17 11:12   좋아요 2 | URL
그러니깐요 :>
저는 그동안 소설 모임만 했었는데,
여기는 인문 서적이 주력이더라구요.
그래서 색다른 느낌이랄까요.

stella.K 2024-07-17 1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두. 이름 예쁘네요. 울동네도 이런 모임 있으면 좋을텐데. 근데 일주일에 두번이면 넘 빡세지 않나요?
책이 유튜브에 잠식된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책 얘기하는 유튜브도 있잖아요. TV 나오면 극장 문 닫을거다 했는데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그런거죠 뭐.

레삭매냐 2024-07-17 13:08   좋아요 2 | URL
일주일에 화 금 두 번 독서모임
을 갖습니다. 저는 화요일 하루
정도 가는 것으로.
말씀해 주신 대로 이틀은 빡셉
니다 고저.

문제 텍스트 소비하는 방식이
확실히 예전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라로 2024-07-17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책에 진심이시고 멋짐 뿜뿜 레삭매냐님! 동네책방 독서모임까지!! 👍👍

레삭매냐 2024-07-17 13:57   좋아요 0 | URL
그동안 적적했습니다 라로님.

책 사기 보다 책 읽고 쓰기를
진심이어야 하는데 말이죠.

책방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
오는 길에 비가 추적추적 내려
더 운치가 있었답니다.

자목련 2024-07-17 14: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네책방에서 독서모임이라니, 좋은 시간 보내고 오셨네요.
책방 <연두> 이름도 예쁘고요. 궁금해 검색도 살짝~~

레삭매냐 2024-07-17 14:36   좋아요 1 | URL
연독 경험은 또 처음이라 신선
했답니다.

아주 자그마한 동네책방이자
문화 진지 같은 느낌이랄까요.

페넬로페 2024-07-17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도 읽기 어려운 호메로스, 사기열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을 연독했거든요.
같이 읽으니 좋더라고요.
요즘 저희들도 뉴비를 영입하는데 내공 있는 좋으신 분들이 많이 오셨어요.
독서 모임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고 뿌듯해요^^

레삭매냐 2024-07-17 22:38   좋아요 2 | URL
<호메로스>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땡기는군요.

연독 파워 !

페넬로페님의 독서 모임 대흥행을 응원하는
바입니다.

그레이스 2024-07-22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네책방 넘 부러워요
어느 동네인지 이사가고 싶네요 ㅎㅎ

레삭매냐 2024-07-22 23:20   좋아요 2 | URL
제가 사는 동네는 촌으로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그런
마을인데, 희한하게도 독립
서점이 두 군데나 있다는.

게다가 독서모임까지.
 


 

장안의 화제라는 영화 <서울의 봄>을 봤다. 정말 얼마 만에 극장을 찾았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티켓 값은 15,000원이 되었고, 이제 정말 괜찮은 영화가 아니라면 극장 찾을 일이 없겠다 싶었다.

 

나는 영화에서 전두광이 이끄는 하나회 쿠데타군이 역적모의를 한 30단에서 군 생활을 했다. 첫 해외여행으로 호주에 갔을 때, 군생활을 경복궁(경복 팰리스)에서 했다고 하니 외국 친구들이 그럼 니가 프린스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땐 그랬다. 역사 전공자라 전국의 탑과 부도를 찾아다니던 나는 경복궁 야간 근무에 나섰다가 여주 현지에서 만나지 못한 고달사지 쌍사자 석등의 자태를 보고 감탄했었다. 라일락 피던 시절, 경복궁 근무에 나설 적에 향원정을 지나면서 풍기던 그 향기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책 리뷰할 때만 서설이 긴 줄 알았는데, 영화 리뷰에서도 원래 버릇을 버리지 못하나 보다. “야수의 심장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는 김동규 중앙정보부장의 대통령 저격으로 10-26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 바로 계엄령이 선포되고 참모총장이었던 정상호 장군(이성민 분)이 국가 비상사태를 주관하는 계엄사령관에 임명되었다.

 

한편, 보안사 사령관이었던 전두광 소장(황정민 분)10-26 사건에 대한 합동수사부장 자리를 꿰차면서 대한민국의 모든 정보를 한 손에 거머쥐게 되었다. 육사 11기 동기였던 9사단장 노태건과 절친한 사이였던 전두광은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결성해서 군의 요직을 장악한 상태였다.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 정상호 사령관은 수도경비사령관으로 강직한 참군인 이태신 소장(정우성 분)을 낙점하고 자리를 맡아줄 것을 수차례 부탁한다. 수도 서울을 방어하는 요직이기 때문에 군인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자리지만, 이태신은 계속해서 사양하다가 결국 수락한다.

