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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나에게 보내는 편지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19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환덕 옮김 / 범우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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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할 수 없는 것은 더 아쉬움을 갖게 한다.

 

책이 분명히 출판이 되었는데, 시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구할 수 없을 때, 물론 상업적 이익을 위해서는 판절이든, 품절이든 할 수밖에 없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지만, 그 책에 대한 욕구는 더욱 강해진다.

 

꼭 소유해야지 하는 욕구.

 

어렵사리 구하면 먼저 손에 쥐고 읽기 시작한다. 읽기 시작할 때의 기쁨은...

 

그럼에도 그 기쁨을 끝까지 이어가기는 힘들다. 특히 이렇게 카프카의 본질적인 모습이 드러난 글들은.

 

어렵게 구한 책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무언가를 소유하지 못할 때 그것에 대한 욕구는 더욱 강해지는데, 혹시 카프카는 자신의 문학을 여인들을 통해서 이루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도 그렇지만, 펠리체에게 보낸 편지도 그렇게 누이들에게 보낸 편지도, 그리고 밀레나라는 여인에게 보낸 편지에도 자신의 문학에 대한 자의식이 잘 드러나고 있다.

 

그의 삶과 여인들을 보면 펠리체, 율리에 보리체크, 도라라는 약혼과 결혼을 생각했던 여인들을 중심에 놓고, 자신을 어머니처럼 돌보아주던 누이동생인 오틀라를 그의 오른쪽에 놓는다면, 편지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 밀레나는 왼쪽에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여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는 자신의 생각을 다듬어가고, 또한 삶을 유지해나간다.

 

그런 모습이 이 편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는데...

 

카프카가 쓴 편지만 남아 있는 상태에서 밀레나가 어떤 마음으로 카프카를 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년의 카프카는 밀레나와의 편지 교류로 자신의 삶을 유지해나가지 않았나 싶다.

 

품절이 되어 구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카프카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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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편지 -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카프카 전집 9
프란츠 카프카 지음, 권세훈 외 옮김 / 솔출판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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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사랑이구나, 이런 사랑은 집착이지 않을까,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사랑을 하는구나, 내가 아닌 남을 위한 사랑이 아니라. 이런 사랑.

 

카프카가 펠리체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며 든 사랑에 대한 개념이다. 어쩌면 광적이지 않을까, 정신병적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그런 편지들이다.

 

사랑한다고? 단 한 번을 만나보고서? 무슨 운명적인 사랑? 작가적 감수성으로, 자신의 인생에 느닷없이 들어와버린 펠리체란 여인에게 카프카는 열정적으로 편지를 보낸다.

 

첫편지 이후, 그는 거의 매일 여러 통의 편지를 쓴다. 그리고 매일 편지를, 하다못해 그냥 서명이 든 엽서라도 보내 줄 것을 펠리체에게 요구한다. 편지가 오지 않으면 왜 편지를 하지 않았냐고 징징거리는 편지를 보낸 카프카.

 

그의 작품에 나오는 분열적인 모습, 광적인 모습, 자신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화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과는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고 있는 모습을 그의 편지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나 할까.

 

이렇듯 열정적으로 펠리체의 사랑을 갈구하던 그는, 어쩌면 펠리체라는 살아있는 육체를 지닌 여인이 아니라,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이상적인 여인을 추구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남보다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루어질 수 없고, 이루어져서도 안되는 그런 사랑이 되어버리고 만다.

 

신은 멀리 있어야 한다. 인간의 세계에 내려온 신은 이미 신이 아니다. 그는 박해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인간과 함께 했기에 신성을 잃고 인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인간화된 신은 카프카에게는 견딜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그러니, 자꾸, 멀어질 수밖에...

 

자신에게 필요한 공간은 지하실이라고 하는 사람, 그런 자신에게 식사를 제공해줄 사람만을 필요로 하는 사람, 그에게는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것이 카프카와 펠리체 만남의 비극이다.

 

이년 동안은 격정적으로, 그리고 두 번의 파혼으로 그들의 관계는 끝나고 만다.

 

약혼을 하고 함께 살 준비를 하는 동안 그들은 서로의 차이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 편지로 주고받던 이상적인 세계와는 다르게 현실의 세계는 그들을 부딪히게 만든다. 그리고 그러함 부딪힘 속에서도 관계를 이어나가던 그들은 한 번의 파혼, 그 다음 간신히 이어져 나가던 관계를 현실에서 이룰 수 없음을 안 카프카에 의해서 두 번째 파혼이자, 영원한 이별로 이어진다.

