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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 호모심비우스
최재천.팀최마존 지음 / 더클래스 / 2025년 1월
평점 :
'차마 외면할 수 없고, 어차피 할 일이라면, 차라리 온몸으로 덤벼들자.'(20쪽)
이런 마음가짐, 행동이 바로 양심이고 양심의 실천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양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얼마나 큰 욕인가? 그럼에도 자신이 양심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사는 사람도 있으니, 그런 사람들에게 양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어야 한다.
그런데 양심을 잊고, 또는 잃고 사는데 남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양심 없음은 사회를 어둠으로 몰아간다.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사람들만이 아니라 지구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체들, 또 생명체가 아닌 존재들에게도 고통을 준다.
이처럼 양심이 없다는 말을 들어도 다 같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더 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 그러니 자신의 양심 없는 행동이, 말이 다른 존재에게 커다란 해악을 끼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양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재천 교수의 강연 중에 양심과 관련이 있는 강연을 모아 책으로 내었다. 총 7개의 강연이 실려 있는데, 영상으로 볼 수도 있게 큐알코드를 제공하고 있으니, 책을 읽고 또 영상을 찾아 봐도 좋겠다.
첫 강연은 서울대 졸업 축사로 시작한다. 서울대라는 이름이 지닌 가치를 우리 사회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들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서 권력을 누리고 사는지도 다 안다. 그렇게 큰 권력을 지닌 사람들이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자신들의 말, 행동이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다른 존재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최재천 교수는 강연의 마지막에 '부디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끌어주십시오'(40쪽)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사회에서 권력을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많은 집단이 서울대 출신들이라면, 그들은 그보다 더 남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그것이 그들이 지닌 양심일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보면 서울대 출신들도 그들 나름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지만.
다음은 복제한 반려견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복제한 반려견은 진짜 반려견일까라는 질문을 하는데, 여기서 진짜란 세상을 떠난 반려견과 똑같은 존재라는 의미다. 아니라는 것이 최재천 교수의 주장이다. 복제를 했다고 해도 똑같을 수는 없다는 것, 그것은 그 자체로 독립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니 세상을 떠난 반려견을 잊지 못해 복제 반려견을 들이려는 행위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여기에 복제 인간에 대한 문제까지 더해지면 과연 우리는 복제를 어떻게 봐야할까를 생각하게 된다.
세 번째, 네 번째 강연은 수족관에 갇힌 동물 이야기다. 제돌이로 대표되는 돌고래와 롯데아쿠아리움에 있는 벨루가 이야기.
대양을 누벼야 하는 그들이 수족관에 갇혀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인간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다른 존재의 생활과 환경을 제약하는 것이 지구라는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과 연결이 된다.
만물은 연결되어 있고, 자신들의 본성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는데, 그것을 인간이 막고 있는 현실. 그래서 그들을 자신들이 본래 살던 환경으로 보내주자는 운동을 하고, 어느 정도는 성과를 거둔 이야기가 실려 있다. 물론 약속을 지키지 않은 기업 이야기도 있지만. 벨루가는 지금도 롯데아쿠아리움에 있으니.
다섯 번째, 여섯 번째는 과학자(연구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 이유도 양심 때문일 것이고,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과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성과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고 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지금에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연구처럼 보이는 그러한 연구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주장.
진정 과학의 발전을 위한다면 기초 연구비를 꾸준히 오랫동안 지급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것에 동의한다. 그리고 그 역할은 국가가 해야 한다. 기업은 당장의 성과를 내는 연구에 지원할 수 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연구에는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기에. 국가의 존재 이유가 바로 그러한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것에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마지막 강연은 호주제 폐지에 관한 이야기다. 이제 우리나라는 호주제라는 제도는 없다. 호주제가 가부장제를 대표하는 남녀불평등을 상징하는 제도였기에 폐지는 당연하다 할 수 있는데... 문제는 호주제가 폐지되고 나서도 과연 남녀불평등이 완전히 해소되었느냐는 것이다. 아직은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할 수는 없으니... 아우게이아스 왕의 외양간을 한번에 청소한 헤라클레스는 없다고 해야 할 테니... 이렇게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이 진화와도 어울린다면, 서두르지 말고 그렇게, 마치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하듯이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것이 바로 '양심'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연구실에서 연구에만 전념하지 않고 사회를 향해, 권력자를 향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것도 바로 최재천 교수의 '양심'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처음에 인용한 말. 그것이 바로 양심이니, 그런 양심 버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