 

우연히 육본에서 하나회 무리를 이끌고 다니면 제 세상 만난 것처럼 행동하는 전두광을 마주하게 된 이태신은 대통령 저격사건을 빌미로 불필요한 수사를 일삼는 그에게 경고한다. 어쩌면 이 순간, 그는 이태신을 자신이 꾸미는 군사반란에 가장 방해가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회유할 수 없다면 바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 게 아니었을까.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에 선출된 최한규(정동환 분)의 신정부가 출범하기 전날인 1212일 거사일로 결정한 군사반란 도당은 전두광의 사저인 연희동에 모여 군통수권자인 계엄사령관을 10-26 사건에 엮어 체포하고 정권을 찬탈하려는 역모를 꾸민다.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그들에게는 아무런 명분도 없었고, 그들의 선배처럼 하극상을 벌여 권력을 차지하겠다는 욕망을 그대로 영화에서는 보여준다.

 

쿠데타에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으로 보이는 수경사 사령관 이태신과 헌병감 그리고 특전사령관을 전두광의 생일이라며 연희동 요정으로 유인한 뒤, 반란군은 계엄사령관 체포에 나선다. 아군 끼리 무력 충돌까지 불사해 가면서 결국 반란군들은 정상호 장군 체포에 성공한다. 국방장관은 미 대사관으로 도주하고, 전두광은 대통령 최한규의 사후 재가를 받기 위해 관저를 찾지만, 대통령은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라며 계엄사령관 체포에 대한 재가를 거부한다. 계엄사령관저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이태신과 일행은 원대복귀해서 전두광의 쿠데타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에서 육본을 비롯한 모든 군부의 통신감청에 성공한 반란군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장면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하나회 반란군들이 똥별이라고 부르는 육본의 장성들은 서울 시내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지는 것을 두려워해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그나마 이태신이 휘하 장병들을 동원해서 무력진압에 나서지만, 이미 군부대에 독버섯처럼 퍼진 하나회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누가 먼저 서울로 전투병력을 투입시키냐의 경쟁에서 영화는 사활을 건 시간싸움의 정수를 보여준다. 2공수의 서울 진입을 막기 위해, 이태신은 전력을 다한다. 서울로 진입하는 모든 다리에 통행체증을 유발시켜 공수부대의 진입을 막는다. 그리고 이태신은 부평의 8공수에게 긴급연락을 해서 최대한 빨리 서울로 진공해 달라는 간절하게 부탁한다. 다른 수경사 예하 사단들에게도 SOS를 치지만, 상대적으로 2공수에 비해 기동이 느렸고 지휘관들이 주저하는 바람에 타이밍이 놓쳐 버렸다. 서울에서 대규모 교전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서 참모차장이 서로 회군하자는 신사협정을 맺고 8공수를 회군시킨다.

 

이렇게 몇 번의 군사반란을 막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있었지만, 진압군은 번번이 기회를 날려 버렸다. 헌병감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육본의 장성들은 자신의 안위만 걱정해서 육본 벙커를 버리고 수경사 사령부로 도주한다. 전두광이 2공수를 동원해서 빈집이 된 육본 벙커를 탈취하면서 제대로 붙었더라면 벙커 점령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말에서 다시 한 번 좌절감을 느꼈다.

 

육본의 장성들이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노태건은 자기 휘하 전방 부대에서 2개 연대를 빼서 서울로 진격시키고, 2공수 여단장 도희철은 쿠데타 성공에 반신반의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부대를 서울에 진입시키는 결정적 행동에 나선다.

 

이태신이 자신의 사령부에서 절대적인 병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군사반란군과 맞서기 위해 전차중대를 이끌고 소수의 병력으로 출동하는 장면에서는 숙연해 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조국이 반란군들에게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냐는 사자후에서 다시 한 번 배우 정우성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이 배우가 정녕 내가 알던 <비트>의 같은 배우란 말인가.