 

카프카는 두 번째 이별의 근거로 자신의 폐병을 들고 있지만, 사실 폐병이 아니더라도 이들의 관계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리라. 이상의 세계를 이루기 위한 사랑과 현실의 세계는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편지들은 소중하다. 카프카의 내면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문학에 목숨을 걸고 있었는가를 편지들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랑이 그를 지금도 우리에게 읽히는 작가로 만들지 않았을까. 그에게는 몇 년 동안 펠리체는 살아있는 육체를 지닌 사람이라기보다는 문학으로 존재했다고 해야하니까. 펠리체로 인해서 그는 문학을 살 수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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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엽서 - 누이에게 카프카 전집 10
프란츠 카프카 지음, 편영수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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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카프카가 누이에게 보낸 편지 모음이다.

 

누이라고 해봤자 카프카는 자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또는 가장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오틀라에게 주로 편지를 보냈다.

 

여기에 펼쳐진 120편의 편지 중에서 오틀라에게 보낸 편지가 100편이 넘는다.

 

그만큼 카프카는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오틀라에게 전달했다고 보면 된다.

 

프라하에서 살면서 프라하를 힘들어 했지만 결코 프라하를 벗어날 수 없었던 카프카. 그는 베를린에서 작가로서만 생활을 영위하려고 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으며, 작가로서의 삶 때문에 펠리체와의 약혼도 결국 파혼으로 치달았으며, 작가로서의 삶에 매진하겠다는 욕구가 소음에 견딜 수 없게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오틀라에게 편지를 보냈으며, 오틀라에게서 어떤 위안을 얻곤 했다는 것을 편지글에서 알 수가 있다.

 

오틀라 역시 하나뿐인 오빠를 잘 보살펴주었으며, 무엇보다 오빠를 잘 이해했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카프카는 오틀라의 살뜰한 보살핌 속에서 만족한 생활을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상당히 예민한 성격의 카프카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남들과는 다른 시간을 살았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때 그는 휴식을 취했으며, 남들이 쉴 때 비로소 작품 활동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작업을 하길 원했다. 그래서 시골에 왔을 때, 아마 취라우던가, '자신은 급행을 타고 왔는데, 소음은 완행을 타고 왔나 보다'고, 시골에서도 소음을 느끼며 자신의 생활에 방해를 받았다고 여겼다.

 

그가 채식을 위주로 한 식습관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편지를 통해서 알 수 있고, 또 부모들과도 많은 편지 왕래가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불행히도 부모에게 보낸 편지나 부모 또는 오틀라가 카프카에게 보낸 편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게 아쉽지만...

 

적어도 카프카는 편지를 통해서 구원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편지를 통해서 소통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친구들과 가족들과 그밖의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보면 그는 육체적으로는 한 공간에 매여 있었지만, 그래서 육체적으로는 자신만의 공간에 처해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디로든 갈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그것이 그가 고독에서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은 프라하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지만,(그가 여행을 하거나, 또는 말년에 잠시 베를린에 머물렀던 것은 제외하자. 그는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할 생각도 했지만 결국 건강 문제로 포기하고, 베를린에서도 작가로서의 삶을 영위하고자 했지만, 말년에 죽음에 이르러서야 도라와 함께 산 짧은 기간만 베를린에 체류했을 따름이다. 그것도 아주 힘든 시기에.) 그의 정신만은 전세계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되고, 그것이 지금도 우리가 카프카를 읽는 이유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카프카의 내면에 다가갈 수 있는 편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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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 카프카의 편지 1900~1924 카프카 전집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서용좌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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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개인의 드러나지 않은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1900년에서부터 1924년 그가 죽기까지 여러 사람들에게 보냈던 편지의 모음이다. 중간에 사라져버린 것도 있고, 또 다른 책으로 펴내기 위해 뺀 편지도 있지만, 알려진 주요 인물들에게 보낸 편지 모음집이다.

 

읽으면서 우선 부러웠던 점 하나는 친구들이 이렇게 평생토록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

 

우리나라 옛어른들도 친구들, 또는 다른 사람들과 왕래한 서신을 모아 서간집을 펴내기도 했지만, 요즘은 편지가 거의 사라져가고 있으니 말이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우체통이 거의 사라졌으며, 종이에 정성들여 글을 써서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는 모습도 사라졌다.

