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그것도 그 운명을 바꿀 수 없다면. 마치 예정조화설처럼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면 인간의 삶은 행복보다는 불행 쪽으로 가지 않을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어떤 행동을 해도 정해진 대로 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비극이다. 그러니 자신의 운명을 아는 것이 꼭 행복한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즉 정해진 것처럼 보이는 운명도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면? 그렇다면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점쳐보지 않을까?
알고 고칠 수 있고, 또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으니, 그때 운명은 나에게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다. 즉 바꿀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운명. 그것은 운명을 알고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운명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우선 자신의 성격을 알아보는 MBTI(16개의 성격유형이 있으니)가 있고, 9개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 애니어그램이 있고, 점과 비슷하게 타로 점이 있고, 그리고 우리나라 점, 또 주역이 있다.
이보다 더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많이 알려진 방법들인데, 최근에 사주 보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설마 저번 대선의 영향은 아니겠지...
사주를 고정된, 불변의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것을 보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생각한다면 사주, 좋다. 그것을 맹신하지만 않는다면.
왜냐하면 사주를 본다는 것은 그것에 자신을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빠져 있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거울을 추가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 지금 내가 이래서 이런 상황에 처해 있구나.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그것이 사주의 의미다. 즉 사주는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같은 사주라도 때와 장소, 그리고 사람이 하는 행위나 마음가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석이 달라지면 운명도 달라진다. 그것이 요즘 사주보는 사람들, 또는 자신의 사주를 해석하는 사람들이 지닌 자세다.
그 점을 이번 호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사주를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판단하는 또 하나의 거울로 사주를 보고 해석하는 것. 그것은 자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게 사주를 미신의 영역이나 맹신의 영역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행동하는 영역으로 옮겨놓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 이번 호, 사주에 대한 글들이다.
또 이번 호에서 많이 생각해야 할 문제를 오후 작가가 제시하고 있다. '값비싼 치료, 국가는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나'라는 글에서.
의료 문제가 붉어진 한국 사회에서 의사 문제도 문제지만, 의약품 문제도 문제다. 건강보험으로 모든 치료를 보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너무도 비싼 약을 어떻게 해야 할지. 국가에서 건강보험으로 모두 보전해주면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반가운 일이겠지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므로, 무한정 국가가 나설 수는 없는 일.
세상에 약값이 28억 원이나 되다니... 이것을 건강보험이 보전해줘서 600만 원에 투약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약들이 계속 개발이 된다면, 돈이 많은 환자들에게는 기쁜 소식이겠지만, 그 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더 상실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런 약들은 국가가 지원해줘야 하는데, 마냥 할 수도 없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발한 제약회사의 이윤을 무시할 수도 없으니... 그러니 그러한 인간의 생명에 관련된 연구는 세계적인 협업으로, 세계정부 차원에서(유엔이라고 해야 하나) 해야 하지 않을까. 이윤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우선한다면, 세계 각국에서 차등적으로 비용을 충당해 그런 연구를 지속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헛된 생각도 품어보는데...
이게 아직 안 되고 있으니, 오후 작가의 말인 '의학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과거에도 건강은 부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제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니 독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하나뿐이다. 부디 건강 잘 챙기시길.'(81쪽)이라는 말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이런 현실이 아니길... 부가 건강에 어느 정도 영향은 끼치겠지만 결정적 영향은 끼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그런 사회를 꿈꾸는 것이 [빅이슈] 아니던가. 그래서 이런 잡지가 계속 우리에게 말하고 있지 않나. 우린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라고.