 

군사반란에서 결정적 장면은 국방장관 오국상(김의성 분)이 반란군에게 체포되어 전두광의 손을 들어주는 장면이었다. 스피커 대결에서 오국상은 수경사령관 이태신을 직위 해제시키고, 군사반란을 막기 위한 이태신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어 버렸다. 재가 승인을 받기 위해 의기양양하게 대통령 최규한을 협박하러 나선 하나회 반란군들에게 대통령은 계엄사령관 체포안 승인 시간을 적는 것으로 소극적 저항을 보여준다.

 

사실 그동안 말로만 12-12 군사반란에 대해서만 들었지, 영화 <서울의 봄>을 보기 전까지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 무지했었다. 사실 반란군들의 계획은 엉성하기 그지없었고, 수차례 그들의 계획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지만 진압군 장성들의 대응 부재로 결국 그러지 못했다. 그 결과는 군사반란을 성공시키고 나서 의기양양하게 반란군들이 찍은 사진이 그 후의 모든 것들을 대변한다.

 

역사적 사실을 영화화하다 보니 아무래도 많은 허구가 개입된 것도 사실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할 수 있는 반란군과 이태신군과의 세종로 대치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무언가 터질 것만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빌드업을 가져간 김성수 감독의 연출이 돋보였다. 아무런 명분 없이 권력을 탈취하는데 혈안이 된 깡패 같은 군인집단의 수장과 압도적인 세력을 과시하는 그들을 막아 보겠다고 혈혈단신으로 나선 외로운 의인이라는 선악의 대결구도가 좀 진부하긴 했지만 그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역설적으로 영화의 제목은 <서울의 봄>으로 되어 있지만, 진짜 서울의 봄은 1979년이 아니라 1980년이었다. 그러니까 감독은 아직 오지 않은 에 대해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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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1-27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관람료 그쯤 할 거 같더니 과연ᆢ ㅠ 이 영화는 예전에 봤던 남산의 부장들인가? 그 영화를 생각나게 하네요. 거기서 이성민 배우 박통을 연기했는데 싱크로가 높았는데. 그때 전두환 역을 누가 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황정민은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네요.
역사 전공하셨군요.^^

레삭매냐 2023-11-27 18:29   좋아요 1 | URL
코로나를 기점으로 해서 가파르게
상승하던 영화표가 결국 1.5를 찍
었네요. 믿을 수가 없다는.

전두광이는 정말 혈압상승하게
하는 그런 주범이었습니다.

닷슈 2023-11-27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보고 싶네요 근데 저는 그간 매냐님이 여성이라 생각하고있었다는 근데 군을 다녀오셨군요

레삭매냐 2023-11-27 18:30   좋아요 1 | URL
여군은 아니구요... 암튼 그랬다고 합니다 ㅋㅋ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습니다.
대략 12월 12일의 9시간을 다루었다고
하는데 시간과 공간을 채우는 밀도가
상당합니다.

그레이스 2023-12-06 0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주 저희 아이들이 이 영화 예약하더군요.
저는 영화관 다녀오면 머리가 아픈 사람이라,,, 나중에 혼자 봐야겠네요

레삭매냐 2023-12-06 09:50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저도 정말 오랜 만에
극장에 가서 영화 봤답니다.

근데 오늘은 또 리들리 스콧의
<나폴레옹>이 개봉한다 해서
회사 끝나고 가서 볼까 어쩔까
생각 중이랍니다.

그레이스 2023-12-14 00:17   좋아요 1 | URL
아이들이 보고와서 예매해주겠다고 하고 남편도 보자고 권해서 보고 왔어요. 황정민, 연기 정말 잘하더군요.
보는 내내 씁쓸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다 알고 있던 내용에 픽션이 추가되었고, 전두광이 너무 부각되어서, 이 군사반란을 뒤에서 기획했던 두 인물은 뒤로 물러나고, 함께 했던 반란군들도 다 바보처럼 보이는게...;;
이 현대사를 모르는 세대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기겠다고는 생각됩니다.
왜 유령예매가 많은지 알 것 같았어요.

레삭매냐님 리뷰 덕분에 영화 볼 생각 플러스 했습니다.~^^


레삭매냐 2023-12-14 09:54   좋아요 1 | URL
저도 영화 보고 나서 요즘 너튜브에
범람하는 자료와 분석들을 보고
있는데...

반란인 시작된 다음 9시간 정도 동안
진압군이 반란군을 제압할 수 있는
기회가 한 10번 정도 있었다고 하더
라구요. 반란군의 모의도 치밀하지
않았는데, 상대의 선의만 믿고 9공수
를 부평으로 되돌려 보낸 게 정말
아쉬웠습니다.