 

여기에 받은 편지를 모아두는 면장철이라는 것도 요즘으 거의 쓰지 않는다.

 

이렇듯 우리는 바른 속도로 살아가는데 익숙해져 버리고 말았는데...

 

너무도 빨라서 이메일도 느리다고 카.톡이라든지, 또는 핸드폰 문자메시지의 짧은 문장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긴 글을 쓰는 일이 과거로 사라져버린 지금, 그 과거가 내 눈 앞에서 펼쳐졌으니 부러울밖에.

 

또 하나 생각나는 점은 그가 자신의 권리주장에는 철저했다는 사실. 월급이나 승진에 관해서 자신이 속한 공사에 보낸 편지를 보아서는 그렇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모습, 이게 당연한데, 왜 낯설게 느껴지는지.

 

노동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아직까지도 노동조합을 무슨 이상한 단체 취급하는 자본가들이 만연하는 사회에서 살아서 그런가...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 하긴 사람이 24년간 쓴 편지를 모았으니 방대하기는 하겠지만, 참...

 

약혼녀였던 펠리체에게 쓴 것과 그의 작품을 번역했던 밀레나에게 쓴 것은 빠졌는데도 편지 분량으로면 900쪽이 넘는다.

 

그래도 카프카란 사람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어서 좋았다고나 할까.

 

카프카에 빠져 지내는 요즈음이다. 앞으로 몇 권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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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조무래기별들 -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박일환 지음, 박해솔 그림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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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삭막해질수록 가정의 소중함이 몸으로 다가온다.

 

뉴스를 보면 연일 안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고, 이들이 내 몸의 파장을 흩뜨려놓는다.

 

마음이 안 좋다. 따뜻한 이야기,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진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다. 소녀가 어느날 할머니가 되어 온갖 존재들과 함께 어울려 살게 되는 이야기. 하울이 생활하는 공간은 전쟁으로 점철된 살벌한 세계인데, 반대로 소피가 생활하는 공간은 온갖 존재들이 함께 어울리는 장소의 기능을 하니...

 

세상이 삭막할수록 가정이 할 수 있는 일, 또한 가정이 해야만 할 일이 있단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여성성'을 발견했는데, 이 여성성이 결국 가정을 구원하는 요소이고, 가정의 구원이 세상의 평화와도 연결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하울로 대표되는 밖으로만 나도는 남성의 존재. 자신의 약함을 강함으로 포장하지만 한없는 돌봄이 필요한 존재이고, 소피로 대표되는 여성은 할머니처럼 모든 것을 포용해주는,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도, 게다가 사람이 아닌 존재까지도 받아들이는 그런 존재가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남자들이라고 다 밖으로만 돌지는 않는다. 남자들 중에서도 '여성성'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한 쪽으로 발전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에 나오는 아버지도 밖으로 밖으로 바쁘게 살아가지만, '여성성'을 잃지 않고 있다. 바쁘게 살면서도 가족들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이를 시로 표현하고 있다. 시에 담긴 가족들의 모습, 그리고 그 시를 조금 더 길게 산문으로 풀어쓰고, 시와 산문에 어울리는 그림이 딸이 그리고 있으니...

 

살아가면서 가족에만 매일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밖으로만 나돌 수도 없는 일. 밖으로 밖으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시선은 늘 가족에게 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 시와 글들. 또한 따스함이 묻어나는 그림들.

 

또 아버지와 딸이 함께 작업을 하면서 어쩌면 공통된 기억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 이것이 '여성성'이 발현되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딸들을, 그리고 아내를 따스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고, 또한 가족에게만 머물지 않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잔잔히 퍼져가는 모습이 느껴지는 글이다.

 

여기에 크기 또한 겉옷의 큰주머니에 들어가기에도 적당하니, 언제 어디서든 지니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한 편 한 편이 따스하게 마음에 다가오니, 전철에서든, 버스 안에서든 자신만의 시간이 있을 때 최첨단 기계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지 말고, 가끔은 이런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책을 읽어볼 일이다.

 

읽으면서 가족간의, 아니 사람들간의, 사람과 자연과의 교감을 느껴볼 일이다.

 

그러면 자신의 마음도 따스하게 물들게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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