이젠 <노량>의 시간이 도래했네요.
다 아는 이야기지만, 트레일러만
봐도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그레이스 2023-12-14 14:06   좋아요 1 | URL
그게 영화의 매력이죠.
두통만 아니면 즐길텐데,,, 노량!
또 다른 정보를 얻어갑니다.^^
 

잠자냥님의 페이퍼를 통해 현암사 78주년 이벵의 존재를 알게 됐다.

뭐 응모를 하게 될 지 아닐진 모르겠지만...


일단 재미로 한 번 가보자.



당장 구할 수 있는 현암사 책이 없는 관계로, 미미 여사의 책을 사러

들른 알라딘 매장에서 현암사 책을 휘리릭 찾아 봤다.


오, 몇 권이 있구만 기래.


이런 책이 다 있었네. 미국 연방대법원의 세상을 뒤흔든 판결 31가지

를 정리한 책이라고 한다.



< 밀러의 주장은 음란물을 포함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는 곧

헌법적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콘텐츠가 외설이냐를 규정하는 것은

주의 법령이나 규정이 아니라 오직 통일된 국가적 기준이 적용될

때만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78pp >


그리고 따라 나오는 게 바로 이제 외설을 판단하는 기준을 정할 때

다라는 점에 주목한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뉴스를 가짜 뉴스라고 규정하고 신주 모시듯

하는 자유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검열 시스템을 보란 듯이 시전

하는 암울한 시절이 도래했다.


수상한 시절에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하는 문장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서양 고전 중에서 가장 부러운 콘텐츠 중의 하나가 바로

<그리스 신화>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리스 신화의 정본이 없다는 점도 특이할 만하

다. 어쩌면 그리스 신화는 근대 들어서 재해석되면서 새롭게 태어나

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서양 작가들이 줄창 우려 먹는 소재이기도 하다. 쫌 부럽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우리 상상 속의 신들과 달리 엄격하

지 않고, 오히려 더 인간적이지 싶다. 그들은 인간들처럼 질투하고

욕심 부리고, 탐욕적이기까지 하다. 어떤 면에서 신의 품성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 이 가녀린 피조물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고 번성하여 그들이 지닌

아름다움과 헌심과 매력으로 세상을 풍요롭게 했다. 78pp >


분명 스티븐 프라이 작가는 여기서 예의 피조물들을 요정과 정령들

울 지칭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우리 인간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 아닌가 싶다.


한 때 그런 적이 있겠지만, 현실에서 세상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기 보다는 편리라는 이유를 들어 지구별의 환경을 오늘도 파

괴하고 있다.



오늘 점심에는 쌀국시를 먹었다.


참 오늘 첫눈이 내렸지. 내가 일하는 동네에서는

거의 블리자드 수준이었다.


그렇게 눈내리는 장면을 보며 쌀국시를 먹고자 창가

자리에 앉았는데... 어라 눈이 금방 그쳤네.


사무실에서 찍은 동영상에는 눈이 잘 보이지 않아서

지상에서 찍었어야 했는데... 좀 아쉽다.


집에 가서 현암사 책을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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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1-17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시적엔 현암사의 책을 꽤 읽었던 것 같은데 집에는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민음사와 문학동네 책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트위터를 하지 않아 이 이벤트에 응모하진 않겠지만 독서의 지평을 넓혀야겠다는 옹골찬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를 준 이벤트이네요. ㅎㅎ

레삭매냐 2023-11-18 09:17   좋아요 1 | URL
저두 현암사 책으로는 소세키 선생
의 시리즈만 개지구 있나 봅니다 :>

오래 전에 트위터 탈퇴해서 저도 마찬
랍니다 ~ 인스타는 가능할 지도 모르
겠네요.

추가로 해보려고 작심했으나... 귀차니즘
폭발로 헷

stella.K 2023-11-17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적절한 정신의 양식과 육의 양식의 환상적인 조화로군요! ㅎㅎ

레삭매냐 2023-11-18 09:18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말씀해 주신 대로
영육의 양식이 한 포스팅에
콜라보된 셈이네요 ^^
 

지난달에는 독서일기를 하나도 쓰지 않았네.

하긴 책은 꾸준하게 사들이면서도 책을 읽지 않았으니.

 

이창래 작가의 시간도 거의 나오자마자 사두었으나 읽지 못하고 있다.

소장각만으로도 만족하는 셈인가.

 

어제는 회사 연차를 쓰고 치아 치료를 받았다.

충치가 생겨서 치료 받기로 했는데, 보철이 빠져서 그것도 같이 처리를 했다.

치과에 갈 때마다 두 번 놀란다고. 한 번은 이가 너무 아파서, 그리고 두 번은 비용 청구서에... 어제도 원래보다 충치가 심해서 옆의 이까지 썪었다면 레진 치료를 해야 해서 15만원 정도 더 들 수 있다고 하더라. 세상에나...

 

천만다행으로 옆의 치아에는 옮겨지지 않아서 15만원 굳었다.

한시간 반 정도 치료대 위에 올라가 있으려니 입이 쩍쩍 마르고 아주 피곤하더라.

오늘 독서 모임 위해서 나름 컨디션 조절한다고 했는데 낮잠 자는 바람에 밤에 잠이 오지 않더라.


 

어제 간만에 알라딘 산본점에 들러서 앤드류 리즐리가 쓴 <! 라스트 크리스마스> 회고록을 샀다. 도서관에 있으면 빌려다 보려고 했으나, 도서관에 없어서 그냥 사 버렸다. 마침 적립금도 두둑하게 벌어둔 게 있어서 바로 구매.

 

내가 팝음악에 빠지게 된 게 바로 왬 그리고 조지 마이클 덕분이 아니던가. 지금도 놀라운게 1983년 왬의 첫 앨범 <판타스틱> 발표하던 때, 조지 마이클이 스무살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솔로로 독립해서 그 유명한 <페이스>를 발표할 땐 24살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그의 가장 근거리에서 모든 것을 지켜본 리즐리의 회고가 반가웠다.

그들 역시 내가 팝음악에 빠지던 시절의 비슷한 궤적을 그린 모양이다. 최신유행곡 40곡을 분석했다나 매주. 나는 케이시 케이슴 아저씨가 진행하는 <아메리카스 탑 40>를 매주 4시간씩 들었지. 영어는 알아 듣지도 못하면서. 그 때 좀더 영어를 잘했다면 그 프로가 얼마나 더 재밌었을까.

 

오늘은 달궁 독서 모임의 출격의 날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반쪼가리 자작>을 다 읽고 나서 리뷰까지 모두 작성했다. 난 양장팬이라 민음사에서 전집 시리즈로 나온 <반쪼가리 자작>을 빌려서 읽었다. 중고서점에서 사고 싶은데 잘 나오지 않는 전집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네.

 



점심 먹고 출격해야지.

오늘 처음으로 꼬맹이랑 먹태깡 한 봉다리를 샀는데, 단가가 5천원이었다. 이거 사기 아니야.


세상에 내가 포스팅하게 사진 한 장만 찍는다고 해도,

못찍게 하나. 내가 먹는다고 했냐? 이노마.



보너스컷으로 이번에 수경 재배하고 있는 아보카도 녀석이다.

그동안 딱 한 번 아보카도 재배에 성공했는데...


이번에 잘 뿌리를 내리고 있는 녀석이다.

원래 소주잔에 키우다가 뿌리가 얼마나 내려올지 몰라서 이번

에 별다방 커피병으로 식재(?)했다.



지난 봄에 화려하게 피었던 네리그타 튤립

들도 슬슬 다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기대해볼게 친구들.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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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3-11-13 1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리그타 튤립, 너의 빛을 보여줘!
겨울이 오기 전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레삭매냐 2023-11-14 19:09   좋아요 0 | URL
꽃이 지고 나서 구근을 신문지에
싸 놓으라고 하던데... 저는 그냥
흙에 두었거든요.

그런데 때가 되니 다시 싹이 올라
오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지금 같아서는 어쩌면 봄이 오기
전에 꽃이 필 지도 모르겠다는.

그레이스 2023-11-16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WHAM 좋아했는데,,, 마이마이 시절 귀에 꽂고 듣던 생각이 나네요. 책상에 앉아서 공부는 안하고 계속 되감던, 라스트 크리스마스!^^

레삭매냐 2023-11-16 18:13   좋아요 1 | URL
오옷, 그레이스님도 역시나
WHAMANIA 셨군요 ~~~
동지를 만난 기쁨이 !

하라는 공부는 제쳐 두고
어찌 그리 음악만 줄창
들었었는지요.

<라스트 크리스마>는 지금도
가사가 고저 줄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